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속이 너무 안좋다. 도대체 그 말머리 자식 뭔 짓거리를 한거지, 아니면 내가 오늘 뭘 잘못먹은건가, 메슥거리는 속을 계속 다스리려고 노력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나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지팡이를 휘두르려 한다. 그와중에 부엉이 한마리가 자신의 등짝을 할퀴었고, 그 덕분에 조금 정신이 맑아진 것인지 그는 그대로 돌맹이를 몇개 집어들었다.
"잉고르지오...."
피곤한 몸뚱이를 겨우겨우 가다듬으며 그가 히죽 웃어보인다. 아 그래 이제야 좀 정신이 드네, 그래도 아직은 무리인가. 동시에 그의 마법으로 몸을 바위만큼이나 키운 돌맹이들이 나타났고, 그는 그것에 그대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말했다.
"콘프링고(Confringo)!!"
폭파 저주, 물론 적을 향해서 쏘는게 정상이겠지만 그는 바위에 휘둘렀고, 폭파 저주에 직격당한 바위는 터져나가며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다행히 이정도 거리라면 분명히, 파편 몇개 정도는 적에게 맞출수 있으리라.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마법은 그냥 평소 쓰던거 쓰자. 익숙하지 않은 마법은 싸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지팡이를 각시에게 겨누려던 찰나. 다시 그 빌어먹을 주문이 들려왔다. 어째. 맞는 대상마다 자신이 아는 얼굴들인데. 다시 주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아. 이젠 더 떠들기도 입이 아프고. 더 이상 감정을 표현하는것도 지긋지긋하건만. 어쩜 이렇게 사람을 확실히 도발해주는 것일까.
"하여튼.. 한 놈 때리려고 하면 또 다른 한 놈이 주목을 끌고. 이건 너무한 거 아냐~?"
한쪽에 집중하지를 못하겠잖아, 이래선. 주양은 짧게 혀를 차고서. 조금 거리를 좁혔다. 중거리에서 연사하는게 먹히지 않는다면 다음은 가까운 1선에서 짜릿하게 놀아보는거지. 물론 주양은 전투광이 아니라, 굳이굳이 거리를 좁힌 것에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꼬맹이. 죽은 건 아니지~? 너 아직 그때 이후로 나한테 언니라고 한번도 안 했다?"
내기. 아직 유효하다구. 주양은 한쩍 눈을 찡긋이며 당신을 안전한 곳까지 끌어와 적당히 앉혀 두었다. 상처도 꽤 깊었고. 이건.. 아무리 라이벌인 자신이라도 썩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지금의 행동을 호의라고 치부하기에는. 주양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내기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으로 다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시키고 나서야 안심하고 일어나 탈을 향해 걸어가며. 다시 지팡이를 겨누었다.
살면서 이토록 행복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 돌이켜 보면 있다. 기억조차 흐린 아주 옛적의 추억, 닳고 닳아서 이제는 산산조각난 기억의 편린에서 그 비슷한 것을 찾아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뇌가 씻겨져나갈 것만 같은 황홀감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위기에 달한 본능이 울려대는 경종―불안, 걱정, 두려움, 염려, 그 모든 것들이 흐려지며 아득해진다. 방금까지 무엇을 그리도 걱정했는가. 적들을 막아내지 못 한다면 죽는 것보다도 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던 것만 같은데, 그게 어때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행복하게 목숨 다할 수 있다면 삶은 그것으로 가치 있게 되겠지,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당하는 고통은 지금으로 족해서…….
이성을 잃은 육체가 제 곁의 친우를 덮쳐든다. 그는 단태의 목을 틀어쥐고 몸을 밀어 짓누르려 했다.
짐승의 주둥이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바로 달려들 기세였다. 저 기세를 알고 있기에, 단태는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다행히,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레오는, 자신의 단짝이 챙기고 있었다. 친구이지만 절대로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는 평행선을 유지하는 관계의, 단짝. 그제야 단태는 걱정하던 기색을 거둘 수 있었다. 내 적에게 집중하기도 모자른데, 그것을 나눠서 신경쓴다는 것 자체가 단태에게는 버거웠다.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이런."
임페리오 저주가 자신의 바로 옆에 서있는 그에게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가 흘끗, 엘로프를 기민하게 살폈다. 지팡이를 쥔 손이 아닌 그의 손을 받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던 손이 말아쥐어졌다. "이번에는 입장이 반대네. 달링." 마른 기침이 터져나왔다. 체격의 차이가, 자신을 짓누른다. 목이 쥐어지는 감각과 밀어 넘어트리려는 무게 사이에서 단태는 지팡이를 아래로 떨어트리면서 동시에 목을 쥔 손목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체중을 실으려했다. 조금이라도 비틀거렸다면, 단태는 무자비하게 엘로프의 복부를 무릎으로 걷어차려했다.
모두를 돌아보던 중 자신과 마주쳤던 분홍빛 눈을 그녀는 기억할 것이다. 그 손이 쓰다듬던 매의 모습도.
한방 먹였으니 그만큼 돌아올 거란 건 여기 올 때부터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게 크루시오가 될 줄은, 알았으되 몰랐다고 하자. 반격을 하는 건 상대지 그녀가 아니니까.
"크흑!"
고통의 저주는 빠르게 전신을 집어삼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의 다리가 버텨주었다는 것 일까. 그를 안고 웃음짓던 것도 잠시였다. 그대로 무너져 쓰러지지 않으려고 다소 고집스럽게 그를 붙든다. 고통으로 떨리는 몸은 힘이 들어갈수록 더욱 괴롭다. 발버둥칠수록 힘든 저주. 그저 어서 이 아픔이 가시기만을 바라는 그녀에게 그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슬픈 듯 말하지만 그게 진심이 아닌 것 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표정과 달리 말투에선 희미한 기쁨이 느껴졌으니까. 애시당초 그녀는 내키는 대로 굴려고 한 거지 그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그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물러도 되겠다 판단한 거라면 그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는 확답을 받아야만 했지.
"...저들을.. 물러달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가버리진, 않을 거죠? 응? 선배, 옆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 약속을 했던가. 고통으로 흐린 의식 속에 기억은 온전치 않다. 그러니 그랬지 않느냐며 답지 않은 고집과 함께 겨우 목소리를 뒤어짜낸다.
그는 속삭이듯 말하곤 턱짓을 했습니다. 무언가가 당신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칩니다. 어차피, 보이지는 않습니다.
' 죽여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
탈이 부숴지자, 붉게 빛나는 적안이 보입니다. 독특하게 세로동공입니다. 그러고보면, 백정과 부네도 세로동공이지 않았던가요? 양반탈인 멜리스는 자신의 탈이 조각난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렸습니다. 곧, 피를 토하며 으르렁거렸습니다. 각시탈 역시, 당신들 중 누군가에게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수 많은 독사가 당신들과 두 명의 주변을 에워싸듯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두 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숲 안 쪽에서, 사람들과 각시탈의 애완 동물을 데리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지팡이로 머리를 틀어 묶었고 치파오를 입은 장신의 남성이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습니다. 남성의 얼굴은 알기 어렵습니다. 할미탈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요.
' 주인님의 명이다, 돌아가자. ' ' ...... '
남성은 반으로 쪼개진 양반의 탈을 발견했고 천천히, 자신의 머리를 고정시킨 지팡이를 뽑았습니다. 백발이 풍성하게 내려옵니다.
' *레파로 '
*물건을 고치는 주문.
양반의 탈이 다시 완전히 고쳐졌습니다. 할미탈을 쓴 남성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 이게 뭔 난리야.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주인님의 탈은 왜 부숴먹었고. 초랭이가 머글 시체 두 구 구했으니까, 체와 고조의 먹이로는 만족하지? ' ' ...... '
각시탈의 손짓에 두 마리의 짐승이 각시탈 주변으로 모였습니다. 각시탈과 양반탈이 자신들의 탈을 만지자, 순식간에 두 사람과 두 마리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할미탈을 쓴 남성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금지된 숲에서 나온 사람들은 홀린 것처럼 학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임페리오 주문을 걸었어. 다행히도, 아무도 안 죽었더라고. 안심되지 않니? '
온후한 어투로 물으며, 그는 레오에게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다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뭐, 나는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난, [매구]의 직속 수족이기도 한 탈 중 하나인 [할미탈]이란다. 이것저것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을텐데... '
남자가 쉭쉭대는 소리를 내자, 주변에 모여있던 뱀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 하나씩만, 질문 대답해줄게. 그걸로 날 보내주면 안 될까? 망나니가 집에 있어서 그 놈을 감시해야 하거든. '
내가 담당 일진이라, 할미탈이 픽 웃으며 말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질문할 건가요?
적당한 자리에 앉아있던 레오는 잠깐 의식을 잃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동안 어쩌면 잠깐동안 정말 죽었다 살아났는지도 모르지. 레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부분이 멀쩡한 부분인지를 알 수 없었다. 오른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팔을 들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상처부위가 벌어져 피가 주르륵 흐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양 다리는 의외로 멀쩡했다. 굴러서 생긴 조그마한 상처들 뿐이었다. 가슴께에도 상처가 생겼고, 배에도 생겼으며 멀쩡한 줄 알았던 등에도 마구 긁혀버렸다.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네. 레오는 눈을 들어 앞을 보았다.
" 아- 아- "
오, 이제 말할 수 있네. 레오는 시험삼아 목소리를 내보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지팡이를 잡았다. 질문같은 소리하고있네. 방심하고 있을때 공격해야지. 비굴하더라도 어쩔 수 없으니까.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할미탈을 겨눴다.
" 이, 이, 이... 인센... "
말을 마치지 못하고 툭, 하고 팔을 떨어트렸다. 팔을 들고있을 힘도, 제대로 조준할 힘도 없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의 모든 힘을 쓰는 기분이었으니까. 추웠다. 몸이 약하게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피딱지가 굳어 눈이 잘 떠지지 않는 모양이다.
" Scheiße... "
그만두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제 끝내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사치일 수도 있으니 지금은 그냥 전부 다 끝내고 싶다. 더 이상 아픈것도, 압도적인 실력차에 손도 못쓰고 나뒹구는 것도 그만두고 싶다. 그런 생각만이 들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하고싶은대로 하게 두어야겠지.
그 사실을 인지하자, 두 탈들에게 포커스가 집중되어 주변을 돌아보지 않던 단태는 그제서야 주변을 제대로, 천천히 살필 수 있었다. 주변에 모여든 독사와, 돌아가는 두명의 탈. 그리고 - 돌아오는 사람들. 임페리오 한번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다고? 주단태는 지팡이의 끝을 아래로 내리고 눈을 굴렸다. 암적색의 눈동자에 다시 반짝거리는 빛이 감돌았다.
할미탈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온후한 태도에 단태는 눈썹 한쪽을 치켜올려서 의문을 표했다. 이제까지 내 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탈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기에 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다만, 주단태는 뭔가를 물어보는 것에 명백히 약했다. 질문 하는 것보다 익숙한 것은 따로 있었고. 어찌되었든, 단태는 레오에게 다가가서 샐쭉- 가늘게 눈을 뜨고 시선을 맞추다가 손을 뻗어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려하며 "괜찮아, 달링?" 하는 질문을 던진 뒤 조금 있다가 병동에 데려다줄게. 상처가 심하다. 하는 말을 덧붙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단짝에게 다가섰다.
"자기야~ "
임페리오에 걸렸다지만 방금 전까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법한 남학생에게 목이 잡히고, 그 남학생의 복부를 걷어차버린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태도로 단태는 능청스럽게 행동했다. 잡혔던 목에는 손자욱이 흐릿하다.
양반탈의 적안을 매섭게 쏘아보면서 호기롭게 외쳤다. 승기를 잡았다면 그 것을 마음껏 휘두르는게 인지상정.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려한 몸짓이 이어지며, 지팡이는 허공을 부드럽게 갈랐다. 봄바르다 막시마. 다음 주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주양 역시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한 뱀 떼를 눈치채고는 일단 지팡이를 거두고 제 라이벌을 앉혀놓았던 쪽으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아무리 들끓는 화산 속 용암이라고 한들, 분출될 때를 가려야 마땅한 법. 행여나 독사가 그 아이를 해하기라도 할 것이 염려되었다. 오래 살아서. 영원한 라이벌로 남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 어머나. 친절하기도 해라. 너. 다른 애들이랑은 조금 다르구나?"
임페리오 주문을 걸었다는 말에 표정이 살짝 구겨지기는 했다만, 놀랍게도 그 저주 마법이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데 쓰였다는 것이 참으로 의아했다. 무슨 생각일까, 저 사람은. 일단 그런 의문은 뒤로 미루고 주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안심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저쪽으로 간 사람들이 무사하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질문~ 질문이라. 거짓이 아니라면, 순순히 보내줄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너가 뻥을 입에 담는다면 그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만."
자. 이제 질문은 뭐가 좋을까. 설마하니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를 질문으로 간주하고 안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고. 문득. 전에 들었던 주작의 신탁이 떠올랐다. 학원에 숨어든 쥐새끼는 한둘이 아니라는 신탁. 물론 주양이 떠올린것처럼 과격한 어조의 신탁은 아니었으나, 지금 주양에게는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학원에는. 너희 탈들이 얼마나 숨어들어왔지?"
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걸리는 대로 내뱉었다. 하나만 질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웠다.
거짓이어도 좋으니 깔끔한 확답을 주었더라면, 아니지, 그녀는 어차피 어느 쪽이든 완전히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애매한 대답이 현재로서는 나았다. 아직은, 이라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의미니까.
그녀의 조건이 통했는지 상황 정리는 정말 한순간이었다. 발밑으로 뭔가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내려다보자 왠 뱀들이 한가득이다. 고개를 들어 탈들 쪽을 보니 새로운 탈이 등장했다. 할미탈이던가. 저거. 남성으로 보이는 그 탈은 양반탈의 탈을 고쳐주고 짐승들과 함께 그녀들을 되돌려보냈다. 그리고 안쪽으로 사라졌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가게 해주었다. 적어도 반수는 죽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죽었다는 말에 그녀는 되려 의문이 들었다.
아무도 안 죽었는데 그는 이걸로 되었다고 판단한건가? 단순히... 죽이는게 목적만은 아니라는 걸까.
"...고마워요. 선배."
이제는 저주의 여파가 많이 가셨기에 더이상 떨리는 목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떨어지긴 싫으니까 그에게 몸을 푹 맡긴 채로 작게 앓는 소리를 낸다. 뒤에선 할미탈이 질문을 받아주겠다고 하고 있었으나, 지금의 그녀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조금이라도 그와 같이 있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쥐어잡은 목의 형태감이 선명하니 이제야 그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아 웃음이 난다. 현실감이 흐렸다.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언젠가의 기억이 현실을 침범하여 겹쳐진다. 그거 알아? 난 가끔 네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정신이 막연하게 부유하는 듯했다. …지금 밑에 있는 네가 누구였지?
"윽."
그리 고차원적인 사고는 하지 못했던 중이라, 공격에만 집중한 몸은 우스울만치 쉽게 일격에 당해버리고 말았다. 묵직한 충격에 멀어졌던 의식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다. 역재생을 하듯 느리게, 기억을 되짚다…….
드디어 현실에 닿는다. 가장 먼저 깨달은 상황은.
"……."
그는 아무런 말도 떠올리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순수한 당혹 뒤엔 형언하기 힘든 절망이 닥친다. 사과도 무엇도 건넬 수 없었다. 상황이 끝났음에도 제자리에서, 여전히 아래로 박힌 시선만 잘게 떨린다. 아, 널 죽이고 싶다 생각해선 안 되는 거였는데.
할미탈에게 질문을 던진 주양은 당신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놀란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맙소사. 크루시오를 듣고 다시 이성을 놔버린 탓에 임페리오가 다시 날아갔고, 임페리오를 맞았던 학생과 당신의 접전이 있었다는 것은 차마 주양이 신경쓰지 못했던 점이었다. 당신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피면서 입술을 자근 씹었다.
".. 저 탈들. 다음에는 절대 그냥 보내지 않겠어.. 전에는 우리 여보야가 날 병동까지 데려다줬으니까, 이젠 내가 데려다줄 차례겠는걸!"
그는 붉은 눈을 가만히 응시한다. 세로동공. 대체 어떤 특징을 가졌길래 추종자는 동공이 세로의 형태로 길게 찢어져있는가. 그는 잠시 백정을 향해 시선을 데굴 굴린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것 참 무섭군."
툭하면 죽여버린단다. 이래서 죽은 사람은 무섭지 않은 거다. 그 죽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산 사람이 무서운 법이지. 그는 지팡이를 겨누자 혀를 쯧 찼다. 그의 나이는 열아홉으로, 오래 산 사람도 아니고 이제 막 10대의 끝을 보는 어린 나이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본 세상은 두렵지 않았다. 눈앞의 추종자가 두렵다기 보단 짜증이 치밀었고, 그가 생각하는 어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을 수 있었다.
"운 좋게 교배가 잘 된 고급 품종이면서 그게 권력인 줄 아는게지."
그 품종 중에서도 어중이 떠중이는 널렸는데도 본인이 제법 우월하다 생각하고. 심취해 휘두르고, 결국 불리해지면 뭘 하겠나. 금지된 마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추해지고 싶은 건가? 그까짓 피가 뭐가 중요하다고. 어차피 관에 들어가면 똑같은 시체면서 경중을 재고 자신의 품종이 우월하다는 양 행동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교배 당하는 입장이면서 순혈이니 뭐니 말이 많지 않은가. 그는 주인의 명이라는 말과 함께 나타난 남성을 바라본다.
"이것 참."
두 탈과 동물은 소란을 피워놓고 휙 가버리고, 임페리오 주문을 걸어 돌아가게 하질 않나, 아무도 안 죽었다는 둥 그런 말도 내뱉질 않나. 그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목숨을 위협해놓고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라는 것이 아닌가. 금지된 마법을 썼어도 나는 좋은 쪽으로 썼으니 용인해달라 이 말인가? 오! 그는 진심으로 자퇴를 해야하나 고민을 했다. 학교에서 난데없이 습격에, 목숨의 위협을 받은 학생이 수십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전투가 끝나니 물밀듯 치고오는 여러 생각을 갈무리하며 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양심이 있소? 혹 질문 하나로 이런 일을 당연히 넘기는 것이 교배 잘된 머저리 모임의 기본 규칙이오?"
젠장! 그가 씹어뱉듯 욕설을 뱉었다. "내가 순혈이라는 것도 이젠 진절머리가 나는 군 그래." 하는 눈은 환멸로 가득 차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인간싫어 점수는 차곡차곡 올라 100점 만점에 218점을 찍었다. 웃음만 나왔다. 뭔 질문이란 말인가. 그는 골머리를 앓듯 머리를 쓸어넘기곤 한숨을 쉬었다. 백정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그가 질문을 뱉는다.
"그래, 하나 묻겠소. 왜 하필 이 학교의 학생과 교수를 위협하는 지, 그게 궁금하오.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게요?"
고민이 됩니다 고민이 돼 :ㅇ...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뚜드려맞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 트라우마가 씨게 남을텐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몬가 다음날 다시 건강튼튼 레오챤 :D! 이 되어버리면 개연성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사라질것 같고 트라우마가 남은 레오챤을 해버리면 내가 힘들것같고 :ㅇ.... 아악 모르겠다!!!!!!!
>>166 (쮸아아아아아아압) 테마곡이.. 평소 테마곡 딱 들어보는데 오 이건가? 싶었던 가사가 '함부로 나를 좋아하지마 because I'm a villain' 이 부분 :ㅇ.... 이 부분이 몬가 테마에 딱 맞는 느낌..! Hate me 이거는 'Are you gonna come and save me?' 이 부분이 딱 꽂혔네용 몬가 보름이 뜨면 미쳐돌아가버리는 땃쥐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Are you gonna come and save me?' 하는 땃쥐가 그려진달까... 은혜롭다 땃쥐..! 먹는다..! (쮸아아아아아압)
빌런이 메인 테마인 건 전에 들었고 그 때도 가사랑 땃태랑 잘 말했던거 같으니까 짧게 패스하구~~ hate me는 알던 노래인데 이걸 보름날 땃태에 대입하니 또 색다른 느낌이네. 음. 조만간 다시 찬찬히 들으면서 음미(?)하는걸로~~ 목떡도 평소 땃태 말투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저런 목소리로 자기야 달링 하는 땃태라니 어후 (쓰러짐)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감상평에 앞서 이것 먼저 밝힙니다 테마곡 하나하나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뮤비마냥 땃태 일러 띄우고 눈 감고 감상했다구 평소테마는 현궁에서 평소대로의 옷차림으로 눈 감고 능글맞은 미소 짓고 있지만 하이라이트 딱 넘어가면서는 그 미소가 속 검은 하라구로 미소로 탁 체인지되고.. 보름 테마는 보름달 아래에서 광기어린 미소 잔뜩 머금고 지팡이 든 채 달빛 한껏 받으며 피어오른 꽃마냥 용모 자랑하는 땃태.. 목떡은 초반부랑 후반부쯤 끼어있는 피아노 선율때문인가 듣는 내내 눈 감고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의 땃태 일러 띄워놓고 있었다구 의사선생님 제 상태좀 진단해주세요 나는 지금... 동화학원에 얼마나 진심입니카...? (덜덜)
가사까지 찾아보고 올리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딱 듣고 느낀점만 후다닥 적어보자면 역시 빌런.. 말해뭐해 전에도 한참 주저리주저리 했듯이 땃태 찰떡 테마곡이라고 생각해 평소 땃 이미지랑 너무 잘 맞는것같아서 흡족하구 ㅋㅋㅋㅋㅋㅋ 목떡이랑 보름 테마는 오늘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뭐야 사실 저 노래 작곡가들도 사실 참치어장 사람들 아닐까..? 땃태 이미지 딱 보고 저런 킹갓노래를 뽑아낸게 분명해 쭈주의 뇌피셜이지만 아무튼 그럼 그래야만함.. () 땃태 목떡도 테마곡 두개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 완료~! :D
>>18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불치병인가요..? 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죠..? (??) 땃주가 행복해한다면 만족이야 만족~ 앞으로도 이런 좋은거 이야기해주면 언제든 달려와서 감상평과 소감 그리고 각종 티미를 쏟아내주지! :D 소소한 관심이 언젠가는 더 큰 관심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더욱 노력하겠어~ 고맙긴! :)
>>191 뒷이야기~ 뭐라고 해야하려나 쭈는 멘탈 와장창은 안 했는데 이래저래 신경질나는 날이라 이게 내 지팡이다~ 하는 생각으로 나뭇가지 수십개 꺾고 다녔을것 같아! 주궁 근처의 나무들은 따로 정원사의 손길이 없어도 깔끔해졌을거라는게 쭈주 피셜이구.. (???) 앗 정상이구나 그렇다면 안심~! 인데 동화학원이 돌아가는 동안.. 후후 보고있나 캡틴...? 동화학원에 엔딩은 없어야...! (아님) 꺄악 친절한 사람은 아니지만 음쪼쪼는 좋아 그러니까 나도 음쪼쪼다~~! :D (음쪼쪼쪼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내가 늘 말했지만.. 누구나. 내 허락 없이. 죽지 못한다~!
>>194 맙소사 어화둥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괜히 좀 틱틱거리면서 하여튼 여보야는 누구한테나 다 친절해서 문제야. 목 시퍼렇게 해 놓고 그런말이 나와?! 하다가도 렝이나 엘롶이나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고 라이벌이고 친하고 다 하는 사람들이니까 미간 짚으면서 그 대신! 여보가 챙기지 마. 내가 전부 챙길테니까. 이건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지? 하고 냅다 셋 챙겨서 병동으로 갔을것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자신한테 팔 몇개만 더 돋아났으면 좋겠다고 한참 생각할것같고.. (???)
>>194 레오챤 완전 피칠갑하고 걸레짝이 되어있는 상황이라는걸 감안해주시구 :ㅇ..! 땃태 다가오는것도 정신없어서 모르고 있을 것 같고, 정신놓고 있다가 머리에 손 닿는 순간 흠칫하고 남은 손(...)가지고 지팡이 딱 들고 노려보다가 땃태인거 확인하면 지팡이 내려놓고 남은 손으로 손목 꽉 잡지 않을가.. 아무래도 큰 일을 치르고 났으니 좀 덜덜 떨리고 있을것도 같고! 자기한테서 못 떨어지게 꽉 잡고는 싶은데 힘이 없어서 그렇게 꽉 잡지는 못하는 그런 상황이려나용 ㅋㅋㅋ 말할 힘도 없어서 웅얼웅얼 하고 있을건데 자세히 들어봐야 들리는 그런 목소리로 ' 가지마. 가지말고 나랑 있어줘. 나 그만하고싶어. 그만할래. 다 끝내고싶어. 나 그만할래 ' 하고 계속 그냥 중얼중얼 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몇 연타로 계속 뚜드려 맞은건 좀 심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마 벨이처럼 지방이 우지끈해버릴 수는 없었어야.. :p 그렇게 쭈는 다음대 건 사감이 되는 대신 주궁 전속 정원사가 되었다는 엔딩에 도달하고 마는데.. (????) 음쪼쪼된 땃주 너무 귀여운데 스윗한건 역시 땃태 아니야~? 나는 스윗하지 않아..! (쥐구멍으로 도망)
>>201 땃태를 들으며ㅋㅋㅋㅋㅋㅋ첼주 쉬는게 좋을 것 같은데....괜찮은가 자눼? ((부둥둥)) 놀린다기보다는 언제부터 사귀어 누가 고백했어? 연애하니까 어때?((중요)) 같은 질문일거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D
>>203 그런거 신경쓰면 땃태가 아니지롱:D 덜덜 떨면서 웅얼웅얼거리는 레오 너무 안쓰러운데 아이고 레오야 8ㅁ8 가지말고 나랑 있어 정도는 땃태도 들었을테니 아마 가기 전에 쉬, 괜찮아. 이제 위험한 건 없어 하고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작게 달랠 것 같네. 땃태가. 근데 말이 너무 슬픈 거 아닌가요.....88
>>2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 졸리고 나서도 여전히 달링자기 하는 호칭 써주는 땃태.. 이 시대 최고의 플러팅러로 임명하겠어~! :) 그래도 살아있다는 말에서는 반박 못하고 벙쪄있다가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아냐 사실 여보는 사경을 헤매고 있을지도 몰라..! 하고 억지이유 댄 다음 아까 말했던대로 냅다 데려갈것 같고.. 평소였으면 둘까지만 커버 가능했을텐데 이벤 이후는 마법 더럽게 많이 빗나감+양반탈이랑 끝장을 못 냈다는 이유로 분이 안 풀려서 평소 이상으로 힘낼수 있을것같기도 하고..!
아까 오타내서 부끄러운김에 좀 더 주절주절 하자면.. 2만 던져주는 다이스 10세ㅐ의 농간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서 차마 다 반응하지는 못했는데 그 뭐지 서로서로 이해자 될수 없다고 평행선에 서 있다고 느꼈던 부분 너무.. 너무 좋았다구 어흐흑
>>2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주를 웃겼으면 됐다...만족한다....(파스슥) 그게 놀리는게 아니...구나 그냥 평범한 질문....인가?????? (뇌가 일하다말다 함) 딱히 숨길 생각 없었으니까 그때 봤다고 하면서 물어보면 대답은 다 해줄 듯~~ 아냐 나 아직 있을꺼야 괜찮다구!!!! (징징)
>>209 꺄아악! 그럴줄 알고 나는 쥐구멍을 여러 갈래로 파뒀지. 원한다면 주지! 찾아봐라! 내 전부는 그곳에 있으니..! (골.d.쭈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쭈.. 엔딩 이후 가문 정립하고 그냥 어영부영 살다가 인생 하직시킬 예정이었지만 전에 건쌤이랑 일상 돌린 이후로 사실상 다음대 건 사감이 엔딩 유력 후보가 된 것..! 청이랑 작별하는거 그때 어떻게 써야할지 지금부터 머리 좀 굴려야겠어 후후 (?) 어허.. 내가 말한 스윗함은 오늘 한정이 아니었다는 말씀! 땃태.. 평소에 스윗하잖아? 그거면 오케이라구~? :D
>>2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역시 캐를 굴리고 싶은 건 오너의 욕심! 쭈가 무력으로 가문 정리할 예정이니까..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한다는 걸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 앗 그리고 이건 내가 빼먹은 설명이라 추가하는 타엠아이..! 건 사감이 되는 엔딩이라도 가문 정리하는건 동일해~! :)
>>214 쭈가 좀.. 이런쪽으로는 선 조절을 못 하다보니 :D.. (먼산) 앗 키티 써주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괜히 부끄러워서 그. 그렇게 어리광부려도 내가 안된다면 안돼! 알겠어?! 하고 괜히 틱틱거리면서도 착실하게 끌고가고 있을 것 같고.. 질질 끌려가는 땃태 귀여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아기자기하고 뽀짝한 호칭! 땃태만의 아이덴티티지~! :) 앗 내가 먼저 썼다는거 땃주 레스 보고서 깨달았어 내가 뭘 썼는지도 모른다니 흑흑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될 거야.. (?) 아무튼 다시 주접떨자면 나는 그 부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땃주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 :D
>>208 스레 역사상 가장 구른 사람이 아닐까 :ㅇ... 아아아앗 땃태 너무 서윗하다.... 레오챤 계속 중얼중얼하지만서도 울지는 않을것같은 그런 느낌!! 땃태 절대 못떨어지게 계속 들러붙고 그러다가 '진짜 다 끝났어?' 하고 한 마디 하고 '다행이다' 한 다음 에헤헤, 웃으면서 고대로 쓰러지듯 기절잠빠질것같은 그런 느낌임당.. 너모 맛있다...
>>217 질질 끌려가면서도 재잘재잘 떠들기 바쁜 땃태일거라서 할말이 없어졌다o<-< 계속 그러다가 불쑥 이름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도 땃태지~~~ 암암. 우히히히 내가 원하는대로 되고 있어:D 오 물론이지. 마음에 들었으니까 굳이 비슷한 뉘앙스로 다시 이야기하지않았겠어? 쭈주여. 너무 좋아하는 관계성이니까 걱정마시게나XD 사실 민이한테 했던 것처럼 왜 아닐거라고 생각해? 하는 대사 같은 거 써보고 싶어.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이다(??)
>>218 아 확실히 되게 찜찜하게 끝나기는 했지. 왜 굳이 탈 중 한명이? 라는 느낌도 있고:( 매구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2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런 반전매력이 내가 땃태한테 더더욱 진심으로 파고들게 되는 데 한몫 크게 하는것같아.. 자기 달링 하다가 갑자기 이름으로 훅 치고 들어오면 쭈주 그자리에서 심정지로 다음 레스 못 이을거야 진짜.. (????) 원하는대로 되고 있다면 역시 다른 의도가 있군! 주작님이 그랬어 모든 걸 믿지 말라고.. () 맙소사.. 자네. 전부터 내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을 사정없이 난타하고 쥐어짜는데 그렇게 해도 되는건가..? 치명적이라네... (쓰러짐) 왜 아닐거라고 생각해? 하는 말 들으면 쭈 처음에는 능청떨것 같..은데 새벽이라 기억력이 심히 저조해서 그런가 어떤 의미로 한 말이었는지 가물가물하네. 땃밍 일상 다시 정주행하고 와야겠다..! :D
정주행 끝! 찾~았다 :D 보자보자. 저 대사가 왜 내가 악인이 아닐거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 같은데 내가 해석한게 맞을까? :) 맞다면 쭈 처음에는 아까처럼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능청떨다가 어깨 으쓱이면서 그야~ 내가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여보야랑 진심을 다해 싸우는 건. 조금 피하고 싶은 상황이랄까~ 하고 씩 웃을것 같다..!
>>224 죄송합니다. 캐의 서사를 풀 때, 약간의 불행서사가 가미되면 조금 더 이야기를 잘 풀어낼수 있다는 글을 본 적 있어서 써봤는데 너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 아앗 왜 저 멀리 굴리는거야 88 어디가~~! 나는 플러팅마 땃태도 피폐미 땃태도 좋다구~~? (쫓아감) 앗 그거였구나 나는 독백 다이스인줄 알고 어떤 설정이 풀리려나 하고 있었지 뭐야~!
>>226 아앗 안돼 병원에 갇힐 수 없어.. 나는.. 이 진심을 표현해야만 해..! 이 세상에 내 진심을 외치고 말겠어!! (뛰쳐나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의 아무말은 가끔 표현력을 올리기 마련이지 😎 그리고 모바일 쭈주의 정주행 속도는 신속하니까 괜첞아! 주소칸에 단어 넣으면 뜨는 검색기능 아주 최고야 :D
>>2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도 그렇게 흐지부지 흐물텅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 :) 그보다 첼주 오늘도 심해로 가라앉는거야..? 나도 데려가주지 얺을래? 심해로... (?????)
라온의 월식 주막은 오늘도 왁자지껄하다. 각종 용서받지 못할 저주의 향연과 목숨의 위협이 오갔어도 언제 그랬냐는듯 교정은 평이해졌다. 그런 법이다.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슬픔은 잠시 뿐이고,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구석자리에서, 손님과 그는 마주본다. 손님은 여전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검고 챙이 넓은 모자와 검은 원피스를 입었다. 오늘도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다. 온통 검고 눈만 붉은 우아한 여성.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는 그의 어머니다.
그는 담배가 든 종이갑을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녀는 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얹는다.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눈에 띄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날은 사탕을 두 개 먹어놓고 하나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던 아홉살 적을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골머리를 앓으며 결국 손에 힘을 꾹 주며 내려놓는다. 이제 그녀가 얘기할 시간이다.
"우리 가주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본가로 달링을 보낼 정도였을까요."
서로의 패밀리어가 편지없이 본가로 가면 그녀를 호출하는 암묵적인 뜻이었다. 둘의 접선은 가끔 이렇게 이루어지곤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말없이 한 손을 들어올린다. 헬레나의 눈이 커졌다.
"반지가 없군요. 가주가 되고 나서 단 하루도 떼지 않더니, 대체 어디에 두었습니까?" "……신뢰의 증표로 주었습니다." "샬럿, 당신이요?"
가주의 증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연인이나 동반자에 한했다. 헬레나의 눈이 그를 향한다. 타니아를 놓아주던 것도 좋은 결과였던 건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 아들이 드디어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그녀가 농담을 던지듯 물었다. "누구에게?"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매구의 추종자에게."
사건은 번개가 치듯 순식간에 일어났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구석자리로 향했다. 커다란 짝 소리와 함께 현궁의 사신이라 불리는 학생의 고개가 돌아가있고, 여성은 거칠게 숨을 쉬며 뺨을 친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수군거림도 잠시였다. 그는 손톱 때문에 피가 흐르는 뺨 위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고 반쯤 뜬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팡이를 꺼내 휘두른다.
"머플리아토."
이것으로 둘의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아들이 농담이라고 하길 바랐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한 뒤에 자신도 미안하다고 엎드려 사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맨 처음 나온 말은 경고였다.
"소란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오늘은 아들이 아닌 가주로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정말 추종자에게 가문의 정신을 넘겼단 말인가? 어째서? 부모의 입장에서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녀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을 모아 올린다. 테이블 위로 검은 손톱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톱을 바라보며 울적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어째서 가문의 정신을 추종자에게 넘겼습니까." "저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었습니다." "샬럿. 고작 그런 문제로.." "어머니도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둘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는 입술을 앙 다물다 씹어뱉듯 서두를 뱉었다.
"누군가의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버지를 떠나보냈지 않았습니까. 하루의 정을 통하고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워서." "……."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지요."
제 손에. 헬레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레미는 죽었다.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나의 남편. 근사한 오러 동로였고, 친절했으며, 서로 사랑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녀는 장의사 가문의 사람. 단명하는 피를 물려받은 자.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먼저 떠났다. 남편이었던 자는 눈앞에서 어둠의 마법사에게 임페리오로 조종을 수도 없이 당했다. 결국 정신이 망가졌다. 어린 아들 앞에서 그녀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명상을 입어 손쓸 수 없는 상태였고, 부디 당신의 손으로 죽여달라 간청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섹튬셈프라로 그의 숨통을 끊었고, 그 시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아들은 소중한 동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었다. 아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장성했다. 남몰래 고통을 안고.
"살아있는 것은 맹목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변하고 맙니다. 우리는 어둠에 암약하여 타인을 빛으로 떠나보내게 해야지요.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마십시오. 샬럿. 우리는 죽음을 인지하는 자. 죽음은 인간에 의해 비롯됩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인간이지요… 하여 마땅히 안온한 내세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했던 말인데." "저는 빛으로 이미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타니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후회합니다. 대책이라도 미리 마련했더라면 아픈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 텐데 그 아이는 이미 큰 아픔을 가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닮았기에, 우리를 닮아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는 몸을 잘게 떨었다.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사랑했더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돌아와도 내쳤을 것이고, 공격했을 것이다. 어머니처럼. 그렇지만 닮았기에,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아픈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곧 죽습니다."
그는 숨을 들이킨다. 편지로는 진작 했던 말이지만 자식이 부모 앞에서 먼저 죽음을 예고하는 것만치나 잔인한 말이 어디 있는가. 물론 어머니께서 먼저 이곳에서 우리의 굴레가 끊기길 바란다 하였다. 두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곧 죽을 것이라고. 2년 남짓 남았으리라 믿는다 하셨을 때. 그는 굴레가 끊기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뱉을 수 있었다. 우리의 굴레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저의 죽음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 때문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울 배짱도 없거니와, 그 사람을 죽일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반지를 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 지독히도 아픈 미소였다. 외면하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수년간 인간을 증오하는 감정을 쌓았지만 역시 나는 그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 다시 인간을 믿고 싶다. 물러터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의 굴레를 네가 대신 버리고 떠나라고. 그렇게 하라고 반지를 주었습니다. 처분하실 것이라면 처분하십시오. 매구의 추종자를 제 사람으로 품은 것은 명백한 죄이니."
헬레나는 그를 바라본다. 내 아들은 이미 커버렸구나. 그녀가 입늘 열었다.
"한번 일어난 일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샬럿." "어머니." "단, 가혹한 운명은 그렇게 청천벽력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고, 당신의 곁에 있을 그 인간은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합니다."
비참한 삶이 마침내 끝날 때까지.
"당신도, 그 사람도 최대한 상처입지 아니하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 어미의 유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오늘도 라온의 월식 주막, 구석자리에선 둘은 서로를 마주본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벨주 독백은 언제 봐도 너무......심금을 울린다..... 스포도 효과도 없는게 오히려 더 절절해.....
벨이는 백정이에게서 자신의 구원? 을 보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벨 자신은 곧 죽어도 반지를 맡긴 백정이 자기 의지로 자유로워진다면 그걸 구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던가.... 남녀의 사람과는 또다른 사랑의 형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음~~ 새벽갬성 뭐라는거야~~
애정이 남다르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가 뒤늦게 앗, 하고 상황을 깨닫는다. 1절만 하려 했는데 어느새 후렴까지 끝내버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려는 걸 주양이 막아준 셈이다.
"그, 너무 제 말만 했죠?"
그가 멋쩍게 물으며 고개를 무릎 가까이로 조금 숙인다. 사실은 그냥 얼굴을 푹 파묻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쩐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쪽이 더 놀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부끄러워하는 정도에서 끝났을 뿐이다. 그래, 당당하게 인정하자. 평소에 그만큼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거다.
"라쉬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기보단 제 쪽에서 좋은 파트너를 얻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이 애가 저한테, ……해준 게 아주 많거든요."
무어라고 말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는 결국 말을 흐렸다. 솔직한 마음을 정돈하여 누군가에게 온전히 표현하기엔 그간 침묵하고 피하며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두 가지의 수식언만은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악의 없을 친구, 떠난 후엔 분명히 영영 그리워하게 될……. 속으로만 맴도는 말을 삼키며 그는 손을 뻗어 라쉬의 털을 쓸어본다. 간혹 들어오는 불안이 있다. 이 온기를 다시 느끼지 못하게 될 언젠가, 그 필연의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서글퍼져서……. 그렇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끝을 가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미래를 겁내느라 현실을 두려워해선 안 될 일이다. 부재의 나날보단 살아 있는 시간을 가장 솔직하게 사랑하자, 사색의 마지막은 늘 그렇게 끝이 났다.
"그거 좋네요. 대신에 다음 승부는 현궁 호수에서 하는 거 어때요?"
방식 다른 서로의 애정관이 남몰래 스치고, 그 역시 엇비슷한 현재의 결론에 닿는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마냥 비관적이던 생각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는 말끔하게 웃는 얼굴로 제법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고서는 조금을 더 생각에 잠긴다. "음, 우선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듣고 나서 불안해질 수도 있는데……."하고 뜸들이며 주양의 기색을 살폈지만, 말 꺼내지 말란 반응은 아닌 듯해 곧바로 이었다. 빙빙 돌려 말해서 좋을 게 없겠지.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앞에 아주 큰 고난이 닥쳤고, 닥칠 예정이고, 하나로 안 끝나고 줄줄이 계속될 거라네요. 조만간 또 습격이 있을 거래요."
다시 말하지만 그는 말을 정리해서 조목조목하게 표현하는 덴 그리 재능이 없었다. 지나치게 결론만을 축약한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상대방의 몫이 되고 말았다.
다들 근사한 늦새벽이에요.😊 오늘 임페리오가 빵빵 터진 덕분에 벨의 비설을 조금 털 수 있게 됐네요. 벨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에 돌아가셨답니다. 어둠의 마법사가 시전한 임페리오 때문에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셨거든요..🙄 어머니와 달리 벨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나 뭐라나여요. 옹알옹알...
>>266 구원? 프린세스 메이커?((그게 아니에요)) 아무래도 희망을 건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요. 상처 치료의 수단이 될수도 있고요.
>>272 오타 하나가 생겨서 몰입에 방해가 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이에요..😊 비슷하답니다! 대리구원서사가 아닐까 싶어요. 네가 자유로워지면 그게 내겐 구원이 될 거야. 하는 느낌의? 음~ 새벽감성이 저를 말랑말랑 찔러오네요...🙄🙄🙄
>>274 그 부분을 많이 고심해서 썼답니다! 지금 벨이 체념했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번, 인간에게 희망을 걸었다는 걸 대사 하나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하고 머리를 쥐어짰네요...😂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일단 대리 구원서사라면, 나는 백정이 벨을 구원하는 쌍방 구원서사를 바라면 되는거겠지? 좋아. 백정아 힘내. 벨을 구원해서 쌍방 구원서사로 가자. 아무튼 오늘 벨주의 새벽 감성 퐁신퐁신하게 담겨있는 독백 잘 봤어. 늘 느끼는 거지만 벨주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고심해서 쓴 흔적이 보여서 몰입해서 보기 좋아.
>>284 어? 어어어?? ((갑자기 받은 미슐랭 3스타 도장에 땃쥐둥절)) 그냥 난 느끼는대로 이야기한 것 뿐인걸. 그만큼 벨주의 글은 읽기 편하고 새벽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 응응, 벨도 구원받기를 바라는 건 진심이기도 하구 :D 앟 음쪼쪼하는 퐁신퐁신 쁘띠관종 벨주 귀여워. ((쑤다다담))
으악.....으아아악...... 어휘력이 고장나서 기립박수 3000번 이런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 새벽의 나를 용서해.... o<-< 감정선도 주제의식도 확고하고 성장서사와 전개 측면에서도 너무너무 완벽해... 이렇게 매끄럽고 인상적이게 이야기 만드는 사람 첨봤어....(우럭)
폭풍이 물러갔다. 모든게 다 끝을 냈다. 간신히 억누른 투쟁심은 아직 손에 남아 여운으로만 감돌았다. 마스크를 내리고 깊어진 울분을 토해냈다. 결국. 그 때도 지금도, 탈을 쓴 자 앞에서 그저 무력한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자신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었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지금껏 써온 지팡이를. 아까 전 그 사람처럼 단번에 두동강으로 꺾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들기 시작했다. 몹쓸 지팡이. 주인이 아무리 씨부려도 듣지를 않아. 왜.
일단, 끝난건 끝난 것이고. 몸도 마음도 멀쩡했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평소답지 않을지언정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이미 전에 자신의 단짝에게는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있고. 그렇다고 단짝만 챙기기에는, 상태가 심각해보였던 같은 기숙사의 후배도 걸렸다. 매번 티격태격하는 라이벌 관계라고는 하나, 챙겨주는 것은 기본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안 챙겨주면 그게 무슨 라이벌인가. 그냥 서로 죽여먹지 못해 안달난 원수지간이지.
"꼬맹이. 아직 안 죽은거 맞지? 깨어있지? .. 자. 평소처럼 떽떽거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병동까지는 내가 데려다 줄테니까."
웃음기가 지워진, 썩 진지한 모습을 내걸고서 아직 앉아있을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네다가 스스로 올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자세를 낮추어 당신을 부축했다. 이래저래 꽤 험한 모습이었기에 다시 탈에게 적대심을 키워두기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다. 전에도 느낀 것이었지만 이번으로 확실해졌다. 적어도 저 탈들은. 그나마 온순한 느낌이었던 할미탈을 제외하고는 전부 박살내고 아즈카반에서 평생 썩게 만들어주겠다고. 아니. 할미탈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나마 적대심을 드러내지 않을 때 곧장 습격해서 무력화시켜야 하려나? .. 아무튼.
"우리 여보야도 내쪽으로 와. 보니까.. 목. 꽤 심하게 졸렸던 것 같은데. 그런 상태라면 분명 걸어가기 힘들거야? 거절은 거절이라고."
이윽고 주양의 시선은 제 곁으로 다가왔던 현궁의 단짝에게로 향했다. 임페리오가 한번 더 들려온것을 자신이 미처 인지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당신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지금만큼은 그런것 따윈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것 이상으로 지금의 상황은 주양에게 이런저런 충격으로 다가왔으니까. 이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친한 사람이 크게 다치고, 저주에 당하고.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당신까지 남은 쪽 팔으로 부축해주고 나서야 주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 챙길 사람들은 다 챙긴 것 같고. 둘 다, 지금 위치에 불만 없지?"
그렇게 말하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주궁 짬 5년차. 이 정도 부축쯤이야 가뿐하다. 마침 울분도. 체력도 남아돌겠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슬며시 옮겼다.
//나의 상황 설명이 모자랐기에 여기서라도 추가! 이벤트 직후. 병동으로 옮기기 전 상황으로 써봤어 :) 잇기 힘들다면 말해주기 :D
자 일단 벨주 독백을 보고... 보.... (아들이 아닌 가주로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하는 벨이 박력에 심정지 옴)(????) 나는 벨주가 성장서사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맨날 벨이가 걷 죽는다는 말만 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0 그리고 벨이 아버지는...임페리오랑 어둠의 마법사가 나빴다 진짜 ㅠㅠㅠㅠㅠㅜ 이 어미의 유언입니다. 라니 벨이네 어머님... 어머님...? (동공지진)
>>285 이제 이리뱀뱀땃땃주(?)는 저희 동화학원 공식 맛집 썰 요리사여요!((땃주: 누구 맘대로요?)) 저..저 쥐구멍 가면 또 막겠죠..?😳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쏙 숨고 싶은데 안되니까 얌전히 쑤다담을 받을게요...🙈🙈🙈 ((기뻐요!)) 근사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이걸로 이겨내고도 남을 것 같구..
>>286 어휘력이 고장나셨다뇨..! 기립박수 3000번도 근사한 말씀이셔요.🥰 으아으아아 너무 부끄..부끄러워요...🤯 다들 너무 예쁘고 멋진 말만 해주시면 제가 엄청 오만해진다구요! 거, 거만하게 커버릴지도 몰라요! 금쪽이가 될 거예요!(?)
주양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나온 썰풀이대로 나와버리는 건가요..? ((팝콘을 꺼내요!))
>>290 제 안의 유교가 들끓는 대사였답니다. 엄마를 공경해야지 이 나쁜 벨..! ((벨에게 훈장님 회초리를 들어요!)) 꺅, 살아나셔요..!! ((심폐소생술을 해드려요!!)) tmi지만 어머니의 미들네임은 살아생전 남편의 이름을 따랐던거랍니다..원래는 헬레나 줄린 언더테이커였어요.😌 어머님의 유언은....🙄 저, 저는 모르는 일이구..
벌써 4시가 다 되어가요..큰일났다..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 꾸벅꾸벅 졸면서 옹알옹알 하게 되는 거 있죠.. 사실 지금도 하나하나 타이핑 치면서 이게 이 뜻으로 쓰였나..? 하고 한글자한글자 다시 읽고 쓰기를 반복해서 큰일이에요...😓 사실 방금, 방금이란 단어가 언제 쓰이지 하고 흐려졌어요..큰일이에요...다들 오늘 이벤트 정말 고생하셨어요. 몽실몽실하고 근사한 새벽 되시길 바랄게요..저희 애들 행복해져야하구...약속이에요...다른 분들이랑 대화 하고 싶지만...그렇지만 졸리구..그리고 다들 너무 따뜻하셔서 근사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리고...잘자요..!!🛌🛌🛌
>>300 본인이 안 괜찮은 상태라서 라는 말에 일단 냅다 울고 갈게 8ㅁ8 아이고 엘롶아... 엘롶아.... 엉엉. 그런건 일단 일상을 돌리다보면 찬찬히 해결될 문제일 것 같기도 하니까 벌써부터 너무 걱정하지 말자구 O.< 사실 땃태, 자기가 목을 잡아봤으면 잡아봤지 잡혀본 적은 처음이라 좀 색다르다고 느끼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왱왈왱왈.
굳이 따져보자면 레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웠다. 그 이상한 짐승에게 채이고 난 뒤에서부터는 기억이 없었다. 정신이 들었던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몸이 추웠기 때문이었을까. 정신이 몽롱해져 아픈것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몸이 추워서 부르르 떨면서 일어났을 뿐이다. 마치 잠에서 깨는 것 처럼, 레오는 그렇게 잠에서 깨어났다. 고개만은 제대로 들어져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피딱지가 굳어 눈이 떠지질 않았다. 한 쪽눈이 떠지지 않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레오는 한 쪽 눈의 시력을 아예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차분할 수 있었다. 그런것까지 신경쓸만큼 정신상태가 여유롭지 못했으니까.
" .... "
누군가가 다가오는게 보였고 목소리가 들렸다. 문제였다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오른쪽 팔은 아예 힘을 못쓰게 되었고 남은 것은 왼쪽 손 뿐이었다. 레오는 지팡이를 들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겨눴다가 툭 하고 떨어트렸다. 어느 정도 소리가 가까워지자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누구인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벌렸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입을 닫았다. 천천히 들어올려지고 부축해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끝났구나. 전부 끝났구나.
" 아..! ... 아파.. 이 년아.. 너는.. 멀쩡한가보네.. "
처음으로 한 말은 그것이었다. 안심이 되었으니까. 자기 옆에 있는 주궁의 선배-라기 보다는 원수에 가까운 친구-와 조금 더 멀리에 보이는 다른 기숙사에서 처음 사귄 친구가 보였으니까. 전부 다 끝났구나. 그게 무엇이던간에 전부 끝났구나.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건 여기서 더 아파질 일은 없겠다는 것이었다. 몸이 들어올려지자 상처가 벌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상처난 부위가 움직이다 보니 레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아프다고 말하거나, 작게 욕을 읊조릴 뿐이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다들 싸웠다는 것일까. 레오는 같이 부축을 받는 단태를 보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쩍 웃어보였다.
" 괜찮아..? "
누가 누굴 걱정할 처지가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있다. 입고있던 옷이 전부 새빨갛게 변하고 심장이 뛸 때마다 상처난 부위들이 욱신거리며 아파왔지만 그럼에도 레오는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주양과 또 옆에서 부축받고 있는 단태를 번갈아 보며 괜찮냐고 묻거나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기가 웃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른다. 길게 흉터가 나 있는 왼쪽 눈은 이제 떠지지도 않는다.
레오는 짜증아닌 짜증을 부리곤 단태에게는 또 나름 다정하게 말했다. 비틀비틀 거리며 걷는 모습도 영 보기 좋지에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레오는 혼자서 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지금 걷는 것 만으로도 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던 레오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술을 벌렸다가 닫기를 반복하다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곤 힘 없는 목소리로 누구를 향하는지 모르는 질문을 날렸다.
덤으로 지금 레스 쓰면서 듣고 있는 노래는 이것 :ㅇ!! 1:02 에 나오는 Hey yeah - RATATA- 하는 부분이랑 2:54초에 Handout darling~~!! 하는게 너무 좋다고 할까요! 레게 같으면서도 이렇게 목 긁는걸 좋아하는 저로써는 반할 수 밖에 없는 곡임당..!
>>301 앗 울지마 내가 잘못했어(셀프딱밤!) 역시 그렇겠지~~~ 사실 정말 급하면 어떻게든 두뇌풀가동이 되니까(뇌: 살려줘...) 나도 심하게 걱정은 안 하려구~~~ 일상으로 풀어가는 거 좋아해서 그만큼 기대도 된다! ^~^ ㅋ 아 땃 진짜 너무ㅋㅋㅋㅋㅋㅋ 나사 빠지게 유쾌해서 웃어버렸어...ㅋㅋㅋㅋㅋㅋ 결론이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땃태 멘탈은 안 상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려 우리 땃쥐는 농담도 잘 하는구나 용돈 줘야지..~~~~
으아악... 위장이 사정없이 배고픔을 호소해서 이제 자야겠다.... ;0 다들... 굿바이...!!!!
"음? 아냐아냐, 괜찮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만큼 패밀리어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치~?"
그냥 좋게좋게 괜찮다는 말만 하기에는 주양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마인드 자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꼭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나씩 덧붙이면서 행동까지 곁들이는 것이다. 조금 더 무릎 가까이로, 고개를 살짝 더 숙인 당신의 등을 토닥거려준다거나 하는. 지금의 이 행동처럼 말이다. 애정이 남다른 사람은 이렇게 일반적인 이야기에서부터 그 반응이 다른 법이라는 것도 겸사겸사 배워가면서. 주양은 그저 킥킥 웃으며 당신의 등을 열심히 토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그럼 서로서로 윈윈인거네~? 너는 좋은 파트너를. 라쉬는 좋은 사람을 만난거니까! 라쉬가 너에게 해준 게 많은 만큼. 너 역시 그렇게 많은 것을 돌려주고 있을 테니까~"
슬쩍 눈매가 가늘어졌다. 서로 주고받는 게 이런 애정이라는 것은 싹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었다. 허나.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보는 때에는 한없이 관대해지기 마련이었다. 남들을 잘 이해하는 축에 속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남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프리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한 켠으로는, 결국 자신이 좋을 대로 해석하고 마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면모를 뜻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시 주양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해석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래봐야 남들의 판단이 아닌. 주양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가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엑, 안돼! 절~대 반대야. 거기에 던져질 바에야 저기 잇는 암초에 던져지는게 훨씬 낫겠다..! 던질 거라면 차라리 우리 기숙사에 있는 호수에 던져줘!"
당신의 말에 꽤 과장되게 당황스러운 척을 해 보이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역시 암울한 기분을 떨쳐낼때는 이런 장난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다른 애정관이 은근슬쩍 스쳐 지나가, 결국에는 비슷한 결론에 닿게 되었다는 것을 주양이 알 턱이 없지만, 만약 알게 되었다면, 더더욱 지금의 이 흥미를 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의 교차가 결국 한 점에서 종점을 찍는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으니.
이윽고 주양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바로 결과만 내놓았다는 점이 주양에게는 꽤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마냥 가벼운 표정으로 듣고 있을 순 없었는지, 웃음기는 살짝 지워진 상태였으나. 그것을 당신이 볼 수 있지는 않았을테니.
"오호라~ 너도 주작님한테서 신탁을 들은거야? 내거랑은 다르게 엄~청 구체적인 느낌이라서 조금 질투나는걸. 아무튼. 연이은 고난이라.. 이거 참 미라클하구만~"
반응보다 앞섰던 잡담을 빠르게 조잘거리고 나서 주양은 흠 하고 제 턱을 매만졌다. 고난. 그리고 또 고난. 인생이 순탄하지 얺다는 것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과정들을 통해 충분히 깨달은 것이었으나 지금의 이 문제는 격이 다른 듯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당신이 이렇게 고심하며 꺼냈을 리 없었고, 굳이 아주 큰 고난이라고 표현할 리가 없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처음인 당신에 대한 주양의 주관적인 해석이 섞여 있었으나,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참.. 꽤 재밌겠는데? 역시 파도 없는 바다처럼 잔잔하게, 감정기복이 없이 지내는 것보단. 이렇게 크게뒤흔들리면서 감정기복을 느끼는 게 훨씬 살아가는 맛이 날테니까~"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만 아는 일을 주양은 당연하게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이렇게 세상 좋게 재밌겠다느니 살아가는 맛이라느니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고난이 닥치든. 여유롭게 넘겨버리겠다는 덧 없는 다짐도 섞어가면서.
"아이, Kitty~ 나 멀쩡하게 걸을 수 있는데? 난 심하게 다치지도 않았구,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걸? 이쯤되면 행운의 여신이 나를 굽어 살피는게 아닐까?"
단태는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평소와 같이 뻔뻔하리만치 능청맞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상처라고는 같은 기숙사의 남자인 친구에게 세게 맞은 얼굴과 그 친구가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리는 바람에 붙잡힌 목에 남아있는 아주 흐릿한-사실 그렇게 흐릿하지 않을- 손자국 모양 그대로 남아있는 멍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숨통이 트여서 콜록거리느냐고 목소리가 쉬어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주단태는 상당히 멀쩡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짝의 부축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붙잡힌 이상, 꼼짝없이 그 손에 부축되어 걷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어서, 대신이라고 하기 뭐하지만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나는 괜찮다라던가, 차라리 지금 다른 팔로 부축하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부축하는 게 어떠냐라던가.
종국에는- 샐쭉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우리 자기- 힘도 세지." 하는 감탄사를 늘어놓는 것으로 그 재잘거림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나를 걱정하는 것보다 자기를 걱정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달링. 자-, 이거 몇개로 보여?"
괜찮냐고 묻는 레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암적색 눈동자에 느물한 웃음기가 한껏 담기고 부축을 받은 상태로 레오의 앞에 손가락 두개를 펼쳐서 확인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미 단태에게 방금 탈들이 있었던 상황 같은 건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일단, 레오의 반응을 보니 단태는 레오가 주양과 사이가 묘하게 좋으면서도 또 묘하게 안좋은 걸 꽤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었다. 저런, 이거 완전히 중간에 끼어버린 입장인데. 멍이 들어있을 자신의 목 위에 손을 올리고 잡혔던 그대로, 남아있는 흔적을 따라 손끝을 움직이던 단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지는 레오를 향해 시선을 떨어트렸다. 끝났냐는 질문의 주어는 무엇인가. 지금의 상황이 끝났냐는 물음인가. 아니면 탈들의 공격이 완전히 끝났냐는 물음인가.
아니면 둘 다 포함되는 질문인가.
"쉿, 자기야. 지금은 다 괜찮을테니 크게 마음쓰지마."
상황이 모두 끝났을 때,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것처럼 주단태의 손이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했다.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평소와 똑같이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말하는 단태의 표정은 아주 잠깐, 슬그머니 웃음기가 사라진 표정이었다. 자연스럽게 단태는 주양에게 부축되어 있던 자세를 풀고 주양의 어깨에 팔을 둘러서 기대려했다. "난 이게 더 편해. 자기야~" 하고 덧붙히는 목소리는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그것도 아주 듬뿍.
"와~ 도와주는 사람한테까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까. 아주 멀쩡하고 팔팔한가봐? 응? 확 그냥. 이대로 놔버릴까보다~ 아무튼! 당연히 난 괜찮지. 한대도 안 맞았으니까~ 조금 불공평하게도."
물론 말이 그렇다 뿐이지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다만. 베인 상처는 움직인다면 더더욱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무언가에 크게 베여본 적은 없었으니까. 크루시오에 당해봤다면 당해봤지, 놀랍게도 주양은 아직 물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그 사실을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도 주양의 쓸데없는 능력이었다. 왜일까. 그렇게 진심을 다해 공격했음에도 상대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짜증으로 다가왔다. 물롬 그렇게 된 것에는 몹쓸 지팡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로 다가왔다. 마지막에 터지면 무엇 하나.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뒤인걸.
"어허. 그. 그러면 여보야의 목에 남은 자국은 여보야가 그린 문신이라도 되는거야~?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일단 부축받는게 어때? 전에 병동까지 데려다준 보답이라고 생각하자구~"
이윽고 주양은 제 단짝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다시 예상치 못한 호칭이 훅 들어온다. 주양의 시선이 살짝 떨렸으나. 지금은 그뿐이었다. 당신의 말에도 고집을 부리며 부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손자국 모양의 멍도 멍이었고. 아까 임페리오에 걸렸을 때 패대기 잘 치는 현궁 친구에게 맞았던 것도 그렇고. 제 라이벌만큼 심한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만 그래도 마음이 안 쓰일수 없었으니까. 제아무리 임페리오 저주 당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는 하나, 마음에도 없던 도발을 했던 건 찝찝하기도 했고.
이윽고 들려온 지적 아닌 지적에 주양은 어쩔 수 없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부축 만으로는 불안하게 걸음을 유지하는 제 라이벌을 다 커버할수 없다고 느꼈다. 이대로 간다간 부축이 소용 없게 되어버릴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주양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가 슬쩍 자세를 낮추었다.
"꼬맹이. 아픈 건 이해하지만~ 잠깐만 참아줘~? 분명 이게. 너한테는.. 아까 전보다는, 나을 테니까! .. 그리고 괜찮아. 이젠 다 끝났어~ 안심하라구?"
그리고 단짝이 제 라이벌을 쓰다듬는 동작이 멈출때 즈음, 가벼운 기합을 주며 당신을 한 손으로 번쩍 안아들었다. 아아. 싸울 때 못 써먹엇던 힘을 이럴 때 써먹는구나. 저게 가능한가? 싶은 모양새가 되었으나 주양은 멀쩡했다. 이래뵈도 곤 사감님 기숙사에서 지낸 세월이 쌓이고 쌓여 벌써 5년이다. 이 정도는 너끈했다. 맨날 주궁 사람보다는 청궁 사람에 가까운 면모만 보여줬으니, 이젠 주궁 이름값을 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다가도 제 어깨에 둘러지는 팔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었다.
"하여튼. 우리 여보야는 못 말린다니까~? 편하다면 그렇게 하고 있어도 괜찮지만~ 그건 안 돼. 지금은 여보도 내가 부축해줘야 할 사람중 한 명이라는 사실! 그리고 난 걱정 안해도 돼. 이 정도는 가뿐해~"
이것도 못 한다면 자신은 진작 청궁에 몸 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궁 사람들이 연약하다는 의미냐고 한다면 또 그것은 아니었지만. 주양 나름대로의 고집이 발동된 나머지, 또 여보가 안는다는 이야기 하면 여보야도 나한테 안기게 될 거야? 하고 배려 아닌 배려를 하는 것은 덤이었다.
" 하나.. 아니, 두개..? 아니다 한개.. 아, 두개야. 응. 두 개야... 하나, 둘. 두개.. "
평소였다면 장난으로 세 개라던가 열 개라던가 하고 이야기했겠지만 지금 레오는 장난을 칠 기력도 정신도 없었다. 들려오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하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정말로 한개로 보였다가 두개로 보였다가 했었다. 흉터가 나있는 왼쪽 눈은 떠지질 않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눈은 충격탓인지 조금 흐리게 보였으니까. 그래서 레오는 제대로 떠지지 않는 오른쪽 눈으로 그 두개의 손가락마저 하나, 둘. 하고 세어가며 답할 수 밖에 없었다.
" 끝났구나. 끝난거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
사실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르지. 레오는 단태가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쓰담아주었을때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손이 닿는 순간 몸을 움찔하고 몸을 뒤로 살짝 빼려했으나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그나저나 호칭이 영 신경쓰이는데. 레오는 온 몸이 아파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그걸 생각할 여유정도는 있었다. 거리감이 어떻게 된 녀석이니 이 사람 저 사람 전부 그렇게 부른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불편해. 레오는 따질 기운도 없다는 듯 다리를 절며 비틀비틀 앞으로 가며 숨을 푸 - 하고 내쉬었다.
" 불공평..좋아하네.. 운이 좋았던거 다행으로 여겨.. 나 대신 네가 이 꼴이 났으면 진짜 엄청.. 놀렸을건데.. "
심장이 뛸 때마다 온 몸의 상처들이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더 걷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 레오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싶었지만 부축받고 있는 데다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목을 쥐어짜서 말했는지도 모르지.
" 서주양.. 나 못걷겠어.. 그만.. 멈춰봐. "
잠깐 쉬었다가거나 아니면 그냥 이 자리에 두고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다시 와서 마법으로 옮겨줄 수 있다면 그걸 기다리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는 없는게 이미 피를 너무 흘려 몸이 추울 정도였고 이 정도 상처로 밖에서 오래 뒹굴었다간 2차 감염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건 빨리 돌아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라는건 레오도 알고 있었다.
" 아, 잠깐, 야, 하지마! 서주양! 그만! 그만! 아....! "
몸이 들어올려지자 레오는 숨이 넘어가듯 비명을 질렀다. 목이 무언가에 막혀 소리가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비명을 질렀다. 온 몸의 상처가 벌어지는 느낌. 한 번 아프고 이후로는 더 편해질지 모르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엄청나게 아팠으니 비명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지. 레오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있었다.
" 나, 그,그만.. 할래.. 이제 그만..하고싶어.. 집에 갈래. 서주양. 나 집에갈래.. 주단태.. 나 그만. 그만 하고싶어.. "
자. 오늘도 당과점에서 부인이 시켜두었던 초콜릿을 들고 올 시간이다. 달콤하고 맛있는 초콜릿. 몰래 하나 쏙 빼먹어버린다면 분명 신뢰도가 깎이고 말겠지. 그럼에도 은근슬쩍 집어먹고 싶어지는 것은, 그저 가벼운 장난기 탓이었다. 주양은 고개를 세게 저으며 잡생각을 떨쳐버렸다. 전에 애 울음소리 듣고 홀려서 숲으로 들어간것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나. 가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날이 있었다. 물론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348 끄아아악 그치만 나도 마지막을.. 마지막 체력을 불태우던 중이었...! (파르르)(추욱)(?) 어나더 레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냥 잠이 심하게 없는것에 가까운 쪽이라서 어나더 레벨이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고..! :p 후후 아무튼 두려움에 떨어라 렝주~! (???)
더위는 죽기보다 싫은 그녀가 다시 물을 얻으러 현궁으로 가는데는 큰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마땅히 할게 없으니까, 였다. 별궁에 틀어박혀 역사서를 뒤적이거나 그를 찾아가 놀아달라 하는 선택지도 있긴 했지만. 그 전에 좀 움직이고 싶어서 말이다. 몸이 살짝 뻐근하달까 뻑뻑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기에.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현궁까지 찾아간 건 좋은데 이번엔 기타도 안 들고 왔고 뭘 해야겠지 모르겠단 거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현궁의 후원으로 장소를 옮겨달라 말한다. 가는 길에 한가해보이는 현궁 학생 하나를 붙잡아 도우미로 데려와, 후원 한쪽 끝에 그 학생을 세워두고 손을 아래로 해서 도움닫기를 부탁한다.
"자, 그럼."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심호흡을 한 뒤 묘기를 선보인다. 핸드스프링, 일명 덤블링을 휙 하고 세바퀴를 돌아 손받침을 하고 있던 학생의 앞까지 가서, 그 손을 사뿐 딛고 공중 백덤블링으로 한바퀴 돈 뒤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한다. 마법사가 아니라 전문 체조인 같은 묘기를 선보인 뒤 깔끔하게 인사까지 하고 웃으며 말한다.
오늘의 초콜릿 상자는 한 박스. 그렇다는 것은 부인에게 좀 더 빠르게 가져다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전처럼 맨 위에 있던 초콜릿 박스가 행여 떨어지기라도 할 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니까. 당과점 밖으로 나갈 때 까지는 여유를 유지하던 주양은,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고 학교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기분은 언제 느껴도 상쾌한 것이었다.
"짜잔~ 부인. 오늘도 요청하신 초콜릿 가져왔답니다! 늘 신속하고 정확한 주양퀵을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데헷. 하며 한쪽 다리를 살짝 접어들고 마찬가지로 팔도 살짝 접어서 든 채로, 선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눈 옆에 가져다대며 세상 발랄한 포즈를 내보였다. 아. 이 엉성하면서도 의미없는 머글 따라하기. 의외로 재미있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말이 끝나고 이어지는 주양과 레오의 말을 따라 단태의 눈이 슬그머니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생각해왔는데 이 둘은 사이가 좋은걸까. 좋지 않은걸까. 말하는 걸 보니 사이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친한건가? "-저런, 여보야." 이리저리 움직이던 눈이 주양에게 향했고 단태는 느물느물한 특유의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낯간지러운 호칭을 뱉었다.
"기껏해야 멍이 든 것 뿐인걸? 병동까지 가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해? 이 정도는 반나절 푹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질거라구?"
재잘재잘. 능글맞고 능청스럽게 대꾸하면서 단태는 레오의 눈 앞에서 흔들어보이던 두개의 손가락을 거둬들인다. "좋아. 자기야~ 다행히도 눈을 다친 것 같지는 않네. 예쁜 눈이 다치기라도 했으면 내 마음이 많이 아팠을거야." 기계적인 대답에도 불구하고 꽤 만족스러운 기색을 한껏 드러내며 단태의 손이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던 걸 멈추고 흉터가 있는 눈 부근을 쓸어주고는 떨어졌다. 임페리우스 저주에 당한 기억이 나질 않는 단태는 주양이 자신을 어떻게 도발했는지, 레오가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마자 그 목을 어떤 식으로 쥐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냥 단태에게는 심하게 다친 친구와 그 친구를 부축하고 있는 또다른 친구만이 보일 뿐이었다. 주양이 걸음을 멈추자 단태도 같이 걸음을 멈춘 건 필연적이였다. 어정쩡한 자세로 재잘재잘 떠들며 부축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팔로 번쩍 레오를 안아드는 모습을 보고 단태가 헤죽 웃었다. 세상에, 자기 멋져. 라는 말은 덤이었다. 자신도 이 둘을 병동으로 데려갈 때 그랬었다는 건 아예 기억 너머로 사라지다못해 소멸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Kitty, 나까지 안고 가면 너무 힘들테니까 지금은 그냥- 이렇게 하고 갈게."
어깨에 둘렀던 팔에 힘이 들어가며 단태는 주양의 등에 매달리는 것처럼 위치를 바꿨다. 그 사이 레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암적색 눈동자는 그 비명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마냥 옮겨졌다. 주양에게 팔을 두르고 매달려 있던 단태가 그 어깨에 턱을 대고 레오를 말끄러미 응시하다가 샐쭉- 가늘게 떴다. "레오." 단태는 덮듯이 레오의 머리 위에 다시 손을 올리려하며 꽤 다정다감하게 이름을 불렀다. 주양에게 안아들려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레오, 주단태의 목소리는 레오의 목소리와 다르게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그건 안된다는 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잖아.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데 내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이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을 목전에 둔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없었다. 걱정도 아니고 위로는 더더욱 아닌 말을 재잘재잘거리며 주양의 어깨에 올린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여서 레오를 바라보는 주단태의 행동은 그러했다. 애초에 위로는 생각도 없었다는 양 굴었다.
"여보야, 그렇게 치자면 나도 예~전에 여보가 병동 데려다줬을 때, 다친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냥 크루시오를 두 방 연속으로 얻어맞았을 뿐이었지! 그래도 얌전히 안겨서 가줬잖아~"
그러니까. 여보도 불평은 그만! 하고 장난스럽게 말을 마무리했다. 어느새 아까의 울분은 싹 가셨는지, 다시 평소처럼 당신의 페이스에 어우러지게 반응하면서 킥킥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둘이서만 돌아갔다면 분명 또 서로 투닥거렸을테니, 당신의 재잘거림으로 분위기를 완화시켜준다는 것은 꽤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친 친구와 투닥거리는건 조금 그랬으니까.. 라고는 해도. 이미 어느 정도 그러고 있기는 하다만.
"하. 그래~? 썩 운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우리 꼬맹이가 놀리는 건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려나?"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운이 좋다. 확실히. 아무런 공격도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으나 그에 비례하게 자신 역시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쌤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의 결과는 꽤 신경을 긁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숙사로 돌아가면, 진짜 그땐 나뭇가지나 잔뜩 꺾어버리면서 울분을 삭여야겠다. 지팡이 앞에서 꺾을 것이다. 또 내 말을 안 듣는다면 다음에 부러지는 건 나뭇가지가 아니라 너가 될 거라고 협박도 좀 하고.
"어머나~ 과찬이어라. 우리 여보야가 더 멋졌는걸? 으.. 음. 여보가 그렇게 가는 걸 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 그보다, 나 이제는 키티로 호칭 고정이 되어버린걸까나..~"
들려오는 호칭에 다시 고개를 돌리고, 대답 후 멋쩍은 웃음이 뒤를 이었다. 역시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었다. 호칭이 익숙하지 않은 것. 기분이 완화되기 전에 들었을 때와 완화되고 나서 들었을 때의 반응이 다른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땐 차마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호칭이 훅 치고 다가왔으니까.
바로 반응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아. 차마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 했는데. 조금 더 참아줬다면 좋았으련만. 이렇게 약한 아이였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크루시오, 섹튬셈프라. 그 짧은 시간동안 꽤 이런저런 많은 공격을 받았으니 그럴 수 있었다. 아파하는게 당연하다. 늘 그랬듯. 그런 당연한 것들을 깨닫기까지 주양은 꽤 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 꼬맹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그렇게 착한 년이 아니야. 그러니까, 일단은 아파도 좀 참고 있으라고. 하여튼. 이제 좀 어때! 흐릿해지던 정신이 확 깨지 않아~?"
조금 걸리는 일이었으나 주양은 이번에도 자신이 악인이 되는 방향을 택했다. 당장 아프다고 도닥거려주고 있게 된다면 분명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 그동안 피를 꽤 많이 흘렸을테니 여기서 더 시간을 끄는 건 좋은 선택지가 못 된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안고, 다른 사람을 등에 매달리게 한 채 나아가는 것은 부축하며 걸음을 맞추고 나아가는 것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지금만큼은 평소 체력을 단련해두던 게 아쉽지가 않았다. 역시 잘 벼려둔다면 분명 언젠가는 그것을 사용할 날이 온다니까.
"집?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줘야지~ 대신. 여기서 너네 집으로 방향을 튼다면. 너 진짜 죽는다? 나 너네 집 어디인지도 몰라서 가는데 한 세월 걸려도 상관 없나? 그런 게 아니라면, 아프더라도 꾹 참아. 정 못참겠으면.. 내 어깨라도 세게 움켜쥐던가."
애석하게도 주양 역시 다독이고 달래주는 것은 영 소질이 없었다. 다만. 조금 참아달라는 뜻을 전하며 발걸음을 적당한 속도로 유지했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아프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아프다고 속도를 늦춘다면 영원히 아프지 않게 되어버릴테니. 아직 내기도. 라이벌 의식도. 그 어느것도 끝을 본 것은 없었다. 그러니. 절대 먼저 당신을 놓지 않을 생각으로 주양은 씩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뒤도 살짝 돌아보고.
"아무튼~ 우리 여보야는 그러고 있는 거 안 불편해? 만약 불편하다면 언제든 이야기해줘! 팔 하나 남으니까. 이걸로 우리 여보야도 한번에 안고 갈 수 있다구~? 전에는 여보가 우리를 그렇게 하고 데려갔으니까 이번에는 나도 그렇게 해 주고 싶기도 하고~"
은근슬쩍 사심을 밝히며 아하핫 하고 경박하게 웃어댔다. 사심이라고는 해도 그렇기 불건전하거나 한 것은 아니기는 했지만.
안된단는거 알고 있잖아. 레오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있었다. 떠지지 않던 왼쪽 눈이 떠지자 레오는 그 와중에도 안심했다. 시력을 잃은게 아니었구나 하는데서 오는 안도감. 안도감이 찾아오려하면 금새 다시 다친 자리가 욱신거리면서 아파왔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욱신거리는 것이 참을수가 없다. 차라리 기절하고싶은 느낌. 레오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 버티자는 생각 뿐이었다.
" 알,지. 너 세상에서 제일 개나쁜년인거 나도 아는데.. "
이 정도로 무력해진건 처음이다. 아니, 오랜만이라고 해야하나.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계속해서 아파오니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어쩌면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몸이 이렇게나 다쳐버려서 뇌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건지도 모르지. 한 차례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나니 조금은 속이 개운했다.
" 아이씨.. 나 진짜 아프다고.. 진..짜.. 아프다고 나.. "
할 수 있는거라곤 그런것 뿐이었다. 아프다고 말하거나 지금 상태가 어떤지 말하는 것. 그 정도로 무력했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앞에서 그걸 다 맞아주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덜 다치고 더 많이 공격할 수 있었던건 아닐까. 그리고 다들 무사히 돌아오기도했고. 그런거라면 나쁘지 않을수도 있지만 문제는 어째서 레오였냐는 것이다. 그런 질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못참겠으면 움켜쥐라는 말. 평소였다면 레오는 자기를 개밥으로 보는거냐며 때려줬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레오는 손을 들어 주양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남은 손이 한 쪽 뿐이어서 그건 좀 아쉽게 됐다만, 잡을 수 있는 최대한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확실히 조금 나아지는 기분.
" 너 임페리오 맞은거, 기억 안나지? "
레오는 뭐라도 주제를 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여기말고 다른곳에 집중할 곳이 있다면 좋을테니까. 별 다른 의미없이 단태에게 한 질문이었다. 앞으로 걸어나와 자기 목을 졸랐던 것. 기억하지 못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싱거울만큼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을 것이고 기억하고 있다면 팔에 힘좀 기르라고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양 쪽 모두 사실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거나, 힘이 약하다고 느꼈다는건 주관적인 것이었으니까. 정말 큰 일이 있었고 목이 졸려 기절할뻔 했었더라도 레오는 '뭐야 별 거 없네' 하고 치부했을 것이다. 레오는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강하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동시에 그런 말로 안심시키려는 의도마저도 있었다. 나쁜 사람은 못되겠네-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 ...옷 더러워진건 미안하게 됐수다. "
베인 상처가 한 둘이 아닌어서 피칠갑을 한 건 둘째 치더라도 지금도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꼭 붙어있다보니 본의아니게 다른 사람의 옷까지 핏물을 들게 만들게되었다. '미안하게 됐수다' 하고 말은 했지만 정말로 미안하냐고 묻는다면 레오는 '아니? 하나도 안미안한데?' 하고 말했을 것이다. 지금은 정신을 붙잡고 있기 위해서 무슨 말이던 하고 있는 것이니까. 정신을 잃는다면, 그리고 잠든다면 정말 그걸로 끝인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
>>474 분명 추종자만 보면 대뜸 관에 넣어보고 싶다 하고...저번 랸이 일상처럼 깔깔 웃기만 하고..어라..맛있..어요..? ((갑자기 혼자 코스요리를 먹는 느낌이에요)) 지금 백정이에 대해서는 situplay>1596260206>260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 반대라 다행이고..😊
상극..?😳 2p를 보여주나요?((절대 아니에요)) 아니면 새니까...그냥 육지동물? 물고기? 파충류?
단태는 레오가 눈을 뜨는 걸 보고나서야 히죽- 웃음을 지었다. 레오에게 했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현재 진행형이 되어 있었다. 싫다고 해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은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내 적이였고 내 적의 숨을 끊어놓지 못하더라도 치명상은 입혀야만 했다. 히죽- 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단태가 들려오는 말에는 그 모습 그대로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태클을 걸자면 충분히 걸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대신 침묵을 택하기로 한 것이였다. "키티가 싫다면 다시 허니버니는 어때? 달링이라던가, 자기야하는 호칭은 이제 식상하지 않아?"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단태는 레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가도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조금이나마 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둘이 친한 사이인 줄 몰랐는걸? 자기들~"
둘 다 들으면 어떤 반응이 올지도 모르는 말을 불쑥 내뱉어내고서 주단태의 표정은 제법 뻔뻔스러웠다. 그 반응을 보기도 전 뻔뻔하던 주단태의 표정이 의아스럽게 바뀌었다. 내가?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꺼낸 레오와 그런 레오를 안아들고 있는 주양을 바라봤다. "그래서 내가 한대 세게 맞은 거였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현궁의 키가 큰 성별이 남자인 친구가 자신을 때리고 멱살을 잡을리 없으니까. 이제야 비워져 있던 퍼즐이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다. ”내가 심하게 굴지는 않았지? 달링." 앞뒤의 정황을 보면 자신이 레오의 목을 제대로 조르기 전에 현궁 남자인 친구에게 얻어맞은 것 같은데. 레오를 바라보는 단태의 시선이 지긋했다.
"안불편해 안불편해. 너~무 편해서 탈이야. 허니버니. 그러니까 날 안고 가겠다는 그 마음은 내가 다음에 들어주는 걸로 할게. 알았지? 자기야?"
주양의 등에 매달리듯 기대서 걷던 단태의 대답은 여전히 뻔뻔하리만치 능청스럽고 능글맞았지만 제법 빨랐다.
>>507 안돼! 우리 백정이 아껴요..😭 상처 안 받아도 그런거엔 자연스럽게 상처 받아야 하는게 맞다는 걸 알려주고도 싶고...백정아..우리 같이 사람(?) 되자...((훌쩍훌쩍 울어요)) 그것보다 어라..내일....이요..? 오늘도 아마도 혼파망인데 내일은..카..카오스..!!😳😵🤯 ((기절...해요..))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열감기에_걸렸다 : 어지러워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들어할 것 같아요. 가운 입고 콜록대면서 눈가랑 얼굴은 붉고 눈물도 좀 고여있고..백정이나 달링이 옳을까봐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서 혼자 앓을 것 같아요. 본가에서요? 우와...🙄 코냑 한잔 들이키고 쭉 잠만 잘 것 같아요...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얜 학생이 무슨 코냑을 일상처럼 마시나 싶긴 한데 과거엔 그랬다니까요 뭐..🙄 지금은 현대지만..
저 현생 탓을 하는 건 내가 요즘 씨게 느끼고 있어서 그런데... 글이 잘 써질 때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몸도 덜 아프고 멘탈도 튼튼하고 해서 막 막 쓰고 싶은게 끝도 없이 솟아나고 그랬단 말야? 근데 점점 회사니 직장이니 치이고....코로나에 또 치이고.... 영감 받을데는 없는데 스트레스랑 그 무게만 계속 늘어나니까... 한문장 쓰는 것도 버거울 때가 생겨나...... 크아앗 일해라 내 손...!
역시 너무 많이 말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의 부분에서 그는 제대로 찔려버렸다. 뒤늦게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고 남몰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른다. 그렇게 버텨는 보지만 결국 인내심이 무안에 꺾여서, 그는 조용히 손을 들어 마른세수하듯 얼굴을 슥슥 문질렀다. 손틈새로 빼꼼 드러난 눈동자는 여전하게 방황하고 있었다.
"으음, 친절하시네요. 좋게 말해주시니까요."
그렇게 호언을 듣을만큼 좋은 사람은 정말로 못 되는데. 그런 생각을 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그가 느끼는 부끄러움에는 강아지 자랑뿐만 아니라 본인 칭찬도 한 몫 했던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유감이지만 제가 주궁까지 가다가 쪄죽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농담을 받아치고는 그도 장난스레 그려내던 미소를 지운다. 머릿속으로 지난번의 대담이 상기된다. 우선은…….
"신수들은 아니에요. 신탁… 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무기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주양은 그동안 신탁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역시 다른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단서가 알려져 있다는 건가? 그는 자신이 꺼낸 주제가 그리 좋지 못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다 해도 군데군데 구멍 뚫려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정보도 아닐뿐더러 공연한 불안만 가중시킬 이야깃거리다. 그럼에도 굳이 알려야겠다 생각한 것은…… 이 위험이 그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나아가서는 세계의 안위가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 불안은 그의 한도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전개로 생각을 이끌어간다. 전쟁과 학살의 시대, 그것만은 결코 도래해선 아니되는데.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셨어요. 단지 곧 닥칠 위협은 뒤이어질 사건들의 시작에 불과하고, 그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꺾여버릴 거라 하셨죠.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위험할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으세요?"
그는 주양에게로 고개를 돌려 묻는다. 눈빛은 묵묵하게 가라앉아 있다. 주양은 정말, 그때가 되어서도 기복을 즐길 수 있을까? 자극은 지나치면 고통이 되고, 비극은 늘 상상할 수조차 없는 최악의 방식으로 인간을 덮쳐든다. 이겨낼 수 없는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주양을 철없다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앞날이 자신들에게 가혹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훗날의 절망에는 무지한 범인에 불과했으므로, 앞날을 모르고 있기로는 그 역시 주양과 마찬가지였다. 막연하게 경계하고 두려워한 미래의 사건이 제게 어떤 파란을 미칠지를.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의 소음에 귀를 기울이던 그가 확인차 주양에게 묻는다.
"알고 있다니까 다행이네! 자. 정신 계속 바짝 차리고. 이겨먹고 싶은 사람한테 이렇게 도움받는 거, 부끄러운 일인줄도 알잖아? 정신 쭉 붙잡고 다 나아져서 한 번이라도 이겨먹어야지. 안 그래?"
그러면서 잠시 숨을 내뱉었다. 차라리 지금 둘 다 그렇게 심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냅다 내달려서 병동으로 옮기고 한 숨 돌렸을테지만, 그렇게 못 하니 은근 힘이 빠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장기전과 단기전은 다른 개념이었으니까. 체력이 멀쩡해도 지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것을 쓸 기회는 없다. 아무튼, 무력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양은 쉴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렇게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었다. 뭔가를 깊게 파고들어가며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주양에게는 조금 버거운 일이었으니까. 이윽고 또 다시 들려오는 호칭들에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 여보야가 써주는 호칭이니까, 싫은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하려나! 아. 그래. 평소 써주던 호칭들처럼 자주 써줬으면 해서~? 맞아. 오직 그것 뿐이야~! 식상하다니. 당치도 않지..!"
그 말은 진심이었다. 싫은 것은 아니었다. 식상한 것도 아니다. 다만, 여전히 뉴 호칭에는 적응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여기서 또 다른 호칭으로 갈아타게 된다면 분명 또 적응하지 못할 게 분명했으니. 그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전에 썼던 허니버니라는 호칭이 그나마 나을 뻔 했으나, 이미 입 밖으로 낸 말을 다시 철회하기에는 늦은 상태였다. 뒤늦게 얼버무리기도 조금 많이 애매하기도 했고.
"으음~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기는 하지만 맞. 기는 무슨! 친한 사이 절~대 아니거든?! 얘는 말야. 내 호적수라고 호적수! 내가 어떻게든 이겨먹어야 할! 도대체 어떻게 보면 이 꼬맹이랑 친한 사이로 보이는거야?!!"
항상 당신의 흐름을 따라가며 YES만을 말하던 주양이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맙소사. 그냥 이대로 내려놓고 갈 길 가버릴까. 그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라이벌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색할 뿐인 주양의 모습이었다. 우리 여보야. 한번 더 그런 질문을 하면 볼 쎄게 꼬집을거야? 하고 경고 아닌 경고를 하는 것은 덤이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저주 이야기에, 주양은 그저 처음 당신에게 걸린 임페리오가 풀린 이후의 모습처럼 눈을 찡긋이고 다시 앞을 본 채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한 명이라도 그 일이 기억 속에서 지워져 잊혀졌다면, 자신에게도 그 일은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 때. 무슨 행동을 하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니까. 그 행동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아니기도 했으니 이 일에 관련해서는 오롯이 둘이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일테니 한 걸음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그래, 알아. 진짜 많이 아파보여~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들고 가주고 있잖아~? 지금 당장 내가 그 고통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건 없어. 치유 마법은 내 전문이 아닌걸~"
다시. 주양의 시선은 제 팔에 안겨진 당신을 향했다. 해줄 수 있는거라곤 이것뿐이었으니, 이것만으로 만족하고 조금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주양은 히죽 웃었다. 그래. 그래도 아직 움켜쥘 정도의 힘은 남아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안심한 모습을 내비치지는 않으면서도 내심 안도하게 될 뿐이었다.
"어머나~ 이거 영광인걸? 그렇다고 해서 못 걸을만큼 다치고 하면 내가 많이 슬플거라는건 알고 있지?"
다음에 들어주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썩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당신이라면 그 정도의 앞가림은 할 거라는 믿음이 있긴 했지만. 또 다시 이성을 놓고 아무렇게나 주문을 날려대는 것은 조금 그랬다. 그 주문들이 제대로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고. 이윽고 주양은 키득키득 웃었다. 맙소사. 미안하다는 말이 저 애의 입에서 나오게 될 줄이야. 진심이든 진심이 아니든. 일단 저한테 어울리는 말은. 그리고 자신이 그 말을 들을만큼 가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기에 주양은 다시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521 >>522 키스라도 하고 싶더니? 밤은 길고 새벽도 나의 시간이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왈츠라도 같이 추지 않겠나? 달 뜨지 않는 날은 일말의 불도, 숨죽여 지켜보는 빛도 없어 단 둘만 있어도 누구도 간섭하지 아니할 귀한 날이지 않은가. ((벨주는 앙큼하게 윙크해요!))
포괄적인 의미여요! 이 사람은 죽음을 경히 여기지 아니하고 생 또한 중히 여기는 사람인가? 에 조금 가까울 것 같아요.
주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넌_이미_알고_있잖아 어깨를 들썩이면서 낄낄- 웃는 얼굴이 평소와 다른 바 없이 능청스럽고 능글맞았다. 한껏 숨을 죽이고 웃음을 터트리던 주단태의 손이 앞에 서있는 당신의 몸을 당겨서 이끄는 게 뱀처럼 매끄러웠다.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을 품으로 당겨 안는 모습이 너무 능청스러웠다. 그 순간순간, 단태의 눈동자는 차근하게 가라앉아가고 있다. 마지막에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올리며 맞춰왔다. "달링." 느물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웃음기가 메마른 건조한 눈빛이 느긋하게 허공을 훑었다.
"왜 아닐거라고 생각해?"
((셀프 머리깨는 짤))
자캐가_서툰_일은 심리적으로 파고들어가지 않는 선으로 이야기하자면 집안일. 절대 안그래보이지만 순혈에 소가주다보니 집안일은 진짜 못할 것 같다는 뇌피셜이 조금? 조금 있다:)
결국 손을 들고 얼굴을 슥슥 문지르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주양은 다시 경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래서 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바로 꽂아넣듯이 말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어영부영 흐지부지한 반응보다도 훨씬 지켜볼 맛이 나면서, 훨씬 만족스러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일이었으니. 그리고 가끔은 느끼는 걸 그대로 말하는 것이 주양이 느끼기에는 안 좋을때도 있었다. 이야기 흐름을 타고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니 어느샌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지금. 주양의 기분은 꽤나 오묘했다. 불쾌함은 아니었으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머나~.. 그렇게 느꼈다면, 사람 잘못 본 거야. 설탕발린 좋은 말 쯤은 나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거니까~? 악인이라도. 선인이라도. 그래. 그 누구든 할수 있는 이야기니까, 못 들은걸로 할게!"
꽤 심오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만 결국 요점은 마지막에 못 들은걸로 하겠다는 한 마디 이야기였다. 자신이 느끼기에 자신이 과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인가? 한다면 그건 아니었으니까. 인지부조화를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기 자신이 만든 인지부조화. 그리고 자신이 고치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뒤바꾸는 모습.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것은 뒤로 미뤄두고. 농담의 끝을 알리듯 당신의 표정에서 장난스러움이 담긴 미소가 지워진다. 자신이 쭉 들고갈 수 없는 그런 진중한 분위기였으나, 이성이 허락하는 한계선까지는 지금의 분위기에 편승하기로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감님의 정보. 무기 사감님이라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입학식 겸 개학식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면접을 보고 사라지던 그 사감님. 이래저래 의문이 드는 그 사감님은, 어떤 정보를 주었기에.
"음흠.. 정확한 일은 비밀인걸까나. 무기 사감님은 어느정도 알고 계신다는 뜻일텐데, 이왕 알려주실거 제대로 말해주시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뭔가. 엄청 심각한 이야기네~? 모든 것이 꺾여버린다. 라.."
누구 마음대로. 당신에게 들은 말을 다시 읊조리면서 반사적으로 주양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자신이 세운 미래의 계획이 그대로 유지되기 전까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무엇도 맥없이 꺾여버릴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계획도 앞날도 가로막히게 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직 내기가. 일생일대의. 자신의 향후를 판가름지을, 건 사감님과의 내기가 남아있는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위험하다면 그걸 즐길 뿐이야! 자고로 인생은 그런 아찔함을 느끼며 감정 기복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야 진짜 사람 사는 맛이 날테니까. 평온한게 무슨 재미야~ 안 그래? 아무튼.. 뭔가. 주작님의 신탁에서 들었던. 학원에 숨어든 쥐새끼들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거든. 그래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도 들었고."
주작에게서 들었던 신탁 내용을 슬쩍 꺼내놓으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이고 말을 덧얹었다. 요약하자면,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느니. 쥐가 누군지 감이 안 잡힌다느니. 그리고 정말 누구도 믿지 않았다가는 꺾이는 길을 택할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장황하고 긴 자신만의 이야기었다. 아무튼 주양이 다짐한 것이 있다면, 그 위험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그 어떤 리스크도 감수하며 즐기겠노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늘 그런 위험들을 뒤쫓으며, 난 아직 살아있다! 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 기분을 놓칠 리 만무했다.
"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다 쫓아낼게! 너는 안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주면 될 것 같아!"
주변에 있는 몇몇에게 손짓발짓몸짓을 다 하며 멀리 쫓아냈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한판 붙자는 뜻으로 간주하겠다는 위협도 빼먹지 않았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할. 자신에게만 슬쩍 전달될 그 이야기가, 꽤 많이 궁금했던 탓이다.
>>555 음 좋아 오늘 구몬도 완벽해~ 100점! :D 헉 근데 재촉 으아악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마감 기한 전까지 제출할테니까 제발 부디 재촉만은..! (?????) 일단 3번 참고 나서는 그때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구나 역시 현궁 힘캐다워.. 미소가 굉장히 무서우면서 불길한걸..? (덜덜)
" 친해..? 내가? 얘랑? 그래보인다고? 내가? 진짜로? 너 혹시 머리다쳤어? 아니면 눈이 잘 안보인다던가..? "
레오는 자기가 다친 것도 잠시 잊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이 들어가자 한 번더 통증이 찾아와 레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고개를 숙였고 잡고있던 주양의 어깨를 더욱 꽉 잡았다. 심장이 뛸 때마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영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다. 주변에서 이따금씩 보이는 반응이었다. 사실 레오와 주양은 친한것이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그걸 반대하는 증거라도 보이듯 레오는 기분나쁘다며 주먹을 날리곤 했고 그 자리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야, 너. 아까부터 꼬맹이 꼬맹이 하는데. 나는 뭐 좋은 줄 알아? 진짜 혀를 뽑아버릴까보다. 주둥이 조심해. 주둥이. "
지속되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한 쪽 눈만 간신히 떠서 주양을 째려보며 레오는 그렇게 말했다. 어쩌다보니 정말죽일듯한 살기를 띈 눈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그런것은 아니었다. 정말 어디까지나 아파서 그런 것이었으니까. 레오는 한번더 입 조심해. 하고 말하며 왼손을 들어 툭, 하고 어깨를 쳤다.
" 잘 모르는 널 위해서 얘기해주자면.. 얘는 그러니까... 음.. 뭐라고할까.. 자기 주제를 모른다고 해야하나..? "
사실 주제를 모르는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설사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오가 그리 쉽게 고개를 숙이고 할 사람은 아니었다. 싸우고 있는 것도 근소하게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조차 아니었으니까.
" 맨날 나한테 덤비다가 개밥이 되는 아야야.... 사람이야.. "
말하던 도중에 통증이 밀려와 이빨을 꽉 깨물고 잠깐 신음하던 레오는 기어이 할 말을 마쳤다. 단태에게도, 주양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은 전해두었다. 어찌되었던 자기때문에 옷이 더러워졌고 핏물은 빨아도 제대로 사라지지도 않을테니까. 순간 정신이 흐려져 잠들뻔했다. 레오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네. 하고 생각하면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 언제 도착해... 나 오래 버티기는 힘들것 같은데.. "
나 진짜 아프다니까. 레오는 한 번더 그렇게 덧붙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런것 뿐이었으니까.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지팡이가 손에 있다면 레오는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하긴. 전부 죽여버려야지.
서로 네가 착해 너도 착해, 이대로라면 부정을 긍정적으로 부정하는 칭찬의 연쇄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런 전개로 흐르지는 않는 듯했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니 반절은 본심이면서도 또 절반은 주양을 놀리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주양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 칭찬 릴레이로 귀결되는 상황을 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누구 마음대로, 라는 중얼거림에 그의 눈이 의외성의 의미를 담고 커진다. 좀처럼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반응이 먼저 나올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 했는데. 결국 그도 과도한 진중함은 잠시 던져두기로 했다.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임에도, 이상하게도 주양과 함께 얘기하니 음울한 기분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주양이라면 꼭 다가올 모든 적들을 쥐어패서 쫓아줄 것만 같다는 든든함. 허황될지언정 유쾌한 안도감이 들어온 것이다. 그는 설핏 웃고는 말을 잇는다.
"아쉽네요. 저는 편안하고 변함없는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렇지만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섭하다는 건 저도 동의해요."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신과 주양을 한 번씩 가리켰다. 머리부터 쫄딱 젖은 사람이 둘. 좀 전까지 있었던 짧은 소동을 말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미래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다셨어요. 그리고… '쥐'를 언급했었죠. '쥐'가 학생들을 돕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주작이 말씀하신 '쥐새끼'와 '쥐'는 다른 존재를 말하는 걸까요?"
어감부터 문장이 담은 의미적 해석까지 모두 반대된다. 한쪽은 의심하고 경계하라, 다른 한쪽은 안심해도 된다. 하지만 두 쥐들에게는 공동점이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숨어들어 어딘가에서 각자의 암약을 치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쥐며 쥐새끼라 지칭되는 자들은 언제부터 숨어든 것이지?
"참, 그렇다면 제가 그 쥐새끼일 수도 있는데. 제 말은 믿으실 건가요?"
누구도 믿지 말라, 비단 신탁이 아니고서도 세상을 살며 필수적으로 체득해야 하는 자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주양이 어째서 제 말을 무턱대고 의심하지 않는지를 돌연 묻고 싶어진다. 얼굴은 여전히 주양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표정만은 조금 풀어져 그저 가벼운 잡담을 하듯한 태도였다.
그러다 그는 또 결국 진지한 물음은 물려버렸다. 양아치 거위라도 된 듯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죄다 쫓아버리는 상황의 한가운데에서는 도무지 엄숙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기분도 나쁘지만은 않아서, 그는 일을 해치운 주양을 부드럽게 부르고선 아래를 가리킨다. 파도의 포말이 끊임없이 사그라지는 모래땅 위, 그곳에 손가락을 가져가 직선형의 두 글자를 그려낸다. 그것의 의미는…….
>>59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롶주의 완벽한 캐해석에 엄지를 척..! :D 찐우정 발휘되면 '하여튼. 약해서 어디 가서 맞고 오는거 아니야~ 약한건 죄라구?' 하면서 놀리다가 자신한테 관심 안 둘때쯤 슬며시 나가서 누가 그랬는지 수소문하고 끝까지 찾아가서 줘패고 박살내놓을것 같다는 게 오너의 피셜~~! :D
당신의 말에 더 뭐라고 하지 못했다. 배려심이 뛰어나다. 자신이? 아냐. 이건 아닌데. 그런 부류의 사람은 지금껏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사람을 사귀고. 친하게 지내는 과정이. 예전의 그 광기 어린 다짐을 했던 자신을 이렇게나 무뎌지도록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저 당신이 보는 자신은 그런 느낌이었을까. 어째 진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지금이 더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분명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맙소사. 그렇다면 자신은 여전히 망가진 게 맞는데. 어째서.
아무리 스스로 자문자답한다고 한들 그 의문이 풀릴 리 있을까. 주양은 곧 자신이 어쩌다 보니 오늘의 이 이야기 흐름에 잘 몰입해서, 이 거짓된 모습을 어쩌다 보니 완벽하도록 잘 만들었다~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 그저 허상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이상하면서 묘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참. 이 친구도 꽤 대단한 사람이라고 급기야는 속으로 인정해버렸다. 어지간해서는 그럴 일이 없었는데. 자신을 이리도 혼란스럽게 만든 건 현궁에 있는 또 다른 단짝 이후로 처음이었다. 자. 계속 내적인 의식의 흐름만 흘려보내고 있어봐야. 아무 의미 없다. 뒤늦게서야 지금의 말이 완전한 진심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하나의 세이브 포인트에 도달했다. 장난도 짓궂지~ 하며 주양은 씩 웃고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아하~ 그건 어쩔 수 없지! 일단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서운하다는 것에 동의했으니까 그거면 됐어~ 감정 기복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게 제일 좋은 법이기도 하니까~?"
그러고는 당신이 가리키는대로 당신과 자신의 모습을 번갈아보고는 키득거리면서 맞네, 맞아~ 하고 맞장구를 쳤다. 인생을 살며 단조로운 평화를 산산조각내는 해프닝이 하나정도는 있어야 재미있는 삶이지. 그 해프닝이 가볍든 무겁든, 일단 있으면 좋다는 것이 주양의 생각이었다.
"으으음.. 그건 모르겠네. 무기 사감님은 쥐가 학생들을 돕고 있다고 했고.. 주작님은 학원에 숨어든 쥐는 한둘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믿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공통적으로 언급된 건 쥐새끼인데. 해석이 갈릴 수 있나..?"
역시 이래서 자신은 깊이 파고드는 것을 썩 선호하지 않았다. 파면 팔수록, 아직 충분하지 않은 이 정보만으로는 머리만 아플 뿐이다. 뭔가. 결정적인 힌트가 하나 주어진다면 수월하게 이 직소 퍼즐을 하나하나 천천히 맞춰 완성작을 내보일 수 있을텐데, 자꾸만 퍼즐이 하나둘씩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당신의 말을 들으며 오.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허나 큰 의미는 없었기에 금방 다시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애초에. 자신은 의심을 하는 건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 생각이었기에.
"너의 말도 일리가 있는걸? 하지만 난 의심 안 하려고! 쥐가 누군지, 어디서 지켜보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나 다 의심한다고 풀리는 건 없잖아? 확실한 증거를 잡기 전까지는. 이해하고 믿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하면서. 아주 잠깐의 방심이나 실수로 흘리게 될 증거를 놓치지 않는 것. 주양만의 수색 방식이었다. 의심은. 수상쩍은 기운이 돌거나 그런 증거들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 쯤에서야 조금씩 하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대책 없는 의심은, 적당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의문점을 풀어내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만 아프게 할 뿐이니까. 차라리 너 눈빛이 의심스러워. 너가 쥐새끼지! 하거나 내 관심법으로 훑어보니 네놈의 머릿속에는 쥐새끼가 살고 있구나. 하고 무차별 의심을 행사하면 편하기는 할 지언정 더더욱 큰 혼란만 줄 뿐이었다.
이윽고 당신이 써낸 글씨. 단 두 글씨였지만, 지금의 이 가벼운 상황을 조금 반전시켰을지도 모를 그 글씨.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직계 가문 놈들도. 마법사 전쟁 이후 매구는 죽었다며 거의 통곡에 가까운 징징거림을 최근까지도 종종 읊어대던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던 것을 본 적 있다. 헌데. 그런 자가 어째서?
".. 오호라.... 꽤. 아주 많이. 재미있게 흘러가겠네."
조금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쾌락주의자 서 주양의 넘치는 흥과 끼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 그래. 이렇게 일이 흘러가야. 더더욱 아찔한 감정 기복을 느끼며 놀아볼 수 있겠지. 자신은 그 어떤 졸대적 존재도. 그렇다고 유능한 존재도 아닌 일개 학생이었지만. 그렇다고 흥미를 느끼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
>>606 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매구모드 off하고 좀 더 조사한다는 성의를 봐서 넘어가주지..! (그리고 통수를 맞고 쓰러지고)(?)
>>6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근히 짜증나지만까지는 오너가 노렸는데 다른 건 얘도 사람이다 보니 진행되면서 처음 설정이랑 좀 다른 모습도 많이 보이고.. 감정도 변화시키다 보니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지만! 엘롶이랑 마성의 짱친 되는건 나도 환영이니까 기쁘다~~! 헉 그리고 좋은 해석 너무너무 고마워~! :D (꾸와아아아아아악)(?)
후후.. 오늘 새벽에도 말했지만! 나는 일단 답레가 올라와있으면 호다닥 적어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인거야! :P
그 습격이 무색하게, 일상으로 꽤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혜향 교수님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만 있군요. 오늘은.
혜향 교수는 학교 앞 숲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하나의 커다란 수조와 처음 보는 형태의 새 두 마리와 함께요.
' 다들 어서오세요!! '
혜향 교수님이 활짝 웃으며 당신들을 반겼습니다. 그는 오늘도 긴팔 코트를 걸치고 있습니다. 그의 뒤에는 다리가 하나인 학을 닮은 새가 고고하게 서 있습니다. 몸이 푸르고 붉은데다, 부리는 또 흰 색입니다. 새의 몸에는 하네스 줄이 달려 있고 몸 전체에 노란 부적이 붙어있습니다.
또 다른 새는, 까치를 닮은 검붉은 새입니다. 머리가 두 개, 다리가 4개인.. 독특한 새네요. 까치를 닮은 검붉은 새는 혜향 교수의 머리와 어깨를 번갈아 뛰고 있습니다.
일반인이었다면 병동에 오기 전에 죽었을거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말이 무색하게 레오는 금방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두 다리는 멀쩡해서 걷는데는 별 이상이 없었기에 상반신과 오른쪽 팔에 붕대를 칭칭감은 모습이었지만 성격은 어디가지 않았는지 지나가다가 건드리는 사람마다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 교수님 질문.. "
무의식적으로 한 쪽 팔을 들었다가 밀려오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고 아이씨.. 하고 몸을 웅크렸던 레오는 잠깐 그대로 통증이 가시기를 기다렸다. 한 번 아팠던 자리는 잠시동안 심장이 한 번 뛸때마다 한 번씩 욱신거렸다. 레오는 어느정도 고통이 가시자 다시 천천히 몸을 들고 말했다.
정말 그 말대로다. 거의 전교생과 교수진이 휘말렸던 사건이 거짓말처럼 일상으로 복구되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이정도라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다들 홀렸거나 임페리오에 걸렸었던 탓, 아니 덕분인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밝게 돌아온 사람이 한명 있었다. 누구냐고 물을 것도 없이 혜향 교수 되시겠다.
그런 일이 있었어도 수업은 진행되어야 한다, 라는건지 어쩐건지. 학교의 방침도 방침이지만 임페리오에 연달아 조종 당하고도 해맑은 혜향 교수가 제일 신기하다.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 앞 숲으로 나가 그 모습을 직접 보니 더 신기하고.
긍정적인건지 낙천적인건지, 아니면...
오늘의 수업 내용을 말하는 혜향 교수의 주변에 못 보던 동물들이 있는걸 보고,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윤을 찾아간다. 신비한 동물 수업은 솔직히 취향이 아니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맙소사. 교수님은 회복이 정말 빠르신가보다. 아니면, 임페리오에 당할 당시는 기억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심오하고 진지한 이전 상황마저도 지난 날의 꿈처럼 스쳐 지나가게 할 법한 교수님의 모습에 주양 역시 깨발랄하고 방정맞은 모습을 내비치며 손을 격하게 붕방거렸다. 게시판에 붙은 도움 요청들을 보고, 직접 발로 뛰며 엉성하고 어색한 택배기사 연기를 하던 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와아아~! 한 마리도 대박인데 세 마리 씩이나. 교수님 대단하신걸요~? 오늘 볼 신기한 동물들은. 전부 새인건가요~?"
그 밝은 모습에 더더욱 동화되어서인가, 주양의 반응과 리액션 역시 평소보다 더더욱 활발하고 발랄해진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다.
습격이 무색하게도 평소처럼 돌아오는 이 풍경이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그날의 습격은 당연하게도 평소라는 풍경에 녹아있었다. 아니면- 그냥 그러는 척 하는 걸지도 모르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만 적혀 있는 일정을 보던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떴다가 히죽하니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찌됐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건 나쁜 징조는 아닐지도 모른다.
걸어가다보니 학교 앞 숲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향 교수님을 발견했지만 단태의 시선은 혜향 교수님보다는 수조와 처음보는 새들에게 향해 있었다. 푸르고 붉은색에 흰색 부리, 다리가 하나인 학을 닮은 새와 머리 두개 다리 네개의 혜향 교수님의 머리와 어깨를 번갈아가며 폴짝폴짝 뛰고 있는 새 한마리. 어, 그러니까- 단태는 눈썹을 슬그머니 찌푸려보였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일상은 덤덤하게 흘러갔다. 여전히 점심을 먹고 수업을 받는.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일상. 그렇지만 드는 이 기우를 쉽게 떨쳐 낼 수는 없어서. 불안하다는 눈으로 스베타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공격해오지는 않을 거 같지만. 드는 생각이 많자 피곤함에 두통을 느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가 떼어낸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깐. 조용하면서 평범한. 이내 고개를 들고서 새들을 살핀다. 세마리인데. 왜 두마리 밖에 없는 걸까.
혜향 교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머트랩 용액과 쪼갠 초콜릿을 꺼내서 건넸습니다. 먹고 바르면 좀 나을 겁니다.
' 그리고 좋은 질문이란다, 나머지 한 마리는 이 수조 안에 있거든. 정말 다행이야. 한 번에 이 세 마리를 소개할 수 있으니. '
큰 수조를 가리키면서 말한 혜향 교수는 책을 치우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는 해도 상관은 없나봅니다.
' .... '
윤은 펠리체를 발견하곤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의 목을 휘감고 있던 백설이 작게 삐삐 하고 경계하듯 울었습니다.
' 신비한 생물들 중에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 특이한 힘을 발휘하는 것들이 있단다. 그 중에서 이 셋은 상극이기도 하고 상생이기도 하지. '
혜향 교수가 자신의 어깨와 머리를 번갈아 뛰어다니는 까치를 닮은 새를 손가락 위에 얹었습니다.
' 오, 아니. 아닌가? 한 마리도... 새와 거의 흡사하니까. '
주양의 물음에 혜향 교수가 고개를 연신 갸웃갸웃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단태에게는 활짝 웃었죠.
' 이 새의 이름은, 유(鸓) 라고 한단다. 독특하게도 울음소리도 유라서 울음소리가 이름이 된 케이스지. 이 새는 화재를 막는 힘이 있어, 전쟁 시절에 수가 급격히 줄어든 동물 중 한 마리란다. ' ' ..... '
꿈틀, 순간 윤의 손등에 힘줄이 돋았다가 사라졌습니다.
' 휫피! '
매로 변한 백정은 벨의 어깨에서 털을 고릅니다. 백정과눈을마주친교수의눈이일순간 ' 그리고 이 녀석의 이름은 습습인데, 습습도 화재를 막아준단다. ' 커졌다가돌아옵니다 혜향 교수가 수조를 살짝 건들자, 날개가 10개 달린 까치를 닮은 물고기가 튀어올랐다가 다시 수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레오는 건네주는 약과 초콜릿을 받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건 왼손뿐이라 한 손으로 받아낸 다음 적당히 주머니에 쑤셔넣고 초콜릿을 이빨로 까서 한 입에 털어넣었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엄청 효과가 있지는 않은 모양이네. 레오는 뭐라도 적고싶었지만 팔이 이 모양이라 그건 힘들거라고 판단하곤 한숨을 작게 내쉬곤 듣는것으로 만족했다.
" 되게 이상한 이름이네. "
풉, 하고 웃음이 나오자 속이 울리는 느낌과 함께 다시 통증이 찾아와 아.... 하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다시 몸을 웅크렸다. 웃는 것도, 큰 소리를 내는 것도 당분간은 자제해야겠네. 레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한 마리가 남았을텐데. 레오는 나서서 물어볼까 싶다가도 손을 올린다거나 말을 하는 과정에서 또 아파질까 두려워 다른이가 물어봐주길 기다렸다.
상극과 상생. 교수님의 대답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주양은 오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한 활동력을 요구하는 수업은 아니었으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수업이었다. 나중에. 이 쪽으로 한번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래저래 꽤 재미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자연스럽게 납득..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울음소리가 유라서 이름까지 유가 된 것은 좀 슬플것 같았다. 그럼 개는 월월 하고 짖으니까 월인가. 조금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라고 소개받은 새를 바라보았다. 너도 참. 팔자가 기구하기 그지없구나. 수가 줄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별 감흥 없이 팔자가 기구하다는 생각을 하며 넘겼다. 그리고 수조에서 튀어올랐다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뭔가를 보며 주양은 눈을 깜빡거렸다. 아. 이래서 새와 거의 흡사하다고 얼버무리신 거구나. 왜 확답을 주지 못 하셨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
"어라~ 질문이 있어요. 저기 뒤에 학같이 생긴 외다리 친구도~? .. 아하. 아니예요. 방금 이해했어요~"
상극. 상생. 화재를 막는 힘은 소개했으나 그 반대는 소개하지 않았다. 만약 저 학도 화재를 막는 힘을 가졌다면 굳이굳이 상극이니 상생이니 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력이 느린 건 아니었기에, 주양은 질문을 철회하고 교수님의 설명을 기다렸다.
별장에서 만났던 여학생이 백궁 남학생과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숙사 6학년 학생 대표의 어깨 위에 있는 새와 레오와 주양의 상태. 임페리우스 저주를 맞았음에도 밝아보이는 혜향 교수님.
주단태는 수업 분위기와 기류를 기민하게 살폈다. 무릇 짐승이 하는 것처럼. 책을 치우고 대신 집어든 양피지를 천천히 반으로 접으며 혜향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는 헤죽-하고 능청스럽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교수님." 반으로 접은 양피지를 들고 단태는 교수님의뒤를 가리켰다.
"세마리라고 하셨는데 한마리는 소개해주시지 않으셨는걸요? 저 새는 뭔가요?"
화재를 막아주는 새들이라는 말에 단태는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눈으로 까치를 닮은 새를 응시했다. 저거 되게 예쁘게 생겼네. 수조에 있는 새를 닮은 물고기도 예쁘지만. 양피지에 메모를 하면서도 단태는 계속 새를 살폈다. 근데 수조에 있는 건- 새라기보다는 꼭 물고기 같은데?
화재를 막아주는 동물의 이름이 습습이라니. 까치인지 물고기인지 모를 저 동물이, 어떻게 날개를 달고 수영을 하는 건지 궁금해 유심히 보다간 고개를 갸웃한다. 상극이기도 하면서 상생이라 했는데. 유(鸓)와 습습이 둘 다 화재를 막는 것에 관련이 있다면. 나머지 한 마리는 무엇인 걸까. 손을 들며 질문을 하려다, 다른 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곤 슬쩍 내린다.
눈이 삼각형이 된 백설이 불만을 표하자, 펠리체가 준 지렁이 젤리를 윤이 다시 줬습니다. 백설은 그제야 그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 그 때 저 두 종을 멸절 시켜야했는데.... '
윤은 펠리체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며 가만히 앉았습니다. 겹친 손을 빼려고 하지도 않았죠.
' 정답이란다, 펠리체 학생! '
혜향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적이 붙은 학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저 학의 이름은 필방(畢方)이라 한단다. 그리고 저 새가 나타나는 곳은 불에 탄단다. 그래서 필방이 나타나지 않게 습습이나 유를 키우는 집이 많이 있었어. 그리고 머글 사회에 자주 이 필방이 빠져나가서 화재를 일으켰지. 지금 이 녀석은 무기님이 부적으로 잡아뒀단다. '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른다니. 최고잖아. 레오는 잠깐 상상에 잠겼다.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르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것.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감히 시비를 걸지 못하고 무시하지 못하는 그런것. 최고잖아. 레오는 이히히, 하고 작게 그리고 조금은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 만져볼 수 있어요? 그럼 저요! 저! "
왼 손을 번쩍 들자 다시 통증이 아려온다. 너무 신났던 모양이야.
" 가아아아...Scheiße.... "
몸을 웅크리고 잠깐 통증을 참던 레오는 또 심장이 뛸 때 마다 다친 부위가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욱신욱신. 이빨을 꽉 깨물고 그게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고통이 가시자 앞으로 나섰다. 만져볼 수 있다면 역시 최고가 좋겠지. 레오는 필방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가 그 앞에 서서 잠깐동안 눈빛을 교환하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역시 그랬구나. 주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불을 일으키는 새. 불을 막는 새. 헌데. 불을 막는 새도 아니고 불을 내는 새를 부적으로 잡았다고? 주양은 혜향 교수님처럼 고개를 갸웃였다. 이제 엉성한 추리로만 만족하지 말고 진짜 질문을 해볼 시간이다.
"교수님. 저 찐찐으로 질문 있어요~! 필방..? 도 부적으로 쓰면 뭔가 불을 막는 효과가 있나요? 불을 내는 새보다는, 불을 막는 새를 부적으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뭐. 그닥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일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은. 이윽고 주양은 다시 손을 붕방거렸다.
"저요. 저 만져볼래요~ 부적으로 잡아놨으니 안전하겠죠? 머리 한번 쓰다듬어봐도 돼요~?"
필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답지 않게 종종걸음으로 필방의 옆에 다가가 서는 주양이었다.
유에 습습에 필방…. 묘한 이름들이 귓가를 스쳐지나간다. 집중을 하려고는 하지만 머리가 생각대로 돌지 못한다. 어제의 일이 꽤나 머리에 깊이 박힌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예 결석하고 놀아버리지 않은 게 참 그답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도 심중은 제멋대로 뒤숭숭하지만, 그렇다 해서 생활마저 등한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무엇인지 모를 것을 만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같았더라면 혜향의 제안에도 구태여 나서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감상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영 기분이 평소 같지 않다. 아예 저 동물들이 기괴하거나 불쾌한 촉감을 가져서 식겁할 한 방을 맞아버리고 싶다. 그렇게라도 정신 들면 참 좋겠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반쯤은 넋 나가서 한 선택이었다.
그는 척 손을 들고는 불을 일으키는 필방을 선택했다. 아마 그가 필방을 마주볼 수 있었더라면 기묘한 색의 조합과 새 치고는 커다란 덩치에 조금 압도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시각 정보가 제한되었을뿐더러 반 정도 가출한 정신머리로는 이렇다 할 감상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음, 느낌 이상했으면 좋겠다… 아니,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는 천천히 새의 앞으로 손을 건네보았다. 불쑥 다가기보다는 우연히 닿거나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까탈스럽긴. 그의 확인을 거친 후에야 젤리를 먹는 백설을 보고 슬쩍 눈을 흘긴다. 동물을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 못 먹을 걸 줄 생각도 없는데. 백설은 분명 담비의 털을 쓴 사람일거야, 같은 생각을 하며 앞을 보던 중이었다.
"...?"
그녀에게만 들릴까 싶을 만큼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 채 들려온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두 종, 멸절. 유와 습습을 말하는 거 같다. 그렇지만 어째서? 필방을 위해? 겉으론 수업에 집중하는 듯 보여도 속으론 온통 딴 생각만 굴러간다. 완만한 경사에 크고 작은 공들을 동시에 굴린 것처럼. 데굴데굴, 데굴데굴.
그새 앞에서는 만져봐도 된다는 말에 나가는 학생들이 여럿이었지만 그녀는 한창 생각 중이기도 하고 딱히 만질 생각은 안 들어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만져보라면 저 필방에 손을 대보고 싶긴 한데, 안 될거 같아보이니까. 대신은 아니지만 그가 손을 빼지 않으니 그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수업이 재미 없구나 싶은 태도를 하고서.
혜향 교수님이 건네주는 유를 만지는 단태의 손길이 꽤 다정스러웠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필방에게 관심을 가질 때, 단태는 그저 순전히 예쁘다고 느낀 유에게 관심을 가졌다. 굳이 부적을 붙히고 있는 새에게 가까이 가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총총거리며 자신의 손길을 느끼던 유가 머리 위로 올라가자, "잠깐만 머리 망치면 안돼~ 예쁜아~" 단 한번도 공들여 묶은 적이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해두던 단태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일어난 일을 눈치챌 수 없었다.
사람이 자신의 머리 위를 볼 수 있을리가. 대신이라 하기 뭐하지만 단태는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이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에 조금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유가 위풍당당하게 두 날개를 쫙 펼쳤기 때문이고 새를 기른 적이 없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팔을 하나밖에 못 쓴다는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의외로 만지지도 못할정도로 뜨거울 줄 알았으나 그렇진 않았다는게 신기하다는 점 정도일까. 부적에 대한 이야기와 부리에 대한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레오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 가만히 머리나, 가슴털이나, 날개 따위의 부분을 쓰다듬었다.
" ...안녕? "
수줍다면 수줍게 건넨 인사. 더 오래 있고 싶었으나 이런 몸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은 무리다. 레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야, 비켜' 하고 말하며 인파를 헤치고 제 자리로 돌아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마 당분간은 계속 이럴텐데 힘들겠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새의 감촉은 평범했다. 화기(火氣)와 관련된 새이니 뜨겁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이 정도로도 넋나간 상태를 조금이나마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동물을 쓰다듬는 건 꽤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줘서……. 그렇지만 혜향의 설명을 듣고 조금 만지는 정도로만 끝내기로 했다. 다르게 말하면 부적이 떨어졌을 땐 공격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불을 내는 것 외에 다른 능력은 없나요?"
그냥 라쉬나 마음껏 만져야지…. 그는 몰려든 학생들에게 적당히 자리 비켜줄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뒷사람의 딸리는 이해력을 이해해주길. 필방이 부적 그 자체로 쓰이는 줄 알았던 것이다. 주양은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니까. 얌전히 억제시켜놓는다는 그런 뜻이겠구나.
"오호라~ 그럼. 안심해도 괜찮겠네요! 우리 필방씨는~ 깃털도 참 고와~?"
부리에 손만 대지 않으면 괜찮을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에 주양은 기다렸다는 듯 머리부터 슬슬 쓸어주었다. 제 패밀리어도 새였으니 새 다루는 건 간단한 일.. 이라고 생각하고, 청을 다루듯 쓰다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턱을 긁긁해주듯이 얼굴 아래의 깃털도 매만지고. 등도 쓰다듬어주고. 날개도 한번씩 들춰보고. 슬쩍 끌어안기도 해 보고. 순수한 호기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주양은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오. 이거 청 쓰다듬을때랑은 좀 다르네~ 외다리 신사님, 맨날 한쪽 다리로만 서 있으면 안 불편.. 푸흐흨ㅋ..."
그렇게 필방에게 꽂아넣던 시선을 살짝 돌린 주양은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맙소사. 왜 저 새는 단짝의 머리위에 올라가서 저렇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단 말인가.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생각이 많으니 눈에 새들을 만지는 학생들이 보여도 그다지 인식되지 않는다. 몇몇 유별난, 아니, 알고 있는 면면들은 스치듯 알아보기는 했다. 선배 셋에 동급생 한명, 그리고... 인식은 한 순간이다. 한명 한명 시선으로 스친 뒤에는 다시 시선을 돌려 필방을 유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관심이 갔던게 필방이었으니.
혼자서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물음을 계속 굴려가던 중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그를 보았다. 한순간 그의 물음이 뭘 가리키는 걸까 싶었지만, 곧 그것이 가리키는게 하나라는 걸 깨닫는다. 직전에 그가 했던 말. 소리없이 눈을 휘어 웃음지은 그녀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야 궁금하죠. 안 들었으면 모를까."
주변에 들리진 않으면서 그에겐 들릴만한 소리로 말하고 태연한 척 한다. 그러다 유가 단태의 머리 위에서 특이한 포즈를 취했을 때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단태의 표정이 당혹스러운 것도 제법 눈에 띄었으니까.
"으흐흥, 그렇지만 우리 달링들~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타이밍도 그렇고 너~무 잘 맞아서 굉장히 친해보이는걸?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미운 정도 정이라구~"
단태는 이어지는 것처럼 대화하는 레오와 주양을 보다가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린다. 낄낄- 하는 웃음소리가 목소리의 뒤를 이었다. 둘이 아무리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단태의 눈에는 그 모습이 사이가 좋은 친구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다. 미움에서 시작되는 것도 정임은 분명했다. 정말로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건가. "싫은 게 아니라면 이 호칭도 자주 써줄게. 허니버니~"
한명은 호적수라고 하고, 또 한명은 아파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얼굴로 가감없이 험한 말로 상대를 지칭한다. 이게- 라이벌이라는 건가. 그래도 사이는 정말 좋아보이는데. 한번만 더 그런 이야기를 하면 볼을 꼬집어버리겠다는 주양의 말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단태가 입을 딱 다문 뒤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다. 그 바람에 기대고 있던 고개가 흔들리고 단태는 주양의 어깨에 뺨을 문지르게 된다. 곧 흔들던 고개를 들고 레오를 물끄러미 바라봤지만.
"달링, 자기야~ 레오. 정신차려.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정신을 잃어버리면 안돼? 많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을까. 우리 레오?"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말과 병동과의 거리가 꽤 되기 때문인지 주단태는 주양에게 매달리듯이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옆으로 돌아가더니 주양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미안하다면 병동까지만 정신 차리고 있자." 그 모습이 꼭, 어린 아이에게 하는 것과 똑같았다. 어르고, 달래고. 익숙하다는 듯이 주양에게 안겨 있는 레오의 뺨을 몇번 보듬어주는 행동 모두가.
"으으. 여보야, 잘 들어둬. 미운 정은 정일지 모르지만 왠수는 왠수야! 이야기나 타이밍은.. 뭐. 보시다시피 이 꼬맹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니까. 라이벌끼리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곗지 아마도!"
틀렸다. 이미 한번 그렇게 인식당한 이상 이 인식을 끝낼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볼을 꼬집어버리겠다는 이야기가 유효했다는 것이다. 그것까진 좋았으나 그 이후는 꽤 기분이 오묘했다. 한쪽 어깨는 당신이 뺨을 문지르게 되어버려 간질간질하고. 다른 한쪽 어깨는 자신이 안고 있는 기숙사 후배가 아까보다 더욱 세게 붙잡는 바람에 슬슬 아파왔고.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통증과 감각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바윗덩어리는 아니었다. 고통에 찬 숨을 내뱉고 이를 꾹 악물어 참아낼 뿐이었다. 그나마 옷이 두꺼운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기는 하지만.
"좋아. 앞으로도. 자주 써주면 내가 고마울거야~? .. 하, 그리고 꼬맹이를 꼬맹이라고 하지 뭐라고 더 하겠어! 자꾸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거야? 확 여기다가 내려놓고 도망쳐버린다~?"
뭔가. 극과 극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아수라 백작이 되어있는거 아닐까. 쑬데없는 생각은 얼른 날려 보내고서 주제를 모른다는 이야기에 별다른 대꾸 없이 헹 하고 당치도 얺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역시 팩트 앞에서 똑부러지게 반박하지 못하고 아무 말 못하는 채 부가설명을 피하는 것은 시비충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나 다름 없었다. 지금의 주양처럼 말이지. 그러다 결국에는 입을 열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 내가 개밥이면 너는 새밥!... 아냐. 됐다 됐어. 자꾸 그렇게 쫑알쫑알거리면 상처 더 벌어진다, 꼬꼬마?"
더 언성을 높이게 하는 것은 지금으로썬 썩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일단. 일단은 이 쯤에서 물러나자. 더 세세하고 구체적인 시비를 위해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일 뿐이다. 호의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양은 걸어가는 속도를 한층 높였다. 그래봐야 역시 초콜릿 박스를 들고 왔다갔다하던것보다 속도가 덜 나는것은 어쩔 수 없었기는 하지만.
이윽고. 자신에게 둘러져있던 단짝의 팔이 거두어졌다. 뭐야. 꽤 잘 달래주잖아. 자신보다 훨씬 익숙하게 어르고 달래는 당신을 보며 주양은 짤막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은 저런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맨정신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더더욱 놀랍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주양은 당신의 눈짓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져있다가 곧 한쪽 눈을 찡긋이며 화답했다. 그 눈짓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읽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아마 자신의 추측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이윽고 주양은 다시 씩 웃었다.
"역시 우리 여보야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니까. 그럼.. 이제. 우리 꼬꼬마 달래주는 건 다 했지? 그치? 이제 슬슬. 병동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거지~?"
딱 그 자리에서 멈춰서고, 먼저 안겨있던 기숙사 후배를 조금 더 안전한 느낌으로 들쳐안았다. 이 정도라면 최대한 덜 흔들릴테니. 격하게 뛰더라도 고통이 심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뒤이어서. 자세를 낮추고 단짝까지 다른 쪽 팔에 들쳐안았다. 그래. 이래야. 이래야 일이 조금 공평해지지 않겠는가. 지금은 멀쩡한 사람이 체력을 쏟아부을 차례다. 아까 다 풀지 못한 울화를 다시 떠올린다면 지금만큼은 아드레날린의 도움을 받아 중간에 뻗지 않고 무사히 병동까지 내달릴 수 있겠지.
"자, 숙녀분들. 안 떨어지게 꽉 잡아! 너네 팔이 안전띠나 마찬가지니까! 중간에 떨어져버리면. 다시 찾으러 오는 일은 없을거라고~?!"
당신의 눈짓이 과연 이런 뜻이었나. 그것까지 차마 떠올릴 새도 없이, 주양은 냅다 병동을 향해 빠르게. 시원시원한 보폭을 한껏 이용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한다면. 훨씬 빠르게 병동까지 도착할 수 있을테니.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했던 기숙사 후배. 즉 라이벌에 대한 주양의 아주 최대한의 배려.. 같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배려였다. 정작 둘을 들쳐안은 데다가, 걷지 않고 뛴다는 것은 주양이 예상한것 이상으로 버거운 일이었으나 아랑곳 않고 달리고. 또 내달렸다. 덕분에, 병동까지의 거리는 금방금방 좁혀졌을지도 모른다.
".. ㅂ. 병동 도착..! 부인. 계세요..?!"
예의에 어긋나 보이는 행동이겠지만 부디 양해해주길. 지금은 손이 남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양은 발로 양호실의 문을 홱 열어재꼈다. 둘을 침대까지 안전하게 옮겨주고 나서야 주양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적당한 장소 아무데나 푹 쓰러지듯 걸터앉았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구나. 뒤늦게 제 단짝은 침대까지 데려다줄것 없이 가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뭐. 좋은 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며 주양은 안도하며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그래.. 이 정도는 해야. 주궁 5년차 짬이 낯부끄럽지 않겠지.
"원래 계시를 해석하는 게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이런 고민을 점성술 수업 말고 다른 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진심으로 통탄스러울 지경이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나았을까? 진솔하게 밝히자면 후회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들어버린 일을 돌릴 수 없으며 알아버린 이상 평화로운 일상을 찾아 도피할 수도 없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무언갈 깨달은 듯 번쩍 고개를 들었다.
"쥐는 하나가 아니라 했죠. 그렇다면 두 분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를 도울 쥐와 그렇지 않을 쥐가 별개로 나뉘어져 있다든지…?"
이것 역시 가능성 있는 가정이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것들이 미지의 영역에 남아 있다. 부족한 정보로는 추리의 한계선이 명확했다. 하지만 한계에 닿았더라도 포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저 두려워하다 체념할지, 엉성하게나마 활로를 찾아다닐지, 둘 중 하나를 택하려면 후자가 나으리란 것은 재어보지 않더라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역시 그렇겠죠. 그럼 아직 의심하지 않는 사이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내요."
정말로 다가오는 모든 것을 의심하려 드는 것은 오히려 피해망상에 가까운 행동일 테니 그것은 그 역시 동의하는 바다. 그렇다면 당위 있는 의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그들의 목적이나 잠입 시기까지 온통 알 길이 없으니……. 생각이 진전되지 않고 꼬여가기에 괜히 그는 편안하게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라쉬의 옆구리를 휙휙 쓰다듬었다. "지금 우리끼리만 얘기해서 심심하지는 않지?" 라쉬는 눈을 감았지만 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난스런 입질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주고받는 대화의 경중이 무색하게 한동안 라쉬는 바닥에서 구르고, 그는 이리저리 손짓을 하며 장난질을 벌였다. 오래지 않아 승패가 갈렸다. 팔 하나를 희생하여 라쉬의 입에 물려준 채, 그는 남은 손으로 제 목덜미를 매만지며 겸연쩍게 말했다.
"아무튼 전해들은 이야기 중에서 중요한 것들은 이렇게 추려지네요. 나머지는 비교적 사소한 것들이고……. 혹시, 제가 대뜸 알려줘놓고선 이렇게 묻는 건 좀 이상하긴 한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 와중에도 개의 이빨이 아프지 않도록 잘근잘근 팔뚝을 씹어대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 넘어가자. 주양은 매구의 생존, 어쩌면 귀환이라 해도 좋을 그것을 확인하고서도 여전히 여유로운 것만 같다. 오히려 그것을 반가운 자극으로 받아들인 듯하기까지 했다. 정말로 그것마저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마냥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만 계속하던 그로서는 놀랄 만한 일이다.
아까부터 춥고 졸린것이 가시질 않는다. 자면 정말 편할것같은데. 레오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을 떨쳐내야함을 알고있었다. 추운 것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고 졸린 것도 같은 맥락일것이다. 여기서 잠들어버린다면 그 때는 정말 끝임을 잘 알고있었다. 여기서 그렇게 죽어버리면 여기까지 달려준 사람에게 미안..하지는 않고 복수할 기회마저 사라지는 꼴이니까. 레오는 말을 줄이고 숨쉬는데에 집중했다.
" 너 진짜 그러다 개밥된다? 진짜 쳐죽여버린..! 크하아... "
괜히 소리질렀네. 레오는 한 차례 언성을 높였다가 마치 술을 한 잔 마신것마냥 목을 긁으며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구겼다. 덕분에 정신이 조금 돌아온 것 같으니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달까. 잠깐 멈춰서자 레오는 잠깐 안정을 찾기 위해 숨을 느리게 쉬었다. 심호흡을 잠깐 한 후에 들쳐매는 것의 충격으로 또 죽는 소리를 내곤 꽉 잡으란 말에 이를 악물고 잡고있던 왼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 아, 아아! 살살! 살살뛰어! 나 진짜 아프다고!! 너 쳐죽인다 진짜!! 아, 아아!! "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임을 레오도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아픈게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 원망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레오는 꼭 쥐고 있는 왼손에 힘이 점점 빠짐을 느끼고 있었다. 눈 앞이 흐려지는 것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도 느꼈다. 정말 더 이상은 한계라고 생각했다. 잠깐, 잠깐만 눈을 감자. 잠깐은 괜찮을거야. 그걸로 아픈게 사라진다면 나쁘지 않을거야. 꼭 쥐고 있던 왼손이 스르륵 하고 풀려 맥없이 떨어졌다.
" 뭐야.. 나 죽은거야..? "
눈을 떴을땐 새하얀 빛이 보였다. 마지막 기억이라면 너무 힘들어서 눈을 감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레오는 이렇게 죽었다는 것이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인지 허,참. 하고 숨을 뱉고는 킥킥대고 웃었다. 그 다음에 느껴진 통증에 인상을 찡그렸고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자신이 병동에 들어와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 ...그렇지! 내가 죽을리가 없지! 이 개새끼들아! 내가 왜죽어! 난 안죽어! 못죽어! 그 탈쟁이 새끼들 다 쳐죽여버릴.. 갸아악... "
살아있다는 것이,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기뻐서인지 레오는 자기 몸상태를 신경쓰지 못하고 또 큰 소리를 냈다가 또 다시 밀려오는 통증에 인상을 잔뜩 구겼다. 전후 사정을 들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기적이라는 말을 여러번 들은걸로 기억한다. 보통이었다면 이미 죽어서 실려왔을것이라고. 레오는 몸 상태는 어떻냐고 묻는 말에 왼손을 슬쩍 들어 엄지손가락을 세우곤 이히히, 하고 웃었다.
" 저기 근데.. 제 친구 한 명이랑 개밥 하나가 같이 있을텐데.. 어디있나요? 같이 들어왔을텐데.. 아니 진짜 개밥은 아니고 개밥같은 사람..은 아니고 개밥같은 사람이하의 어떤 그런게 하나 있을텐데.. "
"지금까지 만나 본 인간 중 네가 제일 인정한 사람은?" 주단태: 아직은 그런 사람이 없네. 인정한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어떻게 할래?" 주단태: 컨디션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 물론 조금 의외라고 생각은 할테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제일 큰 애정 표현은?" 주단태:이런 질문을 할 때 먼저 해야하는 질문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키스라도 해주지 않을까? 내가 아는 선에서는 그게 제일 큰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786 벨챤.. 저는 그러다가 흑역사를 마구 갱신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요 :ㅇ... 어서 쉬는검당...!! >>788 집착아닌 집착을 하는 그런 것일까요.. 정 안된다면 깔끔하게 포기함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너의 제일 친한 친구라도 하게해줘 같은 :ㅇ.. >>789 그래도 안고 달려줬는데 너무했나 싶네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의 말에 맞장구치며, 주양답지 않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언제 한번 날 더울때를 잡아서 다시 물이라도 갖다바쳐야겠다. 그렇게 해서 좀 더 자세한 신탁을 듣지 않으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할것만 같았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이라고들 하니까.. 한번. 힘내볼까나. 그러다 당신이 가설을 내놓는 것을 듣고 뭔가 풀린다는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이거지. 아주 조금 나아간것일지도 모르나 지금 중요한건 나아간 거리가 아니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뗄수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이 기쁜 것이다.
"그럴것 같은데! 무기 사감님이나. 주작님이나. 학생에게 굳이굳이 뻥수작을 쳐 가면서 말을 돌릴 분들은 아니니까~! ... 뭐. 그렇게 된다면 왜 굳이 다 똑같은 쥐라고 했는지 의문이지만.. 그건 일단 미뤄두자고~! 자기네들끼리 싸우기라도 했나보지!"
하나 풀리면 또 하나 생기고. 그것을 풀면 또 다른 하나가 생기고. 주양이 수수께끼와 의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슨 마트료시카나 양파마냥 까도 까도 더 튀어나오고 끝이 보이지 않는것은 딱 질색이었다. 자고로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명확해야 하거늘. 같은 쥐라고 칭한 것도. 꼭 그렇게 두 파를 나누어 숨어들게 해야 했는지도 또 다른 의문으로써 남을 뿐이었다. 그래서 주양은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지금 상황을 바라보기로 했다. 일단. 도울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이니까. 그 도움이 자신을 향할지 아닐지는 전혀 별개의 일이기는 하다만. 일단 충분히 좋고 긍정적인 일이라는 사실임은 변함이 없는 것일테니.
"좋아. 그러자구~ 실망같은 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을테니까. 뭐~ 내가 실망할 일이 있겠냐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양은 다시 키득거렸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천방지축인 귀여운 라쉬의 모습을 보며 조금 분위기가 완화된것이 크게 한 몫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은. 자신이 듣기에도 우스웠던 이유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실망했다고 떳떳하게 선포할 만큼 가치 있는 사람도 아닌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했구나 싶은 자조적인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가 자신에게 실망할 일은 있을지라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실망을 할 일은 없는 것이기도 했다.
주양 역시도 라쉬에게 손을 뻗어 털을 매만져주며 히죽거리다가, 당신의 말에 음 하고 짧게나마 고민하는듯한 시늉을 해 보였다. 사실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것은 정말 잠깐이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반응이 튀어나오기는 했다만.
"나는 그냥 평소에 하던대로 할거야~ 지금처럼 그저 그 아찔함을 즐기면서. 찾아올 위험에 대해 기대해보기도 하고~? 그 상황이 닥친다면, 상황에 맞게 휘둘려보기도 하고~ 그런 현실을 알았다고 해서 내 걸음이 멈춰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절대. 절대 멈춰설 수 없었다. 과거. 자신은 그렇게 다짐했으니까.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렇게 깊은 앙심을 품고 지금까지 이 질기디 질긴 명줄을 악착같이. 설령 미끄러져 손바닥 거죽이 쓸려나가 피를 본다고 해도 끝까지 붙들어맨 채 버틸 테니까. 잡을 게 없을 땐. 적어도 자신을 파멸으로 몰아간 놈의 모가지를 단단히 비틀어쥔 채 같이 떨어질테니까. 절대 멈춰서지 않고, 그저 평소 자신이 하던 대로 즐길 뿐이었다.
"질문이 왔으니 되돌려주는게 역시 인지상정이겠지~ 패대기 잘 치는 엘로프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야?"
조금은 낯설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니만큼 이름을 입에 담아보며 주양은 살짝 웃었다. 앞에 뭔가 이것저것 붙기는 했지만, 일단 그것은 넘기도록 하고.
일단 상황은 정리됐다. 병동에 들어서자마자 기절해버린 레오를 침대에 눕혀놓은 주양이 자신까지 침대에 눕혀버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일단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175cm의 키의 소유자, 주단태는 주양에게 들쳐 안겨서 복도를 내달리게 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불성실하고 경박한 주단태가 그런 것에 신경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이제 시집은 다갔어."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병동 침대에 상체를 일으켜서 앉은 채로 얼굴을 싸쥐고 있던 주단태가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곧 그 중얼거림에 낄낄거리는 웃음이 섞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 또래의 여학생에게 안겨서 병동에 오는 경험은 언제 또 해보겠는가.
멍자국은 머트럽 용액을 발라서 회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어오르는 맞은 얼굴에 냉찜질을 하던 단태가 자신이 앉아 있는 침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기웃거렸다. 깨어났나보다. 깨어나자마자 저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다행히 몸은 많이 괜찮아진 모양이네.
"안녕, 달링. 한숨 푹 자서 개운한 얼굴인걸? 좀 괜찮지?"
단태는 여전히 누워있는 레오에게 인사처럼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윙크까지 해보이니, 단태의 상태는 걱정할 것도 없이 굉장히 멀쩡해보일 것이다. 멍자국이나 찢어진 입술 같은 건 머트럽 용액으로도 충분했지만 역시 붓기는 자연스럽게 가라앉도록 둬야한다는 몽고메리 부인의 말에 따라 착실하게 냉찜질팩을 붙혀놓은 채 단태가 자신이 앉아 있는 커튼 너머로-정확히는 두명을 안고 뛰느냐고 지쳐버린 주양이 있을 곳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키티- 깨어난 것 같아." 라는 말을 전달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들었겠지만. 말을 전달하고나서 또 다른 곳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탓에 벗어뒀던 가디건을 다시 걸친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벨주 다시 안녕~! 좋은 밤.. 인데 진짜..? 진짜 괜찮아....? :0 (벨주의 레스 봄)(안봄)(?)
롶주한테 인사하고 바로 답레쓰는데 집중해서 못 봤었는데 개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렝이가 개밥이라고 묘사해줄때마다 최고야 너무 좋아..! :D 앞으로 자주자주 써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어.. (???)
아무튼... 일상 돌리느라 구몬 반응은 뒷북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커서 전처럼 반응 쭈우욱 올려주지는 못하겠지만 잘 봤어! 땃태 애정표현 키스인것도 좋고 렝이 고백방식도 완전 최고고 좋고 롶이 울때의 모습 마음 찢어지는데 어쨌든 좋고(?) 딱 이정도의 반응만 하고.. 다시 답레쓰러 가보겠다~~!
한참 달리다가 제 숙적의 손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평소 이상으로 다리에 힘을 빡 주어 내달렸었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 썩 좋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목 끝까지 숨이 차올랐었다. 목에 멍이 들고 얼굴에 붓기가 남은 것 외에는 큰 상처가 없었던 자신의 단짝까지 침대에 얌전하게 눕혀줄만큼 주양에게는 휴식이 절실했다. 이렇게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본건 또 오랜만이었다. 그래. 인생이 마냥 평온해서는 재미 없는 법이지. 한참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목 밖으로 튀어나올것만 같이 가깝게 느껴졌던 심장 고동도 진정될때 즈음. 제 단짝이 커튼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고 히죽 웃었다.
".. 어쩐지 소란스럽더라니~ 알려줘서 고마워, 여보야!"
후. 하고 마지막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다만. 바로 일어나 그리로 향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다. 아주 조금만. 5분만 더 쉬었다가 움직이는걸로 해 볼까. 진정되지 못한 채 살짝 떨리는 다리를 살살 주물러주고 나서야 주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홱 재꼈다. 입꼬리가 다시 올라가며 비열한 미소를 머금었다.
"꼬꼬마. 나 찾았어~? 그대로 뻗어버리면 조금 아쉬울 뻔 했는데 이걸로 아쉽지도 어쩌지도 않게 되었네~ 안 내려두고 온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괜찮냐느니, 고맙다느니 하는. 입에 발린 달콤한 말들은.. 우리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지. 그렇지? 행여나 잘못될까 하는 생각에 거침없이 숲에서 양호실까지 내달리던 것은 없던 일으로 치부한 채, 평소에 당신을 대하던대로의 모습만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둘의 상태를 휙 살펴보면서 눈매를 조금 휘었다. 그래도. 별 일은 없으니 그걸로 됐다고 할 수 있겠지. 양호실은 양호실일 뿐. 상처와 남아있는 통증까지 전부 사라지게 하는 만병통치약은 없을 것이기에, 아직은 그 휴유증이 남은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조금은 안심하고 마는 것이었다.
"우리 여보야도 얼굴 부은거 얼른 나아야 할텐데~ 물론 찜질팩 붙이고 있는 여보한테도 평소처럼 잔뜩 애정을 퍼부어줄수 있긴 하지만!"
단짝이 붙인 냉찜질팩. 역시 붓기는 머트랩 용액으로도 금방 가라앉지 않을 그런 것이겠지. 다시 기분이 상큼해지려는 것을 느끼며 주양은 씁 하고 입맛을 다셨다. 오늘 자신의 단짝들이 당한 설욕을 완전히 되갚아주기 위해, 탈들을 완벽하게 털어버리려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만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말을 들어쳐먹지 않는 지팡이부터 꺾어버려야 하려나. 그런 살벌한 생각들을 하면서, 주양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그 위에 털퍽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 건 의외로 금방 나아지지 않는 것이었기에.
"후아.. 그럼 이제 좀 여유도 생겼겠다. 나 조금 이렇게 쉬면서 떠들고 있어도 괜찮을까~? 역시 조금은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구~"
쉴거면 기숙사까지 돌아가서 쉬는 게 최고이기는 하다만. 지금은 거기까지 움직일 엄두조차 쉽게 나지 않았다. 조금 더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822 어... 그것은... 그것은... 여하튼 임페리오가 잘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임페리오는 금지된 저주이기 때문에... 금지된 저주를 날리는 것은 고 쿨하고 섹시하지 않은 행동이라서 학생 여러분들께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아무말)
는 농담이고 오~~~~ 그러게 봤겠구나...???? :ㅇ 그럼 이제 일상 소재 +1 적립인걸까!!!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어보였다. 살아있구나. 나는 살았구나. 레오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깐 눈을 감으면 그 때의 상황이 눈앞에 보였다. 무력하게 누워있던 눈높이에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던 모습. 완벽히 혼자남은것 같은 느낌. 모두가 앞을 보고 있을때 그들의 등을 보고만 있어야했던 무력감과 거기서 찾아오던 고통. 아무도 신경써줄 수 없던 상황에서 죽음에 내몰린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레오는 병실에 누워 단태가 커텐을 젖히고 등을 보이자 허억 하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 때 그 상황이 다시 보이는 기분. 나한테서 등을 돌리지마. 나만 두고 앞을 보지말란말이야. 숨을 급하게 쉬고 동공이 커졌을때 다시 둘이 들어오자 레오는 언제 그랬냐는듯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 아쉽게되서 미안하네. 자, 이거 선물. "
레오는 킥킥 웃으며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건 뭐였을까. 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숨이 안쉬어지는 기분이 든걸까. 레오는 잠깐 있었던 일이니 잊어버리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건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두 명도 멀쩡하다는 점이니까.
"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하는데요? ...그렇긴 한데 또 혼자있기는 싫네. "
레오는 단태를 보며 같이있어줄거지? 하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히히, 하고 웃는 것은 덤이라고 해둘까. 본능적으로 혼자 있기 싫다고말하고 있다. 생각같아선 주양에게도 가지말고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돌려서 말하는건 어떨까.
앗 여기서 모르는 사람을 위한 설명! 앞팔짱 썰은 그... 예전에 엘롶 tmi 풀다가 '얘 근육 많아서 앞으로 팔짱 끼는 자세가 뭔가 어정쩡함'<<이라는 내용이 풀렸고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첼주가 첼이 나중에 이거 놀리면 재밌겠다~라고 하고 나도 콜 해서 일상소재가 적립된 것입니다... 근데 아직 2차 일상을 못 돌렸어(머쓱)
>>8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냐 분명 있을거야..! 정 없다면.. 어쩔수 없이 동화학원 찬양가를 하루 24시간 내내 한달동안 틀어주고 세뇌교육을... :D (?????) 꺄아악 칭찬.. 칭찬은...! (질질 끌려나감)(필사적으로 기둥 붙잡기)(?)
>>846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말하면 되니까 괜찮아! 청춘은 혼파망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이야기 나오고 있는 주제라서 관심을 안 보일수가 없었다구~ 포옹하는 첼이 무해하면서 최고야.. 집착 살짝 끼얹은것도 너무 좋아 앞으로 첼이 집착을 많이많이 보고 말테다..! (희번득)(?)
>>857 미지의 영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내고 마는데..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너두 야나두~~! 우리 지금 스레 제목이 [카오스] 혼파학원³ 맞지 ㅎㅎ? 내 눈이 이상해진건줄 알고 안과좀 다녀오려고 했는데 안 가도 되겠네 병원비 굳었다 야호~! (??????)
>>864 ㅋㅋㅋㅋㅋㅋ 시리어스하게 놀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이는 상관없는데 엘롶이 멘탈이 심히 걱정되니 안 하는 걸로.... 음~~ 탈 첫 등장 때랑 이번이랑 달랐...나? 그치 달랐다면 달랐지? 탈들이 습격해와도 윤이 다칠까봐 걱정 안 하게 됐으니까~~ 그만큼 더 마음대로 하게 됐지, 아마?
>>865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젠장 들켰다...!! 다들 튀어!(?) 극도의 근육없음 종이인간인 김엘롶주... 헬스알못이라 사실 근육량 같은 지식에 관해서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얼버무리는 것도 있다...! ^~^b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급기야 잡담까지 극도의 카오스플 달리고 마는데...
뭐지? 너희가 들은 것을 내게도 들려달라!(유희왕 그짤) 몰폰... 비슷한 거 하는 중이라서 지금은 못 들ㄴ어.... 으흑흑 재생목록에 넣어놓고 나중에 들어야지... o<-<
>>86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리어스하게 놀리면 내가 웃겨서 못할것같기도 해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절박한 느낌이 줄었다고 해야 하나...? 첫 등장때는 맞서 싸우는 쪽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관망하는 느낌이 강했어서~~(적폐해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엘롶... 상판인생 n년간 방에 효자손 구비당한 캐는 네가 처음이야...(?)
>>871 헉 젠장 엘롶주가 당했나..! 작전상 후퇴! 후퇴~~! TT!!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나도 국물용 멸치가 더 낫겠다싶을 정도의(?) 뼈인간이라서 그 마음 이해해~! :D 후 역시 혼파학원 닉값해야지.. 잡담이라도 혼파망을 열지 않을수 없어야..! (희번득)()
>>872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확실한건 내일 뺩주는 이불킥을 하게 될 거라는거 하나 정도.. 음 아마 오전~오후~저녁대는 다들 현생을 달리는 중일테니까 그때 이야기하지 못한 잡담들을 여유가 남는 새벽에 한가득 쏟아부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구~!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뽀쪼쪼 뽀뽀쪼 뽀조!! (?)
>>87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심해도 안전하지 못했나.. (미련을 거두고 체념)(힘 없이 떨어지는 손)(?)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그렇게 나중에는 첼이도 구미호가 될 예정이라는게 밝혀졌으니 만족..! 지금은 삼미호지만 언젠가는 한 구십미호(?)쯤 되기를 기원해보겠어! :D 헉 그렇다면 그 날까지 존버 또 존버를..! 핑크코인 풀매수 가즈아~!!
단태는 주양을 부르고 나서 다시 몸을 레오가 누워 있는 침대에 쳐져 있는 커튼 안쪽으로 들이밀면서 히죽하니 웃고는 윙크를 해보였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걸. 달링~" 하는 대답이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뻔뻔히 대꾸해보였다. 주단태는 레오가 기절하자마자 주양의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입밖에 내지는 않기로 했다. 가끔은 입을 다무는 게 좋은 선택이라는 법도 있다.
"으흐흥~ 사이좋네~"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단태는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들을 들으며 뭐가 그렇게 뿌듯한지 고개까지 끄덕여보이고 있었다. 레오가 주양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는 건 못본 척 하려는 모양이다. 대신 주양의 말에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주양과 시선을 마주했다.
"우리 허니버니의 애정이라면 붓기 정도는 금방 가라앉을거야. 벌써부터 붓기가 가라앉은 기분이 들 정도니까. 이미 평소에 보여주는 애정으로도 충분한데 얼마나 더 퍼부어서 날 반하게 만들 셈이야, 키티?"
느물느물한 목소리가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재잘재잘 떠들어대면서 단태는 뺨에 붙힌 찜질팩을 자신의 손으로 가볍게 몇번 두드렸다. 평소같은 뻔뻔스러운 태도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의자를 끌어오는 주양과 다르게 단태는 레오가 누워 있는 침대 빈공간에 걸터앉았다. 상체를 슬그머니 구부정하게 숙이고 양손의 손가락 마디 끝을 맞댄 채로 가늘게 뜬 눈을 깜빡이고 레오를 향해 슬그머니 시선을 굴려서 응시한다.
"물론이지, 자기야. 몽고메리 부인이 이제 괜찮아졌다면 기숙사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하시기 전까지는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느물하게 재잘거리는 게 꽤 다정다감하다. 딱 그래야한다는 것처럼. 단태는 지팡이를 꺼내 한쪽에 놓여 있는 물통과 물컵을 향해 아씨오 주문을 외우려다가 발음을 잘못할 뻔했다는 걸 인지했다. 개밥, 이라는 처음 듣는 호칭 때문이었다. 설마, 그게 지금 자신의 단짝을 부르는 호칭이야? 진짜? 주문에 의해 날아오던 물컵이 공중에서 떨어지기 전에 간신히 낚아채서 붙잡은 단태는 컵에 물을 따라서 주양에게 내밀었다.
>>874 호오 엘롶주의 적폐해석....매우 근접했다는 평을 주겠다! 도장쾅! 맞아 이번엔 관망하며 노는 듯한 느낌으로 임했지~~ 알아봐주다니 뿌듯한걸~~
하긴 개인물품으로 효자손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엘롶이에겐 필요할거 같은걸? ㅋㅋㅋㅋㅋㅋ
엘롶주 잘 자~~ 쫀밤되라구~~
>>876 앗 이런 실수로 첼의 미래를 들켜버렸잖아?! 어쩔 수 없지....이럴 땐 기억상실(물리)를 처방하는 수 밖에...! (망치)(?) 구십미호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많아 꼬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걷지도 못하겠네 어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아홉개로 타협합시다 그게 제일 예쁘니까(???) 코인...풀매수......떡락....! (트라우마)
"좋아좋아~ 적어도 아까 아프다고 칭얼거릴때보다 훨씬 보기 좋네! 이제야 좀 살아있는 사람 같은 반응이랄까~? 나는 뭐. 우리 꼬맹이한테 줄 선물은 딱히 없고~ 이거나 좀 받아가지 그래?"
그래놓고는 양 손의 가운데손가락만 펴고, 화려한 몸짓으로 두 팔을 교차해서 커다란 볼록할 철 모양을 만들고 너한테 선사하는 빅엿이야~ 하고 씩 웃었다. 그 말이나 행동은 유치하기 그지없는 모양새였으나 놀랍게도 주양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듯 보였다. 뭐. 그만큼 안심하기도 해서 그런 것이지만은. 이윽고 들려오는 사이 좋다는 말에 다시 태클을 걸어보려다가 상대가 상대임을 깨닫고 휴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까 볼을 꼬집겠다고까지 했는데도 또 비슷한 반응을 돌려주다니. 그래도 역시 그게 단짝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나~ 정말 그것만으로 여보야의 붓기가 싹 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는걸! 글~쎄다, 아마 우리 여보가 반하다 못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계속 애정을 퍼부어주지 않을까~? 나 이래뵈도 이런 애정에는 엄청 후한 사람이라구~"
그래놓고서는 화룡점정으로 다시 윙크까지 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당신이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인 뉴 호칭 앞에서는 주양이 먼저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아주. 굉장히 크기는 했지만. 주양은 일단 그 사실은 가볍게 넘겨버리기로 한 모양이었다. 다리를 꼬고 손으로 깍지를 껴 무릎 위에 놓고서, 둘의 대화도 가만히 관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약 제 단짝이 남들에게까지 저러는 것을 여태껏 몰랐다면 분명 자신은 지금쯤 어껗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일찍 알아차린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역시 우리 여보야. 친절하기도 해라~ 지금 내가 목이 엄청나게 탄다는 건 어떻게 알았담?"
잘 마실게. 하고 물컵을 받아들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애초에 조신이니 뭐니 하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고, 한바탕 달린 직후이기도 했으니 목이 굉장히 마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마치 술잔을 비우듯 가차 없이 들이키고서 캬 하고 잔을 놓는게 누가 봣다면 술 받아마시는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언제 주점에 다시 가서 그때처럼 놀고 마셔야 할텐데. 혼자 놀기도 잘 하는 주양이었으니, 지난번처럼 동행자 없이도 잘 마실테지만. 문득 무알콜 막걸리가 조금 그리워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분명히 전에 저택에서도 말했지? 나한테 명령하지 말라고, 꼬맹이~ 너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쉬고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할 일이 없긴 왜 없어? 이래뵈도 우리 꼬맹이보다 훨~씬 바쁘거든, 이 언니는..?"
그것은 진심이었다. 병동에서 치료받고 멀쩡한 것을 확인해도 기숙사까지는 동행하면서 돌아가야 지금보다 더더욱 마음이 놓일 테니까. 다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다시 신경전을 벌이는 것마냥 미묘하게 불꽃 튀는 말들을 내뱉으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바쁘다는 것은 뻥이었다. 팩트 앞에서 자존심을 굽히기 싫어하는 주양의 마지막 발악이라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남들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것을, 숙적에게는 하나하나 이기려 들고만 싶다는 영향이 컸다. 그렇다고 아예 대놓고 싫어하느냐 한다면 또 그것은 아니지만.
다시. 단짝의 기쁘다는 말이 들려왔다. 맙소사. 나는 충분히 경고했어~? 하며 주양은 시선을 슬쩍 돌렸다. 팩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주양의 손은 당신의 볼을 사정없이 꼬집고 쭉 늘리고 잇었을 것이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대신. 미소에 최대한 담아내기로 마음먹었는지.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우리 여보야는~ 얼굴 붓기 가라앉으면. 잠깐 시간 내서 나랑 오붓한 데이트를 좀 즐겨볼까, 으응~? 아무 문제 없는~ 그저 평소처럼 무해할 뿐인~ 오.붓.한 데이트 말이지.."
농담 반에 반, 진담 반 이상을 말에 담아 억양을 일부러 조금 강하게 하면서. 주양은 해사하게 웃을 뿐이었다..
보통 단짝에게 개밥 소리를 하는 친구를 보면 당황해서 O를 날려버리는 게 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그 전에 있던 코리안 빅엿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지만))((이번에는 모르쇠를 못할 것 같다)) 오붓한 데이트가 원래 참 스윗하고 두근거리는 이벤트일텐데 도리도리할 땃태....
레오는 기숙사로 돌아가기전까지 같이있어준다는말에 이히히, 하고 웃었다. 레오의 시선은 계속해서 단태와 주양을 번갈아 쳐다보있다. 마치 두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라도하듯 번갈아 쳐다보던 레오는 왼손을 들어 단태의 손을 쓰다듬었다. 애정이나, 고마움의 표현이 아닌 왜인지 모르게 정말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함인것처럼 만지작거리다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기자신도 이유를 모르게 그저 본능이 이끄는대로 그렇게 행동뿐이다. 방금 느꼈던 이상한 기분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할까. 하여튼 그것이 레오가 하는 행동의 모든 연유였다.
" 언니같은소리하네. 이리와봐 아주그냥 다시는 헛소리 못하게 만들어줄테니까 "
일어나면 안된다. 라는 말도 들었고 자기 몸상태가 움직여서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그럼에도 레오는 낑낑대며 일어났고 욱씬거리는 통증에 갸아아... 하고 아픈 소리를 내면서 왼손을 뻗어 주양의 손을 잡았다. 아까처럼 똑같이 몇 번을 만지작 거리다가 툭 하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레오는 또 휴- 하고 안도하듯 한숨을 쉬었다. 둘 다 이곳에 제대로 있는것이 맞구나. 이상하게 계속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있는 것인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위의 것들. 몸이 이렇게 아픈걸 보면 꿈은 아닌듯 싶었다. 제일 두려운 것이라면 눈을 감았다 떴는데 숲의 그 자리에 앉아있는것. 전부 끝난줄 알았는데 끝난 상황이 꿈이었다는 것. 그게 아니라는 것에 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데이트 못 갈텐데? 내가 다시 일어서면 너부터 개밥을 만들어 줄거거든. 확 그냥 손가락을 분질러버릴까보다. "
물론 마음속에선 깊은 고마움도 느끼고 있다. 거기서 마음을 먹고 들고 달려준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오랜 숙적마저 자신을 잊었다면 정말 그 자리에서 죽었을테니까. 사람이란 참 간사한 것이 그 죽을 고비를 넘기고나자 마치 꿈이었던것처럼 금방 이렇게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레오는 뭔가 맘에 안든다는듯한 표정을 짓다가 킥, 하고 웃었다. 그리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직은 자유로운 왼팔로 단태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객기다. 또 심장이 뛸 때마다 상처가 아파왔고 괜히 객기를 부린다고 몸을 일으켜 상처가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레오는 미안, 무리.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곤 다시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괜한 질투심인지 객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마음가는대로 행동했다. 그게 레오가 살아가는 방식이었으니까. 레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곤 느껴지는 통증에 작게 신음하며 눈을 꼭 감았다떴다. 아, 그러고보니까 그걸 말 안했네.
" 아파라.. 주단태. 너는 어차피 병동에 있어야하지? 그럼 됐고... 야 서주양. 너.. 너도 그냥 병동에 있어라. 혼자가면 뭐해? 그냥 너도..저기.. 그냥 자고가. "
>>8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쭈 선관중에 남들이 보면 오해하고 당황할 사이인게 많은데 그래서 뿌듯해.. 이런 썰도 볼 수 있어서 더더욱..! :D 코리안 빅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고 우람한 한국식 사탕의 맛.. 모르쇠 못할 그런 맛.. (???) 도리도리하는것도 귀여워 최고야~! 그 오붓한 데이트 속에 분명 수많은 볼꼬집이 숨겨져있을테니 도리도리하는게 당연한 반응이기는 하겠지만! :)
>>902 끄아아아앗 드래그의 업보는 쮸아아아아압인가..! 기력.. 내 기력이... (털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중재해줄 사감님은 무조건 곤쌤이어야해 그래야 마음놓고(?) 몸싸움을 벌일 수 있으니까~! :D 그치그치 모의전 (마법) 이 아니라 모의전 (물리)가 결국 일상이 되어버렸을것 같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 짠 티격태격 선관이 구르고 굴러 이렇게 커지다니 아주 뿌듯하고 흡족하구만~! :)
>>904 작게 뭉친 눈덩이를 톡 굴렸더니 가속도가 붙어서 멈출 수 없게된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누군가는 말릴테니 한 번 뜯어말려지고 " 아 알았어 알았어. 안 싸울게. 안 싸울..게!! " 하고 또 주먹날리고 2차전 ㅋㅋㅋㅋ '게!!'에서 주먹 날리는게 포인트임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공감이야 이래서 스노우볼이 참.. 무서우면서도 한 켠으로는 끝내주기도 하고~! :D 아니 일단 순순히 물러나는 척 하면서 불시에 다시 2차전 시작이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인트 주는것까지 너무 완벽해..! 이미 일상이 될 정도의 짬이라면 둘중 한명이 먼저 그렇게 주먹 날리면 다른 한명이 그거 미리 예측하고똑같이 주먹 날리거나 피하고 주먹 날리거나 하면서 다시 치고받고 할것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오가 펼쳐보인 크고 아름다운 한국식 빅엿을 모르는 척했더니 이제는 주양의 손에서 봄날의 벚꽃처럼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낸 똑같은 한국식 빅엿을 보며 단태는 얼굴을 싸쥐려다가 말고 슬그머니 눈동자를 굴려서 애써 외면하려했다. 기껏 모르는 척 했더니만. 그나저나 저렇게 유치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나. 진짜로 악우라면 저런 행동은 없지 않아? 잠시, 굴렸던 단태의 시선이 다시 주양에게로 향했다. 평소와 같은 대화를 늘어놓으며 평소와 다르게 윙크를 해보이는 주양의 모습에 헤죽-하니 미소를 짓는다. "오, 내 사랑." 역시나 낯간지러운 호칭이 익숙하고도 매끄럽게 느물하게 흘러나왔다.
"내가 자기의 애정을 받고도 나가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증명이라도 해줘야할까? 그런 후한 애정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니까 마음껏 표현해주라~"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대꾸가 이어지고 단태또한 맞장구를 치는 것처럼 윙크를 해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침대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손을 쓰다듬는 감각에 단태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을 것이다. 레오와 눈이 마주친다면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레오의 머리가 있는 쪽으로 몸을 살그머니 기울였지만 이어지는 건 팔로 그 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처럼. 자, 나는 여기있어. 하고 확인시켜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하지 달링, 내가 여보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단태는 레오를 감쌌던 팔을 풀어내며 주양의 말에 대답까지 한다. 정신이 없을 법도 하지만 지나치게 매끄러운 게 꼭 뱀이 혀를 낼름거리는 것 같았다. 곧이어 이어지는 둘의 으르렁거림인지, 아니면 가벼운 말다툼인지 모를 대화들을 가만히 듣고 있는 단태였지만 말의 방향성이 자신에게 향하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보였다. 레오가 팔을 꼭 끌어안아서 그쪽으로 몸이 조금 기울어진 채 단태는 한손을 어깨 높이로 올리고 어깨를 으쓱여보인다.
"자기와의 오붓한 데이트는 나도 굉~장히~ 기대되는 부분이지만 여기 있는 달링도 나랑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걸? 정말이지~ 우리 자기들. 내가 좋다면 그렇다고 표현을 하지 그랬어. 미리말해줬다면 우리 자기들과 데이트 정도는 해줄수 있는데~"
언제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냐는 양, 주단태는 뻔뻔스럽게 능청스러운 말을 재잘재잘 떠들면서도 침대에 눕는 레오의 어깨를 손으로 잠시 짚었다가 떼어내려했는데 그 의미는 일어서지 말고 얌전히 누워있어야지- 하는 몸짓이었다.
"자기야, 달링. 같이 있어주는 건 할 수 있지만 자고 가기에는 침대가 너무 좁지 않을까? 물론 나야 둘과 같이 자는 건 완전 환영이지만~"
얼굴 싸쥐려다가 마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내 사랑이라니 헉 잠시 심정지가 와서 레스를 못 쓸 예정입니다 제 묫자리는 저기.. 동화학원 캐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추욱)(???) 앗 그보다 땃태 대사가..! :D 다시 그 모먼트를 쓸때가 되었군 후후..
맙소사. 또 다시 예상치 못한 호칭 공세의 시작이었다. 내 사랑. 내 사랑이라니. 주양은 아까 들이켰던 물에 의해 뒤늦게 사레라도 들린 양 한바탕 쿨럭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먼저 나가떨어지는 건 단짝이 아니라 주양이 될 가능성이 거의 100%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는 행동은 꽤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당황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들을 때의 반응은 차마 제어하지 못했지만 수습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후훗, 증명해주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할게~ 우리 여보야가 그런 걸 증명할때마다 꽤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좋아. 앞으로는 조금 더 마음껏 지금의 이 애정을 표현해볼까나~?"
단짝의 윙크가 마치 답례처럼 되돌아오자 주양은 두 손을 곧게 펴 박수를 치듯 겹치고 그것을 제 볼에 대며 고개를 살짝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정말. 진짜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오너는 생각한다. 이윽고. 기어이 몸을 움직이는 제 숙적에게로 주양의 시선이 돌아갔다. 잠깐만. 그 상태로? 나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려나. 평소처럼 얍삽하게 약점을 찔러야 하려나. 짧게나마 그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서 이어진 행동을 보며 주양은 그것에 대해 말을 덧얹는것 대신 푸흐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뭐라고 해야 하려나. 아픈 몸을 이끌고 칠것같은 말을 한 것과는 다르게. 행동은 꽤 얌전한 느낌이라 조금 색달랐다.
"헛소리라니 이 언니는 마음이 아파~ 자꾸 그렇게 걸어두었던 내기 없던걸로 할래, 응? 그러면서 계속 명령이나 하고. 우리 꼬맹이도 꼭 나중에 다시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계속 전의 내기 내용을 언급하기는 했다만 정말로 그 내용 자체에 집착하는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안 하는 쪽이 오히려 더 흥미를 돋굴 수 있으니 좋았다. 그럼에도 마치 집착병에 걸린 것마냥 자꾸 말하는 것은 그저 늘 당신에게 걸었던 시비의 연장선이었다. 지금으로썬. 이게 제일 확실한 도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반응을 이끌어내고. 다시 평소대로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 정도 노력쯤이야 필수라는 느낌이었다. 정작,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고도 남았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 듯 보였다.
"오호라~ 그래? 근데 이걸 어쩌나. 너가 다시 일어날때 쯤이면 이미 날 이길 기회를 놓친 뒤일텐데! 이거 참 아쉽게 되었는걸, 응? 손가락을 분질러? 내기 한판 해? 너의 손가락이 먼저 박살난다는 데에 청을 걸겠어!"
다시 무리수를 두었다. 지금의 자리에 만약 청이 함께였다면 그런 무리수는 두지 말라는 뜻으로 주양을 한껏 쪼아댔을 것이다. 그렇게 한창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주양의 시선은 슬쩍 제 단짝을 향했다. 그래. 아무리 신경전 중이라도, 아까 들었던 그 말은 그냥 넘길수 없지. 모르는 게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냐는 그 말. 주양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있을까~ 나도 여보를 잘 알고 이해하듯이~ 우리 여보도 내가 여보에 대해 아는 만큼 잘 알고 날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거짓말. 상대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몰랐지만. 아니. 사실 지레짐작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관계없이 거짓을 고하며 주양은 그저 미소를 짙게 머금을 뿐이었다. 알잖아. 나는 너를 모르고, 너의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너 역시 나를 모르고, 나의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면 뒤의 본심은 내비치지 않은 채. 그저 잘 꾸며진 연극 속에서 한 없이 춤추며 어우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불협화음이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흥. 그러면 여보야랑 꼬맹이는 실컷 데이트 해! 나는 청이랑 데이트 할 테니까!"
그런 속 모를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다시 순수한 장난기가 담긴 말을 하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다시 고개를 홱 돌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윽고. 주양의 시선은 다시 제 숙적을 향했다. 자고 가라는 이야기. 청이 혼자 있으니, 그것은 거절하려고 했었으나. 잠시 멀뚱히 당신을 바라보던 주양은 어쩔수 없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우리 꼬맹이가 이 언니가 여기 있는걸 원하는 것 같으니 어쩌겠어~? 그래. 인심 쓴다, 내가! 혼자 돌아가봐야 심심.. 할 건 딱히 없지만~ 그래도 부탁은 들어줘야겠지? 오늘만큼은 말이야~"
>>911 어흐흑 내가.. 내가 잘못했어야.. 이젠 편하게 편하게 지옥행 하는 사람들 보내줄테니.. 나도 그만 죽여줘... (초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태가 알고 있는 라이벌이랑 많이 다른 느낌이라 당황한거냐구.. 역시 땃태는 귀엽다~!
>>91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근데 학년대표끼리도 감점 되나..? 사감님이 아니라 학년대표들이 감점으로 먼저 이야기하면 쭈 성격상 응 그럼 너도 감점줄게~ 하고 씹을것 같은 느낌이 강해서 :p 이모티콘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진짜 최고다.. 나도 여기에 묫자리를 파고 눕겠다..! (드러눕)
>>9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이렇게 끝나는 게 당연한 일 아니었던가~? 늘 말했지만 내 귀여움 허용 범위는 어마무시하게 넓으니까 말이지~! (당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내 업보는.. 이렇게 크고 방대했는가.. 부디 죽음으로 그 업보를 청산흘 수 있게 해줘... (파들파들)()
오늘도 주작님에게 현무의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발걸음을 급하게 옮겼다. 그래. 또 짧은 옷으로 갈아입는 것은 안 해도 되겠지. 전에도 두 번씩이나 그러고 그 추운 현궁에 다녀왔으니 이쯤이면 주작님도 이해해줄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또 다시 움직이게 된 것은 주작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었으나 그것보다는 역시 조금 더 자세한 신탁을 듣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에는 곤 사감님이 꽤 바빠보였기에 뭔가를 더 듣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게 믿음을 가지고서 주양은 현궁으로 향했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 방문인가?
"감 사감님, 오늘도 현무의 물 부탁드려요~ 요구사항은 뭐든 말씀하셔도 괜찮답니다~?"
자. 이제 요구사항을 듣고 수행하는 과정은.. 빠르게 스킵하기로 했다. 늘 그랬듯 잘 해냈을테니 걱정하지는 말자. 다만. 주양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놓친 게 있다면.. 신탁은 각자에게 딱 한번만 주어진다는 사실. 그것을 몰랐기에 주양은 오늘도 열심이었던 것이다.
>>93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주의 붙잡기는 강력하구나..? (어장으로 돌아옴)(뿅) 앳 어째서지~! :D 하는 표정이 얼마나 귀엽다구? 묘하게 해맑으면서도 미소가 아니라 함박웃음이라서 귀엽다구! 모바일로 보면 D 양옆 끄트머리? 라고 해야하나 그 부분 살짝 길어져서 뭔가 빵빵한 함박웃음 같다구~ 충분히 귀여움을 느낄 포인트 아니겠어?! (아니다)
>>9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장 참치들 한정으로 한없이 광활한 나의 취향 스팩트럼.. :P 그리고 나도 땃주 이야기에 공감해 분위기때문에 심해에서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88
>>946 일단 어디가 강력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쭈주가 어장으로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해:) 앟..그렇게 듣고 보니까 진짜 그렇게 보이잖아. 무해하고 해맑아보이는 소위 빵싯이나 빵긋!!!하고 웃는 그런 얼굴ㅋㅋㅋㅋㅋㅋㅋㅋㅋXD이렇게 하면 꼭 애가 꺄르륵하는 그런 느낌이구ㅋㅋㅋㅋㅋㅋ
>>947 구천에서 떠도는 나를 붙잡을 정도면 강력한거지 암암! (아무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그치 세상에서 제일 무해한 미소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무해하고 해맑고 귀엽고..! 내가 괜히 귀엽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구~? (당당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천진난만하게 꺄르륵 하는 느낌이라서 너무 좋아 최고야 맛있어 귀여워... (???)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싫어하는_무언가를_자캐의_입에_억지로_집어넣어보았다 : 발렌타인은 턱이 잡히자 몸을 버둥거렸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 손을 뻗어 우악진 팔을 손톱으로 긁어내려도, 다리를 동동대며 걷어차도 상대는 꼼짝도 않았다. 상대는 턱을 비틀어 입을 억지로 벌리고 그의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발렌타인의 몸이 크게 몇차례 움찔댔다. 턱을 쥔 힘을 풀자 그가 고개를 뿌리치듯 돌리며 구역질을 했다. 이미 입에 넣었던 것을 토하긴 했지만 몇 차례를 더 헛구역질을 해 투명하고 점성있는 침까지 모조리 뱉어내고 나서야 표독한 눈길로 상대를 휙 쳐다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붉은 눈가, 구역질로 고인 눈물과 입가에 흐르는 점성있는 침. 입술을 파르르 떨던 그가 지팡이를 들고 숨을 색색 몰아쉬었다.
"흐윽, 윽..아바, 아바다, 아바다 케다브라..!!"
과거의_자신을_만난_미래의_자캐가_해주는_한마디 : "새벽이 다가올수록 공기는 차가워지고 별은 어서 자신을 맞이하라는 듯 눈꺼풀에 꿈을 속삭이지. 아가, 너는 안온한 꿈을 꾸며 별이 되어 세상을 유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