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걸 곳이 너무 많아서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도망치는 나를 붙잡으려 한 것 까진 이해가 되었으나, 거기서 전력으로 책을 던지다니...사실 여기까진 당황했다고 치자. 말로 하겠다는데 놀라서 전력으로 뛴 나도 나빴다. 그렇지만...
"자루엔 왜 담은거야......"
이것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냥 평범하게 업고 다녔더라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을텐데, 도대체 왜 사람을 수상쩍은 자루에 담고 다닌단 말인가. 그 쪽이 명백히 큰 일처럼 보일텐데....그녀 답지 않은 기행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일단 더 화내진 않기로 했다. 아마 그 만큼 당황스러웠던...거겠지...
"그럼. 이젠 그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서 들어볼까. 그것도 분명 설명 해준다고 했지?"
그녀는 애초에 이 것에 대해서도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지. 그럼 나에게는 들을 권리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개인적인 사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단 것이 밝혀지면, 오늘의 이 해프닝도 충분히 설명되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난 팔짱을 끼고 다시금 이야기를 기다렸다.
춘심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자 나는 "그렇게 비슷했나?" 하고 대꾸하면서도 그녀를 웃겼다는 우쭐함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터져나온 웃음에 내 팔뚝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팍팍 쳐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앗, 아팟, 야, 아파, 아팟."
고된 제철소 일에 단련된 그녀의 팔은 겉으로 보기엔 가녀리면서도 잘 압축된 강철마냥 강력함을 품고 있었다. 한 방 한 방 내려칠 때마다 팔에 자국이 남기 시작했다. 장난으로 넘기기 어려운 아픔이었지만, 그녀의 기분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야, 아잇, 여자애가 무슨 힘이, 아파!" 하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한바탕 시원하게 웃은 후 그녀는 헛기침으로 이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으, 아직도 팔이 얼얼하다. 그녀의 손바닥에 맞은 장소가 전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허릿심? 매일 쓰고 있지. 덕분에 허리만큼은 문제 없다고."
나는 실실 웃으며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대충 전해졌겠지. 이내 그녀는 또 그 타바스코마냥 매운 손맛의 손바닥으로 나의 허리를 팍! 하고 후리는 것이었다. '짝!' 하는 찰진 타격음과 함께 "아파아아아앗!" 하는 나의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나왔다.
"넌 어떻게.. 그 때랑 달라진게 하나도 없네. 아니 그 때보다 손맛이 더 강해졌어."
팔과 등만 맞았을 뿐인데 벌써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다. 이런 선머슴을 누가 데려갈까. 하고 생각하면서 등의 맞은 쪽을 문지른다.
"그나저나 우리 학교에선 못 본거 같은데. 어디 다니고 있어?"
나는 더이상 맞지 않을만한 화제를 골라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라면 더 맞을 일은 없겠지.
다시 한 번 토마토즙이 묻은 포대를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대체 누구의 토마토즙인진 모르겠으나... 저거에 사람을 담을 생각을 한 나도 참 신기하다,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지는 비주얼이다. 사실 담는 순간도 누가 봤다면 영락없이 사람 한 명 처리(?)하는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 아니, 그건 이 책을 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단 거였지... "
순간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생각나서 머리가 아파왔지만,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이게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하는 걸까. 그래도 일단 진화는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야기를 꺼낸다.
" 하아. 누군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나한테 고백한 애가 있어. 근데, 그걸 내가 수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는 방법으로 대답해버렸고. 그래서 뭔가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정말, 이 책은 살 생각도 없고 볼 생각도 없었다니까! 이거에 대해선 뭘 오해하던 간에 모두 아니야... "
물론 에미리와 같이 의뢰를 간 적은 없지만(애초에 에미리가 이 섬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체가 극히 최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적에게 제대로 유효타를 넣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안 남게 되지만, 그 점은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겠지. 버스터를 5개 정도 깐다거나... 미나즈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과자를 하나 더 집어먹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그냥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냥 그럴 뿐이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죠. 둥둥 떠 있는 채로 버둥거려도 이거는...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의념을 써 보지만 그건 격한 버둥거림이지 내려가도 올라와버리는 게 됩니다... 힝...
"왜 이렇게 된 거죠..." 가뜩이나 치마 입어서 다리를 딱 붙이고 굽힘으로써 최대한 노출을 줄이는 게 최선입니다. 그렇게 고민하지만 답은 없습니다... 이 원인을 발견한다면...
"발견한다면 행운 스테이터스 차이만큼이나 저주를 주고 싶네요..." 무려 스테이터스 149 차이에 달하는 저주를 쏟아맞을 가쉬가 불쌍하지도 않니! 가는 데마다 비가 오는데 우산 없음이나 동전을 잃어버리고 의뢰 정산도 망하고 중요한 노래에서 삑사리가 나는 등의 무지막지한 불운이 가쉬를 따라다닐 텐데! 다림도 몇 시간이나 떠다니지 않았다면 그렇게 중얼거리진 않았겠지만요. 그래도 주고 싶다는 희망이지 확정적으로 주겠다..가 아니니까 희망은 있다..? 그리고 지나가는 이를 발견한 다림은 여기 사람 있어요. 라고 구조를 요청했을까요?
어장 장단점 장점: 어장의 설정이 깊고 넓음, 시스템이 어디에 비교해도 적어도 동수를 이룰 정도로 상당히 잘 짜여져 있음, 고생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편임, 화력이 좋아 심심하지 않음, 참치 친화적인 시스템과 뭘 해도 된다는 자유도, 캡틴이 귀여움
단점: 시스템적인 진입장벽이 있는 편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명연성 양심없지만 엘로앙 때 캡틴이 써준 지훈이의 검념을 읽는 장면... 아직도 그거 자주 보곤 합니다... 명연성으로는 캡틴이 써주신 지훈이 과거사! 그것도 저번에 몇번을 읽은 것 같아요... 그거 읽을 때마다 캡틴 필력이 부럽다고 느끼네요.. 나도 긴 연성 고퀄로 써보고싶다아아아(?)
캡틴에게 건의사항 건의사항이라고 할지 부탁드린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밥 좀 챙겨드십쇼 제발 젭라 꼭
가장 기억에 남는 NPC와 그 이유 검귀씨...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NPC입니다. 일단 첫 보스이기도 하고, 지훈이 진행에서 등장했던 NPC 중에서는 가장 서사가 멋졌거든요. 결국 둘 다 죽어서야 편안해졌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지만. 그래도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첫번째로 쓰러트린 보스였습니다..
일단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긴 첫 감상은 그거였다. 개인적으론 조금 의외다. 비아는 똑 부러진 성격이니까. 거절이든 동의하든 그 자리에서 답을 내릴거라 생각했다. 사실 그녀에게 고백한 누군가의 정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호기심도 들었으나, 친구라곤 해도 그러한 것을 캐묻는건 좋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다만...
나는 평소 답지 않게 지리멸절한 변명을 하는 그녀를 보며, 이해한다는 듯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조금 기가막혀서 할 말은 하기로했다.
"비아야. 그 책집고 나서 좋았어! 같은 포즈 한거 봤어."
거기에 도대체 무슨 오해의 여지가 있단 말인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연애상담 책을 찾는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그랬었는걸."
저 정도로 과격한 책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가디언넷에서 물어보거나 그랬던 기억이 나서 나는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그 애를 유혹하고 싶은거야?"
본인이 수락하지 않았는데, 책은 과감한 유혹의 기술이라...비아는 고백해준 상대를 마음에 들어하는 걸까. 그런데 그렇다면 왜 사귀는데 동의하지 않았던걸까? 나는 순수히 궁금해졌다.
나도 이제 슬슬 강해져야 했다. 그럴만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에. 아마 곧 게이트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고, 그 땐 나의 의념을 제대로 정확하게 컨트롤 해야 했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공터에서 스스로의 의념 중력제어를 사용해 물건을 띄우고, 공중에서 회전시키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가장 간단하게는 캔부터. 캔을 띄우고, 그 다음엔 공중에서 회전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킨 뒤, 마지막엔 찌그러트리기. 캔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허나 게이트의 적들은, 고작 캔만큼의 내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집중하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엔 반경 이내의 모든 것의 중력을 조작하는 것이다. 만약 적들의 한복판에 서게 되면 꼭 필요해질 테니까. 주위의 물건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조금, 뒤쪽에서 더욱 강한 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무거운걸 내가 뒀던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그 곳엔, 다리를 딱 붙이고 굽힌채로 치마를 부여잡은 다림이 있었다.
"?! 다, 다림이? 네가 왜 여기있는데!"
인적이 드문 공터라 아무도 오지 않을거라 예상했건만, 그 예상은 처절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거기에 중력으로 띄우고 말다니. 조심해야 한다. 잘못 조작했다간 다림이의 상체와 하체를.. 아니, 그녀도 필시 강력할테니 그럴 일은 없더라도 단 하나의 상처라도 줘서는 안됐다. 나는 아주 조심히, 조심히 중력을 조작했다. 허나 사람을. 그것도 내가 잘못 조작한 중력때문에 떠오른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dice 1 3. = 2 1 = 제자리에서 다림이를 약하게 옆으로 회전시킨다. 2 = 다림이를 더 높은 곳으로 띄운다. 3 = 슈퍼맨 자세(?)로 떠있게 한다.
역시 물어보는 건가. ...사실, 그날 그 말에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슬아슬한데 좀만 더 기회를 주자-같은 건 당연히 아니었고. 명확히 여지 없이 거절하는 것도,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택을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진화의 따뜻한 오해를 듣고 나는 마침내 조금 큰 소리를 냈다.
" 그건 드디어 찾았다! 란 거였다고! 제목도 안 보고! "
네가 보지만 않았으면 평범하게 내려놓았을 텐데!
" 오히려 반대지... 유혹이라고 한다면 그애가 나한테 하려고 하는 입장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해야 한단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