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잘자고 좋은 꿈 꾸세요 ^▽^! 첫일상으로 눈부신 청춘물 필름 찍어버렸다 여한이 없다 그런데 저도 내일 일찍 기상해야 해서 다음 지구 차례의 답레가 막레가 된다면 그 전에 먼저 뻗고 다음날 오전에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민규주 ㅠ▽ㅠ! 양해 부탁드려요.. 그런데 너무 즐거운 시간이습니다..쿨쩍..T▽T
공을 집어서 대충 제자리에 던져넣었다. 그러게, 덥네. 혼잣말처럼 대답 아닌 대답을 했다. 셔츠 목덜미 부분을 잡고 바람이 통하도록 흔들었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이 빨갛게 지고 있었다. 웬일로 저 녀석이 하늘같은걸 보고 그런대. 태양과 눈이 마주쳐 눈살을 찌푸렸다. 다시 땅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 누가 무리하래."
손을 뻗어 지구를 일으켜세웠다. 무겁기는. 작게 투덜댔다. 그래도 벤치에 가방을 챙기러 갔을 때는, 지구 몫까지 건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게 다 형의 역할 아니겠어, 하며 생색내는 것을 잊지 않았지만.
농구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었다. 아마 하드 물고 집 가다가,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다 끝마친 다음에야 아, 피씨방 못 갔네, 하고 깨달을 것이다. 다음에 가면 되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쓰러지듯 잠에 들겠지. 피씨방은 아주 추운 겨울에나 갈 수 있으려나.
"요즘 왜, 인터넷에 보이던.. 거꾸로 수박바? 그거 맛있어 보이던데."
그게 요즘 제일 비싼 거 아니냐, 그런데 그거 편의점에 팔려나... 헛소리를 하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결국은 메로나나 사서 입에 물겠지만. 벚꽃이 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영화에 빨려들어갈 듯 몰입하는 주원. 상체는 점점 앞으로 내밀고 고개는 영화를 바라보는게 꼭 만화영화에 집중한 어린아이 같다. 아니, 그 자체라고 해야겠지. 사하가 주원의 머리를 쓰다듬자 쓰다듬는 방향대로 머리가 움직인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이상하게 졸려. 편안해져서 그런가?"
주원은 잠시 눈을 감고 두 입꼬리를 당겨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다시 영화에 집중하는 주원. 코메디언은 다시 병원을 방문하고, 그 어떤 대사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설명하는 의사와, 진찰실의 의자에 앉아 묵묵히 이야기를 듣는 코메디언과, 옆에 서서 이야기를 듣는 단장이 있을 뿐.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슬픈 음악이 흐른다. 단장은 카메라가 멀어지는 와중에 말 없이 그 진찰실에서 나온다.
장면은 바뀌고, 이윽고 '위대한 웃음'의 날이 되었다. 다시 무대 위로 선 코메디언. 지금까지 보였던 긴장도, 과한 건강함도 없이 그저 힘 없이 축 쳐지고 늘어진 모습. 분장을 지운 뒤엔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병자의 모습이었지만, 흰 분과 새빨간 연지곤지, 입술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코메디언의 개그는 조금 바뀌어 자기보다 체급이 거대한 상대를 상대하다 쓰러지는 것이 아닌 "이제 됐어. 됐다고. 하아." 하고 퉁명스레 말하더니 스스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쓰러진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듯 관객을 향해 어깨를 으쓱 하는 거대한 상대. 그 모습에 관객석은 웃음으로 가득차고 이어지는 냉소적인 슬랩스틱에 관객들은 지금까지 참아온 웃음을 터트리듯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허나 배경으로 깔리는 슬픈 음악 덕에 주원을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어 이전과 비슷한 바나나껍질 씬이 이어진다. 코메디언은 과장된 발걸음으로 길을 걷다 눈 앞의 바나나껍질을 허리를 숙여 바라보곤 그것을 우아하게 피해간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바나나껍질을 보곤 ["누가 날 단단히 바보취급 하는군!"] 하고 그 바나나껍질을 향해 말한다. 그러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나나 껍질.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코메디언은 머리 위에 뭔가 떨어진 감각에 그것을 주워들곤 ["뭐라?!"] 하고 소리친다. 그 사이 바닥에서 손이 나와 코메디언이 보지 못하는 사이 그의 발 앞에 바나나껍질을 놓고 사라진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나나껍질로 넘어질리가 없지. 바보같긴!"]
과장된 자신감으로 말한 코메디언은 한 발 내딛자 마자 그 방금 깔린 바나나껍질을 밟고 180도 넘어진다. 그리곤 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난, 노란색이, 싫어."]
그것은 이전의 노란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과 이어지는, 꽤나 시간차가 있는 연출성 개그였다. 그 대사를 끝으로 코메디언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주원도 환희에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물개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지만, 그는 일어서지 않는다. 박수는 잦아들고 모두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여전히 쓰러진채인 코메디언은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펴보인다. 그것을 보고 안심한 관객들은 다시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무대 뒤에서 급하게 단장이 나오고, 단장은 커튼을 닫으라는 듯 손짓한다. 황급히 커튼이 닫히고, 박수와 환호 넘치는 커튼 뒤로 쓰러진 코메디언과 단장의 대화가 이어진다.
["도대체 왜.... 자네에게 개그가 뭐길래...."]
["전부....일세.... 누군가가, 웃어주는, 것 만으로도...."]
점점 코메디언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빛은 몽롱해져간다.
["정신 차리게! 의사를 부를테니!"]
단장은 서둘러 의사를 부르려 하나 코메디언은 그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 그래도... 마지막엔... 꽤... 웃기지... 않... 았..."]
코메디언은 대사를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단장의 손을 잡던 손을 떨어트린다. 그 때 극의 처음 웃기지 않았던 코메디언의 OST가 흐르더니 장면은 어느 묘지의 묘비를 혼자 마주한 단장으로 바뀐다.
["관객들이 다 자네가 어딨냐고 난리일세. 그러길래, 그냥, 더 좋은 극단으로 떠났다고 했지. 웃기지 않나? 내 극단보다 더 좋은 극단이 어디 있다고!"]
단장은 평소와 같은 말투로 묘비를 향해 말하고 있다.
["뭐.... 인정하지. 마지막의 자네는, 꽤 웃겼어. 그러길래 말하지 않았나. 조금만 힘을 빼라고. 마지막엔 너무 힘을 뺀게 문제였지만.... 커흠! 미안하네."]
선을 넘는듯 마는듯한 말을 건네며 혼자 실소를 터트리는 단장.
["언젠가 그 곳의 자네의 공연을 보러 갈테니 그 때까지 내가 알려준 웃음의 기술을 잘 갈고 닦고 있게나. ...오랜 친구."]
단장은 그렇게 묘비에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떠난다. 아직 묘비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그 묘비엔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었던 진정한 코메디언]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카메라는 멀어지고, 홀로 묘지에서 쓸쓸히 떠나는 단장의 등을 비춘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되며 THE END 라는 글씨로 영화의 끝을 알렸다.
지금까지 주원이 어떤 얼굴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눈을 질끈 감은 주원은 안경을 벗고 옆의 책상에 조심히 올려놓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곤 아이같이 울음을 터트렸다...
"어째, 서어.. 큽, 그렇게, 까지.. 크흑, 으극.. 으으윽.."
주원은 의문과 슬픔을 오가며 제대로 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왜, 어, 크흐읍, 어째서.. 죽, 은거야? 왜 살려고.. 하지 않고.. 으아아아아아아앙!"
두 팔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번갈아가며 닦으며 앞을 보지도 못하고 그저 아이같이 눈물을 터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사라는 볼에서 바람을 쉽게 툭 놓아주고 말아. 그러면 무슨 문제였을까? -말하기 싫어. 말하기 싫어서 사라는 눈을 다시 꾹 감아. 그렇지만, 이렇게 행복한 균형이 잡혀있는 삶인데 갑자기 다른 무게추가 얹히거나 해서 기울어진다던가 하는 건 싫은걸. 균형을 새로 잡는 일은 나한테도 어렵고. 나는- 시아가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 몰라. 그래야만 해. 그냥 시아가 주기적으로 먹는 약이 있고, 나는 그저 시아의 건강을 걱정해서 이런 질문을 한 것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런 거니까. 이 균형을 유지하려면 이 거리가 적당하니까.
"그래, 그 뭐더라... 어린 왕자가 말했던가?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땡- 오답. 어린 왕자에 나온 캐릭터가 말한 건 맞지만, 어린왕자는 아냐. 그게 누구더라... 기억이 안 나네... 눈을 감은 채로, 사라는 손을 들어서는.. 뺨 위에 얹혀 있는 시아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조심스레 포개는 거야.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걸."
하면서 사라는 눈을 떠. 눈앞에 가까이 얼굴이 다가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아. 앵초향으로 가득찬,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한가득. 사라는 고개를 들어서는... 자기 코끝으로 시아의 코끝을 꾹 밀어. 그리곤 짐짓 새침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런데 한입에 다 먹어치워버려서야 뭐가 남겠어."
어떤 책이라도 제대로 읽으려면 한 장씩 넘겨야지. 어쩌면, 시아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를 말을. 그러고서 사라는 눈을 감아버려. 누가 먹히고 누가 먹는 쪽인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