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어우 전 이런 썰 왜이렇게 귀엽죠 막 상상하면 너무 귀여워요 한숨쉬면서 건네어지는 마이크... >>54 ㅋㅋㅋㅋㅋㅋ민규주 빨라! ISTP 정말 비슷한 듯 엇비슷한 듯 ㅎ▽ㅎ..?? 게ㅇ;ㅣㅁㅋㅋㅋ게임티어 ㅋㅋㅋㅋㅋㅋㅋ게임티어까지 민규 너무 뽀짝해!!!! 개인기도 해주고 가!!(아니요
>>57 사라 약점을 그렇게 빨리 말해도 되나요? 귀여워 ㅋㅋㅋㅋㅋ ㅠ▽ㅠ >>60 빨간색이 너무 신경쓰여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 >>61 앗 슬혜 어울린다 슬혜도 자기소개 시키면 한마디 해주나요??? >>62 마이크 정직하게 받아들고 "접니다." 하고 넘길 것 같습니다 자만감이라기 보단..그냥..알아서 알겠지..(회피) 같은 느낌일까요 ㅎ▽ㅎ..
>>9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잘 맞잖아 앗저도 리스트 내올 생각이었는데... 먼저 선수치겠습니다 ㅎ▽ㅎ!!!!! 우선 중간고사 전 시즌이니까 민규랑 지구랑 같이 독서실같은데 공부하러 갔는데 민규 도와주다가 지구도 포기하고 pc나 농구하러..ㅎ ▽ㅎ 무모한 내기해서 한쪽이 실수로 다친다든지....... 아니면 아까 언급나온 하루동안 형이라고 부르기를 걸고 뭔가 내기를 진행한다든지.. 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건전한 찐우정이라서 상상하는데 너무 웃겨요 ㅠ ㅠ
고등학교 3학년. 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울림인가. 그리고 이 얼마나 묵직한 울림인가. 이 두 어절 뒤에는 항상 '그러니까 너도 슬슬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니?'하는 기나긴 문장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최민규는 최선을 다해 그 문장을 회피해왔다. 분명 그랬다. 분명 그랬지만, 그런 민규도 어쩔 수 없이 벚꽃의 개화와 동시에 '아, 나도 공부하는 시늉을 하긴 해야 하는구나...' 하는 슬픈 체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민규는 독서실에 와 있다. 제 동네친구한테 연락해서 야, 나도 독서실이란 걸 좀 가 보자, 하고 말했다. 그리고 독서실을 들어오자마자 급속도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기 싫어.
격렬하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파도 밀려오듯이 든 생각이다. 하기 싫다. 이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다. 제 옆의 친구를 흘깃 쳐다보았다. 분명 같이 운동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심지어 저번에는 자전거 타고 당일치기로 바다까지 다녀왔을텐데. (그러니까 대차게 놀았단 소리다.) 공부하는 건 처음 보는 장면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당연하다. 최민규가 공부를 안 하니까.)
결국 최민규는 오늘 문방구에서 산 포스트잇을 공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서 두 문장을 썼다.
2학년 3반의 학생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수업시간의 사라는 휴식시간의 사라와는 그 인상이 퍽 달라. 눈이 가늘어지며 교탁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사라의 모습은 평소의 그 조그만 포메라니안 같은 모양과는 퍽 다른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 되곤 해. 그리고, 오전 수업 시간 동안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만큼이나 점심 휴식시간에 그 표정이 풀어져버리고 마는 거야.
평소에 개구지게 치켜세우고 있던 역팔자 눈썹도 축 처지고, 조금 지친 듯한 웃음을 지은 채로 눈꺼풀에 잠이 한 모금 내려앉은 모습. 점심시간의 사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
"나 무릎베개 해주라.."
풀어진 얼굴로 적은 양의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옆자리 친구인 시아의 옷소매를 꾹 잡으며 바보같은 땡깡을 부리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야.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어린 여동생이 하는 소리에 웃음치던 순간이 있었다. 벚꽃의 꽃말은 그게 아니잖아, 벚꽃의 꽃말은....
툭, 샤프심은 부러졌고 습관적으로 샤프심의 뒷부분을 꾹꾹 눌러대었다. 평소처럼의 활용 문제였다. 이젠 밥먹다가도 뒤통수를 누군가 팍 치면 풀이가 눈밖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몰라서 푸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날의 할당량일 뿐이었다. 샤프심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는데, 웬일로 동네친구- 아니 이젠 같은 학교의 친한녀석이 평생 뱉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말을 뱉기에 어디 아픈가 따라 나와주었을 뿐이었다. 혹여 나쁜 생각을 한다면 피자가 좋을까, 아니 치킨? 그 녀석은 뭐든 가리진 않긴 했다. 그래서 저보다 더 쑥쑥 큰 건지. 이미 끝난 승패는 어쩔 수 없으니 쥐어진 샤프심이나 마저 굴리며 몸을 앞쪽으로 기울여 집중했다.
그러길 몇 분, 부산스럽던 옆의 그가 이번엔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노란색의 구깃한 무언가를 던져온다. '농구하고 피시방 가자. 아이스크림빵 ㄱ?' 왼손으로 쓴 건지 확인하기 위해 옆을 흘깃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이미 싫증이 난 듯한 그를 확인하고 그가 보낸 포스트잇 뒤에 정갈한 글씨체를 사각였다.
'받고 형대접 해주기'
작고 바른 글씨엔 고민이 묻어있지 않았다. 녀석과 있으면 항상 그랬다. 샤프심을 꾹 눌러 바닥에 찍어내어 심을 숨겨버렸다.
>>163 깔끔한 글씨체로 되돌아온 답변을 보았다. 거절이라도 하면 아마 책상에 늘어져 한숨 자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가 좋다고 말한 이상, 최민규는 자유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미련없이 가방을 쌌다. 맨 앞 페이지만 조금 구깃거리는 문제집들이 가방 밖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은 아주 모호하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대충 걸치고 독서실 밖으로 나왔다.
"힘들다..."
하늘을 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앉아있었는데 온 몸이 뻐근하다. 동네 농구장은 멀지 않다. 조금만 걸으면 도착한다. 가는 동안에는 아마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 나잇대에 걸맞는 이야기들. 조금 선선해지는 오후였다. 한숨을 쉬며 올려다본 하늘 또한 맑았다. 운동하기 좋은 날씨네, 막연하게 생각했다.
"공부 안 힘드냐?"
농구장에 도착해, 벤치에 가방을 던지다시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리고 농구공을 집어들었다.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
"형님 대접할 준비 잘 해놔라."
그리고 다짜고짜 저 혼자 드리블을 시작하는 것이다. 제 친구라면 이 정도는 받아쳐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상하게 뭐든 잘하는 놈이니까.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 사하가 젤리와 과자봉지로 가득 차 부스럭대는 후드집업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여기가 아니지. 교복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작은 열쇠가 잡힌다.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열었다. 이미 열어놓고선 뒤늦게 눈치도 본다. 사실 눈치보는 척이다. 들키면 당장 무릎 꿇을 생각이다. 고3이 싹싹 비는데 안 넘어가고 배겨? 대범함이 이상한 쪽으로 튀었다.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 틈으로 쏙 들어갔다. 뒤를 보고 손짓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열쇠 꽂힌 자물쇠는 빈 책상에 올려놓고, 창가를 가린 커튼을 꼼꼼히 확인한다. 문의 자물쇠만 유심히 보지 않으면 동아리실을 무단점거한 무리가 있다는 건 모를 것 같았다. 들키면 같이 공부하는 척 할까. 책 없지만. 지나가는 생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책상을 네 개쯤 붙이고 그 위로 주머니에 있던 간식을 와르르 쏟아놓는다. 아주 빵빵하다 싶더니 구성품이 알찼다. 그 와중에 음료수도 두 캔 있다. 굴러가는 캔을 뒤로 두고 영화를 틀러 컴퓨터 앞으로 간다.
"이 영화 엄청 웃기대."
영화 재생 전, 주원을 보며 씩 웃는다. 사실 사하는 보다가 졸았던 영화다. 남들 얘기 빌려 말하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어둡고 적당히 쾌적하며, 숨 막히는 정적이 없는 공간. 잠은 잘도 왔다. 비록 다른 부원들은 눈물 쏙 빼고 말았는지, 죄다 퉁퉁 불어있었지만… 드문드문 웃기도 했으니까 웃긴 영화라는 게 아주 클린 말만은 아닐 것이다.
손도 느리고 눈도 느려서 (...) 놓치는 레스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질문해도 될까? 다들 (아랑이나 다른 사람의) 응석을 받아주는 범위가 어떻게 돼? 아랑이는... 대충 눈치봐서 받아줄 것 같은 사람에게는 응석을 부릴지도! (주타깃 : 가족 >> 같은 반 아이들)
.dice 1 4. = 2 1. 얌전히 관전 2. 티미 풀기 3. 일상 구하기 4. 픽크루 만들기
주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사하에게 건네었다. 눈을 빛내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장난으로 되받아친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렇게 할 생각인가보다. 사하가 열쇠를 꺼내어 영화감상부 부실의 문을 여는 동안 주원은 등을 돌려 눈썹 위로 손을 올려 경계하는 듯 좌 우를 살폈다.
'좋아.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런 행위 조차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선생님 몰래 부실의 문을 따 점거한 뒤 즐겁게 영화를 즐긴다. 듣기만 해도 스릴 넘치지 않는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문틈으로 사하가 들어갔다. 그 틈으로 주원이 들어가기엔 조금 좁았기에 좀 더 문을 연 뒤 발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조심, 살금살금 들어간 뒤 드르륵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문을 닫았다.
사하를 도와 책상을 붙인 뒤 그녀가 와르르 쏟는 간식을 보고 그 금빛 눈을 반짝인다.
"이 과자 요즘 나온 그거잖아! XX편의점에서 밖에 팔지 않고, 금방 매진된다는 그 찾기 어렵다는 과자!"
주원은 그 과자 봉지를 보곤 앞 뒤로 살펴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과자이다. 그럼에도 무슨 보물을 찾은 것 마냥 반응하는건지.
"으으 사하 역시 최고야! 잘 먹을게!"
그렇게 말하며 과자봉지를 다시 내려둔 뒤 그녀가 영화를 틀 준비를 하는동안 주원은 과자 봉지의 뒷면을 뜯어 먹기 쉽게 세팅한다. 세팅을 마친 뒤 그녀는 지금 상영하려는 영화는 엄청 웃기는 영화라고 주원에게 말 해주었다.
"친구와, 웃기는 영화와, 맛있는 과자. 지금 어어엄청 행복해!"
주원은 마치 골든레트리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돌고 '왕!' 하고 짖듯이 두 팔을 가슴팍으로 모아 떨더니 위로 활짝 펼친다. 기분 좋음을 표현하는 주원만의 제스쳐인듯 하다. 주원은 이제 상영될 영화를 기대하며 음료수 캔을 따 두 손에 꼬옥 쥐었다.
자잘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물건을 정리하고 가방을 메니 민규는 이미 저만치다. 두 자리를 정리한 뒤 독서실 밖으로 따라나가 조금 뛰었던 것 같다.
"뭐했는데."
마치 소년만화 속 시련에 부닥친 주인공처럼 말하는 민규의 옆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걷던 지구의 건조한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시비가 아니라 정말 무엇을 했는지 묻는 말이었다. 한숨도 길게 내쉬는 걸 보니 뭔가를 하긴, 한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진 알 도리가 없었다. 혹은 다른 고민이있을까. 지구는 그 고민에 대해서 대충 짐작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밑밥 깔아도 안 봐줘."
그렇게 민규와 시답잖게 투닥거리며 멀지않은, 늘 가던 농구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으면 다 채우지 못한 문제집의 뒷부분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래야 할 거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낡아있을 농구장에 도착한다.
"너 놀아주는 게 더 힘들던데."
그리 말하며 지구 역시 민규의 가방 근처에 가방을 던져놓고 그가 농구공을 만질 동안 몸을 잠깐 풀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탕,탕,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갑작스레 시작된 시합에 지구 또한 자세를 낮추고 스텝을 밟았다.
"형님한텐 존대다, 아우야."
평소처럼 또 서로를 도발하며 기회를 엿보다 치고 들어간다. 아이스크림 중 제일은 아무래도 아우가 사주는 것이 제일이다.
>>190 아무짓도 하지 않고 보기만 할테니 너무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구~~ >.0 화영주는 무섭지 않아요~
>>193 우주최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하가 지구최강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192 >>196 그러게! 밤인데도 화력이 좋아~
>>197 아닛!? 그럴 순 없지 뒤에서 지켜보는 건 내 역할인걸! |°~°) 아무튼 반가워 아랑주~ 스킨십 없이 본인에게 부담가지 않고 컨트롤 가능한 선에서? 사실 받아준다기 보다는 음 그래그래-수준일 것 같긴 하지만... 여튼 화영이가 버거워할만큼 막무가내식의 응석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ok
대답 대신, 조그만 입을 짝 벌려서는 하품을 하는 사라. 시아의 소매를 쥐고 있던 손을 시아의 손에 별말없이 쥐어주고는, 따뜻하게 다독이는 목소리에 응-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손길에 익숙해진 작은 강아지 같아. 그리고 사라는 신호를 주듯이, 시아에게 쥐어준 손을 톡 당기는 거야.
"어디라도 좋아!"
그리곤 개구지게, 조금- 아침이나, 2교시 이후 쉬는 시간쯤에 매점에서 지을 법한 밝은 웃는 얼굴을 절반 정도 되살려 웃어보이는 거야. 얼마 안 돼서 사라의 얼굴은 다시 그 식곤증에 풀어진 얼굴로 되돌아갔지만 말야.
"그치만 누워서 쉬려면 거기가 제일 좋겠지. 응, 가자."
최상층 한구석에 있는 쓰지 않는 부실. 햇살이 너무 안 들지도 않고, 햇살이 너무 강하게 들지도 않는 빈 교실. 거기다, 어느 부가 쓰다가 놓아뒀는지 모르지만0 아니 다른 부에서 쓰다가 쓸모없어져서 빈 부실에 창고처럼 옮겨둔 건지도 모르지만 길쭉한 소파가 있어서. 아무에게도 눈치보이지 않고 드러누워서 잘 수 있는 거야. 아마 사라가 시아를 교실 밖에서 처음 만난 곳도 그곳이었지-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다가 늦잠을 잘 뻔한 걸 깨워줬었던가.
앗 그리고 지구주 계실까요! >:3 친구끼리 남고생들이 할 법한 비속어..를 조금 생각하고 있는데, (당연히 모자이크 할 생각입니다) 혹시 불편하거나 스레 룰에 어긋날까요? 야 이거 현실에서도 못 들을 법한데; 한 욕설은 당연히 안 할 생각입니다. 밑에 스포로 예시 적어놓겠습니다.
빈 부실 이야기를 꺼내자 기쁜 듯 방긋 웃어보이는 너를 보며 시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여. 누구에게나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시아지만, 지금의 미소는 남들에게 지어보이는 미소 보다도 조금 더 짙을지도 모른다. 팔을 당기는 네 행동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보인 시아는 자그마한 손을 잡고 교실을 벗어나 계단을 올라.
" 왠지 네가 방전될 시간이 되어간다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일종의 스케줄 같은거잖아. 이거. "
시아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든든하게 네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며 말을 걸어. 빈 교실에 도착하기 전에, 네가 수마에게 잡혀가지 않게 해주려는 듯, 잔잔한 그 목소리에 조금씩 강조를 넣어두는 것도 있지 않아. 장난스럽게 손을 꼼지락거리기도 하면서 한칸한칸 계단을 얼마나 올라갔을까.
" 자, 들어가자. 역시 오늘도 사람은 없네. 다행이야, 그렇지? "
상냥하게 네 손을 이끌어 어둑한 교실 안으로 들어간 시아는 능숙하게 두사람 만의 공간을 세팅하기 시작해. 바닥에 언제인가 가져다둔 두툼한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시아가 신발을 벗어두고 올라가 곱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 그리고 서있는 네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올려다보곤 자신의 새하얀 다리를 두드리겠지.
" 이리오렴, 이제 휴식 시간이니까 쉬어야지. "
눈을 예쁘게 접어보인 시아가 너를 보며 부드럽게 말을 걸어. 마치 너를 유혹하는 수마처럼.
주원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나를 데리고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채 저 멀리 사라지는 주원과 정체 모를 선생님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래, 그래.> 얘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일은 들키지 않고 끝까지 영화를 보는 것이다. 뒷정리까지 싹 한 다음, 완전범죄를 꿈꾸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
"내가 최고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딸깍대던 사하가 뿌듯하게 입가를 끌어올리며 브이를 그렸다. 딱히 생색내는 취미는 없대도, 멍석 깔아주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돌아오는 최고라는 말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먼저 말하지 않아도 과자봉지까지 뜯는 저 행동까지, 완벽했다. 영화감상부와 아무튼 긴 이름을 가진-길어서 까먹었다-부의 연합이 성공적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미 꽤 괜찮았다.
"고3이라고 공부만 하면 오히려 머리 굳거든. 가끔 이렇게 환기도 해줘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논리적인 말처럼 늘어놓는 일에 한점 부끄럼없다.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재미없게 공부만 하고 그럼 못 써요. 친구들이랑 이런 추억도 만들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선생님 학창시절 얘기해주세요!> 하는 애들한테 할 말도 생기구, 그렇단 말씀. 참고로, 사하의 꿈은 선생님이 아니다.
"나도 지금 엄청 행복해."
재생버튼을 누른 사하가 정말로 행복하게 웃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이따 눈물 흘릴 걸 생각하니 좀 미안하긴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옆자리에 앉은 사하가 아까 주원이 열광한 과자를 집어 내밀었다.
뭐 했냐는 질문에 지구 쪽을 돌아봤다. 오래 지내다보면 대충 아, 저건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구나, 하는 정도는 대략 짐작하게 된다. 사실 비꼬는 말이라 하더라도 별 감흥은 없다. '친구'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유달리 기준이 유해진 데다가, 원체 잘 화내지 않는 성격이니까.
"비문학 읽었다."
'풀었다'가 아니다. '읽었다'다. 하지만 공부를 워낙 안 한 입장에서는, 그 둘의 차이는 아주 희박하다. 일단 읽어야 문제를 푸는 법이다. 그리고 최민규는 '읽는다'라는 과정에서부터 막혔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하고 책을 덮었단 소리다.
"내가 널 놀아주는 게 아니라?"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바람이 불었다. 퍽 시원했다. 아직 여름은 멀다.
역시 막무가내로 시합을 시작해버린 덕이었을까, 최민규는 지구의 방해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농구공 드리블하는 소리가 통, 통 났다.
"혀가 길다, 아우야!"
객기로 골대를 향해 공을 던졌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이다. 괜히 신난 탓도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됐네." 하고 킥킥 웃는 사라. "번번이 점심시간 빼앗아서 미안해~" 하고, 마음에도 없는 사과해보이는 시늉을... 아니 아주 마음에 없는 건 아니야. 그냥, 시아 역시도 점심시간을 내어주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클 뿐이라고나 할까.
"먼저 온 사람이 있다고 해도 어딘가 갈 곳이 있겠지 뭐."
나중에 누군가 여기 먼저 와있는 걸 봐도, 그러면 둘이서 다른 곳을 찾으러 가면 되는걸. 역시나 아무도 없이, 쳐진 커튼이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들리며 들어오는 빈 부실에서 두 사람을 반겨주는 길다란 소파와 먼지쌓인 테이블을 배경으로 사라는 시아를 되돌아보고는, 방긋 웃어. 시아를 따라 조그만 손으로 담요를 도닥도닥 깔다가도, 테이블에 쌓인 먼지를 빤히 바라보면서 물티슈 가져온다는 걸 깜빡했네, 하고 되뇌이는 사라. 기왕 쉬다 갈 거면 깨끗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러면- 오늘도-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소파에 앉아서는 굽 높은 슈즈를 툭 털듯 벗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시아의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는 태도가 아주 익숙해보여. 정말로 일상의 당연한 사이클이라는 듯이. 그게 조금 행복해서. 다리를 들어올려 소파에 본격적으로 드러눕다 말고 사라는 졸음에 약간 잠긴 파란 눈을 들어서 시아를 바라보며 배시싯 웃는 거야.
>>200 시아 기준 과한 게 뭘까....??? 업고 다녀줘요??? (데굴데굴) 시아는 (풍기는 분위기상) 응석 받아줄 것처럼 생겼다고 판단하지만, 초면에 과하게 응석 부리진 않을 거야! ㅋㅋㅋㅋ시아가 과하게 생각하는 스킨십이나 응석 알고 싶다!
>>203 나중에 일상 때 써먹으면 되지! 아랑이가 나도 그거 좋아한다구! 라고 말하거나, 주원이가 나도 그거 좋아해! 라고 말하는 상황이 있겠지? ㅎ-ㅎ 12까지 받아준다구요???? 헉.. 업히거나 대롱대롱 매달려도 되나..?? (안 됨) 친해지면 끌어안고 뽀담뽀담... 너무 늑대같은 사람이랑은 스킨십 조심하긴 하는데 주원이는 골댕이처럼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3
>>204 과하게 질척거리진 않아! 눈치 있어서 받아줄 것 같은 응석까지만 부릴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혜가 요리부니까.. 어.. 창문 열어져 있으면 맛있는 냄새! 하고 창틀에서 빼꼼빠꼼 구경할 수는 있겠다... (꼬르륵 소리남) 견학 가능하면 견학도 간다!
>>205 그럼 화영주 옆에서 지켜보자! (뺨) 음, 그래그래 수준... 여동생이 크고 멋진 편이라 크고 멋지고 잘생긴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여동생 닮았다~ 생각하면서 쳐다보거나, 화영이가 칠칠치 못한 모습 보이면 (내적)친근감 가질지도 모르겠다 ㅎㅎ 근데 화영이가 칠칠치 못한 모습은 절대 안 보일 것 같아...^ㅁ^ 응석 부리기 어렵게 생겼음 + 늑대인 것 같음... 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멀리서 지켜보려나? :3
>>206 사하주 아랑이를 너무 귀엽게 부른다... (현기증) ㅇ<-< 사하는 영화감상부라구??? 초면에 견학하고 싶어하는 후배(= 아랑) 있으면 들여보내 줍니까?? 한살뿐이지만 어리게 봐주고 좋은 선배다... (데굴데굴) 영화감상부에 너무 쳐들어가고 싶어졌어 ><
>>209 오! (민규 앞에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다) 좋아! 아마도 민규 농구하는 거 구경하고 있다가 민규가 너도 해볼래? 라고 묻는다면 좋아요~! 하고 공 받아서 멋지게 삼점슛 넣는 모습을 보여줄 거야! (그러나 덩크는 못함) 같이 운동... 이면 패스랑 드리블이랑 슛 연습은 같이라도 가능한데, 몸싸움 연습은 못 할거야 ㅋㅋㅋㅋ 작고 가벼워서 몸싸움하면 날아가거든 ㅋㅋㅋㅋ ^ㅁ^
>>210 사라는 응석 부리는 쪽이구나! 작고 귀엽고 칠칠치 못한 모습에서 엄마랑 좀 닮았나...? 싶어서 아랑이가 티 안나게 슬쩍 챙겨줄수도 있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라가 야무진 모습 보인다면 응석 부릴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칠칠치 못한 모습 보이면 챙겨줘야 하나...? 조금 고민할 거야 '▽^ 같은 반이었다면 조금 라이벌 (반의 귀염둥이 포지션 라이벌) 같네에~ 라고 생각했을지도! 사라는 반의 귀염둥이 포지션에 관심 없으려나..?
tmi. 아랑이는 다른 부 견학하는 거 좋아함. 초면이라도 "있지이~ 견학해도 돼요~?(빵실)" 묻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음!
비꼬는 게 아니었다. 실로 진심이 담긴 평탄한 어조였다. 그 최민규가, 비문학을 읽었다는 게. 일단 자의지로 지구를 불러내어 뭐라도 한 거니까. 저 활동적인 인간이. 솔직한 감상으론 민규가 공부를 해야되는 이유를 모르겠었지만 말릴 이유도 그다지 없었다. 어차피 최민규, 저 녀석은 어디에 떨어져도 굶어 죽거나 할 녀석은 아니었다. 그냥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랄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구는 민규도 동족일까 생각하게 된다. 만, 쓸데없는 잡생각일 뿐이니 저를 놀아주는 거라는 민규의 말에는 그저 말 없이 어깨 동무를 푹 걸치려 시도할 뿐이었다.
그게 조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차리니 경쾌한 통,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녀석의 목소리.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원하게 퉁,하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바닥으로 튕기는 농구공. 지구가 낄 틈은 없었다. 그 사실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제법이다."
지구는 허탈한 얼굴로 씩 웃곤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우쭐 댈 시간은 짧다고. 그리 중얼대며 구르는 농구공을 빠르게 낚아 채어, 이번엔 제 차례였다. 본래 승리의 맛을 짧게 맛 본 이 순간이 가장 큰 빈틈인 법이다. 공부로 녹아버린 감각을 끌어올리며 재빠르게 움직여 단숨에 공을 골대로 밀어 붙였다.
.dice 1 2. = 2 1. 성공 2. 실패!
결과가 어떻든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는 공이 퉁, 퉁, 민규의 쪽으로 튕겨져 나간다.
//물론 괜찮습니다! 스피드를..위해.....바로...꼼수 해버렸습니다.....^▽^..쿨..쿨럭 또 실패하면 아우하자 지구야..
미안하다는 네 말에 시아는 고개를 살살 저어보여. 미안할게 무엇이 있을까. 물론 시아가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2년동안 질질 끌고올 사람은 아니었다. 시아 역시 너와 마찬가지로 이런 시간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거절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 그래도 여기가 제일 마음이 편하니까. "
다행히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은 두사람의 것이었기에 신경 쓸 것이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두사람의 공간을 침범 받는 것은 영 끌리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사이좋게 시간을 보낼 준비를 마치고 무릎베개를 해준 시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배시싯 웃어보이는 네 말을 들어.
" 행복해. 난 이런 소소한 시간도 행복하다 생각해. "
시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널 바라보며 잔잔한 파도와 같은 목소리로 속삭이곤 손끝으로 네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넘겨 정리를 해줘. 부드러운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어서 머릿결 좋은 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살살 흘러내려가.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시아는 자그마한 입술을 열어.
" 입이 심심하진 않아? "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네 입술 근처로 가져가. 그리고 그위를 살살 간지럽히듯 움직이곤 작게 웃음을 흘려.
사하가 영화의 재생버튼을 누르자, 조용한 배경 위로 영화 제작사의 로고, 협력사 등의 로고가 지나가더니 이내 영화가 시작되었다. 주원은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모니터를 응시했다. 옆에서 사하가 과자를 내밀자 주원은 시선은 모니터에서 떼지 않은 채로 몸을 옆으로 숙여 입으로 그 과자를 받아먹었다. 와삭와삭하고 가벼운 씹는 소리가 울린다.
"고마워! 맛있다 이거."
영화에 집중하는 채로도 제대로 과자에 대한 감상을 말한 후에는 느릿한 손짓으로 과자봉지로 손을 옮겨 하나를 집어 입에 쏙 던져넣는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아무도 웃기지 못하는 코메디언. 그 코메디언은 찰리 채플린과 같이 열심히 슬랩스틱을 펼치지만 관중은 아무도 웃지 않고 하품을 할 뿐이다. 필사적인 코메디언과 그에게 실소하는 관중. 그리고 우스꽝스런 음악에 주원은 그 코메디언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코메디언을 철저히 바보취급하는, 그럼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저 사람 불쌍한데... 너무 웃겨! 푸하하핫!"
영화 내의 연극이 끝나고, 코메디언은 연기를 끝낸다. 마지막 허리를 굽혀 관중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그 때 천장에서 페인트통이 떨어져 코메디언이 노란색 페인트 범벅이 되고, 눈만 동그랗게 뜬 노란 페인트 범벅의 코메디언이 클로즈업 된다. 그와 동시에 자지러지는 좌중들.
>>233 아주 못되어먹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착한 아이인 것도 아니어서... ;3 칠칠치 못 한 모습은 어지간해서는 안 보여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태생이 꼼꼼하다기 보다는 본인이 어느정도 그런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고 그렇게 보이길 희망하니까... (_ _) 화영이가 억지로 다가갈 것 같지도 않고 왠지 둘 사이엔 미묘한 거리감이 있을 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서로 피하는 건 아닌데 친해질 계기가 따로 없는 느낌이랄까! 대화가 필요해 한 편 찍어야 겠다~ (?)
>>233 (일단 사라주가 설계하기로는)사라는 양면적인 캐릭터라, 평소랑 집중할 때랑 캐릭터가 휙휙 바뀌니깐 말야👀 사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을 안 써서, 귀염둥이 포지션을 놓고 다툰다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가 호의를 표시해오는 것은 밀어내지 않아! 그러니 귀염둥이 포지션의 라이벌이라기보단 만인의 귀염둥이인 아랑이도 스스럼없이 귀여워해줄 수 있는 다른 반 친구로 생각하면. (?)
타인이라면 비꼰다고 오인할 수 있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건 역시 함께한 시간이 길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의 온도가 비슷해서일 수도 있다. 지구와 자신은 인간관계에 대한 온도가 비슷했닫. 적어도 최민규가 느끼기엔 그랬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가 계속되는 관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항상 운동하기 좋은 날씨지. 오는 어깨동무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주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았다. 마주 하는 건 좀 낯간지러우니까, 라는 게 이유다. 그게 편했다.
골대에 공이 들어가고, 바닥에 퉁기자마자 그걸 낚아채는 지구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정말, 뭐든 잘했다. 인간관계는 조금 서툰 것도 같았지만, 뭐,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이상 그런 건 잘 눈에 안 들어오는 법이다. 애초에 자신도 신경 안 쓰는 부류기도 하고. 태클을 중간에 시도한 것도 같지만 막혔다. 작게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어깨에 힘 좀 풀어."
공은 골대에 들어가지 않고, 링에 맞아 튕겨나갔다. 최민규가 보기엔, 단순히 몸이 덜 풀린 것으로 보였지만. 튕겨나가는 공처럼 툭, 지구를 향해 한 마디 뱉었다.
"그러게 공부만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이 자식아."
누가 봐도 농담이다. 오히려 진심은 어깨에 힘 풀라는 말에 더 실려있다.
하지만 오는 기회를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공을 낚아채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다시금 골대를 향해 던졌다.
화면으로 들어갈 것처럼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자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근데 뭐라고 해. 너 곧 펑펑 울 거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를 때는 침묵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웃겨.>가 아니라 <웃기대.>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나 사실 뒷 내용 몰라……. 대충 이쯤부터 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사이에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물가물한 와중에 뭘 좀 들었는데 기억날 리가 없고. 그 뒤로는 일어났더니 다들 코끝이 빨개진 채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때 좀 깨어있을걸. 아니 근데 잠들기 너무 좋았단 말이야. 불안불안한 눈치로 주원의 얼굴을 살핀다. 그렇게 감탄하던 과자도 안 먹고 집중해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는데, 좀 웃음이 났다. 너 아마 곧 울게 될 건데. 안쓰러울 정도로 애쓰면서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영화 속 코미디언과 주원을 번갈아본다.
"너 같은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저 사람 되게 행복했겠다."
주원이라면 기립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하의 눈에 주원은 도통 싫어하는 거라곤 없는 사람처럼 세상에 후하게 구는 걸로 보여서. 노란색 페인트를 뒤집어 쓰는 모습에 사하도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사하가 보기에 저 코미디언은 그냥 안 된 사람이었는데, 옆에서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같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과자 하나를 집어 먹고, 하나를 더 집어 다시 건네며 말했다.
tmi) 사라는 사라주가 꼭 양면적인 캐릭터를(기믹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굴려보고 싶어서 만든 캐릭터야! 깨방정떨면서 까르륵 웃으며 놀러와서는 주접을 떨다가도, 상대방 캐릭터가 뭔가 문제를 풀다가 막히거나 해서 내버려둔 게 책상 위에 있거나 혹은 이 문제풀이 좀 도와달라고 사라에게 부탁하면 얼굴에서 웃음기를 사악 지우고 그 문제를 풀어보고는 알려주곤 다시 평소의 깨방정으로 돌아가는 그런 모습을 돌려보고 싶었어.
해인이 TMI) 1. 사실 어릴땐 해맑은 깨방정 어린이였다! 소꿉친구 선관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 2. 고3 이라 나름 대학 걱정을 하는중. 공부를 잘 하는편은 아니라서 더욱 걱정 중 3. 편의점 단골 손님을 계속 만들어내서 현재 주변 편의점에서 스카웃하고 싶은 사람 1호입니다(...)
"오늘 방과후에 시간 있어? 카페를 찾았는데, 거기에를 가자. 딸기타르트가 완전 찐이더라."
사라는 시아의 무릎을 짚어보며 말했지. 역시, 말라도 너무 말랐다니까. 산들고 굴지의 달다구리 소믈리에로서 내가 책임지고 살을 좀 붙여줘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은 항상 행복했으면 하니까. 시아가 그렇듯이 사라도 말야.
"그렇지만 네가 마음 편해하는 공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는걸."
시아의 손이 사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자, 사라는 기분좋다는 듯이 눈을 꼭 감아. 자신이 허락한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말도 없이 스킨쉽을 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라였지만,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에는 꽤 관대했지. 그것을 좋아했으니까. 사라는 손을 뒤로 뻗어서는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서는 자기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어.
"아직 우리가 겪어본 적 없는 행복한 일이 많이 있을 거라구..."
하던 말이, 시아의 손가락에 가로막혀. "정말이지..." 하고 앓는 소리를 낸 사라는, 시아의 손가락 끝을 가볍게 쿡 물어. 조그만 강아지나 고양이 따위가 주인에게 애정표현 삼아서 깔짝 입질하는 것처럼.
>>239 사하언니이.. (감동) (감동) 아랑이 머리핀으로 문 따도 ok야! 이러려고 찬 머리핀이야! (머리핀 : ;;;) 아랑이가 견학다니는 거 좋아하는 설정 넣길 잘했다... 보람을 느낀다... 나도 울어... 무슨 영화 볼지 벌써 기대해... ㅇ>-< 아랑이는 딱히 가리는 영화 없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 먹는 장면 나오면 주머니에서 먹을 거부터 찾을 거 같다... ㅋㅋㅋㅋ 꺼내서 사하도 나눠줘야지!
>>240 회색의 아이들.... ㅋㅋㅋㅋㅋㅋㅋ 눈치 없는 척 구경할 것이냐 눈치껏 도망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군요! 왜... 왜 업무에 찌들려 계셔... ㅋㅋㅋㅠㅠㅠㅠㅠ (어깨 주물주물)
>>245 그럼 아랑이는 애매하게 조심해야지~ 정도로 생각하겠다! ㅋㅋㅋㅋ 막... 안 보여줄 거라고 하니까 너무 보고 싶다... (참자) 그럼 희망하는대로 꼼꼼하고 자존심 강한 타입으로 볼지도! 아랑이가 생각 없이 자존심 건들일 일은 당연히 없을 거고... :3 화영이가 유명하니까 얼굴도 이름도 대강의 성격도 아는데 막상 이야기 해본 적은 없는 사람...? 이 될까? 화영이는 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다른 부 기웃기웃거리는 모습 우연히 봄) 아랑이 이름은 또 모를 것 같다... ㅋㅋㅋㅋㅋ 맞아, 그런 느낌이야! 친해질 계기...나 만나게 될 계기는 나중에 이벤트 같은 거로 생기지 않을까!
>>246 어째서 대단하단 손짓발짓을 받고 있지?! (일단 주는 거니 받겠지만 ㅎㅁㅎ) 몸싸움하려는 시늉만 해도 꺄! 하고 날아갈 수도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 민규가 크고... 아랑이가 작으니까... ㅋㅋㅋㅋㅋㅋ 부딪쳐서 넘어지려고 하면 잡아줄 거 같다 민규는! 순수한 감탄의 박수 받으면 활짝 웃겠지! ㅋㅋㅋㅋㅋㅋ 꼬셔도 입부는 안 합니다... 근데 육상부랑 그럭저럭 잘 맞을 거 같다... 육상부 가입하면 따로 달리는 연습할 필요도 없구...ㅋㅋㅋㅋㅋㅋ
>>247 멋있다! 그 양면성이 좋아! 앗... 그렇구나! 귀염둥이 포지션을 놓고 다투진 않겠지만, 반 애들이 사라도 아랑이도 좀 다른 느낌으로 귀여워할 지도 모르겠다. 아랑이도 라이벌인가? 잠깐 생각해도 진짜 라이벌 놓고 다투는 성격은 아니어서 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다른 면을 찾아서 시너지를 내서 더 귀여움 받을 생각은 함) 그런 느낌 좋네! 사라 만나서 귀여워 해주고 싶다...!! 근데 어떻게 귀여워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초면에 먹을 거 주면 받아주나...??
>>248 그런 의미에서 주원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간식 미리 알고 싶다! (초롱) 감동해줘서 넘 좋은걸! (대롱대롱) ㅋㅋㅋㅋㅋㅋ 약간.. 그거 하고 싶어. 주원이가 알통 자랑하는 포즈로 있으면 아랑이가 한 팔에 매달려서 대롱대롱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 주원이가 워낙 성격이 좋고, 응석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나서... 늑대란 티가 많이 안 나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해... 조심하려다가도 경계심이 풀릴 것 같은 느낌? '▽'
>>249 이현이 혼자 멀쩡한 얼굴이면 의외로 체력이 강하구나 (오해) 생각할 수도 있겠다...ㅋㅋㅋㅋㅋㅋㅋ 웃으면서 안내해줘서 들어갔더니 회색의 아이들 보이면 재밌겠다 >< (이현이 봄) (학생회 아이들 봄) (번갈아 봄) (???) >>242 ?! 그럼 요리부 자주... 아니, 종종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약간... 밥 놔두면 먹으러 오는 고양이마냥 (겉모습은 다람쥐임) 잊을만하면 찾아가려나! 같이 요리해 볼래? 라고 권유한다면 같이 요리도 할 거고, 놀랍게도 아랑이는 요리 잘하는 편이야! (특히 고기 반찬) 아랑이도 ㅋㅋㅋㅋㅋ 라면만 먹고 가는 애니까 괜찮아!
>>243 헉... 어쩌지.. 그럼 아랑이가 어느 정도 선에서 어리광 부려야 하느냐로 고민하게 만드는 타입일까? 쟤가 아무데나 응석부리는 것처럼 보여도 선은 지키고, 사람도 가리거든! ㅋㅋㅋㅋㅋㅋㅋ 약간의 시간만 있어도 시아 앞에선 좀 마음 놓겠다!
과자를 입안에 머금은채로 씹지도 못하고 흐느끼듯이 웃던 주원은 이내 과자가 목에 걸렸는지 켈록거리다 가슴을 몇 번 주먹으로 쳤다. 몸의 힘을 빼고 "후으, 살았다." 하고 중얼거리더니 손에 쥐고 있던 캔음료를 몇 모금 마신다. 이어 그녀가 적당한 타이밍에 과자를 건네주자 다시 영화에 시선을 집중한채로 몸을 옆으로 옮겨 입으로 과자를 받아먹는다. 꼭 간식을 받아먹는 애완견 같은 모습이다.
"뽀로로? 나 뽀로로도 좋아하는데. 자취방에 뽀로로 DVD전권 있는걸."
사하의 말은 조금 바보취급하는 말이었을지 몰라도 주원은 아주 솔직하게 그것에 뽀로로를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취향이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지. 어찌됐든 영화는 계속되었다. 다시 반쯤 안 되게 찬 극장과 연극을 시작하는 코메디언. 그 코메디언의 슬랩스틱은 너무 필사적이고 열정으로 가득 차있었지만 그것이 웃음으론 이어지지 않는다. 코메디언은 자기보다 체급이 1.5배는 커보이는 거인과 주먹을 주고 받다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지고, 길을 걷다 바나나를 밟고 그런 것엔 넘어지지 않는다듯 손가락을 '쯧쯧쯧.' 하고 검지 손가락을 젓다가 바로 다음 블럭의 바나나를 밟고 180도 회전하며 넘어진다. 즐거움이나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닌, 되도 않는 노력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는 그런 피식 하는 차가운 웃음이 관객석에서 가끔 터져 나올 뿐이었다.
"저 사람 너무.. 푸흡.. 불쌍한데.. 왜 저렇게 하는거지? 너무 열심히 하는데 그게.. 푸흡.."
주원은 끄윽끄윽대며 숨이 넘어갈 듯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 했다. 영화 속의 코메디언은 바나나를 밟고 넘어진 뒤 과장된 표현으로 고개를 몇 번 돌리다 툭 하고 떨어트린다. 그 장면에서나 사람들은 조금 피식거리는 웃음을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코메디언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코메디언이 넘어진채로 영화의 시간이 흐르고, 관객은 이제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이어 코메디언이 클로즈업되고 화면이 화이트아웃되더니 병원으로 장면이 바뀐다.
["암입니다. 길어봐야 앞으로 3개월. 지금부터 치료해도 늦겠군요."]
분장을 지운 코메디언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람이었다. 그는 의사의 진찰실에 앉아 차분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다 닫고,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열더니 다시 입을 닫는다. 그는 극단으로 돌아오고 극단의 단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자네에겐 재능이 없어. 알아? 너무 필사적이야. 웃음이란 자고로 여유가 있어야 해. 단지 웃겨야지! 하는 열정만으론 아무도 웃기지 못한단걸세."]
단장은 웃음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코메디언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단장의 웃음에 대한 연설이 이어지다 갑자기 코메디언이 고개를 들고 말한다.
["암이라네. 길어봐야 3개월이라더군."]
열변을 토하던 단장은 그 말에 말이 쏙 들어간 듯 입을 닫고 그에게 다가간다.
["자네.... ....웃기지 않는 코메디언이라도 내 극단 소속 코메디언을 쉽게 내칠 것 같았나. 치료법은 있겠지? 아무렴, 이 과학의 시대에 치료법이 있을리가 없지. 돈은 걱정 마. 자네의 그 웃기지 않는 개그로 갚아나가면 돼."]
단장의 서투른 격려에 코메디언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런건 웃기지 않아. 나는.. 남은 3개월동안 최고의 웃음을 관객에게 선사하겠네."]
이어 단장, 다른 단원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씬이 흘러간다. 세트를 만들고, 코메디언의 남자는 계속 무언가를 썼다 지우고 혼자 대사를 말하며 말투를 바꿔본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고, 코메디언은 그 도중 쓰러지기도 하고 점점 더 수척해져 가는 것이 확연하게 보이지만 그 의지만큼은 꺼지지 않았다. 단장은 몇 번이나 그를 말리고 돈은 됐다며 치료를 받아달라 호소하지만 그 코메디언은 듣지 않았다.
이야기가 점차 바뀌기 시작하자 웃음을 참으며 영화를 보던 주원은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지나가는 장면들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듯이 영화에 몰입했다. 코메디언이 중간에 쓰러지자 심각한 표정으로 두 손을 꼭 쥐고 간절한 표정으로 그 코메디언을 바라본다.
//늦어서.. 미안.. 으흑 하다보니 왠지 이야기를 계속 쓰게 돼서.. 정말 미아내! 영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 해줬는데..!
>>291 아직은 딱히 없어~ 장래희망까지는 아니어도 현재 목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평범하게 사는 것.
>>294 희망하는 모습대로 봐주면 만족한다 :3 뭐 그래도 언제가 한 번쯤은 나오지 않을까? 화영이도 어쨌거나 사람인지라 완벽하진 못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앗 왠지 그럴 것 같아 쟤 분명 어디서 본 적은 있는데 대체 누구지(가물가물) 분명 생길거야! 같은 학교니까 한 번쯤은 그런 계기가 생기겠지~
>>294 간식이라면 뭐든 좋아해! 하지만 단 걸 제일 좋아할거야.(사실 아랑이의 냄새가 아마..)앜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상상된닼ㅋㅋㅋㅋㅋㅋㅋㅋ"자 봐봐?"(하고 알통포즈)"어때, 멋지지!"(하더니 대롱대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 너무 상상돼.. 어.. 어서.. 어서..!!(???)음 늑대..라는 티는 언제나 내고 있으면서도 그게 늑대답지 않다고 해야하나, 아마 "으으으으 귀여웡어어어어어어어" 하고 쓰담쓰담쓷맘쓷마쓰담 하는게 늑대로서의 표현일거야!(???)
한쪽이 어깨동무를 걸치면, 한쪽은 잠자코 받아주는 것. 아무리 자라도 시간이 흘러도 그 둘은 여전할 거다. 오래도록. 안정감이 들었다. 그래, 언제나 놀아주는 건 네 쪽이었다. 그 누가 모를까.
텅, 튕겨져 나가버리는 공이 야속했다. 마치 근래의 자신과도 같았다. 침을 바닥에 뱉고 습관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뭐가 문제인데. 작게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민규의 낮은 목소리가 관통한다. 지구는 무엇을 하기보다..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곤 목을 푸는 척 고개를 돌려버릴 뿐이었다. 이미 떨어진 공은 민규의 발치 아래였다. 비문학을 읽더니, 별일이라고. 공이 튕기는 소리에 허리에 손을 짚고 완벽하게 슛을 넣는 민규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흐트러짐 없는 동작에 허, 하고 숨을 뱉었다.
"그러게, 농구 접어야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으며 씩 입꼬리를 올린 지구가 몸의 체중을 앞으로 싣고 뛰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시원해서 눈을 감았다가, 감각을 이용해 재빨리 농구공을 손에 붙였다. 골대는 눈앞이다. 그리고 그 위의 하늘은 너무도 높았기에.
>>284 과연 주원이는 그 어려움을 클리어(?) 할 수 있을까..! 그러게! 내기 전에 시트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정말 늑대같은 늑대가 많을줄 알았어. 그래서 그런 캐릭터로 낼까 하다가 '음 분명 늑대같은 늑대는 많을테니 조금 비틀어 멍뭉이로 하자!' 했는데.. 다 이렇게 생각했나?!
그러니까, 이 쪽도 언제나 마음만큼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는 것 뿐이지만. 말로 안 해도 알잖아? 가 이유라면 이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긴.'
속으로 픽 웃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도 농구를 했다. 그 뒤에 만났을 때도 내내 농구를 했다. 그 뒤에도, 그 다음에도. 그러다 보니 농구공을 잡지 않는 미래의 친구는 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잘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언젠가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 우리 둘이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공을 던지면 다시 응해주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상상.
지구가 뛰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시원했다. 전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었다. 아니, 그저 민규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가? 하여튼 지구는 부드럽게 공을 손에 붙이고, 던졌다. 하늘엔 점점 노을기가 번지고 있다.
공이 네트와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들어갔단 이야기다.
"그래, 그러니까 훨씬 낫잖냐."
바닥에서 튕겨나간 공을 받아냈다.
"형님 말을 듣길 잘했지?"
봐주기는 무슨, 헛소리는 그만하고. 지껄이며 조금 여유롭게 드리블했다. 거리 유지를 신경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달려나갔다. 친구가 골을 넣은 건 기쁘지만, 뭐, 그건 그거고. 오히려 내 쪽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어.
함께 있어달라는 시아의 말에, 사라는 시아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은 애같은 모양새를 하고서도 이마에 힘을 주며 개구지게 키드득 웃어버리고 말아. 뿌듯해서,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그런데 헤벌레 웃어버리면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같을 것 같아서. 시아의 옆에 있으면 마음껏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좋아서. 그렇게 웃는 거야.
"얼마든지 같이 있어줄 테니 걱정말라구."
하다가도, 결국 사라는 얼굴에서 힘을 빼고 시아의 손에 얼굴을 기대고 말아.
"같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어서 좋아- 아니, 한 알씩 정도야 매일 먹는 게 좋지? 그야 나는-"
그리고, 곁눈질로 시아를 올려다보던 사라의 푸른 눈동자가, 우물쭈물 다시 옆으로 돌아가고, 이내 눈꺼풀 뒤로 숨어버려.
"뭐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
어른보다도 똑똑해서 제법 제멋대로인 사라가 입에서 꺼내기에는, 조금 바보같은 말. 그러나 눈을 감고 있다가도, "이익." 시아가 입술을 매만지며 해오는 말에 사라는 눈을 부릅뜨곤 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거야.
"내 말 안 들었지!"
하고는 심술로 삐진 뺨이 부욱 부풀어오르고. 그래봤자 한번 쓰다듬어주면 금방 바람이 부욱 빠져나가버리고 말 테지만.
목에 걸릴 정도로 웃는 걸 보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등을 두드려 주려 뻗은 손은 혼자 잘 해결하는 주원을 보곤 머쓱하게 책상 위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괜찮은지 주원을 살피던 사하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했다. 책상 위에 있던 손이 다시 움직인다. 목표로 하는 종착지는 주원의 머리.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줄 생각이었다.
"…응, 그랬구나. 기특해요."
손길이야 당연히 부드럽지만, 목소리엔 어딘가 어처구니 없다는 기색이 서려있다. 뽀로로 DVD. 심지어 전권. 너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좋아하는 거니. 묻고 싶었지만 영화를 너무 열심히 보길래 말았다. 응응, 그래. 네가 좋으면 됐지. 뭐가 더 중요하겠어. 슬퍼서 울기 전에 웃다가 울 것 같은 주원을 보며 마주 웃었다. 비록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어도,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추천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 전환이라니. 운명의 신은 매정하기도 하시지. 포도맛 젤리를 입 안에서 굴리던 사하가 속으로 탄식했다. 이제 웃음 구간은 끝났다. 똑같이 웃긴 장면이 나와도 저 코미디언의 사연을 알게 된 순간 아까처럼은 웃을 수 없겠지. 아니나 다를까, 주원은 신 나게 웃던 전과는 영 다른 반응이다. 장면들은 흘러가게 둔 채로 주원을 보던 사하가 주원을 부른다.
"주원아."
주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사하는 제 미간을 톡톡 친다. 어느새 옅게 인상까지 쓴 채로.
"너 그러다 주름 생긴다."
가볍게 분위기를 돌리려는 행동이었는지, 찌푸린 얼굴은 곧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벌써 그런 표정이면 어떻게 해. 조금만 있으면 울게 될 텐데.
원래... 기억력 나빠서 선관은 안 짜려고 했는데 찔러주시는 분이 계시면 응답해 드리는 게 정답 ㅇ<
>>330 사라 시트 다시 보다가 작년 같은 반 선관보다 맘에 드는 선관을 찾았어! 아랑이랑 사라랑 같은 제과점이 마음에 들어서 종종 얼굴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있지~ 어느 빵이 맛있었어? 난 이게 좋았는데~" 라고 아랑이가 말 걸어서 친해지는 선관 어때? 제과점에서 마주치면 빵 추천 해주는 사이 :>
안녕! 나는 스피드민규주! 갱킹은 LOL에서 라인들의 중간 지역을 돌아다니는 포지션인 정글이 라인으로 공격을 오는 걸 의미한단다! 그러니까 사라가 아랑이한테 갱킹을 온다는 건 그냥 사라가 아랑이네 반으로 놀러온단 뜻이지! 그럼 스피드민규주는 그냥 민규주가 되도록 할게! 이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더니, 결과는 K.O였다. 민규의 공을 뺏으려 시도했으나 그는 빈틈이 없었다. 결국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네트가 일렁이는 것을 보며 동시에 다리에 힘이 울렁이며 빠져나갔다. 하. 얼빠진 얼굴로 웃음 소리만 내며 그 자리에 털썩 누워 바닥에 대자로 널부러졌다.
"덥다."
그런 말을 지껄이며 전혀 다른 두 색이 섞여 들어가고 있는 저만치의 하늘을 응시했다. 이번엔 정말이지 나의 완패다. 한치의 의심도 없는 사실이었다. 너울거리는 노을이 눈부셨다. 진작 하늘 좀 보고 살 걸 그랬나 싶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던가. 나에겐 없는 것이다. 이마의 땀이 바닥으로 주륵 흘러 내렸다.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가, 형."
고개를 돌려 민규를 잠시 바라보다 피실 웃으며 힘없이 너부적 거리는 팔을 민규에게로 뻗었다. 어떤 결과든 승패를 번복하진 않는다. 우리들의 규칙아닌 규칙이었다. 그래, 너 잘났다 임마. 편의점은 그리 멀지 않았고, 곧 배시계가 울릴 참이겠다. 또 제일 비싼 걸 고른다고 해놓곤 하드를 물고 장난을 치며 집에 터덜터덜 돌아갈 모습이 그려진다. 언제 그려도 질리지 않는 장면이다. 그것을, 그것들을 나는 포기하지 못한다.
이현주 잘자고 좋은 꿈 꾸세요 ^▽^! 첫일상으로 눈부신 청춘물 필름 찍어버렸다 여한이 없다 그런데 저도 내일 일찍 기상해야 해서 다음 지구 차례의 답레가 막레가 된다면 그 전에 먼저 뻗고 다음날 오전에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민규주 ㅠ▽ㅠ! 양해 부탁드려요.. 그런데 너무 즐거운 시간이습니다..쿨쩍..T▽T
공을 집어서 대충 제자리에 던져넣었다. 그러게, 덥네. 혼잣말처럼 대답 아닌 대답을 했다. 셔츠 목덜미 부분을 잡고 바람이 통하도록 흔들었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이 빨갛게 지고 있었다. 웬일로 저 녀석이 하늘같은걸 보고 그런대. 태양과 눈이 마주쳐 눈살을 찌푸렸다. 다시 땅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 누가 무리하래."
손을 뻗어 지구를 일으켜세웠다. 무겁기는. 작게 투덜댔다. 그래도 벤치에 가방을 챙기러 갔을 때는, 지구 몫까지 건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게 다 형의 역할 아니겠어, 하며 생색내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농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었다. 아마 하드 물고 집 가다가,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다 끝마친 다음에야 아, 피씨방 못 갔네, 하고 깨달을 것이다. 다음에 가면 되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쓰러지듯 잠에 들겠지. 피씨방은 아주 추운 겨울에나 갈 수 있으려나.
"요즘 왜, 인터넷에 보이던.. 거꾸로 수박바? 그거 맛있어 보이던데."
그게 요즘 제일 비싼 거 아니냐, 그런데 그거 편의점에 팔려나... 헛소리를 하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결국은 메로나나 사서 입에 물겠지만. 벚꽃이 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영화에 빨려들어갈 듯 몰입하는 주원. 상체는 점점 앞으로 내밀고 고개는 영화를 바라보는게 꼭 만화영화에 집중한 어린아이 같다. 아니, 그 자체라고 해야겠지. 사하가 주원의 머리를 쓰다듬자 쓰다듬는 방향대로 머리가 움직인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이상하게 졸려. 편안해져서 그런가?"
주원은 잠시 눈을 감고 두 입꼬리를 당겨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다시 영화에 집중하는 주원. 코메디언은 다시 병원을 방문하고, 그 어떤 대사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설명하는 의사와, 진찰실의 의자에 앉아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 코메디언과, 옆에 서서 이야기를 듣는 단장이 있을 뿐.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슬픈 음악이 흐른다. 단장은 카메라가 멀어지는 와중에 말 없이 그 진찰실에서 나온다.
장면은 바뀌고, 이윽고 '위대한 웃음'의 날이 되었다. 다시 무대 위로 선 코메디언. 지금까지 보였던 긴장도, 과한 건강함도 없이 그저 힘 없이 축 쳐지고 늘어진 모습. 분장을 지운 뒤엔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병자의 모습이었지만, 흰 분과 새빨간 연지곤지, 입술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코메디언의 개그는 조금 바뀌어 자기보다 체급이 거대한 상대를 상대하다 쓰러지는 것이 아닌 "이제 됐어. 됐다고. 하아." 하고 퉁명스레 말하더니 스스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쓰러진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듯 관객을 향해 어깨를 으쓱 하는 거대한 상대. 그 모습에 관객석은 웃음으로 가득차고 이어지는 냉소적인 슬랩스틱에 관객들은 지금까지 참아온 웃음을 터트리듯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허나 배경으로 깔리는 슬픈 음악 덕에 주원을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어 이전과 비슷한 바나나껍질 씬이 이어진다. 코메디언은 과장된 발걸음으로 길을 걷다 눈 앞의 바나나껍질을 허리를 숙여 바라보곤 그것을 우아하게 피해간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바나나껍질을 보곤 ["누가 날 단단히 바보취급 하는군!"] 하고 그 바나나껍질을 향해 말한다. 그러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나나 껍질.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코메디언은 머리 위에 뭔가 떨어진 감각에 그것을 주워들곤 ["뭐라?!"] 하고 소리친다. 그 사이 바닥에서 손이 나와 코메디언이 보지 못하는 사이 그의 발 앞에 바나나껍질을 놓고 사라진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나나껍질로 넘어질리가 없지. 바보같긴!"]
과장된 자신감으로 말한 코메디언은 한 발 내딛자 마자 그 방금 깔린 바나나껍질을 밟고 180도 넘어진다. 그리곤 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난, 노란색이, 싫어."]
그것은 이전의 노란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과 이어지는, 꽤나 시간차가 있는 연출성 개그였다. 그 대사를 끝으로 코메디언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주원도 환희에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물개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지만, 그는 일어서지 않는다. 박수는 잦아들고 모두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여전히 쓰러진채인 코메디언은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펴보인다. 그것을 보고 안심한 관객들은 다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무대 뒤에서 급하게 단장이 나오고, 단장은 커튼을 닫으라는 듯 손짓한다. 황급히 커튼이 닫히고, 박수와 환호 넘치는 커튼 뒤로 쓰러진 코메디언과 단장의 대화가 이어진다.
["도대체 왜.... 자네에게 개그가 뭐길래...."]
["전부....일세.... 누군가가, 웃어주는, 것 만으로도...."]
점점 코메디언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빛은 몽롱해져간다.
["정신 차리게! 의사를 부를테니!"]
단장은 서둘러 의사를 부르려 하나 코메디언은 그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 그래도... 마지막엔... 꽤... 웃기지... 않... 았..."]
코메디언은 대사를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단장의 손을 잡던 손을 떨어트린다. 그 때 극의 처음 웃기지 않았던 코메디언의 OST가 흐르더니 장면은 어느 묘지의 묘비를 혼자 마주한 단장으로 바뀐다.
["관객들이 다 자네가 어딨냐고 난리일세. 그러길래, 그냥, 더 좋은 극단으로 떠났다고 했지. 웃기지 않나? 내 극단보다 더 좋은 극단이 어디 있다고!"]
단장은 평소와 같은 말투로 묘비를 향해 말하고 있다.
["뭐.... 인정하지. 마지막의 자네는, 꽤 웃겼어. 그러길래 말하지 않았나. 조금만 힘을 빼라고. 마지막엔 너무 힘을 뺀게 문제였지만.... 커흠! 미안하네."]
선을 넘는듯 마는듯한 말을 건네며 혼자 실소를 터트리는 단장.
["언젠가 그 곳의 자네의 공연을 보러 갈테니 그 때까지 내가 알려준 웃음의 기술을 잘 갈고 닦고 있게나. ...오랜 친구."]
단장은 그렇게 묘비에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떠난다. 아직 묘비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그 묘비엔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었던 진정한 코메디언]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카메라는 멀어지고, 홀로 묘지에서 쓸쓸히 떠나는 단장의 등을 비춘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되며 THE END 라는 글씨로 영화의 끝을 알렸다.
지금까지 주원이 어떤 얼굴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눈을 질끈 감은 주원은 안경을 벗고 옆의 책상에 조심히 올려놓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곤 아이같이 울음을 터트렸다...
"어째, 서어.. 큽, 그렇게, 까지.. 크흑, 으극.. 으으윽.."
주원은 의문과 슬픔을 오가며 제대로 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왜, 어, 크흐읍, 어째서.. 죽, 은거야? 왜 살려고.. 하지 않고.. 으아아아아아아앙!"
두 팔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번갈아가며 닦으며 앞을 보지도 못하고 그저 아이같이 눈물을 터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사라는 볼에서 바람을 쉽게 툭 놓아주고 말아. 그러면 무슨 문제였을까? -말하기 싫어. 말하기 싫어서 사라는 눈을 다시 꾹 감아. 그렇지만, 이렇게 행복한 균형이 잡혀있는 삶인데 갑자기 다른 무게추가 얹히거나 해서 기울어진다던가 하는 건 싫은걸. 균형을 새로 잡는 일은 나한테도 어렵고. 나는- 시아가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 몰라. 그래야만 해. 그냥 시아가 주기적으로 먹는 약이 있고, 나는 그저 시아의 건강을 걱정해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런 거니까. 이 균형을 유지하려면 이 거리가 적당하니까.
"그래, 그 뭐더라... 어린 왕자가 말했던가?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땡- 오답. 어린 왕자에 나온 캐릭터가 말한 건 맞지만, 어린왕자는 아냐. 그게 누구더라... 기억이 안 나네... 눈을 감은 채로, 사라는 손을 들어서는.. 뺨 위에 얹혀 있는 시아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조심스레 포개는 거야.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걸."
하면서 사라는 눈을 떠. 눈앞에 가까이 얼굴이 다가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아. 앵초향으로 가득찬,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한가득. 사라는 고개를 들어서는... 자기 코끝으로 시아의 코끝을 꾹 밀어. 그리곤 짐짓 새침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런데 한입에 다 먹어치워버려서야 뭐가 남겠어."
어떤 책이라도 제대로 읽으려면 한 장씩 넘겨야지. 어쩌면, 시아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를 말을. 그러고서 사라는 눈을 감아버려. 누가 먹히고 누가 먹는 쪽인지, 참.
배사라: 197 캐릭터가 자주 입는 옷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당연히 교복 아니겠어? 그 다음이 체육복!" "아, 농담이지. 사복 물어본 거잖아, 그치." (한숨)"입고 싶은 거랑 입어서 어울리는 거랑은 다르니까... 3부 데님바지랑 라운드넥에 멜빵이라던가, 5부 플레어스커트에 블라우스라던가 그런 걸 입어." 329 갖고있는 가방의 종류와 개수 "학교 가방 빼고?" "토트백 하나 정도." "글쎄에 난 이상하게 가방에는 영 돈 쓰고 싶지가 않더라." (절레절레) 186 주변인의 신발끈이 풀렸을때는 어떻게하나요? "그야 당연히 신발끈 풀렸다고 말해줘야지? ˚ᗜ˚"
현슬혜: 170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얘! 피아노도 넖게 보면 현악기란다! 145 화가 날 때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요, 속으로 삭히는 편인가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 노빠꾸맨이야~ 083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일 때 머리나 몸이 가렵다면? 주변에 누가 있다면 긁어달라고 함, 없으면 아무데나 까끌까끌해보이는데에 비빔밥 (자동완성 아님)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남주원: 114 캐릭터의 자존심의 강약은 어느정도인가요? "자존심? 글쎄? 잘 모르겠어!" 019 메신저와 sns의 프로필사진은 어떤 식?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의 메인 활동 사진! 그래서 매번 달라져!" 187 춤에 대한 호불호와 춤실력은? "춤 추는건 좋아하지만 실력은 잘 모르겠어. 그냥 막 추면 되는거 아냐?"
154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적선을 한다면 얼마정도를 줄까요? 어... 주려나? 싶은데. 딱히 모르는 사람까지 나서서 돕고 그러는 애는 아니니까. 뭐 눈이 마주쳤고 그날따라 왠지 기분 좋은 날이면 줄 수도 있겠다. 얼만지는 그 날의 지갑사정에 따라서 다르겠지?
037 특별한 성적취향이 있나요? 진단... 왜 내겐 이런 질문만... 당연하지만 이건 패스.
"미래엔 네 성격과 말투가 어떻게 바뀔까?" 배사라: "엥... 글쎄... 미래의 일 같은 건 딱히 생각 안 하고 살아서 모르겠어. 그건 뭐 계획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잖아?" 배사라: "그러니까 미래에 알려줄게." (키드득)
"자기 집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배사라: "지금 내 방처럼만 하고 싶네~ 난 지금의 내 방에 만족해." 배사라: "그런데 침대는 엄청 큰 걸로 들일 거야. 마구 굴러다녀야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538 >>5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도전과제 클리어 가능함까? :3 뭐 일단 H 항목에 적어두긴 했지만 으아악 저리 꺼즈어어ㅓㄱ 질색팔색 이게 아니라 꺼려하는 정도니까 원한다면 시도해도 된다 bb 받아주진 않겄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하진 않을거여 :3 물론 이왕이면 안 하는 걸 추천하긴 하지만 어쨌건 열려는 있다~ 열린 교회 닫힌 문~ (?)
네 대답에 그저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는 체로 대꾸를 해. 네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태연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야. 굳이 길고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네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는 것처럼 잔잔했다.
" 맞는 말이네. 우리의 행복도 보이진 않지만 둘 다 똑바로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야. "
손 위에 자그마한 네 손이 얹어지고, 고개를 가까이하자 눈을 뜬 네게 네 말이 맞다는 듯 부드러운 대답을 돌려줘, 그리고 코 끝으로 밀어내는 것을 느끼곤 작게 웃음을 흘려. 좋아, 왠지 이런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아. 새침하게 눈을 뜬 모습도 귀엽다는 것을 너는 알지 모르겠어. 적어도 이 풍경은 나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괜스레 미소가 짙어져.
" 그럼 지금은 조금씩 먹고 있는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
그러다 네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리는 말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며 물어봐. 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데 나도 모르게 널 도발하게 돼. 이런건 할 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네 대답을 듣고 나니까 이럴 수 밖에 없게 돼. 네 이마에 고개를 조금 더 숙여 이마를 맞대려 하곤 눈을 응시해. 네가 눈을 뜬다면 코 앞에서 눈을 마주하겠지. 점점 더 달콤한 앵초향이 강해져가.
" 왠지 궁금해졌어, 사라야. "
나지막이 네게 작게 속삭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려보여. 역시 이렇게 보아도 너는 참 사랑스러운 아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아. 나랑은 다른 사랑스런 아이.
>>614 좋아요~~ (*''*) 민규주 심심할때마다 시트 읽음서 우웃 얘랑은 이거 하고 싶어엇 하고 혼자 생각한다굿...
1. 같은 동네 사니까요 :3 민규 집 근처에 사는 괭이가 밤에 시끄럽게 울어서.. 좀 조용히 하라고 뇌물 아닌 뇌물로 고양이 밥 주는데 슬혜랑 마주쳤다던지 >:3 2. 아님 괭이가 밤에 시끄럽게 우는데 너 고양이 좋아한담서? 하고 슬혜한테 조언받으러 간다던지! >:3! 3. 민규도 민규가 밥 하는 편이니까요 저녁거리 쇼핑하다가 어라 너 같은 학교 아니냐? 함서 마주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요
최민규는 마트 매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만큼은 하굣길에 있는 마트에 들러야만 했다. 냉장고가 슬슬 동나기 시작했다. 이제 계란 두 개 정도 남아있으려나. 살 물건들을 적은, 구깃구깃한 쪽지를 주머니 안에서 꺼내보았다. 한 쪽 어깨엔 책가방을 메고, 등에는 책가방 대신 농구공 주머니 하나가 달랑달랑. 나머지 한 쪽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것이 영락없이 심부름 온 고등학생 꼴이다.
차이가 있다면, 최민규는 요리를 한다는 점이다. 집에서 할 줄 아는 사람이 어째 나밖에 없더라.
나머지 가족이 할 줄 아는 요리는 겨우 김치찌개와 라면 정도. 김치찌개와 라면에 질린 최민규는 백X원 선생님의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자기가 그렇게까지 나쁜 요리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부터 밥을 하기 시작했다.
소면 봉지를 집고 어느 걸 살까 고민하던 최민규는, 한 쪽 시선에 익숙한 인물을 포착했다.
'쟤.. 우리 학교 애 아닌가?'
평소같으면 그냥 못 본 척하고 갔을 테지만, 저런,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것도 정통으로 마주쳐버렸다. 최민규는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파스타면, 파스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지나가듯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느리게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아무리 최민규가 주위에 무심한 편이라도, 분홍색 머리에 보라색 눈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어쩌면 그렇게까지 유별난 머리색은 아니라 하더라도, 색 배합 자체가 눈에 띄지 않던가.
"그래,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소면 한번, 슬혜 한번.
"2학년, 맞지?"
미묘하게 목소리 톤이 들뜬 것 같기도 했다. 만나서 반가운 걸까, 아니면. 일단 민규는 덤덤한 표정을 고수했다. 애초에 표정의 변화가 큰 폭으로 요동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 안에 얕은 감정이 뭐라 꿈틀대는지는 모를 일이다.
"비슷한 동네 살면 겹칠 수도 있지. 이 시간대에 장 보나봐?"
어쩌면 더 자주 마주칠지도, 하는 생각을 했다. 무뚝뚝해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조금 말이 많다. 괜히 다시 입 여는 걸 보아하면 확실하다. 어색한 것을 말로 푸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물론 학년 구분이 제법 쉬운 편인 학교다만 그래도 그런것까지 신경쓸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면에서도 그녀 역시 그정도로 무심한 무리들은 아니었기에 몇몇 사람들 정도는 눈여겨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알수 없지만, 별 감흥 없는 목소리로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더라도 그녀의 얼굴만큼을 그에게 눈길을 주며 미소짓고 있었다.
"네, 대개는 이 시간대즈음에 보긴 하죠? 늘상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요."
비슷한 동네인지까지는 그녀가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그가 이쪽에 자주 오는편이라면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
갑자기 물어오는 질문에 물음표를 띄우던 그녀는 이내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을 보고선 아,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민하듯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대었다.
"가볍게 한끼 하실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 약간 상큼한쪽이 취향이시라면 별다른 토핑 없이도 즐길만 할테죠."
그저 지나가면서 봤을땐 요리랑은 딱히 연이 없는 투박한 사람처럼 느껴졌건만, 면과 소스의 상관관계까지 세밀하게 고민하는 그가 의외라 생각했는지 시선이 살짝 그쪽으로 기울었다.
체육 대회 때를 기억하는 걸까, 아무래도 육상부니까. 민규는 저 혼자 막연하게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최민규는 농담과 미소에, 농담과 미소로 받아쳐주지 않을 만큼 성격이 굳은 사람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덥잖은 농담과 함께 작게 웃었다는 의미다. 물론 그 인상 탓에 어색한 미소가 웃음으로 보일지는 미지수다만. 어찌되었든 그 자신에게는 미소다.
"그러면 앞으로 만날 수도 있겠네."
같은 동네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한 것이다. 부정하지 않으니 아마 같은 동네겠지- 하고 생각해버렸다.
"그렇지? 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슬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곤 소면을 가방 안에 넣었다. 오늘 요리는 유자소바다. 동생이 왜 면에서 이상한 맛이 나냐고 우는 소리를 하며 저녁밥을 반절 이상 남기고, 결국 최민규가 1.5인분을 먹게 되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다.
"너는 파스타 해먹으려고?"
무슨 파스타냐, 하는 질문이 숨겨져 있다. 저녁 메뉴 고민이 요즘 최대 고민 중 하나기도 했던지라.
"그나저나 너.. 요리 잘 아나보네. 밥, 너가 해먹는 건가."
보통은 오래 삶아도 안 무르는 펜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보통은. 보통의 고등학생은. 그래서 묻는 것이기도 했다. 너 요리 좋아하냐?
공부도 안 하는 게 뭔 고3이라고. 딱히 공부를 안 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담긴 어투는 아니었다. 공부 말고 다른 게 더 좋은 걸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마 최민규는 그 조합을 아주 맛있게 잘 먹을 것이다. 뭐든지 잘 먹는 편이기도 하고, 옛말 중에 자기가 만든 음식은 괜히 더 맛있단 말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최민규는 쪽지를 주머니 안으로 밀어넣었다. 살 건 다 샀지 않나, 하는 순간이 무언가가 뇌리에 스쳤다. ...아, 고양이... 곁눈질로 반려동물 코너를 한번 쓱 보았다.
"무슨 파스타 먹을 건지 궁금했던 거라, 사실은 말이야."
내가 말을 애매하게 했던가. 돌이켜보니 그런 것도 같다.
"나도... 뭐, 다른 가족들이 다들 요리실력이 변변찮아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혀를 작게 찼다. 하지만 마냥 짜증은 아니다. 아주 얕은-민규의 감정은 다 그런 꼬락서니다-애정이라면 애정이 담긴 류였다.
"너 그러면.. 요리부 가면 잘 맞겠는걸."
언젠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부실 안을 들여다봤던 적이 있다. 저거 맛있어보이네, 하는 감상과 함께 요리부실 위치까지 알아버렸더랬다. 거기 애들 요리 잘하더라고, 당연한 거지만. 괜한 말을 덧붙였다.
헛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에게 어느정도 납득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자 그녀 역시 가볍게 빙긋 웃어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학년이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이쪽 학교가 좀 안좋은 소문이 돈다 해도 나름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니 저마다 미래에 대한 계획정도는 생각해둔게 있지 않을까? 물론 그쪽 부분의 이야기라면 말이다.
무언가 집어넣는듯한 그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하자 그 사소한 움직임에도 반응했던 그녀가 천천히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반려동물 코너... 키우는 동물이라도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가볍게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별걸 다 궁금해하시네요~"
빙긋 웃는 미소 끝이 미묘하게 뒤틀렸지만 그건 불쾌함의 의미가 아니었다. 물론 의아함이 다분히 섞여있었지만,
"펜네를 이용한건 뭐든 잘 맞지만... 그렇네요. 오늘은 무난하게 로제쪽일까요?"
다른 가족들이 요리실력이 변변찮아서, 라면서 살짝 불만이 섞인듯 보였지만 그런 그의 표정이 그리 진지하게 보이진 않은걸 생각하면 그 역시 늘상 있던 일이었나보다. 그런 일상도 익숙한듯 정을 느낀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아, 그러잖아도 요리부랍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요."
이번엔 완만한 호를 그린 눈빛으로 그에게 웃어보이던 그녀는 얼굴을 돌리기가 무섭게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그가 눈길을 준 곳에 대해선 잊지 않고 있었다.
주원의 말에 가볍게 웃은 사하가 말했다. 기본 바탕에 호의를 깔고 있는 사람. 세상 모든 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는 몰랐지만, 충분히 사랑받고 컸으리라 예상하게 됐다.
영화 내용이 심각해질수록 사하의 눈은 스크린보다는 주원의 얼굴 쪽을 향했다. 오늘의 영화 추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영화 속 관객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어나 박수를 치는 주원을 보며 과자를 씹었다. 영화보다 이쪽 구경이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는 보다가 졸았는데 주원의 행동은 워낙 크고 다양해서인지 지루해질 것 같지 않았다. …지루할 수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할지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주원이 안경을 벗었을 때 예감했다. 울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지 마, 응? 내가 잘못했어. 웃기긴 뭐가 웃겨. 하나도 안 웃기네."
말도 제대로 못 잇고 훌쩍이는 걸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너는 반응이 왜 이렇게 재밌어서 매번 거짓말하게 만들고 그래….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내가 미안해. 여기, 젤리 먹을래? 요구르트 맛인데."
앞에 있던 젤리도 건네보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려고도 해봤다.
"…쉿, 쉿. 선생님 온다. 너 선생님이랑 도망가고 싶어?"
입술 위에 검지를 올리고 몸을 낮춰 책상 위로 엎드렸다. 거짓말로 울려놓고 미안해 한 게 무색하게 또 거짓말이었다.
아이같이 엉엉 울면서도 사하가 하나도 안 웃기다고 다정하게 어루듯 말하자 "마, 맞아! 사하가.. 흐끅, 웃기다고.. 그랬는데.. 흐윽.." 하며 그제서야 사하가 '웃기는 영화'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주원은 충혈된 눈으로 사하를 원망하듯 응시했다. 그렇게 응시하다가도 다시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며 두 팔로 눈물을 닦는다.
"제, 젤리? 흐끅. 요구르트 맛.."
주원이 좋아하는 맛인지 요구르트맛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눈물을 멈추고 젤리를 받아 아앙 하고 입을 크게 벌려 받아먹는다. 우물우물 먹는동안 선생님이 온다는 말에 "우왓!" 하고 놀라며 호들갑스런 몸짓으로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업드리듯 웅크린 것이, 상체는 가려졌을지 몰라도 하체는 책상 바깥으로 전부 나와 있었다. 꼭 천적이 보이면 고개를 땅으로 박는 타조와도 같다.
사하가 거짓말로 한 말이 진실이 되었던 것인지 바깥쪽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의 발소리라기보단, 터벅터벅 걷는 일반 학생의 발소리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누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오다 영화감상부의 부실 앞에서 멈춰섰다. 흐르는 정적. 갑작스레 분위기는 감동에서 스릴러로 바뀌고 말았다. 발소리의 주인이 영화감상부 부실의 손잡이를 잡는 소리가 들리고, 주원은 그 소리에 몸을 더 웅크리며 어떻게든 자신을 숨기려 했다. 그래봤자 등의 높이가 올라가 책상이 붕 떴을 뿐, 엉덩이부터 다리까지의 하체는 그대로 드러난 채였지만.
다행히도 발소리의 주인은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점점 멀어지는 소리를 들은 주원은 그 즉시 털썩 하고 몸을 대자로 뻗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아아아...."
그 얼굴엔 언제 울었냐는 듯 평온이 가득하다. 얼굴의 눈물 자국이나 눈이 부은 것은 그대로이긴 했지만.
>>696 이현주 어서와~~ 이현이 반 바꾼 거 보니까 같은 반이더라구! 나 혹시 답레 쓰고 선관 찔러봐도 괜찮을까? ㅣㅅㅇ.. >>697 아이구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많이 안 맞고 금방 들어와서 다행이다!! 낼은 비온다고 들은 거 같아.. 우산 잘 챙기자 흐흑.... 갑자기 오는 비 시러..
<말이 씨가 된다.> 문장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옛말 무시하면 안 된다더니, 가끔 이렇게 한 번씩 무섭게 들어맞았다. 효과가 있고 없고와는 무관하게 이미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긴 주원과 문을 번갈아 쳐다봤다. 지금이라도 문가로 나가서 선수칠까. 금방 정리하고 나간다고 하면 별말 없지 않을까. 명찰보면 고3인 거 알 텐데 설마 청소 같은 거 시키겠어. 다행히 발소리는 멀어졌다. 손발 싹싹 빌며 애원할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있어도 한 번 불쌍하게 굴어 지나보내면 되는 일이긴 했지만, 귀찮은 일 하나 던 게 싫을 리 없으니까.
"눈물자국 달고 그렇게 얘기하니까 되게 설득력 없다."
사하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눈물 한 방울도 안 고인 얼굴에 웃음만 매달려있다. 분명 같은 영화를 봤는데 표정만 봐선 장르가 영 딴판이다.
"지나간 것 같으니까 이제 나와."
몸을 구깃구깃 접은 주원에게 손 내밀었다. 울다가 젤리 먹다가 어쩜 그렇게 빨리 숨었는지 모를 노릇이다. 오히려 더 눈에 띄어서 숨었다고 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원아, 화 났어? 내가 거짓말 했잖아."
주원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처음 친 거짓말도 아니긴 했는데 오늘은 워낙 크게 울어서 조금 걱정이 됐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저런 오해에 휘말린 적 있지만, 학교 후배와 오해가 생기는 건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약간의 고마움과 안도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도 컨디션 관리 잘 하고. 내가 이런 말 안 해도 어련히 잘하겠지만은."
제 눈 앞의 후배는 묘하게 딱 부러진 인상을 주었다. 냉랭하다, 라고 말할 사람도 있지만, 민규는 그것을 굳이 딱 부러졌다고 정정했다. 사람 인상에 부정적인 단어를 붙이기 꺼려지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인사를 받아줬기 때문일까. 판단의 기준이 퍽 단순하긴 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낮에 울면 상관없는데, 거 참..."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말에 드물게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슬혜를 바라보았다. 쟤 고양이 잘 아나보다.
"너 고양이 잘 알아?"
그럼 뭔 이유인지 알겠냐고 덧붙여 물었다. 약간 구세주를 대하는 투기도 했다. 인터넷보다 후배가 낫다야.
솔직히 미리 알려줬어도 울었을 것 같은데. 혀끝까지 타고 온 마음의 소리를 삼켰다. 일단 화가 났다고 하니 최대한 기분을 맞춰 줄 생각이었다.
"너 지금 다 넘어갔으면서 안 넘어간 척 하는 거지."
떨떠름한 얼굴로 주원을 봤다. 거절 한 번 없이 받아간 젤리 봉지에서 착실히 젤리가 줄어간다. <그래도 잘 먹으니 보기 좋다….> 의욕없이 중얼거린다. 진심은 진심이었다. 기껏 구해온 걸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보다 주원처럼 성심성의껏 반응하며 먹어주는 게 좋았다.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이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무릎도 꿇을 수 있고, 남주원 님 만세 삼창도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끝날지 모르겠거든.
"이게 다야?"
의외라는 얼굴로 주원을 본 사하가 거리낌 없이 양손을 들었다. 나 담요만 깔아주면 절도 할 수 있거든. 내가 괘씸해서 꼭 맨바닥이어야겠다고 하면 그렇게도 해줄 수 있고. …근데 왜 이렇게 좋아해?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좀 싱거운데. 칭찬감옥에 가둬줄까? 남주원 키 크다, 남주원 잘 생겼다, 잘 먹는다……."
손해 안 보고 사는 거 좋지. 자기관리도 좋다. 애초에 최민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 판단되면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었다. 그 어떤 재능이 있더라도 도중에 그만둬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게 최고지. 나름대로 운동을 하며 이끌어낸 결론이었다.
"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발정기란 말에 유난히 표정이 착잡해졌다. 그러고보니 봄이었지.
"그놈들도 봄 탄다 이거네.."
빈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흠, 하는 신음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구청에 연락하면 중성화수술 해준댔나. 거기에라도 전화해봐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끔 동네 사람들 중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던가. 걔를 위해서라도 빈땅콩으로 만들어야만.... 최민규는 여기까지 생각하기로 했다.
"뭐.. 말해줘서 고맙다야."
밥 맛있게 먹고, 음, 학교에서 볼 수 있음 보자. 식상한 인사를 어색하게 뱉곤 계산대로 터덜터덜 갔다. 구청 번호가 뭐더라, 막연하게 중얼거리며.
>>772 허거걱 민규 금메달 휩쓸고 다닐 것 같다예요....,. 잘 어울려.... >>776 페로몬을 일부러????(기절) 세상에 이런 양을 어케 이겨요 절대 져줘야 해,,, >>777 늑대여도 소중한 고영아가씨인 슬혜...... -///-... 발닦개가 되고 십어요(저기요
>>744 핫, 선관!! (ఠ ̥̆ ఠ) 완전 좋아요! 시간 되실때 같이 선관스레로 같이 가봐요. >>747 규리주 어서오세요 🤗 차분한 얼굴에 고상한 재능이라.. 너무 잘 어울려요! 저도 사실 1학년으로 낼까말까 엄청 고민 많이 했는데 생각이 살짝 옆으로 기울었다면 동급생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하고, 사라는 시아의 손등에 포갰던 손을 느긋하게 미끄러뜨려. 느릿느릿 따뜻해지는 4월 한낮의 바람처럼. 옅고 투명하면서 행복한 일상을 함께하는 게 좋아서. 그렇게 느긋하게 조금씩 천천히 한 발짝씩 걸어가고 싶었는데... 왠지. 짙어지던 향이 이제는 너무 강해져서, 머릿속이 멍해져서 생각하기가 힘들고, 머리가 아파오는─
>>739 힘 + 덩치 + 양 + 응석 부리는 거 잘 받아줌 => 완전 대롱대롱 해보고 싶어지는 타입임... 민규 알면 알수록 아랑이가 대롱대롱 해보고 싶어할 거 같아서 웃음이 나왘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꼭 해야지... (할일 목록 적어놈...)
>>771 나도! 나도 서하가 바뀌었을 때 재능이랑 향이 궁금해@! 지금은 양이니까 향이 바뀌는 게 아니고 새로운 재능이 생기나...?
>>776 초콜릿향이면 아랑이랑 겹치네...?? 일부러 흘리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유혹적인 양이구나! (??) 규리 시트 다시 읽고 왔는데, 서예부라고 하니까 아랑이가 부 안내 하는 거 생각난다.. 처음 입학해서 서예부 부실 모르는 후배 서예부로 데려다주는 선배 (그러나 같은 학년으로 오해 받음) (그리고 아랑이 서예부 아님) 를 해보고 싶네 :3 별로 듬직한 선배는 아니겠지만.... ㅋㅋㅋㅋㅋ... 길안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아랑이 특 : 학생회도 아니면서 이 학교의 거의 모든 동아리를 알고 있음)
>>777 반반무마니 슬혜... 그래도 재능은 생기지 않을까??? 무슨 재능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라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코 앞까지 고개를 숙여내리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아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차갑게 시리다. 바보같이 멍하니 있으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기에, 사라는 정신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라는 아까 풀었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로 시아의 무릎에서 머리를 들고 꾸물꾸물 상반신을 일으켰다.
눈을 부릅뜬 체 일어나는 널 보며 나는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대답을 꺼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대답, 그것을 꺼내곤 조금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널 배려하듯 거리를 두고 서있어. 그러다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통을 하나 꺼내선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
" 약이 부족했을지도 몰라.. 미안해. "
날카롭게 부릅뜬 네 눈매가 잊혀지지 않아서 시선을 어둠에 잠긴 바닥으로 옮겨둔 체로 자그맣게 말을 건내. 달그락거리는 통을 흔들어 알약 하나를 더 꺼내선 입에 털어넣지. 알약의 쓴 맛이 입안을 감돌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입안의 씁쓸함이 강해져. 마치 이대로 우리 둘의 시간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겁을 먹은 것처럼, 씁쓸함을 이겨내려는 듯 치맛자락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있어.
"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하단 말밖에는 생각이 안나.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 그것을 다름아닌 사라 너에게 해버린 것 같아서 머리가 조금 하얗게 변해버려. 여전히 눈에 남아있는 네 날카로운 눈매가 나를 향해 더이상 웃어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을까?
다시금 네 곁으로 돌아가서 앉고 싶지만 용기가 샘솟지 않아서 힐끗 시선을 올려 널 살피기만 해.
이건 어떠냐! 하고 비장의 장난을 펼치는 악동의 표정으로 사하를 간지럽히는 주원. 사하는 간지럼을 견디지 못하겠는디 팔을 휘적대다 주원의 손을 잡아 간지럼을 막았다. 본래대로라면 더 간지럽혀 복수를 해줘야 할 테지만 상대방이 싫어할 정도로 할 마음은 없었기에 얌전히 손을 멈추었다. 그러나 아직 성에 차지 못했는지 입을 삐쭉 내민채로 그녀를 응시했다. 손은 아직 잡힌채로.
"그건, 그럴지도? 나 간지럽히는건 자신 있으니까."
손가락 끝의 미묘한 감각과 피아노를 치듯 빠르게 번갈아가며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은 아무리 과묵하고 표정이 변하지 않는 사람도 간지럽으로 웃음을 터트리게 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무릎을 꿇는건 좀 그렇잖아. 왠지 내가 미안해져."
이어 요구르트 젤리 다섯 봉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걸로 용서해줄게. 아, 하나 더."
주원은 무언가 생각났는지 급하게 하나 더라고 덧붙이곤 가볍게 사하의 머리에 톡 하고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두 어 번 쓰다듬더니 손을 거두었다.
"이걸로 끝! 나 기분 풀렸어. 아, 요구르트 젤리 다섯 봉 잊으면 안된다? 그거까지 포함해서 잊는거니까?"
사라는 황급히 손을 뻗었다. "남용 멈챠!!" 약을 집어올리던 시아의 손을 사라의 양 손이 폭 포개어 감싸쥐었다. "아익, 정말이지..." 얘는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하고 속으로 되뇌어봤으나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사라는 시아의 손을 움켜쥐고는, 짧은 팔 때문에 상반신이 좀 기울어진 상태로 시아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웃음기는 없고, 여전히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그럼에도 시아의 안색을 살피는 사라의 시선에는 분명히 걱정어린 기색이 띄워져 있었다.
약을 입으로 가져가려던 손이 네 자그마한 손에 붙들렸을 때, 나는 놀란 눈으로 널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아마도 네 눈에도 잔뜩 놀라서 커진 내 두눈이 들어왔겠지. 내 손을 붙들고 나를 올려다 보는 널 보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나에게도 네가 걱정하는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는 입술을 달싹거릴 수 밖에 없었다.
" ...그치만.. "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는 너무나도 많은데, 입 밖으로 골라낼 수 있는 단어는 왜 이렇게 없는걸까. 나는 좀처러 잘 움직여지지 않는 혀를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면서 네 기세 넘치는 모습을 바라봤어. 아까까진 네가 멀어질까 두려웠는데, 지금은 네가 이렇게 걱정을 하면서 날 봐주는 것이 어쩜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신기해, 너란 아이는.
"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버린 것 같아서... 평소의 사라라면 나한테 그런 눈을 해보일 일이 없었을텐데, 내가 조금 짖궂게 굴어서 그런 눈을 하니까 멀어질까봐 무서웠어. 그것도 무섭고, 남에게 싫은 행동을 하는 것도 싫어서... "
이게 답이 아닐까 했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는 네 눈과 마주한 체 조심스럽게 대답을 들려줘. 혹시나 너랑 멀어지게 되는게 싫어서. 혹시나 너와 이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그랬다고 나는 솔직하게 네게 답을 들려줘.
진심을 다해서 말했다. 더군다나 간지럼이 자신있는 종목인 사람이 상대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릎이야 한 번 굽히고 나면 그만인데, 간지럼은 한참 웃다보면 진이 다 빠졌다. 웃다가 빠진 기운이 충전될 때까지 몇 시간이나 누워있어야 할지! 혹시라도 손을 빼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로 주원을 보던 사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안도했다. 이런 걸로 거짓말 칠 성격은 아니라 생각해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애매하게 피곤한 것 같은데, 역시 잠깐이었지만 아까 너무 웃은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 말해."
간지럼 아니고서야 뭘 못 들어주겠니. 체념한 얼굴로 처분을 기다리던 사하가 얼떨떨한 눈으로 주원을 쳐다봤다. 하고 싶은 게 고작 이거였다고? 하는 눈이었다. 간지럼과 쓰다듬기라니, 간극이 너무 크지 않은가. 생각을 굳이 말로 하진 않았다. 꺼내봐야 저만 손해인 말이었으니까. 이걸로 넘어가준다면 땡큐지.
"자비로운 우리 남주원 선생님, 젤리 당연히 사다 드려야죠. 제가 내일 반까지 안전배송 해드릴게요."
학교가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에 학생회에 일이 있어서 학생회실로 가고 있는 중이다. 슬슬 벚꽃이 필 시기인지 거리의 벚꽃나무에는 꽃망울이 슬슬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보니까 얼마전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모집을 진행했었던것 같은데, 아직 누가 무슨 부로 들어갔는지 명단을 받지 못했다. 급하게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빠르게 주면 좋을텐데. 2학년 교실을 지나쳐서 가고 있으니 날 알아본 애들이 인사를 건넨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인사는 공들여서 하는구나. 가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여기부턴 1학년 교실이었던것 같은데. 1학년들은 명찰 색으로만 내가 3학년인걸 알고 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니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사실 나도 이게 편해서 그저 복도를 가로질러서 학생회실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주원은 사하의 칭찬인지 아부인지 모를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다 하늘 높이 쳐들곤 "핫 핫 하! 내가 좀, 자비롭지!" 하며 사하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곧바로 주원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한다.
"아차. 이제부터 '아무튼 즐거운 것을 하는 부' 활동 시간이야. 그럼 내일 요구르트 젤리 다섯 봉 잊으면 안 된다?"
두 무릎을 굽혀 사하와 시선을 마주한 주원은 사하를 빤히 바라보다가 코를 검지로 가볍게 톡 누르곤 소년과 같이 때없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인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럼 나중에 또 같이 영화 보자. 아, 그 땐 속이면 안 된다? 진짜 속였다간.."
주원은 말을 줄이다 사하를 향해 할로윈 날 늑대인간 분장을 하고 위협을 하듯 두 팔의 손가락으로 발톱을 만든 뒤 "어흥!" 소리를 내보인다. 그리곤 다시 손을 흔들며 영화 감상부를 나서, 려고 할 때 조심히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숨을 죽이고 천천히 문을 열고 나선다.
또 그러다 말고 고개와 팔을 휙 부실 안쪽으로 밀어넣어 그녀를 향해 미소짓곤 손을 흔들었다. 그 후 천천히 소리나지 않게 부실의 문을 닫은 주원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막레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사하 귀여워... 속이는 사하도 귀엽지만 미안해하는 사하도 귀여워! 앗 간지럼.. 역시 물어볼걸 그랬나요! 쓰면서 조금 망설이긴 했는데.. 괜찮았을까요?
>>839 나도 혐관 좋아하는 사람이라 행복혀..... 구애인 설정 따라와서 구하기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고마워 ㅇ.<! 담에 일상에서 혐관 뿜뿜 해봅쉬다 >>840 주원이 늑대되는날(이미 늑대지만,,) 왠지 작고 소중한 조카(?? 다 키운 느낌날 것 같아.... 벌써 눈물 좔좔이다..
복도를 걸어다가다 난데없이 들려온 선배님이라는 소리. 여기는 1학년 교실 앞쪽의 복도이고 오면서 다른 2학년이나 3학년을 본적은 없으니 필시 나를 부르는 것이겠지.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키가 큰 후배님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란 명찰인 것을 보면 1학년인것 같은데 키가 이렇게 커서야. 온지구도 신이현이고 최민규고 죄다 키가 커서 목에 디스크가 올 지경인데 길을 지나가던 1학년마저도 이렇게 키가 큰 것을 보면 여긴 거인의 학교인걸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 서예부? 여기서 좀 가야하는데. 마침 내가 가는 길에 있으니까 같이 가면 되겠네. "
명찰에 쓰인 이름은 강규리. 서예부에 입부한 1학년인걸까. 보라색의 긴 머리와 녹안이 인상적인 이 1학년은 꽤나 당돌한듯이 보였다. 사실 1학년들은 3학년들한테 말을 잘 안걸기도 하고. 뭐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근데 키가 진짜 크네. 그냥 목에 고리를 걸어서 위만 바라보고 다녀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피하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 1학년이구나. 서예부에 입부한거야? "
서예부 생각보다 인기가 없는것 같았는데 꾸준히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음알음 부원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펜글씨는 그럭저럭 알아보게 쓰는 편이지만 서예 같은건 수전증이 있어서 잘 못하기 때문에 나름 신기하기도 했다. 슬쩍 시계를 바라보자 시간이 좀 애매했지만 반대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길이니까 겸사겸사 데려가자는 생각과 함께 손짓을 하며 발걸음을 땠다.
" 취미 활동인걸까? 서예 같은 취미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니까. "
물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글씨는 알아보게만 쓰면 되는 것을. 사실 누가 무슨 일을 하던 나랑 하등 관계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우선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다. 괜히 적을 만들어서 좋을건 없으니까.
>>86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돼 가지 마~~~~ ㅠㅁㅜ~~! >>868 장발.. 장발... 1학년 때는 긴 머리였겠다...!! 트윈테일... 투톤 트윈테일이었겠습니다 트윈테일 짱 ㅇ.< >>870 캡틴 어서와~~ >>872 머리 멋있게 올백머리 했는데 표정 왜 그런 거야 해인이 ㅋㅋㅋㅋ큐ㅠㅠㅠ 멋지게 웃어주세요~~!
>>868 허억 그렇구나. 메모해둬야지.(아랑주는.. 날카로워 보이는 외모를.. 좋아한다..)설정상 날카로워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눈도 크게 뜨고 도수 없는 큰 안경도 쓰고 다닌다는 설정이긴 하지만.. 앗, 좋은 생각이 났다! 주원이 부모님 지인으로 아는 분의 전시회 일을 돕느라 정장에 안경X 올백차림으로 돌아오는 도중 아랑이와 만났다는 일상을 하면 되는거야..!(잔머리만 잘굴러감)
>>903 물론이죠. 엄연한 공략대상입니다!(???) 후후후 그럼 후일 일상할 때 쓸 소재중 하나인걸로.. 뭔가 일상 돌리기도 전부터 선관부터 일상소재만 쌓여가는 기분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좋은거지만요! 그리고 트윈테일 아랑이 너무....🥰🥰🥰🥰(말잇못) 오너취향=캐취향이기 때문에 트윈테일 아랑이를 주원이가 보면 문답무용으로 끌어안고 쓰담쓰담러쉬가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랑이가 그런건 싫어할테니까 최대한 자제할테지만..
>>942 압도적 불만족! tmi) 사라가 능력의 부작용으로 가장 많이 겪는 과정은 불안과 자기열등감 과연 자신이 늑대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사람으로서의 내가 더 가치있을까, 늑대로서의 내가 더 가치있을까? 내게서 늑대의 능력을 빼버린다면 사람 배사라로서의 가치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1학년 때, 사라의 성적을 질투하던 모브캐릭터에게 '늑대도 아니었으면 저 아래쪽에서 밑바닥이나 깔고 있었을 ㄴ이' 라는 폭언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쭈욱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야
>>962 걱정마세요! 😂 살아는 있답니다.. 하지만 많이 아팠을거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친 느낌 같은거 있죠..! 우동이에게 사라의 성적은 그런 거대한 벽이거든요. 소리없는 경쟁자는 오늘도 펜을 붙잡습니다 😥 >>964 물론~! 맛있게 먹었어요. 일요일은 역시 배달음식이죠 😏 연호주는 저녁 맛있게 드셨나요?
>>934 전 픽크루 만들다가 일상소재 또 생각나 버렸는데... (밤 별자리 구경) 정말 ㅋㅋㅋㅋㅋ 왠지 선관부터 일상 소재가 쌓여가네요! (그래서 즐거운데!)(결정장애가 와요!) 못 참고 끌어안고 쓰담쓰담러쉬하는 주원이도 언젠가 꼭 보고 싶어요... 아랑이 반응은... 그때 보여드리겠습니다!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946 사하주도 좋아하는 픽크루여써요???? (조타) (저 픽크루가 더욱 좋아졌다) 억재까지 되부렀어... (기쁜데 뭘해야할지 모르겠다)
Q. 캐릭터들은 자신이 양이나 / 늑대인 것에 만족하고 있나요? 맞다면 / 아니라면 이유는 어째서인가요? A: 약간 불만족 / 유치원생도 아닌데 외로움 타서 만월이면 가족들 침대에서 같이 자거나 애착인형 끌어안고 자는 게 조금 부끄럽기 때문에... +늑대에게 먹히는 존재인 것도 싫고 +늑대는 양 여러 마리 각인할 수 있다는 경우의 수도 싫다고 합니다 ㅎㅁㅎ +기타 등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늑대로 태어나는 것도 더 별로고 그냥 가족들처럼 일반인인 게 좋다고 생각해요.
>>970 밤!! 별자리!! 구경!!(환장)저게 알타이르 베가..(아련)이거 정리해둬야 할거 같아 이러다 까먹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으 언제쯤 아랑이랑 놀 수 있나요.. 저도 주원이도 얼른 아랑이 만나고 싶어서 못 참겠습니다! 🤣 아랑이 반응 너무 궁금해.. 쓰담쓰담러쉬 반응 너무 궁금해..! 그래서 언제! 일상! 돌리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