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 건데. 계속 신경이 쓰이지만 백정도 어른이니까 내려놓고 수업을 듣기로 했다. 위험하기로 소문난 맨드레이크가 수업의 자료인 것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런 맨드레이크를 좋아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그는 잠깐 화분을 깊이 바라본다. 어떤 의미로 좋아하신다는 걸까. 교수님도 무시무시한 성격을 성격을 가진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귀마개를 꽉 끼기 전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머글 학생인 것 같다. 처참한 향기를 맺었던 설익은 호흡은 아직도 지독한 향기를 내뿜어 쓰라린 뿌리를...그는 귀마개를 낀다. 내리네에엑...머글 학생의 처참한 고음이 귀마개의 좋은 성능에 철저히 묻히고 그는 맨드레이크의 줄기를 잡았다.
몇몇 학생들처럼 저 역시도 설명을 다 듣기 전에 귀마개를 쓰려고 했었기에. 교수님의 지적에 스멀스멀 귀마개를 벗어 내려놓고서 이어지는 설명을 듣는다. 귀마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했더니, 맨드레이크를 뽑으려면 필요하니 그랬구나. 이어지는 맨드레이크를 좋아한다는 러빗 교수님의 말에 조금 괴짜 같다는 생각을 하고서 귀마개를 써낸다.
이렇게 꽉 끼었는데. 소리가 흘러들어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드는 걱정에 잔뜩 긴장한 채 있다 다른 학생들을 따라 맨드레이크를 꽉 잡고서, 뽑아낸다.
전부 여기에 있구나. 꿈이 아니구나. 정말 다 끝났고 두 사람은 여기에 있고 레오는 병동에 누워있다. 몇 번이고 돌아가면서 단태의 손을 만지작 거리고 주양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나서야 레오는 정말로 안도할 수 있었다. 푸 - 하고 안도의 한숨을 한 차례 더 내쉬곤 레오는 살짝 인상을 구기고 미소를 짓더니 주양에게 '미안' 하고 말했다.
" 미안하니까.. 선물하나 줄게. 자, 여기. 대단한 건 아니고. 엿- 먹으렴! "
레오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가 엇. 하고 다시 왼손을 들어 가운데손가락을 올려보였다. 오른손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레오는 단태가 자기 어깨를 살짝 짚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이였다. 머리로는 움직이면 안된다고, 일어서면 안된다고 알고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일어서고 싶었으니까. 두 사람이 정말 여기에 '함께' 있는 것이 맞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 침대가 좁다 이거지.. 가만있자.. 이거를 어떻게 해야할까.. "
레오는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침대는 좁았다. 한 사람이 누워있으면 꽉 차는 그런 사이즈. 기숙사 침대라면 가능할텐데. 거기까지 가고싶다고하면 부인은 허락해주실까. 레오는 음.. 음.. 하고 생각하다가 주양의 말에 눈을 뜨고 히죽이며 단태에게 척 달라붙었다. 한쪽 팔을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볼을 부비적 거린 레오는 혀를 빼꼼 내밀었다.
" 응~ 넌 청이랑 놀아~ 나는 데이트할테니까. 너도 좋지? 그치? 저런 애는 그냥 버려버려~ 같이 있어봐야 피곤하기만하지. "
레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하고 손뼉을 탁 치..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 손 밖에 쓰지 못하니까. 레오는 잠깐만, 하고 말하며 커텐 너머로 부인을 불렀다. 잠시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다고 조금 큰 소리로 말했고 레오는 부인의 부축을 받아 잠시 커텐 밖으로 나섰다. 그리곤 이야기했다.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혼자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잠깐 두 사람의 등을 보았을 뿐인데 숨쉬기가 힘들었고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공포가 찾아온 것 같았다고. 그러니 잘 때 만큼은 기숙사에서 자고싶다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큰 침대에서 같이 자고싶다고. 절대 아무런 사고도 나지않게 할 자신이 있으니 한 번만 자신의 청을 들어달라고 레오는 평소와 다르게 예의를 잔뜩차려 말하곤 다시 부축을 받아 돌아왔고 침대에 누웠다.
" 허락받았어. 자는건 기숙사에서 자도된대. 대신에 거기까지 가는거랑 다시 치료받으러 올때 엄청나게 조심하고 돌아오라는 주의도 받았고.. "
레오는 적잖이 당황했다. 맨드레이크가 내는 울음소리라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레오는 맨드레이크 잎까지 먹어본 상태였다. 레오는 손사래를 치면서 사양하려다가도 도와주시겠다는 예쁜 마음을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레오는 뽑힌 맨드레이크의 입에서 짐승이나 괴물따위가 낼 법한 소리를 내지르자 쥐고 있던 손을 놓을 뻔 했다.
" 이게.. 노래..? "
귀마개의 성능이 좋아서 다행이지. 레오는 맨드레이크의 울음소리에 대해선 이미 경험해본 바가 있게 귀마개안에 이어플러그 하나를 더 꽂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뚫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게 어느 정도로 큰 소리인지는 자명했지.
" 조용히 안하면 쳐죽여버린다? "
착하지,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맨드레이크의 뿌리를 잡고 왼손으로는 손가락을 세워 맨드레이크의 배를 긁어주다가 입가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곤 물려버렸다. 콱, 하고 물리자 레오는 짧게 비명을 지르고 낑낑대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아니.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람. 주양은 귀마개마저 뚫고 들려오는 맨드레이크의 노랫소리를 듣고 어이털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정신나간 노래는 어지간해선 멀쩡한 자신의 멘탈을 탈탈 털어놓기는 충분했기에. 주양은 으레 처음으로 정상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미간을 천천히 짚어버렸다.
"하아..."
게다가 한 군데에서만 노랫소리가 들리면 모를까, 이런 떼창은 정신을 충분히 흔들어놓았다. 참자. 참자. 일단은 참아야 맨드레이크를.. 조용히 할때까지 기다려야...
맨드레이크를 뽑았을 때, 귀마개 틈으로 들려온 건 맨드레이크 울음소리가 아닌 왠 러시아였을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민을 외쳐대는 맨드레이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본다. 노랫소리들에 섞여 잘 들리진 않지만. 행복해 보인듯한 표정과 입모양을 보면.. 정말 괴짜 같아서. 고개를 내젓고선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대는 만드레이크를 다시 보고는 그 입을 막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