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왠지 그렇지 않을까 싶었어! 하진이가 설이를 어느정도 여동생처럼 여겨주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나이차이도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다 어쨌건 친구다보니 정말 찐으로 동생 같은 느낌은 아니니까 말이야. 하진이 놀아주다가 뻗어버리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어린애들의 체력은 어마무시하다구.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현이가 보름이한테 이를지 안 이를지는 모르겠다 @@ 애들이 보름이한테만 놀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 상현이도 이제 동생들이 게임기를 갖고 노는게 나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시간을 @@ 비싸지 않아도 현실감은 이미 미국갔어 @@
>>101 당연하지 @@ 여기 아이들 전부 아침점심저녁 총 3회에 걸쳐 나는 깜찍하다라고 복창해야해 (?)
하진주는 보통 늦은 시간보다는 오후 시간이나 이른 밤 시간에 많이 돌리는 편이야. 보통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 이야기하면 거의 100%! 주말에는 별일 없으면 오후 시간에도 있을 때가 많아서 이때를 노리면 얼마든지 돌릴 수 있어! 아니 그런데 살생부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동공지진)
사실 직장 다니다보니 밤 11시 이후부턴 새로 일상을 정해서 돌리기가 좀 많이 힘들더라. (눈물) 이렇게 사회에 물들어버리다니..
>>112 생활페턴이라기보다는 그냥 내 몸이 그냥 그때가 되면 반응이 온다는 것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어. 물론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잘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저녁에 찔러준다면 응할게! 나도 성헌이는 보고 싶으니까! 시간이 늘상 안 맞아서 항상 뭔가 좀 엇갈리는 느낌이었지만서도.
그리고 시간대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긴 하지. 나도 그나마 많이들 접속하는 밤~새벽 시간에는 자주 상주해 있지만 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엇갈릴 때도 꽤 자주 있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스레만큼 시간대가 잘 맞는 스레는 나한테는 없었다. (주륵) 해외러라 시간 맞추기가 너무 애매해.
그냥 편할때 편하게 돌리자가 이 스레의 모토이기도 하니 말이지. 그냥 편하게 돌릴 수 있을 때 돌리면 그게 제일이라고 생각해. 그냥 편하게 왔다가 같이 시간 맞는 이가 있으면 돌리기도 하고 썰도 풀고 잡담도 나누고. 내가 맨 처음에 이 스레를 만들때 느낌이 딱 지금 나온다고 생각해!
맞아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각자 현생 챙겨가면서 느긋하게 오가니까 못 온 사이에 레스가 좀 쌓여도 정주행 하는데에 부담도 없고, 일상이 어려우면 썰풀이나 잡담만 해도 충분히 시간 잘 가고 즐거우니까! 소꿉친구라는 설정 자체도 최고야. 👍 어찌보면 소꿉친구 애들의 분위기에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서로 신경 안 쓰고 자기 일 보다가 편하고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120 맨 마지막에 '자기 일 보다가 편하고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부분. 이 부분이 진짜 소꿉친구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해!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신경 안 쓰면 관계가 끊어지기 딱 좋지만 말이야. 앗. 진짜 어릴 땐 항상 그렇게 키 잰 흔적을 어딘가에 꼭 남겼던 것 같아. 보름이네 집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진이네 집에 가면 하진이가 1년마다 잰 자국이 남아있어!
>>121 헉 ㅋㅋㅋㅋ 성헌이 하진이 설이 것 까지 다 있는 거야? 그거 귀엽겠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피곤하면 무리하지 말고 자러 가는 거야 보름주! >>122 그치!! 서로 구태여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 않더라도 아무때나 대뜸 연락 할 수도 있고! 소꿉친구라는 관계는 그런 게 참 매력적인 것 같아. 다들 서로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 아예 소홀히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테고 말이야.
바닷가 펜션에 십대 네 명이 놀러와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답은 많다. 불꽃놀이, 시장 탐방, 맛집 탐방, 해수욕, 모래찜질...
그런 관계로 소꿉친구 네 사람은 바닷가로 나왔다. 하진과 성헌과 보름이 조금씩 솜씨를 발휘해서 만든 샌드위치며 핫도그 등이 들어있는 피크닉 가방을 끼고, 펜션의 창고에 보관돼 있던 파라솔까지 꺼내들고는 기세등등하게도. 하늘은 아이구 우리 귀여운 청춘들 와쪄여? 하고 살갑게 맞아주는 털보 삼촌마냥 수염같은 구름이 드문드문 낀 채로 해맑아, 해수욕을 즐기러 나온 꼬마들에게 너희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고 말해주는 듯한 날씨였다.
하진과 성헌은 먼저 물맛(?) 좀 보겠답시고 먼저 휭하니 가버렸고, 보름은 음료수를 사오는 것을 잊었다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자연히 파라솔 그늘 아래에는 설만이 남았다.
뭐 당연히 파라솔 아래에서 아무것도 할 게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고, 설도 나름대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해왔을 테니 어쩌면 설은 제법 낭만적인 바닷가를 배경으로 게임과 함께하는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기 화면 너머로 성헌의 얼굴과 푸르스름한 눈이 슬그머니 솟아올라오기 전까진 말이다. 물을 머금은 적갈색의 머리카락이 푹 젖어서 헝크러져 있었다.
여름하면 수많은 키워드가 떠오르지만, 그 중 하나는 필연적으로 바다일 것이다. 보호자 없이 좋은 펜션을 빌려다 오랜 친구들끼리 바다여행. 누구나가 부러워 할 법한 상황이거늘, 어딘가의 게임 중독자는 이런 와중에도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급기야 '바다 이벤트. 굿.' 이라며 현실을 게임 취급 해버리는 기행도 선보였다.
모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 설은 양손에 게임기를 쥔 채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다. 차림새는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 위에 기다란 흰색의 비치로브를 걸친 채다. 뭔 놈의 비치로브가 발목까지 오는지, 맨살이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애초에 평상복이 아닌 수영복 차림으로 나온 것 자체가 놀랄 일이기는 했다. 설이의 손애 들린 게임기의 화면에 떠있는 것은 어째선지 바다를 배경으로 삼은 인터페이스. 그러니까...... 미연시다. 바다를 배경으로 어디에 보여주기 낯부끄러운 맨살이 가득 드러나는 차림의 캐릭터들을 화면에 띄워놓는 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남들이 봤다면 혀를 찰법도 하였으나 정작 본인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리얼리티를 높여준다며 양껏 바다여행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진심으로 즐기는 중이다. 저걸로 즐겁다고?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정상인이다.
"음, 부유 중."
설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물 위에 떠다니고 있는 건 아니고, 0과1의 세계에 몸을 맡긴 채 두둥실 떠내려가는 중이다. 설은 대답을 한 뒤에야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올려 성헌을 올려다보았다. 물맛 좀 보겠다길래 한참은 더 있어야 올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벌써 질린 건가? 하진이나 보름은 아직인 듯 하지만. 아니라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게임을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거나-아, 그 쪽이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
바다 이벤트 중에 바다 이벤트. 훌륭한 게이머의 자세다. 방에 틀어박혀서 커다란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게임 화면도 좋지만, 정말로 바닷가에 와서 자연산 바닷바람 내음과 파도소리를 만끽하며 휴대 게임기로 즐기는 게임 화면도 각별한 법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 감히 화면 너머에서 나타난 이 시커먼 3D놈은 그런 로망을 영 몰라주는 타입이었다. 성헌은 물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게임기 뒤편으로까지 들이밀었던 얼굴을 다시 뒤로 땡기며 모래사장 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새까만 나시티며 쓸데없이 휘황찬란한 수영용 트렁크도 바닷물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하진이가 수영하다 말고, 다른 집 애들한테 모래성 만들어주는 데 정신이 팔려서."
물론 바닷가에서는 낯선 사람과 안면을 트는 이벤트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다만 성헌은 모래성 이벤트를 소화하기엔 예술적 소양 스탯이 너무 낮았을 뿐이다. 그러나 성헌은 왠지 조금 경탄이 어린 눈빛으로, 자신이 왔던- 아마 하진이 아직 거기 있을 방향을 힐끔 바라보며 덧붙였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만들고 있더라. 개쩜. 뭐, 그건 그거고..."
성헌은 바지에 묻은 모래를 탈탈 털며 설이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의 화면을 들여다보려 했다.
설은 모래사장 위에 걸터 앉은 성헌의 차림을 다시금 훑어보았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저 트렁크, 굉장히 시강이다. 물론 눈에 띄는 걸로만 따지자면 모래사장에 엉덩이를 붙인 채 게임기나 들여다보고 있는 본인도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무어라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노이-뭐?" "아무튼 하진이 답네. 네가 애들하고 같이 모래성 쌓는 건 상상이 안 되지만."
하진이 노이슈뭐시기 성을 짓고 있단다. 들어는 봤는데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이름이 어려우니까 외관이 개쩌는 성이리라 예상해본다. 성헌의 질문에 설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현생에 충실한 이 리얼충, 아니 머글에게 무어라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현실의 나는 할 수 없는 연애를 대신 해보는 판타지 게임......?"
주인공에게 그다지 이입이 되질 않다보니 연애를 대신 해본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으니 어쨌거나 취지는 그거다. 대충 잘생긴 남자애랑 예쁜 여자애 나와서 연애하고 뭐 그런 거. 나랑은 하등 관련 없는 얘기다. 해보겠느냐고 권하지는 않았다. 지금 한창 중요한 장면이거든.
"그런데 안 더워? 해 쨍쨍해서 피부 다 타겠다."
설은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물에 들어가 있으면 시원하긴 할테지만, 물 밖으로 나와있는 부분은 덥지 않을까. 햇볕이 꽤나 아프게만 느껴졌다. 정확히는, 집 밖으로 나가길 싫어하는 히키코모리 되기 일보 직전인 인간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설은 피부가 타는 걸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미간을 찌푸렬다.
오토메 게임 속의 해변가 이벤트에서 저마다 웃통을 까고선 말도 안 되는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남정네들을 보고 있자니, 성헌의 입에서는 옷보다 인체비례나 근육묘사 따위에 대한 지적들이 혓바닥 끝까지 차올랐다. 얘는 왜 이리 팔만 두껍냐느니 얘는 흉근이 비대칭인데 이러면 고생한다느니 하는... 그러나 성헌은 간신히 그것을 삼키고 딴소리를 했다.
"이 정도 옷가지는 현실에서도 무리지 않겠냐......?"
게임 속 캐릭터의 옷차림에 근접한 화려한 트렁크를 입고 있는 주제에 잘도 이런 소리를. 설이 머글도 알아듣기 쉽게 풀어놓은 대답에, 성헌은 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설을 가만 보고 있다가, "너 정도면..." 하고 운을 떼다 말고 "하긴," 하고 말을 꺾었다.
"요즘은 연애 한 번 하기도 겁이 나는 세상이긴 해."
성헌은 할 말은 많으나 하지는 않겠다, 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피크닉 바구니를 뒤적였다. 뭐라도 마실 게 있나 하는 심산이었다. 물론 곧 '아 맞아 음료수 사는 거 까먹었지,' 하는 말을 주워섬기며 바구니에서 손을 뗐지만.
성헌의 입에서 의성어들이 새어나옴에도 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뇌가 게임에 절여져 있다지만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괴상해 보이리라는 자각 정도는 있었다. 자각을 하고 있음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 네 트렁크는......?"
성헌의 의문에 설은 아까부터 지니고 있었던 의문을 내뱉고야 말았다. 게임이야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2D 보정을 받을 수 있다지만, 게임 화면에서도 아니고 현실에서 이런 휘황찬란한 수영복을 보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성헌의 트렁크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설은 말을 꺾는 성헌의 얼굴을 짧게 흘겨보았다. "뭐, 내가 뭐." 딱히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지 금새 다시 시선을 게임 화면으로 향했다.
"연애를 해 본 적은 있어?" "아니 그보다 누굴 좋아해 본 적은 있냐."
고백을 받아도 운동을 가야 한다며 뻥뻥 시원하게 차버릴 것만 같은 이미지의 남정네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에 허-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발랐지. 그늘 아래 있어도 자외선이 완전히 차단 되는 게 아니니까." "피부 타는 거 극혐이거든. 너도 발랐지?"
설은 여름에도 간혹 긴팔 긴바지를 입고 나타날 정도의 위인이였으니 다른 건 몰라도 선크림 만큼은 두 번 세 번 확인해가면서 챙겼다. 자외선 극혐.
이 미친 당당함. 성헌의 패션센스는 분명히 말하건대 그럭저럭 무난한 편이었지만, 이따금 자신을 과시하기 딱 좋은 순간에 폭주해버리곤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화려한 금장 무늬가 수놓인 트렁크도 그 폭주의 결과물일 테고. 더 곤란한 건 심지어 이 인간은 자기 패션센스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래도 소꿉친구에 대한 배려가 그것보다 우선이었다. "정 보기 이상하면 무난한 걸로 갈아입어주랴?" 하다가, 설이 그랬듯 성헌은 결국 참다 못해 한 마디를 꺼내고 말았다.
"그보다 이 친구 흉근 꼴을 보니까 앞으로 고생 좀 하겠네."
화면 속의 늘씬한 게임캐릭터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경미한 실수였겠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못지않게-어쩌면 일러스트레이터보다 더 근육의 형상에 민감한 헬창인 채성헌으로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대뜸 날아온 설의 지적에, 성헌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뭐긴. 너 정도면 자신감 가져도 되는 얼굴이라고." 상처에 소금이 뿌려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회도 꽤 있었고 시도도 좀 해봤지. 그걸 계기로 좀더 멀쩡하게 살아볼까, 하고 세상에 희망도 좀 품어봤고." "하나같이 엔딩이 좀 조ㅎ- 좋지 않아서 그렇지."
그러나 설이 선택한 '좋아한다' 는 단어는 상당히 포괄적이었다. 성헌은 인간관계가 그렇게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말에 당당하게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 정도는 있었다.
"그런데 나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너하고 하진이하고 보름이. 그리고 보름이네 동생들." "그러니까 세상에 희망은 아직 갖고 있다고."
성헌의 당당함에 설은 말을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무어라 지적하려다 말고 설은 벙긋거리던 입을 다물었다. 형형색색의 머리카락 색과 수영복을 자랑하는 남정네들이 나오는 게임을 화면에 띄워둔 게임기를 손에 쥔 저가 지적할 자격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였다.
"아니, 뭐 됐어.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내가 지금 그 고생 꽤나 할 것 같은 잘생긴 친구를 공략 중이니까 샤랍해."
시원한 금발 머리가 잘 어울리는 이 친구는, 성헌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고생 좀 할 성 싶었다. 이건 일본에서 제작한 게임인데 어째서 자연 금발의 머리를 가진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것인지는 뒤로하고, 운동과는 거리가 먼 설의 눈에는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다는지 알 턱이 없었다. "나도 알아. 그런 건 거울 보면 알거든." 성헌의 미친 당당함을 이은 미친 자신감. 뽐내려는 듯한 느낌 전혀 없이, 그저 사실을 말하는 듯 덤덤한 어조가 더욱 경악스러웠다. "얼굴 빼곤 멀쩡한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 게 문제지." 아무리 생각해도 밸런스 패치가 조금 잘 못 된 것 같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은 바닷가에 나와있고 기분이 좋으니까.
"역시 연애는 게임으로나 즐기는 게 제일이네. 게임은 해피엔딩이 많으니까."
혼자서 알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 채 엄지를 치켜세웠다. 설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성헌이 방황하며 이런저런 일을 시도해보고 있었다는 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연애라는 건 정말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니 물어본 적이 없긴 했다. 그래도 큰 충격은 아니었다. 하진이나 보름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꽤나 충격적이었을 것 같긴 하지만. 설은 성헌의 말을 듣고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의미의 '좋아하는 사람'을 물어본 게 아닌데..... 괜히 조금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뭐야. 오글거려."
저 필요한 게 있을때는 온갖 알랑방구를 뀌는 설이었지만 평상시에 좋아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을 하기에는 허들이 보기보다 높았다. 설은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그래도 나도 너네 좋아해." 하고 웅얼거렸다. 그 웅얼거림은 얼마 가지 않아 경악으로 탈바꿈했지만.
"뭐?" "전혀 준비 안 되어 있는데." "그리고 해파리는 수영 안 해. 그냥 떠다니지."
>>15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이 다양한만큼 더 매력이 다채로운 거야! (찡긋) 만약 성헌이의 캐릭터성을 차도남 스타일로 이어가고 싶다면 무리해서 말랑하게 굴리지 않아도 되지만! 물론 말랑한 성헌이도 좋지만 그게 성헌주의 생각과 반대되면 안되는 거잖아? 반항아스러운 것도 충분히 멋있으니까 걱정 말라구. 나야말로 한량(희망) 게임 중독을 매력적으로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야. 솔직하게 고백해보자면 텐션 낮은 캐릭터가 굴리기 쉬워서 이런 아이가 됐을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