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쉴드를 쳐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나보다. 미안해요. 선배. 그녀는 후에 잔소리를 듣게 될 윤을 향해 속으로 사과했다. 조만간 같이 있게 되면 이쁜짓이라도 좀 해주자고 생각하면서.
윤이 자신에게 정체를 밝힌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골치아픈 듯 머리를 짚는 모습을 보고 괜히 눈치보는 시늉을 해본다. 시늉만 한 건, 그녀가 그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저 모습을 보여준게 저렇게 골치 아픈 일인가 싶었다. 마법사인 이상 기억 따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데.
그녀가 솔직하게 말을 털어놓은 뒤, 잠시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가만히, 라고 해도 손 안에 든 포크를 까딱이고 있었지만 딴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기에 제대로 듣고 제대로 생각했다. 생각하고, 말을 곱씹어보고서 그녀가 보인 태도는 건방지다고 보일 만큼 태연했다.
"글쎄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라던가, 그걸 알아버림으로써 제 인생이 바뀌어버릴 만큼 중대한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저 자신은 별로 안 바뀔거 같네요. 애초에 저는 샤오 씨나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 안 하구요."
그러니 당신들도 나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입장도 처지도 아니라 생각했고, 그들이 그 말을 들어줄 이유나 명분도 없었다. 그래도 학교 측과 그녀를 같은 무리로 엮는 건 좀 싫었다. 그녀에게 학교는 그저 배우는 곳이지 어떤 소속감도 일체감도 느끼지 못 하는 장소였다. 아, 지금은 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있긴 했지만.
"제가 샤오 씨나 그 사람을 마법부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쪽 편이 아닌 것처럼, 여기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정이라던가 없거든요. 학교에."
그가 탈을 가리키며 한 말에, 그녀가 했던 생각을 담아 대답을 돌려주고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때마침 나온 무알콜 맥주를 받아 몇모금을 마시자 쉬지 않고 떠들어 말랐던 목이 삭 풀린다. 그래도 알콜이 없어 2% 부족함을 느끼며 입맛을 다시곤, 저를 향한 시선을 똑같이 마주했다. 윤에 대한 대답을 들은 직후였다.
"제가 원하는 건, 그 사람이 온전히 제 사람이 되어줬으면 하는 거에요. 당장의 목표를 관두지 않아도 좋고, 평생 모습을 바꾸며 살아도 좋으니까, 언제 떠날지 몰라 불안하지 않게 해주길 원해요. 지금은."
말은 줄줄 늘어놓는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잠시 손을 들어 매만지는 귀끝이 붉다. 그걸 보이고 싶지 않은지 머리카락으로 슬그머니 귀를 가려놓고 표정을 태연한 척 유지한다. 약간은 어설픈 티가 났지만. 그대로 머리끝으로 손을 옮겨 만지작대다가 말을 덧붙인다.
"샤오 씨 눈에는 마냥 어린애의 치기 같겠지만,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품 넓은 꼭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방방 뛰어다닌다. 오늘 달은 예쁘고, 달이 뜬 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있으면 보름달이다. 달이 뜨면 문카프는 구애의 춤을 출 것이고, 너는 그 춤을 꼭 구경할 사람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문카프가 어디에 서식하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금지된 숲 입구 근처로 뛰어갔고, 목이 말라 맛없는 음료를 마셨다.
"문카프야! 문카프야-! 이노리랑 놀아요?"
그렇게 문카프를 찾아나선지 10분.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대실패다. 흥미를 금세 잃을 사람이기 때문이고, 네가 와락 달려와 무리에서 낙오된 문카프가 후다닥 도망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카프와 노는 대신 커다랗고 넓적해서 두 사람 정도는 앉을 수 있는 바위에 앉아 달을 봤다.
네 입이 뻐끔거린다. 연기가 퐁퐁 나온다. 장죽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쑥뜸 냄새가 난다. 발을 동동 구르던 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누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손님일까. 손님은 좋다. 손님이 오면 맛있는 닭죽과 히츠마부시를 먹는다. 내일 학원의 저녁으로 닭죽이 나오면 참 좋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너는 활짝 웃었다.
"샤오 씨는 제가 적대하길 바라는 것 같이 들리는데 기분 탓일까요? 뭐, 샤오 씨가 아닌 누군가 그걸 바란다고 해도, 전 제가 원하지 않는 걸 할 생각은 없어서요. 적개심이 안 드는 상대를 억지로 적으로 여기는 건 상대에게도 실례이지 않나 싶구요."
그녀에게 그들의 습격은 그저 헤프닝, 어쩌다 일어난 사단에 불과했다. 보고 있으면 나름 흥미롭고 윤이 거기에 있으니까 그녀도 거기 있는 것 뿐이었다. 그들을 공격하는 건 윤이 하지 말라 하지 않으니까 하는거고. 윤 이외의 누군가를 지켜본 적도, 다치는 것을 걱정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사레 들려 켁켁대던 그가 되물었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니까 교류하고 상대하는 것 뿐이에요. 그들은. 저나 그 사람한테 방해만 안 된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 관심없어요."
연이은 습격에서 누군가 죽을만치 공격당해도 한번 거들떠본게 전부였다. 졸업하면 다시 볼 일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그리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윤이 있는 지금은 더더욱 타인에게 내줄 여유 따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처럼 사레 들리지 않고 얌전히 남은 맥주를 마셨다. 야금야금 마시면서 그의 말을 듣다가 허튼 짓거리를 하려고 하면, 이라는 말에 작게 웃었다. 그것도 오히려 그녀가 부추기고 있다고 하면 혼나려나. 그건 싫으니까 조용히 있기로 한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조언을 머릿속에 넣어두곤 잔을 내려놓으며 되묻는다.
"뭐가 그렇게 질투나는지 한번 얘기나 해보고 싶긴 하네요. 이매탈이란 사람. 그런데 전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데요?"
그녀의 기억 속에 이매탈이라 불린 사람은 아직 없었다. 있는 줄도 몰랐고. 누군지 알려줄 수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며 그를 빤히 보다가, 옆에 있던 것을 들어 탁자에 올려놓고 그의 앞으로 밀어놓는다. 올 때부터 들고 있던 작은 주머니가 그것이었다.
"잊기 전에 드릴게요. 뭔지는 지금 확인하셔도 되고, 가서 확인하셔도 되요."
복주머니마냥 입구가 메인 그걸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에게 주겠다고 하곤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홀짝인다. 그녀의 손을 떠난 주머니에선 달고 고소한 향이 은근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향이 나는 것만 들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67 오늘 진단도 땡큐~~! 비설.. 비설 내용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 우와인거지! 궁금해서 안되겠어 잉주 애버노트는 내가 접수한다~! :D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사 표현하는것도 노리다워서 좋아 귀여워.. 흑흑 앞으로는 이야기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 습니다..... (0.25배 재생)
설녀에게 사다줄 지렁이젤리 값을 벌 겸, 주양은 다시 트롤을 두들기러 기숙사를 나섰다. 말을 듣지 않는 지팡이에 대한 뒤끝도 어느 정도 남아있기는 했다. 한두번 풀어버리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 뒤끝은 은근히 길게 남을것만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왔다 갔으려나. 그리고 그 강해보이는 트롤에 흠집은 났으려나. 어째 지난번 게가 출현했을때보다 더더욱 잡기 힘들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일단 최대한 열심히 두들겨볼 생각이었다. 혹시 알겠는가. 그 기세에 못 이겨 도망을 가줄지.
"안녕~ 무식한 근육뇌 친구!"
자신만만하게 트롤을 도발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번 모래 뿌리고 도망치는 그 방법이 아주 효과적으로 먹혀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불리해지면 그렇게 도망가야지. 지팡이를 트롤에게 겨누며, 주양은 씩 웃었다.
"원한은 없지만, 좀 맞자! 도망치거나 하는 건 반칙이야~?"
어지간히도 입이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트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다시 마법을 연달아 난사했다. 콘프링고. 인센디오. 그리고 블루벨 플레임.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주문을 쏟아붓고 튀는 건 이런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닌. 적어도 자신이 맞붙을수 있는 상대를 공격할 때 필수였다.. 고 주양은 생각했다.
착각 아닐까요, 교수님? 혜향 교수님의 말에 단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태도가 아닌 꽤 학생다운-얌전하고 차분한- 태도로 대답을 해보였다.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대체 내 어디를 보고 건 선생님이랑 같은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신걸까. 내가 그렇게 장난기가 많아보이나? 직접 물어보지 않는다면 영영 모를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혜향 교수님이 주문하는 모습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교직에서 내려가시게 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막이래. 정말로 사달라고 조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걱정 마세요. 교수님."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장난을 치며 단태는 찡긋 윙크를 해보였다. 자신은 농담이었지만 농담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저렇게 반응을 할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그런 것 치고는 능글맞게 넘어가는 꼴이 꽤 능숙해보인다. 탈에 대한 걸 보여준 이유가 단순한 장난일거라는 혜향 교수님의 말에, 주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 안어울릴 것 같은데.. 단순히 장난이라고 하기는 좀, 타이밍이 잘 맞잖아요? 제가 탈들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교수님의 말에 동의했겠지만요."
마시고 잊어버려라, 인가. 단태는 주문한 무알콜 칵테일이 나오자 바로 마시지 않고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대답을 마무리하고 헤죽, 웃으며 칵테일을 한모금 마시고 혜향 교수님을 바라봤다. 퍼프스캔?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암적색 눈동자가 데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언제 너, 혹은 이름만 불렀냐는 듯, 주단태는 평소 하던대로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낯간지러운 호칭을 입에 담으며 여전히 샐쭉하게 가늘게 뜬 붉은 암적색 눈동자로 서로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단짝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나는 너에게 잘못이라고 한 적이 없어."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낄낄거리며 터트리고는 단태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내저어보였다. 잘못이라고 누가 정하는 걸까. 선천적으로 이런 본성을 타고난 자신조차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꼭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한가. 이해자가 없어도, 이해자가 있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아니면 네가 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물음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웃음기 없는 건조하게 메마른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서로가 서로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 채 있어도 되지 않을까. 단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에게 살벌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차가운 양손이 날름 주양을 감싸서 끌어당겼다. 저항없이 끌려오는 몸을 붙들어서 안았다.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며 단태는 무슨 생각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대답에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것 같았다. 능청스러움없이 단태는 킥킥- 하고 웃었을 것이다. "글쎄-" 주양의 검지가 입술을 건드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단태가 그 검지를 이로 콱 물려 했다.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힘들텐데. 이제껏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게 빠를거야. 너는, 나한테 무슨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야?"
>>83 앗 뭐 뭐지 진짜로 노트가 가져와졌어..? 이게 바로 아씨오 마법인가..! (아니다) 모자이크 짱 많아 :0 무엇이 확실하고 현무는 무슨 이유를 택했으며 뭐가 행복한건지 나중에 독백이나 일상 기타등등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이 노트를 읽기 전용으로 바꿔버리고 잠가버릴 것이다 >:D!! (협박)() 한국인의 얼이 담긴 표정으로 보는 잉주가 귀엽지만 어쩔 수 없어! (눈 감아버리기)
알고도 당하는 스피어였다. 레오는 항상 싸움을 시작할때 몸을 날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았지만 그 만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몸을 날려서 어깨로 배를 찍어버리면 그 빠른 속도를 보고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일단 맞게 되면 치명타를 넣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몸을 날리는 기술이기 때문에 자신도 넘어지게 되고 일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띄고 자세를 잡고 일어나려던 레오는 잠깐 방심한 틈에 바닥에 깔리게 되었다.
" 커헉.. 이런 씨..! 풀어! 야 이거 풀어! 너 쳐죽여버린다 진짜!! "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이 꽤 컸다. 다행히 머리나 목이 아닌 등으로 충격을 흡수해서 큰 부상은 없었지만 몸 전체가 울리는 느낌에 레오는 두어번 정도 마른 기침을 뱉어냈다. 이대로 바닥에 등을 붙이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레오는 두 팔을 교차해 얼굴과 몸에 들어올 수 있는 후속타를 막기 위해 가드를 올렸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입은 살아있어서 쳐죽여버린다던가, 개밥으로 만들어준다던가 하는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물론 가만히 방어만 하던 것은 아니었다. 진짜 사냥꾼은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배웠으니까. 아무리 길거리 싸움이라도 잔뼈가 굵었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었기에 레오는 틈틈히 몸을 단련했다. 레오는 조금씩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바닥에 등을 기대고 누워있는 꼴이라 정타를 먹이긴 힘들었으니 이렇게라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항복 안하면 기절시킨다..! 자, 지옥문이다..! "
레오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두 다리 사이에 주양의 목을 끼우려했다. 그리고 한 두대를 맞더라도 머리를 잡아 아래로 누르면 목이 졸리게되고 꽤나 아플 것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날렵하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Hell's Gate, 지옥의 문. 레오는 자기가 개발한 기술을 그렇게 불렀다. 자신의 두 다리가 지옥의 문이 되어서 거기에 머리를 넣은 사람은 정말 지옥으로 끌려가게 될 테니까.
.dice 1 2. = 2
https://postimg.cc/dhqPSvjb ㄴ>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임당 :ㅇ!!
1. 모티브..풀라고 하시네요..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 들었던 노래는..🙄((유튜브 검색기록을 보고 와요..)) 토랸세, 붉은 구두(아카이 쿠츠, 동요), 이로하 노래, 십면상, marigold, 꿈의 도시 레헬른..등등이 있고.. 참고 영화는 미드소마((이 지옥같은 걸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벨에서 끝날 줄 알았던 지옥이라니..😬))
"여보야는 나한테 잘못이라고 한 적이 없지만~ 글쎄다? 난 나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데 한껏 빠져버려서 말이야. 그러니까, 너가 없다고 느껴도 결국엔 내가 그렇게 느끼기 마련인거지~"
킥킥거리면서 한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차라리 자신도 선천적으로 타고났더라면, 지금의 자신에게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을텐데. 이래저래 오락가락하며, 어쩔 땐 그나마 양심이 있는 사람처럼 굴다가도 또 어쩔 땐 자신을 한없이 악인으로 몰아가며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간다. 완전히 죽여놓은 성격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자신의 삶은, 어린 그 날의 기억 이후로 뒤틀려버린 채, 그보다 이전의 인간성을 버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크루시오를 맞고. 이를 악무느라 그 사이로 비져나온 피가 머금어진 타액을 도로 목구멍 너머로 삼켜버리는 기행을 저지를 때 이상으로, 속이 역겨웠다. 왜, 어째서, 지금의 자신은.
"맞아~ 그래서 내가 이해자따윈 없는 삶을 택한거기도 해. 있다고 한들, 뭐가 문제겠어? 지금껏 해온 것처럼, 나는 그저 나 하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 되니까."
혼잣말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하나하나 대답하는 것도 주양의 버릇 중 하나였다. 그렇게 안 한다면 마치 입속에 가시라도 돋아날 것 같았는지, 조금도 말을 아끼는 적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시비로 말머리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고, 혹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고 말도 많다며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있었다. 허나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이런 사람인걸. 대화하는걸 즐기며, 그 속에서 감정기복을 쫓는 사람인걸.
"... 어라. 아니었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니, 난 당연히 우리 단태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혼잣말에 대한 주양의 이야기였으니, 여기서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짐짓 놀란 듯 해보이는 것이다. 정말 자신을 이해할거란 믿음은 없었더라도. 한번씩 그렇게 행동에 변칙을 주게 된다면, 상대의 반응은 또 다른 식으로 보여지기 마련이었으니가. 지금껏 사람 여럿 도발하면서 아주 잘 깨닫게 된 하나의 리빙포인트였다. 검지를 물렸으나. 고통은 드러내지 않았다. 황홀경과 아드레날린은, 때로는 이런 소소한 고통 정도는 지위줄수 있을 만큼 효과가 뛰어난 법이었으니. 물린 손가락을 살짝 굽혀 아래턱에 걸치게 하며, 그 상태로 살짝 힘을 주어 당신의 머리를 제 쪽으로 당기고, 주양은 다시 비릿한 미소를 내걸었다.
"여보야. 나랑 말장난하는 건 아니지?"
자신은 당신의 질문을 스킵하고 다시 당신에게 질문을 주었으며, 그와 같은 과정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었다. 따지고 보면 주양이 먼저 시작한 말장난이었으나, 역시 그런것을 신경쓰며 감내하는 것은 제 성질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당신을 안은 다른 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거리를 좁혀지기 위해 힘을 더 주었다는것을 제외한다면. 당신의 암적색 눈동자를, 그 어떤 감정도 내배치지 않는 검은 눈동자로 한참 응시하던 주양은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 그렇게 이야기하면 결국엔 내가 생각해야겠네? 라고는 해도. 나는 그냥~ 지금처럼 대할 생각인데? 다정함은 조금 덜하겠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말이야. 왜냐하면 나는, 여보처럼 본모습을 숨긴다거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자. 이게 순수한 내 모습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양은 다시 경박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서야, 역겨움이 가신다. 자신은 늘 불친절했으며,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과거의 뒤틀림이 해명되니까. 꼭 그렇게 비틀리지 않았어도 이겨낼수 있었을지도 모를 현실 앞에서, 모든게 망가졌다고 주저앉아만 있던 제 무력함을 조금이나마 더 외면할 수 있었기에.
나무들 만큼이나 긴 풀들 사이로 혹여나 문카프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스베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숲의 외각을 따라 걸었다. 관찰하기 좋은 자리를 찾았을 때에 마침 모습을 보였던 문카프는 정말 잠깐 그 모습만을 보이고 다시 숲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새벽이 늦기 전까지는 찾고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달빛이 있는 밤이라 하더라도,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형상이 보이는 듯하는. 장소가 가져다주는 공포에 스베타의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여전히 문카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향한 곳에서 누군가의 인영을 볼 수 있었을까. 당신이 있는 바위 위에서 주황 불꽃이, 마치 여우불처럼 자신을 홀리듯 너울 거리는 것을 보았다. 누구일까.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스베타는, 당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보고서는 잠깐 그 걸음을 멈췄다. 지금까지 보았던 탈들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는 그저 자신의 오해였다. 당신의 옷에는 자신의 옷에도 달린, 익숙한 노리개가 있었다.
"... 아, 음. 놀려고 온 건 아니지만. 문카프를 보러 오긴 했어요."
관찰 일지를 써야 하거든요. 스베타는 잠깐 멍하니 있다, 당신의 물음에 그리 답하며 손에 쥐고 있던 양피지를 들어 당신에게 내보였다. 당신이 피우고 있는 그건 담배일까. 그렇다기엔 향은 아닌 것 같은데. 스베나는 물끄러미 시선을 당신의 손에 들린 장죽에 시선을 둔다.
".. 치. 이번엔 좀 했다 꼬맹이..? 그래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물론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언제나 주양의 악바리였다. 아무리 맞고 또 맞아서 맷집이 좋아진다고 한들 아예 안 아프게 다가올수는 없으니. 게다가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물리적 마법전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도 하고, 이래저래 사소하고 소소한 이유가 겹치고 겹쳐 한방 한방이 치명적으로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악과 깡다구를 버리면 자신이 주궁 사람이었겠는가. 피지컬도 받쳐주겠다, 지금은 그것들을 한껏 이용하기로 했다.
"어머나. 그게 지금 갑의 입장에 선 사람한테 부탁하는 태도야? 일단 예의범절부터 더 익히고 오시지! 뭐, 그렇다고 풀어달라는 말을 듣고 순순히 풀어주는 머저리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처음에 마법을 맞고,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살짝 불안불안했던 승기를 겨우 다시 잡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순순히 이것을 그냥 내어줄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그 어떤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한 순간. 모의전의 승패가. 더 나아가서는, 누구의 자존심이 꺾이고 꺾이지 않는지가 결정지어지게 된다. 그래도 역시 그렇게 느낀 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니. 자신에게 순순히 유효타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잘 안다. 당신의 도발에 일일히 새밥이라느니 부숴버린다느니 하며 맞받아치고 이래저래 위협하면서, 이 가드를 어떻게 풀까. 그리고 어떻게 허점을 파고들까를 한참 계산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만 더 판단이 느렸다면 이어지는 후속타를 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쳇.. 느려, 꼬맹이! 그런 속도로 닫히는 지옥문이라면 지금쯤 이 세상에 망자 수천억은 넘어왔겠다! 자. 너야말로 순순히 항복하시지 그래..?!"
전혀 아니다. 가까스로 피한 주제에 허세를 부리며 입을 터는 것일 뿐이었다. 아주 잠깐의 텀이 생긴 틈을 타 숨을 가다듬고는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미리 계산해두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기술을 난무하는 당신과의 싸움을, 길게 질질 끌어봐야 결국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게 될 뿐이라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과거에도 쓸데없이 재미를 위해 싸움을 질질 끌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윽고 판단을 마친 주양은 날쌔게 몸을 일으켰다. 포박을 풀어버리는 것은 어느정도 위험이 동반하는 일이지만, 일단 자신이 더 빨리 행동하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다. 당신의 민첩함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렇게 구는 건 정말 위험성 높은 도박이었지만. 주양은 이런 승패의 갈림길에서도 눈 앞의 도박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이런 내기와 도박에 진심으로 단단히 미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선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순순히 항복한다면..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은 없을거야! 난 보기보다 자비로운 사람이니까~ 물론. 선택은 너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고는 쉴 새 없이 빠른 몸동작으로, 당신이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가슴께를 발로 확 짓눌르려 했다. 너무 세게 밟았다가는 모의전이고 뭐고 자신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큰 상황이 오게 될지도 모르니, 적당히 상체에 힘을 못 줄 정도로만 체중을 살짝 실으려는 마음가짐으로. 물론, 그 사이에 빠져나올 틈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당신이 마냥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가능성을 두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사람 만나는 데 마음의 준비가 꽤 필요한 성격이라지만 그런 그에게도 호기심은 제법 있었다. 기숙사의 후원자라는 자격을 갖고도 그동안은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설녀가 학생들에게 직접 부탁을 한다니, 한 번쯤은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온 것이다. 그런 연유로 간신히 메꿔놓은 지출이 다시금 한도 내 최고조로 올랐다. 탈탈 털린 용돈이 파산 선언 직전의 상황으로 몰렸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이제 1갈레온 뿐이다……. 지출에 비례해 사온 과자의 양도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수중의 현금이 모자라 고작 2봉지 정도가 상한이었다. 지갑 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어쩐지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만 같아 그는 가만히 도리질을 했다. 심부름만 잘 하면 쉽게 벌 수 있다. 내일 다시 맨드레이크한테 노래 한 번만 더 불러주면……!
>>126 티미 고마워~~! 노래 들으면서 쓰.. 려 했는데 이로하노래 분위기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좀 더 무서워서 지금 불켜고 노래듣고있어 :D... 불 끄고 듣다가 까만 화면에 내 얼굴이라도 비치게 되면 나는 기절하고 말거야 (?) 영화들 이름이 굉장히 범상치 않은 건 기분탓이지 그치...? (먼산) 앗 그리고 벨이 준 선물..! 뭐지뭐지 추측하고 싶으니 힌트를 달라 :D!! (???)
이제 여기서 다리를 이렇게, 하고 생각했을때 보기좋게 파훼당했다. 레오는 순간 많은 당황을 해버렸다. 이 때까지 누구도 피한 적이 없는 신기술인데 처음으로 파훼당해버렸으니까. 망자 수천억이 넘어왔을거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야심차게 개발한 신기술이 한 번에 파훼당해버렸으니까. 레오는 '어, 어어,' 하고 멈칫멈칫하면서 그대로 포박을 풀어내도록 허락해버렸다. 그리고 주양이 일어선 것을 보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생각이 돌아왔다.
" 항복같은 소리하네! 아직 남은 기술이 백 개는 더 되거든! "
일어서기만 하면된다. 계속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 사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있었다. 일어선 상대방과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있는 자신. 누가 봐도 승패가 갈린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일어나기만 하면 되니까. 레오는 두 팔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 몸을 일으켰다.
" 아악..! "
도박이나 확률따위에 걸지않는 직진의 싸움이 레오가 싸우는 방식이었다. 확실한 방법과 기술로만 승부를 걸었고 불리하다면 자리를 피하며 유리할때만 싸우고 불리하다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오래 싸워온 주양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가 눈에 보였을지도 모르지. 만약 레오가 도박사의 기질이 있었다면 바닥에서 일어서지 않고 그대로 기어간다던가, 다리를 노린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공격했겠지만 아쉽게도 레오는 직선적인 싸움을 했기 때문에 넘어지면 일어서고 주먹이 닿으면 공격하고 다리다 닿으면 발로차는 직선적인 방식이었다.
" 이씨..! 놔!! 이거 놔!! 발 치워! 야! 너! 개밥으로 만들어버린다 진짜!! "
바닥에서 몇 번이고 버둥거리다가 조금 힘에 부치는지 헉헉 거리며 노려보다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께를 밟고있는 주양의 발목을 잡아 치우려고 했지만 바닥에 누워서는 힘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레오는 몇 번인가 더 헉헉거리며 발을 치우려고 한다던가 이리저리 버둥거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저항하다가 제 풀에 지쳐서 툭, 하고 팔을 떨어트렸다.
" 힘은 더럽게 세네 진짜.. 씨이.... "
아깝게 졌다. 이길 수 있었는데, 아깝게 졌다. 레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에 붙는다면 그 땐 진짜 쳐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아 - 하고 한숨을 쉬며 주양을 올려다보면서 레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졌다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해야지.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레오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작게 말했다.
>>1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럴때 보면 얄미워죽겠어 다이스.. (흐릿) 앗 괜찮아 나도 어제 쭈가 급발진해가지고 중간에 텀이 좀 오래 걸렸던게 있으니까! 그 기분 이해해.. 분명 땃태는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게 아닌데 지멋대로 오해하고 막 몰아붙이더라 서가놈.. :D
원래 어떤 풀이든 태운다고 좋은 연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쑥은 조금 달랐다. 매캐하고 어딘가 익숙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가면 속의 텅 빈 눈을 감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넓은 숲, 집 안, 다다미 깔린 방, 하얀 머리를 쪽진 엄마와 엎어져 누운 손님이다. 엄마는 손님의 등 위에 꼭 뭔가를 올려주었다. 아빠가 알려준 쑥뜸이었다. 그건 딱 이런 냄새가 났다. 자주 맡으면 잠이 솔솔 오지만 너는 건강해지는 기분이 이런거냐며 깔깔 웃곤 했다. 사소한 것에도 기분이 좋아져 웃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너는 눈을 뜨고 고개를 기울였다. 방울이 짤랑짤랑 소리를 낸다.
"놀랐어? 안녕, 예쁜 아침!"
지금은 밤이다. 너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리를 한 번 교차하듯 구르고 장죽을 입에 물었다가 뗐다. 연기를 후 뱉자 허공에 둥실둥실 떠오른다. 최근 들어 가면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저번 수업 때는 아파서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있느라 몰랐는데, 가면 쓴 악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알고 있다. 매구가 뭐야? 하고 묻자 다들 너를 미친 사람처럼 봐서 어떤 인상착의인지는 모른다.
너는 악인일까?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한다. 아니다. 너는 그저 순수한 어린아이다. 꽃과 들판, 별과 달, 해와 구름, 동물과 사람을 사랑하던. 너는 자욱한 연기를 손으로 한번 훑어 흘려보내곤 양피지를 봤다.
"아- 문카프! 친구 못했어- 그렇지만 문카프는 이미 멀리 도망갔어요? 다들 겁쟁이야. 트롤이 쿵쿵대니까 멀리멀리 도망갔어요? 트롤— 나빠라."
신나서 뛰어다니느라 도망친 것도 있지만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너는 그런 걸 알 리가 없는 사람이다. 너는 장죽을 입가에 가져다대다 납작하고 반질반질한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면서 맑게 웃었다. "너는 이거 궁금해요?"
"이거 쑥. 처음엔 다들 혼냈는데 내용물을 보고 감 선생님도 허락해줬어— 피워볼래요?"
놀랍게도 초면부터 흡연을 권유하는 건 네 의지가 아니다. 너는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131 원래는 이로하 노래(보컬로이드 버전)를 가져오려고 했는데요..가사가요...🙄 가사가요...이이이..😬 영화는...저는..그 영화들을 보면서요....울고... 싶었답니다..매일 스불재를 자초해요..🙄🙄🙄🙄🙄🙄 선물중 하나는 장죽이고, 다른 하나는 ■■■...지직...지지직..■..■■...■■■...
"나는 자기가 스스로를 그렇게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말이야. 어째서 그러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눈을 깜빡이면서 단태는 주양의 말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든,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절대로. 그렇기 때문에 단태는 주양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스스로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생각의 흐름이었다.
혼잣말에 대한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단태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어느각도로 보면 뱀처럼 교활해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마치 억지로 붙들려있는 짐승처럼 난폭하게도 보이는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똑바로 대답하는 주양에게 향한다. 이해자라는 것이 필요한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주단태는 이해자라는 포지션이 필요없는 가문의 규칙이었다. 주씨 가문의 본성과 천성을 가로지르는 유일무일한 규칙.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아. 이해할 필요없는 위치니까." 규칙이기 때문에 자신은 주씨 가문의 가주가 될 사람이었다. 날 때부터 관계의 우위에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대해 단태는 담담하게 대꾸하며 샐쭉, 하니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머리를 끌어당기는 행동에 고개가 슬쩍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서주양, 너야말로 나랑 뭐하자는 건데?"
주양을 안고 있던 단태의 양팔이 떨어지고, 대신 단태는 양손으로 단짝의 얼굴을 감싸서 끌어당겼다. 더 좁혀질 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술이 백개는 더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비록 진중한 상황이었으나 주양은 혀를 내둘렀다. 맙소사. 역시 일부러 질질 끌어가지 않은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 아주 비약적인 확률이 자신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게 되었을 때. 주양은 아주 조금이나마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치워달라고 치워준다면 내가 개밥이지 사람 하고 있겠냐?! 자. 순순히 항복하라고~ 우리 꼬맹이가 이렇게 된 이상. 아까처럼 표범으로 변하지 않고서야 날 이길수는 없을테니까!"
제 마지막 승부수가 먹혀들었다. 그것을 확신한 이상 행동에 더는 거리낄것이 없었다. 이제부터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으니까. 그저 이렇게 일어선채로, 발목이 치워지지 않도록. 그리고 몸을 일으킬 수 없으면서도, 너무 과한 압박이 주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다리에 들어가는 힘만 조절하면서 버티고 있으면 되는 일이니. 이것보다 이겨내기 힘든 고통도 악바리로 이겨냈는데 그것보다 더 간단한 것 정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 내가 말했지? 우리 꼬맹이는~ 아직 날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고."
허나. 이 승부에는 딱 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이 숨어 있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아마 승부의 결과가 지금과는 다르게 날 지도 몰랐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저 자신이 우월한 척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주양 자신도 짐작하고 있었다. 당신. 표범의 모습을 풀고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나올 때, 윗옷을 거꾸로 입고 있었으니까. 이런 걸 의도하고 알려주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결국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것에 대해서는 조금 놀라울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실력보다도 자신의 운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 만약 계속 마법으로만 몰아붙였다면 분명 다른 값이 도출되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양은 팔짱을 낀 채 당신을 내려다보며 키득거리고 웃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결과는 자신에게 보기 좋게 돌아갔으니까. 들릴듯 말듯 한 자그만한 항복 선언을 들으며, 주양은 순순히 가슴께에 올려둔 제 발을 치워주었다.
".. 꼬맹이. 이제서야 말하는건데~ 너, 옷 뒤집어 입었어. 설마 했는데 싸움 붙을때도 눈치채지 못했던거야? 이래서 너는 나한테 못 비빈다니까~"
그러고는 꽤 오만방자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조금 더 룰에 연연하는 사람이고, 정정당당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번 결과는 무효로 하겠다면서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자신은 그렇게 아량이 넓지 않다. 오히려 쫌생이에 가까웠지. 다른것보다도 제 자존심이 걸린 일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원래도 옷을 뒤집어입은 사실은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지금으로써는 이야기해도 별 상관 없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경쓰길 바랄게~? ... 자. 일어나~ 아무리 칠칠맞고 덤벙대는 꼬맹이라도 옷은 제대로 입고 가야할 거 아니야~"
과정은 조금 티격태격했을지 몰라도. 그리고 얍삽이에 능한 자신이라도. 그냥 한번 싸우고 안 볼 사이가 아닌, 평생 싸워댈지도 모를 사이인 숙적에게 계속 인성질만 할 자신이 아니었기에. 주양은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하면서, 지금의 이 여유를 더 즐기며 내가 승자다 하는 당당함을 양껏 내비쳐야 상대가 더더욱 투지에 불타 다음에는 제대로 복수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직접 본 설녀는 생각보다도 어린 얼굴에 말간 눈동자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아이였다. 그렇지만 설녀의 실제 나이가 얼마인지는 모르니 함부로 아이 취급은 않기로 했다. 택영은 여느 때와 같이 꾸벅 인사부터 하고 차분한 걸음으로 다가가 설녀에게 젤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용건이 끝나자 미묘한 정적이 눈밭에 깔렸다. 그가 느끼기에는 어색한, 타인의 기준으로 보기엔 쟤가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분위기가.
……그, 인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그러고보니 말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면 좀 늦게라도 인사를 해야 되나? 하지만 설녀가 학생들과 말 섞는 걸 싫어해서 그동안 피해다녔던 거면 어쩌려고. 짧은 시간동안 불필요할 정도로 다단한 고뇌에 찬 눈빛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뒤늦게 상황을 수습하기에도 이제는 타이밍이 너무 늦어버렸단 것만은 그도 알겠다. 그리하여 고른 타협안은 바로.
"아, 안녕히계시소!"
도망이다. 목소리만은 우렁차게 인사하고서 그는 후다닥, 그러나 겉으로는 침착한 모양새로 자리를 떴다. 걸음을 걸으면서도 머릿속은 내적인 비명으로 가득찼다. 또 쪽팔리게 부끄럽어 하기나 하고……!
>>138 가사가... 안 나오는 거였으려나..? :0 이로하 노래 가사 찾아봤는데 뭔가 가사 자체는 괜찮은 느낌인데..! (덜덜)(?)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불재 자초하는 잉주 쓰담쓰담이야..! 캐릭터 설정을 위해 울고싶은 기분 꾹 참고 영회 참조하는 잉주 대단해 나는 그러라면 못할거같아 :D.. 앗 뭐지 갑자기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어..?! 이렇게 된 이상 막 던진다! 테마리! ()
>>140 답레 길이는 괜찮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모든게 쭈가 먼저 시작하고 자초한 일이니.. 쭈를 매우 치면 되겠다..!
"아잉.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냥 몰아붙이는 거래도? 어째서냐고 물어본다면~ 이 편이 나를 더더욱 짜릿하게 만들어주거든. 그러면서 나는 나쁜 년이라는 인식이 박혀야만 하는거야~"
그래야. 그때 사촌동생의 죽음 앞에서 독하게 먹었던 그 마음가짐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목 너머로 나오지 않을 공허한 울림이 속에서 한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 형체도 없이 흩어지게 되었다. 어쩌면 극단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허나, 주양 자신이 느끼기에는. 그 방법이 지극히 정상적이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주양 자신은 얌전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으니까. 그 어떤 지지대도 없이 제멋대로 기이한 형태를 띈 채 비틀려져 자란 거목이, 뒤늦게 무언가를 덧댄다고 한들 다시 곧은 줄기를 뻗어나가게 되지는 않으니까. 가문의 어른들은. 그저 내전 이후의 일을 덮어내는 데만 급급했다. 자신만을 신경쓰며, 영영 홀로 남겨진 자그마한 생명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생각의 여운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주양은 떠오르는 이미지를 다시 지워냈다. 이러니저러니 하더라도 결국 자신이 나쁜 마음을 먹었으며, 졸업 후의 의도는 불순함 그 자체이며, 어쩌면 돌이키지 못할 선택지로 손을 뻗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테니까. 과거가 불행했다고 한들, 그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일은 없다. 세상은 늘 그렇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해할 필요 없는 위치라는 말에 주양은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높은 사람인줄 몰랐는걸~ 하고. 약간의 도발이 느껴지는 한 마디를 내뱉고서. 주양은 다시 눈꼬리를 휘었다.
"뭐하자는 거긴. 난 그저 너한테 지금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을 뿐이야? 요구는, 나도 까발릴만한 게 딱히 없어서 다시 되물었고, 그 되물음을 너가 다시 나한테 돌려준거잖아. 안 그래?"
지금처럼 구는 게 싫으면. 또 거짓된 가면이라도 덮어쓰고 너를 대해줄까? 이젠 좁혀질대로 좁혀진 거리에서. 주양은 나지막하게 당신의 귀에 속삭이며 잔망스럽게 웃었다. 지금의 이 상황도, 굉장히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멀리서 본다면 그저 쟤들 또 저러네 하고 말 뿐인,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었을테니. 그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오가는 이 대화는 전혀 그런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든 것이, 그저 기분 좋고 완벽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치고박아봐야~ 결국에는 무의미한 감정 소모뿐일 테니까, 이야기주제를 살짝 비틀어볼까? 만약 내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여보는 어떻게 나올 셈이야?"
남의 정보만을. 그리고 남의 진실만을 탐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순순히 자신의 정보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듯이, 주양은 유연하게 이 상황을 회피하려 했다. 자신은 당신에게 어떤 모습을 내비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그저. 지금의 이 모습으로 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평소대로의 자신일 뿐이지 커다란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같은 주제를 계속 되풀이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에 불과한 일이었으니,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처음처럼 아무 일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게 되려나? 아니라면.. 다신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한 채. 영영 서로를 적대하게 되려나."
그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는 듯, 주양은 이기적인 미소만을 지은 채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
>>169 울다가 사감님한테 달려가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뭔가 가엽고 그런데 사감쌤한테 우다다 달려가는거 진짜 너무 귀엽고 내 심장에 유해하다... 왜 감 사감님이 인간 귀여워!! 를 연발하게 되었는지 알것 같기도 해... (????) 앟 볼냠 이모티콘이 바뀌었다..! 근데 엄청 귀엽다 :D!! 히히 하루에 한번씩 볼냠하러 찾아올테니까.. 내일까지 볼 재생시켜두는게 좋을거야~! () 라쇼몽..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진짜 완전 짱 고전영화였구나 이거..? 줄거리랑 결말은 오우.. (동공지진)(혼란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하는)
롸???? ?왜 벌써 1시 넘었지???? 이미지가 없어서 직접 캡쳐하러 들어갔다가 웹툰 정주행을 해버렸더니 시간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밝히려고 했었던 tmi는~~~ 이거다! 설택영이의 외형 모티브...라고 해야 하나?? 캐디에 영향을 준 캐릭터가 따로 있어. 네이버 웹툰 <합격시켜주세용>의 '바리'라는 캐릭터인데, 짤에 있는 캐가 바로 그 친구! 웹툰 보는 동안 흑장발 포니테일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나도 흑발생머리포니테일남캐 만들래!<< 하고 대략적인 외형 설정을 짠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살이 붙어 지금의 택영이가 됐네. 지금 시점에서는 헤어스타일이랑, 성격에 아주 약-간 비슷한 데가 있다는 것 빼고는 닮은 점은 별로 없지만 말이야. 풀고 보니까 진짜로 tmi구나!!!!!!! 아무튼 그렇다!!!! 웹툰도 재밌으니까 말 나온 김에 추천한다!!!!!
>>174 핫하 내가 쓰러진건 사실 지금의 볼냠을 위해서였다!! 방심하다니 아직 무르구나 첼주~!!! :D (와락 일어나서 신속하게 볼냠!!)()
>>1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재밌는 웹툰은 그냥 캡쳐만 하고 나오기는 애매하지~! :) 티미 아주 땡큐야 땡큐~! 헉 확실히 혹할만했어 역시 장발은 진리이고 묶은머리도 진리입니다 흐흑.. 아무래도 닮은점이 너무 겹치면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의 꼉이 개성도 좋으니까 닮은점 별로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 오케이.. 웹툰 추천도 잘 받았다~!
단태는 주양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곱씹는 것처럼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방향을 틀어 고개를 숙여보이며 "모르겠어."하고 무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게 선비탈 앞에서 보였던 것과 흡사하다못해 똑같았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건지, 설명을 듣지 못한 감정에 대해 이해하기는 턱없이 힘들었다. 나쁘다라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이길래?
"나빠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뿐이라면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굉장히 효율이 없다고 생각해. 누군가에게 나쁜 이미지가 되고 싶다면 그런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
권력과 중심을 잡고 있는 이가 주는 공포와 이유없는 행동의 결과는 어떤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공포에 의해 학습되어버렸다고는 해도 그 방법이 누군가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기는 간단하고 명료한 방식일텐데 왜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건지 단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 방식이었다. 물론 자신의 방식또한 주양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높은 사람인줄 몰랐다는 주양의 말에 단태는 여전히 눈을 샐쭉하게 뜬 채로 입술을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장난을 싫어해. 서주양." 나지막한 속삭임에 대한 주단태의 답이었다. 패트로누스 수업에서 불러냈던 짐승이 어금니를 드러내며 소리없는 으르렁거리는 것과 흡사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포장지를 벗겨본다면 평소와는 달랐지만 누구도 자신과 주양의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볼 일은 없을테니 들킬 염려는 없었다. 이어지는 말들을 들으며 단태는 버릇인 것처럼 암적색 눈을 다른 곳으로 잠깐 돌렸다. 하지만 단태의 행동은 그것과 달랐다. 주양의 뺨을 감싸서 끌어당겼던 차가운 손 중 하나는 주양의 어깨에 얹어지고 다른 손은 목 뒤를 감싸서 고정했을 것이다.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에서 고압적인 태도가 엿보였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일거면 그 입은 다무는 게 좋을거야."
강제로 다물게 해버리기 전에. 누구도 먼저 물러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단태는 주양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맞대고 중얼거리다가 히죽- 웃으며 건조하게 속삭였다.
모르겠다는 당신의 이야기에, 주양은 그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선비탈의 감정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한 것과, 지금 자신의 모습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주양이 느끼기에 각자 다른 개념이었으니까. 전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감정인데 그걸? 하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의 이 경우는 주양 자신이 의도적으로 감추고 가린 사실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이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할거라는 생각이었다. 저금, 자신이 더 감성적이고 친절했다면 왜 이러는지 과거를 들춰 보여줬을 테지만 주양은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당장도, 그 의문을 해명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평생 걸어갈 평행선에 대한 환희와 희열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으음~ 그치만. 내가 너네들한테 진심으로 나쁜 짓을 해버릴수도 없잖아? 적어도 졸업하기 전까진, 이런 소소한 시비나 털던 정나미 뚝 떨어지는 나쁜년으로 기억되는게 딱 적당하고 좋아~"
탈처럼 막나갔다간 미래의 계획을 채 이루기도 전에 아즈카반에나 갇혀버릴 것이었으며, 산제물을 바쳐 MA를 불러들이는 것은 너무 규모가 커지고 만다. 그 외에 다른 위험한 마법들을 이용하는 것 역시, 쓸데없이 일을 키우고 마는 것이니 썩 와닿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아직 자신에게는 권력도 무엇도 없었으니. 무조건 누군가를 희생시키거나 제 손으로 끝끝내 피를 본다는 이런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나아갈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 대한 대답이 YES로 돌아올 리 만무했고.
"아이 참.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리고 나한테 원하는 건 생각해본적도 없고 답이 나오지 않을테니 선택을 다시 나한테나 넘겨주고. 우리 여보도 나 못지 않게 불친절하구나?"
나한테 너무 많은 생각의 기로를 던져주는건 내가 정말 꺼려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양 역시 마냥 미소지을 뿐이었다. 이런 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자신도 그 정도의 값어치가 될만한 정보를 던져줘야 한다는 것일까? 조금은 꽉 막혔던. 아니, 의도적으로 꽉 막아두었던 머릿속을 조금 풀어내기로 했다. 그 어떤 양보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지금. 더 나아가봐야, 그 끝은 참담할테니.
이윽고 주양은 다시 히죽거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고압적인 그 태도 앞에서도. 자신은 쉽사리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직, 자신을 더더욱 몰아붙여주길 갈망하고 있었다. 역시 그 편이 조금 더 재미있게 돌아갈 가능성이 컸으니까. 강제로 다물게 해버린다는, 살벌한 이야기가 들려올 때는. 한차례 경박스럽게 웃어재끼며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우리 여보야랑 계속 한결같은 사이를 유지하면서 노닥거렸을지도 모르겠네? 짜릿하고 아찔해. 너. 우리 청 대신~ 내 내기에 한번 걸려볼 생각 없어? 응?"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신난듯한 모습을 내비치며, 처음 했던 것보다 더더욱 웃기지도 않는 허튼 소리로 대꾸하는 것은, 충분히 고의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강제로 다물게 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한번 그렇게 해 보라는. 도발적인 의미 역시 담겨있었다. 그렇게 한껏 내달리는 감정 기복 속에서 아찔함을 느끼며. 서로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 이 상황이. 마냥 한결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도 하면서. 주양은 다시 어깨를 으쓱였다.
".. 뭐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겠네~ 너가 모르겠다고 했던, 내가 나 스스로를 한없이 몰아붙이던 멍청한 이유라도 들려줘야. 그래야 너가 날 잡아먹으려 들지 않을거야?"
>>192 부끄러움이 많은 땃쥐는 더욱 깊게 숨어버리고 맙니다(????) 맞아 그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 뭐라고 지칭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말했는데 이걸 받아주면 택영주를 볼빨묵할 수 밖에 없잖어:) ((볼빨묵)) 그그그그래, 그런거지? 변질된 유교가 아니라 오리지날 유교인거지....? 꼰대 집합솤ㅋㅋㅋㅋㅋㅋㅋㅋㅋ앟..((맞말이라서 그저 박수를 친다))
한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악 그렇게 큰 이미지로 띄우지 말라..! (도망침)()
>>185 흑장발 받고 나는 장발이라면 누구든 맛있어하는 그런 사람.. 색깔이 어떻든 상관없어 삐까뻔쩍해도 투톤이라도 시크릿투톤이라도 다 좋아 히히히.. () K-전통! 나도 이용.. 하고 싶었는데 쭈주라는 사람 전통 잘 못 녹여낼 가능성이 굉장히 큰 그런 사람이라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지 :D...
>>190 으하하핫 어장의 볼냠러인 내가 못 먹을 볼따구는 없다~!! 좋아 목표 달성했으니까 빠르게!! 도주!! 뜯어먹히기 전에..!! (전속력으로 도망침)(성층권 밖으로 점프)(????)
>>199 헉 그 그런가...! 랄까 그게 그냥 올렸다면 진짜 얘 왜이러나 싶을 만큼의.. 그런 급발진이라 :D.. 절대 짱친이야기 들은 땃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어 억울한건 아니다 그냥 그렇다구..! () 앟 그정도라니 중립기어 풀어진 땃태도 보고싶고..? (??????) 화이팅이야 화이팅~~
>>194 앗 나도 그걸 한 데 묶어서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몰라... 그러니까 하ㅍ으아아악 이런 기습 볼빨묵이라니이이이익(호로록) 예스!!!! 그러니까 안심해도 된다구~~~~ ㅋㅋㅋㅋㅋ그리고 꼰대 집합소...ㅎㅎ...ㅎ.....(현실을 봄.... 안봄...)
>>195 우아아아악 안돼!!!!! 안돼!!!!!!!!!!!(뱉음)(?)
>>197 긴머리의 맛을 안다니 역시 쭈주는 취향도 잘알이라니까!!!! 사실 나도 전통이라고 해도 그냥 프로필에서 이런 분위기다~라는 정도로만 쓰는 게 땡이고 자세히는 안 쓸 예정이지만 말이야 ^q^ 암튼!!! 그 대신 쭈주는 풍비박산 우당탕탕 주씨집안 묘사를 엄청나게 잘 했으니까 멋있다구~~~~ :3
으아아악..... 그리고 나는 이제 자러 갈게...... 다글 오늘 하루 힘내고 여름을 열심히 살아남자구....! 굿바이~~~!! :3
"하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잖아. -뭐, 졸업할 때까지 학원에서 시끄러워지기 싫어서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나라면 할 수 있는 걸 참고 있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중얼거림이었다. 눈썹 한쪽을 찡그리면서 중얼거리던 것을 멈췄다. 약을 먹은 뒤의 증세들은 완화될 뿐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었지만 단태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계기가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음 먹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주양이 말했던 나쁜 짓에 관련된 것이었다. 찡그려졌던 단태의 눈썹이 다시 평소대로 되돌아온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해봤자 네가 들어줄 일이 없을테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 네가 이해해. 나는 감정에 의거해서 이야기를 해봤자 납득은 커녕 이해를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나주 본가에서나 써먹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억센 억양이 비집고 나올 것 같아서 단태는 잠시 말을 중간에 끊어먹고 자신의 입안을 혀로 훑어낸 뒤에 끊었던 말을 이었다. 아주 짧은 침묵이여서 티도 나지 않았다. "나한테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하면 안되지. 내가 널 원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옷자락을 여미는 것처럼 단태는 예의 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문장을 덧붙히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능글맞은 것도 아닌 것이 꼭 머글 동화 속에 나오는 빨간망토를 향해 침대에 숨어서 이죽거리는 짐승이 지을 법한 섬찟한 웃음이었다.
"날 내기에 걸면, 그 상대의 숨을 끊어버려도 상관없는거겠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모르겠다고 일관하면서 무미건조하게 굴던 단태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보름의 광증과 비슷한, 하지만 어딘지 다른 분위기로 주양의 말에 대꾸하면서 목 뒤를 감싸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가 주양의 턱을 붙잡아서 예고 없이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접촉 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지만 단태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고개를 틀어서 주양에게 속삭였다.
"자기야. 나는 자기가 그렇게 과거에 목을 매는 사람인 걸 몰랐는데.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후회라도 하는 거라면 관두는 게 좋아. 난 그런 이야기에 흥미없어."
>>2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근 생으로 씹어먹어도 맛있을거야 아마..? 실제로 씹어먹어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면 헉 오 옴마나 하면서 당근을 살살 흔들었겠지만~ 아슬아슬하게 틀었으니까 패스다~! :D 아니 왜 한번 더 깨려고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ㅜ 일단 후딱 이어야겠다..!
>>212 원래 그런 접촉은....상대에게 의건을 물어야하는 게 옳...기는 하지만 친구 사이니까(??) 트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틀었지. 체엣, 당근을 살살 흔들었다면 그렇게 썼어야했는데(쭈주:나가) 앟 천천히 줘:P 아마 이번 답레를 받으면...내가 기력이 다해서 잡담 기력밖에 없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o<-< ((껌땃쥐))
"하지 말아야할 이유는 없지만~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참을줄도 알아야지. 그때 이용할 수단이, 규격 이상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자신이 참고 넘어가는 것은 다양했다. 선비탈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반박하며 나선 금지된 저주 마법이나, 이후 배운 만큼 써먹어볼 예정인 규격 외의 화염마법인 핀드파이어와 프로테고 디아볼리카. 그리고 이미 한번 들었던, 잊을 수 없는 달콤한 제안까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초면인 사이라도 상관없는 산제물 서른을 바치기만 한다면 그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는 그것의 제안을. 주양 자신은 반박하거나 부정하지 않은 채 받아들였다. 허나, 그 대상이 적어도 이곳이. 그리고 이곳의 사람들이 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이젠 그 생각마저 무엇을 위해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지도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가. 아니면 그저 자신 하나의 안위를 위한 보험인가.
"어머나~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적어도 원하는게 있기는 했던 모양이네? .. 아하핫.. 이해하라니. 이미 너도 우리의 사이에 대해 잘 알면서. 우린 서로서로 이해하지 못할거야. 지금까지도 그랬고~ .. 아마 앞으로도 계속?"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감고 히죽거리던 주양은 곧 들려오는 말을 듣고 눈을 떴다. 조금. 놀랐다는 느낌을 담아 당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게 멀이 끝날 때까지 당신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던 주양은 다시 웃어대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렇게 치고 들어올줄은 몰랐는데? 이게 또 이렇게 될 줄이야. 역시 이래서, 어디로 튈 지 모를. 종잡을수 없는 사람은 참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흥미. 그리고 더 큰 재미. 오직 그것만을 느끼며, 웃음을 가라앉힌 채 당신을 바라보았다.
"음흠~ 날 당황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아주 잘했어! 꽤 놀라운걸? 설마 다른것도 아니고 나를 요구받는 경우의 수가 나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여보야가 그러지 않을거라는 건 잘 아니까. 그치?"
미소를 걸친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평소대로의 역극이었다면 모를까. 진실된 모습으로나마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역시 역극에서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을 조금 더 확실하게 구분짓기 위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땐 순수한 이해자인 척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될 필요가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그런 표정만을 내비치며.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마냥 주체할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역극과 지금의 이 경계가. 애매모호해질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단태~ 잘 들어? 내기는 내가 하는거야. 내기에 걸린 내깃돈에게 행동할 권리는 없어. ... 뭐. 그렇지만~ 그렇게 돌아가는 상황도 조금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는걸? 항상 가만히 있는 내깃돈만 보는 것보단. 감정 기복에 충실한 내깃돈이 더 좋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받아치는 와중에 드는 한 가지 의문점은. 자신의 도발이 생각보다 물렁물렁했나 하는 것이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평소에도 생각 없이 내뱉던 말과 늘상 하던 도발을 목적으로 던진 이야기였고, 내기 관련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요령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허나 그것을 느끼면서도 이미 자신은 어느정도의 흥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남을 내깃돈으로 걸 생각이었냐면, 조금은 애매모호하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더 하기로 한 채. 하마터면 접촉 사고가 일어날뻔한 이 상황에 조금 놀란 것이었는지 목이 살짝 뻣뻣해졌다. 허나 그뿐이었다.
"여보야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쓰기는 했지만~ 그 말들을 해야할건 어째 나인 것 같은데? 이것도 싫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말장난으로 치부할 생각이라면.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거야?"
어째 그 질문조차도 다시 원점을 반복하는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 루프물. 이라는 것이 실존한다면 대강 이런 느낌인걸까. 원하는 결과가 단 하나라도 도출될때까지,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계속 되풀이하며 한없이 맴도는 것이. 답답한 기분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은 정말 이 상황에서 무엇을 쥐어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뿐이었다. 이윽고. 비탄에 잠긴 한숨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 내가 일부러 과거를 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을 뿐이니까 당연한 일이지. 후회는 아니지만~ 우리 여보가 관심 없어할만한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지는 않은걸?"
과거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단지, 미련과 원망. 그리고 증오만이 한데 뒤섞여 기형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과거에 미련이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정한 나아갈 길 조차, 과거의 자신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고만 있었으니까. 그때 입력해둔 정보 외에는 그 무엇도 계산 범위 내에 없었다. 그러니, 당신이 자신을 과거에 목을 매는 사람으로 보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기도 했다.
>>2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침없이 접촉하지만 친구사이에 지킬 선은 지켜나가는 땃태.. 그리고 그렇게 이끌어간 땃주.. 아주 칭찬해! :D 아앟 맙소사 당근 살살 흔들줄 알았으면 진짜 그렇게 되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굉장히 몹시 당황하면서 정색하다가 의문 가졌다가 하는 고장난 쭈를 볼 수 있었을것..! (?)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늦기도 했으니까~! 히히 껌땃쥐.. 잡아먹는다.. 볼냠한다...! (볼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것저것 쭈의 수다타임(?)같은 느낌으로 쓰다 보면 그렇게 된다 :D!! 응응 오케이~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나머지는 내일 이어보자구! 아무말 대잔치도 좋겠지만 제대로 이어가는것도 재미있는 법이니까 :)
아니 그리고 쳇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앟 쭈의 정색을 감당할 수 있다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맞다...! 뭔가 좀 이야기를 이어가보려고 했으나 내가 예상한것보다 쭈가 훨씬 불친절하고 이기적이라서.. 흑흑 (눈물닦)()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 아무것도 안 한 이유는 지금을 위해서였지! 자 순순히 내 영양분이 되어라~~ (쮸와아아아아아아압)
이것저것 수다타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흑흑흑 요즘 난 땃태의 심리가 너무너무 어려운데 쭈주는 대단하구나(??) 오케이내일 최대한 틈틈히 써줄게:D
((아니 그냥 쳇일 뿐인데 왜요 므요))쭈의 정색...🙄땃태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오너가 상처받을테니(농담이다) 하지 않는 쪽으로 해야겠다. 아무리 합의가 된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지:P 갑작스러운 말이었는데 답해줘서 고마워XD ((기력이 쪽 빨려서 종이조각이 되어버림)) 쭈주 용서못해...땃!
그나마 예전에 때렸을때보단 마법이 더욱 잘 통하는 듯 싶었다. 그래봐야 결과적으로는 잠깐 따끔하고 말 뿐인. 사람으로 치자면 모기가 와서 몇방 물고 날아간 정도의. 좋게 봐줘야 쐐기벌레에 스친 정도의 타격이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트롤은 아직 건재했으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빠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주양은 다시 모래를 한 웅큼 가득 쥐고 트롤에게 뿌렸다.
"자~ 넌 이미 한번 당했을테지만 또 당해주길 바래! 그래야 내가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거든~!"
그 다음 과정은, 당연하게도 기숙사로 냅다 내달리는 것이다. 이런 치고빠지기도 능수능란해져야 이득을 보기 쉬운 법이니까, 이번 기회에 한껏 익혀두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담 잇고 답레 쓰고 하다보니까 퀘스트 완료하는것도 깜빡 잊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 좋아 수다타임이지 거의 아무말대잔치 느낌이랄까? 흑흑 대단한건 아니야 지금 중립고삐 놓으면 수다타임이고 뭐고 미쳐 날뛰는 시뻘갱이()를 볼 수 있을거라구.. 좋아좋아~! :)
(따지는 땃주도 귀여워)(쳇 한것도 귀여워)(그러나까 또 볼냠)(????) 사실 정색에 대해서는.. 고장남 반응에 포함해뒀던 말이라서 만약 진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렇게 했었을거야 :) 땃주가 상처받는건 아니라 다행이다 만약 상처받으면 쭈를 저 멀리 패대기치려고 했는데~! (순순히 바닥에 쭈 내려놓기)(?????) 아앟 고맙긴! 실제로 일어났으면 재밌을것 같을 모먼트라 대답했을 뿐인걸~ :D 후후후 종이조각이 된 땃주는.. 나를 이길 수 없을걸..? 어디한번 지금 볼냠하면 또 어떤 식감(?)일지 해봐야지 히히 (볼냠)
당신에 대한 첫인상은... 물끄러미 당신을 본다. 얼굴의 반을 가린 그 가면 때문일까, 어딘지 모르게 동양극의 한 인물 같다는 인상이었다. 매우 낯설었지만, 강렬하고 나쁘지 않았다. 뭐든... 평범하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물론 고작 이런 인상 따위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어진 당신의 말로 하여금 당황스러우니, 당신은 마치 수수께끼 같아서. 아무리 애써도 당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방울 소리가 생각을 끊는다. 하늘에 분명히 달이 뜬 밤이지만, 예쁜 아침이라는 당신의 인사를 두고서 스베타는 지적하는 대신, 웃는 당신을 따라서 조금만 입꼬리를 위로 휘어 냈다. 당신이 장죽을 입에서 떼어내자 다시 알싸한 연기가 허공에 퍼진다. 분명히 연초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여전히 무엇을 태우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신이 손으로 연기를 훑자, 연기는 공기 속으로 풀어지며 서서히 날아간다. 그 끝에서 희미하지만 마냥 탁하지 않은 향을 맡은 것 같기도 했다.
"트롤 때문에 다 도망갔군요."
스베타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줍음 많은 문카프들이 그리 겁을 먹고 도망쳤다면, 아무래도 오늘 밤 안에 관찰 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이었다. 이 숲을 또다시 찾아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통이 치밀어 관자놀이를 꾹 누르다가 당신의 손짓에 빈 옆자리를 채운다. 양피지와 깃펜은 바위 위에 조심스레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장죽에 관심을 두었던 것을 안 것일까. 스베타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내용물의 정체가 쑥이라는 것을 듣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떠냈다. 당신의 권유에는 고민하는 눈치로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제 민족성 때문에 술만큼 담배 또한 익숙하고, 관대하여 자주 보아왔지만. 직접 접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이 연초가 아닌 쑥이라 하여도.
"사양할게요. 대신.. 무슨 이유로 쑥을 피우는지 알려 줄 수 있나요? 맛이 특별하거나, 무언가 효능이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오늘도 일거리에 치였다. 할 일이 산더미다. 이런데도 학교니 뭐니 한다니, 말이 안 된다! 가문원들에게 맡기고 학업에 열중하라 했지만 그의 눈에 차지 않는 무능한 사람들이 많았다. 차라리 유능한 자신이 여기서 계속 일하는게 낫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 가문의 어른들은 극구 말렸지만 가정교사를 초빙해 붙이겠다는 말에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대신 그도 계약 조건을 붙였다. 일이 없는 날에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다들 그의 꾀에 속았다며 난리가 났다. 일이 없는 날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어르신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휴가를 줘버리겠다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히 그는 엿먹으란 식으로 남의 일을 뺏었다. 오늘도 그렇다. 수업 없이 일을 하는 날이다. 오늘의 손님도 뺏었다. 캐서린은 울면서 자기 일을 뺏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한번만 더 망발을 지껄이면 내 머글의 지팡이를 공수해올 줄 알게. 내놔." "싫어요! 안 돼! 그럼 제 사인은 두부손상이겠네요!! 머리가 날아간다면 염하기 제일 힘들겠어요!!" "오, 일에 찌들어서 당신 사인까지 예측하게 됐나봐요, 캐서린? 내가 보기엔 당신은 대퇴부 동맥 파열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의견도 없이 멋대로 사인을 정한다라?" "정정하죠. 가주님 눈을 봐선 총기난사로 인해서 벌집이 될 게 분명해요." "오, 그래. 오늘 한 번 실험해봐? 당장 엉클 잭을 불러와야겠어." "꺄악! 크리스틴! 살려줘요!" "알아서 살아남아요, 캐서린! 아니면 일을 떠맡기든가요!" "그렇지만 블랙번 가의 어르신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몰라요!!" "닥치고 일거리 내놔. 오늘 손님은 누구길래 이렇게 막아대?"
캐서린은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또래 아이요..."
"환멸이 나는군. 다 나가." "도움은 필요 없으세요?" "머글의 지팡이로 머리를 쏴버려야 내 말을 들을 겐가?" "아뇨..가요, 크리스틴." "아, 맞다." "네?" "부검은 했나?" "아뇨." "왜? 유가족이 원치 않았나?" "그것도 있지만 직접 보시면 아실 거예요." "독살은 아닌가보군." "네."
두 사람이 빠져나가자 발렌타인은 덮인 천을 휙 들췄다. 그리고 탄식했다. "끔찍하군."
참 끔찍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들어온 시체도 그렇지만 유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해야하는데, 가문 안에 들어온 유가족이 그의 또래였기 때문이다. 검은 한복을 입은 유가족은 울 힘도 없는지 허공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상자를 들고 유가족을 향해 다가갔다. 유품이다. 유가족은 상자를 받아들고 멀뚱멀뚱 그를 쳐다본다. 그는 유가족의 눈동자를 마주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건 유품일세. 잘 세탁해두었네. 자, 이제 보내주어야지." "내가 가져도 돼?" "자네가 아니면 가질 사람이 누가 있나?" "아니. 고마워." "혹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할 일이나 말이 있나?"
유가족은 한참을 망설인다. 검은 한복의 소맷단을 입가로 가져다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 "—?" "응. 필요해.." "…혹시 —도 필요한가?" "응, 난 이틀 뒤에 학교에 가서,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못 받아.." "안타깝군. 그래, 준비하는 동안 혼자 있게 해주지. 오래는 못 기다리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는 경우는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큰 사고는 흔치 않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는 유가족이 시신의 뺨을 쓸어주고 눈을 감겨주는 것을 흥미롭게 본다. 그는 눈을 감겨주지 않는 사람이다. 유가족에게 그 기회를 주는 것이 마지막 자비였다.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잔인한 행동이기도 했다. 현실을 마주하면 다들 오열하고 쉽게 눈을 감겨주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가족은 오하려 덤덤했다. 눈을 감겨주고 뺨을 몇번 쓸어주는게 끝이다. 제대로 된 슬픔을 표출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것이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면 과연 마냥 불쌍하다고만 생각 해야하나 고민했다. 유가족이 고인들의 곁에서 떨어지고 캐서린이 눈치껏 준비를 하자 지팡이를 들어 유가족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가 질문했다. "만족하나?"
"응." "그럼 차 한잔 합세. 대접하도록 하지." "작은 엄마가 허락하지 않을 건데." "글쎄? 내 마음에 들 기회는 흔치 않으니 영광이라 생각하겠지. 난동을 부려도 내 알아서 할테니 따라오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유가족에게 손을 뻗었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품을 그새 손가락에 끼고 그의 손을 잡았다. 색실반지가 흰 손가락에 꼭 맞았다. 그는 유가족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람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학교에 가지 않는게 후회가 들었다. 저렇게 재밌는 사람을 볼 수 없다니! 이건 좀 아깝다.
"그래, 자네 이름이 뭐지?" "후부키..이노리." "그래, 이노리. 자네를 위해 사람 없는 곳에서 차를 마셔야겠어. 달은 좋아하나?" "아주 좋아해." "그럼 정원으로 가지. 차는 어떤 걸 좋아하나?" "말차." "이런, 말차는 없는데." "홍차도 좋아해." "자네가 좋아하나?" "아니, 내가 좋아해." "고인이 이 모습을 영영 못 보니 참 아쉽게 됐군 그래."
양피지를 펼치고서 고개를 든다. 차갑게 맑은 밤하늘이 깊고, 그 끝을 모를 듯 넓게 펼쳐져 있다.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 본 밤하늘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구름의 형태는, 저 별의 반짝임에는. 자신이 읽지 못하는 어떠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걸까. 깃 펜을 들어, 점멸하는 별의 내용을 양피지에 적기 시작하며. 그 메시지를 전하는 이가 누구일지 문득, 스베타는 궁금해졌다.
너는 좋은 사람이라 판단했다. 지적하지 않고 같이 미소를 지어줬기 때문이다. 네게 동조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생각하는게 네 장점이었다. 그만큼 너는 솔직했다. "너 좋은 사람이에요." 하고 대뜸 말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선인으로 단정짓고는 쾌활하게 답했다. "응. 도망갔어요? 그렇지만 걱정 마. 곧 보름달이니까, 예쁜 춤을 추러 올 거예요?"
보름달이 뜨면 구애의 춤을 출 것이다. 네 기준이서는 아주 좋은 일이다. 흔한 것을 기술하기 보다 구애의 춤을 적어내는 것이 더 멋지기 때문이다. 문카프 대신 사람을 관찰하듯 손님에게로 시선이 꽂힌다. 관자놀이를 누르는 모습을 따라하듯 한 손을 들어 관자놀이 주변을 더듬는다. 방울이 손가락에 채여 딸랑거렸다.
"이유? 좋은 사람인 너는 그게 궁금한 것이어요?"
너는 장죽을 내려다본다. 쑥의 맛은 특별하지 않다. 연기가 독하고 오래 갈 뿐이지 다를 것이 없다. 가면 속의 공허한 눈을 감고 너는 다시 그날을 떠올린다. 봄결 햇살 만연한 숲, 문 앞을 서성이던 히포그리프가 쑥뜸 냄새에 코를 찡그리고 저 멀리 날아가던 단란한 하루.
"효능? 이노리 아는 건 쑥이 유령 쫓는 것밖에 없어요."
순전히 유령을 놀려주기 위해 피울 때도 있었다. 삶에 미련이 남은 존재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면 질투가 났기 때문이다. 너는 날지 못하고,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데 그들은 빗자루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네 입장에선 부럽고, 심통이 났다. 하지만 그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집에선 늘 쑥 냄새가 났어- 집에 가고 싶은데 기숙사 점수도 없어요..그래서야. 맵지만 집 냄새가 나-"
너는 학교 냄새는 싫다고 투덜거린다. 추억 위에 새 추억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두 개나 있는건 싫다. 마법약 냄새가 배기라도 하는 날엔 집요정에게 떼를 썼다. 너는 고개를 기울인다. 손님의 노리개가 금색이다.
그녀는 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잠자코 잔을 비웠다. 그녀를 포함한 학교의 인원들이 방해가 되는데도 이 상황을 방관한다는 건 윤 나름의 생각이 있을거라 여겼으니까.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을 굳이 지금 머리 싸맬 이유는 없다. 그러니 무언으로 흘려보내다가, 키득이며 하는 말에 눈을 깜빡였다. 동시에 또,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래저래, 꽤나 깊게 들어와있었네요."
그녀도 만났고 학생들 대부분도 만났다면 후보자는 소수로 좁혀진다. 그러나 그 중에서 누구 하나를 특정할 생각은 없다. 이매탈이 누구든 상관없었다. 공격한다면 맞대응할 뿐이고 질투한다면 더 보란듯이 굴어줄거다. 자기만이 충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연적으로라도 취급할 필요가 있겠는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주머니를 챙기자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건은 끝났으니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자기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며, 이 이상은 윤에게 확인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싱긋 웃었다.
"묻는다고 순순히 알려줄 것 같진 않지만, 한번 물어나볼게요. 그럼 다음에, 또 뵈요. 샤오 씨."
그렇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다가 아차, 한 듯 멈춰서 주머니를 가리킨다.
"그거, 샤오 씨 입에 맞으면 드시고 아니면 버니 선배나 멜리스 씨 주세요. 같이 들어있는 건 꼭 좀 전해주시고,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적에게 안부라니, 싶지만 그녀는 전에 말했듯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한차례 더 종알거린 후에야 이제 정말 용건은 끝이라는 듯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주막을 나간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길로 몸을 틀었다.
어차피, 목적은 이뤘으니까.
빈 손으로 가볍게 걸어가는 그녀의 얼굴엔 드물게도 즐거운 웃음이 피어있었다.
//이걸로 막레 할게~~ 수고했어 캡틴! 참고로 주머니 안에 든건 월병 한 꾸러미랑 멜리스의 태피스트리 조각이야!
할미탈은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안에 들어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 월병이네요.
' ........ '
그는 말 없이 월병을 들어서 입에 물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곧이어, 그는 비릿한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 왔어!? '
비명을 지르는 소년과 그 뒤에서 키득키득 웃는 갓을 쓴 청년의 말에 할미탈이 그 둘의 사이를 가로막듯 섰습니다. 비명을 연신 지르던 소년은 최대한 힘을 짜내서, 할미탈의 바짓단을 붙잡았습니다. 불결한 손으로 자신을 만지는 손길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내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더 이상 월병을 먹을 기분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쉽네요, 오랜만에 먹는 고향의 과자였는데.
' 어쩐 일이야? 결벽증이 있는 할미탈이 더러운 손으로 자신을 만져도 내치지 않는 건 또 처음보네? ' ' ..... 주인님의 신분이 되어주는 아이니까. 굳이 갇혀있던 걸 왜 꺼낸 건데? '
그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던 양반탈이 물었습니다. 변화가 생긴 걸까, 싶었던 것입니다. 눈 앞의 누추한 아이를 만질 생각은 없었던 듯 할미탈은 백정탈에게 턱짓을 했습니다. 백정탈은 순순히 아이를 데리고 안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 넌, 네 과거를 지울 거면 제대로 지워. 이걸 받았으니까. ' ' ! 야, 그거...!! '
태피스트리 조각. 자신의 얼굴 쪽에 붉게 새겨진, 천인공노할 죄인이라는 단어에 양반탈이 미간을 확 찌푸렸습니다.
' 그리고 초랭아. ' ' 엉? ' ' *크루시오 ' ' 씨X!!!!!!!!!! '
*용서받지 못할 저주. 고문용으로 쓰이며, 죽이지는 않으나 굉장한 고통을 주는 주문이다.
자신의 바짓단을 더럽히게 한 원인을 제공했던 초랭이탈을 향해, 할미탈은 용서 받지 못할 저주를 날렸습니다. 곧이어, 초랭이탈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어떤 대답을 주고받더라도 변화가 없던 단태의 섬찟하리만치 침침하게 가라앉아있던 붉은 암적색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호기심이었다. "규격이상의 수단?" 하고 물음을 던지는 목소리는 여전히 느물거렸지만 능청스러운 기색은 없는 상태였다.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곧 가라앉았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그런 사이에 의미는 있는건가.
"이해하라는 말은 권유라던가 제의는 아니었어."
그 사실이 맞았기 때문에 단태는 담담히 그렇게 중얼거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주양의 시선을 말끄러미 응시하다가 피식, 하고 짤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꼭 놀란 것 같은 눈빛이여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웃었을 것이다. 주양의 이어지는 말에, 단태는 그 낄낄거리는 웃음이 잦아드는 얼굴로 암적색 눈동자를 깜빡였을 뿐이다. 팔짱을 끼고 눈을 깜빡이고 어깨를 으쓱여보인다.
"왜, 아닐거라고 생각해? 지금 보여주는 모습에 대해서도 짐작만 했을 뿐이지 확신하지는 못했잖아?"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대답을 주로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불편하고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대답을 자주 해보였다. 지금도 그런 식의 대답이었다. 당연하게도 주양의 말이 맞기는 했지만 말이다. 대화와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체 하고 있던 상황과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끊어지고는 있어도 나름 대화가 잘 이어지고 있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단태가 주양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내기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갈 이유는 없었지만 대화는 몇번이고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거리를 진지하게 대화에 끼워서 나누고 있는 이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아야했다. 아니 사실은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먼저 납득이 안된다는 말을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자신도, 그녀도. 장난인지 진심이었는지 모를 행동을 해보인 뒤에 단태는 뻣뻣하게 굳어 있는 주양의 목뒤를 잡은 손으로 가볍게 눌러준 뒤 손을 떼어내고, 걸음을 뒤로 물려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관심은 없지만 탈들과 만났을 때 네가 쓰던 마법들이 유난히 불과 관련되어 있다는 건 관심있게 보고 있어."
여전히 주단태가 던지는 말은 평범한 대화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있었다. 영 엉뚱한 소리를 하던 단태는 잠시 주양을 바라보고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너무 길지 않다면, 들어줄 수는 있어." 하는 대답을 내놓은 단태는 산책을 계속하자는 것처럼 주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물음을 던지는 당신을 보며 주양의 눈매가 슬쩍 가늘어졌다. 처음부터 이런 쪽의 이야기를 던지면서 반응을 조금 끌어볼걸 그랬나. 막연하게 선택지만 던지거나 선택할 기회를 다시 당신에게 패스했던 방금 전에 비해서 꽤 그럴싸한 반응이었기에,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역시 자신은 이런 쪽에 대해선 꽤 불친절하기 마련이었다.
"뭐. 딱히 별것 없을지도 몰라~? 단지. 짧게는 탈들이 흔히 읊어대는 저주 마법부터~ 여보야가 상상한 것 이상의 무언가의 도움까지 포함된다는 것 정도야. 운 좋게도 나는 그 방법을 직접 전달받았을 뿐이고~ 그 방법을 지금 써먹었다간 탈 이상의 공공의 적이 될게 분명하고."
전달받은 방법이라는 것은 후자의 이야기였다. 저주 마법 정도야, 주양이 느끼기에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느꼈으니까. 그저, 이곳의 모두는. 그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은 채 아직도 남아있었다. 학교 내에서. 무해함을 지켜야하는 이 곳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아즈카반에 가버릴테고, 이곳 사람들이 하루살이마냥 오늘만 살고 죽는 게 아니라 각자의 미래 계획이 있을테니까. 당장 자신도 미래의 계획을 향해 안전하게 졸업하는 것을 최우선하고 있었으니, 남들이야 안 그러겠냐는 마음이었다. 어떻게 보자면 융통성 있는 모습이지만, 결국 그 모습도 자기 자신이 느낀 생각이 최초 근원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즉.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기적인 마인드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굴 것은 없었다. 당신의 말대로. 그 어떤 뜻도 담기지 않은, 늘 자신이 쓰던것과 같은 느낌의 말이었을테니. 당장 자신도 그 어떤 이해나 납득을 바라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양해 바란다느니, 너가 이해하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자주 쓰기 마련이었으니. 그렇기에 더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슬쩍 눈웃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 별 의미 없은 농담이었을 텐데. 내가 너무 단호했지? 하는 느낌으로. 이윽고, 당신의 웃음이 잦아들자 주양은 짤막하게 웃음을 흘렸다.
"가끔은 그런 도박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 내 방식대로 이야기하는 걸 조금 줄이자면, 내가 널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짐작하기만 할 뿐이야. 그리고 나는, 그 짐작을 진짜라고 생각해버리는 일이 잦았기도 하고~"
남에게 혹시? 하는 기대를 품는것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이 그렇게 멋대로 단정짓고 밀어붙이는 편이 더 익숙했다. 나중에 자신이 억측으로 밀어붙이던 사실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애매하게 둘러댈 수 있으며, 괜한 기대를 품지 않고 남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어렸을 적 품었던 하나의 어긋남은, 이미 성장해 다른 형태로 변질된 것도 있었지만, 가끔은 그때 처음으로 명명했던 의미를 한껏 담은 채 남아있기도 하였다.
".... 오호라. 적어도 그 모습이, 여보야의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뭐 그런 느낌이려나? 관찰력이 꽤 뛰어난걸~ 뭐. 그건 직계 사람들의 영향을 받은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언젠가는 싹 밀어버릴 놈들이지만, 어렸을 적에 그들의 사상과 방침에 어느정도 물들어버린 건 맞기도 하고.
자신이 뒤틀리지 않고 한 없이 맑았던 먼 과거부터, 뒤틀리고 말았을 시점.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면 자신이 마법사로써 재능을 붙일 일도, 이 학원에 입학했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제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하는 마음 속 울림이 있었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장나기 전의 핵심 내용을 배제한. 가문원들끼리의 싸움 이후에 느낀 것을 풀어냈을 뿐이다. 이윽고 주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당신이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뭐, 길진 않을거야~ 과거에 내가 아끼던 사촌동생이. 직계랑 방계의 싸움으로 영영 못 볼 사람이 되었거든. 그때 내가 직계를 싹 다 내 앞에 꿇려버리겠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분명 그 과정 중에선 피바람이 불겠지? 과거가 불행해도 결국 남의 피를 내 손에 묻혀야 하니까. 그래서 난 나쁜 년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동시에 더 악독하게 굴려고 했던거고~"
이제야 조금.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민들레마냥 노란 머릿결이 참 고왔던 그 아이. 아직도 잊지 못할 그 아이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그때 그 죽음 앞에서 가졌던 자신의 다짐과 미래의 계획. 자신이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천조각을 덕지덕지 엮어붙인 모양의 싼티나는 조각보와도 같은 모습이었을 테지만, 주양은 그 조각보 하나만을 가지고 여기까지 넘어왔던 것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품어도. 그리고 중간에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도, 그 어긋남을 바꾸려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누구도 바로잡지 않았으니, 그저 자신이 믿는 것만이 진실이고 참인 것이라고 느낀 채.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남들한테 과거에 대한 미련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해도~ 속으로는 엄청나게 미련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이야기 끝!"
과연 그 사실이 미련이라고 할 수 있는지. 미련이라기보다는 그저 그때의 다짐을 망각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나, 주양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냥 위화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쓸데없이 경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며, 주양은 다시 방긋 웃었다. 당신이 자신에게 보여준 것에 비해, 너무 많은것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받았던 것일테다.
두어번을 더 버둥거리고 나서야 레오는 체력이 소진되었음을 깨달았다. 평소보다 더 격하게 싸운 것도 있고 동물로 변신했던것들이 체력을 더 빼먹은 것이다. 정말 지쳤는지 레오는 가만히 누워서 주양의 발목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만 있었다. 어쩌면 치우고 싶어도 자신이 치우지 못하게 막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꼭. 발을 치우고 나서야 레오는 두 어번정도 마른기침을 뱉고 후-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 진짜 힘만 더럽게 세네.. 너 잘났다! 이거나 먹어! "
그리곤 가운데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어차피 규칙따위는 없는 싸움이었다. 이것도 허용되고, 저것도 허용되는 그런 싸움. 딱 하나의 규칙이라면 먼저 쓰러트리는 쪽이 이긴다는 것. 있는 규칙에 충실하면서 싸웠기 때문에 후회는 남지 않는다. 오랜만에 땀을 빼서 오히려 개운한 느낌. 뒤이어 레오는 옷을 거꾸로 입었다는 말에 또다시 얼굴이 확 붉어졌다.
" ..알고 있었으면 알려줬어야지!! 이 싸움은 무효야! 무효! 옷도 거꾸로 입어서 목도 졸리고 숨도 막히고 그러니까 힘도 제대로 안나오고 방심하게 되고 또..또... 아무튼 무효야! 이 치사한 개밥아!! "
어쩐지 목이 졸린다 싶었고 어쩐지 옷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내밀어주는 손이니까 잡긴 해야겠지. 레오는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곤 더러운 것을 만지기라도 한 것 처럼 으으- 하고 손을 탁탁 털었다. 옷 거꾸로 입었다고 했지. 레오는 고개를 내려 옷을 확인하곤 정말 거꾸로 입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괜히 발을 구르면서 두 팔을 빼 옷 속으로 집어넣곤 천천히 옷을 돌려 입었다. 뭐라도 복수를 해야하는데. 뭐라도..
" 휴... 뭐. 끝난건 끝난거니까. 자. 악수. "
좋은 생각이 난 모양인지 레오는 이히히, 하고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좋은 생각이라면, 주양이 손을 잡는 순간 자신쪽으로 확 끌어당겨 무게중심을 잃게 만들고 그 틈에 끌어안아서 어디 한 군데를 물어버릴 생각이었다. 잠깐 물고 놓아준다면 꽤나 아플테니까 그 정도라면 소심한 복수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잘난거 맞지~ 강한건 옳은거고, 약한건 죄라고! .. 오호라, 마침 좀 달달한게 땡기던 참이었는데 말 잘했다. 이리 내! 엿이니까 분명 달달하겠지, 그치! 확 동강내버릴라 진짜."
별 시덥잖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받아치는 것이, 차라리 병동에서 했던 것처럼 양 팔을 이용해 초특급사이즈 엿을 날리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보이는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도 주양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보이는 듯 싶었다만.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이 고개를 숙일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을 세게 깨물어주고 싶었으나, 그러려면 자신이 자세를 한껏 낮추어야 하니까. 그 사이에 당신의 반격이라도 들어오면 자신은 끝나는것이다. 괜히 입맛을 다시면서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흥. 내가 그걸 알려줘야만 한다는 법도 없잖아?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무효래! 약한건 죄고, 모르는것도 죄야! 나 치사한거 이제 알았니?! .. 아니다. 꼬맹이가 원한다면~ 결과는 무효로 해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옷을 바꿔입고 싸워서 졌다는 덜렁이스러운 이미지까지 무효로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애초에 당신이 제안한 것이 결과에 대한 무효이기도 했으니, 그것만큼은 대인배처럼 그냥 넘어간다면 분명 훗날 자존심 싸움에서 더더욱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옷을 거꾸로 입은 것을 언급하고, 그때 다시 당신이 태클을 건다고 한들, 무효로 하기로 한 것은 결과만이었던 거 아니었느냐며 지금의 이 이야기를 인용해 잡아떼면 그만이었으니.
역시 기숙사에 가기 전까지 비밀로 하고 넘기는것보다, 지금 이 편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남들에게까지 당신을 놀릴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이것은 혼자 즐기고 가져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냥 속 모를 미소를 짓던 주양은, 당신의 악수 제의와 음흉한듯한 미소를 보고 살짝 멈칫했다. 보통. 이렇게 웃을 땐 꼭 무언가 있었다. 저택에서는 자신이 당신을 방까지 에스코트한다는 불리한 상황을 듣기 전 이 웃음을 보았으며, 오늘은 애니마구스로 변한 모습을 드러내기 전 이 웃음을 보았다. 그 외에도 자신이 데인 것은 이것저것 꽤 있었기에. 쉽사리 당신의 손을 잡지 못했다.
".. 멈춰. 스톱. 너, 손에 뭐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독침이라던가. 컬날같은 거에 투명화 마법 걸고 숨겨놓은건 아니지, 응? 주작님이 그랬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고..:"
신탁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만약 주작이 이 말을 들었다면 미간을 짚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주양의 극단적 마인드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평소 당신이 자신에게 행했던 것 이상의 위험 상황을 가정하며 당신의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콕콕 찔러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다음 순간에는,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을 뿐이었지만.
"근데= 생각해보니까 생각이 짧은 꼬맹이가 거기까지 가정하고 움직일 리는 없겠다. 자. 꼬맹이가 원하는대로, 악수야~"
물론 있는 그대로의 악수를 할 리가 만무했기에. 주양은 언제나의 양상대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하고 손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당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그냥 늘 그랬던대로 하려나보다 하는 허튼 마음가짐이었다.
이제는 말하는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어릴 적의 내 몸은 무르고 약했어. 아직 어리고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의 내 몸은 그 범주를 뛰어넘는 오류가 있었어.
그래. 오류.
그건 오류로 인해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 전신의 신경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끊어지고 이어지며 사지를 찢는 듯한 고통을 주고, 고통이 길어지면 이윽고 환청도 들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누군가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와. 몇분, 몇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들린 적도 있어. 한결같이 들리는 소리는 방심하면 내 의식을 어디론가 끌고갈 것만 같아서 두려웠지만 동시에 저 소리에 의식을 맡기면 편해질 것 같았어. 그 때 곁에 어머니가 없었다면 난 진작 소리에 이끌려서 사라졌었겠지.
어머니... 내 어머니는 다른 남매들이 있음에도 헌신적으로 나를 돌봐주셨어. 내가 온종일 고통과 환청에 시달릴 때는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시고, 조금씩 자라며 아프지 않은 날이 늘어나게 되자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어. 그러면서 글도 배우고 말도 배우고 한 거야. 그리고 여러가지 개념에 관한 것들도.
지금의 내가 별난 사람인 것처럼, 나를 비롯한 남매들의 어머니는 격이 다른 사람이셨어. 뭐가 어떻게 달랐냐면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좀 많이 특이하시다고 할까. 그게, 아직 열살도 채 안 된 나에게 삶과 죽음 같은 것들을 가르치셨거든. 그 외에도 철학적인 개념이나 논리 같은 것도. 꽤나 특이하시지? 그런 사람이 나와 남매들의 어머니야.
다른 건 아무래도 좋으니 삶과 죽음에 대해서 배우게 된 걸로 돌아가자. 계기는 우연히 다친 새 한마리를 주운 것이었어. 아마 여덟살 중간쯤 되었던 때인 거 같아.
그 날은 몸상태가 다른 날들에 비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마당에서 노는 걸 허락 받은 날이었어. 하늘은 높고 푸르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의 가장 좋은 날이었지. 나는 어머니가 입혀준 고운 원피스 차림으로 마당 풀밭에 앉아 클로버를 헤집으며 놀고 있었어. 말이 헤집기지 그냥 하나씩 뜯어서 앞치마에 올려놓는게 전부였지만.
그게 노는 건가 싶겠지만 그 부분은 넘어가주라. 당시의 나는 마당에라도 나갈 수 있다는게 진짜 너무 좋을 때였으니까.
검은 앞치마에 초록 클로버가 소복히 쌓일 쯤, 무언가 담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아, 담장이 아니라 정원수다. 무슨 나무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 잎이 푸른 나무들 중 한 그루 아래에 하얀 날개가 파닥거리고 있었어. 나는 앞치마에 모으던 클로버도 잊고 일어나 그 날개의 정체를 보러갔지. 날개의 정체는 하얀 새였어. 발 하나가 부러지고 날개가 이상하게 꺾여, 깃 일부가 붉게 물든 새.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퍼덕거리는 새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만 있는데, 언제 나왔는지 모를 어머니가 내 옆에 앉으며 말하셨어.
- 가여워라. 이대로면 곧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그러시는 거야.
- 리체는 이 새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당시 내가 새에 대해 아는 건 날개를 가졌고 하늘을 난다는 것 뿐이었어. 그래서 이 새가 다시 날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니까, 어머니는 말없이 다친 새를 앞치마로 감싸 들어올리셨어. 그리고 나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새를 치료하는 걸 보여주셨지. 마법이 아닌 약과 붕대로 손수 치료하시는 걸 말야. 그러자 새는 퍼덕대는 걸 멈추고 안정을 찾은 듯 얌전해져서, 나는 이 새가 다시 날 수 있느냐고 물었어.
- 다시 날 수 있을지 없을지, 리체가 직접 보면 되겠구나.
어머니의 대답에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러면 되나보다 했어. 그렇게 다친 새는 나을 때까지 우리 집에서 돌보게 되었고.
며칠인가 지나서 죽어버렸어. 다시 날아보지도 못 하고.
새의 목숨은 정원수에 맞아 떨어졌을 때 이미 틀렸었던 모양이야. 어머니는 분명 알면서 데려왔던 거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새를 넣어둔 보금자리에 가보니까 새의 몸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 그 며칠 사이 익숙해졌는지, 나를 보면 고개를 들고 쳐다보거나 걸어서 다가오거나 했었는데. 그 날은 내가 가까이 가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이상했어. 이상하다고 느껴서 손끝으로 살짝 만져본 새의 몸은 놀랄 만큼 낯선 감촉이었어.
처음으로 죽은 것을 접한 나는 이게 뭔지 몰라 당황했었던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하면서 어머니에게 가 이것저것 횡설수설했지. 새가 안 움직인다, 안 따뜻하다, 딱딱하다, 이상하다, 대강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면서 나를 데리고 새의 보금자리로 가셨어. 그리고 죽은 새를 보시곤, 그 한마디를 하셨지.
- 결국 죽었구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하신 말에 나는 왠지 모를 기분이 들어 어머니께 매달렸어. 어머니는 나를 안은 채 새의 시신을 수습해서, 집 뒤의 작은 숲으로 향하셨지. 숲 안 쪽, 유난히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나를 한쪽에 앉히고 직접 땅을 파 새의 시신을 묻으셨어. 고요하고 적막한 숲 속에서 말없이 움직이시는 모습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무서웠어.
모든 과정을 홀로 끝내신 어머니는 다시 날 안고 집으로 돌아와, 비어버린 새의 보금자리 옆에 앉아서 죽음이란게 무엇인지 얘기해주셨어. 당시의 내가 알아듣기에는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그거 하나는 알 수 있었어. 죽으면 더 이상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된다는 거. 그 사실만이 어린 내 머릿속에 깊게 남아, 그 날 밤 그렇게 말해버린 거야.
죽고 싶어요.
새의 죽음으로 나도 모르게 충격을 받았었는지, 평소보다 심하게 앓으며 허덕이는 중에 간신히 내뱉었던 걸로 기억해. 죽으면 더이상 아프지 않을테니까 죽고 싶다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그저 다독여주시기만 했어. 잠자코 내 증상이 가라앉길 기다리다가, 아픈게 덜해질 쯤 나를 안고 거실로 가서 하늘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내게 밤하늘을 보여주셨어. 무수한 별들이 흐린 내 시야로 인해 반짝이는 하늘을 보고 있으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지.
- 리체. 사랑하는 내 아이야. 내가 네 아픔을 덜어줄 순 없지만, 그렇다고 네가 죽음을 택하는 걸 그저 보기만 할 수도 없는 걸 용서하렴. - 널 가졌을 때, 내가 널 낳는 걸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아파하는 너도 없었겠지. 사실은 그랬어야 했는지도 몰라. 네가 이런 아이일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네 존재를 안 순간, 널 낳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 넌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가여웠기에, 내가 잘못되더라도 너는 꼭 세상에 내보내주고 싶었단다. 네가 이렇게 고통을 겪더라도, 네게 세상을 보여주고 너 역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
죽음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던 어린 내가 어머니의 그 말들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 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
- 리체, 네가 지금은 죽음으로 편해지고 싶을만큼 아프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이 고통이 끝나 너로 살 수 있는 때가 올 거란다. 그러니 조금만 더 견뎌주렴. 네 괴로움이 끝날 때까지 내가 네 곁을 지켜줄테니, 언젠가 네 발로 세상을 걸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주렴. - 이 세상엔 아직 네가 모르는 것들이 많단다. 네 눈으로 보지 못한 것들도 많고, 네가 만나야 할 사람도 아직 만나지 못 했단다. 그것들을, 그 누군가를 포기하지 말아다오. 너는 이렇게 아프기만 하려고 태어난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렴...
품 안의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잠에 빠져들어갔기에, 그 목소리가 갈수록 떨리고 있다는 걸 알지 못 했어. 이윽고 잠든 나를 안고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셨지. 밤이 지고, 하늘의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까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죽음을 입에 담은 그 날은 어머니가 나를 안타까워하며 우셨던 단 한 번의 날이기도 했어.
-
깊은 밤, 오래된 기억의 꿈은 그녀를 이전처럼 자다 깨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감긴 눈커풀 아래로 눈물 몇방울이 흘러내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눈을 뜬 뒤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한동안 베개를 적시고서야 겨우 멎었을 것이다.
혀까지 쭉 빼밀고 익살스럽게 놀리던 레오는 혹여라도 정말 물어버릴까 싶어 황급히 손가락을 치웠다. 그리곤 옷 매무새를 한 번더 정리했다. 바닥에서 몇 번 굴러서인지 흙먼지가 묻었기에 레오는 옷을 툭툭 털어냈다. 누군가 보고 무슨 일이었냐고 한다면 그냥 넘어졌다는 말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 녀석과 싸웠어' 라고 한다면 누가 이겼냐고 물어볼테고 레오는 자기 입으로 '내가 졌어'하고 말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 네가 무효라고 안해도 무효거든? 지나가던 사람 백 명 붙잡고 물어봐라 다 무효라그러지! ....아니다. 물어보지마! 그냥 너만 알고있어. 세상 사람들 다 알게 할 필요 있나? 없잖아. 그치? "
싸웠다는 소문은 쉽게 퍼지고 승자와 패자도 함께 퍼져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싸웠다면 그 싸움도, 승자와 패자도 누구의 귀에 들어가지 않고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설사 레오는 자신이 이겼더라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숙적이자 라이벌을 놀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건 레오 자신 뿐이었고 몸싸움을 할 수 있는 것도 레오 자신뿐이다- 라고 레오는 생각했으니까.
" 아~ 글쎄 그런거 없다니까? 너 언제부터 그런거 믿었냐? "
레오는 조금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런때일수록 표정관리가 중요하니까. 레오는 탁탁, 하고 두 번 손뼉을 쳐서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투명화시킨 칼이나 바늘도 독침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곤 정말 그냥 악수나 하자는 거라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양이 손을 잡았을 때 처음 두 어번 정도는 아무런 의심을 못하게 살살 흔들었다.
" .... 빈틈! "
그리곤 확 잡아당겼다. 무게중심이 풀리고 자기 쪽으로 넘어오도록 확 잡아당기자마자 손을 놓았고 두 팔을 벌려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이빨을 세워 팔을 깨물었다. 한 차례 꽉 깨물었다가 풀어주었고 또 머리가 쥐어박힐까 레오는 끌어안은팔에 힘을 잔뜩 주고 머리를 숙여 파고들었다. 그리곤 끌어안은 팔의 두 손을 잡아 풀리지 않게 꽉 힘을 주었다.
>>322 아니 노래도 왜 이렇게.. 뭔가 짠해요 독백 내용도 슬프네 눈물젖은 초코파이 드셔보셨습니까 ㅠㅠ?? (초코파이 먹으며 오열하는 쭈꾸미 한 마리)() 존재만으로 사랑스럽고 소중한거 첼이의 존재 떡밥이지 않을까 하긴 했는데 감성돋아서 그런가 그냥 흔한 어머니의 사랑인것같아 안타까워하며 우시는것도 너무 그래 아 이제 진짜 행복해야한다 행복무새 안 되려고 했는데 날 과몰입오타쿠 쭈꾸미로 만들었으니까 첼이 행복해야함 찐으로.. 아 엄마보고싶어... (??)
너는 책을 읽다 대뜸 맨발로 뛰쳐나간다.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 라온으로 향한다. 순전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에서 세스트랄을 봤다! 세스트랄! 너는 세스트랄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정신이 하도 없어서 꼬리털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꼬리털!"
그런데 세스트랄의 꼬리털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너는 달리기를 멈추고 라온 중심에 우뚝 선다. 책의 내용을 더듬듯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네가 기억하기로는 죽음을 이해하고 직접 봐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 죽음을 나로 직접 보는 건 싫다. 피가 나는 건 싫다. 너는 목을 잠시 더듬는다. 너는 죽지 않았다.
"꼬리털이 필요해요?"
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오리의 안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만지작댄다. 가면에 가려진 눈동자가 버릇처럼 휘었다. 너는 금방이라도 지팡이를 휘두를 것 같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끝단을 손 끝으로 더듬고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오호라~ 보기보다 융통성이라는게 아주 눈꼽만큼은 남아있나보네? 좋아. 그러면 아무도 모르게 덮어버릴까나~ 지금만큼은 너나 나나. 의견이 겹치는 것 같다, 그치?"
당신의 이야기대로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들어버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덮어버리는 편이 더 나았다. 괜히 평소 하던대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다가 행여나 사감님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허락받지도 않고 감독조차 없는 모의전을 넘어갈 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기숙사 사감님이라면 몰라도 곤 사감님은 학생끼리 치고박고 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지 않으셨으니.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했기에, 기껏 약점을 알리지 않고 승리를 따놓은 기념비스러운 업적에 먹칠을 할 순 없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이 승부는 둘만 아는 비밀으로 만들어버리기로 했다.
"없는지 있는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떠올린 순간부터 믿는거야, 그런 건! 더군다나 상대가 우리 꼬맹이라면 더더욱 의심하고 넘어가야하지 않겠어? 쬐끄만하고 약삭빠른 게. 표범보다는 차라리 쥐가 더 어울릴것 같기도 하고!"
전혀 근거 없는 궁예질을 하며 주양은 한껏 의심의 눈초리를 쏘아보내고 있었다. 그저 평소대로 하는 도발과 시비의 연장선이었다. 당신의 말마따나, 그 신탁을 들은 이후에도 자신은 누군가를 대놓고 의심한다거나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엄연히 따지자면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필적하는 만큼 무신경하게 행동했으니, 속으로 대강 퉁치고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이윽고,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의심해볼걸 하며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 두어번만 해도 그저 평범한 악수였길래 괜히 의심했나 했지만, 역시 당신은 자신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훅 치고 들어왔으니까. 괜히 그렇게 음흉하게 웃은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방향이 어긋났을 뿐이지.
"이. 이 망할 꼬맹이가..! 이거 안 놔..?! 놔줘, 이거 좀 많이 아프고 갑갑.. 해...!"
팔을 물린것에 대한 통증을 느낄새도 없이 세게 끌어안겼다. 때리려고 했으나 거리가 좁혀진 탓에 각을 잡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계속 각을 잡으려고만 하기에는 숨이 부족해질것만 같았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주양은 빠져나오려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 하는 식으로나 그칠걸. 몇번 콜록거리면서 주양은 슬쩍 당신을 밀어내려 해 보았다.
"알았어, 알았어. 꼬맹이가 원하는 대로 안 때릴게! 쥐어박거나 걷어차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일단 이것부터 풀고 이야기하자고, 응..? 나 숨막힌단 말야아..!"
과연 진짜로 쥐어박지 않을 수 있을지는 그 다음 일이었으나, 일단 나오는 대로 막 이야기하기로 한 채 다시한번 고통에 찬 숨을 내뱉었다. 베어허그. 라는 게 당하면 딱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다. 쥐어박지 못한다면 볼이나 한껏 꼬집어 줄 요령으로, 당신이 이 포박을 풀어주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331 그러나 냉정함을 찾은 쭈꾸미 앞에서는 곧 털릴 떡밥에 불과하다. (아님)(급정색)() 하 그치만.. 그치만 88.. 앞으로 행복하고 어떻게 될 지 모른다면 MA한테 산제물 30명 바치면서 이야기할게 윤첼 앞길 방해하는 나쁜놈 있으면 싹 갈아버려달라고.. (?) 엄마.. 엄마.......... 는 안부전화를 드리지 못해........
왜냐하면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시거든 분명 전화걸면 이년이 왜이러나 하면서 미간 짚으실지도 몰라..! :D... ()
너는 익숙한 목소리에 휙 몸을 돌린다. 방울이 한번 딸랑이고 절도있는 모습 뒤로 끝단이 날카로운 지팡이를 겨눈다. 순간 표정이 굳었다. 가면 사이로 흰 눈동자가 차갑게 빛난 것 같다.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는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너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는 지팡이를 올린 것도 까먹고, 무슨 주문을 쓰려 했는지도 까먹었다.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다. 작은 엄마는 당부하셨다. 나는 아무리 선행을 해도, 내가 가진 단 한가지 문제 때문에 모두가 미워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꼭 숨기라고 하셨다.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은 잔인한 말이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면 아주 나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법부에 연행되고, 아즈카반에 갈 지도 모른다.
너는 아이처럼 기뻐한다. 학원에도 세스트랄이 있다! 아주 멋진 일이다. 피막이 달린 날개와 비쩍 마른 몸. 무시무시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너는 그 사실에 기대한다. 지팡이를 하오리의 안주머니에 쑥 넣는다.
"위험해요? 하지만 사람이 제일 위험하니까 괜찮아. 신비한 동물은 모두 친해질 수 있어요-? 이노리 아주 잘 알아! 루가루도 뿔 달린 물뱀도 전부 친해져서 지팡이도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트롤은 아니에요. 내 테마리를 박살냈거든. 나를 이해하지 않고 품지 않는 자에게 과연 자비가 필요할까?"
소녀의 목소리에서 차분한 남성의 목소리로 변한다. 너는 금지된 숲에서 다시금 소리를 높인다. 다시 소녀의 목소리다. "冗-談. 이노리는 트롤도 친구라고 생각해요?"
레오는 꽉 잡고있는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더욱 파고들어 맞지않게 하면서도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기술의 원래 이름은, 베어허그였겠지만 지금은 레오허그라고 부르고 있다. 유치하다면 유치할 취미 중 하나였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찾아내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이름을 붙이는 것.
" 어때..!! 이이익.... 레오허그다..! 숨막히지...! 하루종일도..! 할 수 있거든...! '
네. 거짓말입니다. 힘을 너무 세게 쥐고 있어서 레오 자신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슬슬 팔에 무리가 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레오는 마지막이라는듯 한 번 더 꽉 힘을 주곤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서야 팔에 힘을 풀었다. 너무 세게 힘을 주었는지 팔이 후들거리며 떨렸지만 레오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후 - 하고 머리를 쓸어넘겼다.
" 까불지마! 다음엔 진짜진짜 안 풀어줄거니까! "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들어 척, 하고 손가락으로 주양을 가리켰지만 팔에 힘이없어 얼마 못 가 후들거리며 떨어지고 말았다. 지쳤다. 지쳤어. 그래도 이걸로 자신도 한 번 이긴셈이라 또 비기는 것이 되었다. 예상외로 힘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완전히 박살나고 끝나지는 않았으니 다행인걸까. 레오는 후들거리는 두 팔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 후우... 난 이제 돌아갈거야.. "
지쳤다- 하고 굳이 입 밖으로 말을 꺼낸 레오는 터덜거리는 발걸음을 돌렸다. 애니마구스인것도 보여줬고 재밌는 반응도 얻어냈으며 모의전도 치르고 물리 모의전도 치렀다. 그래도 땀을 빼고나니 훨씬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레오는 몸을 돌려 뭔가 잊었다는 듯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지난번 시도가 영 시원찮았던게 어찌나 마음에 걸리던지. 평소라면 다시 안 갔을 곳을 다시 찾았다. 학교 앞 숲, 괴상한 트롤이 있는 그곳에 말이다.
"......"
설렁설렁 걸을 때마다 틀어올린 머리의 은빛 장식이 반짝거린다. 곱게 핀 한송이 은석산 아래 하얀 머리칼이 마치 덩쿨 같이 얽혔다. 얼기설기 머리를 올린 덕에 목더미와 깊게 파인 옷으로 인해 어깨 아래 일부를 드러낸 모습이 스치듯 보면 그녀와 다른 사람 같기도 하다. 어딘가 깊게 잠긴 눈빛도 그러했겠지.
"......"
저멀리 트롤이 보이는 지점까지 가서 걸음을 멈춘다.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지팡이를 꺼내 들기는 했으나 오늘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든다. 공격을 가하는 마법은 한정적이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한정적이다. 잠시 눈을 감고 지난번의 방식을 되새겨본다. 폭발 3연은 역시 안 좋았던 걸까. 그럼 오늘은 조합을 바꿔서 해보자고 생각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섹튬셈프라."
이제는 무언으로도 날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주문을 읊고 지팡이를 손 안에서 한바퀴 굴린다. 과연 방금의 주문으로 얼마나 잘렸을까. 틈이 많이 벌어졌길 바라면서 지팡이를 고쳐쥐었다.
"글레시우스." (상대를 얼리는 냉동마법)
잘린 부분을 얼려버릴 심산으로 쓴 건데 이것도 잘 통했을지 모르겠다. 요즘 지팡이가 통 말을 들어야 말이지. 혹시 몰라 두어번 휘둘러보고, 방금 주문을 쓴 자리에 재차 공격을 가했다.
"엑스펄소."
얼린 다음 터뜨린다는, 이론적으로는 효과적인 조합이긴 했지만 과연 실전에서는 어땠을지. 성냥불을 끄듯 지팡이를 툭툭 털곤 다시 허리춤에 꽂는다.
1. "이노리가 죽였어. 세스트랄이 궁금해서 그랬어. 이노리가 죽인 건 아무도 몰라." 2. "저 애 어깨에 문신이 있었다고요. 제가 봤어요. 저 애는 추종자가 분명해요!" 3. "아, 그래. 후부키 가문 말인가? 당연히 알고있네만. 왜냐니, 우리 손님으로 왔으니 말입세. 듣자하니 직계가 멸문 당했다지. 내 죽음은 수없이 봐왔지만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네." 4. "나는 그 새끼를 증오해." 5. "쌍둥이가 있었어. 아주 소중한 아이가. 지금은 없어." 6. "잘 들으세요, 현아씨. 저 아이는..더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요. 고통도, 감정도..전부요." 7. "후부키는 자연 그 자체에요. 온화하지만 그 변덕마저 물려 받았고, 서로간이 모여 인간의 삶을 영위했지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그들은.. 타락했어요. 언제라도 변해 목을 물어뜯을 짐승만이 남아있지요."
"새밥 맞. 아니. 아니라고 할게..! 진짜, 진심으로 때리지도 않고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을 테니까 이런 거친 방법은 이제 그만.. 히익..!"
이번에도 주양이 느끼기에는 꽤 신기하면서도 유치하다고 느낄 기술 명칭이 붙었으나, 지금은 아까전의 꿀밤때처럼 마구잡이로 비웃을만한 상황이 오지 않았다. 하라고 하면 입을 한껏 놀릴순 있겠으나 그랬다가는 정말로 오늘 하루종일 이렇게 끌어안긴 채 있을것 같았고, 그럼 그때쯤 되어서는 둘중 하나다. 숨이 딸려 죽거나, 척추가 부러져 죽거나. 물론 정말 그런 극한의 상황까지야 가지는 않겠지만 당장 느끼기에는 그랬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들어오는 힘에, 폐에 남아있던 마지막 공기마저도 강제로 내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포박이 풀리고 나서야 주양은 부족했던 숨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머리가 띵한게, 아마 여기서 더 갔다가는 아까 모의전에서 이긴 기쁨은 채 누리기도 전에 의식을 잃고 말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하니 마지막에 이렇게 통수를 치게 될 줄이야. 둘의 모의전은 완벽하게 끝을 보기 전까지는 끝이 아닌 것이었으니, 방심한 주양의 탓이기는 하지만.
"후.. 우리 꼬맹이... 좀 컸다...? 두고 봐. 다음에는 절대.. 이런 허점, 내어주지 않을 테니까..!"
물론 내뱉은 말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라,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양 자신의 성격으로 추측해보았을 때 분명 또 다시 방심하며 깔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또, 지금처럼 호되게 당해버리고 말겠지. 나무에 몸을 반쯤 기대고서 숨을 한참동안 몰아쉬다가, 이제야 좀 살겠다 싶었는지 당신을 내려다보며 다시 키득거렸다.
"우와... 사람 하나 반쯤 죽여놓고서. 그냥 가는거야? 못됐다 못됐어~ 너가 그러니까 맨날 꼬맹이 취급 받는거라고~? 인성도 키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해야 하려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숨이 딸렸던 것 외에는 별다른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았기에. 자신도 슬슬 기숙사로 갈 요령으로 몸을 움직였다. 방에 간다면 일단 멍들지는 않았는지 확인부터 하고서, 씻고 푹 쉬던가 할 생각이었다. 분명 이대로라면 멍이 시퍼렇게 들었을텐데, 그러면 편하게 크롭티를 입지는 못하겠지. 조금은 억울했는지 지금이라도 한 대 쥐어박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던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누군가 물어보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은 할게? 물론 내가 노력파가 아니라서~ 분명 얼마 못 가 까발리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 잡아둔 약속이나 비밀은 어지간해서는 지키는 편이니. 지금의 이 비밀도 계속 비밀으로 남길 생각이었다. 기대고 있던 몸을 떼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여기에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한 바탕 소동도 끝을 낼 시간이었다.
>>378 으아아악 탄산 스프레이를 쓰다니..! 큭 그치만 역시 갓관의 늪으로 순순히 끌려갈 순 없어야.. 차라리 죽여라.. 여기서 날 죽여...!! (눈 부릅뜸) 아니 근데 폭풍분사가 살살이라면 쎄게 나오는 첼주는 얼마나 무서워지는거지..! :D.. (급 공포)(?)
>>380 아까 그 다이스는 이 정보를 위함이었구나 :D..! 일단 다른 건 조금 애매모호하지만 1번이 참이라면 3번 역시 참일거고 반대로 1번이 거짓이라면 3번도 거짓일 것 같은데..! 뭔가 이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야 :0 6번... 뭔가 참인 척 하는 거짓인것 깉기도 하고.. (머릿속의 작은 궁예가 열일하는 중)()
헉 그리고 오늘안에 얼른 설녀님한테 지렁이젤리 20개 더 납품해야해.. 하지만 돈이 떨리니까 퀘부터 한다 :D!!
>>0 [서 주양/트롤이 날뛴다!!!] 수행할게~~!
>>384 음주라니 걱정되는걸..!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게 조절 잘 해야해!!
>>38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멍들었으면 크롭티 대신 다른거 입고 다닐테니까 아마 티는 안 날것같기도 하고~? 그래도 멍은 안 들었을 가능성이 더 크니까 해피엔딩이다~~! () 응응 렝주도 수고 많았어~! 처음 생각했던 모먼트들 다 써먹을수 있어서 엄청 만족스러웠다 :D!! 킵이랑 오래 걸리는건 크게 개의치 않으니까 미안해할거 없다구~? :) (쓰다다다다다다담)
쭈주여..답레..내일 낮에는 주겠다네....범인은 현생이며 답레 진도가 반도 안나가서 나도 지금 좀 어처구니가 없다 이말이다...:( 늦었지만 일상 돌린 사람들 수고했어. 그리고 쭈주에게는 매우 미안한 마음....o<-< 자꾸 주가놈이 중립기어 박살내려한다. 괴롭다.그리고 이 관계의 주식 산 참치들..그거 나락이야 나락...!((몸부림)) 모두 좋은 밤. 땃빠!
>>393 이노리: 어깨가 보고 싶어? 그럼 이노리 벗을게! ((삐용삐용..철컹철컹..))
땃주..현생이 범인이라니..곧 주말이니까요..!!!!((꼬옥 안고 도담도담을 해드려요)) 그리고 나락이라뇨..저는 이누야샤~ 길도 아주 좋아해요!((주식을 마구마구 사요!!)) 좋은 밤 되시고 오늘 하루 시원하시고 월급루팡만 가득한 날이 되길 바랄게요. 땃빠여요..!!🥰🥰🥰🥰
앟 땃주는 미안해하지 말고 푹 쉬고 내일 여유있을때 달라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태도 중립기어 박살 시도하는구나 쭈도 답레 이을때 자꾸 지멋대로 행동해 :D.. 현생 힘내고 화이팅이고..! 나 대신 주식 나락이라고 선포해줘서 고마워 맞아맞아 푹매수해봐야 떡락길밖에 안 나오니까 매수 멈춰..!! (외침) 땃빠! 푹 쉬는거야! :)
>>392 히히히 오늘도 만족스러운 볼냠이었다~~! 이이이 하는거 너무 귀여운데 꼭끄랑으로 반격하다니 으아악..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D (쮸와아아아아아압)(빨아들이기 시도)(?) 헙 아직 기회는 있다면 나는 3번~! 3번의 참거짓으로 1번도 완벽하게 궁예를 해버리겠어! :) 아니 무덤까지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안돼.. 무덤에 묻히는 일은.. 나 쭈주가 없게 할 것이야..! (삼도천행 문을 걸어잠그며)(자물쇠 철컥)()
에 에이 설마 또 같은걸 시키겠어 아니야 아닐거야 :D..!! (불안) 흑흑 그저 행운을 빌 뿐인데 아니 기절해버리면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이쿠야.. 우리 잉주가.. 여기 있었구나...? (망태할배에 빙의해서 잉주 주워감)(????)
>>393 크아아악 나는 죽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야.. 무력으로 흥한 자 무력으로 망하는 법이니까.. 먼저 지옥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첼주... 후후후.... (늪 속으로 파묻히며)()
>>398 ㅎ... 헛된 꿈을 꾸는구나.... (그리고 그렇게 쭈주가 죽어버림으로써 땃쭈코인 떡상은 저 세상 일이 되고 말았다)(??????)
>>399 으하핳 나도 쭈처럼 세상에서 제일 비겁한 사람이라구~? 앗 아니 저 독백 있는줄 알았으면 다른거 고를걸!!!! 다른번호!!!! 할걸!!!!! (땅치고 통곡함..)() 흑흑 그래도 내가 놓친 독백 다시 가져와줘서 고마워 :D 좋아 이제.. 이제 사실 직계 사람들은 노리가 싹 학살했다는 설정만 풀리면 돼..! (그리고 궁예는 말라죽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잉주는 이제 불로불사다~! 설정을 풀어주기 전까진 절대 죽지 못하는 몸이지! :D (???) 히히히 이미 기절했으니.. 어쩔 수 없다구? 이이이이 하는 귀여운 잉주는.. 매일매일 맛난거 먹여주고 더위에 시달리지 않도록 에어컨이 빵빵한 단독주택에서 살게 해주겠다~! ()
자캐가_소유욕을_표현하는_방식은 - 직접적으로 가지고 싶다 표현하는 일은 거의 없어.대신에 자기 소유욕이 올바른 건지 속으로 검증을 해보는데, 합리적인 확인절차가 아니라 겁내서 끙끙거리는 거지😒 내가 정말 이걸 가지고 싶은 게 맞는 걸까? 가진 다음에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그냥 변덕이면 어쩌려고? 내 주제에 괜히 욕심 부리는 건 아닐까? 표현했다가 거절당하면? ……이런 식으로 혼자서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갖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해버려. 혼자서 체념해버리는 타입... :3
누군가_자캐의_오른뺨을_때린다면_자캐는 - 손 날아오는 걸 탁 낚아채서 결과적으로는 한 대도 안 얻어맞아. 갑자기 남이 자길 때리려고 했다는 사실에 당황하면서도 차분하게 상대방 진정시키고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을까??? 그리고 상황 다 끝나면 나중에 가슴에 손 얹고 후하후하 와씨 진짜 놀래서 디질뻔했네;;; 이럼... (안 맞았지만... 싸워도 내가 이길 것 같지만 그래도 쫄리는걸,,,)
자캐의_나이를_열살_내려보자 - 대략 이런 느낌 아닐까~~~~ 표정이 살짝 꽁하지만 별 일 없고 그냥 무표정이 저런 거야! Picrewの「엔꽁 픽크루」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vzdQiltI7q #Picrew #엔꽁_픽크루
처음 MA를. 재앙이라고 칭해지는 그것을 만났을 때. 눈에 보이는 것, 귀로 전달되는 내용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도 이기지 못할 상대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리고 다음은, 경외감과 약간의 존경심이었다. 산제물 서른만 바치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던 그 이야기는 아직 자신의 뇌리에 남아 맴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그 감정들은, 이제는 MA에 대한 고마움으로 드러나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샌드백 비슷한 느낌이자, 전투력 측정기의 느낌으로 쓰이고 있는 이 트롤은, MA가 친 장난으로 이렇게 뱐이되어 내려온 것일테니까. 심심풀이 용으로 딱 좋은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애의 기분이 이런 느낌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트롤 줘패기에 나선 주양이었다. 공격이 유효한지 유효하지 않은지는, 이제 안중에 없었다.
"보자~ 오늘은 조금 다르게 나와보실까?"
모래 뿌리는 것을 막아내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마 같은 마법을 여러번 사용하는 것도 금방 파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봐야 자신에게 특화된 마법에서 다른 마법으로 바꿔 사용하는 일이 쉬울 리 없기는 했지만.
오늘의 마법 연계는. 레라시오, 봄바르다 막시마, 그리고 콘프링고. 결국 마봅을 바꿔 쓰자는, 그 잠깐이나마 들었던 생각은 또 다시 무산되고야 만 것이었다. 역시 쓰던거 계속 쓰는 편이 더 좋다는 생각이었다.
>>402 경주 다시 안녕~~ :) 좋아 오늘자 구몬 잘 먹었다..! 아니 오른뺨 때리랴고 할때 막은 다음에 생각하는게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너무 귀여운데 묘하게 공감돼 이길거라는 게 훤히 보이는 상황이더라도 막상 들이닥치면 조금 많이 무섭지..! :D 헉 그리고 열살 깎인 꼉이 너무 귀엽다 진짜 이 세상 귀여움도 아니고 내 심장에는 굉장히 많이 해롭고 88.. 망태할배가 되어서 데려오고 싶다..! (이럼안됨)
어떤 우연이 어떻게 겹쳐야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당신은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그것도 잠자리는 하나뿐인 방에서. 당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르나 그녀는 별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태연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잘 시간이 되자 하품을 하며 자리로 가 한켠을 차지한다. 그리고 슬그머니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잡고, 히죽 웃으며 중얼거리는 것이다.
"나, 딱 손만 잡고 잘게?"
그렇게 말한 그녀는 정말로 손만 잡은 채 잠들었을테니, 당신에게는 고뇌의 밤이 시작되었을지도. 뭐, 아닐수도 있고.
자캐에게_희망이_된_것은
어머니가 해줬던 말.
언젠가 고통이 끝나 제 삶을 찾아서, 보지 못한 것을 보고 간 적 없는 곳을 가보고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
>>408 고뇌의 밤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첼이정도면.. 충분히 고뇌할만 하지 크르르 못참는다.... (?????)(윤이에게 아바다 맞을 쭈주입니다) 헉 어머니.. 진짜.. 그저 빛이야 88... 독백에서도 날 울리고 또 울리려고 하고 있어 하 엄마보고싶다 진짜로... ()
>>409 으아아앟 일단 렝이부터 알려달라~~! :D 나 쭈주 브레이크 단단히 수리하면서 급정거장치좀 달고 있을테니..! ()
쭈녀석.. 아이쿠 브레이크가 고장났네 급발진할까봐 못풀겠다..! 아쉽지만 쭈의 손잡잘은 다음 기회에~ (튐) 라고 했다가는 분명 미움받을테니까 :D..
아마 이렇게 같이 누워있다가 슬슬 졸음 몰려오고 비몽사몽해지기 시작하면.. 먼저 은근슬쩍 팔 걸치면서 슬슬 잘까? 하고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넌지시 이야기 꺼낼것같고! 그러면서 씩 미소짓고 그냥 잠들기 싫어도 오늘은 조금 참아달라면서 마음대로 손 꼬옥 잡아버리지 않을까.. 그렇게 그냥 자려는 듯 눈 감다가도 슬쩍 한쪽 눈만 뜨고서 '내기 하나 할까? 너가 그냥 손만 붙잡은채 못 잔다는 데 청을 걸게.' 하고 요망스럽게 웃을 것 :D 이 이상은 안된다 브레이크 여기까지 스톱 멈춰~~! (이미 급발진 ㄱ풀악셀 밟은 쭈주입니다)
진짜. 하여튼, 더럽게 단단하고 무식하다니까. 어째 지난번 보았던 게보다도 육질이 더 질길것만 같았다. 지팡이를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리며, 주양은 다시 도망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다. 모래 뿌리기는 이미 파훼당한 지 오래였으니..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해야 하려나. 이윽고 주양이 선택한 것은.
"체.. 다음에 또 봐, 괴물씨! 그때는 그냥 안 넘어갈줄 알아!"
그냥 냅다 도망쳐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60갈레온이 넘었을테니, 슬슬 다시 잡화점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탈 이상의 공공의 적이 될게 분명할거라는 주양의 말에 단태는 주양이 했던 것처럼 그저 능청스러운 웃음을 잠깐 지어보일 뿐이었다.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즈카반으로 갈수 있는 금지된 저주를 제외하고 또다른 것. 무엇을 쥐고 있는걸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늘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능청스러운 웃음이 얼굴은 물론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에 머무를 따름이었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는 건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르겠다는 뜻이 아닌 그래? 하는 뜻이 명확하게 담겨 있는 제스처였다.
"상관없어. 나는 네게 이해를 바라지 않고 있다. 너뿐이 아니라 전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짐작만 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샐쭉- 암적색 눈동자를 가늘게 뜬 단태가 무표정으로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자신을 이해해보겠노라, 이야기하던 후배가 있었지. 단태는 어렴풋하게 떠올린다. "자기니까 내가 살폈다는 생각은 안해봤나봐?" 자신의 손 위에 올려지는 주양의 손을 쥐어서 끌어당기며 목소리의 톤을 낮춰서 귓가 근처에 속삭이고는 이죽거리듯 웃었다. 사촌동생이 직계와 방계의 싸움에서 영영 못볼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때 직계 사람들을 모두 무릎 꿇려버리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주양의 말에 잠시 자신의 쌍둥이를 떠올리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희야. 보는 세상은 달랐지만 턱없이 다정하고 예뻤던 내 쌍둥이. 나와 닮은 모습으로, 나와 닮지 않은 그 눈으로 봤던 마지막은 어땠어? 주양의 말을 모두 들으면서 단태는 대화가 시작된 이래 한번도 짓지 않던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무하기 짝이 없는 무표정으로 주양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던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에게 향했다.
"피를 묻혀야하니까 스스로가 나쁘게 비춰지려고 하는 것부터 너는 나쁜 사람이 아니지. 네가 해야하는 일에 이유가 붙는 순간, 나쁜 사람은 되지 못해."
가령, 자신을 예로 들자면 자신은 누군가를 해하고, 무언가를 위해서 누군가가 희생되어야한다는 전제를 아예 깔지 않았다. 그게 당연했다. 배고픈 짐승이 무언가를 먹어치워야하는 것처럼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너는 나쁜 사람은 못될거야." 손을 잡은 채 단태가 걸음을 옮겼다.
갱신~! 앟 일어나자마자 이런 눈호강을 빋다니 흑흑 잉주 고마워 우리 쭈.. 이래도 되나 싶다 진짜로 :D..! 청이도 결국 쁘띠주작의 꿈을 이뤘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진짜 우리 효조(?) 서청 잉주한테 감사인사 오지게 박아야한다.. 물론 감사인사 박아야 하는 건 나도 포함이지 잉주에게 아주 압도적 감사~~! 고맙다구!! :D
혜향 교수는 어딘가, 지친 기색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의 말에 고개를 들어서 이노리를 바라봤습니다.
' 목소리가 자주 바뀌는구나, 너는. 자비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보여줄 필요도 있어. ' 거짓말. 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다가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곧이어,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그들이끝내주길바라잖아요 ' 내가 보여준다고 해도, 노리 학생이 볼 수 없으면 말짱 꽝이야. 뭐, 괜찮겠지. '
혜향 교수가 곧 손을 뻗고 ' 아씨오, 빗자루 ' 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손에 빗자루 하나가 잡혔습니다.
' 타렴. 떨어지지 않게 꽉 잡고. '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퍼프스캔이 담긴 바구니의 구멍을 끼우며, 그가 말했습니다. 금지된 숲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겠네요!
당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며 주양 역시 미소를 더더욱 짙게 머금었다. 좀 더, 정보를 전달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지나갔지만 역시 산제물 이야기는 막 꺼낼만큼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직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였으니, 그것을 막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옳지 않은 법이다.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피식 웃었다.
".. 어쩜 좋아~ 우리 여보야.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더욱 흥미가 끌리는걸? 그렇다면 우리 여보가 바라는 대로~ 이해까지는 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는게 딱 좋겠지. 그치?"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해 봐야 당신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 역시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또 다시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알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이해하는 척 한다거나, 지금처럼 서로의 의견이 교차하고 엉켜버려 풀리지 않은 채 마무리된다거나. 전자가 더더욱 끌리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가면을 뒤집어쓰고 지낼수도 없는 노릇이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결코 맞닿아지지 못할 길을 걷는것도 좋았다.
"어머나. 여보 말대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역시 우리 단태는 다르다니까. 내가 좀. 한 이목 끌기는 하지~?"
텅 빈 공허한 웃음을 남기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하는 와중에도, 탈과 나누었던 그 이야기만큼은 듣지 못한 듯 하니 다행이었다. 애초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다음에 나올 이야기처럼. 당신이 자신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할테니까. 차라리 그 이야기까지 털어내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나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고. 서로는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당신의 표정이 뭔가 허무함이 느껴질 만큼 가라앉았다는 것이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지. 왤까.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대화를 통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자신과 비슷한 일이 있을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직, 주양은 당신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아는것이 없었으니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괜히 더 얄미운 미소를 걸친 채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 기분이 좀 많이 이상하네~ 복수만을 바라보면서 민폐만 끼칠 뿐인 사람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 주는건 또 처음이야. 주단태. 너는 내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잠깐동안의 침묵을 가졌다. 지금의 자신은, 마치 자신이 아닌것만 같았다. 괜히 계속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이었다. 항상 당신에게 표면적으로나마 보여지는 덧없는 알콩달콩함을 보여주다가, 이렇게 속내를 까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고 미묘했다. 그만큼, 자신은 지금 어떻게 나와야할지 모르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항상 남들을 따라하다가, 결국 자기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앵무새처럼. 머릿속이 멍했다. 악인이라는 것을 반박당하는 것은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말이 용기를 실어주기 위한 건 아닐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해 보였다. 어떤 수를 써서든 악인이 아니니까, 하고싶은건 마음껏 하라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란, 꽤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또 다시 마음대로 판단하기로 하고서, 주양은 히죽 웃었다.
"내가. 무고한 민간인 서른을 산제물으로 바쳐, 그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고 해도, 진짜로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거야?"
이리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스베타는 짐짓, 불만스럽다는 어조로 말하고서 흘끗 당신을 쳐다본다. 남에게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만 친절과 배려를 보여왔을 뿐. 그 외로는 무심한 자신은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당신에게 나는 좋은 사람인 걸까. 모르겠다. 무엇에서 당신이 그렇게 단언하는 건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달무리 가운데 달이 당신의 말처럼 동그랬다. 곧 보름달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네요.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보름달이 뜬다면 춤츨 추기 위해 모일테니까. 걱정을 버려내고서, 스베타는 무릎을 모아 두 팔로 감싸 안는다. 방울 소리에 다시 당신을 보고, 당신의 손이 관자놀이 근처에 가있는 것을 보고서 무어라 설명할 필요를 느껴 말한다. "두통 때문에 그래요." 그리고 이어지는 당신의 이야기를 스베타는 조용히 듣는다. 장죽을 피우는 이유는 그 때문이구나. 그리운 그 감각을, 기억을 다시 불러 오려고. 어쩐디 당신의 말은 어린아이가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며 서술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여린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덜거리는 당신의 말에 스베타는 싫긴 하다 말하며 동의를 표한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신비한 동물은 모두 친해질 수 있다. 인간은 친해지기 어렵겠지만 본능대로 사는 존재와는 누구보다도 친해질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연과 공생하는 후부키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친해질 수 없다면 놓아주면 된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가면 속의 텅 빈 눈동자가 천천히 접혀 반달처럼 변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니까요."
"교수님이 자비를 베풀라 하는 이유는 아무리 미천한 존재라도 제각기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비를 주기 때문에 존재의 삶이 더 비참해지기 때문일까요."
후자라면 참 잔인하신 분이겠거니. 너의 목소리는 소년의 것이다. 제아무리 자비를 베푼다 해도 혼자 살아남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을 좋아한다. 자비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대로 자비를 베풀래요. 무자비는 지옥도라서, 이노리 슬퍼요?"
누군가 살려달라 빌면 살려줄 것이다. 그 앞날이 지옥길이언정 나는 살려주고 품어주며 자비롭게 그 앞날로 떠밀어줄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삶을 선택했으니 그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지옥길이라도 내 알바가 아니라는 소리다.
너는 빗자루를 보며 박수를 짝 쳤다. 높고 낭랑하던, 봄날같은 너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다. "와아, 빗자루!"
"와아! 빗자루- 교수님 빗자루 잘 타요? 이노리는 맨날 빗자루랑 싸워요? 6학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빗자루가 제멋대로야."
너는 교수님의 뒷자리로 올라타려 하며 재잘거리다 순간 우뚝 멈춘다. "..이노리가 빗자루를 못 탔던가?"
사감들은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건 선생의 머릿속에서 대다수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패트로누스를 불렀습니다.
건은 청룡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곤은 주작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리는 백호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고 감은 현무의 형태를 띄는 패트로누스였습니다.
요지는, 그들이 당신들에게 패트로누스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푸른 빛을 띄는 그 동물들은 사감의 목소리로 한 마디 말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두 정전으로 모이세요
자, 정전으로 갑시다. 거기에서 사감들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윤이 이상한 표정으로 서서 웬 서신을 읽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인수에 맞춰서 디저트가 가득 올라간 주안상이 차려져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다들 안녕? 건 선생님이 모두 모이면, 이걸 읽으라고 하셨어. 오늘은 수업 없이 자유롭게 왕게임을 진행하세요. 왕은 1명에게만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위험한 명령은 내릴 수 없습니다. 왕의 명령을 불이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지개 음료를 먹이도록 하세요. .... 라는데.... '
먹으면 3분 동안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음료입니다. 윤은 당신들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막대기가 들어있는 뽑기통을 들었죠.
방 안에서 테마리를 안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졸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궁이라도 햇빛까지 겨울의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던 네가 일어난 것은 패트로누스 때문이다.
"새 동물!"
아니다. 네가 제일 어려워하는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다. 너는 정전으로 가라는 말이 어려운지 고개를 기울인다. 왜? 아-! 알겠다. 즐거운 일을 하려나보다. 사감 선생님이나 교수님의 말을 잘 들으면 재밌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갈래!"
너는 물을 마신다. 그리고 물병을 챙기고, 잠옷바람으로 우당탕 정전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즐거운 일이 일어나려나보다! 간식에, 재밌는 것이다! 게임은 좋다. 놀이는 늘 즐겁다! 오늘 선택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윤이의 설명에 네가 박수를 짝 치며 꺄르르 웃고, 펠리체의 명령에는 호기심이 들어 고개를 기울였다.
정전에 도착해서 윤의 설명을 듣고 팔짱을 낀 채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짓던 단태가 펠리체의 명령과 마시멜로를 보며 뽑기통에서 번호를 뽑았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첫 명령에 첫 희생자(?)가 될거라고는 말이다.
양갱 하나를 입에 넣고 번호를 확인하던 단태의 표정이 모호하게 설명하기 힘들게 바뀌었다. 꼭 뭐라고 하고는 싶은데 하지 못하는 그런 표정이었고 3번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적혀있는 번호표를 살살 흔들며 펠리체가 건네는 마시멜로를 노려보듯 바라봤을 것이다. 저 가사는 왜이리 어려운건지. 단태는 마시멜로를 자신의 입안에 던져넣은 뒤 목을 가다듬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주단태는 노래에 젬병이다. 아마.
"Here comes a wave, Meant to wash me away
A tide that is taking me under
swallowing sand left with nothing to say
My voice drowned out in the thunder~"
첫음절부터 무너질 뻔했다. 마시멜로의 효과는 머글들이 장난칠 때 많이 사용한다는 헬륨가스인 모양인지 단태는 첫음절을 시작하자마자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입술을 꾹 깨물어서 터질 뻔한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목소리가 적응이 안되서 중도포기하고 음료를 마실걸 하고 후회했다. 간신히 웃음을 꾹꾹 참아내고 단태는 한손으로 얼굴을 싸쥔 채 열심히 노래를 부르기에 이르렀고-
"Speechless
Cause I'll breathe When they try to suffocate me
Don't you underestimate me
Cause I know that I won't go speechless
All I know is I won't go speechless
Speechless."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쯤 주단태의 표정은 예의 특유의 뻔뻔하게 보일 만큼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표정이 되어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수준으로 해탈한 건 아닐까. 노래의 끝마무리까지 거의 완벽하게 소화한 단태는 과장스럽게 모여있는 학생들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윙크까지 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3번을 뽑았던 것은, 우리 친애하는 여보.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바로 너였다. 언제 살벌하게 굴었냐는 듯 당신의 벌칙수행에 마냥 웃어댈 뿐이었다. 맙소사. 세상에.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목소리가 다 깨는 것 같은건 역시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간신히 웃음을 가라앉히고 가볍고 경쾌하게 박수를 쳐 주면서,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들이킨다.
이윽고 다음 막대를 뽑은 주양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막대기를 흔들어보였다. 어라. 내가 왕이네? 하는 이야기와 함께. 허나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벌칙을 정하는것도 일이다. 잠깐 고민하던 주양은 곧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초반이기도 하니까 막 나갈수는 없.. 겠지만.
"음~ 1번이 자기 자신한테 소노루스 쓰고 나는 빡빡이다 하고 외치면서 정전 두바퀴 돌아줘~!"
z 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갱신이야~~~~~~~~~~~ㄴㅏ 지금 웃음밖에 안 나오고 있어........ 다들 안녕안녕~~~~~ 다음 턴부터 참가 가능할까???? ^~^
레오는 배를 잡고 웃었다. 놀리려는 의도도 없었고 더 창피하게 만들려는 의도도 없었다. 다만 그 모습과 목소리가 너무도 웃겨서 그만 레오는 손가락으로 단태를 가리켰고 한 손으론 배를 잡고 이리저리 구르면서 웃고 또 웃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주단태 개웃겨!!' 하고 소리치면서 이리저리 뒹굴뿐이었다.
" 하아..씁.. 아 배아파.. 배아파 진짜.. "
그래도 오랜만에 크게 웃었네. 레오는 웃느라 나온 눈물을 슥 닦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최고였어!
처음 패트로누스가 학생들을 끌어모을 때, 그리고 왕게임을 하고 놀라는 전언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택영은 꽤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머글 태생 친구들에게 말로만 들었던 놀이를 실제로 보게 된다니! 처음 접하는 게임에 대한 궁금증에 껌뻑 넘어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정전까지 와서 같은 공간에 끼인 이상 그 놀이에 자신 역시 참여해야 하며, 그러잖아도 연약한 자신감의 소유자인 자신이 혹여 벌칙에 당첨된다면 버텨낼 수 있을지, 그에 관한 존재론적 수준의 혼란마저 느끼게 되리란 미래를.
첫 번째는 헬륨, 두 번째는 빡빡이, 세 번째는……. 번호를 확인할 적마다 아슬아슬하게 당첨을 회피해간 덕에 아직은 아무 일도 없었다지만 벌칙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그의 눈빛이 사정없이 떨렸다. 다리 위에 놓인 손이 절로 공손하게 모아지며 깍지가 껴졌다. 나, 나, 나나나난나나난 저런 거 걸리면 죽어삘지도 모린다. 제발 끝까지 아무 일도 없게 해주입쇼, 부처님 하나님 MA님……!
" 아핰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밖에 못 보는게 아쉽네!! 기록해놓고 두고두고 보고싶은데!! "
한참을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던 레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조금 괴로운듯한 웃음을 흘리고 숨을 고른 레오는 그래서 다음은? 다음은 누구야? 하고 잔뜩 들떠있었다. 벌칙의 내용을 듣고는 그것도 재밌겠네! 하고 아하하핰ㅋㅋㅋ 하고 조금은 경박하게 웃던 레오는 그 벌칙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말에 순간 급정색을 하곤 모두의 얼굴을 한 번씩 훑었다.
" 거짓말.. 조작! 조작이다! 이거 조작이야!! "
그럴리가 없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었다. 남이 하는걸 보는건 즐거웠지만 막상 자신이 당하게되니까 이건 좀 아닌듯한 기분.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레오는 '뭘 봐! 눈 돌려! 쳐죽여버린다!!' 하고 괜히 소리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주사위 확인해보라니까! 이거 조작이야! 내가 왜걸려! 심판! 심판!!! "
심판도, 조작도 없다. 레오는 모든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급하게 얼굴이 붉어졌다.
" Scheiße..Scheiße!!! Scheiße!!!!!!!!!!! 할게! 한다고 하면 되잖아!! ich werde es tun!!! "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인건 자신에게 이런 벌칙을 내린 사람. 가면인지 얼굴인지, 너 기억했다. 다음은 자신의 숙적. 레오는 '눈 돌리지?' 하고 괜히 한마디를 했고 다음은 처음 사귄 기숙사의 친구였다. 아까 그렇게 놀려댔으니 인과응보인가. 레오는 얼굴을 붉히고 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사귄 다른 기숙사의 친구. '다른데 봐주면 안될까..'하고 조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이라고 했던가. 레오는 괜히 조금 신경질적으로 '뭐' 하고 한 마디를 뱉었다. 그리고 아까의 토끼녀. 볼 때는 그렇게 재밌었는데. 레오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쉰다. 아, 현궁의 4학년 대표다. 레오는 조금은 무섭게 노려보았다. 웃는다면 현궁과는 전쟁이야.
" 나..는...나..를..세,상..에서..제일..사랑...해... "
두 팔을 벌려 자신을 끌어안았다. 얼굴이 잔뜩 붉어졌고 아까 잔뜩 웃은 탓에 매달려있던 눈물이 어딘가 처량하게 보였다. 부들부들 떨던 레오는 그렇게 몇 초간 더 있다가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레오는 고개를 숙였다가 슬며시 눈만 들어보였다.
애초부터 택영은 웃을 생각이 없었다. 앞선 3명의 벌칙에도 웃기보다는 혹여라도 다음에 자기가 걸릴까 전전긍긍하는 반응이 더 앞섰고 말이다. 그러니까, 레오의 자기애 선언을 경청하던 그에게 꽂힌 살벌한 시선은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나, 나 뭐 잘못 했나……? 처음에는 맹한 얼굴―이모티콘으로 표현하자면 :ㅇ 같은 표정이었다―로, 그 뒤에는 어깨와 목을 조금 움츠리고 택영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며 그동안의 과오를 돌아보았다. 레오의 의지, 아주 잘 전달되었다……!
또, 나야? 스베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살짝 벌린 그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천히 걸어 나와 옷을 받아 들었을 때에는 억울하다는 얼굴이었을까. 이번에는 정말 아니었는지. 스베타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무지개 음료로 향하고, 그대로 한 잔 모두를 드링킹 한 뒤 입을 막은 채 급히 자리를 떠난다. - 마시고.. 마시고 망가질래요. 이번엔..
어떻게든 아무 일 없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판이라 하니 이번만 넘기면 끝까지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기에 성공한다! 그렇게 마지막을 맞아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그는 무교다) 뽑았더니, ……기도에 바라지 않은 효력이 따라붙어버렸다.
"엥?"
나야? 안심하여 그때까지 혈색 좋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물론 벌칙 걸린 것보단 낫다. 하지만 내가 시킬 벌칙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는데!
택영은 당황해서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 시킬 게 없다면 만세 삼창 같은 간단한 명령을 내리면 해결될 텐데, 앞선 사람들의 내놓은 벌칙들이 하나같이 파격적인 것들 뿐이라 그는 그만 쉬운 걸 시키면 안 된다 오해를 해버리고 말았다. 황망하게 이곳저곳을 헤매던 시선이 마침내 한 곳에 닿았다. 건이 준비했다는 가방이다. 그는 그곳으로 가 안에 든 것 중에서 최대한 무난하고, 최대한 민망하지 않을 옷을 골라 척하니 꺼내들었다.
"어, 2번 사람. 이거 입고 여 가운데 서서 왕게임 폐회식 겸 소감 발표하시면 되겠심더……!"
너는 입을 동그랗게 모았다. 너는 잘 모를 것이다. 네게 동조해주고 웃어주는 것 자체가 아주 좋은 사람인데 왜 부정하는 걸까 싶은 것이다. 아마 눈앞의 손님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넌 순수하게 무엇이든 믿고 신뢰하며, 단지 이사람이 그렇게 선택했을 뿐이라 이해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다리를 한번 교차하듯 굴러보고는 새하얀 치열이 드러나도록 미소를 지었다. 너의 대답이었다. 손님을 신뢰하고, 보름달에 대한 것도 신뢰하는 것이다. 문카프는 반드시 올 것이다.
"두통?"
너는 이해하듯 손을 내린다. 머리가 아픈 건 싫다. 누군가 아픈건 더 싫다. 내린 손을 잠시 빤히 쳐다봤다. 손님이 아프면 치료를 해주는게 후부키 가문의 사람들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땅한 재료도 없거니와 이유없이 찾아오는 두통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장죽을 소중하다는 듯 바라본다. 타들어가는 쑥의 연기가 바람결의 실타래처럼 흔들렸다. 금세 공기를 타고 사라져버리는 연기처럼 너의 대화도 빠르게 끝난다. 너는 손님에게 질문하고는 대답을 듣자 환히 웃었다.
"기린! 이노리는 기린 학생을 처음 봐요? 다들 기숙사가 안 보여서 찾아갈수도 없어요. 신기해- 거기도 눈안개에 덮여있나요?"
너는 궁금한지 고개를 기울였다. 기린궁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알고있다. 마치 후부키처럼 찾아야 하는 곳일까. 그곳도 그리운 눈안개가 있을까. 너는 마냥 순수하게 질문한다. 그 속에 담긴 뼈는 이미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으니까.
"아-! 아! 나는 이노리에요? 후부키 이노리야. 누리라고 불러도 돼요? 이름이 두개거든. 현궁이에요? 6학년! 너는요?"
주양의 손을 잡고 걷는 단태의 걸음걸이는 굉장히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와 같았다. 걸음걸이는 그대로이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꾹 주며 단태는 주양을 자신의 곁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려했다.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전혀 알수는 없지만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날 때는 몰랐던 어둠은 자라면서 주변의 빛까지 집어삼켜서 그 몸을 부풀려냈다. 본성은 그렇게 자라왔다. "우리네 가문 사람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거든." 걸음을 옮기면서 단태는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주양의 말에 대꾸한다.
"흥미가 끌린다면 지금까지처럼 계속 이해하는 척해주길 바랄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이, 딱 그것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자신과 주양의 관계는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끝까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관계. 이미 서로의 일부를 알게 됐으니 더이상 이해하는 척 할수도 없는 사이. 관계를 이어가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를 유지한 채 그저 서로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수 밖에 없는 관계일 뿐이기 때문에 단태의 중얼거림은 아마 자신과 주양의 관계의 정답일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자기가 워낙에 예뻐야지?"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이 되돌아왔다. 단태는 뻔뻔하게 웃으며 주양에게 대꾸했다. 허무한 무표정을 짓던 표정은 평소와 같다. 늘 그렇듯, 뻔뻔스러울만치 능글맞았다. 자신은 쌍둥이의 죽음에 화가 났는지, 슬펐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이어지는 주양의 말은 단태의 걸음을 아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재차 움직이게 만들었다. 민폐를 끼친다는 건 누가 결정하는건가. 나쁜 사람이라고 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섬찟하게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를 몇번 깜빡이며 단태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여전히 주양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배가 고픈 짐승이 무고한 생명을 해쳐서 배를 채우는 걸 누가 나쁘다고 이야기하던가. 서주양. 목적을 이룰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을 사용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하는 거야. 단태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움직여서 주양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가까이 맞대려했다. 너는 나쁘지 않아 라는 말대신이었다.
그렇게 짧으면서도 강렬했던 소동이 막을 내렸다. 원래 이런 게임에서는, 망가지는 게 재미라고들 하지만 주양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결국 걸리지 않은 사람이 최후의 승자라는, 극히 이기적인 마인드. 그 마인드를 밀고 나갈 수 있는건 자신이 왕으로 뽑힌건 있어도 벌칙 수행자로 뽑힌건 없었다는 이유 하나 뿐이었다. 자신은 극히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아무튼, 한바탕 눈호강과 눈요기가 끝난 뒤 주양은 얼른 당과점으로 향했다. 당과점 문 닫기 전에, 오늘도 지렁이 젤리를 사주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직업 정신이 열일한 탓이었다.
너는 교수님의 말에 새하얀 치열이 드러나도록 미소를 지었다. 공감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냥함이 과연 온전하게 돌아올까? 누군가의 상냥함은 순수한 악의일 수도 있다. 자신도 악의인 줄 모르는 상냥함은 독이 되어 스며들 것이다. 버티는 것은 타인의 몫이다. 네 몫은 이미 응당한 값을 치르고 없어진지 오래지 않은가. 너는 생각을 금세 치워버리고 빗자루를 두 손으로 꽉 붙든다.
"무식한 방법이요? 교수님도 빗자루한테 인센디오 쓴다고 협박했어요?"
그러니까 네 비행 실력이 아직도 제자리인 건 끝내 모르는 것 같다.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빗자루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 퍼프스캔은 옹기종기 모여있다. 참 영리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비행을 한다. 행복한 일이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방울이 바람결을 타고 요란하게 딸랑였다. 너는 안정적인 공기의 흐름을 타고 들리는 삐약거리는 소리에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지된 숲에 도착하고 빗자루에 내렸을 때, 네 머리는 바람을 타고 산발이 되어 있었다.
너는 손을 들어 머리를 손으로 긁어 빗어내린다. 날카로운 손톱이 두피를 긁었다. 그리고 빠르게 뒤로 돌아 물통에 든 주스를 마셨다. 예의를 챙기는 일이다. 하도 활짝 웃었더니 바람이 입천장을 바싹 말렸기 때문에 주스를 한모금 삼키고 뒤로 돌았다. 그리고 네가 와아- 하고 감탄한다. 아! 세스트랄이다. 너는 세스트랄이……
"아-! 예뻐! 너는 정말 예쁜 남색이구나?"
보이는 사람이었다. 너는 대뜸 가면을 벗어 지팡이와 같이 하오리의 안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죽은 사람같이, 마치 백내장을 앓는 사람처럼 새하얀 눈동자에 세스트랄을 가득 담는다. 세스트랄은 가면을 써서 좁아진 시야로 보면 안 되는 귀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너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는 말에 고개를 휙 돌린다. 아주 기쁜 표정이다. 눈을 접어 미소를 짓고 활짝 웃었다.
가문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주양은 마냥 웃었다. 허나, 비웃음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의 이 관계가 워낙 재미있을 뿐이었다. 변화구를 던질 필요조차도 없을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주양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를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공통선상 위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 공통점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겉도는 상황이라는 것은. 그저 한 없이 황홀할 뿐이다.
"원하던 바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쭉. 서로가 서로를 감싸지 못한 채 겉돌고 말거야. 하지만, 너나 나나 그걸 바라고 있는 거니까~ 지금처럼 계속 함께하자?"
졸업 전까지. 라는 뒷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은 채, 주양은 씩 웃었다. 그런 당연한 것을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확인사살 겸 꽂아넣듯이 말할 수도 있었으나 그건 상대가 끝까지 이 관계를 납득하고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나 할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선.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다. 허나 그 마음가짐이 어디까지 갈 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변덕스러움이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주양 본인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아직 당신에 대한 세세한 것을 전부 전해들은것은 아니었으니까, 분명 언젠가 또 다시 변화구를 던질 날은 찾아오게 될 것이다.
"하여튼~ 우리 여보야도 참 짓궂어.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는 그 말이 진실인줄 알고 말거야? 뭐, 기분은 썩 괜찮기는 하네~"
다시. 평소에 굴던 것처럼 히히덕거리면서 당신과의 거리를 조금 더 좁혀왔다. 허나 그 태도만큼은,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은 예전처럼 지나치게 과장되고 거짓된 가면은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가 판단했으니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내면의 변화였다. 마냥 순수하고 수줍게 굴던 모습이, 조금은 더 노골적이고 능글스럽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국 속에 담겨있는 의미 하나만큼은 같았다. 그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이해하는 척 하며 다시금 이 거짓된 역극을 이어나가는 것. 단지, 자신이 쓴 가면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나가던 주양은, 잠시 멀뚱히 당신을 바라보았다.
"..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여보. 나는 조금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내가 나를 몰아붙일 필요는. 없는거지, 그치?"
이걸 듣고도 괜찮다는 반응이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라면, 그저 더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자신을 끌어가려는 또 다른 악마의 유혹인가. 어느 쪽이든 확실한 것은, 차라리 자신이 어설프게 악인으로써 정립하지 않는 편이 더더욱 속 시원하고 개운하며 가끔씩 받던 형용할 수 없는 이질적인 기분을 떨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주양은 입꼬리를 올린 채 맞대어진 볼을 살살 부볐다. 스스로가 악인으로써 정립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자칭 나쁜 사람이면 무엇 하는가. 그저 별 의미따위 없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늑대의 탈을 쓴 양마냥 구는 것 뿐인데. 그런걸로 애쓰는 건. 참 어리석은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고마워. 덕분에, 더더욱 망설임 없이 악셀을 밟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의도치 않게 우리 여보야한테 크게 한 가지 배워가는 기분이기도 하고~ 지금 나한테 이야기해준 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이용할 수 있는건 최대한 이용하는 것. 그 누구도 막을수 없는 나의 길. 그러니, 앞으로는 그 무엇이 오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겠노라고 생각하며. 주양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물론 진짜 그렇다고 융통성 없게 굴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테니, 상황을 가려가면서 판단해야하기는 하지만. 이젠 더이상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언 하나하나가 자신을 위한 것인것만 같았다. 그렇게 또 한껏 왜곡하면서, 주양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우리 여보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게 조금 궁금해졌어. 우리 여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가지고 있어? 아니. 그 전에, 졸업 이후의 목적은 정해뒀지?"
"너의 가장 작은 꿈이 뭐야? 사소한 것들." 이노리: 제로콜라가 마시고 싶어. ((청년의 목소리로 말해요!))
"네 성격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이노리: 이노리는 섞여있어요?
"그 머리 모양은 어떻게 한 거야?" 이노리: 이거! 친구가 잘라줘요? 친구는 장의사 일 할때만 부르지 굳이 이런 걸로 부르지 말라고 하는데 이노리한테 먼저 세스트랄 꼬리털 필요하다 했어요? 루가루 털도 친구가 뺏어갔어? 친구 싸가지 없어-? ((저 멀리서 누군가 "자네나 잘하지?" 하고 불퉁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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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의 진단이에요! 첼이의 진단도 냠냠 먹어요!😋 쿨한 첼이 너무 좋아요..냉정한 미녀라는 건 첼이를 위한 말이 아닐까요?
택영은 한밤중, 난데없이 들이닥친 기숙사 친구에게 끌려 영문도 모르고 붙잡혀 숲 앞으로 끌려나왔다. 문카프 관찰 의뢰를 하기 위해 금지된 숲 쪽으로 가야 하는데 혼자 나가기엔 무섭다나 뭐라나. 그 말을 꺼낸 친구는 쫄보였고, 그 친구의 친구인 설택영은 안타깝게도 그보다 더한 쫄보였다. 쫄보가 둘 있더라도 음수가 제곱되어 양수가 되는 결과값은 도출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걸 어쩌겠나! 문카프 관찰이라 하면 좋지 않은 기억부터 떠올라서 마음이 영 심란했다. 문카프를 관찰한다며 혜향 교수를 따라나갔다가 난데없이 반 시체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과 조우한 후, 택영은 기분이 심히 저조해져서 삼일 동안 밥맛이 없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그 문제가 아니고서도 어두운 숲은 그 자체로 으스스한 장소였다. 인기척을 내지 않기 위해 불을 끄고, 흉흉한 소문이 자자한 밤의 숲 인근을 거니는 일은 사람의 본능적인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일이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반, 그러면서도 제 쪽에서 선뜻 친구를 버리지는 못해 같이 가주려는 마음이 반. 택영은 친구의 허리를 꽉 붙들고 질질 끌려가다시피하며 걷고 있었다. 울상을 하고선 목소리가 잔뜩 울적하게 처졌다.
"니… 니 진짜 너무한 거 니도 알제. 설명은 해줬어야 되는 거 아이가. 내 버리고 가기만 해봐라, 놀래 죽어가 유령 돼서 니 저주해뿐데이." "야이씨, 불길한 소리 하지나 마. 불편하니까 이것 좀 놓…… 저기 나왔다. 야, 빨리 하고 얼른 가자."
빨리 끝내면 빨리 기숙사로 갈 수 있다! 그것을 아니 그는 냉큼 손을 놓았다. 정말로 빨리 처리하는 데만 집중하려는 심산인지 수첩에 글을 쓰는 친구의 손놀림이 줄 치듯 흐늘흐늘했다. 얼떨결에 끌려오긴 했어도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숙제 한다 생각하면 되겠지. 그도 펜을 꺼내 관찰한 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요한 숲은 여전히 으스스하고 선득하지만, 그래도 멀리서 보이는 문카프의 얼굴은 귀여웠다. 그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아서, 그는 조금쯤 열의 있는 태도로 기록을 마쳤다.
???: 자신이 써놓은 글이 읽기 편하고 이해가 잘 된다면 그건 자신이 잘 써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전용 참고서나 상세 주석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혹시 타자의 글을 보시던 중 주변으로부터 ‘너 그런 거 보니?’ 라는 시선을 받은 경험을 하신 적이 있다면, 타자가 전부 잘못했습니다. 잉주: ((역발상으로 참고서를 남에게 안 보여주고 너 저런 캐 굴리니? 하는 전개는 어떨까?)) 이노리: 너 그거 멍청한 짓이에요? 이러면 이노리 비설 아무도 몰라요?
한 번 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쫄리더라도 제대로 완수는 해야 한다. 그를 끌고 온 친구가 빨리 가자며 오히려 택영을 채근했지만, 그는 꿈쩍도 않고 상세하게 관찰한 내용을 써내려갔다. 한참의 시간이 걸려서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자.
"빨리 가자……!"
뭐라 대꾸할 새도 주지 않고 그는 친구의 옷자락을 붙들고 화다닥 달려서 숲을 빠져나왔다. 그게 어제까지의 일이었다.
"문카프가, 그…… 달빛에 가들 눈도 빤짝거리는 기 참 신비시럽고 이쁘더라고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심더."
관찰 당시는 시간이 늦었던 관계로 날이 밝고서야 정리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 지난번 혜향이 문카프에 대해 보였던 열의를 기억했기에, 결과물을 전달하며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감상이 덧붙었다. 앗,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자 입술이 꾹 다물린다. 그는 여느 때처럼 꾸벅 인사를 하고는 제 길로 돌아갔다.
가문 사람들이 이해했더라면 정성껏 최선을 다해 이 모습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가려놓을리가 없었을테니까. 지금까지처럼 서로가 서로를 감싸지 못한 채 겉돌거라는 주양의 말에 단태는 조금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말 그대로 그정도의 사이로 지내다가 그정도의 사이로 끝날 것이 분명했다. 샐쭉하게 가늘게 뜬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끝까지 서로를 마주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버릴 사이였고 졸업한다면 만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태는 길고 긴 말을 하기보다, 그저 능청스럽게 웃는 것으로 대신할 뿐이었다.
자신에 대한 것을 세세하게 묻지 않는다는 건 이 사이가 졸업을 하고난 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과 마찬가지일테니까. 학원 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유지될 사이라는 뜻일테니까. 단태는 그저 웃었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아닌지는 네가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해. 나는 느끼는대로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네 마음이야. 주양아."
단태는 거리를 좁히는 주양의 손을 놓지 않고 잡은 채 능글맞게 웃는 낯으로 꽤 다정한 목소리로 사근하게 속삭였다. 자신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단태가 모를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주양의 시선과 단태의 시선이 일순, 허공에서 부딪혔다. 히죽-하니 단태의 얼굴에 능글맞은 웃음이 떠오른다.
"서주양."
온기가 늘 평균보다 낮고 차가운 체온을 가진 자신이 맞댄 뺨에서 느껴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자연스레 익숙하게도 서로에게 하는 스킨십을 받으며 단태는 말을 이었다.
"그 말에 대한 확신은 내가 아니라 조금 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받아야하지 않겠어? 내가 너를 나락으로 떨어트려버리면 어쩌려고 나한테 확신을 바라는거야?"
내가 그렇게 네게 중한 사람이던가. 어울리지 않게 꽤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말을 속삭이고 단태는 맞대고 있던 뺨을 떼어내며 동시에 걸음을 뒤로 물러냈다. 주양의 말에 확신을 하기에, 주단태의 사고방식은 일반 사람들과 많이 다른 방향성을 띄고 있었다. 아주 약간, 남겨져 있는 옷자락이 단태로 하여금 그렇게 말하게 했다. "다른 수단은 필요없어." 주양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단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우리 가문에서 내 존재 자체거든. 졸업 이후의 일이 뭐가 있겠어. 그냥 졸업을 하고 나면 본가에서 시간을 보낼걸."
오늘도 경이 진단은 구수하네요!😊 첫번째는 자칫하면 중의적인 의미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휙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서 흑화하면 철저하게 말라 죽이겠다..그런 것 같고..적폐여요..넘어가주세요..🙄 아무도 안 죽는 방법은 없냐는 것도 귀여워요!!!🥰🥰🥰🥰🥰🥰🥰
설택영이의 형 누나 외형과 기타 설정을 풀라는 다갓의 지시다!!!!! 예전에 픽크루를 만들어뒀어서 그거 찾느라고 좀 걸렸네.... :0
택현(형): 연한 밀색 장발에 아주 밝은 갈색 눈. 용모 자체는 단정한데 왠지 모르게 싸가지 없고 건들거릴 것 같은 인상, 살짝 양아치 느낌이 나는 얼굴. 눈꼬리 삐죽 솟아 있음. 운동은 따로 안 함. 177cm. 여담으로 택영이 머리는 어렸을 때 자기 형 따라서 기르기 시작한 거라는 tmi 안의 tmi 설정이 있지! https://picrew.me/share?cd=jLUVhfEesF #Picrew #人間男メーカー仮
택은(누나): 약하게 펌 들어가 있고 층이 난 검은 숏컷, 밝은 갈색 눈. 형제 중 유일하게 눈매가 뾰족하지 않음. 시원, 쾌활, 장난스러운 인상. 가느다란 눈썹, 오른쪽 눈가에 점. 택현보다 키 크고(177.5cm) 힘 더 셈. 흡연자.
너의 표정이 묘해졌다. 주양은, 다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서로가 그 관계를 원하고 있던 거라고. 그렇게 믿고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왜? 어째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차라리 홀가분하게 넘겼더라면, 머릿속에서 또 다시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고 일어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괜히 납득하는 표정을 두고 빙빙 꼬아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역시 드는 의문을 감추는 것은 주양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살짝 갸웃였다.
"... 그런가. 여보. 단태 너는, 참 짓궂다니까. 결국에는 여보가 이런 쪽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나한테 해석을 넘기는거잖아? 이래서 모르는 건 죄라니까, 진짜."
내가. 전혀 엉뚱한 쪽으로 해석해서 이상한 오해라도 해 버리면 그땐 어쩌려고. 자신이 먼저 평소와 다르게 나와놓고, 당신의 사근사근한 변화 앞에서는 다시 또 순진무구하게 흔들리려 하는 그 폼이 썩 일품이었을 것이다. 조금 이질적이라고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하게 될까? 이미 거짓은 한 꺼풀 벗겨냈다. 단지, 지금의 이 말이 거짓 너머의 또 다른 거짓인지. 아니라면 거짓 너머의 진실인지 쉽게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모르는건 진짜로 죄라면서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번 더 꺼내놓고 나니, 어느새 당신은 뒤로 물러나있었다.
"으응,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난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지 오래야. 그 정도는 내가 잘 알고 있고.. 그러니까. 너가 어떻게 확신을 내려주든 괜찮아. 더 떨어져봐야, 나락 너머에는 또 다른 나락밖에 더 있기야 하겠어?"
이윽고 주양은 히죽 웃었다. 자신답지 않게 말이 빙빙 돌고 또 돌아 나온것만 같았다. 결과야 어찌 되든, 그리고 수단을 위해서는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들 자신은 이미 악마와의 거래를 끝마친 사람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얺을 테니까. 아니. 악마가 다 무엇인가. 그것 정도라면, 가히 마왕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인데. 그런 존재와의 거래는, 결국 남아있던 인간성마저도 무참히 밟아버리는 일. 그런 고로 자신은 이미 인간이길 포기한 자와 다름이 없었다. 눈 앞의 유혹에 넘어가 영혼을 내다바쳤다. 헌데, 여기서 이야기를 더 듣고 넘어간다고 한들. 이보다 더한 나락에 빠질 리가 없었으니까. .... 참 우스운 일이다. 그렇게 인간이길 포기한 자가, 당신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설령, 이런것으로 죄책감따위 느끼지 않을 사람이라고 해도.
"... 중한 사람이냐고 한다면.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해 둘게?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겠지만, 단태 너도 나랑 비슷하게 어긋나고 고장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차라리 비슷한 사람에게 받는 확신이 더 나아."
자신이 조금이나마 더 정상이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허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그 확신을 듣는다고 한들, 자신은 받아들일 리 없었고 이런저런 의문만 잔뜩 쌓여버릴테니까. 결국에는 또 다시 의견 충돌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자신은 늘 그랬다. 현궁에서도, 옳은 이야기를 해 주려는 후배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면서 하나하나 일일히 반박하다가, 결국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끝까지 잔소리하겠다는 그 후배와 누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느냐에 대한 내기까지 걸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 괜히 주양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가문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라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양은 다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뿐이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맥락이었다. 그저. 당신이 그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거나, 그게 아니라면 당신 역시 자신처럼 가문을 뒤엎을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자 생각이 미치고. 주양은 한참동안 복잡미묘한 표정을 보였다. 왜. 어째서, 자신은 더 파고들지 않겠다고. 바로 방금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또 다시 흔들리려만 하는가. 무엇이 문제기에, 졸업하고 나면 깔끔히 끝낼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계속 호기심이 감돌게 되는 것인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나. 졸업하고 나면~ 우리 여보야의 본가에 놀러가도 돼? 너가, 그 목적을 얼마나 잘 이뤘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 .. 내 입으로 이런말 하니까 엄청 미묘하지만.... 너가 나아갈 방향이 과연 어떤 방향일지.. 크흠.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충격) 쭈주 컨디션 난조 그저 배고픔으로 밝혀져.. 야식먹고 완치 끝. () 흑 늦었지만 경이네 형누나 설정 잘 봤어~~! 하 언니 나랑 맞담하나 안 할래 ㅎ...??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쭈주 폭주기관차처럼 연기 뿜어낼 수 있어야 (?????)(뇌절컷) 잉주 경주 타타주 푹 자고 내일 봐~ 굿밤! :)
>>8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쭈주에게 극혐당하는 건 싫으니까 다이스는 거부하겠다((엎어놓음)) 아니 대체 언제부터 손을 떠난건데....:0 무슨 일이야..앟ㅋㅋㅋㅋㅋ으응, 아냐 쭈주. 우리 둘다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이 일상, 어디로 튀어버릴지 무섭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 같이 정신줄 붙잡자. 우리가 정신줄 놓아버리면....중립기어도 나가버릴 것 같아(?)
>>848 앟 그러지 말구~ 내가 누군가를 극혐하는 일은 없다구~? (은근슬쩍 유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캐릭터 설정 구체적으로 짤 때부터? 집나간 내 정신머리에 이어서 같이 떠나버린것 같아? (혼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건 맞지.. 정신줄 놓는 순간 일상 방향이 어디로 튀어나갈지 전혀 감을 못 잡고 말거야 :D.. 헉 근데 중립기어 나가는 모습도 한번 보고싶기도 한데 ㅎ ㅎㅎㅎ 쭈야 우리 같이 중립기어를 놓ㅇ (쭈:핀드파이어)(재가 됨)()
>>850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아쉽고..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일상 끝나고 나서라도 저 다이스의 정체를 물어봐야겠어 히히 (?????) 그래서 일단 정신은 잠자리채로 건졌는데 쭈는 돌아오지 않았고.. 중립기어 놓은 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너무 극과 극이라 조종을 잘 할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중립기어 무조건 쎄게 박던가 아니면 풀악셀 급발진하던가 둘중 하나라서... () 드르륵 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과연 쭈주의 비루한 필력으로.. 드르륵 탁 감을 뽑아낼수 있을 것인가..! (두둥)(?)
주양의 물음에 단태는 잡고 있던 손을 풀어낸 뒤에 손을 뻗어서 주양의 뺨을 감쌀 것처럼 뻗었다가 곧 주양의 목뒤를 체온이 낮아서 차가운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그렇게 키 차이가 심하게 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거 들켜버렸는데? 자기야말로 그 짧은 시간동안 나눈 이야기로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된 거 아니야?" 아까 전 감쌌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해보였다. 한손으로 붙들듯 감싸쥐고, 다른 팔을 뻗어서 뱀이 휘감는 것처럼 끌어안으며 단태는 어울리지 않게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주양의 귀에 속삭임을 남겼다.
"이상한 오해라고 할정도면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는지 궁금한걸. 달링. 어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여전ㅎㅣ 단태는 모호한 태도였다. 평소에도 그런 태도를 보여왔고, 가끔은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아예 낯설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단태에 한해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단태는 주양에게 부가적인 설명을 곁들이지 않고 그저 모호하고 제멋대로인 태도를 보여줄 뿐이였다. 그 모습에서 아주 조금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느낌을 받았을까. 끌어안은 채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지만 단태는 곧 주양을 놓아주고는 몸을 뒤로 물려내고 걸음을 옮기려했다.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가 무의미하지 않았다면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는 이미 알지 않아, 자기야? 네가 짐작하는대로, 네가 바라는대로."
자신의 말은 정말로 나락으로 이끄는 속삭임인가. 그것도 아니면 구원자의 속삭임인가. 단태는 뒷짐을 지고 등을 보인 상태였고, 나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에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또한 나락의 아래까지 떨어져보지 못했는데 대답해줄 수 있을지 만무했다. 그나저나, 중요한 사람이라. 제법 놀라운 대답을 듣고 단태는 고개를 슬쩍 돌려서 주양을 바라봤다. 눈을 샐쭉 가늘게 뜨며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할 줄은 몰랐네." 하고 능청스레 중얼거리다가, 문득 단태가 입을 다물었다.
입가에 맴도는 웃음은 평소와 같은데, 가늘어진 눈동자에는 그 어떤 웃음도 맺혀있지 않았다. 히죽- 웃음이 짙어졌다.
"그거, 나한테 지금 고백하는건가? 내 옆에서 네 눈으로 같이 미래를 보고 싶다는?"
주씨 가문의 본가인 나주에 오게 된다면, 이제까지 보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건 분명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단태의 목소리는 꼭 농담을 하는 것처럼 느물느물했다.
E편한세상 치고들어오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앟 친애의 스킨십..! 입뽀쪽이면 몰라도 뺨뽀쪽 정도라면 내가 허락해줄 수 있다 이 말인데!! 아앆!! (새벽에 강림한 프테라노돈)(?) 아니 오히려 좋은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우리 쭈는 그렇게 영영 엄마의 품을 떠났어야.. 우리 딸램.. 그곳에서는 잘 먹고 잘 살아야 해 88 (?) 으앟 응원 받았다.. 힘내보겠다...! :D
((((하지만 이미 다이스는 엎어졌는걸.)))) 왜요 므요 :D 아니 순간 답레를 올려놓으니까 저 드립이 떠올랐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혹시 쭈를 영영 보지 못할 곳으로 보낸거야? ((극단적인 편)) 앟 힘내면 좋지만 그렇게 하면 부담감 때문에 더 안써지니까 편하게 쓰기다!:D
"어머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거, 이해자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한지 하루도 안 지나서 거꾸로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네?.. 라고 할 뻔~"
따뜻한 제 몸에 차가운 당신의 체온이 느껴지니, 다시금 뱀에게 휘감기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도 자세인지라 더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피할 생각은 없었다. 싫지도 않았고. 다정다감한 속삭임을 들으며, 주양은 다시 몸을 살짝 움츠릴 뿐이었다. 괜히 평소랑은 다르게 굴었나. 그냥 처음에 하던 것처럼 굴었다면 지금 이렇게 우물쭈물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이런 다정다감한 느낌으로, 또 다시 예전에 당신을 처음 봤을때처럼 복잡해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우리 여보는~ 몰라서 물어보는 걸까, 아니면 이미 알면서도 끝까지 모르는 척 하고 시치미를 떼는 걸까? 이야기. 꼭 들어야 하는거야? .... 너가 보여주는 그 호의가, 거짓 없이. 진심으로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반응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야. 바보야."
조금은 퉁명스럽게 툴툴거리면서도 끝끝내 밀친다거나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은 당신이 보여주는 모습에 한번 제대로 낚였던 적이 있었다. 자기야 하며 다가오는 그 사근사근한 모습이. 그리고 친절하면서도 엉뚱한 모습 하나하나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라고 아주 단단히 착각하고서 괜히 오묘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후 그 모습이, 남들에게도 똑같이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상상은 와장창 무너졌지만. 아마 그때도, 자신은 당신의 볼을 꼬집어 죽 늘리지 않았을까.
허나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당신의 진실된 모습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했으니까. 어쩌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니까. 확신을 내려주지 않는 당신의 모습에 조금은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 주양의 시선은 다시 당신의 볼으로 향했다. 조금 진지한 상황이라도 상관 없으니 지금이라도 한번 더 꼬집고 이리저리 늘려버릴까.
".. 나락이니 뭐니 해도 결국은 이런 답인거야? 뭐, 지금껏 나눈 말들이 허튼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늘 하던대로, 내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면 되는 거겠지, 그치?"
짐작하고, 바라는 대로. 그렇다면 결국 답은 정해져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양은 키득거리며 슬쩍 제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결국 조언은 못 해준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돌려서 듣게 될 줄이야. 애시당초 눈 앞에 있었던 답을 향해, 쉽사리 손을 뻗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제 탓도 있기는 할 거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렇게 다시 한 없이 떨어질 것을 맹세하며, 해사하게 미소지었다.
"우리 단태는. 내가 네 곁에서 너의 미래를 지켜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자신은 분명 놀러간다는 전제를 붙였으나, 이야기가 어째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것에 대해 아주 조금의 의구심을 품었다. 허나 그 의구심도 곧 가라앉았다. 평소처럼 느물느물한, 그 목소리. 그 속을 전혀 들여다볼수 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이 또한 그저 평소 하던 모습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어서. 역시 오해하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의 오해는, 이해할수 없고. 받아들일수 없고. 그래서 용납할 수 없는것. 까진 아니다. 단지 그때 이상으로 부끄럽고 쪽팔릴 뿐. 또 낚였냐?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뭐.. 우리 여보의 미래. 궁금하지 않은 건 아냐. 하지만 우린 이해자가 아니라고 못박았지 않았어? 그저. 나는 손님일 뿐이야. 여보는 손님을 맞이하는 가문 사람일 뿐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 편이 너에게 더 행복할거야. 들리지도 않을 뒷말을 곱씹으며 주양은 피식 웃었다. 하여튼, 이젠 진짜 무뎌지다 못해 녹슬어버린 게 분명하다니까.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표정으로 단태는 샐쭉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흘끗 곁눈질로 주양의 표정을 살폈다. 움츠러드는 모습이 팔 안에서 느껴졌지만 여전히 단태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그런 눈빛이었고, 평소와 같이 똑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대신 단태의 그 평소와 같은 행동은 주양의 툴툴거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가늘어졌던 암적색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자기야, 서주양."
툴툴거리면서도 밀쳐내지 않는 주양의 모습이 평소와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에 동그랗게 떴던 붉은 암적색 눈동자는 곧 다시 샐쭉하게 가늘어졌다. 대신, 목소리는 평소 주양을 부르던 낯간지러운 호칭마저 다르게 들렸을 것이다. 꽤나 다정다감하나, 작고 낮게 가라앉아 짐승이 소리없이 으르렁대는 기색이 묻어났다. 떨어졌던 단태의 손이 주양의 손목을 쥐었고, 자신과 주양의 거리를 더욱 가까이 좁혔다. "그래도 된다고 말하면, 그렇게 할래?" 단태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볼에 주양의 시선이 향하자, 다른 손으로 자신의 볼을 잡고 좌우로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어보였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그러더라도 나는 네 옆에 남아 있어줄테니까."
좌우로 고개를 가로저어보이던 것도 잠깐이었다. 단태는 자신의 볼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 아까와 비슷하게 뺨에 뺨을 기대려는 것처럼 기울였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짤막하게 주양의 뺨에 스치듯 입맞춘 뒤 고개를 뒤로 물러냈다. 어딘가에서는 친구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벼운 인사라고 하던가. 단태는 슬쩍 건조하게 웃고 주양에게서 다시 떨어졌는데 그 움직임이 장난스러웠을 수도 있다. 기분나쁘지 않은 장난이기도 했고.
"왜, 아니라고 생각해?"
속을 알 수 없는 느물한 목소리로 단태는 흥얼거리듯 대답하고 시선을 잠시 주양에게 주며 슬그머니 웃어보였다. 같이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러온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였는데 자신의 답이 과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보니 소소한 대화로도 그 의미는 다르게 들려오기 일쑤라는 문제점이 있기는 했다. 일단, 하고 단태는 입을 연다.
"우리네 가문 사람들은 내 손님이라고 하면 분명히 경악을 금치 못할 거거든. 혹시 금지된 저주에 당해서 그렇게 착각한 건 아닐까~하고 말이야."
>>868 아니 첼이는 왜 합류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된다.. 합류하려는 기미가 보이는 순간 임페리우스 걸어서 꽃길로 보낼거야..! :D 첼이는 윤이랑 같이 꽁냥꽁냥하라구~~! (희번득)() 뭐 사실 그렇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열린 결말이지 :) 엔딩 전까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오너조차도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
>>873 >>874 그게 멋있으면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 이렇게 되면.. 나는 정말 황천지옥 모먼트를 써버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 다 나온 이유는 간단하지. 전부 놓칠수 없는 모먼트이기 때문이다! :D (핵당당)(기름칠 받고 매끈해짐)(?)
당신의 대답을 듣고, 주양은 다시 놀란 듯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있었다. 설마 여기까지 했는데도 저런 답이 돌아올줄은 몰랐는데. 평소와 다른, 조금은 이질적인 목소리에도. 차마 그 부분에 대해 무언가를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주양은 여기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중이었으니까.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된것만 같았다.
"아마... 그렇게 될... 지도. 뭐,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 그랬던 것처럼 금방 적응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여보가, 내가 적응하도록 좀 더 힘내주는 수밖에 없겠다. 그치?"
그냥 뚝 끊어진 채 더는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다시 꺼낼수 있게 해준것은, 그때처럼 생각하고 판단해보려는 마음이었다. 처음에 했던 것처럼. 자신은 또 한껏 휘둘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될 테니까. 당연하게도, 이것 또한 자신이 바꿔낸 다음 역극에 대한 모습의 반응이라는 생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또 다른 가면을 쓴 채. 자신을 내비치지 않았으니, 당신 역시 또 다른 가면을 쓴 채 허구의 극에 집중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것이, 자신이 조금 더 납득할수 있을테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볼을 꼬집히기 싫은 것인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모습에, 주양은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맙소사. 당신이 고개를 젓는 행동이 어리광이라는 것을 주양이 알지 못하니 망정이지, 만약 알았더라면 지금쯤 귀엽다며 진지함이고 뭐고 다 내다버린 채 당신을 한껏 쓰다듬고 괴롭힐지도 몰랐다.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윳음으로 끝마무리지은 뒤. 살짝은 짓궂음이 가신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적어도 내 마지막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게 되려나? 그래도 언제든 떠나도 괜찮.... 으니까.?"
슬쩍. 스치듯한 입맞춤이 지나가자 놀란 듯 눈에 띄게 몸을 움찔거리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더더욱 적응하기 힘든 모습.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 속내를 자신이 감히 헤아려볼수 없는 그 모습에 주양은 한참동안 벙찐 표정을 지은 채 서 있다가, 이윽고 제 볼을 살살 매만지면서 키득거렸다. 오늘따라 다른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아무리 뜬금없는 행동이라도, 그렇게 밉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스킨십을 받는 쪽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서일수도 있으며, 당신의 이 모습도 그저 장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응. 아니라고 생각해. 이거 아니야?"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말 끝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그저 그 편이 재미있을것 같아서- 라는 단순한 의미였다. 만약 여기서 조금 더 생각을 이어나갔다가는 정말 이런저런, 별에 별 이유를 구구절절 대며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되어있을 것 같았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서 마냥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놀러가고 싶어지는걸. 우리 여보가 가문 내에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까 전에 이야기한걸로 감을 잡기는 했지만~ 이렇게 들으니까 또 새로운 느낌이고 하네?"
"... 가문 내에서의 너는. 어떤 사람일까나~ 전부 알려주기 싫다면, 맛보기로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또 다시 입수한 지렁이젤리 20봉지를 들고, 행여나 늦을새라 얼른얼른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좋아. 적어도 이렇게 한다면 학생대표로써의 이미지 관리정도는 어느정도 잘 할수 있겠지. 나중에 그 점을 슬쩍슬쩍 이용해서, 너무 과하지 않은 탈선 정도는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가령, 되도 않는 이유를 들며 기숙사 점수를 1점씩 야금야금 깎는다거나. 꾀병과자 먹고 아프다고 뻥치면서 야간 순찰을 빠진다거나 하는.
"자~ 오늘도 지렁이젤리 20봉 배달입니다~!"
물론 그런 밑그림을 위해 총 180갈레온을 써버리는 바람에 지갑이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껏 했던 대로만 한다면 다시 금방 벌 수 있지 않을까.
높은 꼭대기에서 빗자루와 함께 뛰어내리면 된다. 너는 교수님의 조언에 "응!" 하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마친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방법을 써먹을 날이 올 것이다. 빗자루를 다섯 번 정도 태워먹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쓸 지도 모르는 일이다.
각설하고, 너는 세스트랄을 눈으로 훑는다. 피막이 달린 멋들어진 날개, 비쩍 마른 몸, 죽음 그 자체를 상징하듯 흉흉한 모습이지만 그만큼 경이롭다. 뺨이 발그레 물든다. 어느쪽이든 신비한 동물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너는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바라본다.
"후부키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가망 없는 환자도 꽤 많아요? 이노리는 그런 사람 많이 봤어요?" 어디서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텅 빈 눈이 잠시 왼팔을 붙잡는 모습을 보고는 이채를 띄운다. 뭔가 대단한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처럼.
"그리고 교수님도 보이잖아요?"
교수님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이다. 너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먹이를 바라본다. 세스트랄은 육식 동물인가보다! 너는 세스트랄을 한번, 교수님을 한번 쳐다본다.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너는 동의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말에게 물리면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너는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서 세스트랄 앞에 선다. 먹이를 굴려 펼친 손바닥 위에 올리고 보여준다.
1. MA신앙은 오로지 무기만 가지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그냥 신? MA? 재앙? 이런 정도입니다. Tmi지만 실제로 MA는 시트캐들에게 호의적(?) 이라서 위압감을 조절하고 있습니다만, 보통 모브캐나 NPC들에게는 짤없이 위압감과 악의를 드러내기 때문에 두 다리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없습니다.. :3 기절한다면 오히려 다행이고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기적이라고 칭할 정도로요:3
2. 기린궁은 실제 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계절감을 묘사하지 않았어요. 지금의 기린궁은 여름이네요!
3. 네 가능해요! 부적을 소모합니다! 이 부분도 무기가 알려줄 겁니다!! 조금 빡세게요;D
어김없이 평화로운 수업날. 다시 지금의 이 평화를 누리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으며, 개중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일도. 그리고 한껏 투지를 불태웠던 일도. 혼란이 함께했으나 더없이 즐거웠던 일도 있었다. 지금은 다시 평소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이 일상을 한껏 즐기는 것이 남았으니. 시간표를 간단히 훑어보며 주양은 고민했다.
"흐으음~ 뭐가 좋을까나. 역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 제일 낫기는 할텐데~"
차라리 자신의 몸이 7개로 분열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수업 하나씩 다 듣고 와서, 수업 정보를 그대로 담은 채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모든 수업을 다 들은 기분을 즐기고 싶다. 쓸데없이. 그리고 의외로 성실해보일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아는 게 곧 힘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고민할 수 밖에 없었지만.
".. 으으음~ 그래도. 초청 교수님이 얼마나 수업을 잘 하시는지 한번 감상해보고는 싶은데~"
더워서 한참 허덕이고 있는 청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지, 한참동안 그 뙤악볕 아래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청의 날개싸대기가 날아오자 정신을 차리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평소 안 들어본것도, 한번 들을 가치는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주양은 살짝 키득거렸다. 왠지 저 분이라면 이 더위 속에서도 전혀 안 더울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교실 안도 시원한 공기가 맴도는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주양은, 찻잔으로 점을 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 찻잔으로 점을 치는 것도 있었던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평소 실습 위주로. 그러니까, 거의 예체능 특화 느낌으로 비행술을 집중적으로 듣기만 한 주양으로써는 지금의 이 분위기가 썩 색다르게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마치, 머글 학교에 늘 한둘씩 있는 운동부가 된 듯한 느낌으로 주양은 너무 앞도. 그렇다고 너무 뒤도 아닌 딱 중간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채 나누기도 전에 주양의 호기심과 흥미는 딱 지금 저 찻잔에 가서 꽂히고 말았다. 앉으면서도 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었다.
그러고 보니까, 저 설녀님은 이번 수업이 처음이었지. 지렁이 젤리 가져다달라고 한 것 외에는 학생들 앞에 자주 모습을 비추지 않았으니까 충분히 머뭇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양은 키득키득 웃었다.
"와~ 교수님, 저 질문 있어요~! 그러면 차 엄청 많이 마시면 더 많은 미래도 볼 수 있는건가요?"
굉장히 꿀맛 수업일것같다는 예감이 팍팍 들기 시작했다. 한번에 하나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차를 물 마시듯 마시면서 바라는 것을 다 떠올려가며 점을 친다면 자신은 분명 소문난 점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이런저런거 다 집어치우고, 무명의 점쟁이로 조용히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외로 쏠쏠한 돈벌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다시 그 꿈을 과장해서 점점 키워나가며 주양은 방긋 웃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이걸 마시고 엎어놓기만 하면 되는 거구나. 예상 와로 복잡하지 않은 방법에 주양은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헌데. 무엇을 떠올리면 좋을까. 찻잔이 조금 더 많았으면 이 모습이고 저 모습이고 다 떠올리면서 미친 스펀지마냥 찻잔을 죄다 비웠을테지만, 지금은 하나 뿐이니. ..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미래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나갈 생각이었기에 미리 확인한다면 뭔가 허탈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과연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시 탈들이 쳐들어올지를 알고 싶다고 상상하며, 주양은 찻잔을 깔끔히 비워내고 엎었다.
' 찻잔의 손잡이를 기준으로 찻잎의 위치가 왼쪽이면 과거의 일, 오른쪽이면 미래의 일입니다. 찻잎이 어떤 도형이냐에 따라서 길조와 흉조로 나뉘어져요. 별, 하트 같은 누가 봐도 좋은 모양이면, 길조. 단검, 부숴진 막대 같은 누가 봐도 불길한 모양은 흉조로 나뉩니다. 한 번 열어보세요. 그리고 모양을 확인해보세요. 단추나 개 모양이 나왔다면 절 부르세요 '
"아니에요. 응." 하고 스베타는 말했을 것이다. 당신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해서, 아닌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리 여기고 싶다면야, 더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런 마음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과는 오늘 밤이 첫 만남이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이해 못 할 당신의 그 믿음은 분명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럴만해요. 다들 부끄럼쟁이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그랬다고 들었어요."
스베타는 고개를 저으며 당신의 호기심에 답한다. 부끄럼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농담이었지만. 결국 이유는 보는 눈 때문이었다. 지금의 당신처럼, 한 명의 관심은 가볍지만. 그 수가 많고 지속적이게 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입학식 때 기린궁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걸. 기린궁에 들어오고 나서야 이해 하고, 알 수 있었다. 스베타는 두 팔로 감싼 무릎에 제 턱을 얹고 당신을 건너다보다, 당신의 학년을 듣고선 놀란 얼굴로 눈을 깜빡인다.
악몽을 꾼 날은 어쩐지 몸이 무겁고 묘하게 나른해서 움직이기 싫어지지만 그래도 수업은 들으러 가야 했다. 거기다 오늘은 간만에 지정 수업이 아닌 날이다. 한번에 모이는게 아니라 윤과 같이 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듣고 싶은 걸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아쉬움이 덜하다. 딱 5분 더 누워있고 싶은 몸을 꾸역꾸역 일으켜 수업 들으러 갈 준비를 한다. 머리 손질을 대충 했더니 여기저기 뻗쳐서 보기에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그냥 가기로 한다. 귀찮으니까.
"......"
설렁설렁 수업표가 있는 곳으로 가 오늘의 수업을 보니 빠진 것도 있고 새로 보이는 것도 있다. 어느 쪽이든 들을 생각은 없었으니 한번 슥 보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향한다. 걸으며 발을 끄는게 좋지 못한 행동인 건 알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다리가 무거워 저절로 걸음이 끌린다. 지익지익. 다소 듣기 좋지 않은 소리를 내며 교실로 들어가 안을 한번 둘러보고 적당히 빈 자리에 앉는다.
하긴. 정말 이 미래 저 미래 가리지 않고 죄다 볼수 있었다면, 그리고 해석이 다 한결같다면 그땐 다른거 필요 없이 너도나도 찻잔 점성술 보면서 미래에 미리 대비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주양은 마냥 키득거렸다. 꽤 재미있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를텐데, 조금은 아쉬웠기도 하니까.
"음? 단추나 개 모양은 어째서 열외인가요 교수님~ 그건 다른 모양들처럼 딱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요?"
의문을 가지며, 주양은 제 찻잔을 들기 전 먼저 교수님의 찻잔으로 잔뜩 시선을 주었다. 과연 설녀는 이 찻잔 점에서 무엇을 떠올렸을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것들이 꽤나 궁금했던 나머지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곧게 펴서 그렇게 떠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제 찻잔도 뒤집었을까.
"미래일까, 과거일까~ 그리고 과연 길조일까 흉조일까~"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겠습니다. 괜히 쿵짝짝 쿵짝짝 하고 입브금을 넣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간단한 흥얼거림과 함께 찻잔을 열었다.
발 끄는 소리에 놀라다니, 저 교수님은 대체 어떻게 이 수업의 교수가 됐는지 의문이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비뚜름한 자세로 오늘도 심약한 에반스 교수를 보았다. 무슨 수업을 할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교수가 어떤 서류 가방을 꺼냈고, 달각거리는 소리에 왠지 무슨 수업인지 알거 같았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
에반스 교수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지난번 보았던 백호 패트로누스를 떠올렸다. 그 패트로누스도 말을 했었지. 한마디 뿐인게 별거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선 꽤나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숙달해서 나쁠 건 없겠다고 생각하며 책상에 턱을 괸다.
시전자의 심리에 따라 변한다... 그녀는 처음 패트로누스를 불러냈을 때의 현상을 떠올렸다. 푸른 안개가 분명 고양이에 가까운 형체를 띄다가 돌연 여우로 변했던 것을. 그렇게 신기한 현상도 아니었다. 그녀의 남매들 역시 바뀌었다고 들었으니까. 다만 그녀처럼 처음부터 바뀐 건 아니었다. 뭐, 어디까지나 그렇다는 얘기다.
"......"
외형으로 시비, 까지는 아니지만 넷째의 패트로누스가 라쿤인가 랫서팬더인가 그래서 놀림감이 됬던 적은 있었다. 누구에게 무슨 영향을 받아야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
디멘터, 그슨새, 그슨대... 적당히 깃펜을 들어 끄적이며 다음을 기다린다. 오늘은 특별히 떠오르는 질문이 없기에 마냥 조용히 듣고만 있는다.
개가 죽음이라니. 상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른 내용을 듣고 주양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렇게 위험한 느낌인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개는 멀리해야지.. 라고 할 뻔. 당신의 키가 커진것은 그저 기분탓으로 느껴지는 것만은 아닐 터였기에. 한참 시선을 올려 당신을 멀뚱 바라보다가 곧 미소를 걸쳤다.
"오오, 교수님 센스 짱이시네요! 음흠, 미래의 안정이라..."
지렁이젤리, 한가득 사드린 보람이 있었어! 그런 느낌으로 주양은 눈을 반짝 빛냈다. 썩 놀라운 해석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인지 모른다면, 그것이 당장 찾아올 미래가 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먼 훗날의 일이 될수도 있었다. 표정이 제법 의기양양해진 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안정을 확신했기 때문이었지. 물론, 이 점 하나만으로 모든걸 바라보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아직 확신을 하기는 이르다.
"오호라.. 각각 그렇게 읽히는거군요. 신기하네요! 넹, 다시 한번 더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수건으로 깔끔하게 닦고, 주양은 다시 차를 원샷한 다음 잔을 엎고 들어보았다. 과연 이번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패트로누스를 부르는 기억의 기준은, 본인이 기쁘고 즐거운 것이 기준이 아니라 기억의 내용이 기준이 되는 걸까. 아니면 본인이 아무리 즐겁고 기쁘게 느꼈어도 그 감정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인걸까. 깃펜으로 양피지를 톡톡 두드리며 이걸 물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교수의 부름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네에."
걸음만큼이나 늘어지는 대답을 하고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허리춤에서 지팡이를 꺼내 까딱까딱 흔들다가, 이내 똑바로 들고서 주문을 읊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푸른 안개가 장난치듯 스멀스멀 흘러나오다가 곧 여우의 형태를 이룬다. 아직은 귀끝이나 꼬리끝이 안개처럼 흩날리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갖추고서, 공중제비를 휙 돌더니 그녀의 어깨에 착 내려선다. 패트로누스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이제 뭘 하면 되냐는 눈으로 에반스 교수를 본다.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단태는 움찔,하고 걸음을 멈추고 암적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바라봤다. 일단 건 선생님이 여기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기는 했다. 그런데, 대체 왜 교탁에 드러누워 계시는 걸까. 날씨가 너무 더워서 교탁 위가 시원해서? 잠시 놀란 것같은 표정을 짓던 단태는 히죽-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교탁 위, 많이 시원하세요. 선생님?" 하고 능글맞은 뻔뻔한 어조로 재잘재잘거리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무 앞자리도 아니고, 너무 뒷자리도 아닌 적당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