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네 말에 시아는 고개를 살살 저어보여. 미안할게 무엇이 있을까. 물론 시아가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2년동안 질질 끌고올 사람은 아니었다. 시아 역시 너와 마찬가지로 이런 시간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거절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 그래도 여기가 제일 마음이 편하니까. "
다행히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은 두사람의 것이었기에 신경 쓸 것이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두사람의 공간을 침범 받는 것은 영 끌리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사이좋게 시간을 보낼 준비를 마치고 무릎베개를 해준 시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배시싯 웃어보이는 네 말을 들어.
" 행복해. 난 이런 소소한 시간도 행복하다 생각해. "
시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널 바라보며 잔잔한 파도와 같은 목소리로 속삭이곤 손끝으로 네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넘겨 정리를 해줘. 부드러운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어서 머릿결 좋은 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살살 흘러내려가.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시아는 자그마한 입술을 열어.
" 입이 심심하진 않아? "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네 입술 근처로 가져가. 그리고 그위를 살살 간지럽히듯 움직이곤 작게 웃음을 흘려.
사하가 영화의 재생버튼을 누르자, 조용한 배경 위로 영화 제작사의 로고, 협력사 등의 로고가 지나가더니 이내 영화가 시작되었다. 주원은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모니터를 응시했다. 옆에서 사하가 과자를 내밀자 주원은 시선은 모니터에서 떼지 않은 채로 몸을 옆으로 숙여 입으로 그 과자를 받아먹었다. 와삭와삭하고 가벼운 씹는 소리가 울린다.
"고마워! 맛있다 이거."
영화에 집중하는 채로도 제대로 과자에 대한 감상을 말한 후에는 느릿한 손짓으로 과자봉지로 손을 옮겨 하나를 집어 입에 쏙 던져넣는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아무도 웃기지 못하는 코메디언. 그 코메디언은 찰리 채플린과 같이 열심히 슬랩스틱을 펼치지만 관중은 아무도 웃지 않고 하품을 할 뿐이다. 필사적인 코메디언과 그에게 실소하는 관중. 그리고 우스꽝스런 음악에 주원은 그 코메디언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코메디언을 철저히 바보취급하는, 그럼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저 사람 불쌍한데... 너무 웃겨! 푸하하핫!"
영화 내의 연극이 끝나고, 코메디언은 연기를 끝낸다. 마지막 허리를 굽혀 관중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그 때 천장에서 페인트통이 떨어져 코메디언이 노란색 페인트 범벅이 되고, 눈만 동그랗게 뜬 노란 페인트 범벅의 코메디언이 클로즈업 된다. 그와 동시에 자지러지는 좌중들.
>>233 아주 못되어먹은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착한 아이인 것도 아니어서... ;3 칠칠치 못 한 모습은 어지간해서는 안 보여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태생이 꼼꼼하다기 보다는 본인이 어느정도 그런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고 그렇게 보이길 희망하니까... (_ _) 화영이가 억지로 다가갈 것 같지도 않고 왠지 둘 사이엔 미묘한 거리감이 있을 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 서로 피하는 건 아닌데 친해질 계기가 따로 없는 느낌이랄까! 대화가 필요해 한 편 찍어야 겠다~ (?)
>>233 (일단 사라주가 설계하기로는)사라는 양면적인 캐릭터라, 평소랑 집중할 때랑 캐릭터가 휙휙 바뀌니깐 말야👀 사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을 안 써서, 귀염둥이 포지션을 놓고 다툰다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가 호의를 표시해오는 것은 밀어내지 않아! 그러니 귀염둥이 포지션의 라이벌이라기보단 만인의 귀염둥이인 아랑이도 스스럼없이 귀여워해줄 수 있는 다른 반 친구로 생각하면. (?)
타인이라면 비꼰다고 오인할 수 있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건 역시 함께한 시간이 길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의 온도가 비슷해서일 수도 있다. 지구와 자신은 인간관계에 대한 온도가 비슷했닫. 적어도 최민규가 느끼기엔 그랬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가 계속되는 관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항상 운동하기 좋은 날씨지. 오는 어깨동무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주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았다. 마주 하는 건 좀 낯간지러우니까, 라는 게 이유다. 그게 편했다.
골대에 공이 들어가고, 바닥에 퉁기자마자 그걸 낚아채는 지구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정말, 뭐든 잘했다. 인간관계는 조금 서툰 것도 같았지만, 뭐,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이상 그런 건 잘 눈에 안 들어오는 법이다. 애초에 자신도 신경 안 쓰는 부류기도 하고. 태클을 중간에 시도한 것도 같지만 막혔다. 작게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어깨에 힘 좀 풀어."
공은 골대에 들어가지 않고, 링에 맞아 튕겨나갔다. 최민규가 보기엔, 단순히 몸이 덜 풀린 것으로 보였지만. 튕겨나가는 공처럼 툭, 지구를 향해 한 마디 뱉었다.
"그러게 공부만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이 자식아."
누가 봐도 농담이다. 오히려 진심은 어깨에 힘 풀라는 말에 더 실려있다.
하지만 오는 기회를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공을 낚아채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다시금 골대를 향해 던졌다.
화면으로 들어갈 것처럼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자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근데 뭐라고 해. 너 곧 펑펑 울 거라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를 때는 침묵을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웃겨.>가 아니라 <웃기대.>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나 사실 뒷 내용 몰라……. 대충 이쯤부터 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사이에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물가물한 와중에 뭘 좀 들었는데 기억날 리가 없고. 그 뒤로는 일어났더니 다들 코끝이 빨개진 채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때 좀 깨어있을걸. 아니 근데 잠들기 너무 좋았단 말이야. 불안불안한 눈치로 주원의 얼굴을 살핀다. 그렇게 감탄하던 과자도 안 먹고 집중해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는데, 좀 웃음이 났다. 너 아마 곧 울게 될 건데. 안쓰러울 정도로 애쓰면서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영화 속 코미디언과 주원을 번갈아본다.
"너 같은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저 사람 되게 행복했겠다."
주원이라면 기립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하의 눈에 주원은 도통 싫어하는 거라곤 없는 사람처럼 세상에 후하게 구는 걸로 보여서. 노란색 페인트를 뒤집어 쓰는 모습에 사하도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사하가 보기에 저 코미디언은 그냥 안 된 사람이었는데, 옆에서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같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과자 하나를 집어 먹고, 하나를 더 집어 다시 건네며 말했다.
tmi) 사라는 사라주가 꼭 양면적인 캐릭터를(기믹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굴려보고 싶어서 만든 캐릭터야! 깨방정떨면서 까르륵 웃으며 놀러와서는 주접을 떨다가도, 상대방 캐릭터가 뭔가 문제를 풀다가 막히거나 해서 내버려둔 게 책상 위에 있거나 혹은 이 문제풀이 좀 도와달라고 사라에게 부탁하면 얼굴에서 웃음기를 사악 지우고 그 문제를 풀어보고는 알려주곤 다시 평소의 깨방정으로 돌아가는 그런 모습을 돌려보고 싶었어.
해인이 TMI) 1. 사실 어릴땐 해맑은 깨방정 어린이였다! 소꿉친구 선관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 2. 고3 이라 나름 대학 걱정을 하는중. 공부를 잘 하는편은 아니라서 더욱 걱정 중 3. 편의점 단골 손님을 계속 만들어내서 현재 주변 편의점에서 스카웃하고 싶은 사람 1호입니다(...)
"오늘 방과후에 시간 있어? 카페를 찾았는데, 거기에를 가자. 딸기타르트가 완전 찐이더라."
사라는 시아의 무릎을 짚어보며 말했지. 역시, 말라도 너무 말랐다니까. 산들고 굴지의 달다구리 소믈리에로서 내가 책임지고 살을 좀 붙여줘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은 항상 행복했으면 하니까. 시아가 그렇듯이 사라도 말야.
"그렇지만 네가 마음 편해하는 공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는걸."
시아의 손이 사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자, 사라는 기분좋다는 듯이 눈을 꼭 감아. 자신이 허락한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말도 없이 스킨쉽을 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라였지만,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에는 꽤 관대했지. 그것을 좋아했으니까. 사라는 손을 뒤로 뻗어서는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서는 자기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어.
"아직 우리가 겪어본 적 없는 행복한 일이 많이 있을 거라구..."
하던 말이, 시아의 손가락에 가로막혀. "정말이지..." 하고 앓는 소리를 낸 사라는, 시아의 손가락 끝을 가볍게 쿡 물어. 조그만 강아지나 고양이 따위가 주인에게 애정표현 삼아서 깔짝 입질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