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나무를 주먹으로 한 번 더 때렸다. 괜히 욕지거리를 뱉으며 나무를 치면 그나마 화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울고싶은 마음도 있었고 화가 잔뜩나는 마음도 있었다. 믿었던 교수님이, 가장 좋아했던 교수님이 탈쟁이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오히려 우리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했었는데 이제와서 그런 말을 누가 믿겠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을 욕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당장 자신부터도 그 탈 중 하나와 밀회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레오 나름의 변명을 대보라고 한다면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 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배운 것을 잘 써먹어 한 번을 잘 넘겼고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을 테니까.
" 몰라.. 그냥 다 몰라.. 그만하고싶다 이제.. "
한숨을 푹 내쉬며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답답한 속을 어떻게든 풀고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귀곡탑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장소. 내가 뭘 하던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장소. 남은 화를 풀어낸다거나, 이 울고싶은 마음을 풀어낸다거나 할 수 있는 장소. 레오는 또 적당히 바위를 골라잡고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 페리큘럼. " *폭죽을 쏘아올리는 마법
이 곳에 오면 널 만날 수 있다. 페리큘럼은 우리 둘의 신호였으니까. 적어도 널 만나서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라도 들어야겠다 싶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던 상관없다. 그저 내 남은 감정을 소비할 곳이 필요할 뿐이었으니까.
레오는 조금 멍한 표정으로 피곤하단듯한 미소를 짓곤 손을 살짝 들어보였다. 정말 기뻐보이는 표정이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정말 기쁜 표정. 레오는 과연 자신이 오늘 한 선택들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듣고싶었다. 그리고 그 밖에 여남은 일들에 대한 답들도.
" 이히히.. 그래도 칭찬해주니까 기분은 좋네. 뭐, 반쪽짜리 성공이긴 했지만. "
두 녀석 다 먹여줬어야하는데 방해꾼이 붙는 바람에 아쉽게 됐어. 레오는 그렇게 덧붙였다.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아니었다. 한 편으로는 오히려 누군가 와서 막아주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면 정말 그 자리에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 크루시오를 쓰고 아즈카반에 끌려갈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 선배님, 버니. 처음 만난 날에 내가 시간 빼준거 기억하지? 오늘은 네가 좀 어울려줘야겠다. 괜찮지? "
일도 잘 했는데, 그 정도 상은 줄 수 있잖아. 레오는 그렇게 덧붙이며 조금은 어색하게 이히히, 하고 웃었다.
>>398 "글치만 그래 막 뎀볐는데! 몸이 괘않아도 마음이… 그…, 놀라면 심장에 안 좋다 아임꺼."(?) <<막 이렇게 자기가 먼저 잘못한 거 맞으니까 어쨌거나 잘못한 거라고 사과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연히 이해한다고... 갑자기 달려들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데다(그리고 자기도 놀라서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조져버렸다고 tmi 살짝 뿌림) 땃태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메쳐줘서 깔끔하게 엎어졌으니 괜찮다!라고 멀쩡함 어필하지 않을까??? 그러나 설택영은 이후 며칠동안 등짝이랑 허리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서 자는데....(?) 그동안은 그냥저냥 지나가다 자주 보는 선배... 정도였는데 이걸 계기로 말도 나누고 좀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으으으음~~~ 적당히 작년 일이라고 하는 거 어때?? 아무리 그래도 1학년이나 2학년때 전부 쓰러뜨렸다고 하면 학원 짱먹는 수준이라 밸붕 아닐까 해서 ^q^
>>798 그말을 들은 땃태, 표정이 묘하게 바뀌며 "...현궁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궁 규격 외의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니까." 할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mi뿌리면 널부러져 있는 학생들 손이 아니라 발로 가볍게 툭 해보다가 깔끔하게 메쳐줘서 괜찮다고 하는 택영이의 말에 웃을거 같아ㅋㅋㅋㅋ아니 괜찮음 어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좀 나누고 나름 괜찮게 지낸 선배 괜찮아! 사실 택영이가 한번씩 질색하면서 차라리 이름을 부르라고 땃태 호칭에 태클거는 것도 생각나는데 어때?:D 사실 알고 보니 악명이 그 악명이 아니라 이 악명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대체)) 좋아! 작년으로 하자! 1년 정도면 나름 나쁘지 않게 친해졌을거구:)
>>803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가 규격 외라는 건 몰라서 어리둥절해버리고... 앗싸 땃태를 웃게 했다니 세상에 영광이 따로 있겠습니까 이게 바로 금메달급 명예지(아무말) ㅋㅋㅋㅋㅋㅋㅋ아 맞아 플러팅을 당하면 질색하는 것도 인지상정이지! 사실 이친구.... 집에서 하도 와랄라 하고 예쁨당해서 얼굴 칭찬이나 귀엽다거나 하는 소리엔 꽤 면역이 있긴 해... 하지만 달링이나 자기같은 발언에는 좀 무서워서 히이익 할 것 같네 ^~^ 세게 말하지는 못해서 막 소심하게 "그, 자기나 달링 같은 거는 쫌 남사시럽어서… 이름으로 불러주심 안될까예…"이러지 않을까??? 그리고 아참!!! 친하다면 얼마나 친한 걸로 설정해볼까??? 친한 정도에 따라서 말투나 호칭 같은 것도 달라질 테니까~ 그새에 꽤 많이 친해졌다면 반말이랑 누나 호칭도 가능하다! :3
>>811 규격 외 맞아......현궁에 있는 애들 전부 규격 외야......((흐린눈)) 택영이는 집에서 와랄라 하고 예쁨 당해서 면역이있다.....((메모)) 앟ㅋㅋㅋㅋㅋㅋㅋ무서워서 히익하는거냐구ㅋㅋㅋㅋㅋㅋㅋ그 호칭이 널 해치지 않아 택영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름 불러달라고 하면 딱 그때만 이름 불렀다가 뒤에 자기야 붙히는 애가 땃태야~~~:P 친한 정도!!!! 막 엄청 친하다!!! 짱친!!!까지는 안되지만..(이건 우리 주가놈 설정 때문에) 약간 이야기 나누다가 존대랑 선배 호칭 꼬박꼬박 쓰다가 히이익하는 상황이 되면 누나호칭에 반말 쓰고 실수했다!하는 정도의 사이....?((대체))
교수님께서 추종자였음이 밝혀진 이후 백궁의 학생대표인 윤의 말대로 사감 선생님께 변명을 둘러댔다. 혜향 교수님이 탈에게서 지켜줬다고 둘러댄 뒤 기숙사로 돌아가 상자를 하나 들고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나왔다. 금지된 숲을 찾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혜향 교수님께서는 다른 사람과 동행하라 했지만, 아쉽게도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추종자의 말이었으니 믿기도 어려웠다. 작은 체구로 도도도 달리던 것이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모습이 변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누구의 것도 아닌 한복을 입은 모습이다. 발랄하던 몸가짐은 어느새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조용하게 8을 그리며 걷는다. 저 멀리서 지켜보던 야생의 올빼미가 날아와 어깨에 자연스럽게 앉고, 새끼 니플러 한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쪼르르 올라와 머리 위에 자리를 잡는다. 금지된 숲은 을씨년스럽고 나무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공포심을 주었지만 결국 이곳도 숲이었다.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깊게 들어가지 않고 숲 입구 근처에 있는 바위에 앉았다.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지팡이를 꺼냈다. 날카로운 부분을 손바닥에 가져다대며 망설임 없이 그어내자 잠깐의 정적 이후 피가 몽글거리며 배어나왔다. 세스트럴은 피냄새를 쫓아서 오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니 피골이 상접한 날개 달린 말 한마리가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하얀 눈동자를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감았다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스트럴은 내 모습을 보고 경계하나 싶더니 냄새를 맡고는 누군지 알아봤다는 듯 피묻은 손바닥을 핥았다. 내 모습이 달라도 그걸 눈치채줄 수 있는 것은 신비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어디서 상처가 생겼는지 걱정하는 눈치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단다. 그보다 간만이구나. 그동안 바빠서 오지 못했는데, 며칠 못 보았다고 더 멋들어지게 자라났어."
나는 세스트럴의 머리를 능숙하게 쓰다듬어주며 눈가 주변을 엄지로 훑었다. 서늘한 가죽의 촉감이 말보다는 다른 동물의 것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이것이 세스트럴만의 특징인 것이다. 커다란 머리를 안고 이마를 맞대며 눈을 감자 세스트럴도 동그란 눈동자를 내리감는다. 잠깐의 시간동안 교감을 하고나서 나는 이마를 떼며 자리에 앉았다.
"왜 그러니?"
세스트럴은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가만히 근처에 서서 머리를 연신 부볐다. 내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세스트럴은 그 안에 가득 찬 근심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눈을 내리감았다. 이 관심에 대한 해답을 뱉기엔 자신의 안에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금지된 숲 안의 세스트럴에게 널 데려가면 이 마음이 풀릴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뛰쳐 들어오긴 했지만,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세스트럴이 근심을 눈치챌 정도면 보통의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눈을 뜨고 괜찮다는 양 손을 뻗어 세스트럴의 주둥이에 손바닥을 댔다. 따뜻한 콧김. 죽음을 상징하는 동물일지라도 생명이 있다는 증거를 명확하게 느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네게 걱정을 시켰구나. 미안하다. 사실은 나도 왜 이러는 지 모르겠구나. 대체 뭐가 두려운 걸까?"
추종자가 곁에 있었단 사실이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덜컥 다가온 죽음의 공포가? 그렇다기엔 너무나도 쉽게 진정되던 것이었다. 증오라고 하기엔 나는 그만큼의 분노를 가진 적이 없었으며, 배신감을 느꼈다기엔 그 사람의 선택이었겠거니 싶었다. 세스트럴은 네 다리를 접어 앉는다.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두고 눈을 감는다. 나는 손을 들어 갈기를 쓸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이 동물이 기특했다. 나는 손을 움직이며 다시금 내 감정을 정리했다.
다른 두려움을 느낀 건 교수와 탈이 아닌 학생 쪽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그 모습이 어딘가 모골이 송연해졌기 때문이다. 다들 어른스러웠고,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에 머무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었다. 선악에 대한 구분이 모호할 뿐더러 선택의 때에도 행복할 순간을 찾았다. 그렇지만 어째서 다들 본인이 고통받을 지도 모르는 선택을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싶었다. 그리고 선과 악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악을 행하기 위해 선을 택했고, 어떤 사람은 선을 행하기 위해 악을 택하는 혼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면을 준 것도 그저 이 상황을 자신처럼 덮어 가려 아무것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이 감정과는 맞지 않았다. 나는 추종자는 왜 나쁜지도 모르고, 학생은 왜 간절한지를 모른다. 모두가 죽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고 했지만 대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내가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참동안 세스트럴의 갈기를 쓸어주며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 손을 멈춘다. 이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 나는 내 자신이 두려웠다. 교수님이 추종자였던 순간에도 배신감은 커녕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행복할 선택이면 됐다고 생각했고, 학생들이 각자의 감정을 표출할 때는 되레 이 상황이 내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참 우스운 일이다. 이기적인 내가 두려운 것이었다. 나는 끝까지 내 죄를 속죄하기 위해 고통을 받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자기합리화에 똘똘 뭉친 위선자. 몸이 바르르 떨렸다. 세스트럴이 눈을 뜨고 진정하라는 듯 입술을 푸르르 떤다.
"고마워."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렴 그렇듯 학교생활은 정말 즐거웠다. 많은 배움, 여러 사람, 매 순간마다의 만남과 새로운 하루. 그렇지만 늘 두려웠다. 이건 내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라기엔 껍질을 뒤집어 쓰고 다니며 도망치기 급급한 삶이지 않나. 그래서인지 추종자의 공격에는 솔직히, 기뻤다. 그게 두려운 것이다. 나는 끝까지 나를 놓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이기적이지! 사람을 셋이나 죽여놓고 나는 또 나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헛웃음을 뱉자 새끼 니플러가 머리 위에서 쪼르르 내려온다. 상황을 무마하려는듯 삑삑대며 상자에 지대한 관심을 쏟자 나는 세스트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렇지. 이러려고 온게 아니었는데.."
세스트럴은 고개를 떼어 내 발치에 머리를 기대고는 나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궁금한 건 어깨 위의 올빼미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다. 나는 눈을 내리감고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건 나의 죄다. 검은색 상자는 금빛 테두리를 가졌는데, 아름답기 보다는 고요함이 먼저 느껴졌다. 상자를 열자 붉은 벨벳이 안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이거 익숙하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앞으로도 모를 거고..아니, 알게 될까? 나는 교수님이랑 다르니까 용서해줄까? 용서하지 않았으면 해. 내가 죽였거든."
나는 눈을 감았다. 니플러가 이해하기 힘든지 삑 소리를 내자 손을 들어 머리를 간지럽혔다. 이윽고 머리카락 한타래를 세스트럴을 향해 들어올리며 환히 웃었다.
"이노리, 인사해. 네가 보고 싶어하던 세스트럴이야. 참 예쁘지."
금지된 숲 안에서 누구의 것인지 알기 어려운 웃음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흐느낌이 되었고, 통곡이 되어 숲을 헤집었다.
>>81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한 친구들이 들어오는 기숙사인데 사실상 기인 모임 아닌지(말넘심) 뭔가 낯간지럽고 부끄럽고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게 무서운 게 아님 뭐겠어! ^~^ 시간이 좀 지나서 지금은 그냥 은은하게 흐아악...! 하는 게 다겠지만 처음에는 진짜로 :ㅁ 이 표정으로 경악하지 않았을까 싶고... 그건 괜찮아 오케이~ 땃태랑은 영혼의 짱친이 못 돼서 더 재밌는 거 아니겠어~~~~(땃주: 뭐지 저사람2) 오~ 그거 좋다!!!! 놀라면 말 편하게 나와버리는 느낌... 땃주 천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