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러네. 좋은 장소네." 확실히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 불찰이었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을 만한, 그리고 산책하기 좋지 않은 장소를 골랐어야 했다. 그건 둘째치고, 이번에도 또 실패해버렸다! 그녀는 90도로 천천히 회전해 사람이 옆으로 누울때의 그 각도가 되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다행히다, 오히려 여기선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안 보여서 다행이라는거다!
"그게, 지금, 컨트롤 하려고 하고 있어. 최선을 다해서! 날 믿어줘. 정말이야!"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왠지 지금까지 쌓아왔던, 미비하다고 하면 미비할지도 모르는 그녀와 나의 신뢰가 점점 금이 가고 깨져가는 것이 그녀의 목소리부터 느껴져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면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실수라고! 대참사! 그러나 마음 속 어딘가에선 '해버려 가쉬! 해버리라고!' 하는 외침이 완전히 없다곤 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온 정신을 다해서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했다.
.dice 1 10. = 7 1~5 = 다림이가 아까보단 낮게 조금씩 내려온다. 허나 완벽한 착지는 아님. 6~9 = 90도 회전한 것이 원래의 각도로 돌아간다. 10 = 그대로 90도 더 회전해 180도가 되어버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와 별로 어울리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더더욱 솔직하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고백에 나올만한 감정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했고. 상대방의 진심을 수락하거나 거절할 것은 그녀의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동정할 권리도 있는걸까.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눈썹을 조금 찌푸리면서도, 어딘가 걱정되는 시선으로 내 친구를 바라보는 것이다.
"....."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에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무언가 통한 것이겠지. 아니면 서로 통했다고 생각하면서 지독한 오해가 생기고 있거나....다만 이 문제는 별로 심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난 그녀의 사생활을 여기저기 퍼트릴 생각 같은건 추호도 없으니까.
"으-음....?"
여자 유혹의 경험이 많다고? 조금....바람둥이 같은 애인가? 내 주변 사람중에 그런 애는 지훈이.....아니지. 최근엔 가쉬도 늘었지. 그 둘 밖에 없는데. 비아처럼 성실한 타입은 그런 쪽으로 경험이 많은 타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편견이었나보다. 어쨌거나 방금부터 얼굴을 붉히거나, 연애 서적을 참고로 찾을 정도면 분명 흔들리고 있는 것일테니.
"정말 아무도 안 찾는 데를 가려면 본인을 띄워서 호수 한가운데라던가..." 가 나쁘지 않았을지도요? 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영도 정도의 크기라면 사람 없는 곳도 있긴 있지... 대충 해양대 정도의 느낌일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가쉬의 말을 듣습니다.
"일단...은 믿어드려요. 믿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느릿느릿하게 말하며 90도에서 원래 각도로 돌아온 것을 봅니다. 근데 생각보다 높고.. 생각보다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얼굴색은 변하지 않지만 속으로 설마.. 라는 생각은 할 수 밖에 없어요! 대참사가 일어날 뻔한 것 하나. 실제로 대참사가 일어남이 되어버리는 건가! 해버리는 거냐 가쉬!
"...최선을 다하는 걸로 보고 싶.네요..." 정말로 빙글빙글 돌린다거나 그런다면 제가 제 스테이터스와 이르미 씨의 스테이터스 차이만큼... 불운하여라.. 라고 말해버리겠지만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원래도 그렇지만 차갑습니다!
"아, 알았어. 다음부턴 그런데서 할게. 일단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게 해줘!" 확실히 좋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 혼자 호수 한가운데에 떠서 중력을 조절하기엔 떨어질까 하는 두려움도 있긴 했다. 아니 그런것은 나중에!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다림을 원래대로 되돌아오게 해야 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도 최선을 다할게." 일단 그녀는 나를 믿는다고 말 해주었다. 나는 그것과 동시에 나의 본능을 최대한 억제하여 고개를 들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능력을 쓰려면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봐야 하잖아? 그것도 없이 막 능력을 썼다간 그녀가 다치게 될지 모른다고?' 라고 하는, 내면의 또다른 내가 나에게 충고해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미, 미안. 내가 중력을 잘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미안하지만 지금의 다림양을 이 두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어!" 그래. 이것은 다림을 구하기 위함이다.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않고 땅으로 착지시키기 위함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사명감이라고 애써 주입시키며 고개를 홱, 하고 들었다. 그리고
"----------" "----------" "----------" "푸흡------------------" 공백의 5초. 그동안 무엇이 있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나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원위치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1~5 = 다림이가 천천히 내려온다. 만약 다음에도 내려오는 쪽이 나온다면 완전히 착지! 6~9 = 다림이가 180도 회전한다. 각도는 지금의 머리가 아래쪽으로.(!!!) 10 = 슈퍼히어로 자세로 공중에서 아주 느리게 빙빙 회전하게 된다.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탄 기분?
//언제쯤 내릴지는 다림주에게 맡길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쉬한테 맡기면 진짜 어떻게 괴롭힐지 모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