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일상은 덤덤하게 흘러갔다. 여전히 점심을 먹고 수업을 받는.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일상. 그렇지만 드는 이 기우를 쉽게 떨쳐 낼 수는 없어서. 불안하다는 눈으로 스베타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공격해오지는 않을 거 같지만. 드는 생각이 많자 피곤함에 두통을 느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가 떼어낸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깐. 조용하면서 평범한. 이내 고개를 들고서 새들을 살핀다. 세마리인데. 왜 두마리 밖에 없는 걸까.
혜향 교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머트랩 용액과 쪼갠 초콜릿을 꺼내서 건넸습니다. 먹고 바르면 좀 나을 겁니다.
' 그리고 좋은 질문이란다, 나머지 한 마리는 이 수조 안에 있거든. 정말 다행이야. 한 번에 이 세 마리를 소개할 수 있으니. '
큰 수조를 가리키면서 말한 혜향 교수는 책을 치우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는 해도 상관은 없나봅니다.
' .... '
윤은 펠리체를 발견하곤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의 목을 휘감고 있던 백설이 작게 삐삐 하고 경계하듯 울었습니다.
' 신비한 생물들 중에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 특이한 힘을 발휘하는 것들이 있단다. 그 중에서 이 셋은 상극이기도 하고 상생이기도 하지. '
혜향 교수가 자신의 어깨와 머리를 번갈아 뛰어다니는 까치를 닮은 새를 손가락 위에 얹었습니다.
' 오, 아니. 아닌가? 한 마리도... 새와 거의 흡사하니까. '
주양의 물음에 혜향 교수가 고개를 연신 갸웃갸웃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단태에게는 활짝 웃었죠.
' 이 새의 이름은, 유(鸓) 라고 한단다. 독특하게도 울음소리도 유라서 울음소리가 이름이 된 케이스지. 이 새는 화재를 막는 힘이 있어, 전쟁 시절에 수가 급격히 줄어든 동물 중 한 마리란다. ' ' ..... '
꿈틀, 순간 윤의 손등에 힘줄이 돋았다가 사라졌습니다.
' 휫피! '
매로 변한 백정은 벨의 어깨에서 털을 고릅니다. 백정과눈을마주친교수의눈이일순간 ' 그리고 이 녀석의 이름은 습습인데, 습습도 화재를 막아준단다. ' 커졌다가돌아옵니다 혜향 교수가 수조를 살짝 건들자, 날개가 10개 달린 까치를 닮은 물고기가 튀어올랐다가 다시 수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레오는 건네주는 약과 초콜릿을 받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건 왼손뿐이라 한 손으로 받아낸 다음 적당히 주머니에 쑤셔넣고 초콜릿을 이빨로 까서 한 입에 털어넣었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던데 엄청 효과가 있지는 않은 모양이네. 레오는 뭐라도 적고싶었지만 팔이 이 모양이라 그건 힘들거라고 판단하곤 한숨을 작게 내쉬곤 듣는것으로 만족했다.
" 되게 이상한 이름이네. "
풉, 하고 웃음이 나오자 속이 울리는 느낌과 함께 다시 통증이 찾아와 아.... 하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다시 몸을 웅크렸다. 웃는 것도, 큰 소리를 내는 것도 당분간은 자제해야겠네. 레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한 마리가 남았을텐데. 레오는 나서서 물어볼까 싶다가도 손을 올린다거나 말을 하는 과정에서 또 아파질까 두려워 다른이가 물어봐주길 기다렸다.
상극과 상생. 교수님의 대답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주양은 오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한 활동력을 요구하는 수업은 아니었으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수업이었다. 나중에. 이 쪽으로 한번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래저래 꽤 재미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자연스럽게 납득..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울음소리가 유라서 이름까지 유가 된 것은 좀 슬플것 같았다. 그럼 개는 월월 하고 짖으니까 월인가. 조금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라고 소개받은 새를 바라보았다. 너도 참. 팔자가 기구하기 그지없구나. 수가 줄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별 감흥 없이 팔자가 기구하다는 생각을 하며 넘겼다. 그리고 수조에서 튀어올랐다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는 뭔가를 보며 주양은 눈을 깜빡거렸다. 아. 이래서 새와 거의 흡사하다고 얼버무리신 거구나. 왜 확답을 주지 못 하셨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
"어라~ 질문이 있어요. 저기 뒤에 학같이 생긴 외다리 친구도~? .. 아하. 아니예요. 방금 이해했어요~"
상극. 상생. 화재를 막는 힘은 소개했으나 그 반대는 소개하지 않았다. 만약 저 학도 화재를 막는 힘을 가졌다면 굳이굳이 상극이니 상생이니 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력이 느린 건 아니었기에, 주양은 질문을 철회하고 교수님의 설명을 기다렸다.
별장에서 만났던 여학생이 백궁 남학생과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숙사 6학년 학생 대표의 어깨 위에 있는 새와 레오와 주양의 상태. 임페리우스 저주를 맞았음에도 밝아보이는 혜향 교수님.
주단태는 수업 분위기와 기류를 기민하게 살폈다. 무릇 짐승이 하는 것처럼. 책을 치우고 대신 집어든 양피지를 천천히 반으로 접으며 혜향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는 헤죽-하고 능청스럽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교수님." 반으로 접은 양피지를 들고 단태는 교수님의뒤를 가리켰다.
"세마리라고 하셨는데 한마리는 소개해주시지 않으셨는걸요? 저 새는 뭔가요?"
화재를 막아주는 새들이라는 말에 단태는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눈으로 까치를 닮은 새를 응시했다. 저거 되게 예쁘게 생겼네. 수조에 있는 새를 닮은 물고기도 예쁘지만. 양피지에 메모를 하면서도 단태는 계속 새를 살폈다. 근데 수조에 있는 건- 새라기보다는 꼭 물고기 같은데?
화재를 막아주는 동물의 이름이 습습이라니. 까치인지 물고기인지 모를 저 동물이, 어떻게 날개를 달고 수영을 하는 건지 궁금해 유심히 보다간 고개를 갸웃한다. 상극이기도 하면서 상생이라 했는데. 유(鸓)와 습습이 둘 다 화재를 막는 것에 관련이 있다면. 나머지 한 마리는 무엇인 걸까. 손을 들며 질문을 하려다, 다른 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곤 슬쩍 내린다.
눈이 삼각형이 된 백설이 불만을 표하자, 펠리체가 준 지렁이 젤리를 윤이 다시 줬습니다. 백설은 그제야 그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 그 때 저 두 종을 멸절 시켜야했는데.... '
윤은 펠리체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며 가만히 앉았습니다. 겹친 손을 빼려고 하지도 않았죠.
' 정답이란다, 펠리체 학생! '
혜향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적이 붙은 학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저 학의 이름은 필방(畢方)이라 한단다. 그리고 저 새가 나타나는 곳은 불에 탄단다. 그래서 필방이 나타나지 않게 습습이나 유를 키우는 집이 많이 있었어. 그리고 머글 사회에 자주 이 필방이 빠져나가서 화재를 일으켰지. 지금 이 녀석은 무기님이 부적으로 잡아뒀단다. '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른다니. 최고잖아. 레오는 잠깐 상상에 잠겼다. 나타나는것 만으로 불을 지르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것.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감히 시비를 걸지 못하고 무시하지 못하는 그런것. 최고잖아. 레오는 이히히, 하고 작게 그리고 조금은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 만져볼 수 있어요? 그럼 저요! 저! "
왼 손을 번쩍 들자 다시 통증이 아려온다. 너무 신났던 모양이야.
" 가아아아...Scheiße.... "
몸을 웅크리고 잠깐 통증을 참던 레오는 또 심장이 뛸 때 마다 다친 부위가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욱신욱신. 이빨을 꽉 깨물고 그게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고통이 가시자 앞으로 나섰다. 만져볼 수 있다면 역시 최고가 좋겠지. 레오는 필방을 향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가 그 앞에 서서 잠깐동안 눈빛을 교환하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