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녀에게 사다줄 지렁이젤리 값을 벌 겸, 주양은 다시 트롤을 두들기러 기숙사를 나섰다. 말을 듣지 않는 지팡이에 대한 뒤끝도 어느 정도 남아있기는 했다. 한두번 풀어버리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 뒤끝은 은근히 길게 남을것만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왔다 갔으려나. 그리고 그 강해보이는 트롤에 흠집은 났으려나. 어째 지난번 게가 출현했을때보다 더더욱 잡기 힘들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일단 최대한 열심히 두들겨볼 생각이었다. 혹시 알겠는가. 그 기세에 못 이겨 도망을 가줄지.
"안녕~ 무식한 근육뇌 친구!"
자신만만하게 트롤을 도발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번 모래 뿌리고 도망치는 그 방법이 아주 효과적으로 먹혀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불리해지면 그렇게 도망가야지. 지팡이를 트롤에게 겨누며, 주양은 씩 웃었다.
"원한은 없지만, 좀 맞자! 도망치거나 하는 건 반칙이야~?"
어지간히도 입이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트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다시 마법을 연달아 난사했다. 콘프링고. 인센디오. 그리고 블루벨 플레임.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주문을 쏟아붓고 튀는 건 이런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닌. 적어도 자신이 맞붙을수 있는 상대를 공격할 때 필수였다.. 고 주양은 생각했다.
착각 아닐까요, 교수님? 혜향 교수님의 말에 단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태도가 아닌 꽤 학생다운-얌전하고 차분한- 태도로 대답을 해보였다. 도통 모르겠단 말이지? 대체 내 어디를 보고 건 선생님이랑 같은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신걸까. 내가 그렇게 장난기가 많아보이나? 직접 물어보지 않는다면 영영 모를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혜향 교수님이 주문하는 모습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교직에서 내려가시게 된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막이래. 정말로 사달라고 조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걱정 마세요. 교수님."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장난을 치며 단태는 찡긋 윙크를 해보였다. 자신은 농담이었지만 농담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저렇게 반응을 할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그런 것 치고는 능글맞게 넘어가는 꼴이 꽤 능숙해보인다. 탈에 대한 걸 보여준 이유가 단순한 장난일거라는 혜향 교수님의 말에, 주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 안어울릴 것 같은데.. 단순히 장난이라고 하기는 좀, 타이밍이 잘 맞잖아요? 제가 탈들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교수님의 말에 동의했겠지만요."
마시고 잊어버려라, 인가. 단태는 주문한 무알콜 칵테일이 나오자 바로 마시지 않고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대답을 마무리하고 헤죽, 웃으며 칵테일을 한모금 마시고 혜향 교수님을 바라봤다. 퍼프스캔?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암적색 눈동자가 데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언제 너, 혹은 이름만 불렀냐는 듯, 주단태는 평소 하던대로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낯간지러운 호칭을 입에 담으며 여전히 샐쭉하게 가늘게 뜬 붉은 암적색 눈동자로 서로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단짝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나는 너에게 잘못이라고 한 적이 없어."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낄낄거리며 터트리고는 단태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내저어보였다. 잘못이라고 누가 정하는 걸까. 선천적으로 이런 본성을 타고난 자신조차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꼭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한가. 이해자가 없어도, 이해자가 있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아니면 네가 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물음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웃음기 없는 건조하게 메마른 붉은 암적색 눈동자가 주양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서로가 서로를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 채 있어도 되지 않을까. 단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에게 살벌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차가운 양손이 날름 주양을 감싸서 끌어당겼다. 저항없이 끌려오는 몸을 붙들어서 안았다.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며 단태는 무슨 생각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대답에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것 같았다. 능청스러움없이 단태는 킥킥- 하고 웃었을 것이다. "글쎄-" 주양의 검지가 입술을 건드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단태가 그 검지를 이로 콱 물려 했다.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힘들텐데. 이제껏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게 빠를거야. 너는, 나한테 무슨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야?"
>>83 앗 뭐 뭐지 진짜로 노트가 가져와졌어..? 이게 바로 아씨오 마법인가..! (아니다) 모자이크 짱 많아 :0 무엇이 확실하고 현무는 무슨 이유를 택했으며 뭐가 행복한건지 나중에 독백이나 일상 기타등등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이 노트를 읽기 전용으로 바꿔버리고 잠가버릴 것이다 >:D!! (협박)() 한국인의 얼이 담긴 표정으로 보는 잉주가 귀엽지만 어쩔 수 없어! (눈 감아버리기)
알고도 당하는 스피어였다. 레오는 항상 싸움을 시작할때 몸을 날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았지만 그 만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몸을 날려서 어깨로 배를 찍어버리면 그 빠른 속도를 보고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일단 맞게 되면 치명타를 넣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몸을 날리는 기술이기 때문에 자신도 넘어지게 되고 일어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띄고 자세를 잡고 일어나려던 레오는 잠깐 방심한 틈에 바닥에 깔리게 되었다.
" 커헉.. 이런 씨..! 풀어! 야 이거 풀어! 너 쳐죽여버린다 진짜!! "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이 꽤 컸다. 다행히 머리나 목이 아닌 등으로 충격을 흡수해서 큰 부상은 없었지만 몸 전체가 울리는 느낌에 레오는 두어번 정도 마른 기침을 뱉어냈다. 이대로 바닥에 등을 붙이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레오는 두 팔을 교차해 얼굴과 몸에 들어올 수 있는 후속타를 막기 위해 가드를 올렸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입은 살아있어서 쳐죽여버린다던가, 개밥으로 만들어준다던가 하는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물론 가만히 방어만 하던 것은 아니었다. 진짜 사냥꾼은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배웠으니까. 아무리 길거리 싸움이라도 잔뼈가 굵었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었기에 레오는 틈틈히 몸을 단련했다. 레오는 조금씩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바닥에 등을 기대고 누워있는 꼴이라 정타를 먹이긴 힘들었으니 이렇게라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항복 안하면 기절시킨다..! 자, 지옥문이다..! "
레오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두 다리 사이에 주양의 목을 끼우려했다. 그리고 한 두대를 맞더라도 머리를 잡아 아래로 누르면 목이 졸리게되고 꽤나 아플 것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고 날렵하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Hell's Gate, 지옥의 문. 레오는 자기가 개발한 기술을 그렇게 불렀다. 자신의 두 다리가 지옥의 문이 되어서 거기에 머리를 넣은 사람은 정말 지옥으로 끌려가게 될 테니까.
.dice 1 2. = 2
https://postimg.cc/dhqPSvjb ㄴ>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임당 :ㅇ!!
1. 모티브..풀라고 하시네요..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 들었던 노래는..🙄((유튜브 검색기록을 보고 와요..)) 토랸세, 붉은 구두(아카이 쿠츠, 동요), 이로하 노래, 십면상, marigold, 꿈의 도시 레헬른..등등이 있고.. 참고 영화는 미드소마((이 지옥같은 걸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벨에서 끝날 줄 알았던 지옥이라니..😬))
"여보야는 나한테 잘못이라고 한 적이 없지만~ 글쎄다? 난 나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데 한껏 빠져버려서 말이야. 그러니까, 너가 없다고 느껴도 결국엔 내가 그렇게 느끼기 마련인거지~"
킥킥거리면서 한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차라리 자신도 선천적으로 타고났더라면, 지금의 자신에게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을텐데. 이래저래 오락가락하며, 어쩔 땐 그나마 양심이 있는 사람처럼 굴다가도 또 어쩔 땐 자신을 한없이 악인으로 몰아가며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간다. 완전히 죽여놓은 성격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자신의 삶은, 어린 그 날의 기억 이후로 뒤틀려버린 채, 그보다 이전의 인간성을 버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크루시오를 맞고. 이를 악무느라 그 사이로 비져나온 피가 머금어진 타액을 도로 목구멍 너머로 삼켜버리는 기행을 저지를 때 이상으로, 속이 역겨웠다. 왜, 어째서, 지금의 자신은.
"맞아~ 그래서 내가 이해자따윈 없는 삶을 택한거기도 해. 있다고 한들, 뭐가 문제겠어? 지금껏 해온 것처럼, 나는 그저 나 하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 되니까."
혼잣말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하나하나 대답하는 것도 주양의 버릇 중 하나였다. 그렇게 안 한다면 마치 입속에 가시라도 돋아날 것 같았는지, 조금도 말을 아끼는 적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그 이야기가 의도적으로 시비로 말머리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고, 혹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고 말도 많다며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있었다. 허나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이런 사람인걸. 대화하는걸 즐기며, 그 속에서 감정기복을 쫓는 사람인걸.
"... 어라. 아니었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니, 난 당연히 우리 단태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혼잣말에 대한 주양의 이야기였으니, 여기서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짐짓 놀란 듯 해보이는 것이다. 정말 자신을 이해할거란 믿음은 없었더라도. 한번씩 그렇게 행동에 변칙을 주게 된다면, 상대의 반응은 또 다른 식으로 보여지기 마련이었으니가. 지금껏 사람 여럿 도발하면서 아주 잘 깨닫게 된 하나의 리빙포인트였다. 검지를 물렸으나. 고통은 드러내지 않았다. 황홀경과 아드레날린은, 때로는 이런 소소한 고통 정도는 지위줄수 있을 만큼 효과가 뛰어난 법이었으니. 물린 손가락을 살짝 굽혀 아래턱에 걸치게 하며, 그 상태로 살짝 힘을 주어 당신의 머리를 제 쪽으로 당기고, 주양은 다시 비릿한 미소를 내걸었다.
"여보야. 나랑 말장난하는 건 아니지?"
자신은 당신의 질문을 스킵하고 다시 당신에게 질문을 주었으며, 그와 같은 과정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었다. 따지고 보면 주양이 먼저 시작한 말장난이었으나, 역시 그런것을 신경쓰며 감내하는 것은 제 성질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당신을 안은 다른 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거리를 좁혀지기 위해 힘을 더 주었다는것을 제외한다면. 당신의 암적색 눈동자를, 그 어떤 감정도 내배치지 않는 검은 눈동자로 한참 응시하던 주양은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 그렇게 이야기하면 결국엔 내가 생각해야겠네? 라고는 해도. 나는 그냥~ 지금처럼 대할 생각인데? 다정함은 조금 덜하겠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말이야. 왜냐하면 나는, 여보처럼 본모습을 숨긴다거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자. 이게 순수한 내 모습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양은 다시 경박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서야, 역겨움이 가신다. 자신은 늘 불친절했으며,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과거의 뒤틀림이 해명되니까. 꼭 그렇게 비틀리지 않았어도 이겨낼수 있었을지도 모를 현실 앞에서, 모든게 망가졌다고 주저앉아만 있던 제 무력함을 조금이나마 더 외면할 수 있었기에.
나무들 만큼이나 긴 풀들 사이로 혹여나 문카프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스베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숲의 외각을 따라 걸었다. 관찰하기 좋은 자리를 찾았을 때에 마침 모습을 보였던 문카프는 정말 잠깐 그 모습만을 보이고 다시 숲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새벽이 늦기 전까지는 찾고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달빛이 있는 밤이라 하더라도,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 형상이 보이는 듯하는. 장소가 가져다주는 공포에 스베타의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여전히 문카프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향한 곳에서 누군가의 인영을 볼 수 있었을까. 당신이 있는 바위 위에서 주황 불꽃이, 마치 여우불처럼 자신을 홀리듯 너울 거리는 것을 보았다. 누구일까.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스베타는, 당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보고서는 잠깐 그 걸음을 멈췄다. 지금까지 보았던 탈들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는 그저 자신의 오해였다. 당신의 옷에는 자신의 옷에도 달린, 익숙한 노리개가 있었다.
"... 아, 음. 놀려고 온 건 아니지만. 문카프를 보러 오긴 했어요."
관찰 일지를 써야 하거든요. 스베타는 잠깐 멍하니 있다, 당신의 물음에 그리 답하며 손에 쥐고 있던 양피지를 들어 당신에게 내보였다. 당신이 피우고 있는 그건 담배일까. 그렇다기엔 향은 아닌 것 같은데. 스베나는 물끄러미 시선을 당신의 손에 들린 장죽에 시선을 둔다.
".. 치. 이번엔 좀 했다 꼬맹이..? 그래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물론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언제나 주양의 악바리였다. 아무리 맞고 또 맞아서 맷집이 좋아진다고 한들 아예 안 아프게 다가올수는 없으니. 게다가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물리적 마법전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도 하고, 이래저래 사소하고 소소한 이유가 겹치고 겹쳐 한방 한방이 치명적으로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악과 깡다구를 버리면 자신이 주궁 사람이었겠는가. 피지컬도 받쳐주겠다, 지금은 그것들을 한껏 이용하기로 했다.
"어머나. 그게 지금 갑의 입장에 선 사람한테 부탁하는 태도야? 일단 예의범절부터 더 익히고 오시지! 뭐, 그렇다고 풀어달라는 말을 듣고 순순히 풀어주는 머저리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
처음에 마법을 맞고, 바닥에 나동그라지며 살짝 불안불안했던 승기를 겨우 다시 잡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순순히 이것을 그냥 내어줄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그 어떤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한 순간. 모의전의 승패가. 더 나아가서는, 누구의 자존심이 꺾이고 꺾이지 않는지가 결정지어지게 된다. 그래도 역시 그렇게 느낀 건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니. 자신에게 순순히 유효타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잘 안다. 당신의 도발에 일일히 새밥이라느니 부숴버린다느니 하며 맞받아치고 이래저래 위협하면서, 이 가드를 어떻게 풀까. 그리고 어떻게 허점을 파고들까를 한참 계산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만 더 판단이 느렸다면 이어지는 후속타를 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쳇.. 느려, 꼬맹이! 그런 속도로 닫히는 지옥문이라면 지금쯤 이 세상에 망자 수천억은 넘어왔겠다! 자. 너야말로 순순히 항복하시지 그래..?!"
전혀 아니다. 가까스로 피한 주제에 허세를 부리며 입을 터는 것일 뿐이었다. 아주 잠깐의 텀이 생긴 틈을 타 숨을 가다듬고는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미리 계산해두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기술을 난무하는 당신과의 싸움을, 길게 질질 끌어봐야 결국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게 될 뿐이라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과거에도 쓸데없이 재미를 위해 싸움을 질질 끌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윽고 판단을 마친 주양은 날쌔게 몸을 일으켰다. 포박을 풀어버리는 것은 어느정도 위험이 동반하는 일이지만, 일단 자신이 더 빨리 행동하기만 하면 그만인 일이다. 당신의 민첩함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렇게 구는 건 정말 위험성 높은 도박이었지만. 주양은 이런 승패의 갈림길에서도 눈 앞의 도박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이런 내기와 도박에 진심으로 단단히 미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선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순순히 항복한다면..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은 없을거야! 난 보기보다 자비로운 사람이니까~ 물론. 선택은 너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고는 쉴 새 없이 빠른 몸동작으로, 당신이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가슴께를 발로 확 짓눌르려 했다. 너무 세게 밟았다가는 모의전이고 뭐고 자신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큰 상황이 오게 될지도 모르니, 적당히 상체에 힘을 못 줄 정도로만 체중을 살짝 실으려는 마음가짐으로. 물론, 그 사이에 빠져나올 틈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당신이 마냥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가능성을 두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사람 만나는 데 마음의 준비가 꽤 필요한 성격이라지만 그런 그에게도 호기심은 제법 있었다. 기숙사의 후원자라는 자격을 갖고도 그동안은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설녀가 학생들에게 직접 부탁을 한다니, 한 번쯤은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온 것이다. 그런 연유로 간신히 메꿔놓은 지출이 다시금 한도 내 최고조로 올랐다. 탈탈 털린 용돈이 파산 선언 직전의 상황으로 몰렸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이제 1갈레온 뿐이다……. 지출에 비례해 사온 과자의 양도 많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수중의 현금이 모자라 고작 2봉지 정도가 상한이었다. 지갑 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어쩐지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만 같아 그는 가만히 도리질을 했다. 심부름만 잘 하면 쉽게 벌 수 있다. 내일 다시 맨드레이크한테 노래 한 번만 더 불러주면……!
>>126 티미 고마워~~! 노래 들으면서 쓰.. 려 했는데 이로하노래 분위기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좀 더 무서워서 지금 불켜고 노래듣고있어 :D... 불 끄고 듣다가 까만 화면에 내 얼굴이라도 비치게 되면 나는 기절하고 말거야 (?) 영화들 이름이 굉장히 범상치 않은 건 기분탓이지 그치...? (먼산) 앗 그리고 벨이 준 선물..! 뭐지뭐지 추측하고 싶으니 힌트를 달라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