>>365 전투연구부로 향합니다. 너무 오랜 기간만에 돌아온, 전투연구부의 분위기는 어쩐지 조용한 느낌입니다. 긴 파견 임무 동안, 학원도에는 다양한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일지 전투연구부의 분위기 역시 어쩐지 가라앉은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속에도, 부장은 미소를 피워 찬혁을 바라봅니다. 마치 아끼던 친동생을 오랜만에 본 듯, 즐거운 얼굴입니다.
" 찬혁이 왔구나. "
그녀는 찬혁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즐거운 미소를 짓습니다.
" 수준도 많이 높아졌네. 무슨 일이 있었어? "
>>336 " 부끄러울 필요 없답니다. 사실 유학을 와서 들뜬 기분에 시야가 많이 좁아질 때도 많아요. 우리 학생들도 처음 동북아에 유학을 갔을 때에, 많은 학생들이 들뜬 것 때문에 쌍룡검과 베드로의 눈 관찰이라는 일을 하지 못한 일도 있었거든요. "
에실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진석에게 몇 개의 과자를 내밉니다. 달달한 맛과, 살짝 쓴 차가 조화를 이뤄 진석의 혼란스런 머릿속을 진정시키고 있습니다.
" 그럼.. 가장 가까운 견학은 이틀 뒤에 있어요. 그 날로 예약을 잡아줄게요. "
에실은 그 말을 마치며 능숙히 가디언 칩을 조작합니다.
" 그리고,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부끄러울 필욘 없답니다. 학생일 때는 모든 것이 모자라기 마련이에요. 어린 여러분에게 우리는 완숙한 가디언이길 바라지 않아요. 우리들은 부족한 학교이고, 동북아처럼 다양한 교육의 기회도 없기 때문에 천천히 느리더라도 학생들의 길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
에실은 천천히 진석을 바라봅니다. 학원도에서는 학생들에게 '능숙함'을 자주 요구하곤 하였습니다. 청월의 만능주의, 아프란시아의 능숙한 실전 능력, 제노시아의 특화된 능숙함. 그 능숙함이 부족한, 다른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뒤쳐지는 일도 여럿 있었습니다. 진석은 사실 그런 모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가디언이란 존재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장기적으로, 결국 인류 최고의 창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선 가디언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결국 그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있던 것인지. 에실의 말을 들은 진석은 의문스런 표정을 얼굴에 띄웠습니다. 그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에실은 천천히 말을 이어갑니다.
" 차분히 길을 밟으세요. 앞을 똑바로 보도록 하고 말이죠. 여기는 동북아와 다른 곳이에요. 모르면 자유로이 선생님들을 찾아오고, 학생들과 토론하고, 스스로 연구하고. 그 모든 것이 허락되는 곳이랍니다. 우리는 스승이지, 평가자이길 바라고 있진 않아요. "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 늦으면 늦는 데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당신을 이끌 사람들이 바로 교사랍니다. 그렇기에 가르칠 교敎에 스승 사師자를 쓴다고 하니까요. "
푸근한 분위기에 무의식적으로 진석은 고갤 끄덕입니다.
" 좋아요. 그럼 다음 번에는 당당히 놀러와도 괜찮답니다. " " 선생님! 혹시 차 남은 거 있으세요? 쿠키를 사왔는데 같이 먹어요! "
곧, 다른 학생들이 교무실에 찾아와 다양한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부족한 만큼, 차분히 너희를 이끌어 간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스승들이다. 우린 어려운 스승이길 바라지 않는다.
이 것이 바로, 오세아니아 아카데미의 교육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오늘도 힘내도록 해요. 교무실은 언제나 열려있답니다. "
에실은 따뜻한 손으로 진석의 어깨를 토닥여주곤, 다른 학생들이 가져온 쿠키에 맞는 차를 찾기 시작합니다.
>>367 문자를 읽은 것은 확실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바빠지기라도 한 걸까. 에미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곧 길게 늘여졌던 에미리의 그림자에서,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갑니다. 점점 색이 짙어진 그림자는 커다란 구체의 형태로 변화하고, 잠시의 시간이 지난 뒤 구는 천천히 걷어집니다. 그리고 그 곳에 나타난 것은, 익숙한 얼굴의 집사님입니다. 야마모토 토우마.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에미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토우마를 바라봅니다. 곧 가볍게 고갤 숙이는 것으로 야마모토는 에미리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 오랜 시간을 내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학원도는 외지인에게 호의적인 공간이 아니더군요. "
씻을 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 왜 씻고 나오면 금세 사라지는 걸까. 망념과 같이 씻겨져내려간 걸까. 캡틴이름을 마치고 나와서 멍하니 의자에 다시 앉는다. 그리고... 또... 뭘 하지... ...좀 순서가 바뀐 것 같긴 하지만. # 기숙사 밖으로 나갑니다. 바람이라도 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