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관없다는 듯 단태의 태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불성실하고 경박하며 가벼운 태도였다.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히죽이는 웃음과 가벼운 태도가 뻔뻔하리만치 자연스러웠다. 타박타박 모래를 밝으면서 걷다가 들려오는 말에 헤죽-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아. 달링- 인연과 운명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자기와 내가 만난 건 인연이 아니라 운명이겠지만 말이야~ 와닿지 않아도 괜찮아. 나한테 엄청나게 와닿으니까!"
그날, 그 보름달 아래에서 만난 사이였지만 느물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는 게 뻔뻔했다. 자신이 시체처럼 움직이던 마법사를 상대하면서 보였던 모습을 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단태는 여전히 평소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였다. 선글라스를 썼으니 자신이 펠리체를 슬쩍 바라보는 게 들키지는 않을테니까.
"어차피 같은 학원인데 굳이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자기야~ 싫은 건 아니지만 새삼스럽잖아? - 나도 잘부탁해. 달링! 앞으로 학원에서 만나면 아는 척 해줄거지? 달링이 아는 척 안해줘도 내가 아는 척 해버릴거지만~"
고개를 꾸벅이는 펠리체를 향해 단태가 느물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중얼거리며 선글라스를 슬쩍 내려서 바라보고는 슬쩍 윙크를 해보였다. 앞장서서 걷는 펠리체의 옆에서 걷는 자세는 변함없었다. 묘하게 자신감이 섞여있다. 원래 그런 걸음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건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이쪽으로 가면 뭐가 있었나? 가본 적이 있어야지. 오, 수풀이 있네? 디핀도로 길을 만드는 펠리체를 잠시 단태가 바라봤다.
정확히는 펠리체의 질문 때문에 바라본 것이었다. 단태의 암적색 눈동자가 샐쭉- 가늘어졌다.
"그걸 아는거 보니 우리 자기, 날 관찰했나 보구나? 세상에 그렇게까지 관찰하다니 나 좀 부끄러울지도 몰라? 물놀이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같이 노는 것보다 그냥 노는 걸 보는 게 더 즐거워서 말이야~"
전혀 부끄럽지 않아보이는 표정으로 단태가 대답을 해왔다. 길이 만들어지다가 만 수풀을 발견하고 지팡이를 들어서 펠리체처럼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닌 샌들을 신은 다리를 움직여서 콱 밟아서 짓뭉개서 길을 만들었다. 이렇게 물놀이를 하다말고 다른 곳으로 가는 자기랑 동행할 수도 있고, 좋잖아? 수풀을 뭉개는 꼴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집안의 오점, 근사하고도 알 만한 이름이다. 어느 집안이나 제각기 박산 나고 콩가루 빻아진 정도야 다르고, 알고보면 사람 하나를 집안의 수치로 몬 다른 일원들이 더욱 수치스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는 반전도 제법 많지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그런 비밀들은 차치하고서 사실만을 따져보자. 자기네 가정사와 관련된 물건을 학생들에게 찾아달라 부탁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점이라는 그가 마지막으로 '손 댄' 이후로 찾을 수 없게 된 상태는 아니었던 걸까? 물건에 '관련 없는 학생이 찾아야 한다'는 조건이라도 붙어 있기라도 한가, 그게 아니고서는 사건 뒷수습 겸 겸사겸사로 부탁할 이유가 없을 텐데. 아니, 애초부터 그 물건이 찾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전제부터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완전하게 잃은 것이 확실하다면 다시 찾고자 하지 않아야 마땅하니.
……이리저리 의심해봐도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떤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을지 모를 수상한 물건과는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었다. 그러니 찾는 척만 하고 끝내야지. 그는 탐색보다는 집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여기는 장식품, 여기는 창문, 문 열고 잠깐 바깥 바람 쐬기.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 결국은 농땡이만 잔뜩 부리고 방으로 들어간 게 끝이었을 테다.
괜히 앞장선다고 했나. 레오는 후 - 하고 심호흡을 했다. 복도는 어두웠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코앞까지만이 보이고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깊고 짙은 어둠 그 자체와 발소리뿐. 레오는 걸어가면서도 이따금씩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 때마다 잘 쫓아오고 있지? 라거나 도망치면 쳐죽인다 따위의 소리를 하면서 벽을 짚고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가는동안 노크소리가 들린다거나, 그림과 눈이 마주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 허으.. 10년은 늙은 것 같네.. "
복도 끝에 도착하자 계단에 도달할 수 있었다.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와 계단통을 비추고 있었고 그나마 빛이 조금 있으니 미지에 대한 공포가 조금 가시는 기분이었다. 레오는 식은땀을 닦으며 후.. 하고 심호흡을 했다. 내기의 내용대로라면 윗층으로 올라가서 마지막 층의 복도부터 시작해 맨 아래층으로 가는 것. 뒤를 돌아 주양을 보던 레오는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하자 무언가 자신감이 생겼는지 킥킥대고 웃었다.
" 별 거 아니네! 딱 봐도 겁먹은거 같은데? 그래도 이 쯤에서 그만두진 않겠지? "
빛이 비추는 곳은 딱 여기 서있는 자리 뿐이었다. 계단 위쪽은 어두웠고 아래쪽도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자체. 레오는 발목을 돌려 풀어주고 손목을 풀었고 어깨를 풀어주었다. 도망친다면 쳐죽인다거나, 겁먹었다면 슬슬 항복하라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다. 킥킥, 하고 한 번더 웃은 레오는 겁먹은 것같은 표정이 맘에 든다며 가까이 다가서선 손을 잡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으니까.
" ..뭐! 너가 도망칠까봐 그런거 아니야! 도망치기만해 진짜 가만안둬! "
레오는 조금 강하게 손을 잡았다. 빛이 애매하게 비추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정도까지가 되자 공포감이 배가되는 느낌. 레오는 잡은 손을 이끌고 계단으로 향했다.
" 올라가면 4층이야. 가자. "
레오는 조금 강하게 손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려했다. 신체적인 스펙에서 오는 힘차이인지 한 차례 멈칫했지만 레오는 고개를 돌려 주양을 바라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으로 내기의 승패가 가려질테니까. 그리고 미지로의 모험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것이었고 그것이 공포스러운 것이었다면 더욱 긴장되었으니까. 레오가 이히히, 하고 웃었다. 한 차례 더 손목을 잡아 끌었다. 조금 더 힘이 거세어진것이 느껴질 정도로.
" 빨리 가자고. 짜증나게 하지말고. 4층으로 가기로 약속했잖아. "
위화감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목소리. 그러고보니, 저택은 3층이 끝이 아니었던가.
" 서주양!!!!!!!!! "
뒤에서 들리는 쨍 하고 울리는 높은 목소리. 레오는 복도를 달려왔다.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는지 어둠속에서 달려나온 레오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주양에게 도착해선 손목을 확 잡아챘다. 울먹이는 촉촉한 목소리의 레오는 헉-헉- 하고 숨을 고르면서 가만히 주양을 올려다보았다. 진짜 너 맞지? 하고 물어보던 레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611 밀어내면 쳐죽여버린댘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레오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오가 파고들어서 먼저 안고 잔대 짱 귀여워 ..:0 레오랑 땃태랑 껴안고 자는거 떠올리니까 너무 귀엽고 그런데ㅋㅋㅋㅋㅋㅋ쳐죽여버린다하면 땃태가 자다가 눈 슬그머니 뜨고 보다가 등 토닥토닥해줄거야!
주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그 신수가. 게다가 불 속에서 사는 주작이. 더위를 먹었다고? 이게 꿈이라는 데 청을 걸지 않겠다. 왜냐하면 아까 이미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어보기도 하고, 청에게 자신의 머리를 쪼아달라고도 한 뒤였으니까. 남들이 그랬다면 약한 건 죄라면서 키득거렸겠으나 이번 대상은 너무나도 규격 외다. 뭔가 자신마저도 덥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고 휴대용 부채를 팔랑거리며 덥다는 것을 어필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주작마저도 더위를 먹었는데 자신이 잔뜩 껴입고 있는다? 세상천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방으로 달려가 평소 입던 옷을 벗어던지고 반팔 크롭티와 짧은 핫팬츠로 갈아입고 나서야 조금 안심되었다. 부채까지 챙기니 적어도 신수님을 놀리는 모습은 아닌 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그래. 이게 학생대표의 참된 자세겠지. 이제 안심하고 감 사감님께 가서 현무의 물을 받아올 수 있겠다.
"가자, 청! 너네 대선배님이 덥다고 하시잖아. 같이 안 갈순 없겠지!"
청은 눈을 한 차례 끔뻑이며 머리를 털었다. 주양의 성실함 앞에서 자신도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모습으로.
>>619 하지만 땃태는 체온이 낮아 레오야88 이게 막 변화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낮아....((시선 회피)) 근데 입꼬리 올라가는 레오는 귀엽다:p
주단태는 보름이 뜰 때 늑대인간처럼 미쳐 날뛰는 기질이 있다. 이것은 주씨 가문 사람 중 일부, 단태처럼 붉은색 눈동자를 타고난 사람에게 있는 증세였다. 피를 봐야만 진정되는 광증이였고 원인 불명의 이상 징후였다. 주씨 가문은 이를 완화-없애는 게 아닌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영구적인 부작용이 있지만 증세는 완화되는 약이였다. (여기에 나오는 약은 땃태의 독백 중 별실의 사랑방에서 조카에게 먹여주던 양갱과 함께 있던 그릇 안에 담겨있던 것이다)
>>624 >>625 >>627 영구적인 부작용이 뭔지는 이미 나왔다. 여러번 언급했지롱~~ 여러분:p 피를 봐야 진정된다는 건 그러하다. 누구 하나는 죽여야 진정된다! 그나마 약을 먹어서 심하지는 않은데, 약 안먹으면 어장 초기에 뿌렸던 짧은 글에서 나왔던 적이 있던 것처럼 폭주한다(???) 약 자체는 주씨 가문에서 주기적으로 보내준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자 돈워리:D
역시 그림은 없었다. 반대편 복도 너머엔 그저 계단통과 달빛이 들어오는 창문 뿐이었다. 다른 장소로 갔는데 똑같은 그림이 또 있을리가. 역시 추측이 맞았어.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였으나 속으로는 미친 듯 안도하고 있었다. 또 같은 그림이 나왔다면 자신은 정말 내뺐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다른 장소로 갔는데 이미 갔던 장소가 또 반복되는 것 아닌가. 그런 루프는 절대 사양이다.
"? 그럼 난 11년 더 늙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두지 뭐. 어때, 이렇게 하면 내가 더 위가 되는거지?"
10년 더 늙게 된다면 자신이 역으로 당신을 언니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건 싫다는 마인드로 되도 않는 무리수를 던지며 어깨를 으쓱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위로 향하는 계단 하나와 아래로 향하는 계단 하나. 자신이 길게 늘어트려버리긴 했으나 이 내기의 끝은 어쩌면 무승부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질 것 같았다. 왜일까. 지금의 당신은 그 어떤 곳이라도 싹 돌아볼것 같았으며, 갔던 장소마저 혼자서 한번 더 돌아보고 오는 담대함을 보여줄것만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기에, 살짝 위축될수밖에 없었다.
"하, 이 언니가 그렇게 쉽게 쨀까봐 그래~? 우리 꼬맹이는 언니를 얼마나 얕보고 있는 걸까나~ 항복이라는 단어는 '꼬마'들 사전에나 있는 거지, '어른'들의 사전엔 없거든?"
그럼에도 도발 앞에서 다시 한없이 당당해지는 것은 주양의 어쩔 수 없는 천성이었다. 남들이 휘둘리는 말을 잘 알고 있는 대신, 자신 역시도 그런 말들 앞에서는 무력하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놓칠세라 손을 세게 잡았다. 이번 역시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지금만큼은 절대 이 손을 놓아버려선 안될것만 같았다. 놓는 순간, 당신과의 거리가 급격히 멀어져서, 홀로 이 어두운 계단 위에 덩그러니 남겨질것만 같았다. 홀로 이런곳에 있는 건 싫어. 놓을 수 없어.
".. 어? 아. 그래. 가자! 우리 꼬맹이보다 내. 내가 더 위라는 걸 보여줄게..! 그. 근데 우리 꼬맹이, 좀 거칠어졌다, 응?"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바로 느끼진 못했으나 뒤늦게 자신을 잡아끄는 손의 힘이 더 세진것을 느꼈다. 뭐지. 이 애. 아까 무섭다며 달라붙어있던 애가 맞나. 그래도 자신이 언니라는 호칭을 듣고 한참 놀려댔으니 질투심이 들어서라고 생각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아팠기에 주양은 아프다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 뒤늦게 외면한 현실이 뇌리 깊숙히 쑤셔박힌다. 4층. 이 저택에는. 4층이 있던가?
"아이 ㅆ-!!"
순간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주양은 기겁하며 기어코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얼마나. 걸어왔지? 그리고 여긴? 아까 그 올라가는 계단은? 방금 전까지 손을 잡아끌고 있던, 당신은? 모든것이 붕 뜬채로 다가왔다. 지금 자신은 자신이 맞는가. 이건 꿈인가. 자신은 정신차린 상태가 맞나. 사실 지금 이것마저도 잘못 보는 건 아닐까. 이해할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그때의 분노가 아니었다. 그저. 완전한 공포만이. 자신의 숨통을 강하게 옭아맨 채로, 앞으로 끌어가고만 있었다.
"혼... 자..? 내가..? 진짜로...?"
지금의 당신은 당신이 맞는가. 미처 도발할 정신조차도 부여잡지 못한 상태로 주양은 그저 주저앉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내기 취소라던가 하는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감정 기복의 짜릿함이 다가오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으니. 자신이 정말 그 계단을 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 두번 다시는 지금의 이 일상적인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째서 이렇게 불안하게만 다가오는 것일까. 이상한 기분이었다.
주단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트위터파_페이스북파_인스타그램파 마법사다보니 sns를 하지 않습니다(???) 근데 한다면 땃태는 인별파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보고. 태그는 #오늘도_자기들과 같은 말도 안되는 태그 쓸 거 같고 그래:D
누가_자캐에게_도발을_하면_자캐의_반응 학원에서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도발을 끝까지 들어준 뒤에 "다했어? 이제 내가 좀 이야기해도 될까? 이 (바르고 어여쁜 말) 야?" 하면서 (바르고 어여쁜 말)(어찌됐든 고운 말)로 도발에 맞서는 편. 시기가 보름이면 예쁘고 고운 말 대신 도발해줘서 고맙다며 드잡이부터 하지만() 나주 본가에서는......얘한테 도발이요......? ((불가능))
자캐의_몸에_있는_점_위치를_말해_보자 시트에 서술하는 걸 빼먹었지만((땃쥐는 바보였다)) 픽크루에는 점이 있다....그러하다. 캐릭터 시점으로 왼쪽 입가에...하나 콕하고.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clr > 숲길을 걷는다. 후덥지근한 여름이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났다. 벌써 앞머리 몇가닥은 땀에 젖어 붙었고, 등이 땀에 흥건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면 아주 시원할 것이다. 숲길의 나무가 우거지는 곳으로 들어가면 그림자가 드리우고 바람이 분다.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물레방아와 함께 오두막이 있다. 오두막은 제법 크고, 그것보단 좀 작은 물레방아를 따라 걷다보면 넓은 호수가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낚시를 할까? 머글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아니면 마법을 보여줄까? 기대에 찬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름날의 해로 쨍쨍 달아오른 뺨과 미소가 사랑스럽다.
"Uncle Tom!" "왔구나, 작은 양파!"
당신은 나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맑은 웃음소리가 숲 안을 가득 채웠다. 살집이 두둑한 손, 불뚝 나온 배. 덥수룩한 붉은 수염과 호탕한 웃음. 당신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어린 날부터 막중한 일을 맡게 된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당신의 덥수룩한 턱수염에 뺨을 부비며 맑게 웃는다. 덩치가 큰 당신은 손쉽게 자세를 바꿔 나를 한 팔로 안아 들었다. 나는 당신의 어깨를 꽉 잡고 입술을 비죽 내민다.
"샬롯-이 아니라 샬-럿이라니까." "그게 그거지! 아니면, 샤를로테라 불러주리?" "싫어! 이름이 길어지면 외우기 어렵단 말이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않냐!" "그렇지만 양파는 싫은데. 맵고 맛없잖아. 차라리 내 미들네임이 캐롤이면 얼마나 좋아? 당근은 달잖아!" "녀석 참.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센지!" "엄마 닮았지! 우리 오늘은 뭐 하고 놀아?"
당신은 호탕하게 웃었다. 당신의 웃음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새가 파드득 날아오르고 툭 튀어나온 배가 요동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꺄르륵 웃음을 터뜨린다. 당신은 오두막의 문을 손짓 한번으로 연다. 당신의 마법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며 당신이 내게 다시금 덥수룩한 턱수염을 장난스럽게 부볐다. 따갑고 간지러워서 깔깔 웃는 소리 사이로 당신이 말한다.
"오늘은 비스크 돌을 보여주마. 새로운 인형을 가져왔으니 너도 좋아할 게야." "O...뭐였지? Oh-reoh? 그건 없어?" "오늘은 오레오 말고 Mars가 있지." "그게 뭔데?" "Mars! 전쟁의 신의 이름이자 아주 달콤한 별의 맛이지!" "우와! 머글은 그런걸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래. 아주 맛있는 초콜릿이란다."
초콜릿! 나는 군침을 삼킨다. 당신이 주는 초콜릿은 맛이 기가 막힌다. 마법사들이 먹는 초콜릿도 맛있긴 하지만, 개구리 초콜릿은 폴짝폴짝 뛰어 도망쳐서 여간 먹는게 힘이 든다. 그런데 머글의 초콜릿은 부드럽고, 여러 맛이 나면서, 또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는 당신이 차갑게 얼린 상자에서 검은 포장지를 꺼내는 걸 본다.
"이게 Mar-s야?" "그래. 이게 별의 맛이란다! 먹으면서 구경하자꾸나. 어떠냐?" "좋아!"
나는 포장지를 열심히 뜯는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고 발을 동동 구르며 뜯은 포장을 다른 포장에 빙 두른다. 이렇게 먹으면 정말 편하다. 쓰레기를 두 번 버릴 필요도 없고. 별반 다를 바 없는 초콜릿 바를 입에 물고 오물오물 입술만 움직인다. 차가운 초콜릿을 녹이니 눅진한 캐러멜이, 그리고 그 속의 부드럽고 쫀득한 누가의 맛이 느껴진다. 나는 지하실로 내려간다. 본가의 지하실과 달리 엉클 톰의 지하실은 아주 예쁘다. 엉클 톰은 비스크 돌을 위한 장소를 테마별로 꾸며둬서 어딘가는 할로윈 느낌이 나고, 어딘가는 공주님이 사는 곳 같다. 건조할 뿐이지.
나는 입안에서 녹은 초콜릿을 잇새로 베어물며 오늘 들어온 인형을 본다. 키가 크고 검은 망사 레이스로 눈을 가린, 정장을 입은 남성이다. 손톱은 새파랗고, 피부는 밀랍같다. 손에 쥔건 검은 칠이 된 지팡이다. 꼭 머글들의 영화에서 나오는 찰리-채플린?의 지팡이 같았다. 잔뜩 상기된 볼과 함께 나는 꺄르륵 웃었다. 가슴에 달린 명찰 때문이었다. Blue Blood! 얼마나 상징적인 말인가? 나는 Mar-s 초콜릿을 다시 입술로 오물오물 짓무른다.
"이 형도 순혈주의자야?" "그래. 잡느라 애를 썼지." "엉클 톰. 포르말린을 조금 적게 넣고 글리세린을 더 넣는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진균이 번식하려는 흔적을 가리키며 맑게 웃었다. 당신은 껄껄 웃으며 역시 장의사 집안이 어디 안간다며 나를 어화둥둥 띄운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몸이 들썩이자 결국 또 나는 꺄르르 웃는다. 오두막에서 처음 바닥을 밟고 남성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형아도 여기서 편히 쉬어."
비스크 돌은 참 좋다.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지하실에 가두지도 않고, 블랙번 사람들처럼 나를 숭배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맡은 자리에 가만히 있어서 내 얘기를 하루종일 들어주고, 건조하고 차가운 몸에 뺨을 부벼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간섭 없는 이 인형이 너무나도 좋았다.
당신이 아즈카반으로 들어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지만.
그는 소리없이 눈을 뜨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옆에 누워 곤히 잠을 자는 백정을 보며 손을 뻗으려다 주먹을 꽉 쥐고 다시 눕는다.
"참 웃기기도 하지."
…웃기기도 하지. 그는 몸을 뒤척이며 작게 헛웃음을 뱉는다. 당신이 내게 온기를 전한 이후로 비스크 돌이 갑자기 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나를 이리 만든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감히, 이 나를 다시 지옥같은 삶에 끌어들인 대가를.
>>63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플러팅이 부작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앟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평소에는 여러분이 아는 그 땃태니까 돈워리 베이베(??) 바다에서 신나게 놀....지는 않겠지만 나름 즐겁게 보낼테니 우리 프로틴 베이비도 라쉬랑 함께 재밌게,,,보내기,,,ㅎㅎ,,
>>6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완전 착각일 뿐이라서 아 내 머리가 또 ㅎㅎ;; 하게 되더라구. 역시 독백일상티미는 최고야 최고~ 우리 귀여운 땃주는 할짝해야 제맛 아니겠어? (???)
앗 영구적인 부작용.. 땃주가 이야기해줬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 기억력이 딸리는 지금은 바로 이거다 하고 떠오르지를 않네! 땃태 체온이 차가운게 부작용 때문인가..? (흠) 폭주하는 땃태랑 극대립의 끝까지 내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건 역시 새벽 감성 때문이려나~ :D
>>623 나는 벨주의 묘사를 아주 좋아해..! 그러니까 괜찮다! :D
>>628 불쾌함이나 혐오감 정도야 충분히 그럴 수 있지! 패닉하지만 않으면 오케이라고 생각하니까 엘롶이 피 잘보는 사람 인정~! (???) 노래도 듣고 왔어! 엘롶이 목소리는 그런 느낌이구나! 히히히 목소리에 취한다.. (엘롶주:여기서 이러시면 안돼)
>>638 땃쥐는 할짝해도 아무맛도 안난다구? 그치ㅋㅋㅋㅋㅋㅋ아이쿠 내 생각이 또 너무 갔어!!하면서 이마를 탁 치게 되고 그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극대립의 끝까지ㅋㅋㅋㅋㅋㅋㅋ아니 우리 쭈양이 소중해 8ㅁ8..물논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그거 새벽갬성 때문 아닐까? 쭈양이가 정색하면서 땃태한테 지팡이 겨누고 땃태는 그 지팡이 보면서 히죽- 웃으며 자기야. 우리 내기할까? 마법을 쐈을 때 내가 멈추는지 안멈추는지 말이야 하는 거 상상 안했어:p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추파를 던진다고 하던가. 옆에서 내내 떠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깐 생각해본다. 무게라곤 발밑을 구르는 모래알만큼도 없는 말들이 그녀에게 닿을 리가 있나. 저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계속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건 갈수록 맞춰지지 않는 한 사람의 두가지 모습이었다.
"운명은 제가 잡는 걸로 족하니까 인연으로 만족해주세요."
일단은 단태에게 맞추듯 그녀도 말에 무게와 의미를 빼고 가볍게 대꾸했다. 말은 어찌어찌 대응이 가능한데, 선글라스를 내리며 하는 윙크는 조금 움찔했다. 어깨가 떨렸다. 백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그녀에게는 좀더 효과적이란 걸 단태가 알 리는 없겠지만. 방금의 반응으로 눈치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저 태도가 한층 더 농도를 높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지팡이를 손 안에서 한바퀴 돌린다.
"마주치면 인사는 할게요."
자기소개 다음으로 최근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을 하며 지팡이를 고쳐 쥔다. 단태의 신발이 수풀을 짓밟는 걸 힐끔 보곤,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한번, 다시 한번, 전방을 향해 크게 두번 휘두른다. 실전에선 잘 듣지 않던 마법이 이럴 때는 무자비하게 초목을 찢어 인위적인 길을 두 사람 앞에 만들어놓았다.
"자꾸 밟으면 신발에 풀물 들어요."
그녀의 행동에 대한 설명인 듯, 간단히 말한 뒤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는다. 너덜한 풀들을 가차없이 밟고 앞으로 가며 말한다.
"전 계속 물에 있었는데, 선배는 그 근처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옷도 젖지 않았고."
단태를 콕 집어 관찰했다기보다 그 주변을 보고 했던 질문이라는게 그녀의 말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혹시 필요하면 더 내지를 셈인지 지팡을 넣지 않고 쥔 채 느긋히 걸어가며, 지나가듯 한마디를 더 흘린다.
"지켜보는게 더 좋으시면, 선배는 중간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가는 곳, 거기서 할 것에 대한 얘기인가 싶지만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별 의미 없다는 듯이 말한 그녀는 내심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