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미리 알려줬어도 울었을 것 같은데. 혀끝까지 타고 온 마음의 소리를 삼켰다. 일단 화가 났다고 하니 최대한 기분을 맞춰 줄 생각이었다.
"너 지금 다 넘어갔으면서 안 넘어간 척 하는 거지."
떨떠름한 얼굴로 주원을 봤다. 거절 한 번 없이 받아간 젤리 봉지에서 착실히 젤리가 줄어간다. <그래도 잘 먹으니 보기 좋다….> 의욕없이 중얼거린다. 진심은 진심이었다. 기껏 구해온 걸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보다 주원처럼 성심성의껏 반응하며 먹어주는 게 좋았다.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이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무릎도 꿇을 수 있고, 남주원 님 만세 삼창도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끝날지 모르겠거든.
"이게 다야?"
의외라는 얼굴로 주원을 본 사하가 거리낌 없이 양손을 들었다. 나 담요만 깔아주면 절도 할 수 있거든. 내가 괘씸해서 꼭 맨바닥이어야겠다고 하면 그렇게도 해줄 수 있고. …근데 왜 이렇게 좋아해?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좀 싱거운데. 칭찬감옥에 가둬줄까? 남주원 키 크다, 남주원 잘 생겼다, 잘 먹는다……."
손해 안 보고 사는 거 좋지. 자기관리도 좋다. 애초에 최민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 판단되면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었다. 그 어떤 재능이 있더라도 도중에 그만둬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게 최고지. 나름대로 운동을 하며 이끌어낸 결론이었다.
"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발정기란 말에 유난히 표정이 착잡해졌다. 그러고보니 봄이었지.
"그놈들도 봄 탄다 이거네.."
빈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흠, 하는 신음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구청에 연락하면 중성화수술 해준댔나. 거기에라도 전화해봐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끔 동네 사람들 중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던가. 걔를 위해서라도 빈땅콩으로 만들어야만.... 최민규는 여기까지 생각하기로 했다.
"뭐.. 말해줘서 고맙다야."
밥 맛있게 먹고, 음, 학교에서 볼 수 있음 보자. 식상한 인사를 어색하게 뱉곤 계산대로 터덜터덜 갔다. 구청 번호가 뭐더라, 막연하게 중얼거리며.
>>772 허거걱 민규 금메달 휩쓸고 다닐 것 같다예요....,. 잘 어울려.... >>776 페로몬을 일부러????(기절) 세상에 이런 양을 어케 이겨요 절대 져줘야 해,,, >>777 늑대여도 소중한 고영아가씨인 슬혜...... -///-... 발닦개가 되고 십어요(저기요
>>744 핫, 선관!! (ఠ ̥̆ ఠ) 완전 좋아요! 시간 되실때 같이 선관스레로 같이 가봐요. >>747 규리주 어서오세요 🤗 차분한 얼굴에 고상한 재능이라.. 너무 잘 어울려요! 저도 사실 1학년으로 낼까말까 엄청 고민 많이 했는데 생각이 살짝 옆으로 기울었다면 동급생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하고, 사라는 시아의 손등에 포갰던 손을 느긋하게 미끄러뜨려. 느릿느릿 따뜻해지는 4월 한낮의 바람처럼. 옅고 투명하면서 행복한 일상을 함께하는 게 좋아서. 그렇게 느긋하게 조금씩 천천히 한 발짝씩 걸어가고 싶었는데... 왠지. 짙어지던 향이 이제는 너무 강해져서, 머릿속이 멍해져서 생각하기가 힘들고, 머리가 아파오는─
>>739 힘 + 덩치 + 양 + 응석 부리는 거 잘 받아줌 => 완전 대롱대롱 해보고 싶어지는 타입임... 민규 알면 알수록 아랑이가 대롱대롱 해보고 싶어할 거 같아서 웃음이 나왘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꼭 해야지... (할일 목록 적어놈...)
>>771 나도! 나도 서하가 바뀌었을 때 재능이랑 향이 궁금해@! 지금은 양이니까 향이 바뀌는 게 아니고 새로운 재능이 생기나...?
>>776 초콜릿향이면 아랑이랑 겹치네...?? 일부러 흘리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유혹적인 양이구나! (??) 규리 시트 다시 읽고 왔는데, 서예부라고 하니까 아랑이가 부 안내 하는 거 생각난다.. 처음 입학해서 서예부 부실 모르는 후배 서예부로 데려다주는 선배 (그러나 같은 학년으로 오해 받음) (그리고 아랑이 서예부 아님) 를 해보고 싶네 :3 별로 듬직한 선배는 아니겠지만.... ㅋㅋㅋㅋㅋ... 길안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아랑이 특 : 학생회도 아니면서 이 학교의 거의 모든 동아리를 알고 있음)
>>777 반반무마니 슬혜... 그래도 재능은 생기지 않을까??? 무슨 재능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라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코 앞까지 고개를 숙여내리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아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차갑게 시리다. 바보같이 멍하니 있으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기에, 사라는 정신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라는 아까 풀었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로 시아의 무릎에서 머리를 들고 꾸물꾸물 상반신을 일으켰다.
눈을 부릅뜬 체 일어나는 널 보며 나는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대답을 꺼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대답, 그것을 꺼내곤 조금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널 배려하듯 거리를 두고 서있어. 그러다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통을 하나 꺼내선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
" 약이 부족했을지도 몰라.. 미안해. "
날카롭게 부릅뜬 네 눈매가 잊혀지지 않아서 시선을 어둠에 잠긴 바닥으로 옮겨둔 체로 자그맣게 말을 건내. 달그락거리는 통을 흔들어 알약 하나를 더 꺼내선 입에 털어넣지. 알약의 쓴 맛이 입안을 감돌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입안의 씁쓸함이 강해져. 마치 이대로 우리 둘의 시간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겁을 먹은 것처럼, 씁쓸함을 이겨내려는 듯 치맛자락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있어.
"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하단 말밖에는 생각이 안나.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그것을 다름아닌 사라 너에게 해버린 것 같아서 머리가 조금 하얗게 변해버려. 여전히 눈에 남아있는 네 날카로운 눈매가 나를 향해 더이상 웃어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을까?
다시금 네 곁으로 돌아가서 앉고 싶지만 용기가 샘솟지 않아서 힐끗 시선을 올려 널 살피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