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그리 바쁘게 가나, 라고 말할 만큼 그녀의 걸음은 바쁘지도 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면 느긋했다. 누구든 금방 따라잡고 붙잡아 세울 수 있기 충분했다. 그렇게 멈춰선다 한들 상대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해준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짧은 부름을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착실하게도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완전히 돌아보지 않고 반만 돌아서 비스듬히 그를 보는 모습이 화보의 한 장면 같다. 그토록 놀아재꼈는데도 그을리기는커녕 붉어지지도 않은 하얀 피부 위로 해수 몇방울이 구르고, 몸을 돌리는 순간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묶인 머리가 흔들리며 남은 물 몇방울을 떨구어낸다.
그녀는 가디건에 꽂고 있던 손을 빼 앞머리를 대강 정리하고 그녀를 불러세운 상대를 유심히 보았다. 시력이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 그녀가 기억하는 사람과 인상이 좀 달라보여서 말이다. 그도 그럴게, 그녀가 아는 그는 어둠의 화신마냥 새까만 모습이었으니. 하지만 은근히 풍겨오는 맵싸한 향에 그 사람이 맞구나하고 결론내었다.
"안녕하세요."
알아보았으니 예의상으로나마 인사를 먼저 했다. 그건 오래된 습관 중 하나였기도 한데, 그 과정은 그다지 중요치 않으니 그냥 그렇다는 것만 말해둔다. 가볍게 고개만 스윽 내렸다 들곤 잠시 말을 고른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냐, 라. 이전과 거의 똑같은 상황에 그녀는 단태의 조언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직은 그가 따라올지 안 따라올지도 모르는데 굳이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아마도 안 따라올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그래서 그녀는 적당히 대답해 이 상황을 넘겨보려 했다.
"그냥, 저기 좀 갔다오게요."
목적도 목표도 정확하지 않은 말은 되려 상대의 의심을 살 수도 있음을 그녀는 정녕 몰랐을까. 그 다음에 그런 말을 던지는 이유는 또 뭐였을지.
다시 모래성을 만들던 장소로 되돌아오는 민의 모습에 단태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능청스럽고 뻔뻔하기 그지 없는 그런 웃음이었다. 민의 말에 단태가 대답을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단태는 눈을 깜빡이다가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선을 마주하며 샐쭉- 하니 가늘게 뜬다. 말이 이어짐에도 능청스레 웃고 있는 얼굴은 그대로일 뿐, 계속 대답은 하지 않고 있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단태는 자신을 보는 집요한 시선을 마주할 뿐이다. 아니면 생각하고 정리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었다. 적이 될지 아닐지.
"뒤늦은 말이지만, 밝힐 생각은 없었어. 학원을 졸업하면 더이상 나랑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담요도, 차도. 네 걱정도 말야."
평소와 같은 느물한 목소리로 단태가 재잘거렸다. 자신을 피하는 모습에도 단태는 집요했다. 1년만 있으면 나는 졸업하니까. 하고 이어서 중얼거리다가 표정이 변하는 걸 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화내는거야?" 서릿발 같은 냉기에 히죽- 주단태가 웃었다. 어릴때의 순수함? 그건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네가 없어지고 나서 잃어버린 것.
"떼쓰는 거라고 했으니까 아예 대놓고 떼를 좀 써볼까? 자기한테 궁금한게 있거든. 애처럼 투정부린다고 생각해도 좋고."
민의 말이 끝나고 셔츠를 툭툭 두드려서 정리하던 단태는 뻔뻔하게 굴었다. 자신이 어떤 자인지에 대해 알고 있다. 자신이 악인임을 알고도 그렇게 말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한다면- 한다면? 뭔가가 바뀔까.
"내 실체를 알면서 어째서 사람들을 대하라고 하는거야?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신경쓰지 않을거라며. 그런데 왜 그렇게 화내는거야?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한다면, 나한테 했던 것처럼 걱정하고, 화를 내고 설득할거야?"
대답을 해주면, 나도 대답해줄게. 달링. 자신의 셔츠를 잡았다가 놓아주는 민의 손을 단태가 낚아채듯 붙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말이 좀 어려운가 싶어서 단태는 조금 더 말을 덧붙혔다.
"그냥 묻고 싶은 건 하나야. 너는 나한테 하듯이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할건지- 말이야."
딱히 존대는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는 아무래도 멋쩍은듯 뒤통수를 살짝 긁으면서 눈을 찡긋했다. 아마도 그때의 무례가 떠오른건지 상당히 무안한 듯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윤 선배님 친구분이시잖아요? 솔직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억이 난 듯 로켓에 대해 기억이 난듯 입을 열었다. 물론 본인이 생각한 로켓은 이 별장 지하 깊숙한데 박혀가지고 뚜껑이 열리면 콰아아아아아--- 하고 발쓰아 되는 그런 로켓을 상상했다는건 비밀로 하고 말이다. 솔직히 본인이 상상해놓고서도 상당히 쪽팔렸으리라.
"저도 사실 눈이 안좋은 신입 방송부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얘들을 부ㄹ... 구슬려서 사방팔방으로 찾아봤는데 나온건 순 이상한거 뿐이더라고요."
진짜로 사방팔방 다 뒤졌는데도 그정도로 안나오는거면 진짜 안나오는 물건이다. 허탕도 이런 허탕이 없으리라.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도 답이 없다는 듯 히죽 웃어보이며 초콜릿 만쥬를 손에 든채 입을 마저 열었다.
"저희 아이들에게 전하겠습니다. 살이 좀 붙긴 했어도 여전히 열심히는 하니까요."
응, 아마도 열심히 할꺼야. 그렇게 믿고 싶다....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뒤에 이어지는 말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제가 한건 없죠, 고작 텔레폰 펀치(눈에 보이는 주먹, 위력은 강하지만 회피/카운터가 전부 심해 함부로 휘두르다 오히려 얻어터지기 딱 좋은 주먹) 몇번 휘두른건데요 뭐, 다른 사람들이 후드려까놓은거 제가 그냥 막타만 뺏어먹은거라고요."
> 전투 도중에 가르마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는 벨이 보고싶어요...적폐... 모노클 있는 눈 근처로 디핀도 맞고...그쪽 대충 꽉 쥔 뒤에 가르마 바꾸면서 "Bring it on. MF(Mother Fxxcker)!" 하고 웃는 벨이나 그런거요...우와..엄청 적폐네요....🙄 라고 썼답니다...
' 정말? 으음, 한 번 밖에 도와드릴 수 없으니까 더욱 신중해야겠네..... 윤이 방이라도 뒤져볼까. '
방 주인이 들으면 식겁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그는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만쥬를 먹는 리안을 흐뭇하게 보던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잘 먹는 건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뭔가 하늘의 움직임이 영.... 좋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든든하게 먹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
현성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습니다. 그리곤 ' 천문학이 특기거든 ' 하고 덧붙였죠.
' 지팡이가 없으니, 무력으로 싸운 건 멋지지만, 다음부터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어. 그 마법사의 지팡이는 결국 끝까지 놓치지 못했잖아? 그리고 혜향 교수님도 크루시오를 맞으셨고...... 만약에 그 마법사가 그 두 가지 금지된 저주가 아니라 아바다케다브라를 썼으면, 다들 위험했을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하며 현성은 곧 자신의 만쥬가 나온 것을 받았습니다. 따끈따끈한 만쥬는 언제나 맛있는 법이죠.
' 뭐어, 여기는 교감 선생님의 사유지니까 함부로 위험한 마법사들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사감 선생님들도 계시고 교수님 두 분도 오셨고. '
그는 짧은 인연이 있기에 부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잠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돌아본다. 남이 흡연을 하면 점수를 깎는 건가? 오, 그런 느낌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재미없는 예감이 말했을 뿐이다. 지금 당장 저 여자를 말리지 않으면 또 밤새 누군가를 찾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을까? 이기적이고 예의없는 발상이지만 생각은 생각이기에 다행인 법이다. 언행으로 나오지만 않으면 되고.
그는 반만 돌아보는 모습에 팔짱을 끼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확히는 머리카락에. 머리카락에만 시선을 두는 이유는 산 자의 피부를 보는 건 백정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혈색이 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는데, 그는 제법 '겉치레의 예의'는 잘 지키는 편이었다. 흰 머리카락에서 해수가 또르르 떨어지는 걸 본 그는 물끄럼한 시선에 한쪽 팔을 들어 자신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타래를 넘긴다. 당신은 그에게 인사한다. 이후 '저기'라는 목적이나 목표도 없는 말에 그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지리는 제대로 아는가? 안전은?"
그냥 보내줄까 했더니 신뢰가 훅 떨어졌다. 사고치러 가는 건 아니니까요. 이 말에서 그는 이 섬을 떠올린다. 상가도 있으며 제법 치안도 좋을 법 하지만 절벽이 있고, 그 주변엔 바다가 세월을 가로질러 깎아내려 날선 것들이 꽤나 많다. 마법을 외워서 구조요청을 한다고 해도 혹시 모를 위협에 홀로 둘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까, 딱히 지금 인간이 다치고 그런걸 걱정하는게 아니라 내가 마지막 목격자가 돼 귀찮아질까봐 그게 싫다 말이다. 그는 절대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다. 아무튼!
"자네에겐 안타깝게도 홀로 두고 갈 수는 없네만. 명색이 학생대표인지라 외진 곳으로 홀로 가게 둘 수는 없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오늘따라 예민함이 조금 누그러진 눈길이 드디어 머리카락이 아닌 당신의 눈을 한 번 향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벨 컬러 들어간 부분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열렬하게 부정해서 더 의심되잖아!
>>691 원래 저의 아무말은 타이밍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니아니 세상에 이렇게 되면 더블인터뷰 하는 수밖에 없잖아~~~~(벨:?) 그럼 질문 첫번째!! 땃태의 설정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모티브 같은 게 있을까~~~~??? :3
>>69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겠어... 이렇게 된거 얼른 마법세계를 정복하고 디저트 가게를 매수해야지...(?) 사실 커뮤 뛰어본 적은 없고 건너건너로 들은 거지만 말이야~~~ ^q^ 어 얘가 포함인지는.... (엘롶 봄.... 안 봄.....) 애매해서 완전 맞다/아니라고 확답은 못하겠네....~~~
>>702 모티브나 계기.....아, 혼돈 악 캐릭터 땡긴다 해서 테마곡을 찾다가 스텔라장의 빌런을 듣게 됐고 거기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느낌의 캐릭터를 구상하다가 이것저것 양념 좀 치다보니 짜잔~~~ 지금의 사람탈을 쓴 짐승이 나왔다~ 정도네:)
아직은 조금 입에 안붙었다는 듯 그는 다른 호칭으로 부르면서 혀를 살짝 빼어 문다. 그러고서 그 또한 무언가를 느낀 듯 살짝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저도 마찬가지로 조금 느끼긴 했습니다. 물론 머글식 문화로 배운거긴 하지만 저도 아주 조금 천체를 공부했거든요, 물론 어디까지나 가구라를 추기 위해 배운거라서..... 비록 현성 형님만큼 마법사식 천문은 볼 수 없지만 어느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주입식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그 또한 그렇게 천체를 읽는 법을 배우기는 했었다. 비록 아예 머글식이라 마법사들의 관점과는 다르지만 실제로 통용되는 궤는 어느정도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날 문제는 그걸로다가 푼거지 아니한가. 만약 자신이 모르는 범위내에서 그리 됐다면 다시 공부를 해야했겠지. 물론, 다행이도 그런일은 저번에 없었지만.
"뭐, 저야 뭐 다들 소위 말하는 사이비라고 봐도 되니 제 의견은 묵살하셔도 됩니다만..... 다만 의심 되는건 어쩔 수 없겠죠. 어디까지나, 직감입니다."
직감이라는 말을 덧붙인 그의 입가로 장난스러운 미소가 남는다. 그러거서도 현성의 진심어린 조언을 받아들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걸 좀 노린것도 있습니다. 제 목숨 하나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확실하게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거 하나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요. 애시당초 적이 절 보기 바랬던 것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 목숨은 하나니까, 염두해두겠습니다."
만쥬를 하나 베어물고 씩 웃었다. 그런 그의 입가로 의미심장한 웃음이 스쳐지나간다.
"글쎄요. 전 장담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다들 믿지만, 역으로 믿기에 이 깊은곳에 스며들었을수도 있겠지요.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가장 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야 말로, 기장 숨기기 좋은 공간이라고."
>>712 (아 물론 쌉가능이지:D) 그래서 그런지 가끔 저렇게 오너의 골머리를 썩힐정도로 캐릭이 모순점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어:p 어려운 주가놈.....((아득바득)) 앗 고마워! 그럼 역질문 받아야지? 엘롶의 설정..많이 안풀렸지만 엘롶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설정을 짜게된 모티브가 있어? ((본심은 못본 척 해주기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