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핀도가 날아와 밧줄이 풀리는 것을 본 레오는 하, 참,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곤 저벅저벅 다가갔다. 무시당하는 기분 한 개 적립. 레오는 몸을 던져 들이받아 눕혀버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 턱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어차피 저기로 걸어간다면 좋은 꼴은 못 볼테니까 잠깐 누워있어. 레오는 기절한 것을 확인하곤 일어서서 얼굴에 대고 하-하! 하고 웃어주었다.
" 야! 또 해봐! 어? 또 해봐! 아까 뭐 슥슥 잘 풀고 나오더만 또 해보라고! 못 일어나? 못 일어나냐? 응? 못 일어나네? 좀 누워있어라, 응? "
다시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든 레오는 주변의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충 파악해보면 저 두 명이 이 사건의 원흉이겠고. 임페리오를 쓰는 것을 보면 그 탈쟁이들과 한 패겠구나. 교수님이 학생을 향해 주문을 쏜다. 친한 친구가 이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두 명. 무려 두 명이 인형처럼 돌아가는 꼴을 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레오는 자신이 이 상황과 다르게 동 떨어져있다고 느꼈다.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저도 수포로 돌아갔으니까.
" 단태, 그만. 더 이상 하면 나 정말 참지 못할것같아. "
앞을 막아섰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 저 년들이 이 사태의 원흉이란말이지. 레오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 야, 비켜. "
어차피 나한테 신경을 안쓰는 것 같은데. 레오는 막아서던 것도 잠시 앞으로 걸어나가며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밀치고 나갔다. 그러니까, 나를 무시했다는 거지. 여기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있는데도 무시했다는 거지.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싸움을 시작하기전의 그 느낌처럼.
어떻게 봐도 좋게 봐줄 수 없는 울림에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래도 금지된 숲으로 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소의 위험은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걸. 적어도 그들이 그를 공격할 일은 없을테니 저번처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홀린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간다.
숲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학생들과 심지어 교수들도 보였다. 그녀 역시 그가 귀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 행렬 속에 있었겠지. 주변을 슬쩍 둘러보자 그녀 외에도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몇 있는 듯 하다. 그새 아는 얼굴이 된 이들도 확인하다가,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니나 그 남성이 아닌 자들의 출현에 그런가보다, 하며 고개만 갸우뚱 하고 있었는데.
"흐음. 가만히는 못 있으려나."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각시탈이 저주를 날린 혜향 교수였다. 이러면 재수없게 튈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녀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라던 건 당신이었으니.
"잠깐 다녀올게요. 내 사랑."
낯간지러운 호칭도 과도한 동작도 그들에게 보란듯이 했단 걸 솔직히 인정한다. 키득 웃으며 그의 손을 놓고 혜향 교수에게 달려간다. 고의가 아닌 이상 그를 노릴 가능성이 없는 탈들보다, 실수로라도 그를 노릴 수 있는 혜향 교수를 먼저... 제외시키기 위해. 전에 그를 기절시켰을 때처럼 그녀가 손날을 세워 혜향 교수의 뒷목을 친다.
잠에서 덜 깨어난듯한 기분이 자신을 덮쳐왔다. 기분 좋게 푹 잤을때의 그 기분이 아니라, 꿀잠을 청하던 도중 강제로 잠이 깨워진듯한 불쾌함이었다. 청이 쪼아대고 할퀴어서 깨어나도 이것보다는 기분이 좋겠다. 아직도 귓가에서 그 짜증나는 애새끼 울음소리가 맴도는 듯 싶었다. 게다가 답답하게 이런 마스크는 언제 끼고 나왔담. 주양은 마스크를 내리고 깊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 말고도 다른 학생들이 한가득이다. 뭐야 이게.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
"어라. 처음 뵙겠습니다~?"
썩 좋은 뜻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먹이. 사냥? 누구 마음대로. 그리고 이어지는 임페리오의 향연에 정신이 꽤나 아찔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사람들도 탈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던가. 저렇게 탈을 쓰고 있지는 않았으나, 자신에게 크루시오를 연타로 먹였던 자들의 동료일까. 그러면. 이전의 분풀이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신과 친한 현궁 친구가. 임페리오를 맞는 걸 보며 주양은 이를 꾹 악물었다가, 이윽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이만 눈 앞에서 사라져주시길."
엑스펄소. 폭파 마법을 읊조리며 임페리오를 쓴 자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중간에 혜향 교수님의 스투페파이를 맞을 뻔 했으나 빗나간것에 대해 조금은 안도하며.
.dice 1 2. = 2 공격 - 양반탈
이윽고 주양은 명중하든 안했든, 뒤를 돌아 적극적으로 어그로를 끌었다. 친애하는 여보. 동시에. 절대 내 이해자가 될 수 없는 사람.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지금만큼은 네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없던 일로 치부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차라리 네 지팡이가 나를 향하기를 빌면서.
"거기. 방금 저주마법 맞은 우리 친애하는 여보야~? 그 느긋느긋한 몸짓으로 나좀 줘패보지 않을래? 뭔가. 여보야의 몸놀림보다 청이 날아다니는게 더 빠를것 같은데~"
일단 상황이 매우 끔찍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먹이, 사냥, 이제는 익숙하게 들릴 지경이 된 임페리오까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방에 틀어박혀 사태가 어떻게 되든 숨어 있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법도 제대로 조준 못 하는 주제에 뭘 하겠다고?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금지된 주문이 완성되는 동시, 번뜩이는 빛이 밤중의 어둠을 스쳐 곁으로 꽂혔다. 무언가가 마법에 닿은 듯한 작은 소리, 분명 방금까지 그의 옆에는…
"이 꽉 깨물자."
임페리오에 걸렸으니 듣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도 예의상의 경고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디 내 주먹이 이빨이나 머리나 뒤통수 등등은 무사하게 해주길. 그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단태의 머리가 있을 지점에 주먹을 꽂았다.
학생의 말에, 단태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줬다. 잠자코 그 뒤를 따라 숲으로 가보니 아주 장관이었다. 주단태의 시선이 모여있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훑어보다가 두 여성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러다가 곧, 주변을 배회하며 날아다니는 네발 달린 짐승에 꽂혔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짐승을 바라봤다. 단태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이게 무슨 일이람?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걸 아래로 떨어트리고 싶은데." 탈. 단태는 그들과의 첫만남에서 그들을 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느물하게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꺼내지 않고 짐승을 바라보던 암적색 눈동자가 깜빡여지고 아래를 향했다가 똑바로 두 여성에게 향하고, 짐승이 배회하고 있는 여성-각시탈-에게 향하려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임페리오 저주라는 걸 인지하기도 전이였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며 주단태의 몸이 방향을 틀었다. 탈들이 아닌 학생들을 향한 방향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레오의 목을 향해-
뱀의 팔찌가 채워진 얄쌍한 손목이 인상적인, 단단한 손이 뻗어졌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단태는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였을 뿐이다.
그는 아예 멱살을 틀어잡으려 하며 다시 한 번 주먹을 올렸다. 주문을 맞은 쪽은 그가 아닌데도, 전투 상황의 긴박감이 자제력을 낮췄다. 하지만 생사 확인을 할 여유도 거기까지였다. 난전이 휘말린 사람들의 편의를 보아줄 리 없다. 크루시오, 또다시 주문이 이곳으로 쇄도하고 그 대상은 이번에도 그 곁의…….
참고 참았던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이미 한발은 늦었지만 뒤늦게 보호 마법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한쪽 손은 단태를 꽉 붙들어두려 하고 있었다.
기절하는 혜향 교수를 그래도 교수라고 잡아서 바닥에 나뒹구는 것만은 막아준다. 잡았다고 하나 옷의 목덜미를 잡았기 때문에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그냥 나뒹구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일까. 적당히 외야로 끌어 데려다놓다가 자신을 뚫을 듯한 시선에 뒤를 돌아 각시탈을 본다.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정확히 노려보는 시선에 그녀는 약올리듯 히죽 웃었다. 각시탈이 내지르는 고성에 그녀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진다.
"누굴 노리는거야. 너 눈은 장식이야?"
분노로 눈이 멀었는지 어쨌는지, 때마침 크루시오에 걸린 레오에게 거듭 공격을 가하는 각시탈을 보며 하핫! 소리내어 웃는다. 눈가는 일그러뜨리고 한쪽 입꼬리만 올린, 기묘한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고정하던 지팡이를 스륵 뽑는다. 요령 좋게 뭉쳐 있던 은빛 머리칼이 출렁이며 흘러내리고 그녀의 손이 각시탈을 향한다.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목이 잡혔다. 뱀 모양 팔찌, 예쁘네. 그런 잡생각이 지나갈때까지 레오는 주먹을 들지 않았다. 한 방 먹이려면 먹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너는 나한테 처음으로 살갑게 대해줬으니 제압하는것도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어. 레오가 한 것이라곤 가만히 째려보는 것 뿐이었다. 주먹이 날아들고 풀려났다. 잡혔던 목을 문지르다가 다시 탈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머리르 쓸어넘기고 어떻게 하려고 했더라. 지팡이를 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했었지. 봄바르다를 쓸까, 인센디오를 쓸까. 아니면 리덕토를 먹여줄 수도 있고 스투페파이를 날려서 기절시킬수도 있었지. 아, 아니야. 버니가 가르쳐줬잖아.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차면 쓸 수 있는 주문. 오직 너를 괴롭히고 소리지르는 꼴을 보고 죽이고 상처입히고 바닥에서 구르고 살려달라고 비는 꼴을 보고 싶을때 쓰는 마법. 그 마법의 이름은.
" 아, 아!!!!!!!!!!!!!!! 이 개년아!!!!!!!!! 죽여버린다!!!!!!!!!!!!!!! 그만, 그만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 다시 느껴진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타는 느낌. 쥐고있던 지팡이도 놓아버리고 그대로 무너져내려버렸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잠깐이었고 숨이 막혀 소리가 질러지지도 않았다고나 할까. 여전히 감당안되는 고통이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 분노도 증오도 화도 전부 사라지고 살고싶다는 절망감이 남는 기분. 바닥의 풀을 쥐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무력한 상황.
" 아!!!!!!!!!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거야!!!!!!!!!!!! 이 개새끼들아 그만해!!!!!!!!!!! "
그래도 오감은 살아있었다. 눈이 보였고, 냄새가 맡아졌고, 소리가 들렸으며 입 안에서는 단맛이 느껴졌고 바닥을 기는 피부의 느낌이 느껴졌다. 처음 귀로 들은 것은 '섹튬셈프라' 라는 주문이었고 그 다음으로 본 것은 지팡이 끝이 살짝 빛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부로 느낀 것은 몸이 베이는 느낌. 빗나가서 맞은 느낌이다. 섹튬셈프라는 절단에 가까운 마법이라 제대로 맞았다면 몸이 두동강 났겠지만 다행인지 베이는 정도에서 끝날 수 있었다. 배에, 가슴께에, 팔에. 날이 선 예리한 칼에 베이는 느낌이 들고 입고있던 옷이 붉게 물드는 것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레오는 입을 열어 이미 거리가 조금 벌어진 자신의 학원 사람들에게, 친구들과 교수들에게 말했다.
손에 쥔 건 누구의 것? 생각을 하기가 싫었다. 구름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둥실둥실 떠오르는 고양감이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날 내버려둬. 단태의 손이 망설이지 않고 레오의 목을 쥐었고 그대로 조르려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임페리오 저주를 맞은 주단태가 기어코 지팡이를 꺼내게 만들었다. 단태의 손에 들려진 지팡이가 주양에게 향하고 주문을 외우는 소리보다, 단태에게 향하는 공격이 더 빨랐다.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일까.
엘로프의 주먹이 그대로 꽂혔다. 그러니까, 엘로프가 주단태보다 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필연적으로 단태의 머리 부분을 노리기 마련이였고, 아주 운이 나쁘게도 엘로프의 주먹은 단태의 얼굴을 힘껏 후려쳐서 임페리오에서 강제로 풀려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다. 효과적이였다. 나가떨어지지 않은 건,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였다.
"- 우리 자기. 다음부터는 조금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을래? 그리고 이거는 좀 놔주라. 달링."
입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이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게 꽤 자연스러웠다. 단태는 자신의 이빨이 멀쩡하게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빼낸 뒤 입안에 잔뜩 고여있는 피섞인 침을 바닥에 뱉으며 엘로프에게 헤죽 - 웃으며 중얼거리고(멱살이 잡혔어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는 주양에게 윙크를 해보였다. 하지만, 그 여유도 아주 찰나였다. 단태는 연달아 이어지는 주문이 레오에게 명중하는 걸 보며 웃음기를 거둔다.
아. 빗나갔나. 주양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빌어먹을 지팡이 같으니. 이럴때는 말을 참 안 듣는단 말이지. 그래도 자신이 마로 단태의 주의를 끌기 위해 돌아섰으니 빗맞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적어도.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보다. 차라리 주문이 빗나가는 것이 훨씬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 너, 이 빌어쳐먹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깊은 분노였다. 크루시오, 섹튬셈프라. 기분 나쁜 마법 영창이 향하는 건. 누구? 눈동자를 천천히 돌리고. 검은자를 확 좁히며 각시탈을 쓴 자를 노려보았다. 지금 누가 화를 내고. 누가 이를 갈아야 하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받아들일수도. 용납할수도 없었다. 오늘의 모든 것이. 아니. 탈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그저 이해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할 일 투성이였다.
째지는 웃음소리를 높여 경박하게 한바탕 웃어재끼고.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올려묶었다.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는 거지. 내 앞에서 지금. 두번 연속으로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을 그렇게.
".. 당신들은 기본 예절도 없나봐. 응? 최소한의 예의범절은 그 옆에서 퍼덕거리는 닭대가리한테나 던져주셨나."
머리끈을 묶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처음의 임페리오는 정신력을 총동원시켜. 이를 꾹 악무는것 만으로 참았다. 그녀와 나눈 대화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임페리오를 맞은 사람은,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그렇기에 걱정하지만. 적어도 마법을 맞고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기에 인내심을 총동원하여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크루시오랑 섹튬셈프라는 아니지. 이건. 이건 아니지. 한 없이 중얼거리며 다시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미소지었다.
"후후후... 너도. 너도 한번 한 없이 데여봐. 그 작열통 속에서. 죽여달라고 싹싹 빌때까지 몸부림쳐봐! 인센디오!"
다시 양반탈에게 한 줄기 업화를 날렸다. 저 아이가 느꼈을 고통을. 그리고. 머나먼 과거에 제 동생이 느꼈을 그 타는 듯한 작열통을. 그대로 선사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