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260011>10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그렇지~! 앗 근데 청이도 아니고.. 라면 언젠가 진짜 내기 이겨서 청이 뺏어가는 렝이를 볼 수 있는걸까..! 새벽 아무말이 잔뜩 터져나오는 김에 무리수 배팅을 좀 두면서.. 행복회로를 불태워야지 히흐 (???) 아니 뭔가를 잘못먹은 날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분명 적잖이 당황하면서 어.. 사람 잘못 보신것 같아요?? 하고 잔뜩 당황탈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나중에 이걸로도 한번 놀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진심인 듯 진심아닌 장난으로 대응해줄지도 모르고..? :D
situplay>1596260011>998 괄호에서 오너의 고충이 느껴져버렸다...나도 가끔 아 땃태 플러팅 제발 멈춰하는데(????) 사랑한다면 마구마구 표현하는 메가데레 기질이 또 레오의 매력이지:D 아마 상대는 절대 안질리지 않을까? 스킨십 마구 폭발하는 레오...이건 좋은데?:) 꼭.. 이 땃쥐가 더 늙기 전에 볼 수 있길 바래 우히히 XD
situplay>1596260011>999 :D!!! 좋아 둘다 해버리자. 드르륵탁 드르륵탁 (이마 탁) 아니아니 하지만 익숙한 사람의 볼보다는 가끔 다른 사람의 볼냠 반응도 좀 궁금하고 그러지 않냐구.. 내 반응은 찰지지 않은 것 같은데 찰지다고 하니 기분이 묘한걸. 하지만 도망은 안된다 쭈주여. ((땃태 투척)) 오래오래 만수무강하기 전에 볼과 머리가 너덜너덜한 땃쥐가 되어버리는 게 먼저일 거 같아:Q (((허나 쭈주는 뇌절같아보여도 뇌절이 아니라고 할 것 같아)))
>>3 진짜 두개 다하는 땃주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이래서 내가 땃주 볼냠을 못 멈춘다니까.. (또 볼냠)(?) 호오.. 듣고보니 일리가 있는 이야기야! 하지만 나는 오로지 한 사람만 노리지 후후후.. 땃주는 그럴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그러니까 묘해질것 없다구~ 앗 아앗 땃태를.. 투척하다니 흑흑 땃주는 너무 날 잘 알고 있어.. (얼른 돌아옴)(땃태 안고 도망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그럴때마다 치유마법 걸어서 원상복구해줄게! 그리고 다시 볼냠과 쭈왑과 뽀담을 선사해주지 히히 :) 앗 그거 너무 맞는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뭐든 뇌절 노우 하는 하이패스 차선과도 같은 사람이니까.. :p
>>2 뭔가 있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리포터 세계관이니.. 정신을 헤까닥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마법약..! 그렇게 뭘 잘못 주워먹고 약간 맛이 가버린 레오챤이 되어버리면 쭈 꼭끄랑하고 올려다보면서 " 너는 왜 나 싫어해? 왜 나 미워해? 나 싫어? 너는 내가 미워? " 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다가도 " 계속 나 미워하면 너 쳐죽여버릴거야 " 하고 헤헤 하고 웃는 그런.. 모멘트 :ㅇ...!
>>3 그야말로 스불재..스불재.. 땃태의 플러팅을 넘어서는 그런 어떤 스킨십을 보고싶달까.. 진짜 계속 붙어있으면서 강아지마냥 쓰다듬어줘 안아줘 여기 만져줘 배긁어줘(?) 같은 그런 :ㅇ..!
>>6 앗 뭔가.. 뭔가 그럴싸하다! 있을것 같은 느낌이야! :0 헉 꼭끄랑하고 올려다본대 쭈는 당황할텐데 내 심장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오너이입을 한가득 해버릴것 같아 분명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모먼트 너무 좋아 진짜 무해하면서도 한없이 귀여운? 순수한? 그런 느낌이면서도 중간에 아무렇지 않게 쎄게 한마디 딱 해주고 다시 무해한 미소 짓는거 ㅠㅠㅠㅠㅠㅠ..쭈는 그런 렝이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씩 웃으면서 그럼 우리 꼬맹이는 내가 좋아? 나 안 미워? 하면서 대답 똑같이 돌려줄것같고.. 쳐죽여버린다는 말 듣고 잠깐 원래대로 돌아온건가 하고 행복회로 돌리고 있을것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도한건 아니었는데 이마탁을 괄호 안에 넣는 차별화를 보고 또 귀여움을 느껴버렸어.. (???) 아니 뭐야 땃주가 나를 잘 안다는 이야기를 아직 세번밖에 안 했었다구 내가??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겠으아악 살려주세요 제.. 제 볼은 맛도 없고 볼냠해도 말랑말랑하지도 않단 말이예요... (덜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냐아냐 포상이라구 포상~~! 헉 쭈 뺨에다가 키스인사하는 땃태라니 히히 이건.. 이건...! 가능이라고 하면 너무 큰 하이패스가 될 것 같으니 초큼 자제를 해야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주가 전에 좀 아니다 싶은 건 당근 흔들어달라고 이야기한 것도 있었으니까! 그 이야기는 지키겠다! :D 하지만.. 하지만 이것만 알아주세요 서사가 더 진행되고 넘어가면 분명 뇌절이 아니게 느껴질지도 몰라 아히힣ㅎ (결국 제자리걸음)()
>>7 사실 이게 실제로 일어나기엔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워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되겠다 레오챤 술이라도 한가득 마셔버리자~~~ (안됌) 저도 이입 잔뜩해서 망상을 푸는것에 가깝다고나할까.. 쭈가 그렇게 물어보면 뭐랄까.. 레오챤 또 조금 물기젖은 눈망울하고선 " 나는 좋은데 너는 계속 나 미워하잖아. 나 싫어하지마. 나 미워하지말아. " 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얼굴 부비적부비적.. 이러다가 제정신 돌아오면 욕 한바가지 쏟아내면서 소리지를것 같슴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그래도 이 무해하고 순한 모멘트가 너무 조하...
>>8 바로바로 이검당... 업보가 많은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 함 할까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땃태는 느물느물하고 능구렁이 같은.. 그런 모습 속에 숨어있는 퇴폐랄까 아니면 땃주말대로 피폐랄까.. 하여튼 그런 치명적인 매력이 숨어있는게 너무너무 좋슴당 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그치 절대 서로 맨 정신으로 그런 말 주고받는건 진짜 완벽한 설정붕괴일 것 같으니까.. 헉 좋아 알코올! 알코올이 필요하다! 주모 여기 막걸리 한잔 주세요~! (쫓겨남)() 역시 새벽에는 이런저런 이입 해서 상상력 총동원한 썰 푸는 재미가 있지~! 물기젖은 눈망울이라니 세상에 맙소사 분명.. 분명 실제로 일어날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이 쭈꾸미는 감동받았어야.. (????) 쭈 작게 어머나..~ 하고 어차피 지금 제정신 아닌 것 같으니까 완벽히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 하면서 안 미워할테니까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말라고 다정하게 이야기해줄것 같네..! 겸사겸사 너가 나 좋다면 나도 널 내깃돈으로 걸어도 될까~? 하고 무리수도 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제정신 돌아오면 평소대로 고고씽 하는거지~~! 쭈 억울해하면서 아니 너가 먼저 와서 그랬잖아! 하고 또 투닥투닥하고.. 맞아 무해함 한가득 순한맛 한가득인 모먼트..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좋아~~!
>>12 레오챤은 겉으로는 쭈를 굉장히 싫어하지만 속으로는 뭐랄까..이.. 싫어한다기보다는 레오가 인정하는 몇 안돼는 진짜 라이벌? 진짜 자기랑 겨뤄볼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D 뭐라고할까 적도 너무 오래 보면 정들듯이 약간 그런? 싫어하는건 아닌데 또 어떻게든 이겨먹고 싶고 그런 복잡미묘한 그런 생각이랄까..! 좋게좋게 풀고싶어도 이미 쌓인 싸움이 너무 많아서 안되겠다 그냥 이거 내가 이겨먹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슴당ㅋㅋㅋ 제정신 돌아오면 " 먼저하긴 누가 먼저해 개소리하지마!! 죽어! 죽어그냥 죽어!! " 하고 얼굴 시뻘개져서 레오펀치가 날아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썰은 잘 간직했다가 언젠가 써먹어야지... 꼭이야 꼭...
렝주 푹 자고 내일 봐! 잘자~! :D 그래도 즐거운 잡담은.. 반응 안 할수가 없지 그렇고 말고~!
>>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진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린 그런 느낌! 이런저런 복잡미묘하면서도 뚜렷한 그런 느낌! :D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오펀치 너무 최고다 히히.. 헉 언젠가 써먹는 날이 온다면 쭈주가 굉장히 기쁠거야 벌써.. 벌써 막 기대되고 한 켠으로는 오너이입 안하게 조절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절대 그냥 평범하게 떡밥 먹고 가는건 용납하지 못한다는 말씀! 이것이 바로 우리 어장 새벽러의 룰! (그런거 없음)
>>27 앗 응응 약간 그런 느낌! 이해자가 될 수 없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그 사이가 막 싫어하는 사이는 아닌 느낌! 벨이랑 백정 순한맛 버전이라고 하면 딱 정리가 되겠다 :D!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땃태 무릎 위에 앉히면 안 무겁냐면서 걱정하는 쭈를 볼 수 있을것..! 흑흑 오피셜이라니.. 슬프다.. 너무 마음이 좋지가 않다..! (통곡)(?)
나도 역시 새벽썰은 상대가 자러 가도 끝까지 마무리지어야 속이 시원하니까 반응 올리겠어~~! 땃주 푹 자고 내일 봐! 잘자~! :D
>>33 맞아! 비도 안 내리고 날씨도 덥지 않고 딱 좋은 새벽이지 :) 일기예보 보니까 또 내일부터 주구장창 쏟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여름 날씨는 믿을게 못 되니까.. (먼산) 앗 타타주는 아침 일찍 나가는구나 :0 처음이라.. 그러면 조금 낯설게 다가왔으려나. 끼기 힘든 분위기였다면 한 김 식히고 릴렉스하면서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가는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해볼게! :) 내가 새벽잡담 앞에 과하게 타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 (머쓱!) 앗 그래도 비설쪽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막 다짜고짜 이거 뭐예요 저거 뭐예요 하면서 캐는 일은 없으니까! 진단 내용이나 질문거리 딱 주어지고 거기에 답하면서 티키타카 하는 식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D
기대를 하지 않고 꺼낸 화두치고 제법 흥미로운 대답이 그에게서 들려왔다. 짧고 간결한 말로 정리해 버릴 줄 알았는데. 약간 선을 긋는 듯한 말을 시작으로 조곤조곤 말이 이어진다. 그것이 의외라 흘끔 돌아보니 그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지난번 가온에서 보였던 손짓이 저거였던 걸까. 뭔가를 들면 딱 맞을 듯한 자세는 빈 손이기에 이상해보인다. 저 정도의 무언가를 자주 들었거나, 그런 버릇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니, 그를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긴 말이었다. 그녀는 몇걸음을 더 가는 동안에도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가볍게 늘어뜨린 두 손을 뒤로 모았다가, 가디건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늘어뜨리는 행동만이 조용한 가운데 선명하다. 그렇게 얼마를 더 걸어가 다다른 풀숲길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본다.
"좀, 변하셨네요. 선배."
한번 마주쳤던 금안이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자신의 말을 확신한다는 듯이. 그리고 다시 돌아서 전날 내놓은 샛길로 발을 들인다. 절단 마법에 능한 그라면 그 길이 무엇에 의해 난 것인지 유추할 수 있을지도. 이어진 걸음은 모래사장에서 잘려나간 수풀들 위로 옮겨간다. 잘린 단면과 잔해를 밟는 소리는 처음보다 더 선명하다. 일부러 힘주어 걷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말은 그 길을 걸으며 좀더 이어졌다.
"저도 선배 말대로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애정도 마찬가지로요. 그렇지만, 변했다고 해서 있었던게 사라지진 않아요."
감정은 언젠가 변모한다. 마음도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감정도 마음도, 제대로 그곳에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 기억 속에.
"그 분이 품었던 마음이 단순한 선망이고, 그저 한순간의 열정이었어도, 그건 분명 있던 거에요. 선배. 누구보다 선배가 잘 아실테지만요."
자근자근, 착실하게 풀을 짓밟으며 길을 따라 걸어간다. 시선은 줄곧 앞을 향해 있으면서 말은 뒤에 있을 그에게 향해있다.
"어쩌다 두 분이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과거의 한 때를 없던 것처럼 치부해버리지는 마세요. 기억은 지울 수 있어도 있었던 사실을 없는 걸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한참을 조잘대다가 이제 말 다 했나 싶을 쯤, 고개만 반 정도 돌려 옆눈으로 그를 보며 기어코 한마디를 더한다.
"그러니 사과는 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세요. 소중히 여겼던 이에 대한 걸 실언이라 해버린 스스로에게요."
뭐, 아님 말구요. 분위기를 깨듯 휙 하고 던진 끝말은 가볍기 짝이 없다. 지금껏 한 말들은 사실 아무래도 좋다는 것처럼.
모든게 그저 평범했다. 그림도, 계단도. 그렇다면 새벽에 본 건 역시 어둠이 주는 공포가 그려낸 환각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아니라면 집요정이 낯선 손님들에게 열어주는 환영식일지도 모르지. 이게 환영식이라고? 싶기는 하지만 당장 주양 자신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어딘가 망가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집요정들은 어떨까. 거기까지 생각하니 마침내 모든 게 겨우 이해되며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로켓을 찾을 차례인데. 자신이 방학때 영상 매체로나마 접했던 로켓은 엄청 거대했다. 거대하면서 큰 것이었다. 설마 진짜로 그 로켓을 찾으라는 건.. 아니겠지. 이 저택 어디에 그런걸 숨겨둘 수가 있다고. 그렇다면 역시 장난감 로켓을 말하는 걸까. 마지막으로 손을 댔다면 그 이후에는 누구도 손댄적이 없다는 뜻일까. 주양은 일단 창고 쪽으로 향해 거기서 로켓을 찾아보기로 했다. 안 쓰는 물건들을 모아두거나 하는 곳이라면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켓을 찾는 과정이 전부 끝나고, 부엉이를 학원으로 보냈다. 청이 뒤를 쫓으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고서 주양은 창문을 닫았다. 아무리 성깔이 지저분해도. 그리고 아무리 낮이라도 너는 맹금 앞에서는 한끼 식사일 뿐이란다. 그렇게 속삭이며 낮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역시 잠은 최고라니까.
그는 당신이 돌아보자 한 걸음을 내디디다 가만히 멈춘다. 시선을 돌리니 다시 한 걸음을 걷는다. 당신이 보아도 그는 오늘 참 친절하지 않은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당신도 인내있게 듣는다. 오, 아니면 말을 고르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부산스러운 당신의 행동과 달리 그는 여전히 그 기묘한 자세 그대로다. 그는 풀숲길 앞에 멈추자 당신을 따라 멈춘다.
"내가?"
그는 날카롭게 코웃음을 친다. "그것 참..재밌군." 하는 모습은 경박할 수도 있었으나 겉치레의 예의 때문인지 제법 오만함이 묻어있었다. 오, 천성은 아니겠지. 그는 잘려나간 수풀을 보며 한 손을 들어 턱을 덮는다. 흥미롭다. 이미 이곳에 여러번 들린 것인가? 괜히 따라왔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유달리 힘주어 밟히는 풀로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당신의 말엔.
"안타깝군."
하고 말을 흘릴 뿐이다. 그와 당신의 생각은 다른 것이다. 존재했던 것은 언젠가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과 기억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럴 수 없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렇기에 백정에게도 말하지 않았나. 끝나면 자신을 떠나 자유를 찾으라고. 그는 길을 걷는다. 비단 이 길이 아니라 심상의 여러 길 또한. 목적지 없이 길을 걷고 끝없이 고뇌할 행동이 없도록, 뒤를 후회하지 않고 돌아가지 아니하며 오로지 단 한가지의 길을 향해 걷는다.
아.
참으로.. 안타깝다.
그는 내심 '부럽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사랑도, 한 순간의 감정도, 누군가도, 가족의 정도. 있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의외로 이 마법사 사회에서, 혹은 이 빌어먹을 집안에서..
"유감스럽게도 내 자신에겐 사과할 일이 영영 없을 것이네."
흔한일인데. 아버지도 그렇게 그의 과거에서 떠나보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평생 후회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나간 후회는 돌이켜도 좋은 결과를 낳지 않고 심상을 어지럽힌다. 내 자신을 사랑했는가? 이제 지난 일이다. 그는 다시금 차분히 앞을 향해 걸으면 되는 것이다. 넘어져 울기엔 우리는 너무 어리고, 또 많이 자라지 않았는가. 그는 당신을 따라 올라가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오늘은 근사한 저녁이 아니라 조금 눅눅하지만 행복한 저녁이라고 해야겠어요. 열어둔 곳으로만 비가 들어와서 가전제품이나 그런게 젖지는 않았거든요. 대신 사랑으로 키웠던 저희집 테이블 야자가 물을 너무 많이 먹어버렸지만요....😂 다음주까지 장마라니까 다들 조심하셔야 해요.😘
끝에서 가볍게 말을 뒤집은만큼, 그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는 대꾸를 돌려주어도 발끈하거나 왈칵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화를 내긴 할까 싶지만. 그러니 간단한 말로 그리 말을 잇는다.
"그러시군요."
그저 그런 수긍. 그저 그런 대답. 그 의미는 다시 말하자면 화를 낼 건덕지도 없는, 심각하고 진지할 것도 없는 얘기란 의미다. 그녀와 그는 다른 사람이다. 완전히 별개의 개인이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서로의 생각이 다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화의 주제가 얼마나 무겁고 가볍고 중요하고 건성인 건 전혀 상관없이.
그러니 훗날 서로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는 일이 생겨도 그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거란 말이다. 그녀의 말은 그런 궤변이었다.
"네에. 스피델리의 이름을 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재주죠."
누구나, 라는 건 약간 과장스럽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러니까 전체와 같다고 치자. 이것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기도 하고. 그녀는 처음으로 들린 듯한 그의 발소리에 귀끝을 쫑긋하고 힐끔 뒤를 보았다. 이제 보니 여태 발소리도 없이 걸은게 더 신기하다. 그녀는 줄곧 소리내어 걷고 있었는데. 뭐, 그런 재주가 있으신가보다. 이 선배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남은 길의 거리를 가늠한다. 얼마 남지 않은 풀길을 눈으로 쭉 훑은 뒤 제 앞으로 되돌려 놓고, 때마침 눈에 보인 풀꽃 하나를 지그시 즈려밟는다. 얇은 샌들 밑으로 꽃잎이 으스러지는 걸 생생히 느끼며 다음 발을 내딛는다. 걷는다는 행위를 멈추지 않은 채로 다시 말을 던졌다.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 웃어보이며 목에 칼을 긋는 시늉을 해보인다. 그라고해서 왜 저런 좋은 기삿거리를 놓치고 싶겠는가, 하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로다가 목만 잘려서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그건 그거대로 프라이드에 상처인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고보니 오늘의 순번이 아마 잭이었던가?
"아 그거요? 저희 지금 돌아가면서 라이브 공연 중인데요? 어제 케인이 저랑 같이 공연-을 빙자한 공개 스파링 시합-으로다가 꽤 호응을 많이 얻었거든요? 오늘 순번으로 보면.... 아마 잭이겠네요!"
잭 녀석, 저번에 그거 보고서 꽤 머리 아파하던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만쥬를 한입 베어문다음 천천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고로 제 순번은 7월 6일부터 7월 7일 사이입니다. 그리고 아마 특별 게스트도 있을 예정이니, 보러 오실꺼면 보러 와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허리춤에 걸려있던 물통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보아하니 입도 안대고 마시는것 같은데 의외로 청결을 중시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듯이 그는 조심스레 물통을 현성에게 넘기며 씨익 웃어보였다.
혜향 교수님의 부탁을 받고 학교 근처의 숲으로 향했다.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주작님의 신탁이 있었으나, 역시 부탁을 그냥 넘겨버리는 일은 조금 찝찝했다. 게다가 지난 번 문카프의 춤을 보러 갔을때. 그 분위기를 왠 좀비 비슷한 무언가가 망쳐놓았을 때. 마지막에 보였던 교수님의 표정이 자꾸만 밟혀 쉬이 의심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교수님은 교수님이다. 정말 학원에 숨어든 쥐라고 해도, 그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원망해도 늦지 않다.
행여나 니플러를 잡다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곤란해질테니 떠올려낸 것은 청과의 양동작전. 동전에 이끌려온 니플러가 도망칠만한 길목을 청이 봉쇄하며 니플러를 견제하면 그 사이에 잽싸게 니플러를 붙잡아 먼지 한 톨 안 나올 때까지 탈탈 털어버릴 것이다. 나름 효과적인 전략전술이라고 생각하며 주양은 씩 웃었다. 동전을 놓고. 니플러가 오기까지 기다린 다음. 니플러가 보이자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좋아. 거기서 계속 막고 있어, 청!"
.. 물론 청이 막을 기회가 주어졌냐 한다면 그것은 아니었지만. 눈 앞의 동전에 정신이 팔린 니플러를 숨어있다 잽싸게 낚아채는 것은 주궁 5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간단히 커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생긴 건 순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젠 탈탈 털어버릴 시간이다.
이제 남은 동전은 하나. 그러나 기회를 잡지 못한 청이 삐진건지 다시 어깨로 돌아와서 그냥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너 혼자 다 해 먹어라 하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조금 곤란한데. 만약의 경우가 생기면, 산에서 뜀박질이라는 버거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쯧 하고 짧게 혀를 찬 주양, 문득 좋은 생각이 난 듯 청의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 이럴 땐 승리의 주문이 직빵이지.
".. 할 수 없겠네~.."
"너네 형제는 내가 내깃돈으로 팔아넘겼어!"
순간 희번득해진 청이 니플러가 동전에 다가오기도 전에 맹렬한 기세로 어깨를 박차고 날아올라서 니플러를 움켜쥐고 옥신각신 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역시 효과 좋구만. 주양은 호탕하게 웃으며 청이 쥔 니플러를 뺏어서, 탈탈 털었다. 진작 이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편하고 간단한 방법인것을. 자신이 붙잡든 청이 붙잡든, 터는 맛은 동일하니 더더욱. 니플러의 뒷다리를 꽉 붙잡고서 이불에 있는 먼지 털듯이 털기 시작했다. 뭔가 가사 능력이 조금 더 상향된것 같은 건 기분탓일 것이다.
막판에 청이 잡아둔 니플러의 영혼까지 탈곡기에 넣은 곡식마냥 탈탈 털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멀리 떨어진 수풀에다가 니플러를 대강 던졌다. 이쯤 되면 꽤 짭짤한 수확이겠거니 하는 기분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니플러 짤짤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어깨에 내려앉은 청을 쓰다듬으며 경박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자주 호흡을 맞춰봐야겠는걸. 슬슬 돌아가야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교수님, 돌아왔어요!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챙긴 물건들을 교수님에게 보여주며 찾던 물건이 있나 확인했다. 없었다면 다음에 또 털러 가면 되는거니까, 설령 없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와 잠자리를 함께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혼자 방을 쓰고 혼자 잔다는게 얼마나 쾌적한 건지 알아버리니까 집에서도 도저히 남매들 사이에 껴서 잘 수가 없겠더라구. 뭐, 이제는 그러고 싶어도 다들 각자의 집이 있거나 집에 없거나 해서 못 하게 되었지만. 나로서는 그게 좋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래서인지 옆에 누군가 있다는게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해서, 쉽게 잠들지 못 했던 거 같아. 겉보기엔 완벽하게 잠든 듯 보여도 옅게 잠든 채로 줄곧 옆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심박 소리 같은 걸 듣고 있었거든. 듣다보면 잠들겠거니 하고.
그런데 말야, 이게 잠이 오기는 커녕 주변 소리만 점점 더 잘 들려오게 되는거야. 청각만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것처럼.
침대가 눌릴 때의 소리, 천천히 걷는 듯 느릿하게 울리는 복도 바닥 소리, 저멀리 누군가 문을 열고 닫는 소리 등등등. 내 청각은 지치거나 쉴 줄도 모르고 계속 범위를 늘려서 기어코 저택 바깥에까지 뻗쳤어. 실은 가장 먼저 들렸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 때서야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멀지 않은 해안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밤바다의 파도, 소리.
아.
파도 소리에 눈을 뜨자 내 앞엔 밤하늘과 밤바다가 펼쳐져 있었어. 내가 언제 나왔는지 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는 검푸른 바다 앞에 서서 멀고 먼 수평선을 바라봤어. 가만히, 가만히, 그대로 있다가, 문득 시선을 내리니까 내가 책 한 권을 들고 있는게 보이더라구. 맞아. 그 책이야. 두껍고 낡은 가죽 표지 속 낡은 종이에 오래된 잉크로 글씨가 잔뜩 적힌 책. 아직 반도 못 봤지만, 사실 펼쳐본 적도 없는 그 책.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 다음은 뭘 해야 할까. 나는 천천히 책을 들어 펼쳤어. 내용을 보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 하지만 지금 책을 열면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어. 그런 거 같아. 낡은 페이지들이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찢겨 바다로 전부 날아가게 될 거란 걸.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줍기 위해 바다로 들어갈 거란 걸.
이제 비어버린 표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앞으로 나아가. 발끝만 간질이던 물결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한걸음 두걸음 물 속으로 들어가는거야. 나는 살아있기에 물 위를 걷는 기교 따위는 할 줄 모르니까. 물 위에 뜬 종이를 줍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모순을 일으켜.
신기하게도 내 발은 수중에 뜨지 않고 계속 바닥만을 밟아서, 종이들이 일렁이는 수면 아래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물 속에서도 똑바로 서서 위를 바라볼 수 있었어. 제법 멀리 뜬 종이들의 실루엣만이 간신히 보이더라구. 너무 멀어서 올라가보면 내가 찾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확인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그 때서야 바닥을 박차고 위를 향했어. 천천히, 천천히, 닿지 않을 듯한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데.
부그르륵. 올라오는 기포. 수중의 내 발목을 잡는 차가운 손. 익숙하지만 낯선 그 손이 나를 잡아당겨. 얼마간 올라갔던 수중을 그대로 되돌려놔. 날 다시 바닥에 닿게 해. 나는 어째서인지 반항하지 않았어. 해봤자 의미가 없는 걸 알아서일까? 아니면 이걸 기다렸던 걸까. 이젠 발만이 아니라 완전히 바닥에 짓눌린 채로 천천히 타고 올라오는 손의 주인을 봐.
아. '너'는 여전히.
손의 주인은 목 위가 부족한 채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어. 그야 그렇겠지. 목 위는 그 날 떨어뜨렸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 되었던거야. '나'는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억울했겠지. 원망스러웠겠지. 어째서냐고 한탄했겠지.
이제는 없는 시선이 맞을 만큼 올라온 그녀를 봐. 너덜너덜한 단면이 나를 향해 기울어있어. 부그륵. 단면으로부터 새어나가는 기포 속에 들리지 않는 말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아, 잡으려 손을 뻗지만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막았어. 차가운 오른손으로 나의 왼손을 짓누르고 차가운 왼손으로 내 몸을 더듬어 올라와. 얄팍한 옷 따위는 그녀의 손이 주는 한기를 막아내지 못 해.
손끝이 닿고 손바닥이 쓸어내는 부분부분이 그 한기로 인해 얼어가는 것 같아. 전신이 동시에 무력해지는게 아닌, 조금씩 감각을 잃고 사라져가는 걸 느끼는게 더 최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대로라면 숨마저 얼어버리겠다 싶을 쯤. 그녀의 손끝이 고동을 띄는 지점에 다다랐어.
한기와 달리 상냥한 손길이 느려져가는 고동을 음미하듯 살결 위를 쓸어내리는 것에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아. 눈을 감고, 다음 순간,
푸욱.
둔탁하며 날카롭게 꽂히는 소리와 동시에 내 안에 남아있던 숨을 전부 뱉어내. 새빨간 기포를 내뱉으며 가장 뜨거워야 할 곳이 가장 차갑게 변해버린 그 순간을 생생하게 체감해.
그래. 그녀의 손에 짓이겨진 생이 꺼지는 순간을.
수중은 내가 내뱉은 붉은 기포가 터져 검푸른 물을 더욱 검게 물들어가지만 나는 이미 눈을 감았기에 볼 수 없었지.
그저 희미하게 흐려져가는 정신에,
누군가...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
것
같았
어...
-
한쪽의 정신이 완전히 끊김과 동시에 그녀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한기에 부르르 떨었다. 밤이라 해도 한여름이라 이 정도의 추위를 느낄 일이 없는데도 그녀의 몸은 식은땀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식어 있었다.
"...추워..."
가늘게 말을 흘리는 순간, 숨결이 희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현실의 온도는 변하지 않았으니 그럴 일은 없었다. 단지 그녀의 체감만이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를 느끼는 것이었기에.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을 그를 붙잡는다. 자꾸 떨려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 손을 몇번이고 재차 쥐면서 눈을 감았다. 냉기와 함께 느껴지는 통증을 애써 외면하며, 다시 눈을 떴을 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어날 수 있길 바라며.
>>191 아니 맙소사 첼이 독백에 잠깐동안 안 그래도 없었던 어휘력을 완전 빼앗겨버렸어 흑흑.. 근네 뭐라고 그 날 떨어트렸는데 자신은 안 떨어졌다고..? 나 지금 뭔가 파이가 첼이 처음으로 본 날 반응이랑 맛물려서 뭔가 막 뇌피셜이 하나 번뜩 하고 떠올랐는데 오.. 맙소사 :0
음~ 뭔가 엄청 맥락없이 떠오른 촉이라서 막 풀어놓기가 엄청 민망하기는 한데 뭔가 자신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묘사도 그렇고, 전에 파이가 갓 태어난 막내를 처음 봤을때부터 다르다는 걸 느꼈다는 묘사로 보아서 원래는 샴쌍둥이가 아니었을까? 싶은 거? :0 그냥 서로 그 지경까지 다툴만큼 갔다면 파이가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는 걸 느꼈을 리는 없을거고.. 더군다나 갓 태어난 막내를 보자마자 뭔가를 느꼈을 리는 더더욱.. 없을지도 모르지만 뇌피셜 고농축된 헛소리일 가능성도 있어 그냥 에휴 쭈주 ㅋ 하면서 넘겨주면 쭈주가 고마울거야..! :0 (허둥지둥 짐 싸고 숨을 준비)
뭔가 되게 묘한 대사였다. 어차피 애시당초부터 그렇게 집에 돌아갈 명분을 두고 싶지 않은듯한 눈치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서인건가, 여지껏 그들의 활동에 자신의 점수까지 전부 대서까지 지켜주었던 것은,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진다.
"등룡문을 오르려는 존재는 스스로를 강하게 대해야 하는 법이거든요. 아버지는, 예전에 공부하실때 본가로 돌아간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군요."
그의 미소가 마치 용의 그것과 같았다. 마치 승천을 기다리는 듯한 그의 모습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제멋대로의 춤을 추면서 비를 기원하고, 그 비를 기다리며 등룡문을 오를 준비를 하는 용어(龍魚)는 대체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
"물이라.... 그러고보니...."
그가 잠시 턱을 쓰다듬고 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현성이 튀긴 물을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
"그냥 노는 것은 재미없으니까, 재밌는걸 보여드릴께요."
그의 목소리가 천천히 여성스럽게 변한다. 원래 중성적인 이미지였던 그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목소리마저 여자처럼 변하자 몇몇 남성적 특징들을 제외하면 완연한 여성과도 같았다. 눈을 천천히 침잠시키자 그의 모습이 마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순결한 무녀와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그의 선율이 흐르고, 그의 손길에 따라 물길이 흐르고 또 조화를 이뤄내기 시작한다.
"만월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것은 생명의 연회인가? 무엇을 기도하고 무엇을 칭송하느뇨?"
신에게 오롯이 바쳐진 그릇이 선율을 담아내고, 그 선율에 따라 흐르는 움직임이 물길을 거스르고 또 흐르게 한다. 마치 그, 아니 그녀의 모습은 신을 섬기고, 또 신의 뜻에 따라 만물을 그려내는 화가의 움직임이었다.
"고대의 번영은 이야기할 시인조차 없으나, 모여들어 때를 기다리네."
그의 목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지고 어느순간 사람들이 그 선율에 이끌려 그 순결하고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기 시작한다. 반신이 물에 잠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말그대로 천하를 그려내듯 유려하고 힘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들이여 짐승이여, 정령이여. 기억의 파편을.... 살려고 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여. 오늘 밤의 기적을 찬양합시다."
그의 선율이 텀을 주고 이어지려던 찰나, 그의 손뼉이 마주치고, 그 순간 그가 순환 시키던 모든 것들이 끝난다. 그런 현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리안의 장난스러운 웃음이었다.
>>228 앗 왜 안보내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꺄아악 흑흑 왜.. 왜 오늘은 볼냠당하고 쮸압당하고 쓰담당하고 쭈꾸미 수난시대가 되어버린 느낌인거야.. 나한테는 남은 게 없거늘..! (무기력하게 빨려들어가며..) 두고봐 반드시.. 반드시 다음에 지금 받은 볼냠쮸왑의 두배로 돌려주겠어! (???)
>>229 후 좋아 나중에는 꼭 내가 먼저 쮸압으로 기력을 냠냠해버릴거야.. 각오해...! (??)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는 것 같았더니 단번에 가벼워졌다. 그는 여기서 아주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상황도, 의미도, 어조도, 모두 다르지만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보였다. 느낌만 말이다. 누군가 자신에 대해 깊게 파헤치려다 갑자기 식어버리거나, 갑자기 예의를 차리는 그 상황. 그는 비효율적인 이 상황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었다.
"그런게지."
그렇지만 그는 오늘 넓은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오늘은 그나마 컨디션이 좋은 날인데 스트레스를 받아 또 하루를 말아먹고 싶지도 않았고,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 또한 남들과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를 뿐이다. 당신이 그러하듯. 그는 본질을 떠올리기로 했다. 달라봤자 죽으면 다 똑같을 뿐이다. 오! 아주 좋은 지론이다.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상극이군."
그는 흘끗 뒤를 보자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표정이나 몸짓은 여전히 감정이 없었지만 어쩐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별 대수냐는 눈치였다. 그는 당신의 뒤를 쫓다 의미없는 질문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아마 당신이 뒤를 돌아본다면, 그는 어딘가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무려 그가 말이다.
"그게."
그는 잠시 시선을 다른곳으로 굴린다. 전혀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한참동안 뱉지 못했던 말을 어색한 미소와 함께 씹어내듯 뱉었다. 차라리 안 웃는게 훨씬 나을 정도로 미소는..끔찍했다. 그는 웃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것 처럼.
"바다랑 친하지 않아서 말일세."
맙소사. 그가 평범한 소년처럼 한 손을 자신의 뒷목으로 슥 올리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자주 빠졌거든."
그의 어머니는 방학이 되어 본가로 돌아가면 블랙번의 분가가 있는 있는 바닷가로 가서 그를 집어 던지는 것을 즐겼다. 그는 속절없이 휘날렸고, 그의 끝은 늘 젖은 미역이었다.
인텔리 스타일의 남성이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무대 저편을 바라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그 모습이 심란하기라도 한건지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이 사태의 원흉인 케인, 리안은 그렇다 쳐도 케인은 전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땀내 나는 풍경이긴 했어도 남자들의 그 뜨거운 우정이라는 치트키를 써버릴 줄은 자신도 몰랐기 때문. 그걸 아는지 케인이 조금 민망하고도 미안한 표정으로 잭의 손에 천천히 음료수를 쥐어 준다.
"미안하다." "니가 미안할게 뭐 있냐."
그렇게 긴장한듯 그가 고개를 푹 숙이자, 어느새 리안이 옆에 다가와서 어깨에 손을 얹어준다.
"고생했다. 이제 다음 순서 너지?" "네, 덕분에요." "..... 괜히 숙제 어려운걸 내줬나?" "알고서 그래요? 지금 저보고 엿이나 까잡수라 이거죠?!"
갑자기 대드는 잭의 모습에 리안이 어안이 벙벙한듯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대드는 표정도 잠시, 잭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걸 깨닫자, 드디어 한방 먹었다는 듯 리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그제서야 속이 후련해진 걸까. 잭은 손을 한번 번쩍 들고 지팡이를 손에 꽉 쥔채 천천히 무대를 올라섰다.
"괜찮겠죠? 저 아저씨?"
루인의 한마디에 리안은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 미소에 담긴 의미는 [믿음]이었다.
무대에 올라선 잭의 눈으로 순식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리안은 이걸 홀로 받아온 적이 훨씬 더 많았다는 걸까, 이 긴장감에 압도되기하도 하듯 그가 숨을 멈춘다. 그 순간 리안의 말이 떠오른다. [턱을 당기고, 가슴을 펴고, 허리는 꼿꼿히, 기죽을거 없다.] 젠장, 부장 언제 이런걸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거요?
"안녕하세요. 어제 케인에 이어서 이번에 무대를 맡게된, 무대 및 장소 담당 잭이라고 합니다. 저번과 같은 열정적인 무대는 보여드리지 못하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결실을 여기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사방이 가득찬 쓰레기장 같은 무대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에렉토(Erecto)를 외운다. 그 순간 모든 쓰레기 같다고 생각되던 물건들이 천천히 조립되고 연결되어지면서 순식간에 그의 탁자를 이루고 책장을 이루어가기 시작한다. 그 한가운데에서 그가 앉으며 선율을 흘린다.
"그 날 지키겠다고 결심한 약속은 이 가슴에"
그의 나지막하고 힘있는 선율이 천천히 울려퍼지고 그의 눈에는 자그마한 불꽃이 타오른다. 불꽃이 향한 지점은 마치 그의 과거, 모든것에 열정을 가지지 못한채, 가족들의 기대에만 등 떠밀려 살아온 그 시절의 자신만이 있었다.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것으로 지금 지킬 수 있는 목숨이 있다면 기꺼이 전부를 바치겠어 이 마음이 첫 삶의 보람이야"
그 시절의 자신은 재미없다, 고 라는 이야기만 듣고 살던 그런 남자였다. 무기력증, 편집광적인 모습만 한가득인 그의 모습에서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닌, 따분함만이라는 글자만이 남아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간 두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들이 바로 리안과 케인이었다. 자신이 심심해서 그렸던 그 그림에, 그들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과 같이 불꽃을 쏘아올리자고 하였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색감이 들어온 것은.
"상처는 숨기지 말아줘 절망도 무기로 삼아서 살겠다고 결심했어"
그들 뿐이었다. 자신을 오롯이 봐준 것은. 그렇기에, 지금 그 무대를 이루게 해준 그들에게, 방송부에게 이 노래를 바치려는 것이리라.
"온 힘을 다해 이 눈물을 헤치고 너에게 모든 걸 바칠 테니까 부탁이야 제발 사라지지 말아줘 그 날 지키겠다고 결심한 약속은 이 가슴에"
그 순간 그가 벌떡 일어나 서류더미를 흩뿌려버린다. 마치 자신에게 걸린 속박을 모두 던져버리는 듯한 행동에 다들 그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벤투스, 리안이 항상 자주 사용하던 마법이 좀 더 정교한 움직임으로 서류더미들을 그의 주변으로 회전시키는 장벽마냥 전개되어 간다.
"누군가가 건 목숨으로 지금 살아가면서 싸우고 있어 지는 건 이제 무섭지 않아 이기는 걸 포기하는 게 싫어"
그의 목소리가 터져나감과 동시에 모든 서류더미가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힘껏 내리친 주먹에 쓰레기로 만들어졌던 탁자가 무너져 내린다.
"이제 절대로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되고 싶은 나로 도전하고 싶을 뿐 보잘것 없는 허울 좋은 말이라도 네가 웃어준다면 된 거야"
그 쓰레기 더미 한가운데에서도 그는 가만히 웃고 있었다. 시니컬하되 시크하게, 잭 다운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 담긴 열정만큼은 절대로 남들에게 질 것이 아니었다.
"강함은 무언가의 위에 올라서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소중한 것을 끌어안기 위해"
쓰레기 더미, 자신이 여지껏 가지고 왔던 그 모든것이 쓰레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쓰레기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자신이 만드느냐, 그것이 바로 그가 가지고 싶었던 참된 의미였다.
"모든 걸 잃어도 반드시 널-너희를- 잊지 않아"
그가 가장, 지금 방송부의 사람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온 힘을 다해 이 눈물을 헤치고 너에게 모든 걸 바칠 테니까 부탁이야 제발 사라지지 말아줘 그날 지키겠다고 결심한 약속은 이 가슴에"
방송부를 시작한 이래로 그들의 꿈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자신들이 아니더라도 이어질 것이다.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는 날도 분명히 올 것이다. 좌절하는 때도 있겠고 무릎이 다까져 주저앉아 울 때도 올 것이다.
"사라질 것 같은 희망빛이라도....."
그가 발치에 잡힌 서류 한장을 천천히 주워들고, 그걸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있는 힘껏 던져낸다.
"가라!!"
그가 날려보낸 종이비행기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끝도모르는 그들의 꿈처럼.....
그리고 잭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관중을 향하자..... 잠시간 정적의 끝에서 거대한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260 아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역시 내가 원하는건 절대 안 주는구나..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사이다에도 내성을 기르는게 답인가 (?????) 꿈속의 첼이는 첼이지만 첼이가 아니라구..? 뭐지 뭔가 다른 인격? 인가 아니면 병약할때의 자아였는가.. 추측 똥망인 쭈주는 오늘도 이런저런 뇌피셜과 망상만을 쏟아놓는다아앗..!
>>261 천천히 여유롭게 하면 되는거지~! 나도 맨날 미뤄놔서 정리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기도 하구 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갈레온 쭉쭉 모아서 억만장자가 되는 게 목표야 후후 (???)
>>263 헉 노래 좋아! 완전 내 취향이야 초반에 일렉 시작하는 파트도 마음에 들고 곡 분위기도 발랄한 느낌이라 최고야 히히히.. (플레이리스트에 쏙 넣으며)
>>264 야호~~!! 내가 어제 못 구했던 일상 오늘 한가득 달려버리겠어~~! (텐션 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좀 많이 고민된다 코코넛음료 간지나게 빠는것도 해야하고 그 벌레저택()도 해보고싶고 모래성.. 은 이미 땃태랑 밍이랑 돌린 것 같으니까 잠깐 패스해두고! 음 일단 선레 다이스 굴리고 천천히 생각해보자구~! 갑자기 정하려니 머릿속에서 충돌이 일어나 ㅋㅋㅋㅋㅋㅋ..
썩 좋은 꿈을 꾸진 못했다. 두고 가지 말라는 인영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역시. 역시 이 아이를 생각한다면. 끝까지 내가 곁에 남아있는 게 최고의 선택지일까.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전날 건 사감님과의 대화 이후로 꽤 이런저런 생각들이 잔뜩 머릿속을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어느 쪽이 진짜 행복이며, 어느쪽이 서로에게 옳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지금껏 그려왔던 자신의 인생은 그저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걸며 스스로만 행복했던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래서 남을 위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청.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몇 번이고 되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 그저 어색한 침묵만이 둘의 사이에 흐를 뿐이었다. 너는 무엇을 원하길래, 그리도 평온할 뿐일까.
".. 잊자, 잊어. 뭐에 푹 빠져서 꽁해져있는 건 내가 아냐."
자. 마냥 가라앉아있기만 하는 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니. 슬슬 털고 일어날 시간이다. 이왕 바다에 온 김에 즐길수 있는 한계까지 최대한으로 즐기고 가야 아쉬움이 덜하지 않겠는가. 이미 저택 탐험도, 그리고 염통 쫄깃한 내기도 즐겼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모자라다. 더 많은 즐거움을. 더 많은 쾌락을. 그래야 지금의 이 몹쓸 어두움에서 발을 뗄 수 있을테니.
천천히 기지개를 쭉 켜면서 청을 대동하고 로비로 비척거리면서 나갔다. 낮에 보는 저택은 그저 고풍스럽고 평온한 느낌일 뿐이었다. 저택에서 처음 묵었던 며칠 전 새벽에 보았던 것들이 어색해질 정도로. 역시 그저 집요정들의 장난일 뿐이었겠거니 했다. 그러고 보니 지팡이도 돌려주러 가야 하는데. 언제 돌려준담. 씁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자신 몫의 지팡이와, 늘 자신과 티격태격했던 아이의 지팡이를 번갈아 보았다. 뭐. 언젠간 돌려주러 갈 수 있겠지.
"..?"
그리고 한 순간. 시야의 사각지대로 무언가 재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귀신? 집요정? 아니. 둘 다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활씬.. 작으면서. 갈색을 띄었던 것 같은데. 이럴 때 벌레 감식반인 청이 맨정신이었으면 좋았겠으나 꼭 필요할때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주양은 혀를 찼다.
"하여튼. 필요할 때만 일을 안 한다니까! 확 그냥. 내깃돈으로 안 걸어버릴라.."
영 어긋난 애정이 섞인 투덜거림을 입 밖으로 흘리며 아까 무언가가 지나간 자리를 빤히 응시했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가는 또 다시 지나가지 않을까. 그러면 저게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텐데. 쓸데없는 호기심에 불이 붙었고, 누군가 나오는 기척조차도 느끼지 못한 채 그 자리만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 지금이라도 호기심을 버리고 저택 밖으로 나가 바람이나 쐬어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마치 망부석마냥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태연한 말과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자리의 분위기를 휘어잡고 혹은 흐트러뜨린 뒤 아무런 책임도 없이 내던지는 행위.
그녀의 가문에 만연한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렇게 되시겠다. 반려인을 제외한 직속 가문원 대부분이 그렇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그의 말대로 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불특정 타인과 비슷해보여도 그렇게 보일 뿐. 맞세워놓으면 상대에 걸맞은 상극으로 변모한다. 누군가에게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유연하다 보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정신이 나갔거나 혹은 미쳤느냐고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게 무얼 뜻하느냐. 아무 의미도 없다. 그저 그럴 뿐이라는 뜻없는 주절거림에 불과하다.
그녀는 상극이라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짧은 웃음을 흘리기만 했다. 후훗, 하고. 그녀 입장에선 상극인게 당연한데 그걸 굳이 확인받으니 뭔가, 우습달까. 종종 남매들이 동급생들이나 주변인들에 대해 떠들던게 생각난다. 아마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한 상황들이었던 거 같은데.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멈추는 기색에 그녀도 멈춰 해변에서처럼 반쯤 돌아 그를 보았으니까.
"?"
이 선배가 오늘 왜 이러실까. 우물쭈물하는 그를 보며 든 첫 생각은 그거였다. 절대, 절대 남들 앞에서 안 이럴 거 같은 사람이 이러니 신기하기도 하고 아까 제가 한 말이 역시 맞구나 싶기도 하다. 좀 변한거같다는 말. 단순 변덕으로 이럴 사람이 아니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보통 소년처럼 손을 올리거나 시선을 피하는 행동들은 의외구나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미소는 좀, 버거웠다. 어색...한 그의 미소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런거면 확실히 가까이 하고 싶지 않겠네요. 오늘도 노는 학생들 대부분이 청궁이더라구요."
그것 참 재난이네요 같은 말을 하며 느릿느릿 움직여 다시 앞을 향한다. 그리고 멈췄던 걸음을 떼어 다시 걷는다. 몇걸음 걸으면서 의외였던 기분이 가라앉고나자,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은 들지 않았던 생각들이 퐁퐁 솟아오른다. 던져질까봐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는 그, 그렇다는 건 아직 이번 휴가에서 그를 던진 이는 없다는 의미다. 거기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자주 빠졌다니까 생각났는데, 저도 어릴 땐 자주 당했었어요. 첫째가 유독 장난이 심했는데 제일 어린 제가 만만했나봐요. 방학 때 가끔 친척의 별장에 놀러가면 가자마자 내던져진 적도 있었거든요. 뭐, 그 업보 죄다 돌려줬지만요."
가볍게 그녀의 얘기를 해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걸 감춘다. 그에 대해 들었으니 그 정도는 들려줘야 수지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적당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동시에 생각을 굴리다보니 어느새 풀숲길이 끝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듯한 길로 이어진다. 마구잡이로 풀이 뜯긴 길에서 어느 정도 정돈된 길로 접어들자 잠시 멈춰서 기지개를 켠다.
"으긋-"
두 팔을 쭉 뻗으며 몸을 풀어주는 그녀의 옆으로 머지 않은 곳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와, 조금이나마 흘렸을지 모를 땀을 식혀준다. 그도 올라왔다면 같은 바람을 맞았겠지. 해안에서 불어온다기엔 어쩐지 살짝 차가운, 높은 곳에서나 불어올 법한 바람을.
벌레의 움직임 끝에는 민이 있었다. 석회가루에 물 섞은듯 우중충한 머리카락이 민의 시야를 한창 가리고 있는 터라 벌레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가오는 불행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애잔할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은 한가하게 로비 의자에 앉아서, 정정한다, 파묻혀서 자신이 쓴 편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저번 사건으로 인해 부모님의 걱정은 히스테릭할 정도였고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장문의 편지를 여러번 보내야만 했다.
문제 없이 쓰여진 편지를 편지지에 접어 넣고 흐트러지지 않게 실링 왁스로 밀봉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민의 시야에 겨우 들어온, 그 크고 흉칙한 벌레만 아니라면 말이다. 민이 움찔 떤다. "가만히 있겠습니다. 가던 길 마저 가주세요."라며 겸양떨기엔 크기가 남달랐다. 가만히 있으면 절로 소름이 돋고 탭댄스를 추어서 경고해야만 절로 안심이 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크기였다. 동남아의 바퀴벌레가 이정도 수준 아닐까?
"이, 이..."
놀랍게도, 민은 얌전히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용기가 심장에서부터 시작해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진다. 과거 성현들의 말대로, 몸의 근원은 심장이 아닐까? 드물게도 이성보다 몸을 먼저 움직였다. 잠시 테이블에 두었던 커다란 종이컵으로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도장 찍듯 바닥을 쾅쾅대길 두어번, 종이컵과 편지지를 바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해냈다.
내가 무고한 학생들을 이 흉측한 벌레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민은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이 상황이 감동스러운 나머지 파르르 떨뻔했다. 그러나 편지지로 겨우 막은 입구에서 이따금씩 느껴지는 묵직한 움직임은 민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종이컵이 투명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민이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마침 운 좋게 학생 한 명이 있었다. 민은 내심 빨간색 머리카락과 훤칠한 키가 마음에 들었다. 외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되지만 민이 주목한 특징들은 학생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었고, 저런 사람이 제 상황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봄바르다 쓸 줄 알아요? 다른 것도 좋아요. 뭐든 좋으니까 할줄 아는 강력한 공격 주문 있는대로 말해봐요."
아라니아 엑서메이(Arania Exumai)★ 라틴어로 araneus(거미) exuo(치우다)가 기반으로, 영화 비밀의 방에서 톰 리들과 해리 포터가 사용하는데, 둘의 효과가 다르다. 톰 리들이 아라고그에게 사용했을 때는 빛 포탄 같은 게 나가며 바닥을 맞춰 그을음을 남겼고, 해리 포터가 금지된 숲에서 거미에게 사용했을때는 강렬한 빛의 줄기가 나가며 거미를 밀쳐냈다. 호그와트 2학년생인 해리가 사용할 정도면 그렇게 어려운 마법은 아닌듯하다. 해리는 리들의 일기장이 팬시브처럼 기억을 보여줄 때 리들이 이 마법을 사용하는것만 봤기 때문. 사실 아라고그와 그 혈족은 평범한 거미가 아니라 애크로맨투라라는 치명적인 마법 생물이자 식인 거미이므로 호그와트 2학년생 수준에서 퇴치될 레벨이 아니다.
>>310 그 탭댄스 진동을 느끼고 달려올 거 같은데.....?! 황소는 황소니까 괜찮지 바선생은 너무...그래.... 그 다리 많은 그분도....(오싹) 생각난김에 첼이네 가문에서 그런 것도 만들었다고 해야겠다 모든 벌레를 몰아내주는 만능 벌레퇴치약! 그리고 특허내서 평생 놀고먹고 룰루랄라~~
눈으로 채 쫓아가지 못한 저 너머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나와있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감시하고 있지 않아도 알아서 잘 처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스쳐지나갔던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설마. 설마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시선이 당신이 쥐고 있는 종이컵으로 스륵 돌아갔다. 게다가 공격 주문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맙소사. 진심으로 집에 가고 싶다. 직계 사람들이 그리웠다. 차라리 두들겨패고 꿇릴 수 있는 상대가. 적어도 사람같이 생긴 상대가 몹시 그리웠다.
"어.. 잠깐만..! 쓸 줄도 알고, 쓰라면 쓸 건데. 그 종이컵 안에 있는 거.. 내가 예상하는 그거지 그거! 그.. 징그러운 거! 더럽게 역겨운 거!"
바퀴벌레라는 네 글자 단어를 이렇게 어렵게 꼬아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주양이 유일할 것이다. 물론 주양은 잠깐이나마 스쳐 지나간 존재가 바퀴벌레라는 것을 채 인식하지 못하기는 했으나, 당신의 반응에서 대충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벌레였다면 진작 때려잡았을 것 같은 사람이 기어이 종이컵으로 뭔가를 잡아두고 도움을 요청한다?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쉬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전에 주양에게 탑재된 상식이 그런 기본적인 상식인가를 물어봐야 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으. 그거 어떻게 해야 하냐.. 지금 그 상태로 내가 공격 마법을 날리면. 분명 손 다칠거야?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것도 멀쩡하지 않을거라고? 자, 자.. 일단 침착하고.."
맙소사. 침착하라는 소리가 남을 향해서 자신의 입에서 나오게 될 줄이야. 꽤 기가 차는 상황이었으나 이미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잔뜩 경계하고 잇는 지금으로써는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종이컵의 크기도 보통이 아니다. 저건 찐이다.
마냥 호들갑을 떨며 지금의 상황을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일단 지팡이를 쥐었다. 뭐든간에 일단 날려버리면 상황이 조금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상당히 신중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잡은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며 다른 손은 활짝 펼쳐서 당신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 그러니까 일단 침착하고, 내가 이쯤 하면 됐다 싶을때 신호를 줄게. 오케이? 그럼 그 때 종이컵 놓고, 챙겨갈건 챙.. 아니다. 지금이라도 후딱 챙기고 물러나! 물러나는 순간 바로 쏠거야!"
엑스펄소. 봄바르다. 봄바르다 막시마. 콘프링고.. 자신이 아는 온갖 폭파 마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레라시오? 인센디오?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괜히 날렸다가 불 붙은 무언가가 사방팔방 날뛰기라도 하는 날에는 호적 파인다. 적당한 거리에서 주양은 멈춰섰다. 그리고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눈짓으로 챙길거 챙겼으면 물러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312 그때... 갑자기... 닌자가 등장했따~~~~ 사람 닌자보다 닌자 박귀가 세배 살상력 있어보이는군.... (흐릿) 나는............ 바퀴벌레는 가까이 보아야 더 징그럽다... 같아서 애초에 몰아치는 해일같아서 대항하려 하면 안돼.... 청소기뿐이야... (기절)
>313 으아아아악 전투 바퀴벌레냐고~~!!!!! 무서워 무서워~!!! 그 다리많은 그분은...... 그래도 겁 많아서 비명 지르면 멈추더라고... (그렇게 10분동안 아이컨텍만 하게된 인간과 벌레) 헐 첼이 가문쪽으로 108배 해야할듯 ㅋㅋㅋ 이일을 기점으로 첼이한테 벌레퇴치약...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하면서 부탁하는 일상도 재미있겠다! ㅋㅋㅋㅋㅋ
>>322 3대호러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그렇게 기어코 납량특집을 완성시키고 만 것인가.. 좌충우돌 우당탕탕 무해(?)함이 한가득! :D 참 맞다 그리고 내가 엘롶주한테는 머리 쎄게 박고 사죄의 뜻을 전할게 어제 일상 구한거 손 든 사람이 없는줄 알고 게임 달렸는데 오늘 정주행하면서 쭉 보니까 손.. 들어줬더라구.. 흑흑 엘롶주가 지금이라도 일상 가능하면 할래..? 오늘 멀티 쌉가능...! 88
>>3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 몰입도를 위해서라면 내 눈 건강쯤이야.. 포기할 수 있다구... (????) 으아악 싫어 차라리 죽여줘 오늘 잠 못자야 절대 절대 안잘것이야..!! (오열) 그래도 솔직히.. 사진이라서 그런가 실물로 본 좀벌레보다는 덜 혐오스럽더라구.. 좀벌레는 진짜.. 어우...
>>3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 흑흑 좋아 맨날 늦잠자는 나보다 첼주가 더 푹 잘수만 있다면.. 내 잠 따위는.. (비틀)(??) 하 진심.. 내가 말을 아끼지만 베개 바로 옆까지 기어왔던 그 혐오스러운 놈은 진짜.. 차라리 집게벌레나 바선생이 나오는 게 더 나을정도야 진짜.. 88
1번 상황: 자기가 먼저 알아채진 못해서 라쉬가 대신 발견해줌... 아마 얘는 벌레 퇴치보다는 아무것도 안 줬는데 부스럭 쩝쩝거리기 시작한 반려동물의 입 안에 뭐가 들었는지 상상하면서 더 큰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엘롶: 넌ㄴㄴ넌ㄴ너넌너너너너 먹는 거야....!!!!)
2번 상황: 무고한 남고생 E군 바선생의 플라잉 어택에 공격당하는데... 머리 짚는 김엘롶 표정으로 하얘졌다가 반사적으로 풀파워 주먹질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 없이 난리치다가 잡는 데 성공하면 영혼 없이 웃는 얼굴로 평온하게 뒷정리 함 ◠ ͜ ◠ oO(방금 그게 뭐였을지 상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몰았던 크고 새카맣고 다리 많고 아무튼 징그러운 그거 맞습니다."
그냥 바퀴벌레라고 해라. 마치 천연두를 마마라 부르고 도깨비에게 하나하나 이름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민도 이 끔찍한 생물체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거리낌을 가지고 있었다. 민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땅바닥에 컵을 똑바로 세웠다. 여전히 편지지로 입구를 막은 상태였다.
"하나, 둘, 셋하면... 잠깐만요, 진짜로 봄바르다를 날리게요?"
순간 뒷골이 찌르르 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봄바르다를 날리면 저택에서 난리가 날 거고 그러면 징계를 얻게 된다. 간단한 도식을 도출해낸 민이 비명처럼 물었다. 본인이 요청했지만 진짜로 날릴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는 투였다. 물론, 불길한 예감은... 봄바르다 탓만이 아니었고, 그건 민과 주양의 작은 불행이 될 터였다.
"절대, 절대 안돼요. 스투페파이, 잠깐 벌레한테도 그게 통하나? 아무튼 저택에 해가 가지 않는 선으로 끝냅시다. 이렇게 해요. 제가 편지지를 들어올리면? 그쪽이 아쿠아멘티를 쓰는 거예요. 그럼 이... 선생님께서는 익사를 하는거고? 저희는 행복하게 하하호호 떠나면 되는 겁니다."
민이 하얗게 질려서 종알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민은 심줄이 얇은 편이었고 당장 쓰러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해낸 것이었다. 몸을 지탱하고 이성을 굴리며 입을 여는 모든 행위가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마를 부여잡고 중세 시대 만들어진 귀부인처럼 비명 지르며 기절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했다.
"그럼, 열게요. 자, 하나, 둘, 셋!"
그러나, 민이 걱정하던 봄바르다가 난무하고, 바퀴벌레가 불타며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종이컵 안에 바퀴벌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빈 종이컵을 바라보았다. 변명하듯 주양에게 외쳤다.
"그럴리가 없는데. 방금, 분명 진동이 느껴졌고, 안에 그림자도..."
분명 종이컵 안에 있었다. 민은 문득 떠올랐다는듯이 말을 멈추었다. 그렇다면, 편지지를 들었을때 바퀴벌레가 존재할 곳이 어디 있을까? 나사 풀린 바늘처럼 헛돌던 이성이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도출해냈다. 당장이라도 손끝을 타고 올라올 것만 같은 공포에 민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편지지를 힘껏 던졌다. "으악!" 자신이 이렇게 높은 음을 낼 줄 알았던가? 단연컨데 아니다. 이게 평소에도 가능했으면 당장 세기의 천재 가수 취급을 받으며 순회공연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냥 봄바르다 쓸 걸! 봄바르다 쓸 걸!"
민이 앵무새처럼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할 여력이 남지 않았기에 쉴새없이 말이 나왔다.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성난 바퀴벌레는 날았다. 말 그대로, 날았다. 세상에, 싸구려 지팡이도 저보다 성가신 소리를 내며 날지는 않을텐데!
>>327 앗 그거 괜찮아~~~ 잡담에는 계속 붙어있긴 했는데 사실 나도 그때 게임 돌리고 있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일상 너무 좋은데... 곧 자러 갈 생각이라 지금 당장은 못 하겠다 으악... o<-<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 오늘중으로 레스 던져놓으면 나중에 잇는 식으로 천천히 돌려볼래??? :3
나 평소에 아나 대신에 아니 쓰는데 오늘만큼은 밍주 어휘력 빌려서 아나 한번 써볼래 아나 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좌충우돌 혼비백산 혼파망 일상 너무 좋아 짜릿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렝주 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광대뼈 살려줘 승천해서 내려올 생각을 안해.. (울어버리고 마는데..)
>>3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지말라고!! 너네 방에도 바퀴벌레 풀어버린다!! 하면서 위협하는데 그러면 진짜 몸 맡길곳 없어서 렝이한테 놀림받는 그런 쭈가 될 수 있을거야! 예고도 없이 찾아와서 오늘 하루만. 너네 방. 쓰. 쓴다...? 하면서 억지웃음도 짓고 ㅋㅋㅋㅋㅋㅋ..
>>335 흑흑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나 아침에 진짜 벽에 머리 깨고싶었었다구 진짜.. 엘롶주 당신은 천사입니까..? (오열..) 앗 좋아좋아 그러면 밍이 답레도 잇고 엘롶주 곧 자러 간다고 했으니까 내가 천천히 선레 가져와놓을게! 상황은 적당히 해변으로 하면 엘롶이한테 던져질 수 있으니까 그런 느낌으로! :D
>>341 아니 주양주 내 말투 정확히 알고 있잖아???? 아나 거의 내 뭐... 전매특허같은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도 지금 이 일상 굉장히 즐기고 있어 아 이게 여름휴가지! (아님) 사실 헬리콥터 소리 같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마법사라 마땅한 비유 못찾고 지팡이라 했음...ㅋ...ㅋ..ㅋㅋㅋㅋㅋ
>>342 ㅋㅋ....ㅋ.. .. 의외로 유약한 편인데 집안이 엄해서 억지로 멘탈 튼튼해진? 뭐 그런 느낌이라...ㅋ....ㅋ.. 아 그렇지만 바퀴벌레가 말하는건 심약하지 않아도 기절하고 싶지 않을까?????? (라며 설득)
>>345 하나 이 일상도 개꿀잼각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첼이 위에 기숙사 부신거(...) 보니까 벌레를 잘 잡는 것 같은데 (일단 벌레가 사는 집을 파괴했으니까 암튼 잘잡음) 가끔 기숙사 아닌 곳에서 벌레 볼때마다 허레벌떡 뛰어와서 부탁하는 것도 보고 싶고 ㅋㅋㅋㅋㅋ
>>341 레오챤 몬가..몬가.. 짜증 팍팍 부리면서도 누구랑 같이 자는걸 정말정말 좋아하는 레오챤이라 바닥이나 소파에서 잘려고하면 자기 침대 한 쪽 내주고 '맘 바뀌기 전에 올라와라 쳐죽이기전에' 하고 괜히 틱틱대고.. 잘때는 또 잘 자고.. 앗 이거 어제에 이은 무해하고 순수한 모멘트 2탄이다!!!!!!!!!!!
>>348 멘탈이 튼튼한것과 바선생은 별개의 문제.. 메모메모.. 이건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것 같슴당..! 에헿..에헤헤ㅔ...
황보 민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선호하는_주류 아직 학생임..... ^^ 무알콜 곡물 막걸리 그거 좋아하겠지?? 근데 아마 성인되서는 스카치 뭐 이런 거 좋아할듯 서양 주류 좋아함. 그렇다고 고급 입맛은 아닌게 대충 대형마트에서 파는 값싼 서양 주류도 잘 먹어서 ㅋㅋㅋㅋ 회식에 나올법한 소맥 소주 맥주 이런거 힘들어함 (민 : 우웨엑)
자캐와_자캐가족의_친밀도는 형식적으로 좋긴 한데.... 민은 거의 마음 놓은지 오래라 대먼대먼 잘해주는 느낌? 그래도 자기 걱정하는 거 아니까 최소한의 애정표현은 하는듯... 솔직히 성인되고 돈 모으면 바로 자취방 잡아서 횡 떠나버리고 연락도 달에 한번 칼같이 할 것 느낌적 느낌이 있음
자캐의_뱀파이어_프로필을_상세하게_써보자 이거는....... 음 솔직히 달라지는 거 모르겠다. 애 피부 창백하고 무기력하고 키는 좀 더 커질지 모르겠네 인외스럽게. 눈도 좀 더 붉어질 것 같고. 딱 뱀파이어들한테만 잘해주고 인간 신경 안쓸 것 같음 애초에 종이 달라서 같은 종족이라는 생각 X 뱀파이어 사회에서 온실속 화초처럼 자라서 살아있는 인간 보면 좀 놀라워할지도
>>354 아나 ㅋ.ㅋ......ㅋ...ㅋ.ㅋ..ㅋㅋ 아싸 민은 할 말 없어지며.... 잡아줘.... 이럴 것 같고 ㅋㅋㅋㅋ (ex. 어딜 지나가야하는데 길목에 벌레가 있으니 잡아달라) 뭐 이런거 근데 지금 나오는 동남아 바퀴벌레 급 아니면 도와달라 잘 안할 것 같기도 (고민)
당신의 자세하면서도 명확한 묘사를 들으며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으나 그보다는 오싹함이 더 컸다. 맙소사. 차라리 새벽에 그냥 끝까지 4층으로 끌려갈걸. 자는 여인 그려진 그림하고 뽀뽀할걸. 노크소리에 반응해서 문 열어버릴걸. 쓸데없는 인생의 연장선은 더 큰 공포만을 낳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적용되는 시점이 딱 지금인것 같았다. 신은 죽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따위 시덥잖고 불쾌한 시련을 줄 리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것도 집요정의 장난일까? 그건 아닐텐데. 분명.
"ㅇ.. 왜! 왜 안돼! 부숴버릴거야, 형태도 없이 날려버릴거야! ... 으으. 진짜.. 익사 안 해도. 나, 나는 모른다? 응?? 진짜. 지금 한 말에 일말의 후회나 미련조차 없을 것을 맹세하지, 응?"
익사. 익사하는 과정까지 그 바 선생이라는 작자는 분명.. 더 이상의 생각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 광경까지 떠올리고 묘사가 되어 버린다면 분명 지금의 이 참사는 이곳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것만 같았다. 당신 이상으로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던 주양은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나서야 그나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차라리 밖으로 달려갈걸. 도움 요청쯤은 가볍게 넘기고서 그냥 할 일이나 할걸.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늦어버렸다.
나무 장승의 표정도 주양이 짓는 표정보다 덜 엄근진하지 않을까. 열겠다는 신호가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느껴졌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셋이 나오기도 전에 아쿠아멘티를 외치려던 주양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 어, 어..? 없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 잠깐만 얌마아악!!!! 청, 날지 마! 그거 너 밥 아냐! 얌마!"
그리고 다음 순간. 이 아름답고 따스하기 그지없는 로비의 공기를 가르며 그보다 더욱 아름답고 거대한 뭔가가 맹렬한 날개짓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동시에 바람직한 먹잇감을 포착한 청도 날았다. 주양의 외침은 덧없이 허공에 바스러질 뿐이었다. 이대로 놔둔다면 청 스스로 해결할 것이나 저 크기는 청이 한입에 집어삼킬 정도가 못 된다. 주양은 평소 자신이 청에게 지렁이젤리를 먹여줄 때 어디에 앉혀두고 주는지 떠올렸다. ... 주양 자신의 어깨는, 한입크기를 넘는 먹이를 물게 된 청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식탁이었다.
"이 거지같은 새대가리 X끼야!!!!! 당장 돌아. 아니 오지 마아악!!!"
기어코 육두문자와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당신을 추월해 밖으로 뛰쳐나가는 주양이었다. 지금만큼은 그 누구의 이목이 끌리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청이 바퀴벌레와 영혼의 맞다이를 뜨고 사냥하기까지. 그리고 창가에 앉아 잔해까지 슥삭하기 전까지.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끝까지 바퀴벌레를 물고만 있는다? 까짓거 풀밭에서 뱀들하고 짝짜꿍하며 풀벌레를 벗삼아 잠드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너, 너! 빨랑 나와! 문 확 닫아버릴 거니까! 저택 창문. 하나도 안 열려있지 그치?!!"
행여나 청이 예상보다 빨리 바퀴벌레를 잡아채 자신에게로 날아올까 노심초사하면서 주양은 저택의 현관문을 꽉 붙들고 당장 닫아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잔뜩 가라앉게 만들었던 그 기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3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그러면 나도 같이 기절하게 해 줘.. 오늘만큼은 나도 땃주 손잡고 삼도천을 건너고 싶어.. (??????)
>>337 헉 맙소사 아까 그거 완성한거야?? 진짜 너무 보배롭다 우리 벨이 만만세야 아까 외국 바선생 찾아보고 잠 못잘뻔했는데 분위기 짱짱 쩔어주는 벨이 덕분에 힐링 만땅으로 할 수 있게 되었어..! :D 앗 그리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벨이 그림 많이 그려주면 내가 엄청 행복해!! ^0^
>>3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차라리 그 순간만큼은 바선생이 더 낫겠다 싶더라.. 그날 하루종일 새벽에 불 켜고 있던 자리에 에프킬라 난사하고 난리블루스를 떨었지 뭐야.. (흐릿) 앗 아앗 그러면 징글맞은 이야기는 이쯤 하고 정상적인 이야기로 방향을 돌려볼까..? ㅎㅎ....
>>348 맞아 전매특허라서 기억하고 있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럼그럼 이래야 여름휴가고 방학이지! 진짜 제대로 즐겨보는 그런 느낌이라서 좋아 물론 쭈는 죽을 맛이겠지만 그런건 내 알바 아님 ㅎㅎ.. () 지팡이가 왜 나왔나 했는데 그래서였구나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51 아앗 아냐 엘롶주 머리는 안 뿌숴도 돼..! (프로테고)(?)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잡담은 즐기면서 기다려주시라~~! 나도 잡담 잇느라 한세월 걸리고 하니까 선레 좀 많이 늦게 올라올것 같다는 것을 알림..! (쓰담) 무리하는건 아니니까 괜찮아 괜찮아~~!
>>352 앗 좋아좋아 순한맛 모먼트 연장선이라는 느낌 아주 최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틱틱대는거 진짜 너무 좋아.. 쭈 고개 갸웃하다가 씩 웃으면서 역시 꼬맹이는 보호자가 필요하구나~? 오케이~ 하면서도 내심 고마워서 그랜절 오백번쯤? 올렸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렝이가 꼭 안고 자면 쭈 뭔가 이런저런 복잡미묘한 감정 들고 내일 분명 이불킥 각이다.. 하면서도 편하게 잠들 수 있을거야..
>>363 자기전까지만해도 온갖 욕 들이붓다가 막상 잠들면 자연스럽게 몸 돌려서 한 쪽다리 턱 올리고 마구마구 파고드는 그런.. 그런거..! 자다가 가끔씩 '이씨.. 쳐죽여버린댜...'하고 중얼중얼하기도하고! 아아 레오챤 자면서 입질도 합니당ㅋㅋㅋㅋㅋㅋ 손가락이나 기타등등 살짝씩 깨물기도 하는데 이 때 쭈가 깨면 그게 또 볼만하지 않을까..
한 없이 평화로운 바닷가. 오늘은 밀짚모자 대신 캡모자를 쓰고 머리를 올려묶은 채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에 나섰다. 전에는 그저 그냥 해변가를 거니는 정도로만 즐길 생각으로 나왔던 것이라면 오늘은 작정하고 물놀이를 즐기러 나온 것이었다. 이왕 바다에 왔는데 몸을 적셔가면서 놀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껏 저택에서. 그리고 바닷가에서만 놀았으니 정말 후회할 일 없도록 바다까지 걸음을 옮겨 제대로 놀아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날씨 참 좋은걸~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청? .. 청? 어휴.."
슬쩍 모자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면서 짧은 감상을 중얼거리던 주양은 문득 어깨 위가 허전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또 저쪽 절벽에 있는 갈매기와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지금껏 청이 뽑아낸 갈매기 깃털만 해도 10개는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만큼 청도 쪼이기는 했을 것이고. 그래도 역시 티격태격하면서 크는 게 주궁 사람의 패밀리어답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해졌다. 이래서 내깃돈으로 걸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온 날부터 지금까지, 자신과 짝짜꿍이 안 맞는듯 하면서도 잘 맞는게 청이었으니까. 지금은 쫓기는 듯 싶어도 언젠가는 이 바다의 하늘을 혼자 장악하며 날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흐뭇한 마음으로 청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 저택 방향으로 재빠르게 도망치면서 주인놈아 살려달라고 하면서 말하는 것 같은 청의 눈빛이 보이는 건 그저 기분 탓이었을지도.
".. 어라~ 먼저 온 사람이 있었구나? 이거 재미가 있겠는데.. 후후훗..~"
간단하게 수영을 즐길 요령으로 나온 주양이었으나 먼저 바다에 나와 있었던. 키가 엄청나게 큰 당신의 모습에 시선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시선이 끌리게 된 거. 그냥 넘어가고 할 일을 마저 하는것은 주양이 아니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한가득 담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적당히 거리를 좁히고, 손에 바닷물을 한가득 담아 손으로 물총 쏘는 것처럼 한 곳에 모으고.
"얍, 바닷물 공격을 받아라~!"
그렇게 당신에게 무자비하게 손에 담긴 바닷물을 찍찍 날려대는 것이었다. 초면이라고 해서 자비는 없었다. 오히려 초면이라는 벽을 깨부수고 다가오는 것이 주양이었으니까. 이번 기회에 삶의 질을 다르게 해 줄 친구 여럿 만들기는 딱 좋다 싶기도 했기에ㅡ 더더욱 스스럼 없는 행동이었다.
민은 제 미래도 모르는 상태로 근엄하게 맹세했다. 표정 없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긴 했지만 맹세라 하기엔 좀 대충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지금 상황 자체가 워낙 충공깽이라 맹세하기 좋지 않은 상황 때문이기도 했고, 민 스스로가 이 계획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모든게 한편의 코미디극처럼 보였다.
민은 방금 날개짓 소리가 저 뒤에서 맹렬히 날아오르는-몹시 늠름해보였지만 저 큰 바퀴벌레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푸른 새의 소리인지, 바퀴벌레의 소리인지 확실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기야, 지금 상황에서 그게 문제될 건 없었다. 지원군이 등장했던 것만으로도 심적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 심적 여유도 오래지 않아 청의 처절한 외침에 곧 깨질 얼음처럼 금가고 말았다.
"자, 잠시만, 잠시만!! 문 닫지마, 문 닫지마요! 제발!"
돌아온다고? 저 새가? 입에 꿈틀거리는 바퀴벌레를 물고? 그 모든 상상이 끔찍했다. 급하게 등을 돌려 본격적으로 뛸 준비를 했을때는 이미 늦었다. 자주 언급했듯이 민은 아주 굼뜬 사람이었고 로비에서 문을 향해 달려나가기 위해 상당한 체력을 소비해야만 했고, 절박한 민의 외침이 건물 안에서 들려왔다. 여유롭고 나긋하던 목소리가 가뭄든 땅처럼 갈라졌다. 그럴만 했다. 민은 저 새보다 자신이 빠를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벌레의 것인지 새의 것인지 모를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자, 잠시만요. 제가 좀, 죽을 것 같아서."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본 건 반쯤 벌려진 새의 부리와, 기억에서 잊자. 외면과 회피는 이럴때 쓰라고 존재하는 것이었다. 곧 죽을 듯 숨을 헐떡이던 민이 주양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저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리고 잠깐의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이었다. 등 지고 선 문에서 새가 문 열어달라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라리 꼭두새벽 아무도 없는게 분명한 복도에서 들리는 노크소리가 덜 무서울 지경이었다.
"...도망갑시다. 바다? 바다 좋죠."
차갑고 메마른 손이 부축을 위해 주양의 팔목을 붙잡는다. "제가, 지금 혼자 있기에는 오늘 하루가 너무 고되네요. 간단한 음료수 정도는 사드릴게요." 민이 중얼거렸다.
>>361 ㅋㅋㅋ.ㅋ... 아니 그냥 양주 타입이라니께,,, 맥주도 오키야! (맥주도 양주긴 함 암튼 맞음) 아나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ㅇㅋ ^^ 기억해두겠어. (메모메모) 아니 저기요 그, 그걸 꼭 학교에서 풀어야합니까?! 이거 전부 첼 가문 수입 늘리려는 수작 아니야????
>>363 ㅋㅋ.ㅋ.ㅋ.ㅋㅋ 기억해준다니 기쁜걸 ^^ 요즘은 아나 잘 안쓴다 그러더라 근데 하... 너무 입에 붙는 걸 어떡해 ㅋㅋㅋㅋ 맞아 민도 지금 반쯤 죽고 싶은 눈친데 내 알바 아님 (민: ㅂㄷㅂㄷ) 아나 지팡이가 아니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 뭐냐 빗자루였ㅇ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
그도 일단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할 뿐이지, 컨디션이 심하게 좋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람이 풀어질 뿐이었다. 그야 지긋지긋한 두통이 오늘은 좀 가셨기 때문이다. 아주 상쾌하다. 그 나이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가 심각하게 예민한 이유가 성격이 아닌 다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
물론 미소는 끔찍했지만. 그가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 순간도 분명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미소라면 타니아는 엉엉 울며 그를 처음부터 떠났을 것이다.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나서야 당신을 겨우 바라본다. 오, 그렇다. 앞서 생각했듯 청궁 학생은 그를 젓가락 집어들듯 가마를 태워 물에 수장시킬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가 물에서 빠져나오면 이미 도망쳐 기둥에 묶어둘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그는 놀지 않은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는 발을 다시 뗀다. 풀 밟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발을 뗄 때 희미하게 사박 하는 소리가 나니, 신경을 써서 걷는 것이 분명하다.
"자네도 당했다고?"
첫째. 그에겐 조금 어려운 단어다. 그는 외동으로 자랐기에 첫째가 던졌다는 걸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머니나 엉클 톰, 그리고 타니아를 떠올리니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죄다 돌려줬다는 당신의 말에 눈을 느릿하게 한 번, 그리고 두 번을 깜빡이고 나서야 입을 뗄 수 있었다.
"...물리적인 것으로?"
그는 부네에게 주먹을 날리던 당신을 떠올렸다. 제법 매서운 주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람이 분다. 높은 곳에서 부는 해풍에 앞머리가 훅 공중에 떴다 내려앉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경치가 장관이다. 이런 곳이 있었나. 그는 당신을 한 번 바라보고, 적어도 이 상황이 '위험한 일탈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경치를 구경하는, 아주 정상적인 학생의 행동'임을 받아들이듯 고개를 끄덕였다.
엘롶주 푹 자고 내일 봐~! 잘자! :D 선레는 가져왔으니 언제든 편할때 주고! 엘롶이 특징 상 먼저 쭈가 이야기 안하면 모를것같아서 이래 써왔는데 잇기 힘들다면 언제든 이야기해주기! :)
밍쭈 일상.. 멀리서 보면 비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혼돈일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6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앗 전에 못 풀었던 쁘띠쭈 느낌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잠들어버린다면 어쩔 수 없지. 첼주 푹 자고 내일 봐~~~! (??????)
>>37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맙소사 너무.. 너무 흐뭇하고 좋은 것이야.. :D 막 파고들면 얘가 평소에 죽일듯이 달려들던 그 애가 맞나 하면서 인지부조화 일으키고 잇을 것 같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쨌든 자고 있으니까 토닥토닥도 해 주고 그럴것같은 느낌! 앗 전에 잡담에서 봤던 적 잇는것같기도 하고? 쭈 깨서 입질하는거 보면 놀래가지고 얘 잠버릇 엄청 독특하구나.. 하면서 나는 음식이 아니야.. 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중얼거릴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375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에 붙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지~~! 나 밍주 말투 거의 마스터할것 같아 아나 아니면 하나 둘중 하나만 써도 밍주말투 마스터 가능할것 같고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캐릭터가 구르면 오너는 행복한 법이지 음음 그렇고말고~~! 아 빗자루였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오해할수 있지~! :D
>>380 아나 안쓸래 하는 순간 아나를 붙여버리는 나를 발견....ㅋ......... ^^; 슬프당 ㅎㅎ 근데 맞는듯 ㅋㅋㅋ 옛날에는 그래도 ㅇㄴ 이거 썻는데 (아나인제 오노인지 아니인지 모름) 후, 이렇게 간파당해버리다니 주양주 대단해......... ㅋㅋㅋㅋㅋㅋ ㅋ 맞아 이정도 구르기 정도면 귀엽고 재밌지 ㅋㅋㅋㅋㅋㅋ ^~^ 님부스라고 쓸 걸 그랬나 후회되는군 ㅎㅎ 그렇지만 한국에는 님부스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 (해외차 느낌 나지 않을까 싶음)
>>375 양주라는 시점에서 그냥이 아닌거야! (민이 입맛에 고오급을 추가) ㅋㅋㅋㅋㅋㅋ사실 민이면 다 좋아 뭐든 좋아 아니 다 가져와!!!(쾅)(???) 앗 이대로 벌레를 늘려서 학교에 퇴치약 납품업자가 되려는 내 계획을 눈치채다니....민주....예리한걸...?!!?
>>377 (바로 깸)(희번득) 머라고 우리 쁘띠쭈 썰을 푼다고???? 당장 내와 썰은 충분히 가져왔겠지????????
기어코 청이 바퀴벌레와의 공중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허나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다. 그저 또 다른 개망나니일 뿐이지. 작은 바퀴벌레를 사냥하는 청이라면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었으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어서 문을 닫아버리지 않는다면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허나 곧바로 문을 닫아버리기에는 어쩌다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되어버린 이름모를 가여운 학생이 남아있었다. 당신의 절박한 외침에 주양은 문을 금방 닫지 못하고 빨리 나와라 하는 말만 반복적으로, 카세트 테잎 돌리듯이 꺼내놓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동병상련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동료애라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지금은 생각할 여지가 없다.
"딱 3초, 3초 센다!! 3 2 1 땡!!"
긴박한 외침. 그리고 당신이 청보다 앞서 문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자 주양은 망설임 없이 문을 확 닫아버렸다. 다행히도 청이 문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정신없는 상황이라도 내심 걱정이 되지 않을 순 없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창에 머리를 박은 새는 상당히 치명상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기본상식을 모를 리 없었기에, 안도가 섞인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문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지듯 푹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골랐다.
"하, 하.. 괜찮아, 나도.. 나도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 정도니까.. 삼도천 건너서 이승하고 바이바이하고 싶은 기분이야.."
그렇게 숨을 고르다가도 문을 발로 긁는 소리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머글들이 하는 게임 중 아오오니라는 게임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주양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 푸르딩딩한 개떡같이 생긴 게 뭐가 아오오니인가. 입에 거대한 바선생을 물고 맹렬하게 뒤쫓아오는 파랑새가 진또배기 아오오니지. 한참 숨을 고르고 나서야 주양은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몇번 헛기침을 하고서 다시 크게 숨을 골랐다.
"그럼그럼. 바다 좋지! 지금만큼은 바닷속 탐험이라도 가뿐하게 해낼 수 있을것 같고 그러네~.."
당신의 부축을 받고 떨리는 다리를 애써 이끌며 비척비척 바닷가로 향하는 모양새가 퍽 일품이었다. 이 저택에 있을 땐 하루종일 바람 잘 날이 없는것만 같았다. 여러 의미로. 허나. 그것들이 결국 그 순간 순간을 짜릿하고 아찔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양은 내심 감사하고 있었다. 물론 또 다시 이런 방식으로 감정 기복이 찾아오게 되는 것은 사양이었지만.
".. 어머나. 초면인데 음료수까지 쏘는거야? 이거 좀 고마운걸~ 나도 지금 당장 저택에 들어가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혼자 돌아다니기엔 좀 불안하니까.. 일단 같이 다닐까?"
그래야 만약 청이 탈주했을 때 조금이나마 어그로를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쁜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가고 주양은 고개를 빠르게 저어 그 생각을 날려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역경을 이겨낸 전우(?)인데 어찌 그리 무참히 대할 수 있겠는가. 인간으로써 남은 최소한의 양심이 그것을 격하게 거부하고 있었기에, 순수히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38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주 반응이 아주 빠른걸..? (동공지진) 오늘 새벽을 불태울만큼의 분량은 되니까 걱정 말라구~~! 막상 꺼내놓으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풀어야할지 좀 감이 안 잡히기는 하지만 ㅎㅎ.. 액기스만 딱 듣고 싶은가 아니면 이런저런 티미까지 한번에 듣고 싶은가~~! :D
>>390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원한다면 간다~~! 나이 시점은 딱 8살! 미니이벤트에서 다이스 굴렸을 때 -10으로 따졌어 :)
일단 우리 쁘띠쭈는.. 뭐랄까 7살에 사촌동생 잃고 난 뒤의 휴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 눈동자 엄청 공허하고 그 나잇대 애들마냥 천진난만한 그런 모습은 아닐것 같다! 맨날 어딘가 공허하고 텅 비어있고 동화책 읽으면서도 해사하게 웃으면서 어? 이건 너무 해피엔딩인데.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얘랑 얘 죽고 불타버려야 재미가 있을텐데.. 히힛 하면서 웃는 얼굴로 섬뜩한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을 것 같다 :) 그러면서도 다른 애들이 동생이랑 어울려서 노는 거 보면 괜히 억울해지고 또 분하고 그립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생각 들어서 하루종일 엄청 히스테릭해져서 괜히 심술부리고 잘 놀던 애들 때리고 싸우고.. 그러면서 희열 느끼는 심히 고장난 애가 될것같네.. °3° 티미도 풀자면 그런 주제에 또 보들보들한거 엄청 좋아해서 안겨주면 꺄 하고 기뻐가지고 한참 부빗거리고 있을것같구.. 그 와중에도 기쁨이라는 감정이 뭔지 몰라서 눈은 안웃음 상태일것 같고!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라처럼 말라버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좋아 플랜 B 가동이다! 오늘 새벽은 썰전이라구~~! 맛난 썰 가득 풀어봅세 :D!!
>>391 아니 쁘띠쭈인데 쁘띠하지 않아.... 왜 왜 우리 쁘띠쭈 왤케 피폐함미카...? 예...? 오너양반 해명해~~ (지도 똑같다) 맨날 아퍼서 만사가 허망한 쁘띠첼과 사촌동생을 잃어서 허망한 쁘띠쭈.. 이거 좋은ㄷ(뚝배기컷) 어릴 때의 어긋남이 지금까지 이어진 듯한 느낌인데 내 감이 맞나몰라 :3 보들한거 좋아하는데 기쁨을 모른다느게 너무...너무 안타깝다.... 눈만 안 웃는 8살 애기라니.... 나중에 찐8살 되면 오구둥둥 해줘야지 파이가 첼한테 해줬던 것처럼!
아 근데 진짜 애기애기한 둘이 그...서양인형옷 입혀놓고 나란히 앉혀놓으면 진짜 잘 어울릴거 같다 완전 인형같을거 같아~~ 눈빛 허망한 것부터가 ㅋㅋㅋ....
그럼 일단 방 같이 쓰는것부터 어~~ 풀어볼까! 쭈가 이리오너라 하고 들어와서 첼이 네 들어오세요(?) 하는 시점부터 뽑으면 되나?!
>>39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쁘띠첼이도 설정 파고들어보면 아프고 해서 쁘띠하지 않잖아..! 88 사촌동생 잃기 전 시점 쁘띠쭈라면 쁘띠할지 몰라도 지금으로썬.. 피폐쁘띠쭈가 될 수밖에 없었다구~? (???) 헉 이거 허망쁘띠콤보 가능인가 벌써부터 막 상상하고 흐뭇해지고 하는데~~? (같이 컷당하는 쭈꾸미) 앗 맞아맞아 딱 그 느낌이야! 세월의 흐름이랑 청이라는 구세주(?)의 등장으로 변형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생겨난 어긋남이 지금까지 쭉 이어진거라고 할 수 있겠다! :) 헉 오구둥둥 해주면 쁘띠쭈 ? 하면서 멍하니 보고 있을거야 왜 안아주는거야? 나는 안기지 않아도 돼. 하면서 고개 갸웃거리고.. 앗 헉 나중에 진짜로 어려지는 이벤트 하게 된다면 해볼만한데 ㅎ ㅎㅎ... (글러먹은 오너다)
좋아좋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썰풀 가보자~!! 네 들어오세요 이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처음 방에 들어온 쭈는 시작하자마자 '오호라~ 너 그때 걔 맞지? 주먹질 잘 하던 애! 내가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혹시 주궁으로 안 올래~?' 하면서 거침없이 초면이라는 벽 오함마로 때려부수고 폭풍러쉬하기 시작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
>>393 이래서 첫단추를 잘끼워야 한다는거야...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쁘띠쭈가 진짜 그런 말 하면 첼이는 디게 담담하게 내가 안아주고 싶어서 안아주는거야, 하고 이제 리치도 안겨주고 간식도 주고 아주 그냥 어화둥둥 내애기야 해준다! 쁘띠쭈는 존재만으로도 이쁨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짐 풀고 있다가 진짜 담담하게 말할걸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니 이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폭풍러쉬를 하네? 그럼 칼같이 아니요 싫어요 시전한다! 이유를 묻는다면 더우니까요. 로 깔끔! 그렇게 관계가 끝(?) 은 아니고 ㅋㅋㅋㅋ 눈여겨보고 있었다니까 아 이 사람도 그때 같이 있었지 떠올려서 먼저 인사할거같아! 예의의 시작은 인사라고 마마가 누누히 말해왔으니까~~
>>39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첫단추부터 어긋나면 사람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 음음 (쭈 봄)(안봄)(쭈:왜 뭐 콱그냥) 헉 너무 좋다 나중의 즐거움으로 놔둬도 좋겠지만 이거 썰을 안 풀수가 없다..! 쁘띠쭈 막 ??? 하면서도 뭔가 묘하게 기분좋고 힐링되고 이뻐해주는 사람 처음이라 막 울고싶어지고 그런 기분들 들어가지고 나 지금 기분 엄청 이상해. 하면서 멍하니 간식 오물거리고 있을것같구 흑흑 존재만으로 이쁨받을 권리가 있다니 그건 쁘띠첼이도 마찬가지인데..! 쁘띠첼 돌봐야 할(?) 쭈가 너무 막장으로 커버린게 천추의 한이다.. 88
아니 당당하게 말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뿜음) 앗 아앗 관계가 끝나는건 아니라서 다행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앗 음 그렇구나..~ 하고 아쉽다면서 중얼거리고 아무튼 잘 부탁해~! 하고 깨발랄하지만 늦은 인사 건낼것같아~ :D 헉 첼이네 마마 너무.. 너무 참된 사람이야 서로 인사 나누고서 청이 좀 난리칠지도 모르니까 양해 바랄게~? 하고 이제 리치 보고서 어머.. 한다 새랑 고양이는 상극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케 쓰담쓰담 해주면서 네 패밀리어야? 귀엽다! 하고 청이 안 잡아먹길 바란다면서 아무 의미 없는 살벌한 농담 할것같고.. ()
>>397 렝주 쬰샙~~ 후후 이제 렝주도 어엿한 새벽반이로구나 이런 시간에 갱신을 하다니~~ (흐뭇)
>>395 어우 이거 안날아가서 다행이다;;;; 순간 놀랐을 쭈주 심장 토닥토닥해줄게~~ (심장에 직접 터치)(?) 쁘띠쭈가 기분 이상하다고 하면 첼이는 이해될듯 안될듯 묘한 기분 될거 같아. 얘도 어릴 때 남매들이 왜 그렇게 자기를 오구둥둥해주는지 이해가 안 됐었거든... 아 이렇게보니까 약간 쁘띠쭈에서 자기 어릴 때를 비춰보는것도 같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자기도 이렇지 않았을까 해서 해서 자기가 받았던대로 해주는거에 가까울거같아!
같이 인사하고 패밀리어 얘기하는거까지는 그냥 무난할거 같네~~ 리치 쓰담해주면 낯선 사람이라 귀 챡 내려깔고 빤히 보기만 하고 별 반응은 안 할거야! 청이 보고도 별 관심 안 보여 얘는 첼이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더 비중을 두는 애라 ㅋㅋㅋㅋㅋ 그런거는 첼이가 직접 설명 좀 해주고 청이 보고 지렁이젤리 몇개 꺼내줄 듯? 며칠간 같이 지내야 하니까 잘 부탁한다면서. 쭈가 살벌한 농담 치면 잠시 생각하다가 리치 보고 묻는다 우리 리치~ 청이 잡아먹을거야? 하면 리치가 굉장히 불만스럽게 와오옹 하고! 내가 쟤를 왜 먹냐아아아 하듯이 ㅋㅋㅋ
>>4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그렇게 렝주도 다시 새벽 잡담에 참전할수 있게 된거야~~! 아주아주 바람직하군 후후.. 후후후.. (쭈글쭈글해지며..)(???) 자 그러니까 렝주도 10살 아래 쁘띠렝이나 10살 추가된 성숙렝이 썰을 풀어달라구~~? :D
>>402 심장에 직접 토닥토닥해주는 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접적인 터치로 놀란 심장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마는데.. (?????) 헉 그렇구나 뭔가 첼이랑 쭈 어렸을때 모습 알게되고 나면 서로 엄청 공감대 형성하고 그럴것같은 느낌이 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받았던대로 그대로 해주는 첼이 너무 바람직하다 쁘띠쭈 기분 이상하다는 말 한 다음 첼이 멀뚱멀뚱 보다가 음.. 그래도 이건 확실해. 언니 좋아. 하고 세상 무해하게 웃을수 있을것같다는 느낌 받았어.. 88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직접 설명 듣고 나서야 얘는 다른 고양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구나 하고 상식 밖이라면서 뭔가 재밌다고 또 비열하게 입꼬리 씩 올려서 웃을것같은 느낌.. () 헉 지렁이젤리 좋다 청이 그거 횅하니 낚아채서 쿨앀하게 창가에서 지렁이젤리 쪼아먹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친밀감 쌓으면 첼이한테 또 지렁이젤리 달라는 몸짓발짓 다 할지도 모르겠구.. (?) 아니 리치 반응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그거 보면서 너랑 리치는 캐미가 꽤 좋네 하면서 뭔가 흐뭇한 느낌의 표정 짓고 바라보고 있겠지..
>>406 좋아 암살에 성공했다...! (???) 커흑 언니 좋아라니 첼이도 나도 심장이 못 버틴다 이게 쭈주의 심장을 직접 터치한 죗값인가...! 아 근데 서로 어릴적 알아도 공감대가 그렇게 막 찐하게 생기고 그러진 않을거 같아. 첼이 반응은 너 그랬어?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 이 정도가 끝일거라....음.... 어릴때 얘기보단 지금의 얘기나 현재에 좀더 집중해서 관계 형성할 느낌?
그...쭈가 비열한 웃음 지을 때마다 첼이 눈에 경계심이 들거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심미카? 리치도 따라서 귀 챡 꼬리 챡 하고 쭈 쳐다볼지도 ㅋㅋㅋㅋㅋㅋ 청이 그냥 가면 살짝 시무룩해하다가 나중에 달라고 몸짓발짓날개짓하는거 보면 은근히 좋아할듯 ㅋㅋㅋ 그렇게 온 사람들 패밀리어를 다 꼬시고(?)다니는 첼이....(엘롶네 라쉬하고도 친밀감 쌓는중) 쭈가 캐미 얘기 꺼내면 그런가요 하면서 리치랑 청이 번갈아보고...음... 고개 갸웃? 할듯? 자기는 첨부터 리치랑 그렇게 지냈으니까 그게 당연한 줄 알아서~ 그렇게 쭈와 청의 관계를 보고 컬쳐쇼크를 겪게 되는데.... 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나 이거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첼이가 윤이랑 일상하고 아마 그날 밤은 방에 안 돌아갔을거란 말이지? 그걸 쭈가 어케 생각할지...ㅋㅋㅋㅋㅋ...!
>>4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살을 노렸나.. 퍼펙트하다.. 커헉. (?????) 후후 자고로 오는게 있으면 가는것도 있어야 마땅하지~~! 랄까 그렇구나 쭈 혼자서 내적 친밀감 만렙찍을것 같다는 걸로 정정하겠어..! 현재에 집중해서 관계 쌓아가는것도 좋으니까 초반에는 좀 뻘쭘해하겠지만 금방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기는 하지! 하면서 다시 평소대로의 쭈가 되어있을것 같네~!
둘 다 경계하는거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작 쭈는 그게 디폴트 표정이라 둘이 뭔가 경계하는것 같으면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거야? 하고 능청떨것같고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살짝 시무룩해지는것도 은근히 좋아하는것도 최고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아래서 애교따윈 모르고 지내던 청이 자신의 애교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면 은근한 반응이라도 더 환장하면서 따를것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쭈는 그 광경 보면서 완전 흐뭇해할것 같은데 나중에 진짜 그렇게까지 발전하면 자신이 다음대 건 사감 자리에 올랐을때 첼이한테 청이 양도하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D 엔딩 이후의 이야기기는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밀리어 다 꼬셔버려 친밀감 만렙 찍어버려~~! 아니 컬쳐쇼크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놀라울거야 패밀리어랑 친근하게 안 있고 맨날 내기에 걸고 티격태격하는거니까.. (흐릿)(?)
방에 안 돌아왔다면 그냥 무난하게 나보다 더 친한 친구가 같이 자자고 했나보다~ 하고 큰 생각 안 하고 받아들이기는 할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저택에서 공포체험 씨게 한 다음이라 첼아.. 아니 첼언니 언제와 나 혼자자기 싫다..? 무섭다...? 이런 생각들 하면서 이불 푹 뒤집어쓰고 늦게 잠들지 않았을까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타주 안녕, 좋은 새벽! :D 오늘부터 비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하더라구. 장마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아..! 나갔다 집 올때 우산 꼭꼭 잘 챙겨서 들어오기! :)
헉 그리고 노래는 테마곡인가..? 나 지금 노래 들으면서 진단 봤는데 첫번째 진단부터 감정이입 씨게 와가지고 좀 울컥했어 아나진짜 아버님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애한테 예??? (극대노)(쒸익)(??) 기다리던 봄이 왔네요 하는것도 너무.. 너무 최고야 습타 만세 타타주 만만세~~!! :D
>>411 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죽음을 주고받는 건 좀;; 기력으로 퉁칩시다 거 ㅋㅋㅋㅋㅋ
쭈가 능청떨면 겉으로는 경계 지우는데 이제 약간 위화감으로 남는다.... 그 의문을 풀 때까지 첼은 쭈를 주시할 것입니다 왓칭쭈~~ 그 좋아하는거 왠지 쭈도 그럴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옆에서 표정 바뀌는거 보면서 되게 재밌어? 즐거워? 할거같아 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못된 선배님이네~~ 근데 이제 진짜 청이한테 친밀감 높게 쌓고 해서 청이 양도하려고 하면 아마 안 받을거야. 내 인생에 패밀리어는 리치 뿐이라고. 다른 패밀리어들도 각자 매력이 있고 귀여우니까 좋지만 패밀리어로써는 리치 뿐인거지, 요고는 진짜 순수한 애정이야. 약간 아가페적인 애정이겠네 응응~~ 그래서 쭈랑 청이 관계가 더 놀랍게 받아들여질거 같고 ㅋㅋㅋㅋ 왜 청이를 내깃돈으로 거는거지...? 왜...? 하면서 동공지진 일으킨다 ㅋㅋㅋㅋㅋ
흠흠 별 의미 안두는구나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은 외박(?)하고 담날 아침에 와서 살짝 쭈 눈치보고 별말 없으면 그냥 태연하게 넘어가려고 할거야! 물어봐도 다른 친구 방에서 잤다고만 하고~~ 결정적으로 콕 집어 묻지 않으면 먼저 얘기 안 할테니까. 음~~ 둘이 방에 있으면 이런 저런 얘기들 하려나? 첼은 바다에서 놀거나 아님 방에서 리치랑 놀거나 저택 거실 같은데서 쉬거나 하는게 일과의 대부분일거같은데~~
>>4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우리 사이에 죽음정도야?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은감? 첼주한테만 주어지는 삼도천 왕복권 티켓이라구~? (????) 왓칭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어긋나버린 쭈의 평범한 모습이었을 뿐이지만 뭔가 묘하게 감시당하는 기분에 쭈 머릿속에서는 물음표가 한가득 떠올라버릴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씁 첼이 경계심 더 키울까봐 언급 안 했는데 들켜버렸다구 첼주 역시 예리한데..? 못된 선배지만 어쩔수 없다 첼이 표정 바뀌는게 너무 귀여운걸~~! ㅋㅋㅋㅋㅋㅋㅋㅋ 청이 좋아해주는건 드문데 역시 대단하네? 하면서 칭찬 비스무리한것도 해줄 것 같고.. 헉 안 받는 이유 너무 좋아 쭈 분명 그거 듣고서 자괴감 씨게 올 것 같지만? 자신이 행한 게 제대로 된 건줄 알았는데 첼이 리치한테 가지는 생각 듣고서 아니라는거 깨닫고 죄책감도 그때 가서야 익히고 한참 공허해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동공지진 일으키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쭈만의 애정표현이라고 하면 뭔가 아.. 그렇구나.. 하고 마지못해 납득할것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럼! 외박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결정적으로 콕 집어 말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질문에 뭔가 거부감 없이 반응하면 괜히 더 파고들면서 누구 방에서 잤어? 친해? 많이 친해? 하면서 물어볼지도 모르겠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쭈는 이것저것 하고싶은 말이 많은 애라서 이야기보따리 한가득 싸들고 첼이 앞에서 풀어놓지 않을까 싶어 새벽에는 절대 저택 밖으로 나가지 말라느니 여기 벌레는 미쳤다느니 내기에 이겨서 갈레온 따고 나중에 건 사감님 이을지도 모른다느니.. 일상으로 돌린 내용들은 첼이한테도 다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
아앗 맙소사 렝주 컨디션 괜찮.. 은거야...? :0 일단 다시 안녕, 좋은 새벽! 잠들수 있게 쮸압을 선사해주지 이리와 히히히히히.. (기괴하게 웃으며 다가감)(????)
>>417 응응! :) 벌써 슬프긴 하지만 이게 K-여름이니까 이겨내야겠..지 하고 이야기해도 나도 슬픈건 어쩔 수 없네.. 앞으로 축축하고 습하고 미치도록 덥고 할 텐데 내 몸이 무사히 견뎌낼수 있을지 :d
테마곡 후보였구나! 뿅 올라왔는데 진단에 노래 관련된 질문은 없길래 테마곡이 아닐까 하고 어림짐작해본거라 예리한거랑은 조금 거리가 멀지만..! (아무튼 일단 부끄러우니 쭈글)(?) 앗 쓰읍 그런거였구나 이야기 듣기 전에는 어휴 아버님;; 했는데 이유 듣고서 다시 보니까 자식이 훗날 굳세게 잘 클수 있도록 일부러 나쁘게 이야기하는 그런 아버지 느낌이야 흑흑 아버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석고대죄) 뭔가 잔잔하면서도 확실하게 좋아하는게 드러나는 느낌이니까! 좋아할수밖에 없다구~! :D
>>422 억 귀엽잖아 안잔다고 하는 렝주는 심히 해롭고 유해해.. 물론 내 심장에 해롭고 유해하다는 말이지.. 어장에서 이 비유를 몇 번이나 쓰는건진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옥) 몇주동안 낮밤이 바뀌어버리는 건 큰일이지. 오늘은 깨어있되 이따 밤에는 꼭꼭 푹 자고 일어나는거야! :D (쓰다다다다담)
>>423 땃주도 안녕! 좋은 새벽!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는 7시까지 깨어있던 적도 있으니까 6시쯤이야 가뿐하지~! 원래 참치는 야행성 생선이라는 논문이 있어 (?????)(아무 말)
>>4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정도 새벽런정도는 그만큼 가뿐하다는 이야기지~! :) 앗 헉 ㄴ.. 내가 잘못했어 논문 저자는 나라서 확인하러 가도 아무것도 없을테지만 아무튼..! (???) 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다시 자러갈지 모르는 상태구나 비몽사몽 잠결인 땃주도 진짜.. 너무 귀야워 내 심장에 매우매우 유해해.. (녹아내림)(?)
>>426 열심히 버티다가 10시 땡치면 바로 잘검당!! 오늘은 어떻게든.. 버텨야한다..! 버틸 체력을 나눠주십셔~ (쮸아아아아아압) >>427 땃주 꿀잠~!! 잠들지 못하는 제 꼴 나지 않게 꿀잠이에요~!! >>429 무리임당.. 알람 맞춰놓고 자도 못일어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번 이래봐서 잘 압니다..
>>431 좋아좋아 렝주의 버팀 화이팅! 나도 뒤바뀐 밤낮 고치느라 밤 새본적이 있어서 뭔가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는걸.. 앗 으윽 결국 또 쮸압엔딩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좋아 렝주가 낮밤을 고칠 수 있도록 버틸 체력을 나눠주는거라면야 기꺼이 이 한몸 바쳐.. (비장)(??????)
>>419 어우 삼도천 왕복권이라니 그거 썼다간 염라대왕님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씨게 혼날거 같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긋난 시점에서 평범하지 않아...그리고 첼은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지! 언급하지 않는다고 모를 줄 알았더냐 이 쭈주야 내가 누군데 핫하! 말수는 적어도 표정은 꽤나 버라이어티? 라게 변하니까 아마 쭈가 보는 맛이 있었을거 같네 ㅋㅋㅋㅋㅋ
쭈는 첼이 말 듣고 자괴감 가질지도 모르지만 첼이는 쭈의 방식도 나름 이해할거야. 이것도 첼이 마마가 많이 얘기해준건데 사람마다 마음이나 감정은 다 다르게 생겼다, 그러니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아라. 라고 했거든~~청이를 내기에 거는게 쭈의 애정방식이란 걸 알면 아무의심 없이 그렇게 이해해줄거야~~
ㅋㅋㅋ 뭔가 확신이나 근거 없이 파고드는거면 은근히 빙빙 돌려서 대답하거나 슬쩍 논점을 흐리거나 한다~~ 그냥 같은 기숙사라고만 하거나 일부러 그런 대답도 할지도? 많이 친하냐고 물었을 때 잠시 고민하다가 싱긋 웃으면서 선배보다는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첼이는 기본적으로 보고 듣는 걸 좋아하는 애라 간식 놓고 이야기보따리 풀면 얌전히 앉아서 들어줄거야. 근데 이제 점점 자세가 무너져서 나중엔 드러누워있을지도 모른다는거 ㅋㅋㅋㅋㅋ 옆으로 길게 누워있는데 리치도 똑같이 누워서 둘이 눈 말똥말똥 뜨고 쭈 보고 ㅋㅋㅋㅋㅋ 막 과도한 리액션은 안해줘도 제대로 듣고 있다는 모션은 취해주는 정도? 첼이 본인 얘기는 딱 묻는 선 안에서만 꺼내겠지만~~
>>4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후폭풍은 다 내가 감당한다~~! (???) 헛 역시 첼이도 첼주처럼 예리하구만..! 눈썰미가 좋아! 쭈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남들한테는 아닐테니까 알아보기 더더욱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첼주..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지! 맞아맞아 이게 말로만 듣던 표정으로 말해요라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청이한테 애교 더 부리라고 시킬것같기도 하고.. (???) 헉 그래도 이해해주는건가 첼이 세상 친절해 88.. 나이는 쭈가 한살 더 많지만 첼이한테서 이런저런 많은 거 배워가고 뭔가 나중에 어긋남이나 뒤틀린 사상들 다 자리잡으면 인생 멘토로 삼을지도 모르겠는걸~! 멋대로 막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그럴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선배보다는 오래 알고 지냈다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괜히 삐진 표정 지으면서 아 이거 괜히물어봤다~ 얄미운 후배는 조금 혼내줘야겠어~? 하고 볼 꼬집꼬집하는 거 시도해볼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신을 가지기에는 아직 첼이 윤이랑 어떤 사이인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근거없는 추측만 잔뜩 늘어놓을것 같아서 더 재미있을것 같다! 앗 괜찮아 첼이가 드러누울 시점이면 아마 쭈도 침대에 엎드려서 편하게 썰풀타임 즐기고 있을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누워있는데 눈 말똥말똥 뜨고 있는거 너무 귀여울 것 같구.. 뭔가 그런 이야기도 물어볼것같아 만약 내가 방 같이 쓰자고 안 했으면 누구랑 같은 방 쓸 예정이었냐면서..
헉 근데 결국 6시 넘었구나..? 아까 7시까지 깨어있어서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역시 지금 안 자면 내일이 위험해..! 얼른 자러 가봐야겠다. 오늘 새벽썰풀도 재미있었어! 플랜 B 관련된건 내일 새벽에 마저 풀거나 해보자. :D 잠들러 가보겠다..! 첼주도 너무 늦게 잠들지 말구 지금이라도 푹 자두기! :)
적당히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던졌던 그녀의 얘기가, 한끗 정도의 그의 관심을 끌었나보다. 같은 혹은 비슷한 경험을 당했다는게 포인트였을까. 그녀는 여전히 걸음소리가 희미한 그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녀를 보면 믿을 수 없을만도 하기에 짤막한 설명을 덧댄다.
"그 때는 정말 정말 작았거든요. 몸도, 엄청 약했고."
던져짐을 당할 쯤엔 그래도 많이 크고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에 비하면 키도 체력도 반의 반, 아니,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될 때였으니. 그런 부분까지 세세히 말했다간 첫째의 오점만 늘리는 셈이니 관두기로 한다. 남이 모르는 가정사 따윈 그리 길지 않은 법이 좋다.
그걸로 끝, 일 줄 알았는데 그에게서 조금은 예상 외의 말이 나와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대로 다시 그를 보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눈 깜빡이기를 두번 한 후, 천천히 소리없이 미소짓는다. 여느 아이들과 같은 해사한 미소, 라기엔 어딘가 그늘진 느낌이 드는 그런 미소를 띄고 말한다.
"맞아요. 물리적으로 당했으니 물리적으로 돌려줘야 대가가 맞지 않겠나요."
그녀는 아마도 그가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여태껏 침입자들에게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던 것을. 언제 어디에서를 본 건진 모르지만 어쨌든 한번은 봤으니 저 대답이 나왔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되묻듯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테니까. 미소 뒤로 생각을 감춘 채 그녀는 천천히 길의 끝으로 걸어갔다.
"그러게요. 이런 곳에서 제가 뭘 할거라고 생각하신 걸까요. 선배는."
시원한 해풍이 그의 앞머리를 간질이는 것을 보았다. 잠깐은 얼굴이 드러날 것도 같았으나 아쉽게도 그러진 못 한 듯 하다. 감흥 없는 아쉬움을 바람결에 흘려보내며 길 끝에 다다른 그녀가 멈춰섰다. 전날, 단태를 붙잡고 뛰어들었던 그 절벽 앞에 서서 먼 경치를 보듯 고개를 살짝 든다.
"낮은 해변의 에메랄드 빛도 아름답지만, 높은 곳에서 보는 푸른 바다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니까요. 이쯤 더 와서 보면 어때요? 섬의 잔해 같은게 없어서 깨끗하니 보기 좋거든요."
이쯤, 이라 말하며 한 손을 슬쩍 흔든다. 그 손이 가리키는 곳은 그녀가 선 곳의 옆이다. 막 아슬아슬한 가장자리가 아닌, 딱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래, 방심하고 다가가기 딱 좋은 그런 위치 말이다.
//((첼은 미끼를 던졌다!)) 첼이가 벨 들고 절벽 다이빙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벨주 생각은 어떨지~~
"고작 벌레 하나 때문에 피안길로 떠나고 싶진 않네요. 여러마리면 모를... 젠장, 오늘 밤 잠은 다 잤군."
궁시렁거리며 옷 매무시를 정리한다. 급하게 나온 터라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외출복이라하기에는 지나치게 편한 복장이었다. 간단히 내려와 편의점 들리기에는 안석맞춤이었지만 민은 언제쯤 저 새가 입에 있는 것을 깔끔하게 먹어치울지 알 수 없었다. 음료수를 마시고 약간의 수다를 떠는 시간이면 충분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물론 그 새가 바퀴벌레를 먹어치우지 못한다면... 퍽 유쾌한 발상은 아니었지만 주인이 알아서 해결하기를 종용할 생각이었다.
"초면이라뇨. 이정도 해프닝이라면 친구라 할 수 있죠. 혹시 타인과 친구의 경계가 확실한 편은 아니지요?"
뻔뻔스러운 친구 제안이었으나 경박해보이지는 않았다. 착실하게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다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다리로 과연 몇걸음이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방금의 공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모양새가 주양을 부축하는 것이 되었으나, 실로는 민 멋대로 부축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할 수 있었다. 침착한 얼굴과 그렇지 못한 다리가 우습게 보였다.
"아, 저는 현궁 4학년 황보 민이에요. 황보가 성, 민이 이름."
보민이라고 불려온지 17년쯤 되면 소개할때마다 성과 이름의 경계를 명확히 그어두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끈질기게 보민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하지만, 그건 간단한 마법 주문-이를테면 다리 묶기 주문 같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마침 마시고 싶었던 게 있으니 그걸 먹으러 가요. 모래 사장에서 코코넛 음료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던데, 어찌나 탐나던지."
코리안 유교걸 민은 코코넛 음료를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 해봤자 코코넛이 함류된 과자에 버터 바른 것만 몇번 먹어봤을 뿐이다. 이국적인 것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능이었고, 코코넛 음료를 꼭 마시고 학원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니 마침 잘되었다.
"맙소사.. 그. 그런 건 상상도 하기 싫어! 하나 나온것만으로도 내 정신력이 한계점을 넘어섰는데 여러.. 마리... 으으.."
정말 싫다는 듯 인상까지 구겨가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냥 조그마한 바퀴벌레도 굉장히 극혐하는 주양으로썬 아까전과 같은 크고 우람한 크기의 바퀴벌레가 떼를 지어 나온다면 여름이고 저택이고 바다고 학교고 다 때려치운 채 바로 본가로 내려가 오늘부터라도 직계 방침에 충실하게 따르며 그들만을 위한 사냥견이 될 수 있겠노라고 선언하고도 남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는지는 그때 가봐야 알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의 마음가짐은 그랬다. 차라리 뱀이 떼지어 나오는 것이 훨씬 유쾌한 상황일 것이다. 청에게는 정반대의 상황이겠지만.
"진짜?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기쁜걸!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혹시나 부담스러웠다면 어쩌나 해서 일부러 돌려서 말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네!"
사실 뻥이다. 타인과 친구의 경계가 확실한 건 아니었으나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선생에 놀라 차마 그런 것 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쪽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주양이 초면이라고는 했으나 이미 혜향 교수님과 문카프의 춤을 보러 갔을 때 얼핏 보기도 했으니, 아예 초면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여전히 정신을 부여잡지 못한 채 웅얼거리는 주양의 헛소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부축해주는 듯 하면서도 부축받는 듯 아리까리한 모양새를 유지하며 걷다가, 저택에서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이제 정말 안도한듯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남은것은 다시 저택으로 돌아갔을 때 청이 바선생을 다 삼키지 않은 채 반역을 꾀하지 않길 바라는 것 뿐이다. 당신의 자기소개를 듣고 아는 척을 해 보이려던 주양은 이윽고 비열한 느낌의 미소를 머금었다.
"오호라~ 그래서, 황씨 가문의 보민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할게! 이쪽은 서 주양, 주궁 5학년 학생대표야!"
어쩌면 꾸준히 보민이라고 부를 사람들 중 주양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양의 장난은 대화를 몇번 섞어보지 않은 당신에게도 유효한 것이었다. 일부러 뭔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시대에 뒤쳐지는듯한 말투로 당신의 성과 이름을 날조하며 킥킥 웃었다. 그 후폭풍이 어떨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윽고 당신의 뒤를 이어 자기소개를 하며 학생대표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에 손을 척 얹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학생대표가 되었나 싶지만 그건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음료수 마시면서 바다 구경 하는건가? 좋지! 나도 코코넛 음료는 한번 마셔보고 싶었거든~ 근데 역시 그냥 사주는대로 받아서 먹는 건 재미가 없고.. 그래. 그렇지. 나랑 내기 하나 안 할래?"
내기 이야기를 하며 다시 씩 웃었으나 차마 이번만큼은 청을 걸 수 없었다. 코코넛 음료수 마시러 가기로 했는데 패밀리어를 거는 건 이상하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이유는 뒤로 미루고, 그저 청은 지금 그 어마어마한 바선생을 쪼아먹고 있을테니 그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걸 내거는 것은 당장 지금 이 친구사이를 끝장내자는 뜻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해줄지도 모를 사이인데, 함부로 그럴 리가 있나.
"먼저 저기 파도가 닿는 곳까지 가는 사람이 코코넛 음료수 사주는걸로. 콜?"
자신 있는 내기라고 생각하며 주양은 씩 웃었다. 아까 바선생을 보고 도망칠때의 느낌으로 내달린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잠깐 갱신만 하고 갈게요. 다들 눅눅하지만 근사한 하루 되셨길 바랄게요.😊 죄송해요, 펠리체주. 답레를 조금..늦은 저녁에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늘 초면인 분께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어버려서 충격이 크네요. 생각할수록 계속 얄밉고 화가 치밀어서 조금만 쉬다 정리하고 올게요. 마음이 어수선하면 글도 어수선한 법이니까요..😂
무기로부터 차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는 소식을 들은지도 며칠, 고민하느라 때때로 머리를 부여잡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일이 터지긴 할 거지만, 너희가 죽지는 않는 데다 은밀한 조력자가 돕고 있으니 안심은 해도 되는데, 어른이 없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말라는 건 마음 놔도 된다는 뜻인지 아닌지. 혼자서 고민해봤자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걸 알려야 할지가 관건일 텐데……. 무기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감이나 교수진들이 알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는 못 하겠다. 그렇다면 역시 학생들한테 말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집 안에 틀어박히는 것보단 해 떠있는 시간에 어떻게든 야외에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발상은 부정할 수 없는 북쪽 사람의 호기였다. 이같은 고민마저 조용하고 안락한 실내가 아닌 파도 치는 해변에서 하겠다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한 게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학원에 돌아가서 맛보게 될 밀린 진도와 과제의 향연을 생각하면 이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즐겨야겠다는 절실함도 드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온전히 고민하는 시간은 갖지 못 하게 되었다. 낮 시간을 꼼짝없이 사색에 잠겨 보내기엔 이곳 날씨는 너무도 화창하고 더웠기 때문이다. 처음 한동안은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보려고 했던 그는,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가만히 앉은지 10분도 되지 않아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가 싶더니……. 그가 몸을 숙여 함께 따라나온 라쉬의 옆구리를 툭툭 두드렸다. 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현궁에서 보낸 탓에 아직까지도 겨울 털이 풍성한 러시안 보이는 이미 바닥에 배를 까고 뻗어 있었다. 아무런 눈짓도 대꾸도 없었지만 둘 사이에 암묵적인 신호가 조용히 오갔다.
그렇게 결국, 시점은 그가 라쉬의 앞발을 붙잡고 한창 개헤엄을 도와주고 있는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다. 당장 쪄죽게 생긴 판에 미래는 조금 미뤄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휴가가 좋긴 했다. 다행히도 라쉬는 물을 싫어하지 않았고, 막 마지막 장난꾼 하나를 '처리'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니…….
그러나 근거리에서 얍, 하고 물이 끼얹어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동시에 반격이 돌아갔다. 벼르고 있기라도 했던 듯 그가 즉시 공격이 들어온 방향으로 수면을 내리쳤다. 분명히 손에 닿은 건 물인데도 불구하고 폭발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터지는 굉음이 난 건 단순히 기분 탓인, 가. 높이 치솟아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물보라를 그 역시 고스란히 맞았다. 마구 쏟아붓는 짠 물에 대비해 미리 눈을 감고, 개 눈도 가려주고 있던 그가 조금 늦게 말을 꺼냈다. 튀어오른 수면이 다시금 본래의 흐름을 되찾을 즈음 뒤늦게 이성적인 반응이 뒤따라왔다.
"앗, 그런데 누구시죠?"
방금의 행동은 지극히 반사적인 수순이었다. 그가 이렇게 행동한 데에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는데, 방금까지 다른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탓이다. 물에서 얌전히 놀고 있으려니 장난기 많은 학생 몇몇이 장난을 걸어와서, 처음에는 조금 참다가……, 참다가…… 그들의 짓궂은 놀이에 호응을 좀 해주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놀이가 다소 격해져 꽤 많은 친구들을 수장시켰, 아니 물놀이를 즐기게 만들어버리긴 했지만 덕분에 그는 평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 아, 아까 걔들이랑 한 패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과했나. 무안한 마음도 조금 늦게 떠올랐다.
"황보 가문의... 민입니다. 주양 선배님. 이제 막 친구 됐다고 물만난 물고기처럼 놀리실 생각이시라면 정말 안 좋은 선택을 하셨다고 전해드리죠."
왜 한국 사람들은 성씨가 두개일거라 예상하지 못하는거지? 한국 성씨는 전부 외자일 거라는 편견은 버리길 바란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으니 어쩔 수 없다 치자. 이게 다 유명하지 않은 성을 가진 제 잘못이다. 제갈 가문만 봐도 누가 감히 제갈 윤 선배한테 아 갈윤씨군요, 따위의 소리를 지껄이겠는가. 평생 가문의 명예니 뭐니 다 쓸모없다 여겨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문의 명예가 중요한 법이었다. 민은 주머니속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한 명을 더 보냅니다.
"...내기요?"
민이 느리게 되물었다. 단순히 행동이 느려서 그렇다기보다는 잠시 생각에 빠져있어서 그런것처럼 보였다. 이를테면... 로코모토르 모르티스나 엿가락 다리 마법 같은 것들을 말이다. 하여튼 내기 자체는 민에게 썩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어차피 자신이 사줄 생각이었으니 지면 그만이고 이기면 이득이다.
"음, 괘씸하게도. 뭐, 좋아요."
그렇지만 자신의 저질 체력을 뻔히 알면서 이런 내기를 제안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만일 주양이 자신을 황씨라 놀리지 않았고, 누가 듣기에도 공명정대한 내기를 제안했으면 이렇게까지 모질게 굴진 않았을텐데 안타까운 일이었다. 자신은 결코 감정적으로 굴고 있는게 아니다. 가문을 모욕받고 질게 뻔히 보이는 내기를 제안받으면 누구라도 이렇게 대응했을 터였다. 비록 민은 꾸준히 가문의 명예에 시큰둥한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 하나쯤은 무시 가능했다.. 나름의 자기합리화를 마친 민이 주양의 다리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빙그레 웃음 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디 깡충깡충 뛰어서 달려가보시지요. 로코모토르 모르티스."
세상에, 저 능숙한 움직임을 보아라. 교과서에 표본처럼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강세와 발음,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지팡이의 끝... 여러번 이 주문을 사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우연히 의무실 근처를 지나다 요청을 승낙하게 되었다. 초콜릿 재고가 떨어졌는데 수요처도 공급처도 자리를 비우기엔 곤란한 상황이라고. 따로 용품 보충을 담당하는 사람은 없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고로 평소에는 어련히 방법이 있었겠거니 한다. 필요한 물건이 들어올 동안 초콜릿이 필요한 환자가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의무실에는 그도 가끔 신세를 지고 있는데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조금 먼 곳으로 외출하는 것도 좋으리라. 장거리 산책 소식에 혹한 라쉬가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당과점은 오랜만에 들르는 기분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니 사장의 얼굴이 단번에 화색이 된 듯했다. 초콜릿을 전달받고 그는 이탈 없이 곧장 학교로 돌아왔다. 부탁한 자리에 물건들을 내려놓으면서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포장하면서 보냉 처리도 했을까? 날씨가 더워서 초콜릿이 녹으면 큰일인데.
기분 전환 삼아 간식을 사러 라온으로 가는 길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 의무실의 선생님이 초콜릿이 부족하다던가. 그걸 가져올 사람이 필요하다던가. 얘기를 듣다보니 어차피 가는 길에 좀 받아오면 되겠거니 싶었다. 점수나 용돈이나 별로 관심은 없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당과점에 도착해 자신의 용건을 먼저 보곤 몽고메리 부인의 초콜릿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건네주는 초콜릿을 받아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총질이 핵폭탄이 되어 돌아올지. 역시 이래서 사람은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주양처럼 여기저기 찌르면서 다니면 필히 그 제곱으로 보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거의 폭발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물기둥이 높이 치솟았고 주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급히 얼굴을 가렸다. 옆에 있는 귀여운 멍멍이에 신경을 쓸 겨를조차도 없었다. 정말 손으로 내리친게 맞는가. 사실 이건 지팡이 없이 봄바르다를 쓴 게 아닐까? 어느 쪽이든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으며 주양은 깔깔 웃었다.
"와, 대박. 쩔어! 너 엄청 대단하구나~! 이거. 선으로 그냥 내리친거 맞지? 봄바르다나 엑스펄소같은 걸 끼얹은게 아니라?"
반응이 화끈하면 장난을 친 사람으로써 꽤 뿌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 반응이 화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든 상관쓰지 않는 주양이기는 했으나, 뒤이어진 말을 듣고 화가 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결같이 짓궂은 표정으로 다시 손에 물을 담는 주양을 보며 이미 저 멀리 당신에게 패대기쳐진 학생들은 주양에게 애도를 표했을 것이다. 아. 주님. 또 한명 갑니다. 그런 느낌으로.
"어라~ 누군지 몰랐던거야? 나는 널 아는데! 전에 수업때도, 추종자.. 때도 몇번 본 적이 있고. 결정적으로 너.. 지금 보니까. 걔구나? 사람 패대기 잘 친다던 애! 그런 이야기를 애들 사이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주양의 넓은 오지랖이 다시 발동되었다. 추종자 이야기에서 살짝 아랫입술을 곱씹었다. 여전히 마음속에 벼려진 복수의 톱날은 유효했다. 언젠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직접 갈아버리고 말 테다. 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대대손손 전해져오는 전설마냥 다른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던 인간 패대기 머신. 키 크고. 피부는 살짝 갈색에, 체격까지 좋은. 뒤늦게서야 그 특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씩 웃었다.
그러면서 슬쩍 물 속으로 손을 담갔다. 후속타를 위해 일부러 자신의 소개는 뒷전으로 미뤄뒀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딱 좋은 타이밍이겠지. 옆에 있는 강아지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능한 한 강아지의 눈이나 귀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조절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시 비열하게 미소짓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주궁 5학년 학생대표, 서 주양이야! 그리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 너의 적이기도 하지! 자, 물보라 공격이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시지~! 날 바다에 던져버리지 않는 한 계속 깔짝거릴거라구~?"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당신에게 맹렬한 기세로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역시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쳐주는게 제 맛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조금은 혹하기도 했다. 과연 저런 사람한테 잡혀 물 속으로 패대기쳐지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자신을 짜릿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은근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서 잡기 편하게 제자리에 딱 서서는 물을 퍼붓고 있었다. 물론 아까 전에 다짐했듯이 당신의 패밀리어로 보이는 강아지에게는 피해가 없게 하도록 하기 위해, 맹렬한 기세라고는 해도 조금 강도가 약하기는 했다만.
"어때, 시원하지! 역시 바닷가 왔으면 바닷물좀 묻혀 가면서 놀아야 재밌는 법 아니겠어~?"
뭐 우리 아이들중에 얼빠지게 독사에 물릴 아이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는 것인지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물론 그 독사가 그 독사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독사일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답례를 생각하는 현성의 말에 낄낄 웃어버린다.
"저희는 지금 이미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인데요!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충분한 답례입니다!"
그렇게 말한 시점의 리안의 모습은 확실히 아름다워보였다. 남자가 아름답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의 모습을 본다면 확실히 이해가 갈 정도로, 그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남자답게 웃는 모습은, 그 모든것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어지는 말에 그가 혀를 내두른다.
"으엑?!"
그거 엄청 어려운거 아닌가요? 그는 잠시간 목구멍 너머로 넘어올뻔하던 이야기를 다시 밀어넣으면서 입을 열고는 그대로 머리까지 확 담궜다가 빠져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뭐 어쩔수 있나요. 그럼 즐기는수밖에."
그가 웃는 소리가 하늘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다가 잠시간 달을 바라보던 와중 그가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음~ 그러면 나는 잘못 선택한 게 아니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릴 생각은 아니었고, 자유를 찾은 청이처럼 장난칠 생각이었거든~!"
마치 기둥 뒤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둥 뒤에 차가 어떻게 있냐고 물어보는 악질 장난꾼마냥 다시 되물어보려다가 넘기기로 했다. 기껏 만든 전우(?)를 이렇게 가뿐하게 잃어서야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 특유의 짓궂음은 주체할 수가 없어서, 히죽히죽 웃으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하하, 고마운걸~ 앞으로 내 괘씸함을 더 보게 될 테니까. 지금이라도 미리 적응해두는게 좋다구? 아무튼 내기 성립이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두 다리를 믿고 바다까지 잽싸게 내달리는 것이었다. 뛰면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데 묶어 잘 정돈한 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까 전 저택에서 나올때의 속도를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이 내기는 자신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방심은 금물이라고는 하나 조금 더 조건 우위에 서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게다가 누구보다 반칙을 잘 쓰는 사람이기도 했으니, 설령 불리해진다면 어떻게든 다시 승기를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도 한 몫 했다.
그 어떤 카운트다운도 없이.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뒷짐을 지던 주양은 별안간 '시작!' 하고 외치며 먼저 냅다 달려나갔다. 약곡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시작 역시 주양이 자주 써먹는 얍삽이 반칙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한참을 무난하게 달려나갈 것.. 이라는 기대는 당신의 마법 영창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ㅇ.. 어..? 잠깐만 스톱 이건 반칙..!"
자신이 먼저 반칙을 써놓고서 상대의 반칙을 지적하는 짓은 주양이 아니라면 하지 못할 것이다. 뛰는 도중에 보기 좋게 두 다리가 묶여버려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맙소사. 여태껏 반칙을 쓰기만 해 봤는데 반칙을 당하는 입장에 서게 될 줄이야. 뭔가 여러 의미로 짜릿했다. 조금 까졌을지도 모르지만 주궁 사람으로써 이 정도 생채기는 멀쩡한 것이기도 하고, 게다가 지금은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쓰지 못할 만큼 내기욕에 불이 붙었다.
"오호라~.. 그 용기는 아주 가상하다고 해 줄게! 청이보다 훨씬 나은걸, 민 후배? 아주 재밌어, 최고야, 짜릿해! 하지만 과연 너가 날 이길수 있을까~!"
리덕토. 자신의 다리에 묶인 밧줄을 절단 마법으로 잘라내고서는 다시 뜀박질을 시작하는 대신 지팡이를 들었다. 자. 이제 자신이 반칙을 사용할 시간이다. 역시 받은 게 있다면 주는것도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지. 그렇다고 위협적인 마법을 쓸 생각은 없었다. 씩 웃으며 당신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임페디멘타!"
맞은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마법. 이 마법 정도라면 자신이 앞서갈 수 있겠지. 주양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달려나가기 위해.
학교 앞 숲에 니플러들이 그렇게 많았나? 교수들의 식기가 니플러들에게 도둑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제일 먼저 그걸 생각했다.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잘 못 봤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 숲이라고 하면 일전에 버니와 싸웠던 기억 밖에 안 나기도 하고 말이다.
"운동 삼아 즐기기엔 좋겠지. 리치리치~ 숲에 놀러가자~"
그녀는 훔쳐간 물건들을 찾는 것보다 숲을 돌아다닐 생각에 싱긋 웃으며 리치를 어깨에 태웠다. 찾은 물건들을 담을 작은 가방과 리치의 간식, 나무를 짚어도 손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줄 장갑을 끼고서 가벼운 걸음으로 학교 앞 숲에 나갔다. 어깨 위 리치가 꼬리를 흔들며 놀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숲에 도착한 뒤, 리치를 먼저 보내 정찰 겸 몰이를 해오도록 하고 일단 느긋하게 안쪽으로 들어간다. 파박파박. 리치의 풀 헤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싶더니 니플러의 비명과 함께 이쪽으로 돌아온다. 벌써 한마리 포착했나보다. 잽싸게 그쪽으로 가 도망치는 니플러를 붙잡아 거꾸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깨 털듯 탈탈 털어내보았다.
겨우 두마리 털었을 뿐인데 벌써 가방이 두둑해진 걸 보고 앞으로 한마리 더 털면 돌아가야겠거니 싶었다. 보니까 교수들 식기 말고 다른 학생들 장신구 같은 것도 있어보이는데. 분실물 맡기는데 갖다주면 될까. 같은 생각을 하며 가볍게 나무를 타고 있다가, 리치의 울음소리 신호를 듣고 내려와 그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첫 니플러를 잡을 때처럼 요령 좋게 혹은 아크로바틱하게 니플러를 붙잡아, 털까 하다가,
"이번엔 리치 차례~"
하고 리치 앞에 거꾸로 내밀어주었다. 그러자 리치의 솜방망이가 니플러를 두들겨 털어대었다.
레오는 주머니에 손을 푹 꽂아넣고 아무런 생각없이 저택을 돌아다녔다. 가만 생각해보면 찾으려고 하는 것들은 꼭 찾으려고 할 때는 안나오다가 머릿속에서 잊을 때쯤 '어 이거!' 하고 찾게되었으니까. 혼자서 돌아다녀보니 저택이 생각보다 넓음을 알 수 있었다. 눈으로 대충 여기저기를 훑어보는것이 수색의 전부였다. 로켓이라. 사진같은걸 넣는 펜던트를 말하는거였지 분명.
" 로켓이~ 어디있을까~ "
혼자 돌아디는것도 질리지. 레오는 흥얼흥얼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몸을 숙여 직접 가구를 뒤지기 보다는 발로 툭툭 밀어보거나 몸을 낮춰 책상 밑을 찾아보거나 하는 식이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집 안에 있다는 것이라면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조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편이 맞을테니까. 레오는 1층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층까지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러다 찾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고.
갱신할게요.😊 다들 위로 감사해요..계속 속으로 썩히다가 결국 집중할 거리를 찾으려고 분노의 걸레질을 했더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집안이 아주 반짝반짝해요...🙄 주차 문제로 다른 분들이 아예 나가질 못하셔서 전화 드리니까 왜 사람들은 면전에 대고 하지도 못할 거면서 x같은 년이니 어딜 감히 왈가왈부를 하냐느니 (하반신..이겠죠..?)를 찢어버리겠니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세상이 점점 이런게 당연해져가는게 느껴져요..😂
찾는 과정은 전부 끝났다. 1층부터 3층까지 눈에 보이는 곳은 전부 찾아보았다. 있을법한 곳은 전부 찾아보았고 그 외에는 뭐, 눈으로 슥슥 훑어본게 전부였다.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았지만 성의는 보였다고 말하리라. 창문을 열고 부엉이를 날려보냈다. 레오는 잘가~ 하고 말하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느정도 날아간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닫았고 레오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래도 바다까지 왔는데 바다 구경이나 해보러갈까.
한 치 앞으로 보이는 무대를 바라보며, 검은색 토끼귀가 달린 후드티를 입은 소녀가 입을 연다. 평소에 아무리 대범한 소녀, 루인이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가슴이 떨릴 수 밖에 없다는 걸까? 그녀는 숨을 최대한 몰아쉬면서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하였다.
"무리하지 마라." "그래, 우리가 열심히했으니까....." "아아아앙?!"
그 순간 엄청난 살기에 압도된 케인과 잭이 움츠러든다. 도대체 무슨 상황을 겪어왔길래 루인이 저러는 것일까? 그들은 이내 도움을 구하기 위해 리안을 바라보며 [제발 저거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는 눈빛을 보내왔고, 리안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그대로 현실을 말했다.
"야 그래도, 넌 쟤네보다 준비시간이 많았잖냐." "저쪽 무대가 더 멋있었는걸요." "쟤네랑 너랑 같냐?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 너 내가 숙제 낸 의미를 까먹은거냐?" "으으으으으!!"
그렇게 성질을 내려던 루인이 무언가를 집어든다. 열심히 골판지를 끼워맞추고 그 안에 지팡이를 집어넣어 만든, 모형 전기톱이었다. 골판지 자체가 마법으로 움직이진 않는데다가 섹툼셈프라까지는 버티지 못했기에 제대로 실전-무대 위-에서 써먹을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래도 디핀도는 쓸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히죽 웃어보인다. 전기톱─비록 모형이었지만─을 손에 쥐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잘 어울리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깨에 전기톱을 걸치고 무대위에 올라서자 많은 이들이 환호를 보낸다. 벌써 3일차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그들은 지금의 열광적인 무대에 기대하며 그녀의 입을 주목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비공식 방송부의 홍일점이었던, 코디 및 메이크업 담당 루인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앞선 아재들의 무대가 너무 굉장해가지고 제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거든요? 그러니까 좀 한바탕 날뛰어도, 뭐라 그러기 없기!! 그럼 갑니다!!"
"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에 들려진 전기톱이 맹렬한 바람소리를 낸다. 분명 벤투스를 이용한 응용법이었으리라. 리안은 그것을 보며, 작게 중얼 거렸다
<clr blue black>"편두통이 멈추지 않아 또 다시 초조초조 가라앉지 않아!! 자는 척 하면서 넘어가는 그런 점심 휴식 시간↓"
노래속에 자신의 감정이 녹아든다. 엄마 아빠는 맨날 자신의 혈통 때문에 싸우지 않나, 그것도 모르는 선생이란 놈들은 죄다 자신에 대해 수근수근 거리기 바빴고, 친구놈들은 전부 자신에게 여러가지 험담만 늘어놓을뿐이었다.
"언제나 험담 뿐 이제 월화수목(금에도) 엔들리스로 당사자도 아닌데 기절해 버릴 것 같아!!"
여기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맨날 수업만 듣고 나면 바로 엎드려서 자는 척만 하고 있었다. 그들끼리만 분파를 가르고 또 자신은 거기서 소외되어갈 뿐이었다. 괴롭힘의 타겟은 자신이 아니었다는게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그 짜증나는 기분과 동시에 그녀가 으르렁 거린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청각만은 민감해서 노이즈투성이 목소리가 이제"
그녀가 모형 전기톱을 잡지 않은 손 한쪽을 그대로 후드의 일부분을 잡는다. 그거 알아? 나 이 후드에 장치를 좀 해놨어, 힘만 조금 줘도 바로 이렇게..... 벗겨지게 말이야!!
"[달칵 달칵 달칵 달칵] 시끄러워!!"
그녀가 후드를 벗어던짐과 동시에 그녀의 몸매가 훤히 들어나는 비키니와 더불어 뿅- 소리가 날정도로 튀어오르는 토끼귀가 드러난다. 그 모습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흥이 난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가 경쾌하고 빠르게 튀어다니기 시작한다
"흩날리는 번뇌와 훤소를 진동으로 없애버려!! 엔진 소리에 맞춰 춤출래?"
발로 걷어찬 수박을 그대로 모형 전기톱으로 잘라버리자 그대로 일도양단이 무엇인지 보여주듯 잘려나가고, 터져나가는 수박 과즙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텅 빈 정수리←기분 좋게 일섬! 그럼, 잘 있어 바이바이!!!!"
개운한 표정, 모든것을 날려버린 개운한 표정이 너무나도 일품이었다.
"자욱이 끼는 연기 무제한으로 회전 어제부터 기름 냄새가 풍겨서… 뒤죽박죽한 우리의 머릿속을 깨끗이 깨끗이 해 줘 응? 체인소!!"
모형 전기톱을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 표정에 매혹이라도 된 듯 남학생들의 환호성이 그대로 울려퍼진다. 여학생들 일부도 환호성을 지르는건 마찬가지였지만, 몇몇의 여학생들은 아이돌을 만난것 마냥 소리를 지르는 남학생들의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멋도 없는 농담(웃음)을 또 다시 ×××× 들었다고 실실 웃는 얼굴을 한 자신도 싫어져!
다시 한번 루인의 머릿속으로 그때의 기억이 흘러들어간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마법사도, 공부도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무언가로 재밌게 즐기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그것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혼자 있을때 그들이 다가왔고 자신이 만든 설계도와 도안을 보면서 그들은 웃어보였다.
<clr blue black>"[마이동풍]으로 흘려버려도 청각만이 민감해요! 유명이라던가, 무명이라던가아아아아?"
[잘 그리네, 이거 만들수도 있는거야?] 그 한마디에 자신은 구원받은 듯한 느낌이었고, 그들의 손에 따라서 그들과 뒤죽박죽 엉망진창 학생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엉망이었어도, 그 즐거움 만큼은 절대로 잊을수 없었다.
"달칵 달칵 달칵 달칵 시끄러워!!"
모형 전기톱을 사방으로 휘두르자 그대로 어디선가 던진 숯검댕탄이 잘리며 연기마냥 터져 나갔고, 휘두른 궤적에 휘감긴 벤투스의 바람이 그것을 흐트린다, 물론 그녀가 숯검댕에 잔뜩 묻은건 별개의 문제였겠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까르르 웃으며 선율을 이어나갔다.
"또 다시 오늘도 굉음 & 폭음으로 폭론을 없애버려 엔진 소리에 맞춰 춤추자!"
이윽고 두번째 수박이 그녀의 호쾌한 일격에 퍼억! 텨져나갔고 다시한번 장내에는 수박즙의 비가 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들은 그걸 뒤집어 쓰며 즐기고 있었지만.
"텅 빈 정수리←기분 좋게 일섬! 그럼, 잘 있어 바이바이!!!!"
동시에 그녀가 후드를 다시한번 한손으로 집어들고 그것을 향해 미친듯이 전기톱을 휘두른다. 자신이 여지껏 가지고 있었던 안좋은 기억들을 전부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 마냥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시동을 걸었어 해이해진 가면 한 장 남김없이 찢어버리고 신님인 것처럼 푸념을 조각조각 내 줘 응? 체인소!!"
그녀가 삐딱하게 휘두르는걸 멈추고 짜증난다는 듯이 표정을 지어보이며 머리를 배배 꼰다.
"또 계속 잡언=잡음 아... 고문 같은데? 이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그 순간 그녀의 표정에 광기가 돌기 시작하고, 자신의 전기톱을 가볍게 움켜쥔채 히죽히죽 웃어보인다. 마치 지금까지의 스트레스를 빨리 모두 날려버리고 싶다는 듯한 행동에 좌중이 오싹거리면서도 그 모습에 묘한 쾌감마저 느끼기 시작하고.....
"아아 빨리 엔진! 저기 분진! 아주 미치게(?) 되기 전에 바이바이!!"
그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속박을 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담아,
"지금 바로 귀찮은 언동에 인도를 받아 내일이야 말로 건전하고 건전하게 살고 싶어"
다시 한번 모형 전기톱이 힘차게 휘둘러지기 시작한다
"흩날리는 번뇌와 훤소를 진동으로 없애버려!! 엔진 소리에 맞춰 춤출래?"
마지막 남은 수박을 그대로 발로 걷어차서 한번 더 호쾌한 일섬을 날리자 사방으로 폭죽이 터지듯 수박즙이 터져나간다. 이미 무대위는 숯검댕과 수박즙으로 완전히 엉망이었지만,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라서 여지껏 본 무대들과 다른 박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텅 빈 정수리←기분 좋게 일섬! 그럼, 잘 있어 바이바이!!!!"
숯검댕이 묻은 얼굴로 가볍게 윙크와 귀여운 미소를 보이자 남학생들의 환호성이 그대로 터져나오고, 루인은 그 분위기 그대로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기름 냄새가 풍긴다는 듯 손사래를 쳐보이며 애교를 부려보인다.
"자욱이 끼는 연기 무제한으로 회전 어제부터 기름 냄새가 풍겨서… 뒤죽박죽한 우리의 머릿속을 깨끗이 깨끗이 해 줘 응? 체인소!!"
장내가 그녀의 노래가 멈추자 마자 앵콜을 외치지만 그녀는 이미 자기 역할이 끝났다는 듯이 꺄르르 웃으며 무대뒤로 복귀할 뿐이었다. 무대 뒷편에 남아있는 방송부원들로 하여금 [앞으로 루인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과 함께.
작고 몸이 약했다고? 그는 아예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도 몸이 약한 편이고, 지금도 약하니까. 그렇지만 키는 크지 않나. 당신처럼. 그렇기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당신의 미소에가 해처럼 떠오르자 그의 미소가 달처럼 저문다. 그늘진 느낌에서 불길함을 느꼈다. 역시 물리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 적으로 뒀다간 그의 몸이 반절로 꺾일 것 같았다. 앞이나 뒤도 아니고 측면으로. 그는 구부러진 ㄱ 모양으로 걸어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의 웃지 않는게 나을 것 같은 미소가 사라지는걸로 물리적으로 사람을 응징하는 대화는 마무리된다.
"흠. 굳이 말해줘야 하나? 조난, 접선, 신비한 동물의 습격, 매구의 추종자와의 예기치 못한 독대 이외의 불건전한 교칙 위반사항 다수. 자네가 그런 학생이라 낙인 찍은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가. 특히 조난과 독대로 인한 위험은."
의외로 쉬운 것이다. 그는 방에서 오레오를 먹으며 기다릴 백정을 떠올렸다. 독대는 위험하다. 아주. 그는 당신이 길 끝에 가자 미간을 좁혔다. 위험하지 않나. 그렇지만 당신과 절벽의 거리를 가늠하곤 묵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지면 죽기 전에 집어오면 되는 일 아닌가. 저곳이 안전하긴 한가? 그는 일단 당신의 곁으로 가기로 했다. 당신의 말에는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맑은 바다와 드넓은 하늘을 이렇게 볼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 라이온킹 심바처럼 집어서 던져도 괜찮답니다.😊 미역이 되면 국으로 끓여주시기..줄기는 소금간 조금 해서 참기름이랑 같이 고소하게 볶아주시기...((옹알옹알을 해요))
작게 예수를 찾으며 그가 천천히 돌아보며 정적에 감싸인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러고보니 잭 무대 리허설도 봐주기로 하기도 한데다가 거기에 지금 점호에 맞춰 안가면 또 벌점이 깎인다는 사실에 상당히 머리아픈듯 그가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현성의 어깨를 짚어보이며 그대로 입을 연다.
"제가 봤을때 현성 형님은 성공할껍니다. 왜냐면 지금 이 상황에서 침착함을 찾을수 있다는 거 자체가 이미 현성 형님의 평온함이 신급이라는거니까요."
그러고서 그는 그대로 크라우칭 자세를 취한다음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마치 달리기 선수를 연상시키는 행동에 모두가 의아해할 법 하지만, 그는 그도 모자른 듯 그대로 지팡이까지 들어올리고서 작게 벤투스를 외운다. 그대로 바람까지 자신의 몸을 실어서 가속력을 얻겠다는 생각을 가진듯 하다.
"그럼.... 오늘의 만남 즐거웠습니다!! 전 제 기숙사 점수가 간당간당해서 이마아아안!!"
그말과 동시에 그가 바람을 타고 달려가기 시작한다. 말그대로, 목숨을 건 도주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다급하게 자신의 기숙사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비명 뒤로 이어진 첫 마디를 듣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 사람 청궁인가…?라는 기숙사 성격론에 입각한 편견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간단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깜짝 놀라서 지른 비명에도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읽힌 데다가, 곧바로 꺼낸 말 역시 당혹보다는 흥미의 비율이 더 컸던 탓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단하단 말부터 나오는 태연스러운 태도에 도리어 그가 더 얼떨떨해졌다.
"그랬었나요? 제가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편이라서…."
수업 때는 오고 가는 학생들이 많아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억하기가 어렵고, 추종자 때는… 워낙에 다급한 상황에 소음까지 강해 사람을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나마 지난번 펠리체를 알아본 것은 목소리의 음색이 특이해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에 남았다는 이유가 있었던 덕이고.
"그보다 패대기 잘 친다는 건 또 뭔지……."
황당하다는 듯 말하지만 그도 부정은 않는 눈치다. 그게 소문까지 날 일인가? 오늘 사람 몇을 물 먹이긴 했고, 첫날에도 비슷한 이유로 몇 명을 던져버리긴… 했지만. 음, 소문 날 만한가. 그에게 실책이 있다면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잠깐 경계를 늦춰버린 것일 테다. 라쉬가 재개될 물싸움의 낌새를 알아채고 그의 팔을 앞발로 툭툭 쳐댔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사전에 합의하지 못한 비언어적 신호까지는 알아듣지 못 했다. 응? 왜? 그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라쉬는 경고를 포기하고 느긋하게 그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갔다. 높이도 높고 너비도 넓겠다, 친구를 아늑한 생체 바리케이드 삼아버린 개는 순진한 얼굴로 모르는 척을 했다. 그만이 모르는 사이에 주양의 손이 물을 머금는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윽고 물보라 공격.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해진 일격에 그는 속절없이 물을 먹었다.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무어라 말을 하려 벌렸던 입 틈새로 자비 없는 짠맛이 짓쳐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속절은 없었더라도 그에게는 무력이 있었다. 그것도 꽤 많이. 당황하거나 기침을 하는 대신, 그는 곧바로 숨을 참고 직선으로 돌진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물이 튀는 순간 시야가 차단당해 행동이 둔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엘로프 아델횔드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가히 맹진이나 쇄도 따위의 형용이 어울릴만치 저돌적인 속도로 거리를 좁혀간 그는 순식간에 주양의 앞까지 다다라 불쑥 걸음을 멈췄다. 양손을 낮게 들고 손바닥은 가볍게 펼친 채 힘을 빼고 있는데, 이것은 어떠한 준비 동작처럼 보였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슬며시 웃었다.
"메쳐지는 게 좋으세요, 아니면 뒤로 꽂히는 게 좋으세요?"
그러자 말을 하는 그의 건너편, 멀찍이 떨어진 모래사장 쪽에 일렬로 드러누워 상황을 구경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주양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은 주양이 오기 전까지 그에게 'gentle persuasion'을 당하고 몸져누운 선학들이었다…….
타니아는 가끔 그가 미치도록 싫을 때가 있다. 그는 근사한 사람이고, 모든 면이 완벽하지만 가끔 성격이 발목을 잡는다. 공과 사가 뚜렷하면서도 사적인 일이 적다고들 하지만 그건 학교 안의 이야기다. 가문 내의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큰 틀은 달라지지 않지만, 유달리 기행을 자주 벌였다. 특히 밤이 되면 아주 많은 기행을 벌였다.
관에 들어가서 잠들거나 난데없이 먹던 식탁을 뒤집어 엎는 건 역대 가주 모두가 즐겨하던 행위니 뒤로하고, 그는 달밤에 난데없이 가문원을 붙잡아 왈츠를 추기도 했고, 심지어는 어머니께 동화를 읽어주질 않나, 보름달이 환히 뜬 날엔 밖으로 달려나가 정원에서 난데없이 옷자락을 휘날리고 빙글빙글 춤을 추며 머글의 노래를(대다수 BTS라 불리는 머글 그룹의 것이거나, Nami라는 여성의 round-and-round라는 노래였다.) 소리높여 부르고 깔깔 웃기도 했다.
흥이 많은 건가 싶기도 했지만 가끔 어머니도 달려나가 같이 머글의 춤을 추는 걸 보면 집안내력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학교 사람들에게 조금 언질을 주면 현궁의 사신인 그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해서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엇인가? 시체의 부패액이나 흙, 오물을 씻어내는 욕조에서 죽은 사람처럼 늘어져 자고 있었다. 그를 찾기 위해 30분을 내리 돌아다녔으니, 타니아는 욕조에서 자고있던 그의 배를 꽉 눌렀다. 그는 악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난다.
기지개를 켜는 그에게 중지를 치켜올렸다. 이런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 그가 뒤돌아 본다. 그는 손가락을 정확히 인지한다. 타니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다, 애써 웃으며 상황을 무마했다.
"짜잔, 반지 예쁘죠."
다행히 중지에 반지가 있어 다행이다. 이건 타니아가 아주 좋아하는 반지다. 이걸 끼고 주먹을 날리면 상대는 상처가 두 배가 된다. 그는 타니아를 가만히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가 두 손을 치켜올렸다. 양쪽 중지에 끼워진 실반지는 그가 16살 적 선물 받은 반지로, 지금도 가끔 차고 다니던 장신구다.
"그래, 예쁘구나. 나는 두 개나 있단다. 부럽지?"
아니, 왜 내 주인은 날 살살 놀릴 때 제일 기뻐하지? 타니아는 그가 환하게 웃어서 더 어이가 없었다. 주변에서 꽃이 피어날 법한 미소와 양쪽 손으로 선사하는 중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오늘도 만족했다는듯 넓은 망토를 크게 펄럭이며 뒤로 돌았다.
"자, 일하러 가야겠군!"
타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다. 가는 길, 스스로 지팡이를 앞으로 집어 던지고 뛰어가는 그를 보며 완벽한 그의 일면을 자신만 알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거짓말이나 둘러대는 걸 귀찮아서 안 할 뿐이지, 미소의 그늘 쯤은 충분히 숨기고도 남을만큼의 재주가 있었다. 그럼에도 드러났다는 건 일부러 보여줬다는 의미였다. 앞으로 저지를지도 모를 황당한 일에 대한 약간의 경고라고 해도 맞을까. 하지만 오늘따라 경계가 느슨해보이는 이 선배는 그걸 눈치 못 챈 듯 했다. 아, 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안타까워서 정말...
웃음을 멈출 수가 없네.
잠시 그에게 등을 보인 사이 표정을 정리한다. 미소를 가라앉히며 그늘을 지운다. 희미하게 선이 남은 입술은 그저 웃음의 여운이 자연스럽게 남은 듯이 보일 터. 표정을 갈무리한 뒤 그가 예정된 지점까지 오는 걸 기다렸다. 그 사이 의심을 사지 않게 태연히 대화를 이어가면서.
"기껏 놀러와서 너무 많은 걸 생각하시네요. 학생대표니 그럴 만도 하지만, 잠깐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적당히 대화를 잇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아주 빈 말도 아니었다. 매사 긴장만 하고 있으면 오히려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가끔은 풀어져도 좋지 않겠느냐, 그런 취지의 말을 하며 그가 온 길을 되짚어 몇걸음 걸어간다. 자박자박. 샌들이 가볍게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에 섞여들었다.
"그런데 방금 예시로 들어주신거에 묘한게 섞여있네요. 선배. 추종자와의 독대라. 보통 습격을 얘기하지 않나요, 그럴 땐?"
지직. 샌들 끌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절벽 쪽에 선 그를 향해 돌아섰다. 잠시동안 사라졌던 미소가 다시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있다. 길 양옆의 나무들로 인해 그늘이 드리운 얼굴로 히죽, 웃고 있는 그녀가 살짝 몸을 낮추며 말했다.
"대답은 내려가서 듣는걸로 하죠. 발렌타인 선배!"
곱게 접힌 금안이 순간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의 그것처럼 반짝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졀벽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낚아챈다. 단태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가 타니아에게 안겨가는 걸 보며 체형을 대강 가늠하고 있었으니 어려울 것도, 실수할 것도 없었다. 그대로 절벽 끄트머리를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순간 휭, 하고 짧게 공기가 스친다 싶더니, 그녀와 그의 몸은 그대로 깊은 바닷물을 향해 낙하한다. 그리고 풍덩 소리를 내며 빠지는데까지는 고작 한 손을 꼽을만큼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겠지.
"흐, 하하!"
떨어지는 동안 그의 비명이나 고함 같은게 들렸을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웃음소리는 확실히 들렸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습이란 생각보다 포괄적인 의미였다. 단순히 마법을 사용하는 것 외에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껴본다거나, 입속에서 조용히 주문을 중얼거려본다거나 따위의 것들. 그렇기에 레오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따금씩 새벽에 몰래 기숙사를 나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곤했다. 허공에 대고 주문을 외워보거나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모를 미물에 대고 주문을 사용해보거나. 주문을 연습하러 가는 길에도, 막상 연습하는 동안에도 썩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막상 사용해보면 왜인지 모르게 뿌듯함과 개운함이 조금 느껴졌다-는 사정이랄까.
여하튼 뭐든 확실히 해두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남을 죽이고 조종하고 고통주기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고 더 나아가서는 있을지도 모를 그 마법에 대한 방어체계까지 구축하고싶었으니까. 밤바람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레오는 잠깐 산책을 나갔다오겠다고 일러두었다. 친구들은 그녀를 이해했다. 항상 그런식으로 밤산책을 즐기는 사람이었으니까. 귀곡탑의 근처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레오는 오히려 아무도 없는 이 곳이 더 편하다고 느껴졌다.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배우고, 연습하고, 사용할수록 뭔가 잘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잘못된 일을 하고있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 그리고 동시에 으레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때 그러듯이 약간의 짜릿함과 흥분 따위의 것들이 찾아오곤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질문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이런 스스로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아 바람을 쐬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실 만난것도 의외였다. 정말 만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만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레오에겐 가끔 이런 날이 있었다. 이상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 날. 레오는 그런 날을 '하늘이 낮아서 숨쉬기 힘든 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하늘이 낮아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것은 이런 고민을 하고 앉아있던 때에 부네를 만나자 낮았던 하늘이 제법 높아져 금새 숨쉬기가 편해졌다. 이런걸로 고민을 하는 자신과 이런것은 고민 축에도 못 끼는 사람을 보게되니 그런 것일지도.
" 연습이야 뭐.. 평소에도 조금씩 조금씩은 하고있는데 잘 안되네. 그보다 후배님이 아니고 레오라니까. "
어째 만날때마다 하는 말인것같다. 레오는 심부름 하나만 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어째서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지 또한 알고있다. 조금 꺼려지긴 했지만 선택권 따위는 없다는듯 얼른 받으라는 말에 레오는 편지를 받아 이리저리 돌려보고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이 사람도 한 성깔 하는구나. 레오는 욕지거리를 내뱉는 모습을 보며 피식 하고 웃었다. 하긴 그 용서받을 수 없는 주문을 쏴버렸으니 주먹이 먼저 나가는 자신보다 더 할지도 모르지.
" 한 명은 알고, 한 명은 잘 몰라. 백혜향 교수님은 저번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들었었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 "
레오는 편지봉투를 살펴보았다. 수신인에 확실히 적혀있는 이름. 그런데 발신인은? 레오는 선납금이라며 내미는 지렁이 젤리를 받아들었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 괜찮겠지. 여차하면 협박당했다고 말해도 되는거고. 그나저나 지렁이 젤리, 별로 안 좋아하는데.
" 그런데 버니, 이거 발신인은 누구야? 그리고 무슨 내용인데? '누가 전해주라고 했다' 정도는 나도 말할 수 있어야하잖아. "
편지를 전달하는 메일맨이라면 내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내주는게 맞겠지만 레오는 메일맨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그래. 선배가 시키는 심부름을 어쩌다가 받아버린 후배 정도일까. 이 정도는 알아도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 레오는 어쩌면 당돌하게 물었다. 내용은 말할 수 없더라도 발신인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 내가 이거 뜯어볼지도 모르는데 괜찮나보네 "
레오는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편지를 흔들어보였다. 그리고는 '그럴 일은 없을테니 안심해' 하고 말하며 뒷주머니에 편지를 집어넣었다. 정 내용이 궁금하다면 몰래 뜯어보는 수도 있기야 하겠다만. 레오는 슬쩍슬쩍 곁눈질로 귀곡탑의 문을 쳐다보다가 다시 부네를 바라보았다.
" 내가 지금 머리가 좀 복잡하거든. 네 덕에 하늘이 조금 높아져서 숨쉬기 편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하늘이 낮아서 숨쉬기가 불편해. 머리좀 비우고 싶다. 시간 괜찮아? "
"음~ 하긴! 그땐 서로 말을 섞었던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모습만 본 거니까. 못 알아봤을수도 있지~"
아직 당신에 대해 잘 모르는 주양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이고 넘겨버렸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섞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못 알아보는게 당연하겠지. 자신의 접근 속도가 너무 빠른것이 화근일 뿐이었다. 이렇게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섞지 않았더라도 일단 아는 얼굴이라면 아는척은 해 보이며, 그것 외에도 학샌 대표니까 최대한 모든 학생을 알고 지내야 한다~ 라는 특이한 신념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념이 벌써 수백개가 넘어간다는 것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어머나, 아니었어? 이미 다른 애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구~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알게 되었을 리가 없지! 아. 소문을 안 들었더라도 너가 다른 애들을 패대기치는 모습을 봤으면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주양은 입맛을 다셨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이 패대기쳐지는걸 보며 풉키풉키하는 게 조금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었다. 허나 그것은 다음 기회로 두기로 하고.
지금은 눈 앞의 당신이 어떻게든 자신을 패대기치게 하기 위해서 평소에 보여주던 얍삽하고 얄미운 모습을 한껏 어필해야만 했다. 지금 즐기기로 한 것은 남들의 불행을 보고 비웃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그 스릴을 느끼며 짜릿한 기분을 받는 것이었으니까. 이래뵈도 주궁 짬이 5년씩이나 되는 사람이니. 어지간해서는 멀쩡할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뭐야, 무진장 빨라..?!"
그렇게 한참 물을 뿌려대던 주양은 헉 하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순식간에. 정말 어마어마한 기세로 자신의 앞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추는 2M가 넘는 거구의 사람은 평소 느끼던것과 또 다른 아찔함을 선보였다. 하마터면 잔뜩 위축될 뻔 했다. 남들을 올려다본다는 기분이야 앉아있을때 자주 느꼈고, 그래서 뭔가 묘하게 지는 느낌을 받아 그냥 서 있었는데. 선 상태에서도 자신이 시선을 위로 향하고 올려다봐야 하는 상대는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는. 위압감이라는 것일까?
"어.. 음.. 너가 제일 자신있는 패대기 방법으로 부탁.. 할게...? 참. 그. 내 척추는 안전할 수 있는거지, 그치?"
일단 한번 패대기질을 당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도발했으나 막상 가까이에서 대면한 당신은 정말 자신의 척추 따위는 가볍게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릴것만 같았다. 모래사장 위에 줄지어 누워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애들이 뒤늦게 시야에 들어왔다.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 패대기 잘 친다는 소문을 황당하다는 모습으로 듣던 그 사람이 맞는가. 저 사람들이 전부. 그 동안 패대기질 당했던 사람이란 말인가. 마치 어서 오라는 듯. 혹은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서 뒤늦게 불안해졌는지 에헤.. 하고 맥없는 웃음소리도 내 보았다.
"아, 아니다. 이. 이왕이면 메쳐지는걸로..! 그래. 응. 뒤로 꽂히는 건 내 목뼈가 엄~청나게 위험할지도. 몰라..?"
물론 메쳐지는 것에도 종류가 있고. 목뼈 대신 척추가 위험하게 될 일이다. 허나 지금만큼은 주궁 짬 5년인 자신의 허리를 믿어보기로 했다. 어지간히 얻어맞고 구르고 했는데도 뼈는 멀쩡했으니. 아마 이번에도 척추를 잘 보호해 줄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었다.물론 당신의 신체적 피지컬에 압도당해 잠깐 그 믿음이 깨져버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그 소문의 패대기를 체험하게 되는 것인가! 그런 희열이 섞여있는 꽤 미묘한 미소였다.
비키니 위에 레쉬가드를 껴입고, 비치스커트를 껴입은 아현의 모습은 말그대로 꿈꾸는 소녀의 모습과도 같았고, 루인이 더욱 신경을 쓴 것인지 검정색 단팔 와이셔츠에 청색 조끼, 청바지를 챙겨입은 리안의 모습은 어디 잡지에서나 볼거 같은 그림과도 같았다.
"젠장, 진짜 원판이 원판이라 그렇지..... 옷걸이 하나는 죽이는데 왜 나오는건 초코파이를 씹다 말고 라면위에 부어넣은 꼬라지로 입냐고요...." "내 패션에 불만 많냐?!" "ㅈㄴ 불만 많은데요! 그건 패션이 아니라 테러라고 읽는거라고요!?"
루인의 일갈에 다른 이들이 동의한다. 물론 눈이 안보이는 아현은 모르겠지만 그 악명을 익히 들어온 그녀로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표정을 지어보인 리안 덕에 긴장이 한결 풀린듯 다들 밝게 웃어보인다.
"다들 잘해줬다. 시간 일부러 촉박하게 숙제를 내긴 했는데, 다들 정말 훌륭했다." "말이나 안하면 밉지나 않지...." "제대로 보여주세요. 안그러면 제일먼저 토마토 던집니다." "아현이도 있는데 너무하지 않냐?" "아현이는 저희가 무대에서 뺄껀데요?" "...... 진짜 내편은 하나도 없구나?" "저지른 죄는 양심에 안찔려요?" "그, 그래도....."
그 순간 아현이 쥐어짜내기라도 하듯 용기를 내며 입을 열었다.
"곧 죽어도, 전 부장편이에요!" ".....풉....."
리안이 나즈막히 웃으면서 천천히 손을 뻗어 아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긴다. 그런 그 둘의 모습은 사이좋은 남매같이도 보였고, 다른이들이 보기에는 레이디를 에스코트 하는 기사와도 보였다.
"떨리지는 않으신가요?" "부장님은, 항상 이런 곳을 걸었잖아요? 다음이 저라고 생각하면..... 용기가 나요." "그겁니다. 그거면 됐어요."
그 순간 두사람이 올라서자마자 열화와 같은 함성이 몰아친다. 기세에 움찔한 아현이었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각에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고, 이내 리안이 가르쳐준대로 허리를 곧게 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MC 대작,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입니다!" <clr darkurquoise gray>"안녕하세요! MC 현아, 천 아현입니다!" <clr black gray>"약속대로 오늘은 특별게스트를 초대했습니다. 이번에 방송부 특채로 채용된 아현양이 그 주인공인데요! 어떠세요, 아현양! 직접 무대에 오른 소감은요?" <clr darkurquoise gray>"어..... 부ㅈ..... 아니 MC 대작님은 항상 이런 무대에 오르신거에요? 지금도 가슴이 떨려 혼나는데...." <clr black gray>"하하!! 괜찮아요! 다들 처음은 그러니까요! 그래서 오늘 무대는 어떤 각오로 올라오셨나요?" "어.... 음.... 부장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clr black gray>"좋습니다!! 그럼 갑니다!!"
그 말과 동시에 잭이 미리 준비한듯 에렉토를 쳘펴보였고,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사이에 반짝이는 은하수가 펼쳐진다. 구슬과 각종 조약돌로 만들어낸, 간이 은하수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떨어진 둘의 입으로, 천천히 선율이 흘러나왔다.
<clr darkurquoise gray>"하늘의 강이 흐르는 절망의 언덕 위에서 차가운 바람에 또 다시 옷자락이 나부끼네"
아현이 끊어낸 선율을 리안이 천천히 색감을 입히듯 덧붙인다. 마치 오작교를 사이에둔 견우와 직녀의 모습이 이러지 않을까란 심정을 그대로 담아내듯 그들의 모습은 조금은 슬프고도 담담한 느낌이었다.
"[1년에 단 한 번]이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한 것 만으로 눈물이 흘러내려"
눈이 보이지 않는 직녀와, 그를 두고 보는 견우의 심정을 담아 그들은 천천히 은하수 너머로 각자의 손을 내밀어 보인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 모습에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제발 오늘 밤만은 만나게 해주세요]" "혜성에 실어보냈던 소원은 결국 사라졌어"
조금은 부드럽고도 편안한 노랫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이 바람에 더욱 반짝여 온다.
"약속했었던 만남의 장소 [여전하네] 구름 낀 하늘 아래서" "별이 없다면 스스로 별이 되보자" <clr darkurquoise gray>"서로 손을 맞잡으며" "서로 굳게 다짐하며"
닿지 않는 손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닿았다는 것인지 그 둘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 미소는, 걱정하지 말라는 것의 의미일까,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다는 의미인 것일까.
"[제발 가지마]" "[용서할때까지]"
서로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듯이 그들의 대화는 정겹기 그지 없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대화와도 비슷하지만 조금은 그것보다 더 따스한 느낌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알타이르(견우)와" "베가(직녀)처럼" "어제보다도 너를 사랑하고 싶어 눈물의 비가 그칠 무렵 까치들아 다리를 만들어서 우리들을 이어다오"
천천히 은하수에 다가서는 두사람, 하지만 아직 오작교의 때는 어지 않았다는 듯 은하수는 도도히 그 강을 흐르고 있었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은하수를 등진채 천천히 주저 않아 선율을 자라내가기 시작했다.
"하늘의 강이 흐르는 자그마한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생각했던 거와는 달라"
소녀가 내려다 본 풍경은 보이지 않는 어둠뿐, 하지만 그녀의 시선으로 비춰졌던 새로운 풍경들은 전혀 다른 것뿐이었다. 차별과 멸시, 동정..... 그런 감정이 소녀의 감정을 무디게 한 것이리라.
"그 때와 비교해서 조금은 성장했을까? 정답은 NO가 아니야, 하지만 아직 부족해"
동화 학원에 들어와서, 방송부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나아간 그 길끝에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많은것을 인도해주고 가르쳐 주었다. 짧은 시간 성장을 했겠지만, 아직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으리라.
"심술궂은 "신"께서 우릴 시험하는 거야 빈 자리를 메꾸며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자"
그 모든 것을 시련이라고 한다면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들은 나아가리라, 오작교를 기다리는 견우와 직녀가 매년 하루에 한번씩 만나는걸 기다리면서 그들의 꿈을 헤아리는 것 처럼 말이다.
"무슨 관계?"라고 묻는다면 친구 이상인가… 그것도 조금 아닌가… 인연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리겠지"
그들의 관계를 정확히 상징하는 것, 인연 이라는 단 한가지 단어, 가족만큼이나 친밀하고, 친구보다 더 깊은 그 인연이 그들을 이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 관중들이 각자 자신의 옆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들 그들에게 소중한 동기들, 가족만큼이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들을, 지금 그 노래에서 그려내가는 것이리라.
"싸우기도 하면서, 이해하기도 하면서" "[이제 괜찮니?]" "[아직 무리네요]" "언제나 옆에 있을 테니까 내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해"
그 말에 마음이 위로 받은 것일까? 아현의 눈가로 눈물이 한줄기 그려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안이 다가서려 하지만 오히려 오작교에 발을 내밀다가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기라도 하듯 주저앉는다. 가걸 아는 것일까, 아현의 목소리가 한결 구슬프게 울려퍼진다.
"괴로워서 괴로워서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더욱 제멋대로인 스피카(진주성)"
살짝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리안이 천천히 혼자서 음을 실어보낸다. 그것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토로하는 자신의 심정과도 같은 내용이었다. 제멋대로인 음속에 담겨있는 진정성 있는 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별에 [소원]이 아니라 [맹세]를 to the Milky Way 들어줘 나의 독백을 [앞으로도 계속 몇 년이든 함께]라고 오직 이 말만을 너에게 하고 싶어"
시간이 다가오는것을 알리듯 잭이 다시한번 엘렉토를 시전해보이고, 어디선가 까치형상의 물건들이 날아오자 그들 사이로 오작교가 펼쳐져 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리안이 그 사이로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인다.
"swear forever repeat forever"
그리고 그가 천천히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소녀의 얼굴을 따스히 어루만진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의 동생을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약속했었던 만남의 장소 [여전하네] 구름 낀 하늘 아래서 별이 없다면 스스로 별이 되보자"
드디어 마주친 두사람이 밝게 웃으며 앉아서 천천히 화음을 넣는다, 바람에 나부낀 반짝이는 별과같이 그들의 목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진다.
"서로 보고 웃어대며" "서로 사랑하면서"
소녀가 천천히 질문을 던진다.
"[지금 어디 있어요?]"
소년이 그녀의 등에 기대 앉으며 장난스레 화답한다.
"[지구 안이야]"
아까전의 슬픈게 어디 갔냐는 듯한 모습에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우주비행사가 아니니까 오존보다 아래라면 문제없어"
어느새 돌아앉은 두사람이 방긋 웃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지금 이 잠깐 있는 소중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서.
"[알고 있죠?]"
소녀의 질문이 장난스레 울려 퍼지고
"[지금 갈게]"
소년의 어쩔수 없는, 웃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침까지 떠들고 싶은 거겠지 소중한 이 안식처에서"
마침내 맞잡은 두손, 두사람이 기대며 천천히 무대를 바라본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이어진 것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었다.
대표의 입장이 되어도, 아니더라도 놀러와서도 예민해야 할 이유는 많다. 직업정신에 가깝다. 그의 감은 지금 비명을 지르며 날뛴다. 뭔가 잘못 됐다고 하지만 늦었다. 오늘, 새로운 이유가 추가 될 것이다. 말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그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백정 때문이다. 그가 독대를 했으니 자연스럽게 말이 독대가 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늘이 드리워 어딘가 어두운 느낌을 주는 미소다. 눈을 감은 덕분에 먹이의 숨통을 노리는 맹수의 숨죽인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의 의견을 대충 정리해냈..
"혼자 만나면 회유할 지 누가 아흐에"
어야 했다.
그는 허리에 닿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꼈다. 모노클이 바닥에 튕겨 떨어지고, 눈을 뜨자 정면을 향한 시선이 찰나의 순간에 하얀 머리카락을 정확하게 담았다. 해풍이 불어와 아주 시원했다. 아니, 떨어지는 감각인가? 몸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 쳤다. 그의 심장이 먼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향해 쿵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그는 입을 벌렸다.
"뺩..."
뺩... ㅃㅑㅂ... ㅃ...ㅑ...ㅂ...??????
펠리체 스피델리를 외치려 했던 발음은 결국 강아지가 입에 물고 노는 장난감처럼 제법 높고 귀여운 소리가 되며 당신의 웃음소리와 바닷물에 섞여 사라졌다. 풍덩, 하고 커다란 물보라가 일었다. 그는 짠 바닷물과 인사했다. 몸도, 입 안도, 그냥 모조리 다. 깊은 저 바다의 속에 파인애플이 있다고 하던 건 전부 헛소리가 분명하다. 그런 환상은 있을 리가 없는, 염분 가득한 비린 물이 함께 할 뿐. 그는 시간이 좀 지나서야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고개를 수면 밖으로 내밀자 크게 숨을 들이키고 콜록거리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 머리카락은 얼굴에 달라붙고, 물이 쉴새없이 뚝뚝 흘렀다. 물살에 속절없이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는 몸은 살아있는 미역 그 자체였다. 그가 머리를 완벽하게 쓸어넘기고 눈물이 좀 고인 두 눈을 똑바로 떠 당신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 너 진짜..!!"
제법 그 나이대 다운 반응이었다. 예의나 체면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놀란 것이 분명했다.
리안이 독백은 언제 봐도 보배인 것 같아요. 방송부 친구들이 섬에서 서로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봐서 참 기뻐요.🥰
그리고 벨은...너무 난 어두운 사람이야. 피폐하고 외롭고 고독한 늑대...하면 무거울까봐 조금씩 가벼운 면도 섞고 있답니다. ((기행 독백의 마지막을 봐요)) 어... 저건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거고요.🙄 일하기 싫으면 저희도 그러잖아요. 그런데 어머니랑 같이 왈츠 추는 건 예전부터 해온거구 옹알옹알..
적폐해석이 제가 하려던게 모냐모냐모냐면... 예~전에 언제 한 번 캐릭터들이 밴드를 한다면 무슨 악기를 할 것 같나용 :ㅇ?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얘기한게 갑자기 생각나서 ' 얘네가 무대에서 기타치는 롹스타라면 어떤 느낌일까.. ' 하고 움짤 따고 있었어용 순수 제 취향이라 뭔가.. 모랄까.. 님들 이거보셈 :ㅇ!!! 하기가 초큼 부끄럽달까..
모습만 보았으니 못 알아볼 수도 있다, 라는 구간에서 그는 조용히 제 목 언저리를 매만졌다. 사실 지나다니다 얼핏 마주치는 정도라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대체로 그는 자신이 직접 상황을 말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상황 전달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더라도 넌지시 짐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렇게 이야기까지 나누었으니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음, 사실 제가 눈이 나빠요. 그래서 같은 자리에 있던 분이라도 알아보기가 힘드네요."
그 점이 작용하든 않든 다행히도 그에게는 주양의 접근 속도가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엘로프는 친화력의 측면에서는 무난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적극적으로 다가드는 성향이 아니었지만 동시에 친소의 거리감에 관해 접근선을 뚜렷하게 그어놓는 유형에도 들지 않았다. 잡아끌면 당혹하면서도 얌전히 끌려가는 사람, 어느 정도는 수동적인 기질도 있는 편이라 요약할 수 있겠다. ……선빵을 먼저 얻어맞지 않는 한이라면 말이다. 평소의 유하고 호락호락한 성격과는 달리 그는 뒤끝이 제법 센 편이고, 원한관계에 있어서는 과할 정도로 청산을 마쳐야만 속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한 사람은 선제공격의 죄를 물어 괘씸죄가 더하고, 왼뺨을 맞았다면 상대방의 오른뺨을 마주 후리다 못해 눈에는 눈이 아닌 다리몽둥이도 털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너무 심하면 안 된다는 애매한 중도로.
선빵으로 인해 촉발된 싸움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끝을 앞두게 되었다. 비산하던 물보라가 가라앉아가는 가운데 우뚝, 이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똑바로 선 그의 뒤편으로 태양이 쨍 하고 역광을 드리웠다. 그나마 아래로 시선을 맞추지 않고 정면을 보고 있어 굽어보는 느낌은 들지 않아 다행이었으리라.
"자신 있는 거라면 전자네요. 척추는… 으음…."
말투만큼은 처음과 같이 얌전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그는 잠시 한 손으로 턱을 짚고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손가락 하나를 척 세우며 답변했다.
"아뇨, 경험적으로 확인해봤는데 뒤로 넘어가는 것도 의외로 안전해요. 물 위라서 충격이 꽤 상쇄되다보니까."
그 경험의 재료는 저 멀리 뻗어 있는 학생들이라는 건 말하지 않더라도 알 법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택을 했으니 그걸 존중해줘야겠지. 존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짓을 하려면서도 예의는 챙기는 기묘한 사고를 거쳐, 결국 패대기의 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주양이 경악하면서도 패대기를 위해 이 상황을 유도했다는 걸 유감스럽게도 그는 몰랐다.
대화와 동작의 연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시작하겠다고 미리 알리거나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돌연 주양의 한쪽 팔을 붙잡고 날려버린, 아니 던져버린 것이다. 보조하는 쪽 손이 멱살이 아닌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과, 메치면서 놓을 손아버렸다는 점만 제외하면 가장 정석적이고 모범적인 업어치기였다. 그런데 체공시간이 꽤 높고, 살짝 멀리 날아가다시피한……. 이 시간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주양의 몫으로 맡기겠다. 그는 물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다가가 상쾌한 기색으로 하릴없이 패대기쳐진 주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기가 던졌으면서 도와주겠다는 건 뭔지, 얄미울 정도로 표정이 개운했다.
엘로프 아델횔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를_비명_지르게_할_수_있는_방법은 - 놀랄 때 비명 안 지르는 타입이지만 진짜 진짜 진짜 진짜 무서우면 살짝 정돈 비명 나올수도 있음... 하지만 어지간하면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이 없지??? 🤔 아마 땃태랑 뺩(벨)이 당한 것처럼 방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절벽에서 밀쳐진 급은 돼야 삐명 나올걸... 근데 그런 일 생기면 얘 진심으로 화낼지도 모름...
자캐의_후회한_말은 - 음~~~~ 딱히 후회할만한 발언은 없음.... 일단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설정 내에서는?
자캐가_잠에서_깨어나보니_묶여있다면_자캐_반응 - ????? ???? ??????하고 일단 놀라서 조용히 버둥거려봄... 근데 힘으로 끊어짐(?) 음~~~~ 개그로 한다면 저렇겠고 못 푼다면 상황파악부터 천천히 한 다음에 라쉬부터 불러보지 않을까...? 불러도 반응이 없다면 그때부터 불안해질걸.. :ㅇ
>>717 😳🤯 세상에!!!!!!! 너무 좋아요!!!!! 렝주 정말 대단하세요..하나하나 찾는 것도 어려우실 텐데 기타치는 움짤까지 따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뽀다담을 해드려요!)) 정말 멋있어요...하나하나 캐릭터 해석이 맞는 것 같고..그럴 것 같아요! 남이 먹여주는 적폐가 이렇게 맛있다니..저는 인생을 헛살았어요..😂 ((음쪼쪼를 해요!)) 오늘은 아주아주 근사한 하루네요..🥰🥰🥰
제 작은 적폐지만...렝이는 이리저리 날뛰는 걸 생각하니 국카스텐 라이브 콘서트의 개굴현우도 어울릴 것 같아요!😊
당신의 말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기에 주양은 짧게 엗. 하며 지금의 소감을 아주 약간이나마 드러냈다. 괜히 돌려 말했던 게 아니었구나.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것인가 싶으면서도 한 켠으로는 그것을 티내지 않고 잘 설명해준것에 대해 속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것을 차마 입 밖으로 내놓기에는 주양의 성격이 그런 것을 조금 멀리했다는 것이 조금 한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남은것은 두 가지 선택지이다. 조금 멋쩍어하면서도 당신을 배려하고 이야기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평소대로 대하던가. 그리고 주양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했다. 남들이 하는 제대로 된 배려라면 몰라도 주양 자신의 어설픈 배려로는 분명 더 큰 상처를 줄테니 그럴 바에야 평소처럼 대하자~ 하는 조금 길면서도 훨씬 바람직한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주양이 후자를 택한 이유는 단지 자신이 그것을 꽤 어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이라면 몰라도, 그것을 의식하면 이래저래 속이 꼬인다.
"ㅁ, 뭐야, 말 얼버무리지 말고..! 괜히 더 불안해진단 말이야 그거!"
여하튼 그것은 그것이고, 지금은 자신의 척추 건강이 심히 위험할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시점이었다. 패대기쳐지는 것이니 뼈가 안전할것이라는 보장은 못 한다 치더라도 피지컬이 평균 이상인 당신이 그렇게 말해버리니 주양으로써는 불안감이 더더욱 가중될 뿐이다. 사실 저기 일렬로 누워있는 사람들은 곧 병동에 실려갈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상상의 날개를 펼칠수록 그 불안감은 더더욱 커져, 마침내 모든 물보라가 가라앉고 마주한 당신의 뒤로 역광이 비치는 시점에서 극을 달했다. 저승사자가 정말 있다면 딱 이런 느낌이 아닐까.
"어, 어, 진짜로..? 야 그럼 나 그걸로 바꿔. 바꾸게 해 줘어어..!! 꺄아아아아악!!"
그 어떤 전조도 없었다. 뒤로 넘어가는것도 안전하다는 말에 강한 신뢰를 느꼈는지 뒤늦게 말을 취소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팔을 잡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무섭게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새삼 놀라웠다. 그 어떤 힘든 기색도 없이 가볍다고는 못 할 자신을 마치 짐짝 던져버리듯 시원시원하게 날려버릴 정도가 되려면, 대체 힘이 어느정도여야 할까. 처음 자신이 물을 날렸을 때,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내게 하며 물을 튀기던 게 역시 마법이 아니었던 것일까.
의외로 금방 물으로 떨어질거라는 주양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한참 허공을 가르지르며 바다 위를 날았다. 청은 매번 이런 기분이었을까. 꽤 상쾌하고.. 색다르고. 당장 손을 뻗으면 바닷물이 손에 닿겠지. 귓가를 가르는 바람 소리마저도 평소와는 달라 짜릿하고 아찔했다. 마치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된듯한 자유의지를 만끽하며 슬쩍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꿈 깨라는 듯 시원하고 요란하게 물 튀기는 소리를 내며 바다 속으로 푹 가라앉아버렸다.
"으읍..!"
처음은 상쾌했으나 마지막은 조금 아팠다. 다음에는 더 깊은데로 던져달라고 해야 하려나. 그래도 역시 패대기 잘 친다는 그 명성이 괜히 붙은게 아닌, 완벽하면서 아찔한 패대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닷물 속을 매끄럽게 가르며 당신 쪽으로 다가가서는 내민 손을 잡고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 으아, 이거 진짜 짜릿해, 최고야..! 너. 괜히 패대기 머신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게 아니구나? 역시. 믿고 있었다구~!"
한바탕 소감을 쏟아놓고 나서야 당신의 자기소개가 귀에 들어왔다. 현궁 5학년. 같은 나이구나. 이번에도 역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 분명 이 친구라면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키는 데 아주 좋은 기여를 해줄 것이다.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으나, 주양은 씩 웃으며 잡은 손을 위아래로 세차게 붕방거리며 흔들었다.
"내 소개는 아까 했으니까 패스~! 여태껏 청궁 사람들만 유쾌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건 아니었구나~? 다시 봤어!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구~"
그녀와 그의 발이 지상을 떠나 잠시 허공을 헤매일 때, 그녀는 분명 들었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섞였던, 도저히 그에게서 나온 소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운 소리를. 높고 짧으며 한편으론 귀엽다 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을 그 소리를. 들은 직후쯤 되는 순간 수면을 뚫고 그 아래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더 웃을 수는 없었지만, 저 선배가 저런 소리도 낼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은 확실히 했다. 차고 어두운 물 속에서 눈을 뜨면서 말이다.
여기에서만 벌써 두번째인 그녀였기에 물 깊이 들어가서도 허우적대지 않고 느긋하게 그 밑을 유영했다. 단지 수영을 하기 위해 그런 건 아니었다. 혹시나 그가 헤엄을 못 쳐 가라앉으면 데리고 올라가야하는 책임이 있었으니까. 겁도 없이 눈을 뜨고서 잠시 물 속에 머무르며 위를 본다. 그가 무사히 수면 위로 올라가는 걸 본 후에야 그녀도 발을 저어 위로 올라갔다.
밖에서 보기엔 그가 고개를 내밀고 정신을 차린 뒤 타이밍 좋게 그녀가 고개를 내민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막 나와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긴 그녀가 저를 보고 하는 말에 오,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가 그녀를 향해 소리친 말은 예의도 체면도 없이 딱 나잇대 소년과 같은 외침이었다. 역시 이럴 때 정도는 저런 말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한 놀란 표정을 잠시 짓고 있다가 금새 히히 웃는다. 절벽 위와 달리 해맑은 소녀의 웃음이었다.
"어지간히 놀랐나봐요, 선배? 말투가 완전히 무너졌네요~"
재밌어 죽겠다는 듯 늘어지는 말꼬리가 얄밉기 그지없다. 고개를 쭉 내민 채 개헤엄을 치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행동 역시 밉상이 아닐 수 없다. 키득키득, 킥킥.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으며 그 주위를 뽈뽈뽈 돌아다니다가, 그를 보고 멈춘다. 그대로 유심히 응시하는가 싶더니 처음이라는 듯 말한다.
"이제보니 선배 눈은 두가지 색을 담고 있었군요? 이야, 이런 일을 저지른 보람이 있네요. 선배가 그렇게 소리치는 것도 보고 답답-하게 가리던 얼굴도 보고."
이렇게 얻어가기만 해도 되려나, 같은 말들을 가볍게 흘리며 출렁이는 물살에 흔들거린다. 그렇게 저질러놓고도 그의 눈치를 보거나 하지 않는 모습이 당당하다못해 잔뜩 즐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732 그렇다면 쭈도 절벽 다이빙의 자발적 희생양이 되는 걸로? ㅋㅋㅋㅋㅋ 이것도 휴가썰에 넣으면 좋겠다! 사실 이 휴가 젤 재밌게 보낸거 쭈랑 첼이 아닐까 온 사람들 다 만나고 다니면서 별별거 다 보고 하고 다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방에서 만나면 수다 엄청 떨고 ㅋㅋㅋㅋㅋ
>>734 헉 좋지좋지 당연 오케이지~~! 앗 그럴까 이왕 썰풀고 좋은 껀덕지 하나 추가되었으니까 이것도 휴가썰에 넣어버리자구~~ :D 분명 엄청 아찔하다면서 다이밍 한번 더 하자고 조르는 쭈를 볼 수 있었을 것 ㅋ.. () 그러게 한번 나갈때마다 기숙사에서 수다떨거리 엄청나게 들고 오게 되어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이런저런 수다로 친밀감 엄청 쌓았을것 같은데 첼주도 동의하지~? (???)
>>735 한번더라니 쭈도 역시 만만치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넣을거면 나중에 쭈도 땃태나 벨이랑 너두? 야 나두 하는거 찍어주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이렇게 도도첼 이미지를 부순다...! 히히히 ㅋㅋㅋㅋ 아 이정도로 수다 떨었으면 친밀감 안 쌓일래야 안 쌓일수가 없지 이건 인정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 요오망한 쭈주 같으니(???) 이정도 친밀감이면 어디보자....학원이나 라온에서 머주쳤을 때 먼저 생긋 웃어주는 첼이를 볼 수 있겠어 쭈주~~
>>7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쭈 이런 짜릿함에 진심인 딸내미라서 어쩔 수 없다~! 좋아좋아 일단 일상들 다 돌리고 관계란 다시 총정리할때 썰푼거 적어서 완전 공식설정으로 만들고 함 해보겠어! 분명 재미있을거야 :D (벌써 흐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도첼 이미지 부서지고 발랄첼 이미지로 우뚝 서게 되는건가~~! 아 그치그치 내가 사실 이걸 노리고 첼이랑 룸메하기로 한거라는 비설이 있었다는건 첼주도 몰랐겠지~? (대체) 헉 맙소사 먼저 생긋 웃어준다니 진짜.. 진짜 최고야 열심히 수다떨게 만들길 잘했어.. 88 (감격) 첼이랑 일상돌릴때는 반드시 첼이 볼따구에 손 대고
레오는 의외라는 말투로 말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다행히 탈을 쓴 이상한 녀석들과 연계된 일은 아닌것 같았고 정말 단순 심부름인 모양이었다. 레오는 그런거라면 상관없겠지 하고 가벼운 마음을 가졌다. 심부름값으로 기숙사점수나 좀 챙겨주면 좋겠네. 레오는 곧이 곧대로 하는 의외의 모습에 이히히, 하고 웃으면서 지렁이 젤리의 포장을 뜯었다.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젤리인것, 레오는 살아있던 그렇지 않던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처음에야 기겁을 했지만 벌써 여기서도 4년째다.
" 백정? "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나오자 한 차례 더 고개를 갸웃했다. 탈을 쓰는 녀석들중 하나인가보네. 레오는 젤리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 케이크맛. 하나를 더 집어 입으로 가져가면 풍선껌 맛이 느껴진다. 먹던 젤리를 적당히 바위에 올려두곤 무슨 고민이냐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고민까지는 아닌데.. 뭐라고할까.. 버니, 너랑은 다르게 나는 그렇게 엄청 큰 잘못을 저지르고 살진 않았거든. 가끔 싸우기나 하는 정도지. "
말이 잘 나오지 않다가도 운을 띄우니 그 때부턴 술술, 고민이라고 할까 뭐라고할까 하는 것이 나왔다.
"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 그걸 배우고 그걸 연습하면 양심의 가책? 그런게 느껴져서 여기가 불편해. 그런데 동시에 약간 짜릿하다고 해야하나.. 조금 흥분되기도하고. 나는 뭐, '이왕 하는거 잘해보는게 낫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그게 아닌것 같단 말이지. 이왕 하는거 잘해보고 싶은게 아니라 정말 이걸 내가 쓰고싶어서 배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게 음, 무섭다고 해야하나. "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혼자 연습해보겠답시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들쥐를 찾아 크루시오를 썼을 땐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속을 게워냈던 적도 있다. 작은 지네나 쥐한테 쓰는데도 이렇게 거부감이 잔뜩 들고 속을 게워낼 정도가 되는데 아무리 방어용이라곤해도 사람에게 쓴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되는걸까.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지기라도 하는걸까. 레오는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어이가 없어 푸흐흐, 하고 웃었다.
그 말을 끝으로 인내심 좋게 입을 다물었다. 그 이후로 입술 끝을 씰룩거릴뿐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장난꾼들은 반응이 클 수록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렇지만 상대가 좋지 못하네요. 저는 썩... 재미 없는 상대거든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모습에서 차가운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여기서 더 괘씸하다고요? 미리 디멘터들에게 언질해놔야할지도 모르겠군요. 재판에서 유래 없는 괘씸죄 항목이 추가 될지 모르니까!"
갑자기 내달리는 주양에 민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비열한 사람! 민이 새된 목소리로 소리치며 뒤따라 붙었다. 사실 방금 자신이 쓴 다리 묶기 주문이 아니었다면 거리 좁히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하! 마법사한테 마법을 쓰지 말라는 법이 있던가요?"하고 한껏 비웃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꾸라진 주양의 무릎이 약간 걱정되긴 했으나 민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제 마음의 상처는 그보다 크고 짙었을뿐만 아니라 머트랩 용액따위의 마법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었다.
"시작부터 얍삽하게 굴어놓고서 이기면 무슨 재미인데요? 짓궂은 장난 놀음보다 못한 짓이에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오늘부터 새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당신이 저지른 일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건 아니에요. 자, 사과를 하는 멋진, 엇."
바로 주양을 지나치고 파도를 향하지 않은 것이 민의 폐착이었다. 오래간 억눌려온 오지랖이 발동되면서 주저리주저리 잔소리를 늘여놓느라 한창 주양의 곁을 맴돌았던 것이었다. 애초에 내기에서 이기는 것 자체보다는 주양을 골탕먹이고픈 마음이 더 컸으니 이런 행동을 하는게 아주 이상하지는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제 말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주양의 마법에 반응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당신은 정말, 스투,페,파,이!"
저기요. 아무리 그래도 기절 마법을 써버리는 건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다행히도 민은 몹시 느린 속도로 지팡이를 휘둘렀고 엉망인 마법 주문이 성공할리가 만무했다. 지팡이 끝에서 빛줄기가 쏘아지려다 말았다. 썩 낭패하는 눈치는 아닌 것이, 민은 제 주문이 실패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었다. 반쯤 장난으로 주문을 외웠던 것이다. 반쯤은 진담이었다는 소리지만 이미 주문을 장렬히 실패한 마당에 중요하지 않은 정보다.
"됐으니까, 와서, 주문이나, 풀어, 줘요."
드문드문 나오는 목소리가 무척 느리고 단조로웠다. 민이 아주 느리게 팔짱을 끼고는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
>>737 ㅋㅋ 관계란 정리할거 벌써부터 고민되는건 나만 그래? ㅋㅋㅋㅋㅋㅋ 사실 쭈주라면 살짝 노리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썰풀이 제안한 거라구~~ 후후 내가 그저 관계만을 위해 제안했을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볼따구에 손대는 건 꼭 일상에서 해보는 걸루 하자구~~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친구인 너를 위해서 내가 한 발 물러나주도록 할게~ 그리고 나는 너가 어떤 반응을 보여주던지 만족한다구? 그래도 역시 감정 기복이 너무 없으면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나~?"
비록 재미는 반감될지라도 사람마다 보이는 반응들이 마냥 한결같다면 그건 이렇게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는것보다도 훨씬 재미가 없을 것이다. 컨트롤 C+V로 복사 붙여넣기를 한것같은 반응은 주양 역시도 사양이었다. 다만, 역시 조금은 사상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그로 인한 의문점 역시 생기기 마련이었다. 자신은 짜릿한 감정 기복과 그때그때 시시각각 다른 반응을 선호하는 반면 당신은 그 반대였다고 느꼈으니. 그나마 직설적으로 팍팍 꽂아넣지 않은 것은, 서로 친해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어머나~ 좋아. 그렇게 해 주겠어? 그 재판에서 나한테 유죄를 선포하고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할 수 있도록! 아아. 분명 그것도 장난 아니게 짜릿할거야. 후흐흣.."
괘씸죄. 비열한 사람. 그 어떤 달콤하고 부드러운 수식어보다도 자신에게 찰떡마냥 잘 들어맞는 수식어. 자신의 타고난 성질머리를 잘 표현해줄수 있는 단어들. 주양의 입꼬리는 다시 한 없이 올라가 비열한 미소를 내걸었다. 아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친해지고 싶다. 친해진다면 지금의 이 수식어를 두 번 다시는 듣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부디 자신의 예상을 깨고 그때도 자신에게 이런 수식어들을 잔뜩 내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역시 이래서, 평소 대화 교류가 적었던 상대와의 본격적인 대화는 상당히 즐거울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 다음 과정은 그 업보를 청산이라도 하듯 보기 좋게 바닥에 풀썩 자빠져버리는 것이기는 했지만. 으윽, 하며 주양은 땅과 맞닿아버린 손에 힘을 주었다. 먼저 꼼수를 허락한 것. 자신의 특기를 내어준 것이 분했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자신에게 거리낌없이 도발을 걸며 설교를 하는 상대가. 방금 자신과 같은 역경을 겪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더욱 주양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이거지. 바로 이거지. 이 맛에 내기를 걸고 도박을 하는 거지. 이런 다채로운 반응을 보이는 상대라면. 그 무엇이라도 내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마법이 명중한 것을 확인하고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며, 주양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치만, 이기기 위해서는 원래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게 맞잖아? 이 세상은 정정당당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기도 하고~ 뭐랄까, 일단 이기기만 하면 그걸로 그만이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당신에게 이야기하면서도 슬쩍 고개를 갸웃일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사람이 아니다. 내가? 그럴 리가. 잘못된 사람이 아니었다면 분명 인생을 이렇게 살지 않았겠지. 조금 더 보람찬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주양이 그 생각에 빠져들어버려 잠시 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내기에는 청을 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벼운 걸 걸었음에도 진심으로 이기려 드는 것은 주양의 천성이요 평소 걸던 내기에서 들인 몹쓸 버릇이기도 했다. 물론 얍삽이를 사용하면 승부 그 자체에서 오는 재미. 즉 건 사감과의 동전 내기에서 느꼈던 상상 이상의 아찔함은 느끼지 못하지만, 아찔함을 느끼는 것 만큼 자신의 승리에 진심이었기에. 그런 방법들을 쓸 수 있을땐 최대한 사용하는 것. 그것이 주양의 내기였다.
"맙소사. 스투페파이를 쓰려 한거야? 나는 폭파 마법 쓰려다 말았는데! 역시 우리 뭔가 통하는게 있나봐. 응? 그냥 내기가 아니라 모의전이었다면.. 분명 더 재미있었을텐데. 아쉬워라~"
꼼수를 쓰고. 서로 그 꼼수에 넘어가고. 그럼에도 서로 분하다고 생각하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까지 두는 상대라면. 분명 모의전에서 더욱 재밌게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꽤 아쉬웠다. 나중에 서로 겨룰 기회가 찾아온다면, 실력 발휘좀 해 볼까. 주양은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느릿느릿한 당신을 바라보며 그저 늘 짓는 미소를 짓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가 다시 지팡이를 당신에게 겨누었다. '피니테.' 하고, 당신에게 걸린 마법 주문을 풀어주며.
"그래도 나. 먼저 앞서가지는 않았다? 친구가 정정당당을 원하는 데 한번쯤은 그렇게 해 줘야 더 재미있는 법이겠지. 자. 여기서부터 다시 내기 시작하는거야~?"
이번엔 마치 동일선상에서 출발하겠다는 것처럼 조금 뒤로 물러서서 자기 자신에게 핸디캡을 주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니플러 집단, 오늘도 수확이 괜찮았다는 듯이 그들은 자신의 물건들을 펼쳐두고 낄낄대며 즐거움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수상한 남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라라랄라~ 라랄라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악마나 다름 없었다. 분명 보기에는 평범한 양복같았으나 전신에 구멍이 숭숭뚫려 맨살이 보였고, 분명히 안감을 덧대고 있을 셔츠는 찾아볼수도 없었다. 거기에 매단 넥타이는 말그대로 언밸런스의 극치,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어디서 났는지도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를 머글 사회의 소방관 모자까지, 그 두려운 패션에 니플러들이 움찔 거리며 도망갈 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어딜 도망가!!"
알수없는 괴성과 함께 순식간에 광기가 니플러 하나를 덮쳤고, 그 온몸 구석구석을 덮치는 광기에 가까운 손놀림에 니플리는 웃음과 비명의 중간 사이의 새된 소리를 내면서 있는 물건을 죄다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그들의 시선과 광기의 눈빛이 마주친다.
악몽이었다. 분명히 아까전까지만 하더라도 재밌게 그 상황을 즐기고 있던 자기들이 아니던가, 그 소박한 즐거움은 갑자기 장내에 나타난 한 마법사로 인해 모든게 깨져 버렸다. 지금 이 니플러는 그저 그 공포가 지나가기만을 빌면서, 숨을 죽인채 나무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킁킁, 냄새가 나는데, 도둑놈 냄새가....." 순간적으로 목구멍 너머로 목소리가 튀어나올뻔 했다. 초인적인 참을성을 내며 니플러는 지금 이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가길 빌었고, 마침내 신이 그 기도를 들어주기라도 한 듯이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그 순간에 안도, 다음부터는 착하게 도둑질을 하겠다 마음 먹고 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천천히 일어날려는 찰나,
"찾 았 다."
고개를 돌아보자마자 바로 마주친 광기의 습격에 니플러는 그저 구슬픈 비명을 내며, 탈곡기 마냥 탈탈탈 털리고, 행해질수 있는 온갖 간지러움의 향현 앞에 있는 것을 다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후, 그자리에는 나무위에 걸린, 털이 듬성듬성 빠져버린 니플러 한마리만 걸려있을 뿐이었다.
니들러의 새됀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진다. 광기가 습격해오고나서 벌써 30분의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도망칠 동료들은 다 도망쳤고 도망치지 못한 자신을 포함, 총 3마리의 동료들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진즉에 들킨것인지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토끼굴 속에 숨은 자신만이 이 공간에 남아 홀로 외로이 버티고 있었다. 제발 들키지 마라라고 빌면서 어떻게든 조용히 지키고 있었지만, 갑자기 우악스러운 손길이 그 자그마한 몸뚱이를 훑기 시작한다
-"ㅃ....."
비명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고 견디자 계속 자신을 잡으려던 손길은 그대로 빠져 나갔다.
"뭐야, 토끼였나?"
그 말 한마디가 들리고 니플러는 천천히 눈을 뜬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천천히 굴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 그 해괘망측한 공포가 자신을 내려다 보며 싱긋 웃었다.
"히얼스 쟈니~"
그와 동시에 우악스러운 손길이 가여운 니플러의 자그마한 몸뚱이를 덮쳤고, 비명이 되지 못한 새된 소리와 함께 그 니플러의 몸을 샅샅이 훝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니플러 또한, 그의 동료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이러라...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부족한 체력과 지쳐빠진 정신은 민을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봐 운동을 멀리하더니 그 업보를 그대로 받은 까닭이었다. 민은 고개를 한 번 까닥이고 만다. "주궁 사람이라 모르려나? 나는 그 반대에 가깝거든요. 기숙사를 추릴때 주궁을 먼저 제외했고 그 다음은 청궁이었거든요. 봄이랑 여름은 저에게 너무 버거워서말이에요." 당신의 기대치도 나에게 버거울까요? 장난스러운 민의 목소리가 주양의 귀에 닿았다.
"짜릿하다고요? 그 끔찍한 곳이? 나참, 제가 말했지만 그쪽도 참... 이상한 소리하지 마세요. 그 곳에 가면 일상을 송두리채 빼앗기게 되는 거라고요. 자, 불 쫓는 부나방처럼 구는 짓은 그만합시다. 당신은 나방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때로는 돌아갈 줄 알아야지요."
민이 과장된 목소리로 답한다. 평범한 반응에서 벗어났다고 바로 훈계질하는 모양새가 학생이 아니라 어디 서당에 고집센 훈장님처럼 보였다. 좀 더 속된 표현으로는 꼰대같다라고 말할 수 있다. 민은 주양의 어깨를 붙잡고 몸을 틀어 파도치는 푸른 바다를 향하게 했다. 민은 바다의 지평선 끝과 하늘에 맞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보더라도 퍽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당신이 쫓을 건 여기 있네요?" 웃음을 흘리며 주양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민은 주양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기보다는 느려터진 몸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팔짱을 낀 모습이 모래에 자리잡은 질긴 초목처럼 느껴졌다. 마법주문을 풀자마자 좋은 나무 만난 딱다구리처럼 쪼아될지 모를 일이었다. 실로, 민은 주양의 말이 옳지 않다 여겼는데, 그건 민의 오래된 딜레마이기도 했다. 마법이 푸리자 민이 숨을 토해냈다. 주양이 다가오자 불쑥 검지를 내밀며 못한 대답을 몰아붙인다.
"우선, 수단과 방법을 가린다고 필패할 내기라면, 그냥 지세요. 우리가 가진 떳떳함은 정정당당하게 살기 힘들다고 포기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기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시나요? 그럼 제가 몇번이고 져드리죠. 선배는 방법과 수단을 가리고 이기세요."
잠시 몸이 마비되었다 풀렸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얼마나 빠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민이 빠르다 생각한 자신의 말이 평범한 사람들의 말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어느정도 감을 잡은 민의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굼뜨고 나긋한 음성이었다.
"오, 농담도 싫어요. 지금까지 벌인 모의전의 개수도 손에 꼽을만한데 선배는 아주... 많이 해봤을 것 같네요. 선배랑 맞붙었다가진주 품은 조개꼴 날게 뻔히 보여요. 전 실전에 형편없으니까요. 상상만해도 굴욕적이고 치욕적이에요."
민이 투덜투덜거리며 에둘러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자신은 형편없는 싸움꾼이고 주양의 흥미를 끌만한 부분이 전혀 없음을 어필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오호, 민이 주양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봤자 자신은 질 것이다. 처참하게 질지,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질지의 차이겠지. 그럼에도 이 상황이 제법 기꺼웠다.
결론적으로 주양의 반응은 그로서는 만족할 만했다. 갑작스럽게 숙연해지는 분위기나 과한 친절 같은 것에는 진저리가 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양에게 닥친 위협이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와 주양의 심정은 어찌 되었든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이 시각, 이 자리엔 오로지 던져질 사람과 던질 사람만이 존재할 따름이니까.
"늦었어요."
색 옅은 푸른 눈이 번뜩이며 휘어진다. 말투가 묘하게 단호한 한편,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흥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강력한 묵살이 뒤이어진다. 짧게 숨을 참고, 허리가 돌며, 휘둘러지는 팔을 끝으로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주양이 저 멀리로 비행했다. 사람이 날아가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포물선까지 그리며…… 풍덩. 혹시라도 주양이 다치거나 허우적거릴지도 모르니 가까이 가 확인하려 했었다. 원래 사고란 항상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법이니 주의해서 나쁠 것 없으니까. 본인이 위험한 짓을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뺀다면 지당한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주양이 손을 붙잡고 뗀 첫 마디를 들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해서, 그는 안부를 묻는 것보다 먼저 웃음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이러려고 일부러 장난치신 건 아니겠죠?"
오히려 주양은 아까보다도 더 활발해진 기색이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리라. 붙잡히기 직전 불안해하는 기색에 깜빡 속아 그대로 속행해버렸는데, 이제 보니 던져지는 걸 즐긴 것 같다……? 짜릿하다, 믿고 있었다, 소문을 자자하게 들었다, 그리고 맨 처음 했던 '던져버리지 않으면 계속하겠다'라는 묘하게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주양의 익스트림 어뮤즈먼트를 위한 밑밥이 아니었나 싶다. 던지기 전까지 장난칠 거라 말하기도 했으니 알아챘더라도 주양을 던져야만 끝이 났을 테지만. 웃음기 어린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주양이 휘두르는 속도에 맞춰 팔을 마주 흔들었다.
"네, 저도 좋아요. 그런데 어디 다친 곳이 있으신…… 괜찮은 것 같긴 하네요. 맞죠?"
평소 같았으면 남의 상태를 단정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테지만 정말로 주양은 말끔한 것만 같아 솔직한 심정이 나와버렸다. 한편 대화를 하려니 어느새 라쉬가 멀찍이서부터 느릿느릿한 발짓으로 헤엄쳐 왔다. 상황을 관망하자니 물놀이는 잠시 휴전이라 생각해서인가. 아니, 정확히는 수영에 익숙하지 않아 슬슬 혼자서 헤엄치고 있기가 힘들어진 모양이다. 맨 처음 개헤엄을 도와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자연스레 다가온 개가 그의 팔뚝에 휙 제 상체를 올리고 매달리자 그는 어르듯이 제 어깨를 짚고 올라앉도록 라쉬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안락하게 안착한 커다란 개가 고개를 돌려 주양을 보았다. 혀를 내밀어 바닷물에 젖은 제 코를 낼름 핥고는 목을 쭉 빼 주양에게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얘는 라쉬예요."
아무리 힘이 좋다지만 사람 하나만 한 덩치를 계속 앞에 안아 들고 있기는 무엇했는지 그는 고개를 숙여 개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자세를 바꿔 라쉬를 등에 들쳐업었다. 무게가 아니라 부피 큰 애견이 주양의 시야를 가리는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의기양양하게 주인의 등짝을 밟고 선 라쉬가 정상에서 앞발을 휙휙 흔들며 주양에게 무어라고 발짓을 했다. 아마도 아는 척 내지는 관심 끌기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작이다. 자기소개가 주제인 듯하니 한창 기고만장해진 상태였다.
길은 여러개여도 결국 닿는 답은 하나였다. 받아치고 싶어서, 스스로를 지키고 싶어서, 남을 고통주고 싶어서. 여러가지 길이 있지만 결국은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잘 다루고 싶다는 것에 도달한다. 레오는 버니가 가까이 다가오는 만큼 뒤로 조금 물러났다. 무서워하지말고 잊어버리라는 말에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 귀곡탑의 문이 열리고 레오는 안으로 따라들어갔다.
" 어.. "
살아있는, 그것도 어린 니플러. 삑삑거리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대고 주문을 써보라는 말. 레오는 당황한 표정으로 니플러와 버니를 몇 번이나 번갈아 쳐다보았다. ' 지금? 얘한테? ' 하고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기도 하면서. 거부감이 확 올라왔다. 그럼에도 레오는 꿈지럭 거리며 천천히 지팡이를 들고 니플러를 겨누었다.
살아있는 생명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쓴다는 것은 꽤나 거부감이 드는 일이다.
여기서 살아있는 생명이라 함은, 조금 오만하고 편파적이지만 어느 정도 크기가 있고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들 따위의 총칭이었다. 다른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이미 어느정도 익숙해져있었다. 싸움에 뛰어들고 주먹을 날리고 피를 토하게 만들었었으니까. 다른 점이라면, 그 때는 서로에게 나는 널 때리고 너는 날 때린다는 무언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고 한 쪽만이 고통받는 것이 아닌 일종의 경쟁처럼 서로의 이념이 강하게 부딪히는 것이었고 지금은 아무런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준다는 걳이었지.
막상 저주를 사용하려고하니 역한 거부감이 잔뜩 올라왔다-는 사정이랄까.
여하튼 레오는 몇 번이나 버니와 니플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저주를 사용했다. 움찔움찔 거리며 제대로 말을 못하고 몇 번이나 주문을 삼키다가 무언가를 결심한듯 주문을 사용했다. 1초, 3초, 5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이 선택은 역시 아니었나 싶고, 이미 끝난 일인데 어째서 자꾸만 생각이 나는 것인지. 약간의 자기혐오와 미안한 감정, 양심의 가책과 해냈다는 뿌듯함과 잘못을 저지른데서 오는 짜릿함이 소용돌이 쳤다.
"오호라.. 그럴 수 있어! 그치만 감정 기복이 없는 게 아니라면 내 기대치는 너한테 전혀 버겁지 않을거야. 안심해도 좋아~?"
물론 자신의 기대치를 받아들이느라 힘들 수 있다거나 혹은 자신의 기대치가 너무 과하면 이야기해달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만 이것 저것 끼얹어봐야 영 바람직스럽지 못하게 될 것이며 주양 자신은 그런 말들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봄과 여름은 자신에게 버겁다는 당신의 말이 저말 그 계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거라는 것이었다. 청궁. 그리고 주궁. 활동력이나 행동력이나 어디 하나 꿇릴것 없는 쌍두마차와도 같은 기숙사였으니, 당신의 성격에는 충분히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 아으으, 알았어, 알겠다구~ 나한테도 아직 해야 할 일이 한 가득 남아있으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안 할게. 그러니까~ 훈계는 그만! 멈춰!"
기린궁으로 간 선배 이후로 자신에게 훈계를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훈계는 언제 들어도 진절머리나는 것이었다. 게다가 더욱 구체적으로 체계화된 훈계를 들으니 아무리 주양이라도 이번만큼은 완전포기선언을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축하한다. 당신은 주양의 몹쓸 대쉬와 장난을 잠깐이나마 억제하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질려하는 반응을 보였기는 해도 이후 자신의 시야 가득 들어온 바다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오오 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뭔가. 그냥 생각 없이 보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 당장의 내기를 쫓으라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런 풍경과 어우러지니 더더욱 감격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으. 지는 건 싫다고! 그치만 무기력하게 져주는것도 싫어. 떳떳함? 상황에 따라서는 버릴 줄 알아야지! 사람이 가진 융통성이라는 건 취할 땐 취하되 버릴땐 가차없이 버릴줄 알아야 비로소 그 빛을 발하는 거라고?"
으.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열심히 자신이 그동안 품고 있던 개똥철학을 남발한다. 그러면서 당신의 말들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들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자신의 반칙으로 화내거나 짜증내는 모습을 즐긴다는 것 또한 존재했다. 그냥 또 다시 임페디멘타를 써서 느릿느릿하게 만들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 주양은 괜히 입맛을 다시면서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아까처럼 같이 비명 지르며 달려나가던 유쾌한 모습이 그리워졌다. 자신의 고장난 성질머리가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은 새까맣게 망각한 상태였다.
농담도 싫다.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것도 싫다. 그렇다면? 주양은 이제야 감이 좀 잡힌다는 듯 아까의 질린다는 표정을 벗어나 다시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하. 하고 괜히 손가락까지 착 튕겨가며 과장되게 알겠다는 몸짓을 하면서.
"그래, 이제 이해했어. 너도 나처럼 지는 거 싫어하는 그런 사람이구나~! 에이. 진작 말하지! 내 말마다 하나하나 반박하길래 엄청 깐깐한 사람인 줄 알아버렸잖아~"
결과적으로, 끊길 뻔한 당신에 대한 흥미는 질기게도 다시 이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전혀 쌩뚱맞은 뜻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며 어깨를 으쓱이는 모습이 마이페이스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학생대표가 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화룡점정으로, 주양은 그 생각이 옳은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케이, 좋아~ 이번만큼은 내 친구가 원하는 대로 정정당당하게 붙기로 했으니까! 대신. 결과에 대해 번복하는건 절대 안된다? 그때는 다시 반칙을 써서 내가 이기는 결과로 돌려버릴거니까?"
이 정도 핸디캡이 주어지기는 했어도 충분히 당신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묘한 믿음이 있었기에, 주양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내비쳤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다시 시작된 정정당당함에 대한 짜릿함 역시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는 했어도, 역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승부 앞에서는 다시 겜블러로써의 본질에 불이 지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전에는 먼저 내기를 제안했던 사감님. 이번에는 자신의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태클을 거는 재밌는 후배. 그때도 이겻으니 지금도 이길 것이라는 보장이 없긴 했으나. 이왕이면 이겨서 당신에게 뭐라도 한 턱 쏘며 당당한 모습을 내비치고 싶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출발!"
시작 신호가 떨어지고. 주양은 당신이 달릴 때까지 잠깐의 시간을 준 다음에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잦은 장난과 내기로 청궁 사람이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많았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이 왜 주궁 사람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서서히 박차를 가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던져지기 전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당신의 목소리에 담긴 숨길 수 없는 흥이었다. 황당해하는 것은 역시 겸손함일 뿐이었을까. 패대기치는 걸 꽤나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조금 과도하게 나가는 건 아닌가 싶었기는 했으나 지금은 그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였다. 서로 즐거워하고 있다면 그걸로 그만이지 않겠는가.
".. 아하하~ 눈치가 꽤 좋은데! 사실 조금 노린것도 없지는 않았어! 남들이 공인하는 패대기 머신이라면 실력이 대단할거잖아? 뭐랄까. 나도 그 명성,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할까나~"
캡을 벗고 머리에 묻은 물기를 대강 털어내며 다시 씩 웃었다. 어쩌면 너무 그 속이 훤히 드러나는 접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당신의 반응을 보면 그건 아닌 듯 싶어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역시 처음에 패대기쳐달라고 말하지 않고 이래저래 진심으로 나오게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런 부탁을 받으면 조금 당황해 진심보다는 약하게 나오지 않겠는가. 상대가 진심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밑밥은 필수다.
물론 자신의 물보라마저도 순식간에 가르고 제 앞에 어마어마한 위용을 선보이며 다가왔던 당신의 행동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라 순간 그 기세가 꺾여버리기는 했다만. 지금만큼은 그것도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더 짜릿하게 즐길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면 전혀 자존심 상하거나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흑흑, 패대기 당하고 걱정까지 못 받았어... 그래도 너가 말한 것처럼 아주~ 괜찮으니까, 그렇게 해도 상관 없지만! 아. 근데 다음에는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던져줬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있어~"
꽤 강했던 패대기의 영향으로 생각보다 깊이 자신이 푹 가라앉았다는 영향이 있다. 그래도 밑바닥에 큰 돌이나 따개비나 굴껍질 같은 위험요소가 없이, 조금 거칠지만 그래도 보드라운 모래가 깔려 있어서 큰 상처는 면했지만. 그대로 확 꽂히는건 역시 조금 아프기는 했다. 이윽고 아까 자신의 물보라를 맞을까 걱정했던 큰 강아지 한 마리가 이리로 서서히 헤엄쳐와 당신에게 매달리자 저도 모르게 눈매가 곱게 휘어졌다. 귀엽기도 해라. 주인과의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했던 것이 조금은 무안해질 만큼 훈훈한 모습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다른 상황은 신경쓰지도 않고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시작했던 것이 원인이었다는 생각에 그 무안함이 커졌을지도 몰랐다.
"오호라~ 여기에 이 친구를 데려왔다는 건. 역시 이 큰 친구가 너의 패밀리어일까? 안녕, 라쉬~ 의도치 않게 주인하고 어울려 노는 시간을 방해해버렸네. 양해 바랄게?"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미안하다는 말을 쉬이 못하는 것은 역시 어쩔수 없는 주양의 천성이었다. 자신에게 고개를 내미는 라쉬의 모습을 보며. 정확히는 시야 한가득 차버린 그 모습을 보며 주양은 한차례 경박스럽게 웃어대면서 라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패밀리어는 주인 닮는다고 해야 하나. 덩치가 큰 것 하나만큼은 주인과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청이는 어디 갔으려나. 아까 갈매기에게 쫓겨 기숙사 방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못 봤기에 주양은 청을 찾느라 한참 주변을 둘러보는 헛짓거리를 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으음~ 나도 패밀리어를 좀 소개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안 보이네! 저택에 오고 맨날 저쪽 절벽에 있는 갈매기랑 싸움 붙어서 시끄럽게 굴던 애인데.. 너도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뭐,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잘 하고 있을 테지만~"
생김새를 묘사하지 않고 소리만 알려준 것은 당신에 대한 아주 약간의 배려였다. 어차피 생김새를 알려준다고 한들, 금방 떠올리기는 힘들 테니까 그 다음으로는 자신이 생김새 묘사를 잘 못 한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앞발을 휙휙 흔들며 발짓을 하는 라쉬의 모습을 보며 주양은 컥 하는 소리를 냈다. 조금. 심장에 유해한 모습이다. 휙휙 내젓는 앞발을 살포시 잡아, 아까 악수하던 것보단 약하게 위아래로 살살 흔들며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언니라고 해야 하려나, 누나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너 주인이랑 친해질 예정인 서 주양이야~ 잘 부탁해, 라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일단 한번 이야기를 걸어보는 것은 귀여운 생물을 앞에 둔 사람의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 일 것이라고 주양은 믿고 있었다. 괜히 손가락 끝으로 라쉬의 코도 한번 톡 건드려보고.
속을 비워내고 싶다는듯 헛구역질을 하던 레오는 '어으..' 하고 천천히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듯 했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에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 레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분명히 가슴속에 느껴지는 감정인데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그런것. 기분이 나쁘다, 기분이 좋다 따위가 아닌 조금 더 고차원적인 어떤 것.
아, 이런거였구나.
" 이히히... "
레오는 조금은 알겠다는 것인지 웃음소리를 흘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증오라던가, 죽이고싶다던가 하는 마음따위가 아니었다. 왜 싸웠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싸움의 발단은 항상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와 그 무시에서 비롯된 시비에서 시작되었지. 시작만 다를뿐 끝은 전부 똑같았다. 레오는 뭔가 결심했다는듯 두 어번 정도 심호흡을 하곤 버니의 앞에 섰다.
" 야. 부탁 하나만 하자. "
지팡이를 손에 꼭 쥔 레오는 지팡이를 쥐지 않은 손으로 자기 볼을 톡톡 쳤다.
" 한 대 때려봐. 세게 때려도 괜찮아. 못 때리겠으면.. 그래, 배를 때려도 좋아. 세게 한 방 날려봐. "
필요한것은 증오나 죽이고싶다는 마음의 아니었다. 누구나 감정은 가지고 있고 레오역시 그런 감정을 어딘가에 안고 살았으니까. 필요한것은 액션이었다. 불씨를 던져준다거나, 살짝 밀어주는 킥 정도. 딱 필요한 것은 그 뿐 이었다. 생각해보면 지난번 습격을 당했을때도 패닉이 왔었지만 제 친구들이 고통받거나 자신이 무시당하자 곧바로 뛰쳐나갈 수 있었지. 원동력은, 그것이었다.
다시. 주작님을 도와줄 시간이 찾아왔다. 더위에 습기까지 머금은 이 묵직하면서도 찝찝한 공기는 역시 주작님도 더위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받게 만들었다. 이전의 감 사감님의 요구사항도 그냥 물을 가지고 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지극히 간단한 요구가 아니었는가.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짭짤한 보수를 챙겨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뭔가. 거액의 현상금만을 노리는 현상금 헌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은.
또 한 켠으로는 다시 신탁을 들을 수 있다면 들어두는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모두를 믿지 말라는 것은 그 폭이 너무나도 넓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패밀리어도. 전에 은하수에 있던 게도. 길가의 풀도. 숲의 나무도. 지천에 널린 모래와 돌멩이마저도 믿지 않고 지내는 것은 그냥 미치광이나 다를게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양의 과대해석이 다량 함유된 의심이었으나 가능하면 그 폭이 조금 좁혀졌으면 좋겠다고 느끼며, 크롭티와 핫팬츠 위에 조금 두꺼운 외투를 걸쳐입었다. 지난번. 현궁의 겨울을 망각하고 외투를 제외한 채 벌벌 떨면서 물을 받아온 기억이 아직 선명했다. 곤 사감님께 가기 전 외투를 벗기만 한다면 그걸로 그만이겠지. 주작님도 이 정도는 이해해줄 것이라고 느꼈다.
"감 사감님, 오늘도 현무의 물 좀 얻어가려고 찾아왔어요~! 오늘은. 어떤 요구사항을. 들어드릴까요..?"
허나 겉옷 안에 입은건 극히 짧은 반팔 반바지였으니 여전히 춥기는 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이 상황이란. 뭔가 여러 의미로 엄청났다. 얼른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만이 주양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감 사감님의 요구사항이 이전과 같은 간단한 것이었다면 주양은 손쉽게 해냈을 것이고, 인간 찬가 함유량이 150%에 수렴하는 요구사항이었다면 동공지진을 일으키면서도 어떻게든 해냈을 것이다. 일단 주작님의 헬프콜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으니.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외투를 벗었다. 이 정도 노력이라면 분명 주작님도 가상하게 여길 것이다. 다음 심부름 때는 그냥 평소 꽉 싸매던 옷차림 그대로 입고 가더라도 '내가 주작보다 더위 잘 버틴다! 나 개쩔지? ㅇㅈ? ㅇ ㅇㅈ~' 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
"자자. 여기 부탁하신 물 가져왔답니다~ 오늘도 빠르고 신속정확한 주양콜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고객님! 감사드립니다~!"
전에 몽고메리 부인에게 초콜릿을 배달해줄때 들였던 이상하고 엉성한 머글 택배 따라하기 버릇이 들어버렸다. 주양은 상큼하게 한쪽 눈가를 찡긋이며, 신탁이 있다면 듣고. 없다면 사감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802 끄으윽 분하다.. 나는 오늘도 내 기력을 헌납해야만 하는가.. (츄ㅜ욱)(??) 아유 하기싫어 하는거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2인퀘같은거 있으면 가기 싫어하는 렝이 억지로 끌고 퀘 하러 가보고싶기도 하고.. 움직이는거 귀찮아하면 키 줄어든다~? 하면서 또 살살 약올리는 쭈가 떠올리기도 하고 :D
>>804 (반들반들) 당신의 기력 렝의 기력으로 대체되었다 :D! 저번 퀘스트 할때도 다른 사람들 열심히 여기도 뒤적거리고 저기도 뒤적거리고 할 때 레오챤 혼자 하기싫은 티 팍팍 내면서 눈으로 대충 훑어보고 말았죠 :ㅇ.. 2인퀘 재밌겠다!!!! 레오챤 가는 내내 궁시렁 댈 것 같은 느낌.. " 아유...하기싫어... 이걸 왜 우리가 해야돼.. 그냥 사람불러 이런거는~ 아니 시키니까 하기는 하겠는데.. 전문가한테 맡기면 더 편할텐데 왜 맨날 우리가 이거를.. 후.. 야, 움직이기 싫다. 업어주라 " 같은.. 그런 모멘트..!
>>805 후후 그래도 렝주의 기력이 되었다니 이 쭈꾸미는 뿌듯한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겠어야.. 라고 할 줄 알았지 반들반들해진 렝주 기습 쓰다듬기다! :D (쓰다다다다다다다다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켓 찾는 퀘스트였나? 무심하게 슥 보고 마는 느낌이라서 인상깊었어! :) 가는 내내 궁시렁거리는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판에 업어달라고 하는것도 좋아 '역시 꼬맹이라 그런가 투정이 많아~' 하면서도 업어달라고 하면 자세 낮추고 바로 업어줄것같고.. 윗공기는 어떠냐면서 슥 웃을것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808 진짜 가는내내 궁시렁거리고 짜증잔뜩 부릴텐데 괜찮나용 :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업어주면 진짜 귓전에다 대고 ' 아유... 하기싫어... 언제끝나.. 아휴... 사람부르면 편할텐데 왜 우리가 해.. 아휴... ' 하고 계속 속삭일텐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시키니까 하기는 하는데.. 하면서 뒤에 업혀서 손가락 쫙 펴서 '저기 같은데' '아니면 저기' 이런식으로 방향만 지시하거나 업힌채로 가다가 아는 사람 만나면 마치 이 상황이 당연한 일인것처럼 손 살짝 들고 '여어-' 할 것 같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업어주는게 아니라 쭈가 업어주는거니까 괜찮아~! 헉 렝이의 궁시렁 ASMR.. 이건 절대 놓칠수 없다! :D 그 궁시렁 듣고 괜히 마음 급해져서 얼른 끝내면 되잖아! 조금만 참자. 응? 이 언니가 후딱 끝낼테니까..! 하고 어느순간 어르고 달래고 있는 쭈.. () 손 살짝 들고 여어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레오 전용 자가용(?)이 되었는지 의문 가지면서도 쭈도 아는 사람한테는 꼬박꼬박 잘 인사해줄것 같다!
>>81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귀여움 포인트는 넓고 광활하니까~ 딱 포인트를 짚자면 따란 하는 게 귀여웠어 :D 이리와 더우니까 쓰다듬이나 볼꼬집 대신 에어컨을 선사해주지~~! (그리고 들고온 건 산업용 냉각기)
>>818 언니 ㅋㅋㅋㅋㅋㅋㅋ 그 소리 들으면 뒤에 업혀서 ' 너 지금 뭐라고 했냐? ' 하고 ' 주둥이. 응? 주둥이 조심해야지. ' 하고 파바박 하고 때리겠는데용 ㅋㅋㅋㅋㅋㅋ 무너지면 자기도 다치니까 세게 때리진 못하겠지만 적당히 파바바박 하고 때려주고는 자기 할 일 끝나면 다시 얌전히 업혀서 귓가에 대고 궁시렁궁시렁 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이로제 걸릴지도 몰라요 하루종일 '아유...하기싫어...'이러고 있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렝주도 다시 안녕! 역시 더울때는 샤워 한번 싹 해주면 잠깐이나마 개운하지~! :D (쮸와아아아아아압)(?)
>>8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원히가 될 것 같으면 내가 다시 힐 쏴서 살려줄테니 괜찮아~ 내가 허락하기 전까진 누구도 죽을수 없자는 건 유효하다구? 암 땃쥐 유!! (냉각기 on)
>>834 앗 다시 투닥거리게 되고 마는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주일 언니 말고 이주일 언니 할걸 하고 후회아닌 후회 하면서도 엊은 상태라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이로제.. 꾹꾹 참다가 거의 크루시오 두방 연속으로 맞은것마냥 괴로워지면 결국 못 참고 자꾸 그러면 너 확 내려두고 나 혼자 가버린다?! 하고 위협할것 같은데 정작 그렇게 하진 못할거같고! :D
>>846 아니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만악의 근원은 나였던건가..! 땃주의 볼냠에 만족해버린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볼을 노리지 않아도 되니.. 음 세계평화 인정~~! 메데타시 메데타시~~ (?????) 물론 땃주의 볼에는.. 그저 애도를... ()
>>841 하기싫은 일 억지로 할 때의 레오챤은 무력감이 진짜진짜 엄청나기때문에 진짜 그렇게 뭐라하면 " 아니 하기 싫은걸 어떡하라고.. 아유.. 하기싫어.. " 하고 또 결국은 중얼중얼 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가서는 설득을 하지않을까.. 등에 업혀서 귀에다 대고 " 우리가 이걸 왜해야돼.. 아니 그렇잖아. 전문가한테 맡기면 쉽고 빠를텐데.. 안그래? 아유우우우...하기싫어어어어.... "
>>854 이꽉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표정을 보지 못 하는게 너무 아숩고.... 뒤에서 쫑알쫑알하고 시키기만 하는 레오챤과 그걸 또 들어주는 쭈의 뭐랄까.. 캐미라고할까 :ㅇ...! 그게 너무 보고싶슴당..! 퀘스트 끝날때까지 업혀서 안내려오고 다 끝나서도 궁시렁 댈 것 같은 느낌ㅋㅋㅋㅋ ' 드디어 끝났네.. 아유... 힘들어... 데려다줘라... ' 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하는게 포인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은 못 볼 테지만 우리는 알수 있으니 괜찮아~~! (???) 헉 좋다 뭔가 왕게임에서 져가지고 벌칙 수행하는 그런 모습일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끝나고 나서도 궁시렁거리면 쭈 질린다는 표정으로 다음에는 내가 너한테 업혀서 갈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하고 녹초가 된 채로 렝이 데려다쥴것 같구.. 한건 없지만 힘들수도 있지 렝이가 힘들다고 한다면 쭈가 한 몸 바쳐 희생하는게 옳다~~! (쭈:아니 오너놈이 진짜)
>>870 밤 시간쯤 되면 정말 녹초가 돼있을것 같은 쭈... 내가 미안해 :ㅇ.... 하지만 그래도 계속 치대고 싶은 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궁시렁 대다가 기숙사 딱 도착하면 갑자기 살아나서 짬푸해서 내려오고 ' 아!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 하고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레오챤과 어이가 사라진 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으로 슥 들어가서 ' 뭐해? 안감? ' 하고 싸가지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장면도 생각해보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7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쭈는 굴러야 제맛이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치대주면 쭈주가 매우 행복할거야! :D 갑자기 뿌듯해지는 렝이 너무 귀엽구 안가냐고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쭈 결국 부들부들하다가 못참겠다면서 아아앆 하고 달려들어서 꿀밤 한가득 먹여줄것.. ()
황당한 심정과 즐거움은 별개의 것이다. 살다보니 어떻게 얌전이 비슷한 게 되어버렸지만 그에게도 나이다운 치기는 있었으니까. 당황한 점은 '뭘 그런 별것도 아닌 일로 소문이 나지?' 측면의 문제였다. 그 '별것 아닌 일'로 인해 몸져누운 희생양들이 알았다간 억울해할 생각이겠지만 그 사람들은 자업자득이니 알 바 아니고.
"솔직하게 말하셨더라도 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말하던 도중에 물 튀긴 건 역시 너무했…… 흣칫."
처음에 물 먹었던 후유증이 이제야 왔다. 숨을 참았다 한들 사람의 코와 입은 완전 폐쇄가 불가능한 구조라서, 아래에서 위로 고스란히 물을 맞고 나니 늦게라도 재채기가 나오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읏치, 고개를 돌리고 두어 번을 더 우스운 소리로 재채기를 하다 그가 슬쩍 말을 정리했다.
"으, 그렇지만 저도 좀 과했으니까 서로 봐주는 게 좋겠죠?"
결론으로 흐르는 과정이 주양을 던졌을 때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둘 다 어느 정도 만족했고 뒤끝도 없으면 그걸로 된 거겠지. "다음에는 시정할게요." 안 하겠다는 소리는 안 한다. 코를 문지르다 씩 웃는 얼굴이 제법 뻔뻔스러웠다. 라쉬가 가까이 오니 자연스럽게 패밀리어 소개 시간이 되었다. 그는 동물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경청하게 되었다.
"혹시 새 키우세요?"
매일같이 갈매기와 맞붙는 동물…이라면 짐작가는 게 있긴 한데. 귀가 밝은 편이라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솔직히 밝히자면 야생 새인줄 알았다. 허구한날 갈매기와 싸워대는 새가 외래종(?)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 해서. 그나저나 그렇게 싸워댄다면 다치지는 않을까, 만나보지도 못 한 패밀리어가 새삼스럽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하는 친구라니 괜찮기야 하겠지만…….. 라쉬는 주양의 손 냄새를 킁킁 맡으며 인사를 했다. 노는 시간을 방해한 것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하기야 라쉬가 그와 어울리는 시간은 사실상 24시간에 가깝기 때문에 조금 정도는 덜어주더라도 문제는 아닐 테다. 악수도 하고 귀여움도 받고, 한창 관심을 받아 자존감이 높아진 관종견 라쉬는 고개가 더 빳빳해졌다. 자연히 밑에 있던 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누나 쪽이요. 수컷 5살. 으악, 나 힘드니까 이제 내려가서 놀자."
아무리 그라고 해도 45kg이 넘는 사람 만한, 무게중심 집중된 흠뻑 물 먹은 털의 단단하고 무거워진 개를 계속 짊어지고 있기는 불편한 일이긴 했다. 세미 브레멘 음악대 꼴이 된 그가 꾹꾹 밟히면서도 꿋꿋하게 말을 끝냈다.
그래도 교수님을 만날때 만큼은 예절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교복을 입고 그가 가져온 물건들을 한아름 보따리에 싸가지고 혜양 앞에 내려놓는다. 확실히 많이 시달렸는지 다크서클이 푹 내려앉은 모습이 안쓰러워 그가 작게 기운이라도 내라는 듯 노래 한소절만, 여자의 목소리로 바꾸어 선율을 자아낸다.
"울지 말려무나, 울지 말려무나 눈물색보다 진한 바다의 푸르름을 줄 테니 언제나 함께, 너와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줄게."
그러고서는 개구짐 반, 상냥함 반이 섞인 미소로 혜양을 향해 브이를 날려보이며 조심스레 퇴장한다.
레오는 자신의 한쪽 볼을 톡톡 쳤다. 그리곤 이빨을 꽉 물었다. 맞고나서 이빨이 빠지거나 한다면 예상 외의 큰일이니까. 눈을 감을까, 하던 레오는 눈도 감지 않았다. 싸울 때 눈을 감은 적은 없었으니까. 레오는 가만히 버니를 응시하고 있었고 주먹이 쥐었다 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 날아온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레오는 주춤하고 넘어질 뻔했으나 가까스레 균형을 잡았다.
" 아이씨.. 진짜 세게 때리네.. 씨.. "
맞은 자리가 조금 빨개지는 정도에서 그쳤다. 피가 터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그냥 아플 뿐이었지. 레오는 맞는 그 순간에 몰입했다. 싸우고 있다. 나는 지금 싸우고있다. 크루시오를 쓸 때 거북했던 이유는 고통을 주는 행위가 싸우는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남을 상처입히고 고통을 주길 원한다면 자신도 그렇게 될 각오를 해야한다. 싸움이란 그런것이다. 두 개의 이념이 충돌해서 힘으로 승자를 정하려 할 때 한 족만 다치고 끝나는 일은 없었으니까. 레오는 퉷, 하고 침을 뱉었다.
" 모자라.. 야, 여기 한 대만 더 쳐봐. "
레오는 다시 앞에 서서 자신의 배를 톡톡 쳤다. 싸울때 즐거운 것은, 레오가 싸움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만큼의 흥분과 아드레날린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을 때리면 상대방도 자신을 때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흥분과 아드레날린. 그것이 있기에 싸움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상대방을 고통주기위한 이 저주도 결국 맥락은 똑같다. 아마도, 레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을것이다.
수영을 할 줄 알아서 다행이다. 수면 위로 나오지 못했더라면 더 큰 부끄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허우적 거리면서 다시 뺩을 외치는 일을 겪는다면 남은 자존심마저 부서졌을 것이고,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는 물살에 둥둥 떠밀렸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잠시 물살이 얼굴을 때려 얼굴이 다시 젖으면 젖은 손을 탈탈 털어 얼굴을 쓱 닦았다.
당신은 놀란 표정이다. 그가 체면도, 예의도 던질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몰랐다. 절벽에서 떨어질 거라도 생각도 못했고, 떨어질 땐 온갖 상상이 다 들었다. 지금 이게 변장한 추종자는 아니겠지? 의뢰를 받고 날 암살하러 온건가? 저승길에 혼자 가기 힘들었나? 그렇지만 웃음소리에 산산조각이 났다. 당신은 명백히 그에게 장난을 친 것이다. 조금, 아니, 많이 도가 지나치고 심장을 곤두박질 치게 하는 장난을.
"그야 절벽에서 떨어졌으니까… 젠장!"
욕짓거리를 내뱉고 그는 발을 굴러 뒤로 물러났다. 뽈뽈뽈 돌아다니던 당신이 그의 눈을 감상한지 오래다. 그는 당신의 행동을 주시한다. 또 물귀신처럼 끌고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고, 다른 생각도 불쑥 고개를 치밀고 온다. 오, 그래. 그의 인식이 조금 바뀌는 날이다. 바로 '여자는 아주 무서운 존재다' 라는 지론이다. 어머니도 그렇고, 타니아도 그렇고, 그의 주변 여성들만 좀 독특하나 싶었는데 이젠 이 여자까지 그런다.
"기숙사 점수가 두렵지도 않나보군 그래?"
그는 바닷물이 얼굴을 때리자 고개를 잠시 파드득 도리질 쳤다. 어푸풉... 그는 다시금 바닷물에 뺨을 맞고나서야 당신을 뚱하니 노려본다.
자세를 잡고선 레오는 후 - 하고 심호흡을했다. 세게 쳐봐, 얼른. 하고 말했을때 지팡이를 집는 것을 보았고 무슨 생각인지도 대충 알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일종의 트라우마 라는 것이었지. '크루시오'라는 네 글자 단어가 들렸고 레오는 '으극,'하고 이빨을 꽉 깨물고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나서는, 아.
" 이.. 개..같은..게.. "
주문이 끝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레오는 지팡이를 뽑았다.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하려면 자신도 고통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그러면 왜 이렇게 고통받았을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그게 좋은 의미던, 좋지 않은 의미던. 레오는 화를 느꼈다. 분노를 느꼈고 증오를 느꼈다. 싸울때의 그 기분. 죽을만큼 아프지만 동시에 아드레날린이 돌고 흥분되는 기분. 레오는 지팡이를 뽑아들고 니플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크루시오는 이전보다 머리가 개운해지고 속이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헛구역질도 나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면 이런 기분이겠지. 레오는 주문을 끊고 버니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의 휴가는 달콤했다. 몇가지 소동이 있긴 했지만 교내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불운이 여러가지 겹쳤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가 청궁의 미친개에게 안기고 MC대작의 팔에 상처를 남긴 사람으로 남지 않았는가. 1학년들의 시선이 따갑다. 열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시선을 피한지도 벌써 하루가 지났다. 관심은 금방 식는다. 그가 첫날부터 점수를 호되게 깎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는 날이다. 달링에게 편지를 보내기를 부탁하면서도, 청궁에 들러 타니아가 부탁한 소포도 같이 쥐어준다. 타니아는 어머니께 이번에 섬에서 산 기념품을 보내달라 부탁했다. 청궁의 봄내음 물씬 나는 길에서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현궁으로 가던 길이었다.
"…?"
그는 순간 휘청, 크게 몸을 기우뚱 거렸다. 술을 마신 사람보다 더 꼬인 발걸음이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이라 생각했건만. 참을만 했던 두통이 갑자기 심해졌다. 이러기는 또 처음이다. 고작 며칠 컨디션이 좋았다고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는 일이 온다고? 그는 처음엔 당황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전의 컨디션 좋던 날이 그리워졌고, 또 10초만에 생각이 훅 바뀌었다. 두통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세상이 아찔했다. 결국 몇 걸음 채 내딛지 못하고 기둥에 몸을 기대며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괜찮을 것이다. 쓰잘데기 없는 민간요법이지만 잠깐의 틈을 벌어다준다. 조금만 버티면 될 것이다. 코로 숨을 쉬고 눈을 뜨자 눈앞이 희뿌옇다. 곧 암전될 것 같이 위태롭다. 결국 등을 기댄 기둥에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아...씨발. 짧은 욕설이 혀를 타고 저도 모르게 스쳐나온다.
머리가 아프다. 입학식 때도, 그 이전에도,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두통이지만 오늘은 유독 참을 수가 없다.
타니아를 부를까? 아니다. 그녀를 귀찮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백정은? 그가 부른다고 올 사람인가? 들키면 끝이다. 달링은 본가로 날아갔는데. 또 세상이 아찔하다. 급작스레 마른 손가락이 모노클이 있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파고든다. 모노클이 바닥에 떨어진다. 얼굴을 덮은 손 틈 사이로 숨결이 점점 거칠어진다. 손바닥이 점점 위로 올라가 눈두덩이를 짓누른다. 이윽고 앞머리를 꽉 쥔다. 지끈거리는 통증을 참을 수 없다. 아, 지금이라도 이 빌어먹을 머리 뚜껑을 열고 욱신거리는 부분을 도려내고 싶다. 뇌를 긁어내고, 앞이마를 죄다 칼로 도려내 신체에서 떼어내고 싶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고통이 멎을 기미가 없다. 이런 젠장할. 그가 또 욕설을 내뱉는다. 고개를 든다.
툭.
코를 타고 흐르는 피에 그의 몸이 멈춘다. 원치 않던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고통이 멈출줄 몰라 잠깐 허공을 향했던 손이 방황한다. 아아, 기어서라도 이 장소를 벗어나야 남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인데.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을 들킨다고? 차라리 죽을 것이다. 그가 얼굴에 손을 파묻고 고통에 겨운 신음을 참았다. 그 순간, 그가 숨을 멈춘다. 손을 뻗어 허공에 그어낸다.
다행히 당신에게 닿지는 않았지만 기둥에 생채기가 남는다. 절단 저주, 섹튬셈프라다.
"…뭘 봐."
사람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둠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그는 추했다. 주저앉은 모습, 피와 눈물로 범벅져 산발이 된 머리카락, 손과 얼굴에 범벅인 피, 벗겨진 모노클과 야생의 짐승같이 예민하고 부산스럽게 떨리는 눈. 가려졌던 눈이 이렇게 드러나니, 조금 더 붉은 기운이 도는 것 같다. 그가 낮고, 단호하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당신에게 고한다.
"꺼져."
혹, 추한 모습을 들킬 수 없다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미 들켰지만. 씨근대는 숨은 그가 상태가 별로 좋지 아니함을 시사했으리라.
그녀 나이 12세 무렵. 갑작스럽게 집을 떠난 파이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잠시 어수선했었다. 기본적으로 서로 간섭이 없는게 스피델리 가의 분위기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마디 전언도 없이 떠나버리면 동요가 일고도 남는다. 특히나 아직 어린 그녀의 상심은 일가 중 가장 컸기 때문에 이를 어찌 달래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더해졌더란다.
얼마 후에 짧은 외출을 나온 두 남매도 이를 듣고 잠깐은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곧 나온 헬리의 의견으로 가족들의 고민은 해결되었다.
"아~ 그럼~ 막내도 건강해졌겠다, 다같이 여행 한번 가는게 어때요? 마침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었는데~" "네가? 별일이네. 어딘데?" "여~기~"
헬리가 지도를 펼쳐 짚은 곳은 동쪽의 작은 섬나라였다. 뜬금없긴 했지만 가보고싶다는 헬리의 말과 다른 가족들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으니 그 자리에서 그 나라로 정해졌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준비도 출발도 신속했다. 어린 그녀에겐 첫 장거리 장기간 외출이라 준비할 때부터 들뜬 기색이 상심을 밀어낸 듯 했다. 그러나 너무 들떠서일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 숙소를 잡은 후엔 피로로 인해 반나절을 쉬어야 했다.
"에구 우리 쁘띠첼~ 녹네 녹아~ 그런 쁘띠도 귀엽지만? 한입에 먹어버릴까보다~" "애 지쳤는데 자꾸 건드리지 마. 뭐, 이래서야 해진 후에나 나갈 수 있겠지만." "후,후,후. 내가 그것도 다~ 생각했지! 브리, 잠깐 이리 와봐." "뭐? 왜, 야, 뭔데?"
먼저 관광을 나간 부모님과 델피를 대신해, 숙소에 남아 지쳐서 잠든 그녀를 돌보던 브리와 헬리. 작게 대화를 나누던 중 헬리가 히죽 웃으며 브리를 방 한구석으로 데려가 소곤소곤 뭔가 말을 주고받았다. 또 무슨 귀찮은 일을 벌이냐는 표정으로 듣고 있던 브리였지만 헬리의 얘기를 들으며 표정이 점점 바뀐다. 얘기가 끝난 후에는 둘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 얘기의 방향이 어찌 흘러갔는지는 두말 할 것도 없겠지.
몇시간 뒤, 먼저 나갔던 가족들도 일찍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어린 그녀도 나갈 수 있을만큼 체력을 회복했을 쯤, 이제 어린 그녀의 관광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클로에가 현지에 맞춘 옷을 요령 좋게 입혀주는 동안 얌전히 있던 그녀는 어쩐지 주변이 허전해 두리번거리다가 물었다.
"마망, 브리는? 헬리는?" "브리랑 헬리는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단다. 리체도 어서 준비하고 가자?" "으응."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클로에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옷을 마저 입혀주었다. 유카타, 라고 불리는 그 나라의 옷은 더위를 잘 타는 그녀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흰 바탕에 푸른 꽃무늬가 들어간 것도 물론 잘 어울렸고 말이다.
꽃단장을 마친 그녀가 밖으로 나오자 멀지 않은 곳에서 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북소리를 향해서 걷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아직은 낯가림이 있던 어린 그녀를 필립과 클로에가 양 손을 잡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해주었다. 조심조심 걸어가는 그녀에게 필립이 여기는 마츠리를 하는 중이라고 말해주자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작게 반짝였다.
"마-츠리? 카니발?" "오, 리체는 똑똑하기도 하지. 그렇단다. 이 나라의 카니발이야.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지. 자. 보렴."
필립이 어린 그녀를 안아올려 그 앞을 보여주자 작은 금안이 동그랗게 떠지며 놀람을 표현한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형형색색의 조명들은 늘 집에만 있던 그녀에게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장소만으로도 그런데, 그곳에서 먹고 노는 건 또 어땠을까. 몇군데의 노점을 지나며 이것저것 경험한 그녀는, 중간에 경품으로 딴 물풍선 요요를 흔들며 꺄르륵 웃어대었다. 다른 손엔 구운 옥수수를 들고 잊었나 싶을 때쯤 한입씩 먹으면서 말이다. 최근 시무룩하게 인형놀이를 하는 모습만 봐온 부모로써는 정말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적당히 기분 좋아진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필립과 클로에에게 델피가 다가와 무어라 속삭였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필립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그녀를 번쩍 안아올렸다. 클로에는 옆에서 델피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하나가 된 가족들이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의문을 표하는 그녀에게, 필립이 웃으며 말해주었다.
"브리랑 헬리를 보러 갈 거란다. 저기서 리체를 기다리고 있어."
저기, 라며 필립이 고개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여기서 가장 환한 조명이 비추는 장소가 그녀의 눈에 들었다. 높은 단상과 여러 악기와 마이크, 그것들을 이용해 공연을 하는 사람들. 그녀에게 그런 무대는 이 축제가 처음인 만큼 당연히 생경할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앞 관객의 환호나 전신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낯설고 무서워, 노는 것도 잊고 필립에게 꼭 안겨있던 그녀였지만, 앞선 공연이 끝나고 다음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보았을 때는 또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마망... 브리가 왜 저기 있어? 왜에? 헬리는? 응?" "글쎄? 브리랑 헬리가 뭘 하려는지 같이 볼까?"
왜 그리 놀랐는가 하면, 한 밴드와 함께 나오는 사람들 중에 한껏 꾸민 브리와 헬리가 섞여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치장이 있긴 했지만 특유의 은발이 눈에 띄는 둘이었기에 어린 그녀도 금방 알아보았다. 놀란 눈으로 무대와 클로에, 필립을 번갈아 보는 어린 그녀를 보고 미리 알고 있던 가족들은 작게 웃었다. 무대에서 유창한 회화로 짧은 인사를 한 헬리가 관객 속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한 손을 들어 크게 흔들어주었다. 그에 또 깜짝 놀라는 그녀를 두고, 시작된 반주에 맞춰 헬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언제나와 같은 어느 날의 이야기. 너는 갑자기 일어나 말했지. 오늘 밤, 별을 보러 가자.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자아낸 멜로디에 이어 경쾌한 밴드의 음악이 이어졌다. 마이크 대신 일렉기타를 잡은 브리가 무심한 표정과 다르게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었다. 처음인 무대 공연에서 남매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된 어린 그녀는 언제 낯설어하고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이 꺄악거리며 즐거워했다. 무대에 선 둘은 자신들의 막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더욱 열정을 불태웠다.
한 곡이 끝난 후 무수한 앵콜 요청으로 인해 즉석에서 두 곡을 더 부른 뒤에야 무대에서 내려와 잔뜩 상기된 그들의 막내를 받아줄 수 있었더란다. 너무 과한게 신난 탓에 그 날 밤 미열로 앓긴 했지만, 그녀를 포함한 일가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밝디 밝은 무대의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던 둘의 모습은 어린 그녀가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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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 네가 가리키던 여름의 대삼각형..." "오, 그거 그 때 그 노래 아냐? 막내랑 처음 여행 갔을 때." "맞아~ 마침 오늘이 딱 그 날이길래, 생각나서~" "그 때 재밌었지. 막내가 그렇게 신나하는 건 처음 봤었어." "너무 신나서 밤에 열 났잖아~ 그렇지만 아픈데도 웃고 있는 건 처음이었지?" "그만큼 즐거웠다는거니까. 야. 말만 하기 심심하다. 한잔 하자." "좋지~ 이럴 줄 알고 다이긴조 공수해놨다?" "뭐? 허 참. 한잔 할 각을 이미 잡아놨었구만?" "후후. 당연한 소릴~"
어느 칠석날 밤. 추억을 되새기는 스피델리 남매의 술잔은 몇번이고 술이 차올랐다고 한다. 밤이 기울어 날이 밝아올 때까지.
주막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리는 바람에 오던 사람을 보지 못했다.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몸이 비틀거리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단태는 균형을 잡으려하며 시선을 들어서 자신과 부딪힌 사람에게 사과를 하려다가 사과가 목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걸 느꼈다. 대신 "세상에.."하는 감탄사를 중얼거렸다.
사람이지? 사람 맞지? 감 선생님의 인간 찬가가 이런 기분일까. 생기있게 빛나면 더 예쁠텐데. 그렇다고 잘생김이 어디가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만.
"자기 잘생겼다."
미안하다라던가 하는 말이 아닌 주단태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듬뿍 담긴 중얼거림이 감탄사의 뒤를 이었다.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웃길 정도로. 단태는 냉큼 내밀어진 그의 손을 낼름 붙잡고 만지작거리려했다. "안경 쓴 게 너무너무 잘어울리네요? 나 학생 맞아요. 왜? 뭔가 할 말이 있어요? 아! 혹시 나처럼 첫눈에 반했다던가?" 주단태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들면서 윙크를 해보였다. 놀라울 정도로 뻔뻔스러운 태도로 단태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줬을 것이다. 반짝반짝거리는 암적색 눈동자가 기민하게 남자를 살피다가 갓에 머물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초연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다. 방송부 아이들에게 최근의 콘서트 때문에 다들 힘들었을테니 자그마한 휴식이라도 취하라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자유시간을 허가하고 자신 또한 정처없이 거닐 뿐이었다. 가만히 걸음을 옮기고 있던 그의 모습은 마치 대지를 거니는 용어(龍魚)와도 같았다. 그렇가 잠시간 걸음을 옮기던 그가 천천히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옮긴다.
"..... 발렌타인 형님(アニキ)."
가만히 내려다 보는 순간 그의 손길이 허공을 가른다. 섹튬셈프라, 그 또한 상당히 잘 쓰고 있는 마법중 하나였다. 아주 자그마한 차이로 옷깃을 잘라냈을 뿐이지만 그는 조용히 그의 으르렁 거림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오히려 당당하고 거릴꺼 없다는 듯이 천천히 그를 내려다 본채 가만히 침묵을 지킬뿐이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도 달랐다. 어둠속에 가만히 버려진 그의 모습은 마치 짐승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좀 더 근본적인 무언가와도 같았다.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그렇게 들키기 싫단 말인가, 지금의 그는 발렌타인이 아니었기에, 그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걸 일부러 이해하고 감싸안을 필요도 없다.
"싫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어떡하실껍니까."
아주 정중하고, 평소의 그와 같지 않은 목소리였다. 항상 생기를 안고 대지를 향해 그 영광을 떨치며, 햇살과도 같이 기쁨을 전하던 목소리가 아닌, 낮게 용틀임을 하는 천둥과 같이 낮고 진중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그랬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르는 용은, 그 자체가 하늘의 의지라고, 아직 그 정도의 그릇까지는 되지 못한 그였지만 무게감이 실린 목소리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리라.
레오는 맞은 볼을 문질렀다. 멍이 들지는 않겠지만 홍조가 띄워진마냥 볼이 빨갛게 되었다. 이빨이 빠지지도 않았고 그냥 딱 싸울때 맞은 정도. 레오는 주먹 좀 맵다? 하고 지나가듯 말했다. 니플러, 미안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듯 레오는 그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지팡이를 허리춤에 매어놓고 레오는 버니를 바라보았다.
" 끔찍한 소리 하지마. 지금만 필요했을 뿐이야. 말해줘도 이해못하겠지만.. 그런게 있어. 싸우는거라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아프게 하려면 나도 아파야하는게 맞거든. 조금 익숙해지면 그냥 막 쓸 수 있을거야. "
과연 그게 익숙해지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익숙해져야하는 것이 맞았다. 급박한 상황에서 머리를 복잡하게 한들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잘생긴 사람은 손도 곱다는 둥, 갓이나 두루마기가 잘 어울린다는 둥, 녹색 눈이 예쁘다는 둥, 이러쿵 저러쿵 서술하기 힘들 정도의 찬사를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늘어놓던 주단태는 남자의 말에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만지작거리던 남자의 손을 놓아줬다. 아쉬움이 가득한 몸짓이었다. 대신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는 남자의 갓과 세로 동공이 인상적인 남자의 눈동자를 지나쳐서 훑어내려갔다.
"그 잘생긴 걸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요? 농담도 잘해~ 지인이라면 학생은 아닐 것 같은데.. 혹시 애인? 친구? 아니면 동생?"
단태는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지 않은 남자에게 재잘재잘 능청스러운 말들을 늘어놓았다. 적어도 달링이라던가, 자기라던가, 허니라는 호칭을 하지 않는 건 상대가 자신보다 연상이라는 자각이 있는 유교걸이기 때문일테다. 물론 첫만남에 인사 대신 잘생겼다는 말을 한 이상 유교걸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 평소에도. "당신이 반하려면 일반적인 외모의 사람으로는 택도 없겠어요. 이게..얼굴값 한다는 건가?" 단태는 짐짓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중얼거리다가 이어지는 말에 아, 하는 소리를 담담하게 흘린다.
"무알콜 막걸리 마시러 가는 길이에요. 월식 주막에서 파는. 그쪽은- 음, 이름이 뭐에요? 내가 남자형제가 없다보니까 오빠라는 호칭은 좀 어색하니까 이름이라도 알아야할 것 같은데."
적어도 정상인의 정신상태 범주에 드는 사람이어야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라는 말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화를 돋궈서 좋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었으니까. 이런 약간의 공포가 있어야한다는 것이 레오의 생각이었다. 두려움은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 두려움을 힘으로 바꿀 수 있다면 무엇보다 강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많은 싸움 끝에 알 수 있었다. 레오는 단지 자신이 알고있는 공식을 이용한 것 뿐이다.
" 왜, 그렇다고 하면 네가 어울려주기라도 하게?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
아는 어떤 놈이라. 지난 번에도 비슷한 사람을 언급했던것 같은데. 레오는 잠깐 드는 생각은 저리 치워버리고 일단 나가자는 것인지 버니를 따라 문을 열고 귀곡탑을 나섰다. 공기가 제법 선선했다. 한 바탕 저지르고 나니 하늘이 높아져 숨쉬기가 편해졌다. 레오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차갑고도 신선한 공기. 마음에 들었다.
" 참을성 없다니까 빨리 말해줘야겠네. 버니, 날 도와주는 이유가 뭐야? "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일단은 질러보기로했다.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 레오는 맞았던 볼을 한 번더 만지작 거리다가 또 습관처럼 적당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 버니와 눈을 맞추고 '응?' 하고 한 차례 더 물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생각해보면 전혀 도와줄 이유가 없는 데다가 함께 있는것 조차 말이 안돼는 조합이었으니까.
얼굴을 보인게 허점이었던 걸까. 서둘러 뒤로 물러나 욕지거리를 내뱉는 그를 보며 그녀가 재차 웃었다, 그의 행동이 웃음을 불렀는지 이번엔 또렷하게 나온 욕 때문인지 분간하기는 어려우나 이 상황을 마냥 재밌어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물살이 얼굴을 때릴 때에만 잠깐 웃음이 사라질 뿐. 물기를 훑어내고 나면 금새 실실 웃으며 물결을 타고 흔들거린다.
"기숙사 점수를 걱정했으면 선배를 아예 안 데려왔겠죠?"
곱게 휜 눈이 그런 위협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가 뛰어내릴 때 했던 말의 대답을 들을거란 의지도 들어있었으나, 그걸 그가 눈치챘을지는. 출렁이는 물살을 그대로 맞고 어푸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살랑살랑 돌아다니다가, 노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생긋, 웃는다.
"선배가 죽을 거 같으면 제가 건져드릴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 전에 나가는게 좋을 거 같긴 하지만요~"
나가자마자 뭐든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그녀는 유유히 몸을 움직여 해변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해변을 향해 헤엄을 치다가, 멈춰서 힐끔 돌아보고 말했다.
"바람이 세니까 마법으로 올라가는 건 위험해요. 중간에 다시 떨어지고 싶다면 말리진 않을게요. 이대로 해변으로 갈 건데, 에스코트 필요하세요?"
그가 하도 물살에 흔들려서일까, 아니면 앞서 했던 경험 때문일까. 자력으로 가기 힘들다면 어깨 정도는 빌려주겠다고 하며 한 손을 내민다. 거절하면 그대로 다시 앞을 보고 헤엄을 칠 생각이긴 했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