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움직임 끝에는 민이 있었다. 석회가루에 물 섞은듯 우중충한 머리카락이 민의 시야를 한창 가리고 있는 터라 벌레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가오는 불행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애잔할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은 한가하게 로비 의자에 앉아서, 정정한다, 파묻혀서 자신이 쓴 편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저번 사건으로 인해 부모님의 걱정은 히스테릭할 정도였고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장문의 편지를 여러번 보내야만 했다.
문제 없이 쓰여진 편지를 편지지에 접어 넣고 흐트러지지 않게 실링 왁스로 밀봉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민의 시야에 겨우 들어온, 그 크고 흉칙한 벌레만 아니라면 말이다. 민이 움찔 떤다. "가만히 있겠습니다. 가던 길 마저 가주세요."라며 겸양떨기엔 크기가 남달랐다. 가만히 있으면 절로 소름이 돋고 탭댄스를 추어서 경고해야만 절로 안심이 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크기였다. 동남아의 바퀴벌레가 이정도 수준 아닐까?
"이, 이..."
놀랍게도, 민은 얌전히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용기가 심장에서부터 시작해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진다. 과거 성현들의 말대로, 몸의 근원은 심장이 아닐까? 드물게도 이성보다 몸을 먼저 움직였다. 잠시 테이블에 두었던 커다란 종이컵으로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도장 찍듯 바닥을 쾅쾅대길 두어번, 종이컵과 편지지를 바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해냈다.
내가 무고한 학생들을 이 흉측한 벌레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민은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이 상황이 감동스러운 나머지 파르르 떨뻔했다. 그러나 편지지로 겨우 막은 입구에서 이따금씩 느껴지는 묵직한 움직임은 민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종이컵이 투명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민이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마침 운 좋게 학생 한 명이 있었다. 민은 내심 빨간색 머리카락과 훤칠한 키가 마음에 들었다. 외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되지만 민이 주목한 특징들은 학생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었고, 저런 사람이 제 상황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봄바르다 쓸 줄 알아요? 다른 것도 좋아요. 뭐든 좋으니까 할줄 아는 강력한 공격 주문 있는대로 말해봐요."
아라니아 엑서메이(Arania Exumai)★ 라틴어로 araneus(거미) exuo(치우다)가 기반으로, 영화 비밀의 방에서 톰 리들과 해리 포터가 사용하는데, 둘의 효과가 다르다. 톰 리들이 아라고그에게 사용했을 때는 빛 포탄 같은 게 나가며 바닥을 맞춰 그을음을 남겼고, 해리 포터가 금지된 숲에서 거미에게 사용했을때는 강렬한 빛의 줄기가 나가며 거미를 밀쳐냈다. 호그와트 2학년생인 해리가 사용할 정도면 그렇게 어려운 마법은 아닌듯하다. 해리는 리들의 일기장이 팬시브처럼 기억을 보여줄 때 리들이 이 마법을 사용하는것만 봤기 때문. 사실 아라고그와 그 혈족은 평범한 거미가 아니라 애크로맨투라라는 치명적인 마법 생물이자 식인 거미이므로 호그와트 2학년생 수준에서 퇴치될 레벨이 아니다.
>>310 그 탭댄스 진동을 느끼고 달려올 거 같은데.....?! 황소는 황소니까 괜찮지 바선생은 너무...그래.... 그 다리 많은 그분도....(오싹) 생각난김에 첼이네 가문에서 그런 것도 만들었다고 해야겠다 모든 벌레를 몰아내주는 만능 벌레퇴치약! 그리고 특허내서 평생 놀고먹고 룰루랄라~~
눈으로 채 쫓아가지 못한 저 너머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나와있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감시하고 있지 않아도 알아서 잘 처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스쳐지나갔던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설마. 설마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시선이 당신이 쥐고 있는 종이컵으로 스륵 돌아갔다. 게다가 공격 주문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맙소사. 진심으로 집에 가고 싶다. 직계 사람들이 그리웠다. 차라리 두들겨패고 꿇릴 수 있는 상대가. 적어도 사람같이 생긴 상대가 몹시 그리웠다.
"어.. 잠깐만..! 쓸 줄도 알고, 쓰라면 쓸 건데. 그 종이컵 안에 있는 거.. 내가 예상하는 그거지 그거! 그.. 징그러운 거! 더럽게 역겨운 거!"
바퀴벌레라는 네 글자 단어를 이렇게 어렵게 꼬아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주양이 유일할 것이다. 물론 주양은 잠깐이나마 스쳐 지나간 존재가 바퀴벌레라는 것을 채 인식하지 못하기는 했으나, 당신의 반응에서 대충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벌레였다면 진작 때려잡았을 것 같은 사람이 기어이 종이컵으로 뭔가를 잡아두고 도움을 요청한다?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쉬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전에 주양에게 탑재된 상식이 그런 기본적인 상식인가를 물어봐야 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으. 그거 어떻게 해야 하냐.. 지금 그 상태로 내가 공격 마법을 날리면. 분명 손 다칠거야?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것도 멀쩡하지 않을거라고? 자, 자.. 일단 침착하고.."
맙소사. 침착하라는 소리가 남을 향해서 자신의 입에서 나오게 될 줄이야. 꽤 기가 차는 상황이었으나 이미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잔뜩 경계하고 잇는 지금으로써는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종이컵의 크기도 보통이 아니다. 저건 찐이다.
마냥 호들갑을 떨며 지금의 상황을 구경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일단 지팡이를 쥐었다. 뭐든간에 일단 날려버리면 상황이 조금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상당히 신중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잡은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며 다른 손은 활짝 펼쳐서 당신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 그러니까 일단 침착하고, 내가 이쯤 하면 됐다 싶을때 신호를 줄게. 오케이? 그럼 그 때 종이컵 놓고, 챙겨갈건 챙.. 아니다. 지금이라도 후딱 챙기고 물러나! 물러나는 순간 바로 쏠거야!"
엑스펄소. 봄바르다. 봄바르다 막시마. 콘프링고.. 자신이 아는 온갖 폭파 마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레라시오? 인센디오?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괜히 날렸다가 불 붙은 무언가가 사방팔방 날뛰기라도 하는 날에는 호적 파인다. 적당한 거리에서 주양은 멈춰섰다. 그리고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눈짓으로 챙길거 챙겼으면 물러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312 그때... 갑자기... 닌자가 등장했따~~~~ 사람 닌자보다 닌자 박귀가 세배 살상력 있어보이는군.... (흐릿) 나는............ 바퀴벌레는 가까이 보아야 더 징그럽다... 같아서 애초에 몰아치는 해일같아서 대항하려 하면 안돼.... 청소기뿐이야... (기절)
>313 으아아아악 전투 바퀴벌레냐고~~!!!!! 무서워 무서워~!!! 그 다리많은 그분은...... 그래도 겁 많아서 비명 지르면 멈추더라고... (그렇게 10분동안 아이컨텍만 하게된 인간과 벌레) 헐 첼이 가문쪽으로 108배 해야할듯 ㅋㅋㅋ 이일을 기점으로 첼이한테 벌레퇴치약...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하면서 부탁하는 일상도 재미있겠다! ㅋㅋㅋㅋㅋ
>>322 3대호러 뭐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그렇게 기어코 납량특집을 완성시키고 만 것인가.. 좌충우돌 우당탕탕 무해(?)함이 한가득! :D 참 맞다 그리고 내가 엘롶주한테는 머리 쎄게 박고 사죄의 뜻을 전할게 어제 일상 구한거 손 든 사람이 없는줄 알고 게임 달렸는데 오늘 정주행하면서 쭉 보니까 손.. 들어줬더라구.. 흑흑 엘롶주가 지금이라도 일상 가능하면 할래..? 오늘 멀티 쌉가능...! 88
>>3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 몰입도를 위해서라면 내 눈 건강쯤이야.. 포기할 수 있다구... (????) 으아악 싫어 차라리 죽여줘 오늘 잠 못자야 절대 절대 안잘것이야..!! (오열) 그래도 솔직히.. 사진이라서 그런가 실물로 본 좀벌레보다는 덜 혐오스럽더라구.. 좀벌레는 진짜.. 어우...
>>3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 흑흑 좋아 맨날 늦잠자는 나보다 첼주가 더 푹 잘수만 있다면.. 내 잠 따위는.. (비틀)(??) 하 진심.. 내가 말을 아끼지만 베개 바로 옆까지 기어왔던 그 혐오스러운 놈은 진짜.. 차라리 집게벌레나 바선생이 나오는 게 더 나을정도야 진짜.. 88
1번 상황: 자기가 먼저 알아채진 못해서 라쉬가 대신 발견해줌... 아마 얘는 벌레 퇴치보다는 아무것도 안 줬는데 부스럭 쩝쩝거리기 시작한 반려동물의 입 안에 뭐가 들었는지 상상하면서 더 큰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엘롶: 넌ㄴㄴ넌ㄴ너넌너너너너 먹는 거야....!!!!)
2번 상황: 무고한 남고생 E군 바선생의 플라잉 어택에 공격당하는데... 머리 짚는 김엘롶 표정으로 하얘졌다가 반사적으로 풀파워 주먹질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 없이 난리치다가 잡는 데 성공하면 영혼 없이 웃는 얼굴로 평온하게 뒷정리 함 ◠ ͜ ◠ oO(방금 그게 뭐였을지 상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람들을 공포에 몰았던 크고 새카맣고 다리 많고 아무튼 징그러운 그거 맞습니다."
그냥 바퀴벌레라고 해라. 마치 천연두를 마마라 부르고 도깨비에게 하나하나 이름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민도 이 끔찍한 생물체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거리낌을 가지고 있었다. 민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땅바닥에 컵을 똑바로 세웠다. 여전히 편지지로 입구를 막은 상태였다.
"하나, 둘, 셋하면... 잠깐만요, 진짜로 봄바르다를 날리게요?"
순간 뒷골이 찌르르 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봄바르다를 날리면 저택에서 난리가 날 거고 그러면 징계를 얻게 된다. 간단한 도식을 도출해낸 민이 비명처럼 물었다. 본인이 요청했지만 진짜로 날릴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는 투였다. 물론, 불길한 예감은... 봄바르다 탓만이 아니었고, 그건 민과 주양의 작은 불행이 될 터였다.
"절대, 절대 안돼요. 스투페파이, 잠깐 벌레한테도 그게 통하나? 아무튼 저택에 해가 가지 않는 선으로 끝냅시다. 이렇게 해요. 제가 편지지를 들어올리면? 그쪽이 아쿠아멘티를 쓰는 거예요. 그럼 이... 선생님께서는 익사를 하는거고? 저희는 행복하게 하하호호 떠나면 되는 겁니다."
민이 하얗게 질려서 종알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민은 심줄이 얇은 편이었고 당장 쓰러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해낸 것이었다. 몸을 지탱하고 이성을 굴리며 입을 여는 모든 행위가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마를 부여잡고 중세 시대 만들어진 귀부인처럼 비명 지르며 기절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했다.
"그럼, 열게요. 자, 하나, 둘, 셋!"
그러나, 민이 걱정하던 봄바르다가 난무하고, 바퀴벌레가 불타며 돌아다니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종이컵 안에 바퀴벌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빈 종이컵을 바라보았다. 변명하듯 주양에게 외쳤다.
"그럴리가 없는데. 방금, 분명 진동이 느껴졌고, 안에 그림자도..."
분명 종이컵 안에 있었다. 민은 문득 떠올랐다는듯이 말을 멈추었다. 그렇다면, 편지지를 들었을때 바퀴벌레가 존재할 곳이 어디 있을까? 나사 풀린 바늘처럼 헛돌던 이성이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도출해냈다. 당장이라도 손끝을 타고 올라올 것만 같은 공포에 민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편지지를 힘껏 던졌다. "으악!" 자신이 이렇게 높은 음을 낼 줄 알았던가? 단연컨데 아니다. 이게 평소에도 가능했으면 당장 세기의 천재 가수 취급을 받으며 순회공연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냥 봄바르다 쓸 걸! 봄바르다 쓸 걸!"
민이 앵무새처럼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할 여력이 남지 않았기에 쉴새없이 말이 나왔다.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성난 바퀴벌레는 날았다. 말 그대로, 날았다. 세상에, 싸구려 지팡이도 저보다 성가신 소리를 내며 날지는 않을텐데!
>>327 앗 그거 괜찮아~~~ 잡담에는 계속 붙어있긴 했는데 사실 나도 그때 게임 돌리고 있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일상 너무 좋은데... 곧 자러 갈 생각이라 지금 당장은 못 하겠다 으악... o<-<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 오늘중으로 레스 던져놓으면 나중에 잇는 식으로 천천히 돌려볼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