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단태는 지팡이 끝으로 자신의 뺨을 한번 두드렸다. 머글 학생, 초랭이탈, 중탈. 그리고-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들의 학생들. 공격마법을 날리거나 물리적인 제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책에서 본 내용을 곱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초랭이탈이 눈에 익은 사람이었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태민..." 강태민이었지.
"즉흥곡을 좋아한다는게 고문으로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좋아한다는 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태민 오라버니."
책에서는, 중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책을 받으러온 리 선생님이 남긴 말도 중탈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태의 지팡이가 중탈을 향했다가 곧 초랭이탈로 방향을 틀었다.
크루시오라, 레오는 조만간 자신이 쓰게 될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얼굴에 주먹을 꽂아줄 모습까지. 솔직한 감상으로는, 꽤나 짜릿했다. 레오는 잠깐 아성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탈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니다. 상황이 더 어지럽게 돌아가고 더 정신없게 돌아가야한다. 누구도 자신을 보지 못할만큼 어지럽고 그 누구도 타인을 신경쓰지 못할만큼 정신없어야한다.
" 아하, 회복? 맞고 버티겠다 이거야? 그래그래. 이것도 버텨봐 그럼! "
레오는 지팡이를 빼들었다. 둘을 전부 공격하기보단 한 명을 먼저 쓰러트리는 쪽이 좀 더 수월하겠지. 한 차례 더 머리를 쓸어넘기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공격하려면 하라지, 레오는 별로 두렵지 않아졌다. 상대가 강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이 쪽도 더욱 강하게 나갈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싸움이란건 원래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만큼 자신도 아프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흥분되는 것이었으니까.
초랭이탈이 쓰러진 1학년을 향해, 금지된 저주 크루시오를 날렸다. 학생은 용서받지 못할 저주로 인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성은 크게 분노하며 플리펜도에 맞아 뒤로 나뒹굴고 있는 초랭이 탈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속이 분노로 가득한 지금, 어떤 마법을 써도 제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그들에게 잡혀있는 학생들만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주문은 주문(물리)였다. 무엇보다 놈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아성에게 정신이 팔릴 것이고 동료들은 그들을 손쉽게 제압하거나 교수님들을 불러 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성은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크루시오에 맞아 고통으로 땅을 뒹굴고 있었다.
"크아악!!"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고통이 느껴졌다. 제대로 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용서받지 못할 주문이 왜 용서받지 못하는 건지 온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서 크루시오를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너는 비명을 지르는 학생을 내려다본다. 다른것도 아니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고문의 현장에서는 누군가 웃는 소리도, 지팡이가 휘둘러지는 소리나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 지금 뭐 했어요?"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는 것이다. 저건 크루시오다. 너는 저 주문을 잘 안다. 얼마나 아픈지도 안다. 네가 아성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저거 아픈데, 저거 아파, 당연히 아파. 아플 리가 없나? 이젠 아프지 않지만 아플 거야.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이 밧줄에 묶이고 뒤로 쿵 넘어졌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오늘은 고모님께서 재갈을 안 물려주신다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혀를 안 깨물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응, 안 깨물거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지 않은가. 넘어진 그대로 허공을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이 나라에서 쓰일 언어도 아니었다. 神様. 하고 운을 떼며 소리없이 입만 뻐끔거린 것이다.
저의 죄입니다. 무지와 방종으로 인한 일입니다. 용서해주세요. 신님 용서해주세요. 저 때문이에요. 제가 죽였어요. 저 때문이에요. 고모님은 내 탓이 아니라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아. 이노리, 나의 누이야. 제발 나를 도와줘.. "너는 왜 크루시오 안 써요? 너 착한 사람이야?"
무언의 기도를 끝내고 몸을 꾸물거리며 자리에 앉은 너는 귀에 걸릴듯 입술을 끌어당겨 웃더니, 중을 바라보면서 질문하는 것이다.
비명을 두고서 음악이라니 이 얼마나 악취미에 막귀 인건지. 그리도 좋은지 웃어대는 초랭탈의 모습과, 빗나가버린 제 부적을 보고서 눈가를 구긴다. 어디 한 번 불길에 휩싸이고서도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볼까. 부적 두 장을 쥐고서 초랭이 탈을 향해 던진다. 그리고서는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외친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그렇게나 피하고픈 상황이 닥치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의외롭게도 공포를 앞선 분노다. 결코 그릇되지 아니한,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 것을 이유로 사람이 저리도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할 당위가 있는가. 찢어지는 비명이 귀를 울린다. 그의 낯빛이 희게 질려간다. 고통은 두렵다. 도망칠 수도 없이 발 묶여 강요당하는 상황은 지독하게 싫다. 그러나 주저앉아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하는 까닭은 순전히 이것이 옳은 일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종되었던 신입생과 또다른 학생이 표적이 이유는 고작해야 저들이 사람의 피에 급을 나누는 탓이다. 타고나고 이어져 내려오는 선조들의 유전적 소인과 그 계보, 저 역시도 벗어나지 못하는 세분화된 규격을 이유로 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미치광이 중 하나의 앞으로 달려든 후였다. 그는 폭발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자리에 뛰어들어서는 초랭이의 목을 내리찍으려 했다.
>>525 앗 그런가>...??? ^~^ 사실 초랭이가 하는 짓이 공분해야 마땅할 일이라서 저러는 거야!! :3 그야 14살짜리 애를 고문하고+(현실로 따지자면)인종차별적 이유로 테러를 하고 있고+본인 역시도 그 차별의 요소에 어느 정도 해당하기 때문에+저런 일 참으면 안 된다고 배워서 → 이 4종세트로 극대노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