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를 아낄려면 어쨌든 요리를 하면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나도 어느정도 요리는 할 줄 알았다. 물론 그렇게 거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배가 고프지는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나름 성의를 보여준다고 하는 말이니까 애둘러서 표현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고.
" 내가 봤을땐 부자인것 같은데. 사실 그런건 상대적인거라. "
나도 사회의 정말 바닥이냐고 물어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그런 사람들이 본다면 충분히 먹고살만한 가정일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규리가 자신이 부자인지 잘 가늠이 안되는 것도 사실 기만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행동을 봐선 저게 기만이면 정말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지만.
" 3반이라, 기억해둘께. 나는 학생회실에 일이 있어서 여기로 들어가야하거든. 서예부실은 여기서 쭉 가면 있으니까 잘 찾아갈 수 있을꺼야. "
그렇게 얘기하고서 나는 웃으며 손인사를 건넨뒤에 학생회실로 스르륵 들어갔다. 역시나 기가 빨리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748 주원이 넘 사람사랑하는 골댕이 같아서 나도 상상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49 세상에 뒤쪽 후광 좀 봐 이건 찐이다 용안이다 ㅠㅠㅠㅠ ㅠ ㅠ ㅠ >>750 앗 혹시 둘 관계 오픈한 게 어디까지야? 일단 사라랑 이현이 알고 있구.. 학생회 칭구들은 다 안다고 봐야 하나...,,..?🤔
당연하게도 그럴리 없지만, 정말 요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게 아닌 이상 아무리 그녀가 정성스럽게 한대도 거부감을 느낄만할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 또한 요리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차라리 늑대라서 유별난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도 한때의 일일 뿐이었다. 요리란건 결국 만든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라고 하니까, 물론, 후자의 경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약속씩이나 할만한 건가요...?"
그저 지나가는 말일거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확실한걸 원했는지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보이는 그를 보고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는듯 놀란 표정이 되어버린 그녀였다. 물론 항상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은 그였던만큼 이런 것도 그런 범주 안에 들어가겠지만 그렇다고 내민 손을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는 아니었기에 그녀 역시 조심스럽게 뻗어 걸어보였다. 겨울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도 정전기가 흐르듯 찌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비에 젖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낄뿐이지 않을까?
"그런가요? 그렇담... 되도록이면 그런 말은 안하는 편이 좋겠네요."
물론 털 젖은 냄새를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동물과 함께 뒹구는 사람으로서 그런 쿰쿰한 향내 정도는 이미 익숙한편이니까, 단지 그게 개의 경우라면 좀 꺼려질뿐 그렇다고 그가 정말 개라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테니까,라고 생각한 그녀에겐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꽤나 진지해보이는 그의 행동을 보면 조금은 머쓱해질만했을까?
"...나쁘진 않으니까요.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정도지만,"
그렇게 혼잣말하듯 되뇌였을까, 그래도 제법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에게는 충분히 들릴만했다.
"그럴수야 있지만... 그건 제가 비가 내려도 멀쩡했을 때의 이야기 아닌가요?"
신경쓰지 않는듯 활달하게 움직이면서도 이런 세세한 부분에까지 진지하게 대하는 그와 온갖 이유를 다 들어가면서 밀쳐내도 결국 타인이 무얼 하던 신경쓰지 않는 그녀의 확실한 차이가 제법 거리감을 느끼기엔 충분한데도, 여전히 진지하고 조심스러울지언정 내던지려하지는 않는 그를 보고 옅게 미소지어보였다. 아마 무언가 말하려는듯 그가 입을 뻥긋거리다 결국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을 때는 어쩌면 차분하면서도 밝게 웃어보이는 그녀를 마주할수 있지않을까? 그것이 단순히 무의식적으로 지어진 표정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살짝에서 약간 더 곤란해하는 얼굴이 되었다. 파란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다가 –놔달라는 뜻을 담아- 빵긋 웃고 있는데, 쓰다듬는 손이 찾아왔다. 그것은 두어 번 쓰다듬고 사라져 버렸지만. 두어 번이 뭐냐, 백 번도 더 넘게 쓰다듬고 싶어 하는 것을 참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누가 이 골든 리트리브에게 참을성을 가르쳤는가. 설마 나인가...?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잠이 덜 깨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주원 선배는 평소보다 더 위험한 남자로 보인다.
“ 이대로 자면 크으──은일 나요! ”
아랑은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잡혀 있지 않은 쪽의 손이 허공 어디쯤을 헤메이다 파닥거렸다. 어쩌지, 이대로 계속 파닥거리기도 좀 그렇고. 가슴팍 위에 얹어놓기도 좀 그래. 끙, 앓는 소리를 짧게 내며 곤란해하는 아랑이 주먹 쥔 손을 소파의 머리 기대는 쪽에 아슬하게 올려놓았다. 솜사탕과도 주원과도 닿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닿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이미 엎어져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토닥거리는 손이 묘하게 덫에 가두려는 손짓 같다는 부분에서 소용없는 노력인 것도 같다.
“ 선배애. 사실 이미 잠 깼죠! 제가 곤란해 하는 게 재미있는 거죠! ”
아랑은 눈썹을 위로 치켜세우고 엄격하게 주원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하면 토라져서 당분간은 이 부실 찾아오지 않을 거야. 한 달. 두 달. 세 달. 카운트 다운 세고 있어.
주원은 슬혜의 약속씩이냐 할만한 것이냐는 말에 흘려보내는 말투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다행히도 약속을 하자는 주원의 손모양에 화답해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주원은 조심스럽게,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손가락을 걸어 그녀의 엄지 손가락의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지그시 붙였다. 겨울날 털옷을 입고 철제 손잡이를 만졌을 때와 같은 짜릿한 정전기가 엄지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으로부터 손까지 타고 흐른다. 그 한 순간, 주원은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다. 두근거림이라고 해야할지, 한 순간 기운이 났다고 해야 할지.
"아냐. 개 같다... 어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그런 의미 말고! 그러니까, 애완견... 아냐 이것도...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 강아지 같다는 말은 싫어하지 않아."
주원은 방금의 감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는 듯 횡설수설한다. 이어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주원을 보곤 미안해진 것인지 나쁘지 않은 정도라며 되뇌인다. 그녀만의, 특유의 안도감을 주려는 말투. 주원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두 입술의 끝을 당겨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의 즐거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순 없으니까. 그건 즐겁지 않은걸."
주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지만 그 말투에선 즐거움도, 장난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 후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주원이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순 없었다. 대신 차분하면서도 밝게 미소짓는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자주 미소짓는 그녀였지만, 주원은 어디선가 지금의 미소는 조금 다르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이상한 분이라는 말에 주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걸어가는 정면의 길을 보며 말한다.
아랑이는 귀여운 얼굴로 >>핵 무서운<< 카운트다운 세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Q.... 안 보는 기간이 하루 이틀 삼일이 아니라, 한 달 두달 세 달이에요... :Q.... 엄격한 얼굴이 귀엽다고 쳐다만 보다가 대처 안 하면 큰일 나는 애예요... 하트어택 당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계시면 큰일 나버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