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손을 들고 얼굴을 슥슥 문지르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주양은 다시 경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래서 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바로 꽂아넣듯이 말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어영부영 흐지부지한 반응보다도 훨씬 지켜볼 맛이 나면서, 훨씬 만족스러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일이었으니. 그리고 가끔은 느끼는 걸 그대로 말하는 것이 주양이 느끼기에는 안 좋을때도 있었다. 이야기 흐름을 타고 이야기를 꺼내놓다 보니 어느샌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지금. 주양의 기분은 꽤나 오묘했다. 불쾌함은 아니었으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어머나~.. 그렇게 느꼈다면, 사람 잘못 본 거야. 설탕발린 좋은 말 쯤은 나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거니까~? 악인이라도. 선인이라도. 그래. 그 누구든 할수 있는 이야기니까, 못 들은걸로 할게!"
꽤 심오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만 결국 요점은 마지막에 못 들은걸로 하겠다는 한 마디 이야기였다. 자신이 느끼기에 자신이 과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인가? 한다면 그건 아니었으니까. 인지부조화를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기 자신이 만든 인지부조화. 그리고 자신이 고치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뒤바꾸는 모습.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아무튼 그것은 뒤로 미뤄두고. 농담의 끝을 알리듯 당신의 표정에서 장난스러움이 담긴 미소가 지워진다. 자신이 쭉 들고갈 수 없는 그런 진중한 분위기였으나, 이성이 허락하는 한계선까지는 지금의 분위기에 편승하기로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감님의 정보. 무기 사감님이라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입학식 겸 개학식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면접을 보고 사라지던 그 사감님. 이래저래 의문이 드는 그 사감님은, 어떤 정보를 주었기에.
"음흠.. 정확한 일은 비밀인걸까나. 무기 사감님은 어느정도 알고 계신다는 뜻일텐데, 이왕 알려주실거 제대로 말해주시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뭔가. 엄청 심각한 이야기네~? 모든 것이 꺾여버린다. 라.."
누구 마음대로. 당신에게 들은 말을 다시 읊조리면서 반사적으로 주양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자신이 세운 미래의 계획이 그대로 유지되기 전까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무엇도 맥없이 꺾여버릴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계획도 앞날도 가로막히게 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직 내기가. 일생일대의. 자신의 향후를 판가름지을, 건 사감님과의 내기가 남아있는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위험하다면 그걸 즐길 뿐이야! 자고로 인생은 그런 아찔함을 느끼며 감정 기복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야 진짜 사람 사는 맛이 날테니까. 평온한게 무슨 재미야~ 안 그래? 아무튼.. 뭔가. 주작님의 신탁에서 들었던. 학원에 숨어든 쥐새끼들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거든. 그래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도 들었고."
주작에게서 들었던 신탁 내용을 슬쩍 꺼내놓으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이고 말을 덧얹었다. 요약하자면,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느니. 쥐가 누군지 감이 안 잡힌다느니. 그리고 정말 누구도 믿지 않았다가는 꺾이는 길을 택할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장황하고 긴 자신만의 이야기었다. 아무튼 주양이 다짐한 것이 있다면, 그 위험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그 어떤 리스크도 감수하며 즐기겠노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늘 그런 위험들을 뒤쫓으며, 난 아직 살아있다! 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 기분을 놓칠 리 만무했다.
"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다 쫓아낼게! 너는 안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주면 될 것 같아!"
주변에 있는 몇몇에게 손짓발짓몸짓을 다 하며 멀리 쫓아냈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한판 붙자는 뜻으로 간주하겠다는 위협도 빼먹지 않았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할. 자신에게만 슬쩍 전달될 그 이야기가, 꽤 많이 궁금했던 탓이다.
>>555 음 좋아 오늘 구몬도 완벽해~ 100점! :D 헉 근데 재촉 으아악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마감 기한 전까지 제출할테니까 제발 부디 재촉만은..! (?????) 일단 3번 참고 나서는 그때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구나 역시 현궁 힘캐다워.. 미소가 굉장히 무서우면서 불길한걸..? (덜덜)
" 친해..? 내가? 얘랑? 그래보인다고? 내가? 진짜로? 너 혹시 머리다쳤어? 아니면 눈이 잘 안보인다던가..? "
레오는 자기가 다친 것도 잠시 잊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이 들어가자 한 번더 통증이 찾아와 레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고개를 숙였고 잡고있던 주양의 어깨를 더욱 꽉 잡았다. 심장이 뛸 때마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영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다. 주변에서 이따금씩 보이는 반응이었다. 사실 레오와 주양은 친한것이 아니냐고. 그럴 때마다 그걸 반대하는 증거라도 보이듯 레오는 기분나쁘다며 주먹을 날리곤 했고 그 자리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야, 너. 아까부터 꼬맹이 꼬맹이 하는데. 나는 뭐 좋은 줄 알아? 진짜 혀를 뽑아버릴까보다. 주둥이 조심해. 주둥이. "
지속되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한 쪽 눈만 간신히 떠서 주양을 째려보며 레오는 그렇게 말했다. 어쩌다보니 정말죽일듯한 살기를 띈 눈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그런것은 아니었다. 정말 어디까지나 아파서 그런 것이었으니까. 레오는 한번더 입 조심해. 하고 말하며 왼손을 들어 툭, 하고 어깨를 쳤다.
" 잘 모르는 널 위해서 얘기해주자면.. 얘는 그러니까... 음.. 뭐라고할까.. 자기 주제를 모른다고 해야하나..? "
사실 주제를 모르는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설사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오가 그리 쉽게 고개를 숙이고 할 사람은 아니었다. 싸우고 있는 것도 근소하게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조차 아니었으니까.
" 맨날 나한테 덤비다가 개밥이 되는 아야야.... 사람이야.. "
말하던 도중에 통증이 밀려와 이빨을 꽉 깨물고 잠깐 신음하던 레오는 기어이 할 말을 마쳤다. 단태에게도, 주양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은 전해두었다. 어찌되었던 자기때문에 옷이 더러워졌고 핏물은 빨아도 제대로 사라지지도 않을테니까. 순간 정신이 흐려져 잠들뻔했다. 레오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네. 하고 생각하면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 언제 도착해... 나 오래 버티기는 힘들것 같은데.. "
나 진짜 아프다니까. 레오는 한 번더 그렇게 덧붙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런것 뿐이었으니까.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지팡이가 손에 있다면 레오는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하긴. 전부 죽여버려야지.
서로 네가 착해 너도 착해, 이대로라면 부정을 긍정적으로 부정하는 칭찬의 연쇄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런 전개로 흐르지는 않는 듯했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니 반절은 본심이면서도 또 절반은 주양을 놀리려는 듯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주양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 칭찬 릴레이로 귀결되는 상황을 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누구 마음대로, 라는 중얼거림에 그의 눈이 의외성의 의미를 담고 커진다. 좀처럼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반응이 먼저 나올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 했는데. 결국 그도 과도한 진중함은 잠시 던져두기로 했다.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임에도, 이상하게도 주양과 함께 얘기하니 음울한 기분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주양이라면 꼭 다가올 모든 적들을 쥐어패서 쫓아줄 것만 같다는 든든함. 허황될지언정 유쾌한 안도감이 들어온 것이다. 그는 설핏 웃고는 말을 잇는다.
"아쉽네요. 저는 편안하고 변함없는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렇지만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섭하다는 건 저도 동의해요."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신과 주양을 한 번씩 가리켰다. 머리부터 쫄딱 젖은 사람이 둘. 좀 전까지 있었던 짧은 소동을 말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미래의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다셨어요. 그리고… '쥐'를 언급했었죠. '쥐'가 학생들을 돕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주작이 말씀하신 '쥐새끼'와 '쥐'는 다른 존재를 말하는 걸까요?"
어감부터 문장이 담은 의미적 해석까지 모두 반대된다. 한쪽은 의심하고 경계하라, 다른 한쪽은 안심해도 된다. 하지만 두 쥐들에게는 공동점이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숨어들어 어딘가에서 각자의 암약을 치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쥐며 쥐새끼라 지칭되는 자들은 언제부터 숨어든 것이지?
"참, 그렇다면 제가 그 쥐새끼일 수도 있는데. 제 말은 믿으실 건가요?"
누구도 믿지 말라, 비단 신탁이 아니고서도 세상을 살며 필수적으로 체득해야 하는 자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주양이 어째서 제 말을 무턱대고 의심하지 않는지를 돌연 묻고 싶어진다. 얼굴은 여전히 주양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표정만은 조금 풀어져 그저 가벼운 잡담을 하듯한 태도였다.
그러다 그는 또 결국 진지한 물음은 물려버렸다. 양아치 거위라도 된 듯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며 죄다 쫓아버리는 상황의 한가운데에서는 도무지 엄숙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기분도 나쁘지만은 않아서, 그는 일을 해치운 주양을 부드럽게 부르고선 아래를 가리킨다. 파도의 포말이 끊임없이 사그라지는 모래땅 위, 그곳에 손가락을 가져가 직선형의 두 글자를 그려낸다. 그것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