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사Q : 아!! 리안 선수!!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필드위에 카드들을 셋팅합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걸까요 땃쥐 선수!? 이미 만전의 가드를 굳히고 리안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리안 선수!! 이걸 어떻게 해결....
앗!! 말씀드리는 순간!! 판정으로 리안 성수 승리!! 비디오 판독 결과, 리안 선수는 카드 셋팅을 페이크로, 스탠드 [킹 크림슨]을 이용해 5초간 시간을 날려버리고 그 5초간의 시간동안 땃쥐의 품으로 파고들어가 마음껏 쓰다듬을 한뒤 다시 거리를 벌린거라고 합니다!! 오직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스탠드까지 쓰는 그 집념!! 참으로 잉여롭다고밖에 할수 없습니다아아아아!!!
타니아는 딸꾹질을 했다. 너무 놀란 탓이었다. 몸에 각인된 건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저렇게 웃을 때마다 가문 안은 싸해졌다. 그런데 싸늘했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까마귀가 주변에서 날아갈 것 같던 음산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유쾌하고 활발하게 변했다. 그는 당신의 말에 미소를 거두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주도록 할까." "힙히끅. 힙."
현궁의 사신이라는 이름은 괜히 달린 것이 아니었다. 칼같은 공과 사, 음산한 분위기, 그것 말고도 자비없는 점수 깎는 기계. 타니아는 그가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자 숨을 합 멈추며 딸꾹질을 가라앉히려다, 결국 병아리의 높은 울음소리처럼 삑사리를 내고 말았다. "삐힙!"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타니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그것 참..다행이군 그래?"
순수한 감탄사에 걸맞는 겉치레의 예의. 그는 다음 질문을 듣곤 타니아의 등을 다시 두어번 두드렸다. 온갖 민간요법을 쓰듯 숨을 꾹 참고 침을 꼴깍 삼키던 타니아는 잠시 푸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졸업 때문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멈췄다. 졸업은..그렇지, 타니아는 모르지. 도련님께서 가업을 잇는다는데요? 소리만 들었을 뿐.
리안이 천천히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가볍게 웃어보인다. 확실히 그가 날카로운 분위기를 낼 것이라는 건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의도한 사실이기도 했지만 이정도의 결과를 낼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내심을 다지고 천천히 사신을 바라보았다. 용과 사신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그는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그 둘만이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하해와 같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음산한 분위기와 완전히 반대되는, 천지를 날아오르려 하는 용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지만, 그것은 등룡문(登龍門)을 오르기 직전의 용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무엇도 숨기지 않고, 정당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앞길에 대해 피하지 않으며,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면 그 모든 것을 살라먹고, 대지를 날아오르려는 용과 같은 기상의 모습이었다. 용의 아들은 용이라는 반증에 걸맞게 그는 날카로운 기세를 거스르되 거스르지 않으며 가만히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걸어가는 길은 다르고 분위기는 다르나, 그릇만큼은 둘이 비슷했다.
"허어, 이거 오히려 한방 먹어버렸는걸요? 날카로운 일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하고 부드럽던 분위기가 천천히 바뀌어간다. 천하를 날며 세상을 유유자적하던 모습과 다른 진정으로 비를 기다리는 용의 모습.
"하지만 저는 피하지 않고 답변해드리도록 하지요. 진로는 없지만 목표는 있습니다."
간판에 연연하지 않고, 돈에도 욕심을 가지지 아니하며, 그렇다고 권력을 탐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용이 되고 싶을뿐입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그의 표정이 다시 확 풀려버린다. 완전히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다시 풀리고 그의 미소가 다시 입가에 맴돈다. 잠시간이지만 그것이 바로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라는 건 착각이 아닐것이다.
"랄까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시고! 그럼 제가 질문을 할 차례인가요! 두분의 관계, 생각보다 학원내에 많이 소문 나있는거 아시죠? 사실 찌라시도 많아서 저는 거르고 있는데, 혹여나 대답해주실수 있으신가요? 마찬가지로, 어려우시다면 대답하지 않아 주셔도 됩니다!"
그가 방을 혼자 쓰는게 백설이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그냥 그가 타인과 한 방을 쓰는게 싫었나보다. 그렇다는 건 기숙사도 그래서겠지. 그녀는 저를 놀리고 웃는 그를 보며 짧게나마 생각했다. 도대체가 알면 알수록 모를 사람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알고 싶기도 하고,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녀가 가진 의문들을 해소하는 것이.
어쨌든 그녀의 협박 아닌 협박이 통하긴 했나보다. 표정까지 바꿔가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녀는 속삭였을 때의 반응을 머릿속 한켠에 넣어두며 그의 팔에 톡 기댔다. 그런 표정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못 이긴다니까. 정말로 한번만 더 놀리면 휴가 내내 숨어있기라도 하려던 마음이 그의 표정, 말 한마디에 녹아 흘러내린다.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일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가보다 해줄게요. 그러니까 오늘은 더 놀리지 마요."
짐짓 무게 없는 엄포를 놓고 저택을 향해 그와 함께 걷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놀리는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지만, 같이 있는 시간을 좀더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아니긴 한데. 어쨌든 휘둘리기만 하는 것보단 나은게 더 있지 않겠는가.
"그.. 다른 사람이랑 자는거 싫다면서요. 그래놓고 뭘 안 될 거 같으니까 같은 소릴 해요. 괜히 실망하게."
또 놀리는 거냐면서 눈을 가늘게 좁히고 그를 흘겨보다가, 금새 표정을 풀고 잡은 팔을 만지작거린다. 앞선 말은 그냥 해본 소리에 불과햇지만 실망한 건 아주 조금은 진심이었다. 그야, 여기 와서 가장 아쉬웠던게 그와 한 방을 쓸 수 없었던 거니까. 원래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알아도 아쉬운게 가끔은 있는 법이다. 그렇게 노닥거리다보니 어느덧 사박거리는 모래사장을 벗어나 저택이 보일만큼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