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오늘 아침부터 경보문자가 날아왔더라구. 오늘 폭염이니까 더위 조심하라면서..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나도 이젠 늙은건가...? (세월의 풍파를 맞고 쭈그러드는 쭈꾸미)() 일단 지금은 얼른 열 좀 식혀야 나아질것 같으니.. 에어컨 열심히 쐬고 선풍기 켜고 샤워도 해야지 :D (???)
>>926 앗 어쩐지..! 히히 잉주가 다시 가져와줬다 나 쭈꾸미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그런 쭈꾸미 :D (실수한 잉주 쓰다다다다다담) 쓰읍 후... 가면 쓰고 있어도 느껴지는 이게 바로 훈훈함인가요..? 가면 벗은 모습도 궁금하지만 뭔가 안 벗고 다녀도 쭈주는 만족할수 있어 지금 이대로라도 좋아~! 이제 다시.. 편하게 성불할 수 있겠지... (????)
너는 밖으로 나갔다. 하늘을 관찰해달라는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정말 예쁘다. 아침에는 해가 반겨주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다. 노을이 질 때는 세상이 꼭 수확을 끝낸 당근더미처럼 예쁜 주황색으로 물들어있다. 냄새를 맡아보면 당근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여름의 물이 가득 차오르는 따뜻한 냄새가 났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면 양피지와 깃펜을 꺼내야 한다. 별이 총총 뜨고 구름도 어둠에 물든다. 오늘 달은 보름달이 다가오는지 통통하다. 꼭 트롤의 배같다. 금지된 숲 주변으로 가자 저 멀리서 트롤이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고 학생들이 마법을 쓰는게 보인다. 그런데도 너는 하늘을 빤히 보고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친구가 되기 싫다면 다가가지 않기 때문이다.
"달이 아름다워요. 지난날의 후회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좋으련만 왜 우리는 후회를 끔찍한 것으로 여길까요."
청년의 목소리가 양피지에 구름의 움직임과 하늘의 색을 담아내며 중얼거렸다. 그 다음은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자신을 찾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서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짧은 자문자답 뒤로 너는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팔을 타고 다람쥐 한마리가 올라와 머리 위에서 잠을 청하려는 듯 몸을 둥글게 마는 밤이었다.
너는 다람쥐를 머리에 얹고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람쥐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균형을 잡는 건 내 특기기 때문이다. 맨발로 총총 달려가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우렁찬 노장의 목소리다.
"이리오너라!"
옳은 인사는 안녕하세요다. 이게 인사가 아님을 깨달은 이노리는 양피지를 붕붕 흔들다 멈춘다. 대략 3초 정도가 지나서야 우아하게 허리를 숙이곤 여인의 목소리로 "안녕하시어요." 하고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헷갈리는 날이 많았다. 아주 가끔, 어느 날은 의사소통이 놀라울만치 제대로 될 때도 있는데, 또 어느 날은 의사소통도 어려울 정도로 제멋대로였다. 오늘은 딱 중간의 날인 것 같다.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지만 0.1g 정도는 제멋대로에 치우친 것 같았지만. 너는 양피지를 두 손으로 척 내민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만족을 넘어서 황홀해보이는 주양의 표정에 단태는 건조하게 메말라서 섬찟하게까지 느껴질지 모르는 붉은 암적색 눈을 샐쭉-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다시금 주변을 살피는 것처럼 흘끗 움직였을 것이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알려지면 여러가지가 귀찮아질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기 때문에 해보인 행동이었다. 주변을 살피던 그 눈동자는 주양의 다음 행동에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 웃음이 주단태의 눈에 일렁이며 맺힌다.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금방이라도 애정을 쏟아낼 것 같은 눈빛을 보지 못한 게 아니었다.
이럴 때에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은 단태의 좋지 않은 습관이기도 했다.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니까 말이야. 당연히 잘못한 건 없지 않겠나."
던지듯, 주단태는 대답했다.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되, 감정적인 호소에는 이해하지 못할 뿐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담담하고 메마른 태도로 중얼거린 단태가 어깨를 가벼이 으쓱여보였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걸까. 왜 마음에 든 건지는 잘모르겠다고 생각할 뿐 그것에 대해 입밖에 내지는 않는다. 건조하고 메마른 암적색 눈동자에 평소의 뻔뻔스러울 정도로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이 바뀌어 머물렀다. 이어지는 주양의 말에 단태는 낄낄거리며 능청스럽게 웃는다.
"상관없어.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런 표정을 보여줘놓고 온순하다고 하면 내가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해? 주양아."
그다지 기쁘게 해줄 생각은 없었는데, 뭐가 기쁜건지 모르겠군. 하고 단태는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며 가까이 거리를 좁히는 주양의 모습에 살그머니 방향을 틀어서 머리를 기울였다가 가까이 거리를 좁힌 주양을 날름 자신의 품안으로 당겨 안으려고 했다.
한쪽은 황홀경을 주체하지 못하며, 다른 한쪽은 한 없이 건조해 섬찟함마저 느껴진다. 의도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모습으로 상황이 돌아가면, 항상 이성은 간당간당하게 남아 최소한의 판단만 가능하게끔 만드는 법이었다. 이성을 부여잡고 있으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하며 재미를 포기하긴 싫었다. 그 생각은, 광기를 마주하면서조차 변하지 않았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눈에 확실히 보이는 반응을 주면 줄수록, 그것이 더욱 큰 희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으응~ 그럼그럼. 내가 오늘은 조금 얄밉게 굴긴 했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겠지? 너한테는 잘못이 없어~ 오히려, 잘못이라고 한다면? 그건 나한테 있는 것일테니."
자신이 느끼기에도 자신은 뒤틀려 있었고,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선인의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늘 하던 것처럼 자신을 몰아넣을 뿐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며, 미칠듯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거둘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나, 어긋남을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커버하며 살아가는 사람. 후천적인 어긋남으로 성질이 한껏 뒤틀려, 결국 그것을 고칠 생각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 그 두 사람의 모습. 바로 지금이, 그저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여운이 남을 만큼 인상깊었기에.
"흐음~? 적어도 사나운 표정은 아니었는걸. .. 글쎄. 뭐가 기쁘냐고 한다면~ 나는 그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을게. 나 역시, 너처럼 이해자 없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왕 이해를 못 할거라면 쌍방으로 이해를 못 하는 편이 더더욱 낫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서로가 서로를 진짜 이해할 수 있게 되기야 하겠냐만은, 설령 그런 날이 온다면 상대가 먼저 질려버리거나, 자신이 먼저 지치거나 하는 두 가지 결과밖에 오지 않을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지금의 이 거짓된 모습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해하는 척 하려고 했기에 이어올 수 있었던 관계라는 것이 주양이 느끼고 해석했던 것이니까.
이윽고, 늘 하던 평소대로의 모습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꽤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과정 중에서 먼저 다른 사람을 뿌리치고 적대하는 일은 없었다. 당신의 손목을 기습적으로 잡았던 제 손을 당신이 쳐내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멋대로 손에 볼을 부비던 자신의 뺨을 갈겨버리지 않은 것처럼, 지금 주양 역시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가면 끌려가는대로 당신에게 몸을 맡길 뿐이었다. 오히려, 한껏 더 끌어안아오기도 하면서. 당신의 서늘한 체온. 마치 뱀에게 감긴것만 같은 그 느낌을 마냥 즐기며, 주양은 뻔뻔하게 미소지었다.
"너도 알잖아? 난 이기적이면서도~ 그렇게 좋은 년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그런건 생각 안 해두고 있었는걸~? 그냥 오롯이, 나한테만 뭔가가 돌아오길 바랐을 뿐이야."
남을 생각하지 않는 것.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을 쫓으며 그 과정 중에서 실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을 용납할수 없는 사람. 제 성질이 그렇게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런 것은 먼저 생각해두지 않는 편이다. 혹은, 상대의 제안이 오고 나서도 쉬이 상대가 원하는. 서로 주고받는 값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허나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분위기에 한껏 젖어버린 상태의 주양은 한없이 자비로워진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니까~ 뭘 원하는지는. 단태가 생각해볼래, 응? 내가 너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