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주둥이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바로 달려들 기세였다. 저 기세를 알고 있기에, 단태는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다행히,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레오는, 자신의 단짝이 챙기고 있었다. 친구이지만 절대로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없는 평행선을 유지하는 관계의, 단짝. 그제야 단태는 걱정하던 기색을 거둘 수 있었다. 내 적에게 집중하기도 모자른데, 그것을 나눠서 신경쓴다는 것 자체가 단태에게는 버거웠다.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이런."
임페리오 저주가 자신의 바로 옆에 서있는 그에게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가 흘끗, 엘로프를 기민하게 살폈다. 지팡이를 쥔 손이 아닌 그의 손을 받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던 손이 말아쥐어졌다. "이번에는 입장이 반대네. 달링." 마른 기침이 터져나왔다. 체격의 차이가, 자신을 짓누른다. 목이 쥐어지는 감각과 밀어 넘어트리려는 무게 사이에서 단태는 지팡이를 아래로 떨어트리면서 동시에 목을 쥔 손목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체중을 실으려했다. 조금이라도 비틀거렸다면, 단태는 무자비하게 엘로프의 복부를 무릎으로 걷어차려했다.
모두를 돌아보던 중 자신과 마주쳤던 분홍빛 눈을 그녀는 기억할 것이다. 그 손이 쓰다듬던 매의 모습도.
한방 먹였으니 그만큼 돌아올 거란 건 여기 올 때부터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게 크루시오가 될 줄은, 알았으되 몰랐다고 하자. 반격을 하는 건 상대지 그녀가 아니니까.
"크흑!"
고통의 저주는 빠르게 전신을 집어삼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의 다리가 버텨주었다는 것 일까. 그를 안고 웃음짓던 것도 잠시였다. 그대로 무너져 쓰러지지 않으려고 다소 고집스럽게 그를 붙든다. 고통으로 떨리는 몸은 힘이 들어갈수록 더욱 괴롭다. 발버둥칠수록 힘든 저주. 그저 어서 이 아픔이 가시기만을 바라는 그녀에게 그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슬픈 듯 말하지만 그게 진심이 아닌 것 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표정과 달리 말투에선 희미한 기쁨이 느껴졌으니까. 애시당초 그녀는 내키는 대로 굴려고 한 거지 그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그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물러도 되겠다 판단한 거라면 그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는 확답을 받아야만 했지.
"...저들을.. 물러달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가버리진, 않을 거죠? 응? 선배, 옆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 약속을 했던가. 고통으로 흐린 의식 속에 기억은 온전치 않다. 그러니 그랬지 않느냐며 답지 않은 고집과 함께 겨우 목소리를 뒤어짜낸다.
그는 속삭이듯 말하곤 턱짓을 했습니다. 무언가가 당신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칩니다. 어차피, 보이지는 않습니다.
' 죽여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
탈이 부숴지자, 붉게 빛나는 적안이 보입니다. 독특하게 세로동공입니다. 그러고보면, 백정과 부네도 세로동공이지 않았던가요? 양반탈인 멜리스는 자신의 탈이 조각난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렸습니다. 곧, 피를 토하며 으르렁거렸습니다. 각시탈 역시, 당신들 중 누군가에게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수 많은 독사가 당신들과 두 명의 주변을 에워싸듯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두 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숲 안 쪽에서, 사람들과 각시탈의 애완 동물을 데리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지팡이로 머리를 틀어 묶었고 치파오를 입은 장신의 남성이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습니다. 남성의 얼굴은 알기 어렵습니다. 할미탈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요.
' 주인님의 명이다, 돌아가자. ' ' ...... '
남성은 반으로 쪼개진 양반의 탈을 발견했고 천천히, 자신의 머리를 고정시킨 지팡이를 뽑았습니다. 백발이 풍성하게 내려옵니다.
' *레파로 '
*물건을 고치는 주문.
양반의 탈이 다시 완전히 고쳐졌습니다. 할미탈을 쓴 남성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 이게 뭔 난리야.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주인님의 탈은 왜 부숴먹었고. 초랭이가 머글 시체 두 구 구했으니까, 체와 고조의 먹이로는 만족하지? ' ' ...... '
각시탈의 손짓에 두 마리의 짐승이 각시탈 주변으로 모였습니다. 각시탈과 양반탈이 자신들의 탈을 만지자, 순식간에 두 사람과 두 마리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할미탈을 쓴 남성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금지된 숲에서 나온 사람들은 홀린 것처럼 학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임페리오 주문을 걸었어. 다행히도, 아무도 안 죽었더라고. 안심되지 않니? '
온후한 어투로 물으며, 그는 레오에게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다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뭐, 나는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난, [매구]의 직속 수족이기도 한 탈 중 하나인 [할미탈]이란다. 이것저것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을텐데... '
남자가 쉭쉭대는 소리를 내자, 주변에 모여있던 뱀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 하나씩만, 질문 대답해줄게. 그걸로 날 보내주면 안 될까? 망나니가 집에 있어서 그 놈을 감시해야 하거든. '
내가 담당 일진이라, 할미탈이 픽 웃으며 말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질문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