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읽을 시간이었다. 그는 환장할 표정을 짓는다. 산넘어 산이고, 고통 넘어 고통이다. 오늘은 과연 어떤 편지로 내 속을 뒤집어 놓으실까! 기숙사 방에서 불 붙이지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이리굴리고 저리굴리기만 반복하던 그의 고개가 순간 툭, 하고 꺾였다. 울음 소리 때문이다. 그의 탁한 경계가 더 탁해질 찰나 높은 매 울음과 함께 고통이 스몄다. 손등이 쪼여 얕은 생채기가 나고, 정신이 맑아졌다. 그는 백정을 한 번 보고는 편지를 아무렇지 않게 던져둔다. 쓸데없이 빠른 눈치가 빛을 발한다. 개수작이군. 그가 씹어뱉고 창문을 본다.
오. 오늘은 어떤 일이 나를 만성 위염과 편두통으로 인도할까. 그는 지팡이를 챙기고 팔을 든다. 기숙사 문을 열어 밖으로 향한다.
"이리 온, 아가. 그리고 달링, 내 피앙세. 편지는 내 라온에서 사람을 쓰마. 오늘은 본가로 가서 잔뜩 예쁨 받고 오려무나."
달링이 먼저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음, 배은망덕한 내 사랑. 그는 차라리 달링이 가버려서 안심이라 생각했다. 오늘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가득할 것 같았기에.
지독하게 들려오는 그건 마치 부르는 소리와 같았다. 착각할 뻔했다. 조카는 저렇게 울지 않는데. 그리고 아이의 울음 소리가 그쳤다. 그제서야,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편지를 보내기 위해 꺼냈던 양피지가 엉망이 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그걸 양손으로 뭉개낸 거지만. 서럽고, 급하게 찾는 그 울음 소리가 그치자 주단태는 아직 먹먹하게 귓바퀴 안에서 울려대는 것 같은 착각에 구겼던 양피지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손바닥 전체로 귀를 문지르면서 펼쳐져 있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하게 가늘어진다. 판단하기 전에 현궁에서 나가려는 학생 하나를 향해 주문을 외운다. "스투페파이." 기절 주문을 망설임 없이 외웠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있나. 그 사이를 못참고 자신을 지나쳐서 가려는 현궁 학생의 뒷덜미를 홱 낚아채듯이 잡아 붙들었을 것이다. 방향은.. 숲인가. 전부터 느끼는 건데 저 숲에는 뭐가 단단히 낀 것 같다니까.
…학원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일이 있나? 자연스럽게 일상의 순간을 파고들기 시작한 괴이한 소리에 그는 다른 무엇보다 불길함을 먼저 느꼈다. 이미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을 경계하고 있어왔던 참이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시작될 고난의 첫걸음이 되라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오래 기다려도 안 돌아오면 시끄럽게 울고 물건 부숴도 돼. 어떻게든 사람을 불러. 아니면 문을 박살내서라도 나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줘."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라쉬를 남기고 문을 닫아버렸다. 불운이 그득그득 낀 유언 같은 소리에 닫힌 문 저편에서 발톱 긁는 소리가 들렸지만, "콜로포터스." 잠금 마법까지 건 문을 쉽게 열지는 못하리라. 유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니 유사시엔 열 수 있겠지. 함께 휘말리는 건 지난번의 크루시오 사건만으로 족했다.
이제 문제는 수상한 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당장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부터가 문제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미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상태가 좋지 않은 듯했다. 불러도 묵묵부답, 단지 앞으로만 걸어가니……. 때마침 잘 된 일인가? 그는 제 곁을 지나가는 학생 하나를 붙잡은 채 그들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갔다.
레오가 날린 인카라서스가 주궁 학생 한 명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학생은 홀린 것처럼 기어갑니다. 아니, 누군가가 *디핀도 주문으로 밧줄을 풀었습니다.
' 피윗ㅡ! '
매로 변한 백정은 발렌타인의 어깨에 자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거부만 안하면, 거기에서 깃털을 고르겠죠.
' 부르는 게지. 먹이를. '
윤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펠리체의 손을 잡았습니다.
' .... 가야 해... 부르고 있어.. '
머리가 연하늘색인 현궁 학생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당신보다 학년이 높은 학생입니다.
[금지된 숲]
당신들이 금지된 숲에 도착했을 땐, 수 많은 학생과 교수들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두 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양반탈을 쓴 갈색 보브컷 머리, 왼 쪽 어깨에 검은색 케이프를 두르고 호박바지를 입은 여성이며, 다른 한 명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각시탈로 얼굴을 가린, 정장 차림의 여성입니다. 홀렸던 당신들도 모두 정신을 차렸습니다. 각시탈윽 쓴 여성의 주변을, 독수리를 닮고 네 발 달린 짐승이 배회하며 날아다닙니다.
' 전부 다 최면에 걸린 줄 알았는데..... ' ' 어쩔 수 없지. 뽀삐의 먹이로 아무 저항 없는 것보다는 저게 사냥할 맛이 나니까. '
양반탈을 쓴 여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각시탈을 쓴 여성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당신들에게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누구부터... 아. '
구석에 던져지듯 나동그라진 혜향 교수를 발견한 각시탈을 쓴 여성이 그에게로 다시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임페리오 ' ' .... '
임페리오 저주를 맞은 혜향 교수는 멍한 표정으로 .dice 1 7. = 5 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오! 도착한 광경이 아주 가관이다. 기이한 짐승과 탈. 그리고 학생과 교수. 선명한 주문. 임페리오. 일어난 교수, 흐려진 동공, 인형같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 그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겁에 질린 눈이었다. 임페리오!
그가 어떻게 이 끔찍한 저주를 모를 수 있을까? 그는 과거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었을 때 임페리오 소리만 들어도 깃펜을 부러트릴 정도로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불꺼진 눈동자와 한 손으로 끝단을 부드럽게 쥐고 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고이 쥔 지팡이. 손이 달달 떨렸다. 피투성이의 그 눈동자,비통한 울음이 가득하던 나의 어린날..
"아가."
그리고 그 두껍던 지팡이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하! 하하."
임페리오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 추종자의 짓이 틀림없다. 보았고, 들었고, 당한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그는 어깨에 앉은 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동자만 소리없이 굴러가고 동공이 점점 좁아진다.
"아가. 넌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니?"
입술을 여러번 달달 떨고나서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왔다.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향한다. 당신의 답을 들어야겠다. 당신이 만약 이렇게 추종자가 습격하여 학생을 조종할 줄 알고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