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너무 궁금해해도 다치는데, 여보야~ 뭐. 그래도 보고 싶다면 못 보여줄건 없지만~? 아마 여보의 집착과는 조금 다른 쪽일거라고 생각해~"
주양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니만큼 어쩌면 집착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다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서로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집착을 서로에게 보어준다면. 분명 그것 역시 꽤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낼수 있을테니까.
".. 그. 그랬던 걸까나.. 그러면 나는 이렇게 자주 안 웃어야겠는걸? 어쩌다 한번씩, 감질맛나게 웃어야겠다~"
그래야 우리 여보가 애가 타서 나를 더 자극해줄테니까. 지극히 도발에 가까운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며 주양은 한쪽 눈가를 찡긋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본다면 도대체 저게 왜 저러나 싶은 모양새일 테지만, 그래도 우린 특별하니까. 서로 평행선에 놓여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아끼기로 했으니까.
입맞춤이 이어지면서도 주양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이 상황이 자신에게는 굉장히 환영이라는 듯, 그저 흐뭇한 미소만 짓고 서 있다가. 불현듯 또 다시 입을 맞춰오는 것이다. 아까 전에 이미 한번 욕심을 냈음에도,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애정. 그리고 사랑. 그 감정들은, 아무리 넘치도록 가지고 있더라도 늘 모자라게 느껴질 뿐인 그런 감정이었구나. 그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지금. 자신의 기분은 말로 다할수 없을 만큼 굉장히 오묘하면서 미묘한 기분이었다.
"... 한입에 삼켜버리지 않고 천천히 먹어치우려는 거야? 나는 이런 여보야라도 좋아해줄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또 한 켠으로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소유욕을 더더욱 해소해주기를 원하는 듯, 제법 노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주양은 한쪽 눈가를 찡긋였다. 이윽고, 자신의 기숙사가 있는 방향을 선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만약 다른 학생대표한테 들키게 된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줘. 내가 학생대표 권한을 역이용해서 걔들 기숙사 점수를 깎아버릴테니까!' 하고.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어머나. 그럼 그렇게 하자~ 역시 바깥보다는 아무도 없는 방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테니까. 우리 여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궁금한걸~? 그리고 당연히 괜찮지! 나는.. 단태 너를 이해해줄 테니까. 이건 진심이야."
평소 같았다면, 그저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든 이해자인 척 하려고 하는 거짓된 모습을 보였을테지만, 지금 그렇게 하는 건 전혀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당신과 자신은 예전처럼 애매한 사이가 아니니까. 주양은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려는 듯 당신의 옆에 딱 붙어 먼저 발걸음을 옮기다가, 이윽고 다시 키득거렸다.
진도는 썸이상이지. 이정도면 직접적인 고백만 안했지 사귀는거 아니냐고 아ㅋㅋㅋㅋㅋㅋㅋㅋ곡옥 목걸이랑 귀걸이를 한다면 나는 역시 발찌를 채워줘야만!(?) 아니 어디가시나 쭈주여. 자눼는 답레를 봐야하는 의무가 있다네. 우히히 걱정마. 계속 들으면..익숙해질테니((사악한 웃음)) 나야마로, 이런 주가놈 좋아해줘서 고마운ㄱ....으아앟......((기습볼냠에 흐물흐물))
"다치는 걸 무서워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우리 귀여운 토끼를 꼬셔볼 생각도 안했겠지. 나와 다른 느낌의 집착이라면 되려 더 좋고, 보고 싶으니까 보여줄거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아닌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집착이든,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의 집착이든 단태는 어느쪽이든 좋았다. 막연하게 다치는 게 무섭고 싫었다면 그 산책을 하던 와중에 좀처럼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교활하게 진심을 끌어내 원하는 답을 내놓도록 꼬셔내지도 않았을테고. 결론을 짚자면, 단태는 주양의 집착이 어떤 형태를 띄고 있던 간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형식의 도발까지, 너그럽게 받아줄 정도라면 단태는 꽤나 주양에게는 단호하지 않은 편이었다. 어디까지 하는지 보자는 듯이 굴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굴 셈이야, 내 자기? 한번 해봐. 내가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면?" 도발에 대한 단태의 대답이 뻔뻔하게 느껴질만큼 능글맞은 어조로 꽤 나긋하고 다정한 기색을 띄고 흘러나왔다. 찡긋, 능청스레 윙크까지 하는 폼이 여간내기가 아니다.
"내가 뱀새끼가 아니라 짐승새끼라서 말이지, 자기야? 한입에 삼키는 것보다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어먹는 걸 좋아해."
전과 똑같이 입맞춰오는 주양의 모습에 낄낄 웃음을 터트리면서 눈을 깜빡이던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뜬 뒤에 주양에게 대꾸했다. 군침이 도는 먹잇감을 먹기 위해 사냥할 때 더욱 신중히 굴어야했다. 완전하게 소유하기 전까지. 사냥은 늘 신중해야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굳이 물리적으로 붙들어놓지 않더라도 자신의 옆에 있도록. 다른 곳으로는 눈돌리지 않도록. 너를 독점하기 위해서라면- 히죽거리며 단태는 웃었다. "좋아. 나도 자기가 어떤 곳에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웃음을 터트리며 눈은 여전히 가늘게 뜬 채로, 이해해줄테니까- 하는 주양의 대답에 짓뭉개듯이 방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꽤 길게 입맞췄다. 물러나지 못하게 손목과 허리를 감싸쥔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가 떨어지면서 힘이 풀렸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가 되지 못하고 평행선을 걷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는 사이였으니까. 주궁으로 걸음을 옮기던 단태는 더 가늘게 샐쭉 눈을 뜨고 자신이 입고 있는 가디건에 손을 올렸다.
"사실 날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자기가 아닐까? 무슨 짓을 하든- ...너라면 너그럽게 용납해줄게."
상상 속의 장면은 이내 현실이 되고, 후부키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맹렬해진다. 자신이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 기회가 찾아올까. 초대장에는 적힌 시간도, 장소도 없었으니. 그 눈안개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부푼 기대감이 그 기다림의 시간을 채워 줄 것이기에, 마냥 지루하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당신의 답에 스베타는 아주 조금만 더 환하게 웃는다. 12월 10일. 1년에서 기억해야 하는 날이 늘었다. 시야의 모든 것들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거리가 희게 젖아갈 때쯤에는. 당신을 위해서 나 역시 케이크를 준비해야겠구나. 생각하며 스베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생일도, 자신의 생일도. 모두 겨울이었으니. 매일이 눈이 내리는 현궁에서는 그 날이 서로의 생일이라 생각하며 케이크를 나눠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아."
당신의 장죽이 향한 방향의 끝에서. 기다리던 문카프가 그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급히 양피지를 챙겨 들면, 문카프는 야속하게도 몸을 돌려 숲의 외각을 따라 멀어지기 시작했을까. 스베타는 멀어지는 문카프를 당황한 눈으로 좇고, 이내 당신을 본다. 우연히도 당신과 만나 함께 했던 시간은 즐거웠던 것이지만.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결국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고 만 것이었다. 아쉽다는 눈치로 스베타는 바위에서 내려오고 당신을 향해 선 채 고개를 숙인다.
"До встречи. 언제 시간 나면... 꼭 놀러 갈게요."
하며 작별 인사는 하였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지. 머뭇거리던 스베타는 이내 문카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시 한번 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선.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당신에게서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