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속이 너무 안좋다. 도대체 그 말머리 자식 뭔 짓거리를 한거지, 아니면 내가 오늘 뭘 잘못먹은건가, 메슥거리는 속을 계속 다스리려고 노력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나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지팡이를 휘두르려 한다. 그와중에 부엉이 한마리가 자신의 등짝을 할퀴었고, 그 덕분에 조금 정신이 맑아진 것인지 그는 그대로 돌맹이를 몇개 집어들었다.
"잉고르지오...."
피곤한 몸뚱이를 겨우겨우 가다듬으며 그가 히죽 웃어보인다. 아 그래 이제야 좀 정신이 드네, 그래도 아직은 무리인가. 동시에 그의 마법으로 몸을 바위만큼이나 키운 돌맹이들이 나타났고, 그는 그것에 그대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말했다.
"콘프링고(Confringo)!!"
폭파 저주, 물론 적을 향해서 쏘는게 정상이겠지만 그는 바위에 휘둘렀고, 폭파 저주에 직격당한 바위는 터져나가며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다행히 이정도 거리라면 분명히, 파편 몇개 정도는 적에게 맞출수 있으리라.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마법은 그냥 평소 쓰던거 쓰자. 익숙하지 않은 마법은 싸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지팡이를 각시에게 겨누려던 찰나. 다시 그 빌어먹을 주문이 들려왔다. 어째. 맞는 대상마다 자신이 아는 얼굴들인데. 다시 주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아. 이젠 더 떠들기도 입이 아프고. 더 이상 감정을 표현하는것도 지긋지긋하건만. 어쩜 이렇게 사람을 확실히 도발해주는 것일까.
"하여튼.. 한 놈 때리려고 하면 또 다른 한 놈이 주목을 끌고. 이건 너무한 거 아냐~?"
한쪽에 집중하지를 못하겠잖아, 이래선. 주양은 짧게 혀를 차고서. 조금 거리를 좁혔다. 중거리에서 연사하는게 먹히지 않는다면 다음은 가까운 1선에서 짜릿하게 놀아보는거지. 물론 주양은 전투광이 아니라, 굳이굳이 거리를 좁힌 것에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꼬맹이. 죽은 건 아니지~? 너 아직 그때 이후로 나한테 언니라고 한번도 안 했다?"
내기. 아직 유효하다구. 주양은 한쩍 눈을 찡긋이며 당신을 안전한 곳까지 끌어와 적당히 앉혀 두었다. 상처도 꽤 깊었고. 이건.. 아무리 라이벌인 자신이라도 썩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지금의 행동을 호의라고 치부하기에는. 주양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내기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으로 다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시키고 나서야 안심하고 일어나 탈을 향해 걸어가며. 다시 지팡이를 겨누었다.
살면서 이토록 행복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 돌이켜 보면 있다. 기억조차 흐린 아주 옛적의 추억, 닳고 닳아서 이제는 산산조각난 기억의 편린에서 그 비슷한 것을 찾아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뇌가 씻겨져나갈 것만 같은 황홀감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위기에 달한 본능이 울려대는 경종―불안, 걱정, 두려움, 염려, 그 모든 것들이 흐려지며 아득해진다. 방금까지 무엇을 그리도 걱정했는가. 적들을 막아내지 못 한다면 죽는 것보다도 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던 것만 같은데, 그게 어때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행복하게 목숨 다할 수 있다면 삶은 그것으로 가치 있게 되겠지,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당하는 고통은 지금으로 족해서…….
이성을 잃은 육체가 제 곁의 친우를 덮쳐든다. 그는 단태의 목을 틀어쥐고 몸을 밀어 짓누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