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또 업보 쌓는다, 꼬맹이? 그러다 진짜 압도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응? 확 그냥. 어휴. 이 언니가 착하고 키도 더 크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물론 정말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늘 여유만만한 태도로 압도니 뭐니 하는 말을 늘어놓았더라도. 그리고 정말 위아래가 갈려 서열이 나뉘는 건 재미 없는 일이라면서 특유의 얄미움을 아낌 없이 내비치는 일이 있어도 경쟁이 붙을 땐 봐주는것 없이 진심으로 밀어붙이기 일쑤였고, 그랬음에도 갑과 을이 명확하게 갈리지 않은 채 서로 팽팽한 대립을 이어 나갔으니까. 다시 당신의 손가락이 제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이젠 꽤 진정도 되었겠다, 주양은 입을 벌려 당신의 손가락을 앙 깨물려 시도했다.
5분. 딱 5분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허망했다. 그렇다고 밖에서 이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다. 복도 너머에서 누가 오기라도 한다면 참 소름돋는 일이 아닐 수 없을테니까. 한참 심호흡을 하던 주양은 당신이 일어나자 당신을 다시 바라보았다. 뭐지. 이번엔 또 뭘 하려고. 어떤 일이 들이닥치려고.
"ㅁ, 뭐..? 이 꼬맹이가 감히.."
아. 선수를 빼앗겼다. 방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방까지 가는 건 오로지 자신 혼자서 해내야만 할 일이었다. 내기의 처음 단계였으면 흔쾌히 받아들이고 청을 대동한 채 유유히 방으로 향할 수 있었겠으나, 지금만큼은 그런 건 싫었다. 허나 그렇다고 싫다고 한다면. 당신의 페이스에 휘말린 채 무력하게 지고 말 것이다. 분명 그 점을 노렸을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당했다. 하는 표정으로 당신을 쏘아보면서 이를 꾹 악물었다. 아까전만 해도 언니니 뭐니 하던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좋아. 좋다고! 내가 쨀 것 같냐? 감히 누굴 놀리는 거야..! 한번만 더 그런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귀신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여기서 박살내버릴거야, 너..!"
기어코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내려다보며 꽤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그것도 일상적인 장면의 일부일 뿐이었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게 그런 것이었으니까. 허나 이미 이 내기에서의 승패는 갈린 듯 싶었다. 청을 끝까지 데려가겠다는 얍삽이가 막혔을 때부터 결정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것으로 태클이 걸린다면, 그냥 피곤해서 하품을 한것 뿐이라며 둘러대겠지만. 꽤 참담한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 가자. 내가 끝까지 데려다주고 내 방까지 혼자 돌아간다는 데 청을 건다! 흥. 이 정도라면. 충분히 내가 이길만한 내기겠지..!"
어떻게든 마지막 발악을 해 보아도 이미 심적인 승패는 갈린 직후였다. 말이 좋아 무승부지 자존심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주양의 패배였다. 꾹 악물었던 어금니를 빠득 소리가 나게 갈며, 복수의 칼날을 마음속에 품었다.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역전승을 가져갔으니 다음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주양은 당신의 손을 홱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 생각하면 다행이기는 했다. 지금 여기서 바로 바이바이하지 않고, 방으로 가는 길까지는 같이 있을 사람이 있으니까. .. 물론, 그 이후가 심히 문제였다만.
"아. 진짜 더럽게 안 무섭네! 역시 교감선생님 저택이야. 별 거 없구만! 우리 겁먹은 꼬맹이도 방까지 데려다줘야 하고 참 상쾌한 기분이야!"
사실. 방까지 혼자 가라는 말은 없었으니 앞의 되도 않는 발악만 아니었어도 그 결과는 모를 일이었다. 허나 발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룸메이트를 그대로 두고 다른 방에서 자는건 썩 내키지 않았다. 사람으로써 아주 눈꼽만큼이나 남은 마음 속 양심이 그것을 거절했으니까. 먼저 찾아가서 룸메이트라고 선포한 주제에 말도 없이 다른 사람의 방에 가서 잔다면 그건 예의가 아니다. 주양은 이를 꾹 악물었다. 차라리 자신이 완전한 악인이었으면 신경 안 써도 되었을텐데. 사람의 정이라는 건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까 등의 뜻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발걸음이 꽤 무거웠다.
>>4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언제 이렇게 인싸멍멍이가 된 거지...??? 우리 라쉬 조금 있으면 이족보행도 하고 세금도 내겠어.... ^~^(?)
>>48 앗.... 스,,,읍,,,,, 모바일은 https://youtu.be/(이하 주소) 형식이고 PC는 https://www.youtube.com/watch?v=(이하 주소) 형식이니까 PC 형식을 복사한 다음에 watch?v= 뒤에 (이하 주소)를 붙이면 되지 않을까????
>>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내기 보상화 사례는 점점 늘어나기만 하고.. (?) 이것이 바로 우한폐렴을 이어서 우리나라를 강타할 잡담갈비..! 아니 아담의 갈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나는 명륜진사갈비.. (그만해)
역시 라쉬 일편단심 엘롶이 장하다 전에도 우려먹었지만 라쉬는 진짜 주인 잘 만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집마다 없으면 서운한 영고담당이었다고 한다~! (?)
>>4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청 몸짓 발짓 부리짓으로 세상 서운함 다 표현하면서 끽끽거릴것 같아.. 말은 안 통하겠지만..! () 조금 풀어진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어~! 평소대로 내기에 던지는 게 쭈만의 이해할 수 없는 애정표햔이라 살짝 캐붕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
>>50 헙 맞아 이대로.. 성불할 순 없다! 나는 아직 벨이 서사도 다 못 봤다고! 봐야 할 진단도 떡밥도 일상도 많이 남았다..! :0 이 루트도 이젠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지만 원래 사골이라는 게 우리면 우릴수록 맛난거니까 계속 우려먹어야지 히히 :D(벨주:쭈주 나가요)
펠리체의 끄덕거림에 주단태는 말을 잃은 것처럼 바라볼 뿐이었다. 절벽 쪽으로 걸음을 옮겨서 바라보는 것까지는 했지만 높이가 가늠이 안된다. 그 전에 여기를 뛰겠다고 하는 이 타기숙사 후배를 어떻게 말려야할지 말리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단태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그게 영 다른 방향이라는 게 문제였지.
"즐기는 거랑 하면 즐겁다는 걸 굳이 나눠서 표현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달링?"
여전히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였다. 달링이라는 낯간지러운 호칭을 쓰기는 했지만 단태는 펠리체를 바라본 채로 그리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겁대가리를 상실했냐는 말을 들었다는 말에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보이기까지 했다. 단태는 절벽에서 비켜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말려야한다, 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왜 절벽에서 비켜서 달라는 말을 듣고도 비켜서지 않고 있는지 도통 모르는 상태로 그 자리에 있었다. "자기야." 꽤나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주단태가 입을 연다.
"내가 공중부양 마법을 능하게 쓰는 사람이였다면 자기가 여기서 뛰어내려 다이빙을 즐기는 걸 내버려뒀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공중부양 마법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거든. 자기가 이런 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게 익숙하다고 해도 말이야.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내버려두는 건 못하겠다."
죄책감이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단태는 펠리체가 조금 물러나는 모습에도 절벽에서 비켜설 생각은 없어보인다.
>>62 조만간 이족보행 터득하고 SNS도 하는 초인싸 멍멍이지만 세금 낼 때는 보통 댕댕이가 될거 같은데...이거 기분탓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68 풀어진 모습 매우 좋소~~ 우리 쭈 저런 모습도 있었다니 이 할미는 마음을 놓고 갈 수 있겠구나...(?) 청이가 막 파닥대면서 서러워할 때 파이는 머릿속으로 치킨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몰라.... !
>>73 아니 마음을 놓고 가면 안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거면.. 쁘띠첼은 나한테 넘기고 가는 게 좋을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킨 떠올리는거 너무 자연스러웠고.. 분명 쭈가 밥 하나는 잘 챙겨줘서 오동통하니까 먹을 건 많겠지..? (청 바라봄)(???)
>>75 헉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땃태의 서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구나! 모든걸 포기하는 쪽도 포기하지 않는 쪽도 너무 맛있고 최고라서 상상이 잘 가 히히 끝내준다~~ 앗 그리고 never가 아니라 naver니까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군! 음 좋아좋아 역시 땃태는 사랑해줘야 제맛이지~ (땃주:쭈주 나가)
>>80 약간의 오타는 봐도 못본 척 해줬어야지8ㅁ8 ((쓰러짐)) 맞아. 서사는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방향이 극단적으로 바뀌지롱!XD 물론 주가놈 비설 좀 풀어야 왜 서사가 정해져 있지 않은지 나오겠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차근차근 호감도 작을 해보라구~~~(?)
레오는 이히히 하고 웃었다.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하는 의미의 웃음이었다. 주양이 자리에서 일어설때도 레오는 언제나 그랬듯 물러서지 않고 그자리에 서서 고개만 빳빳이 들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투지가 느껴지는 눈빛. 레오는 저 눈빛을 좋아했다. 나도 물러서지 않을테니 너도 물러서지 마라. 라는 그런 의미가 담긴 몇 번을 보았지만 질리지 않는 눈빛.
" 박살내? 누가? 니가? 나를? 꿈이 너무 큰거같은데.. 그러다 진짜 다친다? 진짜 쳐죽여버려? "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는 주먹을 쥐고 항상 그렇게 도발하듯 주양의 복부를 툭툭 쳤다. 지금이야 정말 싸울 마음이 없으니 이렇게 살살 쳤지만 학교에서 만났을 때는, 정말 싸울때는 주변 집기가 한 두개 부서지고 날아다니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기어이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레오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지 않을 수 없었다.
" 좋아! 그러면 나는.. 보자보자.. 뭐가 좋을까.. 네가 중간에 포기한다에 음.. 뭐가좋을까.. 그래! 2주일동안 언니라고 불러줄게. 좋지? "
레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까지완 다른 의미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진다면 2주동안 굴욕을 당할 각오를 해야겠지. 하지만 그런 각오는 되어있다. 도박을 하려면 무언가를 걸어야하고 따는날이 있으면 잃는 날도 있는 법이니까. 레오는 '가자!' 하고 말하면서 손목을 탁 잡아챘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어도 그런 굴욕을 당하기는 싫었으니까. 레오는 뭔가 좋은생각이 났는지 보이지 않게 웃고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켰다.
자기가 말하고도 소름이 돋았다. 이런장난 치면 안되는거 아니었나. 레오는 자기가 말하고도 소름이 돋아 '흐이이익'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뒤를 돌아 자기도 모르게 주양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그렇지만 순간 소름이 돋고 귓가에 바람이 불었던 것 같았는걸. 그렇게 잠깐 굳어있던 레오는 슬며시 눈을 떴다.
" 아,아이씨 뭐야!! 꺼져!! "
괜히 부끄러워졌다. 레오는 언제 그랬냐는듯 품에서 벗어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 뭐!! 이,이상한게 느껴졌다고!! 귓가에 바람이.. 아, 몰라! 꺼져! "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레오는 자기방으로 몇 걸음을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 돌아왔다. 내기는 내기라지만, 무서운건 어쩔 수 없는걸. 부끄러움은 잊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레오는 두어번 정도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주양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쳐서 더 무서워진 느낌. 소름이 살짝 돋았다. 어쩌면 닭살까지 돋았는지도 모르지.
>>83 엇 오타... 였구나 :0 나 저거 드립인줄 알고 있었어 땃주 일어나 미안해..! 88 (꼬오옥)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극과 극의 갈림길은 쭈꾸미가 아주 좋아한다구~ 헉 사실이 아니지만 땃태 비설이 풀리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나는 열심히 기다릴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감도작 차근차근 하다 보면 만들어진 관계니 뭐니 하는 건 신경쓰지 않는 쭈가.. 나올 지도 모르고 안 나올지도 모르고 :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단보복 너무 무서운 것..! 앗 아앗 그런가 쭈가 이 사실 알았다면 뒤집어질 테지만 쭈는 모를테니까! 땃주가 낭만적이라고 해줬으니 그 사실 감사히 받아들일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
발렌타인 C. 언더테이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식으로_내가_당신에게_사랑한다_말하는_일은_없을_거야 : "자네에게 애정 담긴 말을 해주길 바라나? 유감스럽군. 내게 그런 걸 바랄 줄은 몰랐네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 겉치레의 애정을 바란다면 혹시 모르지. 흉내는 내줄 지. 다만 그 안의 경멸은 자네가 견뎌야 할 온전한 몫일세."
자신의_희생으로_세계를_구할_수_있다면_자캐는 : 어차피 죽을 날도 머지 않았는데 그냥 빨리 죽는다 치고 희생하지 않을까요?
자캐의_눈물이_비가_되어_내리는_세계가_있다면_그_세계의_평균_강수량은 : 큰일났네요...가뭄이 들었어요...그리고 가끔 폭우가 쏟아지겠죠....이유는 백정이 때문에...🙄
당신의 웃음에 다시 분하다는 표정을 짓던 주양은 지지 않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도발에 휘말리지 말자. 이미 한껏 휘말렸지만 그것은 계산 밖의 일이다. 지금이라도 안 휘둘린 척 하면 되는 거라며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세게 돌리고 나서야 좀 정신이 차려지는 듯 싶었다.
"아하하, 근데 너무 큰 건 사실 내 키였고~ 역시 키 큰 사람이 꿈도 더 크게 가지는 법이잖아. 응? .. 오호라~ 자신 있나봐? 그렇게 자신 있다면 학교에서 보자. 이 언니가 그동안 그냥 봐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물론 봐준다는 것은 되도 않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다시 밀려나지 않으려, 싸울 의도 없는 주먹질 앞에서도 허세를 부리면서 몸에 힘을 주었다. 마치 데자뷰를 느끼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그 데자뷰는, 올 때마다 자신에게 짜릿함과 크나큰 감정기복을 가져다주는. 충분히 환영할만한 그런 것이었다. 주양은 이런 느낌을 꽤나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내기 내용에 주양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금새 입꼬리가 씩 올라가며, 내기에 좀 더 박차를 실어 주었다. 무리수라고 생각했던 내기에서 얻어갈 게 생기게 되었을 줄이야. 주양은 내심 안도했다. 적어도 그런 마지막 발악을 했던 것이 판단 미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기쁠줄은 몰랐다. 이래서 내기라는 것에서 빠져나올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휘둘리고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역전의 기회를 잡기 마련이었으니. 지금으로썬 다신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조금 줄어든 상태였기에 더더욱 짜릿했다.
"당연~ 우리 꼬맹이가 이 언니를 너무 얕본것 같지만, 뭔가를 걸겠다면 말리지 않는 게 나니까? 정말 괜찮겠어~?"
이미 자신은 청을 걸었다. 그랬음에도 다른 조건이 걸렸다. 꽤 느끼기 힘든 기분이 이렇게 다시 들기 시작한 이상. 자신은 오롯이 한 사람의 겜블러로써 이 내기에 임하며 한치 앞도 모를 승부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역시. 이래서 마냥 미워할래야 미워할수만은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생각은 4층이라는 이야기에 깨끗이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 어. 어째서...?"
아냐. 그러지 마. 내가. 내가 잘못했어. 절대 담력훈련 같은 거, 하자고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차마 목소리도 채 내지 못한 채 입모양으로만 달싹이던 주양은 당신이 자신에게 안겨오자 진심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야 말았다. 허나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 상황이 그저 승기를 더 확실히 잡기 위한 밑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 걸음조차 멈춰버렸지만. 이번엔 정말로 위험했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며,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올렸다.
".. 아~ 그래, 오케이. 그냥 이상한 게 느껴졌을 뿐이구나~? 우리 꼬맹이. 언니한테 안기고 싶었다면 진작 말하지~ 근데 이거 진짜 더럽게 이상하니까. 너야말로 좀 비키시지? 아, 이게 혹시 그건가? 쫄? 쫄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당신이 놓기 전까지 굳어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까 전 친 장난이 꽤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몸을 쉽게 움직일수가 없었다. 벼랑에서 발을 헛디뎠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으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스멀스멀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상황은 아니나 충분히 재미있다. 아. 정말. 다른 재미에 맛을 들여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걸어가고 있으니. 이번엔 아까 먹은게 상당히 분했다. 조금 무리수를 더 둬볼까. 주양은 한쪽 입꼬리만 치켜올린 채 쎄한 미소를 지었다.
"오. 그랬지. 가자, 1층으로. 행선지는 저 밖의 마차야. 그리고 거기에 타서 저 너머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했지?"
있지도 않은 마차를 진짜 있는것처럼 꾸며내며 마치 1층으로 내려갈것처럼 행동하니 절로 심장이 쫄깃해졌다. 아. 괜히 이야기했다. 되도 않는 장난을 쳐서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무서운 만큼 자신도 무서웠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안긴 게 아니구나. 혼자 자신의 방까지 돌아가는 건 어쩌면 글러먹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는 무. 무슨..! 크흠. 당연히 너네 방으로 가야지. 우리 꼬맹이.. 얼른 안 자면 분명히 성장판이 일 안 할 테니까.. 그치...?"
괜히 불안해져서는 당신의 손을 몇차례 툭툭 잡아끌면서 당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했다.
>>88 헉 제대로 싸움 붙었을때 진지해지는 레오 너무 최고다 완전 짱 멋잇을것 같다..! 일상에서 본 적은 아직 없지만 진지한 레오 모습 꼭 보고싶은걸!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자는거 싫어하는 레오 너무 귀엽구 뭔가 꼭 끌어안고 자는 레오 모습 상상가서 흐뭇한것!
>>91 아니 첫번째에 분위기있는 대사도 너무 좋은데 죽을날이 머지 않았다는 묘사 볼때마다 막 괜히 불안해지고 그래 추종자 처음 만났을때부터 쭉 불안불안했던 거지만 아무튼..! 그래도 언젠가는 건강해져서 다 이겨낼거라고 했었으니까 불안함 타파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우 그리고 가뭄.. 극과 극이군! :p
장난을 친 것은 맞았지만 소름이 돋은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다. 어두운데다가 분위기가 그래서 잘못 느낀건지는 모르는 일이었겠지만 약한 바람도 이런 상황에서는 소름이 돋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쳐서 레오는 자신마저 더 공포에 질리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이상한 마차의 이야기가 나왔을때 정점에 달하고 말았다. 레오는 어? 하고 멈춰섰다. 그대로 멈춰서서 마차라니 이상한 소리하지말라고 말하려던 차에 그것도 장난이란 것을 알게됐을때 레오는 저도모르게 푸 -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넌 진짜 안되겠다. 그 주둥이. 그 혓바닥 때문에 너는 큰 화를 보게 될거야. 요새 안 맞았더니 주먹맛이 그리워? "
학교에 돌아가면 때려주던가 해야지. 레오는 그 생각을 숙제처럼 여겼다. 학교에 돌아가자마자 해야할 일 1번. 서주양 때려주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옆에서 떨어질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거리가 벌어진다면 어둠속에 있는 무언가가 끌고갈 것만 같았고 같은 곳을 뱅뱅 돈다거나 넓지도 않은 저택에서 길을 잃을 것 같았으니까.
" 키 커서 좋으시겠네. 아~주 좋으시겠어. 다리를 발로 차줘야하나? "
앙칼지게도, 레오는 머리 두개 정도는 차이가 나는 키차이 때문에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더라도 할 말은 꼭 하고야 말았다. 키가 큰 사람이더라도 몸을 날려 바닥에 눕히고 나면 그 때부터는 키차이가 그리 중요해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그 동안 싸워온 방식이기도 했다.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인지 레오는 슬쩍슬쩍 창문 밖을 바라보곤 했다. 정말로 마차따위의 것이 보이거나 한다면 그길로 내기고 뭐고 도망칠 생각이었으니까.
" 슬슬 무서우면 포기하고 돌아가지그래? 나는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말야. 누구랑은 다르게 겁쟁이가 아니거든~ "
만약 정말로 방까지 데려다준다면 2주라는 시간동안 언니라고 불러야한다. 그런 소리 한 적 없다고 무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도 수많은 도박과 내기를 하게 될텐데 판돈을 제대로 걸지않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된 정정당당한 승부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레오는 어떻게든 돌려보내려고 하면서도 악착같이 앞으로만 걸어갔다.
" 잘 생각해.. 너 나 네려다주고 난 다음엔 혼자서 걸어가야해.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돌아가는게 어떻겠어?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레오는 내심 계속 함께가기를 원했다. 이런 어둠속을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었으니까. 방에 돌아가면 바로 씻고 침대로 뛰어들 생각이다. 자고있는 사람이 있을테니 몰래 슥 들어가야하려나 하는 잡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적당히 부는 소리가 들렸고 달빛이 복도 중간중간을 비춰주고 있어서 의외로 걷기에는 나쁘지 않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