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너머로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늘도 건 사감님이랑 곤 사감님이려나. 항상 쫓고 쫓기는 그 사이는 지켜보는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꽤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오늘의 건 사감님은 과연 얼마만에 곤 사감님에게 잡혀 등짝을 맞게 될 것인가! 같은 내기를 걸어보는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 그걸 아직도 안 걸고 있었다고? 학교 생활 절반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며 잠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듯 했다.
그렇게 소란이 조금 잦아드나 싶었을 때. 주양은 그 짧은 순간이나마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당신의 장난 대상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조금이나마 소란스러웠을 때 적당히 깨어나서 구경하고 갈 길을 갔어야만 했다는 것을. 정신이 맑았던 청은 당신의 기척을 느꼈으나 주양은 그럴수가 없었고, 결국 갑작스러운 놀래킴에 기겁을 하며 나자빠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런 갑툭튀 앞에서는 한참 무력한 게 주양이었던 데다가 어제의 그 경험 때문인지 이런것에 있어서는 더더욱 취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전의 휘영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깜짝 놀래키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것으로 보아 청궁 사람들에게는 절대 등 뒤를 내어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겠냐만은. 미친듯 뛰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피히히 웃는다. 그래. 적어도 아까 마냥 평온하기만 했던 상태보다, 훨씬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썩 찝찝한 짜릿함이었지만 그 대상이 귀신이 아니라는 걸 안 이상 그런 찝찝함 따위는 금새 사라지기 쉬웠다.
"어머나. 역시 사감님도 저와 청이를 아시는군요? 그럼요! 언제든 내깃돈으로 걸기 위해서 이렇게! 딱 준비하고 있답니다. 어때요? 참된 패밀리어 아닌가요~?"
내기 이야기에 주양의 눈이 순간 빛났다. 오호라. 역시 알아봐주시는 구나! 적어도 학교에서 여기저기 내기를 걸며 그 내깃돈으로 청을 건 것이 인생 낭비는 아니라는 생각에 내심 뿌듯해졌다. 마치 자신이 유명인사라도 된 양 잔뜩 뻐기며 손가락으로 청의 턱을 약올리듯이 살살 긁었다. 그 행동이 낳은 결과는 결국 손가락을 잔뜩 깨물리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젠 이 정도는 익숙해졌기에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만.
"야야야, 아파. 아프다구..! 크흠. 아무튼! 제 행동을 예측하신 김에. 내기 하나 안 하실래요? 마침 조금 심심했던 참이었거든요! 놀래키면서 등장하신것만 빼면 딱 좋은 타이밍이었달까요~"
손가락을 깨무는 강도가 조금 더 세지자 주양은 얼른 손을 빼고서 후후 불었다. 역시 진심으로 깨물면 꽤 아팠다. 부리로 꼬집는 쪽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손의 얼얼함이 조금 가시는 듯 하자 주양은 다시 씩 웃어보이며 당당하게 내기를 제안했다. 남의 이야기에서 내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으며 충분히 내기를 걸어봄직한 판이 깔렸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대단히 난해하고 이상한 판단을 내려버린 것이다. 마침 심심하기도 했으니. 당신을 그냥 보낼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음. 뭐가 좋으려나~ 아. 곤 쌤한테 장난치고 누가 더 빨리 잡히나 한번 해보실래요? 저희 기숙사 사감님이라서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염통 쫄깃할것 같기도 하니까요!"
기숙사 점수를 꽤 많이 쌓은 사람의 여유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주궁 내에서의 점수 기여도도 자신이 높겠다, 무서울게 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기숙사 사람들의 기숙사 점수를 알게 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으나, 지금은 그것만큼 좋은 배팅도 더 없겠지 싶었다. 물론 다른 내깃거리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찬성할 의향이 있는 모습이었다. 내기에 대한 당당함은 사감님들도 이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뭐든 괜찮답니다! 어느 쪽이든지 제 내깃돈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어때요, 청을 걸고 하는 내기 안 하실래요? 안 하신다면.. 히히. 여기까지!"
그래도 차마 어른한테까지 Hoxy.. 를 쓰는 건 내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사감님은 사감님. 그 정도는 지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에, 주양은 손을 올리려다 말고 그냥 평범하게 웃었다. 그래봐야 자신만만한 모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기는 하지만.
고맙다는 말에 그가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덩달아 담배 연기를 흡입하고 있는데 그것을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다. 바람이 제 쪽으로 불지 않아서 그런가. 무기의 물음에 그는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몇 번이고 있었던 배정식의 일, 그동안 한 번도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를.
"어…. 제 경우엔 큰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지금까지 익숙하게 지내온 장소랑, 배워온 마법의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요."
정말로 그것이 전부였던 탓에 달리 거창하게 말할 방법이 없었다. 1학년 때도 그냥 현궁이 좋겠다 싶어 현궁으로 갔을 뿐이고. 억지로 나쁘게 깎아내린다면 안주형 인간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해서 그것이 지적당해 마땅한 자세인 것도 아니다. 그러다 그는 무언갈 깨닫고 아, 하는 감탄사를 흘렸다. 검지를 척 올리고 진지하게 눈썹을 좁히는데.
"그리고 이 이유가 제일 중요한데요, 저는 현궁 날씨가 좋아요."
반절은 농담이지만 나머지 반절 이상이 진심이었다. 기숙사 바깥 기준으로는 가끔은 봄 날씨도 더울 지경이라. 하늘도 맑고, 눈도 과하지 않고, 가끔은 바람이 찰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녁 6시가 되어야 해가 지는 겨울은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호천기다. 그것이 1년 내내 유지된다면 더더욱.
진심으로 방송 소재로 쓸 수 있다면 쓸 생각이었다. 그는 잠시간 쥐어진 과자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름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는 천천히 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현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방송부가 있지 않은 곳이지만 자신의 방송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에 그는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멋진 원칙이지요. 그렇기에 우리 가문은, 간판에 목숨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저와 제 형제들이죠."
이미 멀어진 민의 말에 답하기라도 하듯 조용히 읆조린다. 어차피 그녀는 들을일 없겠지, 그는 천천히 트레이닝 복의 후드를 뒤집어 쓴뒤 껌을 하나 입에 베어물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궁을 등지고 천천히 걸어나가는 그의 걸음에는 모든것을 내려 놓은 듯한 일말의 편안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이겨야 함이니, 짊어져야 한다면 기꺼이 짊어져야 함이라. 살면서 그 무게를 정하는 것은 자신일지니, 교만함을 경계하라, 교만함은 무게를 무겁게 하고, 경건함은 그 무게를 덜어줄지니, 스스로의 발걸음을 걸어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던지고 믿는 바를 행하라, 그로서 스스로의 간판이 완성될지니."
수도승마냥 쉴새없이 걸음을 옮기며 찬 공기를 받아들인다. 감기에 걸릴 만한 환경이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탓에, 그녀가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을 금방 눈치채지 못 했다. 딱히 생각에 잠겨있던 건 아니라 저멀리 울리는 백설의 울음소리를 듣고 곧 깨닫긴 했지만. 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소리이니 다른 소리와 착각할 일도 없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들자 이쪽으로 오는 윤이 보이길래 그녀는 싱긋 미소지었다.
"안녕, 선배. 그냥 좀 걷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아무 목적 없이 걷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지금 나와 걷는 동안은 그에 대한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만큼 무아지경이었을지, 그저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건지. 아무튼 혼자 걷고 있던거니 같이 걷자는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대답 대신 어깨를 살짝 으쓱이고 사뿐사뿐 걸어서 윤의 옆에 선다. 어디로 갈지는 윤에게 맡기겠다는 듯, 그의 걸음을 따라간다.
걷는 사람이 한명에서 둘이 된들 여전히 발소리보다 드넓은 바다의 물결소리가 더 크다. 그래도 혼자일 때와 누군가 같이 있는 건 느낌이 다르다. 그 누군가가 윤이면, 그라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오늘은 왠일인지 얌전히 옆에서 걷기만 하다가 말을 꺼내본다.
"오늘은 백설이가 안 보이네요? 방금 같이 있던 사람이 데려간 거에요?"
때마침 백설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생각나기도 해서, 좀전까지 같이 있던 사람에게 맡겼느냐고 묻는다. 백설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쪽으로 가는 사람을 보기도 했고. 누군진 모르지만.
놀래키는 보람이 있다. 자신은 재미있는 사람이었을까? 주양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부끄러움도 부끄러움이지만 역시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귀신을 잘 못 봤냐는 이야기가 주는 영향이 컸다. 생각해보니 몇번 보기는 했다. 적어도 그땐 학교 안이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손에 꼽을만큼 적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아예 못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젠 왜 그렇게 놀랐지? 내가? 그렇게 놀랐다고? 굉장히. 엄청나게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양은 옆으로 시선을 돌려 피했다.
"아, 아뇨~ 귀신을 못 보거나 주궁 밖으로 안 나간건 아니지만 제가 놀라면 일단 다짜고짜 귀신부터 부르는 버릇이 이, 있거든요~! 아마. 그. 이건 건 사감님도 모르셨을 거예요! ㄱ.. 그쵸! 그렇다는 데 청이를 걸게요! 이건 반박하기 힘드실 겁니다..?"
차마 어제 저택에서 보고 겪은 걸 구구절절 이야기할수가 없었다. 그저 분위기에 잔뜩 짓눌려버려 헛것을 보고 말았을 뿐일 테니까. 그걸 그대로 이야기한다고 한들 꿈을 꾼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게 뻔했다. 조금 억울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신이라면 그 한밤중의 어둠 속에서도 겁에 질리지 않고 당당하게 돌아다닐 사감님이라는 느낌이 컸다. 그렇다면 더더욱 헛것을 볼 가능성은 적지 않겠는가. 꿈과 현실도 구분 못 한다고 놀림받을 바에야 겁먹으면 귀신부터 부르는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는 게 더 낫겠지 싶었다. 괜히 시작하지도 않은 내기에 청을 걸면서 주양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야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하하, 분명 저희 짝짜꿍이 잘 맞았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배워가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걸요~? 그건 괜찮답니다! 제가 청을 걸기만 하면 일단 그걸로 내기는 성립되니까 말이죠?"
그래서 주양의 내기는 어딘가 다른 느낌인 것일지도 모른다. 남이 내깃돈으로 무엇을 걸든 상관이 없었으며, 내기에 걸 게 없다고 하더라도 패밀리어인 청을 거는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의 반응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주양은 한껏 만족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준비된 내기꾼이라는 이야기가 주양의 자신감을 복돋아주기에는 딱 적당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난이라면 원탑인 당신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꽤 즐거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에 주양은 씁 하고 입맛을 다시며 아쉽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나 더 말은 얹지 않았다. 당신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더 건들었다가는 호되게 맴매맞을 테니까. 비행술 수업때 자신을 구해줬던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으니, 이 내기는 고이 접어두기로 한 참이었다.
"어라, 제가 가져가도 괜찮은 거예요? 그렇다면 저도 아무것도 안 걸순 없죠. 음.. 일단 조금. 생각해보고 나서 뭘 걸지 말씀드릴게요!"
조금은 의아한 기분이었다. 내기에 남이 먼저 무언가를 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자신이 먼저 내기를 걸면 상대가 받아들이고, 자신이 한술 더 떠서 청을 거는 일이 대부뷴이었는데. 남이 먼저 무언가를 걸고 시작하는 내기는 꽤 새로운 기분이었다.
허나 머리를 잘 굴려야 한다. 지금만큼은 뇌세포들이 합심해서 머릿 속 쳇바퀴를 굴릴 시간이다. 앞 그리고 뒤. 극히 간단한 50대 50 확률의 내기. 허나 자신의 예측이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청은 넘어갈 것이며, 자신에게 남는 건 없다. 그렇다고 얍삽한 수를 쓰기엔 상대 역시 장난과 내기의 귀재이니만큼 밑장빼기를 금방 캐치해내고 모순을 짚어 넘어갈 것이다. 정말 동등한 상황에서의 내기. 주양은 전율을 느끼며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렸다. 즐겁다. 바로 이 맛이다.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지 모를 내기. 늘 자신이 거는 이상한 내기가 아니라 진퉁 내기. 심장이 격하게 뛴다. 그래. 바로 이 기분이. 내가 원하던 것.
".... 후후. 아니예요.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요! 저는 뒷면이 나온다는 데 청을 걸게요. 어때요, 이 정도라면 꽤 해봄직한 내기죠?"
청이 너 미쳤냐는 눈빛 반. 그리고 자신의 교환비가 고작 1 갈레온 뿐이냐는 눈빛 반으로 주양을 쏘아보다가 어깨를 쿡쿡 쪼아댔다. 허나 주양은 늘 그랬듯 아프다는 말만 하며 내기를 무르지 않았다. 긴장감과 아찔함이 고조되어가는 지금 이 기분을, 절대 넣고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를 걸며 느끼는 짜릿함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제 픽은 끝났답니다. 이제.. 동전. 튕겨주실 차례예요."
긴장이 흘렀다.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어떤 얍삽이도 쓰지 못하는 참된 내기에서의 짜릿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미소가 더더욱 짙게 머금어진다.
여담이지만 무기쌤... 엄근진한 분이신데 '오냐.'라고 대답하신 거 좀 귀여웠음.... ^~^
엘로프 아델횔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를_캐붕_시켜보자 - 엘롶: 저는 사실 냥파입니다. 개보단 고양이가 좋아요. 라쉬: '0' 라쉬: 형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울뛰) 엘롶: ?????? 잠깐 너 뭐라고
?
자캐의_눈은_무엇으로_빛나나 - 그... #FFFFFF 컬러 클립 스튜디오 기본펜 브러쉬로 하이라이트 표시됨(아무말) 글...쎄... 완벽하게 '이게 삶의 이유다!' '얘의 모든 것을 불태울 의지다!'라고 할 만한 것까진 없어서....?? :3 그냥 그 나이대의 활기로 반짝거리지 않을까???
자캐가_여행할때_필요한것 - 마법사니까 지팡이는 필수! 그리고 음... 라쉬도 데려가야 하고...(?) 진짜로 마법사라서 어지간한 필수품은 쉽게 챙기거나 충족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밖에.... :0
누가 누구를 압도하는 상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근소하게 이기기야 한다지만, 압도하는 경우라면 많이 없었지. 신체적 차이로 이기는 사람과 계속해서 달려드는 사람이니 승부가 제대로 날리가 없지. 오히려 레오는 그것을 좋아했다.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상대.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원동력. 계속 헛소리하면 진짜 한 대 때려주겠다며 레오는 손을 들어 습관처럼 주양의 입술을 톡톡 쳤다.
" 아 그래그래.. 5분만 쉬자. 딱 5분만.. "
긴장이 풀리기야 했다지만 잠들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데서 잠들었다간 다음날 사람들이 봤을때 무슨 꼴로 보일지 모르니까. 느리게 눈을 꿈뻑이던 레오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또 '엇' 하고 운을 띄웠다. 가만 생각해보면 방으로 돌아가는것도 문제다. 어둠을 뚫고 혼자 돌아가기는 조금, 아니 많이 무서운데. 어떻게 해야할까. 레오는 이히히, 하고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너 말야. 지금 하나도 안 무섭지? 그치? "
슬슬 쉴만큼 쉬었다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선 레오는 허리를 돌리고 몸을 풀어주었다.
" 그럼 나 방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무서우면 안해도돼고. 어디까지나 네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야~ "
일종의 내기였다. 레오는 잃을 것이 없는 내기. 받아들인다면 방까지 에스코트를받아 편하게 들어가고 그 이후에 주양이 어둠을 뚫고 방까지 가는 것은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볍게 자신의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 방까지 혼자 돌아가는 것은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지. 받아들여도 받아들이지 않아도 이길 수 밖에 없는 내기. 레오는 오랜만에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킥킥 하고 웃으며 앉아있는 주양을 내려다보며 레오는 팔짱을 끼고 몸을 살짝 숙였다.
루인이 탁자를 쾅, 치며 눈앞의 부장을 바라본다. 마찬가지로 잭과 케인 또한 불만인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라이브 공연 선언, 심지어 저번과 같이 단체 곡이 아닌, 개인이 준비해서 하라고 한다. 시간은 단 2~3일 뿐, 단순히 생각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못해 절대로 무리인 상황이었다.
"솔직히 부장이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 니들 진짜 무리라고 생각하냐?" "절대로입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 멍청한 놈들, 미안하다, 내가 너희를 과대평가 했나 보구나 "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바라본다.
"내가 누구냐." "누구냐니.....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 "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 MC 대작..... 입니다...." "다 틀렸어. 나는 방송부 부장이다."
그 말에 전부가 침묵한다. 갑작스러운 그의 발언에 전부 꿀먹은 벙어리가 된 거 마냥, 리안의 다음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왜 그가 스스로를 방송부 부장이라 선언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방송부 부장이라는 간판은 언제까지고 내가 쥘 수 있는건 아니다. 언젠간 이 자리는 아현이가 물려받을테고." "그게 왜 지금....."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꺼라고 생각하는거냐!!"
그의 불호령에 다들 충격을 받은듯 가만히 그를 바라본다. 그말이 사실이었다. 지금의 방송부는 그를 중심으로 이끌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일궈낸 것은 그들이 모두 흡수했다고는 볼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어느정도의 강수가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리라.
"마음을 다해 불러라, 너희가 누군지 기억하고, 너희가 왜 나랑 방송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떠올려라. 그리고 그 마음을 이어나갈 준비를 하거라. 이 라이브 콘서트는, 내가 너희에게 내는 숙제다. 다들 나가봐."
그말에 다들 할말은 많은 듯 싶었지만, 서슬퍼런 리암의 기세에 짓눌린듯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저 아현만이 어떻게 해야할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을 뿐. 그런 아현의 모습을 본건지 그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렇게 되서 미안해요. 아현양." "네? 아....." "하지만, 언젠가는 아현양도 이렇게 될지 모릅니다. 선행학습이라 생각하고 봐주세요. 이것이 교사가 될지, 반면교사가 될지는 당신의 판단이니." "부장님....." "못 볼 꼴 보였네요. 가서 쉬도록 하죠. 내일부턴 바빠질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아현을 이끌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길에 이끌려가던 아현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왠지모를 무게감을 느끼며 천천히 그의 손길을 따라 움직였다.
"어허~ 또 업보 쌓는다, 꼬맹이? 그러다 진짜 압도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응? 확 그냥. 어휴. 이 언니가 착하고 키도 더 크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물론 정말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늘 여유만만한 태도로 압도니 뭐니 하는 말을 늘어놓았더라도. 그리고 정말 위아래가 갈려 서열이 나뉘는 건 재미 없는 일이라면서 특유의 얄미움을 아낌 없이 내비치는 일이 있어도 경쟁이 붙을 땐 봐주는것 없이 진심으로 밀어붙이기 일쑤였고, 그랬음에도 갑과 을이 명확하게 갈리지 않은 채 서로 팽팽한 대립을 이어 나갔으니까. 다시 당신의 손가락이 제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이젠 꽤 진정도 되었겠다, 주양은 입을 벌려 당신의 손가락을 앙 깨물려 시도했다.
5분. 딱 5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허망했다. 그렇다고 밖에서 이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복도 너머에서 누가 오기라도 한다면 참 소름돋는 일이 아닐 수 없을테니까. 한참 심호흡을 하던 주양은 당신이 일어나자 당신을 다시 바라보았다. 뭐지. 이번엔 또 뭘 하려고. 어떤 일이 들이닥치려고.
"ㅁ, 뭐..? 이 꼬맹이가 감히.."
아. 선수를 빼앗겼다. 방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방까지 가는 건 오로지 자신 혼자서 해내야만 할 일이었다. 내기의 처음 단계였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청을 대동한 채 유유히 방으로 향할 수 있었겠으나, 지금만큼은 그런 건 싫었다. 허나 그렇다고 싫다고 한다면. 당신의 페이스에 휘말린 채 무력하게 지고 말 것이다. 분명 그 점을 노렸을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당했다. 하는 표정으로 당신을 쏘아보면서 이를 꾹 악물었다. 아까전만 해도 언니니 뭐니 하던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좋아. 좋다고! 내가 쨀 것 같냐? 감히 누굴 놀리는 거야..! 한번만 더 그런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귀신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여기서 박살내버릴거야, 너..!"
기어코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내려다보며 꽤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그것도 일상적인 장면의 일부일 뿐이었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게 그런 것이었으니까. 허나 이미 이 내기에서의 승패는 갈린 듯 싶었다. 청을 끝까지 데려가겠다는 얍삽이가 막혔을 때부터 결정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것으로 태클이 걸린다면, 그냥 피곤해서 하품을 한것 뿐이라며 둘러대겠지만. 꽤 참담한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 가자. 내가 끝까지 데려다주고 내 방까지 혼자 돌아간다는 데 청을 건다! 흥. 이 정도라면. 충분히 내가 이길만한 내기겠지..!"
어떻게든 마지막 발악을 해 보아도 이미 심적인 승패는 갈린 직후였다. 말이 좋아 무승부지 자존심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주양의 패배였다. 꾹 악물었던 어금니를 빠득 소리가 나게 갈며, 복수의 칼날을 마음속에 품었다.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역전승을 가져갔으니 다음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주양은 당신의 손을 홱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 생각하면 다행이기는 했다. 지금 여기서 바로 바이바이하지 않고, 방으로 가는 길까지는 같이 있을 사람이 있으니까. .. 물론, 그 이후가 심히 문제였다만.
"아. 진짜 더럽게 안 무섭네! 역시 교감선생님 저택이야. 별 거 없구만! 우리 겁먹은 꼬맹이도 방까지 데려다줘야 하고 참 상쾌한 기분이야!"
사실. 방까지 혼자 가라는 말은 없었으니 앞의 되도 않는 발악만 아니었어도 그 결과는 모를 일이었다. 허나 발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룸메이트를 그대로 두고 다른 방에서 자는건 썩 내키지 않았다. 사람으로써 아주 눈꼽만큼이나 남은 마음 속 양심이 그것을 거절했으니까. 먼저 찾아가서 룸메이트라고 선포한 주제에 말도 없이 다른 사람의 방에 가서 잔다면 그건 예의가 아니다. 주양은 이를 꾹 악물었다. 차라리 자신이 완전한 악인이었으면 신경 안 써도 되었을텐데. 사람의 정이라는 건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까 등의 뜻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발걸음이 꽤 무거웠다.
>>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언제 이렇게 인싸멍멍이가 된 거지...??? 우리 라쉬 조금 있으면 이족보행도 하고 세금도 내겠어.... ^~^(?)
>>48 앗.... 스,,,읍,,,,, 모바일은 https://youtu.be/(이하 주소) 형식이고 PC는 https://www.youtube.com/watch?v=(이하 주소) 형식이니까 PC 형식을 복사한 다음에 watch?v= 뒤에 (이하 주소)를 붙이면 되지 않을까????
>>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내기 보상화 사례는 점점 늘어나기만 하고.. (?) 이것이 바로 우한폐렴을 이어서 우리나라를 강타할 잡담갈비..! 아니 아담의 갈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나는 명륜진사갈비.. (그만해)
역시 라쉬 일편단심 엘롶이 장하다 전에도 우려먹었지만 라쉬는 진짜 주인 잘 만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집마다 없으면 서운한 영고담당이었다고 한다~! (?)
>>4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청 몸짓 발짓 부리짓으로 세상 서운함 다 표현하면서 끽끽거릴것 같아.. 말은 안 통하겠지만..! () 조금 풀어진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어~! 평소대로 내기에 던지는 게 쭈만의 이해할 수 없는 애정표햔이라 살짝 캐붕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50 헙 맞아 이대로.. 성불할 순 없다! 나는 아직 벨이 서사도 다 못 봤다고! 봐야 할 진단도 떡밥도 일상도 많이 남았다..! :0 이 루트도 이젠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지만 원래 사골이라는 게 우리면 우릴수록 맛난거니까 계속 우려먹어야지 히히 :D(벨주:쭈주 나가요)
펠리체의 끄덕거림에 주단태는 말을 잃은 것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절벽 쪽으로 걸음을 옮겨서 바라보는 것까지는 했지만 높이가 가늠이 안된다. 그 전에 여기를 뛰겠다고 하는 이 타기숙사 후배를 어떻게 말려야할지 말리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단태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그게 영 다른 방향이라는 게 문제였지.
"즐기는 거랑 하면 즐겁다는 걸 굳이 나눠서 표현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달링?"
여전히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였다. 달링이라는 낯간지러운 호칭을 쓰기는 했지만 단태는 펠리체를 바라본 채로 그리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겁대가리를 상실했냐는 말을 들었다는 말에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보이기까지 했다. 단태는 절벽에서 비켜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말려야한다, 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왜 절벽에서 비켜서 달라는 말을 듣고도 비켜서지 않고 있는지 도통 모르는 상태로 그 자리에 있었다. "자기야." 꽤나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주단태가 입을 연다.
"내가 공중부양 마법을 능하게 쓰는 사람이였다면 자기가 여기서 뛰어내려 다이빙을 즐기는 걸 내버려뒀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공중부양 마법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거든. 자기가 이런 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게 익숙하다고 해도 말이야.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내버려두는 건 못하겠다."
죄책감이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단태는 펠리체가 조금 물러나는 모습에도 절벽에서 비켜설 생각은 없어보인다.
>>62 조만간 이족보행 터득하고 SNS도 하는 초인싸 멍멍이지만 세금 낼 때는 보통 댕댕이가 될거 같은데...이거 기분탓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68 풀어진 모습 매우 좋소~~ 우리 쭈 저런 모습도 있었다니 이 할미는 마음을 놓고 갈 수 있겠구나...(?) 청이가 막 파닥대면서 서러워할 때 파이는 머릿속으로 치킨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몰라.... !
>>73 아니 마음을 놓고 가면 안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거면.. 쁘띠첼은 나한테 넘기고 가는 게 좋을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킨 떠올리는거 너무 자연스러웠고.. 분명 쭈가 밥 하나는 잘 챙겨줘서 오동통하니까 먹을 건 많겠지..? (청 바라봄)(???)
>>75 헉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땃태의 서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구나! 모든걸 포기하는 쪽도 포기하지 않는 쪽도 너무 맛있고 최고라서 상상이 잘 가 히히 끝내준다~~ 앗 그리고 never가 아니라 naver니까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군! 음 좋아좋아 역시 땃태는 사랑해줘야 제맛이지~ (땃주:쭈주 나가)
>>80 약간의 오타는 봐도 못본 척 해줬어야지8ㅁ8 ((쓰러짐)) 맞아. 서사는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방향이 극단적으로 바뀌지롱!XD 물론 주가놈 비설 좀 풀어야 왜 서사가 정해져 있지 않은지 나오겠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차근차근 호감도 작을 해보라구~~~(?)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하는 의미의 웃음이었다. 주양이 자리에서 일어설때도 레오는 언제나 그랬듯 물러서지 않고 그자리에 서서 고개만 빳빳이 들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투지가 느껴지는 눈빛. 레오는 저 눈빛을 좋아했다. 나도 물러서지 않을테니 너도 물러서지 마라. 라는 그런 의미가 담긴 몇 번을 보았지만 질리지 않는 눈빛.
" 박살내? 누가? 니가? 나를? 꿈이 너무 큰거같은데.. 그러다 진짜 다친다? 진짜 쳐죽여버려? "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는 주먹을 쥐고 항상 그렇게 도발하듯 주양의 복부를 툭툭 쳤다. 지금이야 정말 싸울 마음이 없으니 이렇게 살살 쳤지만 학교에서 만났을 때는, 정말 싸울때는 주변 집기가 한 두개 부서지고 날아다니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기어이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레오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지 않을 수 없었다.
" 좋아! 그러면 나는.. 보자보자.. 뭐가 좋을까.. 네가 중간에 포기한다에 음.. 뭐가좋을까.. 그래! 2주일동안 언니라고 불러줄게. 좋지? "
레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까지완 다른 의미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진다면 2주동안 굴욕을 당할 각오를 해야겠지. 하지만 그런 각오는 되어있다. 도박을 하려면 무언가를 걸어야하고 따는날이 있으면 잃는 날도 있는 법이니까. 레오는 '가자!' 하고 말하면서 손목을 탁 잡아챘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어도 그런 굴욕을 당하기는 싫었으니까. 레오는 뭔가 좋은생각이 났는지 보이지 않게 웃고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켰다.
자기가 말하고도 소름이 돋았다. 이런장난 치면 안되는거 아니었나. 레오는 자기가 말하고도 소름이 돋아 '흐이이익'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뒤를 돌아 자기도 모르게 주양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그렇지만 순간 소름이 돋고 귓가에 바람이 불었던 것 같았는걸. 그렇게 잠깐 굳어있던 레오는 슬며시 눈을 떴다.
" 아,아이씨 뭐야!! 꺼져!! "
괜히 부끄러워졌다. 레오는 언제 그랬냐는듯 품에서 벗어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 뭐!! 이,이상한게 느껴졌다고!! 귓가에 바람이.. 아, 몰라! 꺼져! "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레오는 자기방으로 몇 걸음을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 돌아왔다. 내기는 내기라지만, 무서운건 어쩔 수 없는걸. 부끄러움은 잊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레오는 두어번 정도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주양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쳐서 더 무서워진 느낌. 소름이 살짝 돋았다. 어쩌면 닭살까지 돋았는지도 모르지.
>>83 엇 오타... 였구나 :0 나 저거 드립인줄 알고 있었어 땃주 일어나 미안해..! 88 (꼬오옥)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극과 극의 갈림길은 쭈꾸미가 아주 좋아한다구~ 헉 사실이 아니지만 땃태 비설이 풀리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나는 열심히 기다릴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감도작 차근차근 하다 보면 만들어진 관계니 뭐니 하는 건 신경쓰지 않는 쭈가.. 나올 지도 모르고 안 나올지도 모르고 :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단보복 너무 무서운 것..! 앗 아앗 그런가 쭈가 이 사실 알았다면 뒤집어질 테지만 쭈는 모를테니까! 땃주가 낭만적이라고 해줬으니 그 사실 감사히 받아들일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내가_당신에게_사랑한다_말하는_일은_없을_거야 : "자네에게 애정 담긴 말을 해주길 바라나? 유감스럽군. 내게 그런 걸 바랄 줄은 몰랐네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 겉치레의 애정을 바란다면 혹시 모르지. 흉내는 내줄 지. 다만 그 안의 경멸은 자네가 견뎌야 할 온전한 몫일세."
자신의_희생으로_세계를_구할_수_있다면_자캐는 : 어차피 죽을 날도 머지 않았는데 그냥 빨리 죽는다 치고 희생하지 않을까요?
자캐의_눈물이_비가_되어_내리는_세계가_있다면_그_세계의_평균_강수량은 : 큰일났네요...가뭄이 들었어요...그리고 가끔 폭우가 쏟아지겠죠....이유는 백정이 때문에...🙄
당신의 웃음에 다시 분하다는 표정을 짓던 주양은 지지 않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도발에 휘말리지 말자. 이미 한껏 휘말렸지만 그것은 계산 밖의 일이다. 지금이라도 안 휘둘린 척 하면 되는 거라며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세게 돌리고 나서야 좀 정신이 차려지는 듯 싶었다.
"아하하, 근데 너무 큰 건 사실 내 키였고~ 역시 키 큰 사람이 꿈도 더 크게 가지는 법이잖아. 응? .. 오호라~ 자신 있나봐? 그렇게 자신 있다면 학교에서 보자. 이 언니가 그동안 그냥 봐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물론 봐준다는 것은 되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다시 밀려나지 않으려, 싸울 의도 없는 주먹질 앞에서도 허세를 부리면서 몸에 힘을 주었다. 마치 데자뷰를 느끼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그 데자뷰는, 올 때마다 자신에게 짜릿함과 크나큰 감정기복을 가져다주는. 충분히 환영할만한 그런 것이었다. 주양은 이런 느낌을 꽤나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내기 내용에 주양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금새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내기에 좀 더 박차를 실어 주었다. 무리수라고 생각했던 내기에서 얻어갈 게 생기게 되었을 줄이야. 주양은 내심 안도했다. 적어도 그런 마지막 발악을 했던 것이 판단 미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기쁠줄은 몰랐다. 이래서 내기라는 것에서 빠져나올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휘둘리고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역전의 기회를 잡기 마련이었으니. 지금으로썬 다신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조금 줄어든 상태였기에 더더욱 짜릿했다.
"당연~ 우리 꼬맹이가 이 언니를 너무 얕본것 같지만, 뭔가를 걸겠다면 말리지 않는 게 나니까? 정말 괜찮겠어~?"
이미 자신은 청을 걸었다. 그랬음에도 다른 조건이 걸렸다. 꽤 느끼기 힘든 기분이 이렇게 다시 들기 시작한 이상. 자신은 오롯이 한 사람의 겜블러로써 이 내기에 임하며 한치 앞도 모를 승부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시. 이래서 마냥 미워할래야 미워할수만은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생각은 4층이라는 이야기에 깨끗이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 어. 어째서...?"
아냐. 그러지 마. 내가. 내가 잘못했어. 절대 담력훈련 같은 거, 하자고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차마 목소리도 채 내지 못한 채 입모양으로만 달싹이던 주양은 당신이 자신에게 안겨오자 진심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야 말았다. 허나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 상황이 그저 승기를 더 확실히 잡기 위한 밑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 걸음조차 멈춰버렸지만. 이번엔 정말로 위험했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며,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올렸다.
".. 아~ 그래, 오케이. 그냥 이상한 게 느껴졌을 뿐이구나~? 우리 꼬맹이. 언니한테 안기고 싶었다면 진작 말하지~ 근데 이거 진짜 더럽게 이상하니까. 너야말로 좀 비키시지? 아, 이게 혹시 그건가? 쫄? 쫄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당신이 놓기 전까지 굳어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까 전 친 장난이 꽤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몸을 쉽게 움직일수가 없었다. 벼랑에서 발을 헛디뎠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으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스멀스멀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상황은 아니나 충분히 재미있다. 아. 정말. 다른 재미에 맛을 들여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걸어가고 있으니. 이번엔 아까 먹은게 상당히 분했다. 조금 무리수를 더 둬볼까. 주양은 한쪽 입꼬리만 치켜올린 채 쎄한 미소를 지었다.
"오. 그랬지. 가자, 1층으로. 행선지는 저 밖의 마차야. 그리고 거기에 타서 저 너머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했지?"
있지도 않은 마차를 진짜 있는것처럼 꾸며내며 마치 1층으로 내려갈것처럼 행동하니 절로 심장이 쫄깃해졌다. 아. 괜히 이야기했다. 되도 않는 장난을 쳐서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무서운 만큼 자신도 무서웠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안긴 게 아니구나. 혼자 자신의 방까지 돌아가는 건 어쩌면 글러먹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는 무. 무슨..! 크흠. 당연히 너네 방으로 가야지. 우리 꼬맹이.. 얼른 안 자면 분명히 성장판이 일 안 할 테니까.. 그치...?"
괜히 불안해져서는 당신의 손을 몇차례 툭툭 잡아끌면서 당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했다.
>>88 헉 제대로 싸움 붙었을때 진지해지는 레오 너무 최고다 완전 짱 멋잇을것 같다..! 일상에서 본 적은 아직 없지만 진지한 레오 모습 꼭 보고싶은걸!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자는거 싫어하는 레오 너무 귀엽구 뭔가 꼭 끌어안고 자는 레오 모습 상상가서 흐뭇한것!
>>91 아니 첫번째에 분위기있는 대사도 너무 좋은데 죽을날이 머지 않았다는 묘사 볼때마다 막 괜히 불안해지고 그래 추종자 처음 만났을때부터 쭉 불안불안했던 거지만 아무튼..! 그래도 언젠가는 건강해져서 다 이겨낼거라고 했었으니까 불안함 타파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우 그리고 가뭄.. 극과 극이군! :p
장난을 친 것은 맞았지만 소름이 돋은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어두운데다가 분위기가 그래서 잘못 느낀건지는 모르는 일이었겠지만 약한 바람도 이런 상황에서는 소름이 돋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쳐서 레오는 자신마저 더 공포에 질리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이상한 마차의 이야기가 나왔을때 정점에 달하고 말았다. 레오는 어? 하고 멈춰섰다. 그대로 멈춰서서 마차라니 이상한 소리하지말라고 말하려던 차에 그것도 장난이란 것을 알게됐을때 레오는 저도모르게 푸 -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넌 진짜 안되겠다. 그 주둥이. 그 혓바닥 때문에 너는 큰 화를 보게 될거야. 요새 안 맞았더니 주먹맛이 그리워? "
학교에 돌아가면 때려주던가 해야지. 레오는 그 생각을 숙제처럼 여겼다. 학교에 돌아가자마자 해야할 일 1번. 서주양 때려주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옆에서 떨어질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거리가 벌어진다면 어둠속에 있는 무언가가 끌고갈 것만 같았고 같은 곳을 뱅뱅 돈다거나 넓지도 않은 저택에서 길을 잃을 것 같았으니까.
" 키 커서 좋으시겠네. 아~주 좋으시겠어. 다리를 발로 차줘야하나? "
앙칼지게도, 레오는 머리 두개 정도는 차이가 나는 키차이 때문에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더라도 할 말은 꼭 하고야 말았다. 키가 큰 사람이더라도 몸을 날려 바닥에 눕히고 나면 그 때부터는 키차이가 그리 중요해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그 동안 싸워온 방식이기도 했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인지 레오는 슬쩍슬쩍 창문 밖을 바라보곤 했다. 정말로 마차따위의 것이 보이거나 한다면 그길로 내기고 뭐고 도망칠 생각이었으니까.
" 슬슬 무서우면 포기하고 돌아가지그래? 나는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말야. 누구랑은 다르게 겁쟁이가 아니거든~ "
만약 정말로 방까지 데려다준다면 2주라는 시간동안 언니라고 불러야한다. 그런 소리 한 적 없다고 무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도 수많은 도박과 내기를 하게 될텐데 판돈을 제대로 걸지않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된 정정당당한 승부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레오는 어떻게든 돌려보내려고 하면서도 악착같이 앞으로만 걸어갔다.
" 잘 생각해.. 너 나 네려다주고 난 다음엔 혼자서 걸어가야해.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돌아가는게 어떻겠어?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레오는 내심 계속 함께가기를 원했다. 이런 어둠속을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었으니까. 방에 돌아가면 바로 씻고 침대로 뛰어들 생각이다. 자고있는 사람이 있을테니 몰래 슥 들어가야하려나 하는 잡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적당히 부는 소리가 들렸고 달빛이 복도 중간중간을 비춰주고 있어서 의외로 걷기에는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
예시 1) "......꺼ㅈ...XX..." (자다깬 험악한 눈으로 노려보다가 돌아눕는다. 몹시 찰진 욕은 덤.) 예시 2) "으응...? 왜에... 아이.. 5분만... 따악 5분...만... 더..." (혀 풀린 소리를 내며 깨운 사람에게 들러붙는다. 옹알이와 앓는 소리 비슷한 걸 내다가 다시 잠든다.)
자캐가_손을_잡는_방식은
그냥 겹쳐 잡기 > 깍지 끼기 > 팔도 잡기
자캐가_질투하는_것은
어..... 추종자들? 이유야 뭐... 윤이랑 더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예상이지만 이매한테 제일 심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글쎄~ 길고짧은 건 역시 대봐야 알지 않겠어? 아, 이미 누가 길고 누가 짧은지는 갈리니까 안 대봐도 되겠네! 우와. 청이 발길질해도 우리 꼬맹이가 날리는 주먹보다는 맵겠다~"
신랄하게 떠들어대는 입을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경쟁심이 없지 않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한 마디라도 더 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올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까 응접실에서 나던 것 같았던 이유 모를 인기척도 그렇고. 이래저래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지금 실컷 치고박고 하면서 학교에서 맞붙을 업보를 쌓아하는게 환영이었지, 그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절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머나~ 누가 누굴 보고 겁쟁이라고 하는 걸까, 꼬맹이? 그만 체념하고 언니라고 부를 생각이나 하고 있는게 어떨까? 난 말야. 절대 돌아갈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당연히..!"
슬쩍 돌아본 자신의 방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앞으로 더 나아간다면 분명히 더더욱 멀게 느껴지고 말 것이다. 젠장. 집에 가고 싶다. 차라리 빌어먹을 직계 놈들의 상판때기를 보는 게 지금 이 상황보다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직계 놈이니 뭐니 해도 결국에는 가족 아닌가. 적대해도 그동안 쌓은 정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고 멋대로 행복회로를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멀어진다고 돌아간다면 자신은 빼도박도 못한다. 항상 습관대로 청을 건 것이 문제였다.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가듯이 능수능란하게 둘러대며 기어코 청을 내놓지 않을 생각이기는 했으나, 자신이 진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자신의 영원한 숙적인 당신이라면 더더욱 이겨먹어야 속이 후련해질 것이다.
".. 하, 감당 가능해? 지금 여기서 그대로 겁먹어서 뻗어버려도 난 모른다, 응? 진짜. 진짜 갈거야? 나 간다? 내 방으로 돌아간다?"
처음에 그림을 마주하기 전. 자신이 시작하기 전의 상황처럼 잔뜩 이야기만 늘어놓고서 막상 진짜로 방으로 걸어가지는 않았다. 자존심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일 따위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심이 아니다. 어째 흐름에 휘둘려 당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걸어가고는 있었으나 그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담력이 당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어필하고만 싶었다. 물론 당신을 무사히 방까지 보낸 다음에는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ㅈ.. 잘 보라고. 달빛도 내 길을 훤히 비춰주고 있잖아..? 너에게 언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내 앞날을 축복해주는 게 분명해. 아아, 이리도 완벽한 승리의 스포트라이트가 날 비춰주다니~ 퍼펙트하게 세레머니를 하기 위해서 당장 그 그림에게 돌아가서 입이라도 맞춰주고 싶은걸~?"
물론 그런 미친짓은 죽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중간중간 들어오는 달빛이 자신감을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했다. 달빛. 꽤 불길한 느낌이기는 했다. 좀비 몰골을 한 어둠의 마법사도 달빛 아래서 나타났기도 했고. 허나 지금만큼은 그런 달빛마저 고마웠다. 어둠이 조금 사라지고 걷기 쉬운 환경이라면 적어도 방까지 돌아가는 건 쉬울 테니까. 지금 바랄 것은, 갑자기 흐려져서 달빛이 가려지지 않는 것 뿐이었다.
".. 자.. 이제 방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응? 너네 방. 분명 이 근처잖아..~ 그래야만 하는데.. 씨.."
뒤의 이야기는 발음을 일부러 뭉개버려 웅얼거리며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밝다고는 해도 역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으니.
>>10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럼~! 렝이의 페이스에 넘어가서 얼떨결에 한 거기는 하지만 쭈주는 흐뭇하니까! 만족~! :D (쭈:아니 내 의견은요 오너)
>>105 맙소사 180 넘는 키에 4n이라니 옳지않아..!! 100년은 걸리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 좋아좋아 막 이럼저런 속성도 잔뜩 집어넣으면서 오래오래 무병장수해야지~! 아마 지금 서사대로라면 둘중 하나인데 엔딩때 어떻게 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벨주랑 약속했으니까, 가능하면 직계 방계 대통합하고 당당하게 정점에 서는 쭈를 만들 수 있도록 해보겠어! :D
>>107 예에에 치얼스~ 예시 첫번째랑 두번째 분위기차이 극과 극인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몹시 찰진 욕.. 무지무지 끌리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종자들 질투하는 첼이도 너무 귀엽구 맞아 이매한테 질투심 극한일것 같은 느낌이었어..!
>>109 욕은 진짜 저런 비슷한 상황 아니면 안 해 ㅋㅋㅋㅋㅋ 아마 일상 중에는 들을 일이 없지 않을까~~ 아 접때 윤이가 저주 맞는거 보고 나올 뻔 했지만 빡침이 더 커서 안 나왔지! 아직은 누가 누구고 어떤지 모르니까 그냥 두루뭉술한데 이제 이매랑 마주치거나 일케 뭐라도 하는거 보면 눈 돌아간다.... 그러면 나도 감당 안될거 같아....(?)
차라리 시끄러운 것이 나았다. 갑자기 침묵이 내려앉는다던가 조용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이라면 정말 방까지 데려다주고 주양이 내기에서 이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2주라는 시간동안 언니라고 불러야하는 것에다가 2주동안 놀림을 받게되면 정말 어떻게 돼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혼자 방까지 돌아가는것은, 아. 무리다.
" 자,잠깐! 그대로 돌아가면 너 지는건데? 감당할 수 있으면 가버리던가! "
이래도 저래도 얻는 것이 없어지게 될 판국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레오는 안전하게 방까지 가는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뭐라도 하나 얻는게 있다면 그 쪽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맞는 판단이겠지. 계속해서 조잘거리는 말에 레오는 주둥이 조심하라던가, 정말 쳐죽여버리겠다는 말로 응수했다. 항상 있을법한 그런 대화가 오늘따라 더욱 절실했다.
" 하지도 못할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너 정말 그 그림까지 갈수나 있어? 뭐~ 정말 가버린다음에 네가 사라진다면 교수님께 이야기정도는 해줄게!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
정말 그렇게 한다고 한들 레오는 그 꼴을 끝까지 보고있을 위인은 되지 못했다. 그걸 보겠다면 이 어둠을 뚫고 그 그림까지 같이 가야한다는 건데, 레오는 절대 그렇게까지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잠깐을 걸었을때 레오는 드디어 자신의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범한 문에 불과할텐데 이 뒤에 침대와 자신의 지팡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미 잠들었을 룸메이트가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지만,
" ..... "
동시에 내기의 승자가 주양이 되었다는 것은 불만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따위의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기는 내기였고 레오는 패배했으며 주양은 승리했다. 그게 결과일뿐이고 남은 것은 그것뿐이다. 레오는 문 앞에 도달하자마자 금새 잔뜩 언짢은 표정이 되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아니, 왜 여기까지 왔대? 너 무섭잖아! 혼자 돌아가기도 힘들잖아! 아씨.. 그냥 포기하지 왜! "
방문에 몸을 기대곤 팔짱을 낀 레오는 무서워하던것이 전부 달아난듯 짜증을 부렸다. 그도 그럴것이 되도않는 내기에 저택 탐험을 하겠다고 새벽에 나온것도 무서워죽을뻔 했는데 결국은 내기마저 졌으니까. 그리고 2주라는 긴 시간동안 주양을 언니라고 부르게 생겼으니까. 레오는 하아.. 하고 한숨을 폭 내쉬곤 뭔가 또 생각이 났는지 '오' 하고 손뼉을 탁 쳤다.
" 야, 너. 잠깐 기다려. 들어올려면 들어오던가 "
레오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뒤적거리다가 자신의 지팡이를 찾았다. 그리곤 그것을 손에쥐고 또 다시 거래를 걸고 있었다. 어차피 내기에서 졌다면 피해라도 최소화시키자는 심보였다.
" 이거 빌려줄게. 루모스라도 쓰고 간다면 좀 낫지 않겠어? 내 지팡이가 나긋나긋해서 주문이 제대로 써질진 모르겠지만 루모스 정도라면 충분할거야. 이거 받고 1주로 줄여주는건.. 어때..? "
"얼씨구~ 이 언니가 진짜 못 할것같아? 내가 사라진다니 당치도 않는 소리를 해. 이거 또, 내가 청이를 걸어야지만 한번 해보는거야, 응?
평소 같았더라면 그냥 거리낄것 없이 일방적으로 내기를 선포하며 청을 걸었겠으나 지금은 절대 아니었다. 당신의 이야기대로 하지도 못할 행동이었기에, 일부러 말을 교묘하게 돌려버렸다. 설령 자신이 진짜로 그림 앞으로 가 그림과 되도 않는 키스를 나누고 사라져버린다고 하더라도, 교수님도 사감님도 분명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믿지 못하겠지. 그렇게 모두에게 잊혀진다면. 그 끝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버리는 주양이었다. 아직 자신은 멈춰설 수 없었다.
"... 아하. 아하하핫..! 다, 당연한 결과 아니겠어~? 승리의 기쁨은 다음 기회에 누려볼까나~ 포기라는 건. 어른의 사전에는 없으니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금의 이 방이 차라리 자신의 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기 시작했다. 기어코 오기를 부려 방까지 데려다주긴 했으나 이래저래 당신에게 이득인 상황만이 주어지고야 말았다. 나중에 당신에게 언니라는 이야기를 들을 기쁨은 아직 크게 와닿지 않았다. 막연한 미래보다 당장의 현실이 더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늘 비웃음과 비꼼이 디폴트인 주양이라고 해도 일단은 사람이니까.
기다리라는 말에 주양은 물음표를 띄우듯 의아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으나, 곧 얼른 따라 들어갔다. 적어도. 두 번째 세이브 포인트라는 느낌으로 아주 잠깐이나마 머물러있고 싶었다. 그래야 중간중간 있는 어둠을 홀로 걸어나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 레오. 진짜..? 크흠. 일단 받아두도록 할까나~ 우리 꼬맹이가 얼마나 이 언니를 얕보고 준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치욕, 절대 안 잊을거라구..? 그리고 1주일 정도면 나도 충분할테니까 괜찮은 거래네~"
지금까지의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되짚어보았을 때, 만약 이 자리에서 또 다시 자존심만을 앞세워 받지 않는다면 후폭풍을 더더욱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주양 자신은 의식하지도 못한 채 늘 부르던 호칭 대신 이름까지 불러버렸다. 그러다가도 늘 그랬듯이 다시 미운 말투로 말하기는 했으나,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다. 주양 자신은 이것을 이상한 기분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 일쑤였지만.
괜히 못 믿겠다는 듯 지팡이를 몇번 더 살펴보고 나서야 주양은 안도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다시 머금었다. 루모스 정도라면 적어도 앞길은 환할테니 상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라면 중간에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안심하고 돌아갈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양은 문에 슬쩍 기대며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흠. 아무튼 내기는 내가 이겼으니까~ 오늘 한 내기 나중에 빼기 없기다? 둘러대는 건.. 알지? 쫄튀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거~ 이 언니는 슬슬 돌아가도록 하지!"
한껏 의기양양해져서는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행여나 당신의 입에서 지팡이 주기로 한 걸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올까봐 황급히 신발을 다시 바로 신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부디 지팡이가 잘 들기를 바라며, 그리고 돌아가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자신을 자극하지 않기를 바라며 방까지 안전하게 가면 되는 것이다. 이제 정말 안심이다. 새벽의 심장 쫄깃한 담력훈련의 막이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 그래도. 음. 지팡이 준 센스만큼은 내가 높이 쳐주도록 하겠어. 나중에 멀쩡히 돌려줄테니까 걱정하진 말고.. 아 씨, 이런 말 역시 쪽팔려. 아무튼 난 진짜 간다! 얼른 안 자면 키 안 클거야, 꼬맹이!"
>>111 앗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쳇.. 아쉽다..! 욕 먹고 쭈무룩해지는 쭈를 보고 싶었는데! 금방 다시 펴질수 있으니까 더더욱..! (???) 좀비 마법사랑 싸웠을때인가~! 욕마저도 눌러버릴 만큼의 큰 빡침.. 역시 호감이 있는 상대가 그렇게 되는 건 절대절대 못 넘어가지..! 쭈.. 는 솔직히 얘 지금 진흙골렘에 생명 불어넣은것마냥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숨쉬고 있어서 예측을 못 하겠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매가 제일 충실한 탈이라고 했나..? 나중에 이매랑 첼이랑 한판 붙는 모습도 보고싶은걸 :p 물론 진짜 그랬다간 매구가 가만히 안 있을것같기도 하고!
렝주 쭈주 미리 일상 수고했어~~ 렝주는 나폴리탄부터 시작해서 오싹오싹한 일상 소재 만들어줘서 더 고맙구!
>>123 ㅋㅋㅋㅋㅋ한번 해달라고 하면 해줄지도...?! (???) 진짜 부탁하면 약간 경멸의 눈빛도 함께 받을 수 있을지도 (???????) 분명 내가 굴리는 캔데 어느샌가 혼자 움직이는 거 같은 그런 위화감...그거 알지 응응 ㅋㅋㅋ... 그~~ 좋게 말하면 호감인데 까놓고 말하면 소유욕? 집착? 그런거라~~ 이거 약간 집안편력...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이제 잡았으니 어디서부터 파고들어볼까 같은거 고민하고 막....좀 많이 망가진 애입니다 예... 이매랑 첼이 붙으면 매구...왠지 그냥 둘거 같기도 하고? 그게 궁금해서 한번 붙어보고싶기도 하다 ㅋㅋㅋ
>>125 앗 진짜 해주는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경멸의 눈빛까지 받다니 뭔가 욕 들으려고 깨우면 당연히 받는 거겠지만 너무 좋은걸..! 쭈무룩해져 있다가 다시 콕콕 찔러서 그.. 한번만 더 욕해줘..! 하고 해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곤히 자는 애를 깨우고 그러려면 쭈가 좀 더 친밀감을 느껴야겠지만~! :) 앗 첼주도 어떤 느낌인지 아는구나~!! 헉 좋아 첼이의 집착은 집안편력.. 이것도 메모 완료~ (대체) 앗 흑흑 첼이도 망가져있냐구.. 망가진건 쭈로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만약 그 사실 안다면 더 친밀감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궁금할땐 해보는것만큼 좋은 게 없지~!
>>126 아니 쭈주 욕과 경멸에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구~~ 무섭잖아! 확 도망가버린다?! 새벽반에 쭈주만 남겨놔버릴거라구 !?!? (???) 왜냐면 내가 요즘 씨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 ㅋㅋㅋㅋㅋㅋ 그게 집안 편력인데 이제 약간 한정적이고 특수한? 그런 부류지~~ 이 조건들이 갖춰져야 (스포)가 되서 (스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이건 러닝 중에 나오니까 기다리면 알게된다구 히히 망가졌다는 표현도 좀 애매한게, 안 이랬는데 뭔가의 계기로 이렇게 된게 아니라서. 정확히는 선천적이라고 해야 하나. 애기때 하도 아팠던게 계기라면 계기일 수도 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가 가장 근접한 답일지도~~ 좋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중에 이매 일상 열리면 한번 해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99퍼 이상 싸울게 눈에 선하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어둠에 인격에 그만.. 앗 흑흑 그건 싫.. 지 않은데..! 첼주도 푹 자야 내일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 깨어나라 내 안의 다크니스 플레임 드래곤..! (?????) 앗 ㅋㅋㅋㅋㅋㅋㅋㅋ 첼이랑 쭈가 망가진걸로 동질감 들기 전에 나랑 첼주랑 먼저 동질감 만렙찍는거 아니냐구~ 헉 러닝중에 풀리게 될 정보구나! 좋아좋아 목 깨끗하게 닦고(?) 기다리겠어 히히.. 애기때 아팠던 게 계기라면 진짜 슬플것같구 쭈가 첼이한테 동질감 더 씨게 느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D 후후 좋아 이렇게 일상 돌릴때 써먹어볼만한 상황 하나둘씩 적립해두고~ 6일까지면 아직 좀 남았으니까 기회 확 잡아서 써봐야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좋아좋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재밌게 감상할 준비 끝! 존버 시작~! :D
>>128 아니 저건! 푸른 주작 다음으로 강한(?) 다크니스 플레임 드래곤!!! (??) 아직 나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큿, 작전상 후퇴다...! (썰 들고 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우리 이미 동질감 만렙 아니었어?? 그렇게 잡담버프를 받아 첫 일상만에 첼과 쭈는 강제 동질감 만렙이 되어버리고~~ 6일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그 사이 진행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뜬) 하 정말 여기 넘 좋아... 캡틴은 귀엽구 캐들은 매력적이구 오너들은 귀염뽀쨕이들밖에 없어... 이제 뼈를 묻어도 좋다....
>>1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푸른 주작은 너무나 강력했기에 뛰어넘지 못했다..! 앗 아앗 기다려 그래도 썰은 주고 가란말이야~! (쫓아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그럼 이미 동질감 만렙이었지! 설마 내가 그 사실을 망각했을까봐~? (찡긋)(첼주:으;;;;) 물론 이건 일상에서 언급되었을 때를 가정한거니까 정말 그렇게 흘러갈지 아닐지는 봐야 알 것이다~! 앗 그 사이에 진행을 한다면 조금 짧아질지도 모르겠는걸! 전에 캡틴이 룸메 정해두는 게 좋을거라고 했으니까 만약 한다면 이벤 관련 진행이려나? :0 그렇게 되면 전에 이야기햤던 플랜 B대로! 썰에서 나온것처럼 서로 안면 텄다는 선관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이 와중에 뜬 귀여워서 심정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아직도 안 묻었던거야..? 명당자리는 내 차지니까 첼주는 다른 곳을 찾아보라구~! (알박기)()
>>130 으;;; (??) 그치그치~~ 아마 서로 그런 얘기까지 하려면 제법 친분이 생겨야 가능할거 같긴 해~~ 윤이랑 이케 됐다고 해서 남들 대하는게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니까. 음~~ 룸메 정해두란거도 그렇고, 윤이의 현궁 친구도 쪼오끔 걸리네. 스파이가 몇이나 있는지 확실히 안 나왔던거 같으니까~~ 학생 중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는 못 하지? 그걸 이용한 진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궁예를 (장렬하게 실패) 응응 앞으로 어찌될지는 일단 진행이나 일상에 맡겨보자구~ 근데 심정지...? 왜...?! ㅋㅋㅋㅋㅋㅋ 아 명당을 벌써 뺏겼어~~ 체엣 ....이렇게 된 이상 쭈주가 없을 때 몰래 옆에 묻히겠다...!
>>131 앗.. (쭈무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으 해주는 첼주 센스있다~! 그치그치 아무래도 꽤 심도 있는 이야기인 만큼 가벼운 사이에서부터 막 털어놓진 않을거같고 좀 흘러가야 하나씩 풀릴것같은 느낌이 있어! 흐으음 그러게. 퀘스트에서 신탁 받았을때 뉸에 보이는 모든 걸 믿지 말라고 했으니까 사실 교수님 하나하나 전부 스파이 아닐까..? (????) 어쩌면 사실 사감님도.. 주작님도.. 첼주도.. 으아악 인간불신증에 걸리고 말았어 당신 누구야..! (?????) 좋아좋아 그때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으니까~! 모르겠어 첼주의 (뜬)이 뜬금없이 귀엽게 느껴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쭈꾸미인 건 동화학원에 이미 뼈를 묻어서 뼈가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보세요 이게 저의 척추입니다 (?????) 이건 동화학원 엔딩때 풀기 위해 가지고 있던 비설이었는데 이걸 캐다니 첼주 대단하잖아~? (대체)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켜보겠다..! 명당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132 (쭈주의 척추를 든 첼주와 척추 주인 쭈주) 어 첼이랑 관계 쌓는데 팁을 하나 주자면 이벤트 때 인상깊었던 거? 뭐 그런거로 접근하면 관심도가 높아진다~ 그럼 뭐다? 자연스럽게 호감도가 수직상승(그리고 떡락)(?) 후후후 이제 눈치채다니 쭈주 눈치가 빠른걸...? 사실 나는 첼주가 아니라 첼 본인이었던 것이다!! 첼주는 이미 없어!! 내가 먹었어!!!! (?????)(새벽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내가 어? 뜬 하고 따란 한번만 더 하면 쭈주 아주 그냥 성불해버리겠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척추 비설이었냐구 ㅋㅋㅋㅋㅋ 쭈꾸미인 이유가 그거였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과연 자러갈 때에도 지켜볼 수 있을까..? 심해어의 위장을 얕보지마랑...!
>>1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짤지원 고마워~! 이벤트때 인상깊었던 거라면 역시 근접전 이케이케 붙고 추종자도 좀비도 다 후두리챱챱 해버리는 모습이었으니까 그걸로 접근해야지! :) 아니 왜 다시 떡락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을 이을 올해의 신상 첼트코인...?! (????) 아앗 첼주가 첼이한테 먹혔어..?! 맙소사 첼언니 싸인.. 싸인 한장만 해주십셔 평생의 가보로 삼겠슘다ㅎㅎ 굽신굽신.. 꾸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지~! 새벽은 내가 성불하기 가장 쉬운 시간! 뭘 해도 성불해버릴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바로 그게 이유였어! 좋아 제일 중요한 비설을 털었으니 이제 쭈 서사는 집어치우고 다른 캐들 서사에 집중해야지! (????) 앗 내 약점을 노리다니 흑흑 오늘은 밤샘 못하는걸 어떻게 알았지..! 이게.. 이게 심해어인가... (체념)(???)
>>134 첼트코인 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코인은 그런거야 오르는 거 같으면 떡락각인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경험담 아니다 진짜 아니야....(외면) 역시 법사들 사이에서 근접전은 눈에 띌 수 밖에 없구만! 하 이런 내 캐 같으니(?)(첼 : (주먹꽉쥠)) 첼이는 쭈주가 질척대서 귀찮다고 날 앉혀놓고 가브렀어... 사인은 안해준대 쟌넨! ㅋㅋㅋㅋ 성불 포인트를 알았으니 그리 쉽게 보내주진...않을거라구? (찡긋) 아니 쭈 서사도 집중해줘! 쭈주가 쭈 서사를 던지면 나는 쭈 덕질을 어케 하라구 ㅠㅠㅠㅠㅠ 안되겠다 이렇게 되면 첼이 서사도 던지자(???) 아니....밤샘 못하신다는 분이 어째 5시까지 있어....? 일정 있는거면 빨리 자러가랏 이 쭈꾸미야 (찰싹찰싹)(응딩이)(??????)
>>135 아니 너무 생생한데 진짜로..? 진짜로...? 자 첼주 여길 보세요 이것이 당신의 비트코인 떡상표입니다.. (미끼 흔들)(????) 아니 첼이가 주먹 꼭 쥐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눈에 띌수밖에 없다구~! 설정대로면 쭈도 근접전 시원시원하게 붙어줘야 하는데 쭈주가 싸움묘사를 잘 못해서 마법으로 중거리 화력지원만 하게 되었지!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히히 중거리에서 말 그대로 불 지원하는 화력지원 포병이 되겠어 (?????) 아니 안돼 가지마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흑흑 그래도 첼주 돌아왔구나.. 가 아니잖아 첼주 아까 먹혔잖아 당신 누구야..! (삐명)(?) 끄흐흑 이젠 성불할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건가.. 앗 안돼 내가 잘못했어..! 쭈 서사 안 던진다! 안퐁당안퐁당 서사 안던지자..! (첼이 서사 낚아채며) 일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눈이 감길락말락 하달까~ 히히 그치만 30분까진 붙어있을래 (?) 꺄 내 응딩이를 때린 건 첼주가 처음이야.. 오히려 좋 읍읍 당신들 누구야 (그렇게 쭈주는 쫓겨나고 마는데)(?)
>>137 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경험담이었어.. (애잔..)(???) 가서 윤이랑 놀아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좋아 이제는.. 폭죽과 축복의 시간은 끝낫으니 슬슬 죽창을 들면 되는거지..? 죽창전사 간다 민초의 난 농민봉기 가즈아~! (죽창을 높이 들며)() 앗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뭔가 좀 실감나야 뚜들뚜들하는 레스 쓰는 맛이 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무리! 물론 다른 사람들 레스는 그런거 상관없어 그냥 올려주는것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야광봉을 흔들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근접전 많이 해달라구~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새벽이니까 푸는건데 솔직히 엑스펄소 그거 한번 익스플로전으로 쓰고 작성할뻔한적 있다.. 누르기 전에 눈치채고 지워서 망정이지 ㅋㅋㅋㅋㅋㅋ.. () 아니 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누가 의사지..? 이게 첼주의 척추입니다 (?) 앗 흑흑 나를 낚다니 월척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회를 떠 드셔도 좋고.. 삶아드셔도 좋습니다... (추욱 처짐)() 끄흑흑 내 명당..! 돌아가야 해.. 돌아가야...
이야기한 30분보다 5분 오바되었군 :p 오늘의 쭈꾸미는 여기까지..! 첼주도 얼른얼른 푹 자러 가야 윤이랑 일상 신나게 돌릴 수 잇다구~ 잘자고 이따 봐! 좋은.. 아침..! ()
>>138 갸악 쭈주가 죽창들고 쫓아온다 도망~~쳐~~~~~ (호도도도) 쭈주가 뚜들뚜들 못 한다면 첼이가 대신 하도록 만들겠다! 앞으로 찰지게 많이 많이 패줄게! (아니 근데 탈들 매구 추종자잖아)(패도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스플로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솔직히 이쪽이 친근감 쩔지...익숙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 눌렀으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었을텐 아까비! 갸악 내 척추 순간 진짜 찌릿했어....뭐지...?!
낚아버린 쭈주는 다시 어장에 풀어주겠단거야! 나는 자비로운 첼주니까! (?) 답레만 호다닥 써놓구 잘거야~~ 그럼 쭈주 오늘도 재밌었어 잘 자! 굿...모닝!
저 질문이 되돌아오리라는 걸 그녀는 아주 조금 예상했다. 그런 식의 말을 들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걸 알면서 그렇게 말한 건 의도적인거 아니냐 싶겠지만 의외로 의도적인 건 아니다.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가치관, 생각에 따라서 말했을 뿐이다. 자신의 행동과 말에 단 하나의 거리낌도 걸릴 것도 없었다. 그러니 어처구니 없는 단태를 보고 태연히 대답해주었다.
"저는 그 둘을 나눠서 취급하니까요."
그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제 생각임을 너무도 확실히 단언하는 말투다. 거기에 무슨 문제 있느냐고 되묻는 듯한 시선에 금빛 당당함이 한가득이다. 그 모습은 그녀가 확실한 자기주장을 할 때에만 내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 본인도 잘 모르지만.
그녀가 걸어 몇걸음 떨어지기는 했으나 단태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릴 만한 거리였다. 아니면 겨우 들릴만한 거리라고 해야 맞을까. 그녀는 비켜주지 않고 오히려 앞을 막아서는 듯한 단태의 행동을 눈만 돌려 바라보았다. 가다 멈춰선 채 살짝 비틀어 서서 단태를 보는 금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키 어렵다. 딱히 불만을 내보인 건 아니다. 단태의 행동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상식적이었다. 비상식은 오히려 그녀다.
그러면, 그렇다면 비상식대로 행동해볼까.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그녀가 몸을 휙 돌려 단태를 보고 섰다.
"어쩔 수 없네요. 저는, 하고 싶은 건 해야 살아가는 실감이 나는 사람이라서요."
말을 마치자 그녀의 입술이 소리없이 끝을 올린다. 일자에서 둥근 호선이 입술에 그려지자마자 그녀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절벽 앞에 있을 단태는 상관 없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단태가 거기 있기 때문에 가는 것처럼 달려든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는 단태의 앞에서 몸을 팍 숙였다. 그리고 단태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 붙들고, 몸을 숙였던 반동과 절벽의 끝을 도움닫기 삼은 추진력으로 뛰어올랐다. 절벽 너머는 허공이었으니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가 이내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 단태에게도 생생히 느껴졌을 것이다.
"숨, 멈춰요."
물에 빠지기 몇초 전, 그녀는 단태의 귓가에 짧게 속삭인 뒤 자신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피이- 하는 가늘고 긴 소리가 나며 그녀의 폐에서 공기를 빼낸다. 단태는 제때 숨을 멈출 수 있었을까. 그녀의 휘파람이 끝남과 동시에 시퍼런 바다 위로 큰 물보라가 일어났다. 짙은 색만큼이나 깊은 물이었기에 빠져든 둘이 암초에 부딪히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먼지 사이에서 태피스트리를 발견했습니다. 이 별장의 주인인 '리델' 가문의 사람들을 나타내는 태피스트리 같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이름과 얼굴이 난도질 되어있습니다. 아쉽게도, 이것에는 영구부착 마법이 안 걸렸었나 봅니다. 바닥에, 누군가의 태피스트리 조각을 발견합니다. 갈색 보브컷 헤어에, 눈동자가 자안이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밑에 금색 자수로 [M.리델] 이라, 필기체로 적혀있군요. 뒷면에는 누가 펜으로 신경질적으로 적은 글씨가 보입니다.
천인공노할 죄인
?
부엉이가 당신에게 갈레온이 든 편지와 교감 선생님의 수고했다는 편지를 갖고 왔습니다.
!!!System: 4갈레온, M.리델의 태피스트리 조각 획득!
[M.리델의 태피스트리조각] 뒤에 붉은 펜글씨로 천인공노할 죄인이라 적혀 있는 태피스트리 조각. 갈색 보브컷 헤어,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안의 여성이다. 밑에는 금색으로 M.리델이라는 글씨가 필기체로 적혀있다.
우연히 본거지만 처음 봤을 때도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말이야. 단언하는 그 모습에 단태는 단단하게 팔짱을 끼고 바라보며 히죽이는 웃음기 하나 없이 대꾸했다. 샐쭉하게 가늘어진 적안이 당당함이 깃든 금안과 마주한다. 이것이 당연하며 이렇게 생각한다고 단언하는 눈빛이다. 그 확실하고 확언하는 태도에 단태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이 학원이 특이한건지. 아니면 자신의 주변에 유난히 저런 타입이 꼬이는건지 어느쪽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니까. 주단태는 펠리체의 앞을 가로막은 몸을 비켜설 생각이 없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상식적으로 보이기 위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일 법한 태도이기도 했다. 자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펠리체가 먼저 움직여왔고 아차, 싶어서 단태는 바로 반응하지는 못했다. 몇초 차이로 허리를 붙드는 펠리체의 행동과 자세는 예상치 못한 것이기도 하다. 딱, 몸이 뜨는 기분에 "이런 xx."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콱- 하고 끌어내려지는 중력이 고스란히 느껴지자마자 주단태는 처음으로 욕설을 씹어뱉었다.
짧은 속삭임에 단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물놀이는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특유의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축에 속하는 체온은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물놀이에서 손을 뗀지 오래이기도 했고. 갑작스럽게 압력이 바뀌는 바람에 귀가 먹먹해져왔다. 극히 오랜만에 빠져본 바다는 지독하게 차갑다.
>>168 네이티브 현지인이 있었다....? 땃쥐는 서울 땃쥐라서 게다가 주변에 대구인과 강원도, 전라도등등 많이 있다보니ㅋㅋㅋㅋ좀 섞였을지도 몰라:0 으으으으윽 아예 안틀렸다면 다행인데 네이티브 피플 앞에서 쓰려니 매우...부끄럽다 못본걸로 하자 롶주((맨인블랙 그짤))
>>171 숙취가 심하다면 직빵은 숙취해소제가 좋다. 의외로 갈배도 숙취 해소 되고.. 해장이 필요하다면 지금은 매운 해장보다는 죽같은 걸로 달랜 뒤에 조금 더 쉬자. 밍주.
물에 빠진 직후, 그녀는 단태가 먼저 올라가기 쉽게 그리 깊이 들어가지 않은 시점에서 팔을 풀어주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서로 올라가기 힘들기도 하니까. 반동을 주듯 팔로 밀어 올려보내주며 자신은 그 밑으로 더 깊이 잠겼다. 위를 보면서 빠져드는 바닷속은 언제 보아도 한결같았다. 검고, 푸른 물만이 일렁일렁 흔들리는 건 계속 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벌써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단태와 달리 그녀는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폐의 공기를 모두 빼낸 채 빠졌기 때문에 오래 있는 건 위험했다. 저 높이에서 뛰어드는 것 다음으로 위험천만한 짓이다. 질식해 정신을 잃는 순간, 조용히 가라앉는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지만 그녀는 조금 후에 스스로 헤엄을 쳐 올라와 단태의 근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푸핫, 하고 당연할 법한 소리와 함께 숨을 쉬면서 힐끔, 단태를 보았다.
"그러게 비켜달랄 때 비켜줬어야죠."
나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저거니 한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마땅하다. 정말로 쥐어박을지는 모르지만. 한마디를 툭 내뱉어놓고 젖은 앞머리를 밀어올린다. 옆으로, 뒤로 아무렇게나 밀어서 대강 시야를 확보한 후 잔잔한 물살과 부력에 몸을 맡긴 채 다시금 물음을 던진다.
"어땠어요?"
원해서 한 건 아닐지라도 이미 해버렸으니 그 나음의 소감이든 감상이든 있지 않을까, 해서 해본 물음이다. 그에 좋지 않은 말이 돌아오더라도 그녀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일 자신이 있었고. 한마리 해파리가 된 것 마냥 둥실둥실 떠서 시선만을 단태에게 향한다. 어딜 봐도 시선이 맞는 그림처럼.
질투라. 그의 말로 인해 그녀는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질투. 평소 그녀가 그의 옆에 있을 때 백설과 했던 건 질투라고 하기도 뭣한 그냥 유치한 기싸움이었다. 말 못 하는 짐승을 상대로 진지하게 감정을 불태울 만큼 그녀는 열정적이지 못 했다. 하지만 백설이 인간이라면, 그의 수족 중 하나라면.
"선배가 믿을 만한 친구라니까 영 수상한 걸요. 그 백설이가 순순히 데려가진 것도 그렇구."
저 말이 연기를 위한 표현인지 그의 진심인지는 모른다. 그 하나하나를 파악하기엔 아직 대전제가 열리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잡은 실체를 파악하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그렇게 말해도, 딱히 저를 위해서 그랬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이거 기분 탓일까요?"
윤의 농담에 그녀도 농담조로 말하고 작게 웃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농담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았던 사람의 실체를 알았다고 해서, 갑자기 전부를 믿는 거짓말 같은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곱게 휘어 웃는 눈이 그에게 똑바로 향했다. 그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그가 내민 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주 잠깐,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하다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 그의 손을 잡는다. 그것 뿐이다. 담백하게 손만 잡고 그를 따라가며 담담하게 말한다. 선배, 있잖아요.
"그 날, 선배는 왜 저한테 그걸 말한 거에요?"
담담한 말투만큼 질문 속 의문의 농도도 옅다.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보이려는 건지, 정말 그런건지조차 희미할만큼. 질문을 한 뒤에도 그저 고개를 기울여 그를 한번 보고 다시 앞을 향했을 뿐이다.
물에 빠진 순간 이게 물에 빠진다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빠져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게 태아였을 때의 영향이라고 하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깊이가 있기 때문에 물은 검고 탁했다. 입수로 인해 수면 위에 거품이 일어났다는 걸 모른 채로 주단태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낯선 물결을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높아진 압력에 먹먹하게만 느껴지는 감각이라던가 물에 빠져서야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이라던가 같은 것들을 하나씩 느끼던 것도 찰나였다. 하지만 이 감각이나 감정만 꽤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단태는 오래 물에 잠겨 있지 않았다. 오래 잠겨 있으면 있을수록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자신의 체온이 걸림돌이 될 테니까였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젖어서 흘러내린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암적색 시선이 손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를 먼저 살핀다. 얄쌍한 자신의 손목에 맞춰진 그것은 직접 풀어내지 않으면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단태는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껴안고 같이 빠진 펠리체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자기."
찾던 사람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주단태는 자신의 물에 푹 젖어버려서 하늘색보다는 파란색에 가까워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대답을 중얼거리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은 금새 차갑게 얼굴로 떨어져내려서, 머리를 쓸어올렸던 손으로 얼굴 물기를 벅벅 문질렀다. 어땠냐는 차분한 물음 때문이다.
"딱 1mm정도 방향이 틀어졌으면 큰일났겠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생각보다 물이 차가워서 춥다는 생각 정도."
"오호라~ 그건 한번 해봐야 아는거죠! 어라. 근데 사감님도 지는 내기는 안 하시는 거예요? 저도 그런데! 역시 같은 겜블러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네요~"
정확히는 주양은 자신이 질 것 같은 상황 앞에서는 정정당당을 내던진 채 온갖 얍삽이를 가리지 않고, 그 얍삽이조차 막혔다고 판단했을 때나 되어서야 겨우 진심으로 임하며 겜블러로써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가깝기는 했다. 허나 얍삽이를 쓰면 지는 상황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거나 그거나 같은 느낌이라고 퉁치고 마는 것이었다. 당신에게서 꽤 큰 동질감을 느끼며 주양은 헤실거리면서 웃었다. 이래서 처음 입학했을 때 청룡과 주작이 동시에 선택했던 거구나. 만약 청궁으로 갔으면 지금쯤 캐미가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어, 당신의 이야기에 결국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아무리 자기 기숙사 사감님이라고는 해도 형광색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충분한 웃음거리였다. 실수라는 그 이야기가 굉장히 상큼하게 들려왔다는 이유 역시 있었다.
"와. 형광색이요? 뭔가 엄청 눈에 팍 띌것같은 그런 색깔이네요! 아아. 저도 그 약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주궁 사람이라 못 했지 뭐예요~"
만약 자신이 주궁 사람이 아니라 다른 기숙사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도와주었을 것이다. 한번 도와주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두번씩이나 연속으로 도와주었을 것이다. 기숙사 점수가 차감된다는 디메리트가 잇긴 했으나 그럼에도 그 즐거움을 즐긴다는 것은 기숙사 점수 쯤이야 얼마든지 내던져도 될 것만 같았다. 물론 그건 청을 내기에 거는 것보다 재미가 덜하겠지만. 아찔한 자극이 아니라면 굳이 즐길 필요는 없다.
"음.. 그럼 그렇게 할게요? 언제 건쌤한테도 뭐 하나 사드리고 싶네요~ 요즘 돈이 꽤 모여서, 어디에 써야 할지 즐거운 고민 중이었으니까요."
지금껏 쌓인 갈레온만 해도 족히 100갈레온은 넘었나. 기억을 되짚어보며 주양은 키득거렸다. 조금만 더 모은다면 정말 판을 크게 벌이고 제대로 도박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썩 좋은 행동은 아니었기에 정말 할 마음은 적었다. 게다가 자신은 그 상황에서도 갈레온을 걸지 않고 청을 걸테니까. 다른 사람이 역으로 먼저 자신에게 청 말고 다른 무언가를 걸라고 제안한다면.. 아. 생각해보니 이 제안은 지금까지 받아본 적이 없기는 했다. 허나, 꽤 흥미로울것 같았다.
팅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금만큼은,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그 속을 알 수 없없었다.약간의 오차변 모든 것이 바뀐다. 희와 비가 갈리고, 미소짓는 사람 뒤에 좌절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차이에서, 마지막에 웃는 건 누가 될 것인가. 여름의 타는 듯한 태양빛도 잠깐 잊을만큼의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동전을 본 주양은 눈을 감고 어깨를 으쓱였다.
".. 후후. 뒷면이네요~"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내비치며 한 걸음 물러서는 주양. 허나 내기에서 주는 긴장감이 걷히고 나서, 주양은 마치 어린애마냥 방방거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거의 180에 가까운 장신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걸치며 청을 꼭 껴안고 방방거리는 건 썩 어울리지 않았으나, 지금의 기쁨은 그 언벨런스함을 자각하지 못하게 할 만큼 컸다.
"봐봐, 청! 내가 말했지! 뒷면이라고! 하여튼,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서 너를 건 거였는데 너는 왜 그렇게 나를 못 믿기만 하는거냐고~!
알고 있을리가 있나. 허나 그래서 더욱 기쁜 것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두려움에 잔뜩 눌려서 이도저도 못 하고 있는 것보다 그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수 있는 것은 지금 느끼는 짜릿함을 두배, 더 크게는 세 배로 자라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높았던 자존심이 수직으로 순식간에 솟구쳤으며, 콧대는 하늘을 뚫었다. 한껏 기쁨을 표현하고 나서야 잠이 다 달아났다는 듯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깜짝 놀래킨 나머지, 이미 진작에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음흠~ 아쉽네요! 여기서 한 바퀴. 아니, 반 바퀴쯤만 더 돌았어도 앞면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 말이예요. 승리의 여신은, 저를 형해 미소지었나봐요~"
다시 청을 어깨에 올려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씩 웃었다. 아. 역시 이래서 내기에서 손을 뗄 수 없다니까.
그는 타인에 대해 깊이 관심 갖지 않는 성격이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과도하게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남에게도 관심 갖지 않는 쪽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선생이나 교수들과에겐 수업 외엔 다른 궁금증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스스로 자신을 무심하다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아하, 백 년이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호응했다. 이걸로 호기심이 풀렸…… 잠깐, 100년?
"그게 가능해요……?"
입을 떡하니 벌린 표정이 어리벙벙했다. 마법사가 100년을 넘게 사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니 나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100년이 최소라고 했으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건 문제일지도. 그분들 목소리랑 몸은 아주 정정하신 것 같던데? 하지만 놀랄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무기의 목소리가 덤덤해서 그도 얼떨결에 진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사람이 어쩌다가 몇백 살 먹을지도 있지……. 그는 그러려니의 사고관을 장착하고 일단은 납득하기로 했다.
"그건 몰랐어요. 기린궁에 들어가면 다들 도사가 되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기린궁 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이것 역시 초문이다. 도사가 되는 길이 어렵기라도 한 건가? 제 옆의 사감이 때로는 곤 못지 않은 일정을 계획한다는 소문을 고려하면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꼭 감 선생님 같은 말씀이네요."
어, 혹시 인간 좋아하세요? 그렇게 덧붙이며 장난스레 웃은 게 반응의 전부였다. 인간과 자신을 별개로 보는 듯한 발언을 특이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안타깝게도 그는 현궁 생활 5년 간…… 알게 모르게 감에게 꾸준하게 귀여움당한 학생 중 하나였다. 그런 종류의 발언을 신경쓰기엔 그는 그러려니의 정신이 너무도 깊게 박혀버린 상태였다.
"고향이 추운 지역이었거든요. 제 나라라고 전국이 추운 건 아닌데, 저는 최북단 내륙 지역에 살았어요."
찐으로 스웨덴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겨울왕국 같은 느낌)만큼 춥지는 않고, 오히려 스톡홀름을 기준으로 기온, 습도, 바람, 만류의 영향을 따져봤을 땐 서울이 더 추울 때도 많다고 함... :0 물론 '생각보다' 덜 춥다는 거지 강설량 장난 아니고 최저기온도 낮고 날씨 흐리고 겨울 자체가 길어서 평균적으로 더 춥고 음울한 건 맞음!
>>294 적응했구나!!! 그래... 그러고보면 한국인들은 항상 이렇게 살아왔었지...(???) 아무튼 좀 괜찮다니까 다행이네!! 기운 차리고 잘 지내자구~~~ :3
>>296 크 아 아 ㄱ........... o<-<
엘로프의 오늘 풀 해시는 공포게임_방송하는_자캐 - 습... 게임 쪽은 게임이라는 매체 특성상 배리어프리가 잘 활성화되지 않아서 제한이 좀... 많이 크네... 🤔 어쨌거나 일단 한다면!!!! 마법사라서 게임같은 거 해본 적 없음... '???뭐야이거' '뭐야 이거' '이거 뭐죠????' 만 반복하다가 게임오버 당할듯... 무섭고 안 무섭고의 문제가 아님 완전 겜못이라서 이상한 짓만 계속하다가 머리 짚는 토우 자세로 절망함... 게임보다는 얘 환장하는 꼴 구경하는 게 더 어처구니 없고 재밌을듯 이 구간 통과하면 그럭저럭 하긴 하는데 너무 무난하게 해서 노잼. 방송진행보다는 게임에만 집중하고 무서운 거 나와도 오~ 신기하고 재밌다 머글(검열단어)들은 이래서 이런 걸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서 오히려 답답하게 할 때보다 더 재미없어짐... 채팅에 얘는 겜방이 아니라 헬스방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 나옴
무서운_영화를_볼_때_자캐는 - 와! 음성 해설 지원되는 영화 최고! 갑툭튀나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장면 같은 데선 놀라긴 하겠지만 무서워하진 않아. 다 끝나면 그냥 재밌는 이야기였다~ 하고 집에 가서 잠 잘잠... 가상매체의 이야기는 완전히 픽션으로 딱 구분짓는 성격이라서 무서운 상상이나 과몰입도 안해... 재미 없는 갓반인인듯
자캐에게_딸꾹질_100번_하면_죽는다는_말을_한다면 - 안 믿어! 일단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이미 100번 넘게 딸꾹질 해본 적도 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99 ㅋㅋㅋㅋㅋㅋ 항상 불반도 더위에 구워지고 냉동당하고 구워지고.. 응원 덕분에 그래도 힘이 나는걸! 엘롶주도 늘 화이팅이라구~ :D
여름이라서 그런가 진단 주제가 공포/미스테리네! 이상한 짓만 반복하다가 머리짚는 토우 자세 하는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겜방은 겜방인데 게임 말고 반응 보려고 들어오는 사람 많을거같아! 아니 헬스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 공포나 그런거에 강하구나. 재미있는 사람인데 우리 엘롶이는~!
주양은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경박하게 웃어댔다. 아, 맙소사. 역시 청궁 사람들은 하나하나 전부 호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감님 역시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쾌활하고, 장난기 넘치며, 팔팔한 느낌. 감정 기복이 확실하게 잘 드러나는 그 모습. 어찌 자신이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까! 사람 살아가는게 이런 맛이지 또 어떤 맛이겠나 싶었다.
"그럼요. 저는 진심 아니면 이야기 안 한답니다? 아아. 이렇게까지 감동해주시니 언제 한번 마법약을 같이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후폭풍은 오롯이 둘이서 감당해내야 할 것이었지만 뭐 어떤가 싶었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고, 지금은 그저 지금을 즐기면 된다. 미래를 걱정하며 나아가지 않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받기로 했던 1 갈레온을 손에 올려놓고서 한참동안 그것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물질적인 것을 얻는다는 것은, 어제처럼 호칭을 얻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묘함이었으나 일단 어느 쪽이든 아직은 주양에게 꽤 낯설게 느껴졌다. 돈을 가져갈 생각이라. 내기를 걸 때만 해도 뭔가 얻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음~ 삘 탄 김에 지금의 이 감을 이어가도 좋겠지만, 너무 판이 커지는 건 저도 부담스러우니까요! 이렇게 소소한 유흥거리로 즐기는 내기도 좋죠!"
이런 아찔한 승부가 계속되는 것도 좋았으나 승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필히 자신이 실패하게 되는 경우의 수도 생길 것이다. 자신이 이겼고 얻어갈 것도 얻어갔으니, 이득을 보고 빼는것이 가장 현명한 수라는 당연한 답을 내리고 또 혼자 잘 생각한 것 같다며 우쭐해졌다. 그리고. 다음 질문에 주양은 청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가족같은 존재. 어쩌면, 가족 이상일지도 모를 존재. 나도 그것을 알고 있듯, 청 너 역시 그것을 알고 있겠지.
"가족 이상의.. 내깃돈이예요. 절대 잃을수 없는 그런 내깃돈 말이죠."
허나 그럼에도 내기에 아낌없이 던질 수 있는. 그렇게 위기감과 스릴을 느끼며, 자신에게 계속 그때의 기억과 그때 다짐했던 복수심을 불태울 수 있게 해주는. 가족 이상의 존재. 남들은 쉽게 이해할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어딘가 어긋난 주양 자신만의 애정표현은 이번 역시 엇나가지 않은 채 청을 향했다. 늘 그랬듯 말이 이어진 이후로 짧은 투닥거림이 지속되었으나 그것도 오래 지나지는 않았다.
"듣고 나니까 조금 궁금하네요. 패밀리어가 필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감님들은 따로 동물을 안 키우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신수.. 들이 사감님의 패밀리어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예요."
그 대목에서 잠깐 멈칫했던 건 자신 못지 않게, 다른 의미로 엄청난 캐미를 선보이는 리 사감님과 백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정말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추측이 한층 스쳐 지나가고서 주양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들이 그렇게 지낼 수 있는 이유라면 역시 그것 아닐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눈을 굴리며 곰곰히 생각하던 추론을 내어보았다. 사감들의 특권, 들으면 들을수록 내력 깊은 이야기다. 그들이 가진 특이점에 수백 년을 살고, 신수와 소통하고, 그것 외의 나머지로는 뭐가 있었더라. 무기와 대화하고 있으려니 자신이 새삼스럽게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평소에 많이 궁금해하고 살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연을 버린다는 건… 종교적인 탈속과는 다른 의미겠죠? 음, 기린궁 학생이 아닌 제가 너무 많이 듣는 건 아닐까 싶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최종 과정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 테니. 과연 자신이라면 서슴없이 절세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봤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즉답할 수 있었다. 그를 덩그러니 남겨두고 간 이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 자리에 없는 얄미운 패밀리어를 떠올려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쉬는 유일하다 할 수 있을 만큼 그가 온전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상대였다. 순진하기에 약고, 그럼에도 영원히 악의 없을 친구. 속세에 묶인 '인간'관계라면 고민 없이 버릴 수 있을 테지만, 그 역시도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인연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킬게요."
아, 이번에는 제 쪽에서 속편하게 말실수를 해버렸다. 그런데 미안하다거나 죄송스럽다는 태도보다는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싫으면 비켜줘야지'라는 직관적인 발상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기에게서 슬쩍 몸을 물리고는 그가 뒤늦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건 좀 아닌가.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물러가야 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해 그는 벌떡 일어나려 엉거주춤해 있던 몸을 다시 앉혔다. 인간이 싫지만 죽지는 않게 보호해야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라. 그는 불현듯 어떤 직감을 떠올린다. 근거 있는 추측은 아니었다. 추론은 되지 못하고 그저 짐작에 불과할 어떠한 예감. 무기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알았던 것만 같다. 그것은 통찰인가, 아니면 선견?
누군가가 질문을 던진다. 공포란 감정이니 만큼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하지만 가장 유명한 말이라면 머글 소설 [러브 크래프트]에서 내린 정의, "가장 강력한 공포란, 미지에 대한 공포다."라는 견해가 제일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오랫만에 한가하구만."
공포의 정체가 입을 연다. 그는 다름아닌 동화학원 방송부의 부장이자 해적방송의 MC, 리안이었다. 물론 항상 얼굴을 잘 까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아는것일까, 다들 그의 모습을 보고 쑥덕거린다. 그런 그들의 시선에는 경탄 반, 공포 반이 대다수,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휘파람을 불으며 입을 열었다.
"잔소리 하는 루인도 없고, 오늘은 내 마음대로 입는다!! 기분 최고구만!"
서서히 공포어린 시선들의 원인이 드러난다. 위에는 원래 정상이었을, 촌티나는 성조기 문양의 하와이안 셔츠가 가슴팍에 하트무늬로 파여져 있었고, 그마저도 반바지는 핫핑크에 파란색 줄무늬가 수놓여져 있었다. 거기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노오란색 안전모,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그 안전모가 공포에 아스트랄함까지 더해줌으로서 미지에 대한 공포가 무엇인지 시각적으로 확연히 박아넣어주고 있었다.
물에서 고개를 내밀자마자 팔찌부터 챙긴 단태와 다르게, 그녀가 소지품의 유무를 확인한 건 제법 이후였다. 몸을 부력에 맡기고 둥둥 떠있다가 뒤늦게서야 가디건을 더듬거려 지팡이의 존재를 확인한다. 적당히 끼워놓았던 지팡이는 용케도 제자리에 잘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지난 숱한 날들 동안 한번도 떨어뜨린 적이 없었지. 이보다 더한 조류에 휩쓸렸을 때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배 잘못은 아니니까요."
어처구니없다는게 분명한 단태의 웃음을 들으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할 것도 없이 이 상황에 단태의 잘못은 일절 없다. 전부 그녀가 잘못한거다. 막아서는데도 관두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붙잡고 뛰어든 것도. 참으로 멋들어지게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녀는 그 점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즐거웠다.
"1mm 차이로 위험한 지대에서는 하지 않아요. 죽으려고 하는게 아닌걸요."
행동만 놓고 보면 그저 자신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 단태를 끌어들인 것 같겠지만, 사실은 제대로 보고 행했다는 의미다. 이 밑의 지형도 깊이도 조류도 올라오기 전부터 파악하고 저 위를 골랐다. 마구잡이로 첨벙거리며 놀고 있었던 것 같던게 사실, 여기를 찾기 위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 그딴 사실쯤 말 한마디면 뒤짚히겠지만.
"절벽 아래니까 당연히 해변보다 춥죠. 얼른 나가도록 해요. 선배가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저 진짜 혼날 거 같거든요."
춤다는 단태에게 어서 나가자며 그녀가 몸을 홱 뒤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멀찍이 보이는 모래사장을 향해 느긋한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뒤를 흘끔 보고 단태가 제대로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건... 쌤....? (동공지진)(눈을 의심하고 다시 긁긁)(경악) 캡틴도 첼주도 다시 안녕~ 50분.. 조금만 더 화이팅! :D
>>341 자연스럽게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하는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분명 멀쩡할거야.. (???) 헐 좋아 초딩때 하던 컴퓨터부수기 플레시게임 실사판 간다~! 받는 도네에 따라 얼마나 부술지 뭘로 부술지 달라지는 재미! (?????)
그의 말에 그녀는 다시금 떠올렸다. 멀리서도 들리던 서러운 울음소리. 하지만 그렇게 울면서도 그 사람의 손에서 발버둥쳐 나오거나 그 이상의 저항은 하지 않은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 순순히 간 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만 하며 그를 본다.
"궁금하긴 한데, 그냥 누굴까~ 하는 정도라서요. 물어보면 대답은 해주려나."
그녀에게 보이는 그는 안개일 때와 또다른 흐릿함이 있었다. 흐릿함, 애매모호함이라고 할까.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고 봐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일까. 실제로 그렇게 보진 않았지만.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그녀도 싱긋 웃었으면 웃었지 의심하거나 불만스런 표정을 짓진 않는다.
"옆에 있다는 걸 좀더 실감하게 해주면 믿을지도 모르죠?"
물리적으로는 손을 잡을 수 있을만큼 가까웠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도 그에게 갈 길이 한참 멀어보였으니까. 그 길을 가는 건 온전히 그녀의 몫이겠지만, 일정부분은 그가 허락을 해줘야만 가까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그인 이상, 좀더 신중해질 필요도 있고. 그녀의 물음에 그가 잠깐이지만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것에 그녀의 눈이 슬쩍 굴러갔다.
"뭐에요 그게. 그렇게 말하는데 옆에 있게 됐다는 걸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옆에 있으라면서 곧 떠날 거라고 하고, 저한테 말한게 꼭 그 수족에게 본보기나 위협을 보여주려 하는 거 같은걸요. 수족 길들이기에 이용당하는 느낌이에요."
그런 말투가 맘에 안 든다는 듯 그녀가 볼을 부풀린다. 고개도 슬쩍 반대로 돌리는 걸 보면 이제 대화도 안 해, 이럴 거 같았으나, 결과적으로 고개를 돌린 탓에 그의 행동이 예상 외의 효과를 낼 수 있었을거다. 예를 들면, 귀에 닿는 숨과 속삭임에 힉! 하고 놀라며 귀끝을 붉힌다던가.
"뭐하, 는 거에요, 진짜. 선배."
그를 돌아보며 쏘아붙이는 말이나 살짝 부루퉁한 표정은 방금의 상황이 싫은 듯 보인다. 그러나 선명하게 물든 귀가 좀처럼 식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싫지만도 않았나보다. 되려 꼭 잡는 손도 그렇고. 잠시 입을 내민 채 부-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녀. 여전히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대답은 해야겠는지 투덜대듯이 말한다.
"안 해요. 해봤자 제가 손해인걸요. 선배를 잃을테니까."
그것만은 무엇보다 싫으니까. 라고 대답을 하고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말없이 걷기만 했다.
그는 오늘 나름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머리는 적당히 틀어올려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앞머리도 적당히 눈가를 가려 자세히 본다면 그의 가려진 눈이 보일지도 몰랐다. 비숍소매의 흰 셔츠와 검은 슬랙스는 그가 후드 안에서도 언뜻 보였던 긴 다리를 더 돋보이게 했다. 구부정했던 허리를 쭉 펴니 제법 큰 키가 도드라졌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위태로웠던 가는 몸선이 옷으로 커버가 됐다. 그는 백정에게 '방에서 얌전히 먹으며 기다리고 있어주렴' 하고 부탁했다. 손에 Mars를 쥐어주는 모습은 호탕한 엉클 톰과 달리 제법 우아했다. 그마저도 겉치레의 예의에 가까웠다.
그가 나온 이유는 나름의 체력 증진을 위한 산책도 있겠지만, 마땅히 담배를 피울 장소도 없었고, 방안에서 피운다면 사감 선생님이나 교수님께 걸려 곤란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귀찮은 상황은 딱 질색이다. 적당히 숨을 곳을 찾아 그곳에서 피우는 것이 낫다. 그렇게 생각하며 해변 주변을 산책하던 도중, 땋은 물빛머리의 누군가가 후다닥 뛰어와 팔을 붙잡는다.
"타니아?" "도, 도, 도련님."
한갈래로 굵게 땋아내린 머리와 선물이라도 받았는지 귀 근처로 꽂은 노란 꽃. 참 예쁜 차림이거니 생각하던 그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많은 타니아는 눈물을 찔끔 보이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는 타니아가 진심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날 붙잡고 눈물로 호소하려 드는게냐." "그, 그게, 미관상인 이유로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대한 점수 차감은 없어요?!" "그런 규정이 있을 것 같나?" "그, 그렇지만!"
대체 어떻게 차려입었길래 뭐든 포용하려 들던 타니아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나 싶어 그는 학생들이 경탄과 공포에 찬 탄식을 뱉는 지점을 찾았다. 타니아는 이쪽이라며 그를 질질 끌고갔다.
"제발 너만 알았으면 얼마나 좋니." "그렇지만요.."
그는 리안을 보며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지금껏 공포라고 해도 어릴적의 공포 말고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리안을 보고 완벽하게 부서졌다. 그는 조용히, 아무것도 못 본 사람처럼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안을 구경하던 한 학생이 그를 발견하고 "현궁의 사신이다!" 라는 말과 함께 길이 트이고 시선이 몰리기 전까지는. 그가 입모양으로 작게 욕을 뱉었다. Bloody.
"사감님이 기쁘시다니 저도 나름 뿌듯하네요~ 어머나. 확실히 판이 엄청나게 커질 것 같은데요? 저도.. 청을 거는 것 만으로는, 모자랄 만큼 말이예요."
당연하게도, 주양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렇기에 언제 당신이 사감 자리를 걸고 내기를 걸지 몰라 청 이후로 내기에 걸어볼만한 것을 떠올려내며, 다른 한 켠으로는 자신이 청궁 사감이 되었을때의 모습도 떠올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꽤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속으로 자화자찬을 연거푸 해댔다.
이어,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주양은 다시 시선을 슥 옆으로 돌리면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의 뜻을 이해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역시 같은 겜블러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결국에는 주양 역시 인외가 아니었으니, 남들이 아예 이해하지 못할 비유는 없는 것일까. 이래저래 낯설면서도 신기한 기분이었다.한 차례 적응되지 않는 기분에 대한 쑥스러움을 느끼고서야 주양은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자각했다. '아. 내가 뺏길 수 없는 내깃돈이라고 강조해서 말했지.' 하고. 어쩐지 청의 반힝이 생각보단 약하다 싶었다.
"어라. 이, 이런 의도로 한 질문은 아니라는 거. 아시죠..?"
항상 밝은 표정이었던 당신이 보기 드물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대화 자체의 분위기도, 꽤 엄숙하게 가라앉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 기분을 느끼며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침착하게 복식 호흡부터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건가. 이 상황에서 화를 내는건 더더욱 이상하다. 어쩌지. 이럴 땐 어떻게 다시 웃게 만들어드려야 하지. 청에게 나좀 도와달라는 구원의 눈빛을 쏘아 보냈으나 청은 시크하게 그 눈빛을 외면했다.
"... 그쵸. 용은 더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우실 거고.. 불사조는 오히려 곤 사감님이랑 어울릴거고. 근데 곤 사감님도 같은 이유로 벅차.. 실지도 모르겠네요. 음. 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군요."
곤 사감님의 경우에는 과연 진짜 벅차하실지 의문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당신을 포함한 사감님들이 패밀리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심오한 것이었다. 끝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는 부분이라면 역시 어떤 수명이 긴 동물을 키워도 당신이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마법사의 수명은 긴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이유라면 수명이 긴 동물이라는 부분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의문을 가진 채. 주양은 다시 킥킥거리며 웃었다.
"어머나~ 아무리 내기를 한 번 했다고 해도. 저는 꽃다운 숙녀라서 갑자기 그러심 좀 부끄러워요~ 찡긋!"
.. 더럽게 안 어울리는 연기에다가 찡긋 하며 굳이 입으로 그 소리를 표현하며 한쪽 눈을 찡긋이는 것을 보다 못한 청이 헛구역질을 했다. 내가 청이어도 그랬을 것이다. 아무튼 시키는 대로 귀를 가까이 가져다댄 주양의 표정은 곧 서서히 얼어붙었다. 아무리 가까이 가져가도. 필히 들려야만 하는 소리가.
".. ㅅ.. 사감님. 이것도 장난.. 이죠..? 헛걸 보고 들은 건 새벽에 저택에서 있었던 일 정도면 충분한데.."
저도 모르게 비밀로 해 두려던 이야기가 새어나왔으나,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아무리 그래도 심장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는 장난이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자신은 아직 그 저택에서 헤매고 있는 건가. 너무 놀라 심정지가 온 나머지 골든타임인가 뭔가 하는 걸 놓치고, 자신마저도 이 저택의 망령이 된 건가. 사감이 되는 비밀. 그렇다면 분명 다른 사감님들도. 이건 역시, 귀신? 아니. 그렇지만 모든 유령은 주궁을 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곤 사감님은 뭐란 말인가.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 어... 쉽게 추측을 못 하겠는걸요. 그. 그래도 사감님들은 살아 계시는 거.. 잖아요? 유령이나.. 맞다. 인형 같은게 아니라. 사람으로써 말이예요. 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나..."
그 어느 쪽도 쉽사리 추측할 수 없었다. 예상 외의 사감이 되는 비밀에 방금 전 청궁 사감이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에 들어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게만 느껴졌다. 리 사감님을 본다면, 분명 유령이나 인형은 아니다. 피도 흘리고. 상처도 입고.. 그렇다면 그것은 대체.
그러니까 주단태는 평소와 같았다. 펠리체에게 붙잡혀서 빠질 때 자연스럽게 내뱉었던 욕설이나 물에 빠진 이후 바로 고개를 내밀고 던졌던 구수한 방언은 착각이라는 듯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면 펠리체의 잘못인가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단태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서 털어냈다.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펠리체의 말에 머리의 물기를 좌우로 흔들어서 털어버리던 단태가 어련할까 하는 표정으로 펠리체를 바라봤다. 결론만 보자면 위험한 지대는 아닌게 맞았다. 무지하게 깊기는 했지만. 죽으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 것도 맞았다. 무지막지하게 깊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나처럼 따라온 사람에게는 앞뒤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안그러면 내가 자기에게 그랬던 것처럼 단단히 오해를 할테니까 말이야."
기왕 동행하는 사람이 자기처럼 스릴과 물놀이를 같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고. 단태는 꽤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는 이어지는 펠리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이 파랗게 변화한 건 아니여서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곧 파랗게 질려버릴 수도 있다. 이놈의 체질은 단한번도 도움이 안된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말이야." 지팡이를 다시 집어넣으면서 단태는 모래사장으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펠리체처럼 자연스럽고 느긋한 헤엄과 비교될 만큼 볼품없는 헤엄으로 움직였다고 해야 옳았다.
"자기야 친해지려면 헤엄을 잘 쳐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니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겠네."
렝주랑 첼주 안녕! 아이고.. 역시 더위가 문제라니까 문제. 힘냈으면 좋겠구.. (토닥토닥)
383Riahn- Valentine, face the cosmic horror
(dzGB4FtZN2)
2021-07-02 (불탄다..!) 21:16:34
뒤쪽에 고고고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기세를 보며 다들 움찔 거린다. 자신의 패션 센스(?)가 매우 뛰어나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 가판대로 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받아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하지만 그걸 정면으로 마주했던 아이스크림 점원은 공포를 제대로 직면한 것인지 잠시간 어안이 벙벙해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질뿐이었다. 주변에서 뭐라 그러건 말건 자신이 잘 어울린다 생각하면 문제가 없다 생각한 것인지 그는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물론 그 걸음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디 사는 기어나오는 혼돈마냥 무서운 걸음이라는게 문제였지만.
-"현궁의 사신이다!" "!"
그 말에 그가 홱 고개를 돌린다. 그러한 그의 두눈에 비친것은 선남선녀 한쌍, 조금은 피폐해보이는 듯하지만 오히려 그런 극독같은 아름다운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마성의 아름다운 남자와 부드럽고 현숙한 이미지의 여인을 바라보며 그는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은 말그대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이었다. 그 누가, 특히 방송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저러한 특종을 놓친단 말인가. 그 순간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코스믹 호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이는 언제나 통제를 받으며 살아오는 평범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대상(지금의 리안)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볼수 있으며, 이 상황에 빠진 사람은 쉽게 판단력이 흐트러지고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발렌타인이 겪는 현실이 지금 그러하리라. 그리고 그 순간 그 호러의 결정체가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뭣쫌 여쭙께요!! 멋진 선남 선녀분!!"
타겟이 정해지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저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변명이나 자질구레한 설명 따위를 하지 않는 건 역시 그녀가 너무도 당당하고 당당해서라 말할 수 있겠다. 원래 그런 걸 잘 안 하는 성격인 것도 한몫했겠지만. 고개를 저어 물을 터는 단태를 보며 금안이 깜빡깜빡, 소리없이 여닫힌다. 아무렇지 않은 시선으로 단태의 시선을 받아내는 모습이 굉장히 뻔뻔한 고양이 같기도 하다. 사고 잔뜩 치고 뻔뻔한 고양이.
"다음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상황이 와도 선배한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할 거에요."
그 뻔뻔한 태도를 이어갈 것인지 대답의 내용이 참, 기가 막히기 충분하다. 저 정도면 반성이 없는게 아니라 그냥 심성이 나쁘다고 해도 될 정도다. 단태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걸요. 헤엄 못 친다고 물놀이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평정을 가장한 듯한 단태의 말에 대답하면서 그녀는 헤엄을 계속했다. 그녀의 태도나 대답이 어찌되었건 지금은 나가는게 우선이었다. 힐끔 돌아보았을 때 단태가 오고 있는게 보이긴 했지만 어쩐지 힘들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춥다고 하더니 그새 몸이 굳은 걸까. 그녀는 느릿하던 헤엄을 멈추고 단태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바로 옆에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등을 보이며 말한다.
"업히세요. 선배. 그게 훨씬 빨리 나갈 수 있을거에요."
업히래도 그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등에 얹히라는 거였지만. 이거나 그거나 비슷하니까. 속도를 맞춰주느니 이게 나을거 같아서 한 제안이었다. 어차피 주변에 사람도 없어 누가 볼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는 이미 여러번 설명하였듯 남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공은 공, 사는 사를 확실히 구분지었다. 그중 후자인 사적인 일을 만드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데다, 그마저도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렇듯 재미없는 그가 이런 사적인 일에 나타난 것은 드문 일이었고, 학생들은 이 상황을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했다. 한 청궁 학생의 목소리를 이후로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고, 끝내 당신이 있었다. 고개를 홱 돌리는 모습에 그는 뒷걸음질을 쳤다. 오픈숄더형 옷을 입고있던 타니아의 드러난 어깨가 아니라, 옷자락이 있는 팔을 손으로 감싸며 곁으로 끌어당겼다.
"도망쳐야겠지?" "어..네?"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 모를 리가 있나? 그가 잠들만 하면 MC 대작이라며 동화 옥음을 진행하면서, 입학식에서 그렇게 큰 무대를 벌였는데. 그 사실만 알면 좋겠지만 그는 당신의 눈빛에서 아주 익숙한 모습을 떠올렸다. 바로 그의 패밀리어, 달링이었다. 그가 장난을 친답시고 이리저리 콕콕 찌르면 머리를 뱅뱅 돌리며 아악 소리를 지르곤 하는데, 그때 보이는 조류 특유의 광기로 가득 찬 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 발렌타인의 입장에서도, 조류 집사의 입장에서도 당신은 미지와 공포 그 자체였다.
"어. 와." "거절하겠네."
그는 타니아의 손을 잡는다. 조용히 두어걸음 뒷걸음질을 치다, 그대로 달리려 했다.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다. 타니아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기 전까지는. 그는 타니아를 내려다봤고, 타니아는 매력적인 녹색 눈으로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타니아?" "도련님은 지금도 몸이 안 좋으신데 달리시기까지 하면 숨이 차서 주저 앉고, 쌕쌕거리고 그러시잖아요." "갑자기 무슨 개소리를 하는겐가?" "저는 그 꼴은 못봐요! 이 뜨거운 모래 위로 쓰러지면 도련님께서는 당연히 처연한 분위기를 가지겠지만!! 얼굴과 붉어지셔서 입안도 촉촉해지겠지만!! 그 모습과 다크서클이 함께 어우러져서 가히 장관이겠지만!!!!!! 저는!! 절대!!! 남에게 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어요!!! 왜냐면 그건, 그건...! 저만 보고 싶다고요!!" "타니아? 타니"
아? 그는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타니아가 그를 번쩍 안아든 것이다. 그의 두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그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안긴다는 것은 가정할 일이 없었고, 공주님 안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화창한 날, 아름다운 해변이 드리운 곳에서.
지난 별궁에서의 날 이후로, 그녀는 적어도 교내나 그에 준하는 곳에선 그를 '윤'으로 대하기로 생각했었다. 그의 정체가 들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걸 자신만 알고 있다는 얄팍한 만족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껏 평소처럼 굴었는데, 그렇게 대하고 있었는데.
'윤'이 아닌 모습에 심장이 과도하게 뛴다. 더위가 아닌 다른 이유로 피에 열기가 스며드는게 너무 선명히 느껴진다. 손등을 쓸어주는 손짓 하나에 또다시 엷은 홍조가 번진다. 흡사 그의 체온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ㅇ..애 아니거든요! 그, 선배가 보기에는 애겠지만서도.."
그것이 온전한 애정의 표현이 아닐지라도 단지 그런 말 뿐이더라도 감정이 요동친다. 그 날 그를 붙잡았을 때보다 좀더 선명하게, 명확해진 감정에 자칫하면 휩쓸려 가버릴 것만 같다. 이럴 때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늘 솔직하고 당당하다가도 아닌 척, 안 그런 척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무의식중에 말이다.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그를 보고 그녀의 눈썹이 불만의 선을 그린다. 애 취급이나 수족의 길들임은 둘째 치고, 그녀가 조금만 팔을 가까이 잡는 것만으로도 움찔대던 사람이 되려 그녀를 놀려오니 골이 안 날 수가 있을까. 골이 나는데 그게 또 싫지 않다는게 문제다. 그녀가 그럴 줄 알았기에 정체에 대해 말했다던가, 지금은 오롯이 그녀의 것이라던가. 그런 말들로 간질여놓고 그렇게 말하면 도대체 어떻게 거절해야 하느냔 말이다.
"...진짜...잠깐만, 이니까요. 들키면 시끄럽고, 혼나는거 싫으니까, 잠깐만이에요."
그의 앓는 소리에 머릿속이 하얘지려는 걸 간신히 막고서 겨우 대답한다. 별로지만 잠깐이면 괜찮다는 듯이 말하지만 이미 볼이며 귀를 붉혀놓아 틱틱댄들 하나도 안 그렇게 보였겠지. 빨리 가자는 듯 꾹 쥐는 손도 그랬을거고.
본명은 홍 마노. 27세입니다. 머리에 꽃 모양의 장식을 달고 있으며, 머리는 옥색입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다니며, 궐련을 피우는데 그 연기 때문인건지 아니면 천성 때문인건지 늘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원래 눈물이 많아서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도 눈물을 뚝뚝 흘리고 꽤 자주,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도 이해를 못한다지요. 귀가 뚫려있으며, 왼쪽 귀에만 붉은 실로 매듭을 지은 형태의 귀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여놓고서도 울면서 웃는 기괴한 모습에 매구는 그에게 백정탈을 거넸습니다. 자신이 좋아서 크루시오 주문을 쓰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 때문에 이매는 그런 백정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정장으로 가려진 두 팔뚝이 있는데, 오른 쪽 팔뚝에는 붉은 색의 실로 된 바디 스티치가 팔을 감싸듯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가 붉은색으로 꿰매고 있으며, 허리 춤에 백정탈이 달랑달랑 들려 있습니다.
애니마구스이며,
//아예 밝혀진 백정의 설정을 에버노트에서 긁어왔습니다:D 현재 백정탈은 발렌타인 C.언더테이커에게 귀속 되어있는 상태입니다!:D 저 애니마구스이며, 이후로는 아직 안 밝혀진 설정이 있다는 말씀!!!!:P
왜 도망치는거야!! 평범하게 인터뷰(?)를 하려고 한건데!! 그는 갑자기 도망치는 한 쌍의 남녀에게 적잖이 당황한듯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그러한 그 도전에 기어나온 혼돈은 열의를 불태우고야 말았다. 반드시 저 둘을 붙잠아서 방송용 소재로 잡고야 말리라!! 그렇게 맹세하며 그는 크라우칭 자세를 취한뒤, 그대로 그 가속력과 동시에 지팡이를 꺼내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벤투스(Ventus)!!"
그와 동시에 그가 돌풍을 타고 달려나간다. 가속력은 두배! 그럼 속도는 4배!! 난 지금 빨간색 도장을 칠한것보다 한계수 더 빠르다고!! 그는 영문모를 이야기를 말하며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두눈으로 갑자기 남자를 안아드는 여자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휘이익!! 좋은 풍경!! 완전 그림인데요!?!"
그렇게 외치는 순간, 그대로 돌부리에 발을 걸려 넘어진다.
- 우당탕탕! "히끼야아아갸야갸아아아악!!"
성대한 소리와 함께 넘어지고 구르는 그였지만, 그상태 그대로 낙법을 짚으며 한바퀴 구름과 동시에 자세를 잡고 그대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그와중에 누군가 쏟아버린 야키소바를 그대로 머리에 뒤집어 쓰고, 그는 안전모와 그 위에 장식(?)된 야키소바를 머리카락 마냥 흩날리면서, 한층 강화된 공포를 드러내 보이며 다시한번더 놓치지 않도록, 다리에 벤투스를 한번 더 날린뒤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크게 외쳤다.
"잠깐만 대화로 해결합시다!! 선남선녀부우우운!!"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1997년이 온것마냥 비명을 질렀지만 말이다.
//공중요격 가능합니다 으헤헤헤헤
신입분 어서오세요!! 이스레의 방송과 정상인(?) 포지션을 맡고 있는 리안주입니다!!(.....????)
1. 모든 사감은 '무기'에게 존대를 합니다. 2. 사감들은 신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3. 무기를 제외한 사감들의 지팡이 속 재료는 자신이 받드는 신수의 신체 일부가 들어가 있습니다. 4. 무기와 동화학원의 일종의 계약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5. 무기는 학교 밖의 마법 사회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관심 없어요. 6. 무기의 '귀양'을 끝내기 위해서는 도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도사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극히 소수에 달합니다.
고양이같은 성향은 펠리체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단태는 펠리체를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아주 큰 사고를 쳐놓고 내가 뭐?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뻔뻔한 고양이와 닮았다. 처음에 봤던 이미지랑은 사뭇 다르지 않나. 물에 빠졌다가 나온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단태는 평소의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태도가 조금 사그라든 상태였다. 아직 물에 빠졌었던 충격이 남아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목적을 숨기는 건 상관 없지만 물에 빠지는 거 좋아해요 라는 물음은 좀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달링. 지금 내 담력이 크지 않았더라면 떨어지는 순간에 기절해버렸을지도 몰라?"
뻔뻔한 펠리체의 대답에 대한 단태의 대답이었다. 애초에 어떤 상황에서도 기절해버리지 않을테지만 일부러 약한 척을 해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기가 막힐 정도의 대답에도 단태는 언제 그랬나는 듯 히죽- 하니 웃어보였다. "헤엄을 못치기도 하지만 체온이 낮아지는 건 원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 물에 빠져서인지 앞머리에 꼽고 있던 핀은 저 물 아래로 가라앉아버린 탓에 단태는 앞머리를 다시 쓸어올려서 대충이나마 정리하고 펠리체의 뒤를 따라 모래사장으로 불안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힘들어보였는지 펠리체가 앞장서서 가던 걸 멈추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쩌면 정말 기숙사 사감에 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건가? 아직 미래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주양의 표정은 제법 밝았다. 졸업 후의 모든 살벌한 계획이 끝을 맞이하고 난 다음. 가문 내 최고자의 자리마저도 모두 지루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자리에 앉는다면 꽤 알찬 미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꼬드긴다면, 그땐 망설임 없이 넘어가겠다고 생각했다. 뒤의 이야기를 듣고 잡시 주춤 하기는 했지만.
"목숨을 바치고.. 였군요. 그래서 지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던거고.. 으으, 그런 심오한 뜻이 있을줄은 몰랐는걸요."
이제야 미스테리가 풀렸다. 주양 자신의 단편적인 생각보다도 훨씬 깊이 있는 이유라면, 더는 겁먹지 않을 수 있다. 언제나 두려움은 미지의 무언가에서 다가오기 마련이었고, 이유가 밝혀진다면 더 이상 미지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으니까.
당신이 내민 손 위에 살포시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나서야, 완전히 안도한 듯 미소지었다. 사람의 온기. 역시 자신이 아주 대강 예측한대로 살아있는 사람이 맞았다. 백호님이 리 사감님에게 더 가차없었던 이유는, 역시 따뜻하고 숨도 쉬는 무언가. 자신보다 작은 무언가라서, 고양이.. 아니. 호랑이 특유의 야생성이 나오는 걸까. 그렇게 상상하니 조금 소름이 돋으면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리시고도 멀쩡하신 이유 역시 납득이 되었다.
"으음~ 그치만. 사감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지금 사감님께서는 엄연히 살아 계시는 거라고요. 그렇다면 너무 슬퍼하실 것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어울리지 않지만. 자신과 어울리는 진지함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주양의 표정에서는 장난기가 싹 가셔 있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주양은 진심이었으니까. 자기 패밀리어를 걸고 하는 내기. 그 이상으로 짜릿한 것은 지금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것만으로 삶의 낙을 즐기며 스릴 넘치게 살고 있었지만.. 복수의 이유가 전부 저물어 버린다면. 더는 청을 거는것으론 만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이유보다도 더 큰 것은 역시 자신 패밀리어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답을 해 주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청. 너도 그때 가서는, 평온하게 남은 생을 만끽해야지. 제법 순수한 미소가 주양의 입가에 머금어졌다.
".. 만약 그 부탁이 들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욕심이 많이 생기는걸요? 더는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답니다. 무지함에서 오는 게 두려움이고 무서움일 뿐이지. 알고 나면,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지금 이 상황은 전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숨을 가져간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도 알았다. 사감이라는 자리는 상상 이상으로 큰 무언가를 바쳐야 하는 자리이며, 책임감 역시 필요할 것이다. 허나. 그 책임감과 바쳐야 할 것의 무게보다, 청을 거는 것 이상으로 짜릿할지도 모를 뭔가를 해내는 것은. 역시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 그것을 청룡에게 바친다는 것. 남에게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이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설령 사감님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 굴레를 똑같이 받는다는 한이 있어도. 다음 대 건은 제가 희망해봐도 될까요? 부족한 그릇이라면 언제든 거절하셔도 좋아요."
물론 당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숨을 바치지도. 그리고 같은 굴레를 받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것 역시 좋았다. 오로지 그 상황을 즐기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게다가 지금 바로 닥쳐올 일이 아니라, 졸업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니. 지금이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모든게 다 끝난다면, 자신의 위에 누군가를 두고 모시는 일도 꽤 해봄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위이기만 하다면 삶의 재미와 질은 급격히 하락할테니. 가문을 뒤엎겠다는 삶의 절정 이후로 찾아올지도 모를 대단원 앞에서, 주양은 한 없이 진지했다.
"그래도 역시 사감님이 슬퍼하는 건 좀 많이 신경쓰일것 같은데. 만약 제가 다음 대 건으로 만족스러우시다면, 같이 부탁해보실래요?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의 제안이 조금 더 힘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신경쓰인다는 애매한 단어로 얼버무리고 주양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평소처럼 느긋느긋한 말투를 되찾았다. 역시 너무 오래 진지해져 있는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장담하듯 척하니 팔짱을 꼈으나 물론 진담은 아니다. 정말로 지원한다 해서 합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질문을 너무 많이 했나 싶은 자각이 뒤늦게 들어서다. 처음에는 그저 무료한 시간 말상대가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랐을 뿐인데, 어느샌가 제 쪽에서 자연스럽게 질문공세를 하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 어째서 절세絕世하는 방식이 필연되어야 하나요?"
그렇지만 안 된다 한 적도 없으니 괜찮겠지. 약간쯤 눈치가 보이기 시작해 그의 태도가 조금 더 공손해졌다. 어깨 높이로 한쪽 손을 들며 질문한 것이다. "아, 그리고 그 예견한 정보를 저희한테 알려주는 게 금기인지도요." 추가 질문까지 넣는 모습이 꼭 지금이 수업 시간이라도 된 듯 바람직한 학생 태도의 전형이었다.
완벽한 불살, 그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가볍게 디딘 걸음 한 번으로도 수많은 목숨을 밟아죽이는 게 사람이다. 광의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만물은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의 죽음을 취하고, 그 죽음 위에 섬으로써 자신을 존속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당장 그 역시도 살아가며 아주 많은 것을 죽여왔으며 앞으로도 그리 살 수밖에 없다.
"무엇이 우리를 노리고, 막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나쁜 일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최소 규모가 전쟁인데."
그리고 그가 문득 눈길을 바다로 돌린다. 그르렁거리는 무기의 음성이 울컥 쏟아지는 파도 소리와 닮은 것 같다는, 조금은 생뚱맞은 감상을 하며. 모래땅에 사그라드는 도성(濤聲)이 멀었다. '꺾여버리면' 이런 운치도 다시는 못 즐기게 될까 싶어 아쉽다. 그래서 귀를 열고, 지금의 기억을 머릿속에 새기고 형상화한다. ……아, 그런데 파도 칠 때 물거품이 어떻게 흩날렸더라. 기억하는 해변 여행은 손에 꼽는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았을 때, 지루해 말고 파도 치는 풍경을 좀 더 오래 담아둘 걸 그랬나. 공연히 과거의 자신도 원망해본다.
그녀는 자신이 말한대로 이 다음에 누구와 이런 걸 하게 되더라도 미리 알려줄 생각이 없었지만, 단태의 말을 듣고 보니 조금 고려해봐야 할 듯 싶었다. 정말로 기절해버리면 이번처럼 무사히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겨버리니까.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게 좋다. 그녀와 상대 모두에게.
"다른 사람이 선배보다 담력이 작아보이면, 그 땐 물어볼게요."
그래서 단태의 말을 일부 수용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조건부지만 이로써 단태 다음 사람은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시간이 생겼다.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물을 필요도 준비할 시간도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불안불안하게 헤엄치던 단태가 그녀를 발견하고 멈추자 그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간다. 그녀가 잡으라고 했으니 좀더 편히 잡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녀라면 비슷한 신장의 사람 한명 쯤은 거뜬히 옮길 수 있었다. 좀 힘들었지만 파이를 옮긴 적도 있긴 하니까. 하지만 단태에게는 썩 내키는 제안이 아니었는지 거절하는 듯한 말을 하길래, 그녀는 짧게 말했다.
"일일히 돌아보는게 더 귀찮고 불편하니까요."
그거면 설명이 되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자세를 휙 바꿔 단태에게 손을 뻗는다. 그대로 어깨를 붙잡고 몸을 돌리게 한 다음, 구조할 때와 같은 모습으로 데려가려는 심산이었다. 저항하거나 멈추려 하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그렇게 끌ㄹ 아니 데려가질 판이었다. 척척 행동으로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전 뛰어내리기 전과 비슷했으니, 저항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도 내놓아야겠지만.
그는 도망쳤다. 정확히는 타니아가 도망쳤다. 타니아의 품에 안긴 가련한 공주가 되었고, 학생들의 시선에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벤투스로 달려오는 소리에 그는 귀를 막듯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만약 감정표현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비명을 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해변은 푸른빛 바닷물이 넘실거렸고, 그의 얼굴은 그림속에 나오는 해처럼 붉었다. 타니아의 발걸음은 성큼성큼 저택을 향하듯 모래를 박찼다. 그러면서도 여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뒤로 고개를 휙 돌리며 당신의 추파에 질색한다.
"그,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이미 미래를 약속한 분이 계셔요!!!" "만난 지 1년도 안 됐으면서 벌써 그런 사이로 발전했다고?" "그게요, 그..설명을 드리고 싶은데..꺄악!!"
타니아는 비명을 지른다. 당신이 넘어지는 모습을 뒤로하고, 그는 타니아가 멈추자 본능적으로 그녀의 목을 끌어안았다. 하마터면 굴러떨어질뻔 했다. 그는 혀를 찼다. 포기할 줄도 모르는 그래. 지팡이를 꺼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없다. 아씨오로 불러오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섹튬셈프라를 쏠 사람은 아니다. 그는 야키소바를 머리에 뒤집어 쓴 당신을 미친 사람 쳐다보듯 보다가, 타니아에게 속삭였다. 착지하기 전에 옆으로 피하라고.
"대화라고 해봤자 일방적인 인터뷰 아니겠나."
그는 질린 표정을 짓는다. 타니아가 흘끔 옆을 보며 그쪽으로 게걸음을 걷듯 옆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여전히 그는 타니아의 품속에 있는 채였다. 일단은, 수락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했다.
단태는 돌아오는 대답에서 자신의 의견이 아주 조금 수용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빠져버렸던 단태와 다르게 다음 희생양이 될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애초에 빠트리지 않으면 되는거 아냐? 하고 물음을 던질 수 있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거야 그건 단태가 아니라 다음 사람이 해야할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굳이 대답을 하지 않고 헤엄쳐서 가던 중이었다. 펠리체를 보고 멈췄는데 이번에는 펠리체쪽에서 다가오자 단태는 한쪽 눈을 슬쩍 치켜떴다.
"그러니까-"
지금 뭐하는거야 라는 말이 입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친절하지 못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뻗어오는 손을 붙잡을 수 있었다. 주단태는 얼결에 붙잡은 거였지만, 붙잡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물에 빠져서 정신을 잃은 요구조자처럼 끌려갈 뻔한 걸 멈춘 거나 마찬가지였다.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야 황당함과 당혹스러움 때문에 반응을 재깍하지 못했을 뿐이지, 반응할 시간이 충분한 지금은 저항도 빨랐다.
"자기, 평소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익숙하지? 행동으로 보여지는 박력이 장난이 아닌걸~ 달링."
끌려가기 직전, 아니 데려가지기 직전에 멈추게 하는데 성공했다면 단태는 자신을 붙잡으려던 펠리체의 손을 잡은 채 몇번 조물거려보려했다. 그마저도 오래 지속할 생각이 없었는지 금새 떨어졌지만. 손을 조물조물 했을 때 단태의 체온은 물에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냉기가 감돌아서 차가웠을 것이다. 아마. "업히는 건 못하겠으니 어깨 잡는 걸로 참아줘. 자기야." 단태는 그렇게 말하며 펠리체의 몸을 다시 모래사장이 있는 쪽으로 돌리고 그 어깨에 손을 올려서 짚으려 한다.
>>542 구몬을 하지 않으면 벌금으로 독백 만자, 티엠아이 10개 풀어야한다는 법이 있어서 단태주 얼른 구몬해야겠다 ㅎㅎ
>>543 크크큭 이제 엘롶주도 구몬을 하고 너도나도 전부 구몬을 하는 멋진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맛있게 갓캐들의 설정을 먹으면 되는 일... 아나 그러다 짤릴까봐 두렵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먼저 괴롭힌 상사가 잘못. 민은 잘못 없다. (뻔뻔)
"와우!! 열정넘치는 애정 어린 대사!! 졸업하고 난 뒤에 결혼각이 선건가요!! 약혼따윈 장식인거죠!!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두사람의 애정행각에 뜨거운 환호성을 보내면서 야키소바를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며 달려나간다. 어머어머, 현궁의 사신이랑 그 아내분이 한낮부터 얼레리꼴레리 중이래요! 그의 머릿속으로 온갖 기사가 한가득 써진다. 물론 그걸 진짜 공표할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는 대박특종 예감이라는 글귀가 떠오르는 그였다. 그러다가 처음에 여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건지 화를 내며 말했다.
"남의 여자를 뺏는 그런 변태적인 취미는 없다고요?! 그건 사과 해주셔야..... 쿠엑!!"
랜딩을 하려던 도중 소동 도중에 날아온 사과에 쳐맞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가볍기 끄응 소리를 내며 일어서자 그의 얼굴에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멍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나 큰지 팬더가 지나가면서 "아이구 형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하고 지나갈 정도였다. 물론 진짜 그렇단 이야기는 아니지만.....
[꾸엉, 꾸어엉, 꾸엉엉엉(아이고 형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오냐."
..... 그새 어느 마법사가 패밀리어로 데리고 다니던 팬더 한마리가 그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 그 인사를 천연덕스럽게 받아치며 그는 천천히 양손을 들고 항복 표시를 해보인다. 바지춤 배부분 언저리에 대강 지팡이를 꽂아놓고 마법을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입을 연다.
"일방적인 인터뷰, 로 하기엔 소재가 너무 밍밍하죠. 어차피 제 정체는 두분다 알고 계신거 같으니까, 소개부터 해주세요!"
머리에는 야키소바 범벅이 된 안전모를 쓰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 팬더가 형님이라 부를 지경이 됐으며, 촌티나는 하와이안 셔츠에 가슴팍엔 하트 구멍을 뚫어놓고, 핫핑크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민망한 반바지를 입은채 일류 MC가 말을 걸어온다.
엘로프 아델횔드 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안좋아할것_같은데_좋아하는_것은 - 의외로 장난치는 거 좋아함! 장난이라고 해봤자 평소에는 소심하게 농담하거나 다른 애들이 치는 장난질에 소소하게 가담을 한다든지... 그리고 서리한테 복수전 하는 게(서리야 우리 친구 맞지?ㅎ.ㅎ)다지만~~~ 물론 신나면 더한 거 칠 수 있어. 바다 여행 기간 동안 인간 패대기머신이 된 게 그 증거(엘롶: ^^(머쓱))
자캐식의_욕은 - 솔직히 못하는 편... 원래 있는 욕설 단어만 몇 개 쓰는 정도가 끝이야. 창의적인 욕설은 못 해. 그리고 욕할 때는 외국어로만 한다는 tmi 설정이 있지롱,,, ^~^ 한국어 욕설은... 그... 어휘 자체의 의미가 너무 강하거나 혐오적이라서 안 쓴다!
자캐의_가치_기준은 - 음... 대상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기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제게 소중하지 않다면 누구든 쳐낼 수 있는 타입.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 1명을 살릴 수 있다면 100명을 죽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성격이지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극단을 가정한 거고! :3 아주 끝에 몰린 상황이 아니고서는 온건하고 평화적인 방법을 더 선호해~~
>>567 갸ㅏㅏㅏㅏ아악!!!! 탐관구몬징수관이다!!!1!! 생각났던 건 예전에 풀어버려서 지금은 없다구~~~ Xㅁ 그렇지 그렇지~~~ 그냥 성격이 유해서 그렇지 사실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야. 정의로운 쪽도 아니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벤 기간동안 친구를 납치해서 바다에 던져달라고 부탁하면... 던져드립니다.... 츄라이...???
이번엔 제때에 반응했기에 그녀의 행동이 중간에서 멈췄다. 딱, 단태가 그녀의 손을 붙잡는 그 순간 멈춰서 단태를 지그시 바라본다. 약간 멍해보이는 금안은 왜 막았는지에 대한 의문이나 왜 막는지에 대한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 그저 손을 멈추고 어떻게 나올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이나마 당황했을 단태와 달리 너무도 평온하고 담담하게 대답도 해주면서.
"가족 중에,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덕분에 말보다 행동이 편하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박력은 모르겠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편하다는 건 맞았다. 그녀의 가족 중 첫째이자 장남인 사람이 희대의 장난꾼이자 말 안 듣는 사람이었기에. 그를 다루는데 행동이 가장 좋은 약이라는 걸 알아버린 후로 그녀의 패턴은 말보다 행동으로 좀더 굳혀졌다. 덕분에 말수가 적어지거나 말을 아끼게 되었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일 뿐이었지.
단태가 손을 놓을 때까지 따로 빼지 않았으니 그녀의 손을 마음껏 주물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손은 굳은살이 있거나 우락부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단련은 좀 했나보다 싶을만큼 단단한 손바닥에 손가락이 곧고 모양 자체는 이상적인 편이었다. 그녀는 제 손을 주물거리는 단태를 보며, 단태의 손이 너무 차갑다고 느꼈다. 그녀의 손은 아직 미지근한데 단태의 손은 차도 너무 찼다. 어서 물 밖으로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할만큼.
"그럼 잘 잡고 있어요."
그냥 막기만 한게 아니라 제대로 대안도 제안했으니 그녀가 더 강요할 이유는 없었다. 순순히 단태가 이끄는대로 해변 쪽으로 돌아서, 어깨에 손이 얹어지는게 느껴지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단태가 너무 처지거나 떨어지지 않게 천천히, 느릿하지만 꾸준히 나아간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가는 중에 한번씩 단태의 손을 잡아 어깨에 잘 대어주기를 하며 간 끝에 둘은 발이 닿는 얕은 지점까지 다다랐을 것이다. 그녀의 부축 아닌 부축은 단지 몸을 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태의 손을 잡아 따뜻한 모래사장으로 나올 때까지 이어졌을 것이고. 단태가 거절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패밀리어 리치보단 몸집이 크고 암컷이고 사방팔방 싸돌아댕기는게 일상인....음.....아무튼 흰고양이. 근데 이제 때때로 사고를 몰고 다니는(?)
자캐의_배려방식은
보인다고 해서 멋대로 건드리지 않고, 함부로 언급하지 않으며, 허락 없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혹은 솔직하게 내보여 오해를 최소한으로 하게 한다. 필요하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인다.
혼자인_새벽에_외로움이_찾아든다면_자캐는
늦은 새벽, 아직 깰 시간이 아닌데 눈이 떠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보통 눈을 다시 감지만 가끔은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그러면 아직 하늘도 까맣고 달도 채 지지 않은 시간의 세상이 너무나 조용해서 마치 혼자 남아있는 것만 같다.
바깥을 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면에서부터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든다.
늘 주변을 떠들썩하게 해주던 사람들의 존재가 거짓말 같이 느껴지고, 때떄로 편지를 보내주는 가족은 어쩐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유야무야 사라질 것만 같다. 낯설고 무서운 기분이 발끝에서부터 차올라 서둘러 창문을 닫아보지만 그것의 차오름은 멈추지 않는다.
차갑고, 무거우며, 영원히 벗어나지 못 하는 늪 같은 감정.
다시 파고든 침대는 그새 식어서 낯선 냉기가 몸을 감싼다. 반사적으로 파르르 떨고 이불을 더 감싸고 둘러보지만 더해지는 건 냉기 뿐. 하는 수 없이 두 팔로 몸을 감싸고 최대한 둥글게 몸을 웅크린다. 세상에 혼자라는 착각을 지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를 감싸는 모습을 취한다. 혼자, 밤이 지나 날이 밝을 때까지.
>>606 억장 흔들흔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이게 애매한데 애가 괜찮기는 한데 사실 안괜찮고 막 그러네:p 그리고 땃태의 행보는 민을 포함한 모두가 애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알려주겠다:D 긍정적인 면은 계속 주입해주면 약간 우리편이 된 기어와라 혼돈 악 같을거고, 부정적인 면을 계속 주입하면...((입다뭄))
그는 누군가 흉을 봐도 넘기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그 또한 남을 다르게 생각했고,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타니아도 눈을 부릅 떴다. 목대에 핏대가 서려는 것을 그가 진정시켰다. 그냥 지금 섹튬셈프라를 날려버리면 모든 일이 끝날 것이다. 그 뜻을 알아챈 타니아가 이번엔 그를 꽉 안았다.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안 돼요. 그리고 또 자신의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와락 내뱉었다.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 둘은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차였다고요!! 저는 시련을 극복하고 새 사랑을 찾았어요!!" "타니아, 무슨 개소리를 그리도 당당히 하는가?"
그의 눈이 잠시 떨린다. 그가 찬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심지어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약혼이니 뭐니 그런것도 전부 타니아의 장난이었기에 넘겼고, 타니아도 자신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섬겼다 했을 뿐인데. 그런 마음을 가졌다고? 그것보다 새 사랑은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타니아는 헉! 소리를 한 번 내고는 그에게 속삭였다.
"끝내주게 귀여운 연하남이에요. 2학년 나이스 겟챠. 보송보송 솜털베이비. 내 인생의 전환점.." "드디어 자네가 미친건가 싶군." "잉. 제 취향은 도련님도 아시잖아요."
세상이 말세다. 그의 생각도 와장창 깨어진다. 사과에 맞고 바닥에 고꾸라진 당신을 바라보고, 멍을 본다. 갑자기 나타난 팬더를 보자 머리의 생각이 아예 사라진다는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정신이 아득했다. 그렇기에 그가 이 인터뷰를 수락할 수 있던 것이다. 지금 와 생각하면 자기가 아주 미쳤다고 회고한다.
"그, 이, 일단. 머리에 묻은..그것부터 어떻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타니아는 질색을 하고, 그는 그녀의 품에서 내려온다.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잘못 걸렸다는 눈빛이 드러났다. 주변에서 다시금 학생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는 잠시 타니아를 내려다본다. 그녀는 물빛으로 땋은 머리를 배배 꼬다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힐 수 없는 규율에 얽매여 있었으니까.
"저는 청궁 6학년 타니아 리즐 블랙번이에요. 이분..아니, 얘는 제 오랜 친구인 발렌타인 언더테이커고요. 현궁 6학년 학생대표로 아주 유명하죠. 참고로 저는 MC 대작의 엄청난 팬이에요. 인터뷰는..어... 무섭지만요."
>>630 휙휙 돌아간다고 해도 부담 갖지 마시고 참여해주셔요! 모르는게 있다면 언제든 질문해주셔도 좋고, 갑자기 진단을 가져오시면 새벽조는 좋아서 하루를 근사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아침조는 하루를 근사하게 시작할 거예요. 즐거운 어장 참여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634 이걸 뭐라고 하죠? 그러니까...급발진..? 노빠꾸 풀악셀..? 어쩌고 보면 그런 면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게에게 날렸던 3연발 리덕토를 떠올려요)) 땃태가 달링~만 해도 으! 하긴 하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으!의 경멸인걸요. 우리 땃태 아껴요..🙄
>>635 운명은 자기 손으로 쥔......((윤과 펠리체를 봐요)) 이건 세계의 운명을 손으로 쥐신 것 같긴 하지만요..그렇지만요..둘이 너무 선남선녀 잘어울려서...멸망해도 좋아요..🥰 후드 걷으면 경멸하면서 뒤로 물러나요! 조심 또 조심!
>>643 나? 몰랐는가 나는 자고있어크어얽(????) 사실 조금 있다가 자러 갈 생각이야:D 늦잠 좋지만 주말을 늦잠으로 보내면ㅈ억울하잖아8ㅁ8
>>644 노빠꾸 풀악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D 벨의 노빠꾸 풀악셀!XD 은 이미 게에게 3연발 리덕토를 날렸구나. 하지만 앞에서 못봤으니까 패스야. 땃태는 나도 아끼고 있으니까 으 이상의 경멸을 보여줘 벨아88 우리 내적 친밀감이 안쌓이고 있어.....벨이 땃태한테서 피냄새 난다고 하는 적폐 상황 상상하구 그런다구(벨주:이제부터 모르는 사이입니다. 누구세요)
>>645 추종자에게도 자비없이 섹튬만 날렸으니까요. 사실 체력이 된다면 주작에 갔을지도 모른다나 뭐라나 옹알옹알이에요... 으 이상의 경멸..ㅋㅋㅋㅋㅋ내적 친밀감..맞아요! 아주 중요한 걸 까먹고 있었네요. 헉, 그런 적폐..전 좋아해요...벨은 피냄새를 아주 많이 맡아봤을 거예요. 그래서 아주아주매우몹시 민감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누구신데 이런 멋있고 서로간의 내적친밀감 관계를 더 좁혀주는 적폐를..
>>647 옹알옹알거리는 벨주 곧 자러가겠군:D 그치 내적 친밀감이 안생기고 있다구 우리....88 이건 땃쥐가 평일에는 사망상태여서 그런거 같지만ㅋㅋㅋㅋㅋ아니 그 적폐를 반기네? 아 나는 땃쥐랑 좀 아는 사이인데 땃쥐가 전해달라고 해서((아무말)) 아주아주 민감한 편이면.. 거부감은 없다는건가?:D 벨이 많이 맡아봤다면 땃태는 많이 묻혀봤을테니까. 이걸로 벨이랑 내적 친밀감 쌓고 싶다 우히히:p 왜 그렇게 (피)냄새가 진하냐고 묻는 벨 보고 싶다((적폐캐해))
>>650 뭐. 라니..너무 좋아요..냥첼이가 상자에 들어가면 숨숨집은 벨주가 들어갈게..괜찮아..그러라고 산 거야..사실 캣휠도 벨주가 들어가서 돌리려고 산거니까 우리 첼이는 상자에서 편하게 있어...🥰
후드..경멸....인수 세계관...귀랑 꼬리를 숨기는..후드로 벨...((적폐여요))
>>651 잠들 수 없어요! 우리 땃태랑 더 얘기하고 싶어요! 땃주랑도 얘기하구요.😯 땃주의 아는분 반가워요!😊((?)) 거부감은 없는 편이어요. 벨이라면 직접 묻지는 않고 흘리듯이 "그래, 자네 덕분에 우리 집안이 좀 부흥하나보군." 하고 돌려물을 것 같고..((적폐를 핑퐁해요!!))
>>653 ㅋㅋㅋㅋㅋ이잉 싫어요...((애교로 무마해보려 해요!)) 집안이 교류...😳 언더테이커는 마법사 전쟁 이후 쇄문한 뒤 지금까지 블랙번을 브로커로 내세워 교류를 해왔다는 설정이어요. 마법사 사회에서 죽은 사람이 생겼을 때는 직접 장의사로 나서지만 그 외의 행정((여기는 다 아싸뿐이라 사교는 제외해요.🙄)) 업무는(사회에 파견된 마법부 소속 가문원 관련) 블랙번쪽으로 의견을 대신 내주고.. 제 생각엔 어쩐지, 궁예같지만! 전자인 장의사로 나서는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거기 가문에서 또 사람이 죽었어? 우리가 장례 지도 해줄게. 근데 우린 업무가 아니면 아무도 말을 안 해. 이런 느낌이지만요.. 땃태의 말에 벨은 슬쩍 비웃듯이 입꼬리 올리면서 "내 성씨가 곧 집안일이라서. 나머지는 자네 양심에 맡기지." 하지 않을까요? 우와...버릇이 아주 나빠요...🙄
>>654 고장난 냥첼이 ㅋㅋㅋㅋㅋㅋ 귀여워요...귀여워..고장난 냥이들을 너무 사랑해요. 예뻐해주고 싶다. 토끼귀~ 하다가 맞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라라. 연성..저..져는 모르는 일이에요! ((도망치려 해요!!))
>>655 어떻게 해야 하냐면~~ 어~~ 사실 나도 모름! 그러니 막 질러봐 괜찮다구~~ ㅋㅋㅋㅋㅋ 기껏 생긴 기력으로 잠을 자라 이 땃주야...!
>>656 토끼귀면 그 귀 일케 올려서 세우는 그거지? 할 땐 가만히 있지만 하고나서 냥젤리로 친다 뒷발로 서서 앞발로 친다! 두두두두두두!!! 어허 벨주 어디가~~ 도망쳐봤자 갈곳은 없다구...? 벨주의 자리는 여기 있으니까....?? 그러니 얌전히 연성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키히히....
>>656 사교면은 주씨 가문도 시트에 썼다시피 영...안좋은 이미지라서:D 궁예 아니야 정답! (((딩동댕동))) 이건 내가 새벽에 풀었으니까 벨주 추측대로 장의사로 많이 교류했을거야:) 땃태는 못봤겠지만...() 교류했다면 집안끼리는 딱 장의사 관련으로만 했을테고 약 10여년 전쯤에 단율이 사고 거하게 쳤을 때 언더테이커 쪽에 의뢰했을 것 같네. 물론 땃태가 약 안먹고 사고 쳤을 때도. 사실 주력으로 자주 만난 건 언니 아니었을까:o 킹리적 갓심이다.
또 사람이 죽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땃쥐는 양심이 아프다)) 버릇 나쁜 벨 아주 좋소:D "성씨가 언더테이커였지? 자기? 아- 알것 같기도 하고. 근데 갑자기 왜 그럴까~" 있는 힘껏 부정해보지만 눈빛은 감출 수 없고....:p
>>657 ((고통을 떠올려요)) 우와..뒷발로 서서 앞발로 치면 진짜 아픈데...발톱까지 세우면 진짜...손이 남아나지 않는데...((오싹해요!)) 여, 연성은 언젠가는...! 나올 지도 몰라요..!😱 살려주세요!😭
>>658 언더테이커에 의뢰했다면 벨이 그쪽 시체는 아주 잠깐이나마 봤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키는 쪽이라..🙄 땃태가 사고쳤을 때는 나이도 엇비슷하니 장례지도를 직접 했을 것 같네요. 가주 자리를 받았을 때 벨이 11살이니까요..((tmi를 투척해요)) 벨은 눈빛에 여전히 버릇나쁜 미소랑 같이 "난 모르지? 양심이 아는 일을 인간이 어찌아나? 흘려들어도 좋고 말입세." 하면서...우와 위험아찔해요..금방이라도 서로의 본색이..! ((오싹!)) 옹알..
>>660-661 한번 던져본 썰에 땃주가 낚였어...? 월척이로구나~~ 땃태가 안 나오는거도 그런데 일단 첼이 그걸 알...면 안 부르겠구나 얘 성격상... 가장 가능성 있는건 첼이 몸 좀 풀게 어울려달라거나 아니면 그날의 위화감을 확인하기 위해 대련 한판 하자고 불러내는거지. 땃태도 주먹 좀 쓰는구나 하는건 파악했으니까. 만약 나오면 보름이니까 땃태 증상이 있거나 약으로 억제되어 있거나 하겠지? 어찌어찌 대련 성립시켜서 하는데 땃태가 생각보다 시원찮게 보이면 그걸로 긁거나 뭔가 숨기는구나 싶으면 그걸 건드려보려고 해서 얼떨결에 죽음의 파이트가 되어버린다는... 이상 뇌내망상 풀가동이었습니다 이제 안녕(도주)
>>662 (((앗 이거 너무 좋은 썰인데))) 벨이 직접 장례 지도했으면 땃태가 좀 얌전치못했음을 알 수 있겠구나. 우연히 스치듯이 지나쳤다고 할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네:) 또래니까 땃태도 그때 소가주 된거라고 하지 뭐. 시기를 안정했거든!!!((뻔뻔)) 위험하고 아찔해서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금방이라도 서로 본색 드러낼 것 같은 위험 천만함!!!XD
>>663 일단 팁을 주자면 약 먹고 완화가 되어 있는 상태여서 대련 한판 하지면 거절하려고 기어나오기는 할거야() 대련 하자고 하면 시원찮게 반응하다가 첼이 먼저 공격 시도하는 게 가장 이상적으로 반응을 끌어낼 방법일 것 같네:P 긁히는 순간 죽음의 파이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나란히 점수 차감 엔딩인가...아니 더 풀어달라구 첼주!!!!!((추격))
"자기야, 자기의 가족이 어떤 스타일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자기 가족보다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타입. 단태가 아는 사람들 선에서 딱 한사람이 떠올랐다. 여행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 한정 룸메이트가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타입이었다. 아니 따지자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타입이라기보다는, 그냥 행동이 더 편한 걸지도 모르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하지 않다보니 틀릴수도 있는 추측이다. 말수가 적은 건 그 반증인가.
펠리체가 손을 빼지 않고 내버려뒀기에 단태는 펠리체의 이상적인 모양새에 단련이 되어 있는 단단한 손바닥을 잡은 손으로 조물조물거릴 수 있었다. 미지근한 체온을 차가운 체온이 야금야금 삼켜대고 있었다. 단단한 손바닥의 감촉과 곧게 뻗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단태는 펠리체의 시선을 느끼고 헤죽- 웃어보였다.
"에스코트를 하는 게 아니라 에스코트를 받을 줄은 몰랐네. 그것도 이렇게 예쁜 자기한테 말이야~"
잘 잡고 있으라는 펠리체의 말에 단태는 느물느물하게 퍼진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리고는 어깨를 붙잡고 이끄는대로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배려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행동이 더 몸에 익은 사람이 할 법한 자연스러운 배려. 착각일지도 모르지. 혹여 떨어지거나 처지지 않도록 간간히 자신의 손을 어깨에 대고 나아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단태가 샐쭉-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나아가다보니 수심의 높이가 낮아져서 발이 닿는 지점까지 꽤 빠르게 다다를 수 있었다.
"내가 아까 말했던가? 자기 말이야. 엄청 예쁘다고."
게다가 굉장히 스윗하기까지해서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아~ 하고 자신을 모래사장으로 이끌어주는 펠리체의 손을 맞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줘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해변 위로 몸을 쭉 빼냈다. 자연스럽게 단태는 펠리체를 끌어안는 자세가 되었다.
다시 시작된 느물한 말투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올 뻔 했다. 잠깐은 저 말투가 나오지 않아 많이 피곤하거나 힘든 줄 알았는데. 그냥 잠깐 쉬면 되는 거였나보다. 저렇게 떠들 만큼 기운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려나. 추위를 잘 타는 듯한 것과 다르게 체력은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받는게 아니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걸 에스코트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가는 중 들린 단태의 말에 적당한 대답을 돌려주고 손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둥 하며 나아가 이윽고 해변에 도착한다. 앞서 말했듯 그녀는 단태를 해변까지 아끌어주고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단태가 굉장히 뜬금없는 말을 해 그 타이밍을 놓쳤다.
"아."
하는 사이 그녀의 몸이 휙 끌려가더니 이끌리듯 단태의 품에 안착한다. 무슨 춤이라도 추는 줄 알았네. 머릿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론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깜빡였다. 한껏 과장한 듯한 단태의 인사가 들려오고, 겨우 상황 파악이 되자, 그때서야 표정을 담담하게 바꾼다. 그리고 이번에도 적당히 대꾸하고 빠져나가려다가, 문득 이대로 지나가긴 좀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팔을 들어 단태의 목을 감싼다. 그대로 끌어안듯이 움직여 단태의 귓가로 다가가 부드러운 미성으로 속삭인다.
"You're welcome. young lady. (천만에요. 아가씨.)"
후훗. 짧은 웃음을 더한 대꾸를 하곤 물 흐르듯 품에서 빠져나가는 그녀의 얼굴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제 돌아가죠. 선배. 지금부터 가서 씻고 해야 저녁 시간에 안 늦을거에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히 말한 그녀가 단태에게 튀지 않을 방향으로 긴 머리채를 한번 털어내었다. 그리고 어서 가자고 말하듯이 단태를 바라보았다.
아, 아. 이를 어쩜 좋을까. 이 못되먹었지만 차마 떨어질 수가 없는 사람을. 그녀는 저를 가지고 놀기로 작정한 듯한 그를 보고 어쩌면 울고 싶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그렇다는거지 진짜 울진 않겠지만. 그런 얼굴로 싫은 건 아니지, 라고 물으면 어느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을 다 알면서 떠보는 듯한 그의 태도가 얄밉다. 하지만 그것마저 좋다. 그러는 그가 오히려 예전보다 좋아서, 당장이라도 전부를 파내어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 아, 차라리 부숴버린다면.
"그 룸메는 무슨 잘못이래요. 본인 묵는 방에 들어왔을 뿐인.... 에?"
애써 마음을 다잡고 태연한 척 대꾸를 하며 걸어가려는데 또다시 치고 들어온다. 룸메이트가 없다는 목소리가 참...간지럽기도 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찔거리고 눈을 굴려 그를 보았다. 들킬 염려 이전에, 룸메가 없다니. 당연히 아까 그 친구라는 사람하고 한 방일 줄 알았다. 백설이도 있을거고. 하지만 백설이는 아까 그 사람이 데려갔고 그는 룸메가 없단다. 없대. 없대! 그 사실 하나가 머릿속을 꽉 채웠다가 한순간에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잠깐을 멍해져 있던 사이, 몸을 기울인 그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와 저도 모르게 얼굴을 확 붉혔다. 조금 가라앉으려던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게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감정이 그리로 이끌려 가버린다.
아, 안 돼. 이대로 계속 끌려다니기만 할 순 없어. 혼란한 와중 이상한 오기가 그녀의 안에서 고개를 든다. 그에게 휘둘리기만 해선 옆에 있을 수 없을거란 생각도 오기를 한층 자극한다. 그 덕분인지, 얼굴의 홍조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간다. 적당히 물든 얼굴이 되자 그녀는 입을 한번 꾹 다물었다가, 표정을 풀어 세상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짝 몸을 숙여 그의 귓가에 대고 아주 작지만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간드러진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전부를 주겠다고 이미 말했는데도 그렇게 애태우면, 지금 자기 방에 가는 건 고사하고, 휴가 내내 얼굴도 못 보게 해버릴거에요?"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가 그 말에 흔들릴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에게 마냥 휘둘리지만은 않을 거라고, 간접적으로마나 표현한 셈은 될까. 떨리는 내심을 요령 좋게 감추며 숙인 몸을 든 그녀는 잡은 손을 깍지 끼우고 그의 팔을 꼬옥 안으며 옆에 착 붙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보며 생긋, 웃었다.
아무리 봐도 여자쪽에서 장난치고 있는 중이고, 지금 눈앞의 퇴폐미를 자랑하고 있는 미남 선배님께선 거기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다. 물론 원인은 -코스믹 호러가 되었지만 자신은 그런거 모르는 중인- 자신이겠지만 리안의 눈에선 완전히 두 명이 완벽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던가? 음, 그래. 마음속으로 무엇이 결심이 섰는지 그는 그대로 입을 열었다.
"황금 천칭의 이름을 걸고."
음? 갑자기 왜 에스카마리 가문의 맹세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동시에 발렌타인과 타니아에게만 보이게 입을 움직여 보인다. 확실하게 입모양은
[두분 잘 어울리니, 비밀로 하겠습니다.]
였다. 완벽히 오해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우스꽝스러운걸 넘어서 공포 그자체의 복장이 되었지만 살짝 그 광기어린 눈빛이 누그러지고 그 자리에 조금은 진지하고 선량한 눈빛이 자리 잡으니 아주 조금, 바닷물에 커피 탄거 마냥 살짝 분위기가 전환 된다. 그러다가 이러한 복장으로는 유명인을 인터뷰하는건 아무래도 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멋쩍게 웃으면서 안전모를 벗자 검은색 머리카락이 윤기있게 드러난다. 야키소바가 묻은줄 알았지만, 안전모가 철통같이 방어해준 덕에 대참사는 안 일어난듯 싶었다.
"이 옷이 이쁘긴 하지만, 인터뷰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소개를 듣자마자 잠깐 화장실에 가서 순식간에 복장을 갈아입고 오는 그였다. 보나마나 아시오로 불러왔으리라. 그렇게 바뀐 복장은 루인이 이미 작업을 쳐놓은 것인지 와인색 단팔 셔츠에 회색 조끼와 검은색 반바지였다. 확실히 이런 여름철에 어울리는 복장이라 보기엔 조금 애매했지만 그래도 이제 코스믹호러에 당할 일은 없으리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아! 자기 소개가 늦어졌네요!! 알고계시겠지만 역시 자기소개를 하는게 맞겠죠? 청궁 4학년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입니다아!"
그렇게 말하고서 우아하게 인사를 한번 해보이고는 두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가던 길이 있으셨을테니, 같이 걸으면서 로드 인터뷰를 하는걸로 괜찮을까요?"
거절하면 다시 그복장을 입고 거리를 활개칠거다. 청궁은 그런 놈들 투성이었으니까.(......)
벽에 주먹질을 하면서 연신 욕을 내뱉지만 마음은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이러한 감정을 알게 되었을때서야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허망함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날이 어둑어둑해져 더이상 보이지 않는 그 감각에 케인은 난생 처음으로 무거움을 느꼈다.
"뭘 어떻게 해야...."
그 순간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떠올렸을때가 떠오른다. 잠시간 멍하니 있자니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무기력하게 1년을 보내고 남들과 다투기만 하던 그때가, 부장인 리안을 처음으로 만났던 그때가 말이다. 그 순간 그의 머리가 깨끗해진듯 미소가 지어진다.
"..... 생각보다 간단했던거잖아."
그의 입가로 상쾌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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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 쓰이나요? 아현양?" "네."
소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방송부의 부장은 딱히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천천히 그녀의 잔에 로즈마리 허브티를 한잔 더 따라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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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님."
밤거리를 헤메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근 1년간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많은것을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 허탈감에 그가 잠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허망하게 돌아가는걸까, 그 시절로 말이다. 최초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지금 이 가슴에 품고 있.
"원래 있었던 자리로...."
그 순간 그의 마음 한구석으로 고개가 돌려진다. 진짜로 네가 돌아갈 곳이, 그 구속과 한계가 분명했던 곳이야? 마음 한구석의 그가 입을 연다. 상처투성이의 잭이 소리를 지른다. 아니야, 네가 있을 곳은 그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가고 싶은 길로 가!! 그의 눈이 다시 떠지자 밤하늘의 북극성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될대로 대라지. 나는 그저...."
도전자(challager)일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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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씀은...." "그들은 그들의 상처를 직시할 용기가 있으니까요." "..... 상처?" "그들은 전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현양 못지 않은 상처를 말이죠."
로즈마리 허브티를 입에 머금으니 부드러운 향기가 그대로 자신의 목구멍 너머로 울려퍼진다. 이 감각이 너무나 기분 좋아서 그는 잠시간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인뒤 천천히 자그마한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그들하고 지낸게 거의 1년이 넘어가던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길을 제시했던 그가, 드디어 뒤를 돌아본 것이다.
"그들은 답을 찾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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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귀모양 후드티를 꾹 눌러쓴뒤 그녀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질겅거린다. 초조할때마다 하는 습관이었다. 부모님의 싸움도, 친구들의 수다도 전부 시끄러워서 짜증났던, 그 시절의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올려본 하늘의 그 기분이었다.
"..... 부장."
감정을 감추고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지 못한채 억눌린채 1년을 보냈다. 우연히 그렸던 옷 도안을 보고 자신에게 손을 뻗었던 3명의 남자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세계는 전부 회색빛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었고 손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 순간에 그녀는 머릿속 노이즈가 점점 지워져 나가는 걸 느꼈다.
"설마 일부러.... 핫....."
그 순간 그녀의 입가로 비틀린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 화려하게 저질러주마, 자신이 머글 사회에서 지냈을때 가장 흥미를 느꼈던 물건으로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도안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기능은 만들지 못하겠지만 그건 마법으로 어떻게든 해결해보는걸로 하고, 화려하게 저지를 그 물건을 위해서 말이다.
"정수리를 텅 비울 정도로, 멋진 한방을 보여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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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간이 되었군요." "아!! 네!!" "이번 라이브는, 아현양의 데뷔이자 제 후임 발표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망치지 않도록 합시다."
두 남녀가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남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미소를 나누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정중한 신사가 숙녀를 에스코트를 하기라도 하듯, 그들은 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올라가 천천히 조율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들의 순환이 다시 연결되어간다.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는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묶듯 팔을 위로 올려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황금 천칭의 이름을 건다느니 하는 가문을 거는 것 같은 기묘한 단어의 나열 사이로 당신의 입모양을 본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이후 쯧. 하는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타니아는 애써 웃으며 고맙다고 하며 그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시선을 무마시키려 했다.
그는 당신의 광기가 누그러지는 걸 목도한다. 머리를 다시 헐겁게 틀어내리며 진작 이럴 걸 그랬나 생각하지만, 다시금 생각하면 미지의 공포에 직면하고 순순히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할 위인은 아니었다. 아까 전에도 도망치지 않았나. 안전모를 벗자 타니아가 감탄했다. "훨씬 낫네요!"
"그래서, 그 2학년을 어쩌다 잡아먹었을까." "오호, 호호호! 전 모르는 일이에요. 아직 젖살도 덜빠진 말랑말랑한 애를 제가 어떻게 구워삶겠어요?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할 지! 그, 그것보다 도련님이야말로 패밀리어가 한마리 더 늘었던데요. 웬 매 한마리를 다 데려오셨대요?" "주웠지." "달링이 질투 안해요?" "전혀." "...반지는요?" "매에게 줬지. 우리 아가는 반지도 잘 어울려서 말일세." "네?" "아, 저기 오는군. 자세히 얘기하긴 어렵겠어, 너처럼." "치사해라."
당신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둘은 짤막한 대화를 나눴다. 타니아의 아랫입술이 비죽 나온걸 그가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서 쏙 집어넣는다. 그나마 아까보단 낫다. 그는 두 번이나 기어오는 혼돈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타니아는 와아아, 하고 박수를 짝짝 쳐주곤 방글방글 웃는다. 로드 인터뷰라. 그는 흘끔 타니아를 내려다봤고, 타니아도 그를 흘끔 올려다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그걸 보고 싶진 않으시죠. 라는 뜻이리라.
"너무 긴 시간만 할애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판대 쪽으로 향하듯 몸을 돌린다. 흡연 장소 계획은 이미 개판난지 오래고, 그러면 안에서 기다릴 백정을 위해서 뭐라도 사가야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타니아도 그의 옆을 쪼르르 쫓듯 돌았다. "저도 너무 긴 시간만 아니면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명색이 청궁 사람이라 기대된다 이거지. 그는 눈을 굴려 작게 한숨을 쉰다.
"아, 저랑 로드 인터뷰 중에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담배를 피우셔도 되고 교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셔도 되요! 단 제가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강제 금연을 한지 어언 4년, 지금까지 니코틴 함유 껌 등으로 버텨왔지만 가끔씩 담배를 피고 싶다는 욕구를 참아온 그였다. 실제로도 지금도 초코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이유는 죄다 담배 생각을 줄이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그렇게 웃으면서 가벼운 설명을 덧붙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외로 갑자기 이뤄진 인터뷰지만 두분 생각보다 침착하신걸요?"
그는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생긋 웃어보였다. 생각보다 훤칠한 180cm의 키에 관리를 잘해온 듯 잘 잡힌 매끈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흑발이지만 살짝 윤기가 도는것에 더해 밝아보이는 인상까지, 아까전에 그 괴악한 패션으로 기어오는 공포 마냥 거리를 헤집으며 그들을 쫒아오던 사람이랑 동일 '개체'인게 두려울 정도로 믹스 매칭이 안되는 조합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두사람을 보며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구나 생각한 그는 조심스럽게 살짝 거리를 벌리되 떨어지지는 않은 거리를 두고 마찬가지로 가판대로 향한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그는 그대로 돈을 꺼내들며 무언가를 가리켰다.
"타피오카 피자 한조각만 주세요!"
...... 입맛도 사람 입맛이 아닌걸로 판정하자.
"의외로 맛있어요. 이거."
내놓은 상품을 입에 베어물며 살짝 미소를 배어 문다. 의외로 고르곤졸라 피자에 식감 좋은 구슬을 박아넣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는 맛있게 피자 한조각을 입에 베어물며 두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타겟은 전확히 발렌타인이었다.
"발렌타인 선배, 의외로 인상 좋으신 분인데요? 조금 다듬으면 꽤 괜찮은 물건이 나오실 듯 한데.... 현궁의 사신이라고 생각한 이미지하곤 많이 다르신걸요?"
모든 소문을 알고 있고 대강의 진실을 유추한 입장인걸 상대가 모를리가 없다. 물론 학생신분인지라 파내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 리안이 보기에는 그는 그저 그런 악명으로 붙일 사람이 아니었다. 최소한, 진짜 선인이거나, 아니라면 진짜 다른 악을 억제하는 거악이거나. 그 둘중 하나라 생각하며 그는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예민한 시선이 당신에게 꽂혔다. 담배는 물론이고 교칙을 어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언질 때문이었다. 학생대표 앞에서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싶은 눈길이었지만 이내 너무나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마음 같으면 담배라도 피우고 싶다. 그렇지만 보는 눈도 많았고, 사감의 귀에 들어가면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니 그는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저는 지금 떨려요!" "쫓아오지만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갔겠지."
이제 보니 당신은 꽤 근사한 사람이다. 그와 엇비슷한 키와 근육이 고루 잘 잡힌 몸도 그렇고, 윤기나는 검은 머리카락과 밝은 인상까지. 아까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그와도 달랐다. 그는 마른 체구에 쪽진 머리도 거의 헐겁다에 가까웠고, 암울한 인상이라 해야할 지, 어딘가 어두운 건 틀림이 없다. 타니아는 당신의 기행스러운 피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는 아랑곳 않는다. 타니아는 활짝 웃었다.
"맛있어보여요. 잠시만요. 저도 한 조각 주세요!"
기어이 타니아도 타피오카 피자를 한조각 구매한다. 타니아가 근사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둘이 피자를 먹는 모습을 보며 몸을 잘게 떨었다. 그는 지금 배가 고프긴 커녕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음! 맛있다. 장어젤리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호불호가 갈린단 말 아닌가." "어차피 벨은 호잖아요." "있으면 먹는 편이지, 즐기지는 않아."
여기에거 리안은 알 수 있으리라. 저 둘은 정어리가 들어간 파이도 아무렇지 않게 집어먹을 영국의 마법사라는 것을. 그는 모노클을 고쳐쓰며 눈을 흘겼다. 인상이 좋다, 다듬으면 괜찮은 물건이 나올 것 같다, 현궁의 사신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는 답을 고르듯 입을 다문다. 혹은 비웃음을 참는 최소한의 예의거나. 느른하고 흥미없는 시선에 타니아는 오물오물 피자를 문 입술을 움직이며 둘의 눈치를 봤다.
"인상이 좋다라. 다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는지라 기대에 부응하긴 어렵겠군."
여전히 속삭이는듯한 기묘한 목소리다. 일단 그는 자신이 선인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악인도 아니다. 그저 멀리서 학생을 방관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는 발걸음을 옮긴다. 근처의 가판대에서 버터에 구운 새우를 주문한다. 적당히 매콤한 소스를 끼얹은 새우가 종이상자 위로 올라가고, 비닐봉지 안으로 포장된다. 이건 아가의 몫. 그는 당신을 돌아본다.
"그렇지만 생긴걸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
짐승의 눈처럼 예민한, 기울어진 고개 사이로 드러난 색이 다른 양쪽 시선이 제법 사나운 초승달처럼 휘었다. 타니아가 어느새 도우만 남은 피자를 땅에 떨구며 입을 틀어막았다. "히끅."
자그마한 감탄사를 내뱉는 작은 용이었다. 밝은 분위기의 타니아나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존재가 있다면 그러할까, 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그릇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리안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렇게 순식간에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그가 잠시간 너스레를 떠는척 하면서 소름이 돋는 등을 일부러 진정시키며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박수를 쳤다.
-짜악!!
박수소리가 터져나감과 동시에 그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자체만으로도 확실히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받아 흘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방송사고, 방송사고! 제가 실언을 했네요. 역시 간판이란 쉽게 달리는게 아니었군요!"
그의 말대로였다. 그에게 방송부 부장, MC 대작이라는 간판을 달았듯이 그 또한 현궁의 사신이라는 간판을 자연스레 달게 된것이다. 그 사실을 간과한걸 사과하기라도 하듯 그가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거리를 벌려준다. 그것은 무서워서 벌린것이라기 보다는 벨로 하여금 타니아를 부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리라.
"사실 방송부를 운영하면서 제일 알기 힘들었던 궁이 바로 현궁이었는데, 오늘 일면을 본거 같아서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오늘 사실 나올까 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나온게 정답이었군요."
순수한 감탄사였다. 밝은 분위기의 그였지만 억지로 상대마저 밝은 기분으로 이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유연하게 대처를 하는 모습은 천상 방송인의 그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천천히 다음 답변으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곧 졸업이시잖아요? 혹시 졸업하시고 나서 다음 계획은 있으신가요? 아니라면 저한테 반대로 질문을 던지셔도 됩니다!!"
"자기야~ 원래 에스코트는 받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즐거운 법이야. 왜냐하면 에스코트를 받는 상대가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
펠리체의 적당한 대답을 듣고 단태가 되돌려준 말이었다. 그러니까 뻔뻔하고 능글맞은 어조로 느물느물하게 뱉어낸 말이라는 거다. 방금 전까지 보여주던 모습이랑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이어서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보여주는 자세까지.
"응~ 역시 따뜻하네. 자기~"
본인이 지나치게 체온이 낮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말투였다. 빈틈을 노리고 한 행동이였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끌려올 줄은 몰랐지만. 자신의 품에 안착한 펠리체를 끌어안으며 단태가 헤죽- 웃음을 흘렸다. 보통 갑자기 그렇게 끌어당기면 누구든지 끌려온다만. 상대의 따뜻한 체온에 단태의 평균보다 낮은 체온이 느리게나마 평균으로 오르고 있었다. 이제 이정도면 됐다, 싶어서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펠리체를 놓아주려고 했다. "자기야?" 하고 시작된 주단태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같이 끌어안는 것 정도야 주단태가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 뒤의 것은 예상하지 못한 점이었다. 부드러운 미성으로 속삭이는 말은 분명, 쑥쓰러워질 상황이었다. 그 목소리에 단태는 샐쭉- 눈을 가늘게 뜨고 힐끗 시선을 돌려서 펠리체를 잠깐 바라봤다. 하는 짓이 완전 여운데. 품에서 빠져나가는 펠리체를 보며 단태는 히죽- 능청스럽게 미소를 흘렸다. "자기, 사람을 꼬실 줄 아는구나. 방금 굉장히 두근거렸어." 자신의 심장쪽에 손을 올리는 과장스러운 몸짓을 해보이며 단태의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물에 젖은 하와이안 셔츠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다이사Q : 아!! 리안 선수!!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필드위에 카드들을 셋팅합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걸까요 땃쥐 선수!? 이미 만전의 가드를 굳히고 리안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리안 선수!! 이걸 어떻게 해결....
앗!! 말씀드리는 순간!! 판정으로 리안 성수 승리!! 비디오 판독 결과, 리안 선수는 카드 셋팅을 페이크로, 스탠드 [킹 크림슨]을 이용해 5초간 시간을 날려버리고 그 5초간의 시간동안 땃쥐의 품으로 파고들어가 마음껏 쓰다듬을 한뒤 다시 거리를 벌린거라고 합니다!! 오직 땃쥐를 쓰다듬기 위해 스탠드까지 쓰는 그 집념!! 참으로 잉여롭다고밖에 할수 없습니다아아아아!!!
타니아는 딸꾹질을 했다. 너무 놀란 탓이었다. 몸에 각인된 건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저렇게 웃을 때마다 가문 안은 싸해졌다. 그런데 싸늘했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까마귀가 주변에서 날아갈 것 같던 음산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유쾌하고 활발하게 변했다. 그는 당신의 말에 미소를 거두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주도록 할까." "힙히끅. 힙."
현궁의 사신이라는 이름은 괜히 달린 것이 아니었다. 칼같은 공과 사, 음산한 분위기, 그것 말고도 자비없는 점수 깎는 기계. 타니아는 그가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자 숨을 합 멈추며 딸꾹질을 가라앉히려다, 결국 병아리의 높은 울음소리처럼 삑사리를 내고 말았다. "삐힙!"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타니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그것 참..다행이군 그래?"
순수한 감탄사에 걸맞는 겉치레의 예의. 그는 다음 질문을 듣곤 타니아의 등을 다시 두어번 두드렸다. 온갖 민간요법을 쓰듯 숨을 꾹 참고 침을 꼴깍 삼키던 타니아는 잠시 푸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졸업 때문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멈췄다. 졸업은..그렇지, 타니아는 모르지. 도련님께서 가업을 잇는다는데요? 소리만 들었을 뿐.
리안이 천천히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가볍게 웃어보인다. 확실히 그가 날카로운 분위기를 낼 것이라는 건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의도한 사실이기도 했지만 이정도의 결과를 낼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내심을 다지고 천천히 사신을 바라보았다. 용과 사신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그는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그 둘만이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하해와 같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음산한 분위기와 완전히 반대되는, 천지를 날아오르려 하는 용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지만, 그것은 등룡문(登龍門)을 오르기 직전의 용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무엇도 숨기지 않고, 정당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앞길에 대해 피하지 않으며,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면 그 모든 것을 살라먹고, 대지를 날아오르려는 용과 같은 기상의 모습이었다. 용의 아들은 용이라는 반증에 걸맞게 그는 날카로운 기세를 거스르되 거스르지 않으며 가만히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걸어가는 길은 다르고 분위기는 다르나, 그릇만큼은 둘이 비슷했다.
"허어, 이거 오히려 한방 먹어버렸는걸요? 날카로운 일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하고 부드럽던 분위기가 천천히 바뀌어간다. 천하를 날며 세상을 유유자적하던 모습과 다른 진정으로 비를 기다리는 용의 모습.
"하지만 저는 피하지 않고 답변해드리도록 하지요. 진로는 없지만 목표는 있습니다."
간판에 연연하지 않고, 돈에도 욕심을 가지지 아니하며, 그렇다고 권력을 탐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용이 되고 싶을뿐입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그의 표정이 다시 확 풀려버린다. 완전히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다시 풀리고 그의 미소가 다시 입가에 맴돈다. 잠시간이지만 그것이 바로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라는 건 착각이 아닐것이다.
"랄까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시고! 그럼 제가 질문을 할 차례인가요! 두분의 관계, 생각보다 학원내에 많이 소문 나있는거 아시죠? 사실 찌라시도 많아서 저는 거르고 있는데, 혹여나 대답해주실수 있으신가요? 마찬가지로, 어려우시다면 대답하지 않아 주셔도 됩니다!"
그가 방을 혼자 쓰는게 백설이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그냥 그가 타인과 한 방을 쓰는게 싫었나보다. 그렇다는 건 기숙사도 그래서겠지. 그녀는 저를 놀리고 웃는 그를 보며 짧게나마 생각했다. 도대체가 알면 알수록 모를 사람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알고 싶기도 하고,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녀가 가진 의문들을 해소하는 것이.
어쨌든 그녀의 협박 아닌 협박이 통하긴 했나보다. 표정까지 바꿔가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녀는 속삭였을 때의 반응을 머릿속 한켠에 넣어두며 그의 팔에 톡 기댔다. 그런 표정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못 이긴다니까. 정말로 한번만 더 놀리면 휴가 내내 숨어있기라도 하려던 마음이 그의 표정, 말 한마디에 녹아 흘러내린다.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일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가보다 해줄게요. 그러니까 오늘은 더 놀리지 마요."
짐짓 무게 없는 엄포를 놓고 저택을 향해 그와 함께 걷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놀리는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지만, 같이 있는 시간을 좀더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아니긴 한데. 어쨌든 휘둘리기만 하는 것보단 나은게 더 있지 않겠는가.
"그.. 다른 사람이랑 자는거 싫다면서요. 그래놓고 뭘 안 될 거 같으니까 같은 소릴 해요. 괜히 실망하게."
또 놀리는 거냐면서 눈을 가늘게 좁히고 그를 흘겨보다가, 금새 표정을 풀고 잡은 팔을 만지작거린다. 앞선 말은 그냥 해본 소리에 불과햇지만 실망한 건 아주 조금은 진심이었다. 그야, 여기 와서 가장 아쉬웠던게 그와 한 방을 쓸 수 없었던 거니까. 원래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알아도 아쉬운게 가끔은 있는 법이다. 그렇게 노닥거리다보니 어느덧 사박거리는 모래사장을 벗어나 저택이 보일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에스코트를 하는게 즐거운 법이라면 장난도 그 마찬가지 아닐까. 장난 역시 상대의 반응과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단태의 저런 말투나 행동도 그런 축에 속하는거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함으로써 뭔가를 가리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일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안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위화감이 남아있었다.
"선배가 너무 차가운거에요."
그 말대로, 단태의 품은 여름의 열기를 한순간 잊을만큼 차가웠다. 물 속에서 잡았던 손이 차가웠으니 몸이라고 안 그럴리가 있나. 혹시 끌어안은게 마냥 장난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 같단 생각이 짧게 스쳤지만, 굳이 말로 하진 않았다. 위화감의 크기는 커졌지만. 대신 단태의 장난에 버금가는 장난으로 반응을 돌려주고 그 품에서 빠져나오는 걸로 대신했다.
"꼬실 줄 안다기보다, 가진 걸 이용할 줄 아는 거 아닐까요."
고운 목소리도 예쁜 외형도, 그저 이용할 뿐. 가르쳐준대로, 가르침 받은대로. 그저 그렇게 대하지 않는 건 한 사람이면 충분하기도 하니.
그녀는 과장스런 행동을 이어가는 단태를 보며, 자신도 가디건을 툭툭 털었다. 짜내는게 아니라 얼마 털어지지 않는 물기를 보고 터는 걸 관두곤 대신 가볍게 뒷짐을 지고 돌아섰다.
"멀쩡한 두 다리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어서 걷자구요. 선배."
응당 마법에 의지하는 마법사와는 거리가 먼 말을 담담히 내뱉고 앞서 걷기 시작한다. 참방이는 물 대신 사박이는 모래를 밟으며, 저택을 향해.
으아악 막레 잘 받았다 첼주:D 어서와. 일상 수고했다구!!! 중간에 툭툭 늘어지고 그래서 헐 이거 잇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첼주가 좋은 일상이였다고 해주니까 내가 더 고마운걸. 땃태랑 돌리는 일상이 즐거웠다면 나도 즐거웠어. 첼도 윤이 못지 않은 여시였다((메모))
그는 살면서 용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의 그릇을 가진 사람도, 실제 용도 본 적이 없었다. 죽은 사람들의 흔적을 살펴도 전부 하나같이 비참한 최후였다. 맞서거나 당당히 같이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에 가까웠으니까. 그렇지만 당신은 청궁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일 것 같다 직감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의 신경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았고, 그만큼 겉치레의 예의를 놓지 않기 위해 남은 체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흐트러지면 꿰뚫린다.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속을 꿰뚫는 것을 싫어했고, 굳이 피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타니아는 다른 것 같았지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다. 정확히는 타니아를 제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잠시 실례하지. 대답은 하고 싶지만 제지가 우선인지라."
그는 타니아를 바라본다. 그녀의 두 동공이 미친 개처럼 사납게 좁혀져 있었다. 혹 블랙번에 대해 아는가? 오! 모를 수도 있다. 블랙번은 극단적인 이상주의 가문이다. 전부 죽으면 끝이라는 이상한 사상을 가졌고, 구원은 죽음이면 충분하지 않냐는 것이 가문의 지론이다. 마법부에서도 골머리를 썩는 과격한 진압을 하는 오러를 배출하고, 심지어는 의뢰를 도맡는 용병 생활을 하기로도 유명하다. 언더테이커와 교류하며 그를 숭배하는 건 아무도 모르는, 쇄문한 장의사의 집안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다. 하여튼 사회에서도 이곳에서도 과격한 성정은 그대로인지라 별명이 미친개임은 틀림없다.
그녀의 지팡이의 끝에 달린 서슬퍼런 장식도 그렇다. 예쁜 공예같지만 지금껏 청궁에서 모의전이 벌어졌을 때 그 장식으로 자잘하고 많은 생채기를 입히고 주먹을 써 기어이 교수님이 제지하고 마는 것이 타니아였다. 타니아는 지금, 관계라는 단어가 유달리 민감한 것 같았다. 타니아의 침묵과 달리 그는 고개를 돌린다. 속삭이는 어조로 그녀에게 명령하는 듯 싶었다. 분명 그 독특하고 고급진 발음 속에서 Must라고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들렸으니까. 타니아가 낭랑하고 콧소리가 섞였던 귀여운 목소리와 달리 제법 거친 목소리로 항의했다. "그렇지만!"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지은 이후 자신의 귀 옆을 툭툭 건드린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미소를 짓자, 타니아는 지팡이를 허리춤에 다시 매곤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당신을 쳐다본다. 타니아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는다. 그는 침묵한다. 다만 그녀가 마치 호위처럼 먼저 나선다는 점과 그가 머리를 사람이 아닌 짐승을 쓰다듬듯 하는 모습이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히 답이 되었으리라. 잠깐의 정적. 그는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당신에게 묻는다.
</clr gray> 너는 이제부터 날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고, 신념의 숨겨져 있는 의미를 알게될 것이야. 우리네 가문이 어째서 이리와 뱀의 문양을 쓰는지. 어째서 우리가 우리와 같은 순혈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은지. 그렇게 되면 너는, 우리네 가문에 대해 어찌 생각하게 될 건지 궁금증이 이는구나.</clr>
건조하게 말라붙은 눈동자가 바라보며 똑바로 건네는 히죽이는 웃음에 섞인 건조한 속삭임은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악담보다 더 질이 좋지 못한 악담이었다. "정말 병동에 안가봐도 되겠어? 너 지금 안좋아보여." 걱정스러운 룸메이트의 말에 단태는 답할 기력도 없다는 것처럼 이불 속에서 손만 흔들어보인다. 그 뜻이 괜찮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룸메이트는 기숙사를 나섰지만 무슨 일이 있다면 병동에 꼭 가보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한번 더 남겨뒀다. 휘적휘적 허공에 흔들던 손이 줄 끊어진 꼭두각시마냥 힘없이 이불 위로 떨어졌다. 그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낸 진동마저 통각과 맞닿은 신경다발을 움켜쥐고 흔드는 기분에 그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내고 사람의 언어로 해석하기 힘든 신음을 흘렸다.
처음 고통을 느꼈을 때는 그렇게 원망했다. 다들 멀쩡한데 왜 나만 이래야하냐고 그렇게 원망했다. 몸에 흐르는 피를 원망하고 타고난 천성과 본성을 원망하다가 더 시간이 흘렀을 때, 그것이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흔들리는 시야를 부여잡고 들리는 질나쁜 악담을 능청스레 넘겨버릴 수 있었다. 우리네 가문이 다른 순혈 가문들에게 인식이 좋지 못한지 떠들어대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우리네는 교활하기가 뱀과 같았고, 잔혹하기가 이리와 같았다. 우리의 적에게 무자비하라는 신념은 우리네 가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였고 그 안에 숨겨져서 우리네만 알 수 있는 속 뜻은 누구보다 더 잔혹하고 잔인하게 적을 물어뜯어버릴 저주였다.
늑대인간은 적어도 이성을 잃은 상태였으나 우리는 아니였다. 우리네 가문은 전쟁에서 하나의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 가차없이 물어뜯어버리는 잔혹성에 자비를 바라는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무자비했다고, 언젠가 들었던 누군가의 말이 뇌를 붙잡고 흔드는 기분이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견디지 못할 고통은 아니었다. 수업을 받지 않고 하루를 통째로 제껴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단태는 조금만 쉴 생각이었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새끼들이지. 우리네들은. 고고한 늑대와는 달라서 우리네들에게는 우두머리가 없지만 짐승새끼들에게도 규칙은 있단다. 네 눈이 그 규칙이다. 본성과 천성을 아로지르는 피에 새겨진 규칙.
"xx, 언제적에 들은 소리가 지금-.."
본능과 천성, 피에 새겨진 규칙. 방금전까지 떨리던 단태의 손이 근처에 풀어놓은 팔찌를 콱 움켜쥐어서 낚아챘다. 머리가 몽롱하고 어릴 때 들었던 소리들이 왁자지껄하게 뇌를 흔들면서 울려퍼졌지만 움직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약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앓아누워버렸겠지만.
약을 먹어도 증세는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완화를 시켜줄 뿐이죠. 가감없이 말씀드리자면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날뛰실 뿐입니다. 그냥 견디게 하는거니까요. 몸이 냉해지는 걸 체감하고 계시죠? 어쩔 수 없습니다. 소가주. 시간이 지나실수록 차라리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게 낫다고 생각하실겁니다.
현궁의 공기는 사시사철 겨울이다. 열이 오르는 걸 감안하자면 현궁의 공기는 제격이지만 부작용이 남아버린 몸에는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태는 손목에 채운 팔찌가 차가운 건지, 아니면 자신의 몸이 차가운 건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비틀거리는 몸으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평소대로 움직일 뿐이였다. 그냥, 이 시간이 지나가길. 그때 들었던 말대로라고 단태는 기력이 몽땅 빠져나간 무감한 얼굴로 서늘하다못해 얼음장처럼 차가운 자신의 손을 몇번 쥐었다펴보이며 생각하다가 슬그머니 웃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다양한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파도와 모래가 부딪히는 파찰음 소리, 여름날 서리처럼 사그드는 거품 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 소리까지. 민은 요컨대, 소리를 내는 사람보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에 더 가까웠다. 민은 말없이 바닷물 담긴 통을 마른 모래 위에 끼얹고 삽질을 하고 있었다. 일전에 고백한바가 있듯이 민은 오랜 집중을 요하는 섬세한 작업에 일가견이 있었다. 얼추 윤곽을 잡혀가는 모래성이 얼핏봐도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아, 선배! 이쪽이요!"
민의 시야에 단태가 잡히자, 민은 더이상 침묵을 고수하지 않았다. 민이 팔을 크게 흔들며 단태를 불러세웠다. 평소 흐느적거리던 모습과 달리 생기 있고 각이 잡힌 움직임이었다. 현궁의 찬 바람대신 따뜻한 바닷바람을 맞은 효과일까? 활짝 웃는 얼굴은 평소보다 배로 밝아보여서 위화감이 들 지경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민이 어서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파이몬 - 파이. 5남매 중 장남, 첫째. 블리스 - 브리. 5남매 중 차남, 둘째. 헬리아 - 헬리. 5남매 중 장녀, 셋째. 델피니 - 델피. 5남매 중 삼남, 넷째. 펠리체 - 리체. 5남매 중 차녀, 막내. (유년기 한정 애칭 - 쁘띠첼)
이하 썰들은 대략 10년 전 시점입니다.
"식사시간"
파이, 브리 - "아 옆에 앉지 말라고 XX아." / "싫으면 니가 비켜 XX" 누구보다 빠르게 내려와서 앉자마자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 클로에가 파이용 나이프를 들면 조용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식탁 밑으로 계속 투닥댄다.
헬리 - "마마, 파이랑 브리 발싸움해요~" 제일 늦게 나온다. 오는 길에 위 싸움을 보고 클로에에게 이르는 장본인.
델피 - "오늘 무슨 날이에요? 로스트비프네..." 위에 둘 사이쯤 나와서 자리잡는다. 가장 조용하다. 그리고 존재감이 옅다.
필립, 클로에 - "적당히 해라." / "밥 먹기 싫으니, 응?" 말 대신 행동으로. 필립은 식탁 밑 다리를 걷어차고 클로에는 파이용 나이프 대신 지팡이를 든다. 그럼 모두 조용해진다. 자, 밥 먹자.
"여가시간"
파이 - "야 저기 숲에 흉가 있다는데 거기 가보자. 야 가자고. 야." 야외파. 집에 잘 안 붙어있는다. 뭐 할 때도 시끄러워서 주로 밖에서 논다.
브리 - "아 씨 귀찮게. 진심 영양가 없는 짓만 하네. ...콜." 야외반 실내반. 주로 파이가 야외로 꼬시고 아닐 땐 집안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본다.
헬리 - "흉가? 나도 갈래~ 쫄보들 튀는거 구경해야지~" 실내파. 재밌어보이는 일이 있으면 꼭 구경간다.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이므로 흥미가 없으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안 간다.
델피 - "ㄴ...난 안 갈 거... 안 가, 안 간다고 했ㅇ으아아아" 실내파지만 주로 파이에 의해 끌려다닌다. 하도 끌려다녀서 생존력과 체력만 높아졌다.
필립, 클로에 - "오늘은 좀 나은가." / "예. 오늘은 그나마 좀 낫네요." 펠리체를 돌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평소엔 주로 필립이 다른 자식들의 케어를 하고 클로에가 펠리체를 돌본다.
- 그 외 -
"흉가체험 이후"
필립과 클로에 몰래 한밤중 흉가에 다녀온 남매들. 각자 소곤거리며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파이 이 등신아 거기서 그걸 왜 밟아...! 갈통인가 눈이 장식인가 왜 뻔히 보이는 걸 못 피하냐고.....!" "내 눈엔 안 보인 걸 어쩌라고 XX 니가 똑바로 안 비춰서 그런거 아냐..!" "푸흐흐... 결국 둘 다 쫄아서 나갔으면서~" "...나, 나는 방에 갈ㄹ....흐이익!"
서로 티격대다가 델피의 비명에 모두가 흠칫한다. 비명의 장본인인 델피가 가리킨 앞을 보자 불 꺼진 거실에 누군가 있다. 남매들 중 한명이 루모스로 빛을 내서 보자 거기 있는 건 애착 인형을 끌어안은 막내, 펠리체(7세)가 오도카니 서서 남매들을 보고 있다.
"아, 막내였어.... 델피 넌 뭐 막내보고 쫄아...!" "그, 그치만 잘 안 보였다고...!" "이 XX 파이보다 더한 쫄보야 진짜..." "우리 쁘띠첼~ 안 자구 여기서 모해~ 자~ 언니랑 자러가자~"
또 투닥대는 형제들을 두고 헬리가 애칭으로 부르며 펠리체에게 다가간다. 방에 데려다주기 위해 손을 잡으려 하자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기 싫어서 그런 줄 알고 달래려고 하지만, 펠리체의 시선이 어딘가로 꽂힌 채로 고개만 까딱거린다는 걸 남매들은 금방 눈치챘다.
"......야... 막내 뭐 보고 있냐...?" "그... 파이... 아냐...?" ".......흐어엉........"
까딱...까딱...
"음~ 그러고보니까, 그 흉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더라~?" "어? 전에 살던 일가족 모두가 목 매달아 죽었다ㄱ..."
목매어 죽은 사람들의 집을 다녀온 남매. 그곳에서 '불길한 것'을 밟은 파이, 를 보고 고개를 양쪽으로 까딱이는 펠리체. 남매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상황파악이 되어간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젠가를 하던 중 아직 어린 펠리체가 블럭을 뽑다가 넘어뜨린다. 그러자 와르르 무너진 젠가 위로 들고있던 블록을 던지며 어설픈 발음으로 욕을 하는 펠리체. 자기 귀를 의심하던 헬리에게 다시 어린 목소리가 욕을 한다. 헬리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고 펠리체에게 욕의 출처를 묻는다.
"쁘띠첼~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을까? 누가 쁘띠첼한테 가르쳐 줬을까~" "응? XX?" "ㅇ...응, 그거~ 누가 했어...?" "이거, 파이가 저거 하구, 했어. 막 이렇게." "응 그랬어~ 음...... 이제 델피한테 놀아달라 할까? 델피랑 간식먹자, 응?"
누가 이 작은 아이에게 욕을 가르쳤는지, 조곤조곤 물어서 출처를 알아낸 헬리는 조용히 펠리체를 데리고 델피의 방에 간다.
"델피? 잠깐 막내 좀 보고 있어. 밖에 시끄러워질테니까, 나오지 말고~" "...또 파이야?" "응~ 또야~"
책을 보던 델피와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받은 뒤, 펠리체가 밖에 안 나오도록 하라고 하곤, 그 옆방으로 가 브리에게 파이의 만행을 전달한다.
"이... XXX가.... 내가 그렇게 조심하랬는데..." "파이가 그렇지 뭐~ 난 마마한테 갈게~ 너 먼저 가~"
파이의 만행을 전해들은 브리는 곧장 파이에게 가 1차로 응징을 가하고, 헬리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클로에가 2차로 응징을 가하는 것으로 상황은 끝나는 줄 알았으나...
갑자기 절벽에서 다이빙을 해버린 충격 때문인지 주단태의 옷차림은 꽤 달라져 있었다. 그놈의 선글라스를 향한 집착은 버리지 못했지만 일단 눈돌아가게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가 눈돌아가게 화려한 긴팔 비치웨어로 교체된 상태로 주단태는 해변을 걷고 있었다. 나름대로 주어진 여행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샌들 사이로 파고드는 모래알의 결정이 작아서 부드러운 감촉이였고 소리에 민감한 단태의 귀에 여러가지의 소리들이 뒤엉켜서 들려왔다. 너무 평화로워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문득 단태는 걸음을 멈추고 선글라스를 내려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아니였다면 단태는 풍경들을 계속, 쭉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렸던 선글라스를 당겨올리며 시선을 움직였다. 불러세운 사람이 누구인지 찾던 선글라스 너머의 암적색 눈동자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팔을 흔들고 있는 사람에게 닿았다. 내가 아는 애는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누구인지 확인하자마자 머리에 스치는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단태에게 황보 민이라는 같은 현궁 기숙사의 후배는 저렇게 생기 넘치는 모습이 아니었는데. 혹시 누가 변신마법을 쓰고 자신의 눈을 속이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은 당연히 입밖에 내지 않고 단태는 민에게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가다가 민이 만들어놓은 모래성을 건드리지 않고 훌쩍 뛰어넘어 당연하다는 듯이 민을 끌어안으려 시도했다.
"뭐야? 나 기다리고 있었어? 전에도 그렇구 지금도 그렇구~ 계속 기다리는 거 보니까 혹시 나한테 반하기라도 한거야? 응?"
안녕이라는 인사대신, 주단태의 느물한 목소리가 뻔뻔스럽게도 이어졌다. 단태는 히죽하니 미소를 지으며 민을 한번, 모래성을 한번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안전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해왔다. 위험한 길을 밟지 않기 위해 차라리 걷기를 멈추고, 그렇게 한참을 제자리에 머무르며 안전하단 보증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는 여유로운 걱정꾼. 그런 그가 생각하기에도 전지적인 시각은 오히려 끔찍했다, 반면에 미지에는 적어도 희망의 여지라도 숨겨둘 수 있는 노릇인데.
"그건 동의해요. 이미 전부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인생은 살 맛이 안 날 것 같네요."
무기가 아는 방법은 스스로 들여다보는 방식은 아닌가. 다른 네 명과 다소 동떨어져 있단 느낌이 들어도 무기 역시 사감이니 신탁과 유사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예언과도 조금 다른 듯하고. 짝, 하는 소리에 주의가 환기된다. 그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장황하게 꼬여가는 질문 시간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설―마, 그 여우라는 게 매구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아무런 일도 없었던 상황이었다면 여우 말을 그저 단순한 비유로 넘길 수 있었겠지만, 당장 학생들이 때아닌 휴가를 갖게 된 이유를 돌이켜보면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 잡종을 죽여라, 머글을 죽여라, 주인님을 위해… 발악하며 외치던 목소리가 아직껏 기억에 생생한데. 솔직한 심정은 부정을 원했다. 길다랗게 늘인 첫머리 말과 함께, 그가 골치아픈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리고 또 설마, 모든 것이 무로 되돌아간 상태는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 '無'이므로 죽는 게 아니라는 논지는 아니겠지……. 그 생각을 하니 뒷목에 소름까지 돋는 기분이다. 난 그냥 집 나간 멍멍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내 앞에 무시무시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소식을 듣게 됐을까…. 속으로 한탄하니 골치만 더 아픈 것 같다.
"그, 혹시 한 가지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또 근시일 내에 공격을 받을 미래가 있다든지."
이것 역시 무기가 알려주지 못할 범주의 이야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에 긍정이 돌아온다 한다면… 차라리 자퇴할까. 직접 살인까지 저지른 경력직 살인마와 고문 숙련, 세뇌 전문 등등의 이력이 붙어 있을 강력범죄자들과 맞붙기엔 그는 그저 순탄한 학원생활을 보내고 싶은 청소년에 불과했다.
서슬퍼런 타니아의 모습에도 그는 오히려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상대방의 심층부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여러가지 갈등이 반목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 자신에게 이빨을 내민다고 하더라도 그걸 두려워 할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무례에 대해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그것을 자신에게 가르쳐 왔다.
<clor steelblue>[다른 것은 몰라도,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함이라면 스스로가 그 책임을 질수 있어야 함이라. 이는 우리 가문의 절대 원칙과도 같은것일지니.]</clr> "무례를 범했습니다. 오히려 용서를 빌어야겠지요. 답을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단순한 수행원이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행색이 분명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더욱 깊숙히 파고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그 진실을 바닥 밑으로 파묻어버리기로 한듯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자신의 마법지팡이를 집어든다.
"답변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죠. 그 이상으로는 파고들지 않겠습니다."
그 순간, 발렌타인, 타니아 둘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지팡이가 그대로 그의 팔목 깊숙히 파고들고, 그는 망설임 없이 주문을 외웠다.
"인센디오(Incendio)"
매캐하게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울려퍼지고, 팔에 검은 반점이 생겨날 무렵 그는 지팡이를 뽑고 천천히 평온한 안색 그대로 발렌타인 일행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머금었다.
"에스카마리 가문의 절대 원칙, 모든 것은 스스로의 마음대로, 그리고 책임 또한 스스로. 자 이제 이걸로 됐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저한테 질문을 던지셔도 됩니다. 아니면.... 제가 질문을 이어나가도록 할까요?"
화려한 단태의 패션에 민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민은 그것보다 더 신경쓸 거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몇개 꼽자면, 저번 묻어갔던 사건과 보름달과 단태의 상태의 상관관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던 과격한 공격 마법... 그건 묻어두고 넘어가기엔 너무 큰 문제들이었다.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단태를 저지하는 동시에 불쑥 지팡이를 들이 밀었다.
"머플리아토(*주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쓰는 마법)"
양 눈 곱게 접어 환한 미소를 보이던 민이 그대로 눈을 천천히 뜬다. 흐드러진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집요하고 냉엄한 시선이 느껴졌다. 따뜻한 바닷바람과 볕 드는 모래사장은 민에게 생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다만, 민은 그런척 하며 단태를 끌어들였다. 대수롭지 않은 몸짓으로 지팡이를 다시 비치 가디건 품 속에 갈무리했다. 용캐도 저 하늘하늘한 가디건에 공간이 있는가 싶다만, 마법사 사회에서 산 물품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될터였다.
"우리 할 일이 참 많아요, 그죠?"
민이 샐쭉 웃었다. 단태의 셔츠를 끌어당기는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민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 입 가까이 댔다. "우선..." 습관적을 뜸을 들였다. 그 행동이 이목을 끈다는 사실을 민은 알까?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민의 눈은 여전히 날서있었고, 하고픈 말 역시 확실해보였다.
"여기 있는 크고 작은 조개 껍질로 제 모래성을 예쁘게 꾸며볼까요?"
그러나 꺼내온 말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어서, 방금 무거웠던 분위기가 꿈인양 위화감이 들었다. 민은 알찬 여름 휴가와 선배와의 깊은 대화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구경하던 학생들이 소리를 높여 비명을 질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긴장감이 넘치던 인터뷰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사감 선생님을 불라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궁 학생의 의견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냐는 백궁 학생의 의견도 하나씩 모여 복잡하게 소음을 만들었다. 타니아도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높여 비명을 질렀다.
"예의치레를 너무 보이는 것이 아닌지. 혹 디터니 원액이 필요한가?"
유일하게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그와 당신은 여전하다. 그는 당신의 행동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되레 디터니 원액을 언급하며 상처가 생겼으니 치료해야지. 같이 일상적인 어조로 묻는다. 그로 인해 생긴 상처임에도 퍽 너무한 사람이다. 혹은 참 강심장인 사람이다.
...아니면 이런 장면을 많이 봐서 익숙한 걸까? 폐쇄적인 언더테이커 가문의 사람이라 속을 쉽게 알 수 없으리라. 그는 당신의 원칙에 혀를 찬다. 비효율적인 원칙이지만 남의 가문을 모독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입을 다물기로 했다.
"자네 마음대로 잇게. 슬 돌아갈 터인지라 마지막 하나 정도는 제대로 답해주도록 하지."
단 그것이 마지막이 되리라 미리 언질을 둔 그는 손을 모았다. 평상시 그가 자주 보이던, 무언가 들지도 않았으면서 드는 것 같은 제스처였다. 지금 이 아비규환인 상황을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 판단하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단태는 자신의 포옹 시도가 후배에게 거절당할 것쯤은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어지는 태도또한 충분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뻔뻔하리만치 능청스러운 태도와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아이~ 자기야~" 하고 말하며 한번만~ 이라는 통하지 않을 말들을 늘어놓았다. 아니 늘어놓으려했다. 민에게서 흘러나오는 주문만 아니였더라면 말이다. 갑자기 지팡이를 꺼낸다 싶었는데 이러려고 그런건가.
어처구니 없을 행동이여서 단태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백궁의 그 후배도 그렇고, 왜 다들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들을 해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집요한 시선을 마주하는 선글라스에 가려진 주단태의 암적색 눈은 평소와 같았다. 그리고 히죽- 하니 웃는다. "방음마법까지 쓰면서 나랑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달링?" 굳이 방음마법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위험해보이지 않는 여자아이들 둘이 나누는 대화에 신경쓸 사람은 없을텐데.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겠지. 단태는 뻔뻔하게 대꾸하며 끌어당기는 손에 꽤나 순순히 끌려갔다. 침묵이 길었다. 방음마법이 걸렸기 때문에 그저 순수하게 단태는 민의 사소한 움직임이 부르는 작은 소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섭게 보길래 무서운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조개껍질로 모래성을 같이 꾸미자는 말을 그렇게 비밀스럽게 할 필요는 없잖아. 자기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가벼운 말에 단태는 다시 헤죽- 웃어보이며 경박하고 가볍기 그지 없는 태도를 내보였다. 방금 보였던 민의 무거운 분위기가 위화감을 주는 것처럼, 단태또한 평소와 같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만들어진 모래성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단태는 조개껍질을 고르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를 본 발렌타인은 그의 지팡이가 꽤 깊이 들어가 뼈 근처까지 닿은것을 봤겠지만, 그것은 오직 자신과 발렌타인만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는 천천히 발렌타인의 말에 잠시간 고민이라도 하듯 조용히 침묵을 지켰고,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으려 했다.
"그럼...." "부장이셨군요. 혹여나 했는데." "아, 뭐야, 케인이었냐?"
어느새 주궁 학생들 사이에서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온다. 그에게 부장이라고 하는걸로 봐서는 비공식 방송부의 부원일것이다. 케인이라 불리우는 붉은 머리카락의 스포츠 머리스타일의 사내가 조용히 그의 뒤에 시립하고, 이야기가 모두 끝난 듯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예의 그 거짓없는 미소였다.
민은 시치미 뚝 떼며 주홍색 조개 껍데기를 손에 올렸다. 모래성 외벽 아랫 부분에 조개 껍질을 박아넣는 손길이 유려하다. 손끝으로 작은 창문 하나하나 세기고픈 마음으로 움직이는 태도가 조심스럽다 못해 치밀했다. 모래 위 누각이라 곧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데, 민은 그것에 큰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불연듯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민이 단태를 물끄러미 보았다. 무언가 불만이 생겼을 때 예의 짓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질문을 몇가지 하려고 해요."
멀티 테스킹이 도무지 되지 않는 민은, 그래서 잠시 모래성 꾸미기를 멈추고 있었다. 동시에 일을 진행하려던 것은 온전히 민의 욕심이었고, 그 대가로 단태가 조개를 고르는 동시에 대답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민이 몹시 느릿한 어조로 덧붙였다. "거짓을 고하실 거면 저를 깜빡 속이셔야할 거예요." 민은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혀로 입 내부 점막을 훑었지만, 지금 당장 할 말은 아니라 여긴 모양이다. 민이 조개 껍질 몇 개를 추린다. 하나를 모래 바닥에 박아넣었다. 절묘하게도 모래사장 정문을 단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일을 하느라 또 다시 말을 멈추어야만 했다.
"음, 그래, 우선 제일 중요한 거. 일단 괜찮은지."
민은 말을 고르고 있었다. 하고픈 질문은 많았지만 그 질문의 끝이 향하는 지점은 같았다. 민은 단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저번 사건으로 민의 마음은 꽤나 어수선했다. 고민이 들끓고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어째서 학생들이 그토록 자연스레 저주 마법을 사용하는지, 그들은 괜찮은건지, 앞으로 학원이 안전한게 맞는지 봄날 새싹처럼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우선 그들은 남이지 않은가. 단태는 아니었다. 봄날 새싹은 짓밟으면 되는 일이지만 2년 지나 튼튼해진 초목을 미련 없이 자를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저번 탈옥범이 학교에 찾아왔을때, 평소답지 않았어요.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그래, 지나치게 과격했고 넋 놓은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우선 그거, 괜찮아요? 생각해보면 보름달 뜰 때마다 아슬아슬해보이던데."
그녀가 그의 정체를 알고나서 인식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그의 얼굴이었다. 정확히는 표정이다. 그 전, 알기 전에도 잘 웃는 사람이긴 했지만 지금은 웃는 얼굴이 기본이 되어버린 거 같다. 원래 이런가? 아니면 그녀와 같이 있어서? 내심은 후자였으면 하지만 진상은 모른다. 물어서 대답을 듣는다 해도 모를 것이다. 그녀가 그를 보며 끝없이 물음표를 띄우는 동안은, 무엇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이었다.
"그냥 다른 사람이 아니면 뭐일려나요?"
그렇지 않다는 듯한 말에, 내내 혼자 속에 담아두었던 물음표가 하나 툭 튀어나갔다. 이마에 닿은 감촉에 눈이 깜빡 접히다가도 금새 눈커풀을 올려 그를 시야에 담는다. 태양빛을 옅게 물들인 금안에 붉은 머리칼이 담긴다. 사뭇 진지하다가도, 변덕을 부리듯 무르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입술을 톡 내밀고 종알대었다.
"그렇게 말하면 제가 거절 안 할 거 알면서 그러는거죠? 오늘은 당연하구, 매일 찾아갈거니까 투덜대면 안 돼요. 먼저 말한거니까."
원한다면, 이라고 했으니 기꺼이 그렇게 해줘야지 않겠는가. 주지 않을 것을 억지부리진 않지만 준다는 것을 거절할 이유도 없다. 설령 자신이 이러는 것이 그의 단순한 여흥, 놀이라 해도. 지금만큼은. 아직 그가 제 곁에 있을 동안 만큼은 해준다고 하는대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지.
"저 궁금한게 있는데."
좀전까지 재잘대던 목소리가 한순간 음색을 살짝 바꾼다.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보는 눈에 의문을 담고서 묻는다.
"저한테 원하는 건 없어요? 뭐든,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다고만 하잖아요."
방에 들르는거나 하는 것 말고 다른 건 없는걸까, 싶었다. 어쩌면 그녀가 그의 일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민의 말에 단태는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눈을 깜빡이다가 뻔뻔스럽게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웃음을 헤죽- 지어보였다. 자신의 대답에 따라 이 방음마법의 쓸모가 정해진다고 하는 걸로 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웃어넘길 수 없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했다. 마음의 준비까지는 아니여도 조금은, 긴장해야할 필요성이 보였다. 모래성 외벽에 조개 껍데기를 박아넣는 민을 보던 단태는 곧 자신을 보는 민의 얼굴을 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게 됐다. 음- 하고 감탄사와 비슷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우리 자기야가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려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로 말이야~"
무슨 질문인지 궁금한걸? 주단태의 손이 모래 속에서 조개 껍데기들을 몇개 추슬렀다. 깨지고 부서진 것들은 털어내고 색ㅇㅣ 바랜 것들도 털어낸다. 검은색과 흰색이 점점히 박힌 조개 껍데기를 쥔 단태는 모래성의 외벽에 박힌 주황색 조개 껍데기 옆에 박아넣었다. 유려하지는 않으나 투박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래야하니 그렇게 할 뿐이라는 손길이기도 했다. "거짓말을 할지 안할지는 나도 자기의 질문을 들어봐야할 것 같은데~" 뻔뻔하게도 능청스러운 느물한 목소리였다.
괜찮냐는 질문에 쪼그리고 앉은 자세 그대로, 조개 껍데기를 손에 쥔 채 단태는 민을 바라봤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 같은 기숙사의 후배는 자신을 유난스럽게 걱정했다. 그 사실이 신기했다. 어차피 자신이 졸업을 하면 더이상 보지 않을 사이일텐데. 바라보던 눈동자가 슬쩍 다른 곳으로 향했다가 결국 단태는 선글라스를 벗어서 모래사장 위에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누군가의 걱정은 참 생소한 것이다. 이어지려는 말을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달링." 낯간지러운 호칭을 내뱉고 단태는 헤죽- 미소를 띄웠다.
"나는 달링이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는걸? 나랑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아서 눈치 못챘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괜찮냐고 물어봤지? 정신은 멀쩡했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네~"
으으음.... 답레 쓰면서 생각난건데..... 동화학원에서도 섹툼셈프라를 따로 배우남?? 해리포터에서는 따로 안배우는 식으로 나와있어서 나는 학교에서 안배우는 완전 무시무시 저주마법 정도로 생각했는데 또 막상 여기 세계관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니까... 만약 학원에서 배우면 뭐...... (민 : 머쓱 ^^ ㅈㅅ합니다)
그가 교감의 저택에 제일 먼저 와서 한 일은 저택 방 안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본가와 별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 느낌에 그는 간만에 그리움을 느꼈다. 물론 본가와 다른 점은 이곳은 바다가 있는 섬이라는 것이고, 그의 집은 숲이 우거졌다는 점이다. 그는 양 팔에 각각 달링과 매로 변한 백정을 안았다. 아직 룸메이트가 보이지 않아 그는 백정에게 경고한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아가."
그와 같이 며칠간 휴양을 즐길 사람은 엘로프 아델휠드다. 체격이 크고, 체격과 대비되는 아주 온화한 인상의 사람이다. 엘로프는 세상의 참상을 직접 보지 못하지만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점으로 인해 추종자를 공격할 때 도움을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서로간의 편한 사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는 엘로프가 룸메이트가 된 것이 다행으로 다가왔다. 서로 깊게 묻지는 않을 것이고, 각자의 선을 지킬 것이라는 모종의 신뢰도 있지만 백정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저택을 둘러보던 중, 거울을 발견한 그는 천을 집어들어 거울을 가린다. 휫피, 하고 높게 울며 궁금증을 표하는 백정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능수능란하게 긁어주며 그가 나직히 속삭였다.
"조만간 설명해주마. 아가."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서로간의 아무런 방해도 없는 하루였다. 그가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엘로프가 돌아오지 않자 창밖을 본다. 걱정되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공격을 당했나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다. 눈을 좁히자 해변가를 질주하는 익숙한 콩고물이 보인다. 고작 며칠 봤지만 그는 쉽게 알 수 있다. 엘로프의 안내견인 라쉬다. 그럼 저기서 좌절하는 것이 엘로프겠다. 그렇다면 한참 뒤에나 오겠거니 싶다.
"아가, 이리 오거라. 어인 일인지 머리가 다 떴구나. 빗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백정을 돌아보며 손을 휘적인다. 손가락을 까딱이자 빗 하나가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천에 가려진 화장대의 거울 앞으로 당신이 앉는다. 그는 눈을 낮게 내리깔며 당신의 뒤에 선다. 당신의 뒤에서 앞으로 손을 뻗자 비숍 소매로도 미처 가려지지 않은 앙상한 손목이 눈에 보였다. "잠시 실례하마." 손을 가져다대고 꽃으로 된 장식을 머리에서 떼어낸다. 거칠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친절하지는 않은 손길이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장식과 함께 그가 짧은 머리카락 한 터럭을 손바닥 위로 올려둔다. 빗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빗는다. 익숙한 손길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을 자주 해보았다는 듯. 그는 어느새 나직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당신의 머리를 빗는다. 이 공간에는 둘 뿐. 채우는 소리는 머리를 빗는 소리와 콧노래였다.
경쾌한 노래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자장가 같았다. 그가 입을 열고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잘 자렴, 아가. 네가 그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구나. 좋은 꿈 꾸렴. 너를 두렵게 하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단다. 무엇이라도 되려무나. 너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되고, 나무가 되겠지……. 가사를 듣자하니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를 위한 장송곡이 틀림 없다. 그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다시 한 터럭 올려 빗는다. 그와 대조하면 짧은 머리임에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빗질했다.
"거울을 너무 오래 바라보지 마렴, 아가."
그는 나지막히 속삭인다. 당신에게 조언하는 것이 기묘했다. 서로의 나이가 바뀐 것과도 같았다. 그는 차분했고, 당신의 머리를 가만히 빗어줄 뿐이다. 엉킨 부분은 세심하게 빗질해서 풀어주고, 빗질하며 빠진 머리카락은 조심스럽게 빼내 한곳에 모았다.
"그 안에는 아주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단다. 그것은 네 본질을 꿰뚫고 속삭이겠지. 네 자신을 마주하라고, 그 안의 공포를 명확히 깨달으라고. 만약 그 괴물을 마주하면 어떤 소리도 내서는 안 된단다."
왜? 그는 그 질문에 한걸음 앞으로 다가와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둔 당신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애정 섞인 행동은 아니었다. 그가 늘 어머니의 머리를 빗어준 이후 하던 의례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거울의 천이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단다."
그는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가주의 자리에 올라가는 시험은 꽤나 두려웠다. 총 4개의 시험. 첫 번째는 동물의 사체와 그 가운데에 놓여 평온히 죽음을 맞이한 가문원의 시체와 하루동안 밤을 지새워야 했고, 두 번째는.
"아가, 소리를 내면 안 된단다. 다시금 사람들은 괴물이 되어 네 곁을 둘러싸겠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울부짖을 것이란다.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면서 갈구하고 발목을 붙잡겠지."
그는 눈을 감는 것을 오래 하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눈을 감으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기 때문에.
"오로지 너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미쳤다고 생각되는 기묘한 시간이 지나면 너는 지하실에 갇힐 거란다. 벌레가 기어다니고 무엇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곳에서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거울을 마주보겠지. 그러면 다시 괴물이 속삭인단다."
그는 그런 삶을 살았다. 가주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두개나 남았건만 그 하나가 유독 힘들었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 거울을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생각했다. 어머니도 이런식의 계승은 원치 않는다 했지만 블랙번의 생각은 달랐다. 품에 안아 달래면서도 다시 지하실에 던져 넣었다. 수도 없이. 사흘을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내리굶으며 그 안에서 버텼다. 그 결과 그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었고 도피하게 됐다. 광증을 앓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스물 넷의 시간은 아주 길단다. 괴물은 네가 소리를 내도록 위로를 할 수도 있고, 다리 위로 벌레가 기어 올라올 수도 있지. 다리는 후들거릴 것이고, 배도 고플 것이야. 그렇지만 이겨내야 한단다. 나는 그게 두렵단다. 다시 마주하면 이겨낼 수 있겠지만, 어린 나는 이길 수 없단다. 그래서 천을 덮어 가린게야."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고, 자라났기 때문에. 그는 장식을 들어올려 당신의 머리에 곱게 달아준다. 한 걸음 다시 다가와 앙상한 팔을 당신의 어깨 너머로 뻗는다. 온기가 여전히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렵지만 이겨내야 할 시련이었다. 그는 당신에게 나직히 속삭인다.
"어렵느냐, 그래, 어려운 일이란다. 세상은 원래 어려운 법이지. 그러니 너는 쉬운 길로 가려무나. 내 그 길을 열어줄 터이니."
네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릴 뿐이다. 거울에 덮인 천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어 다행인 저녁이었다.
>>896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그 주문의 위험도를 어떻게 생각해...?? 내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강도 만났을때 칼 휘두르는 걸로 받아들여졌거든... 물론 오너 입장에서는 이게 자기방어적이고 문제 될 건 없는데((불만 없음!! 꼽주는 거 아님!!)) 민이 생각은 또 다르니까 이런 걸 물어보게 되네 흑흑 ㅠㅠ
괜히 세세한 거 붙잡고 이러는가? 싶기도 하고 사실은 ^.T 민 모티브 자체가 (이상적인 평범한 학생)(갓반인)이어서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주문을 생각하나 고찰하다보니 이렇게 까지.... (흐릿)
제 1시험. 하루동안 독방에서 시체와 함께 날을 지새울 것. 시체는 잘린 동물의 목과 가장 최근 죽은 가문원 중 유서에 시험의 인도자가 되길 원한다 쓰여있는 사람의 시체를 이용한다. 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는 앞으로의 삶에서 함께 할 것이 수많은 죽음임을 받아들이는 행위임을 엄숙히 선언하는 것이다.
제 2시험.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한 뒤, 어두운 방 안에 가둬 동물의 목을 들고 하루동안 거울과 마주보게 할 것. 이때도 어떠한 소리를 내어선 안 된다. 내 자신과 그 안에 담긴 공포를 명확히 알아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것. 발렌타인은 이 이후로 절대 커다란 거울을 마주하지 않는다.
참 묘하게도 틀리길 바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사람마다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을 때 내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부정하고, 누군가는 절망하며, 또다른 누군가는 분노하여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는 이 예시 중 무엇에도 속하지 않는 유형이었다. 벌어진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었다. 미치겠네, 그는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흐름에 한탄하며 환장하는 쪽이었다.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되나? 학교 보안은 왜 이렇게 허술해?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잡은 채 고개가 앞으로 숙여진다. 잠시간 침묵. 기절할 수 있었다면 차라리 혼절해서 잊어버리고만 싶은 진실들이다. 하지만 도망친다 해도 운명은 달라지지 않으리란 걸 그도 알고 있다.
절규는 오래 가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긴 했어도 그는 회복이 빠른 사람이었다.
"……노력해 볼게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한 인간으로 있을 수 있도록. 후자라면 이미 어긋나버렸는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좋아하실 인간이 된다면 조금 이득이 있을까요?"
매구는 어째서 집요하게 학원을 노리는가? 아직은 학생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하면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공격하는 이유 하며, 충분한 기회가 있음에도 비슷한 방식의 습격만을 반복하는 이유는? 의문은 여전히 많이 남있으나 이것은 무기가 알려줄 수 없는 이야기에 들어 있으리라. 한 일이라고는 앉아서 대화를 한 게 다였어도 정신적인 소모가 있어선지 급격하게 피로해진 기분이다. 그때였다. 그의 충격을 상쇄시켜 줄 상대가 나타난 것은.
무릎 위에 팔을 얹어두고 한숨을 쉬던 그의 귀에 불현듯 헥헥거리는 소리가 꽂혔다. 모래밭이라 발 딛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열렬하게 기다려왔던 그 소리였다. 라쉬가 돌아왔다.
"너 진짜…."
불만스런 어조에 라쉬는 시선을 슬슬 피하며 한껏 눈치 보는 표정이 되었다. 슬슬 피하고 싶어하면서도 다시 도망가지는 못 하는 걸 보면 어떻게 변명해봐도 이게 제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나 보다. 그는 손짓하여 라쉬를 부르자, 개는 머뭇거리다 결국 자발적으로 형에 순응했다. 그는 라쉬의 부들부들한 볼을 붙잡고 짜부를 만들다, 쭉 늘리다, 짜부를 만들다……. 나쁜 자식. 원래는 괘씸해서라도 혼내려고 했는데, 지금의 그는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고로 간식 삭감은 취소하기로 했다. 아무튼 우리 개가 제일 예쁘고 똑똑하고 귀엽다.
민은 저주 마법들과 이념싸움, 폭력과 공포에 유독 예민하게 굴었다. 그건 비단 개인 성향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또래 학생들이 저주하고 저주 받고, 증오하고 증오받는걸 덤덤히 넘기고픈 마음은 없었다. 민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학생이었고, 일탈을 꿈꾸지도 않았다. 요컨대, 2년간 알아온 선배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 상황-크루시오가 오가고 저주 마법이 난무하는-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일상으로 여길 마음이 없다는 뜻이었다. 비일상은 몰이해를 불러왔다.
"선배, 가끔은 달라서 더 눈에 보이는 법이에요. 낯설잖아요. 난 선배가 낯설어요. 난 힘들고 무서운데 선배는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두려워."
민은 모래성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결국 파도 한 번에 사라지고 말 허무한 것들. 그럼에도 민의 태도는 여전했다. 금가락지를 모셔둔 아이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했다. 민은 이제 다른 조개를 손에 올린다. 아까 길을 만들어둔 조개 껍데기 옆에 놓아둔다. 민은 판단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 있어서 도무지 투박해질 수가 없었다. 모래성을 만드는 일처럼 조심스럽다.
"선배, 이제 이런 질문하지 말까요?"
민이 손바닥에 묻은 모래 가루를 털며 물었다. 허공에 날린 모래가루가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다가, 많고 많은 모래 알갱이중 하나가 되었다.
"아하하. 그쵸? 리 사감님은.. 음. 보기만 해도 좀, 힘들어 보이신다고 해야 하려나요.."
지금의 리 사감님이 그렇게 당한다면 다음대 리가 될 사람도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걸까. 상상해보니 조금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목숨을 맡겨둔다고 해도 일단 살아는 있으니 아픔이라던가 하는 걸 더 잘 느낄 것이다. 이거. 전에 그 특제 요리를 조금 더 성의있게 만들어야 했나. 츄르를 마치 시멘트 반죽 펴 바르듯 거칠고 질척거리는 느낌으로 발랐던 그 정체불명의 음식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조금은 멋쩍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음. 그래도 백호님이 맛있게 먹었다면 그걸로 그만.. 이겠지. 그렇고 말고.
"어라~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네요! 잠시 죽었다가 금방 살아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걸까요? 뭔가 엄청 새로울 것 같아요, 그거."
죽으면 인생은 끝인데, 금방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분명 사후세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사감 자리에 앉게 된다면, 귀여운 학생들에게 사후 세계 이야기를 해줄수 있지 않을까. 조금 엉뚱한 곳으로 주양의 흥미가 흘러갔다. 벌써부터 학생들의 표정이 대강 짐작이 되었다. 분명 청을 거는 것보다.. 재미는. 글쎄. 주양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졌다. 분명. 꽤 허전할 것이었기에. 모든 게 다 끝이 난다고 해도, 청은 청으로써 제 곁에 남아야만 하는데.
".. 어머나."
아. 내기. 먼저 걸어주었다. 꽤 놀라운 경험이었다. 늘 자신이 먼저 남들에게 내기를 숱하게 걸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먼저 내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먼저 다른 조건을 걸 줄이야. 역시, 사감님은 조금 다른 걸까. 같은 겜블러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용기는 매우 가상했다고 하려 했으나, 어른에게 쓰기에는 조금 이래저래 맞지 않겠지.
당신의 쓰다듬을 받으며 >.< 하는 걸맞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래저래 색다르면서 신기한 느낌이었다. 아아, 사감님이라는 자리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청 대신 자신의 내기에 몇번이고 걸리고도 남았을텐데. 조금은 아쉬운 탓에 주양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차분하게 웃었다.
"이게 이렇게 되어버리면.. 저는 조금.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는걸요? 아니. 원래도 그닥 친절하지 못한 사람이니까. 사감님이 설득에 실패하시고 제가 다음 대 건이 되지 못한다는 데, 청이를 걸게요."
진지하고 차분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담담한 느낌의 목소리로 말하며, 주양은 다시 조금 비열한 미소를 지으면서 청을 쓰다듬었다. 항상 자신이 이길 거라고 당당하게 선포하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것이었다.
당신이 이야기한 대로 사감보다 오래 사는 동물은 없다. 청 역시 그럴 것이다. 분명 졸업 후에도 몇년간은 자신의 곁을 지킬테지만, 그 이후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사감이 되지 않아도. 그리고 사감이 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평생 내기에 걸었던 무심한 주인 곁에서 남은 여생을 낭비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저 하늘을 날며 남은 여생을 즐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냥 날려보내며 작별을 고하는 것은 미련이라는 대단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기분만을 남길 뿐이니, 이왕이면 완벽한 작별을 고하는게 낫지 않을까. 당신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이기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테니까. 지금만큼은. 그 뜻에 반대되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 이기실 수 있겠어요? 사감님. 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서 밀이예요."
그러니. 인생에 찾아올 또 한번의 큰 기복을 위해. 부디 자신을 꺾어주기를. 악인들이 으레 그랬듯, 옳은 뜻 앞에 무참히 부러질 수 있기를. 그 과정을 통해, 영원까진 아니지만 영원 가까이 다가갈 겜블러에게서, 영원하지 못할 내깃돈을 가져가서 그 굴레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기를. 당신과의 대화 이후로 생긴 또 다른 마음은 그렇게 한 없이 커져만 갔다. 주양은 그 어느때보다 해사하게 웃었다.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친절하셔라~ 뱀은 무섭지 않지만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조심하도록 할게요! 아아, 사감님계서 저랑 비슷한 나이이셨다면 청 대신 제 내기에 걸어보는건데. 조금 아쉬운걸요?"
호박 주스를 받아들며 언제 진지했냐는 양 다시 상큼하게 한쪽 눈을 찡긋였다. 친절하기도 하고. 먼저 조건을 걸며 내기도 제안하고. 이런 감정기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감이라도 내기에 걸어볼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으나 역시 사감님은 사감님이니까 그럴 순 없을거라고 생각하며 미련을 지웠다.
>>96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 그치고 나면 분명히 더울 거라는 걸 알지만 비 내릴때의 시원함은 그 사실도 잊게 만들어주더라구! 맨날 습해서 싫어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내려주는 비는 이야기가 다르지!
>>966 헉 엘롶이 구몬이다..! 밍주가 구몬경찰이 된 덕분에 좋은 구경 했는걸~ (?) 역시 개인적인 공간만큼 좋은 건 없지! 집이 편한 것처럼 기숙사가 집인 학생들한테는 기숙사가 편한거야~ 랄까 3번째 질문이.. 무례하지만 흥밋거리 삼지 않을테니 들려주지 않을래..? (엘롶:쭈주 나가)
낯설어서 무섭다는 민의 말에 단태는 물음을 던졌다. 여전히 잘 골라낸 조개 껍데기가 단태의 손아귀 안에서 굴러다니다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방음 마법 때문에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없음에도, 단태는 느물한 목소리를 낮추고 꽤나 다정다감하게 속삭였다.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 순혈 가문들 사이에 흐르는 고집스럽고 쓸때없는 아집과 같은 것들. 가령, 우리네 가문에 전해지는 본성과 천성을 아로지르는 규칙과 원동력이 되는 신념같은 것들. 좋게 말하면 이념싸움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아집으로 이뤄지는 폭력과 같은 것들. "민아." 자기야, 달링- 하는 낯간지러운 호칭 없이 단태는 똑바로 이름을 불렀다.
반으로 쪼개진 조개껍데기가 모래성에 안착한다. 주단태는 이 후배를 판단해야만 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 도망칠 사람인지. 도망치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머무를 사람인지. 자신이 졸업하게 되면 더이상 보지 않을 사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남은 학년동안 믿을 수 있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