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가 날린 인카라서스가 주궁 학생 한 명에게 명중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학생은 홀린 것처럼 기어갑니다. 아니, 누군가가 *디핀도 주문으로 밧줄을 풀었습니다.
' 피윗ㅡ! '
매로 변한 백정은 발렌타인의 어깨에 자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거부만 안하면, 거기에서 깃털을 고르겠죠.
' 부르는 게지. 먹이를. '
윤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펠리체의 손을 잡았습니다.
' .... 가야 해... 부르고 있어.. '
머리가 연하늘색인 현궁 학생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당신보다 학년이 높은 학생입니다.
[금지된 숲]
당신들이 금지된 숲에 도착했을 땐, 수 많은 학생과 교수들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두 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양반탈을 쓴 갈색 보브컷 머리, 왼 쪽 어깨에 검은색 케이프를 두르고 호박바지를 입은 여성이며, 다른 한 명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각시탈로 얼굴을 가린, 정장 차림의 여성입니다. 홀렸던 당신들도 모두 정신을 차렸습니다. 각시탈윽 쓴 여성의 주변을, 독수리를 닮고 네 발 달린 짐승이 배회하며 날아다닙니다.
' 전부 다 최면에 걸린 줄 알았는데..... ' ' 어쩔 수 없지. 뽀삐의 먹이로 아무 저항 없는 것보다는 저게 사냥할 맛이 나니까. '
양반탈을 쓴 여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각시탈을 쓴 여성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당신들에게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누구부터... 아. '
구석에 던져지듯 나동그라진 혜향 교수를 발견한 각시탈을 쓴 여성이 그에게로 다시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 *임페리오 ' ' .... '
임페리오 저주를 맞은 혜향 교수는 멍한 표정으로 .dice 1 7. = 5 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습니다.
오! 도착한 광경이 아주 가관이다. 기이한 짐승과 탈. 그리고 학생과 교수. 선명한 주문. 임페리오. 일어난 교수, 흐려진 동공, 인형같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 그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겁에 질린 눈이었다. 임페리오!
그가 어떻게 이 끔찍한 저주를 모를 수 있을까? 그는 과거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었을 때 임페리오 소리만 들어도 깃펜을 부러트릴 정도로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불꺼진 눈동자와 한 손으로 끝단을 부드럽게 쥐고 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고이 쥔 지팡이. 손이 달달 떨렸다. 피투성이의 그 눈동자,비통한 울음이 가득하던 나의 어린날..
"아가."
그리고 그 두껍던 지팡이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하! 하하."
임페리오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 추종자의 짓이 틀림없다. 보았고, 들었고, 당한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그는 어깨에 앉은 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동자만 소리없이 굴러가고 동공이 점점 좁아진다.
"아가. 넌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니?"
입술을 여러번 달달 떨고나서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왔다.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향한다. 당신의 답을 들어야겠다. 당신이 만약 이렇게 추종자가 습격하여 학생을 조종할 줄 알고 있었더라면.
디핀도가 날아와 밧줄이 풀리는 것을 본 레오는 하, 참,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곤 저벅저벅 다가갔다. 무시당하는 기분 한 개 적립. 레오는 몸을 던져 들이받아 눕혀버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 턱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어차피 저기로 걸어간다면 좋은 꼴은 못 볼테니까 잠깐 누워있어. 레오는 기절한 것을 확인하곤 일어서서 얼굴에 대고 하-하! 하고 웃어주었다.
" 야! 또 해봐! 어? 또 해봐! 아까 뭐 슥슥 잘 풀고 나오더만 또 해보라고! 못 일어나? 못 일어나냐? 응? 못 일어나네? 좀 누워있어라, 응? "
다시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든 레오는 주변의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충 파악해보면 저 두 명이 이 사건의 원흉이겠고. 임페리오를 쓰는 것을 보면 그 탈쟁이들과 한 패겠구나. 교수님이 학생을 향해 주문을 쏜다. 친한 친구가 이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두 명. 무려 두 명이 인형처럼 돌아가는 꼴을 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레오는 자신이 이 상황과 다르게 동 떨어져있다고 느꼈다.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저도 수포로 돌아갔으니까.
" 단태, 그만. 더 이상 하면 나 정말 참지 못할것같아. "
앞을 막아섰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 저 년들이 이 사태의 원흉이란말이지. 레오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 야, 비켜. "
어차피 나한테 신경을 안쓰는 것 같은데. 레오는 막아서던 것도 잠시 앞으로 걸어나가며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밀치고 나갔다. 그러니까, 나를 무시했다는 거지. 여기서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있는데도 무시했다는 거지.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싸움을 시작하기전의 그 느낌처럼.
어떻게 봐도 좋게 봐줄 수 없는 울림에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래도 금지된 숲으로 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소의 위험은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걸. 적어도 그들이 그를 공격할 일은 없을테니 저번처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홀린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간다.
숲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학생들과 심지어 교수들도 보였다. 그녀 역시 그가 귀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 행렬 속에 있었겠지. 주변을 슬쩍 둘러보자 그녀 외에도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몇 있는 듯 하다. 그새 아는 얼굴이 된 이들도 확인하다가, 낯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버니나 그 남성이 아닌 자들의 출현에 그런가보다, 하며 고개만 갸우뚱 하고 있었는데.
"흐음. 가만히는 못 있으려나."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각시탈이 저주를 날린 혜향 교수였다. 이러면 재수없게 튈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녀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싱긋 웃어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라던 건 당신이었으니.
"잠깐 다녀올게요. 내 사랑."
낯간지러운 호칭도 과도한 동작도 그들에게 보란듯이 했단 걸 솔직히 인정한다. 키득 웃으며 그의 손을 놓고 혜향 교수에게 달려간다. 고의가 아닌 이상 그를 노릴 가능성이 없는 탈들보다, 실수로라도 그를 노릴 수 있는 혜향 교수를 먼저... 제외시키기 위해. 전에 그를 기절시켰을 때처럼 그녀가 손날을 세워 혜향 교수의 뒷목을 친다.
잠에서 덜 깨어난듯한 기분이 자신을 덮쳐왔다. 기분 좋게 푹 잤을때의 그 기분이 아니라, 꿀잠을 청하던 도중 강제로 잠이 깨워진듯한 불쾌함이었다. 청이 쪼아대고 할퀴어서 깨어나도 이것보다는 기분이 좋겠다. 아직도 귓가에서 그 짜증나는 애새끼 울음소리가 맴도는 듯 싶었다. 게다가 답답하게 이런 마스크는 언제 끼고 나왔담. 주양은 마스크를 내리고 깊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 말고도 다른 학생들이 한가득이다. 뭐야 이게.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
"어라. 처음 뵙겠습니다~?"
썩 좋은 뜻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먹이. 사냥? 누구 마음대로. 그리고 이어지는 임페리오의 향연에 정신이 꽤나 아찔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사람들도 탈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던가. 저렇게 탈을 쓰고 있지는 않았으나, 자신에게 크루시오를 연타로 먹였던 자들의 동료일까. 그러면. 이전의 분풀이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신과 친한 현궁 친구가. 임페리오를 맞는 걸 보며 주양은 이를 꾹 악물었다가, 이윽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이만 눈 앞에서 사라져주시길."
엑스펄소. 폭파 마법을 읊조리며 임페리오를 쓴 자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중간에 혜향 교수님의 스투페파이를 맞을 뻔 했으나 빗나간것에 대해 조금은 안도하며.
.dice 1 2. = 2 공격 - 양반탈
이윽고 주양은 명중하든 안했든, 뒤를 돌아 적극적으로 어그로를 끌었다. 친애하는 여보. 동시에. 절대 내 이해자가 될 수 없는 사람.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지금만큼은 네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없던 일로 치부하고 이해할 수 있으니. 차라리 네 지팡이가 나를 향하기를 빌면서.
"거기. 방금 저주마법 맞은 우리 친애하는 여보야~? 그 느긋느긋한 몸짓으로 나좀 줘패보지 않을래? 뭔가. 여보야의 몸놀림보다 청이 날아다니는게 더 빠를것 같은데~"
일단 상황이 매우 끔찍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먹이, 사냥, 이제는 익숙하게 들릴 지경이 된 임페리오까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방에 틀어박혀 사태가 어떻게 되든 숨어 있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법도 제대로 조준 못 하는 주제에 뭘 하겠다고?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금지된 주문이 완성되는 동시, 번뜩이는 빛이 밤중의 어둠을 스쳐 곁으로 꽂혔다. 무언가가 마법에 닿은 듯한 작은 소리, 분명 방금까지 그의 옆에는…
"이 꽉 깨물자."
임페리오에 걸렸으니 듣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도 예의상의 경고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디 내 주먹이 이빨이나 머리나 뒤통수 등등은 무사하게 해주길. 그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단태의 머리가 있을 지점에 주먹을 꽂았다.
학생의 말에, 단태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줬다. 잠자코 그 뒤를 따라 숲으로 가보니 아주 장관이었다. 주단태의 시선이 모여있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훑어보다가 두 여성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러다가 곧, 주변을 배회하며 날아다니는 네발 달린 짐승에 꽂혔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짐승을 바라봤다. 단태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가면서 "이게 무슨 일이람?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걸 아래로 떨어트리고 싶은데." 탈. 단태는 그들과의 첫만남에서 그들을 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느물하게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꺼내지 않고 짐승을 바라보던 암적색 눈동자가 깜빡여지고 아래를 향했다가 똑바로 두 여성에게 향하고, 짐승이 배회하고 있는 여성-각시탈-에게 향하려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임페리오 저주라는 걸 인지하기도 전이였다. 암암리에 가라앉은 암적색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며 주단태의 몸이 방향을 틀었다. 탈들이 아닌 학생들을 향한 방향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레오의 목을 향해-
뱀의 팔찌가 채워진 얄쌍한 손목이 인상적인, 단단한 손이 뻗어졌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단태는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