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웃음에 샐쭉 눈을 가늘게 뜬 채 단태가 헤죽 웃는다.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한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린 뒤,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 말대로 나도 꽤 잘생겼죠? 칭찬 고마워요.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재잘거린 뒤 단태는 농담이라는 양 숨죽여서 낄낄 웃었다.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남자의 말에 단태는 잠깐 남자를 바라봤다. 아이~ 하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알려주면 안돼요? 궁금한데~ 재잘거리며 덧붙히는 목소리는 진담과 거리가 좀 멀어보였다.
"음악이라면 어떤 음악이요? 그쪽한테 관심 많아서 물어보는거니까 대답해줄 수 있어요? 응?"
지근거리까지 바짝 다가간 단태가 남자에게 치근덕거리며 한 말이었다. 평소처럼 능청스럽고 능글맞게 뻔뻔스럽다. 그러다가 남자의 이어지는 말에 눈을 깜빡이는 건 당연했다. 지금 나한테 귀엽다고 한거야? 세상에- 귀엽다고? "음! 조금 부끄럽네요." 전혀 안부끄러운 얼굴로 중얼거리고 이상형을 고민했다. 그런거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이상형 자체를 염두에 둔 적이 없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연애는 사치라는 둥 같은 생각은 아니지만. 그딴 거 생각할 시간 없었으니까. "그럼 태민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되나? 한번도 안부르다보니 좀 어색하네. 그럼 술 마셔요. 나는 앞에서 무알콜 막걸리 같이 마셔줄게~"
같이 가도 되냐는 물음도 없이 단태는 그의 두루마기를 잡고 주막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우뚝 멈췄다. 아, 하는 탄식이 새었다.
그는 섹튬셈프라를 사용한 뒤 알아서 도망쳤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선을 느낀 그가 눈을 급하게 굴린다. 오, 당신. 하필이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와 당신은 상극이다. 그는 본성을 경박함으로 포장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 교묘하게 숨어 농락하지 않은가. 저번의 일도 그의 신경을 자극했는데, 이번에도 당신이 나타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신이 또 속을 긁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두통은 갈수록 심해졌고, 이젠 제정신을 가누는 것도 힘들다. 흐려진 정신 사이로 그가 당신을 향해 눈을 흘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지켜보는 당신의 시선은 용과 같으나 서양의 용과 동양의 용은 다른 법이다. 그의 시선에서 당신이 악일지 선일지는 모른다. 아니, 당신이 타인이 보더라도 선일지언정 그는 어떨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는 끝까지 닫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꺼내지 아니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알려봤자 좋을 일 없는 이야기, 공감따위 바라지 않는 고통… 우리는 길을 걷되 평행선을 걷는다.
"네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본성은 그런것이다. 당신은 등용문에 오르는 용의 본성을 가졌다면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본성을 가진 것이다. 지극히 오만하고, 예민한 본성을. 마치 죽음을 인지한 자에게만 나타난다는 세스트랄처럼. 그가 미간을 좁힌다. 코에서 흐른 피가 턱을 타고 흐르고, 멎을 기미는 없다. 그가 다시금 묻는다.
"바라는 것이라도 있나보지?"
그가 입술을 비틀어 날카롭게 웃는다. 당신의 손을 바라보던 그는 비틀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지도 못한다. 손을 죽어도 뻗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 문다.
"…손 대지 마."
내게 정을 보이지도 말고 감정을 보이지 말라는 은연의 뜻 사이로, 그는 또 시야가 점멸됐는지 비틀거리곤 결국 손을 잡았다. 다시금 욕설이 치민다. Fxxk. 그는 당신을 노려보듯 하며 낮게 입술을 달싹였다.
"이득 따위는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 서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남자의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 이전에 남자라고 말한다. 회색의 옷을 즐겨 입던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었다. 마법사도, 머글도 되지 못한 반푼이 혼혈이라고는 하지만 50 평생 길을 걸어오며 잊지 않은 단 한가지의 길, 그것은 본인이 남자라는 것, 어린 그의 뇌리에 박힌채 그에게 많은 길을 제시한 그것이 지금까지의 리안을 지탱하는 것이었다.
"그대로 손을 잡고 일어서시는겁니다. 결국 일어서는 것은, 발렌타인 형님의 의지니까요."
이를 갈아붙이며 자신을 대하는 발렌타인의 모습에 그는 천천히 그가 놓칠거 같은 지팡이를 나머지 한손으로 이용해 지팡이를 쥐어준다음 그대로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아주 근접한 거리,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아주 약간의 힘만으로도 움직여서 그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으리라, 아무리 그래도 아까전의 마법의 위력을 봤을때 충분히 자신을 죽일수 있는 거리, 하지만 그는 전혀 자신의 목숨따위 아깝지 않았다. 그 의지만 있다면 언제나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는게 남자니까.
"원하신다면, 여기서 제 목숨을 거둬가시도록 하십시요.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존중하도록 하지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편안하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딱딱한 어조였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여러가지를 대답할 그였으리라.
"일부러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래 사람—머글, 마법사를 모두 포함해서—은 서로 반목하고 이해하며 그렇게 지내는것이니까요. 모든 것은 순리에 따르는 겁니다."
그렇게 발렌타인의 말에 답변한 그가 천천히 그를 데리고 좀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움직인다. 발렌타인을 배려해서, 눈에 띄는 상황을 최대한 배제시키는 행동이리라.
그냥 잡혀 휘둘렸다. 당신은 즐거워 웃고, 그는 앓는 소리를 낸다. 그는 당신을 뚱하니 노려보다 머리를 재차 쓸어넘긴다. 근사하고 단정하게 내려빗고 묶었던 머리가 물미역이 되었다. 느슨하게 묶었던 머리끈은 이와중에 물에 빠지면서 풀어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그가 입을 열다, 물이 치고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뱉어낸다.
"겁도 없군. 추종자가 회유할 지 누가 알겠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나마, 눈치 좋게 대답해줬다. 전자는 중의적인 의미기도 했다. 겁없이 점수에 도전하냐는 것과 추종자가 노리는데 두렵지도 않냐. 그는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다 시선을 옮긴다. 그의 감은 좋은 편이 아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가질 않나, 밀지를 않나. 뭐, 겁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 참. 혼자 갈 수 있네."
그리고 해변을 향해 팔을 뻗고 다리를 움직인다. 능숙한 물장구와 함께 헤엄을 치며 당신의 제안에 입술을 꼭 깨문다. "내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지 않겠나?" 하는 것이 퉁명스럽기도 하지만 제법 사람다운 반응이다.
하지만 세상 일 맘대로 될 리가 없다. 머리털 M자로 갈라진 두 명의 발레리노가 말하지 않나.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는 물살에 휭 떠밀려가다 결국 손을 잡았다.
"젠장."
초면보단 많이 나아진 모습이지만 이게 오늘만 있을 일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꽤 안타까운 일이리라.
흣칫. 하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까 뭔가 말하려던 타이밍에 자신이 물을 뿌리기는 했다만. 그게 그것 때문일까. 약간의 죄책감이 고개를 들.. 기는 무슨. 쉽게 죄책감이 든다면 주양이 아니다. 이래서 버릇은 잘 들여놔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긋난 방향으로 들여버리면 상당히 매너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니. 하여튼 죄책감 대신 든 것은 신기함이었다. 키에 어울리지 않는 뭔가 귀여운 기침소리. 그 바람에 주양은 미안해하는 모습 대신 입꼬리를 올린 채 당신의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
"음~ 과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쌤쌤인걸로 무마하는 건 어때~?"
당신의 말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게. 그러니까, 그 누구의 잘못도 묻지 않고 봐주거나 하는 일 없이 넘어가자는 뜻으로 이야기하며 다시 키득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잘잘못을 논하기에는 당신도, 자신도 꽤 충분히 즐긴 듯 싶었으니까. 던지지 않겠다는 이야기 대신 시정하겠다는 말이 들려오자 주양은 만족스럽게 웃음소리를 키웠다. 그래. 그래야 재밌지.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어디든 던져지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궁에 있는 얼음호수만 빼고.
"오호라~ 역시 아는구나? 맞아! 이 자리에는 없지만 이름은 청이고, 내 패밀리어이자..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깃돈이야. 뭐. 청은 그 사실을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이 뿌듯하고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되겠거니 싶었다. 건을 이어받으며 패밀리어와 이별하게 될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런 생각을 겪는다고 주양이 여태껏 가져왔던 마인드가 달라질 리는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이 생각하기에는 몹쓸 주인이겠지만.. 그래도 한 켠으로는 자신을 이해하기는 하겠지. 유일한 이해자이며, 인생의 반려와도 같은 존재였으니.
잠깐 깊은 생각에 잠기기는 했다만 빠져나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눈 앞에 있는. 털이 푹 잦어버리긴 했으나 여전히 특유의 귀여움과 귀티를 감추지 못하는 이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손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고. 곧 이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우뚝 치켜들고 있는 모습에 주양은 저도 모르게 누나미소를 지었다. 맙소사. 심장에 몹시 해롭고 유해하다.
"그렇구나~ 앞으로 누나랑 사이좋게 지내자, 응? .. 어머. 그런 거였구나! 그러면 당연히 얕은 곳으로 가줘야지. 그래야 너도 불편하지 않을거고 이 아가도 좀 마음이 편할테니까~"
라쉬와 눈을 맞추고 사이좋게 지내자며 말한 주양은 곧 당신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하긴. 이렇게 큰 강아지가 등 위에 올라와있다면 심히 무거울 것이다. 자신의 허리 건강은 무사했으나 이대로 간다면 이번에는 당신의 허리 건강이 무사하지 못할것만 같은 느낌에, 주양은 얼른 얕은 곳을 향하기로 했다. 몰론 혼자 휑하니 나가버릴 수는 없으니 어떻게 보조를 해 주면 좋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아. 하며 생긋 웃었다.
"으음~ 라쉬는 수영 잘 못하니까 내가 보조하고, 동시에 너도 내가 방향을 잡아주면 되겠다! 행여나 방향을 잘못 잡아서 깊은 곳으로 가보리면 큰일이잖아? 어때. 그렇게 해도 될까?"
방향을 잡아준다면 당신이 나오기 수월한것도 있었으나 다른 한 켠으로는 아까 만졌던 라쉬의 발바닥 느낌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고양이의 것만큼 말랑거리지는 않았기는 하다만 그래도 꽤 중독성 있는 발바닥 느낌이었기에 그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아아. 왜 사람은 이런 것에 늘 진심일까. 어쩌면 내기 이후로 혹하게 되는 것이 생기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라쉬를 잡아주며 스스로 헤엄쳐서 나오게 하는 선택지 대신, 안전하게 안아들고 나온다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었으니까.
"임페리오로 조종하면 조종했지 회유는 안 하지 않을까요? 선배 말마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그의 말처럼, 백궁 소속으로 명실상부한 순혈인 그녀를 추종자들이 회유하는 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았다. 그냥 사실만 나열해두고 보면 그래보일 뿐이다. 실상은 그녀의 말처럼 임페리오로 명령을 심어두고 후에 이용해먹는게 그들에게 더 유리할 터였다. 그것이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고. 독대 다음은 회유인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은근히 일렁인다.
해변 쪽으로 앞서 가있던 그녀가 건넨 말에 그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슬쩍 보인 듯도 싶다. 능숙히 헤엄을 치는 걸 보니 정말 도와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좀전의 별거 아닌 물살에도 흔들리던 그다. 얼마 못 오고 떠밀려가는 그에게 친히 손을 내주고 느릿하게 그녀 쪽으로 이끌었다. 재차 나온 욕설에 그것 봐요, 라고 말하듯 실실 웃으면서.
"이럴 때 도움 좀 받는다고 누가 뭐라 안 해요~ 아, 이거 제 점수 깎지 말라고 아부하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거짓은 없는지, 아니, 그 말만큼은 농담이 아닌지 아주 잠깐은 웃음기가 가신 듯도 싶다. 지금이야 이렇게 잘 떠들지 남들에게 뭐든 시시콜콜 털어놓는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한마디쯤은 해주는게 낫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착실하게 밀리지 않고 해변으로 나아간다. 한 손에 사람 하나를 달고도 재주좋게 나아가는 모습은 어릴 적 작고 아팠던 그녀는 그동안 키만 큰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녀가 앞서갔으니 발이 바닥에 닿는 것도 그녀가 먼저였다. 그녀는 단태 때 그랬던 것처럼 얕은 곳에 도달했다고 홀랑 손을 놓지 않고 그가 완전히 물에서 벗어날 때까지 도와주려 했다. 겸사겸사 엎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는 것도 도와줄 겸 해서 말이다. 그 전에 그가 손을 뺐다면 그대로 놓아줬을거고.
그렇게 갖은 수난을 겪은 바다를 벗어나 보송한 해변으로 올라섰을 때의 기분이란, 각자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이제 살겠다-가 제일 크지 않았을까. 그 다음은 그녀를 향한 원망, 복수, 뭐 그런게 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마냥 즐거워 할 뿐이었다. 시선은 할 말이 남은 것처럼 그를 줄곧 응시하고 있으면서.
>>7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럼~ 귀여운 땃주에게 반격하기 위해선 이정도 기출 변형은 써 줘야지! 자 나한테서 가져간 기력.. 돌려줘야지...? (쫘아아아아아아아압)
감정적인 쪽으로 다른 사람이랑 다른 면이라~ 헉 역시 땃태의 플러팅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할지도 몰라! (?)(땃주:쭈주 나가) 강아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가. 좋아 일단 메모해두고.. 나도 오늘부터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겠어. 땃태야 너가 개가 되라고 하면 난 개가 될 수 있어 오늘부터 난 땃태의 개야! 왈! 왈왈! (?????????)
>>78 으아아악 기력이 빨려버렷!! 기력이 빨린 땃쥐는 이미 죽어버리고 만 것이에요(???)((아무말)) 플러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럴 때마다 나 너무 좋아 왜냐면 이게 내가 원하는 반응이거든:D 강아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개냥이면 또 다를 수도? 음~~~ 아니 잠깐만 쭈주 왴ㅋㅋㅋㅋㅋㅋㅋ땃태의 개가ㅋㅋㅋㅋㅋㅋ된거야 아니 세상쓰 (이마 탁)
>>80 어허 쓰읍 땃주 이제는.. 이런 말을 하면 내가 뭐라고 할지 익숙하잖아..? 힐! 예토전생! 일어나라 망자들이여~! (????)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뭔가 캐 해석이 오너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되면 묘하게 뿌듯하고 좋지! :) 일단 개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건 확실한 것 같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만큼 시트캐들에게 진심이라는 이야기지~ ()
민 역시 자기주장이 소극적인 편은 아닌지라, 주양이 몇몇 문장을 생략했다고 곤란해하지 않았다. 그와 별개로 둘의 조합이 잘 맞는지는 지켜봐야알 문제였다. 주양이 생각한대로 민은 청궁과 주궁 학생들의 박동하는 활력이 버거웠다. 그들의 기숙사에 들어갔다면 6개월도 되지 않아 육체와 영혼이 갈갈이 찢어져 이승을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끔찍한 상황이었다. 민이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지금은 일단 넘어가드리죠."
민은 경고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읊조렸다. 어쩌면 기린궁에 가버리며 교류가 줄어들 선배의 자리를 민이 꿰어찰지 모를 일이었다. 주양에게는 성가신 일이 되겠지만, 관계면에서 보면 썩 괜찮은 신호였다. 민은 무관심한자에게는 듣기 좋은 말만 들려주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과한 잔소리가 역효과를 불러올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민은 주양이 퍽 마음에 들어찼다. 방금 전 헤프닝 때문에 알게모르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대로 수단 방법 가리면서 돌아가세요. 떳떳한 사람이 억울한 상황은 만들면 안되죠."
민 역시 목소리 높이며 받아쳤다. 융통성 부족한 학생과 융통성 있는 학생이 붙어있자 서로 자신이 옳다하는 사태에 틀어막힌 것이다. 한 쪽에서 적당히 넘어가면 되는 일인데, 둘 다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다 잠시, 민은 주양의 지적에 꿀 먹은 것처럼 반박하지 못했다. 그냥 당신 옳다,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을 물고 늘어진 것은 저였다. 물론 그건 일종의 흥미 표현으로, 지기 싫은 것과는 조금 결이 달랐지만... 면전에 대고 친근감 들어서 이런다 말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괜히 분위기 어색하게 만들기보다는 그냥 지기 싫은 사람이 되고 마는 게 나았다.
"네, 당신 말 하나도 안 져줄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행동 조심하셔야겠네요. 언제 제가 나타나서 따박따박 하나하나 반박할지 모르니까요."
태연히 말하는 민의 작태가 여유롭다 못해 뻔뻔스럽다. 어느정도 진심이었으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이 먼저 반칙을 쓰지 않았다면 제 쪽에서 뭐라할 일 없었거든요?"
라고 말했지만 언질 없이 출발한 주양과 동시에 마법 주문을 날린 것 역시 민이었다. 그러니 딱히 반칙을 쓰지 않았다해도 민은 주문을 날렸을 것이다... 그 사실은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 민의 의식에서 지워졌다. 아까 무기력하게 져주는 건 싫다 했으니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은 상태를 고수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마저 무기력하게 굴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긴 했으나, 솔직히 말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뒤에서 들리는 달리기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사나운 야생마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듯한 기분에 민은 살기위해서라도 열심히 뛰었다. 오늘 이렇게 무리했으니 내일 하루종일 침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분명 폭우 속 무리하게 행군한 것마냥 근육통에 시달리겠지.
"...?"
민은 젖는 줄도 모르고 바다에 무릎 굽혀 쓰러졌다. 팔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이기고도 이긴줄 모르는 아이처럼 민이 고개를 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주양의 발이 보였다. 내가 이겼다고? 일부로 봐준건가 싶어 눈치를 살폈으나 그런 기색 역시 보이지 않았다. 반쯤 죽어가던 민이 벌떡 일어난다.
"아까 번복 없다 하셨죠?"
새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민이 조잘거렸다. "아이고, 음료수는 그쪽이 사주셔야겠네요. 이거 불쌍해서 어쩌시나." 알차게 놀려먹는 것까지 완벽했다. 저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주양이 너무 얄미워서 그런 것 아닐까. 평소 제가 느끼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감정들과는 판이해서 조금 생경한 기분이 든다. 민이 오뚝 서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제법 즐거웠던 것 같다. 물론 다시 하라면 안할거지만.
>>90 앗 그렇다면 안심하고 아까 땃주한테 빨렸던 기력을 회복할 수 있겠다~! (흐뭇)(???)
>>91 앗 괜찮아 괜찮아~~! 내기 내용은 먼저 바닷가 도착한 사람이 음료수 쏘는 거였지만.. 애초에 쭈가 사줄 생각 만땅이었으니 저대로 가야지~! (기쁨의 어깨춤)
>>9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플러팅 뒤에 숨겨진 뭔가 있구나 그렇지~! (니플러 흔들듯이 탈탈 털어내며)(?) 알고 있다니 뿌듯한걸~ :D 절대 기르지 못하는 이유.. 뭔가 동물 안 키우는 이유를 본것같기도 하고 지금 좀 가물가물하군..!
남자의 의지. 그는 신경질적인 웃음을 뱉었다. 의지에 이끌리는 것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의지보다는 지론, 지론보다는 이론. 이론보다는 현실에 있는 모든 경우의 수. 본능의 감도, 감정에도 이끌리지 않으려 하던 그였기에 역시 당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벌써부터 눈앞이 새하얬다. 바닥에 한두방울 떨어지는 핏방울과 함께 그는 잠시 손을 들어 자신의 코를 막았다.
…지금껏 두통과 코피는 종종 있었지만 이런 적이 있었나. 가문에 편지를 보내든 해야겠다. 정신을 차린다는 가정 하에. 겨우 붙잡은 이성의 끈은 또 놓칠듯 말듯 하다. 그는 당신의 어깨에 기대는 것조차 진절머리가 나는듯 몸을 떨었다. 모든 사람에게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지만, 지금껏 티를 내지 않았는데도.
"필요없다."
그는 말의 서두를 씹어뱉는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뱉는다. 뭔가 말하려다 고개를 돌려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끓어오르는 목의 무언가를 뱉어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다, 가라앉자 다시 입술을 달싹인다. 오, 비린내. 각혈이었던 건가?
"네가 보기에 교정에서 거둬달라 하는 자를 내 거둘 것 같아?"
기묘한 목소리 뒤로 그는 다시 차게 웃는다. 하! 하하..하..점점 힘이 사라지는 웃음 뒤로 그가 낮게 중얼거린다. "순리, 순리라." 반복하고 이해한다. 그는 죽어서도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선조의 위대한 정신이 아니다. 내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다. 그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끌리며 속절없이 흔들렸다.
"잡종이고 순혈이고 인간이고 뭐든간에, 순리를 깨는 것이 인간이며 이해하지 않는 자를 배척하는 것도 인간이지."
하염없이 푸르던 하늘이 떠나고 찾아든 오랜 밤, 극성기에 달한 추위가 몰아치던 1월의 그 어느 날, 검은 하늘에 떠올랐던 극광을 기억한다. 정확히 어느 시기의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어렴풋한 옛날, 적어도 글 쓰고 셈하는 법만은 배운 시절의 일이라는 것만은 알았다. 한창 중순에 접어든 날씨치고는 바람이 덜하고 끝 모르게 퍼붓던 비와 눈발도 멈추었던 때였다. 시간은 아마도 자정 이후, 소리 먹은 눈에 파묻혀 시간마저 나른하게 잠들었던 조용한 밤. 나는 그날 아무런 이유 없이 가슴이 뛰어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짧은 선잠에 들었다 깨기만을 반복하다가 짜증스레 눈을 뜬 것이 발단이었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때려댔던 바람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기에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다가섰다. 아직은 높은 창턱, 발끝을 들면 얼굴만은 빼꼼히 내다볼 수 있었던 유리 너머로 잠들지 못한 두 눈이 밖을 올려보았다. 하늘은 이맘때면 늘 그러했듯 어둑하고… 아니, 깨닫자니 평소보다는 맑다. 눈이 왜 멎었나 했더니 하늘이 천천히 개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 변두리에 열성(列星)의 끝자락이 얼핏 비치기 시작했다.
사실 날 적부터 지겹도록 보아온 경관은 새삼스런 감동을 주진 못했다. 고향은 차라리 시골에 가까운 곳이었다. 사람도, 시설도, 그럴싸한 여가수단도 부족하여 언제나 매일같은 풍경 속에 매일 같은 사람들만을 보아오는 삶. 무료하고 기나긴 밤을 보내는 동안 구경거리가 되어줄 만한 것은 때로 올려다보는 하늘뿐이었다. 그러니만큼 언제나 본 하늘 같은 것에는 관심 두지 말았어야 옳았다. 그동안 곧잘, 당연하게 그래왔던 것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며 투정이라도 부려야 했을 것을. 별안간 나는 바깥을 보며 어떤 기대감에 차게 된다. 그 하늘에서 그만 그것을 알아채버린 것이었다.
아슬하게 딛고 선 걸음이 달음질을 쳤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밀어내고는 어스름한 불이 켜진 복도를 달린다. 누구도 마주치지 않고, 신발도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열성에 찬 몸만 밖으로 나아갔다. 어리석게, 맹렬하고, 기쁘도록. 외문을 여는 순간 새벽의 한기가 바람으로 몰아쳤어도 나는 웃었다. 살갗이 베어지는 쓰라린 냉기에 오히려 정신이 맑았다. 이유 모를 환희가 정신을 사로잡는 것만 같았다.
어렸을 적 나는 때로 직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점성과 예언의 힘이라 이르기엔 너무도 미약한, 그저 가볍게 닥쳐드는 아주 모호한 느낌. 유달리 또렷하게 느껴졌던 그것이 말했다. 미래의 언젠가, 나는 곧 시작될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그리게 될 것이라고. 무언가, 무언가. 평생 잊지 못 할,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음에도 그를 직접 맞이해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다.
북쪽으로 가자, 그곳에는 드넓은 대호(大湖)가 있다. 짐승이 다니는 길이라 하여 한 번도 걸음한 적 없었던 이야기 속의 호수로. 발이 닳고 찬 호흡이 가슴을 얼려도 그저 망연하게 달렸다. 달리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보아야만 했다, 반드시 보아야만……. 눈 아래 묻혀 잠든 잔풀을 짓밟고 마침내 물가에 닿았을 때, 간절하게 찾던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녁내 덮여 흐리던 하늘이 마침내 갈라졌다. 청광 드리운 천공이 한없이 멀었다. 하늘이 극광을 그려내었다. 암청색 하늘을 수놓던 녹색, 희고 푸르게 너울대던 그 빛의 장막들. 얼어붙은 깊은 호수에 삭풍이 몰아치자 성기게 자란 침엽수들이 일제히 흔들려 몸을 떨었다. 바람마저, 어쩌면 숨마저 멎었던 듯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던 짧은 순간. 질식할 듯한 마음의 격정과 기쁨. 하늘을 덮어 빛내는 장막도, 빼곡하게 빛나는 별무리도, 얼어붙은 수면이란 것도 모두 처음으로 본 것이 아니었겄만 그 시간이 유달리 그리웠다. 기이하게도 눈으로 허공을 담는 그 순간에도 하염없이 간절하고 애달픈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때가 아니고선 이 풍경을 영영 바라볼 수 없으리라는 참 알지 못할 느낌을.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마음에 박혀 끝없이 그리워할 오랜 광경이 있을 테다. 나는 그것을 그날에 보았다.
멋진 풍광에 감탄할 수 있었던 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한순간 눈을 감은 찰나에 까무룩 불이 꺼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끝으로, 그대로 암전. ……그 이후의 일은 기억하기엔 너무도 사소한 축에 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굳어버린 듯 그 자리에 못박혀 한참을 제자리에 있었댔나, 지독한 저체온증으로 동사 직전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멋진 기억 하나를 가지려 치른 대가라 생각하면 나름의 등가교환이라 칠 수는 있겠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천체의 주기와 자기의 흐름 같은 것은 알지도 못했던 나이에 어떠한 현상을 직감하고, 아무런 방비 없이 눈벌을 헤매고 다니고도 얼어 죽지 않았던 기이한 경험은 어린 마법사가 발생시키곤 하는 미숙하고도 직관적인 마법의 표출이었는지도 모른다. 변변찮은 마법은커녕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 아들의 실종은 부모를 펄쩍 뛰게 만들기엔 충분한 소식이었다. 평소엔 대도시나 해외에서 죽치고 있을 아버지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니 그날 내가 대탈을 쳤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새벽중의 난데없는 기행 덕에 그날부로 꼬박 한 달을 동상과 독한 열병에 걸려 꼼짝없이 앓아눕기도 했지만, 문제없이 병상을 털고 일어났으니 아무러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을 보았던 기억이 그토록 행복했다. 그 순간의 감격을 결코 잊을 수 없어서, 그 일이 있고도 나는 늘 내 주변의 작은 세상을 파헤치고 나돌며 즐거워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린 날의 기억, 삶에 매혹당한 순간.
무엇보다도 열렬했던 한때의 열정.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랑하여 그리워할, 잊혀만 갈 그 시절의 풍경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 세상의 아주 많은 것들을 사랑했다. 그것이 언젠가 사라져버릴 한순간의 낙이라는 것을 예감하기라도 하듯.
……. …….
차라리 처음부터 그것을 몰랐다면 옛적이 이렇게 그립지도 않았을 것을. 차라리 다시는 눈 뜨고 싶지 않다. 다시는.
>>97 나는 니플러가 아니라서 털어도 아무것도 안나와아아아아악......o<-< ((탈탈 털림)) 동물 안키우는 이유는 어, 푼 적이 있나? 이래서 새벽에 푸는 무의식이 무서운 것이다. 나도 기억이 안나네?:Q 그리고 잘 아는 건 당연하지~~~ 우리가 지새운 새벽을 보라구?:D 우리의 내적 친밀감을!
음~~~ 이번 독백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김엘롶이 어릴 적에는 꽤 청룡기질이 있었다는 거랑, 선천적으로 눈이 나빴던 건 아니라는 거! 사실 시력 관련해서는 무기쌤이랑 일상할 때 간접적으로 묘사하긴 했었지만...~
그리고 그냥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행을 한 건 어린 마법사의 원시적인 마법의 표출이라는 억지설정이 있어. 원작에서도 해리가 자기가 마법사라는 자각이 없던 상태에서도 갑자기 건물 꼭대기로 순간이동 한 거나 유리창을 사라지게 하는 등등의 마법을 부리긴 했었으니까.... o<-< 앗 나중에 캡틴이 봤을 때 이건 아니다 싶으면... 어...어.... (일단 머리 박고 그랜절함)
"으으.. 있잖아,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다구! 반칙 쯤이야 그 누구라도 쓸 수 있으며 누가 먼저 쓰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조커카드와도 같은 느낌인데. 그걸 못 쓰게 한다는것도 반칙이야~!"
허나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 전의 동질감과는 또 다른 묘한 기분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빼꼼 들기 시작했다. 또 다른 라이벌. 육체적 라이벌이 아닌, 사상적 라이벌을 만든다는 것은. 주양이 굉장히 선호하는 수많은 인간관계들 중 하나였다. 비록 전의 청궁 친구처럼 주점에서 하하호호하는 느낌의 친구는 아니게 될 가능성이 컸으나, 자신의 사상을 이렇게 정면부정해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짜릿함을 안겨주며 삶의 질 역시 달라지게 만들어줄 큰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겠네! 누가 먼저 지쳐 나가 떨어지는지 한번 내기해볼까? 내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일거라는 데 내 패밀리어인 청을 걸겠어!"
이윽고 인간관계가 마음 속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주양의 입가에 머금어진 것은 꽤 비열한 느낌의 미소였다. 아까 전 반응에서 미루어보았을 때 자신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는 상대였으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사상을 접고 호락호락하게 나올 의향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야 조금 더 이 내기가 재미있어지지 않겠는가. 앞으로 더 많은 잘못된 반응을. 더 많은 뒤틀림을 당신 앞에 선보이겠다고 선포하면서 마치 삼류 악당이나 낼 법한 웃음소리로 경박하게 웃어재꼈다.
이윽고 주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분명.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달리기 속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달리기 속도를 유지하며, 앞에 장애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주양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행여나 청이 기어코 문을 열고 나와서, 바퀴벌레를 물고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고 있을까봐. 그래서 빨리 뛰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헉, 후.. 뭐야. 너 은근. 빠르구나..? 아까 전에 저택에서 나올때도 그렇게 뛰면 좋았잖아!"
당신보다 조금 늦게 약속 지점에 도착해서는 숨을 골랐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퀴벌레를 보고도 저 속도는 나오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자신은 바퀴벌레 이상으로 징그러우며 이상한 사람일까. 어쩌면 둘 다 맞을지도 모른다. 뭐만 하면 내기니 뭐니 하면서 얄밉게 구는 모습은 내기충이라는 단어가 딱 아울렸다. 그렇구나. 내 존재감은 바퀴벌레 이상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실없이 웃었다.
".. 어머나~ 당연히 번복은.. 없지. 그렇고 말고! 자. 이제 한바탕 달리기도 끝났으니까 음료수 시원하게 들이키러 가보자! 내기에 걸었던 대로.. 내가 음료수를 사줄테니까. 자. 너도 불만이나 번복사항 없지?"
알차게 놀려먹는 말을 듣고도 주양이 지은 표정은 분하다는 것이 아닌 회심의 미소였다. 아까 전 과정이 하도 정신없었던 탓일까. 내기의 내용을 왜곡해서 알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며 주양은 한 손으로 제 입가를 슬쩍 가렸다. 애초에 자신이 사줄 생각으로. 당연히 자신이 이길 생각으로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음료수를 사는 것으로 조건을 걸었는데. 이런 것 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였다. 하지만 이런 변수라면 언제든 오케이였다. 당신의 입에서 정정하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주양은 당신과 가볍게 어깨동물 하며 음료수 파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쉽다~ 조금만 더 열심히 뛰었으면 너가 사주는 음료수 받아먹을 수 있었는데~!"
전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어깨를 으쓱이는건 덤이었다. 용돈벌이 겸 모아둔 갈레온이 많은 사람의 소소한 여유였다.
>>100 맙소사 150만년동안 존버하고 또 기다린 보람이 있는 독백이야 흑흑 우리 엘롶이 마지막 심정묘사 너무 짠해서 나 반쯤 울고있어.. 다시는 눈 뜨고싶지 않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눈을 뜨게 해주고 그 옛적의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싶어 우리 엘봉사(?)님을 위해 효조(???) 청이가 활약할 시간인가.. (아니다)
그리고 답레는 당연 괜찮지 늦어도 좋으니까 엘롶주가 편할때 주면 된다~~! :D
>>1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턴다! 열심히 털어서 먼지라도 주워갈거야~~! (????) 으음 글쎄다 비슷한 묘사를 본것같기도 하고 아닌것같기도 하고 꽤 아리까리해서.. 만약 안 올렸다면 그저 나의 착각이지만! 88 어 어라 그리고 내적 친밀감..? 나는 안 보이는데 어디로 갔을까~?! (너무 높이 치솟은 나머지 우주를 벗어나버린 내적 친밀감)
>>112 아앗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내기내용 그대로 적용되었어도 번복? 그런거 없던걸로 해~! 하면서 쭈가 마음대로 음료수 사줬을테니까! :) 앗 그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구..! 천천히, 페이스 맞춰가면서! :0
임페리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물살에 그저 휭 휘말리는 그의 모습이 방금 전 살랑살랑 떠다니던 것과는 다르다. 마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듯 속절없던 몸짓에서 그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시 헤엄친다.
"임페리오는 생각만큼 좋은 마법은 아니지. 정신을 휘어잡고 흔드는 만큼 돌아오는 위험도 큰 법이네. 아무리 숙련된 마법사라도 큰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접선하며 여러번 지시해야 하고 끝내 미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마법 보단 회유가 나을 게야. 그리고 임페리오에 걸리면 심신미약죄로 처벌 받지 아니하니, 그들의 성격을 보자면..."
지옥까지 끌고 내려갈 미친 놈들 같던데 그럴 리가 없지. 그는 제법 임페리오에 해박한 듯 의견을 한 번 펼쳐보고는, 당당하게 물에 떠있다 다시 해수의 가차없는 따귀를 맞았다. 맞는 말을 해도 자연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철썩. 손을 잡아도 또 물의 가차없는 축복을 받고 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퍽이나 그러겠어."
당신이 손을 잡고 헤엄을 친다. 덕분에 자연에 휘말리지 않고 가야할 목적지로 갈 수 있지만, 계속 물에 맞는 건 어쩔 수 없나 싶다. 그는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 분명 유년시절 아팠다 하였지. 약하고. 새삼 건강해진 것이 신기하거니 싶다.
얕은 곳에 오고나서, 그는 당신의 도움으로 해변에 안착한다. 햇빛을 머금어 뜨거워진 모래를 젖어버린 구둣발로 밟자 비단 밑창만이 아닌 앞코까지 모두 모래알에 뒤덮인다. 그는 머리의 물을 쥐어짜고, 옷의 물도 쥐어짜고, 마지막으로 망토를 여미며 물을 또 쥐어짠다. 작은 복수로 지팡이를 가져와 리덕토를 날리려는 생각을 누르고서.
"...할 말이 남았나?"
그는 다시 망토의 물을 짜낸다. 당신을 응시하던 시선과 달리 바닥에 떨어지는 물은 제법 많아서, 후두둑도 아닌 쫘아악이 어울릴 것 같았다.
(밍주 머리 보호해주기) 흑흑 왜.. 왜 다들 미안해하는거야 나도 텀 느리고.. 퀄도 썩 좋지 못하고.. 다 하는데! 미안해할거 없다구~! 집중이 안 되거나 컨디션이 안 좋다면 안 써질수 있으니까, 너무 그럴 것 없다..! 푹 쉬고 편할때 올려줘! :) 아무리 느려도 재밌게 즐기면서 돌릴수 있으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 밍주 다녀오고, 피곤하다면 망설임 없이 푹 자는거야~! :D
>>125 오케이 구몬, 오케이 땡큐~! 11시에 자고 7시 전에 일어난다면 바른생활 어린이(?) 맞지! 역시 엘롶이 키가 큰데에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성실한 습관도 한 몫 했을거야 음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린거 싫어하는것도 귀여워.. 최고야..! (흐뭇)
발렌타인: 156 감정표현을 잘 하나요? : 애매한 편인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너무 잘해서 큰일이고, 어느 날은 아예 딱딱하고...
004 그에게 악몽이라면 무슨 내용의 꿈일까요? : 거울로만 된 방에 갇힌 꿈이요?🙄 살인을 목격했을 때요. 294 빛과 그림자(어둠) 중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깝다 생각하나요? : 그림자!랍니다. 나락남캐...라고 하나요? 사혼의 구슬을 위해 무엇이든 할...((그 나락이 아니에요))
>>1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퀴벌레 보고 놀라서 달린것보다 훨씬 빨랐다고 느꼈던 것이 원인이다~! 한 3초동안 내가 주궁의 바퀴벌레가 된 건가 싶은 생각도 했을것같고 그래 (????)(이 모든것은 밍이를 이기게 해준 다이스의 농간)
>>133 앗 꺄아아아아악 살려줘 썰도 영혼도 비설도 다 내놓을테니까..!! 어떤.. 어떤 썰을 원해애액.. (처참히 분리되고 부서지는 쭈꾸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애매하니까 지금 듣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앗 그 그렇구나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구나.. (쭈무룩)(태양계까지 끌어옴)(아직 지구 밖)()
>>137 엄머엄머 마지막..! 에헤헤 그대로 딱 멈추라고 빨간불이야 빨간불~ 경찰 출동~ 🚔 자 그러니까 컷 당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경찰인 나한테만 사실대로 진ㅅ (헤드샷) 아니 비장의 와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이네 파파의 와인이라면.. 인터셉트 도전해볼만할것 같기도 하고! :D
>>139 헉 역시 벨이 악몽은 거울에 관련된거구나 88.. 진짜 끔찍해서 깨고 나서도 후폭풍 그대로 남아서 몸 떨고 있을것같아 흑흑 우리 벨이 아껴 내가 엄청 아껴.. 아니 근데 사혼의구슬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벨이도 나락처럼 일편단심이야..? (???)
앗 흑흑 엘롶주 반응을 빼먹었었다 오늘도 구체적인 수치 표현 아주 좋아 뿌듯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효조서청.. 공양미 300석과 맞바꾸어질.. (?) 아무튼 엘롶주도 푹 자고 내일 봐! 잘자~! :D
>>147 아니 망설임 없이 바로 비설을 택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 떠오르는대로 막 뱉긴 했지만 사실 쭈한테 다른 비설은 더 없..나? 독백에서 푼 대로 기본 사상이 어긋나있다는 점이랑 왜 어긋났는지랑 그 시점이 언제였느냐랑.. 사실상 독백에서 비설 다 푼거나 다름없었네..? 와! 초고속 비설 공개..! () ㅋㅋㅋㅋㅋㅋㅋ 강렬한 짤짤을 버티지 못한 나머지 무너져내리고 말았는데 허락 못한다니 차라리 죽.. 여줘.. () 좋아좋아 나중에 보충하고 나서 꼭 이야기해달라구~? ㅋㅋㅋㅋㅋㅋ 언젠가 다시 은근슬쩍 태양계 밖으로.. 밀어버리겠어..! :)
>>153 그야 나는 모두의 비설에 늘 진심이기 때문이다:D 초고속 비설공개? 아니 더 숨겨진 거는 없어??? 다 풀린거야?:Q 그렇다면 비설을 택한 건 소용이 없잖아? 그러니까 다른 썰 줘...연애관이나..연애관..이상형...((대체)) (농담) 우히히히 나에게 했던대로 쭈주가 죽는 건 허락 못해:) ((부활)) 태양계로 미뤄버리는거는 지금 해도 괜찮다구?:P ((청개구리))
>>154 좋아좋아 벨주의 성장서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나중에 벨이를 어떤 모습으로 성장시키게 될지 기대하며 쭉 지켜보겠어~! 랄까 근 시일내로라면.. 이거 독백을 존버하면사 떡상기원을 외치면 되는 시점인가? :D (희망회로 가동!) 일에는 일편단심이니까 맞는 말인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너무 좋다 일편단심에다가 비오는날 관 담긴 마차 초고속으로 몰면서 비장한 표정 비어주는 나락 벨이.. (?????)(왜곡)
>>155 오호라.. 나도 진심인데 이거 우리 동지먹어도 되눈거야~? 응응 놀랍게도 지금은 그렇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가 가문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그렇고 미래 계획도 그렇고 독백에서 다 풀었고.. 그때그때 묘사가 달라지고 막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오너가 캐 조종석에서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는게 가장 큰 원인이고... 고로 비설란은 텅텅 빈거야! :p 캡틴한테도 그냥 연대표같은 느낌으로 언제 무슨 일 있었고 언제 애 감정이 비뚤어지기 시작했는지 보낼 예정이라.. 아니 연애관이나 이상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살려.. 살려주십쇼 내가 잘못했당께요.. () 으으윽 이게 업보인가..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피토) 앗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태양계 밖으로 밀어낸다~! 우주 끝까지 닿아라 우리의 내적 친밀감!!
>>168 아아악 내가.. 내가 잘못했어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마..! (몸을 가리며)(??) 헉 흑흑 호감도가 잠가지거나 하락하게 된다니 안된다 그것만큼 나한테 큰 형벌은 없다.. 끄흐흑 슬금슬금 거리두면서 경계하는 첼이라니 이건 말도 안돼 조선천지에 있을수 없는 일이야 나는.. 나는 어 근데 뭔가 고양이같은 느낌이라서 첼이 이미지랑 잘 어울릴것 같기도 하고..? (??????) 그치만 바라는 건 아니다~~! XP
>>169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 티미만 풀고 고맙다는 말을 듣기는 조금.. 조금 그러네 어차피 지금 남은건 땃주랑 첼주 뿐이니 이상형 연애관 조금 풀어보자면..?
쭈의 이상형은 자신 뻘짓에도 반응 잘해주고 함께 있을때 꾸준히 질리지 않게 해주면서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마음이 약하거나 여리지 않은 그런 사람! :p
연애관은 음~~ 처음에는 일편단심하고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편단심으로 표현하는게 나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게 제대로 된 건 아니라서 항상 위험천만한 뭔가를 할때 애인 걸고 하고 자신이 거리낌없이 애인을 거는 만큼 그 애인도 자신을 아낌없이 걸어줬으면 하는.. 쭈답게 뭔가 어긋나고 이상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중이야! 나중에 변동가능성 100퍼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쭈가.. 누구랑 연애한다는 걸 상상도 못 하겠어.. (먼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러면 피 대신 무지개를.. (??????) 좋아좋아 우주 끝까지~~! 우주 저 너머까지!!
>>170 우히히히..좋아 이렇게 오늘도 나는 쭈주의 티미를 가져왔다. 연애관이랑 이상형은 역시 쭈다운걸?:) 애인걸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쭈주여. 이 스레의 영고는 이몸일세:D 그러니 쭈는 잠자코 나중에라도 연애를 해서 알콩달콩해지는 거라구! 아직 멀었지만 서사도 초반일테지만XD 피대신 무지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마 탁) 우주 저 너머까지! 하니까 뭔가..뭔가...애니메이션 주제곡같아(?)
>>169 너그러움과 방임의 중간쯤 되는 아부지시랍니다~~ 대신 사고치면 지옥 문턱을 보여주신다는데(?)
파이(경험자):나 때문에 막내가 욕을 했을때...그때가 제일....(몸서리)
>>170 (오락가락하는 쭈주 봄)(첼이 데리고 멀리 감) 자~~ 저런 사람은 가까이 하면 안된단다 첼아~~ (첼 : ???) 경계하는 냥첼을 바란 쭈주에게 정보! 아주 초기였으면 쪼오끔은 경계하는 모습이 나왔을텐데 지금은 살짝 허들을 낮춘 상태라 아무한테도 안나온다는거~~ 하물며 이미 친밀감 쌓은 쭈에게 경계의 ㄱ자도 안 보여줄것~~ 하지만 경계하지 않는다고 믿는 건 아니지(찡긋)
쭈의 이상형과 연애관은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맞는 사람이 매우...찾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음~~ 왠지 쭈와 마주보는 사람보다 등을 맞대는 사람? 의 이미지가 떠오르네! 이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구속? 해주는 것도 좀 있는~~ 아 설명을 잘 못하겠다.... 내가 떠오른 이미지만 설명하자면 쭈와 등을 맞대고 팔짱을 껴 서로를 붙잡는 그런 이미지였어~~
>>17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흑 원래는 내가 썰도둑이어야 하는데 뭔가 상황이 반전된 느낌인걸..? (???) 에헤 무슨 소리입니까 거 영고자리 사이좋게 노나먹읍시다 저희 정도의 내적 친밀감이면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 맞아맞아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지금까지 일상도 선관도 열심히 그리고 알차게 쌓았으니 만족~~! :) 앗 오늘도 이마탁 시원하게 적립 성공~~ 역시 내 아무말은 이마탁 적립하는데 효과적이야 후후.. (뿌듯)() 아까는 주문이었는데 이번엔 애니메이션 주제곡이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이렇게 된 김에 동화학원 주제곡이라는 느낌으로.. (안됨)
>>172 앗 아앗 돌아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맹렬하게 돌진해서 거리를 좁힐 뿐. (희번득)(???????) 아 헉 방금 냥첼 하니까 떠올랐는데 애기여우 냥첼이 픽크루 위키에서 잘 봤다구~~! 흑흑 심장에는 몹시 유해하고 해롭지만 내 눈건강에는 심히 무해하고 이로웠어 내가 전에 반응한적이 있다면.. 가뿐히 스킵해주기를..! (일단 눈물 슥슥 닦아내기)(???) 앗 그렇구나 경계 안하는 첼이라도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그치 경계 안 한다고 상대를 완전히 믿는 건 아니니까~ 그건 점점 서사 흘러가게 하면서 어떻게 될 지 지켜보는 쪽으로! :)
>>17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그래서 내가 얘 연애하는 모습을 더 상상하지 못하는거기도 하고~! :) 헉 이 정도 설명이라면 충분하니까 괜찮아 약간 그런 느낌이잖아 등을 맞대고 있을만큼 편하고 신뢰하면서도 또 한 켠으로는 언제 튀어나갈지 모를 자신을 억제해주고 눌러주는 느낌! 쭈가 자신의 목줄을 내어줬다는 묘사가 딱 어울리는 그런 느낌~! :D 역시 첼주야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칼같은 분석력을 지닌 오너지 흑흑 내가 많이 아껴..! (꼬오오옥)
오늘은 첼주와 쭈주의 썰풀이를 보면서 팝콘을 뜯는 건가? 이거 아주 좋은걸:D ((팝콘 뜯))
>>176 ㅋㅋㅋㅋㅋㅋ하지만 오늘의 쭈주 썰도둑이 아니었는걸?:D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썰도둑이 역으로 썰을 내놓은 구도 좋지 아니한가 좋지 아니한가~~~:P 어허 이사람 이거 안되겠구먼? 좋네 아깝지만 사이좋게 노나먹읍세(????)연애라던가 이상형이라는 거 되게 멀게 느껴지기는 해~~ 우리 땃태는..음...모르겠다. 너는 그냥 거기서 별다른 일 없이 자라렴((방임))(땃태:(어이없음)) 동화학원 주제곡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스케일이 확커져버렸어!
>>17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씁 원래는.. 오늘의 팝콘 담당은 내가 되어야 하는건데.. 아 이게 아닌데... (긁적) 가끔.. 인지 아닌지는 애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썰로 즐거울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감사합니다 땃서방(????)이라면 그럴 줄 알았습니다 () 그치그치 막 엄청 막연하게 느껴지고 다른 나라 이야기같고.. 그러면서도 다른 캐들이 꽁냥하는건 보고싶고! 아니 애를 방임하면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낌만이라도.. 풀어주는게 좋을거야..! (협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나비효과라는 것인가~! 근데 솔직히 캐들 멋진 구도로 등장시키는 주제곡 영상.. 끌리지 않냐구~~! 만들 능력은.. 일단 난 없지만.. ()
>>179 얘야 원래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일단 아니라는 태클 검)) 물론이지 내가 팔팔하지 않아서 하나하나 다 반응하지 못하지만 늘 모든 참치들의 썰과 잡담은 현생에 시달리면서도 틈틈히 정주행하고 내적 야광봉 흔들고 있다구?:D 충분히 즐거워!:P 하지만 땃태는 방임해야 옳은걸? 느낌? 무슨 느낌? 땃쥐는 모르겠어~~~ ((모르는 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그건 그래 왠지 막 그럴 재주도 없으면서 주제곡 같은 거 떠올리고 애들 구도 생각해보고 뇌내망상 필터 돌리고 그런다ㅋㅋㅋㅋㅋㅋ
>>180 꺄 (태클받고 날아가버림)(????) 흑흑 역시 동화학원의 캐오너가 되려면 상냥하고 친절한 건 기본옵션인게 분명해 수련생 쭈주 조금 더 내공을 갈고닦아 다시 돌아오겠사옵니다.. (급기야) 흑흑 그렇다면 땃태는 내가 거두어야겠어 땃태야 땃태야 너는 답을 알고 있지..? 땃주가 모르(는척 하)고 있는 느낌을.. 알려주지 않을래...? (음흉)() 그치그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면 전에 첼주가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니메이션 오프닝이나 엔딩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뮤비 떠올린다구.. 캐릭터들 하나하나 다 치환해가면서 엄마미소 짓는 사람 나야나
>>18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가 쭈주 돌아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쭈주 붙잡)) ?? 어 일단 그 이야기는 내가 아닌 것 같으니 패스..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우히히히 칭찬은 땃쥐를 쥐구멍으로 들어가게 만들지!((아무말)) 그러니까 무슨 느낌을 원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땃태도 모른다구ㅋㅋㅋㅋㅋ하지만 땃태를 거두겠다면 보내줄게.....ㅋㅋㅋㅋㅋ((빵터짐)) 응응 그냥 약간 두루뭉술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아쉽지만 흑흑흑
>>181 헉 뮤지컬 느낌 좋아좋아 저런 느낌이나 아니면 그 슈가송 비터스탭 그런 느낌으로! 어흐흑 이건 진짜 떡상 각이다 애니메이션화 시키고 주식투자해두면 순식간에 흑자 넘어서 만수르가 형님 하고도 남을 각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진짜 최고야 몇백년 산 구미호급 요망함 매구 아니 윤이랑 애기같으면서도 치명적인 젊은 구미호급 요망함 첼이 조합.. 앞으로도 쭉 지켜보겠어 이히히 () 아무래도 믿을지 안 믿을지는 진짜 오너들도 모르는 사항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것 같아. 그게 재미라고 생각해~! :D
앗 그 그런가 썰풀이가 어느때인지 감이 안 잡혀서 혼란스러운걸..! 그 뭐지 약간 알콩달콩? 달달? 한 질문에 대한 쭈 반응에서 그걸 느꼈던걸까? :) 맞아맞아 딱 그런 느낌의 사람을 원하고 있지~! 분명 붙잡을땐 틱틱거리면서 내 애정표현이 싫은거야~? 하면서도 은근히 그 붙잡음을 원하고 있는.. 그런 미묘함도 하나 추가로 얹어보겠어 새벽반 한정 썰풀이야 이건~~!
>>18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 알겠습니다 (돌아옴)() 어허 왜 패스하는거지 땃주 포함한 이야기 맞다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주.. 내가 끝내주는 사실 하나를 알았지 뭐야.. 쥐구멍에 들어간 이상.. 퇴로는 없어야...? (구멍을 막고 들어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아까전부터 자꾸 느낌타령하다 보니까 내가 뭔 느낌을 원하는건지 감이 안 잡혀서 다시 찾아봤는데 이상형에 대한 아주 간략한 서술이라도 풀어달라고 내가 느낌타령하고 있던 거였어. 그러니까 풀어줘~~! D: (짤짤) 흑흑 그게 진짜 천추의 한이야.. 내가 어쩌다가 동화학원에 이렇게까지 진심모드가 된건지 모르겠지만 여러분과 여러분의 캐들과 MNPC들이 하나같이 치명적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는 것을 원인으로 간주하며.. 여러분께 치명적 사랑을 돌려드릴 것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의미불명)
>>187 >>188 맙소사.. 그 기분 어떤 느낌인지 알아 열심히 쭉 쓴 잡담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때의 그 상실감을.. 88 (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너도 모르는 땃태의 이상형인 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구석으로 몰린 땃주라면.. 더더욱 꼬집볼냠하기 좋은 상태가 되기 마련이지 후후.. 자 이제 체념하고 이리와서 꼬집볼냠을 받지 않겠어...? () 마지막 줄은 이하동문~! 내가 아무리 말하고 또 말해도 내 애정을 다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히히
>>189 o<-< 흑흑흑흑흑... ((쓰다담에 머리가 엉망이 된 땃쥐)) 그런데 진짜 단태의 이상형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아서..상상이 안될 정도거든:Q 애가? 연애를?? 응? 하는 느낌이다보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악 쭈주가 땃쥐 괴롭힌다 으아악!! 돈 땃쥐 미!:0 그치그치 그러니까 열심히 반응할 수 있을 때 반응해야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구:D
>>190 우는건 마음이 찌통이지만 머리가 엉망이 되서 우는건지 아니면 날린것 때문인지 모르게 되어버렸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리와 머리 정돈해줄게..! (머리 빗어주면서 볼냠)() 앗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런 느낌이라서 괜히 더 장황하게 서술해버린것도 없지 않았기에.. 아쉽지만 인정! :p 뭐라고 해야 하지 캐가 연애하는게 상상이 안 가게 되어버리면 자연스럽게 그 관련 무언가에도 상당히 무심해지게 되더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썰 풀고싶어서 일단 최대한 쥐어짜내면 나중에야 겨우 해석되는 뭔가가 완성되어있고.. (먼산) 에헤 이건 괴롭힘이 아냐! 애정표현이다~! 이리와! (꼬옥)(꼬집꼬집) 맞아맞아 나는 조금 늦을때가 많아서, 거의 대부분 뒷북으로나마 반응했던 적이 꽤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4시쯤이야 가뿐하게 넘겨버리기 마련이지~!
>>191 ((아무튼 둘다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지만 본인도 모르겠음)) 으아악 머리만 정리해준다면서...!:0 에에잇 반격이다!((역으로 쑤다다다담)) 맞아 되게 무심하게 되어버리다보니 음..으으음.....? 하게 되어버리는 기분이지. 쥐어짜내도 아예 생각이 안낙ㅣ때문에 나는 그냥 땃태를 영고로 만들기로 해버렸어. 땃태 너는 SL이다(?) 하지만 쭈는 개연성이 확실했는걸. 대단해 쭈주:D 그리고 새벽의 애정표현이 너무 강하잖아X/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 뒷북으로 반응하고 싶지만 땃쥐는 소심하고 다음날 되면 절여진 뇌가 생각을 거부하다보니..:P ((이런 자신이 몹시 괴로움))
>>192 오호홋 그런 척 하면서 은근슬쩍 하나 더 얹어주는게 오너의 마음이지~! 꺄 반격인가..! (머리 가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나같은 경우에는 대체 쭈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고 떠올리다 보니 안그래도 긴 잡담텀이 세월아 네월아 늘어져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흑흑 결론이 땃태한테 너무 가혹합니다 땃태도 분홍색 기운 느끼면서 으쌰으쌰 해줘야지..! (?) 으아악 그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이래저래 천쪼가리 엉성하게 이어붙이듯이 쓰다 보니 이어지게 된 것 뿐이다..! 히히히 새벽에는 평소보다 더 강하게! 확실하게! 압도적으로! (빨판으로 붙잡고 쓰다다다다담)(쮸아아아아압)() 앗 그건 나랑 같구나..! 절여진것까진 아니지만 잠에서 깰 생각을 안 해서 뇟속의 쳇바퀴가 안 굴러가고.. 정주행 안 하는 날에는 다 놓치기 쉽상이고. 딜레마야 딜레마... (오열)
그렇다 반격이니 순순히 머리를 내놓아라 쭈주여!:P ((쑤다다다다담))((꾸와압)) 썰이라는 게 이게 어디까지 가능한가 생각하다보면 엉? 싶어서 뇌가 가동을 정지합니다 하게 되기도 하고 막 그래. 암튼 그런거임((결론이 이상하다)) (야 너두? 짤) 땃태가 분..홍...색...이요?:0 상상이 안가니까 패스하겠어 과감하게:D 앗 하지만 그걸 이을 수 있다는 게 엄청엄청 대단한걸:) 그러니까 쭈주는 순순히 칭찬을 받..꺄아악! 기력이 빼앗겨서 땃쥐는 엑기스밖에 답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어() 흑흑흑 나도 잡담 좀 하다보면 기진맥진해서 널부렁하게 되어버리고 o<-<
>>19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슬슬 낡고 삐그덕거리는게 느껴져.. 기억력 감소가 진짜 너무 크게 체감되는 것 같아 나중에는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닐지도.. (??) 꺄아아악 안된다 내 머리는.. 내 머리는...! (발버둥) 진짜 공감이야 내가 짠 내 캐릭이지만 동시에 내가 아니기도 하니까.. 사실상 남의 행동을 궁예질하고 와! 맞췄어요 짝짝 하고 자화자찬하는 느낌이라 막 생각하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렇다면 나도 순순히 칭찬을 받을수만은 없지 부끄러우니까 과감하게 패.. 패스..! (?) 아앗 땃쥐의 기력이 빼앗겼어.. 그렇다면 쮸압 대신 콕콕을 선사해주지 히히히 (볼콕콕)() 게다가 새벽 아니면 잡담중에 뭔가 일이 생겨서 쭉 잇던 잡담 눈물을 머금고 스킵해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너무 슬프다 누가 나좀 상판으로 돈벌수 있는 세계에 안 데려다주나... (그리고 그런 일은 없었다)
주양이 민을 사상적 라이벌로 점찍어둔 것과 상반되게, 민은 별다른 생각 없었다. 당연한 것이, 민은 사람을 만날 때 그들의 사상이 저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표준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 것이었다. 비록 반칙과 편법에 대해 주양과 떠들어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애들 장난정도로 생각했을 뿐, 연장선상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않고 있었다. 때문에, 민은 주양의 제안이 퍽 당황스럽다. '패밀리어를 걸 정도라고?' 명백한 계산 실수였다.
"좋아요. 제가 당신을 설득시키다 지쳐 떨어지면," 민은 말을 멈춘다. 상대는 패밀리어를 걸었다. 주양이 습관적으로 청을 건다는 정보가 전혀 없었으므로, 민은 주양이 아주 큰 마음을 먹었다고 착각한다. 꺼져가는 잿불과 같던 눈동자에 누군가 숨결을 불어넣었다. "포기하겠어." 이후 별 다른 설명은 없었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걸 걸어버린 셈이다. 주양보다 자신이 지친다면, 그날에는 자신이 모든 걸 포기하는 날이다. 모든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세상을 사랑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그만 둘 것이다. "축하해. 나랑 평생 싸우게 될테니까." 물론, 민 역시 자신의 사상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평행선의 선 것처럼 민과 주양은 평생을 만날 일 없이 걷게 될 것이다. 혹시 몰라, 극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당신은 당신에게 소중한 생명을 걸었고, 나는 나에게 뼈아플 미래를 걸었으니 이제 공평한거야. 민이 말 없이 눈을 깜빡인다. 단 하나의 곡선처럼 꾸며진 입은 미동이 없다. 무척 안타깝게도 서로에게 퍽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민은 그렇게 사기 계약처럼 치열하고 가혹할 관계를 약속했다. 후에 후회할 것이 뻔했으나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그때도 이렇게 절박했거든요? 허억... 헉.... 그리고 당신은 무슨 소리가... 적토마처럼... 허억... 죽는 줄 알았잖아요."
폐가 쪼그라든 것 같다. 목 점막이 말라서 쩍쩍 갈라지는 것만 같아 두려워진다. 약간의 핏기가 입에 맴도는 것 같기도 했다. 여전히 시선은 어지러웠고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웠다. 부축을 바라듯 주양의 옷을 끌어당긴다. 자신의 실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눈치였다. 당연히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얻어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오랜 경험이 만들어버린 착각이었다. 자신의 착각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민이 주양의 발걸음을 맞춰 움직인다. 발이 질질 끌려 썩 좋지 못한 꼴이었다. 회복도 주양보다 훨씬 느렸다. 정말 죽을 듯이 뛰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 보이시죠? 저기서 코코넛을 잘라줘요."
민이 촌스럽고 화려한 천수막을 손가락질한다. 대문짝만하게 '100% 생코코넛을 잘라 드립니다!' 라고 적혀있다.
>>203 걱정마.............. 민은 아싸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새벽이니까 생각해봣는데 민이 단태가 또 막 사람 때찌하고 죽일라그러면 기숙사 안에서 분위기잡고 우중충하게 시위할 것 같아...... ㅋㅋㅋㅋ 그래서? 넘 신경 안써도 될듯?? (뭔가 이벤트에서 사건 일어남)민: 아 네~ 어련하시겠어요 이럼서 불편한티내는 식으로만 가고 저번처럼 막 화내진 않을 것 같아 그때 가서 시위하냐고 단태가 핀잔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ㅋㅋㅋㅋ 물론 좀 지나면 다시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다구... :3
>>202 기분 나쁜 취함이 아니여서 다행이야:D 나는..자기는 자야하는데 잡담이 너무 재미있어서 못자는 땃쥐지렁!:P 사실 출출해서 못자는 거야..근데 지금 먹고 일어나서 후회할테니 참는 중:Q 덥고 습할 때는 진짜 조심해야돼...기분좋은 취함이 순식간에 기분 나쁜 취함으로 바뀌기도 해서:(
밍주 안녕! 좋은 새벽~!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잘 봉합될수 있지 밍주가 잘 이어줬는걸? 맞다 나 드르륵 탁 돌려야 할 타이밍이다 흑흑 여러분도 밍이의 최강존엄 대사 같이 들어요.. (?)
축하해. 나랑 평생 싸우게 될테니까. (드르륵 탁...) 축하해. 나랑 평생 싸우게 될테니까. (드르륵 탁...) 축하해. 나랑 평생 싸우게 될테니까. (드르륵 탁...)(이후 무한반복)
>>19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활짝 웃어~! (????) 뭔가 좀 시리어스하고 심오한 썰이 끌리는데 쭈주는 썰도둑이라 남들 썰 가져가는것 말고는 재능이 없어야.. 누가 심오하고 음험하면서 다크한 분위기의 썰소재 던져줬으면 좋겠다 88 () 아 맞아맞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손을 벗어나 생명 불어넣어진 진흙골렘처럼 혼자 살아 숨쉴때.. 반응을 전혀 예측할수 없을때.. 장비는 생각보다 많이 정지되는지도 몰라..! (???) 아아앗 도로 가져간다니 그렇다면 이득이잖아..? 자 땃주 내 기력을 맘껏 빨아가라구! (당당) 나는 언제나 땃주 볼에 진심이었지! 그리고 그건 괜찮아 내 잡담이 이래저래 길 뿐이니까 액기스만 딱딱 뽑아줘도 좋다~! 흑흑 우리 함께.. 상판으로 돈벌고 먹고살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
>>2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중충하게 시위하는 민이가 너무 귀여운데 어쩌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불편한 티를 내면 단태 히죽 웃으면서 와 골을 내는데? 하다가 시위허나 니 이럼서 머리 쓰다듬어줄 듯ㅋㅋㅋㅋㅋㅋ 장면이 너무 파노라마 수준으로 펼쳐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상이 가서 너무 좋아ㅋㅋㅋㅋㅋ아 맛있다~~~:P
>>207 누군가가 음험하고 다크하고 우중충한 썰을 제공해줘......((같이 움)) 이미 땃태는 살아움직이다못해 혼자 생각해...혼자 밥도 잘먹고 잘 걷고...((캡틴과의 일상을 본다))(흐린 눈) 상판으로 돈벌어 먹고 살 수 있으면 만수르가 안부러운데..잘할 자신 있는데:D
>>205 으악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현생 챙기면서 잡담하는 거 맞지?? 잠은 꼭 7시간 이상 자자~~~ 암튼 알아서 잘할테니까 걱정 그만할게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배고파서 못 자냐고 ㅠㅠ 맞아 사실 새벽이 제일 배고픔.......... 헉 그렇구나 사실 난 술 좋아하는 편이라 왠만하면 다 좋아하긴 해 그래도 고맙당!
>>206 (그물로 끌어올리기) 못도망.가!!!!
>>207 ㅋㅋㅋㅋ 잘 이어줬다니 다행이다... ㅋ..ㅋ.ㅋ.ㅋ 아나 그렇지만? 너무 부담스러운 관계일까 약간 걱정이 되네....... 이럼 진짜 포기 안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맨날 개싸움할듯
>>208 ㅋㅋㅋㅋㅋ 민은 뭐라해야하지... 일단 노력하겠다라는 말에 집중해버려서... (아빠는 그런 말도 안했으니께) 일단 저번처럼 바로 난리치진 않고 저렇게 슬슬 티낼 것 같아 ㅋㅋㅋㅋ 그래서? 이벤트에서 넘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것도? 개꿀잼 일상 각이니까!
>>211 배고파서 못자는 거 맞아 저녁을...쫄면과 만두로 떼워서 그런가:0 새벽 배고픔..못참겠구...흑흑 하지만 참아보겠다8ㅁ8현생을 너무 챙겨서 바쁠 때는......아예 어장을 못보지....? 갑자기 슬퍼졌어ㅋㅋㅋㅋㅋㅋㅋㅋ..에이 무슨 말을. 당연하지:D 밍주가 아프거나 그러면 걱정이니까 소중한 참치인걸! 노력하겠다는 말에 집중하는구나? 그럼 진짜 노력 안하고 또 이케저케 해버리면 혼자 뚱해져 있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케오케이~~~ 꿀잼일상 각이다 진짜 뭐지 맛있네?
>>210 흑흑 맞아 지금 드는 음험다크우중충이라고 해봐야 모든 게 캐릭터의 사상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놓인 캐릭터 모습 풀어주세요 밖에 안 떠오르니까.. 88 아니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캐들은 이미 오너손을 떠나 멋지게 독립했구나..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살아야 할텐데.. (????) 나도 지금쯤 세계최강 부자가 될 수 있을텐데 아쉽다..! (눈물)
>>211 앗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밍주만 괜찮다면 나는 이런 관계도 오케이라구~? 비록 처음에 생각하던 티키타카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히히.. 히히히히.. 맨날 개싸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날때마다 이것저것 태클걸기 바쁘게 되려나~~! 뿌듯하다 뿌듯해 내 어휘력이 이정도밖에 안돼서 더 세세하게 못 표현하지만 아무튼..!
참 그리고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내가지금 꽤 비몽사몽하기 때문에.. :p
>>214 흑흑 다음엔 좀 더.... 든든하게 챙겨먹도록 하자 나도 든든하게 먹었는데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햇어... 아침밥 먹을 시간 가까워져서 그런가??? 아니 고렇게 무서운 말씀을 하시면.. (호달달) 현생 멈춰! 현생 바쁘지 마~~!!! (엉엉) 히히 넘 고마운걸 ㅋㅋㅋㅋ 일단 말이라도 했으니까 얏호~! 프로젝트 처음 맡은 신입처럼 기뻐하는거예요 정도의 느낌이라고 생각중이야.... 어디까지나 민의 욕심이니까 ㅋㅋㅋ 내캐지만 오너로서는 좀? 지나치게 이상론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ㅋㅋㅋ 그렇지 일단 포기 안하기로 결심했으니까 뭐라 하긴 해야하는데? 뭐라할 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정도...의 느낌? ㅋㅋㅋ 근데 좀 괜찮은 것 같아 ㅋㅋㅋ
>>216 아나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그래도 티카타카도 일상적으로 하다가 또 돌발적으로 싸우고 그러지 않을까 싶네 ㅋㅋㅋ 일단 민은 당신 포기 안하겠다! 로 선언해버린거니까 맨날 싸우기도 힘들잖어 ㅋㅋㅋ 음~ 둘 다 먹고 싶으면 뭐다? 둘 다 먹는다. (대충 난 둘 다 먹을거야 짤) ㅋㅋㅋ 약간 태클걸고 훈계하고 잔소리 짱 많이 할듯.... (주양:그만~~~~!!) 헉 그리고 답레 늦어도 괜찮다~~ ^^ 나도 졸려서 슬슬 자러 갈 것 같거든... ㅎㅎ
>>216 쭈주는 얼른 자러가쟈!:D 맞아 그런 것 밖에 안떠올라88 아이구야 싱크빅이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플 줄이야((엉엉)) 괜찮아 어디든 보내놔도 잘 살지 않을까? 행복하렴 애들아 건강하고.......((급기야)) 흑흑 진짜 꿈의 돈많은 백수가 될 수 있는데 정말....o<-<
밍주 푹 자고 이따 봐! 잘자~!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밍주의 솔로몬급 판단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역시 둘다 먹고싶을땐 둘다 먹는게 짱이지~! 티키타카하다가 급발진? 하는 느낌인걸까 전혀 모르는 남들이 보면 놀랄만한 관계가 이로써 3개 연속으로 생기게 되었다! (뿌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양이 비실비실거리는 모습이 벌써 눈에 훤하구먼..! 응응 그래도 내일 오후쯤에는 올릴수 있도록 해볼게~!
슬슬 나도 체력의 한계가 보이는군.. :) 암냠냠하는 귀여운 땃주도 심해를 수호하는 귀여운 첼주도 늦지 않게 푹 자자! 오늘의 쭈꾸미는.. 여기까지..!
수업 때는 그저 조용히 듣고 있기에 몰랐는데 그는 의외로 임페리오에 잘 알듯 많은 말을 했다. 직접 써본 적은, 없어보이는데. 그녀는 그가 말하는 임페리오의 효율성에 대해 들으며 나아가다가 그가 물따귀를 맞을 때마다 키득 웃을 뿐이었다. 반박도 반문도 하지 않아 그의 말을 수용한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정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비효율적인 방법일 지라도 그것이 그들에게 유효하고 유용하다면 그들은 가차없이 쓸 것이라던가, 등등.
반복된 저주로 망가진 결과물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도 했으니.
해변으로 올라온 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살살 흔들어 물기를 떨구는 것으로 끝마쳤다. 말끔히 차려입은 그와 달린 그녀는 비키니에 비치가디건 뿐이었고, 머리도 풀리지 않게 묶어서 굳이 짜낼 것도 없었다. 그녀와 달리 손대는 곳마다 물이 쭉쭉 짜내어지는 그를 신기하게 본다. 풀어진 머리가 완전 미역 같다고 생각하며 혼자 킥 웃다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그가 던진 물음에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 당연히 남았지.
"저택으로 돌아가면 마법으로 슥 하지말고 꼭 제대로 씻으시라구요. 피부도 피부지만, 선배도 머리카락이 기니까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조만간 빗자루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구요? 관리에 좋은 에센스를 제가 쓰고 있으니 필요하시면 어느 방으로 찾아와주세요. 기꺼이 내드릴게요."
친절한 설명이 더해진 말은 그저 그의 모발 상태와 그 건강을 생각한 철없는 조언이었다. 재잘재잘 시끄럽게도 떠든다 싶을 쯤, 그리고, 라며 말을 한템포 늦춘다. 그리고 조용히 한 손을 들어 입술 위로 검지를 세우곤, 직전과 같으나 분명 다른 음색으로 말을 더한다.
"즐겁게 해주셨으니 그 값을 치러야 할듯 해서요. 저, 아까 선배가 말한 독대를 최근에 했었어요. 언제인지 누구인지는, 비밀로 하는 편이 재밌어보이니 말 안 할게요. 어쩌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는 선배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히히. 천진난만하게 웃은 그녀가 손을 내려 뒤로 모아 쥐고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뭐, 아님 말구요. 판단은 선배 몫이네요. 아, 참, 이거 깜빡할 뻔 했다."
라고 말한 뒤 그대로 몸을 휙 돌리며 덧붙이는 한마디는 다시금 분위기를 뒤집기 충분하지 않았을까.
"선배가 떨어지면서 매우 귀엽게 뺩! 이라고 한 거, 가린 눈이 붉은 건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겸사겸사 선배가 누군가와 독대했을 가능성도요.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제 할 말들을 끝내자 더는 용건이 없다는 듯 손을 흔들고 천천히 저택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그 걸음이 빠르지 않았기에 부르면 충분히 다시 불러세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 걸음이 멈출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처음, 그 곳으로 향할 때처럼.
자신의 옷에 피가 묻는 것도 개의치 않는 듯 발렌타인의 상태가 걱정되었는지 그가 좀전까지 보이지 않던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예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 타니아 누님에게 가기에는 거리상으로 너무 멀고, 그렇다고 방송부 얘들을 부르자니 그 아이들은 너무 눈에 띈다. 일단 수를 낼수 있다면 그나마 가까운 현궁의 기숙사로 뛰어들어가는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꽉 깨물며 발렌타인에게 어깨를 빌려준 채 그가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순간 발렌타인의 발언에 그가 잠깐 걸음을 멈칫한다. 그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울분이 들어있다고 해야할까, 그 모습이 너무나도 왜소해보여서 잠시간 머뭇거림이 생길정도였다. 불쌍하다는 말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싸구려 동정은, 이 긍지높은 짐승에게 어울릴 수 없는 말이니까. 그러니까....
"인간이니까요."
그가 주저 없이 대답한다.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시스템을 구축한 인간들끼리 싸우고 다퉈가며 인류는 그렇게 약육강식의 절대 원리를 세워갔다. 어찌 보면 눈물 흘릴수 밖에 없는 광경이다.
"인간은 신이 아닙니다. 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빠르게 이해할 수도 있는게 아니고... 그렇기에 상처 받고 또 싸우는것이고요."
용을 꿈꾸는 이가 짐승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이어진 의지를 안고 걸어가는거니까요. 물론..... 그 의지와 소망이 수만, 수십만이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헤아릴수 없다는것도 같지만....."
허나 그 눈빛 만큼은 용의 그것과도 뒤지지 않았다. 따스하면서도 진중하고, 무게감 있지만 한 없이 자유로운 눈빛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분위기가 심오해졌다. 일순 주앙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포기한다. 무엇을? 어째서? 그 어떤 힌트도 주어지지 않은 채. 그 단어 하나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기에 무엇도 걸지 않은 채. 만약 본인이 지게 될 경우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상대는 또 처음이다. 분위기가. 그리고 지금의 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깊어져버리고 말았다. 허나 그 사실이 주는 것은 위기감도 불안함도 아니었다. 이윽고 다시 입꼬리를 슥 끌어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 오호라.. 그래. 감당할 수 있겠니?"
자신의 가벼운 도발과, 거의 일상이었던 내기에 이렇게까지 본격적인 반응을 보여준다면 이 관계를 쉬이 끊어낼수는 없을거라고 느꼈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마냥 순탄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치 일생일대의 내기를 하는것만 같은 이 짜릿함과 아찔함은 자신에게 큰 황홀경을 선사해주었다. 지금의 이 기분을 인생의 마지막 숨을 내뱉는 그 날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역시 그것은 자신의 과한 욕심이겠지. 몇 걸음 다가가 당신과 눈을 맞추던 주양은 슬쩍 눈꼬리를 아래로 내려 휘게 만들었다.
"어때. 정신이 확 들지? 지금의 그 감정 기복. 평온하고 일정한 것보다 더욱 짜릿하면서.. 좀 더 살아갈 맛이 나지 않아? 너도 내가 말한것처럼 온전히 이 기분을 느끼고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게 내 인생의 원동력이야."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이 짜릿함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랄게. 자신의 입술을 가벼이 핥아 올리며 미소를 더더욱 짙게 머금었다. 앞으로. 평생 끝나지 않을 이 덧없는 싸움 앞에서 꺾이지 않고 나아가, 마지막에는 그 평생이라는 전제조건조차 무시해버린 채 자신마저 쓰러트릴 수 있기를 바라며. 당돌하면서도 대담하게 평생의 싸움을 자신에게 제안한 당신에 대한 기대치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한참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던 주양은 이윽고 내기를 위해 몸을 돌렸다.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보는건데~ 벌써 너를 내기에 걸고싶어지는걸~? 그 당돌함. 내가 높이 평가하겠어!"
그리고 그것은 그 기대치의 연장선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조금은 분위기를 풀려는 듯, 다시 평소대로의 말투로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양 능글거리는것이 퍽 일품이었다. 내기에서 지고, 당신에게 승리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그것도 정정당당이 낳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으니 아쉬움은 뒤로 하기로 했다. 이해서 정정당당함과는. 쉽게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가 없지.
예상치도 못한 적토마 비유에 주양은 그만 한차례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맙소사. 간만에 조금 신나게 달려보기는 했는데 이 후배가 느끼기에는 그 정도였단 말인가. 아까 자신감 있게 평생의 싸움을 제안할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하는 마인드로 당신을 부축하며 당신이 손가락질한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구나~ 그. 문구 참 유별나네. 코코넛이 당연히 코코넛이지, 100% 생코코넛은 또 뭐람? 누가 보면 다른곳은 가짜 코코넛이라도 파는 줄 알겠어~ 안 그래~?"
주양에게는 이런 문화가 익숙하면서도 어쩔 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과장광고같은 것을 접했을 때는 더더욱. 이래저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일단은 음료수를 마셔야 했으니. 주양은 얼른 그리로 향해 음료를 두 잔 주문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은 한적한 시간대였기에, 그리 오래 기다릴것 없이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계산까지 끝내고, 자신 몫의 코코넛을 꼭 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책하면서 마셔도 좋겠지만, 역시 이런건 그늘 아래서 마셔줘야 제맛 아니겠어? 어때. 저기서 바다 경치라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즐거볼까?"
짜증이 스몄다. 아픈 사람은 자신인데 왜 호들갑은 당신일까? 사소한 걱정이라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묵인할 수는 없는 건가? 그는 예민하게 굴었지만, 종잇장같은 몸뚱이는 한 걸음도 제대로 내딛기가 어려웠다. 몸도 가누지 못하니 불쑥 분노의 화살표가 당신이 아닌 그에게 꽂힌다. 고작 이것 하나 버티지 못하여서 이런 꼴을 보이다니, 수치스럽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뱉으며 그가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호들갑 떨지 말게. 늘 있는 일이니."
단지 그 정도가 아주 조금은 강할 뿐이다. 그는 지금 사냥 당하던 짐승이다. 당신을 사냥꾼으로 가정하고 묻듯 날카로운 발언이 향한다. 굳이 당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있을 난제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이 당신에게 간 것은,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최악의 성격임은 확실하다.
"인간이라서?"
그는 당신의 어깨에 기대 다시 숨결만 존재하는 웃음을 터뜨린다. 인간이라서! 참 싫은 답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욕망하고 갈구하며 파멸을 자초하지만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믿음이 배신 당한다 하여도 변함이 없다. 아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렵다. 그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끝없는 굴레 속의 평행길을 걷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습군."
다르단 희망을 품었지만 우린 결국 같고 극과 극이기에 닮았다는 건가? 아,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이해할 수 없다 믿고싶다. 아, 나는..그는 낮게 가르랑거리듯 느즈막한 웃음을 흘린다. 자조적인 웃음, 그 뒤로 가라앉지 못한 피가 입술을 타고 흘렀다.
"자네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자네가 날 이해할 수 없는 만큼."
얄량한 자존심을 세우고 부정한다. 그리고 체념한다. 발버둥쳐도 인간은 인간의 삶을 사누나. 나의 삶이여. 눈 감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거늘 어찌 불을 끄느냐...그는 기어이 비틀거리다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러니 오늘 일은 없었던 게야."
한 걸음. 현궁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이 더 심하게 휘청거렸다. 기어이 고개를 돌려 바닥을 향해 거칠게 피를 뱉어내고, 날카롭게 흐느끼듯 웃으며.
가만히 그의 말을 듣는다. 항상 이렇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신이 늘 말했던 사실이다. 간판을 지고 가는 이여, 그 무게가 가진 의미를 알지어다, 간판이란 살아감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 붙는 것이니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역량이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 이 눈 앞에 있는, 상처를 입었어도 그 긍지를 높이 치겨든 짐승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떤 무게를 지고 가는지, 그가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이미 리안의 옷은 전신이 피로 범벅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옷이야 다시 빨고 수선하면 끝이지만 사람의 손은 한번 놓아버리면 그걸로 끝인 법, 그는 그것이 싫었다. 그렇기에 그는 천천히 자신의 소매깃을 이용해 발렌타인의 입가에 묻은 피를 모두 닦아내고, 더불어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피들을 최대한 자신의 옷을 이용해 땅바닥에 그 자국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원하신다면 그리 해드리겠습니다. 황금천칭의 이름을 걸고. 오늘 일은 없었던걸로 해드리죠. 하지만 그 댓가로...."
용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황금천칭이 움직인다. 누군가 그랬었다. 에스카마리 가문 만큼 그들의 성향이 확고한 곳은 없다고, 그들은 은혜와 원한을 갚는데 있어 목숨도 주저하지 않고 거래로 낼수 있다지만, 역으로 그들에게 은혜를 지려 하거나 부탁을 한다면 그만큼의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지금 발렌타인은 부탁을 하였고, 그는 그에대해 이행해주려 한다.
"아쉽게도, 아픈 사람을 보고서 잠자코 있을 점잖은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죠,"
그 순간, 그가 허리를 굽힌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등에 업어버리고는 다리를 들어올린 뒤 말그대로 발렌타인이 등뒤에 실려가는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이미 각혈과 두통으로 힘이 빠져버릴대로 빠져버린 터라 그러한 자세를 잡기는 워낙에 쉬운 상황,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진중한 어조 그대로 입을 열었다.
"댓가는 이걸로 받아낸 걸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게 치욕스러우시다면, 이대로 섹튬셈프라를 외우시고 제 목을 잘라버리셔도 됩니다."
자신을 죽여도 된다는 말을 무덤덤하게 한다. 도대체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일까.
주양이 속으로 미안해하지 않는다 해서 그 속마음을 그가 알 길이 없고, 나쁜 일만 아니라면 그에게는 만사를 평온하게 납득해버리는 기질이 있으니 순순한 동의가 돌아왔다. 갑작스레 시작된 물놀이 패대기 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는 주양이 참 유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나자마자 과격한 장난질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오래 본 사이처럼 스스럼없게 얘기하게 된다. 마침 지금 꺼낸 대화 주제가 반려동물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고. 지금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주양에게 청이라는 새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네?"
내깃돈이라고……. 이해하기 힘든 갑작스러운 논리 점프에 그는 저도 모르게 반문해버리고 말았다. 그, 소중한 판돈…? 소중한 복돼지… 같은 의미로 한 말인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농담인가 싶어 일단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소중하다고 했으니까 나쁜 뜻은 아니겠지… . 그는 다짜고짜 이 초면인(엄밀하게는 대화가 처음인) 주궁 학생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주양의 사람됨을 모르는 그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납득이었다.
"아, 고마워요. 그럼."
그는 위로 손을 들어 아직까지도 인간 위에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선 라쉬의 목덜미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개는 모르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신호를 줘도 묵묵부답이다. 결국 그는 입으로 말했다.
내려와, 어우우…(싫어), 내려와, 우어엉(태워줘), 내려와, 힝잉이……. 개 나이 다섯 살이면 세금도 낼 줄 안다… 아니, 이게 아니지. 탈것의 편안함을 알게 된 라쉬는 올라온 김에 육지까지 안락하게 쉬고 싶어진 모양이다. 결국 그가 라쉬를 진 채 물 속으로 스르륵 잠수하려 하고서야 겨우 내려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풍덩, 두 발로 섰을 때 기준 몸길이 180cm 가량의 육중한 5세 아가는 체념한 얼굴로 휘적휘적 성의 없는 발짓으로 물 속을 유영했다. 그렇게 조금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냅다 주양에게 매달린다. 앞발을 잡고 수영을 도와달라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힘 빼고 물속에 미역처럼 둥둥 떠있을 테니 잘 붙잡고 데려다달라는 신호였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요구였다. 대강의 상황을 감으로 짐작한 그는 뒤편에서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강아지'를 보는 듯한 보호자의 표정이었다.
' 즉흥곡! 특히, 아무 악보 없이 연주되는 즉흥곡을 가장 좋아해. 가수의 노래가 즉흥적인 것도 좋아하지! ' 그건 어떻게 보면 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래서 잘생긴 사람은 피곤하다고요? 하. 즉흥곡이긴 하죠 ' 잘 생긴 건 사실이야? 목소리도 엄청 좋은 걸? '
까르르 웃으면서 말한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크게 웃었습니다.
' 아하하하하ㅡ 그러면, 나중에 내가 한 잔씩 알코올 줄 수도 있다고? 학생 앞에서 알코올 마셨다고 잡혀가는 거 아니려나 몰라! '
물론, 농담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그는, 그런 걸 신경 쓸 성격이 아니니까요. 경박, 경솔, 경망. 그 세 가지 단어가 그를 지칭하는 단어니 말입니다.
당신의 순순한 동의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이 쪽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사실쯤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대화를 몇번 나누지 못했던 상대와 노는 시간에서, 이것저것 현실적으로 따진다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거라는 극히 낙관적인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주양 자신의 모습은 오히려 낙관적이기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시간은 흘러, 언제 살벌하게 물장난을 하고 패대기치고 패대기쳐졌냐는 듯 이야기꽃을 피우기 바쁜 모습이었다. 역시 과격한 장난은 리스크가 크지만 그 대신 돌아오는것도 큰 법이다.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섞은 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 속 내적 친밀감은 최대치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을 만큼 커져있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내적 친밀감과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한참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응을 보며 주양은 다시 실없이 웃었다.
"왜 그래~? 내 비유에 뭔가 잘못된 점이라도 있어? 내깃돈! 앞으로 너도 자주 듣게 될 테니까, 금방 익숙해질거야~"
허구한 날 뭘 걸고 내기하는 주양으로써는 당신 앞에서도 청을 걸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안 하고 가뿐히 넘기는 날도 종종 있었지만 기회만 잡았다 하면 어김없이 내기 이야기가 나오고 그 뒤에는 청이 걸린다. 주양 자신이 먼저 내깃돈을 다른 것으로 바꿔 걸지 않는 이상은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내기의 흐름이었다. 지금. 내깃돈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때의 반응도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그때가 된다면 또 얼마나 재밌는 반응을 보여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뭘 이정도로~ 라쉬, 라쉬~ 내려.. 푸핳!!"
다시 제법 상냥한 목소리를 내비치려던 주양은 이윽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목덜미를 툭툭 쳤는데도 끝까지 모르는 척을 하던 그 모습까지는 어찌저찌 버틸 수 있었으나 이어지는 3연속 내려와 콤보에 대한 반응에서 결국 웃음을 더 이상 참을수 없었다. 맙소사. 내가 뭘 보고 뭘 들은거지 방금. 지금만큼은 살짝 라쉬가 부러워질 뻔 했다. 청도 저렇게 애교가 많았다면 좋았으련만. 허나 청의 성질머리가 지금처럼 더더욱 고약해지는데 크게 기여한게 누구인지 떠올려본다면 그런 생각은 금방 가라앉기 마련이었다.
"자~ 이리로 온. 착하지! 그. 패대기 잘 치는 친구도 내 목소리랑 걸어가는 소리 잘 듣고 따라와~ 파도소리 때문에 걸어가는 소리를 쫓기 힘들어지면 딱 멈춰서 이야기하고! 내가 끊임없이 재잘거릴 테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영 애매해진다 싶으면 라쉬를 들쳐업고 당신의 손을 잡고서 같이 나오는 방법이 있었으나, 아까 전 당신의 등 위에 올라갔던 라쉬의 위용을 떠올려봤을 때 그건 영 옳지 않은 선택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기에 버틸 수 있었지, 아마 자신이라면 당장 샌드위치처럼 반 접혀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을 것이다. 휘적거리며 헤엄을 치던 라쉬가 자신에게 척 매달려서 뒷발질도 안하고 둥둥 떠있는 걸 보고 주양은 다시 한바탕 깔깔거리며 경박하게 웃었다.
"아하하핫, 괜찮아~! 원래 5살때가 어리광이 제일 많을 때 아니겠어~? 자. 가자~ 너도, 라쉬도 내가 안전하게 얕은 곳까지 잘 에스코트해서 데려갈 테니까 걱정 말고~!"
자. 그럼 이쪽으로! 하며 주양은 라쉬의 앞발을 잡고 얕은 곳으로 살살 끌기 시작했다. 장애물이 있나 없나 끊임없이 확인하는것도 잊지 않고, 중간중간 파도소리에 물을 가르고 걸어가는 소리가 묻힐때쯤이면 다시 이쪽이라면서 목소리로 신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켠으로는 눈 앞의 이 거대한 어리광쟁이에게 완전 혹해 있었다. 적어도 이 강아지는, 마음이 여리지도 유약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기에 더 마음을 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거 알려줬다고 뺨을 맞는거에요? 그러면 더 물어보면 안되겠네~ 잘생긴 얼굴은 보호해야하죠. 그러다가 상하면 그건 큰 손해라구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남자와 다르게 단태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보이며 대답했다. 능청스럽고 능글맞지 않은 진지한 태도였다가도 단태가 헤죽-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쵸? 동의를 구하듯 고개를 한쪽으로 슬그머니 기울여보이기도 했다. 즉흥곡을 좋아한다는 대답에 다시금 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문득 끄덕이던 것을 멈췄다. 뭔가가 슬그머니 신경쓰였다.
"악보없이 연주되는 즉흥곡이 제일 힘들지 않아요? 하는 것도 힘든데~ 연주가 안맞으면 듣는 사람도 괴롭고 말이에요."
남자의 말에 단태는 대답을 하다말고 히죽-하니 웃음을 지어보인다. "학생도 아니고 어른이 술 마셨다고 잡혀갈까. 알콜이 들어있는 술 한잔 주신다면 난 감사히 받아마시겠지만요. 오라버니~?" 능청스럽게 뻔뻔한 목소리로 느물느물 대꾸하면서 단태가 주막으로 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이름이 너무 특이하면 남들이 잘 기억하잖아요? 아! 물론 오라버니의 이름은 잘 기억할 수 있어요. 나랑 같은 '태'가 들어가잖아요? 안그래요? 이것이 바로 운명?"
역시나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느물느물하게 중얼거리던 단태는 아, 하는 소리를 내고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둘은 얼떨결에 내기를 걸어버렸다. 후에 밥먹듯이 청을 내거는 주양을 보며 민은 기절할듯 따질지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걱정할 일이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허망해진 민이 지금의 진지함을 한 스푼 내려놓을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부터 패밀리어를 건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요."
여상한 대답이 들려온다. 민은 이 내기가 길고 끈질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민은 사람을 설득할때의 자신이 얼마나 끈질기고 섬세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일이 허탕으로 돌아갈때의 몰아치는 무력함이 얼마나 잔인한지조차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이 기껍게 느껴졌다. 자신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차갑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당신이 가진 맹렬한 업화에 기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저를 내기에 건다고요? 나를 담보삼는다는 소리죠, 그거?"
일순 황당함이 얼굴에 떠오른다. 나의 소유권, 언제부터 주양에게 가있었나. 어안이 벙벙해진 민이었다. 내가 내기에 건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데. 아니 그전에 아직 지지도 않았잖아. 고민하느라 민의 걸음이 더욱더 늦어진다. 아까는 그래도 비틀거리는 모습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정말로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민의 시름이 깊어진다.
이 선배, 심상치 않은게 비범하기 짝이 없었다. 큰맘먹고 제 신념을 걸고 내기를 했건만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자신이 지는 날이 오면... 시치미 뚝 떼어버리자. 내가 뭘 포기하는지 말 안했잖아. 손톱 1mm정도 포기했다고 구라치면 어떻게든... 주양이 들으면 기함을 토할만한 생각을 하며 민이 균형을 되찾았다. 낯빛이 한결 빛나보인다.
"뭐, 진짜 코코넛을 잘라준다~ 이런 뜻 아니겠어요?"
민이 건네받은 코코넛 안쪽을 빨대로 긁어내며 대꾸한다. 이렇게까지 고민 없이 대답한 티를 내기도 힘들텐데 이걸 민이 해낸다. 이미 빨대를 입에 넣었던 민이 주양의 제안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가 맑고 더우니 좋은 생각이었다.
"...!"
그늘에 앉아 코코넛 음료를 목에 넘긴다. 말라있던 목 점막에 시원하고 투명한 코코넛 즙이 닿는다. 민의 얼굴이 깨달음을 얻은 신자처럼 진중해진다.
아앗.. 나가기 전에 잠깐 봤는데 이건 말을 안 얹을수가 없겠네. 꼭 앞에서 까놓고 말할 자신 없는 사람들이 뒤에서 호박씨나 까고 다니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사람들한테 너무 마음쓸것 없어. 그치만 저릿저릿하고 화나고 억울한 건 당연히 드는 거니까.. 캡틴 힘내고. 잘 추스르길 바랄게! :)
보자~ 첼주랑 타타주랑 땃주랑 랸주 안녕! 진짜 다녀올게. 오늘도 밤 늦게? 올 것 같지만.. 아무튼 저녁 아직 안 먹은 사람들은 얼른 저녁먹고 오기!
다들 어서오세요. 캡틴은 잘못한 점 하나 없으니 괜찮아요.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내가 뭐 잘못했나? 그런 생각 하지 마시고 일단 푹 쉬셔요.
물론 세상 일이 맘대로 안 되겠죠. 푹 쉬고 추스리고 와야지 해도 그게 없던 일이 되고 한 번에 잊어버릴 일은 아닐 거예요..아무렴요. 누가 내 욕을 한다니. 당연히 화가 나고, 계속 생각나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왜 미움 받아야하나 억울하실 거예요.😠
그래도 아, 그 사람들은 거기까지인 거구나..하고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만약 캡틴을 정말 생각했더라면 앞에서라도 조심스럽게 지적 했겠지, 그럴만한 인물상을 가진 존재는 절대 아니란 거니까요. 그런 되도 않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부디 푹 쉬시면서 추스리고, 내일이나 모레, 앞으로도 근사한 일만 생기길 바랄게요.😌
말주변이 없지만 이렇게나마 심심한 위로를 보내드려요. 아무튼 정말 푹 쉬시기여요. 심심한 위로인 웹박수도 확인해주시고요.🙄
"어.... 음...." "부탁합니다. 아현양." "제가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걸까요....?"
리안이 대놓고 아현에게 절을 하며 빌고 있다.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상황이 이해는 간다는 것인지 안절부절 못하던 아현은 천천히 자신의 부장에게 다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듬더듬 그의 얼굴을 만지며 표정을 짐작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잠시간 표정을 살피던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음.... 일단은 도와드릴께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부장님이 도와달라는데요. 그래서 제가 할 일이...." "여름철에 좋은 음료수가 뭘까요? 다른 것보다 직접 만드는게...." "아....!!"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주작님이 더위를 먹어서 현무의 물을 구해가야 하고, 그를 위해 감 사감님께 드릴 무언가를 드려야 한다고, 그래서 그가 선택한건 다름아닌 그녀, 한때 그쪽 관련으로 공부를 했다고 이야기했으니 그가 손을 벌린건 당연한 것이리라. 그 순간 그녀가 살포시 웃었고, 그는 그녀의 이끌림에 따라 조리 실습실로 향하였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이라 쓰고 6시간이 흘렀다.—, 리안은 자신도 못하는게 있다는 타박을 아현에게 듣고서 도망치듯 주방을 튀어 나왔다. 그런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아닌 직접 달여낸 수정과 한병, 마법으로 차게 식힌 수정과 한잔은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그는 서둘러 감 사감님께 달려가 그것을 진상해 올리며 말했다.
그는 가주의 무게를 짊어진 이후 늘 두통과 함께했다. 사실 가주의 무게를 짊어지기 이전에도 징조는 있었다. 처음엔 엉클 톰이 준 머글의 과자가 자신과 안 맞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알러지 증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두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가 이 두통을 결국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어머니께서 울면서 그를 껴안았을 때. 어째서 어린 네가 휘말렸냐고 한탄하실 때, 엉클 톰으로부터 그것이 선조부터 내려온 굴레임을 알고 나서부터는, 거스르지 않고 그 무게를 짊어지기로 했다.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그는 흐려진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소매깃이 입가의 피를, 턱을 흐른 범벅진 혈흔을 닦는다. 이런 친절은 과분하다. 싫다. 밀어내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당신은 또 가문을 걸고, 그는 또 환멸을 느꼈다. 이런 중압감이 싫었다. 하지만 오늘은 대가를 치르리라.
"잠깐, 뭐 하는…"
너무나도 쉽게 업혔다. 힘없는 그는 예상보다 훨씬 가벼우리라. 예상보다 더 깊게 잡아야 팔에 걸칠 수 있는 나뭇가지 같은 다리. 들키고 싶지 않아 품이 넓은 옷을 고수했다. 그는 당신의 말에 겨우겨우 손을 올린다. 당신의 목 주변으로 검은 손톱이 배회한다. 그의 손등에 얌전히 자리한 혈관이 툭 불거졌다. 손가락에 기묘하게 힘이 들어간 탓이다. 그가 당신에게 나지막히 속삭인다.
"아가야."
짐승이 당신에게 당부한다. 정 반대에 있기에 가장 닮을 지도 모르는 자가 당신에게. 죽음이 삶에게, 달이 해에게 속삭인다. 흐린 분홍색 눈동자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향하고, 검은 손톱은 날이 서 목가를 배회한다. 금방이라도 조를듯한 그 기묘한 손짓과 달리 저주는 나오지 않았다.
"죽음을 거래의 수단과 신뢰의 증명으로 사용하는 포부는 높이 사나 네 주어진 삶을 스스로 끊어내려 들지 말거라. 죽음이 네 곁을 도사리는 것이 마냥 옳은 일은 아닐지니."
마디가 조금 꺾여 고정될 정도로 큰 힘이 들어간 손은 다시 힘이 빠진다. 그가 고개를 한 번 천장을 향해 들어올린다. 아직 남아있던 피가 목 뒤로 넘어간다. 기분이 나빴다. 그가 나지막히 입을 연다. 피끓는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네 죽음의 의미가 개죽음이 아니어야 할 것 아니니, 응? 그리 무거운 주제도 아니거니와 가벼운 주제도 아닌 것이 삶의 경중일진대 네 어찌 그리 경히 여기려 하느냐. 비단 남의 것이 아닌 너의 것도..."
아끼는 존재일수록 소중히 대하려는 성향의 그로서는……, 아니 일반적인 감성의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자명한 지론에 그는 반절은 의문, 반절은 의심―의심의 대상은 두말할 것 없이 제 귀였다.―에 찬 표정이 되어 눈을 깜빡거렸다. 한국어로 내기+돈이 조합되면 자산이 몰랐던 다른 뜻으로 바뀌는 문법이 있었던가? 아니면 주양이 말하는 '내기'는 내기¹의 동음이의어였다든지? 내버려뒀더라면 급기야 그 자리에서 그동안 배운 한국어 어휘와 문법 공부까지 돌아볼 기세였다. 그만큼 영문을 모를 소리라 대답마저 조금 뒤늦었다.
"무슨 일에 뭘 건다고요, 그거?"
그러나 놀람도 뒤이은 상황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 부끄러운 강아지야…! 주양이 웃었을 때 1차, 한 치 머뭇거림도 없이 처음 만난 사람한테 냉큼 안겨버린 데서 2차.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었다. 관종견의 너무도 뻔뻔하고 당당한 태도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지만, 이건 라쉬를 너무 예뻐한 나머지 버릇을 이렇게 들여놓은 그의 자업자득이었다. 그래도 주양이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라 다행이다. 하기야 라쉬를 소개했을 때부터 이미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으니 주양이 개를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긴 했었지만. 주양이 걸음을 떼자 그도 따라 나선다. 사실 중간 정도 깊이의 바다는 탁 트인 공간이라 해변보다 편하고, 주양이 말한 만큼의 수준으로 정성들인 안내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운 강아지를 맡겨 죄송하니 따라가는 데만 해도 바빴다.
"설마 제 이름 잊으신 건 아니겠죠?"
대신에 여상스러운 말투로, 그가 몸을 숙이고 주양의 옆으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걷는 속도는 평범하건만 기본적인 보폭이 넓으니 마음만 먹으면 앞사람을 따라잡는 것도 순식간이다. 곁에서 튀어나왔지만 시선은 여전히 정면을 향하고 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하니 느낌이 묘하다. 사실은 그냥 장난 치는 것이지만. 한복 입고 한식 먹으며 지낸지 5년, 그동안의 경험으로 말의 어감에서 오는 느낌을 한국인 못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패대기 잘 치는 친구 앞에 '그,'가 붙었으니 아마 대충 가물가물한 게 아닐까. 한국 사람 기준으로 제 이름이 곧바로 외우기 쉬운 편은 아니란 건 아니 기분 상할 일은 아니라 당연히 이해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5살 먹은 어리광쟁이만 신이 났다. 편안하게 주양의 팔에 매달렸다가, 조금 뒤에는 떠내려가는 상태로 아예 일광욕 즐기는 해달처럼 아예 위쪽을 보고 벌렁 누워서는 간헐적으로 꼬리만 느릿느릿 흔든다. 처음부터 수심 깊은 먼 곳까진 나가지 않았던 탓에 물 밖으로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이 얕아지자 한껏 퍼질러져 있던 라쉬가 갑자기 빠릿하게 몸을 뒤집고 육지로 우다닥 달려간다. 그러더니 젖은 땅의 둔덕으로 올라가 한쪽 앞발을 들고는 한껏 의기양양한 자세를 취했다. 자기가 1등으로 도착했다 그건가……. 뻔뻔하도록 자신감 교육만큼은 아주 잘 받은 개였다. 이윽고 라쉬는 다시 인간 친구들의 앞까지 달려와서는 푸르륵 거세게 물을 털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 그는 덤덤하게 물을 맞으며 말했다.
당신의 말을 듣고 주양은 살짝 휘둥그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맞다. 당신에게는 자신이 패밀리어를 거는 걸 자주 볼 거라는 이야기도. 청이 내깃돈이라는 것도 제대로 이야기한적이 없었다. 바퀴벌레에 쫓겨 정신 없이 내달리다 보니, 설명 포인트를 놓친 탓이었다. 지금이라도 해명한다면 훨씬 나은 상황이 될 지도 모르나 눈 앞의 즐거움을 쫓지 않는것은 주양이 아니었다. 언제 그런 얼빵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다시 비열한 미소를 내걸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나~ 나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패밀리어를 건 거였는데! 내 질문에 확실한 답이 없는걸 보니까, Hoxy.."
당신의 속뜻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전혀 관계 없이, 주양의 무차별식 무근본 도발이 시작되었다. 말 끝에 쫄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어디선가 그런 말을 본 것 때문이었다.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으으음.. 뭐라고 해야 하려나. 그거랑은 조금 더른 개념이라는것만 알아둬~? 후후. 지금 내가 전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이윽고 주양은 애매모호하게 말하며 입꼬리를 쓱 올렸다. 역시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아는 상대의 반응과 자신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대의 반응은 가지각색이기 마련이며, 그런 반응들 덕분에 주양이 더더욱 이런 것을 끊지 못하기도 했다. 청 대신 내기에 건다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극히 무례할지도 모르는 행동이지만, 주양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것을 이 자리에서 말하기엔 조금 낯뜨겁지 않나. 그렇다. 주양은 지금 너의 마인드가 꽤 호감이야 하는 한 마디 말을 꺼내지 못해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네. 그럼 다른곳은 가짜 코코넛을 판다는 뜻일까? 근데 이건 너한테 계속 물어봐도 별 의미 없겠다! 나중에 저기 주인 아저씨한테 한번 물어보거나 해야지."
그리고 벌써부터 물건 안 살거면 저리 가라며 쫓겨나는 장면이 눈에 훤했다. 현수막의 문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건 주양이 유일할것이다. 그런 스불재급 결말을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궁금증이 들고 시선이 가는 것은 결국에는 주양 역시 어쩔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뜻이었겠지.
나무그늘 아래로 가, 적당히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삐딱한 자세로 코코넛을 들이켰다. 한 모금. 그리고 몇번 입맛을 다시고. 주양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건 자신이 상상하고 있던 코코넛의 맛이 아니다. 분명 이미지만 본다면 멜론 급의 달콤함에 약간의 크리미함이 더해지고, 미각을 열심히 자극시켜줄수 있는 이미지였는데. 한참 할 말을 잃은 채 코코넛을 뚫어져라 보던 주양은 천천히 어깨를 으쓱였다.
"어.. 그러게. 여러 의미로 진짜 엄청나네. 차라리 청이 목욕한 물을 마시는게 이것보다 더 낫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 진짜 마신다면 결국 그거나 그거나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코코넛은 음식이라도 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 코코넛 특유의.. 말로 형용할수 없는 맛은 차라리 청의 목욕물을 마시는게 더 나을거라는 묘한 기분을 주었다. 원래 같았더라면 이것도 내기를 걸고 누가 먼저 다 마시나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만큼은 주양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할수가 없었다. 패배는 한 번이면 충분한 것이니. 두번 연속으로 패배하는 굴욕은 보이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우리 지금은 코코넛 말고 바다 풍경에나 관심을 좀 주도록 할까? 오늘 날씨 참 좋다~ 아하하.."
맥없는 웃음이 주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허무맹랑한 맛이라니. 두번 다시는 안 사먹고 말겠다. 아니면 청이 말을 안 들을때 훈계용으로 먹여도 되겠다는 몹쓸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청이 느끼는 맛은 사람과는 다를지도 몰랐지만.
저녁도 넘기고 침대에 뻗어 있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언제일까. 전 같았으면 지금도 충분히 좋았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약간 아쉬웠다. 옆이 허전하다고 할까. 꿈 같던 휴가 중을 떠올리며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그녀. 그러 그녀에게 하얀 솜뭉치가 돌진한 것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냐앙!
"커헠!"
아무리 리치가 동년배 고양이보다 작다곤 하나, 전력질주로 들이받으면 꽤 아프다. 하필이면 긴장 다 풀고 늘어져 있는데. 아픔에 놀람까지 더해져 배를 감싸고 그녀의 옆으로 의기양양한 표정의 리치가 다가온다. 엎드린 자신의 앞에 꼿꼿히 앉아 꼬리를 바닥에 두번 내리친다. 무언가 원하는게 있을 때의 모션. 그녀가 창백해진 얼굴로 리치를 보자, 거만한 금안이 그녀와 시선을 맞춘다.
"ㅇ...왜에... 간식 줘...?"
탁탁!
"어...놀아줘?"
탁탁!
간식도 놀이도 아니면 뭘까. 그녀의 금안이 가늘게 좁아진다. 슬슬 가라앉는 배의 통증에 천천히 일어나 앉자, 리치가 도톰한 앞발을 들어 불만스럽게 그녀의 허벅지를 때린다. 그것도 모르냐고 따지는 거 같다. 아니 그러면 말을 하던가.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리치를 쓰다듬어 주다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 꺼내본다.
"리치.... 사냥?"
탁! 냥!
아, 정답이었나보다. 경쾌한 울음소리와 꼬리치기에 그거였냐고...라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느릿느릿 일어나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며 말한다.
"리치리치~ 몰아오는 건 리치가 하는거다?"
냐앙.
"난 잡아서 들어주기만 할거야?"
냐앙."
"나는 절대 뛰거나 달리거나 안 할거니ㄲ 어흨."
연달은 질문에 성이 났는지, 리치가 상체를 숙인 그녀를 다시 들이받아 침대로 고꾸라지게 만든 건 안 비밀이다.
-
편안한 실내복 차림으로 가방과 리치를 짊어지고 학원 앞 숲으로 나간 그녀. 저멀리 숲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엉덩이를 들썩이는 리치를 달래며 몰이하기 좋은 거리까지 걸어간다. 인기척에 파사삭 도망가는 니플러들의 소리가 들리자 그때서야 리치를 내려준다.
"자 리치.... go!"
그녀의 신호와 함께 어둑한 숲 안으로 하얀 섬광이 튀어나간다. 파사사삭, 사사삭. 요란한 수풀 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쌍한 니플러의 비명이 들리고, 이쪽으로 오는 기척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한마리를 낚아채었다.
"옛다~"
갓 잡아 싱싱한(?) 니플러를 거꾸로 잡고 리치 앞에 내밀자, 통통한 앞발이 니플러를 사정없이 후들기기 시작했다.
한마리를 주머니 속 먼지까지 탈탈 털어낸 뒤 내려놓자 금방 쏜살같이 도망가버린다. 리치도 그건 잡았던거라 판단했는지 그쪽을 쫒지 않고 수풀 쪽을 응시한다. 이미 다 숨은 후인지 숲 안은 조용했다. 그러자 어떻게든 해달라는 리치의 눈빛이 그녀를 향했고, 그 눈빛을 보자 그녀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응."
그녀는 비녀 대신 머리를 고정하던 지팡이를 뽑아 소노루스를 쓴 뒤, 가능한 크게 숨을 들이쉬고 소리를 질렀다. 발음으로 치면 악, 하는 소리가 나무들 사이를 울리자 숨었던 니플러들이 또다시 혼비백산 하는 소리가 울리고, 리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수풀로 돌진했다. 그런 다음 두번째를 잡아올리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하, 그게 문제였구나? 다시 설명해줘야겠어. 내기에 청을. 내 패밀리어를 건다는 뜻이지! 내 소중한 내깃돈이니까. 그 가치를 한껏 빛내줘야 하지 않겠어~? 절대 뺏기지 않을 자신도 있으니까 더더욱 가차없이 거는거고!"
정말 내깃돈 그 자체로써의 의미였다면 뺏기지 않을 자신이 있든 없든 막 내걸었을테니. 이쯤 된다면 자신의 의도를 확실히 전달했을 것이다~ 하는 몹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쪽 묘사에 대해서는. 게다가 둘만 있을때가 아닌 남들과 대화를 나눌때에는 자신의 입으로 소중한 내깃돈 이상의 다른 가치를 논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다채로운 이유는 없었다. 대신. 자신의 입으로 꼭 그것을 논할 필요는 없다는 것과, 그러기 상당히 낯뜨겁다는 두 가지의 이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미묘한 기분을 다시금 떨쳐버리기 위해 눈 앞의 커다란 5살 어리광쟁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느낌의 패밀리어를 두고 늘 소소한 전쟁을 벌이다가 이렇게 덩치 크고 온순한 친구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주양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휴식시간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꺅!.. 어, 언제 온거야! 놀랐다구..! 그. 그리고 그런 건 아냐. 이름, 엘로프잖아 엘로프~ 단지 내가 남들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적어서 그랬어. 양해 바랄게?"
역시 이번에도 그런 자신의 태도에 대해 고쳐 나가겠다는 말이나 이름으로 부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 대신 양해 바란다는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했다. 대화에서 남들을 구분지어 이야기할때는 몰라도 이렇게 일대 일 상황에서는. 게다가 사람에게는 이름보다 너라는 호칭을 더 자주 사용했으니까. 가끔은 짓궂은 별명까지 지어 부르기도 했고. 그러니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어색하다는 변명만을 마음 속으로 늘어놓으며 정신승리를 시전하고 있었다.
"아하하, 귀여워라~ 그렇게 누위서 가는 게 편했던 걸까~?"
자신이 뭔가. 이런 표현에 후한 사람은 아니었건만. 묘하게도 이 크고 듬직한 친구에게는 아낌없이 마음을 쏟아내게 되었다. 털이 다 마른다면 분명 보들보들하고 푹신할 것이다. 그때 한번 저 털에 푹 파묻혀보고 싶었다. 발바닥 느낌도 굉장히 괜찮았다. 이래저래 주양을 무장해제 시키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었다.
이윽고 라쉬가 해변으로 나가 앞발을 척 들고 의기양양한 자세를 보이자 주양은 다시 경박스럽게 웃어댔다. 맙소사. 이런 친구한테라면 몇 번이라도 져줄수 있겠는걸. 그런 생각을 하며 박수를 짝쯕 쳐주다가, 라쉬가 몸에 묻은 물을 털자 주양은 다시 얼굴을 가리면서 마냥 웃었다. 그래. 졌으면 벌칙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라쉬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나 주양은 제멋대로 해석하고 생각하기에 바빴다.
"아. 좋아~ 너도 내가 오기 전에 꽤 여럿 패대기친것 같으니까. 잠깐 쉬면서 여유를 만끽하는것도 나쁘지 않지! 일단 휴전이라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 역시 한번 패대기쳐지는 것 만으로는 모자랐던 모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역시 바다에 한번 시원하게 들어가줬으니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금 햇볓을 쬐어주는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모자를 다시 벗고 물기를 탈탈 털어낸 다음, 다시 얌전히 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분명 청도 같이 있었더라면 재미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그 애는 물에 들어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니 신경쓸게 하나 줄었다는 점은 좋기는 했다.
"물론 휴전이니까~ 언제 또 내가 달려들지 모른다구? 준비 단단히 하고 있는 게 좋을거야!"
자. 다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터는 맛이 좋은 니플러들을 혼내줄 시간이다. 이젠 늘 입던 그 후덥지근해보이는 옷차림으로 빠르게 세팅하고 출격 준비를 끝마쳤다. 밖에 나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어, 또 저쪽 산의 까치들과 시비가 붙었던 청을 불러왔다. 갈매기랑 투닥거리던 짬이 생겨서인가, 아니면 그때 쌈닭 기질을 더 길러서인가. 이젠 점점 더 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체급마저 남다른 거대한 맹금에게 시비를 터는 일이 생긴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가릴 건 가.. 린다고 생각했으니 그런 일이 없기를 빌어야겠지만.
아무튼 전생에 광전사라도 되는건지 미쳐 날뛰는 청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역시 니플러라도 좀 잡아두라고 시키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청을 나무위에 먼저 올려보내고, 밑에 동전을 놓고 니플러를 유인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동전에 현혹된 니플러의 움직임을 눈치챈 청이 짧게 깩 하고 신호를 주며 날렵하게 날아올라 니플러를 발으로 꾹 짓눌렀다. 딱 거기까지 해도 괜찮았으나. 니플러의 몸을 콕콕 쪼아대는 모습을 보고는 주양마저도 혀를 내둘렀단다.
".. 청, 너는 맹금류가 아냐.. 매도 아니고..!"
그러니까 미친짓은 그만! 청에게서 니플러를 빼앗았다. 불쌍하게 울음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는 모습이 퍽 가여웠기는 무슨, 이젠 주양이 탈곡기도 아닌 주제에 벌써부터 니플러를 털때 느낄 손맛의 기대감에 한껏 흥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먼지 한톨 안 나올 때까지 깔끔하게 털어낼 시간이다.
털려나온 물건을 보며 주양은 눈을 의심했다. 이것 중 몇개는 자신이 전에도 본 적 있었던 물건들이다. 아니. 기껏 가져다줬는데 또 훔쳐갔다고? 이젠 자신의 어이마저도 털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계속 털어서 가져다줘야 무슨 소용인가. 니플러가 다시 가져가버리면 결국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안될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니플러를 그냥 풀어주지 않고 자신이 들고 가기로 했다. 니플러도 요리재료로 쓰나? 하는. 꽤 몹쓸 부류의 생각과 함께.
"자~ 아까 전처럼만 하자. 아니다. 이번에는 쪼지 말고! 다시 강조하지만 너는 맹금류가 아니니까!"
괜히 다치기라도 한다면.. 아니. 생각해보니까 다치든 안 다치든 크게 상관 없지 않던가? 일단 자신은 목적만 달성한다면 그만이었다. 무고한 생물을 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기에는.. 도둑질을 하는 나쁜 생물이기도 했고. 혼란스러웠다. 그 바람에 청이 미리 잡아둔 니플러를 한참 지나서야 발견하고 다시 탈탈 털기 시작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제일 재미있는것은 니플러를 터는 일이었다. 이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어주마.
슬슬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한번만 더 털고 돌아가야지 싶은 마음에 주양은 다시 존버에 들어갔다. 이렇게 동전만 놔두면 알아서 척척 와주고. 더군다나 패밀리어와의 협공을 진행하니 더더욱 간단했다. 계속 이대로 흘러가게 놔둬도 좋겠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아까 전부터 계속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래저래 날로 먹는것만 같은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명색이 주궁 사람인데 직접 안 움직인다? 활동성이 떨어지는 선택지를 골랐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니 그렇게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대표인데. 직접 발로 뛰면서 모범을 보여야겠지. 후.. 하고 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묶었다. 그래. 지금은.
"드디어 찾아왔구나 니플러 네 이놈~!!"
이윽고 청이 다시 날아오르기 전 짧게 울부짖자, 그 신호를 벗삼아 청 대신 주양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돌진했다. 이대로 밟아버리면 불쌍한 니플러는 삼도천을 건너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양은 차선책을 택했다. 마치 축구 경기의 후반부. 경기 종료 30초 전. 동점 상황에서 일생일대의 역전이 달린 패널티 킥을 꽂아넣는 선수마냥 니플러를 냅다 걷어차버리는 것이다. 니플러는 주양의 킥에 맞고, 멀리. 저 멀리.. 날아가려다, 미리 대기타고 있던 청에게 가로막혀 날아가지 못했다. 순간 무릎을 꿇고 좌절할 뻔 했다만, 역시 과몰입은 좋지 않은 법. 청이 낚아채온 니플러를 다시 거꾸로 들고 탈탈 털면서, 오늘의 마지막 손맛을 톡톡히 느꼈다.
짐승을 업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계속 사람이 없는 길목을 돌아다니기 때문일까, 직선상으로면 충분히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일부러 돌아돌아 들어가는 그 모습은 최대한 그를 보호하려는 그의 배려가 돋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의 입가로는 나즈막히 그의 과거사가 흘러나온다. 깡마른 그의 손을 보자니 조금은 안쓰러웠는지 아주 잠시간이지만 그의 표정이 풀린다.
"[네 목숨이 단 하나인 것은 맞으나, 네 의지는 그 목숨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다. 네가 그를 관철하고자 한다면, 목숨따위는 버려도 되는 것이니라, 그 의지에 비하면 그런 한순간의 목숨은 초라한 것일 뿐이다. 내가 그래왔고, 내 아버지가 그래왔으며, 네 가문이 그래왔다. 자유롭게 살거라, 네가 원하는대로 춤을 추거라, 인생이란 짧다. 생명을 모두 불태워, 네가 있는 곳을 밝히거라.], 이렇게 말이지요."
그가 살짝 뒤를 돌아본다. 용의 핏줄이라는 것은 타고난다는 것일까, 그의 입가로 지어진 부드럽고도 진중한 미소는 절대로 누군가에게 비할바가 못되었다. 그의 모습에서는 아직 미숙하고 작지만, 언젠가 거대하게 날아오를 그 모습이 비춰지는 건 절대로 착각이 아닐것이다. 아니, 그는 반드시 날아오를 것이리라.
"바보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꿈을 맡기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그 사람의 등 뒤를 계속 지켜 보고, 그럼으로써 자신도 언젠가 저렇게 꿈을 이룰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존재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방송부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요."
자신은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그 길을 걸어나가고, 그 아이들은 자신의 등 뒤를 따라 걷는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꿈을 꾸기에 그 의지를 가지는 것이고, 누군가는 그 꿈을 꾸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나아간다. 인생사는 모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과정에서 꺾이는 것도 많을 것이다. 목숨을 잃는 것도 분명하리라.
"하지만, 그렇게 해서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이어진 의지와 꿈은 결국.... 잊혀지지 않는겁니다."
그렇게, 찰나는 영원이 되어간다. 그가 천천히 한손을 뻗어 발렌타인의 깡마른 손을 잡아주며 재차 걸음을 옮긴다.
맙소사. 마지막에 걷어찼던 것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보다. 분명 발에 착 감기는 감촉은 꽤 묵직했는데 털어보니 별것 없었다. 분명 지금쯤 털어내지지 못한 가여운 물건들은 숲 이곳저곳에 흩어져 또 다른 니플러들의 소지품이 되었을것이다. 니플러가 날아가던 방향을 향해 가벼운 묵념을 하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 교수님에게 돌아갔다.
"자, 자! 이번에도 니플러들이 가져간 물건 들고왔어요~ .. 근데 이 방법. 효과가 있는 거 맞죠?"
분명 전에 찾아왔던 물건이 또 섞여있었다는 말을 전하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아. 니플러와의 전쟁은 끝을 모르게 될 것만 같았다.
되묻자 주양이 친절한 부연설명을 돌려주었다. 그것을 듣고 그는, ……그냥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대략적으로 무슨 뜻인진 알겠는데 다시 들어보면 이상하고, 아니, 그래도 이해는 가지만 이해가 안 되고……. 의문이 꼬여갔지만 어차피 속으로 물음표를 잔뜩 띄워봤자 해소될 문제도 아니다. 언젠가는 주양의 말뜻을 이해하는 날이 올 테니 그는 겸허하게 모든 일을 운명에 떠맡기기로 했다.
이윽고 주양이 꺅 소리를 지른다. 불시에 저지른 장난이 성공하자 그가 소리 없이 헤실헤실 웃다가, 하지만 이름을 잊지는 않았다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다. 놀람 뒤에 스쳐가는 감정은 무안함이다. 확신에 가깝게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건 역시 좀 예의 없었나. 순간의 반성도 있고, 주양의 발언에 생각지 못했던 동질감이 느껴져서, 스윽 굽히고 있었던 자세를 편 그가 곰곰이 생각하듯 턱 밑에 주먹을 대었다.
"사실 저도 이름을 잘 못 부르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데,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주양이 '너'라는 2인칭으로 사람을 부르는 편이라면 그는 아예 2인칭의 언급을 피하며 말하는 편이었다. 교수나 선생 같은 직책이 있는 쪽이라면 그것으로 불렀지만 이름 외의 부를만한 호칭이 없는 사람이라면, 불가피하게 상대를 지칭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당신'이라는 말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 편이었다. 이런 습관이 든 데엔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문화 차이 때문에 쉽게 이름 부르는 일이 입에 붙지 않아서다. 특정 한국인을 김씨로 불렀다간 지나가던 사람들의 3분의 1이 반응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사회. 그곳에서 살다보니 다른 외국인들마저 성으로 부르기 애매해졌다는 것도 사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을 비화다. 하지만 '당신'은 역시 거리감이 좀 심한 말이지 않은가, 그런고로 기회가 생긴 김에 물어볼 요량이다.
한쪽이 먼저 자리에 앉고 난 뒤 조금 늦게서야 그도 땅 위에 조심히 앉았다. 혼자서 달렸다가 푸르륵거렸다가, 신나게 잘 놀던 라쉬가 와서 자리를 감정할 때까지 잠시 기다린 것이다. 물을 털어내며 깔끔 떤 것이 무색하게 라쉬는 모래밭을 뒹굴뒹굴 굴렀지만, 그러면서도 멀리는 가지 않고 인간 친구들이 누운 자리를 마구 배회하며 놀았다. 자신감이 높아 철이 없어도 이 친구는 제법 의젓한 직업견이었다. 한편 라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눈치챈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얘 이러고선 또 씻기 싫다고 떼 쓰겠지.……
"그건 곤란한데요. 그럼 라쉬한테 물라고 할 거예요."
아, 2차전도 있어? 그는 주양에 대한 첫인상에 '장난을 굉장히 좋아하는 듯함'의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던져지고 싶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장난을 친 사람이니 이 말이 진담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도 정말로 저지를지 아닐지 진의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돌려주었다. 그는 때마침 뒹굴뒹굴 굴러서 제 가까이로 온 라쉬의 상체를 번쩍 안아들고 주양에게 돌렸다. 5살 아가는 상황파악을 했는지 일단 멀뚱한 얼굴로 주둥이를 딱딱거려본다.
>>4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우리 어장 사람들은 비설캐는걸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 결국 영고를 벗어나지 못한 파이.. 언제 우리 영고 첫째끼리 회의 한번 해보지 않을래..? (그리고 다시 등장하는 지옥의 첫째 쭈꾸미) 의문의 범행(?)에 대한 둘 반응 너무 최고야 아주 만족스러워~! 아니 근데 왜 묶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악 살려줘..! (발버둥)
"어머나~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 맨날 너너 하는게 버릇이 되어버렸지 뭐야~ 아무튼, 음.. 학년도 같겠다, 그냥 너도 편하게 너라고 불러주면 될 것 같아!"
그것 외에는 뾰족한 호칭이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의 키가 더 작았다면 몰라도 훨씬 큰 상대한테 멀대라고 부르라고 하는 건 썩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허나 그렇다고 꼬맹이라고 불리는 것은 쫀심이 용납하지 않고. 어느 쪽을 택해야할지 몰랐던 주양은 그냥 공평하게 서로 너라고 부르자는 솔로몬급 결론을 내려버렸다.
아무튼. 소리 없는 미소를 보며 주양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역시 청궁 사람들만 유쾌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건 아니었구나. 충분히 재밌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어울려 놀기에는 손색이 없다. 역시 이래서 친구를 만드는 것도 라이벌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의미있고 유익한 행동이다. 누누히 언급하며 느끼고 있는 점이었지만, 이렇게 서로 티키타카가 되며 잘 받아쳐줄수 있는 상대와 친하게 지낸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아하하, 우리 라쉬는 활동력이 넘치는구나! 가끔 힘들지 않아~?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렇게 큰 친구가 이리 붕방 저리 붕방거리는 걸 감당하려면 꽤 힘들 것 같은데~"
달리고. 푸륵거리고. 마지막에는 마치 하프물범이라도 된 것처럼 모래밭 위에 뒹굴거리는 라쉬를 보던 주양이 다시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저렇게 활동력 넘치는 아이는 커버하기 꽤 쉽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선 키가 자신보다 조금 더 큰 아이인데. 게다가 동물의 근력은 인간의 근력과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힘 좋은 당신도 조금 버거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아까 등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을때처럼.
"어어~ 잠깐만! 라쉬. 내가 아까전에 너 여기까지 데려다 줬잖아.. 기억 안 나는거야...? 내가. 내가 얼마나 우리 라쉬에게 진심인데... ... 라고 할 뻔! 와아. 역시 이런 말 엄청 낯설어~"
꽤 감정어린 호소를 하는 듯 하던 모습이 경박한 웃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역시 자신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꽤 많은 항마력을 요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이래본 적이 없으니까. 그와는 별개로 당신에게 안겨 멀뚱한 얼굴로 주둥이를 딱딱거리는 라쉬의 모습이 꽤 익살스러웠기에. 그리고 정말 2차전을 할 생각은 아직 없었기에 장난스럽게 마무리지은 것도 있었다. 늘어져라 기지개를 켜면서 주양은 모래밭 위에 냅다 드러누웠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 세상 편안한 느낌이었다. 햇살 때문에 꽤 눈이 부시다는 것만 제외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일단 지금은 쉬러 나온 거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또 던져졌다간 왠지 이번에는 나도 다른 애들처럼 앓아누울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달까~"
그 날도 그냥 라온에 가는 길이었다. 걷기 귀찮아서 마차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고 있는데, 같이 탄 학생들이 조곤조곤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부분의 내용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아직도 몽고메리 부인의 초콜릿이 덜 전해졌다는 내용만이 귀에 콕 박혀들었다.
오늘도 겸사겸사 그거나 해볼까. 목적 없는 나들이에 목적이 생겼다.
"...기쁘지도 않아, 슬프지도 않아, 투명한 기분..."
마차에서 내려,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당과점으로 간다. 전에 샀던 거나 최근 집에서 보내준 과자가 있으므로 다른 건 사지 않고 부인의 초콜릿만 받는다. 날이 더우니 녹지 않게 얼른 갈 생각으로, 곧장 마차를 타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 외의 목적은 없었으니 당연한 걸음이었다.
>>444 작은 양파요. 랑 과일 케이크요? 옆에 뽀짝한 이모티콘들 붙어있는거 너무 좋아 역시 퐁신퐁신 미니뺩주야~! (???) 벨이사 처음 만들었던 과일 케이크.. 뭔가 얌전한 느낌일것 같기도 하고 처음 만든거니까 알록달록 과일들 잔뜩 올라갔을것같기도 하고? 그리고 극대노.. 이러면 안되지만 역시 우리 학원 애들은 극대노할때가 멋있어 우리 나락벨이 분명 영어발음도 끝내줄거야 흑흑.. (야광봉 흔들기)
>>44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 에이 누가 입꼬리를 올렸다고 그래. 나 지금 정색했다? 진짜진짜진~짜 안 웃는다? (뜨끔)(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브리 잠버릇도 첼이 느낌이구나! 좋은 티미를 건졌어. 우후훗.. (꼼지락거리며 자세 고치기)(?????)
>>449 앗 맞아 지금 있는 방송부 친구들이 초안이라는 건 들어봤다! 만약 폐기된 초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신의집 반응.. 랸이다워서 흡족하구먼~! 사실 저렇게 안 해도 랸이 패션센스가 한껏 발휘된채로 들어간다면 '자 이제 누가 귀신이지?'가 될 것 같기는 한데.. (먼산)
>>454 이것이 랸 퀄리티...! ㅋㅋㅋㅋ 나 좀전에 본 움짤 생각나서 빵터졌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신의 집에서 남자스텝이 커플손님을 놀래켰는데 여자가 놀라서 손놓고 주저앉으니까 남자가 남자스텝을 여친인줄 알고 손 잡고 출구까지 달려나가는 거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봉인 한번 더 (3차 봉인)
>>455 웃었는지 안 웃었는지는 숙달된 조교(?)가 판별할 것입니다. 자 리치 조교 앞으로(?????)(리치 : (사냥감을 노리는 땡글한 눈)) 아니..... 만나지도 못 하는 브리 티미는 건져서 어디다 쓰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쭈주 욕망은 차원을 넘나드는구만~~ 무섭다 무서워~~
주 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좋아하는_것을_나중에_먹는_편_or_먼저_먹는_편 나중에 먹는 편, 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얘가 그정도로 좋아하는 게 뭘까 하고 생각이 들어..땃태야 대답해봐. 너는 뭘 좋아하니...(전남친톤)
자캐의_귀신의집_반응을_말해보자 (주:이것은 오너가 갔었던 에xx드 할로윈 한정 호러테마를 갔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실제로 있을 법한 그런 테마여서 오너가 사색이 되어 튀어나왔던 테마였다. 트라우마급...덕분에 아직도 병원 관련 괴담같은 걸못듣고 못봄.....88) 입구~초반:까지는 낄낄거리며 즐긴다. 분위기든 뭐든 다 즐긴다. 중반:슬슬 웃음기가 사라진다. 흠칫흠칫 놀라는 빈도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중후반:(예쁘고 곱고 아름다운 한글을 사랑합시다)가 반복된다. 급기야 주먹까지 쥐고 움찔거리다보니... 후반: ((직원을 때리려고 하시면 안되죠!!!))엔딩.
자캐의_진심을_감추기_위한_말은 플러팅으로 시작한 자, 플러팅으로 감춘다(???)(농담이다) 말보다는 침묵을 택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리는 편.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456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안돼 판사님 웃은건 저희집 바선생입니다 살려주세아악 () 건져놓고 잘 말려두다가 나중에 츨출할 때 하나씩 집어먹으려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큼 내가 엑스트라에게도 진심이라는 뜻이지~! 아끼니까.. 애정을 퍼부어주는건 마음껏... (컷당하는 쭈꾸미)
>>457 진짜 존재감 어마어마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걸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귀신도 놀랄 그런 비주얼일것 같은데..! :D 자 이제 삼도천 건너는거 허용하는 권한도 랸이에게 내주고 나는.. 나는 얼른 도망을... (???)
>>458 (나이스 구몬, 땃주!)(낚아챔) 맙소사 엄청 큰 트라우마였겠구나 :0.. 아니 근데 땃태가 저럴거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평소 이미지랑 괴리감이 커서 귀엽고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은 때리는게 아니야~! 폭력 멈춰! (???) 땃태한테 뭐 좋아하냐고 쭈 이입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그러면 땃태 무조건 자기(혹은 기타 등등 다른 호칭들)가 좋아하는건 뭐든 좋아~ 라고 답할것같아서 패스..! ()
>>462 그것은.....지옥이였다...그리고 나는 내가 소리와 소음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는 걸 느꼈다lol 굳이 따지자면 수제 양갱? 응, 양갱 좋아할 것 같아. 녹차, 밤, 팥:D ((그러나 쭈주의 캐해가 완벽해서 저걸 오피셜로 하고 싶어졌다)) 다만 저기서 더 진행되면 정색하는 땃태를 볼 수 있고..땃태가 저러는 건 진짜 실제로 있을 법한 공포라서:( 되려 현실감 없는 귀신의 집이면 낄낄거리며 적당히 즐길 거야XD
>>471 맙소사 땃주.. (토닥토닥)(꼬오오옥) 수제 양갱! 뭔가 땃태 이미지랑 잘 맞는 느낌이야 고급스러우면서도 어른스러운 그런 느낌~!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캐해는 그냥 유머로 넘겨도 좋다구..! (부끄러움) 역시 너무 현실감 떨어지는것보다는 진짜 있을법한 그런 공포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 법이지. 반응이 두 갈래로 나뉘는것도 완벽해 땃태 만만세~! :D
>>46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진 모르겠는데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이미지가 그거였고..? 아니 나 진짜 찐으로 소름돋았어 어둑어둑한 장농 위 공간에서 시선이 느껴져가지고 보니까 딥따 큰 바선생이 씩 웃고있으면.. 차라리 귀신 보는게 더 행복할것 같아..
돌아가는 길은 불편하긴 하지만 인적이 없어서 귀찮은 일이 꼬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좋은 방법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그의 의식이 흐렸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반쯤 기절한 상태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코피를 쏟고 각혈까지 했으니 제정신일 확률도 낮다. 이정도면 양호실에 가는 것이 낫겠으나 그쪽으로 가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칠 것이 뻔하다. 난동을 피우거나. 그리고, 아마 다음날이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차라리 기숙사 방에 던져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네 의지가 생명의 경중을 제칠 정도로구나, 아가, 날개에 불이 붙었는데도 너는 그리도 웃고 있어. 아니하니? 그 삶의 끝에서 희망을 보았구나. 참으로 재미나라. 언젠가 관에 들어갈 아가야..."
그래. 제발 기숙사 방에 던져두는 것이 낫겠다. 당신이 뒤를 돌아보며 진중한 미소를 짓는다. 그의 흐린 눈은 알 수 없는 감정을 재고 가늠하다 휜다. 기이한 분홍빛 시선이 어둠속에서 호선을 긋는다. 참으로 재미나여라...참으로 재미나여라..아하하! 고개를 순간 휙 위로 꺾어 깔깔 웃는다. 목의 핏대와 낭랑한 웃음소리. 경박함과 고아함을 오가는 그 몸짓. 끄트머리는 가느다란 탄식과 숨결로 끝나 교성과도 같았다.
"으응, 그래. 다 그렇지. 인간들이 다 그렇지..끊임없이 이상과 허상을 향해 나아가겠지..짓밟고 죽이며 동경을 위해서.. 아가야, 응? 여의주 문 용아. 너는 꿈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누나? 비단 네가 아닌 남과 함께 말이지? 아핫!! 참으로 마음에 들었어. 우리는 이런 죽음도 즐거워하지."
so much. 사붓하게 속삭이며 잡힌 손을 느릿하게 꼼질거린다. 다른 손으로는 날선 손톱을 당신의 손등 위에 얹고 느릿하게 꺾인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허리를 천천히 굽혀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뺨을 부비려하고는, 이내 눈을 흘긴다. 기묘한 시선이 다시금 휜다.
"즐거워라, 재밌어라. 당장이라도 관 안에서 누워있을 모습을 보고 싶어라.. 얼마나 덧없고 위대할지 궁금하누나. 만발한 꽃 밑으로 생전 좋아하던 옷을 입었을 때 너는 어떨까. 응? 옷 속이 너덜너덜하리? 아니면 평온할까? 궁금하여라, 참으로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어라.. 교정(校庭)이 아니었다면 사냥하여 갈비뼈 속을 헤집었을 아이야. 평행선을 걷는 아가야, 용아. 응? 여의주 문 스러질 생명아."
한기가 스몄다. 가까워지는 현궁의 것이다. 한기만치 소름끼치는 웃음 사이로 그가 나직히 입술을 달싹인다. 축하한다.
"선택 받은 것을 영광으로 알려무나. 네 명이 나보다 먼저 다하면 내 직접 나서주마. 죽음을 숭상하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친히 네 저승길에 편히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흔할 것 같더니."
자캐가_결여되는_감정은 그런거 없슴당 :ㅇ... 레오챤 감정표현 아주 풍부하고 있는 그대로 마구마구 발산하는 아이라서 결여된 감정같은거 없슴당! 좋은 사람한테는 '헤헤 레오 너 좋다' 하고 싫은 사람한테는 '레오 너 쳐죽인다' 하는 아이임당 :D
자캐가_물고_난_수저 엩.. 어.. 은수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자캐의_잠든_모습 저번에도 했던것 같은데 :ㅇ? 굉장히 아크로바틱하게 잡니다! 배까고 누워서 푸하- 하고 잡니다! 누구랑 같이 자는걸 정말 좋아서 누구랑 같이 잔다면 계속 품 속으로 파고들고 다리 올리고 끌어안고 자면서 가끔 여기저기 약하게 깨물면서 입질도 하고.. 잠버릇이 좋은 편은 아니네용 ㅋㅋ
발렌타인의 오늘 풀 해시는 세상에서_단_한_사람의_존재를_지울_수_있다면_자캐는 : 우와...🙄
자캐에게_딸꾹질_100번_하면_죽는다는_말을_한다면 : "흠, 죽는다고? 어디보자. 하나하나 짚어봅세. 딸꾹질은 횡경막이 갑자기 수축할 경우 성대로 들아오는 공기가 차단되며 일어나는 현상일세. 목에서 가슴을 통과해 내려가는 횡경막 신경에 의해 수축이 조절되는데, 이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자극이 오면 딸꾹질이 일어나게 되는게지. 이로 인해 딸꾹질이 생기고, 이걸 오래하게 되면 일시적인 호흡곤란이 오거나 가슴통증이 생길 수는 있네만, 아직까지는 딸꾹질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례는 없네. 아마 오래간 딸꾹질을 경험한 사람이 '죽겠다'고 표현한 것이 와전된게 아닌가 싶군. 자, 충분한 반박이 되었나?"
벨주도 푹 자고 내일 봐! 광기벨이 엄청 기대되는데 음주참치.. 라구...? 막 너무 많이 마신것만 아니면 괜찮을것 같기도 하고 :0 아무튼 잘자~! 그래도 진단 반응을 조금 하자면.. 오늘의 우와는 2연타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벨이 설명하는거 완전 전문적인데 자연스럽게 크루시오를 썼어..?! (동공지진)
>>52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뚤어진 호감.. 하지만 확실한 호감..! 뭔가 쭈 서사 풀다보니까 얘 성격이 진짜 딱 좋아하니까 괴롭히는거야~ 하는게 되어서 옛말 틀린거 없는 것 같더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아아앗 렝주가 나를 괴롭히고 있어 이것은..! :D (눈 반짝)(볼꼬집꼬집꼬집)(?????)
>>524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딱 떠올라서 써봤는데 좋아해주면 내가 아주 흡족하다구~? :D 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후 나도 호감의 볼꼬집이다~! 근데 결국 결론은 렝주에게 기력을 주는 게 되어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좋아.. 오늘부터 렝주 전용 보조배터리가 되어야겠어... :D (기력을 쭉쭉 빨리며)
>>533 케이블 카에 갇힌것도 ㅋㅋㅋㅋㅋㅋㅋ 레오챤 밖에서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고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고 계속 웃으면서 놀릴것같은 그림이 그려짐당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 슥슥 돌아보고 자기밖에 없는거 확인하면 다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고 마구 놀리는 그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렝이라면 그럴거같았는데 역시나였어..! 쭈 막 처음에는 아냐 날 보고 웃는게 아닐거야 하다가 지밖에 없는거 확인하고 아 웃지말라고! 내려가면 너 죽여버릴거야! 하고 윽박지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싸우는건 아니라 막 협상할것같아 이거 다시 움직이게 해주면 내가 너보고 1주일동안 언니라고 부른다고 하고.. 잣됨을 실감하고 한참 우울해져 있다가 끝내는 에휴 그래 웃을수 있을 때 실컷 웃어라.. 하고 체념할것 같아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마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주변 슥슥 돌아보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참 어이가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불이 아이덴티티인 신수가 더위를 먹어?
파이가 방랑을 그만두고 마법부 정직원이 된다는 것만큼 어이가 없네.
하지만 어찌 생각한들 이미 벌어진 현상은 현실이다. 누가 코웃음을 치고 누가 뭐라 해도 실제로 주작이 더위를 먹었고 그를 위해 저기 현궁 현무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걸 뭐라도 하더라. 상생인가 상성인가. 중요한 건 아니니 넘겨버리자.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현궁으로 찾아갔다. 뭐든 재롱을 부려야 물을 주신다고 하니, 노래나 한곡 부르면 되겠지 싶어서였다. 현궁의 사감은 감 사감을 찾아가 인사 먼저 하고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잠시 줄을 튕기며 고민하다, 잔잔한 노래를 골라 적당하게 불렀다.
"...노래 불러서 목 마른데, 물 좀 주세요."
노래를 한 뒤 용건을 말하려다 순간적으로 떠오른게 있어 그렇게 말하고 기타를 챙겨들며 싱긋 웃어보였다.
주궁의 신수가 더위를 먹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의문은, 그 신수조차 더위에 먹게 할 정도면 여름 햇살이 매우 따갑다는 것인데 어째서 주궁 학생들은 저렇게 뛰어다니냐는 것이었다. 사실 학생들은 주작보다 더 강한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 상종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생각만 더 강해졌다.
다행인 점은 현궁에서 물을 떠가면 된다는 것인데, 말이 쉬운가. 그는 감 선생님의 인간예찬을 떠올린다. 음...호락호락 주진 않을 것 같은데, 뭘 해야할까. 뭔가 보여주시면 기뻐하시고 준다는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그가 생각한다. 이것 참. 보통 방법이 아니면 뭘 어떻게 해야하는가?
갑자기 그가 움직이자 무게중심을 잃을뻔 했다는 것인지 그가 아주 잠깐 휘청인다. 하지만 원체 갈고닦은 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그는 금새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 자신의 등을 적시는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굳어가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린다. 피가 몸을 더럽혀서가 아니었다. 피는 굳는 속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미 자신의 몸에 묻은 피가 굳어간다는 건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것, 그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사태가 심각하다는걸 떠올린다. 하지만 그 말속에 담긴 뼈가 담긴 것을 아는걸까, 제정신이 아닌 그였기에 그 속내가 전부 나옴을 알고 있는걸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결국은 모두 선택이니까요, 저희 가문의 황금천칭은 언제나 그 무게를 재기 위함이지만, 그렇기엔 저는 반푼이니까요. 아직까지도 무엇이 그릇된 것이고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이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저는 그저 아버지를 동경하는 반푼이, 철딱서니 없는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시궁창에 굴러떨어져 쥐가 파먹어버려 시체를 남기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정성스레 수의로 감싸 자신의 장례를 치르더라도, 그 무게는 모두 똑같았다. 그 무게를 잘 알기에 그는 그저 발렌타인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작게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어차피 자신이라는 인간은 그러한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런 그의 한기어린 찬사에 그는 천천히 입을 연다.
"아무리 자기 본성을 숨기고 살아가려고 해도.... 저는 제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의 어린 아이입니다. 과대 평가는 감사합니다만.... 그런 찬사를 들을 정도로 제가 가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너라고 부르면 되겠다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 조금 생각해본다. 사람 부르는 말만 반말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존대하면…… 영 이상하지 않나. 세간에는 반존대 말투라는 게 있다지만 그는 그런 속성을 절로 깨달을만큼 취향에 밝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초면부터 대뜸 반말을 쓰기엔 그는 제 쪽에서 다가가는 거리감을 좁히는 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최대한 지칭을 피하고 말해보자고. 서로의 존심과 난감함이 비장하게 얽혀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은 셈이었지만 둘 모두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얘가 이래보여도 의젓해서 괜찮아요. 혼자 방방거리는 건 이렇게 풀어줄 때만 그렇고, 제가 잡고 있을 때는 참거든요. 가끔 떼쓰거나 장난칠 때도 있지만 강아지가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너무 심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게 있으면 스스로 반성도 해요."
그리고 성격도 좋고 착하고 사람 좋아하고 똑똑하고 얌전하고 건강하고 밥도 잘 먹고 알아서 다 잘하고… 주절주절… 왱알왱알……. 그 이후로 이어진 말들을 요약하면 이랬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해서 그렇지 대충 들어봐도 주책맞을 정도로 칭찬 일색이다. 이쯤되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 되었을 것이다. 이 인간…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게 아닐까? 관심 좋아하는 라쉬마저도 자기 칭찬을 듣다 못해 끔벅끔벅 눈을 감기 시작했다. 라쉬가 주양에게 흘끗 눈짓했다.
'멈춰….'
그런 의미에서 때마침 이어진 주양의 리액션은 적절했다. 그가 웃으며 라쉬를 놓아주고, 라쉬는 잔뜩 흥분했던 기운이 조금 빠진 기색으로 슬슬 걸어서 주양의 옆에 휙 기대 드러누웠다. 북실북실한 털이 드러난 맨살을 마구 간지럽힌다.
"저도 더 했다간 무리하게 될 것 같으니까 그만하는 걸로 해요, 그럼."
그도 멋없이 웃고는 앉은 자세에 조금 더 힘을 뺀다. 무릎을 당겨 올리고 그 위에 팔을 가볍게 걸쳐둔다. 몰아쳤던 시작에 비해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둘 모두 만족하니 된 일이었다. 그래, 일단은 쉬러 나온 날이었으니. ……일단은 그랬지. 애초에 그 계기부터도 좋지 못했지만 말이다. 장난질로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현실의 고난이 뒤늦게 그의 뒤통수를 열렬하게 때렸다. 그는 앉은 자세에서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고는, 주양이 있을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갑자기 목소리가 영 맥빠진다.
당신은 휘청이고 그것은 무엇이 재밌는지 깔깔 웃는다. 낭랑한 웃음소리를 낼 줄도 아는 자였나? 언제부터 이리 웃지 못하였는 지는 침묵하도록 한다. 깊이 들어가 무엇이 좋겠는가. 피가 굳어 부스러기가 조금씩 떨어진다. 발렌타인의 가면을 잃고 언더테이커 가문의 가주라는 얼굴을 드러낸 그것이 이 상황을 즐겼다. 어쩌면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당신에게 다시금 속삭였다. 그것이 참이니?
"죽기 직전까지 자신에 대해 깨닫지도 못한 자가 아주 많은데 너는 깨달았지 않니. 으응, 그래. 아가야. 그것만으로도 너는 다른 것이란다. 훨씬 관속의 모습이 기대되는 것."
과연 어떨까. 사람들은 경륜이 지혜이며 세월이 지혜일것이라 입이 닳도록 떠들어댄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초연히 굴다 무릎을 꿇는다. 제발 살려달라고. 어리석게도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오만방자히 살다 죽는 자를 숱하게 봤다. 그런데 이 눈앞에, 깨달은 자가 있지 않나. 과연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죽음 앞에서 당신은 빌지 않고 안온히 관에 안치될 것인가? 오! 그것은 다시금 뺨을 부빈다. 업혀있기 때문에 당신의 어깨에 뺨을 한 번 부비고 목덜미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나직히 웃었다.
"나의 찬사를 듣는 것이 어디 쉬운줄 아느냐. 겸허히 받아들이렴. 너처럼 겸손한 척 굴다 겸손에 잡아먹힌 아이가 아주 많단다. 가끔은 오만을 벗으로 삼아도 아주 좋단다."
겸손 말고 다른것에 먼저 먹히기 싫으면 얌전히 받아들이렴. 그것이 피로 축여졌던 입술을 가볍게 당신의 목가에 대었다 떼려 한다. "음, 역겨운 맥동과 삶이란. 정말 싫어라." 하며 푸스스 웃는 것이 진정한 미치광이가 아니겠는가. 절제하는 삶, 고요한 현궁의 사신. 그 속의 방탕하고, 오만하며, 향락을 추구하고, 죽음을 숭상하는 까마귀. 시들기 전 가장 찬란한 꽃.
그것이 눈을 굴린다. 한기, 현궁..아, 나의 또 다른 집. 얼음 호수가 있을 방향으로 그의 방이 있다. 구석 자리의 혼자 있는 그 방.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가리킨다.
어..랸이랑 벨이랑...벨이가 백정이에게...못된 걸 배웠어요...🙄 ((그게 아니에요)) 농담이고 출혈이랑 두통으로 정신이 나간 상태라 분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답니다. 아마 랸이를 저승길 안내자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그래서 아 드디어 해방이다! 하고 좋아서 저러는거고..🙄
그녀가 말이 없어지는 순간은 대체로 생각보다 감정이 앞설 때이다. 전신을 물통에 비유하고 감정을 물로 비유했을 때, 50%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버티지만 선을 넘어 60, 70%를 넘기 시작하면 이제 감정에 휩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이성보다 본능, 본망에 충실해진다는 의미이니 별거 아닌 말이나 행동에도 팝콘이 튀듯 순간순간 튀는 반응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이고 감성적이며 감정적인 반응을 하나 꼽자면, 대략 90% 정도 감정에 잠식되었을 때인데, 특히나 그 감정이 누군가를 향한 애정, 사랑, 그런 것일 때다.
특이하게도 귀끝에서 시작한 홍조가 넘실넘실 번져 두 볼을 가득 채우고, 당당하면 당당했지 빛을 흐린 적 없는 금안이 진한 감정을 담고 일렁인다. 줄어든, 아니, 없어진 말을 대신하는 것은 주로 그녀의 손이다. 그의 팔을 잡는 걸로도 부족한지 옷자락을 잡아 당기거나 끌어안고 놔줄 줄을 모른다. 옷이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않고 쥐는 손에 묻어나는 건 단순한 애정 뿐일까.
한참을 그렇게 말도 없이 당기거나 안기만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낄 쯤, 그녀가 숨기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든다. 손을 대면 열이 묻어날 것 같은 얼굴로 얼마간 바라보다가 더는 참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겠지.
"...나를...사랑해줘...?"
그 말끝이 떨리는 건 그녀가 그에 대한 확답을 바라기 때문이라는, 매우 솔직한 표현의 한 가닥이었다. 자. 이제 당신은 뭐라고 대답해줄거지?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앞은 절벽 뿐이겠지만.
자캐의_마음_상태
현재는 좀 그냥 음~~ 편안? 평온? 약간 고민은 있는데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자캐가_화났다는_징조는
이거는 잡담으로 풀었는데 ㅋㅋ 일단 말수가 적어지고 다음은 시선이 점점 싸해짐. 이게 일정 수준을 지나면 눈매를 찡그리면서 입은 웃는 표정을 지음. 그리고 천천히 팔짱을 끼었다가 다시 천천히 풀고, 상대가 방심하는 사이 천천히 다가가서, 따귀부터 한대 올림. 그리고 예의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할 듯?
>>641 상극... 나는 랸이가 일부러 상극처럼 구는 것처럼 보였어. 그 행동원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굴어서 자극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 음~~ 좋게 말하면 도와주는건데 이걸 좀 비꼬면 오지랖? 같은 느낌이 종종 들더라. 일상 관전하다보면! 아마 이 행동원리가 의지랑 같은 맥락인거 같은데 내가 랸주가 아니다보니 짚이는게 없잔 말이지...... 조금 억측을 하자면 오히려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구는 건 아닐까? 싶긴 했어.
감 선생님의 인간찬가에 필적하는 당신의 라쉬찬가(?)를 들으며 주양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조곤조곤한 말이라 중간중간 맞장구를 칠 타이밍은 있었으나 너무나 예상 밖의 투머치 토킹에 넋을 놓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다만.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패밀리어를 많이 아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질 수 없다. 소중한 내깃돈을 어필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지금 당장 딱 떠오르는 사실이 없다는 것과, 칭찬의 말을 하겠다고 딱 다짐하고 행동에 옮기려 하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주양의 기분을 심히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저 일상이라도 칭찬할 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자신은 그렇게 못 하는가. 이게 다 과거의 일 때문이었다. 동생을 잃지만 않았어도 자신은. 다시 직계의 탓을 하며, 속으로 울화를 가라앉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쉬와 눈이 마주쳤다. 푸스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이런 칭찬은 아무리 에너지 넘치는 강아지라도 조금은 쑥쓰러웠던 것이겠지. 주양 자신은 모르는 묘사지만, 아까의 보여주기 부끄러운 강아지의 연장선 같은. 들려주기 부끄러운 칭찬이라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으음~ 일단 패밀리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건 잘 알겠는걸! 라쉬도 자신이 그만큼 예쁨받고 있다는 걸 알거야. .. 라쉬. 너는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복 받았어."
약간의 여운이 남는 목소리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끝까지 남긴 채, 제 옆으로 온 라쉬를 살짝 끌어안고서 털 속으로 얼굴을 푹 파묻고 웅얼거렸다. 모래 알갱이가 털려지지 않은 게 느껴졌지만 상관 없었다. 아까 해보고 싶었던걸, 기회가 왔으니 지금 하는것일 뿐. 약간의 물기가 남아 살짝 축축하면서도 충분히 북실북실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을 느끼면서 살아갈까.
".. 좋아. 하지만 여지는 남겨두겠어~ 언제나 다시 물싸움을 시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한번 붙는걸로 만족하고 물러나는건 내가 아니니까~ 아. 그러다가 라쉬한테 물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라쉬가 쉬고 있을 때를 노려볼까나~?"
얼굴을 들고 씩 웃었다. 그래. 지금은 지금을 즐길 뿐이다. 잠깐의 휴식이라고는 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끼를 숨길 수 없었다. 마냥 퍙화롭게만 있다 보면 다시 장난치고 싶고. 괜히 한번 더 콕 찔러보고 싶고. 원래 그런 법이었다. 쳐도 쳐도 모자란건 역시 장난이 아니겠는가. 내기만큼 남들의 반응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 주양이 선호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이윽고 들려온 당신의 목소리는 대강 들어도 뭔가 고민이 있어보였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것. 주양이 가장 못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래도 일단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주양은 자세를 고쳐 다시 반듯하게 드러누우며,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 재미는 실컷 즐겼으니까, 다시 이 감정기복을 조금 꺾을때도 됐지. 자. 우리 친구가 가진 고민은 뭘까나~?"
가만히 공부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정리하고 사연을 읽어보던 와중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에는 착각이겠거니 하고 조용히 무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갑자기 그 급박한 소리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아기 울음소리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지만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방문을 나섰다.
누굴까. 이렇게 급하게 나를 부르는 귀여운 갓난아이는?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평소의 자신이 아닌것만 같은 붕 뜬 기분 속. 이성이 배제된 몸뚱아리는 본능만이 남아 맴돌고 있었다. 늘상 한결같은. 더워 보이는 그 옷차림을 유지하고 마스크를 써 얼굴을 덮으며, 청을 어깨에 올린 채 주양은 기숙사를 나섰다. 중간에 불길함을 감지한 청이 먼저 푸드득 날아가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으나. 주양은 청을 다시 부르지 않고, 그저 청이 날아간 자리만 바라보다 히죽 눈웃음을 지었다. 몹쓸 새대가리. 나지막한 욕설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 자, 아가야~ 어디 있니? 울지만 말고 한번 나와보렴~"
웃어야지, 나처럼? 마스크를 쓴 채라 미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본능대로,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으며 울음소리를 뒤쫓아 갈 뿐이었다.
처음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든 생각은 무섭다거나 무슨 소리일까 하는 호기심보다는 짜증이었다. 저렇게 울고있는데 가만히 두고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주변에 분명 누군가 있을텐데 아무런 케어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짜증이 일었다. 그도 그럴게, 레오는 오늘도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연습했으니까. 확실히,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느는 느낌이었다. 레오는 집중도 안돼고 하니 기숙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 다들 어디가는거야? "
무언가에 홀린듯 밖으로 나가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고 붙잡아 세워도 무시하고 걸어나갔다. 뭔가에 홀린듯한 느낌. 레오는 고개를 한 차례 갸웃했다. 나도 모르는사이에 무슨 이벤트라도 하는걸까 아니면 수업의 일환인걸까. 레오는 지나가던 학생의 어깨를 잡고 붙잡아 세웠다.
" 야, 어디가는거냐고 묻잖아. "
대답을 듣지도 못했는데 레오는 뒤에서 걸어나오는 이들에게 채여 넘어지고 말았다.
" 이런 씨.. 어떤 새끼야!! 야! 너! 사람을 쳤으면.. 아, 또! 이 새끼들이 단체로 쳐돌았나 야! 이리와! 쳐죽여줄테니까 이리오라고!! "
당연히 시비가 걸리는 것이라고, 당연히 무시당한 거라고 생각한 레오는 달려들어 온 몸으로 들이받고 주먹을 내리꽂으려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맞고 정신차려' 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주먹이 꽂히기 전에 주변을 보았고 단순히 수업이라기엔 너무 많은 학생들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저 방향은. 금지된 숲이잖아. 레오는 순간 자신까지 멍해져 내리꽂던 주먹을 거뒀고 툭 하고 밀쳐나 주저앉았다.
" Scheiße.... "
잡아야한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도. 잡아세우는게 불가능 하다면 억지로라도 못가게 만들어야지. 레오는 지팡이를 꺼내들곤 걸어가는 이들을 향해 닥치는대로 마법을 난사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편지를 읽을 시간이었다. 그는 환장할 표정을 짓는다. 산넘어 산이고, 고통 넘어 고통이다. 오늘은 과연 어떤 편지로 내 속을 뒤집어 놓으실까! 기숙사 방에서 불 붙이지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이리굴리고 저리굴리기만 반복하던 그의 고개가 순간 툭, 하고 꺾였다. 울음 소리 때문이다. 그의 탁한 경계가 더 탁해질 찰나 높은 매 울음과 함께 고통이 스몄다. 손등이 쪼여 얕은 생채기가 나고, 정신이 맑아졌다. 그는 백정을 한 번 보고는 편지를 아무렇지 않게 던져둔다. 쓸데없이 빠른 눈치가 빛을 발한다. 개수작이군. 그가 씹어뱉고 창문을 본다.
오. 오늘은 어떤 일이 나를 만성 위염과 편두통으로 인도할까. 그는 지팡이를 챙기고 팔을 든다. 기숙사 문을 열어 밖으로 향한다.
"이리 온, 아가. 그리고 달링, 내 피앙세. 편지는 내 라온에서 사람을 쓰마. 오늘은 본가로 가서 잔뜩 예쁨 받고 오려무나."
달링이 먼저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음, 배은망덕한 내 사랑. 그는 차라리 달링이 가버려서 안심이라 생각했다. 오늘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가득할 것 같았기에.
지독하게 들려오는 그건 마치 부르는 소리와 같았다. 착각할 뻔했다. 조카는 저렇게 울지 않는데. 그리고 아이의 울음 소리가 그쳤다. 그제서야,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편지를 보내기 위해 꺼냈던 양피지가 엉망이 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그걸 양손으로 뭉개낸 거지만. 서럽고, 급하게 찾는 그 울음 소리가 그치자 주단태는 아직 먹먹하게 귓바퀴 안에서 울려대는 것 같은 착각에 구겼던 양피지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손바닥 전체로 귀를 문지르면서 펼쳐져 있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하게 가늘어진다. 판단하기 전에 현궁에서 나가려는 학생 하나를 향해 주문을 외운다. "스투페파이." 기절 주문을 망설임 없이 외웠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있나. 그 사이를 못참고 자신을 지나쳐서 가려는 현궁 학생의 뒷덜미를 홱 낚아채듯이 잡아 붙들었을 것이다. 방향은.. 숲인가. 전부터 느끼는 건데 저 숲에는 뭐가 단단히 낀 것 같다니까.
…학원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일이 있나? 자연스럽게 일상의 순간을 파고들기 시작한 괴이한 소리에 그는 다른 무엇보다 불길함을 먼저 느꼈다. 이미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을 경계하고 있어왔던 참이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시작될 고난의 첫걸음이 되라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오래 기다려도 안 돌아오면 시끄럽게 울고 물건 부숴도 돼. 어떻게든 사람을 불러. 아니면 문을 박살내서라도 나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줘."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라쉬를 남기고 문을 닫아버렸다. 불운이 그득그득 낀 유언 같은 소리에 닫힌 문 저편에서 발톱 긁는 소리가 들렸지만, "콜로포터스." 잠금 마법까지 건 문을 쉽게 열지는 못하리라. 유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니 유사시엔 열 수 있겠지. 함께 휘말리는 건 지난번의 크루시오 사건만으로 족했다.
이제 문제는 수상한 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당장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부터가 문제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미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상태가 좋지 않은 듯했다. 불러도 묵묵부답, 단지 앞으로만 걸어가니……. 때마침 잘 된 일인가? 그는 제 곁을 지나가는 학생 하나를 붙잡은 채 그들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갔다.
레오가 날린 인카라서스가 주궁 학생 한 명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학생은 홀린 것처럼 기어갑니다. 아니, 누군가가 *디핀도 주문으로 밧줄을 풀었습니다.
' 피윗ㅡ! '
매로 변한 백정은 발렌타인의 어깨에 자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거부만 안하면, 거기에서 깃털을 고르겠죠.
' 부르는 게지. 먹이를. '
윤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펠리체의 손을 잡았습니다.
' .... 가야 해... 부르고 있어.. '
머리가 연하늘색인 현궁 학생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당신보다 학년이 높은 학생입니다.
[금지된 숲]
당신들이 금지된 숲에 도착했을 땐, 수 많은 학생과 교수들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두 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양반탈을 쓴 갈색 보브컷 머리, 왼 쪽 어깨에 검은색 케이프를 두르고 호박바지를 입은 여성이며, 다른 한 명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각시탈로 얼굴을 가린, 정장 차림의 여성입니다. 홀렸던 당신들도 모두 정신을 차렸습니다. 각시탈윽 쓴 여성의 주변을, 독수리를 닮고 네 발 달린 짐승이 배회하며 날아다닙니다.
' 전부 다 최면에 걸린 줄 알았는데..... ' ' 어쩔 수 없지. 뽀삐의 먹이로 아무 저항 없는 것보다는 저게 사냥할 맛이 나니까. '
양반탈을 쓴 여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각시탈을 쓴 여성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당신들에게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누구부터... 아. '
구석에 던져지듯 나동그라진 혜향 교수를 발견한 각시탈을 쓴 여성이 그에게로 다시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임페리오 ' ' .... '
임페리오 저주를 맞은 혜향 교수는 멍한 표정으로 .dice 1 7. = 5 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오! 도착한 광경이 아주 가관이다. 기이한 짐승과 탈. 그리고 학생과 교수. 선명한 주문. 임페리오. 일어난 교수, 흐려진 동공, 인형같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 그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겁에 질린 눈이었다. 임페리오!
그가 어떻게 이 끔찍한 저주를 모를 수 있을까? 그는 과거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었을 때 임페리오 소리만 들어도 깃펜을 부러트릴 정도로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불꺼진 눈동자와 한 손으로 끝단을 부드럽게 쥐고 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고이 쥔 지팡이. 손이 달달 떨렸다. 피투성이의 그 눈동자,비통한 울음이 가득하던 나의 어린날..
"아가."
그리고 그 두껍던 지팡이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하! 하하."
임페리오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 추종자의 짓이 틀림없다. 보았고, 들었고, 당한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그는 어깨에 앉은 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동자만 소리없이 굴러가고 동공이 점점 좁아진다.
"아가. 넌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니?"
입술을 여러번 달달 떨고나서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왔다.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향한다. 당신의 답을 들어야겠다. 당신이 만약 이렇게 추종자가 습격하여 학생을 조종할 줄 알고 있었더라면.
디핀도가 날아와 밧줄이 풀리는 것을 본 레오는 하, 참,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곤 저벅저벅 다가갔다. 무시당하는 기분 한 개 적립. 레오는 몸을 던져 들이받아 눕혀버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 턱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어차피 저기로 걸어간다면 좋은 꼴은 못 볼테니까 잠깐 누워있어. 레오는 기절한 것을 확인하곤 일어서서 얼굴에 대고 하-하! 하고 웃어주었다.
" 야! 또 해봐! 어? 또 해봐! 아까 뭐 슥슥 잘 풀고 나오더만 또 해보라고! 못 일어나? 못 일어나냐? 응? 못 일어나네? 좀 누워있어라, 응? "
다시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든 레오는 주변의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충 파악해보면 저 두 명이 이 사건의 원흉이겠고. 임페리오를 쓰는 것을 보면 그 탈쟁이들과 한 패겠구나. 교수님이 학생을 향해 주문을 쏜다. 친한 친구가 이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두 명. 무려 두 명이 인형처럼 돌아가는 꼴을 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레오는 자신이 이 상황과 다르게 동 떨어져있다고 느꼈다.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저도 수포로 돌아갔으니까.
" 단태, 그만. 더 이상 하면 나 정말 참지 못할것같아. "
앞을 막아섰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 저 년들이 이 사태의 원흉이란말이지. 레오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 야, 비켜. "
어차피 나한테 신경을 안쓰는 것 같은데. 레오는 막아서던 것도 잠시 앞으로 걸어나가며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밀치고 나갔다. 그러니까, 나를 무시했다는 거지. 여기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있는데도 무시했다는 거지.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싸움을 시작하기전의 그 느낌처럼.
어떻게 봐도 좋게 봐줄 수 없는 울림에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래도 금지된 숲으로 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소의 위험은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걸. 적어도 그들이 그를 공격할 일은 없을테니 저번처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홀린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간다.
숲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학생들과 심지어 교수들도 보였다. 그녀 역시 그가 귀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 행렬 속에 있었겠지. 주변을 슬쩍 둘러보자 그녀 외에도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몇 있는 듯 하다. 그새 아는 얼굴이 된 이들도 확인하다가,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니나 그 남성이 아닌 자들의 출현에 그런가보다, 하며 고개만 갸우뚱 하고 있었는데.
"흐음. 가만히는 못 있으려나."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각시탈이 저주를 날린 혜향 교수였다. 이러면 재수없게 튈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녀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라던 건 당신이었으니.
"잠깐 다녀올게요. 내 사랑."
낯간지러운 호칭도 과도한 동작도 그들에게 보란듯이 했단 걸 솔직히 인정한다. 키득 웃으며 그의 손을 놓고 혜향 교수에게 달려간다. 고의가 아닌 이상 그를 노릴 가능성이 없는 탈들보다, 실수로라도 그를 노릴 수 있는 혜향 교수를 먼저... 제외시키기 위해. 전에 그를 기절시켰을 때처럼 그녀가 손날을 세워 혜향 교수의 뒷목을 친다.
잠에서 덜 깨어난듯한 기분이 자신을 덮쳐왔다. 기분 좋게 푹 잤을때의 그 기분이 아니라, 꿀잠을 청하던 도중 강제로 잠이 깨워진듯한 불쾌함이었다. 청이 쪼아대고 할퀴어서 깨어나도 이것보다는 기분이 좋겠다. 아직도 귓가에서 그 짜증나는 애새끼 울음소리가 맴도는 듯 싶었다. 게다가 답답하게 이런 마스크는 언제 끼고 나왔담. 주양은 마스크를 내리고 깊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 말고도 다른 학생들이 한가득이다. 뭐야 이게.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
"어라. 처음 뵙겠습니다~?"
썩 좋은 뜻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먹이. 사냥? 누구 마음대로. 그리고 이어지는 임페리오의 향연에 정신이 꽤나 아찔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사람들도 탈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던가. 저렇게 탈을 쓰고 있지는 않았으나, 자신에게 크루시오를 연타로 먹였던 자들의 동료일까. 그러면. 이전의 분풀이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신과 친한 현궁 친구가. 임페리오를 맞는 걸 보며 주양은 이를 꾹 악물었다가, 이윽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이만 눈 앞에서 사라져주시길."
엑스펄소. 폭파 마법을 읊조리며 임페리오를 쓴 자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중간에 혜향 교수님의 스투페파이를 맞을 뻔 했으나 빗나간것에 대해 조금은 안도하며.
.dice 1 2. = 2 공격 - 양반탈
이윽고 주양은 명중하든 안했든, 뒤를 돌아 적극적으로 어그로를 끌었다. 친애하는 여보. 동시에. 절대 내 이해자가 될 수 없는 사람.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지금만큼은 네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없던 일로 치부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차라리 네 지팡이가 나를 향하기를 빌면서.
"거기. 방금 저주마법 맞은 우리 친애하는 여보야~? 그 느긋느긋한 몸짓으로 나좀 줘패보지 않을래? 뭔가. 여보야의 몸놀림보다 청이 날아다니는게 더 빠를것 같은데~"
일단 상황이 매우 끔찍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먹이, 사냥, 이제는 익숙하게 들릴 지경이 된 임페리오까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방에 틀어박혀 사태가 어떻게 되든 숨어 있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법도 제대로 조준 못 하는 주제에 뭘 하겠다고?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금지된 주문이 완성되는 동시, 번뜩이는 빛이 밤중의 어둠을 스쳐 곁으로 꽂혔다. 무언가가 마법에 닿은 듯한 작은 소리, 분명 방금까지 그의 옆에는…
"이 꽉 깨물자."
임페리오에 걸렸으니 듣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도 예의상의 경고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디 내 주먹이 이빨이나 머리나 뒤통수 등등은 무사하게 해주길. 그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단태의 머리가 있을 지점에 주먹을 꽂았다.
학생의 말에, 단태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줬다. 잠자코 그 뒤를 따라 숲으로 가보니 아주 장관이었다. 주단태의 시선이 모여있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훑어보다가 두 여성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러다가 곧, 주변을 배회하며 날아다니는 네발 달린 짐승에 꽂혔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짐승을 바라봤다. 단태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이게 무슨 일이람?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걸 아래로 떨어트리고 싶은데." 탈. 단태는 그들과의 첫만남에서 그들을 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느물하게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꺼내지 않고 짐승을 바라보던 암적색 눈동자가 깜빡여지고 아래를 향했다가 똑바로 두 여성에게 향하고, 짐승이 배회하고 있는 여성-각시탈-에게 향하려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임페리오 저주라는 걸 인지하기도 전이였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며 주단태의 몸이 방향을 틀었다. 탈들이 아닌 학생들을 향한 방향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레오의 목을 향해-
뱀의 팔찌가 채워진 얄쌍한 손목이 인상적인, 단단한 손이 뻗어졌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단태는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였을 뿐이다.
그는 아예 멱살을 틀어잡으려 하며 다시 한 번 주먹을 올렸다. 주문을 맞은 쪽은 그가 아닌데도, 전투 상황의 긴박감이 자제력을 낮췄다. 하지만 생사 확인을 할 여유도 거기까지였다. 난전이 휘말린 사람들의 편의를 보아줄 리 없다. 크루시오, 또다시 주문이 이곳으로 쇄도하고 그 대상은 이번에도 그 곁의…….
참고 참았던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이미 한발은 늦었지만 뒤늦게 보호 마법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한쪽 손은 단태를 꽉 붙들어두려 하고 있었다.
기절하는 혜향 교수를 그래도 교수라고 잡아서 바닥에 나뒹구는 것만은 막아준다. 잡았다고 하나 옷의 목덜미를 잡았기 때문에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그냥 나뒹구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일까. 적당히 외야로 끌어 데려다놓다가 자신을 뚫을 듯한 시선에 뒤를 돌아 각시탈을 본다.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정확히 노려보는 시선에 그녀는 약올리듯 히죽 웃었다. 각시탈이 내지르는 고성에 그녀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진다.
"누굴 노리는거야. 너 눈은 장식이야?"
분노로 눈이 멀었는지 어쨌는지, 때마침 크루시오에 걸린 레오에게 거듭 공격을 가하는 각시탈을 보며 하핫! 소리내어 웃는다. 눈가는 일그러뜨리고 한쪽 입꼬리만 올린, 기묘한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고정하던 지팡이를 스륵 뽑는다. 요령 좋게 뭉쳐 있던 은빛 머리칼이 출렁이며 흘러내리고 그녀의 손이 각시탈을 향한다.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목이 잡혔다. 뱀 모양 팔찌, 예쁘네. 그런 잡생각이 지나갈때까지 레오는 주먹을 들지 않았다. 한 방 먹이려면 먹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너는 나한테 처음으로 살갑게 대해줬으니 제압하는것도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어. 레오가 한 것이라곤 가만히 째려보는 것 뿐이었다. 주먹이 날아들고 풀려났다. 잡혔던 목을 문지르다가 다시 탈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머리르 쓸어넘기고 어떻게 하려고 했더라. 지팡이를 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했었지. 봄바르다를 쓸까, 인센디오를 쓸까. 아니면 리덕토를 먹여줄 수도 있고 스투페파이를 날려서 기절시킬수도 있었지. 아, 아니야. 버니가 가르쳐줬잖아.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차면 쓸 수 있는 주문. 오직 너를 괴롭히고 소리지르는 꼴을 보고 죽이고 상처입히고 바닥에서 구르고 살려달라고 비는 꼴을 보고 싶을때 쓰는 마법. 그 마법의 이름은.
" 아, 아!!!!!!!!!!!!!!! 이 개년아!!!!!!!!! 죽여버린다!!!!!!!!!!!!!!! 그만, 그만해!!!!!!!!!!!!!!!!!!"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 다시 느껴진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타는 느낌. 쥐고있던 지팡이도 놓아버리고 그대로 무너져내려버렸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잠깐이었고 숨이 막혀 소리가 질러지지도 않았다고나 할까. 여전히 감당안되는 고통이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 분노도 증오도 화도 전부 사라지고 살고싶다는 절망감이 남는 기분. 바닥의 풀을 쥐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무력한 상황.
" 아!!!!!!!!!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거야!!!!!!!!!!!! 이 개새끼들아 그만해!!!!!!!!!!! "
그래도 오감은 살아있었다. 눈이 보였고, 냄새가 맡아졌고, 소리가 들렸으며 입 안에서는 단맛이 느껴졌고 바닥을 기는 피부의 느낌이 느껴졌다. 처음 귀로 들은 것은 '섹튬셈프라' 라는 주문이었고 그 다음으로 본 것은 지팡이 끝이 살짝 빛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부로 느낀 것은 몸이 베이는 느낌. 빗나가서 맞은 느낌이다. 섹튬셈프라는 절단에 가까운 마법이라 제대로 맞았다면 몸이 두동강 났겠지만 다행인지 베이는 정도에서 끝날 수 있었다. 배에, 가슴께에, 팔에. 날이 선 예리한 칼에 베이는 느낌이 들고 입고있던 옷이 붉게 물드는 것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레오는 입을 열어 이미 거리가 조금 벌어진 자신의 학원 사람들에게, 친구들과 교수들에게 말했다.
손에 쥔 건 누구의 것? 생각을 하기가 싫었다. 구름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둥실둥실 떠오르는 고양감이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날 내버려둬. 단태의 손이 망설이지 않고 레오의 목을 쥐었고 그대로 조르려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임페리오 저주를 맞은 주단태가 기어코 지팡이를 꺼내게 만들었다. 단태의 손에 들려진 지팡이가 주양에게 향하고 주문을 외우는 소리보다, 단태에게 향하는 공격이 더 빨랐다.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일까.
엘로프의 주먹이 그대로 꽂혔다. 그러니까, 엘로프가 주단태보다 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필연적으로 단태의 머리 부분을 노리기 마련이였고, 아주 운이 나쁘게도 엘로프의 주먹은 단태의 얼굴을 힘껏 후려쳐서 임페리오에서 강제로 풀려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다. 효과적이였다. 나가떨어지지 않은 건,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였다.
"- 우리 자기. 다음부터는 조금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을래? 그리고 이거는 좀 놔주라. 달링."
입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이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게 꽤 자연스러웠다. 단태는 자신의 이빨이 멀쩡하게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빼낸 뒤 입안에 잔뜩 고여있는 피섞인 침을 바닥에 뱉으며 엘로프에게 헤죽 - 웃으며 중얼거리고(멱살이 잡혔어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는 주양에게 윙크를 해보였다. 하지만, 그 여유도 아주 찰나였다. 단태는 연달아 이어지는 주문이 레오에게 명중하는 걸 보며 웃음기를 거둔다.
아. 빗나갔나. 주양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빌어먹을 지팡이 같으니. 이럴때는 말을 참 안 듣는단 말이지. 그래도 자신이 마로 단태의 주의를 끌기 위해 돌아섰으니 빗맞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적어도.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보다. 차라리 주문이 빗나가는 것이 훨씬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 너, 이 빌어쳐먹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깊은 분노였다. 크루시오, 섹튬셈프라. 기분 나쁜 마법 영창이 향하는 건. 누구? 눈동자를 천천히 돌리고. 검은자를 확 좁히며 각시탈을 쓴 자를 노려보았다. 지금 누가 화를 내고. 누가 이를 갈아야 하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받아들일수도. 용납할수도 없었다. 오늘의 모든 것이. 아니. 탈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그저 이해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할 일 투성이였다.
째지는 웃음소리를 높여 경박하게 한바탕 웃어재끼고.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올려묶었다.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는 거지. 내 앞에서 지금. 두번 연속으로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을 그렇게.
".. 당신들은 기본 예절도 없나봐. 응? 최소한의 예의범절은 그 옆에서 퍼덕거리는 닭대가리한테나 던져주셨나."
머리끈을 묶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처음의 임페리오는 정신력을 총동원시켜. 이를 꾹 악무는것 만으로 참았다. 그녀와 나눈 대화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임페리오를 맞은 사람은,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그렇기에 걱정하지만. 적어도 마법을 맞고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기에 인내심을 총동원하여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크루시오랑 섹튬셈프라는 아니지. 이건. 이건 아니지. 한 없이 중얼거리며 다시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미소지었다.
"후후후... 너도. 너도 한번 한 없이 데여봐. 그 작열통 속에서. 죽여달라고 싹싹 빌때까지 몸부림쳐봐! 인센디오!"
다시 양반탈에게 한 줄기 업화를 날렸다. 저 아이가 느꼈을 고통을. 그리고. 머나먼 과거에 제 동생이 느꼈을 그 타는 듯한 작열통을. 그대로 선사해줄 수 있기를.
당신의 대답에 침묵이 오간다. 그의 눈동자는 그나마 남아있던 빛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당신을 향한 시선은 인형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머리카락이 모조리 산발이 된다. 지팡이를 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손을 뻗는다.
"내 너를 신뢰하였단다. 아가. 그래서 난 네게 모든걸 알려주었지. 위험을 감수하고 널 이리 오게 하였어."
그런데 가는 건 있어도 오는 신뢰는 없두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것이 떠났다. 대체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맹목적인 것이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맹목적인 믿음을 바란 것은 결국 죄란 말인가. 당신을 겹쳐본 것이 죄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절대 그와 타협할 생각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그는 몸을 일으킨다. 당신은 결국 그의 것도 아니었고, 그의 편도 아니었다. 괜한 갱생을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헛된 희망을 품었다.
아. 도망치고 싶다. 버리지 않겠다 맹세까지 했는데. 가주의 자리, 선조의 정신, 그 명예를 모조리 걸었는데. 이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을 버리고 싶었다.
"아가."
당신을 바라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주 환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손을 뻗었다. 닿지 않을 당신을 향해.
"거울을 너무 오래 쳐다보지 마렴. 그것은 널 언젠가 필히 파멸시킬 테니. 나는 너를 비추는 거울이고, 너는 나의 거울이란다."
가주의 자리따위, 선조의 정신따위. 모조리 버리면 되는 법이다. 이제 죽은 자의 최후를 명예롭게 지켜주는 언더테이커는 없으리라. 아! 나는 결국 도망치는 것이다. 결국 심연으로! 우리는 쇄문하는 것이 옳았다! 차라리 영영 이곳에 오지 않았어야 했다. 정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후회, 후회. 나의 지난날의 업보여, 후회여! 아아!
"네 원한다면 멀리 도망쳐도 좋단다. 내 손을 떠나서. 네 원하는 것을 찾으러 가야지. 그게 네 신뢰라면 말이다. 그것이 결국 나와 다른 길일지언정 찾아야지."
그는 더이상 당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쓴 미소를 지으며 난장판이 된, 익숙한 얼굴을 가진 학생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고른다. 그는 크루시오와 섹튬셈프라의 향연을 지켜보고, 탈을 본다.
벨이 그래도 광벨이보단 후회광공 루트를 타서 다행이에요...😂 백정이도 억울하겠지만 벨 입장에서는 oO(그래도 나는 널 신뢰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내가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속상해) 가 아닐까 싶네요.... 벨 때찌. 때찌. 네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걸 왜 백정이에게 미루니.😠
다들 너무 멋지잖아요..스윗하고 치명적인 땃땃이..작열통의 쭈..욕하는 프로틴베이비..잠시만요..렝이는..
단태는 입안을 혀끝으로 훑어내렸다. 비릿한 피맛이 진하게 혀끝을 아리게 만들었다. 다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의 근원지는 저 주변을 맴도는 짐승이 내는 소리였나. 암적색 눈이 짐승을 한번, 그 울음에 홀려 숲으로 들어가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한번보다가 이내 다시 두 탈들에게 머물렀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이랑 처음으로 조우했을 때도 도와줄 어른은 없었다."
저택. 아마도 놀러갔던 저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자세하게 캐내는 건 지금의 단태에게는 몹시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눈 앞에 집중하기로 했다. 크루시오를 처음 경험했던 그날을 떠올린 주단태가 히죽- 웃었다. 왜 하필 지금 보름이 아니여서는. 지끈거리는 턱을 쥐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단태의 지팡이가 양반탈에게 향했다.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고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팠으니까. 죽도록 아팠으니까. 크루시오가 끝났더라도 그 크루시오는 버니와 연습할때 사용하던 가벼운 것이 아닌 제대로된 한 방이었기에 후유증도 길었다. 비단 그 후유증이 아니더라도 섹튬셈프라에 맞았으니 아픈것은 여전했다. 마법에 베인 자국이 너무도 뜨겁고 아파서 정확히 어떤 모양으로 어디가 베였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 도..와달라니까... "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일 수가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레오는 두 눈이 멀쩡히 박혀있으면 자기 꼴을 보라고 소리를 질렀겠지. 오른 팔이 베여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았고 배에도 베인 자국이, 가슴께에도 베인 자국이 새겨져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뜨겁고, 아프고. 최악이네. 몸을 뒤집어서라도 기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상처난 자국이 쓸리면서 감당을 못할 것 같아 그러지도 못했다. 아, 결국은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죽여버리고싶다. 전부 죽여버리고 싶어. 내가 당한 것의 딱 세 배만큼 돌려주고싶다. 마법도 필요없이 맨 손으로 쳐죽이고 싶다. 두 손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잘못했다고 비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탈까지 쳐부숴버리고싶어.
샐쭉. 다시 한없이 해사한 미소를 내비쳤다. 막았다. 막혔다. 누구 앞에서 그런 짓을. 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힌 마법이 다시 되감기하듯 되돌아갈 리 만무했다. 들러리.. 라고 주양이 생각하고 있는 각시탈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잘도 둘에게 그런 짓을 한. 양반탈을 쓴 저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리라. 지금만큼은. 오로지 둘만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며.
"오호라~ 재밌네. 숲에서 굴러다닐 개뼈다귀가 내 것이 될지. 너의 것이 될지. 한번 내기해볼래? 그 뼈다귀가 너네 것이 될 거라는 데에.. 내가 가진 것 전부를 걸테니."
전부라는 것은 물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내비치면서 마스크를 슥 올렸다. 짜릿하고 아찔하다. 청을 걸지 않은 내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오로지 주양만이 즐기고 있는 그 내기에서 상상 이상으로 아찔한 감정 기복을 느꼈다. 이 기분을, 인생의 끝까지 영원히 가져갔으면 좋으련만.
"그래~? 나는 너네가 바다에 같이 안 와서 아쉬운걸~? 제대로 담가서. 너네 피로 바다를 새빨갛게 칠할 수 있었을텐데. 아하핫...!"
머글과 잡종.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지만, 묘하게 열이 올랐다. 눈꼬리를 잔뜩 휘게 한 채로. 주양은 고개를 슬쩍 옆으로 꺾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그래야 삶의 질이 더더욱 올라가지. 친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으로. 질릴만큼 이어온 목숨을 더더욱 질기게 연명할 수 있으려면. 이 정도 감정 기복을 주는 상대와 자주 마주하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의 시선이 매를 향하자. 주양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아, 돌아오는 대답에 그가 황급히 손을 놓았다. 휘둘러진 주먹에 타격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얼굴의 피부가 일순간 부딪히고, 짓눌리는 이목구비에, 깊이 내리꽂히는 감각. 폭력성의 불쾌한 기분이 뒤늦게 올라온다. 하지만 조종당하고 제게 얻어맞은 단태보다야 더할까. "미안." 어깨가 축 늘어뜨려지면서도 조금은 안심한 기색이 된다. 단태가 멀쩡해졌다는 것과, 친구한테 공격 당하는 상황을 피했다는 데서 온 안도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가문의 수치, 비로소 정체가 확실해진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는 다시 한 번 얼마 전의 이야기를 상기한다. 사람들은 모두 숲으로 들어갔다, 어른이 사라진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지 말라……
이미 이 상황 자체가 최악인데 여기에서 더 떨어질 데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신경질적으로 이를 악물다 단태에게 속삭인다.
"네가 생각하기에 숲으로 따라가는 건 최악의 선택일까?"
하기야, 아무것도 못 하고 한 입에 잡아먹힐 것 같으니 최악인 건 맞겠다. 그는 한숨을 쉬며 지팡이를 돌린다.
"콘푼도……."
명중은 기대하지 않는다. 방향이 지나치게 아래를 향하고 있었으니 거의 위협사격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평범한 학원 생활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된 거지?
회심의 일격, 까진 아니었지만 기껏 쓴 마법이 빗나가자 그럼 그렇지 하듯 어깨를 으쓱인다. 이놈의 지팡이는 주인만 가리는게 아니라 노리는 사람까지 가리는지 평소 멀쩡하다가도 막상 실전에서 쓰려고 하면 말썽이다. 됐다, 됐어. 기대 안 할거야. 그녀는 별 기대 안 했다는 듯 지팡이를 허리춤에 꽂아넣었다.
자. 이제 그와 함께 뒤로 빠져서 전황을 구경이나 할까 아니면 뭘 더 해볼까 싶을 쯤.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숲 안쪽으로 가는 짐승과 그 뒤를 따르는 행렬을 목격한다. 이거 귀찮게 흘러가네. 마음 같아선 그냥 빠지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런 행동을 했다간 그 뒤가 더 귀찮을 거 같다. 눈 앞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다른 귀찮음을 감안한다, 라. 최근 이런 사람을 봤던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각시탈 쪽으로 걸어간다.
"도와줄 어른들이라고 해도 솔직히 학생들이 더 많아서 도와줘야 하나 싶어서 말이에요."
느긋하게 중얼거리며 거리를 좁히는가 싶더니 마법도 쓰지 않은 도약으로 빠르게 가까워진다. 아마 레오가 다가갔던 거리만큼 가까이 다가가 예의 그 비웃음을 띄운 채,
주먹이 오가고 금지된 마법이 오간다. 지팡이는 부러졌고 학생과 교수를 유인한다. 주변을 맴돌다 어깨에 앉으려는 백정을 눈길로 훑고 입술을 자근 깨문다. 내쳐야 하는데. 나는 널 내치고 차라리 도망치고 싶은데. 깨진 것 같은 신뢰가 있는데. 그는 잠시 몸을 바르르 떨고는 손을 뻗는다. 매가 된 백정을 달링을 어르고 안듯이 품에 안아주려 한 것이다. 그리고는 잘게 몸을 떨며 입술을 달싹였으리라.
"미안하네."
오만한 것이 고개를 숙였다.
"내 심상이 좁은 자라 속상해서 그러하였어. 돌아가면 조금, 대화를 해봅세. 하고픈 말이 있어."
그리고 온화해졌다. 아마 심경의 변화가 서서히 생기는 것이리라. 그는 고개를 들어 학교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걷는 것을 본다. 크루시오의 비명소리는 귀를 쟁쟁하게 울렸고, 두 탈은 여유롭다. 그는 느릿히 눈을 감았다 뜬다. 분홍빛 시선이 기묘하게 휜다. 품에 백정을 안고 가볍게 손톱으로 배쪽의 깃털을 살살 긁어주며, 각시탈을 쓴 여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런, 마노. 사랑스러운 내 피앙세. 아는 사람이더니?"
모르는 척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운지 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려 한다. 도발을 한 것이며, 달링을 대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는 기어이 부리에 입을 맞춘다. "참으로 예쁘지. 우리 아가가 탐이 나는 겐가? 남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왜이리 탐을 내는지..그 탐욕스러운 성정을 보아하니 추종자의 마음 됨됨이가 어때야 하는 지 대충 알 것 같군 그래." 하면서, 슬며시 웃던 그는 둘을 공격하지 않는다. 발을 돌려 다가간 것은.
"레오파르트 로아나. 괜찮은가?"
지팡이는 없지만 6학년이 되면 어느정도는 엉거주춤 할 수 있다. 수년간 갈고닦은 지혈과 마법이다.
"숲으로 가는 결정은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자기야. 지금- 호랑이가 눈 앞에 나타났거든."
필연적으로 단태는 현궁의 키가 큰 남학생 엘로프와 같은 자리에 있었고, 엘로프의 질문에 대해 답을 내려줄 수 있었다. 그의 지팡이가 영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로 각시탈이 짐승의 입마개를 푸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예의 느물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능청스레 중얼거린 단태가 지팡이를 쥔 엘로프의 손 아래에 자신의 손을 받치면서 각시탈과 양반탈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준다. 이쪽- 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아마 숲으로 가기 전에 저 호랑이가 자기를 향해 달려들 것 같은걸. 나도 자신은 없지만 방향은 잡아줄게. 달링." 주단태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느물거렸다. 뻔뻔하리만치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단태는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아무리 주문을 못 맞춘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 심하잖아. 이번에도 못맞추면 저 인간을 먹어치우는 저 짐승이랑 같이 뒹굴던지 해야겠다.
"이번에 안맞으면 짐승은 짐승으로 상대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예쁜 자기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고 덧붙히는 말 뒤에 낄낄거리는 웃음이 따라붙으며 단태는 지팡이를 각시탈에게 겨냥했다.
말이 막혔다. 무어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하려나.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 답답한 느낌이다. 토할것같아. 몸이 그렇게 된 와중에도 레오의 머리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주변 상황을 확실히 인지하고 확실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안심되는건 사실이었다. 누군가가 붙어주었으니까. 그리고 눈을 잠깐 감았다 떴을때 레오는 보았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짐승을.
" !!! ...!!!! "
알려줘야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아. 레오는 있는 힘껏 발렌타인을 밀쳐냈다. 나도 나쁜 사람은 못되는걸까. 그리고 두 눈을 뜨고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도망쳐야하는데, 너무 늦은데다가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그래서 레오는 가만히 두 눈을 뜨고 멍청하다면 멍청하게 또 당하고 말았다. 날카로운 발톱에 채이는 느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 앞판이 갈려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크게 한 번을 채이고 뒤로 날아가 몇 번을 굴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야 자기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왔으니 그 점은 좋은것일지도.
" ...... "
아직도 말이 나오지 않아. 마법의 영향인지, 아니면 말할 힘마저도 남아있지 않은건지 모르겠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힘이 없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추웠다. 왜인지 모르게 너무도 추웠다. 레오는 가만히 누워 눈을 내려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난장판이네. 정말 난장판이야. 앞판 뿐만 아니라 등이 따가운 것을 보면 뒷쪽도 제대로 긁힌 모양이다. 레오는 툭, 하고 편하다면 편하게 누웠다. 말도 할 수 없고 몸을 움직일 힘도 없다. 눈물이 난다. 이제 그만두고 싶어.
썩 맘에 들지 않는 상황이다. 빗맞고. 막히고. 지팡이에 마가 끼었나? 그렇다고 가까이서 대들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왠 이상한 짐승까지 끼어들었다. 놓았던 이성이 어느정도 제자리를 찾고 주양은 입맛을 다셨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 큰 손해인데. 조금이나마 손해를 덜 보려면 피하는게 좋을까?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피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주양의 시선이 그제서야 양반에게서 벗어나 각시탈을 향했다. 보자. 지금은 저쪽도 만만치 않게 귀찮을 것 같은데. 마냥 한 쪽에만 고정포대마냥 주문을 사격하며 시간을 낭비하는건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한번. 지금을 틈타서.
"아비스."
한 마리. 그리고 여러 마리. 마법으로 소환한 새떼를 적당히 모아서 마치 전선 앞 지휘관마냥 정갈한 몸짓으로 양반을 향하려던 지팡이를 각시에게 향하는 페이크를 선보였다.
영 알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돌려 탈들과 학생들을 번갈아보다가 본 적 없는 동물을 하나 발견한다. 그리고 그때서야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들어온다. 아, 이것 참 난리도 아니네.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봤어야 하나, 싶지만 내가 왜? 라는 생각이 뒤를 잇는다. 일개 개인인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뭐 그리 많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이제 슬슬빠져볼까 싶었다. 때마침 이상한 짐승이 이쪽에도 등장했으니 말이다.
"실력에 자신이 없으니까 펫도 데려온 거에요? 오, 이런, 이름값 못 하는 분들."
킥! 강렬한 도발성 어조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금방이라도 도망갈 듯 몸을 뒤로 물린다. 그러나 그건 페이크였는지 몸을 무른 만큼 앞으로 달려들어 들어 메치기를 시전한다. 대상은 양반탈이었다.
"천인공노할 죄인 씨. 이름이 멜리스셨군요. 멜리스-리델. 잘 기억해드릴게요."
.dice 1 2. = 1
타격의 성공 여부는 따지지 않고 뒤로 훌쩍 뛰어 곡예라도 하듯 탈들에게서 멀어진다. 그대로 사뿐히 뛰어 그의 곁으로 돌아가 그를 끌어안고 흐흥, 하고 웃는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와, 어딜 가도 망하겠네. 그래도 여기가 정신 차린 사람이 많으니까 덜 망할 것 같긴 해."
따지고 보면 나이 성년으로 먹은 범죄자들이 14~19살 청소년들을 금지된 마법과 불법(으로 추정되는) 마법생물을 데리고 진심으로 상대하려는 상황이 더 어이없는 거 아니냐,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는 아직 제 목숨이 귀했다. 속으로 바득바득 화를 참으며 침착하려 한다. 불안이 속을 차고 올라온다. 눈앞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공포와, 동시에 무지로 인한 미지가 모순적인 안도감을 가져다준다. 그나마 가벼이 농이라도 던지려니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진 것만 같다. 이런 건 참 알고 싶지 않았는데.
잠시 뭔가에 세게 얻어맞은 감각과 동시에 어지러운 기운이 감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뭐시기랑 이상한 저주 때문에 약을 한사발 들이킨 감각을 느꼈었나. 그는 아직도 얼얼한 머리에 감각에 이를 바드득바드득 갈아제끼면서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아, 그래도 촉각은 남아있구나? 그런데 주먹을 쓰기에는 내 눈이 지금 좀 뒤집힌 감각이 남아있어서..... 일단은.....
"오푸그노 징크스(Oppugno Jinx)"
이거 맞지? 그는 주변에 있던 아직 잠들지 않은 수리부엉이 3마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아 그래도 아직 주문정도는 외울수 있다, 이거지? 그래, 그래.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그는 일단은 감각을 어느정도 보완하기 위해 한마리는 자신의 주변을 맴돌게 하는 한편 나머지 두마리는 각시탈을 쓴 사람을 향해 발톱을 휘두르게 하였다.
멜리스. 저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어디서 보았던 걸까. 혼란한 상황 속에서 기억을 더듬고, 그 끝에서 별장에서 발견한 편지를 뒤늦게 떠올린다. 멜리스. 그리고 교감 선생님의 이름이 적혀있던 그 편지. 방금 전 별장을 언급했던 당신의 말을 생각하면. 설마. 눈가를 잔뜩 구긴 채 양반탈을 바라보다가 지팡이를 든다.
상황을 정리하자. 마법은 실패했고, 엘로프라 불린 학생은 치근덕거리는 단태 학생에게 도움을 받고 있고, 주궁의 학생으로 추정되는 붉은 머리의 여성은 공격을 감행하고 있으며, 펠리체는 눈이 마주쳤다. 그는 눈썹 한쪽을 까딱인다. 네가 독대하였듯 나도 독대하였는지라. 그런 뜻과 함께 손을 뻗어 다시 매를 쓰다듬는다.
자, 마지막으로 레오파르트 학생은..
"로아나 양?"
정중한 말 뒤로 그가 나동그라진다. 주궁 학생들은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 지 모르겠지. 그는 일어난 참상을 보고 조용히 고개를 기울인다. 백정이 다치지 않았는지 한 번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아간 모노클을 짓밟았다. 일주일 만에 모노클을 세 번이나 교체하다니. 사치도 이런 사치가 없겠군. 그는 잠시 튄 피를 슥 닦는다. 레오파르트를 한 번, 상황을 한 번, 그리고 탈을 한 번.
"그… 자네, 들에게. 조금 미안한? 아, 오. 미안하군. 내가 이런 말까지 해줘야 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뒤떨어져서 내 혀에게 미안해질 정도야.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