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과, 그게 깊은 관계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이야기다. 다만 내 입장적으로는 일단 여러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시점에서 충분히 인기인의 자질이 있는 편이라고는 생각한다만. 뭐 이런건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임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넘어갔다. 그리고 뒤이어진 묘사에는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이다. 너구리들은 요리를 잘하는게 종족 특성 같은걸까...
"음, 그건 그럴 지도."
아쉽게도 나는 중복 물품 자체는 없다....라고 생각하다가, 마법 소녀 복장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곤.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마법소녀가 되었을 때를 가볍게 생각해봤다. 어울릴 것 같아서 보고 싶다고 덧붙이는건 덤이다.
"무섭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섭다. 게이트는 게이트란건가....사람에게는 진짜 적용 안되는거 맞아?? 먹어도 되는거야??
"백.춘.심." 그 세 글자에 머리털이 쭈뼛했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들으라는 듯이 또박또박 본명을 부른 짓궂은 사람을 한 대 때려주려고 주먹을 쥐었으나, 반가움이 가득한 장난스런 미소에 일단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얼굴이다. 분명, 예전에 아버지 공장에서 일손을 도왔던 남자애다. 한 달 정도 일하다 그만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거쳐간 이가 한둘이 아니라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얘는 워낙 잘생겨서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었을 뿐이다.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헝클어뜨리곤 벤치 등받이를 훌쩍 뛰어넘어 옆자리에 앉는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그의 정강이를 세게 차주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주먹을 쥐어 그의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쿡 찌르려고 했다.
"잘생긴 알바생."
아무래도 짓궂은 장난에 화가 나는 것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컸는가 보다. 언짢으려고 했던 기분도 금세 누그러진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능글맞은 건 여전하네."
그를 보니까 집 생각이 나서 약간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더 감상에 젖어버릴 것 같아서 픽 웃어버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버렸다.
사과하는 그에게 나는 애써 밝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래보여도 독특한 스킬도 얻었고, 연인도 사귀었으며, 최근엔 무시무시한 게이트에 참여해서 살아남았다던가. 등등. 요 근래 자랑할만한 일을 열심히 떠들어댄 기분이다. 그렇게 놓고 보면, 요 근래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성과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말할 꺼리가 없었으면 여기서 필연적으로 울적해지지 않았겠는가.
"음....난 괜찮은데. 미나즈키가 편한대로 부르면 되지 않을까?"
다른 학교 사람에다가 이젠 학년도 같으니, 엄연히 말하자면 선배는 아니지. 그렇지만 난 사실 그렇게 불리는게 별로 불편하지는 않다고 할까.....오히려 반대로 미나즈키가 상쾌하게 '진화야! 우리 이제부터 같은 학년이네!' 라고 말하는게 심정이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같은 학년의 몇몇 나이어린 동급생이 '진화군' 이라고 날 부를 때 마다 상당히 묘한 기분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학교 건물로 다이안은 숨어들었다. 그리고 교내의 벽에 기대어 교정을 바라봐 멍 때리기 시작했다. 멍 때리며 드는 생각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잡념들로 머리를 가득 채웠다. 특히 미래의 걱정이라던지.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걱정이지만 흐음- 코로 날숨을 크게 내뱉더니 무표정, 이라기엔 근심걱정,특유의 인상 때문에 보기 좋은 태는 아니였다.
" ... "
그것도 폐문과 미세요 라고 적힌 문. 그 문 앞을 막아선 다이안의 근심걱정 타임은 기어코 5분이 넘어가도 배후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도 모를 터. 주기가 빨라지는 한숨이 더욱 공기를 무겁게 만들더니 으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주먹 쥔 손날 부분으로 벽을 꿍꿍 아프지 않게 두어번 내리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쉽게 쉽게 풀리는 일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전에 들은 다림이의 과거라면, 인간 관계에 더욱 어려워 할만도 하다. 그런 그녀가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친구는 분명 좋은 애겠지. 나는 속으로 잘 풀리길 응원했다.
"분명히 잘 어울릴걸. 혹은 의외성이 더해져서 매력적일지도 모르지."
나는 아하핫 웃으며 그녀를 칭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다 깨어나도 마법소녀 복장을 입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 그녀지만, 그런 만큼 뭔가 밝고 큐티한 마법소녀 복장을 입으면 갭이 더해져서 귀여울지도 모른다. 만화에선 자주 그랬다.
"그건 조금....염치가 없는걸."
공짜로 받는건 어쩐지 너무 뻔뻔한 것 같아서, 그건 그거대로 나도 망설여졌다.
"음~ 그렇네....."
나는 나무를 옮겨갈 때 마다 부동일태세를 시전한 뒤에 굳건히 버텨 다가오지 못하게 막으면서도 대답했다. 지금은 저렇게 온순하고 겁이 많은 편인 녀석들이 욕망에 부풀면 사나운 괴물이 되는건가. 그렇게 말하니 어쩐지 인간도 다를바 없다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고.
"...그러고 보면, 다림이는 사람들이랑 거의 다 존댓말로 대하는 느낌이네."
무심코 말했는데 행운, 이라고 하니까 그녀가 신경쓸만한 소재인 것 같아서. 나는 적당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진화가 잘 지낸다면 그걸로 된 일이겠지만. 이걸로 에미리도 아프란시아고, 지훈도 아프란시아고, 이걸로 진화 선배도 아프란시아가 되는 건가. 어쩐지 같은 학교 학생보다 아프란시아 학생을 더 많이 알고 지내는 것 같아 기분이 미묘해졌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지고 싶진 않았기에 이쪽은 대충 넘기기로 했다.
"그러면 계속 선배라고 부를게요. 그게 편하기도 하고..."
여태 계속 선배라고 부르다가 갑자기 '진화야. 나 왔어.' 같은 말을 하기에도 어색했고. 이렇게 고민도 해결됐으니 이제 공부를... 까지 생각하며 책 쪽으로 고개를 돌린 미나즈키는, 진화가 성학교로 전학을 갔다면 시험공부를 도와달라고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좌절했다.
"의뢰라고 해서 쉽지는 않지만요." 천천히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천천히 해서는 결코 안되는 것도 있지만. 의뢰가 후자라면 사람간의 관계는 전자일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다림은 예쁘장한 과일을 들어보고는 잘 어울린다는 말에 떨어뜨릴 뻔합니다. 얼굴에 살짝 홍조가 도는 게. 부끄러워하는 걸까요?
"그냥 받으셔도 상관은 없지만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안을 거두어들입니다. 그리고는 그렇다는 말을 하면서 쫓아내는 것을 보며 과일을 따냅니다.
"네. 아무래도 그게 편하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받으면서 화제를 천천히 돌립니다. 존댓말.. 그건 역시 힘들지 않습니다. 그저..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어릴 적부터 습관인 걸지도요..." 예외적인 몇...이었더라. 많지는 않았지만. 반말로 대한 사람은 있긴 했지만요? 라고 말하지만 지금 존재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벽련사계신공闢聯四季神功(SSS) - 아주 먼 과거 왕검조선이 건국되던 시대에 하늘에서 내려온 세 신선. 풍백과 운사, 우사가 스스로의 몸을 지키지 못하고 지배받던 인간들에게 내린.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단 중 하나. 포악하고 위협적인 계절의 힘을 육체에 쌓는 것으로 하늘과 땅을 잇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만든 신공이다. 오직 왕검조선의 제사장들에게만 전수되어 왔으며 완성한다면 하늘과 땅. 그 모두를 이을 수 있는 위대한 신선의 일각이 된다 평가받는 무공이다. 현재는 신 한국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모든 내공 기술은 벽련사계신공에 합쳐진다. 평범한 방법으론 숙련도를 올릴 수 없다. - 벽련사계신공 일본 강림闢聯四季神功 一本 降臨 : 자신보다 약한 적들에게 존재만으로도 강한 위압감을 주며 일정 단계 이하의 적인 경우 살의만으로 적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주위의 의념을 통제할 수 있으며 영향권 안에 놓여진 모든 적은 레벨이 15 감소하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 벽련사계신공 이본 춘입闢聯四季神功 二本 春入 : 생명이 깃들고 봄이 찾아오는 강대한 자연의 힘을 신체에 받아들인다.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에 면역이 되며 의념을 방출하는 것으로 본인과 상대의 생명을 치료할 수 있다. 자연지물을 스스로 피워내거나 잠재우는 것도 가능해지며 신선 급 이하의 상대에게 입선入仙으로 취급받게 된다. - 벽련사계신공 삼본 수하闢聯四季神功 三本 繡夏 : 모든 것을 불태우고 늘어지게 하는 강대한 자연의 힘을 신체에 받아들인다. 화火 속성 카테고리를 포함하는 공격에 대부분의 대미지를 흘리게 되며 감정 중 분노를 발현하는 것으로 주위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방출하게 된다. 거대한 의념을 불태워 일시적으로 주위 공간을 여름의 지배 하에 둘 수 있으며 이 공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신선 급의 상대들에게 초선初仙의 경지에 든 것으로 판정되며 선계의 입구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