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분들 비록 월요일 좋아는 외치지 못하더래도 힘내봐요..! 자정이 가까워지면 사라지는 나.. 모두 안녕 안녕히 😭
>>26 골댕이에게 사랑 주지 못하게 방해하는 시간과 현생 모두 싫어요!!!! 🤬 그래요, 꼭 만나요 우리 😄 >>29 상냥한 아저씨 얼굴짤로 그런 멘트를 치시면 저 우동주 마음이 약해질지도..!? ❛ัᴗ❛ >>31 크크.. 아침 먹고 땡 집을 나설때쯤에 고개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
몰래 가져다 쓴 열쇠를 다시 몰래 가져다 둘 시간이 왔다. 빈 부실에서 간식 터 놓고 영화본 게 걸리지 않았고, 뒷정리도 말끔하게 한 데다 지나온 길에 만난 선생님도 없었으니 완전범죄까지 코앞이었다. 게다가 열쇠 가져다두는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이고… 그냥 완전범죄라 불러도 될 것 같다. 뭐 이런 일에 <범죄>씩이나 되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나 싶어도 이런 게 나름의 소소한 기쁨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고3이라면 공부 빼고 모든 게 즐거울 때였다. 정신 차려야 하는 순간에 정신 빼놓고 사는 게 진짜 재미 아닐까? 또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생각을 내버려뒀다. 때 되면 알아서 돌아온다.
성공적으로 학생회실 앞까지 도달했다. 이제 문 열고 열쇠 보관하는 곳에 걸어두고 나오기만 하면 됐다. 예의상 문 두드려보기 전에 아무도 없길 간절히 기원했다. 문 열어놓고 있다가 잠깐 화장실 갈 수 있는 거잖아.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실례합니다."
가볍게 두 번 노크했다. 투명인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노크부터 문 열고 열쇠 걸기까지 심령현상의 일부로 취급될 테니까 나는 용의선상에서 자유롭고. 저 멀리 길도 아닌 곳으로 산책 떠난 제정신이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제일은 충격요법이다. 문을 열자마자 정신이 돌아왔다. 왜 나는 학생회실 오면서 이런 경우의 수는 고려를 안 했지?
"…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하가 등 뒤로 열린 문을 닫았다. 무슨 말이 오갈지 몰라서 그랬다. 이건 이거고, 아무튼 할 일은 해야 했다. 열쇠 반납하는 일.
부실의 열쇠들은 학생회에서도 보관한다. 학생회의 활동은 대부분 동아리들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고 큰 관리는 학교에서 다 해주지만 학생회에서 맡아서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여벌의 키가 학생회실에도 있는 것이다. 물론 도난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않게 하기 위해서 관리는 철저하게 하고 사용하는 것도 일부 인원에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학생회실에 와서 여느때처럼 키를 확인했을때 하나의 키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 누가 가져갔는지 안봐도 비디오지. '
어차피 여기서 잠깐 할 일도 있으니까 나는 항상 내가 앉는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서 책을 꺼내들었다. 개인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도서관 같은 곳보다 더 조용한 곳이 이곳이니까. 하지만 곧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들어서 누구인지 확인한 나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어서와. 학생회실엔 무슨 일로? "
사하, 은사하. 끝으로 갈수록 옅어지는 머리색이 인상적인 그녀는 예전 나의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그 끝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그녀와 나는 완전 남남, 아니 남남보다 더 멀다고 해야할까. 무슨 일로 왔는지 뻔히 알면서도 물어보는건 그렇게 좋은 취미는 아닌 것 같은데.
" 갑자기 내가 보고싶어지기라도 했어? "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사람 좋은 미소, 내가 가장 자주 쓰는 가면을 얼굴에 씌운채로 그녀에게 말을 건다. 한숨 섞인 그녀의 말이 들려왔지만 별로 개의치도 않았고. 처음 듣는 소리도 아니지 않은가?
슬혜 시트 읽고 왔습니다! 😀 처음에 읽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슬혜는 고양이매력이 엄청난거 같아요! 🥰 혹시 시트의 '스스로 내비치는 일이 없기에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경미한 우울증과 함께 무감정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는 타인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거나 독선적인 그녀의 행동에서 잘 드러나며 ' 라는 부분에서 주원이 무의식적으로 눈치채고(완전히 알아채는게 아닌 뭔가 힘들어 하는구나 정도?)신경써준다는 식으론 가능할까요? 😶
옛날에는 저 웃는 얼굴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느끼는지 묻지 않는 편이 좋다. 예쁘게 포장된 말을 건넬 자신이 없었다. 입밖으로 꺼내봤자 상처만 되는 말이다. 제가 뱉는 날 선 말들이 해인에게 치명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제게 그렇다는 건 자명하다. 사하는 해인이 옆에 있던 때를 늦봄으로 기억한다. 만개한 꽃잎이 눈처럼 쏟아지는 풍경.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근데 아무래도 그땐 늦가을이었던 것 같지. 봄이었다면 새잎이 돋아야 하는데, 잎이 돋기는 커녕 마르고 춥기만 한 걸 보니.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맞으면서 아닌 척 참 잘 해."
비꼬듯 얘기하곤 고개를 돌렸다. 열쇠보관함을 열고 열쇠를 걸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행동인데 지나치게 의식된 탓에 낯설게 느껴졌다. 손을 떨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여기까지 깨닫고 나자 그냥 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충격요법은 지나치게 효과가 좋았다. 맨정신이다 못해 각성상태에 가까워졌다. 커피 서너 잔을 한번에 들이킨 것처럼 심장이 쿵쿵댔다. 그런데도 웃음이 나오다니, 신기하지.
"글쎄, 네가 날 생각해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아니고?"
물론 상냥한 웃음은 아니고 코웃음에 가까웠다. 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에 작은 흠집이라도 내고 싶었는데. 역시 흠집은 이쪽에만 났다.
역시나 사라만큼은 아니어도 나를 잘 아는건 사하만한 애가 없다. 그야 연인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바라보면서 웃던 미소가 이제는 그 의미마저 달라질 정도로 우리의 사이는 크게 틀어져있다. 이렇게 될지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충분히 의도한 부분이니까.
" 옛날부터 잘했는데 그런건. 너를 좋아하는 척도 잘했었잖아? "
그녀의 눈과 손에 들린 열쇠를 번갈아가면서 보면서 얘기한다. 나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저 눈빛. 보기만 해도 즐겁다. 남이 곤란한걸 볼때마다 어찌나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가식도 아닌 정말 본연의 웃음으로 내 얼굴을 가득하게 채우고싶다. 제 필요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해버리는 것이 정말 역겹다. 하지만 이미 익숙한 역겨움이다, 토악질도 나오지 않을 정도니.
" 글쎄, 내가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와준거야? 새삼 반하겠는걸~ 은사하.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의 사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또 다른 웃음을 지은채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 모습은 똑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른 그것, 역겹다. 너무나도 역겹지만 그것이 나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불쌍한 양이 교활한 늑대에게 잘못 걸린 것이다. 늑대는 아직도 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까? 글쎄.
>>73 주원이가 너무 댕댕이어서 기절했다... 개 싫어한다는 설정을 철회하고 싶을 정도이나 고양이파로써 어쩔수 없는 아이덴티티니! 게다가 메인쿤도 현실에선 거의 강아지 취급이니!
그부분이라면 어느정도 식스센스가 있는 + 이해력이 높은 주원이로서는 슬혜가 말 안한대도 감으로 잘 캐치하겠지! 그냥 힘들어보이는구나 하고 신경써주는 정도라면야 문제될거 없지! 일단 '귀찮게 군다'의 범주에 들어갈 레벨은 아닌거 같기도 하고, 슬혜도 뭔가 본능적으로 댕댕이 회피! 할거 같지만 주원이의 행동기전 자체가 악의를 담은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거 같긴 해! 대신 뭐... 이쪽에서도 그만큼 챙겨주는건 있겠지? 가령 부르지 않아도 왔지만 먹을거 정도는 나누어준다던가... 근데 아무리 봐도 이 구도가 생각난단 말이지. 🤔🤔🤔🤔
>>89 뭔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묘하게 다른 것 같은게..😥오히려 비슷하면서도 다른게 만화의.. 라이벌(???)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92 샴고양이라던가! 😀 좋은 관계네요! 언젠가 주원이가 슬혜의 우울증 해소의 약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목표로 만든 캐릭터라. 😊 그나저나 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 "으앙!" 하고 보는 아기고양이 얼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매번 불안해하고 안달을 내는 거야. 왜 그렇게 내게 목을 매려고 하는 거야. 내가 여깄어 주는데 성에 안 차는 거야? 사라는 지금 여기 이 공간에 발을 붙이고 있는, 자기 자신인 배사라와 시아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사라가 상당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시아의 머릿속에 그려진 사라에게 자신이 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신과는 조금 다른... 자신은 절대로 될 수 없을 자신에게. 속이 끓어오르듯 불편했다.
"...내게 네 행복을 너무 많이 매달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사라는 경고했다. 자신은 시아가 생각하는 만큼, 한 사람의 행복을 온전히 감당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절대 아니었기에. 균형이 발을 뺄 수 없는 방향으로 무너지는 것을 사라는 아직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위태로운 것이었다. 그러고서야 사라는 시아가 보여주는 희미한 미소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아의 손을 쥐고 있던 손 중 한쪽을 놓았다.
"에-이, 저번에도 사줘 놓고. 이번엔 내가 사줄 차례야."
그리고 남은 손으로는 깍지를 끼어주는 손에 깍지를 맞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사라는 다시 원래의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100 샴! 국가가 인정한 개냥이! 사실 얘는 거의 특정할수 없는 무언가 같은 양아치라...🤔🤔🤔🤔🤔🤔 크툴루고양이는 아니지만 뭐. 주원이의 방향성에 알맞은 영향을 줄수 있다면 다행이구만! 슬혜도 양아치지만 점점 좋아지겠지! 경우에 따라서 어느정도 나아질수는 있다고 하니까! 흨흨... 고양이도 강아지도 귀여워...
>>105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 같은 양아치.. 크툴루 고양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 라는 부분에서 크툴루라는 느낌이 나네요. 나아질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음 시간도 늦었고 일상은 나중으로 할까요? 저는 원래 새벽반이라 지금부터가 활동시간이긴 하지만..
"그랬지. 어찌나 잘 하던지 아주 깜빡 속았지 뭐야. …너 같은 가짜가 누굴 좋아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사하가 낮게 웃었다. 해인을 향한 조소였고, 그걸 감추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태연하게만 보이는 얼굴에 실금이라도 내고 싶었다. 오로지 필요에 의한 접근이었다고 해도, 티끌 만큼의 진심도 없었다고 해도, 네 존재가 고작 견고한 가짜는 아니었으면 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릴. 진심이라고 해도 늦었어."
빈 껍데기뿐인 말이라는 걸 안다. 이런 말은 상처도 안 됐다. 슬프게도 해인의 존재 자체가 사하를 갉아먹었다. 단순히 과거의 실수로 넘겨버릴 만큼의 마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그랬다. 사하는 해인을 초대하고 싶었다. 대충 그어둔 선을 지나 벽을 따라 걷다보면 보이는 문 안쪽으로. 언젠가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해인을 떠올려보곤 했다. 결말은 완전히 다르게 났지만.
>>127 >>136이라구 한다 '0'....! 어케 선관짜러 임시스레 가볼까?? >>138 헤헤가 너무 천진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0 아이고 민규야 내가 픽크루 보기 전부터 훤칠할 걸 알았지 저렇게 생겼는데 운동까지 잘해? 당장 금메달 줘버려
그녀의 입에서 나를 매도하는 말이 쏟아져나온다. 물론 나라고해서 이런 말들이 다 듣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들을만하기도 했다. 그야 그녀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니까. 가짜라는 말에도 가볍게 수긍할 수 있다. 진짜를 본 그녀는 정말로 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 내가 그 날도 말했잖아. 인간은 가짜야. 너도, 나도. 그래서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니까? "
인간은 아주 역겹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이 사회에서 나 또한 인간이기에 이런 사상을 내뱉을 수는 없겠지만.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나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발을 내딛었다. 늦었다는 그녀의 말에 약간 멈칫했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해서 나도 그녀도 알 수 없었을터이다.
" 좀 늘었네? 역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더 재밌지. "
열쇠를 쥐고 다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사하를 잠깐 물끄러미 바라본다. 예전엔 이보다 더 가까웠던 것 같은데. 이젠 이런 거리를 좁히는 것마저 혐오하는 관계가 되었다. 정말로 맘에 든다. 그래 사하야, 나를 끔찍히 싫어하고, 더 끔찍하게 미워해. 그렇게 나를 혐오해줘.
" 지금은 부실을 이용할 시간이 아닌데. 말도 없이 키를 가져갔네. 그리고 그 키가 너 손에 있어 사하야. "
일부러 놀라는 척을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누가 봐도 과장된 몸짓으로,
" 설마, 너 도둑이야? "
금세 표정은 원래의 웃음을 짓고 있다. 남이 보면 정말 편안하게 느낄만한 그런 미소로, 지금 사하가 본다면 너무나도 역겨워할 그런 표정으로.
@@@여러분!ㅎ▽ㅎ 갑작스럽지만 산들고 단톡이 존재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상판의 1페이지를 너무 잡아먹게 될까요 으음..ㅎ▽ㅎ..... 또 만약 생긴다면 정체를 밝히든말든 자유인 익명 산들고 단톡vs프로필 참가만 가능한 단톡 골라주세요 ㅎ▽ㅎ!! 뭐 없어도 될 것 같다~ 도 물론 OK입니다 솔직히 부탁드립니다~!!!
>>129 >>136 으음 그럼 해인이도 사하한테 친동생같은 애가 하나 있다고 말했거나 사하가 먼저 사라를 만나보던가 했으려나 🤔 해인이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 사라의 관점상 사라와는 되게 빠르게 친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해. 해인주가 사하한테 사라이야기를 해줬는지 아닌지 말해주면 나머지는 임시스레에서 말해볼까?
>>169 해인이와 사라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고, 시아와도 1년 넘게 같은 학교를 같이 다녔잖아? 사라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삼자대면을 한 순간이 몇 번은 있었을 거야!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사라가 서로를 소개시켜 줬을 테고. "친동생 친구" 라는 느낌이라면 어떠려나~
아무리 봄이라 한들 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포근함을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하물며 불 앞에 서있는 일이 평범한 학생들보다도 많은 그녀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라 해도 이맘때쯤이나 여름만 되면 부쩍 움직임이 줄어드는 고양이도 그러했다. 물론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대로의 해결법이 있을 것이고, 그녀는 그녀만의 해결법이 있을테니...
"네, 걱정마세요. 늘 하던 일이니까요."
항상 뒷정리를 하던 버릇 역시 쉽게 떨치질 못했다. 물론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 만들었던 음식들을 따로 담아 집에서 저녁 대신으로 먹던 버릇이 있다보니 그 양도 양이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같은 부원들이 깔끔하게 정리한다 해도 조금의 부스러기조차 용납할수 없던 그녀의 사소한 깐깐함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조금 과한것 같네요."
역시 살짝 사색에 잠겼던 탓일까, 평소보다 양이 좀 많아졌다는걸 뒤늦게 깨달은 그녀였다. 물론 보관해두고 나중에 또 먹으면 될 일이다만, 차곡차곡 용기들을 담아들고선 자리를 뜨려 하니 평소보다 분침이 두세칸쯤은 넘어간것이 보였다. 그래도 통금시간 같은게 없을 뿐더러 그렇게까지 늦은 것도 아니니,
그래도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얼굴이 평소에 보던 인물이라는건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어라, 아직도 계셨나요? 동아리시간 끝나고도 좀 지난 것 같은데요?"
익숙한 금빛 머리칼, 마치 커다란 강아지 같은 인상인 그가 눈에 띄자 조금 놀란듯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물론 기숙사는 아직 열려있다지만, 너무 돌아다니시면 큰일난답니다?"
장난스럽게 키득이는 그녀였지만 그정도로까지 진심은 아니었다. 아무렴, 이 시간에 훤칠한 남자에게 달려들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현이 tmi! 어느 일인지에 따라 눈치가 모 아니면 도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 자길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하는 걸 그냥 친구적인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가 누군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슬퍼할 때만 귀신같이 알아내서 다독여준 적도 있다. 다행히 그 애는 지금은 털어내고 학교에서 도도한 군림 생활을 보내고 있다. 동생이랑 같이. 둘의 사이는 매우 안 좋다.
사하에게 해인이 하는 말은 잔뜩 꼬인 실타래 같았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꼬여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웬만큼 엉켰다면 멍청하게 달려들어 풀어보겠다 들쑤셨을지도 모르는데, 그럴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같이 보낸 시간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그래, 해인 옆에 있으면 그 말도 안 되는 말이 진짜처럼 들리기도 했다. 제가 진짜 가짜 같았다. 진짜라고 간절하게 믿고 있는, 멍청한 가짜.
"너한테 평가 받고 싶은 마음 없어. 기분 나빠."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민망해 할 정도로 딱 잘라 말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사하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게 하지 않았다. 서늘하게 굳은 얼굴로 해인을 쳐다보던 사하가 열쇠를 꾹 쥐었다. <도둑.> 짧게 읊조려보다 웃음이 터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사하는 해인에게로 두 걸음 다가선다. 손을 뻗어 해인의 손을 끌어왔다. 손바닥을 쳐다보며 나지막히 물었다.
"…다른 애들은 네가 어떤 앤지 알아?"
사하가 쥐고 있던 열쇠가 해인의 손 위로 옮겨간다. 열쇠를 쥐여준 사하가 다시 두 걸음 물러난다. 완벽히 손 떼어냈다는 듯 양손을 작게 들어올린 채다.
"지금이야 네가 날 도둑으로 몰아도 믿겠지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다음에도 그럴 거라 자신해?"
혼자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의 주원. 오늘의 활동은 학교 내에 비밀기지로 쓸만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학교이다보니, 쓰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었고 쓰이지 않는다고 해도 선생님들에 의해 출입금지되었을 터. 허나 유일하게 비밀기지라고 할 만한 곳을 발견한 것이었다.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몇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기엔 딱인 곳. 주원은 비밀기지를 찾았다는 즐거움에 콧노래를 부르며 기숙사로 향했다.
돌아가던 도중 우연찮게 알던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현슬혜. 어딘가 외로워보이면서도 쌀쌀맞아보이는 인상의 소녀였다. 처음 주원은 그의 재능으로 '맞지 않는 사람'임을 깨닫고 굳이 신경쓰지 않으려 했으나 그 외모와 분위기에서 풍기는, 원인 모를 외로움에 가까운 냄새에(정확히는 감각. 스스로 그것을 냄새로 파악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내버려둘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것을 부탁한 적이 없고, 단순한 오지랖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다.
"오오 슬혜. 아하하, 오늘은 학교를 좀 탐방했거든. 올해로 3년째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랄까, 찾아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곳도 있고."
주원은 털털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슬혜에게 다가갔다. 사람마다 타인과의 '거리감'은 다르고, 주원은 어렴풋이 타인이 생각하는 타인의 '거리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슬혜의 거리감에 따르게 된다면 꽤나 거리를 두어야 할 테지만 주원은 그녀의 거리감보다 구태여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다고 최후의 경계선을 넘진 않았지만.
"괜찮아, 괜찮아. 나 학교 근처에 자취방도 있으니까 시간 애매하다 싶으면 밖에서 자도 되거든. 슬혜는 지금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야?"
그녀의 말에 부정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그녀의 말이 백번 옳았으니까. 일반적인 사람은 사람들을 대놓고 혐오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고개만 선선히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이유 없는 혐오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나에겐 이유 따위 없는가? 글쎄.
" 이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걸. "
거짓말, 지금 내뱉는 듣기 좋은 말이 거짓임을 사하도 알고 있겠지. 모래사장에 떨어진 바늘처럼 수많은 거짓들 사이에 숨어있는 거의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은 본인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겠지만. 그녀의 감정을 긁어서 나에 대한 혐오감을 키운다.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기에 나는 한발 더 다가서려했다. 하지만 내 손이 잡혀서 열쇠가 쥐어지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말이 들려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거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 아, 진짜 재밌었어 사하야. 얼마전에 들었던 그 별명보다 더 재밌던 것 같아. "
내 손에 열쇠를 쥐어주고 가는 그녀의 손을 다시 붙잡는다. 그리고선 정말 재밌다는 표정으로 눈을 마주본다. 휘어지는 눈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곧 일그러질 것을 생각하니 아깝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손을 단단히 붙잡은채로 사하에게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을 조금 가깝게 가져갔다.
" 그래. 너 말대로 사람들은 내가 이런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지. 아마 밝혀진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할꺼야. "
아마 너처럼 모든 사람들이 날 싫어하게 되겠지. 이 학교에 더 이상 남아있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 세치 혀, 라는 말 들어봤지? 고작 이렇게 작은 근육만으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선동 당해. 그럴듯한 말에 선동 당하고, 지어낸 말인데도 철썩 같이 믿고 말이야. "
그렇기에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인간이란 생물은 정말로.
" 자아 그럼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누구 말을 믿을까. 너와 나, 두 사람이 이렇게 있다고 생각했을 때 말이야. "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인 나는 어느새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 그러니까 조심해. 언제 소문이 돌지 몰라? "
그와 동시에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협박이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쓰레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그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마치 유쾌한 것을 쫒는 대형견 같은 호기심 대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모습을 보는게 올해로 2년째다만 딱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오는 것도 어디까지나 후배를 신경써주는 선배의 느낌이었으니, 무엇보다 치근덕거릴만한 이는 아니리라 여기고 있기에 그녀 나름대로도 어느정도 느슨하게 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후후... 나쁘지 않은 탐험이었나보네요? 그렇죠. '내가 오늘 본 하늘이 내일도 똑같을 리 없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털털한 그의 웃음에 답하듯 살풋 미소짓던 그녀는 평소처럼 몇걸음 더 가깝게 다가오는듯한 그의 행동에, 그러면서도 마냥 들이밀어오진 않는 그 적당한 거리감을 조금 누그러진 눈매로 대신했다.
"네, 방금 끝났죠. 물론 제가 멋대로 늦은 거지만요."
그래도 아는 사람을 만나는건 썩 나쁘지 않은 하루라 볼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그렇게까지 깊게 와닿진 않더라도 무조건 거리감을 두던 예전보다는 달라졌으니 좋은 거라 볼 수 있을까, 역시 익숙해진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것이었다.
"애매하다 싶으면 자취방이라니... 후후, 의외로 치밀하시네요~ 아니면... 후배를 위해 걸어봤자 20분인 거리를 에스코트라도 해주시겠어요?
물론 농담이지만요~"
키득거리는 웃음은 누가 봐도 얄밉게 느껴질법하건만, 그녀는 곧잘 그런 행동을 해보였다. 어차피 농담이요, 설령 정말로 한대 해도 그녀쪽에서 도로 거절할 일이니까. 아무리 늑대가 범람하는 곳에서 위험한 삶을 산다 한들 그런데에 눈치가 없는 그녀도 아니었다.
"마침 잘되었네요. 괜찮으시다면, 오늘 만든게 양조절에 실패한거 같은데... 이따가 좀 들고 가시겠어요?"
>>240 깨물렸다고 해서 페로몬이 맡아지진 않습니다 억제제를 복용했으면 페로몬이 그날 일체 억제되기 때문에 인간이랑 별다름 없어서 구분 못합니다 유명인물들도 양인 것을 꼭꼭 숨기고 활발히 활동할 정도니까요 ㅎ▽ㅎ!!
그리고 옷 위로 만지는 스킨십도 스킨십에 포함됩니다! 만 그게 정도가 낮아 얘 양이다!! 까진 애매합니다. 또 옷 위로여도 연약한 신체부위면 말이 다르구요 (허리, 목덜미 등..) 깨물기는 정말 야금야금 먹어서 몇퍼씩 쑥쑥 올라간다 치면 스킨십은 충전기를 꼽은 듯 시간이나 정도에 따라 쭈우욱 차는 느낌입니다 키스나 연약한 살결이 맞닿는 진한 스킨십이면 오래하지 않아도 바로 쭉 차는 느낌이겠죠! 머리카락정도, 아주 가벼운, 짧은 급소가 아닌 옷 위로 정도는 체감되지 않다가 시간이 '꽤' 지난다면 어?찼나?찼네? 그런느낌..ㅎ▽ㅎ 좀 이해가 될까요??
>>251 오...!! 의외로 깨물기쪽이 야금야금 먹어서 몇퍼씩 쑥쑥이네요. 한번에 쫘아악 채워지는 건가...?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키스쪽이 더 쫘아악에 가까웠네요 ㅎㅁㅎ 하이파이브나 쓰담쓰담 잠깐 손잡기 정도로는 티가 안 날 것 같네요! "꽤" 지나면 눈치채는 것.. 알겠습니다! 답변 감사해요! ㅎㅁㅎ 캡틴 답변이 풀릴때마다 양과 늑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서 넘 재밌어요... :>
질문을 더 해도 된다면 1. 억제제 1알 효과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는가. 새벽 여섯시에 먹었다치면 다음날 새벽 여섯시까지 칼같이 유지되는 효과인가. 2. 만월도 아닌데 억제제를 2알 이상 복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3. 챗방이 있다는 걸 알고 눈팅은 하는데 난입은 안 하는 사람.. 설정도 가능한가. 정도네요! 아랑주가 궁금한 게 많아서 나중에 또 질문할 수도 있어요 ;ㅅ;
>>260 1. 억제제 자체는 지속시간 24시간 정도로 만들어졌지만, 국가에서는 예방 차원에서 '기상 직후'로 권장하고 그 교육이 널리 퍼져 그렇게 다들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개개인의 신체에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 사람마다 23시간..22시간..20시간 이렇게 짧아져 돌발 상황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밤을 샌다던가 밤낮이 바뀌었다던가 하는 양은 본인이 복용한 시간을 기억해두고 24시간 전에만 복용하면 됩니다. 뭐 어디 나가지않고 창문도 열지 않는다면 넘겨도 상관은..없겠죠
2. 그냥 속이 조금 메스껍나? 미약한 두통이 있나? 식욕이 좀 떨어지나? 정도로 큰 부작용은 없지만 과다복용은 무슨 약이든 좋지 않겠죠. 매일 2알을 먹는다?->매일 컨디션이 묘하게 저조함. 알약낭비
3. 어우 물론 가능합니다~!!!! 채팅방에 그런 게 있더라~ 하는 일상 속 대화도 물론 가능하구요. 철저히 비밀 보장 익명 ok입니다.
캡틴은 빈틈찔름당하기 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ㅎ▽ㅎ! 질문 해주신 내용 정리해서 시트에 옮겨 적어도 괜찮을까요 아랑주?
>>273 이현이랑은... 이현이에게 도움 받은 적 한 번도 없는데, 아랑이가 이현이에게 한 두번쯤 도움준 적이 있는...? 그런 관계 해보고 싶네요!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이현이가 길을 모를 때 알려준다거나, 목말라서 헥헥대는 이현이를 복도 지나가다 보고 자! 하고 품에 여러개 있던 음료수 중에 하나를 주고 고맙다는 인사도 (시간상 예비종 칠 때라) 안 듣고 쿨하게 갈 길을 가보고 싶어요....ㅋㅋㅋㅋㅋ
그럴 거라고 대강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싶은 그의 행동에 그녀는 어쩔수 없다는듯한 표정과 함께 싱긋 웃어보였다.
"참 꼼꼼하시네요. 그런 부분도,"
별것 아닌 말에도 마치 괜찮은 발견을 한듯이 따라서 되뇌이며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지를 찾는 로망스의 탐험가, 아니면 뭐든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 같은 느낌이었다.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거, 자랑할 일이 아닌거 같은데요?"
그의 당당한 발언이 조금은 황당했지만 그래도 싫진 않았는지 살짝 허탈함이 섞인 표정을 보이던 그녀는 검지를 아랫입술에 가져다대곤 빙글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실것 가득, 과자도 종류별... 그게 주식이라면 여러 의미로 곤란해진다구요~"
물론 그녀가 참견할 부분은 아닐뿐더러 어디까지나 그의 생활방식이니 그녀가 왈가왈부 할 필요도, 신경쓸 이유도 없었지만 생판 남인 것도 아니니 그정도의 첨언은 해줄수 있었다. 브이 제스처까지 취하는 그를 보면 그만큼 당당한 모양이지만
"......??"
뒷말을 못들은 건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을 하는 건지 어느새 옆으로 나란히 서있는 그의 표정은 흡사 산책나가기로 한 주인과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를 쏙 빼닮았다.
저렇게까지 나오는 이상 거절하기도 뭐하고, 쉽게 물러날만한 사람이 아닌 것도 알고 있기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낮은 한숨을 쉬고선 살짝 비틀린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단순히 '곤란한 사람이다.'라고만 느꼈을 뿐 그 표정에 악의는 없었다. 다만 아무리 봐도 대형견의 티를 벗을수 없는 그의 행동이나 인상에 본능이 제동을 거는것 뿐이었을까?
"후후,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에스코트 해주시는 댓가로, 오늘 만든 갈비찜 정도는 나누어드릴수 있겠네요. 그정도로 만족하실 수 있겠죠?"
>>276 산들고의 축제는 사복을 입고오며 동아리마다 부스를 열어(꼭 전공과 관련되지 않아도 됨. 귀신의집,요리,하여튼 재미난것들) 다 같이 즐기자 느낌이고 일상에서 이런 부스가 있어서 갔다 식으로 즉석에서 마구 창작하셔서 즐기셔도 되고, 장기자랑도 생각중입니다. 이벤트 참여인원은 무대필참이면 재밌을 거 같네요. 축제는 중후반에 즐길 것 같습니다 ㅎ▽ㅎ약간 뒷풀이 느낌으로? 다들 축제를 꽤 기대하고 계신 것 같네요! 제 추억 속 축제는 공부&전공 없는 날~ 정도였어서 그냥 놀자판으로 놀았던 기억밖에 없어서 축제로 할만한 좋은 아이디어..있으시면 적극..알려주십쇼 기억이 가물가물..
>>285 무대필참... 아랑이는 무대에 서도 뭐 어때~ 정도겠지만, 극도로 거부하는 아이도 있겠군요...? :Q 사실 반마다 무대? 같은 거 서면 아랑이는 작년에 연극 1-1 <빨강망토와 늑대>에 참여했다. 고 하려고 했는데..이거 가능한 설정인가요?? 동아리마다 부스 열면 동아리 안 든 사람이 도와줘도 되나요? 이미 스레주의 아이디어도 넘 좋아요 ㅎㅁㅎ
맞아요 이메레스 넘 재밌어 티미 넘 조아... 이제 스르륵 스러집니다... ㅇ<-< 복습 눈팅은 할 거지만 이젠 눕고 싶어요... (스르르륵) 다들 잘자고 좋은 꿈 꾸시는 거예요! ㅎ_ㅎ
주원이 정말 깔끔하게 농담이라는 말을 무시하고 슬혜의 옆에 서자 그녀는 낮게 한숨을 쉬곤 어이 없어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주원은 그 미소를 보고도 느끼는 것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 조차 무시를 하는 것인지 그저 환한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뜻이 맞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갈비찜! 나 갈비찜 완.죤. 좋아하는데. 매일매일 갈비찜만 먹고도 살 수 있어!"
슬혜가 에스코트의 댓가로 갈비찜을 준다고 하자 주원은 뛸 듯, 아니 정말 방방 뛰며 기뻐한다. 방방 뛰다가도, 갑자기 검지를 자신의 턱에 대곤 "으~음." 하는 낮은 생각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한 달 정도는? 응. 그리고 역시 밥도 있어야겠지. 밥이랑, 김치랑, 갈비찜이면 한 달은 문제 없을 것 같아!"
그 말이 그렇게나 깊게 생각을 할 만큼 중요한 것일까. 뭐, 고민을 한 것을 보면 중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주원에게는.
아무튼 슬혜를 에스코트 - 에스코트라고 해야할지, 대형견 산책이라고 해야할지. - 해주려는 순간, 하늘에서 빗방울이 톡, 토톡 하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봄날의 비였다. 하늘로부터 내려와 포근한 봄날의 공기를 타고 따라 내려오는 봄비. 주원은 비 몇 방울을 맞고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쳐들어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응시했다.
"그러고보니 나 우산 있었지. 왠진 모르겠지만, 들고 나오고 싶더라구."
그렇게 말하며 주황색의 1인용 우산을 펼친다. 그리곤 말 없이 그녀에게 씌워준다. 그리곤 슬혜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손목을 살짝 비틀어 우산을 슬혜쪽으로 기울였다. 그녀가 비에 젖지 않도록.
>>293 정말 나의 캐릭터는 죽어도 못한다 차라리 죽겠다! 라면 굳이 세우지 않겠지만 그래도 모처럼인데 다같이 즐기면 재밌겠다..싶고..다같이 뚱땅거리는게 보고싶을 뿐이고..(주륵 주연은 불가능하더라도 참여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극이면 연극부가 진행할텐데 주연은 연극부원들도 치열하지 않을까요? 만약 연극부가 아닌 친구들끼리 모아서 해서 주연이다~ 는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동아리가 없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도와준다 설정도 완전 완전ok입니다. 페이는 받기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갈비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멈뭄미를 뽐내는 그의 발랄한 행동에 그녀는 더 얼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이정도로 강아지 같을수 있는가
마치 하루종일도 할 수 있다는 파란 쫄쫄이의 방패든 사나이가 생각나는 기백이었다.
"음~ 그건 또 어떨까 싶네요~ 칼로리 이전에 나트륨이 문제 아닐지..."
물론 그것만 먹으란 법은 없겠지만, 게다가 고기는 그녀라 해도 거부할수 없는 무언가지만 매일매일 먹는건 글쎄, 금전적인건 상관없는 일이라 해도 위장에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게 어지간히 기분 좋은 일이었는지 방방 뛰기까지 하던 그가 돌연 차분한 태도를 보이며 나름 스스로와 조율을 하는듯 말하자 그녀 역시 살풋 웃으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달도 좀 어떨까 싶긴 하지만~ 그만큼 선배님께서 고기에 진심이신건 알겠네요~"
이미 분위기 자체는 에스코트라기보단 그냥 동네산책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녀는 딱히 개의치 않아했다. 밤산책은 이따금씩 했으니까, 물론 마음놓고 나가려면 매일같이 신경써야 하는 억제제가 있었지만 그것으로라도 자유를 느낄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래봤자 일생일대에 먹을 약이 하나만 늘은것 뿐이니까,
"...아, 비가 오네요?"
천천히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를 보는것 치곤 별 감흥이 없는 목소리였다. 계절이 계절이니 흔한 일이었고 내리는 비 좀 맞는다 한들 감기가 걸리는 체질도 아니었기에, 물론 세탁은 좀 번거로운 일이 되겠지만 어차피 세탁기가 할 일이니 아무 생각이 없던 그녀는 옆에 있던 그가 갑자기 우산을 꺼내들고선 이쪽으로 씌워오자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담아둔 음식들이 눅눅해지는걸 걱정하시는게 아니라면, 불필요한 행동일것 같은데요?"
누가 봐도 1인용인것 같은 우산엔 기껏해봤자 사람 한명 반정도일까? 그런데도 기분탓인지 이쪽으로 기운듯한 우산에 그녀는 태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아주 살짝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물론 베풀어 오는 호의에 대해 대놓고 면박을 주는 성미는 아니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거부감은 자연스레 조바심이 날수밖에 없도록 재촉하고 있었다. 이런 행동만큼은 그에 대해 오래 알고 있었건 아니건,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원은 슬혜의 완곡한 거절에도 별 신경쓰지 않는 듯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라는 것은 그것 이외에도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이 아닌가? 허나 주원은 굳이 그것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그저 그것에 대해 대답할 의향은 없다는 듯 가벼운 휘파람을 불 뿐이었다.
주원은 슬혜를 따라서 봄비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를 걷는다. 부활동이 끝난 봄날의 늦은 오후는 어느새 점점 저물어가고, 노을빛이 비추고 있었다. 주원을 닮은 색깔의 태양이 반쯤 고개를 내밀고 서서히 저물어간다.
"불편? 뭐가?"
주원은 슬혜가 조바심을 내는 것을 눈치 채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슬혜의 말투에서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속내가 보이는, 불편함을 어느정도 드러낸 거절이 보였지만 주원은 그저 슬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눈빛 너머론 가라앉는 노을과 비슷한 색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슬혜의 발걸음에 맞추어, 우산을 조금 기울인 채로 그녀를 따라 걷다 문득 주원이 슬혜에게 말을 걸었다.
"슬혜야. 두 사람이 우산 하나를 쓰고 간다는 것 말이야. 그건, 뭐라고 생각해?"
주원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즐거움과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나 그 분위기와 목소리는 무게를 잡고 어느 특정한 관계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닌, 마치 절대 정답을 맞추지 못하리라는 수수께끼를 내는 소년과 같은 목소리였다. 마치 '넌 절대 못 맞출걸!' 하는 생각이 깔려있는, 그런.
그것도, 라고 운을 떼는 것으로 보아 다른 의미 또한 있겠지만 그녀가 그 뜻을 알아도 부러 무시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태연하게 굴 그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의미로 보면 의도적인 말흐림이었기에 어찌보면 그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면서도 어째 뻔뻔하단 느낌이 들었는지 그녀는 약간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대체 이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완곡하게가 아니라 직설적으로 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본의아닌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씁쓸한 말을 굳이 꺼내고 싶지는 않단 생각이 조금은 들기 시작한 그녀였다.
"아뇨, 오늘따라 선배님 답지않게 뻔뻔해보여서 말이죠."
일부러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가 있는 반대편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그녀는 여전히 동그란 눈과 함께 갸웃거리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쉴 뿐이었다. 물론 실제로도 날숨이 좀더 긴 느낌이었지만,
노을빛은 언제 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건만, 이런 때만큼은 괜시리 심란해지는 빛깔을 띄고 있었다.
"...바보같은 질문을 하시네요."
여느때와같이 즐거움,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걸어오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내는 것이 재밌는 건지, 아니면 그런 행동 자체가 재밌는건지 그녀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대답이 정답이던 아니던 개의치 않고 말할만큼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우산이 있는쪽 사람이 없는쪽 사람을 신경쓴단 거겠죠. 그게 자신에게 득이 되건 해가 되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말이죠."
부질없는 행동이다. 머릿속에 그런 말이 스쳐지나가자 그녀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스스로가 그런 말을 생각해낸다는 것도 불쾌했지만 그것을 인정해버리는 다른 자신이 있다는 것또한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신이현님께서 마음에 둔 상대에게 고백을 하면 차일 확률은 나 마블리 프렌즈가 처리했으니 걱정말라구! https://kr.shindanmaker.com/726293/pic/5b07220e46c43bad6fea561992e29f4410184b9d_wct #shindanmaker #차일확률 https://kr.shindanmaker.com/726293
주원의 뻔데기 3통은 해치운 듯한 뻔뻔한 태도에 슬혜는 주원을 얼빠진,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주원은 그런 시선으로부터 아주 능숙하게 눈을 돌리고 일부러 다른 곳을 보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의도는 명백했지만.
"답지 않다니, 나는 언제나 이런 느낌인걸."
슬혜의 머리카락을 넘기는 모습은, 어떻게든 주원과 닿지 않으려는 느낌이 들어 온 몸으로 주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눈치챌 수 있는 분위기를 그가 모르지도 않을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인지. 이쯤 되면 슬혜의 그 분위기에 억눌려 우산만 건네주고 간다던가, 아무 말 없이 그저 목적지까지 걷는다거나 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거기에 깊은 한숨까지 곁들이자, 만약 주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옆에 있었더라면 아마 어색과 거북함 섞인 분위기에 필시 도망치고 말았으리라.
주원의 질문 후 슬혜는 바보같은 질문을 한다며 대답을 해주었다. 주원은 그 대답을 듣곤
"흐~~흥.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곤, '그렇게 말 할 줄 알았어!'같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한다. 주원이 생각한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말야. 바로."
주원은 정답을 말해주려는 듯 뜸을 들이더니, 갑자기
그녀의 음식보관함을 쥔 반대쪽 손을 홱 잡아채어 자신이 들던 우산을 쥐어주곤 그대로 우산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우산 밖으로 나간 주원은 뭐가 그리도 기쁜지 해맑은 미소로 봄비 내리는 거리를 달리고, 멈춰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뒤 고개를 쳐들었다. 상냥한 봄비라고 해도, 금방 주원의 옷과 머리, 얼굴 등을 적셔가고 주원은 고개를 든 채 입을 벌려 내리는 봄비를 받아 마셨다. 그리곤 비로 젖어 축 가라앉은 머리를 양 손으로 뒤로 밀어올린 뒤 슬혜를 향해 손짓했다.
"집 어-디-야? 어느 방향으로 가야돼-?"
그의 행동이, 비오는 날 혼자 좋아 날뛰는 골든레트리버 같았다는 것은 구태여 보탤 필요도 없으리라. 봄비 내리는 거리에서, 주원은 굳이 슬혜에게 자신의 우산을 건네준 뒤 달려나가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는다. 그 이유는, 글쎄. 단순히 봄비가 좋아서 일수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능숙하게 시선을 돌려 자신의 표정을 안본듯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어느방면으로 생각해도 의도적인 회피로 비추어졌다. 거기에 첨언하듯 항상 그래왔다는 그의 태연스러운 대답은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들어졌지만... 어찌 되었던 둘중 한명을 이상한 사람이라 지목해야 한다면 그건 분명 그녀쪽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피하는듯한 행동까지 보였건만,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의미인지, 아니면 그정도 행동은 보일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는지 마주 피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안해하는 것도 없는 그의 반응과 행동은 전혀 이해못할 것들로 그녀에게 와닿았다. 비단 감정의 문제뿐만이 아닌, 그런 부수적인 것들로 인해서 누락되어버린 타인에 대한 이해도 한몫 했으려나? 어찌되었건 이해할수 없는 행동과 단어들은 그녀에게 혼란을 주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 달리 무어라 생각하겠나요?"
한쪽으로 쏠려 살짝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찰나, 마치 예상된 대답을 내놓았다는듯 잠깐 뜸을 들이던 그가 비어있던 손을 잡고선 방금 전까지 들고있던 우산을 쥐어주고는 내달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당혹스러움 반, 놀람 반인 채 살짝 치켜올라간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딱히 즐거움을 느낄만한 포인트도 없었건만 그렇게 비내리는걸 즐기는 강아지처럼 팔까지 쭉 피고서 비에 젖어드는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몇번이나 봐온 그의 돌발행동 중에서도 가히 충격적이라 할수 있었다.
"....."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뭐가 그리도 행복한 건지, 그것에 딱히 큰 의미가 담겨져있진 않다는 것쯤은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안다고 하는 것도 지식의 선에서일뿐, 공감하고 이해하는건 논외로 따져야 할 부분일까? 마치 같은 언어로 적었어도 전혀 이해할수 없는 철학서적처럼 말이다.
아무리 봄비라 한들 뛰면 뛸수록 더 맞는다는 과학적인 말도 있듯 금새 흠뻑젖어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렇게 비맞는거 좋아하는 대형견마냥 구셔도, 선배님께 득이 될 건 없어요."
이미 저만치 앞서가버렸으면서도 집의 위치를 묻는 그가 조금은 우스꽝스럽다 생각했는지 입가에 미소만큼은 지우지 않고서 그가 뛰어간만큼 다시 거리를 좁히기로 했다.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 가진 이해과 세계 안에서 그렇게 받아들일 뿐. 그렇기에 분명 주원은 슬혜의 세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고, 슬혜의 이해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주원은 그런 사람들과는 구태여 교류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이해'라는 재능은 곧 노력하기 전 '노력의 의미'를 예상할 수 있는 척도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빠른 주원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테지. 단순히 재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달리 무어라 생각하겠나요?"
주원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것 이외에 답이 있냐는 물음. 주원은 그저 미소지을 뿐, 그것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둘의 대화는 맞물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것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빗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놓고 그저 봄비를 맞는 주원. 마치 자유를 찾아 감옥에서 도망쳐 자유의 비를 맞는 사람과 같이 해방감 가득한 미소를 띠고 떨어지는 봄비를 맞이한다. 이것이 주원의 대답인 것일까?
'두 사람이 우산 하나를 쓰고 간다는 것'에 대한?
빗속에서 자유를 즐기던 주원은 그녀가 못말리겠다는 듯 미소지으며 득이 될 것 없다고 말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득? 이미 득 되고 있는걸. 푸하, 후아, 후우우우아아아아."
그는 봄비가 싣고 오는 봄 내음을 몸 가득 담으려는 듯 숨을 가득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의 코를 비에 실린 라벤더 향이 간지럽히고, 그는 행복을 주체할 수 없는듯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녀가 주원이 나아간 만큼 거리를 좁히자 그는 그 곳에서 가만히 그녀를 기다려 주었다. 내리는 봄비에 머리가 다시 축 가라앉아 오른손으로 턱부터 머리 끝까지 빗물을 쓸어넘긴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즐거운걸? 행복해. 응. 나 지금 되게 행복해!"
주원은 슬혜에게 넘긴 우산에 들어가지 않고 굳이 우산의 바깥쪽에서 그녀를 따라 걸었다. 충족감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로. 머리로 이해하려고 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금의 주원에겐, 그저 이 시간과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할 뿐일 테니까.
과하게 무미건조한 사람, 또는 과하게 역동적인 사람. 좀처럼 들어맞지 않는데도 지금까지 이렇게 유지되어온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지속된 것일 수도 있으며 그에겐 이해할만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별 의미 없는 동정으로 생각될 수도 있으며 작게나마 변해가는 모습 때문일 수도 있었다. 몇분씩 늦어지는 시계도, 반대로 빨라지는 시계도 언젠간 원래대로의 시간을 맞춰간다는 건지 미묘하게 틀어져있는 관계에서도 어디선가 맞물린점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간혹 정 반대인 사람 둘이 오히려 잘 맞아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이가 있었는데, 정말 그런지는 알수 없었다. 아무렴, 그녀는 독심술사가 아니었으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금방 읽어낼수 있는 재능을 가진 늑대같은 것도 아닌데다 오히려 약하다면 약한 양에 불과했다.
"그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네요. 선배는..."
학교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특이점을 찾는 모습이나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나 어딜 봐도 얽매여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고리타분한 사람인 것도 아니었지만,
뭐가 그리도 좋은 건지, 아니면 별 의미 없어도 즐거운 것이 청춘이라 불리는 것인지, 너무 일찍 세상을 받아들인 눈에선 다소 황당한 인간군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정하고 받아들일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그가 먼저 떨어져나가기 전에 그녀가 밀쳐냈을 수도 있으니,
"어련하실까요~"
살풋 웃어보인 표정은 그녀에게 있어 작위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었다. 나자신같이 느껴지지 않아도 웃고 있는 사람이 본인이란 명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영원한 안티테제는 없다고, 언젠간 합이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그녀는 그 말을 딱히 믿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정론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흔해빠졌고 유치한 행동이라 해도 진실된 행동이라면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듯, 마음 속의 공허함을 채울 수만 있다면...
기분 나쁘게 할 마음 없었다지만, 정말로 악의없이 투명한 의도로 한 말일 리 없다. 사하는 이제 해인이 하는 말 대부분을 믿지 못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거짓을 뱉은 사람에게 다시 신뢰를 건넬 만큼 단단하고 심지 굳은 사람이 못 되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깊어질수록 제 살만 깎아먹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너 웃게 하려고 한 말 아닌데."
아마 그건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겠지. 손이 붙잡히자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신다. 한 번 뿌리치려는 시도가 좌절되자 금세 포기하고선 굳은 얼굴로 해인을 바라본다. 무표정한 얼굴. 이젠 낯설게 느끼면 안 되겠지.
"조심해야 하는 건 너지."
해인의 손이 떨어진 자리를 가볍게 털어냈다. 그냥 지금 상황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바람 빠지듯 웃는다.
"내가 뭐라고 사람들이 나한테 신경을 써. 내가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고작 부실 열쇠 잠깐 가져다 쓴 건데. 솔직히 이런 건 별거 아니잖아."
<소문감으론 좀 시시하지 않나.> 작게 중얼거렸다. 들키면 조금 혼나기야 하겠지만, 그게 다 아닌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귀엽게 미친 짓 한 번 저지른 셈 치면 그만인 일이다.
>>443 냥냥펀치도 왱알왱알도 당한다! 시암고양이가 원래 웅앵앵고양이라서 말대답 잘 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슬혜네 고양이들 중에도 시암이는 없다는 그런 불필요한 설정이 있엉 참고로 시트엔 깜박하고 안넣었지만 슬혜가 키우는 메인쿤 이름은 글쎄야! 모티브는 짱구 1기때 나왔던 길고양이 물음표!
사실 늑대와 양 세계관이 아니라 현대 세계관 또는 이현이가 다른 향이나 늑대였다면 이현이와 이화는 이 정도로 사이가 좋을 수 없었습니다. 이현이가 편안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에 좋은 향을 갖고 있었고, 양의 처지였기에 이화가 같이 있고, 더욱 동경해서 사이가 엄청 좋은 것일 뿐입니다. 아니었다면 사이가 나쁘거나 평범하진 않고 좋기야 하겠지만 이현이는 이화를 동생이란 다른 카테고리 대신 친한 친구처럼 대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고, 이화는 이현이를 착하고 동경할 만한 형 정도로 생각했을 것.
이 신입생, 생각보다 말이 엄청 많았다. 그렇다고 시끄럽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말없이 웃음만 지은채 흘려듣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형이 갖고 싶었다는 것을 보면 외동 아들인가 싶었다. 아니면 동생들만 있는 첫째인걸까. 나는 외동 아들이기는 했지만 우선 친동생 같은 꼬맹이도 있는 편이고.
" 통학하는게 꽤나 힘든 일이던데. 나는 좀 떨어진 곳에서 자취하고 있어. 버스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곳. "
자취하는데 통학까지 한다니 돈이 두배로 드는 일이 아니냐고 하지만 학교에서 가까운 곳은 월세가 비싸서 입주하기가 힘들었다. 버스비까지 포함해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사는게 더 돈이 적게 드는 일이니까. 내가 좀 피곤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돈이 없는건 이렇게나 서러운 일이지.
" 그나저나 자취는 아닌데 집에서 혼자 산다니. 그게 자취하는거 아니야? "
본가에서 부모님이 나와서 따로 사는거라면 혼자 사는 시점에서 그게 자취가 아닐까 싶었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아닌거겠지. 마이페이스에 말도 많고 엄청 신나보여서 같이 있는 내 기를 빨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이들한테 인기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머니에 들어있던 사탕을 꺼내주면서 말했다.
" 이거라도 먹을래? 포도맛 밖에 안남기는 했지만. "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간단한 간식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곤 했다. 일을 할때도 당분이 있으면 좀 더 머리가 잘 굴러가니까.
그녀의 말대로 조심해야하는건 나다. 주변에 쌓여있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쓸어버릴 수 있을만큼의 폭탄이니까. 그렇기에 사하는 엄청난 폭탄줄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크나큰 약점을 갖고 있음에도 지금까지도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매장 당해버릴지도 모르는데.
" 원래 소문이란 그런거야. 별거 아닌 일에도 부풀려지고 부풀려져서, 종국엔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버린다니까?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옮겨갈때 살이 조금 붙고, 붙고, 붙어서 원래의 이야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진 눈덩이가 되어버린다. 결국 보이는 것은 붙어버린 아무 의미도 없는 살뿐. 허나 그걸 보고 판단하는 것이 인간이고 맹신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정말 진절머리 나는 종족이라니까.
" 물론,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야. "
받아든 열쇠를 원래 있어야할 곳에 잘 걸어놓는다. 빼곡하게 차있는 열쇠를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문을 닫았다. 쓸데없이 흥분할 일이 아니었는데 왜 사하 얼굴만 보면 이러는지. 한숨을 길게 내쉬고서 주머니를 뒤적인다. 여느때처럼 사탕을 먹으려고 하나 꺼내든 나는 다시 사하와 눈이 마주쳤고 하나 더 꺼내면서 물었다.
" 내가 미끄러지길 원하면 너가 알고 있는 모든걸 말하면 되잖아. 그럼 너의 눈 앞에서 꼴보기 싫은 나는 없어져버리는건데. "
화연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옷을_벗는_순서 - 머리, 상체, 하체 순서. 3초 환복을 원칙으로 함 자캐가_기분이_좋지_않은_시기는 - 역시나 적시나 만월. 평소에는 지루할때에 기분이 좋지 않다. 자캐식으로_날_잊지_말아줘 - "너도 알겠지만, 난 튀는 사람이라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억에 남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직접 말해야겠어." "날 잊으면, 깨물어버릴거야. 아프게."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주원에게 있어서 슬혜는 굉장히 벽을 잘 만드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낸 상처에서 흐른 피로 벽을 치는 사람. 슬혜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문득 느낀 것이다.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이유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주원이라고 해도 그 테두리를 벗어날 순 없다. 결국은 그 또한 인간이기에. 하지만 주원이 가진 또다른 재능은, 늑대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재능은 상대방에게서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닌, 함께 있음으로서 그것만으로도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진 모르겠지만.
주원이 우산 밖에서 비를 맞는동안 슬혜는 그를 바라보았다. 주원을 바라보는 슬원은 미소짓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미소인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주원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지금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비가 내리는데도 맑아보이는 하늘과, 저물어가는 석양 뿐이었다.
"좋아하는 음식? 단거! 고기도 좋아하고, 매운 것도 좋아하고, 쓴건 싫어해. 하지만 적당히 쓴건 좋을지도 모르겠어. 나물은 좀 싫을지도. 김치는 좋아해!"
주원은 폴짝거리며 그녀의 옆으로 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묻는 그녀의 말에 곧대로 대답해 주었다. 이런 일련의 행동이, 벽 너머의 상대를 밖으로 당기기 위한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 벽 바깥에서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지.
"슬혜는 좋아하는거 있어? 좋아하는 맛이나, 좋아하는 음식. 혹시 공통되는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호기심이 동하는 부 이름을 보고 선뜻 들어가 보았더니 안에 있는 것은 골든 리트리버같은 선배였지, 문을 열며 아랑은 회상했다. 당연히 부원이 몇 명 있을 줄 알았는데 부장 혼자인 게 의외였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태 혼자인 건 더 의외지. 권유는 아직도 가끔 받고 있지만 아직 들어갈 마음은 없었다. 혹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들어가긴 좀... 그렇지?
“ 저 왔어요~ ”
당연히 반길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잠들어 있었다. 아랑은 살금살금 발걸음 소리를 죽여 그에게 다가갔다. 깊게 잠들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리카락에 손에 살짝 올려본다. 깨어있을 때 퐁퐁 두드려본 적은 있지만, 쓰담쓰담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기회가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었어! 아랑의 손이 조심조심 움직였다. 폭신폭신한 머리카락은 과연 쓰다듬는 재미가 있다. 사람에게 그러면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꼭 잠자고 있는 골든 리트리버를 몰래 쓰다듬는 기분이다. 잠깐 만지는 건데 깨진 않겠지? 안 깨면 좋겠다.
주원은 어떻게든 선생에게 담판을 통해 따낸 부실 - 사실은 여러가지 뒷공작이 있기도 했지만 - 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깊게 소파에서 자는 이유는 어젯밤 우연히 재미있는 만화책을 발견해 한 권만, 한 권만 하고 읽다가 꼭두새벽 최신권까지 읽어버린 탓이었다. 최신권까지 읽은 뒤에도 "이 뒤에 어떻게 되는건데에에에!" 하고 오열하던 주원은 1,2시간쯤 자고 학교에 와 수업 내내 졸다가, 점심시간 자고, 또 오후 수업 내내 졸다가(!!!)수업이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굳이 부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엔 곧바로 반길법한 아랑의 목소리에도 아주 깊게 잠든 주원은 쌔근쌔근 소리를 내며 깊게 잠들어있을 뿐이었다. 아랑이 주원의 머리에 손을 올려도 깊게 잠든 주원의 반응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쓰다듬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간혹가다 "으히히.. 더는 못먹어.." 하고 잠꼬대를 할 뿐이었다. 무언가 먹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남한테 안좋은 말은 하나도 못하면서 나한테는 잘만 내뱉는 모습을 보면 어지간히 미움 받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항상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그 모습이 좋았지만 그렇기에 헤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고 역겨워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면을 두껍게 쓴건 나 자신이니까. 가장 가식적인건 나일지도.
" 딱히 못되게 군 적은 없는데. 내가 괴롭힌적도 없잖아? "
어깨를 으쓱하면서 답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그녀에게 괴롭기는 하겠지만 내가 나서서 괴롭히거나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비단 사하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물론 내 재능을 이용한 적은 여러번이지만 나쁜 방향으로 이용한 것은 학교에 들어와서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게 있을수도 있지만.
" 원래부터 아둥바둥 사는 몸이라서 항상 피곤한데. "
자두맛 사탕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살짝 웃어보이고는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가서 다시 앉았다. 곧 아르바이트를 갈 시간이었기에 짐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늘어놓은 것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돈이 없는 인생은 참 거지 같다니까. 그렇게 학생회실을 나가기 위해서 그녀의 옆을 지나가려다가 말했다.
너무 오래 만지면 양인 것을 들킬 테니까, 아랑은 손을 떼려고 생각했다. 더는 못 먹어, 라는 잠꼬대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이 사람은 꿈도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모양이다. 머리카락에서 멀어진 아랑의 손이 주원의 뺨을 콕 가볍게 누르고 떨어진다. 자고 있으니까 칠 수 있는 장난이지. 히힛, 소리 없이 웃고 나서 아랑은 몸을 일으켰다. 어쩔까. 이대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지만, 잠든 사이에 왔다 간 것을 나중에 알면 좀 서운해할 것 같은데 깨워야 할까? 아랑은 소파에서 좀 떨어져서 가방을 열었다. 작게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도 안 깨면 산타처럼 머리맡에 과자만 놔두고 사라져 버려야지.
지금은 12월이 아니지만. 깨고 난 후에 머리맡에 과자가 놓여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산타가 다녀갔다고 생각하려나, 설마? 컵솜사탕을 고른 아랑은 주원의 머리맡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주원이 깨면서 몸부림쳐 떨어지더라도... 무사할 간식이겠지! 아마!
>>605 팔 잡아당겨서 그대로 주원이 품에 떨어지는 것도 ok입니다! ㅇ< 아랑이 무게 정도 떨어져도.... (약간 무거워 하려나?) 잡아당겨서 품에 떨어질 정도의 힘으로 잡아당겨도 되고~ 넘어지진 않을 정도로 약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것도 됩니다! 원하는 대로 고르세요 '▽'
아랑이 주원의 머리를 만지자 주원은 "으히히.. 맛있어.." 하는 잠꼬대를 내었다. 혹시 머리를 쓰다듬은 것이 무언가 관련이 있는 것이었을까? 어찌됐든, 아랑이 쓰다듬는 주원의 머리는 굉장히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울 것이었다. 만지다보면 계속 쓰다듬고 싶어질 정도로. 아랑은 이번엔 자는 주원의 볼을 가볍게 콕 찌른다. 그러자 주원은 "으응.. 후히.." 하고 신음소리 뒤 무언가 즐거운 것인지 히죽거렸다.
아랑은 무언가 꺼내려는 것인지 소파에서 조금 떨어져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그 때. 아랑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주원이 조금씩 의식을 되찾은 것이었다. 아마 볼을 콕 찌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주원은 컨디션이 회복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부실에서 자고 있었지. 그런데 너무 많이 잤나? 개운해지는 것 같아. 그나저나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주원은 정신이 돌아온 상태에서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눈을 팔로 가리고 있는 탓에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발걸음과 발소리. 그리고 조심스런 몸짓에 주원은 부실을 찾은 것이 아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일어나 인사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원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지 그대로 일어나지 않고 자던 자세를 유지했다.아랑이 주원의 옆까지 와서 머리맡에 컵솜사탕을 올려놓고 팔을 거두려는 그 순간
주원은 아랑의 팔을 잡고 약한 힘을 주고 홱 당겼다. 포옥하고 자고있는 주원 위로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부실에 도둑이 들었나 했더니. 아랑양. 이게 무슨 일인지?"
자는동안 물을 마시지 못했는지, 평소와는 다른 잠긴 목소리로 아랑에게 말을 걸었다. 장난기 가득한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힘 없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낮고 중후하게 울렸다. 주원은 그제서야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치우고 눈을 떠 아랑을 마주보았다. 자고 일어나서인지 부스스하고, 눈에 힘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의식해서 눈을 크게 뜨지 않은 탓인지 평소보다도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이었다. 어쩌면 이제서야 좀 늑대다워 보인다고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본가는 여기서 너무 멀어서 통학은 꿈도 못 꿀 수준이니까. 사실 집안꼴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이사 갈때 따라가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내 선택이니까 후회는 별로 없지만, 아침에 일어날땐 좀 고통스러운게 사실이긴 하다.
" 해외에 외가가 있으신거야? 부자이신가보네. "
확실히 이 학교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다. 사라네 집도 유복한 편이니까. 나만큼 사는 사람은 잘 못본 것 같기는 한데. 사실 부자라는 것보다는 가난한걸 숨기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간다. 가난은 숨기고 싶은 부끄러움이니까. 사탕을 권하자 보이는 제스처는 거의 소녀 수준이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거의 때묻지 않은 동심을 보는 느낌이랄까.
" 그 사탕이 내리사랑이니까. 후배님의 사랑은 받기 좀 힘들겠는걸. 대신 내년에 들어올 후배들한테 잘해줘. "
그렇게 얘기하고선 나도 사탕을 꺼내 물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어느새 저 멀리 학생회실이 보였다. 학생회실에서 좀 더 가면 서예부니까, 학생회실 앞에서 알려주면 되겠지.
" 강규리라고 했지? 몇 반이야? "
그래도 나쁘지 않은 인상이니까 반 정도는 알아두자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애초에 이런 성격이면 내가 보기 싫어도 눈에 띌 것 같았으니까.
봄비라는 것은 참 얄궂기도 했다. 항상 멋대로 내리고 멋대로 그치곤 했으니 그녀에게 있어선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자체는 그리 싫어하지 않았다. 무언가 씻겨내려가는듯한 느낌이 들뿐더러 저렇게 강아지마냥 돌아다니는 그를 볼수도 있었으니, 어느쪽이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조금은 황당하다고 해도 나름 받아들일만한 상황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가요? 이걸 어쩌나... 나물은 몸에 좋은데~?"
살짝 눈썹이 비틀리면서 입을 꾹 다문채 부러 비음을 내는건 누가봐도 은근슬쩍 회유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짓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해 조금 화난듯한 표정이 되기도 하고, 결국엔 가볍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글쎄요~? 저는 딱히 가리는게 없으니까요~ 굳이 꼽자면... 비린걸 좀 싫어하려나요? 그것 말곤 딱히 없네요~"
씁쓸함 사이의 어딘가, 어쩌면 그녀도 그런건 싫어할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꺼려지는 것은 비릿한 것들이었다. 이따금씩 물던 쇠의 맛도, 어릴적이 생각나게 만드는 흙의 맛도,
......
"어쩌면 공통되는게 더 많지 않을까요? 가리는게 없다는건 늘 그런법이니까요."
모든걸 공평하게 좋아하고, 공평하게 싫어하는건 사람으로서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그것에 선을 긋는 그녀였기에 그것은 이미 불편함을 넘어선 일상이었고 선천적인 행동이었다. 온정을 담지 않은 철저한 기호, 호불호가 명확한 행위, 얼핏 스스로를 옥죄는 것 같이 보인다 해도 그녀는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경쓰는 것이 적을 수록 그것에 소모하는 정도도 줄어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매커니즘,
"그나저나... 계속 그렇게 계실 건가요? 제가 비 맞은 강아지 냄새 딱히 안좋아하는거 아실텐데, 이러다가 한 3M쯤 떨어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누가 봐도 노골적인 놀림, 하지만 살짝 비죽이는 입이나 그에게 좀더 가까이 우산을 내민 것은 아무리 그녀라고 한들 정도는 있기에 계속 비를 맞고있는 그가 내심 신경쓰인다는 표시임이 분명했다.
마음과 행동에 그만큼의 격차가 있으면 못되게 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하는 입을 열지 않는다. 제가 느끼는 나쁨의 역치와 해인이 느끼는 것의 차이가 얼마쯤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차이가 어떻든 해인을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못 되게 굴 것처럼 말했잖아. …안 한댔지만."
해인을 보던 사하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쉰다. 한 달치 한숨을 오늘 다 쉬는 것 같았다.
"아까 물어봤잖아. 왜 너에 대해서 말 안 하냐고. 난 먼저 너 공격할 마음 없어. 나도 그 정도로 치졸한 사람은 아니야."
지금껏 경계 어린 눈으로 보고, 날카로운 말을 뱉은 사람이 할 말인가 싶다만. 어쨌든 진심은 맞았다. 사하는 다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악의적인 행동엔 똑같이 악의적으로.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건 그때문이었다. 남에게 날 세우고 적대적으로 구는 게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아니까. 반대로 말하면, 공격하지 않는 상대에게 싸우자 달려들 일은 없다는 뜻이다.
"참, 비위도 좋다. 너는 나 안 불편해?"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그 와중에 사탕에서 자두 맛이 나는 게 괘씸했다. 아무거나 손에 걸리는 걸 줬다고 해도 마음이 변할 것 같지 않았다. 왜 하필 자두인데. 오렌지, 사과, 포도… 사탕 맛이 얼마나 많은데.
학교에서 나오는 학식도 나물은 한 입 먹고 "웩" 하고 남기는 그였지만, 혹시 아는 사람이 만들면 맛이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가벼운 말투고 슬혜에게 부탁을 했다. 가벼운 말투였지만, 그것은 요리를 해달라는 것이었으니까.
"비린거? 그건 나도 잘 못 먹어. 그렇다면 나중에 맛있는거 같이 먹으러 가자!"
슬혜와 달리 주원에겐 맛에 관련된 꺼려지는 추억은 없었다. 기억이 있다면 편식과, 좋아하는 과자를 더 먹고 싶은데 엄마에게 더이상은 안 된다며 빼앗긴 것 정도일까.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찾아보면 많을 것 같네. 공통되는 것."
흘러가는 듯이 말하는 말투가 아닌 장난스런 주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 말투로 대답한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간. 다시 환히 미소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강아지 같다는건 인정할지 몰라도, 몸이 젖는다고 개 냄새가..."
스스로도 나지 않는다곤 확신할 수 없었다. 일단은 스스로 늑대란 것을 자각하고 있으니까. 늑대 스스로는 알 수 없지만 늑대가 아닌 사람은 알 수 있는 냄새가 있을지도. 그것을 들켜도, 들키지 않아도. 라곤 생각했지만 주원은 순순히 우산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시 1인용의 우산에 둘. 우산의 크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주원은 가까이 붙었다간 젖은 옷에서 물기가 튀길까 걱정했는지 슬며시 거리를 두었다. 그 덕에 반대쪽 어깨는 그대로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말은 그렇게 해도 행동으로 옮긴 적은 거의 없었다. 내 재능을 그런 곳에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타인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낸 것은 과거에 한 행동만으로 충분했다. 한동안은 재능을 사용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였으니까.
" ... 아직도 성격은 좋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
그렇게까지 모질게 굴었는데도 저렇게 말할 정도면 나랑은 비할 바가 안될 정도의 대인배가 아닐까. 아까 나눈 대화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였기에 더욱 모질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예전의 감정은 희석 되었다고한들 남아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물론 사하를 울리면 사라한테 엄청 혼나는건 덤일테고. 그렇다고 가만히 맞고만 있을 그녀가 아니기도 했고.
" 전혀 안불편한데? 불편했으면 너가 학생회실에 들어왔을때 모른척 했겠지. "
착잡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일부러 평소보다 좀 더 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두맛 사탕, 항상 주머니에 넣어다는 것이었다. 항상 주머니의 사탕은 바뀌기 마련이었지만 자두맛 사탕만큼은 항상 주머니에 있었으니까. 물론 다른 사탕들을 다 제치고 자두맛 사탕을 건네준 것은 내 의지는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둘까.
" ... 아? 아.. 응.. 그래. "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돌아와서 크게 당황해버렸다. 분명 너랑 같이 가고 싶겠냐면서 모질게 거절하고 나가는 전개를 예상했는데. 물론 사하는 기숙사생이니까 같이 가는건 학교 건물을 나설때까지겠지만 그럼에도 예상과 크게 벗어난 답변에 나도 모르게 얼빠진 대답을 해버렸다. 끄응,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여버렸다. 그녀가 학생회실을 나서는 것을 보고 나도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서 나왔다.
" 너는 내 재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
이 상황에서 물어볼만한건 아니었지만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의 여자친구였던 사하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게 된다면 식도락계에 파란을 일으킬만 하지만... 좋아요, 그정도는 충분히 해드릴 수 있죠."
약간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그녀였지만 못할것도 없었기에 수긍은 빠른 편이었다. 요리부에 있던만큼 그런 부탁은 의외로 자주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도 제2의 부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매일같이 저녁거리를 학교에서 만들어 집으로 가져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같이 가자구요...? ...안될 거야 없지만요. 선배님이라면야 늘상 있는 일이고..."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할수 있는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 먹을것은 대개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의 음식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절할 이유조차 없던 그녀였기에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런 요구를 했다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농담이었는데, 진짜인가봐요?"
물론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가 아무리봐도 대형견의 인상이었기에 던진 말이었지만 제법 신경쓰는듯이 말을 흐리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작게 키득거렸다.
순순히 들어왔던만큼 두 사람이 쓰기엔 작을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그녀 역시 조금은 비에 젖어들긴 했지만 그것 또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실제로도 비맞는 것 정도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으니까,
"그렇게나 신경쓰이시는 건가요?"
방금전까지 의도적으로 피한건 자신이면서도, 그새 또 생각이 바뀌었는지 새침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흠뻑 젖어있던 그였기에 물기가 튀는걸 걱정이라도 하는 건지 살짝 거리를 두는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그 벌어진 간격만큼 조금 더 뻗었을까? 이렇게 된 이상 어차피 반쯤은 비에 맞는게 당연해지긴 해도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니 말이다.
약한 힘으로 잡아당긴 거라고 해도 충분히 품에 떨어질 만한 힘이었다. 아랑은 낯선 것에 놀란 다람쥐 같은 표정으로 당황스레 뜬 눈을 깜박거렸다. 어떡하지이? 이런 것 상정하지 않았는데. 낯이 설다. 평소와 다르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낮고 중후한 것도. 평소보다 날카로워 늑대처럼 보이는 얼굴도.
“ 도둑이 아니고, 산타예요~ 그러니까 놔주면 안 될까요오? ”
산타를 찾을 계절을 아니지만, 이걸로 대충 넘어가 주었으면. 아랑은 눈짓으로 머리맡 솜사탕을 가리켰다. 살짝 곤란해 보이는 얼굴을 한 채 애교 있게 웃어 보였다. 이렇게 위에 엎어져 있으면... 양인 걸 들키니까 곤란한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아랑은 이 자각 없는 늑댕이가 좀 둔감한 편이길 부질없이 바라봤다. 주원이 팔을 붙잡고 있었으면 여전히 잡혀 있었을 것이고, 금방 놔주었다면 재빨리 일어섰을 것이다. 그러나 재빨리 일어섰다 해도...
“ 선배애. 좀 더 잘래요~? ”
이런 눈치도 저런 눈치도 은근히 빠른 사람인데. 어쩌지, 짧게 고민하다가 일단 잠을 권유했을 것이다. 잠결이라 생각하고 방금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요~ 라고 바라면서.
해인은 웃었지만 사하는 그러지 못했다. 짜증스러운 얼굴을 감출 수 있었던 것도 열아홉이라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열여덟과 열아홉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딱 일 년 만큼 닳아 없어진 부분이 있을 것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몇 살을 더 먹어야 웬만한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까. 어려움도 외로움도 모르고 살고 싶었다. 양이 외로움에 취약한 종이란 걸 떠올릴 때마다 떨떠름했다.
"여태 잘도 뻔뻔하게 굴어놓고 놀라는 척 하지 마."
이번에는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말았다. 먼저 걸음을 옮기자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뒤늦게 후회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남한테 뻔뻔하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잘 쓰면 이롭고 나쁘게 쓰면 해롭고. 다른 재능도 다 그렇겠지만, 네 건 특히나 그렇지 않나."
무심하게 걸음을 옮기며 해인을 본다. <갑자기?> 묻지도 않았는데 표정에서 의아함이 드러났다. 이제 와 내 의견이 중요할 리도 없고.
나라고 무슨 일이던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건 아닌데, 어쨌든 나는 너랑 같은 19살이라 생각하는게 비슷할 수 밖에 없지만. 남들에게서 나 자신을 좀 더 가릴 수 있다는 장점은 그런 것까지 흐려놓을 수 있나보다. 그녀의 말에 딱히 답할 말이 없어 어깨만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너무 날카롭게 구시는게 아닐까요, 은사하씨? "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가슴을 움켜쥐고 상처입은 표정을 지어보지만 그런게 통할리가 있나. 금세 원래의 자세로 돌아와서 평소처럼 복도를 걸어간다. 가끔 지나가는 후배들이 인사를 해오자 나는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하나하나 답해준다. 옆에 걸어가는 사람이 본다면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 것도 잘 알테니까.
" 흐음. 그냥 궁금해져서. 의견이란건 다양성이 중요하잖아? 날 싫어하는 너한테서 듣는건 희소성도 있고 말이야. "
딱히 별 의미를 가지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정말 갑자기 궁금해진 것도 있었고.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니 딱 맞춰서 도착할듯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은 집 근처였으니까 버스를 놓치면 그대로 지각해버리겠지만. 기숙사는 학교 부지 안쪽에 있었으니까 우리가 실질적으로 같이 가는건 1층 정도까지이다.
" 다음엔 편의점에 놀러와. 먹고싶은게 있으면 챙겨줄테니까? "
아마 오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성질을 더 긁어놓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날 더 미워해주면 나는 좋았으니까. 차라리 극단적으로 미워해주면 좋으련만 그건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슬혜 특제 나물. 기대해둘게. 왠지 나물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거부감이 생기긴 하지만, 슬혜의 이름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리도 싫어하는 나물이 슬혜의 요리로 어떤 맛이 될지 주원은 고개를 갸웃하고 맛을 상상해보았다. 기름을 많이 두르면 맛있어질지도?
"좋아. 그럼 약속."
주원은 약속하자는 듯이 쥔 주먹에서 새끼손가락을 펴 그녀에게 내밀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해달라는 모양이었다. 슬혜에게 있어서 이런 제의는 많이 받아본 것이었을까, 반대로 얼마 없는 것일까. 그녀의 외모는 지나가는 사람이 멈추고 보게 될 정도의 매력이 있었으니 어쩌면 꽤 많았을 수도, 아니면 그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에 되려 다가갈 수 없는 경우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주원이 내는 분위기에서는 그 어느쪽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차가운 매력도, 날카로운 분위기도. 주원에게 보이는 슬혜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잘 모르겠어. 자기 냄새는 잘 모른다고 하잖아. 근데 개 냄새가 난다고 하면 좀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개가 싫단건 아니고. 왜, 털 젖은 냄새는 애정 없으면 힘들잖아?"
주원은 그것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킁킁거리며 자기의 양 어깨를 번갈아가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냄새라곤 아까 봄비를 맞은 탓에 몸에 남은 옅은 봄꽃냄새, 정도. 라고 스스로는 생각했지만 타인에겐 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니까. 작은 우산 하나에, 젖어가는 두 어깨. 그렇게 걸어가던 도중 슬혜는 그렇게나 신경쓰이냐며 새침한 표정으로 주원을 올려다 보았다.그는 되려 그 시선에 맞추기 싫은 것인지, 곤란한 것인지 고개를 홱 돌리곤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깥에 나간건 난데 그것 때문에 슬혜에게 빗물을 튀기면 안 되잖아."
누군가에겐 의외일지도 모르는 주원의 한마디일지도. 그 나름대로 모든 것을 신경쓰지 않고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신경 쓰는 것은 있다는 것일까? 그렇게 멀어진 채로 걸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벌어진 간격만큼 주원에게 좁혀왔다. 일인용 우산 하나에 두 어깨가 젖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깨 전부가 아닌 팔의 바깥쪽 부분만 우산 바깥에 나와있는 모습이 되었다. 봄비라, 이정도는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그래도 비는 비였으니까. 주원은 슬혜가 다가온만큼, 굳이 멀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걸로 우산 안쪽에 있던 그녀의 팔도 빗물에 젖게 되겠지. 주원이 바깥이 나갔기 때문에. 그는 사과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그 대신 고개를 들려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호련이랑도 선관 맺고 시프다... 하지만 선관 없는 만남도 해보고 시프다... (고민) ((고민)) 이건 호련주에게 개인적으로 묻고 싶었던 건데 호련이는 첫사랑 상대로 따로 정한 사람이 있나요...? :Q....??? 그러니까 산들고 선관과 상관없이 과거 회상에만 나오는 정해진 사람인지, 아니면 선관 스레를 통해 첫사랑을 찾으실 의향도 있으신지 궁금해서.. (빼꼼) (시트 볼 때 첫사랑 부분 읽고나서부터 계속 궁금했던 사람)
아랑이 귀여워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정작 레스 쓰는 아랑주는 이게 과연 귀여운 건가...? (흠티콘) 하면서 쓰고 있다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 다들.. 너무 차카다... 어떻게 이걸 귀엽게 봐주지... (끙끙)
주원은 아랑을 향해 두 눈을 꿈뻑였다. 평소보다 더 피곤히 잘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것은 아마 귀여운 후배 덕분이 아닐까? 하고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그녀가 양이라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어쩌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일지도.
"도둑이든, 산타든, 주거 침입죄는 바뀌지 않는답니다?"
겨우 동아리방에 들어온 것으로 무슨 주거침입죄. 이긴 하지만 주원은 이어 "침입자에겐 벌이다아-"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더니 아랑의 머리를 그 큰 손으로 부드럽게 두 어번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 쓰다듬었다간 그녀가 싫어할까봐 싶어 아쉬워하는 손을 거두고 침대 팔걸이에 머리를 걸친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잠이 덜 깬, 몽롱한 눈빛. 쓰다듬던 팔은 두 어번으로 거두었지만 그녀를 당긴 팔은 아직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703 픽크루로 만든 아랑이는 귀여운데 글로 쓰면 귀엽지 않다는 거예요...ㅋㅋㅋㅋㅋ (더 쓰다듬으세요) (내밈) 해인이랑도 편의점 신상 나오면 쳐들어가는 손님으로 선관 짜고 있는데, 그건... 저희들 손이 비는 언젠가에 같이 짜요... 8ㅁ8 한 손에 일상 한 손에 선관이라 지금은 짜기 조금 어려워요!
>>709 시아랑도.. 사라주 있을 때 이야기 해보고 싶은 거 있는데! 시아랑 사라랑 같은반이고, 2학년 됐으니까 반에 놀러갈 텐데 아직 학기초라 놀러가기 이전이면, 셋이서 친구인 거 모르는 관계일 것 같고. 놀러간 후면 셋이서 친구인 거 아는 관계가 될 거 같은데 저는 어느 쪽이든 좋으니까 사라주 오시면 이야기 나누어봐요...
주원이가 팔을 안 놔준다....ㅋㅋㅋㅋㅋ ^ㅁ^ 주원주! 아랑이가 주원이 위에서 아동바동이나 파닥파닥 혹은 다른 행동을 해도 됩니까?? ((메아리)) 근데 어떻게 써질지는 모르겠고, 주원주가 어떤 행동지문까지 오케이하는지 모르겠단 거예요... :Q....
짜고 있는데(x) 짜고 싶은데(o) ㅋㅋㅋㅋㅋㅋ.... 신상 나오면 오는 손님이 될 것이냐 그것보다 더 단골인 손님이 될 것이냐... ((갈등))
>>710 아랑이 (x) 민규 (o) 이것은 사전에 등재되었으면 반박시 어쩌고222
으아악... 일단 아랑이 픽크루 보러 갈게요... XQ
>>713 해인주 에인졀.... 8_8 쪼아요! 나중에 손이 비면 선관 찌를게요!
>>715 아뇨 잡고 있어서 전 재밌어요! 잡고 있는 쪽이 글의 전개 방향이 더 재밌을 것도 같고! ㅎㅁㅎ (아랑 : 나는 곤란한데에...) 주원이가 뭘 해도 아랑주는 재밌고 즐겁고 신나지만 아랑이는....ㅋㅋㅋㅋㅋㅋㅋ 곤란해 하는 얼굴이 귀여우니 실컷 곤란해하라고 하죠. ^ㅁ^ 적당히 때 되면 놓아주거나, 좀 더 잡고 있거나 취향대로 하세요 0<
사하가 픽 웃었다. 당연히 유쾌한 웃음은 아니었다. 고작 이런 말로 해인에게 상처 줄 수 없다는 걸 안다. 줄 수 없는 게 상처뿐일까. 사하는 제가 어떤 행동을 하든 해인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 끽해봐야 조금 귀찮기나 하겠지. 곱씹을수록 기분만 바닥을 쳐 생각하다 말았다. 시험도 아니고, 다 끝난 마당에 오답노트를 만들어 뭐해. 이건 다음도 없는데.
<좋은 선배 노릇 하느라 바쁘시네요.> 인사를 받아주는 해인을 보며 괜히 비꼬는 소리 한 마디 했다.
"내가 괜한 걸 물었네.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물어본 게 당연한데."
1층까지 내려오는 건 금방이었다. 평소의 그 느린 걸음보다는 서두른 덕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긴 거리가 아니었다. 학교 건물 밖을 나오자마자 사하가 후드집업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릴."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다. 잠깐 내려오는데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미치지 않은 이상 거기까지 갈 리가.
"이제 가. 그리고 다신 보지 말자."
나는 최대한 가늘고 기복없이 살고 싶은데 네가 있으면 그게 잘 안 되거든. 성의없게 손을 흔든 사하가 몸을 돌려 다른 길로 걸어갔다.
>>731 분명히 혐관인데 내가 캐릭터들을 너무 예뻐해서.. 투명도 60 정도로 계속 야 말행동곱게 안허냐... 라는 자아와 싸우느라 원하던 매운맛이었는지는 모르겠다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해인주도 고생 많았구 고마워~~ >>732 세상에 우리 귀여운 핑쿠햄찌날다람쥐 볼 수 있는거냐구 나 카메라 들었어
식비를 아낄려면 어쨌든 요리를 하면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나도 어느정도 요리는 할 줄 알았다. 물론 그렇게 거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배가 고프지는 않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나름 성의를 보여준다고 하는 말이니까 애둘러서 표현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고.
" 내가 봤을땐 부자인것 같은데. 사실 그런건 상대적인거라. "
나도 사회의 정말 바닥이냐고 물어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그런 사람들이 본다면 충분히 먹고살만한 가정일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규리가 자신이 부자인지 잘 가늠이 안되는 것도 사실 기만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행동을 봐선 저게 기만이면 정말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지만.
" 3반이라, 기억해둘께. 나는 학생회실에 일이 있어서 여기로 들어가야하거든. 서예부실은 여기서 쭉 가면 있으니까 잘 찾아갈 수 있을꺼야. "
그렇게 얘기하고서 나는 웃으며 손인사를 건넨뒤에 학생회실로 스르륵 들어갔다. 역시나 기가 빨리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748 주원이 넘 사람사랑하는 골댕이 같아서 나도 상상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49 세상에 뒤쪽 후광 좀 봐 이건 찐이다 용안이다 ㅠㅠㅠㅠ ㅠ ㅠ ㅠ >>750 앗 혹시 둘 관계 오픈한 게 어디까지야? 일단 사라랑 이현이 알고 있구.. 학생회 칭구들은 다 안다고 봐야 하나...,,..?🤔
당연하게도 그럴리 없지만, 정말 요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게 아닌 이상 아무리 그녀가 정성스럽게 한대도 거부감을 느낄만할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 또한 요리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차라리 늑대라서 유별난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도 한때의 일일 뿐이었다. 요리란건 결국 만든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라고 하니까, 물론, 후자의 경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약속씩이나 할만한 건가요...?"
그저 지나가는 말일거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확실한걸 원했는지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보이는 그를 보고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는듯 놀란 표정이 되어버린 그녀였다. 물론 항상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은 그였던만큼 이런 것도 그런 범주 안에 들어가겠지만 그렇다고 내민 손을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는 아니었기에 그녀 역시 조심스럽게 뻗어 걸어보였다. 겨울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도 정전기가 흐르듯 찌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비에 젖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낄뿐이지 않을까?
"그런가요? 그렇담... 되도록이면 그런 말은 안하는 편이 좋겠네요."
물론 털 젖은 냄새를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동물과 함께 뒹구는 사람으로서 그런 쿰쿰한 향내 정도는 이미 익숙한편이니까, 단지 그게 개의 경우라면 좀 꺼려질뿐 그렇다고 그가 정말 개라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테니까,라고 생각한 그녀에겐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꽤나 진지해보이는 그의 행동을 보면 조금은 머쓱해질만했을까?
"...나쁘진 않으니까요.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정도지만,"
그렇게 혼잣말하듯 되뇌였을까, 그래도 제법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에게는 충분히 들릴만했다.
"그럴수야 있지만... 그건 제가 비가 내려도 멀쩡했을 때의 이야기 아닌가요?"
신경쓰지 않는듯 활달하게 움직이면서도 이런 세세한 부분에까지 진지하게 대하는 그와 온갖 이유를 다 들어가면서 밀쳐내도 결국 타인이 무얼 하던 신경쓰지 않는 그녀의 확실한 차이가 제법 거리감을 느끼기엔 충분한데도, 여전히 진지하고 조심스러울지언정 내던지려하지는 않는 그를 보고 옅게 미소지어보였다. 아마 무언가 말하려는듯 그가 입을 뻥긋거리다 결국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을 때는 어쩌면 차분하면서도 밝게 웃어보이는 그녀를 마주할수 있지않을까? 그것이 단순히 무의식적으로 지어진 표정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살짝에서 약간 더 곤란해하는 얼굴이 되었다. 파란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다가 –놔달라는 뜻을 담아- 빵긋 웃고 있는데, 쓰다듬는 손이 찾아왔다. 그것은 두어 번 쓰다듬고 사라져 버렸지만. 두어 번이 뭐냐, 백 번도 더 넘게 쓰다듬고 싶어 하는 것을 참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누가 이 골든 리트리브에게 참을성을 가르쳤는가. 설마 나인가...?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잠이 덜 깨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주원 선배는 평소보다 더 위험한 남자로 보인다.
“ 이대로 자면 크으──은일 나요! ”
아랑은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잡혀 있지 않은 쪽의 손이 허공 어디쯤을 헤메이다 파닥거렸다. 어쩌지, 이대로 계속 파닥거리기도 좀 그렇고. 가슴팍 위에 얹어놓기도 좀 그래. 끙, 앓는 소리를 짧게 내며 곤란해하는 아랑이 주먹 쥔 손을 소파의 머리 기대는 쪽에 아슬하게 올려놓았다. 솜사탕과도 주원과도 닿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닿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이미 엎어져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토닥거리는 손이 묘하게 덫에 가두려는 손짓 같다는 부분에서 소용없는 노력인 것도 같다.
“ 선배애. 사실 이미 잠 깼죠! 제가 곤란해 하는 게 재미있는 거죠! ”
아랑은 눈썹을 위로 치켜세우고 엄격하게 주원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하면 토라져서 당분간은 이 부실 찾아오지 않을 거야. 한 달. 두 달. 세 달. 카운트 다운 세고 있어.
주원은 슬혜의 약속씩이냐 할만한 것이냐는 말에 흘려보내는 말투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다행히도 약속을 하자는 주원의 손모양에 화답해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주원은 조심스럽게,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손가락을 걸어 그녀의 엄지 손가락의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지그시 붙였다. 겨울날 털옷을 입고 철제 손잡이를 만졌을 때와 같은 짜릿한 정전기가 엄지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으로부터 손까지 타고 흐른다. 그 한 순간, 주원은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다. 두근거림이라고 해야할지, 한 순간 기운이 났다고 해야 할지.
"아냐. 개 같다... 어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그런 의미 말고! 그러니까, 애완견... 아냐 이것도...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튼, 강아지 같다는 말은 싫어하지 않아."
주원은 방금의 감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는 듯 횡설수설한다. 이어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주원을 보곤 미안해진 것인지 나쁘지 않은 정도라며 되뇌인다. 그녀만의, 특유의 안도감을 주려는 말투. 주원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두 입술의 끝을 당겨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의 즐거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순 없으니까. 그건 즐겁지 않은걸."
주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지만 그 말투에선 즐거움도, 장난기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 후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주원이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순 없었다. 대신 차분하면서도 밝게 미소짓는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자주 미소짓는 그녀였지만, 주원은 어디선가 지금의 미소는 조금 다르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이상한 분이라는 말에 주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걸어가는 정면의 길을 보며 말한다.
아랑이는 귀여운 얼굴로 >>핵 무서운<< 카운트다운 세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Q.... 안 보는 기간이 하루 이틀 삼일이 아니라, 한 달 두달 세 달이에요... :Q.... 엄격한 얼굴이 귀엽다고 쳐다만 보다가 대처 안 하면 큰일 나는 애예요... 하트어택 당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계시면 큰일 나버려... :Q
>>783 아니 나 지금 울고 있니.....?(네) 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혐관하면서 나의 자아와 열심히 싸워야겠다..... 기억해죠 내 자아는 해인이편이야... >>788 후드티 오버핏티셔츠 오버핏셔츠가 주류를 이룰 것 같다! 무족권 편한 옷..... >>794 민규 참치어장 하니? ㅋㅋㅋㅋㅋㅋ강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원은 빵긋 웃는 그녀를 몇 번 쓰다듬고 - 더 쓰다듬고 싶긴 했지만, 더 했다간 화낼지도 모르니까. - 몽롱한 눈빛으로, 아직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아랑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대로 자면 큰일 난다고 말한다. 글쎄, 그 말에서 진짜 위협을 느낀 것인진 모르겠지만 주원은 "어떻게 할까아아." 하곤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대각선으로 피했다. 단순히 장난이라고 하기엔, 평소엔 선을 지킬 줄 아는 주원이었지만 이렇게 그녀를 안고 있는 순간 묘하게 기운이 차오르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혈관에 직접 에너지 드링크를 꽂아넣은 듯한 그런.
아랑은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 물론 당연하겠지만. - 팔을 파닥거리며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원은 그런 모습에 "푸하하핫!" 하고 웃으면서도 그녀의 몸을 놓아주지 않았다. "묘하게 편한데. 아랑양, 곰인형으로 딱 좋을지도. 무게도 그렇고." 주원은 단순히 그것이 아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아직까지 말투에서 묘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랑을 이대로 가둬두려는 속셈이 고대로 보이는 토닥임을 아랑은 눈치챈 것인지 이미 잠 깬 것 아니냐며 곤란해 하는게 재미있는 것 아니냐며 정곡을 찔러왔다.
"윽."
다 들켜버린 주원은 여전히 시선을 대각선으로 피하고 휘파람을 불었지만 아랑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엄격하게 주원을 바라보자 - 이것은 아랑이 진심으로 싫어할 때의 무언의 경고였다. 어쩌면 주원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 곧바로 그녀의 팔을 놓아주곤 소파 구석으로 물러났다.
오늘도 학교는 소란스럽다. 뭐 학교라는 곳은 항상 소란스럽지. 하지만 이 학교에는 그가 있어 여느 학교보다 더 소란스러운 모양이다. 그는 학교를 소란스러운 곳으로 만든다는 자신만의 의무에 정말로 충성을 다하고 있었고, 결과도 아주 확실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이리뛰고 저리뛰고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문득 뒤를 보고 걷지 않던 와중에 누군가와 부딪힌 모양이다. 아니면, 부딪히기 직전에 알아차리고 우뚝 멈췄겠지. 부딪혔는지 아닌지는 피해자만이 알 수 있을테다.
" 어, 이런. 미안. 지금 바쁜 일을 하고있어서. "
피의자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서 사과를 해온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조금 경우없어 보이기도 할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의 성격이 그런것을. 그것을 지적하면 또다시 사과를 할테지만 원하는 방향의 사과는 아마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 한번 볼래? 이게 바로 '절대 방어술' 이란건데... "
이름도 휘황찬란한 '절대 방어술' 대체 어떤 방어술일까. 옛날 동화에나 나올 창과 방패의 대결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일까.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대사지만 그런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동체시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부한다면 그것이 연필이라는 것은 잘 보일테다. 누가 던졌는지는 몰라도 참 위험한 장난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연필이 그의 뒤통수에 지척으로 다가올 때 까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가, '어라? 닿겠는데?' 싶은 순간에 손을 들어서 집게손가락과 중지손가락으로 멋들어지게 연필을 잡아내었다.
" ....이런거야. "
뭔가 '긴 설명은 필요 없다' 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저래봐야 아무도 뭔지 모를거다. 인간이 가능한 기술인건지조차 의심스러운데 저리 당당하다니.
" 관심있으면 우리 '절대방어교' 로 들어오도록. "
왠지 비장한 표정으로 입가에 웃음마저 띄운채로 상대방에게 명함을 건넨다. 새하얀 명함 한가운데에는 조잡한 방패가 그려져있고, 밑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화 연 호' 라고 적혀있는게 보인다. 하지만... 전화번호나, 학년 반 같은. 이름을 제외한 개인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주원주우우! 아랑이가 주원이를 늑대라고 확신해도 되나요....???? (이미 레스 써부렀음) 그렇지만 아직 초반이라서 수정할 수 있다.. 주원이는 왠지... 아랑이가 양이라는 거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거 같네요. '지금' 아랑이가 '양'이라는 것을 눈치채 버리면 뭔가 큰 일 (관계 틀어질 가능성 생겨남) 날 것 같다고 느껴서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 :Q 감이 진짜 좋네요. 뒤에서 주원주가 노력해주시기 때문이겠죠! ㅎㅁㅎ 헉... 주원이 무릎 꿇려 버렸다 88 (방석 깔아줌) (찬바닥에 그러지마) 하나 물어보자면, 아랑이가 싫어할 것 같다고 느끼면 or 엄격하게 경고하는 것 같으면 일단 무릎부터 꿇고 보나요....??? 이번에 처음으로 꿇은 건지 종종 꿇었는지에 따라 아랑이 반응이 달라질 것 같아서... 그리고 저도 저 픽크루 좋아해요! 그리고 주원주가 좋아하는 픽크루로 만들었다고 하시니까 뭔가 보람찬 마음이 끓어오르네요 ㅎㅁㅎ! 사복 아랑이 픽크루는 저걸로 만들어야지!
지구주 감사해요... 8_8 (노린다) (지구의 선관)
다 답레스 달고 싶은데 답레만으로도 벅차서 슬퍼요....88 아랑이 사복...은 픽크루 만들면서 생ㄱ각해 보겠습니다... :Q
>>836 확신.............이건..............음.............(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이건 아랑주에게 맡길게요! 이건 제가 어떻게 판단해선 안 되는 것 같네요......... 아랑주에게 맡길게요. 음 하지만...........관계가 틀어지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제' 입장으론.. 주원이의 이해는.. 이해를 뛰어넘은 이해라.. 아마 얘 양 아냐?->전에 얘가 양인걸 알면 아마 큰일이 날거다. 라는 이해가 먼저 와서 아마 스스로 사고를 차단했다고 생각해요. 본능적으로(???) 음...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아랑이가 싫어하는, 그러니까 엄격한 표정을 볼 때면 항상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금까지 했던 행동으로 반응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헉 보람찬 마음이 끓어오른다니.... 말 너무 이쁘게 하시면 저 반한다고요! 😊😊😊😊 아랑이 사복!!! 으아아아아악!!!(포효)(???)(너무 보고 싶어서 미친듯 하다.)
어떻게 할까아아.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해도, 당신은 눈치 빠르니까 내가 쳐다보는 것 알 것 아니야. 약간... 이지만 미묘하게라도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을 봐서,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당신은 늑대야. 골든 리트리버인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늑대인 거야.
“...곰인형이, 아니에요.”
당연히 곰 인형으로 생각하게 두진 않는다. 당신이 안고 있는 것은 인형 같은 게 아니라 피부 아래에 혈관이 있고 그 혈관으로 피가 흐르는 살아 숨 쉬는 인간이다. 아랑은 주원의 정곡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언제까지 시선을 피하나 두고 볼 새도 없이. 엄격해지는 기미를 느끼자 무릎을 꿇는 늑대...를 보고 아랑은 눈썹을 찌푸렸다. 팔을 놓아주면 몸을 일으켰을 것이고, 소파 구석에 물러난 것을 보며 더더욱 눈썹을 찌푸렸을 것이다.
.....아니, 그래도. 매번 이렇게 무릎 꿇고 빌 필요는 없지 않아?
본능이 시켜서 그렇게 하는 건지, 자존심이 없는... 아니,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러는 건지. 미움받는 것은 싫은 건지... 아니면 전부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원은 아랑을 크게 화낼 수가 없게 만든다. 매번 이렇다. 본인은 자각이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멍멍이는 영악한 구석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잘못을 빌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 이번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아랑은 고민했다. 무릎을 쉽게 꿇지 말라는 말은 전에 한 것 같은데, 미안할 정도로... 사죄도 안 해도 된다고도 했는데. 매번 들어주질 않네에.
“선배는 피곤해서 자고 있었고, 내 반응이 귀여우니까 장난을 계속 치고 싶었는데, 나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 전부 알겠어요. 그러니까.”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평소의 애교가 살짝 묻어나는 말투와는 다르지만, 이것 또한 아랑의 목소리니까 선배가 안심해 주었으면. 내 차분한 모습도 이미 알잖아요. 이 모습도 싫진 않지요?
“이제 그만 얼굴을 들어줘요~ 나는 선배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거지이, 이렇게 무릎 꿇게 만들려고 온 건 아니라구요!”
평소보단 살짝 차분한 얼굴, 그렇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애교가 약간 묻어나는 말투로 주원을 달래보려고 시도했다. 늑대인 것은 이제 알겠지만... 그래도 주원 선배는 주원 선배고, 내가 양인 걸 모르거나 모르는 척해주는 것 같으니. 관계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은.
주원이 고개를 들면 아랑은 빵긋 웃는 얼굴로 “같이 솜사탕 나눠 먹을래요~?” 라고 평소처럼 말을 걸어올 것이다.
이번엔 그녀쪽에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을까? 어쩌면 그건 깊게 생각한다기보단 반대로 생각을 비운 것에 가까워보일지도 모른다. 약속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무를 수 있으니 억지로라도 확신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사람은 그러기 위해 만든 약속마저도 잊곤하니, 과연 믿을만한 증거라 볼 수 있을까?
사람은 과연 믿을수 있는 존재일까?
"...개 같다는 말은 제가 듣기에도 좀 거북하네요. 그래도 스스로 강아지라고 하시기엔... 좀 어떨까 싶은데..."
다행히도 그리 크게 상처받은건 아닌지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는 그에게 살짝 사색에 잠긴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건 그렇네요."
담담한 말투로 내비쳤던 말에도, 이상하다는 자신의 말에 오히려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꺼낸 이야기에도 그녀 역시 반론을 내세우진 못했다.
"하지만 저는... 좀 달라요 선배, 그냥... 이상하다고 봐야겠죠."
스스로를 따로 떼어놓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무대 위에 서있다는 것을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사람의 기분처럼, 모두를 위한 독백이 정작 극에서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수많은 색조로 이루어진 풍경에서 유독 자신만 세피아톤인 것처럼, 아무리 완벽하게 스며든다 해도 결국 적시지 못한 캔버스의 끝자락처럼 위화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되네요~"
어쩌면 그만큼 자신에게 달라진점이 있던걸지도 모른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줄 모른다는 말과 같이 그동안 자신을 숨기고 무리들과 동화되어갔던 사이에 조금씩 변해가는 부분은 분명 있지 않았을까?
여러분의 레스는 내일 다시 복습하고 픽크루는 지금 호로록 해야지........ 아... 우리 스레 아이들 모두 큐티쁘띠엔젤이다...ㅠㅠㅠㅠㅠ 귀엽고 잘생기고 예쁘고 다한다...
>>852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레스 썼어요!) 헉... oO (말을 잘못했나부다) 관계가 틀어질이 아니라 달라질이라고 적었어야 했나봐요 ㅠ▽ㅠ 저역시 주원이랑 아랑이의 관계가 틀어지길 바라지 않고, 관계가 달라지거든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길 바라고 있어요! 저 주원이랑 관계 틀어지면 운다... 8_8 (흑흑흑흑) 귀여운 늑댕이 리트리버는 지켜주고 싶어요! >>기본적인 이해 전에 얘가 양인걸 알면 아마 큰일이 날거다.<< 느끼는 거... 뭔가 야생의 감같고 그러네요... >:3 (조타) 말씀은 주원주의 말씀이 더 예쁘고 천사같고 골댕이같고 그래요... ㅇ<-< 반해주셔도 좋습니다 ㅇ< 사복... 주원주가 올려준 사복 (양복) 주원이 좋네요... 첨보는? 픽크루 같은데 오늘부터 제가 좋아하는 픽크루 목록에 들어갈 거예요... 88 (너무 잘생겼어)
레스 너무 빨리 떠내려가서 못 본 레스도 많은 거 같아요... 88 해인주 안녕히 주무세요! 세인주...는 닌자군요...??
>>894 어째서 아기곰....??? (근데) (아기곰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아랑이 사복 취향... 그냥 본인에게 어울리는 걸 입는 것 같지만(청순러블리/장난꾸러기st큐트/그외 바리에이션 다양), 신발은 편한 것을 고집합니다. 의상은 딱히 고집하는 게 없는데 신발은 편해야 해요! >< 뭐.. 패션 테러리스트처럼 아무거나 주워입을 때도 있지만, 그때도 신발은 편한 신발 신어요. 발에 잘 맞는 운동화 같은 거요! (아니면 편한 샌들이나 단화) 굽이 높은 구두는 없거나.. 있어도 꼭 반드시 신어야 할 날 아니면 잘 안 신을 것 같네요.:>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주원의 이해와 사고 속에서 아랑이 양이라는 결론은 다다르지 못했다. 애초에 그 방향으로 사고가 향하지 않았던 것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아랑이 진지한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자 마자 기묘하게 피곤이 풀렸다는 생각은 날아가고 어떻게든 그녀에게 사죄해야 한다. 미움받기 싫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으니 말이다.
주원은 무릎을 꿇고 고개는 거의 바닥에 박은 채 두 손만을 위로 올려 싹싹 빌었다. 이런 표현을 해도 될까 싶지만, 납기날 사채업자를 마주한 채권자마냥, 제발 하루라도 납기를 늘려달라고 목숨을 다해 빌듯이 손이 닳도록 비는 것이었다. 주원에게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일까?
"그, 그치만..."
그렇게 잘못을 빌지 않아도 된다고 아랑은 말하지만 주원은 왠지 지금 여기서 일어나선 안 된다는 느낌이라고 할지, 그런 본능적인 감각이 아직 그를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주원은 고개를 바닥에 쳐박은채로, 그녀가 말하는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는다. 그녀의 평소와는 사뭇 다른, 귀염성 없지만 차분한 말투를. 물론 그런 아랑을 싫어할린 없었지만, 주원은 쉽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주인이라고 해도 혼낼 때는 무섭지 않겠는가. 그런 것이다.
"...우으..."
이제 얼굴을 들라는 말에 고민하는 듯 하다가 아주 조심스레 고개를 천천히 들어 아랑의 심기를 살핀다.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와 같이 차분한 얼굴. 주원은 아직까지 아랑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다시 고개를 푹 숙이려다 그녀가 활짝 미소지으며 같이 솜사탕을 나눠먹지 않겠냐고 묻자
"응!"
하곤 화색 도는 얼굴로 폴짝 일어나 지금까지 잠들어있던 소파에 폴짝 앉았다. 두 손으론 소파의 둥근 모서리를 붙잡고 아랑을 향해 "아-앙." 하고 입을 벌린다.
>>아무리 사랑하는 주인이라고 해도 혼낼 때는 무섭지 않겠는가.<< 88... 이 문장 맘에 들어하면 저 혼나나요...?? 크흡... 뭔가... 주원주가 아주 예쁜 왕관 씌워준 느낌이라 기쁘고 송구스럽고 또 기뻐요... 새벽 2시 넘어서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88 답레는 내일 가져올게요!
자러 가신분들 다 안녕히 주무시고 존꿈 꾸세요... 지금 깨어계신 분들도 안녕히 주무시고 존꿈 꾸세요...! (하뚜) ((오늘 셔터는 아랑주가 내리나봐)) ((드르르륵))
주원은 마치 슬혜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그녀가 걱정하는 것. 생각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입으로 말한다. 아니, 그럴리가 없다. 아마 자신의 말을 되뇌이는 슬혜의 말투에서 의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 멍멍이 같다고 하자. 어때?"
그는 개와 강아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았는지 화색하며 말한다. 이어 주원이 말한 것에 대한 그녀의 대답에, 주원은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다르지 않아. 슬혜는 모두와 같아. 그리고 모두와 같지 않고."
하고 확신하듯. 아니, 확신에 가득찬 말투로 말해주었다. 이어 그녀가 지금은 별반 다를바 없다고 말 해주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늑대와 양. 그런 것을 말하는게 아닌 듯 하다. 주원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좀 더 위 쪽 분류의. 그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맞아. 이야기 하나 해줄게. 내가 활동하는 부. 말 해줬던가?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주원은 그녀가 아는지 모른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말을 잇기 시작한다.
"우리 학교엔, 그냥 사람도. 양도 늑대도 있잖아. 그래서 되는대로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가 양인지, 누가 늑대인지. 대부분, 양과 늑대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꽤 있더라고. 그리고 누가 양인지, 누가 늑대인지 예상했던 것과 대부분 맞지 않았고. 물론 양은, 내가 알기론 약을. 늑대는 패치를 붙이고 다닌다고 알고 있지만 단순히 그런게 아니라."
주원은 머리를 긁적이고 "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다음 말을 고르고 있는 듯 하다.
"그냥, 난 이렇게 생각해. 다들 자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같지 않을까. 하고."
그는 자신의 대답에 스스로 납득한듯 "응응." 하고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편차는 있을지 몰라도, 그건 좋은거야. 자기 자신이 확실하단거니까. 자기의 색깔이."
그리고 그녀에게 말의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적어도 잊어버리진 않는단 뜻이니, 그녀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였다.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아뇨, 그냥 선배같다고 할게요."
개와 강아지 사이에서 찾은 타협점인 멍멍이, 하지만 그것조차도 어찌보면 개의 일환이었기에 그녀는 짐짓 뾰루퉁해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멍멍이라던가로 인식해버리면 개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자연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게되니 말이다.
확신에 가득찬 말투였던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있는 부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그래도 그녀는 들은 바가 있는지 (여전히 뭘 하는 부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일상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는 그런 동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정도만 하고서
"뭐... 그런걸 물어본다고 해도 맞지 않는 경우는 의외로 많죠... 사람들은 확정된 말이 아니면 소문을 의지할수밖에 없으니까요."
잠깐 고민하는지 머리를 긁적이다가도 이내 결론을 내리곤 흡족해진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참고 있던 웃음을 작게 터뜨리고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선배 아니랄까봐, 꽤 그럴듯한 말씀을 하시네요? 뭐,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누군가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 사실 다르다는건 이상하지 않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 하나쯤은 품고 있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굳이 양과 늑대와 평범한 사람의 예시를 들지 않아도 말이다. 오히려 그것이 다른 색들로 입혀져 저마다의 개성이 된다는 의미일지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에게 그녀는 잠시 멈추고선 몸을 틀어 마주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활발하시네요? 선 배 님?"
한뼘정도 차이날까 싶은 키였지만 그리 큰 공백은 아니었기에 까치발을 들 필요까진 없었다. 마주본덕에 비를 맞을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수도 있건만, 어차피 둘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물리적 거리감 때문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까?
그저 조금만 얼굴을 들어도 충분히 눈을 마주할수 있는데도 부러 더 들어올리고선 살짝 비스듬하게 그를 바라보는 것은 잔잔한 눈매와 다르게 이가 드러날 정도로 빙글거리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웃음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본인이 멍멍이같다 주장해도... 정말 때아닌 봄비 하나만으로 이렇게 들뜨는건, 선배로써 어떨까 싶은데요~?"
슬쩍 올린 손이 검지만 뻗어진 채로 마치 벌레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것처럼 그의 코 끝에 닿을듯 말듯 움직이다가도 이내 사라졌다는 것마냥 쫙 펴낸 손을 거두고선 다시 똑바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이상하단 말은 하지 않을게요.
재밌는 분이네요. 선배님은,"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의 모습이 어디있었냐는듯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던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이고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나저나... 정말로 끝까지 따라 오시려구요? 아무리 에스코트라지만~ 오해받을 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