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어떻게 피해내야 합니다!!!!!!!! 선글라스만은 어떻게 사수하여야 해요!!!!!!!!!!!!! 제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저는 이런 간절한 마음을 품고 신속을 강화하여 피해 손님으로부터 제 선글라스가 벗겨지는 걸 막으려 하였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에 의념을 쓰나 싶지만 다행스럽게도 신속을 강화한 덕인지 선글라스는 지킬 수 있었습니다! 살았사와요!!!!!!!!!
"초면에 다짜고짜 숙녀의 얼굴에 손을 대시는 것은 실례랍니다, Sir! "
자아 어떠냐! 아무튼간에 나는 피해내었다! 는 의미로 브이를 해보이며 저는 간신히 숨을 고르고 제 자리에 도로 앉으려 하였습니다. 그래요...어떻게....살았네요....또 강화할 일이 생기지는 아니하겠지요......??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의자에 가만히 앉은 처지가 되자, 릴리는 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힘 빠진 가필드처럼 숨을 내쉬었다. 가쉬의 팔에 부비적거린 앞머리가 왼쪽으로 꼬여서 들려 있었다.
“…… 가쉬 군……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게 음식을 먹는 파트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아……. 배고파졌어.”
이건…… 어쩌면 아직 서로 쑥스러워하는 커플들을 골리기 위한 오너의 장난기였을 수도 있겠다. 애초에 이벤트의 명제부터가 ‘커플 푸드 챌린지’였으니 말이다. 아, 그런 거였군. 조금 맑아진 머리로 생각하자 금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레스토랑을 나오자마자 헤어지기로 약속한 한 쌍이라도 저 양반에게 걸리면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맞습니다’라는 고해성사를 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구조였던 거야.
빤히 가쉬를 바라보다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탈진했는지, 릴리는 테이블 위에 털푸덕 하고 엎드렸다. 그리고 엎드린 실뭉치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게 웅얼거린다.
“…… .”
그 얼굴빛은 엎드려 있었으므로 당연히 볼 수 없었다.
그것은 그것이고, 이제는 정말로 공동전선의 목표에 맞게 활동할 시간이 왔다. 1개월 무료 식권을 위해 식사결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가쉬가 밥값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릴리가 익히 아는 사실이 되었으므로, 그를 측은하게 여겨서라도 꼭 이겨 줄 필요가 있었다. 더군다나, 이 몸집이 작은 릴리를 푸드 챌린지의 파트너로 선정했다는 건…… 그 정도로 대안이 심각하게 없었다는 말이 되니까. 릴리는 그렇게 판단했다.
엎드려 있는 릴리는 고개를 살짝 돌려 눈을 테이블과 평행하게 빼꼼 들었다. 그 오너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방에서 열심히 도우를 회전시키고 있는…….
“……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애정행각을 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읽은 책에 나온 커플들은 보통 안 그러던데?”
『커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도 같지만…… ‘그건 가쉬 군이 그렇게 설명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릴리의 생각은 대강 이랬다.
오늘 일어난 일이 앞으로 10년쯤 놀림거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미리는요, 미나즈키 군이 저를 오라버니로 착각할 정도로 그렇게 오라버니를 각별히 여기는 줄 몰랐... 이건 너무 갔는데. 미나즈키는 생각을 떨쳐내고자 고개를 홱홱 젓고는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조금 멀지. 청월이니까."
다른 학교는 애초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누나는 청월 학생이었으므로, 뭐라도 알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도 청월에 입학해야 한다고 여겼으니까. 꽤 비약이 심한 사고였지....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의외로 성학교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긴 했다. 제노시아는 그놈의 자판기 때문에라도 절대 가고 싶지 않았고.
"아아. 동감이야. 그냥 넘어갈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되어버릴 줄이야.... 배고프다-아..."
나는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기댄 채 고개를 쳐들어 레스토랑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진 빠지고 기운 빠지는건 정말, 아니 이런 적이 있던가? 온 몸의 힘이 방금의 외침과 함께 사라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애초에 내가 처음부터 잘 말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릴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진 몰라도, 우리 다음에 오는 커플들은 어렵지 않게 테이블로 안내 받고 있었다. 뭐지? 왜 하필 우리만? ..역시 내가 대답을 이상하게 해서 그런가?
그렇게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는 와중에, 릴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철푸덕 하고 테이블에 얼굴을 박는다. ..아쉽잖아. 화장한 얼굴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굳이 입으로 내진 않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려 뭐라고 하는진 인식하지 못했다. 배고프다고 한 것 같다.
"나도 배고프다."
나는 그 웅얼거림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튼 드디어 전선에 선 것이다. 방금 그렇게 소리를 질러서까지 이 곳으로 온 이유는 1개월 무료 식권을 위해서였으니까! 진이 빠졌기 때문에 나의 배는 더욱 음식을 바라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문제 없이 클리어 가능하다! ..사실 진짜 1개월 무료 식권을 위해서라면, 은후쓰와 짜고 왔어도 됐을지도 모른다. 남남커플로 보이는 것은 뭐, 크게 문제 되지도 않고. 내가 굳이 릴리를 고른..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
아무튼, 언제 음식이 나오려나 기다리는데 그녀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해야 할 필욘 없지 않겠냐며 물었다.
"그럴 필욘 없어. 음.. 확실히 말 할 순 없지만, 그럴 필욘 없을거야. 아마도. 애초에 푸드 챌린지 자체가 주어진 음식을 주어진 시간 내에 먹느냐니까, 실제 커플이라고 해도 먹으면서 애정행각을 할 시간은 없을 거야. 뭐어, 이 레스토랑에서 '이상한 룰' 같은걸 넣어두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릴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설마 애정행각 1회당 시간 추가 그런 룰이 있을리 없잖아. ...없잖아. ...없지? 응? 제발! 난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려 했다. 그러던 와중 아까의 거구의 쉐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그것은
피자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컸다.
"에..?"
"Hai aspettato molto tempo. Questa è la pizza per la sfida di coppia che hai ordinato."
쉐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 피자 어쩌고 하는걸 보니 피자는 맞나보다. - 을 하곤 우리 테이블 위에 '쿵' 소리가 날 정도의 거대한 피자를 올려두었다. 이거, 인간이 먹는거 맞아? 내가 피자를 인식하기도 전에 쉐프는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1시간 이내."
"완식하신다면 여러분의 승리와 함께 1달의 무료 식권이 주어집니다."
"특별 룰로 두 분이 연인의 애정을 제대로 표현 해주신다면, 최대 3회에 걸쳐 시간을 조금씩 추가 해드리겠습니다."
1. 각각 레스를 작성하기 전에 다이스를 굴려. 굴릴 땐 알기 쉽게 이름에 커플 피자 푸드 챌린지를 붙여두는게 좋겠지. 다이스는 1~20의 다이스를 굴려. 값을 보면 알겠지만 1은 제대로 먹지 못한것 20은 굉장히 잘 먹고 있는 것. 이야. 각각 다이스 값에 따라 묘사하면 돼.
2. 시간은 핑퐁으로 8레스. 각각으론 4레스. 나와 릴리주의 다이스를 총합해서 100이 나오면 완식. 나오지 못하면 챌린지에 실패하게 돼.
3. ...여기서 특수 룰로, 가쉬나 릴리가 애정행위를 표현해서 쉐프를 [인정] 시켰을 경우에, 한 번 다이스를 더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최대 3번.
4. 즉 가쉬와 릴리는 8+3의 기회를 갖고 1~20의 수로 100을 채우면.. 승리! 라는거야. 물론.. 실패했을 땐..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옥의 접시 닦이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이…… 이 세상에는 기아와 기근으로 굶주려 죽어 가는 아이들이 많거늘, 이런 식량의 무지막지한 포화라니……!
이…… 이 동네 사장들은 전부 노동력 착취하는 게 취미이기라도 한가! 환경부담금도 아니고 접시를 닦아야 한다니!
이…… 이탈리아 놈들! 이런 건 이미 음식이 아니고 카펫의 영역이잖아! 이러면 테이블을 만든 의미가 없다고!
그것은 그야말로 마르게리타의 대평원과 같았다. 드넓게 펼쳐진 토마토 소스의 바다에 모차렐라 치즈의 섬이 떠 있고 곳곳에 바질로 된 배들이 항해하고 있었다. 『바다』라는 비유를 든 것은 그야말로 그 넓이가 바다에 필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도우를 구울 수 있는 화덕은 존재할 리가 없었으므로, 의념으로 구워낸 것이 아니라면 여러 도우를 이어붙여 만든 것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보면 마치 하늘과 땅이 뒤집히듯, 새빨간 토마토 소스의 바다가 복잡하게 깔린 토핑의 초원으로 뒤바뀌는 곳이 존재했다. 페퍼로니, 올리브, 양송이버섯, 그리고 녹아내린 슈레드 치즈의 향연이 카니발의 풍경처럼 뒤섞이는 대륙…… 콤비네이션 피자였다. 릴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부엌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이탈리아어를 쓰는 이탈리아의 셰프였을 터. 그런데 이 『미국식』 콤비네이션 피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마르게리타를 이만큼 먹으면 질려서 죽어 버릴 게 분명한 희생양들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친히 신대륙의 맛을 남겨 놓았다는 것인가?
그리고, 넓게 펼쳐진 마르게리타와 콤비네이션 피자 사이에 한 조각 ─ 그마저도 보통 피자 한 판에 필적하는 사이즈였지만 ─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신 한국풍 피자의 구역이었다. 콤비네이션 피자보다 한 술 더 떠 고구마 무스니 통새우니 불고기니 하는 잡다한 토핑이 쏟아지듯 올라가 피자로서의 근본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구역. 이 부분은…… 솔직히…… 이 부분만 다 먹어도 릴리는 체할 것 같은데…… 가쉬가 어떻게든 해 줄 것이다! 릴리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 Le pain d'hier est rassis, le pain de demain n'est pas cuit, merci Seigneur, pour le pain d'aujourd'hui… »
지금 상황에 참 지독하게 들어맞는 식전기도다. 릴리는 마르게리타 부분을 우선 공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