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탈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주양은 냅다 달려갔다. 당신이 그렇게 자해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결국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질질끌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얼른 혜향 교수의 곁으로 향하며, 이어지는 상황에는 같이 벙찐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일순. 촛점을 잃은 눈빛이 자신의 숙적을 향했다.
"..... 꼬맹이. 너는 나중에 나한테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길 바랄게?"
탈에게 교육받는다는 것. 그것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그런 자의 말을 듣고 있는건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단.. 우리 교수님. 크루시오 더 쓰면 내가 지져버릴거야? 일단 저 탈놈의 입부터 다물게 해야지. 인센디오!"
레오는 주문을 거두었다. 몇 대 더 때려줘야 속이 풀리겠지만 지금 급한 볼일은 이쪽이 아니니까. 레오는 고개를 돌려 교수님, 아니 중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교수로서 정말 존경하고 또 좋아했습니다. 지팡이를 허리춤에 푹 꽂은 레오는 저벅저벅 다가갔다. 생각같아선 바로 크루시오를 꽂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뼈와 살로 부딪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 우리 할 얘기 있잖아. 그치? "
레오는 손목을 돌렸다. 주문을 쓸테면 쓰라는듯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머리를 쓸어넘기며 다가갔다. 부네의 주문이건 뭐건 관계없이 레오는 그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검고 강하게, 강철의 의지라면 그런것이니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을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해방감을 얻었는지는 말로 다할 수 없었으니까.
" 근데 피차 서로 말 하고싶은 처지는 아닐것 같고.. 그래. 너 이리와, 쳐죽여줄게 "
이리오라고 말은 했지만 되려 레오가 다가가고 있었다. 점점 속도를 높여 달음박질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교수고 뭐고 다 필요없다. 얼굴에 제대로 몇 대를 꽂아주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을 기분이었다. 레오는 몸을 던졌다.
한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멀어지다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풍경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 같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긴장 때문인지, 당장의 모든 것들에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구역질이 나려는 감각을 어떻게든 가라앉히려 하며 그는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을 다했다.
칼 교수가 알려준 하늘의 동향이 말하기를, 배신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했었다. MA는 학생들을 지키는 쥐새끼가 있다 일렀고. 그것이 이 상황을 이르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영원히 알 일 없는 게 더 나았을 거다. 찬물을 뒤집어쓴 듯 서늘한 불쾌감이 머리로부터 젖어든다. 택영은 차가운 눈으로 혜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수업에 순수한 열의를 가진 사람으로만 보였다. 문카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기뻐하였던 얼마 전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한데, 참 우스운 일이다. 속으로 그리도 역겨워할 게 뻔한 반쪽짜리 마법사들의 핏줄 앞에서 웃는 척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교수님도 내 같은 사람이 인간으로 안 보이는 부류였어요? 목구멍까지 치솟는 말을 삼킨 것은 순전히 MA가 일러준 경고 때문이었다. 오로지 홀로 다른 행동을 하는 쥐가 떠나버리면 학원의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 때문이다. 당장 그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참기부터 한 것은.
"욕은 안 하겠십니더. 양심이 있으면 피하지 마십쇼. 절때로 도망가지 말라꼬예."
아, 끔찍한 일이 너무나도 많아 도망가고만 싶다. 시선에 몰린 것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 혜향이 자신을 고문하기 시작하자 서늘하던 택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워하고 싶은 부류의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끔찍하다. 그 누군가의 고통마저도 자신의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와서……. 그는 스스로를 향하는 혜향의 지팡이를 잡아채고 손을 비틀어 빼내었다.
"이따구 짓으로 피할 생각 하지 말라 안 캤냐고!"
분노한 듯 외치지만 그 자신의 얼굴 역시 두려움에 차 있다. 가쁜 숨소리가 짧은 정적을 울렸다.
또 크루시오. 너는 교수님이 직접 크루시오를 쓰는 모습에 흥미가 생긴 고양이처럼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보통 고통이 아닐 텐데 자신에게 쓰는 이유는 교수님 또한 방종과 무지로 인한 것이 아닐지 생각이 든다. 교수님은 결국 너와 같은 것이다. 죄책감에 몸부림 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일 뿐이다. 너는 돌이 프로테고에 막히자 은발의 소녀를 빤히 쳐다본다. 그것도 잠시다.
"혹시 이노리 때문에 맞을 뻔 했어요? 미안해- 다치지는 않았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깐 두 걸음만 옆으로 가줘요?"
저 사람이 위험하지 않을 선택을 하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히죽 웃고는 지팡이를 겨눈다. 정확하게 초랭이를 향하고, 네가 최근 배운 가장 즐거운 주문을 쏘려 했다.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또 공격을 막는 것이 보였기에 너는 이쯤되면 피해야 하거늘 몸이 둔하여 피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한패인지 의심한다. 후자라면 안타깝게도 네가 뭐라고 할 권한은 없다. 저 사람이 행복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너 또한 행복할 권리가 있음은 속으로 담아둘 뿐이다. 그리하여 네가 지팡이를 꺼내들고 봄바르다를 쏘아내려 준비할 무렵.
너는 자리에 주저앉는다. 황홀한 감정에 머리를 감싸쥐며 눈을 감는다. 휴전이란 목소리도 가늘게 울려퍼지고, 돌아간다는 소리도 울려퍼진다. 너는 고개를 파묻고 둘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황홀한 감정도 끝이다. 비참한 감정이 둑을 터뜨리며 치고 들어온다. 행복해서는 안 될 존재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너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교수님 앞을 막아서려 했다.
"교수님을 공격하면 안 돼요. 책님이 그랬어요! 배신자 없어지면, 우리 다 죽는다고 했어요? 배신자가 남으면 공격 받는게 멈추진 않을 거라고 했는데, 이노리는 죽기 싫어! 차라리 교수님을 어디에 감금해놓고 그 뒤에 때려요! 아즈카반은 안 돼!"
아. 너는 꼭 아이가 우는 것처럼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듯 계속 중얼거렸는데, 그 사이로 새치 몇가닥이 보인 것 같았다.
"교수님은 안 돼요..아즈카반 무서운 곳이랬어..그런 곳에 보내도 상관은 없지만, 교수님 떠나면 죽어요. 죽기 싫어, 이노리는 죽기 싫어..죽기 싫단 말이야..교수님이 나쁜 사람이라도 죽는 게 더 무서워..책님이 그랬어요..책님이..죽고싶지 않아, 살고 싶어. 살아서 후부키로 갈 거야..돌아가게 해주세요, 살아서 졸업하고 싶어요.."
이건 싸움이 아니다. 그저 치기어린 분노와 화의 표출일 뿐이다. 무슨 대답을 듣더라도 레오는 다시 주먹을 들었을 것임을 레오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칠것같았으니까. 화와 증오에 몸이 잡아먹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레오는 주먹을 높이 들었다.
" 야, 이빨 꽉물어라.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
레오는 임페리오가 풀림과 동시에 몸을 던졌다. 이제와서 다른 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풀어야할 해후가 남은것은 이 뿐이니까. 싸울때처럼 그리고 표범이 먹이를 잡을 때처럼 몸을 던져 올라탄 레오는 주먹을 꽉 쥐고 교수님을 아니, 중을 내려다보았다. 레오는 다시금 이빨 꽉 물어, 위선자새끼야. 하고 말하곤 한 대를 내리 꽂았다. 퍽 하는 소리가 제법 경쾌했고 뼈와 살에 닿는 느낌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한 손으론 멱살을 쥐고 다시 한 대를 내리 꽂았다. 그리고 다시 한 대를 더. 그리곤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목이 메이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 당신을 교수로서 정말 좋아하고 또 존경했어. 그건 알아둬. 이 위선자야. "
신경질적으로 멱살을 놓은 레오는 중이 바닥에 세게 부딪히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남은 감정이 전부 풀릴때까지, 스스로가 진정할 때 까지 계속 때릴 생각이었는지 레오는 다시 주먹을 높이 들어 한 대를 더 내리꽂았다. 그리고 또 다시 주먹을 들었다. 듣고싶은 답도, 묻고싶은 질문도 없다는 듯이. 누군가 말리지 않는다면 정말 계속할 기세로 주먹을 들고, 내리 꽂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