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답을 듣고, 주양은 다시 놀란 듯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했는데도 저런 답이 돌아올줄은 몰랐는데. 평소와 다른, 조금은 이질적인 목소리에도. 차마 그 부분에 대해 무언가를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주양은 여기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중이었으니까.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된것만 같았다.
"아마... 그렇게 될... 지도. 뭐,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 그랬던 것처럼 금방 적응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여보가, 내가 적응하도록 좀 더 힘내주는 수밖에 없겠다. 그치?"
그냥 뚝 끊어진 채 더는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다시 꺼낼수 있게 해준것은, 그때처럼 생각하고 판단해보려는 마음이었다. 처음에 했던 것처럼. 자신은 또 한껏 휘둘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될 테니까. 당연하게도, 이것 또한 자신이 바꿔낸 다음 역극에 대한 모습의 반응이라는 생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또 다른 가면을 쓴 채. 자신을 내비치지 않았으니, 당신 역시 또 다른 가면을 쓴 채 허구의 극에 집중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것이, 자신이 조금 더 납득할수 있을테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볼을 꼬집히기 싫은 것인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모습에, 주양은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맙소사. 당신이 고개를 젓는 행동이 어리광이라는 것을 주양이 알지 못하니 망정이지, 만약 알았더라면 지금쯤 귀엽다며 진지함이고 뭐고 다 내다버린 채 당신을 한껏 쓰다듬고 괴롭힐지도 몰랐다.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윳음으로 끝마무리지은 뒤. 살짝은 짓궂음이 가신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적어도 내 마지막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게 되려나? 그래도 언제든 떠나도 괜찮.... 으니까.?"
슬쩍. 스치듯한 입맞춤이 지나가자 놀란 듯 눈에 띄게 몸을 움찔거리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더더욱 적응하기 힘든 모습.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 속내를 자신이 감히 헤아려볼수 없는 그 모습에 주양은 한참동안 벙찐 표정을 지은 채 서 있다가, 이윽고 제 볼을 살살 매만지면서 키득거렸다. 오늘따라 다른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아무리 뜬금없는 행동이라도, 그렇게 밉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스킨십을 받는 쪽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서일수도 있으며, 당신의 이 모습도 그저 장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응. 아니라고 생각해. 이거 아니야?"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말 끝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그저 그 편이 재미있을것 같아서- 라는 단순한 의미였다. 만약 여기서 조금 더 생각을 이어나갔다가는 정말 이런저런, 별에 별 이유를 구구절절 대며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되어있을 것 같았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서 마냥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놀러가고 싶어지는걸. 우리 여보가 가문 내에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까 전에 이야기한걸로 감을 잡기는 했지만~ 이렇게 들으니까 또 새로운 느낌이고 하네?"
"... 가문 내에서의 너는. 어떤 사람일까나~ 전부 알려주기 싫다면, 맛보기로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또 다시 입수한 지렁이젤리 20봉지를 들고, 행여나 늦을새라 얼른얼른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좋아. 적어도 이렇게 한다면 학생대표로써의 이미지 관리정도는 어느정도 잘 할수 있겠지. 나중에 그 점을 슬쩍슬쩍 이용해서, 너무 과하지 않은 탈선 정도는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가령, 되도 않는 이유를 들며 기숙사 점수를 1점씩 야금야금 깎는다거나. 꾀병과자 먹고 아프다고 뻥치면서 야간 순찰을 빠진다거나 하는.
"자~ 오늘도 지렁이젤리 20봉 배달입니다~!"
물론 그런 밑그림을 위해 총 180갈레온을 써버리는 바람에 지갑이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껏 했던 대로만 한다면 다시 금방 벌 수 있지 않을까.
높은 꼭대기에서 빗자루와 함께 뛰어내리면 된다. 너는 교수님의 조언에 "응!" 하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마친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방법을 써먹을 날이 올 것이다. 빗자루를 다섯 번 정도 태워먹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쓸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각설하고, 너는 세스트랄을 눈으로 훑는다. 피막이 달린 멋들어진 날개, 비쩍 마른 몸, 죽음 그 자체를 상징하듯 흉흉한 모습이지만 그만큼 경이롭다. 뺨이 발그레 물든다. 어느쪽이든 신비한 동물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너는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바라본다.
"후부키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가망 없는 환자도 꽤 많아요? 이노리는 그런 사람 많이 봤어요?" 어디서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텅 빈 눈이 잠시 왼팔을 붙잡는 모습을 보고는 이채를 띄운다. 뭔가 대단한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처럼.
"그리고 교수님도 보이잖아요?"
교수님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이다. 너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먹이를 바라본다. 세스트랄은 육식 동물인가보다! 너는 세스트랄을 한번, 교수님을 한번 쳐다본다.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너는 동의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말에게 물리면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너는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서 세스트랄 앞에 선다. 먹이를 굴려 펼친 손바닥 위에 올리고 보여준다.
1. MA신앙은 오로지 무기만 가지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그냥 신? MA? 재앙? 이런 정도입니다. Tmi지만 실제로 MA는 시트캐들에게 호의적(?) 이라서 위압감을 조절하고 있습니다만, 보통 모브캐나 NPC들에게는 짤없이 위압감과 악의를 드러내기 때문에 두 다리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없습니다.. :3 기절한다면 오히려 다행이고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기적이라고 칭할 정도로요:3
2. 기린궁은 실제 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계절감을 묘사하지 않았어요. 지금의 기린궁은 여름이네요!
3. 네 가능해요! 부적을 소모합니다! 이 부분도 무기가 알려줄 겁니다!! 조금 빡세게요;D
어김없이 평화로운 수업날. 다시 지금의 이 평화를 누리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으며, 개중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일도. 그리고 한껏 투지를 불태웠던 일도. 혼란이 함께했으나 더없이 즐거웠던 일도 있었다. 지금은 다시 평소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이 일상을 한껏 즐기는 것이 남았으니. 시간표를 간단히 훑어보며 주양은 고민했다.
"흐으음~ 뭐가 좋을까나. 역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 제일 낫기는 할텐데~"
차라리 자신의 몸이 7개로 분열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수업 하나씩 다 듣고 와서, 수업 정보를 그대로 담은 채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모든 수업을 다 들은 기분을 즐기고 싶다. 쓸데없이. 그리고 의외로 성실해보일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아는 게 곧 힘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고민할 수 밖에 없었지만.
".. 으으음~ 그래도. 초청 교수님이 얼마나 수업을 잘 하시는지 한번 감상해보고는 싶은데~"
더워서 한참 허덕이고 있는 청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지, 한참동안 그 뙤악볕 아래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청의 날개싸대기가 날아오자 정신을 차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평소 안 들어본것도, 한번 들을 가치는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주양은 살짝 키득거렸다. 왠지 저 분이라면 이 더위 속에서도 전혀 안 더울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교실 안도 시원한 공기가 맴도는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주양은, 찻잔으로 점을 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 찻잔으로 점을 치는 것도 있었던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평소 실습 위주로. 그러니까, 거의 예체능 특화 느낌으로 비행술을 집중적으로 듣기만 한 주양으로써는 지금의 이 분위기가 썩 색다르게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마치, 머글 학교에 늘 한둘씩 있는 운동부가 된 듯한 느낌으로 주양은 너무 앞도. 그렇다고 너무 뒤도 아닌 딱 중간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채 나누기도 전에 주양의 호기심과 흥미는 딱 지금 저 찻잔에 가서 꽂히고 말았다. 앉으면서도 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었다.
그러고 보니까, 저 설녀님은 이번 수업이 처음이었지. 지렁이 젤리 가져다달라고 한 것 외에는 학생들 앞에 자주 모습을 비추지 않았으니까 충분히 머뭇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양은 키득키득 웃었다.
"와~ 교수님, 저 질문 있어요~! 그러면 차 엄청 많이 마시면 더 많은 미래도 볼 수 있는건가요?"
굉장히 꿀맛 수업일것같다는 예감이 팍팍 들기 시작했다. 한번에 하나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차를 물 마시듯 마시면서 바라는 것을 다 떠올려가며 점을 친다면 자신은 분명 소문난 점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이런저런거 다 집어치우고, 무명의 점쟁이로 조용히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외로 쏠쏠한 돈벌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다시 그 꿈을 과장해서 점점 키워나가며 주양은 방긋 웃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이걸 마시고 엎어놓기만 하면 되는 거구나. 예상 와로 복잡하지 않은 방법에 주양은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헌데. 무엇을 떠올리면 좋을까. 찻잔이 조금 더 많았으면 이 모습이고 저 모습이고 다 떠올리면서 미친 스펀지마냥 찻잔을 죄다 비웠을테지만, 지금은 하나 뿐이니. ..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미래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나갈 생각이었기에 미리 확인한다면 뭔가 허탈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과연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시 탈들이 쳐들어올지를 알고 싶다고 상상하며, 주양은 찻잔을 깔끔히 비워내고 엎었다.
' 찻잔의 손잡이를 기준으로 찻잎의 위치가 왼쪽이면 과거의 일, 오른쪽이면 미래의 일입니다. 찻잎이 어떤 도형이냐에 따라서 길조와 흉조로 나뉘어져요. 별, 하트 같은 누가 봐도 좋은 모양이면, 길조. 단검, 부숴진 막대 같은 누가 봐도 불길한 모양은 흉조로 나뉩니다. 한 번 열어보세요. 그리고 모양을 확인해보세요. 단추나 개 모양이 나왔다면 절 부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