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쪽도 언제나 마음만큼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는 것 뿐이지만. 말로 안 해도 알잖아? 가 이유라면 이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긴.'
속으로 픽 웃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도 농구를 했다. 그 뒤에 만났을 때도 내내 농구를 했다. 그 뒤에도, 그 다음에도. 그러다 보니 농구공을 잡지 않는 미래의 친구는 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잘 머리에 그려지지 않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언젠가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 우리 둘이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공을 던지면 다시 응해주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상상.
지구가 뛰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시원했다. 전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었다. 아니, 그저 민규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가? 하여튼 지구는 부드럽게 공을 손에 붙이고, 던졌다. 하늘엔 점점 노을기가 번지고 있다.
공이 네트와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들어갔단 이야기다.
"그래, 그러니까 훨씬 낫잖냐."
바닥에서 튕겨나간 공을 받아냈다.
"형님 말을 듣길 잘했지?"
봐주기는 무슨, 헛소리는 그만하고. 지껄이며 조금 여유롭게 드리블했다. 거리 유지를 신경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달려나갔다. 친구가 골을 넣은 건 기쁘지만, 뭐, 그건 그거고. 오히려 내 쪽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어.
함께 있어달라는 시아의 말에, 사라는 시아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은 애같은 모양새를 하고서도 이마에 힘을 주며 개구지게 키드득 웃어버리고 말아. 뿌듯해서,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그런데 헤벌레 웃어버리면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같을 것 같아서. 시아의 옆에 있으면 마음껏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좋아서. 그렇게 웃는 거야.
"얼마든지 같이 있어줄 테니 걱정말라구."
하다가도, 결국 사라는 얼굴에서 힘을 빼고 시아의 손에 얼굴을 기대고 말아.
"같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어서 좋아- 아니, 한 알씩 정도야 매일 먹는 게 좋지? 그야 나는-"
그리고, 곁눈질로 시아를 올려다보던 사라의 푸른 눈동자가, 우물쭈물 다시 옆으로 돌아가고, 이내 눈꺼풀 뒤로 숨어버려.
"뭐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
어른보다도 똑똑해서 제법 제멋대로인 사라가 입에서 꺼내기에는, 조금 바보같은 말. 그러나 눈을 감고 있다가도, "이익." 시아가 입술을 매만지며 해오는 말에 사라는 눈을 부릅뜨곤 시아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거야.
"내 말 안 들었지!"
하고는 심술로 삐진 뺨이 부욱 부풀어오르고. 그래봤자 한번 쓰다듬어주면 금방 바람이 부욱 빠져나가버리고 말 테지만.
목에 걸릴 정도로 웃는 걸 보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등을 두드려 주려 뻗은 손은 혼자 잘 해결하는 주원을 보곤 머쓱하게 책상 위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괜찮은지 주원을 살피던 사하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했다. 책상 위에 있던 손이 다시 움직인다. 목표로 하는 종착지는 주원의 머리.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줄 생각이었다.
"…응, 그랬구나. 기특해요."
손길이야 당연히 부드럽지만, 목소리엔 어딘가 어처구니 없다는 기색이 서려있다. 뽀로로 DVD. 심지어 전권. 너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좋아하는 거니. 묻고 싶었지만 영화를 너무 열심히 보길래 말았다. 응응, 그래. 네가 좋으면 됐지. 뭐가 더 중요하겠어. 슬퍼서 울기 전에 웃다가 울 것 같은 주원을 보며 마주 웃었다. 비록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어도,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추천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 전환이라니. 운명의 신은 매정하기도 하시지. 포도맛 젤리를 입 안에서 굴리던 사하가 속으로 탄식했다. 이제 웃음 구간은 끝났다. 똑같이 웃긴 장면이 나와도 저 코미디언의 사연을 알게 된 순간 아까처럼은 웃을 수 없겠지. 아니나 다를까, 주원은 신 나게 웃던 전과는 영 다른 반응이다. 장면들은 흘러가게 둔 채로 주원을 보던 사하가 주원을 부른다.
"주원아."
주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사하는 제 미간을 톡톡 친다. 어느새 옅게 인상까지 쓴 채로.
"너 그러다 주름 생긴다."
가볍게 분위기를 돌리려는 행동이었는지, 찌푸린 얼굴은 곧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벌써 그런 표정이면 어떻게 해. 조금만 있으면 울게 될 텐데.
원래... 기억력 나빠서 선관은 안 짜려고 했는데 찔러주시는 분이 계시면 응답해 드리는 게 정답 ㅇ<
>>330 사라 시트 다시 보다가 작년 같은 반 선관보다 맘에 드는 선관을 찾았어! 아랑이랑 사라랑 같은 제과점이 마음에 들어서 종종 얼굴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있지~ 어느 빵이 맛있었어? 난 이게 좋았는데~" 라고 아랑이가 말 걸어서 친해지는 선관 어때? 제과점에서 마주치면 빵 추천 해주는 사이 :>
안녕! 나는 스피드민규주! 갱킹은 LOL에서 라인들의 중간 지역을 돌아다니는 포지션인 정글이 라인으로 공격을 오는 걸 의미한단다! 그러니까 사라가 아랑이한테 갱킹을 온다는 건 그냥 사라가 아랑이네 반으로 놀러온단 뜻이지! 그럼 스피드민규주는 그냥 민규주가 되도록 할게! 이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더니, 결과는 K.O였다. 민규의 공을 뺏으려 시도했으나 그는 빈틈이 없었다. 결국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네트가 일렁이는 것을 보며 동시에 다리에 힘이 울렁이며 빠져나갔다. 하. 얼빠진 얼굴로 웃음 소리만 내며 그 자리에 털썩 누워 바닥에 대자로 널부러졌다.
"덥다."
그런 말을 지껄이며 전혀 다른 두 색이 섞여 들어가고 있는 저만치의 하늘을 응시했다. 이번엔 정말이지 나의 완패다. 한치의 의심도 없는 사실이었다. 너울거리는 노을이 눈부셨다. 진작 하늘 좀 보고 살 걸 그랬나 싶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던가. 나에겐 없는 것이다. 이마의 땀이 바닥으로 주륵 흘러 내렸다.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가, 형."
고개를 돌려 민규를 잠시 바라보다 피실 웃으며 힘없이 너부적 거리는 팔을 민규에게로 뻗었다. 어떤 결과든 승패를 번복하진 않는다. 우리들의 규칙아닌 규칙이었다. 그래, 너 잘났다 임마. 편의점은 그리 멀지 않았고, 곧 배시계가 울릴 참이겠다. 또 제일 비싼 걸 고른다고 해놓곤 하드를 물고 장난을 치며 집에 터덜터덜 돌아갈 모습이 그려진다. 언제 그려도 질리지 않는 장면이다. 그것을, 그것들을 나는 포기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