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쉴드를 쳐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나보다. 미안해요. 선배. 그녀는 후에 잔소리를 듣게 될 윤을 향해 속으로 사과했다. 조만간 같이 있게 되면 이쁜짓이라도 좀 해주자고 생각하면서.
윤이 자신에게 정체를 밝힌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골치아픈 듯 머리를 짚는 모습을 보고 괜히 눈치보는 시늉을 해본다. 시늉만 한 건, 그녀가 그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저 모습을 보여준게 저렇게 골치 아픈 일인가 싶었다. 마법사인 이상 기억 따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데.
그녀가 솔직하게 말을 털어놓은 뒤, 잠시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가만히, 라고 해도 손 안에 든 포크를 까딱이고 있었지만 딴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기에 제대로 듣고 제대로 생각했다. 생각하고, 말을 곱씹어보고서 그녀가 보인 태도는 건방지다고 보일 만큼 태연했다.
"글쎄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라던가, 그걸 알아버림으로써 제 인생이 바뀌어버릴 만큼 중대한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저 자신은 별로 안 바뀔거 같네요. 애초에 저는 샤오 씨나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 안 하구요."
그러니 당신들도 나를 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입장도 처지도 아니라 생각했고, 그들이 그 말을 들어줄 이유나 명분도 없었다. 그래도 학교 측과 그녀를 같은 무리로 엮는 건 좀 싫었다. 그녀에게 학교는 그저 배우는 곳이지 어떤 소속감도 일체감도 느끼지 못 하는 장소였다. 아, 지금은 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있긴 했지만.
"제가 샤오 씨나 그 사람을 마법부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쪽 편이 아닌 것처럼, 여기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정이라던가 없거든요. 학교에."
그가 탈을 가리키며 한 말에, 그녀가 했던 생각을 담아 대답을 돌려주고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때마침 나온 무알콜 맥주를 받아 몇모금을 마시자 쉬지 않고 떠들어 말랐던 목이 삭 풀린다. 그래도 알콜이 없어 2% 부족함을 느끼며 입맛을 다시곤, 저를 향한 시선을 똑같이 마주했다. 윤에 대한 대답을 들은 직후였다.
"제가 원하는 건, 그 사람이 온전히 제 사람이 되어줬으면 하는 거에요. 당장의 목표를 관두지 않아도 좋고, 평생 모습을 바꾸며 살아도 좋으니까, 언제 떠날지 몰라 불안하지 않게 해주길 원해요. 지금은."
말은 줄줄 늘어놓는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잠시 손을 들어 매만지는 귀끝이 붉다. 그걸 보이고 싶지 않은지 머리카락으로 슬그머니 귀를 가려놓고 표정을 태연한 척 유지한다. 약간은 어설픈 티가 났지만. 그대로 머리끝으로 손을 옮겨 만지작대다가 말을 덧붙인다.
"샤오 씨 눈에는 마냥 어린애의 치기 같겠지만,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품 넓은 꼭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방방 뛰어다닌다. 오늘 달은 예쁘고, 달이 뜬 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있으면 보름달이다. 달이 뜨면 문카프는 구애의 춤을 출 것이고, 너는 그 춤을 꼭 구경할 사람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문카프가 어디에 서식하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금지된 숲 입구 근처로 뛰어갔고, 목이 말라 맛없는 음료를 마셨다.
"문카프야! 문카프야-! 이노리랑 놀아요?"
그렇게 문카프를 찾아나선지 10분.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대실패다. 흥미를 금세 잃을 사람이기 때문이고, 네가 와락 달려와 무리에서 낙오된 문카프가 후다닥 도망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카프와 노는 대신 커다랗고 넓적해서 두 사람 정도는 앉을 수 있는 바위에 앉아 달을 봤다.
네 입이 뻐끔거린다. 연기가 퐁퐁 나온다. 장죽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쑥뜸 냄새가 난다. 발을 동동 구르던 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누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손님일까. 손님은 좋다. 손님이 오면 맛있는 닭죽과 히츠마부시를 먹는다. 내일 학원의 저녁으로 닭죽이 나오면 참 좋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너는 활짝 웃었다.
"샤오 씨는 제가 적대하길 바라는 것 같이 들리는데 기분 탓일까요? 뭐, 샤오 씨가 아닌 누군가 그걸 바란다고 해도, 전 제가 원하지 않는 걸 할 생각은 없어서요. 적개심이 안 드는 상대를 억지로 적으로 여기는 건 상대에게도 실례이지 않나 싶구요."
그녀에게 그들의 습격은 그저 헤프닝, 어쩌다 일어난 사단에 불과했다. 보고 있으면 나름 흥미롭고 윤이 거기에 있으니까 그녀도 거기 있는 것 뿐이었다. 그들을 공격하는 건 윤이 하지 말라 하지 않으니까 하는거고. 윤 이외의 누군가를 지켜본 적도, 다치는 것을 걱정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사레 들려 켁켁대던 그가 되물었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니까 교류하고 상대하는 것 뿐이에요. 그들은. 저나 그 사람한테 방해만 안 된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 관심없어요."
연이은 습격에서 누군가 죽을만치 공격당해도 한번 거들떠본게 전부였다. 졸업하면 다시 볼 일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그리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윤이 있는 지금은 더더욱 타인에게 내줄 여유 따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처럼 사레 들리지 않고 얌전히 남은 맥주를 마셨다. 야금야금 마시면서 그의 말을 듣다가 허튼 짓거리를 하려고 하면, 이라는 말에 작게 웃었다. 그것도 오히려 그녀가 부추기고 있다고 하면 혼나려나. 그건 싫으니까 조용히 있기로 한다.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조언을 머릿속에 넣어두곤 잔을 내려놓으며 되묻는다.
"뭐가 그렇게 질투나는지 한번 얘기나 해보고 싶긴 하네요. 이매탈이란 사람. 그런데 전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데요?"
그녀의 기억 속에 이매탈이라 불린 사람은 아직 없었다. 있는 줄도 몰랐고. 누군지 알려줄 수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며 그를 빤히 보다가, 옆에 있던 것을 들어 탁자에 올려놓고 그의 앞으로 밀어놓는다. 올 때부터 들고 있던 작은 주머니가 그것이었다.
"잊기 전에 드릴게요. 뭔지는 지금 확인하셔도 되고, 가서 확인하셔도 되요."
복주머니마냥 입구가 메인 그걸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에게 주겠다고 하곤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홀짝인다. 그녀의 손을 떠난 주머니에선 달고 고소한 향이 은근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향이 나는 것만 들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67 오늘 진단도 땡큐~~! 비설.. 비설 내용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 우와인거지! 궁금해서 안되겠어 잉주 애버노트는 내가 접수한다~! :D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사 표현하는것도 노리다워서 좋아 귀여워.. 흑흑 앞으로는 이야기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 습니다..... (0.25배 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