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황은 정리됐다. 병동에 들어서자마자 기절해버린 레오를 침대에 눕혀놓은 주양이 자신까지 침대에 눕혀버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단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175cm의 키의 소유자, 주단태는 주양에게 들쳐 안겨서 복도를 내달리게 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불성실하고 경박한 주단태가 그런 것에 신경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이제 시집은 다갔어."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병동 침대에 상체를 일으켜서 앉은 채로 얼굴을 싸쥐고 있던 주단태가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곧 그 중얼거림에 낄낄거리는 웃음이 섞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 또래의 여학생에게 안겨서 병동에 오는 경험은 언제 또 해보겠는가.
멍자국은 머트럽 용액을 발라서 회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어오르는 맞은 얼굴에 냉찜질을 하던 단태가 자신이 앉아 있는 침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기웃거렸다. 깨어났나보다. 깨어나자마자 저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다행히 몸은 많이 괜찮아진 모양이네.
"안녕, 달링. 한숨 푹 자서 개운한 얼굴인걸? 좀 괜찮지?"
단태는 여전히 누워있는 레오에게 인사처럼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윙크까지 해보이니, 단태의 상태는 걱정할 것도 없이 굉장히 멀쩡해보일 것이다. 멍자국이나 찢어진 입술 같은 건 머트럽 용액으로도 충분했지만 역시 붓기는 자연스럽게 가라앉도록 둬야한다는 몽고메리 부인의 말에 따라 착실하게 냉찜질팩을 붙혀놓은 채 단태가 자신이 앉아 있는 커튼 너머로-정확히는 두명을 안고 뛰느냐고 지쳐버린 주양이 있을 곳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키티- 깨어난 것 같아." 라는 말을 전달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들었겠지만. 말을 전달하고나서 또 다른 곳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탓에 벗어뒀던 가디건을 다시 걸친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벨주 다시 안녕~! 좋은 밤.. 인데 진짜..? 진짜 괜찮아....? :0 (벨주의 레스 봄)(안봄)(?)
롶주한테 인사하고 바로 답레쓰는데 집중해서 못 봤었는데 개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렝이가 개밥이라고 묘사해줄때마다 최고야 너무 좋아..! :D 앞으로 자주자주 써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어.. (???)
아무튼... 일상 돌리느라 구몬 반응은 뒷북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커서 전처럼 반응 쭈우욱 올려주지는 못하겠지만 잘 봤어! 땃태 애정표현 키스인것도 좋고 렝이 고백방식도 완전 최고고 좋고 롶이 울때의 모습 마음 찢어지는데 어쨌든 좋고(?) 딱 이정도의 반응만 하고.. 다시 답레쓰러 가보겠다~~!
한참 달리다가 제 숙적의 손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평소 이상으로 다리에 힘을 빡 주어 내달렸었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 썩 좋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목 끝까지 숨이 차올랐었다. 목에 멍이 들고 얼굴에 붓기가 남은 것 외에는 큰 상처가 없었던 자신의 단짝까지 침대에 얌전하게 눕혀줄만큼 주양에게는 휴식이 절실했다. 이렇게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본건 또 오랜만이었다. 그래. 인생이 마냥 평온해서는 재미 없는 법이지. 한참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목 밖으로 튀어나올것만 같이 가깝게 느껴졌던 심장 고동도 진정될때 즈음. 제 단짝이 커튼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고 히죽 웃었다.
".. 어쩐지 소란스럽더라니~ 알려줘서 고마워, 여보야!"
후. 하고 마지막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다만. 바로 일어나 그리로 향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다. 아주 조금만. 5분만 더 쉬었다가 움직이는걸로 해 볼까. 진정되지 못한 채 살짝 떨리는 다리를 살살 주물러주고 나서야 주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홱 재꼈다. 입꼬리가 다시 올라가며 비열한 미소를 머금었다.
"꼬꼬마. 나 찾았어~? 그대로 뻗어버리면 조금 아쉬울 뻔 했는데 이걸로 아쉽지도 어쩌지도 않게 되었네~ 안 내려두고 온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괜찮냐느니, 고맙다느니 하는. 입에 발린 달콤한 말들은.. 우리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지. 그렇지? 행여나 잘못될까 하는 생각에 거침없이 숲에서 양호실까지 내달리던 것은 없던 일으로 치부한 채, 평소에 당신을 대하던대로의 모습만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둘의 상태를 휙 살펴보면서 눈매를 조금 휘었다. 그래도. 별 일은 없으니 그걸로 됐다고 할 수 있겠지. 양호실은 양호실일 뿐. 상처와 남아있는 통증까지 전부 사라지게 하는 만병통치약은 없을 것이기에, 아직은 그 휴유증이 남은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조금은 안심하고 마는 것이었다.
"우리 여보야도 얼굴 부은거 얼른 나아야 할텐데~ 물론 찜질팩 붙이고 있는 여보한테도 평소처럼 잔뜩 애정을 퍼부어줄수 있긴 하지만!"
단짝이 붙인 냉찜질팩. 역시 붓기는 머트랩 용액으로도 금방 가라앉지 않을 그런 것이겠지. 다시 기분이 상큼해지려는 것을 느끼며 주양은 씁 하고 입맛을 다셨다. 오늘 자신의 단짝들이 당한 설욕을 완전히 되갚아주기 위해, 탈들을 완벽하게 털어버리려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만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말을 들어쳐먹지 않는 지팡이부터 꺾어버려야 하려나. 그런 살벌한 생각들을 하면서, 주양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그 위에 털퍽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 건 의외로 금방 나아지지 않는 것이었기에.
"후아.. 그럼 이제 좀 여유도 생겼겠다. 나 조금 이렇게 쉬면서 떠들고 있어도 괜찮을까~? 역시 조금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구~"
쉴거면 기숙사까지 돌아가서 쉬는 게 최고이기는 하다만. 지금은 거기까지 움직일 엄두조차 쉽게 나지 않았다. 조금 더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822 어... 그것은... 그것은... 여하튼 임페리오가 잘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임페리오는 금지된 저주이기 때문에... 금지된 저주를 날리는 것은 고 쿨하고 섹시하지 않은 행동이라서 학생 여러분들께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아무말)
는 농담이고 오~~~~ 그러게 봤겠구나...???? :ㅇ 그럼 이제 일상 소재 +1 적립인걸까!!!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어보였다. 살아있구나. 나는 살았구나. 레오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깐 눈을 감으면 그 때의 상황이 눈앞에 보였다. 무력하게 누워있던 눈높이에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던 모습. 완벽히 혼자남은것 같은 느낌. 모두가 앞을 보고 있을때 그들의 등을 보고만 있어야했던 무력감과 거기서 찾아오던 고통. 아무도 신경써줄 수 없던 상황에서 죽음에 내몰린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레오는 병실에 누워 단태가 커텐을 젖히고 등을 보이자 허억 하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 때 그 상황이 다시 보이는 기분. 나한테서 등을 돌리지마. 나만 두고 앞을 보지말란말이야. 숨을 급하게 쉬고 동공이 커졌을때 다시 둘이 들어오자 레오는 언제 그랬냐는듯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 아쉽게되서 미안하네. 자, 이거 선물. "
레오는 킥킥 웃으며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건 뭐였을까. 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숨이 안쉬어지는 기분이 든걸까. 레오는 잠깐 있었던 일이니 잊어버리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건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두 명도 멀쩡하다는 점이니까.
"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하는데요? ...그렇긴 한데 또 혼자있기는 싫네. "
레오는 단태를 보며 같이있어줄거지? 하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히히, 하고 웃는 것은 덤이라고 해둘까. 본능적으로 혼자 있기 싫다고말하고 있다. 생각같아선 주양에게도 가지말고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돌려서 말하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