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쓰면 안된다는 교수님의 말에 "마음이 너무 급했나봐요~ 죄송해요. 교수님~" 하는 대답을 하며 단태는 썼던 귀마개를 끌어내렸다가 잠시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화분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수업에 맨드레이크가 나온다는 것에 의문을 표해야할까. 아니면 맨드레이크를 좋아한다는 교수님의 말에 당황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스쳐지나가는 모호한 표정을 짓던 단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교수님들 취향이 참 독특하시다니까. 그걸 그렇게 넘어가버리면 안되지 않나. "이 귀마개가 안전하기를 바랄 수 밖에." 무려 맨드레이크란다. 맨드레이크. 단태는 다시 귀마개를 쓰고-힘을 주다가 귀마개가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손으로 붙잡기까지 한 채- 다른 손으로 잎사귀와 뿌리의 중간 부근을 붙잡았다. 중간에 뚝, 하고 끊어지기라도 하면- 음, 생각하기 싫다. 단태는 교수님의 호명에 맞춰서 잠자코 힘껏 맨드레이크를 뽑았을 것이다.
맨드레이크와는 구면이다. 애니마구스는 평생의 꿈이었고 그걸 위한 약을 만드는 과정의 첫 번째는 한 달동안 맨드레이크 입을 입에 물고 지내는 것이었다. 몇 번인가 실패했고 몇 번이고 재도전 했기 때문에 그 때마다 맨드레이크를 보았다. 저것이 내는 소리 그리고 맨드레이크 잎의 맛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레오였다.
" 그리고 너, 맨드레이크 소리 생으로 들어본 적 있어? "
레오는 킥킥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저었다.
" 아마 그것도 평생 모르고 싶을걸. "
레오는 자기는 팔을 하나밖에 못쓰니 안된다며 뒤로 한발짝 물러서 남들이 뽑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많이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 건데. 계속 신경이 쓰이지만 백정도 어른이니까 내려놓고 수업을 듣기로 했다. 위험하기로 소문난 맨드레이크가 수업의 자료인 것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런 맨드레이크를 좋아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그는 잠깐 화분을 깊이 바라본다. 어떤 의미로 좋아하신다는 걸까. 교수님도 무시무시한 성격을 성격을 가진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귀마개를 꽉 끼기 전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머글 학생인 것 같다. 처참한 향기를 맺었던 설익은 호흡은 아직도 지독한 향기를 내뿜어 쓰라린 뿌리를...그는 귀마개를 낀다. 내리네에엑...머글 학생의 처참한 고음이 귀마개의 좋은 성능에 철저히 묻히고 그는 맨드레이크의 줄기를 잡았다.
몇몇 학생들처럼 저 역시도 설명을 다 듣기 전에 귀마개를 쓰려고 했었기에. 교수님의 지적에 스멀스멀 귀마개를 벗어 내려놓고서 이어지는 설명을 듣는다. 귀마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했더니, 맨드레이크를 뽑으려면 필요하니 그랬구나. 이어지는 맨드레이크를 좋아한다는 러빗 교수님의 말에 조금 괴짜 같다는 생각을 하고서 귀마개를 써낸다.
이렇게 꽉 끼었는데. 소리가 흘러들어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드는 걱정에 잔뜩 긴장한 채 있다 다른 학생들을 따라 맨드레이크를 꽉 잡고서, 뽑아낸다.
전부 여기에 있구나. 꿈이 아니구나. 정말 다 끝났고 두 사람은 여기에 있고 레오는 병동에 누워있다. 몇 번이고 돌아가면서 단태의 손을 만지작 거리고 주양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레오는 정말로 안도할 수 있었다. 푸 - 하고 안도의 한숨을 한 차례 더 내쉬곤 레오는 살짝 인상을 구기고 미소를 짓더니 주양에게 '미안' 하고 말했다.
" 미안하니까.. 선물하나 줄게. 자, 여기. 대단한 건 아니고. 엿- 먹으렴! "
레오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가 엇. 하고 다시 왼손을 들어 가운데손가락을 올려보였다. 오른손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레오는 단태가 자기 어깨를 살짝 짚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이였다. 머리로는 움직이면 안된다고, 일어서면 안된다고 알고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일어서고 싶었으니까. 두 사람이 정말 여기에 '함께' 있는 것이 맞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 침대가 좁다 이거지.. 가만있자.. 이거를 어떻게 해야할까.. "
레오는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침대는 좁았다. 한 사람이 누워있으면 꽉 차는 그런 사이즈. 기숙사 침대라면 가능할텐데. 거기까지 가고싶다고하면 부인은 허락해주실까. 레오는 음.. 음.. 하고 생각하다가 주양의 말에 눈을 뜨고 히죽이며 단태에게 척 달라붙었다. 한쪽 팔을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볼을 부비적 거린 레오는 혀를 빼꼼 내밀었다.
" 응~ 넌 청이랑 놀아~ 나는 데이트할테니까. 너도 좋지? 그치? 저런 애는 그냥 버려버려~ 같이 있어봐야 피곤하기만하지. "
레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고 손뼉을 탁 치..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 손 밖에 쓰지 못하니까. 레오는 잠깐만, 하고 말하며 커텐 너머로 부인을 불렀다. 잠시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고 조금 큰 소리로 말했고 레오는 부인의 부축을 받아 잠시 커텐 밖으로 나섰다. 그리곤 이야기했다.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혼자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잠깐 두 사람의 등을 보았을 뿐인데 숨쉬기가 힘들었고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공포가 찾아온 것 같았다고. 그러니 잘 때 만큼은 기숙사에서 자고싶다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큰 침대에서 같이 자고싶다고. 절대 아무런 사고도 나지않게 할 자신이 있으니 한 번만 자신의 청을 들어달라고 레오는 평소와 다르게 예의를 잔뜩차려 말하곤 다시 부축을 받아 돌아왔고 침대에 누웠다.
" 허락받았어. 자는건 기숙사에서 자도된대. 대신에 거기까지 가는거랑 다시 치료받으러 올때 엄청나게 조심하고 돌아오라는 주의도 받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