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60135> [현대판타지/학원/육성] 영웅서가 - 임시스레8 :: 1001

정훈주◆xu1nxkXgec

2021-07-06 22:29:34 - 2021-07-18 21:54:05

0 정훈주◆xu1nxkXgec (M07Ng2PrKw)

2021-07-06 (FIRE!) 22:29:34

다들 항상 행복하고 즐거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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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장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98%81%EC%9B%85%EC%84%9C%EA%B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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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릴리 - 가쉬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5:11:34

 릴리는 눈썹을 찌푸리고 그를 올려다본다.

 “그게 숙녀를 대하는 태도냐─!”

 릴리는 확실히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야 복면가왕도 아니고, 노래에 그렇게 큰 리액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애초에 남을 괴롭히는 것이 큰 취미도 아닌 릴리가 왜 굳이 아까운 시간을 들이며 이 내기를 승낙힀을까? 자, 여기서 오렐리 샤르티에의 속마음을 들어 보자.

 ‘안 들려줄 거야.’

 그렇구나. 하여튼 릴리는 어떤 꿍꿍이를 품은 채로 그를 뒤따라 갔다.

 “하─ 하─? 그러─시─겠다?”

 억지로 웃고 있는 얼굴이 부들부들 떨린다. 대놓고 애 취급이야?! 오냐, 잡아 주마. 손을 아주 꽈아아아아악 잡아 비틀어 주마! 바키에 나오는 것처럼! “그러─자? 하하?” 하고 다가가서, 의념으로 악력을 강화하여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문제는 의념을 통한 근력 강화 실력이 형편없어서 그냥 꼭 붙잡은 것 이상의 감촉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이걸 그냥……! 잡아 비─틀─어─서─엇!’

 상대가 일반인이라면 잡아 비틀 수 있었겠지만 같은 가디언 후보생에게는 무리다.

544 릴리주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5:13:01

>>539 그거 엄청 맞는 말이야…… (다년간의 경험자)

>>540 뭐야. 평상시의 릴리잖아.
릴리: 진리! 섭리! 운명! 진리! 섭리! 운명!

545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5:32:10

"숙녀? 수우우욱녀? 수우우우욱녀어어어어~? 푸하하하하핫!"

설마 자기를 숙녀라고 생각하는건가? 정말로? 무리잖아, 그런 작고 ㄱ...꼬맹이같은 몸을 하고선 말이지! 나는 시원하게 대폭소를 터트렸다. 생각해보면 굳이 승부라고 할 것도 없는 것에 승낙한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이유는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꿈에 관한 것은 싹 잊고서 어떻게 하면 이 꼬맹이를 골탕먹일 수 있을까 하는 즐거움과 두근거림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손이라도 잡아줄까, 라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어떻게 거절할까 싶었는데, 그녀의 반응은 의외였다. 처음에 빠알개진 얼굴로 부들거리는 것까지 예상하던 반응이었는데, 진짜로 잡을줄은, 진짜 몰랐다. 그녀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그러자고 말하며 나의 손을 아주 강하게 - 아마 릴리의 입장에서 - 잡아왔다. 잡은 손은, 작긴 했지만, 따뜻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강하게 잡아올줄은 몰랐다. 손이라도 비틀려는건가 싶었는데, 그정도의 힘은 아니었고, 그냥 아이가 부모의 손을 꼭 잡는 정도의 힘이었다.

"지, 진짜 잡는거냐? 아니, 싫다는건 아니고. 그, 사람 많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런거라고 하자고."

별로 이런 것 까지 놀릴 정도로 세심하지 못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 키가 작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이러다가 헤어지기라도 하면 귀찮고. - 왠지 내 머릿속에 가디언 칩으로 다시 연락해서 만나는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대로 떨어지면, 귀찮으니까. 응. - 그녀의 손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잡고 내가 떠올린 '경기장' 으로 그녀를 인도했다. 앞서 가는 내 얼굴, 안 보이겠지? 나 감기기운이라도 있나? 갑자기 얼굴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여자 손을 잡는 것은 그저 평소의 일이고, 그렇다고 이런 꼬맹이 손을 잡았다고 내가 부끄러워 할리가 없잖아. 그냥, 좀 놀라서 그런거다. 흐흥, 이렇게 해서 경기 시작 전에 내 감정을 어클어둘 생각이겠지? 그런데에 질 내가 아니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 사실 할 말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 그녀를 '경기장' 으로 안내했다. '경기장' 이라곤 말 했지만, 사실 내가 자주 낮잠을 자러 오는 곳이다. 강가 근처라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대로에서 떨어져 있어 사람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그런 곳. 거기에 수풀들 사이에 감춰져 있어 일부러 누가 찾아다니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그런 장소였다. 요컨데, 꼬마들의 비밀기지 같은 곳이랄까. 거기에 큰 나무도 한 그루 있어 그 나무에 등을 기대로 자는 것은 여간 기분좋은 일이 아니니까.

생각해보니까, 여기에 누군가를 데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그 누구도 여길 데려오진 않았다. 뭐애초에 이 학원도에 온지 얼마 되진 않았다고 해도 만난 여성은 꽤 됐었으니까. 하지만 이런데 데려올 생각은 하지 못했다. 조금, 다르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숲속 작은 비밀기지와 같은 공터에 도착한 뒤에도 왜 데려왔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탓에 한동안 손을 놓지 못했다.

"으아아아아!"

나는 그제서야 계속 꼬옥 하고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 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할거 아냐. 그것만은 질색이라고!

546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5:34:07

>>542 으음 몸이 버틸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오오 화현주가 컴퓨터를 켰다!!(?)

>>544 보여줘요! 마안 개방 포즈 지으면서 결정타 대사 하는 릴리! 나중에 꼭 보여줘요! 휘유휘유!😚

547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5:34:53

왜 계속 웃고있는거지 난..

548 릴리 - 가쉬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5:56:57

 뒤따라가는 릴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인파 가운데서 손을 잡고 걷는 건 훨씬 (보호자에게 인솔받는 어린아이 같아서) 부끄럽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손을 놓으려고 해도 그가 억척스럽게 이끌고 가는 통에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쯤에 이미 릴리의 얼굴은 완숙 계란처럼 푹 익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곁눈으로 가쉬의 얼굴을 훔쳐보았을 때, 그도 마찬가지로 완숙 계란이 되어 있는 걸 본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걸로 비긴 게 되니까. 릴리는 ‘경기장’의 주위에서 불어 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얼굴의 열기를 식히려 애썼다. 꽤나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학원도는 나름 넓은 땅이므로 이런 구역도 찾아나선다면 더러 발견할 수 있지만, 릴리에게는 아직 이런 비밀기지가 없었다. 도서관이면 충분했으니까다.

 “갸앗!?”

 그가 소리를 지르자 덩달아 놀라며 손을 놓았다. 숲에 사는 문어가 튀어나오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린애같은 이유였다. 그래도 비명을 바로 귓전에서 들은 탓에 위기를 감지한 손이 화끈거려서, 그 손의 장갑을 벗고 손아귀에 꼭 쥐었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뭐, 다─행─히, 가쉬 씨를 인파 속에서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네. 혹시나 당신이 미아가 될까 봐 걱정했다구.”

 장난스럽게 넌지시 이야기하며 팔짱을 낀다. 그러고는 구둣발로 바닥의 풀을 고른 다음에 그 자리에 쪼그려앉았다. 낮은 자세로 있으니 마음이 안정된다. 이대로라면 조금이라도 숨을 고를 수 있을 듯하다.

 “…… 해야지? 얼른, 시합.”

549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02:04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이 시대 최고의 지침서

550 릴리주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6:10:25

하지만 좀비 사태가 터진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가 아니고
좀비 헌터들에게서 서바이벌 가이드일지도

551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0:37


"뭐어? 다-행-히 나를?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헹! 꼬맹이가 인파 속에서 흘러흘러 미아가 될까봐 손을 잡아줬으니까, 감사하라고."

나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단 한 마디도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감사하질 못할 망정 날 잃어버릴까 걱정해? 역시 귀염성 하나 없는 꼬맹이다. 언젠가 울며불며 항복하게 해주마!

나는 근처의 그루터기에 앉아 기타를 조율했다. 무슨 곡을 연주할지는 대강 생각해 뒀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음을 제대로 낼 수 있게 신중에 신중을 가해 기타를 조율했다. 그러는 와중 내 표정은 그녀에게 잘 보인적 없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있었지만.

약속한 것은 세 곡. 생각해보면 처음 곡부터 강하게 나가기보단, 차츰 차츰 쌓아 올라가 마지막에 클라이막스로 터트리는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되었다.

"제목은 K."

짧게 말해둔 뒤, 나는 낮고 힘을 뺀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주말의 큰길을 검은고양이가 걷는다
자랑의 열쇠인 꼬리를 수평으로 위풍당당히
그 모습으로부터 고양이는 몹시 미움받았다
어둠에 녹는 그 몸을 향한 돌을 맞았다

고독에는 익숙해졌다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누군가를 동정하는 일 따윈 성가시니까
그런 고양이를 안아 올리는 젊은 화가의 팔
안녕 멋진꼬마야 우린 많이 닮았구나

팔에 안겨 버둥거리며 필사적으로 할퀴어 고독이란이름의 도망갈 길을
달리고 달렸다 태어나서 처음의
상냥함이 따스함이 아직 믿어지지 않아서
아무리 도망쳐도 괴짜는 쫓아왔다
그리고 고양이는 화가와 두 번째의 겨울을 보낸다

화가는 친구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검은행복] 홀리나이트
그의 스케치북은 검은색 투성이
검은고양이도 처음으로 생긴 친구에게 안겨 응석부렸지만 어느날
어려운 생활에 쓰러지는 이름을 지어줬던 아버지 최후의 편지를 쓰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달리고 달려서 이녀셕을 전해줘
꿈을 쫓아 뛰쳐나온 날 기다리고있는 연인에게

불길한 검은고양이의 그림 따윈 팔릴 리가 없지만 그래도 넌 나만을 그렸다
그래서 넌 차가워졌다 편지는 확실히 받았다

눈이 내리는 산길을 검은 고양이가 달린다
지금은 없는 친구와의 약속을 그 입에 물고서
저기 봐 악마의 사자다! 돌을 던지는 아이들

뭐라고 불러도 좋아 나에겐 지울수 없는 이름이 있으니까
홀리나이트 [성스러운 밤] 이라고 불러주었다
상냥함도 그 온기도 모두 모아 불러주었다
미움받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이 날을 위해 태어난 거겠지 어디까지라도 달릴꺼야

그는 가까스로 도착했다 친구의 고향에 연인의 집까지는 이제 몇 키로
달리고 넘어졌다 벌써 만신창이다
다시 일어설 틈도 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폭력
질까보냐 나는 홀리나이트 끊어져버릴 것 같은 팔다리를

다시 끌고 달렸다 찾았다! 이집이다!
편지를 읽은 연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의 이름에
알파벳 하나를 더해 정원에 묻어주었다
성스러운 기사를 묻어주었다"

불길하다 불리는 검은 고양이와 가난한 화가의 이야기.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가 그 검은 고양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연주가 끝난 뒤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552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1:16

>>549 찾아보니까 영화인 것 같네요!

553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2:04

아잇 계속 이름 틀리네!! 아잇!!(이불킥)(두 손으로 얼굴 가리기)

554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2:54

>>549 영화도 있고 그냥 가이드.. 진짜 가이드도 있나보네요. 오..

555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3:34

개인적으로 K는... 처음에 듣고 울었던 곡이에요. 뭐, 감수성 풍부할 때였으니까.(사실 지금도 같다.)

556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14:36

그러타 우리들은 좀비다
좀비보다 힘도 없지만...

제가 말한 것은 책!
진짜 좀비 사태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쓴 가이드 형식의 책인데 이여... 읽으면서 좀비 영화 몇 편이 촤르르륵 떠오르더라구요

557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16:16

>>556
오오... 몬가 나무위키를 보니까 고증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하는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재미있나보네요! 책을 사신거에요?

558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19:00

>>557
약간 어나더 유니버스의 지구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생기고 좀비 사태가 어쩌구~~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고증 같은 거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더라구요!
리디북스에서 구매했지요 키키키키

559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20:58

>>558
오오오오... 전 그런거 읽으면 되게 좀비 상황극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되더라고요! 좀비면.. 상황극보단 TRPG에 가까워질지도 모르지만.

560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22:17

>>559
좀비 TRPG도 있어요! 찾아보니까 좀비월드 라고... 저는 이거 읽으면서 좀비 소설도 머릿속에서 구상되더라구요!!! 하지만 쓰진 않는다... 나에겐능력이 없다! 막막 머릿속에서 좀비사태가 지금 일어나면~ 하면서 망상도 잘되고 킼ㄱ킥

561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24:33

>>560
아하 있군요! 맞아요. 좀비게임이나 영화나 그런거 보거나 하면 막 자기 머릿속으로 스토리 상상돼서 진행되지 않아요? 막상 쓰려면 써지진 않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맞아. 머릿속에서 지금 당장 좀비사태가 일어나면.. 이라던가!! 지금 당장 좀비사태 일어나면 이 집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라던가. 아마 그걸 영화화한게 살아있다라는 영화인가 그런걸로 아는데.. 영화 보긴 했는데 살아있다는 걍 그렇더라구요.

562 릴리 - 가쉬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6:28:08

 기타를 조율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나마 분위기가 있는 양반인데…… 어쩌다…….’

 그리고, 그의 연주가 끝났다.

 “…….”

 내기의 조건은 노래를 듣고 그에 따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좋다, 나쁘다라는 일체의 표현을 하지 않은 채로 감상하면 그만인 것이다. 릴리는 노래에 빠져들어 그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라운드는 릴리의 승리였다.

 ‘애초에, 노래를 듣고 아무런 감정이 나타나지 않는 게 이상하지…… 그걸 잘 숨기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딱 걸렸어.’

 목을 흠흠 가다듬은 다음에 릴리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 다음 곡?”

 웃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끄덕 기울이는 꼴이 마치 나 여유롭소 하고 자만하는 듯하다.

563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29:25

>>561
단언컨데
살아있다는
죽어야 했습니다

맞아맞아! 저는 개인적으로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좀비 사태가 일어난다면? 하는 식으로 망상 되게 많이 해요! 집이랑 멀리 떨어진 곳에서 좀비 사태가 벌어지고 집이 외진 곳에 있으니 사람이 적어 좀비도 적겠고... 집에는 먹을 것도 있으니 집으로 가자! 하는 식으로 라던가 좀비 게임은 워낙에.. 비현실적인게 많아서 그다지 안 떠오르지만, 좀비영화 같은 건 되게 많이 떠올라요! 흑흑.. 최근엔 아미 오브 더 좀비 였나? 그그.. 라스베거스에서 금고 털려고 하는 사람들 이었는데 그건.. 좀.. 뭐라케야하면 좋을지... 좀.. 그랬지요.. 나에게! 좀비! 영화를! 내놔라!

564 정훈주(좀비)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6:35:56

그어어어

565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42:08

으으아아아악! 좀비다!!
(팔 내빔) 히히 나도 좀비 될래

정훈주 헬로헬로~

566 가쉬 - 릴리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43:08


"이 곡을 듣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니. 이 냉혈한."

나는 그녀를 맘껏 매도하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나 조차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펑펑 울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니. 조금은 실망이었다. 별로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 맞을지도 모르지만 - 조금은, 같은 감정을 느껴주길 바랬을지도.

"뭐, 좋아. 다음곡."

눈물이 날 것 같은 곡으로는 그녀에게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다음 곡은.. 좋아. 그걸로 해볼까. 나는 다시 기타의 헤드를 조금씩 조율한 뒤 줄을 잡았다. 이번엔 사실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반응은 좋던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고 난 뒤엔 꼭 한 두 명은 얼굴을 붉히고 입가를 가리던 여학생이 몇몇 있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는 곡은 아니다.

"기분 좋은 날은 늘 그렇게 딱 맞아들어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애매한 게 없지
널 만나러 가는 길도 온종일 설레서 난
보고 싶은 것도 느끼고 싶은 것도
애매한 게 없지
음음 난 좋아 너의 모든 게 말이야
아니 아니 나 좋아
그래 거기서 볼게 Yeah
네가 온다 걸어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 후 하고 불어오면
내 마음도 후 네가 보고 싶어
네게로 달려갈래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너와 다툰 뒤엔 늘 이렇게 편지를 적어
사랑한단 말도 보고 싶단 말도
모두 담아 넣지
널 만나러 가는 길에 몇 번씩 곱씹어 나
하고 싶은 말도 널 생각하는 맘도
전부 다 전할게
음음 난 좋아 너의 모든 게 말이야
아니 아니 나 좋아
그래 너에게 갈게 Yeah
기분 좋은 바람이 후 하고 불어오면
내 마음도 후 네가 보고 싶어
네게로 달려갈래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널 꼭 안고 있으면
따뜻하고 참 좋은 것 같아
눈부신 햇살 사이로
스르르 나 잠들 것 같아
기분 좋은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널 보는 내 맘이
네 맘을 닮아 빛나죠
널 향한 내 맘이 후 하고 불어오면
네 마음도 후 내게 가까워져
두 팔을 벌려 갈게
포근하고 좋은 너의 그 품으로"

중간중간 추임새 부분에서 상대 - 릴리 - 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짓는 것은, 원래 버스킹 할 때 이렇게 하기도 하고 이래야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그 외의 이유가 아니다. 다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일 뿐..!

567 릴리주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6:43:18

모하모하!!!!! 아침반이다!!!!! (차례로 와락)

568 하쿠야주 (idcATcNk0U)

2021-07-16 (불탄다..!) 06:45:05

모-하! 오늘이 지나면 주말이네....!

569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45:10

>>563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아있다 근데 의외로 꽤 흥했죠.. 특히 외국에선 되게 반응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여자주인공이 손도끼인가 그거 하나로 좀비떼 잡고 나가는거 보고 "저게 되나?" 싶던데.. 뭐 영화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화현주 좀비 영화 많이 좋아하시는구나! 좀비게임은 좋아하세요? 요즘.. 그 뭐더라 좀비게임중에선.. 아 이름이 안 떠오르네. 도트형 좀비게임이었는데, 그게 유명한거 같더라고요.

>>564 ?! 정훈주가 좀비가 되었어..! 안녕하세요!

570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46:00

하쿠야주 안녀안녕! 슬슬 아침반 학생(?)들이 올 시간이구나..!

571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47:24

하쿠야주도 헬로헬로~~

>>569 벗.. 한국에선... 정말요? 저는 외국에서 흥한 한국 좀비 영화 하면... 미스터 마 가 등장하는 부산행 외엔... 저는 ㅋ ㅋㅋ ㅋ 좀비들이.. 신체 능력이.. 너무.. 좀... 너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지능도.. 좀... 너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약간, 좀비에 대한 설정이 제대로 잡혀져 있지 않은 그 모습이 약간 좀... 그렇더라구요. 영화니까 뭐 그럴 수 있지! 싶지만서도... 그리고!! 너무 지루해!!! 영화가!!

좀비물 되게 러브러브~~ 도트형 좀비게임이요? 음.. 좀비주식회사인가? 하는 그 플래시 게임?

572 정훈주(좀비)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6:48:30

>>565
(냠)

화하 릴하 쿠하 가하!!

573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49:22

>>571 맞아요! 그 맘 이해해요. 좀비에 대한 설정이 제대로 잡혀있어야 재밌떠라고요. 뭐라고 해야하나, 좀비가 좀 엉성하게 느껴지면 그대로 긴장이 끊기니까. 아 혹시 킹덤은 보셨어요? 저 킹덤은 되게 좋아해요.

프로젝트 좀보이드! 이거에요. 이게 요즘은 좀비게임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은 것 같던데...

574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50:03

>>572 ?! 정훈주가 화현주를 먹었어!!(?)

575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51:36

>>572
냠굿~~

>>573 킹덤 당근빠따죠!! 중간에 보다 말았지만... 킹덤... 한국형 좀비의 한 획을 그었죠... 사극좀비지만 ㅋㅋㅋㅋ 탐관오리나 몇몇 힘 있는 높으신 양반들 때문에 아랫사람이 고생하는 그런 내용이 있어서 되게 이열~~ 했어요!

아아아~ 프좀! 프좀은 너무 샌드박스라서 저는 좀 별루드라구요... 인기는 되게 많지만! 한 번 물리면 끝장나는 좀비에 특성으로 캐릭터 설정도 가능하고! 정작 좀비가 되는 게임은 극소수인게 슬프다..

576 정훈주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6:54:35

프좀인가.. 그래도 프좀이 젤터보단 낫져 (먼산)
카타클에서 나온 게임들은 왜 전부 만들다 만 게임 느낌이 나는걸까요
원작이 퇴화중이라 그런건가 🤔

577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54:51

>>575 보다 말았다니! 뭐 시즌1이 제일 재밌긴 하지만 꼭 끝까지 봐보세요!! 재밋슴!! 맞아요. 그런 장면도 꽤 있죠. 사극+좀비느낌이라.. 약간 팀업? 무비 느낌이 나기도 하고! 주인공 파티가 점차 모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 좀비가 되는 게임을 원하시는거군..!(잘 모르겠다)하지만 왠지 반대로 좀비의 입장에서 인간들을 습격하는 게임도 재밌겠네요. 그럴 경우엔 좀비에게 어느정도 지능이 있거나 명령은 듣는다는 설정이 있어야 겠지만..

578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6:55:41

>>576 엌 죄송해요 사실 저도 잘은 몰라서.. 그냥 친구들이 프좀 많이 하길래 프좀이 인기 많나보다~ 했거든요.

좀비게임 자체는.. 잘 안하는 편.. 영화나 드라마는 좀 보지만요. 워킹데드도 보다 말았고..

579 릴리 - 가쉬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6:56:28

 “헤헹. 승부에 지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거야. 나야말로 진정한 열혈이지.”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던 릴리에게 승부를 건 것은 그였으니까! 무엇보다 릴리는 다음과 같이 의기양양하게 자부하고 있었다. ‘한 왕조의 탄생과 몰락, 억겁의 역사의 소용돌이를 내 두뇌에 직접 한꺼번에 집어넣지 않는 이상은…… 딱히 울거나 그럴 일도 없어!’

 그리고 그것은 일부분 사실이었다. 지나치게 이성이 발달한 사람은 쉽게 감동을 잃어버리니까. 아직까지는 안정권이었다.

 그 다음 곡. 그가 미소지으며 눈을 마주칠 때마다 릴리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야 릴리는 부풀린 볼 안에 가득 차 있던 숨을 주전자처럼 가늘게 내뿜었다.

 “…… 그거, 세레나데인가?”

 장난스러운 말로 웃음기를 희석시키고,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었다. 릴리의 얼굴에는 아주 얕은 눈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2:0이야. 마지막 기회니까 잘해 보라구.”

580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6:57:43

프좀은 그래도... 지금 그 상태로도 뭔갈 할 수 있는 상태니까.. 음음!
좀비가 되는 게임은.. 약간의 신선도를 위해서... 지만 좀비게임... 뭔가 뭔가... 뭔가.. 림월드 같은... 그런 느낌의 좀비 게임 나오면 좋겠다..

581 정훈주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7:00:19

좀비가 되는 게임은 잘 없죠! ...진짜로 생각이 안나네요!

>>578
아아니오 웨 죄송해오 죄송하지마1 멈춰!!
그냥 저에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이에요
프좀은 개발이 지지부진에 개발자들이 테일월즈 생각이 나고 젤터는 답이 없고 ND는.. 아직 게임도 못되었고
카타클 좋아해서 파생작들도 기대가 많았는데 다들 실망스러운 모습이라 아쉬운 것...

582 가쉬 - 릴리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09:08


"네에, 네. 뭐 이런걸로 승부를 건 내가 나쁜가."

그러고보니 승부를 건 이상 순수하게 노래를 듣기보단 어떻게든 참으려 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승부를 건건 나고, 이대로 질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걸어 잠근.. 마음을 허물게 했어야 했다. 그것도 나의 이 기타와, 노래로!

"후..."

그 수 밖에 없나. 그 '곡' 밖에는... 여기서 질 수는 없어. 먹힐거라고 장담하지도 못해.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곡은 이 곡 뿐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내 최상의 패를 내는 수 밖에.

"세레나데, 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넌 진짜 애늙은이인거냐! 어떻게 반응 하나를 안 해?! 방금 그 곡 하나만 제대로 연주해도.."

됐다. 말을 말자. 정작 본인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다른사람에게 통한다고 말 해봤자 그저 껍데기일 뿐인 자랑 아니겠는가.

"좋아. 마지막 곡. 이건.. 후.. 김광석씨의.. 그.. '너에게' 이라는 곡인데.."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갑자기 말을 잇기가 좀, 기분이 묘해진다.

"잘 들어. 이건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연주일 뿐이니까.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진 마. 알았어? 기억해두라고."

나는 "큼, 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 몇 초 숨을 고른 뒤,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짐짓 담담하게 노래부르려 했지만, 깊은 마음 속에서 솟구쳐 나오는 부끄러움 덕에 눈을 질끈 감고, 목소리는 조금 갈라지고 떨리고 있었다.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조각 구름과 빛나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 있는 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
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음음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을까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끝없이 피어 있는 언제든 그 문은 열려 있고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내가 그것들과 손잡고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나의 사..사..ㅅ.."

결국 나는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그만.

"으아아! 그래 내가 졌다. 내가 졌어! 하.. 어떻게 미동 하나를 안 하냐!"

그 자신만만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계속 질끈 감고 있었지만, 패배를 인정한 이상 뭐가 달라지겠는가. 나는 고개를 숙인채로 "하아." 한숨을 내쉰 뒤 슬쩍 고개를 들어 릴리의 표정을 살폈다.

583 정훈주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7:09:23

오늘만 출근하면 또 이틀 쉬는군..!

584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11:32

>>580 림월드 좀비모드... 같은건 없으려나요!

>>581 ㅇㅎ.. 하긴 요즘은 얼리억세스라는 이름으로 꽤 오래 달고 가는 게임도 있고, 중간까지만 개발하고 팔아먹는 게임도 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게 다 온라인 판매화 돼서 그렇다.. 뭐 그만큼 패치는 편해졌지만, 그만큼 완성하지도 않고 팔아먹기도 쉬워졌고..

585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11:53

>>583 맞아요! 함께 힘내요!(부둥부둥)

586 정훈주 (nTOzsmHOC.)

2021-07-16 (불탄다..!) 07:13:51

노래 좋다...

>>584
을리윽세스...
테일월즈 네놈들을 죽일것이다 (피눈물)
>>585
가쉬주도 화이팅!! 어장 참치들 모두 화이팅~~!!

587 화현주 (ynFumVzgJU)

2021-07-16 (불탄다..!) 07:17:29

>>584 없을 것 같습니다.. 센세 크흑 ㅠㅠㅠㅠ
아무튼 여유 되시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함 읽어보시기!!! 세계 대전 Z 와 세계 대전 Z 외전 도 있따!!

588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17:42

>>586 좋아하는 노래에요! 고 김광석씨 노래는 다 좋지만요.

하하하.. 얼리억세스.. 이게 기술과 열정은 있지만 자본은 없는 개발자들에겐 좋지만, 계획, 허울 좋은 개발자들도 악용하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 애매하죠.

모두 화이팅!!!

589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18:15

>>587 나중에 기회 되면 읽어볼게요! 꽤 시리즈가 있는 것 같네요..

590 비아주 (H.qWcdgfaE)

2021-07-16 (불탄다..!) 07:33:58

(무덤을 파고 들어가 누워 있음)

591 지훈주 (JszICeOlLo)

2021-07-16 (불탄다..!) 07:34:19

(옆에 나란히 누워있기)

592 가쉬주 (//.m0NdX3U)

2021-07-16 (불탄다..!) 07:34:54

>>590->>591 두 분 그 곳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시길..(함께 묻어줌)

593 릴리 - 가쉬 (CcjTFwBurc)

2021-07-16 (불탄다..!) 07:35:33

 “나쁩니다─.”

 사실 이런 데서 두 곡을 내리 들으면 저절로 흥…… 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감흥 같은 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어 있다. 릴리도 감정이란 게 있었으니까. 아직까지 릴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릴 때 심심해서 읽었던 연기 지도법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정 안 되면 신경독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마지막 곡. 신 한국…… 아니지, 일야성이 닫히기도 전의 분단된 한국에 살았던 가수였나. 릴리는 두 손을 턱 밑에 받치고 차분하게 눈을 감은 채로 노랫소리에 빠져들었다.

 릴리의 마음 중 반은 공정한 승부를 위해 노래에 집중하고 느낌을 얻어내려 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반은 잠깐 딴 생각을 했다. 이런 조용하고 호젓한 곳에 자기를 데려와서 저런 노래를 불러 주면서, 이기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쉬 씨는 승부욕의 화신일까? 아니면…….

 감고 있었던 눈 가운데 한 쪽을 동그랗게 뜨고, 노래하는 그를 바라본다. 그의 모습이 비친다.

 이번에도 두 번째 곡을 들을 때처럼 웃음이 밀고 올라온다. 아뿔싸. 신경독을 정말로 썼다간 사실 죽을 텐데, 이런 상황에는 어찌 대처해야 할까. 일단 혀다. 혀를 이빨로 물고 버티자. 그리고 턱이 떨리지 않게 두 뺨을 밀어올리는 거다. 그 밖에는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버티는 거다.

 어째서일까, 세 곡이나 라이브로 들으니까 정말 감정이 북받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느낌은 감동도, 우스움도, 이를테면 기쁨이나 재미 같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 첫 번째 곡을 떠올린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가사에 깊이 빠져들어서 노래하던 그와, 지금 더듬거리는 목소리를 짜내어 노래하는 그는 똑같은 사람이다. 깊은 내면과 얕은 장난기가 노랫소리가 되어서 온다.

 ‘이것은 무슨 감정이다’ 하고 릴리가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 직전에 연주는 끊겼다. 두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잠깐 비볐다.

 “…… 아니, 4할은 당신이 이긴 걸로 해.”

 가쉬가 올려다본 릴리의 얼굴에 자신만만함은 없었다. 그저 잔뜩 간지럽혀지고 났을 때처럼 상기되어서,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무언가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무슨 감정인지를 드러내지 않는 데 성공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는 있었겠지만, 릴리의 말대로, 승패는 모호했다.

 “반올림해서 내 승리지만.”

 애써 다잡은 목소리로 의기양양한 체하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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