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의 머리카락은 확실히 눈에 띄는 편이지요. 머리카락이 길었다면 더 흐르는 강물같았을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조금 있을지도?
미소를 지어준 것 같은 것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립니다. 자신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음 곡이 무엇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말해줘..." 아마도 가사를 듣고는*가디언넷으로 곡을 검색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생각이 나는 듯 약간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네요. 여러가지 생각이 나서일까요? 아니면 저런 노래를 부르는 이가 꽤 인상이 깊어서였을까요? 노래를 두 곡 정도 불렀다면 목이 마를 것 같아서 들고 있던 따지 않은 생수를 내려다봅니다. 이걸 갖고 있던 게 운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접근하는 것을 아직은 머뭇거리고 있을까요? 그렇지만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흥미롭네요." 그렇게 버스킹을 듣는 이들 사이에서 가쉬를 바라봅니다. 묘하게 똑바로 바라보는 듯한 눈이려나.
두 곡을 부르고 나니 조금 갈증이 생긴다. 이대로 다음 곡을 불러봤자 음이탈로 망칠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합니다." 하고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은하수의 머리를 한 소녀는 나를, 마치 꿰뚫어 보는 것 처럼 강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 내 연주에 반한게 분명해! 나란 놈은 말이지.
누군가가 나의 연주를, 노래를 들어준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 음악으로 한데 묶인 상태이니까. 생각하는 것은 다르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사람들이 사라지는 와중에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키는 거의 비슷한 정도일까. 육안으로 봤을 땐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 즉 시선은 내려다보지도, 올려다보지도 않은 정면이었다. 나는 말 없이 그녀가 바라보던 것 처럼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두 곡을 부르고 나서 마무리돠는 것에 조금 아쉬워졌을까요?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더 물을 내려다봅니다. 목을 축이고 다시 부른다면 조금 더 들을 수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앗..?" 어째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까요? 라는 생각을 하는 다림입니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에 묘한 긴장을 하면서 기다라네요. 사실 사람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어디로 가려 하지 않고 계속 있다는 것 부터가 눈에 띈다는 걸 모르는 걸까.. 내려다보지도 올려다보지도 않는 정면의 시선은 조금 드문 느낌? 정확하게는 자신보다 살짝 큰 느낌입니다.
"물은.. 마셔도 좋아요." 좋은 음악을 들려주신 값 치고는 싸지만요. 라고 답하며 순순히 물을 건네려 합니다. 확실히 버스킹을 하며 간단한 수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물 한 잔으로 듣는 건 아까운 편이죠.
갑작스럽게 물을 달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녀는 순순히 물을 건네주었다. 받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지. 나는 그녀에게서 물을 받고 뚜껑을 딴 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하는 목에 수분이 공급되고 갈증이 가셨다. 나는 입가에 묻은 물을 손등으로 스윽 닦아내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고마워."
이대로 돌려보내기도 뭐하지. 물을 얻어마시기도 했고. "잠깐 이리로 와볼래? 물을 준 보답으로 특별 앵콜 해줄게." 하고 근처의 앉을만한 곳으로 그녀를 부른 뒤 근처에 먼저 앉아 애용하는 하모니카를 꺼냈다. 그녀의 입장에서 앵콜을 신청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노래도 좋지만, 왠지 갑자기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졌다. 나는 무엇을 연주할까, 하다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한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하모니카의 양쪽 부분을 쥔 뒤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4jllzTr2iM
재즈는 언제 어디서 듣던 좋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단 말이지. 혹은 분위기에 취하게 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