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막아주는 동물의 이름이 습습이라니. 까치인지 물고기인지 모를 저 동물이, 어떻게 날개를 달고 수영을 하는 건지 궁금해 유심히 보다간 고개를 갸웃한다. 상극이기도 하면서 상생이라 했는데. 유(鸓)와 습습이 둘 다 화재를 막는 것에 관련이 있다면. 나머지 한 마리는 무엇인 걸까. 손을 들며 질문을 하려다, 다른 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곤 슬쩍 내린다.
눈이 삼각형이 된 백설이 불만을 표하자, 펠리체가 준 지렁이 젤리를 윤이 다시 줬습니다. 백설은 그제야 그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 그 때 저 두 종을 멸절 시켜야했는데.... '
윤은 펠리체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며 가만히 앉았습니다. 겹친 손을 빼려고 하지도 않았죠.
' 정답이란다, 펠리체 학생! '
혜향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적이 붙은 학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저 학의 이름은 필방(畢方)이라 한단다. 그리고 저 새가 나타나는 곳은 불에 탄단다. 그래서 필방이 나타나지 않게 습습이나 유를 키우는 집이 많이 있었어. 그리고 머글 사회에 자주 이 필방이 빠져나가서 화재를 일으켰지. 지금 이 녀석은 무기님이 부적으로 잡아뒀단다. '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른다니. 최고잖아. 레오는 잠깐 상상에 잠겼다.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르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것.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감히 시비를 걸지 못하고 무시하지 못하는 그런것. 최고잖아. 레오는 이히히, 하고 작게 그리고 조금은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 만져볼 수 있어요? 그럼 저요! 저! "
왼 손을 번쩍 들자 다시 통증이 아려온다. 너무 신났던 모양이야.
" 가아아아...Scheiße.... "
몸을 웅크리고 잠깐 통증을 참던 레오는 또 심장이 뛸 때 마다 다친 부위가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욱신욱신. 이빨을 꽉 깨물고 그게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고통이 가시자 앞으로 나섰다. 만져볼 수 있다면 역시 최고가 좋겠지. 레오는 필방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가 그 앞에 서서 잠깐동안 눈빛을 교환하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역시 그랬구나. 주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불을 일으키는 새. 불을 막는 새. 헌데. 불을 막는 새도 아니고 불을 내는 새를 부적으로 잡았다고? 주양은 혜향 교수님처럼 고개를 갸웃였다. 이제 엉성한 추리로만 만족하지 말고 진짜 질문을 해볼 시간이다.
"교수님. 저 찐찐으로 질문 있어요~! 필방..? 도 부적으로 쓰면 뭔가 불을 막는 효과가 있나요? 불을 내는 새보다는, 불을 막는 새를 부적으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뭐. 그닥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일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은. 이윽고 주양은 다시 손을 붕방거렸다.
"저요. 저 만져볼래요~ 부적으로 잡아놨으니 안전하겠죠? 머리 한번 쓰다듬어봐도 돼요~?"
필방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답지 않게 종종걸음으로 필방의 옆에 다가가 서는 주양이었다.
유에 습습에 필방…. 묘한 이름들이 귓가를 스쳐지나간다. 집중을 하려고는 하지만 머리가 생각대로 돌지 못한다. 어제의 일이 꽤나 머리에 깊이 박힌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예 결석하고 놀아버리지 않은 게 참 그답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도 심중은 제멋대로 뒤숭숭하지만, 그렇다 해서 생활마저 등한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무엇인지 모를 것을 만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같았더라면 혜향의 제안에도 구태여 나서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감상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영 기분이 평소 같지 않다. 아예 저 동물들이 기괴하거나 불쾌한 촉감을 가져서 식겁할 한 방을 맞아버리고 싶다. 그렇게라도 정신 들면 참 좋겠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반쯤은 넋 나가서 한 선택이었다.
그는 척 손을 들고는 불을 일으키는 필방을 선택했다. 아마 그가 필방을 마주볼 수 있었더라면 기묘한 색의 조합과 새 치고는 커다란 덩치에 조금 압도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시각 정보가 제한되었을뿐더러 반 정도 가출한 정신머리로는 이렇다 할 감상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음, 느낌 이상했으면 좋겠다… 아니,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는 천천히 새의 앞으로 손을 건네보았다. 불쑥 다가기보다는 우연히 닿거나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까탈스럽긴. 그의 확인을 거친 후에야 젤리를 먹는 백설을 보고 슬쩍 눈을 흘긴다. 동물을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 못 먹을 걸 줄 생각도 없는데. 백설은 분명 담비의 털을 쓴 사람일거야, 같은 생각을 하며 앞을 보던 중이었다.
"...?"
그녀에게만 들릴까 싶을 만큼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 채 들려온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두 종, 멸절. 유와 습습을 말하는 거 같다. 그렇지만 어째서? 필방을 위해? 겉으론 수업에 집중하는 듯 보여도 속으론 온통 딴 생각만 굴러간다. 완만한 경사에 크고 작은 공들을 동시에 굴린 것처럼. 데굴데굴, 데굴데굴.
그새 앞에서는 만져봐도 된다는 말에 나가는 학생들이 여럿이었지만 그녀는 한창 생각 중이기도 하고 딱히 만질 생각은 안 들어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만져보라면 저 필방에 손을 대보고 싶긴 한데, 안 될거 같아보이니까. 대신은 아니지만 그가 손을 빼지 않으니 그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수업이 재미 없구나 싶은 태도를 하고서.
혜향 교수님이 건네주는 유를 만지는 단태의 손길이 꽤 다정스러웠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필방에게 관심을 가질 때, 단태는 그저 순전히 예쁘다고 느낀 유에게 관심을 가졌다. 굳이 부적을 붙히고 있는 새에게 가까이 가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총총거리며 자신의 손길을 느끼던 유가 머리 위로 올라가자, "잠깐만 머리 망치면 안돼~ 예쁜아~" 단 한번도 공들여 묶은 적이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해두던 단태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일어난 일을 눈치챌 수 없었다.
사람이 자신의 머리 위를 볼 수 있을리가. 대신이라 하기 뭐하지만 단태는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이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에 조금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유가 위풍당당하게 두 날개를 쫙 펼쳤기 때문이고 새를 기른 적이 없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