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주 안녕 그리구 맛점~~ 캡틴도 안녕~~ 진행 얘기가 잠깐 나왔구나? 나도 하루 안에 진행 끝나는게 좋더라. 그래야 끝난 담에 일상 구하기도 쉽구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도 좋구. 그래도 캡틴이 제일 덜 무리하는 쪽이 제일이라구~~ 보니까 주말에도 일하는거 같은데 이동하면서 레스 쓰고 그런거 보니까 좀 걱정되드라... 너무 무리하지말라구~~
>>81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 나 홀로 와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니.. 서러워서 안 되겠다 전향서.. 각..!!! (???)(아님)
맞다. 나 질문이 몇 개 있어 :) 이 세계관에서 패밀리어는 뭔가 좀 특별한 생물 취급으로 막 수명이 그냥 동물보다 길고 그럴까 아니면 그냥 애완동물 느낌으로 수명이 그냥 생물하고 같을까? 그리고 동화학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데리고 있던 애완동물도 그냥 그 때부터 패밀리어라고 부르게 되는거야?
편히 있어도 된다는 말에 그가 웃었다. 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다시 널널한 자세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보면 쭉 제대로 앉아 있을 생각인가 보다. 별달리 제 앞에 있는 상대가 사감이라 부담을 느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화 태도는 예의의 측면이라 생각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렇지만 그 자유도 가겠다고 통보는 해주고 찾으러 갔다면 좋겠어서요……. 우리 개는 왜 목욕을 싫어할까요?"
물놀이는 좋아하면서 모순이 따로 없다. 일단 붙잡혀서 단장 당하는 과정을 싫어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는 있지만. 무기에게 그런 것을 물어봤자 개 당사자도 아니고, 이렇다 할 답도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는 농담하듯 장난스레 푸념을 했다. 그러다가 조금 뒤늦게 무언가를 지각한다. 피어오르는 담배 향에 섞여든 비릿한 냄새. 그는 그것을 모르는 척 해야 할지, 혹은 조금쯤은 물어도 괜찮은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는 사감들에게 학생은 모를 사정이나 비밀이 많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이를테면 리가 백호에게 어떤 방식으로 씹고 뜯겨지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치사에는 달하지 않는 것인지…… 같은 이야기처럼 말이다. 고난의 상세한 결은 다르겠지만 무기 역시 어쩌면 리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덕에 두루뭉술하게나마 질문을 꺼낼 수 있었다. "다치셨나요?"
아, 그런데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흐르지? 느슨하게 풀린 얼굴이 한순간 굳어진다. 짧은 정적, 그는 순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그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가장 먼저 짜증이 북받쳐 올라온 까닭은 무엇인지부터.
"……사양할게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 꽤 많이 비참해질 것 같으니까요."
사실 볼 수 없는 상태를 '원래'라고 칭하는 건 틀린 말이었지만 그것을 굳이 짚어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저도 모르게 가늘어진 눈을 다시 유하게 돌려놓으려 하며, 그가 무기에게 시선을 맞추려 했다. 필연적으로 정확하게 바라볼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선생님은 그런 것도 가능하셨어요?"
적어도 그가 아는 한에서는 잠시동안이라 해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방법은 없다. 마법으로 해결될 상태였다면 왜 이러고 살겠나. 물론 지금까지는 '인간 문명의 마법'과 본인의 '문화권' 수준에 한정했기 때문에 몰랐던 것일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의 말이 들려오자, 그녀는 시선만 옆으로 돌려 단태를 본다. 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녀가 느끼는 위화감과 닿은 무언가일까. 의문에 의문을 더해가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시간이 지나가면 가라앉을 의문임을 알기에. 그 대신 다른 말을 하긴 했다.
"운명에게서 어떤 얼굴을 볼지는, 스스로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죠."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운명이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포상과도 같을 수 있지 않은가. 운명이든 인생이든 말이다. 주어진 것에 대한 판단은 결국 스스로가 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단태의 사정도 가정사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단태가 무얼 품고 있던 그것에 대한 판단, 생각은 자기 자신이 라는 것이다, 라고.
어느새 가벼운 태도로 돌아온 단태를 그녀는 좀전처럼 흘끔 보고 말 뿐이었다. 단태의 손이 풀을 비틀어 꺾어낼 쯤엔 시선을 돌려 앞을 향했지만.
"여기는 처음 와요. 이 비슷한 곳을 몇번 가봤을 뿐이에요."
그러고 보면 플을 잘라 길을 내는 것도 꽤나 능숙해보였다. 이전에도 이렇게 길을 내고 간 적이 있나보다. 결국 길이 나온 걸 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으나. 이미 온 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풀 밟는 소리 대신 흙길 밟는 소리와 함께 걸어가던 그녀가 걸음을 멈춘다. 때마침 단태가 얼마나 더 가야 할지를 물어봤으니, 그에 대한 대답도 해줄 겸 말이다. 그녀는 길 끝에 서서 단태를 돌아보며 말한다.
"다 왔어요."
길 끝, 흙길이 끝나는 지점. 그 앞에 더이상 길은 없었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해변가와 다른 푸르고 깊어보이는 바다가 절벽 아래에서 넘실거릴 뿐이다. 그대로도 풍경이 제법 장관이었으니 이걸 보러 온 건가 싶겠지만, 그녀는 지팡이를 가디건 안쪽에 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저는 여기서 뛰어내릴테니, 선배는 왔던 길이나 있는 길을 따라 돌아가시면 되겠네요."
태연하게, 담담하게, 여태 대화를 나눌 때와 같은 말투로 터무니없는 말을 내놓은 그녀는 바다를 향해 돌아서 제 옷차림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