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당장 놓으라는 영혼의 지시와 당장 도망치는 진화를 쫓으라는 뇌의 판단이 부딪쳤다. 이럴 때 사람은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법이라서, 그냥 책 놓고 쫓아가자 vs 책을 던져놓을 순 없다, 정중히 놓고 가자 <- 그럴 시간이 어딨냐! 라는 공방전이 먼저 뛰기 시작한 후에야 시작되고 말았고, 결국 나는 책을 들고 달렸다. 서점 문을 통과하는 순간, 삑- 하고 가디언칩 결제 메세지가 날아왔다. 가격이 얼마인지도 확인 안 해봤는데... 몰라! 일단 이 오해를 풀어야만 한다!
" 당장 도주를 멈추고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아니, 이게 아니잖아!
" 힘세고 강한 아침! "
이건 더 아니다! 일단 의념으로 신속을 강화하고 엄청 달린다─!! .dice 1 100. = 53
그대로 좀 더 장난을 쳐볼까 했지만 아까의 전화에서 목소리에 힘이 조금 없었던 것도 그렇고, 계속 장난쳐서 심기를 거스르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조금 퉁명스런 목소리로 누구냐며 나의 손을 풀고 고개를 돌렸다. 굳이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었기에 나는 반가움과 장난기 잔뜩 묻어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여어 백.춘.심. 잘 지냈냐?"
하고 그녀가 꺼려하는 본명을 하나 하나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오랜 친구를 만나듯 친근하게 인사했다. 이어 그녀의 머리를 헝크러트리듯 세어번 쓰다듬곤 한쪽 팔로 벤치의 등받이를 잡은 뒤 가볍게 뛰어넘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처음 만났을 땐 어쩐지 고독해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친해지고 나서 보면 굉장한 인맥이다. 외모나 매력과는 다른 신비한 분위기 같은게 있어서 그런걸까. 나는 조금 간탄하면서도, 너구리왕이 운영하는 카페의 음식은 어떤 메뉴에 어떤 맛이었는지 호기심에 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 한정판이라....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도 있으니, 어쩌면 오히려 그게 더 잘 나갈지도.
"하나밖에 없기는 한데. 교환해도 상관은 없어."
왜냐면 블루 레모네이드의 효과는 원리는 모르겠지만 은신과 기척을 지우는데 특화 되있다. 실로 유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만. 내 역할상 의뢰에 가서 쓸 상황이 얼마나 있을지는.....음, 그건 또 모르는 일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에게 외계인 제 음식 다른 목록을 말해줬다. 성별이 바뀌는 아이스크림, 어린 아이가 되는 케이크, 그리고 파인애플 피자. 이렇게 있네.
"그건 또 신기하네......그럼 사람은 먹어도 되는거야 이거?"
맛있어 보이는 과일 주제에 흥분제 작용이라도 하는건가. 메뉴로 정말 내놓아도 되는지 잠깐 의심하다가, 쉬는 시간에 문득 시선을 돌리면 반짝거리는 풀을 발견하는 것이다.
미안할 거 없으니까 도망치지마, 라는 외침에 순간 이성을 되찾고 잠깐 뛰는걸 망설인다. 생각해보니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돌아가서 얘기를 하면 확실히 뭔가 알 수 있는게 아닐....
"히에에엑 - !!"
뒤돌아보니 그녀는 살벌한 기색으로, 당장 도주를 멈추고 투항하면 목숨만을 살려주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봐온 만화 책에선 저런 말을 하고 살려주는 케이스는 한번도 없었다고 할까. 저런건 주로 악당의 대사이지 않은가. 그 무시무시한 기세를 본 나는 다시금 이성을 날려버리며, 묶어둔 머리가 찰랑거릴 정도로 열심히 뛰고 마는 것이다.
"....마, 맛이 갔어....!!"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치며 달려오는 비아를 보고, 나는 그녀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 잡히면 안된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그렇구나. 미나즈키는 나를 예의상 선배라고 불러줬던 것이 아니다. 진짜로 선배인 줄 알았던거지....그는 내가 현재 성학교로 전학왔으며, 2학년에 머물러 있단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맙소사. 한 때 후배였던 아이에게 이걸 스스로의 입으로 설명 해야된다니, 현실은 너무 잔혹하다. 그리고 뒤이어진 의문도, 같은 청월 학생이라면 마땅히 가질만한 의문이었을 것이다.
같은 청월이었다면 말이지. 아프란시아 고교는 청월보다 하교 시간이 2시간은 빠르다. 그래서 수업을 마친 뒤에 적당히 쉬다가 카페에 출근해도, 나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망해서 얼굴이 불탈 것 처럼 붉어졌지만, 상냥한 마음으로 챙겨주는 자존심 때문에 속이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미나즈키. 나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성학교로 전학 갔어."
그리고.....지금은 2학년이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선배도 아니야.....라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덧붙이며, 나는 고개를 떨궜다.
"아니요.. 사실 인맥이 넓은 편은 아니에요."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그게 깊은 관계를 보장하지 않으니 떠나가는 사람도 꽤 있다면서 말하고는 그래도.. 그러고 싶지 않은 분도 있고. 그게 시연 양이었지요.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묻는 것에 사과 케이크나 라즈베리 케이크의 맛을 말하면서 묘사를 기깔나게 합니다. 아삭하고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입을 씻어주는 객관적으로 매우 맛있는 케이크라고 말하면서 얼마나 맛있었으면 미식 스킬이 생기려고 했다니까요? 라는 농담성 말을 합니다.(*실제로 생김)
"그렇지만 역시 하나만 있는 걸 교환하는 건 조금 두렵네요.." 자신이 가진 3병은 스타후르츠 생과일 주스라면서 먹으면 하루정도는 매력이 조금 높아진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품 중에 신기하게도 마법소녀 복장...도 있다고 중얼거립니다. 그건 좀 부끄러웠던 걸까.
"글쎄요.. 몬스터에게는 너무 맛있어서 먹고싶다라는.. 정확하게는.. 욕망의 비대화로 인한 말로라고 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게이트 창작대회 같은 걸로 쓸까 하다가 내놓은 거라서 먹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함정적 요소였다나 뭐라나(대체)
"아 이게 맞네요." 분석 스킬을 써서 보너스라는 걸 알고는 조심스럽게 캐냅니다. 반짝거리는 투명한 유리 이파리같은 풀을 캐내고 다시 과일을 따야 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