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 삼아 간식을 사러 라온으로 가는 길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 의무실의 선생님이 초콜릿이 부족하다던가. 그걸 가져올 사람이 필요하다던가. 얘기를 듣다보니 어차피 가는 길에 좀 받아오면 되겠거니 싶었다. 점수나 용돈이나 별로 관심은 없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당과점에 도착해 자신의 용건을 먼저 보곤 몽고메리 부인의 초콜릿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건네주는 초콜릿을 받아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총질이 핵폭탄이 되어 돌아올지. 역시 이래서 사람은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주양처럼 여기저기 찌르면서 다니면 필히 그 제곱으로 보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거의 폭발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물기둥이 높이 치솟았고 주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급히 얼굴을 가렸다. 옆에 있는 귀여운 멍멍이에 신경을 쓸 겨를조차도 없었다. 정말 손으로 내리친게 맞는가. 사실 이건 지팡이 없이 봄바르다를 쓴 게 아닐까? 어느 쪽이든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으며 주양은 깔깔 웃었다.
"와, 대박. 쩔어! 너 엄청 대단하구나~! 이거. 선으로 그냥 내리친거 맞지? 봄바르다나 엑스펄소같은 걸 끼얹은게 아니라?"
반응이 화끈하면 장난을 친 사람으로써 꽤 뿌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 반응이 화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든 상관쓰지 않는 주양이기는 했으나, 뒤이어진 말을 듣고 화가 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결같이 짓궂은 표정으로 다시 손에 물을 담는 주양을 보며 이미 저 멀리 당신에게 패대기쳐진 학생들은 주양에게 애도를 표했을 것이다. 아. 주님. 또 한명 갑니다. 그런 느낌으로.
"어라~ 누군지 몰랐던거야? 나는 널 아는데! 전에 수업때도, 추종자.. 때도 몇번 본 적이 있고. 결정적으로 너.. 지금 보니까. 걔구나? 사람 패대기 잘 친다던 애! 그런 이야기를 애들 사이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주양의 넓은 오지랖이 다시 발동되었다. 추종자 이야기에서 살짝 아랫입술을 곱씹었다. 여전히 마음속에 벼려진 복수의 톱날은 유효했다. 언젠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직접 갈아버리고 말 테다. 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대대손손 전해져오는 전설마냥 다른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던 인간 패대기 머신. 키 크고. 피부는 살짝 갈색에, 체격까지 좋은. 뒤늦게서야 그 특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씩 웃었다.
그러면서 슬쩍 물 속으로 손을 담갔다. 후속타를 위해 일부러 자신의 소개는 뒷전으로 미뤄뒀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딱 좋은 타이밍이겠지. 옆에 있는 강아지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능한 한 강아지의 눈이나 귀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조절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시 비열하게 미소짓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주궁 5학년 학생대표, 서 주양이야! 그리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 너의 적이기도 하지! 자, 물보라 공격이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시지~! 날 바다에 던져버리지 않는 한 계속 깔짝거릴거라구~?"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당신에게 맹렬한 기세로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역시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쳐주는게 제 맛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조금은 혹하기도 했다. 과연 저런 사람한테 잡혀 물 속으로 패대기쳐지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자신을 짜릿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은근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서 잡기 편하게 제자리에 딱 서서는 물을 퍼붓고 있었다. 물론 아까 전에 다짐했듯이 당신의 패밀리어로 보이는 강아지에게는 피해가 없게 하도록 하기 위해, 맹렬한 기세라고는 해도 조금 강도가 약하기는 했다만.
"어때, 시원하지! 역시 바닷가 왔으면 바닷물좀 묻혀 가면서 놀아야 재밌는 법 아니겠어~?"
뭐 우리 아이들중에 얼빠지게 독사에 물릴 아이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는 것인지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물론 그 독사가 그 독사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독사일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답례를 생각하는 현성의 말에 낄낄 웃어버린다.
"저희는 지금 이미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인데요!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충분한 답례입니다!"
그렇게 말한 시점의 리안의 모습은 확실히 아름다워보였다. 남자가 아름답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의 모습을 본다면 확실히 이해가 갈 정도로, 그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남자답게 웃는 모습은, 그 모든것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어지는 말에 그가 혀를 내두른다.
"으엑?!"
그거 엄청 어려운거 아닌가요? 그는 잠시간 목구멍 너머로 넘어올뻔하던 이야기를 다시 밀어넣으면서 입을 열고는 그대로 머리까지 확 담궜다가 빠져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뭐 어쩔수 있나요. 그럼 즐기는수밖에."
그가 웃는 소리가 하늘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다가 잠시간 달을 바라보던 와중 그가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음~ 그러면 나는 잘못 선택한 게 아니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릴 생각은 아니었고, 자유를 찾은 청이처럼 장난칠 생각이었거든~!"
마치 기둥 뒤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둥 뒤에 차가 어떻게 있냐고 물어보는 악질 장난꾼마냥 다시 되물어보려다가 넘기기로 했다. 기껏 만든 전우(?)를 이렇게 가뿐하게 잃어서야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 특유의 짓궂음은 주체할 수가 없어서, 히죽히죽 웃으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하하, 고마운걸~ 앞으로 내 괘씸함을 더 보게 될 테니까. 지금이라도 미리 적응해두는게 좋다구? 아무튼 내기 성립이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두 다리를 믿고 바다까지 잽싸게 내달리는 것이었다. 뛰면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데 묶어 잘 정돈한 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까 전 저택에서 나올때의 속도를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이 내기는 자신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늘 방심은 금물이라고는 하나 조금 더 조건 우위에 서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게다가 누구보다 반칙을 잘 쓰는 사람이기도 했으니, 설령 불리해진다면 어떻게든 다시 승기를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도 한 몫 했다.
그 어떤 카운트다운도 없이.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뒷짐을 지던 주양은 별안간 '시작!' 하고 외치며 먼저 냅다 달려나갔다. 약곡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시작 역시 주양이 자주 써먹는 얍삽이 반칙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한참을 무난하게 달려나갈 것.. 이라는 기대는 당신의 마법 영창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ㅇ.. 어..? 잠깐만 스톱 이건 반칙..!"
자신이 먼저 반칙을 써놓고서 상대의 반칙을 지적하는 짓은 주양이 아니라면 하지 못할 것이다. 뛰는 도중에 보기 좋게 두 다리가 묶여버려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맙소사. 여태껏 반칙을 쓰기만 해 봤는데 반칙을 당하는 입장에 서게 될 줄이야. 뭔가 여러 의미로 짜릿했다. 조금 까졌을지도 모르지만 주궁 사람으로써 이 정도 생채기는 멀쩡한 것이기도 하고, 게다가 지금은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쓰지 못할 만큼 내기욕에 불이 붙었다.
"오호라~.. 그 용기는 아주 가상하다고 해 줄게! 청이보다 훨씬 나은걸, 민 후배? 아주 재밌어, 최고야, 짜릿해! 하지만 과연 너가 날 이길수 있을까~!"
리덕토. 자신의 다리에 묶인 밧줄을 절단 마법으로 잘라내고서는 다시 뜀박질을 시작하는 대신 지팡이를 들었다. 자. 이제 자신이 반칙을 사용할 시간이다. 역시 받은 게 있다면 주는것도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지. 그렇다고 위협적인 마법을 쓸 생각은 없었다. 씩 웃으며 당신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임페디멘타!"
맞은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마법. 이 마법 정도라면 자신이 앞서갈 수 있겠지. 주양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달려나가기 위해.
학교 앞 숲에 니플러들이 그렇게 많았나? 교수들의 식기가 니플러들에게 도둑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제일 먼저 그걸 생각했다.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잘 못 봤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 숲이라고 하면 일전에 버니와 싸웠던 기억 밖에 안 나기도 하고 말이다.
"운동 삼아 즐기기엔 좋겠지. 리치리치~ 숲에 놀러가자~"
그녀는 훔쳐간 물건들을 찾는 것보다 숲을 돌아다닐 생각에 싱긋 웃으며 리치를 어깨에 태웠다. 찾은 물건들을 담을 작은 가방과 리치의 간식, 나무를 짚어도 손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줄 장갑을 끼고서 가벼운 걸음으로 학교 앞 숲에 나갔다. 어깨 위 리치가 꼬리를 흔들며 놀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숲에 도착한 뒤, 리치를 먼저 보내 정찰 겸 몰이를 해오도록 하고 일단 느긋하게 안쪽으로 들어간다. 파박파박. 리치의 풀 헤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싶더니 니플러의 비명과 함께 이쪽으로 돌아온다. 벌써 한마리 포착했나보다. 잽싸게 그쪽으로 가 도망치는 니플러를 붙잡아 거꾸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깨 털듯 탈탈 털어내보았다.
겨우 두마리 털었을 뿐인데 벌써 가방이 두둑해진 걸 보고 앞으로 한마리 더 털면 돌아가야겠거니 싶었다. 보니까 교수들 식기 말고 다른 학생들 장신구 같은 것도 있어보이는데. 분실물 맡기는데 갖다주면 될까. 같은 생각을 하며 가볍게 나무를 타고 있다가, 리치의 울음소리 신호를 듣고 내려와 그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첫 니플러를 잡을 때처럼 요령 좋게 혹은 아크로바틱하게 니플러를 붙잡아, 털까 하다가,
"이번엔 리치 차례~"
하고 리치 앞에 거꾸로 내밀어주었다. 그러자 리치의 솜방망이가 니플러를 두들겨 털어대었다.
레오는 주머니에 손을 푹 꽂아넣고 아무런 생각없이 저택을 돌아다녔다. 가만 생각해보면 찾으려고 하는 것들은 꼭 찾으려고 할 때는 안나오다가 머릿속에서 잊을 때쯤 '어 이거!' 하고 찾게되었으니까. 혼자서 돌아다녀보니 저택이 생각보다 넓음을 알 수 있었다. 눈으로 대충 여기저기를 훑어보는것이 수색의 전부였다. 로켓이라. 사진같은걸 넣는 펜던트를 말하는거였지 분명.
" 로켓이~ 어디있을까~ "
혼자 돌아디는것도 질리지. 레오는 흥얼흥얼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몸을 숙여 직접 가구를 뒤지기 보다는 발로 툭툭 밀어보거나 몸을 낮춰 책상 밑을 찾아보거나 하는 식이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집 안에 있다는 것이라면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조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편이 맞을테니까. 레오는 1층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층까지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러다 찾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고.
갱신할게요.😊 다들 위로 감사해요..계속 속으로 썩히다가 결국 집중할 거리를 찾으려고 분노의 걸레질을 했더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집안이 아주 반짝반짝해요...🙄 주차 문제로 다른 분들이 아예 나가질 못하셔서 전화 드리니까 왜 사람들은 면전에 대고 하지도 못할 거면서 x같은 년이니 어딜 감히 왈가왈부를 하냐느니 (하반신..이겠죠..?)를 찢어버리겠니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세상이 점점 이런게 당연해져가는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