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거짓된 것에 노력을 쏟았구나. 민은 짧게 탄식했으나 크게 슬퍼하진 않는 눈치였다. 배신감이 불처럼 들끓었으나 연민과 냉소는 그보다 차가웠다. 자신이 믿어온 것은 허상이지 실체가 아니다. 그말은 즉슨, 민이 눈을 슬 굴리더니 단태를 밀어냈다. 당신은 초면인 것 같아서 말이야. 민은 길거리에서 마주친 모두에게 그랬던 것처럼 웃어주었다. 약간의 애정이 담긴, 그러나 조금은 불성실한 미소는 무표정만 못했다. 우스꽝스러운 연극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당신 곁에 당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남을테니까. 적어도 곧 끊길 인연들보다야 영양가 있는 관계를 맺을거고, 그러면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정도는 기대할 수 있잖아. 친했던 선배인데."
민은 단태가 악인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기대를 놓지 못했다. "당신이 말했잖아 저주에 걸렸다고. 저주에 걸린 사람에게 필요한건 응원과 격려지 불신과 악의는 되지 못해." 이어지는 말에 민이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인다. 자신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질문에 대답을 강요받는 기분이었다. 낚아채진 손이 미라의 것처럼 미동이 없었다.
"무슨 말을 기대하는거야? 내가 특별하지 않다면서, 당신은 나의 단 하나가 되길 바라는거야? 무의미한 질문이야. 내 주변에 당신처럼 극단적인 사람은 없었거든."
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자유로운 손을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우묵한 눈에 그늘이 졌다. "...아마 그렇게 할거야. 누구든지 내 설득이 통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면 화내고 설득할거야. 내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듯이, 그들의 행복도 바랄테니까." 민은 확신 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어쩌겠어. 난 고작 17살 학생인데. 난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내 곁에 두고 싶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었지요. 그래도,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그는 안심한 듯 내려놓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 살아있는 건 운이 될 수도 있지만, 다음에 찾아오는 적에게 같은 방법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
그는 곧 리안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작게 웃었습니다. 마치, 안심하라는 것 같군요.
' 정말로 여기에선 아무 일 없을거야. 우리는 초대 받은 입장이니까 교감 선생님의 저택에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초대받지 못한 마법사가 오면 그 마법사를 향해 저주가 잔뜩 걸리는 구조라고 이야기 들은 적 있어. 아마, 들어온다면 그 마법사가 멀쩡하게 나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너무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일상을 보내면,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 것도 생각하기 어려워져. '
그러니까, 날을 잠시간 내려놓으라고 덧붙인 그는 자신의 만쥬를 하나 더 먹었습니다. 달달한 맛이 가득 퍼졌습니다.
' 교감 선생님의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못 들어갈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 뒤면, 이 아름다운 풍경도 더 이상 못 보게 될지도 모르잖아. 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담아둬야지. 바다 쪽으로 가본 적 있어? '
>>714 (친절한 땃주....!) 괜찮아 캐붕이나 모순 같은 것도 오너가 하면 피셜이야....!!!!!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모순된 면을 갖고 있는걸~~ ^~^ 음... 음... 사실 엘롶은 처음에는 아주 간단하게만 구상하고 있었던 보조 시트였어. 원래 내려던 캐는 따로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캐 시트가 안 써져서 이 친구로 바꿨지 :3 설정 안 풀린 건ㅋㅋㅋㅋㅋㅋ진도를... 노력해보겠음.... o<-< 어디까지나 간단하게 보조로 휘갈겨놨던 캐라서 일단 시트부터 내고 설정은 천천히 급조한 거라 이렇다 할 계기는 따로 없네. 으악 답변이 비루하다 X0 외형은 한 번쯤 굴려보고 싶었던 비주얼을 합쳐봤구... 나머지 설정들도 그냥 급조였어 사실..(급조맨,,,)
개장 뒤에 만들어간 설정에는 의도한 내용이 있긴 해. 얘가 순혈이긴 한데 비설은 가문의 규칙, 혈통, 사상... 같은 순혈가문의 대표적인 문제와는 관련이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 정도? 아직 밝히진 못했지만 주요 설정을 장르로 표현하자면 막장극에 아닐까 생각해 ^~^
"아하, 그러면 형님이 입학 당시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이시겠네요? 조금 궁금한데 말씀해주시겠어요?"
실제로 윤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맹세한 시점부터 그에게 윤은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그가 조용히 졸업한다면 넘어가겠으나, 만약 그가 조용히 넘어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손으로 모든걸 결착 지어야 하는 순간이 올것이다.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이 착잡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결국 답은 하늘만이 알지 않을까요. 물론 그게 진짜 옳은 길인지는 모르지만, 것 참, 두명 다 하늘길을 배웠는데 하늘길 지도도 못보니 이거 완전히.... 아 한놈이 사이비라 문젠가."
그렇게 농담조로 말하면서 너스레를 뜰지만 마음속 무거운 짐은 가볍게 놓아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까지 방송을 하면서 쌓아올린, 그 말도 안되는 직감이 옅은 경호성을 내고 있는게 너무나 거슬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분명 일이 터질거란 경고음이었다. 그러다가 이전에 발렌타인이랑 같이 걸으면서 바닷가를 달리던게 기억이 났다. 다들 막 정신없이 도망가는 통에—그 원인이 자신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는 그였다—제대로 구경도 못했고 이어지는 상황에선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 통에 흐지부지 됐던게 기억이 난것일까, 그는 졌다는듯이 양손을 들어올리며 잊을 열었다.
"나쁘지 않겠네요. 미남 형님이랑 같이 간다니, 모실 기회를 주시지요!"
천천히 현성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나란히 걷되 살짝 반발자국 뒤로 걷는것을 잊지 않으며 그는 천천히 미소를 머금은채 움직였다.
' 입학식 때, [제갈 윤] 이라고 불리자마자 좌중이 엄청 조용해진 거야. 제갈 가가 워낙 유명한 순혈주의 가문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근데 정작, 윤이는 제갈 가문의 사람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어. 그 때부터 붉은 머리에, 벽안으로 다녔던 건 자신의 가문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나중에서야, 얘가 가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지. 진짜 놀라웠어. 보통 방학 때나, 기숙사 점수가 높으면 집에 갈 법 한데 윤이는 학교 밖으로 나가질 않았어. 편지도 잘 보내지 않았고. '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옛날의 모습을 이야기 하던 현성은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 노력하면 금방 익힐 수 있을 거야. 지금 교수님은....... 뭔가, 우리를 가르치는 걸 엄청 귀찮아하시는 것 같지만. '
대놓고 귀차니스트인 교수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는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 미남이라니, 너무 띄우는 거 아니야..? 나보다는 네가 더 잘생겼는 걸.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리안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에 도착했을 무렵, 현성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습니다.
' 바닷바람이 시원하긴 하네. 앗, 저기 교수님들 데이트 하신다. '
멀리서 칼 교수와 에반스 교수가 같이 있는 걸 발견한 현성이 비키려는 것처럼 방향을 틀었습니다.
벨주 반응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 다 우와야.. (쓰담쓰담) 쭉 정주행했는데 감 선생님 픽크루랑 벨이 그림이 올라왔었구나. 감쌤 진짜 너무 귀여워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야 저런 사감님이 인간좋아를 외치고 뽀작뽀작 돌아다니시는거 너무 최고야.. 헉 그리고 개인적으로 벨이 표정같은 저런 느낌 진짜 엄청 좋아해 광기 한가득 퇴폐미도 한가득..!
그녀는 잠시 전날을 떠올린다. 똑같은 길을 똑같이 걸어가던 그녀를 불러세우던 단태를. 그리고 지금을 본다. 단태가 서 있던 자리에 선 발렌타인을. 그러고보니 둘 다 현궁이다. 현궁 사람들은 원래 주변에 관심이 많나? 그렇다고 하기엔 단태도 그다지 그녀를 걱정해서 따라온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위화감이 아직 남아있었고. 그 뭉글뭉글한 위화감이 한끗을 발렌타인에게로 뻗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적당히 내놓은 말에 돌아오는 대꾸를 들으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한다. 자신을 걱정하는 건지, 그저 발렌타인 본인이 귀찮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적어도 그 서점에서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달라진 차림 때문인가. 바로 얼마 전 수업 때도 전혀 그런게 없었는데. 뭘까.
"흐음."
발렌타인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향할 때 그녀가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 뒤로 살짝 젖혔다. 시선을 줄곧 그에게로 꽂은 채 말이다. 다시금 흔들리는 머리칼 아래로 아직도 남아있었나 싶은 물방울이 투툭 떨어진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금방 고개를 내린 그녀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럼 따라오세요. 전 상관없거든요."
의심 사기 딱 좋은 말들을 늘어놓은 사람 치고 태도가 당당하니 정말 별거 아닌가- 는 아니지 않을까. 원래 한번 든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의심을 가진 채 따라오든, 이대로 물러나든, 어느 쪽이든 그녀에게 나쁠 건 없었다. 전자가 조금 더 좋을 뿐이려나.
"좀 걸어야 하는데, 괜찮으실려나 모르겠네요."
평탄하기는 하지만 거리가 좀 있고 나름 오르막이었으니 과연 괜찮을까. 정도는 생각하며 몸을 휙 돌린다, 그리고 좋을대로 하라는 듯 멈췄던 걸음을 떼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