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맞아! 저는 개인적으로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좀비 사태가 일어난다면? 하는 식으로 망상 되게 많이 해요! 집이랑 멀리 떨어진 곳에서 좀비 사태가 벌어지고 집이 외진 곳에 있으니 사람이 적어 좀비도 적겠고... 집에는 먹을 것도 있으니 집으로 가자! 하는 식으로 라던가 좀비 게임은 워낙에.. 비현실적인게 많아서 그다지 안 떠오르지만, 좀비영화 같은 건 되게 많이 떠올라요! 흑흑.. 최근엔 아미 오브 더 좀비 였나? 그그.. 라스베거스에서 금고 털려고 하는 사람들 이었는데 그건.. 좀.. 뭐라케야하면 좋을지... 좀.. 그랬지요.. 나에게! 좀비! 영화를! 내놔라!
나는 그녀를 맘껏 매도하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나 조차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펑펑 울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니. 조금은 실망이었다. 별로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 맞을지도 모르지만 - 조금은, 같은 감정을 느껴주길 바랬을지도.
"뭐, 좋아. 다음곡."
눈물이 날 것 같은 곡으로는 그녀에게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다음 곡은.. 좋아. 그걸로 해볼까. 나는 다시 기타의 헤드를 조금씩 조율한 뒤 줄을 잡았다. 이번엔 사실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반응은 좋던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고 난 뒤엔 꼭 한 두 명은 얼굴을 붉히고 입가를 가리던 여학생이 몇몇 있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는 곡은 아니다.
"기분 좋은 날은 늘 그렇게 딱 맞아들어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애매한 게 없지 널 만나러 가는 길도 온종일 설레서 난 보고 싶은 것도 느끼고 싶은 것도 애매한 게 없지 음음 난 좋아 너의 모든 게 말이야 아니 아니 나 좋아 그래 거기서 볼게 Yeah 네가 온다 걸어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 후 하고 불어오면 내 마음도 후 네가 보고 싶어 네게로 달려갈래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너와 다툰 뒤엔 늘 이렇게 편지를 적어 사랑한단 말도 보고 싶단 말도 모두 담아 넣지 널 만나러 가는 길에 몇 번씩 곱씹어 나 하고 싶은 말도 널 생각하는 맘도 전부 다 전할게 음음 난 좋아 너의 모든 게 말이야 아니 아니 나 좋아 그래 너에게 갈게 Yeah 기분 좋은 바람이 후 하고 불어오면 내 마음도 후 네가 보고 싶어 네게로 달려갈래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널 꼭 안고 있으면 따뜻하고 참 좋은 것 같아 눈부신 햇살 사이로 스르르 나 잠들 것 같아 기분 좋은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널 보는 내 맘이 네 맘을 닮아 빛나죠 널 향한 내 맘이 후 하고 불어오면 네 마음도 후 내게 가까워져 두 팔을 벌려 갈게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중간중간 추임새 부분에서 상대 - 릴리 - 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짓는 것은, 원래 버스킹 할 때 이렇게 하기도 하고 이래야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그 외의 이유가 아니다. 다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일 뿐..!
>>569 벗.. 한국에선... 정말요? 저는 외국에서 흥한 한국 좀비 영화 하면... 미스터 마 가 등장하는 부산행 외엔... 저는 ㅋ ㅋㅋ ㅋ 좀비들이.. 신체 능력이.. 너무.. 좀... 너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지능도.. 좀... 너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약간, 좀비에 대한 설정이 제대로 잡혀져 있지 않은 그 모습이 약간 좀... 그렇더라구요. 영화니까 뭐 그럴 수 있지! 싶지만서도... 그리고!! 너무 지루해!!! 영화가!!
좀비물 되게 러브러브~~ 도트형 좀비게임이요? 음.. 좀비주식회사인가? 하는 그 플래시 게임?
사실 이런 데서 두 곡을 내리 들으면 저절로 흥…… 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감흥 같은 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어 있다. 릴리도 감정이란 게 있었으니까. 아직까지 릴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릴 때 심심해서 읽었던 연기 지도법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정 안 되면 신경독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마지막 곡. 신 한국…… 아니지, 일야성이 닫히기도 전의 분단된 한국에 살았던 가수였나. 릴리는 두 손을 턱 밑에 받치고 차분하게 눈을 감은 채로 노랫소리에 빠져들었다.
릴리의 마음 중 반은 공정한 승부를 위해 노래에 집중하고 느낌을 얻어내려 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반은 잠깐 딴 생각을 했다. 이런 조용하고 호젓한 곳에 자기를 데려와서 저런 노래를 불러 주면서, 이기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쉬 씨는 승부욕의 화신일까? 아니면…….
감고 있었던 눈 가운데 한 쪽을 동그랗게 뜨고, 노래하는 그를 바라본다. 그의 모습이 비친다.
이번에도 두 번째 곡을 들을 때처럼 웃음이 밀고 올라온다. 아뿔싸. 신경독을 정말로 썼다간 사실 죽을 텐데, 이런 상황에는 어찌 대처해야 할까. 일단 혀다. 혀를 이빨로 물고 버티자. 그리고 턱이 떨리지 않게 두 뺨을 밀어올리는 거다. 그 밖에는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버티는 거다.
어째서일까, 세 곡이나 라이브로 들으니까 정말 감정이 북받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느낌은 감동도, 우스움도, 이를테면 기쁨이나 재미 같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 첫 번째 곡을 떠올린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가사에 깊이 빠져들어서 노래하던 그와, 지금 더듬거리는 목소리를 짜내어 노래하는 그는 똑같은 사람이다. 깊은 내면과 얕은 장난기가 노랫소리가 되어서 온다.
‘이것은 무슨 감정이다’ 하고 릴리가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 직전에 연주는 끊겼다. 두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잠깐 비볐다.
“…… 아니, 4할은 당신이 이긴 걸로 해.”
가쉬가 올려다본 릴리의 얼굴에 자신만만함은 없었다. 그저 잔뜩 간지럽혀지고 났을 때처럼 상기되어서,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무언가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무슨 감정인지를 드러내지 않는 데 성공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는 있었겠지만, 릴리의 말대로, 승패는 모호했다.
애초에 왜 이런, 이런 것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왜 여기로 데려왔지? 왜 저 애늙은 꼬맹이 앞에서 세 곡이나.. 그것도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맞아. 단순한 승부욕이다. 저런 작은 꼬맹이에게 놀림받았다는 사실이 - 사실은 스스로 기댄거지만 - 너무 분하고 나 자신을 남득할 수 없어 이번엔 이기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솔직히. 그냥, 감정을 전달하려는 내가 있었다. 어떤 특정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내가 그 곡을 들으며 느꼈던 것. 생각했던 것.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며, 노래부르며 내가 느꼈던 것. 그것들을, 저 꼬맹이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공감받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아무래도 처절하게 실패한 것 같지만.
눈을 질끈 감은채로 연주와 노래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눈 앞의 릴리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은, 음. 한마디로 이상한 얼굴이었다. 입꼬리는 움찔거리면서, 얼굴은 잔뜩 벌개져 있고,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는 것 같이 보이는게, 웃음을 참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웃음참기대회에 나온 참가자의 표정? 왜? 그렇게 웃겼나?
"아아! 너 웃었지! 지금 웃음 참으려고 했잖아! 내가 아무리 목소리가 좀 갈라지고 음이탈을 했다고 한들 비웃다니!!!"
젠장, 저런 꼬맹이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연주하고 노래한 내가 바보였다. 완전히 졌다. 내 연주란 그런 것인가. 뭐 애초에 전문가 수준도 아니고 심심풀이로 하는 아마추어 수준이니 누군가 비웃는다 해도 별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으극...."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대로 쥐어박을까, 아니면 머리를 잔뜩 헝크러트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하단 뜻이니까. 하고 납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공감을 바란 내가 바보다. 아니, 그랬으면 승부를 걸질 말던가. 아니, 그렇지만 승부도 없이.. 그냥 연주를 들려주기엔.. 부.. 아냐!!!!!!!!
"난 이런데에 있어선 진지한 남자야. 그냥 2:0으로 해. 뭐, 마지막 곡은 끝까지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고."
나는 그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엔."
나는 잠시 말을 끊고 숨을 골랐다. 별로, 그런게 아니라.
"제대로 들려줄 테니까. 승부 없이."
승부는 다른 것으로 이기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러니까, 굳이 저 꼬맹이를 이기는데 내 연주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애초에 이번에 진건 내가 끝까지 연주해내지 못핸 탓이니까.. 그런데 왜 다시 연주해준다고 나는 말 했을까. 아니, 그 이유는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납득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의식하지 말자. 의식하지 말자. 의식하지 말자. -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이미 의식해버려 얼굴은 철판에 달궈진 아스팔트마냥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
"오해하지 마!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인거니까! 내 연주를 납득시키겠다는, 그, 그래. 그런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이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