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면 나는 잘못 선택한 게 아니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릴 생각은 아니었고, 자유를 찾은 청이처럼 장난칠 생각이었거든~!"
마치 기둥 뒤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둥 뒤에 차가 어떻게 있냐고 물어보는 악질 장난꾼마냥 다시 되물어보려다가 넘기기로 했다. 기껏 만든 전우(?)를 이렇게 가뿐하게 잃어서야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 특유의 짓궂음은 주체할 수가 없어서, 히죽히죽 웃으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하하, 고마운걸~ 앞으로 내 괘씸함을 더 보게 될 테니까. 지금이라도 미리 적응해두는게 좋다구? 아무튼 내기 성립이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두 다리를 믿고 바다까지 잽싸게 내달리는 것이었다. 뛰면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데 묶어 잘 정돈한 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까 전 저택에서 나올때의 속도를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이 내기는 자신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방심은 금물이라고는 하나 조금 더 조건 우위에 서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게다가 누구보다 반칙을 잘 쓰는 사람이기도 했으니, 설령 불리해진다면 어떻게든 다시 승기를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도 한 몫 했다.
그 어떤 카운트다운도 없이.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뒷짐을 지던 주양은 별안간 '시작!' 하고 외치며 먼저 냅다 달려나갔다. 약곡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시작 역시 주양이 자주 써먹는 얍삽이 반칙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한참을 무난하게 달려나갈 것.. 이라는 기대는 당신의 마법 영창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ㅇ.. 어..? 잠깐만 스톱 이건 반칙..!"
자신이 먼저 반칙을 써놓고서 상대의 반칙을 지적하는 짓은 주양이 아니라면 하지 못할 것이다. 뛰는 도중에 보기 좋게 두 다리가 묶여버려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맙소사. 여태껏 반칙을 쓰기만 해 봤는데 반칙을 당하는 입장에 서게 될 줄이야. 뭔가 여러 의미로 짜릿했다. 조금 까졌을지도 모르지만 주궁 사람으로써 이 정도 생채기는 멀쩡한 것이기도 하고, 게다가 지금은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쓰지 못할 만큼 내기욕에 불이 붙었다.
"오호라~.. 그 용기는 아주 가상하다고 해 줄게! 청이보다 훨씬 나은걸, 민 후배? 아주 재밌어, 최고야, 짜릿해! 하지만 과연 너가 날 이길수 있을까~!"
리덕토. 자신의 다리에 묶인 밧줄을 절단 마법으로 잘라내고서는 다시 뜀박질을 시작하는 대신 지팡이를 들었다. 자. 이제 자신이 반칙을 사용할 시간이다. 역시 받은 게 있다면 주는것도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지. 그렇다고 위협적인 마법을 쓸 생각은 없었다. 씩 웃으며 당신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임페디멘타!"
맞은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마법. 이 마법 정도라면 자신이 앞서갈 수 있겠지. 주양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달려나가기 위해.
학교 앞 숲에 니플러들이 그렇게 많았나? 교수들의 식기가 니플러들에게 도둑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제일 먼저 그걸 생각했다.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잘 못 봤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 숲이라고 하면 일전에 버니와 싸웠던 기억 밖에 안 나기도 하고 말이다.
"운동 삼아 즐기기엔 좋겠지. 리치리치~ 숲에 놀러가자~"
그녀는 훔쳐간 물건들을 찾는 것보다 숲을 돌아다닐 생각에 싱긋 웃으며 리치를 어깨에 태웠다. 찾은 물건들을 담을 작은 가방과 리치의 간식, 나무를 짚어도 손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줄 장갑을 끼고서 가벼운 걸음으로 학교 앞 숲에 나갔다. 어깨 위 리치가 꼬리를 흔들며 놀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숲에 도착한 뒤, 리치를 먼저 보내 정찰 겸 몰이를 해오도록 하고 일단 느긋하게 안쪽으로 들어간다. 파박파박. 리치의 풀 헤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싶더니 니플러의 비명과 함께 이쪽으로 돌아온다. 벌써 한마리 포착했나보다. 잽싸게 그쪽으로 가 도망치는 니플러를 붙잡아 거꾸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깨 털듯 탈탈 털어내보았다.
겨우 두마리 털었을 뿐인데 벌써 가방이 두둑해진 걸 보고 앞으로 한마리 더 털면 돌아가야겠거니 싶었다. 보니까 교수들 식기 말고 다른 학생들 장신구 같은 것도 있어보이는데. 분실물 맡기는데 갖다주면 될까. 같은 생각을 하며 가볍게 나무를 타고 있다가, 리치의 울음소리 신호를 듣고 내려와 그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첫 니플러를 잡을 때처럼 요령 좋게 혹은 아크로바틱하게 니플러를 붙잡아, 털까 하다가,
"이번엔 리치 차례~"
하고 리치 앞에 거꾸로 내밀어주었다. 그러자 리치의 솜방망이가 니플러를 두들겨 털어대었다.
레오는 주머니에 손을 푹 꽂아넣고 아무런 생각없이 저택을 돌아다녔다. 가만 생각해보면 찾으려고 하는 것들은 꼭 찾으려고 할 때는 안나오다가 머릿속에서 잊을 때쯤 '어 이거!' 하고 찾게되었으니까. 혼자서 돌아다녀보니 저택이 생각보다 넓음을 알 수 있었다. 눈으로 대충 여기저기를 훑어보는것이 수색의 전부였다. 로켓이라. 사진같은걸 넣는 펜던트를 말하는거였지 분명.
" 로켓이~ 어디있을까~ "
혼자 돌아디는것도 질리지. 레오는 흥얼흥얼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몸을 숙여 직접 가구를 뒤지기 보다는 발로 툭툭 밀어보거나 몸을 낮춰 책상 밑을 찾아보거나 하는 식이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집 안에 있다는 것이라면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조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편이 맞을테니까. 레오는 1층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층까지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러다 찾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고.
갱신할게요.😊 다들 위로 감사해요..계속 속으로 썩히다가 결국 집중할 거리를 찾으려고 분노의 걸레질을 했더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집안이 아주 반짝반짝해요...🙄 주차 문제로 다른 분들이 아예 나가질 못하셔서 전화 드리니까 왜 사람들은 면전에 대고 하지도 못할 거면서 x같은 년이니 어딜 감히 왈가왈부를 하냐느니 (하반신..이겠죠..?)를 찢어버리겠니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세상이 점점 이런게 당연해져가는게 느껴져요..😂
찾는 과정은 전부 끝났다. 1층부터 3층까지 눈에 보이는 곳은 전부 찾아보았다. 있을법한 곳은 전부 찾아보았고 그 외에는 뭐, 눈으로 슥슥 훑어본게 전부였다.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았지만 성의는 보였다고 말하리라. 창문을 열고 부엉이를 날려보냈다. 레오는 잘가~ 하고 말하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느정도 날아간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닫았고 레오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래도 바다까지 왔는데 바다 구경이나 해보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